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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민 한신대교수·해운경영학



거대한 토목사업이 꿈틀댄다. 국토해양부가 중국·일본·제주도까지 해저터널을 뚫는 사업을 검토중이다.

국토부 용역을 받아 제주터널을 검토해온 교통연구원은 목포~해남(66km)은 지상으로, 해남~보길도(28km)는 해상다리, 보길도~추자도~제주도(73km)는 해저터널로 건설해 전체 167㎞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중·한일 해저터널을 연구중인 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은 “두 해저터널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교통연구원장은 “3개의 해저터널 모두 미래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데, 제주터널(167km)은 2010년대 후반, 한중터널(341km)은 2030년대, 한일터널(222.6㎞)은 2050년대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하고 있다.
 

땅 파고 강 파고... 바다까지 파겠다고?

교통연구원 사람들이 ‘교통’을 알고 하는 말인지 의문스럽다. 교통연구원도 도버해협의 50km(해저구간 38km) 유로터널을 검토했을 것으로 믿는다. 그들이 유로터널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궁금하다. 8년동안 150억달러(18조원)를 들여 만든 50km 유로터널은 화재, 열차고장 등으로 걸핏하면 통행이 중지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유로터널은 1994년 개통 이후 계속된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은 물론 89억유로(13.7조원)의 부채로 2007년 파산 직전에 채무조정을 하고 겨우 살아남아 숨을 쉬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깡통’을 찼고, 채권은행들은 장기저리로 42억유로만 남기고 47억유로를 탕감해야 했다. 2009년 영업이익이 2.8억유로인데 지급이자만 2억유로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주최로 26일 서울 광화문 사랑의열매회관에서 열린
‘운하를 파지 않고도 잘사는 방법’ 강좌에서 임석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우선 50km 유로터널과 167km 제주터널의 교통수요를 비교해본다.

교통수요는 후방자원(後方資源)에서 나온다. 55만 제주도민과 5,000만 본토 인구가 후방자원이다.
50km 유로터널의 후방자원은 6,200만의 영국인과 많게는 7.3억(유럽 전체), 적게는 5억(EU)의 유럽인들이다. 정치·경제·문화적 측면에서 본 영국의 위상(位相)은 또 다른 교통유발요인으로 제주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부산 국제신문 특파원이 취재한 2005년 유로터널 이용자는 하루 3만5천명, 연 720만명에 승용차 210만대, 트럭 128만대, 버스(코치) 6만3천대에 달한데도 적자를 면치 못했었다. 영국 철도전략국(SRA)의 경제학자 안게라(Ricard Anguera)는 유로터널로 인해 영국이 입은 순손실이 100억 파운드(18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면 일본(1억2,700만)과 중국(13억3,000만)은 후방자원이 풍부하므로 말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면 덜 떨어진 사람이다.

한마디로 거리가 너무 멀다.
현재 54km의 일본 세이칸터널(해저구간 23.3km)이 세계 최장(最長)의 해저터널로 꼽힌다. 1964년 10년 예정으로 착공하여 23년만인 1987년에 준공한 23.3km 해저공사의 후일담이다.

“해저 100m 지하 굴착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압의 용출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굴착이 가능한 지반을 찾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터널 안으로 바닷물이 유입되어 33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해저터널의 이용객은 1987년 개통 직후 308만명에서 2005년 163만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분당 29톤이 고이는 물의 배수 등 연 17억엔(232억원)에 이르는 유지보수비 등으로 세이칸터널은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167km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배와 비행기와 경쟁해야 한다. 비행기로 50분이면 가는데 2시간 반이 걸리는 고속철도를 누가 이용하겠는가?
앞으로 해상에는 고속선(高速船)도 등장할 것이다. 연 500만명의 제주도 출입객 가운데 고속철도를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경기도에 사는 나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고속철도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환승을 해야 하는 부산, 대구 등의 영남지역은 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연 500만 정도의 관광객은 배와 비행기로 얼마든지 실어나를 수 있다. 세이칸터널과 유로터널도 비행기와 페리선과 경쟁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그리고 해외관광과 경쟁하는 제주 관광객은 무한정으로 늘지 않는다. 환경파괴, 혈세탕진 외에 터널로 얻는 이익은 전혀 없다. 제주도 여행길은 드넓은 바다와 하늘의 천연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한중 해저터널은 인천~웨이하이(341km)의 경우 123조원(경기개발연구원 추산), 한일 해저터널(223km)은 92조원(부산발전연구원), 제주 해저터널(167km)은 14.6조원(교통연구원)이 든다고 한다.

이런 예상비용들은 모두 날조된 수치들이다. 교통연구원은 167km 제주터널 공사비를 14.6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50km 유로터널의 공사비가 18조원이다. 그것도 20년전의 금액으로 당초 8.7조원(£46억)에서 18조원(£95억)로 늘어난 금액이다.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부풀리는 것이 이들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앞서의 안게라 박사도 유로터널의 수요가 2∼3배로 부풀려졌다고 분개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의 건설비도 당초의 5.8조원에서 20조원으로 3.5배나 늘었다.
현재 중국과 대만이 검토중인 130km 대만해협 해저터널 예상 공사비가 248조원(1조4,400억위안)이다. 123조원, 92조원, 14.6조원 등, 한국의 연구원들이 한결같이 숫자로 장난을 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20km, 340km 지하터널을 고속열차로 오가는 여행이 안전하고 즐겁겠는가?

2008년 4월 유로터널 안에서 강한 인화성과 독성의 산업용 페놀을 적재한 트럭에 화재가 발생하여 14명이 부상하고 양방향 교통이 마비되었다. 터널이 오븐처럼 가열되어 섭씨 400도에 달했고 화재 발생 10일 후에 일부만 교통이 재개되었다. 1996년에도 화재로 2주간 교통이 차단되었고, 수개월이나 터널이 무너진 상태로 있었다.
2009년 12월에는 고속열차 5편이 잇따라 고장을 일으켜 승객 2천여 명이 터널에 갇혀 10시간 이상 공포에 떨었다. 2010년 1월에도 고속열차가 터널안에서 멈춰 서 승객들이 다른 열차로 옮겨타느라 2시간이 늦어졌고, 후속열차 3편이 되돌아갔으며, 이후 열차편도 지연되는 등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통과시간 35분이 걸리는 50km 단거리 터널이 이럴진데 220km, 340km 장거리 터널에서는 사고도 더 많을 것이고, 사고가 나면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바다속은 지진도 많아 그 대비도 하겠지만, 그 비용이 엄청날 테고 안심할 수가 없다. 웬만큼 간이 크지 않으면 해저터널을 통과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왜 탁트인 바다와 하늘을 두고 두더지처럼 땅 밑으로 파고드는가? 터널통행료 수입으로 수백조원의 건설비를 회수할 수 있겠는가?

국토부와 교통연구원은 이런 물음에 답을 해보라.

이것은 연구용역의 대상도 될 수 없는 직관(直觀)의 문제이다. 제주도, 일본, 중국 모두 해저터널을 파기에는 너무도 먼 거리이다.

어마어마한 토목공사는 건설재벌들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서민들은 그 돈을 대느라 허리가 휜다는 점을 명심하고 부질없는 연구용역을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곳곳에 넘쳐나는 배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해저터널 뚫을 돈으로 보육시설을 지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이 나라 백년대계를 위해 시급하다는 것을 국토해양부와 교통연구원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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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