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통신사·재벌그룹들이 잇달아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은 문을 닫는 은행 점포 자리 60여곳에 오피스텔형 뉴스테이 1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KT도 옛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서울·부산에 2200가구를, 롯데그룹도 서울 문래동 옛 롯데삼강 부지에 500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를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한 뒤 투자회사가 건물을 짓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투자자로 참여해 임대수익을 배당받거나 오피스텔에 지어지는 상가 등을 임대해 추가 임대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이와 별개로 건축 자금을 대출해 이자도 챙길 수 있다. 부동산은 많지만 용처가 마땅치 않은 은행 등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전·월세난 해소책 동참을 명분으로 꿩 먹고 알 먹는 돈벌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임대사업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본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채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에 몰두하는 모습은 당혹스럽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이 국토부-하나금융그룹 뉴스테이 MOU 체결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_연합뉴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뉴스테이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 정책인 만큼 실적만 올릴 수 있다면 거리낄 게 없다는 식이다. 정부나 해당 기업들은 ‘윈·윈’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애물단지 털어내는 데 몰두하던 은행·재벌들의 잔꾀에 정부가 들러리를 섰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정부의 이런 모습은 서민 주거정책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뉴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서울에 공급된 뉴스테이의 월 임대료는 100만원이 넘는다. 대기업 부장급 이상의 소득이 아니면 입주가 어렵다. 은행 등이 뉴스테이 임대료를 시세의 90%로 책정하더라도 입지 여건 등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기업 잇속만 차려줄 뿐 싼값의 임대주택이 필요한 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스테이는 애초 서민 주거안정보다는 건설업계 우선 배려 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고 정책자금 지원은 물론 초기 임대료에 대한 규제도 없앴다. 은행·재벌의 뉴스테이 진출은 절대갑인 임대업자의 탄생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서민들은 폭등하는 전·월세로 신음하고 있다. 뉴스테이를 늘리기보다 싼값의 국민임대주택 공급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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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