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전력과 한국동서발전은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성과연봉제란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고, 지속적 저성과자를 퇴출해 조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제도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에 ‘공공기관 정상화’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고, 2016년 들어서는 1월 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이어 2월 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혁신의 단골메뉴이던 성과연봉제는 지금까지 간부직 중심으로 7% 수준이었지만, 향후 전 직원의 70%까지로 확대하려 한다. 정부 일정에 따르면 120개 공공기관은 2016년 상반기까지, 준정부기관은 하반기까지 도입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진하고자 도입 기관엔 보너스 및 경영평가 가산점을 주고, 그 반대는 인건비 동결 등 불이익을 준다.

특히 3월 중순에는 저성과자 퇴출로 대변되는 ‘일반해고’ 시행방안까지 나왔다. 인사규정 등 취업규칙도 개정된다. 또 성과연봉제 47개 선도기관이 발표됐는데 보훈병원, 국립대병원, 적십자사,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등 공공병원도 포함된다.

원래 공공기관은 시민 대중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기관이다. 특히 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띤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라는 새로운 인사관리 제도가 조직 효율성 향상이라는 이상을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0월 8일 국정감사의 일환으로 충남 당진에 있는 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를 찾아 업무보고를 들었다. 사진에는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_연합뉴스


첫째, 수많은 시민이 우려하듯, 공공기관의 무능과 부패는 철저히 타파·척결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가 그런 목적을 위한 올바른 수단일까? 사실 공공기관의 무능과 부패는 대개의 경우 사장이나 고위 임원의 낙하산식 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린 이미 이것을 세월호 참사에서 똑똑히 보았다. 해운자본과 해양수산부, 해경과 국회의원, 심지어 국정원까지 이 부패 고리에 연루돼 있다. 바다에 가면 해피아, 철도엔 철피아, 발전소엔 핵피아 등, 각종 관피아가 이 부패 네트워크의 실체다. 이게 공공기관 비효율의 몸통인데, 이걸 혁파하지 않고 일반 직원들만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건 주객전도다.

둘째, 물론 일반 직원들 중에는 무임승차자도 있고 아부나 순종으로 출세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해도 공정한 성과평가와 보상이라는 외피에도 불구하고 능력이나 성과의 계량화가 어렵기에 실제로는 줄 잘 서고 아부 잘하는 이들이 고평가를 받기 쉽다. 더구나 시민 대중을 위한 공공 서비스는 조직 구성원 간 원활한 정보 공유와 유기적 업무 협조가 있을 때 효율적이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개별 구성원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에 정보 공유나 업무 협조 측면에서 정반대의 효과가 나온다. 일례로 이미 8년 정도 성과연봉제를 실시한 어느 공공병원의 경우, 성과평가에서 저평가를 받은 이는 속으로 “저 친구는 나보다 일을 더 잘하지 않았는데 더 좋은 평가를 받았네? 난 ‘밥을 마셔가며’ ‘몸 태워’ 일해도 저평가를 받았으니 예전처럼 안 할래”라며 별로 열심히 하지 않으려는, ‘성과급의 역설’이 폭넓게 나타났다. 간호팀 이직률도 43%까지 올랐다. 결국 이 병원의 노사는 성과연봉제를 폐기하고 기존의 호봉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24시간 보살펴야 하는 병원에서 노동거부 심리가 확산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셋째, 성과연봉제는 노사관계 차원에서도 치명적이다. 원래 노사관계란 집단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양 당사자가 상호존중과 신뢰의 원칙 위에서 대화·토론·협상·합의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푸는 것이 옳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노사관계의 한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배격하고 오로지 개별 구성원의 능력이나 성과만 중시한다. 요컨대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를 분열시켜 지배하는 데 유효한 통제 도구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

이런 면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를 무비판적으로 강행할 일이 아니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무능, 부패를 근원적으로 타파하고 그 위에서 조직 효율성을 드높이기 위한 합리적 방안을 노조와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공공기관은 시민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요컨대 ‘가치경영’을 외치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당국은 ‘돈보다 생명’ ‘직원 행복이 곧 시민 행복’임을 먼저 깨칠 일이다.


강수돌 |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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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