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입으로, 퍼스트레이디는 옷으로 말한다”는 얘기가 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퍼스트레이디의 의상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주목받았다. 2014년 초 미셸이 두 달 동안 공식석상에서 입은 드레스 세 벌 가격이 1만5000달러(약 1710만원)에 이른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AP통신은 “미셸은 원칙적으로 옷을 직접 사 입지만 국빈 방문처럼 중요한 자리에 입고 나갈 옷은 디자이너에게 선물받기도 한다. 나중에 이 옷들은 국가기록원에 기증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역대 퍼스트레이디들은 의상비를 마련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부인 메리 토드는 백악관이 사둔 비료를 내다 팔아 옷값을 마련하려 했다고 한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인 재클린은 시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명품 옷을 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는 디자이너들로부터 고가 의상을 빌린 뒤 일부를 돌려주지 않아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추석 연휴 동안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이 소셜미디어(SNS)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평소 극우적 언사로 유명한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김 여사의 옷값과 관련한 글을 올리면서다. 그는 “취임 넉 달도 안돼 (김 여사가) 옷값만 수억을 쓰는 사치로 국민의 원성을 사는 전형적인 갑질에 졸부 복부인 행태를 하고 있다”고 썼다. 정씨의 글이 언론에 보도되며 기정사실처럼 확산되자 청와대는 지난 9일 ‘카드뉴스’ 형식을 빌려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는 “공식행사 때 (김 여사가) 입는 흰색 정장은 홈쇼핑에서 구매한 10만원대 제품이다. 한·미 정상회담 때 입었던 한복은 어머님이 물려주신 옷감을 염색해 만든 것이다. 낡은 구두는 깔창과 굽을 수선하고, 팔찌는 낡아서 변색한 것을 도금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의 공식 해명에 정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해서라도 남의 관심을 끌려하는 그의 유별난 심리 상태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말의 중요성을 알 만한 전직 아나운서다운 행태는 결코 아니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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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