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을 놓고 무성한 뒷얘기들이 오간다.

영화가 그린 6·10 민주항쟁이라는 실화는 묵직하고 컸다. 당시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보탠 수많은 이들이 현재를 살고 있기에 ‘그때 그 사람들’이 계속 소환되고 회자되고 있다.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비롯해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에서 부검 영장을 받아낸 검사, 사건을 처음 알리고 추적한 기자, 사건을 조작·은폐한 정황을 밝히는 ‘비둘기(비밀서신)’를 바깥세상에 전한 교도관 등 모두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배우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유일한 주요 여성 캐릭터이자, 허구의 인물이다. 박종철·이한열 두 사람을 잇는 장치이면서 고민을 거듭하는 대학생으로 그려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영화 내 여성 캐릭터의 비중과 연희의 역할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si***는 트위터에 “정의로운 남자, 나쁘지만 이유 있는 남자 등 온갖 남자들 (배역에)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된 와중에 주요한 여자 캐릭터는 김태리 달랑 하나”라며 “시대의 비극이자, 연출의 비극”이라고 적었다. 당시 항쟁을 이끌고 참여한 여성들이 많았음에도 제대로 그리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ha***는 “극에 여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있어도 힘없이 당하는 피해자 가족”이라고 했다. @ch***는 “다른 남성 인물은 ‘옳은 일이어서 한다’고 묘사한 반면, 연희는 삼촌이나 데모하던 오빠에 의해 계몽되는 것처럼 그려져 별로였다”고 지적했다.

칼럼니스트 황진미는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1987, 김태리 캐릭터를 둘러싼 심각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칼럼에서 “영화는 여성을 지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천 성고문 사건’,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들, 종로 기습시위를 주도한 여학생 등 영화의 곳곳에 등장하는 여성의 존재를 짚었다. 또 “연희의 캐릭터는 강렬하지 않지만 이미 완성된 다른 인물에 비해 유일하게 성장하는 캐릭터다. 관객의 감정을 끌고 당대 정서 안으로 들어가는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인숙 기자 sook9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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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