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차는 높은 건물이 비죽비죽 솟아있는 혁신도시를 빠져나가 휑하게 비어있는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벼를 베어낸 자리에 가지런히 남아있는 밑동에는 새파랗게 그루풀이 솟아나 있었다. 한겨울에도 땅 밑은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날마다 그 길을 달려 출퇴근한다는 이는 이곳에 좀비들만 산다고 말했다. 굳이 되묻지 않았는데도 그는 자꾸 대명천지에 좀비를 끄집어냈다. 창밖으로는 오래된 간판이 무심하게 걸려 있는 가게들이 보였다. 평일 대낮인데도 가게는 대개 문을 열지 않았고,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동네들은 밤에나 어슬렁대는 그림자가 보이죠. 정말 좀비들이 사는 거죠.”

그가 말하는 좀비는 분명 밤마다 텅 비어있는 거리를 휘적휘적 돌아다니며 살지도 죽지도 못한 자들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평생 논을 갈고 밭을 일구느라 곱은 손가락을 주무르면서 우두커니 TV 앞에 앉아 졸다 깨는 누군가의 잊힌 어머니, 아버지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도시로 나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 말하는가? 그게 누구든 산 자를 좀비라고 하는 게 거슬려 대꾸할 수 없었다.

다행히 차는 마을 끝에 있는 중학교에 닿았다. 학교를 안내하는 선생님은 옛날에는 무척 큰 학교였지만, 이제는 떠날 수 없는 아이들만 남았다고 했다. 그의 말속에 남아 있는 자들에 대한 가련함이 묻어 나왔다. 그 또한 차를 타고 오면서 내내 들은 말을 되풀이하는 듯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별 얘기도 아닌 얘기를 듣겠다고 강당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아이들의 눈빛은 별처럼 반짝였다. 아이들은 당당하게 묻고 대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수요일 급식이 가장 맛있으니까 꼭 점심을 먹고 가라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모두 떠난 자리, 그루터기만 남아있을 것 같은 그곳에서 아이들은 싹을 틔우고, 힘차게 줄기를 뻗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돌아오는 길, 높은 건물 틈을 메우는 도시의 불빛은 쓸쓸해 보였다. 쫓기듯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 좀비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좀비 영화에서 좀비들이 맹활약하는 곳은 대개 도시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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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