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4등급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예외적인 경우겠으나 절대평가인 영어에서 4등급을 받은 학생이 서울대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국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한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노력에 상응한 결과라는 가치관으로 치열한 한국 입시를 수용한다. 이런 점에서 세계화 시대 필수 조건인 영어구사력이 입시 기여도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오히려 영어를 못해도 서울대를 갈 수 있으니 건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영어 4등급도 서울대 가능’이라는 독특한 사례는 몇 가지 이유로 현행 입시 제도를 더욱 불신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킬 것이다.

첫째, 절대평가 대상으로 영어의 적절성 문제이다. 지난 세기말 불어닥친 세계화는 이미 일상용어가 되었다. 특히 과거 수동적 교류에서 ‘한류’의 활성화로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지금 영어 절대평가는 시행 효과에서 회의적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충분한 영어실력 없이 대학에 입학한다면 원서강독이나 영어강의 수강, 영어토론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한국 고교생의 입시 위주 학습을 전제하면 양질의 수업으로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는 어렵다. 이미 고교생 다수가 내신 성적 외에는 영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가뜩이나 제2외국어 역시 소외와 파행을 통해 ‘아랍어’로 통일되는 기현상을 빚는 현실에서 영어마저 탐구 과목 하나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면 인재육성의 사회적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계층 간 영어 실력 격차라는 불공정성의 문제이다. 대학 입시에서 영어가 소외되면 영어구사력 차이는 개인의 환경이라는 외적 변수로 결정된다. 어린 시절 영어 사용국가에 거주했거나, 양질의 영어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상위 계층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충분한 영어 사용능력을 갖춰 공교육 과정을 실용적으로 이수한 평범한 다수와 현격한 차이를 낼 것이다. 평등이 약자에게 불리한 역설이 현실인 셈이다.

셋째,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이다. 2018년도 입시에서 수험생들은 국어와 탐구 과목 난도 상승으로 인해 낭패를 겪었다. 영어 절대평가의 보상이 다른 과목 난도 상승으로 철저히 상쇄된 셈이다. 그 결과 이번 겨울방학 대치동에는 ‘국어 1타 강사 수업 2번 듣기’가 유행이며 문과 학생들은 사회 탐구에, 이과 학생들은 과학 탐구에 공을 들인다. 당연히 수학을 위해 영어가 빠진 시간 일부를 몰아넣어 공부한다. 안타깝지만 영어 변별력 약화와 고교 수업 정상화, 혹은 학생의 학습량 감소, 대학 서열화 완화는 아무 관련이 없다. 짓누른 풍선처럼 다른 과목으로 부풀어 오를 뿐이다.

영어 절대평가라는 제도 하나만 봐도 시행 취지의 정당성은 약하고 기대효과는 낮다. 실망은 대한민국 교육 제도가 마주한 벽이다. 한국의 교육 제도는 이전 제도가 지닌 부작용만 본 뒤 이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으며, 국민들은 소멸한 제도가 남긴 불만이 여전한 상황에서 새로운 불만까지 맞이해 불만족의 총량은 증가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제도 변화의 취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예상 가능한 부정적인 결과를 철저히 감안한 뒤 단계적으로 시도하는 교육부의 주도면밀함이 절실하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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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