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1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수가 개편을 통해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의 부담금 인하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심리치료 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결정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개편 내용을 보면 심리치료의 주체를 의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심리학자는 심리치료를 주체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 이러한 결정은 단기적으로 심리치료 내담자의 선택 범위를 제한시킴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심리학자의 설 곳을 앗아감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을 후퇴시킬 것이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의사와 심리학자가 훈련받는 배경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마음을 치료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약과 말이 그들이다. 의료계의 전문가는 뇌의 기제에 바탕하여, 특정 약물이 특정 정신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훈련받는다. 반면 심리학자는 언어에 기반한 심리치료(Talking therapy)를 집중적으로 배운다. 일반적으로 상담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배운다. 공감과 반영, 그리고 내담자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촌철살인의 직면까지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전문가 못지않은 투자와 전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전문가에게만 심리치료를 받도록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인지행동치료는 심리치료의 한 종류로 심리학의 영역 내에서 주도적으로 연구·개발되었고, 선진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심리학자가 인지행동치료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학회 중 하나인 세계인지행동치료학회의 학술대회가 2022년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인데, 이것의 유치와 운영을 심리학계가 주도하고 있다.

<조덕현 | 고려대 심리학과 대학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