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발표했다. 차선을 편측으로 옮기고 광화문 전면에 역사광장을 조성하는 방안이다. 2016년 출범한 민관논의기구인 광화문포럼에서는 차도의 지하화를 통해서 전면 보행광장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계획은 비용과 공사기간 등 여러 이유에 의해 보차혼용으로 절충된 것으로 안다. 지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의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국가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된 이 시점이야말로 절반만 완성된 우리의 국가 중심공간을 수복할 최적의 때라 생각한다.

모든 수도에는 국가의 정당성과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를 표상하는 중심공간이 배치된다. 조선시대 이 터는 남북으로는 광화문과 황토현, 동서로는 육조 관가에 의해 위요된 공간이었다. 닮은꼴인 워싱턴의 ‘더 몰(The Mall)’은 국회의사당을 정점으로 하여 관가와 공공 문화시설들이 둘러싸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4주년인 2017년 2월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1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과 레드카드를 들고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다시금 알렸던 이곳이 온전히 회복된다면 우리는 세계사에 전례 없는 유교적 왕조 공간과 시민민주주의 공간이 공존하는 광장을 얻게 될 것이다.

광장은 권력의 표상인 동시에 그 자체가 권력이다. 군중이 만드는 스펙터클은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 1987년 넥타이부대는 군사독재를 종식시켰고 1989년 체코 바츨라프광장의 프라하 시민들은 철의장막을 거두었다. 그래서 독재권력은 종종 광장을 정치적 도구로 쓴다. 1938년 뉘른베르크 나치당 대회 사진은 지금 보아도 섬뜩하다. 빛의 기둥으로 연출된 공간의 초월적 스케일과 70만 군중, 개인이란 전체에 비해 얼마나 사소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하여 맹목적 충성을 이끌어낸 장치였다.

우리도 동원된 지지군중과 국군의날 열병식 풍경으로 여의도광장을 기억한다. 이 같은 ‘관조적 스펙터클’에서 군중은 수동적이며 비자발적이다. 한편 우리는 2002년 누구의 지시도 없이 하나의 색으로 광장을 물들인 장관을 선보인 바 있다. 자발성과 능동성의 진수라 할 ‘참여적 스펙터클’이다. 군중의 시선은 다초점이며 카오스모스(chaosmos)적이다. 광화문 촛불집회는 이를 계승한 것이다. 소란했음에도 깨끗했고 즐거웠으나 장엄했다. 광화문광장은 이러한 장소성을 오롯이 담는 공간으로 다시 탄생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광장은 시대의 산물이며 진화한다. 차로로 둘러싸인 섬일지언정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시장의 업적이다. 또 청계천과 서울광장을 통해 차로를 줄인 도심도 작동함을 보여준 이명박 시장의 공도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과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중앙청 철거가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앞길로 바뀌며 국가 중심공간을 잃은 이후 지난한 수복의 과정을 거쳤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광화문광장은 미래에 대해서도 열려 있어야 한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다. 세포가 바뀌어도 모습과 정체성은 유지되듯 건축이 변할지언정 도시의 틀은 장구하다. 길과 광장이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장은 ‘무계획의 계획’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동상, 꽃밭, 분수, 전시장 등의 디자인 요소로 시민을 구경꾼으로 만드는 대신 적극적 비움을 통해 다양성과 주체적 이용을 이끌어내야 한다. 광장이 재구조화되어야 할 두 번째 이유이다.

세 번째, 광화문광장은 지금의 박제된 공간에서 탈피해야 한다. 차로에 의해 잘리고 청진, 무교, 도렴동의 도심재개발에 의해 옛 골목길들이 와해되어 지금은 도시적 맥락을 잃은 외톨이 공간이다. 광장 외연의 확장을 통해 시민의 일상적 삶과 광장의 비일상적 경관이 어우러져야 한다. 또한 주변부 건물의 저층부를 활용하여 시민편의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인접 블록들의 재정비를 통해 보행네트워크를 회복시켜야 한다.

제시된 안은 차로를 6차선으로 줄여 한쪽으로 몰고 사직로를 우회시켰다. 고작 월대와 해태상을 복원하기 위해 차량 흐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그러나 이는 서울 역사도심을 차로부터 해방시키는 기획의 출발점이라고 달리 읽을 수도 있다. 언젠가 줄인 차로조차 필요 없게 된다면 서울의 미세먼지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친환경 차량 우선통행제를 실시하되 서울시는 단기 교통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서 시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광화문광장을 얻어낸 주인공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가장 빠른 기간에 이룬 우리 시민이다. 시민의 자부심과 우리의 국격에 상응하는 세계 최고의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함인선 | 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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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