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계의 전설’로 불리는 헝가리 출신 미국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만큼 양극단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도 드물다. 소로스는 30여년간 퀀텀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을 좇아 ‘세기의 투기꾼’이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1979년 ‘열린사회재단(OSF)’을 설립해 320억달러를 기부한 자선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화를 지원하고, 아프리카 빈곤 퇴치와 신흥국 교육사업을 펼쳐왔다. 게다가 소로스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꿰뚫는 경제분석가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2016년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검은 금요일’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소로스에게 ‘정적(政敵)’이 있다. ‘리틀 푸틴’으로 불리는 헝가리의 4선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다. 청년 시절 학생운동을 이끈 ‘소로스 장학생’이기도 했던 오르반은 소로스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오르반은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소로스가 시민단체를 통해 무슬림 난민들을 헝가리에 유입시켜 유럽문화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맹공격했다. 헝가리 정부는 거리에 “마지막에 소로스가 웃게 해서는 안된다”는 문구가 담긴 대형 포스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우파 집권당인 피데스당은 ‘스톱 소로스(Stop Soros)법’까지 만들었다. 소로스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이민자를 지원하는  개인과 시민단체를 1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오르반이 소로스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부다페스트에 있던 열린사회재단은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야 했다.

소로스가 1991년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중앙유럽대학(CEU)이 내년 대학원 신입생을 선발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앙유럽대학은 동유럽에서 미국식 경영대학원이 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오르반 정권이 이 대학의 신입생 선발을 허용하긴 했지만 소로스에 대한 반감을 거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로스가 “열린사회재단을 통한 난민지원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를 ‘헝가리의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오르반 자신은 ‘난민의 적’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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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