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깡통을 발로 툭툭 차고 다니자 행인들이 시끄럽다며 쏘아봤다. “나 이사하는 중이라오. 이삿짐 옮기는데 왜들 그러슈.” 참말 간소하게 사는구려. 알짜 땅에다 웅장한 건축물 짓고 사람 불러다 모ㅂ아 ‘사원, 성전’이라 부르고들 있다. 나는 반항심으로 길 떠나는 자들을 위한 ‘순례자학교’를 열었다. 며칠 전엔 순례자들과 동무해서 제주 섬을 걸었다. 예멘 난민을 초대해 농사일을 맡긴 동생의 허브올레 농장에도 갔었다. 올레길을 반기는 푸른 바다도 잠시. 폭우에 휩쓸려온 생활쓰레기가 해변에 수두룩. 혹시 돌고래가 플라스틱 가루며 비닐조각을 먹으면 어떡하지?

태평양 끝머리 하와이 섬. 돌고래의 또 다른 고향. 하와이만큼 꽃이 많이 피고 빽빽한 밀림을 유지하는 섬도 드물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엔 바다거북이 흔하지. 인파가 모인 곳엔 훌라춤 파티. 서핑도 하와이가 고향이다. 부서진 카누 조각을 붙들고 파도와 싸우던 청년이 있었지. 멋지게 일어서서 파도 굴을 빠져나오자 그 모습에 반한 인어공주. 청년의 손을 끌고 산호초 궁궐로 사라졌다지.

백인 침략자들은 하와이 원주민들의 고유 언어를 못 쓰게 했다. 서핑과 훌라춤도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선교사들이 그랬지. 영어를 익히면 앞잡이로 세우고, 음식 베풂인 제사상과 풍물놀이조차 금했지. 지금도 금지가 교리인 줄 알고 고분고분 눈치를 본다.

코아 나무로 만든 조그만 기타 우쿨렐레. 우쿠(벼룩)와 렐레(뛴다)가 합해진 말. 다른 해석도 있는데, 우쿠는 선물이라는 뜻도 있다지. 우쿨렐레를 퉁기며 ‘알로하 오에(사랑해요! 당신)’를 열창. 플루메리아 꽃으로 화환 ‘레이’를 만들어 목에 걸친 이들. 가수 박인희의 ‘알로하오에’를 듣다보면 하와이 수평선이 눈앞에 닿는 듯해. “검은 구름 하늘을 가리고 이별의 날은 왔도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서로 작별하여 떠나리.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꽃피는 시절에 다시 만나리. 알로하오에 알로하오에. 다시 만날 때까지.”

제주도와 하와이. 돌고래의 고향 섬. 과거엔 우리네 남도 섬들이 모두 폴리네시아의 커다란 서클로 연결되었으리라. 섬여행이 즐거운 여름이렷다. 누구나 알로하오에! 어디나 하와이.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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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