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사냥모자와 망토 달린 코트를 입고, 돋보기와 회중시계를 차고 다니며 파이프를 항상 입에 물고 있는 영국 신사. 의뢰인이나 용의자와 몇 마디만 나눠봐도 속내를 훤히 파악하는 프로파일링 고수. 사건 현장과 증거물을 꼼꼼히 조사해 단서를 찾아내는 과학 수사의 원조 . 영국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이 창조해낸 명탐정 셜록 홈스다. 코넌 도일이 1887년부터 1927년까지 장편 4편과 단편 56편을 통해 선보인 홈스는 사립탐정의 대명사다. 독자들은 그의 명쾌한 추리와 사건 해결에 열광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영화나 TV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리메이크됐다. 셜록 홈스에 흠뻑 빠졌던 세계의 많은 소년·소녀들은 자신도 그와 같은 명탐정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한국의 청소년들에겐 그 꿈을 이룰 길이 없다. 국내법은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사건이나 사고, 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조사원인 탐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탐정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에만 없다. 1850년 세계 최초로 사립탐정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현재 6만여명이 활약하고 있고, 일본에도 6만여명, 독일에 2만2000여명, 영국에 1만7000여명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개인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보 수집, 기술유출 추적, 보험사기 적발 등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찰력이 미치기 어려운 문제를 법적 체계 안에서 해결하는 방안으로 사립탐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동안 발의된 관련 법안은 법조계 등의 반대로 모두 무산됐다.

헌법재판소가 10일 탐정업을 금지하고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신용정보의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직 경찰관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최근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탐정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기승을 부리는 불법촬영 범죄가 한국판 셜록 홈스의 출현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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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