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또 목격했다. 신호등도 없는 아주 작은 교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자전거가 나뒹굴고 경찰이 출동하여 사고를 수습 중이었다. 집에서 직장까지 고작 20분 남짓의 출퇴근길이지만 걸핏하면 교통사고를 보게 된다. 세종시는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지어진 도시라 안전할 듯싶지만 실상은 다른 도시와 비슷하다. 사고는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전반적으로 엉망이지만 이 중 가장 엉망인 것은 보행자 안전의 후진성이다. 2016년 한해동안 4292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중 보행자는 1662명으로 전체의 40%, OECD 평균 19%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행자의 통행권이 보장된 횡단보도에서 1085명이나 사망했다는 점이다.

생명존중을 핵심가치로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는 교통안전을 국정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 정부 또한 교통안전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통안전 수준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운전문화에는 ‘일단정지’의 개념이 아예 없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언제 어디서 일단정지를 하는지 모른다. 규정이나 교육도 없고 홍보와 단속도 없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의 국가는 다르다. 이들 국가에서 가장 흔한 안전시설물이 ‘일단정지 표지판’이다.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로는 말할 것도 없이 대학이나 아파트 단지 내, 시골농장도로 등 곳곳에 일단정지 표지판이 널려 있다. 이깟 표지판쯤이야 무시하고 살금살금 지나가다가 걸리면 신호위반과 똑같은 처벌을 받는다.

이들 국가에서 일단정지는 교통안전의 핵심으로 운전문화의 근간을 형성한다. 교차로에서의 운전방식을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신호가 있든 없든 보통 속도를 약간 줄인 상태에서 우회전한다. 법규를 아주 잘 지키는 일부 운전자만 아주 낮은 속도로 서행한다. 하지만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는 서행조차 불법이다. 속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교차로 진입에 앞서 일단정지하여 2~3초간 좌우를 살피고 안전을 확인한 후 우회전한다. 이렇게 운전하니 교통사고 위험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일단정지’ 운전문화는 운전자의 폭주 의지를 무력화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여기저기 설치된 일단정지 표지판에 대응하다 보면 자연스레 속도는 낮아지고 운전을 조심하게 된다. 주차장, 아파트, 학교 등 도로교통법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와 확연히 다른 교통안전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소해 보이지만 핵심인 ‘일단정지’ 운전문화 정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성낙문 | 한국교통연구원 종합교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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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