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를 쓴 정지용 시인은 충청북도 옥천군 출생으로 고향의 아름다움을 그리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시인의 고향에 ‘향수 100리길’이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로도 돌아볼 수 있다.

그런 금강은 아쉽게도 지난 6년간 마음껏 휘돌아 나가지 못했다. 보(洑) 3개가 문턱이었다. 그동안 보의 물을 가뭄에 요긴하게 쓰기도 했으나 녹조, 생태계 훼손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4대강 16개 보의 자연성 회복 방안을 찾고 있다. 물 이용에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 실제로 보를 열어 보고, 그 영향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있다. 설익은 대책을 덜컥 내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보를 개방하고 그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뒤, 각계의 의견을 모으는 합의 과정을 거쳐야만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보를 일시적으로 열어볼 때에도 준비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개방을 하더라도 생활용수를 취수하는 수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농사짓는 시기와 양수장 가동 시기도 감안해야 한다. 어선·어구 손실도 방지해야 하고, 돛배나 계류장 등 친수시설 이용도 고려해야 한다. 수위를 내릴 때 물고기나 조개류가 고립되면 신속하게 구제해야 한다. 또 지하수도 고려해야 한다. 준설로 인해 지하수위가 올라갔고, 늘어난 지하수는 수막재배 등 인근의 농업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금강은 지금 문턱 없이 마음껏 흐르고 있다. 지난 9월11일 지역농민과 관계기관이 백제보 완전 개방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 지하수 부족이 일부 제기되었지만,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지하수 펌프 교체, 관정 설치 등의 해결책을 모색했다. 금강이 자연의 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덕분이다.

이미 완전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사례에서 금강이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류시간은 줄고 유속은 빨라졌다. 클로로필a가 개방 전 예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0% 줄었다. 멸종위기Ⅱ급인 독수리가 세종보 상류를 찾기도 했다. 세종보는 모래톱이 4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모래톱은 뭇 생명이 살아갈 터전이고, 수질 정화에도 한몫한다.

금강이 막힘없이 흐르는 약 보름간은 천금 같은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금강 수계 전체의 보 개방 영향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다. 수질, 수생태, 육상생태, 퇴적물, 경관, 수리·수문, 지하수, 물 이용, 하천의 각종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모니터링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보 개방이 전 수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연말에 금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시골 출신의 60대 이상 연령이라면 어린 시절 여름에 강에서 미역을 감고, 겨울엔 얼음 지치며 놀았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강은 우리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으로 강을 누릴 수는 없을까?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의 강을 물려주기 위한 진지한 모색과 꾸준한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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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