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물의 신 공공(共工)과 불의 신 축융(祝融)이 전쟁을 벌여 축융이 승리했다. 공공은 분을 참지 못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부주산(不周山)을 들이박았다. 부주산이 무너지면서 하늘의 정원이 주저앉고 은하수의 물이 넘치는 대홍수가 났다. 여와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화염과 마그마가 분출하는 불함산(不咸山)의 분화구에서 높이 40m, 길이 80m의 바윗덩이 3만6501개를 정제해 냈다. 여와는 이 중 3만6500개로 둑을 만들어 홍수를 막았다. 그러나 바위 하나를 쓰지 못해 물길을 잡지 못했으니, 오늘날 장백폭포로 흘러내리는 강이 그것이다.

중국에 전하는 백두산 신화이다. 천지(天地) 창조 신화를 천지(天池) 생성에 결합시킨 게 흥미롭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중국인들에게도 천지는 성스러운 호수이다. 중국 사서에 ‘천지 용궁에서 금과 옥으로 연주하는 궁중음악이 백리 밖까지 울려퍼진다’고 기록한 것도 신화 만들기의 하나이다. 중국 매체들이 심심찮게 천지의 괴물 출현을 보도해온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천지 괴수’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천지는 약 1000년 전에 백두산 화산 분출로 형성된 칼데라호이다. 수면의 해발고도는 2189m이고, 최대 수심은 348m로 세계 산정호수 가운데 가장 깊다. 둘레는 14.4㎞로 한양도성(18.6㎞)에 조금 못 미치지만, 면적은 9.2㎢로 서울의 사대문 안보다 크다. 이 넓은 천지에 생물체는 살아갈까. 학자들은 지하의 화산수 분출로 형성되는 천지의 물은 차갑고 무색, 무미하여 미생물 번식률이 매우 낮다고 말한다. 자연 상태라면 물고기 서식도 어렵다.

북한은 1960년 천지에 삼지연 붕어와 산천어를 방류했다. 1988년과 1991년에도 압록강 버들치, 종개 등을 풀어 넣었다. 이 가운데 산천어는 서식이 확인됐다. 노동신문은 지난 4일 백두산 천지에 빙어를 풀어 서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천지에 방생한 빙어 2500마리 가운데 1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산천어에 이어 빙어도 천지에서 서식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북한이 물고기 서식에 공을 들인 것은 천지의 자연생태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백두산 성지화 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다.

<조운찬 논설위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