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같이 들려오는 사립유치원 관련 소식은 잊고 지냈던 그 시절, ‘내 경우는 어땠지’ 하고 기억을 더듬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에 관한 한 온 국민이 전문가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기가 지나면 급속도로 무관심해진다.

외향적 성격의 큰아이는 갑작스레 유치원에 가게 된 경우였다. 어린이집 겨울방학이 끝난 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이 지겹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작고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일시적 투정인지 판단이 안돼 당시 안면 있는 청소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유치원에 보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누리과정 시행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 과정에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으로 나뉘던 때였다. 새 학기가 한 달도 채 안 남은 때라 부랴부랴 시장조사에 나섰는데 당시 살던 동네에선 ‘엄마 마음’에 드는 유치원을 찾기 힘들었다.

공립은 7세반뿐이었고, 근처 사립유치원은 실내수영장까지 갖춘 시설을 자랑했지만 동네 엄마들 평이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다. 최근 보도를 보고서야 이곳이 규모상 서울시내 톱10 안에 들어가는 유치원인 걸 알게 됐다. 결국 큰아이는 이웃 동네의 자그마한 사립유치원에 가게 됐다. 유치원은 낡은 시골 학교 분위기를 풍겼는데 원비가 저렴했고, 아이들을 많이 뛰어놀게 했다.

아이가 졸업반이 되던 해 누리과정이 시행됐다. 그리고 유치원에선 방과후 수업 중단을 통보했다. 유료 수업인 방과후 활동이 지속될 경우 누리과정으로 인한 원비 하락 효과가 사실상 체감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방과후 수업 중단을 ‘권고’했는데 유치원은 이를 따르겠다고 알려왔다. 좋아하는 건축 수업을 더 이상 못 듣게 된 아이는 실망했다. 그러나 주변 어느 유치원도 누리과정 때문에 방과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들은 바가 없어 부모로선 유치원의 교육방식에 신뢰를 더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립유치원 단체 주장처럼 유치원이 마냥 ‘개인사업자’라면 추가 수입원이 되는 방과후 수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동네로 이사오면서 작은아이의 선택지는 큰아이 때보다 넓어졌다. 하원시간이 이르고, 셔틀을 운영하지 않는 공립 병설은 직장맘 입장에서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못됐다. 대신 아파트 단지마다 큰 규모의 사립유치원이 하나씩 있었다.

누리과정 여파로 입학 경쟁이 치열해져 공 뽑기 추첨을 이때 처음 경험했다. 남편과 일정을 나눠 총 3곳에 넣었고, 다행히 그중 한 유치원에 당첨됐다. 둘째아이 유치원은 큰아이가 다니던 곳에 비하면 규모가 크고, 바이올린 수업을 하는 등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다. 원비는 그만큼 비쌌다. 방과후 수업도 큰아이 때는 몰랐던, 이를테면 ‘영재두뇌 만들기’와 같은 엄마 마음을 교묘하게 읽는 종류들이 존재했다.

작은애는 해외연수 가는 엄마를 따라 미국에서도 유치원을 다녔다. 한국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과 같은 형태로 매일 아침 7시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갔다가 오후 3시가 다 돼 돌아왔다. 큰 틀에선 초등학교와 다름없었다. 30분 낮잠 시간이 있고, 초등생과 달리 부모 초청행사가 많다는 점 등이 다를 뿐이었다. 부모 입장에선 공립이라 무료고, 학교 내에 있어 안심되는 측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 작은아이에게 어느 유치원이 더 좋았냐고 물었다. 아이는 눈을 찡긋하더니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둘 다 좋은 점이 다르단다. 미국 유치원은 놀이시간이 많아서 좋았고, 한국 유치원은 재밌는 활동이 많았다고 했다. 아이의 말이 맞을 것이다. 유치원이 공립이든, 사립이든, 미국 유치원이든, 한국 유치원이든 아이들을 위하는 유치원이라면 어디든 좋지 않겠는가. 유치원이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어른들의 이전투구판이 된 듯해 씁쓸하다.

<문주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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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