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라보라레(Laborare)’에는 ‘일하다’라는 뜻과 함께 ‘고생하다’라는 뜻도 포함된다. 수도승 ‘프란체스코 드 살’은 말하기를 “각자의 구두에 작은 돌멩이들을 집어넣은 뒤 그걸 신고 길을 나선 것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고 했다. 다들 발바닥이 얼마나 아플까. 어느 라디오 방송에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말로 방송문을 연다. 찡하니 마음에 위로가 되는 멘트다. 고생 끝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들. 세밑 창가에 앉아 집으로 돌아가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장 자크 상페의 <사치와 평온과 쾌락>에 실린 글귀를 저 꽁무니마다 달아주고 싶어라. “내 포부는 사치와 평온과 쾌락이라오. 이렇게 겨울비가 내리는 날엔 정든 낡은 스웨터를 걸치고 지내면 좋지. 오래전부터 즐겨했던 음반들도 좋아. (중략) 언제나 똑같은 꿈을 꿔. 펠레가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플라티니에게 공을 패스하지. 기차게 좋은 상황에서 내게 골을 넣으라고 다시 패스를 해. 나는 냅다 슛을 날려요. 그런데 비웃으면서 한 손으로 공을 막는 골키퍼는, 바로 내 마누라예요.” 가족들이나 가까운 친구가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생하고 와서도 정작 쉴 데가 없다.

하늘에 구름 떠가는데, 구름 속에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장. 파인텍 노동자들이 누리고픈 아주 소박한 사치와 평온과 쾌락이 있다면 어서 지상에 내려와 흙을 밟는 일. 대지의 사람들과 국밥 한 그릇 나누는 일. 매번 국회의원들이 공을 가로막는 골키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시절 고생한 모든 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오는 그믐밤. 세상에 ‘고생 끝 낙’이 한 번이라도 있었으면 바라며 축복을 빌어본다. 축복이란 밥상에 초대하는 것. 노동하는 이들에게, 배고픈 이들에게, 정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외로운 친구에게 같이 밥 먹자는 약속의 말. 인류의 성인들이 날마다 했던 똑같은 말. 같이 밥 먹자는 말. 수고하고 고생한 노동자들은 밥 먹을 자격이 충분해. 종교인이나 정치인들도 밥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과 좀 식사자리를 같이하길. 침을 뱉고 멸시하며 무시하는 세계에서는 모두가 굶주리고 아플 따름이다. 서로들 세심하게 존중하고 귀담아들어야 한다. 수고한 손들을 매만지는 밤이 되길.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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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