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2명과 2박3일간의 ‘소방여행’을 다녀왔다. 소방여행이란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소방여행은 기존의 관광지나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보석 같은 소방인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소방이란 다양한 분야에서 소방인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만난다. 그래서 소방여행은 ‘대한민국 소방의 희망 불꽃을 이어 받아 또 다른 곳에 전달하는 소중한 의식’이기도 하다.

우리의 여정은 대전을 기점으로 해서 충북 음성 그리고 진해에서 마무리 되었으며, 길 위에서 만난 소방인들과 기울인 소주병의 수는 우리의 소방사랑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소방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만나서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금세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소방이라는 유니폼을 입고 어설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 이렇게 확고한 의지와 철학을 가진 소방인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감사의 시간들이었다.

소방의 국가직에 관한 이야기, 국민안전처로의 조직개편 이후의 예상되는 변화들, 앞으로 소방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 소방관의 안전과 교육미래에 관한 이야기로 하루를 꼬박 채우고 보니 아침 8시 반에서 시작된 소방이야기는 정확하게 다음 날 새벽 1시 반에 끝이 났다.

대한민국 소방의 현안들을 살펴보면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들이 많다. 예를 들면 국가적으로 소방의 정확한 위상을 수립하는 것도 당면과제이고, 재난에 강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유능한 현장지휘관 육성도 시급하다. 또한 10년 남짓 되는 소방방재청을 역사의 저편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넘어 앞으로 소방인들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도 같이 모색해야 한다.

이 모든 책임을 대한민국 소방공무원만이 질 필요는 없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만난 다양한 소방인들 중에는 대한민국 군대의 소방을 책임지는 현장지휘관도 있었으며, 소방제품기준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엔지니어도 있었고, 진해에 위치한 미 해군기지소속의 한국인 소방관들도 만났다. 이렇게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소방인들은 분명 대한민국 소방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성에 기초해서 보다 합리적인 소방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조력자들이 된다.

‘소방여행’을 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소방에는 다양한 분야의 소방전문가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다양한 분야의 소방인들과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떻게 하면 재난에 강한 소방을 만들어가야 할지 함께 방안을 모색할 의욕적인 소방인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저 자그마한 틀에 갇혀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 자칫 대한민국 소방에게 큰 누를 끼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소방인들은 자주 만나서 자신이 믿는 가치들이 맞는지 혹은 틀리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승진공부도 해야 하고 자격증 취득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소방인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방의 존재이유와 소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의 과정을 통해서만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게 되고 비로소 내 주위를 안전하게 비추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위험을 무릅쓰고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대원들 (출처 : 경향DB)


‘작금의 흔들리는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의 소리에 귀 막고 사무실에서 뚝딱하고 만들어내는 정책들은 오히려 소방관들을 아프게만 할 뿐이다.

내가 소중하게 경험한 ‘소방여행’을 전국의 소방인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며 안전을 책임지는 우리는 이미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아닌가. 서로 자주 만나서 그 희망의 불꽃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건 |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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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