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사람을 신선이라고 부른다. 신선 그거 별거 아니다. 도시사람 안 같고 그냥 신선한 사람이 신선이지. 산으로 난 길을 따라 신선은 집과 세상을 오가는데, 이제 제법 겨울 속 같아. 진눈깨비를 한바탕 보기도 했어. 쌓이지도 못할 거면서 어쩌자고 내리는 것인지. 대지를 향한 중력의 사랑이여. 가슴이 뭉클뭉클 했어. 겨울에 신선은 하얀 머리칼이 된다. 눈을 뒤집어쓰면 백발마녀보다 더 푸짐한 백발을 눌러쓰고 휘휘 바람 사이를 걸어 다니지. 대지가 얼음을 껴입는 추운 밤에도 빨간 내복차림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산타 할아범. 자판기 커피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집집마다 돌면서 선물을 돌린다는 산타 할아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겠다며 겁박을 하는 캐럴도 있지만 사실 산타 할아범 그렇게 쩨쩨한 영감탱이 아니야. 선물보따리엔 해바라기씨, 맨드라미씨, 연보라 패랭이꽃씨, 꺼시렁 보리밭을 지나면 보리 미숫가루 한 봉지 챙겨들지. 배고픈 아이들 주면 좋겠군 웃음기 번진 산타 할아범. 산을 타고 넘나드는 산타. 그래서 산타인가.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도 잉글리시 아이고 하면서 또 냅다 달려가지. 벌겋게 익은 얼굴, 땀에 전 옷가지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호주머니는 땡그랑 동전뿐. 직장 잃은 아빠 엄마 궁핍한 살림살이. 그럴 땐 몰래 산타, 대리 산타 그런 것도 있단다. 누구긴 누구야. 당신이지. 산타 오빠 산타 언니…. 신선이 별거 아니듯 산타도 별거 아니야. 바로 우리들이 산타지.


하얀 빛깔 아기고양이들이 태어난 봉쇄수도원의 환호성. 절집 공양보살님이 키우는 하얀 진돗개 강아지는 나른한 오수를 즐기네. 세상은 고요하고 사랑은 따뜻해. 어두운 난세에도 별빛은 성성하고 메주 덩어리는 곰팡이꽃을 피워 희망을 키운다. 팔려온 아기 염소는 눈알을 궁굴리며 엄마 꿈을 꾸네. 눈물은 마르고 미소가 번진 아기 염소. 언젠가 아기도 엄마가 되겠지. 푸른 초장으로 이끌어주리라. 어서어서 배부르도록. 선물을 나누고 관심을 나누면 세상이 바뀌겠지. 저마다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면 겨울밤은 절대 춥지 않아.


임의진 | 목사·시인

'일반 칼럼 > 임의진의 시골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차 끓는 소리  (0) 2014.12.03
튀밥이 내리는 날  (0) 2014.11.26
산타 오빠 산타 언니  (0) 2014.11.19
국화꽃 향기  (0) 2014.11.12
하루만 햇새  (0) 2014.11.05
피카소, 추위와 사랑  (0) 2014.10.29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