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5일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주범이 이 전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5월 직원을 시켜 국정원 예산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아오는 등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에서 돈이 올 테니 받아두라’고 김 전 기획관에게 지시했다. 특활비를 직접 요구한 이 전 대통령을 주범,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으로 본 검찰의 판단은 지극히 당연하다.

김 전 기획관의 공소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진술이 넘친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지시로 돈을 보관하다 청와대 수석실과 장관실 등에 내려보냈다고 용처까지 밝혔다.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들도 이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돈을 줬다고 시인했다. 이 전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라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1억원 상당의 미화를 이 전 대통령 방미 직전 김윤옥 여사 담당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실토했다. 모두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주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특활비 상납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간언한 사실도 드러났다. 불법이라는 지적까지 무시하며 부정한 돈을 계속 요구한 대통령의 준법의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해왔다. 어제도 혐의를 부인했다.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직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것은 절차에 어긋난다”면서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뒤 맞지 않는 변명이 추레하다. 이제 그가 할 일은 검찰에 나가 성실하게 조사받는 것뿐이다. 그에 앞서 시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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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한다. 이미 방한이 확정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동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이 김 위원장을 고위급대표단장으로 임명한 의도는 분명하다.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미대화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제재 대상이 아닌 데다 헌법상 북한의 국가 수반이어서 펜스 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북측 인사다.

평창 올림픽 기간 중 김 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공개 회동할 수 있는 기회는 오는 9일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 한 차례밖에 없다. 하지만 북·미 양측의 의지에 따라 비공개 회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미 양측은 어렵게 마련된 북핵 대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대화 의지를 좀 더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북·미대화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이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대표단장이 된 이후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대북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평창에 간다”고 하더니 4일에는 “평창 올림픽에서 북한 선전전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김 위원장이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이 섣불리 북·미대화의 중재 역할을 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태도는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는 한국의 의도와 배치된다.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결이 아닌, 북핵 문제 해결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모처럼 찾아온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서는 안될 것이다. 설령 이번에 공식 대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향후 대화의 모멘텀이 되는 단초라도 마련하도록 관련 당사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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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5개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최순실씨 측에 준 용역대금 일부만 인정되고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파기됐다.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압에 못 이겨 돈을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최씨를 소극적으로 지원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받은 사실을 들어 강요에 의해 돈을 줬다고 본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해서는 승마지원과 관련해 공모관계를 인정해 범죄의 주체로 보았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대부분 혐의에 면죄부를 주었다. 결국 “이 사건에서 권력층과 재벌 간에 돈을 매개로 이뤄지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심리하며 법과 양심에 따라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재판부는 쟁점이 되었던 사안 대부분에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가장 중요한 삼성 승계작업과 관련해 1심의 판단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인 현안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승계작업을 위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항소심에서 특별검사가 청탁의 유력한 증거로 제출한 ‘독대(이른바 0차 독대)’도 증거가 없다며 제척했다.

그러나 삼성 재판을 지켜보았던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와 증인들의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수첩과 메모는 사초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고 방대하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직접증거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다. 법원은 “직무관련성과 대가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1심의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의 관계는 한국의 고질적인 악폐인 권력과 재벌의 유착이 낳은 것이다. 따라서 시민은 이번 재판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시민의 기대와 동떨어져 있다. 재판부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곧이곧대로 믿기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상속받기 위해 권력에 뇌물을 주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저질러진 부정부패 사건이다. 그 과정에 국정농단까지 있었다.

세계 굴지의 재벌이라도 법과 상식에 통하지 않는 경영을 하면 지탄의 대상이 되고 그에 응당한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이런 판에 앞으로 재벌과 권력 간 줄대기가 멈출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 재판이 남아 있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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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하다.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 없이도 언론보도의 주인공으로 제법 등장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그렇다. 야당이 문 대통령의 국민 대면접촉을 ‘쑈통’이라고 비판하자 유탄을 맞을까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청와대 관저로 이사하기 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라면이라도 드시고 가라’며 민원인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장면. 충북청주 수해현장에 장화와 고무장갑, 밀짚모자를 쓰고 엉덩이엔 작업용 방석을 붙이고 봉사하던 모습. 독일 베를린에 안치된 고 윤이상 작가의 묘소에 그의 고향 통영의 동백나무를 식수하고 참배한 일. 국민 관심 속 일화가 모두 작년 일이다. 최근엔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요리봉사에 나섰지만, 이 마저도 요리봉사를 함께 했던 셰프의 SNS를 통해 근황을 알게 된 정도다. 짐작컨대, 사회활동여성에 대해 남아 있는 전통적 인식과 영부인의 봉사활동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세간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들도 당대 여성관과 정치상황에 자유롭지 않았다. 물론 독립적인 존재로 활동을 한 분들도 있다. 육영수 여사(박정희 대통령)는 육영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이희호 여사(김대중 대통령)는 최초로 해외단독순방을 정례화 했다. 김윤옥 여사(이명박 대통령)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가졌고, 해외언론에 녹색성장관련 기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이 제도적으로 정비되거나, 활동정형이 사회적으로 안착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영부인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거나 공식적으로 임명된 직위가 아니다. 우리와 같이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대통령 배우자의 지원에 관하여 미연방법전에 명시하고 있다. 법에 근거하여, 영부인 비서실이 설치되고 영부인 활동이 연방정부의 재정으로 운용된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은 평균 16~25명의 인력이 활동한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에디스 여사는 사회봉사 활동을 돕는 사회활동비서관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인 엘리너 여사는 사회개혁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행정비서관을 두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인 재키 여사는 독자적인 언론담당비서관을 두었고, 지미 카터 대통령 부인 로잘린 여사는 4개의 부서를 두고, 프로젝트와 언론관리 및 연구 활동을 직접 하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는 백악관 의료보험개혁팀을 이끌었고, 클린턴 대통령재직 기간 상원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경호 및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영부인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직원 수도 5~6명 정도로 적은 편이다.

대한민국은 조선 왕조국가 이후 일본제국주의와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적 민주국가로 탄생한지 불과 100년이 지났다. 비가 많이 와 홍수가 나거나, 비가 적게 와 가뭄이 들어도 왕의 탓인 시대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이유는 대략 5가지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부인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법률과 제도가 만들어지면, 비선권력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통로를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 둘째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모든 활동을 공식문서로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셋째 예산지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여 활동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넷째 시민사회와 정부기관은 물론 기업과도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적 의제들을 정책으로 다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미래에 희망을 주는 시대의 여성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간의 활동으로 미루어 보아, 김정숙 여사는 낙관적이고 사교적이며 쾌활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고집도 엿보인다. 좋은 기회다. 늦기 전에 영부인의 위상과 역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유쾌한 정숙씨’를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싶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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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 슈퍼문, 블루문, 블러드문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개기월식이 일어났다. 어제하고는 많이 다른 달. 내일 뜨는 것과도 아주 다른 달. 하지만 이목구비가 훤한 아나운서가 큰소리로 소식을 전해주어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먼 곳의 달은 충분히 멀리 있기에 달을 바라보는 사람과 사물 모두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어 주었다. 이날 밤 나는 심학산 아래, 사무실 베란다에서 이 현상을 지켜보았다. 가로수로 심어진 상수리나무와 귀룽나무 그리고 계수나무가 하늘을 우러르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달-지구-태양이 나란히 정렬하는 이 황홀한 우주 현상은 2037년에 다시 일어난다고 한다. 그때도 벌레 먹은 듯한 달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20년 후엔 벌레가 내 몸을 먹고, 눈에는 달이 아니라 흙으로 가득 찰지도 모를 일이다. 운 좋게 살아 있다면 침침한 육안으로 반드시 고개를 들겠다는 웅장한 약속을 했다. 아무튼 하나뿐일지라도 저 하늘에 저 달이 있기에!

하늘에는 별, 들판에는 꽃, 가슴에는 꿈. 달에 취해 방에 들어오다가 언젠가 광고에서 본 간지러운 문구를 떠올린 끝에 나의 생각은 곧장 천마산으로 내달렸다. 잃어버린 꿈이야 그렇다치고 모처럼 별의 이웃을 보았으니 꽃 생각이 사무쳤던 것이다. 입춘 근처라지만 꽁꽁 얼어붙은 머릿속에 꽃 이름이 뱅뱅 돌았다. 꽃에 입문하고 처음 찾았던 천마산. 꽃과 나무를 가까이하려고 노력하게 되면서부터 산이 그저 삼각형 모양의 흙덩어리만은 아니게 되었다. 춘천 갈 적마다 고개를 돌려 천마산의 구체적인 안부를 묻는다. 눈밭을 뚫고 명상하는 앉은부채는 한 소식 얻었을까. 계곡 바위틈의 매화말발도리는 안녕한가. 개별꽃은 옹기종기 나부끼고 있을까. 그리고 미처 이 자리에 소개하지 못한 큰괭이밥은 어느 응달을 밝히고 있을까. 뿌리에서 바로 뻗어나온 세 장의 삼각형 잎. 큼지막한 함지박 같은 꽃잎에는 올봄에도 실핏줄이 환히 도드라지겠지. 달에 드리운 지구 그림자를 보다가 지구에 떨어진 내 그림자를 밟으면서 생각해 본다. 한 해 한 번만 피는 꽃일지라도 저 풀들이 없었더라면! 큰괭이밥, 괭이밥과의 여러해살이풀.

<이굴기 |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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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은혜를 입고도 도리어 그 사람을 나무라거나 원망한다는 속담으로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망건값 내라 한다’가 있습니다.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는 사람이 있어서 누군가 목숨 걸고 뛰어듭니다. 구조된 사람이 가쁜 숨을 쉬면서 죽을 뻔했다고 안도하며 여기저기 더듬어보니 이마에 두른 비싼 망건이 찢어져 있습니다. 물에서 끌어내다 망가진 것 같습니다. 머리나 목 말고 팔이나 허리 잡고 나왔으면 안 망가졌을 거 아니냐고, 이 망건 어쩔 거냐고 물어내랍니다.

같은 속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내 봇짐 내라 한다’도 이와 같습니다. 나는 건졌으면서 내 보따리는 왜 못 건졌냐고, 그게 어떤 보따린데 당장 찾아내라고, 아까는 그저 살려만 달라던 사람이 두 발 동동거리며 구조자를 원망으로 윽박지릅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열쇠공도 아니면서 전문가를 불러 문 따는 기술을 배웁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긴박한 상황으로 문 부수고 들어가도 소방관이 수리비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집 다 타겠다고 빨리 꺼달라 난리쳐서 문 부수고 들어가 번지는 불 잡아주면 고작 이만한 불로 문 망가뜨렸다고 변상하라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법적으로 면책되지만 그 불가피를 입증하기란 또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방관이 사비로 보상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목숨 걸고 화마와 싸우고 나서도 압수수색에 수사까지 받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그 화재의 발단이 된 힘 있는 자들이 시선을 돌리고자 책임 전가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목숨에 이익까지 구하려는 배은망덕 물귀신들에게 사람 살리고 동네북으로 두드려 맞는, 땀보다 눈물로 더 젖는 우리 영웅들의 넓고 씁쓸한 등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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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바로 개설된 채팅방 수만 1만개가 넘는다는 ‘고독한 ○○○’ 시리즈 채팅방이다. 워낙 유행이라 그런지 ‘안 고독한 ○○○’ 방들도 여럿 보인다. 궁금해져서 몇 개의 고독한 채팅방에 들어가봤다. 누구나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답게 내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카카오톡 프렌즈로 프로필 사진을 정하고, 아이디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상대방도, 나도 서로에 대해 알 수 없을 뿐더러 알 필요도 없는 구조다. 스타, 다이어트, 뜨개질, 스키, 마인크래프트, 동네 맛집, 여행, TV 프로그램 등 취미생활이나 게임까지 없는 게 없다. 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친목 금지’와 ‘고독’이 콘셉트이기 때문에 대화는 NO, 사진만 OK라는 규칙을 갖고 있는 방들이 많다.

이 고독한 방들은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패러디한 방에서 시작해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는 ‘고독한 고양이’ 방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예인 방이 많아지면서 팬들이 만든 ‘고독한 ○○○’ 방에 해당 연예인이 직접 들어와 인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들어간 ‘고독한 김생민’ 방의 대화를 살펴보다가 <김생민의 영수증>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동방신기 덕질하며 내 집 마련하고 싶어요”란 사연이 떠올랐다. ‘덕알못(덕질을 알지 못하는 준말)’인 김생민이 이 방을 알았다면 ‘고독한 동방신기 방’에 참여하라고 해답을 제시했을지도 모르겠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잔뜩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스타와 직접 인사를 나눌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 채팅방이 덕질에만 유용한 건 아니다. ‘고독한 김생민’ 방에서는 김생민 뺨치는 절약 팁과 조언이 공유된다. “전동칫솔 사도 됩니까?”란 질문에 “이를 닦을 때마다 몸을 흔들 것”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각자 읽고 있는 책의 표지나 인용문을 올리는 ‘실속형’ 채팅방도 많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목적을 달성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셈이다.

신기한 방이 많아 몇 개의 방에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해 봤는데 살짝 귀찮은 것 외에 부담은 없다. 일반 그룹 채팅방에 초대되면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해 머리 아픈 경우가 많은데, 오픈 채팅방은 그런 피로감에서 자유롭다. 사진만 올라오니 누군가의 이야기에 답을 할 필요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오픈채팅방은 의도치 않게 타인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게 되거나 사소한 것까지 알게 되는 경우에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라는 뜻으로 요즘 많이 쓰이는 ‘TMI(너무 많은 정보/Too Much Information)’와는 좀 다른 맥락이다. 어쩌면 이 ‘고독한’ 방들은 ‘김무성 의원 탄생화는 로즈메리’ ‘푸틴은 용인대 명예박사’처럼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딱 맞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타인과의 불필요한 감정소모 없이 서로의 목적에 맞게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고, 내가 갖고 있는 자료를 나누는 한편 필요한 자료를 다 받으면 미련 없이 나갈 수 있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밴드,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까지 많은 SNS를 이용하면서 온라인 관계조차 신경써야 하는 요즘, 가장 마음이 편한 수단이라고 하는 표현이 더 맞겠다.

‘고독한’ 방들의 유행은 20대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쓸모없는 선물 교환’과도 닮았다. 주차금지 표시판, 구멍난 고무장갑, 보도블록, 짚신처럼 최대한 ‘쓸데없는 것’을 찾아 서로에게 선물하고 노는 놀이 말이다. 비용이나 시간 걱정 없이 다른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랜선 집사’ 놀이와 비슷한 기분으로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불특정 다수와 부담없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상품을 권유하지 않는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와도 비슷할 테다.

원하든 원치 않든 너무 많은 정보와 연결점에 지쳐있는 요즘, 나는 당분간 고립되지 않으면서 외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고독한’ 오픈채팅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고, 대답하고 싶을 때만 대답해도 아무 부담 없는, ‘고독’하게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다닐 수 있는 이 채팅방에서 말이다.

<정지은 |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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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위주 교육을 저차원적 교육, 입시를 넘어선 교육을 고차원적 교육이라 거칠게 단순화해보자. 주입식·암기식 교육을 저차원 교육, 창의력·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고차원 교육이라 해보자. 저차원적 교육을 넘어 고차원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에겐 이 당연한 과제가 사치스러운 일로만 여겨질 때가 많다. 학교의 현실 때문이다. 좀 심하게 단순화해 학교의 문제점을 드러내자면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저차원적 교육에서 보든 고차원적 교육에서 보든 학교는 교육기관이라기보단 사무행정기관에 가깝다.

학교는 교육 그 자체보다 교육에서 파생하는 사무·행정적 업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무엇보다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내려 보내는 사업과 행정업무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단순히 중요하게 여기는 선에 그치는 게 아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들어서 하고, 간단하게 해도 될 일을 복잡하게 한다. 조금 복잡한 것은 매우 복잡하게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만들어서 한다. 그래서 교육 그 자체로 향해야 할 교사의 관심과 에너지를 끝없이 소모하게 만든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료주의적 행정이 이러한 폐단을 강요하고 있으며, 사무·행정업무 위주의 학교제도와 조직체계가 그 폐단을 일상화한다. 교육은 몸통이고 사무·행정업무는 꼬리에 불과한데 학교에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주객전도 현상이 뿌리 깊이 고착돼 있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려면 교장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교장은 그 폐단에 눈을 감고 있다. 단순히 눈을 감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장서 그 폐단을 강화하고 심화시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왜 그럴까? 교장자격증제도와 그에 연계된 교장승진제도의 필연적 귀결이다.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한 승진점수는 어떻게 쌓을 수 있나? 나에겐 복잡하고 어렵기만 한데, 분명한 것은 교육 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아무런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에 바쳐야 할 관심과 에너지를 빼내어 다른 곳에 돌릴수록 승진점수를 쌓고 교장 자격증을 받는 데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교사들까지 그렇게 만들어야 그 유리한 정도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눈곱만큼에 불과하지만 교육부가 비중을 확대하려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극히 작은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승진제도를 옹호하는 세력의 반발이 거세다. 그들은 교장 자격증이 교장 자격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표인 것처럼 말한다. 허황한 소리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더 가깝다. “교장 자격증은 교육자인 교사가 교육자로서의 영혼을 상실해간 증표에 불과하다.”

지금의 교장자격증제는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의 소중함을 모욕하고 훼손하는 제도다. 다른 전문직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기괴한 제도다. 병원장이 되기 위해 의사에게 또 다른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고, 대학 총장이 되기 위해 교수에게 또 다른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경찰, 검찰, 법원 다 마찬가지다.

아주 조금에 불과하지만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교육부는 칭찬받을 만한가? 방침 하나만 보면 분명히 그러하다. 그러나 교장자격증제도와 교장승진제도 전반을 사실상 지금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하면? 칭찬은커녕 혹독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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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뇌를 사고와 지능과 종종 연관 짓는다. “머리가 나쁘다”는 표현은 지적 능력이 낮다는 의미로 쓰이며, “머리를 쓴다”는 표현은 뭔가를 외우거나, 어려운 것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사용한다. 감정이 심장이나 몸의 다른 부위에 있다고 여겨진 적은 있었지만, 이성이 뇌가 아닌 다른 기관에 있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던 적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뇌는 이성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도록 진보해 온 기관’이라고 오해되기도 한다.

■ 신경계가 생겨난 이유

신경계는 움직임을 돕기 위해서 존재한다. 생명체가 살아가려면 나에게 해로운 것(예: 천적)은 피하고, 내 생존에 유익한 것(예: 먹이)은 획득해야 한다. 움직이면 주위 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생물은 해로운 것이 나타날지, 유익한 것이 나타날지 잘 예측하고, 그에 맞게 피하거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신경계는 나중을 예측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신경계가 움직임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멍게류의 일종은 유생 시기에는 돌아다니면서 살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다가, 적당한 장소를 찾은 뒤에는 한 장소에 정착해서 움직이지 않고 살아간다. 이 생물은 돌아다니는 시기에는 신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정착한 뒤에는 신경계를 소화시켜서 없애버린다. 그래서 뇌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는 데 능하고, 미리부터 예상하는 데 탁월하다. 이런 능력은 살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뱀 한 마리만 보고도 다른 뱀들도 무서운 줄을 예상하고 조심할 수 있다. 사과 하나만 먹어보고도 다른 사과도 비슷한 맛일 거라고 예상하고, 사과를 살지, 배를 살지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다.

■ 범주화와 구분

이렇게 경험해보지 못한 일도 예측할 수 있으려면, 서로 다른 개별 사건을 범주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공신경망을 사용하는 인공지능(딥 러닝)을 통해서 뇌가 어떻게 개별 사건을 범주화하는지 살펴보자. 인공신경망은 신경세포를 모방한 단위들과, 이 단위들 간의 연결로 구성된다. 같은 입력을 주어도 연결 세기에 따라 인공신경망의 출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공신경망의 학습은 단위들 간의 연결 세기를 조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인공신경망이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게 하려면, 먼저 인공신경망에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수만장 입력한다. 인공신경망은 사진이 하나씩 입력될 때마다 입력된 사진이 개 또는 고양이라는 출력을 낸다. 이 출력이 맞는지 틀렸는지 피드백을 주면, 피드백에 따라 인공신경망의 연결 세기들이 조금씩 조절된다. 인공신경망의 출력이 맞을 때는 다음에 동일한 출력을 내기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틀렸을 때는 틀린 출력을 내기에 불리하고 정답을 내기에는 더 유리한 방향으로 연결 세기들이 조절된다. 이 과정에서 입력된 정보에서 자주 나타나는 조합이 추려진다. 예컨대 개의 사진에는 긴 코와 동그란 눈망울의 조합이, 고양이의 사진에는 짧은 코와 길쭉한 눈동자의 조합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신경망에서 범주는 이처럼 입력된 데이터 속에서 자주 나타나는 조합들로 두루뭉술하게 표현된다.

이렇게 얻어진 범주는 개별 사건을 구분하는 데 사용된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고 불명확할 때가 많다. 예컨대 어둠 속에 뭔가 나타났다면, 형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뇌 속에 있는 범주가 부족하고 불명확한 정보를 메꿔준다. 흐릿한 형체와 반짝이는 눈만 보고도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예상해서 고양이임을 알아보고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구별과 편견

안타깝게도 부족한 정보를 예상해서 메꾸는 뇌의 작용은 선입견과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신경망의 범주가 경험한 데이터에서 자주 나타나는 조합들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이 제한적이면 범주에 대한 인식도 편향된다. 예컨대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킬 때 다양한 품종의 고양이 사진과 흰 진돗개 사진을 사용하면, 이 신경망은 나중에 까만 셰퍼드를 접했을 때 고양이로 착각하거나, 개인 줄 모를 확률이 높다. 모든 사람의 경험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종, 성별, 직종에 대해 어느 정도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선입견이 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둘째, 입력된 데이터에 담겨있는 암묵적인 차별을 학습한다. 예컨대 흑인과 부정적인 단어의 조합이 백인과 부정적인 단어의 조합보다 더 자주 나타나는 데이터로 인공신경망을 학습시키면, 이 신경망은 흑인에 대한 편견을 학습할 것이다. 사람들이 쓴 글로 학습시킨 인공지능은 실제로 인종과 성별에 대한 암묵적인 편견을 습득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덕분에 사회의 암묵적인 편견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고작해야 문자 데이터만 학습했고, 독해력도 사람보다 부족한 인공지능이 저럴 정도라면,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이 우리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내면화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세계

범주는 대상을 빠르게 인식하도록 도와주기는 하지만 다채롭고 풍성하게 살아가기에는 좋지 않다. 세상을 틀에 박힌 시각으로 보고, 틀에 박힌 방식으로 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겨울이 매년 돌아오지만 해마다 조금씩 다르고, 한 상자 안의 귤들도 조금씩 다른 맛이 난다.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없고, 같은 사람도 그때그때 다르다. 심지어는 지루하다는 느낌에도 사람 따라 상황 따라 다채로운 색깔이 있다.

성별, 피부색, 직장, 학벌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뻔하고, 따분하고, 시시하다. 다채롭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재미있게 살자.

<송민령 |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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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최대 겨울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12개 경기장의 준비가 끝났고 개·폐회식 연습도 한창이다. 선수들도 입국하기 시작했고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도 현장에 배치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과 함께하는 겨울 축제다. 눈 내린 대관령의 산악 풍경과 강릉의 겨울 바다를 함께 즐기며 겨울의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세계인의 축제다. 이번 올림픽은 경기뿐 아니라 문화 행사, 강원도의 볼거리·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은 무엇보다도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스키의 린지 본, 남자 피겨의 하뉴, 여자 피겨의 메드베데바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 흑인 최초로 미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선발된 잭슨, 영화로 더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전이경이 코치를 맡은 싱가포르 쇼트트랙 선수도 볼거리다. 세계 최강 아이스하키 팀의 경기, 새로 채택된 빅에어의 화려함, 150m 이상을 나는 스키점프대의 스릴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선수를 응원하고 북한 팀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쇼트트랙의 심석희·최민정,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이승훈, 봅슬레이의 윤성빈 등이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이다.

또 북한의 참가로 다양한 볼거리가 생겼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과연 몇 승을 거둘지, 북한 선수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지 관심거리다. 이 밖에 북한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응원단의 공연과 응원을 지켜보는 것도 올림픽을 즐기는 새로운 맛이 아닐까 싶다.

평창에서는 문화올림픽의 향연도 펼쳐진다. 개회식에서는 ‘함께 만들어 가는 평화(Peace in motion)’, 폐회식에서는 ‘새로운 물결(New wave)’이라는 주제로 조화와 융합의 축제를 펼친다. 평창 문화올림픽은 ‘날마다 문화가 있고 축제가 되는 문화올림픽’이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는 메달 수여식은 물론 K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벌어진다.

문화ICT관은 백남준 미디어 아트 작품 전시, 이우환 등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전, 동계종목 5G 체험 등이 가능하다. 또 강릉아트센터 등에서는 <안나 카레니나> <난타>, 대관령음악제, 강원비엔날레 등 각종 문화행사도 열린다. 코카콜라, 삼성, 알리바바,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의 대형 홍보관도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올림픽을 즐긴다는 것은 볼거리, 먹을거리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강원도는 설악산, 대관령 등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 월정사와 낙산사 같은 고찰, 경포대나 정동진의 해맞이, 바다부채길 트레킹, 강릉째즈프레소의 커피축제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평창에는 세계음식문화관이 생겨 강원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 뿐 아니라 16개 대사관이 추천한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대관령 한우와 황태국, 오삼불고기, 동해바닷가 회를 맛보는 것도 스포츠를 통한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로 평창, 강릉, 정선에서 열리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참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눈과 얼음 속에 펼쳐지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열정과 함성 속에 강원도의 겨울 맛과 멋을 즐겨보길 기대한다.

<김주호 |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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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KBO 총재로 일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나는 취임사에서 프로야구가 모든 국민의 ‘힐링(healing)’이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프로야구의 산업화와 비즈니스 모드 정착, 클린베이스볼 구현, 아마야구 적극지원 등을 약속하고 임기 3년의 기본 로드맵도 명확히 했다. 물론 구단, 선수, KBO가 탄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져 팬들의 사랑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유별난 야구사랑 때문에 언론에서는 “베이스볼 키드가 프로야구 수장이 되었다”고 평한다. 사실 총재 제안을 수락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에서 동반성장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익공유제가 자리 잡고 있다. 프로스포츠 분야에는 이익공유를 통해 동반성장에 성공한 좋은 모델이 있고 그 적용범위도 확대 추세다.

이익공유와 관련한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자본주의 경제원리에 어긋난다”는 비난부터 “국가단위에서 실현한 나라가 없다” “공유할 이익의 측정이 어렵고, 기준도 애매하다”까지 논쟁 지점도 다양하다. (기업 내부의 이익공유와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기업이익은 주주 몫인데 왜 그것을 다른 생산주체와 나눠야 하는가?”일 게다.

이 질문이 타당하려면 생산에 참여한 주체들의 기여도가 투명하여 정확하게 측정되고, 그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한다. 각 생산주체의 기여도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았음에도 주주가 자기중심적으로 분배를 요구한다면 기업이익을 독식하려는 욕심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중소기업 간의 이익공유는 대기업이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협력중소기업에 돌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 진출, 그리고 고용 안정을 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의 수익률은 9%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가 안된다. 갈수록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는 지금 기업생태계 간의 경쟁시대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도요타+협력업체, 현대자동차+협력업체가 경쟁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한배에 동승한 운명공동체다. 이대로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익공유는 반시장적 사회주의 발상이 결코 아니다. 이익공유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 태동기 때 처음 도입되어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후 부분적으로나마 롤스로이스, 크라이슬러, 캐리어 등에서도 실현되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니 샌더스 모두 이익공유가 미국산업 전체에 적용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렇다고 미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우리보다 앞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공유를 실천해왔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시장경제의 전범(典範) 국가인 미국에서 프로스포츠가 이익공유를 적극 활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볼품없었던 미식축구리그(NFL)는 이익공유를 실천하면서 전 세계 프로스포츠의 왕 중 왕 자리에 올랐다. 각 구단의 TV중계권료, 상품화 및 특허사용계약료 그리고 광고료 전액, 구단별 경기장 티켓수입 40%를 거둬들여 다시 32개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이익공유를 실시하면서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발전했다.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스포츠 구단 가치 ‘톱11’에 NFL팀이 6개나 속하고, 32개의 NFL 구단 모두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개 스포츠 구단에 올라 있다. 한마디로 NFL은 세계에서 최고로 부자일 뿐 아니라, 모든 구단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도 NFL의 동반성장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 연구 중이다.

이러한 NFL의 이익공유 모델은 미국의 다른 스포츠 리그로도 퍼지고 있다. 빅 마켓 구단과 스몰 마켓 구단 간 격차가 큰 메이저리그(MLB)도 ‘분배’를 늘리는 추세다. 2003년부터 구단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한 ‘통합세일’제도를 도입하여, 각 구단수익 일부를 거둬 균등하게 배분하기 시작했다. MLB 산하 30개 구단의 입장료 및 지역방송권료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을 갹출해 모든 구단이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대신 리그사무국이 정한 선수 연봉한도(2018년 1억9700만달러)를 초과한 팀들은 ‘사치세(luxury tax)’를 내야 하며 수익을 분배할 때 할당이 줄어든다. 사치세와 관련해 연봉한도를 2021년까지 조금씩 늘리되, 한도를 넘기면 드래프트에서 많은 불이익이 주어진다. 이런 장치들은 수익이 좋지 않은 비인기 구단의 경쟁력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해서다. 자금 부족이 성적 하락으로 연결돼 만년 하위 팀이 고정되면 흥행부진으로 이어져 리그 전체의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에는 양보와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혁신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NFL이나 MLB가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리그, 구단, 선수가 동반자 관계를 맺어 성장을 위해 서로 힘쓴 결과 세계적인 부자구단이 되었고, 리그 전체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성공의 비밀은 이익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천한 데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이란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도 미래에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 했다.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시대나 기술의 진보에 따라 변화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장점이 아닌가?

이익공유가 자본주의 경제에 맞는지 여부에 언성을 높이기보다 정부나 기업이 대승적 자세로 이런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실천방식이나 적용범위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우리 현실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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