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회사 일을 마치면 홍대로 향했다.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던 세월이었다. 회식 날짜가 대부분 금요일 저녁이다 보니 다음날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늦잠과 낮잠으로 이어지는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지나면 다시 종로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다행히도 내겐 6일간의 어지러움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바로 ‘Mythos’였다.

1990년대 중반 무렵의 홍대는 소비지구로서의 정체성이 흐릿하던 동네였다. 살인적인 보증금과 월세도, 관광객의 잦은 발걸음도, 술집의 난립 현상도 없던 고즈넉한 동네였다. 당연히 주택가의 비율이 상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아담한 카페가 주택가와 어울려 지냈다. 홍대정문길에는 이런저런 책방이 모여 있었고 젊은 예술가의 작업실 겸 보금자리가 터를 잡고 있었다.

당시 홍대에는 다양한 음반점이 포진 중이었다. 중고음반점 ‘루시 앤 루카’, 재즈전문점 ‘온리 재즈’, 형제가 운영하던 ‘미화당 레코드’, 일렉트로닉음악 전문점 ‘시티 비트’, 지금까지도 홍대에서 영업 중인 ‘메타복스’가 그곳이다. ‘Mythos’는 아트록의 전도사라 불리던 성시완 대표가 운영하던 음반매장이다. 강남에서 ‘시완 레코드뮤지엄’이라는 음반점을 열었다가 1993년 7월에 홍대로 매장을 옮긴 상태였다.

올리버 색스의 책 <뮤지코필리아>에서는 음악을 들으면 색채가 떠오르는 능력을 가진 이들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 시절 ‘Mythos’는 한여름 나뭇잎의 색채를 띠고 있었다. 소개한 장소는 아트록 음반을 주로 취급하던 가게였다. 홍익대학교 정문을 마주 보고 걷다 보면 오른편 골목길에 위치한 음반점. 특이하게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입장하는 구조였다. 슬리퍼로 갈아신고 마룻바닥을 디디는 촉감이 썩 괜찮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왼편에 시완레코드사에서 자체 제작한 수십장의 CD가 걸려 있었다. 계산대를 지나서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LP 코너가 위치했다. 다양한 장르의 위탁 음반의 판매도 ‘Mythos’만의 특징이었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영국 포크음악이 조금씩 알려지던 때였다. 관련 수입음반이 가장 많았던 이유도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이유였다.

이곳은 오래 머물러도 심리적 부담이 없는 푸근함이 장점이었다. 매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사람들과 음악감상동호회를 만들었다. 일요일 오후면 지인이 운영하던 홍대 음악카페에 모여 감상회를 열었다. 이후 FM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동호회를 소개하고 제리 가르시아와 앨리슨 크라우스의 음악을 선곡했다. 당시 친구들은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중고음반점, 오디오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 중이다.

21세기는 음반업자에게 재앙이나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영원할 것 같던 LP와 CD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음반시장에 혹한기가 불어 닥친다. 음반매장이 차례로 사라지면서 홍대의 풍경도 점차 퇴색된다. 음반점과 서점 등의 문화적 상징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소비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매장이 들어섰다. 당연히 홍대지구를 찾는 방문객의 성향도 변해갔다.

2006년 9월. 경영난으로 ‘Mythos’가 문을 닫는다. 이후 동교동 지역으로 매장을 이전하지만 예전의 활기찬 모습은 되찾을 수 없었다. 일부 음악광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오래된 음반을 찾지 않았다. 언제나 편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그만큼의 열정이 바닥 아래로 가라앉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접근하던 음악이 클릭 한 번으로 가동하는 디지털 덩어리로 변했다.

몇년 전부터 홍대에 음반점과 독립서점이 다시 들어서기 시작했다. 아날로그문화의 재림이 반갑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는 ‘Mythos’ 앞을 지나친다. 그곳에서 구입한 음반들. 그곳에서 마주친 인연들. 그곳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후의 풍경들. 그렇게 홍대 음반점과 얽힌 추억은 푸르스름한 빛깔의 화석으로 남았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 <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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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외식업 창업 설명회나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가본다. 요즘 유행인 음식이나 창업 유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의 고전 분야인 치킨점과 카페 말고도 세탁소와 청소업체 등 그 영역은 다양하다. 음식 영역으로 국한하자면 근래 수제버거 열풍이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 선수인 햄버거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버거킹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점유하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곳까지 햄버거 가게가 들어오나 싶을 정도로 동네 곳곳에 ‘맘스터치’가 들어섰다. 미국의 고급 햄버거인 ‘쉐이크쉑 버거’의 진출도 화제였다. 그러다 비교적 신생 업체인 ‘토니버거’ 창업설명회가 열린다 해서 찾아가본 때가 작년 겨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명사였던 ‘카페베네’의 창업주 김선권씨가 카페베네 경영에 실패하고 창업한 곳이어서 더욱 궁금했다. 게다가 그 즈음 &lt;월계수 양복점&gt;이라는 주말드라마에 조연급 남자 배우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나오면서 간접광고도 시작하던 차였다.

설명회가 열리는 빌딩은 오며가며 익숙한 곳이었다. 지금은 기업회생절차까지 신청한 카페베네의 본사가 있던 청담동의 그 빌딩이었다. 카페베네의 총본산이었던 그 빌딩 1층에는 토니버거의 본점 격인 청담점이 성업 중이었다. 창업설명회를 들으러 가는 길에 일단 장사가 잘되는 토니버거 본점을 눈에 담고 들어가게끔 코스가 짜인 셈이다. 창업설명회에 꽤 많이 다녀본 터라 대충 이력이 나있지만 햄버거 분야는 생소했다. 워낙 대형업체 중심이어서 창업설명회라는 것을 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꽤 큰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뛰어들 수 있는 창업시장이 햄버거였다. 프라이드치킨 반 마리만 한 햄버거 패티가 빵(번)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인 토니버거를 하나 사먹고 들어갔다. 성장세에 있는 버거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다음엔 회사의 비전, 즉 본격적인 유혹의 손길이 훅 치고 들어왔다. 음식 기술이 없어도 며칠만 배우면 다 팔게끔 만들어준다는 말은 이 분야의 경구에 가깝다. 그저 포장만 뜯어서 순서대로 쌓으면 된다고 말하니 ‘기술부족’에 대한 두려움을 넘게 해준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최강점인 홍보 전략을 앞세운다. 원조 한류스타가 지상파 광고도 찍는다며 지면촬영 중인 송모 배우의 홍보영상을 계속 보여주었다. 그런데 몇 달 뒤 막상 드러난 토니버거의 광고 모델은 그가 아니었다. 식당 경영을 하는 한 예능인을 앞세워 “너무 커, 너무 길어”라는 노래가 반복해서 나오는 코믹 콘셉트로 바뀌었고 그나마도 프라임타임에 배치되지 못했다. 그날 설명회에 참여했던 몇몇은 이미 창업을 결심한 듯 보였다.

100호점 개점을 연내에 달성하겠다고 했던 토니버거는 결국 70호점으로 정점을 찍고 폐점이 이어졌다. 이제 40여개의 매장만 남아 버티고 있다. 계약서와는 달리 과한 물류비를 떼어가고 미진한 홍보로 어려움을 겪는 토니버거 가맹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김선권 대표를 제소했다. 어제 청담역에 내려 작년 토니버거 설명회를 들었던 빌딩 앞에 섰다. 이미 집기들마저 다 치워진 토니버거 본점은 폐업 상태이고, 본부는 청담동이 아닌 송파로 옮겼단다. 김선권 대표는 시가 30억원대 아파트를 경매시장에 내놓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날 내가 나누었던 토니버거와의 대화는 ‘꿈의 대화’였나. 김선권 체제하에 카페베네 점주들이 겪었던 공포영화의 재방송을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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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행사를 했다. 열병식은 행사시간이 지난해보다 단축됐고, 규모도 축소됐다. 북한은 또 외국 언론을 초청하지 않았고, TV 방영은 생중계 대신 녹화 화면을 중계했다. 지난해 김일성 주석 105번째 생일인 4월15일에 개최한 열병식에 외신기자 130여명을 초청하고, 조선중앙TV가 생중계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북한 열병식에 신형 추정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장

그러나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공개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침략자들이 우리 존엄과 자주권 0.001㎜도 침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터라 내부에 확인시키기 위해 공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열병식이 양면성을 띠었다고 할 수 있지만 대외공개를 자제한 흔적이 뚜렷한 만큼 국제사회를 향해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보긴 어렵다.

북한이 이처럼 열병식을 예년에 비해 소리 나지 않게 치른 것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평창 올림픽 개최기간 중 휴전을 결의했고, 한·미가 합동훈련을 연기한 것에 대해 나름의 성의표시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도록 한 데 이어 열병식을 비교적 ‘조용하게’ 치른 것이 국제사회에 주는 신호는 명확해 보인다. 평창 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협력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9일 항공기편으로 내려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을 접견하기로 했다. 김여정의 방남으로 남북대화와 관계 복원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 상황에 전기를 마련할 시·공간의 성격을 띠게 됐다. 북한이 이를 최대한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북·미관계에서도 모멘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북한 외무성 국장이 8일 “북측 대표단이 미국 측과 만날 의향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은 북한에 이롭지 않다. 한국 정부도 북·미 양측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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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회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대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0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올림픽의 지고지순한 가치인 ‘평화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전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고,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올림픽 참가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단박에 ‘올림픽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전쟁으로 인한 공멸을 피하려고 고심 끝에 4년 간격의 올림픽 제전을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을 구현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두 개의 대표단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으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포츠가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 한번 연다고 금방 평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간만이라도 갈등과 반목을 잠시 멈추고 화합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남북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좋고 소통도 잘되어 마치 한가족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아이스하키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의 평가가 가슴에 와닿는다. 먼저 소통하고 신뢰가 쌓이면 전쟁도 막을 수 있다. 이제 어렵사리 마련된 평화와 화합의 토대에서 그동안 흘려온 땀의 결과를 즐길 때가 됐다.

국내팬들은 단일팀이 1승 이상의 성적과, 한국 선수단의 금 8개 획득과 종합 4위 달성 등을 응원할 것이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강하게’가 올림픽 표어인 만큼 최고를 갈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높은 가치는 열정과 노력 그 자체이다. 이번 대회에는 난민 출신인 섀넌 아베다(에리트레아)와 벤스니크 소콜리(코소보·이상 알파인스키), 아프리카판 ‘쿨러링’인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 역시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쇼트트랙)와 말레이시아(알파인스키·피겨) 선수들이 나온다. 이 밖에 45세의 빙상선수(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도, 청각장애 봅슬레이 선수(김동현) 등도 출전한다. 팬들은 이들의 당찬 도전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약물 복용 전력이 드러난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평창은 덕분에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선수들의 첫 번째 대회로 올림픽 역사에 남을 수 있다. ‘가장 깨끗한 선수들의 가장 깨끗한 경쟁’이 펼쳐지기를 성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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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시대, 혼밥족을 위한 공간. 바로 편의점을 빗댄 말이다. 어느 순간 거리마다 편의점이 없는 곳이 없다. 너무 많다 보니,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편의점은 정말 다양하다. 도시락과 같은 제품부터 택배와 은행 그리고 세탁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흡연자 절반 이상은 담배 구입을 위해 편의점을 찾는다. 그만큼 편의점은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점은 언제부터 우리 주위에 자리 잡았을까. 1989년 5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물건을 파는 가게가 서울 송파에 생겼다. 당시 언론은 ‘구미식 구멍가게’ ‘심야 만물 슈퍼’란 별칭을 붙여 소개했다. 30년 전 편의점의 시작이었다. ‘편의점 왕국’ ‘편의점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1974년 도쿄에서 세븐일레븐이 처음 문을 열었다. 사실 1927년 미국 텍사스에서 처음 개점할 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는 뜻으로 ‘세븐일레븐’이라고 상호를 정했지만, 이후 거짓말이 되었다.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편의점 1개당 인구는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비해서도 많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퇴직자 사이에서는 ‘만만한 게 편의점’ 운영이었다. 창업비용이 여타 프랜차이즈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한때 편의점은 ‘퇴직자의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편의점 수익률은 점차 하락세다. 전체 시장은 커졌지만, 점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은 점점 줄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가맹본사에 내는 로열티가 인건비보다 많은 곳도 있다. 그래서인지 “더는 못 버텨”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연중무휴 24시간 의무영업’ 가맹계약에 따라 손님이 없는 심야시간에도 영업을 해야 한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본사 눈치를 봐야 하는 점주들은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 건강이 악화되어 폐점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가맹본부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 때문이다.

자주 가는 동네 편의점 사장에게 물어보니 지난 몇 년간 명절에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다고 한다. 2013년 개점을 했으니 잘 버틴 편이다. 그런데 2013년은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주들이 생활고로 잇단 자살을 하던 해다. 국내 최대 편의점 대표가 대국민 사과까지 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을 명시한 것의 조정을 피력한 정도다. 가맹본부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가맹점주의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은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

오히려 가맹본부는 심야시간이나 명절 연휴기간 영업은 고객들이 더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댄다. 본질이 아닌 이유들이다. 그래서 편의점 영업시간 단축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주의를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편의점과 비슷한 독일 ‘키오스크(Kiosk)’는 매주 일요일 정기 휴점이다. 최근 일본 패밀리마트는 고객이 적은 점포를 대상으로 심야시간 영업 중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토를 비롯해 6개 지자체는 편의점 영업시간 규제도입 시도도 했다. 프랑스는 독립 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상할 권한까지 주고 있다.

유럽 몇몇 나라들은 아직도 일요일 정기휴점을 유지하고 있다. 공항이나 관광지 등 일부 예외지역을 제외하면 영업시간도 규제한다. 영업시간 규제나 의무휴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사회적 배경 이외에도 노동자와 중소 상공인들의 건강 보호 때문이다. 편의점 점주나 가족들은 1주일에 65시간 넘게 일한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은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들이 더 심각하다. 이제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 소박하지만 명절 하루라도 편의점 점주들이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심야영업 시간의 조정 정도는 검토해야 한다. 그리 어렵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편의점 명절 휴점’ 조항을 추가하면 된다. 물론 시민과 고객의 불편함은 있다. 그래서 과거 동네 약국처럼 지역 거점별로 순번을 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한 번의 불편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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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듯이 대화와 협상의 실마리가 잡혀 평창이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남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강경파의 도를 넘는 북핵 관련 발언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들의 문제를 일일이 짚을 여유는 없지만 강경론이 공유하는 암묵적 전제, 즉 미국의 선제예방타격을 포함한 효과적인 제한 전쟁이 가능하다는 전제는 냉정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숨이 걸린 터에 설령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따져 봐야 할 일이며, 모두가 합리적이고 온당한 결론을 찾아내야 할 관심사이다.

실제로 선제타격이 벌어지면 북한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북한도 재래식 무기로 제한적인 응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통제된 무력충돌도 휴전선 이남에서는 군사적 피해 외에 증시 폭락과 환율 급상승, 외국인의 국외 탈출 소동 등 감당하기 힘든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선제타격하려 했을 때 목표물은 단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의 미군은 다수의 목표를 동시에 파괴해야 한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나 지하 요새의 특성 때문에 목표물의 숫자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겠지만, 여하튼 스텔스 폭격기와 크루즈 미사일은 복수의 군사목표를 해치워야 한다.

여기서 꼭 던져야 할 물음이 있다. 선제타격이 제한적이라고 미국이 공언한들 공격당한 북한군 지휘부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최첨단 무기가 자신의 군사 시설 여러 곳에 한꺼번에 퍼부어질 때, 이를 국지전으로 간주하고 자제할 수 있는 군대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다. 파괴할 목표가 하나뿐이었음에도 1994년 미국이 공격을 단념한 까닭을 돌아봐야 한다.

북한은 민간인 살상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2010년 연평도에 수백발의 포탄을 퍼부었고, 실제로 해병대원 외에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다. 선제공격을 당하고 얌전히 참을 정권이 아니다.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만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와 핵미사일의 사용 가능성까지 열릴 것이다. 선제타격은 개방된 산업국가인 대한민국 경제가 마비되고 말 각본이며, 전쟁의 승패는 무의미해진다.

한반도에서 선제 군사행동은 전면전을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1953년 7월에 겨우 중지한 전쟁이 60년도 더 지나 다시 시작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여기까지는 굳이 군사나 국제관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불 보듯 훤하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날선 위협은 그냥 엄포일까? 아니면 추가 무기구입을 압박하거나 FTA 재협상에서 큰 양보를 얻으려는 ‘북한 카드’에 불과할까? 그것도 아니면 남의 땅에서 벌어질 엄청난 살상극은 미국 영토 밖이라서 상관없는 걸까? 미 본토에 대한 핵 위협 문제까지 논의해야 할 이 대목부터는 전문적 판단이 필수이지만, 방귀가 잦으면 어찌 된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른다. 행동에 옮기지 못할 엄포도 반복하며 수위를 높이다보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전문가 중에도 예방타격을 반대하는 강한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양국 언론이 믿을 만한 취재원을 통해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까지 마친 사실을 다 확인한 후에 느닷없이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하는 유례없는 불협화음마저 거듭되면 불안정한 한반도는 예측 불가능한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위를 평화적인 방법에 기대는 것은 상식이며 외길 수순이다. 물론 겉으로는 아무도 대화와 협상을 부정하지 않지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와 ‘조건 없는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평화적 방식만이 유일한 길이라면 조건 없는 북·미대화(와 다자간대화) 또한 유일한 길이다. 이렇게 외길뿐인데도 미국의 강경 기류에 맞장구치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는 국내의 일부 정치인, 언론과 지식인을 보노라면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촛불시민혁명의 거센 파도 앞에 궤멸에 직면한 수구냉전세력이 대규모 무력충돌이 가져다줄 정세 역전의 헛된 단꿈을 꾸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여야 정치권이 어느 쪽의 선제 군사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포함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만장일치의 국회 결의안이라도 채택할 때이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녕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널리 세계에 알려야 할 엄중한 시기인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다면 언론도 같은 길을 가야 한다. 국회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도 모순되지 않고 북의 교활한 전술에 휘말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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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쓰이는 영어, 즉 콩글리시의 대표선수가 파이팅(fighting)이다. 핸드폰(cell phone)과 더불어 이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까지 이 말을 따라 쓴다. 영어의 동사 ‘fight(싸우다)’의 명사형인 이 말에는 응원이나 격려한다는 의미가 없다. 한국인들이 쓰는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은 ‘고(Go·가자!)’다. ‘한국, 파이팅’은 ‘Korea, Fighting’이 아니라 ‘Go, Korea’라고 해야 맞다.

표준국어대사전도 ‘파이팅’을 등재하면서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라고 소개한 뒤 ‘힘내자로 순화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싸운다는 뜻만 들어 있는 만큼 외국인, 특히 영어를 쓰는 상대팀에 적대감을 심어준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결혼식장은 물론 찬송가를 부를 때도 파이팅을 외친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전의를 불태우는 한국은 ‘전사의 나라’인가? 국립국어원이 ‘아자’라고 했다 다시 ‘힘내자’로 순화했지만 한국인들은 여전히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의 구호를 ‘아리아리’로 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에게 “새롭게 미래를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는 순우리말”이라고 소개한 뒤 아리아리를 제창했다. 아리아리는 평생 우리 민중의 정서를 담은 말을 찾아내 복원하고 있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수십년 동안 써온 말이다. 백 소장은 ‘길이 없으면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을 것이면 길을 내자’는 말로 아리아리의 뜻을 푼다. 백 소장은 모임 끝자락에 “쳐라쳐라 이어차~” “질라라비 훨~훨~”과 함께 아리아리를 불림(구호)으로 외치는데, 그때마다 좌중의 흥이 파도처럼 일어난다. 아리랑의 고장 강원도 정선의 작은영화관 이름에도 ‘아리아리’가 붙어 있다. 이만하면 ‘파이팅’인지 ‘화이팅’인지도 헷갈리는 외래어를 대체할 만하지 않은가. 

30년 만에 한반도에서 다시 한번 인류의 제전이 펼쳐진다. 남북이 한반도 깃발 아래에서 함께 아리랑을 부르고 아리아리를 목청껏 외치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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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참으로 추웠다. 살을 에는 추위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올겨울 한파는 바로 기후변화 탓이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화된 탓에 북극의 찬 공기가 한국이 속한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역설이다. 한파가 말해주듯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 북극곰이 사는 저기 먼 곳의 일만이 아니라, 현재 여기서 일어나는 우리 문제다. 최근 들어 부상한 심각한 환경문제는 미세먼지다. 일상에서 직접 체감하는 미세먼지는 훨씬 우려스러운 문제로 다가온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이 두 문제의 발생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화석연료다. 기후변화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주된 원인물질이고 미세먼지도 화력발전이나 차량 운행에서 상당 부분 기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석탄화력발전과 경유 연소가 주요 원인이다. 두 문제 모두 절약과 효율 향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늘려나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전기나 도시가스, 자동차 연료 형태로 에너지를 직접 소비하기도 하지만 모든 물건이나 먹거리를 만들고 수송할 때, 또 소비하고 남은 쓰레기를 처리할 때도 에너지가 필요하니 우리 삶은 에너지 소비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다른 환경문제와 달리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부 산업시설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전체가 발생원이란 점도 닮았다. 해결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포함해서 소비 규모를 줄이며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늘려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직접 규제도 필요하고, 사회·환경비용을 반영한 세금 부과와 시간·계절에 따라 차등을 두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 등 전기요금체계 개편도 필요하며,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을 위한 유류세 개편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개개인의 실천도 중요하다. 효율 높은 제품을 사용해서 서비스 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도 있지만 작은 관심과 실천만으로 바로 줄일 수 있는 에너지 소비도 적지 않다.

생활 속 사례, 하나: 요즘은 가는 곳마다 화장실에 비데용 변기가 설치되어 있기 일쑤다. 대개 변좌도 온수도 온도가 ‘고’로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비데용 변기 플러그를 사용하지 않을 때 뽑든지 절전형 스위치를 연결해서 꺼두거나, 적어도 온도를 ‘저’로 낮춘다면? 아낄 수 있는 전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둘: 나는 직업상 회의 참석이 많다. 언제부턴가 회의와 세미나, 토론회 등에 가면 생수병에 항상 종이컵을 얹어서 내놓는다. 그렇게 해야 예의 있는 차림인 것처럼. 종이컵을 쓰더라도 두고 온 생수병에 남은 물은 모두 버리는데도. 종이컵만 줄여도 생활폐기물 발생이 확 줄 것이다. 셋: 올겨울 한파에도 불구하고, 실내 온도가 높아 여기저기서 땀을 흘릴 지경이었다. 내복을 입은 이에겐 불편을 넘어 불쾌할 정도로.

넷: 심지어 전문가들도 실천에 인색한 경우들이 있다.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운전을 선호하고 연비 낮은 큰 차나 경유차를 모는 전문가도 있으니까. 대중교통은 누구더러 타란 건지.

어디 이뿐이랴? 지면상 다 나열하기 힘들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덧붙일 만한 사례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해결을 위한 비용은 지불할 생각도 없이 전기요금 정상화나 경유세 인상에 반대한다면, 낭비가 되든 말든 그냥 예전 그대로 편하고 편리하게 살기만 바란다면, 이 문제들은 누가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제도와 정책 모두 제대로 바뀌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그 어느 것도 해결하기 어렵지 않을까?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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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째날 영화관에 간 것은 육십 평생 처음이다. 그렇게 서둘러 간 이유는 &lt;그것만이 내세상&gt;(그내)에서 서번트증후군이란 이해하기 힘든 천재성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폐성 발달장애인에게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lt;레인맨&gt;보다 뛰어난 정말 좋은 영화이다.

&lt;레인맨&gt;은 서번트증후군이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그내는 서번트증후군을 피아노를 통해서만 표현하여 천재성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악보를 볼 줄 모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머릿속에 악보를 입력시켜 피아노 건반과 유희하듯 행복하게 연주하는 주인공 오진태는 우리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다.

그내는 자폐성 발달장애인의 천재성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우리 가정 문제를 잘 드러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동기를 아버지 폭행으로 공포스럽게 보내며 주먹을 사용하는 복서가 되고, 40살 가까이 되도록 거처할 곳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런데 여기에 장애인 가정 문제를 첨부하였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발달장애 아들을 위해 엄마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게 된다. 장애아 부모 소원이 장애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는 것이지만 엄마의 소원은 무참히 깨진 것이다. 엄마는 큰아들을 버렸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큰아들에게 동생을 보살펴달라는 부탁도 하지 못하고 자기가 죽으면 진태는 시설에 갈 테니 가끔 찾아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봐달라는 유언을 한다.

친형제들도 장애 형제를 돌보지 않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그 유언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내 마지막에 형이 동생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장면이 있어 엄마의 유언이 지켜질 것이란 따스한 안도감을 준다. 그내는 &lt;말아톤&gt;이나 &lt;맨발의 기봉이&gt; 같은 장애인 영화가 아니다. 그내는 상처투성이 가족이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족 영화이며, 절단 장애를 갖게 된 유명한 피아니스트와 집주인의 고3 딸이 진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여줘 인간의 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착한 영화이다.

2013년 방영된 드라마 &lt;굿닥터&gt;도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자폐성 장애인이 외과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방영 당시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lt;굿닥터&gt;가 2017년 미국 ABC방송국에서 리메이크되어 지난해 미국 드라마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드라마 1위를 기록하였다. 평론가들도 &lt;굿닥터&gt;를 선물과 같은 드라마라고 호평하였다. 이제 전 세계가 착한 스토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내 같은 영화에 이병헌이라는 세계적인 스타가 등장하며 착한 영화의 서막을 열었다.

&lt;굿닥터&gt;나 &lt;그것만이 내세상&gt;을 만들어낸 우리나라는 착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가족 문제로 잘 녹여낸 그내가 2018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다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장애인예술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2018 평창 장애인올림픽에는 그보다 더 착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가장 감동적인 드라마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착한 영화, 착한 올림픽으로 전 세계에 감동을 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선하디선한 착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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