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의 영향력이 전방위적이다. 파죽지세로 검찰·문화예술·대학·종교계를 거쳐 급기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성들의 변화에의 열망은 거세다. “말하고! 소리치고! 바꾸자!” 지난 4일 광화문광장은 3·8세계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미투와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팻말을 손에 든 여성들은 “연결하고 연대해 더욱 강해지고 최종적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외쳤다.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진 여성들의 응원과 지지는 서 검사를 지켜냈고 또 다른 미투 동참자들이 증언대에 서는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Me Too #With You'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미투 운동은 곧 위드유 운동이다. 말 그대로 ‘나도(MeToo)’는 누군가와 동조해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윤택이나 안희정 지사 등을 고발했던 미투 동참자들은 “후배를 위해 나섰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올린 댓글과 증언 때문에 자신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또한 자신이 나서면 침묵하던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하지만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조직 내에서 위드유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조직은 통상 성폭력이 발생하면 덮는 데 급급해왔다. 훼손된 피해자 여성의 존엄성보다 기관 전체의 위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사건을 처리한다 해도 상황은 피해자 여성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간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흘리며 주변 지지자들을 모아 광범위한 동맹을 결성한다. 남성이 우위에 있기 마련인 성별권력체계와 비민주적 위계문화, 거기에 “남 일에 나서지 말라”는 ‘쿨’한 생존방식이 더해지면서 보통은 약자의 어려움과 고통에 슬쩍 눈을 감는다. 각종 인맥과 권력으로 엮인 독점적 카르텔의 수혜자는 어이없게도 상급자 남성이기 십상이다.

안 지사의 성폭행을 고발했던 수행비서는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챈 한 선배에게 얘기를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녀는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고, “국민들이 저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거대한 공공기관에서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눈물겨운 호소에 가슴 한편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관과 동료 검사들이 뻔히 지켜보는 데서 성추행을 당한 서 검사도 경우는 마찬가지다. 뿐이랴. 경남경찰청 소속의 한 여성경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를 도왔다가 “사건을 조작했다”며 ‘꽃뱀’ 취급을 받고 감찰까지 받는 고초를 겪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프랑스의 정치가 레옹 부르주아는 “인간사는 거대한 채무관계”라고 했다. 주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란 뜻일 게다. 인권의 가치에는 자유, 평등과 함께 위드유의 다른 이름인 연대가 포함된다. 개개인의 자유와 평등은 공동체 내에서 연대라는 상호의존적이며 호혜적인 동력을 통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드유는 사소하고 작은 실천에서 출발할 수 있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가 말했듯이 권력관계의 하층에 놓여있는 피해자는 ‘NO’라고 말하기 힘들다. 피해자 옆 주변인의 말 한마디나 기민한 대처가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먼저 일과 후 회식이나 술자리 관행을 재고하자.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이 농담의 이름으로 나오려 하면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라며 탁 끊어주자. 잘못된 관행에는 “더 이상은 아니야”라는 경고음을 보내자. 성차별적 농담이나 음담패설이 오갈 때면 함께 가담하거나 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인권과 젠더 감수성을 갖춘 상급자의 말이라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성폭력이 발생한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일 중요한 일은 피해자에게 공감하며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일이다. 자책감을 부추길 수 있는 괜한 말은 금물이다. “설마, 그럴 리가”와 같이 사건을 예단하는 표현은 삼갈 일이다.

위드유의 실천은 각 개인의 성향과 고통에의 감수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성폭력이라는 범죄를 겪고 공포와 불안에 떠는 피해자가 개별적인 동료의 공감능력과 도움에만 의존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 빈 구멍을 메우는 일은 국가의 몫이다. 피해자가 더 이상 꽃뱀으로 몰리지 않고 2차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상처를 치유받고, 가해자가 범죄에 걸맞은 처벌과 징계를 받도록 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다. 이제 국가의 응답만이 남았다. 그 응답은 추상적 구호나 지지가 아니라 촘촘한 정책과 법제로 채워져야 한다. 어떤 종류의 성폭력에 대해서도 절대 불관용의 원칙을 이 기회에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미투와 위드유,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문경란 |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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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향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는 한국의 미투 운동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음을 웅변한다.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폭로로 본격화한 미투는 문화예술계로 확산되었으나, 그 파장이 정·관계 등 현실권력의 본산까지 미치게 될지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마저 도도한 물결 앞에 추한 맨얼굴을 드러내면서, 미투는 거대한 변혁운동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딛고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이 한국 사회의 위선과 폐습을 폭로하며 기득권 이데올로기를 깨부수고 있다. 더 이상 성역은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3월7일 (출처:경향신문DB)

안 전 지사의 비서 김모씨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지난 5일 JTBC에 출연한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안 전 지사로부터 4차례 성폭행당했고 성추행도 수시로 겪었다고 폭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9월 스위스 출장 중 성폭행을 저질렀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25일에도 성폭행했다. 당시 안 전 지사는 ‘미투를 보며 너한테 상처가 되는 것인 줄 알게 됐다,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는 김씨의 폭로가 나오기 11시간 전쯤 충남도청에서 미투 운동을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표리부동’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행태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안 전 지사는 지사직을 사퇴했으나 엄벌을 피할 수 없다. 김씨가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만큼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시민의 분노가 더 큰 까닭은 안 전 지사가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스스로를 ‘민주주의자’ ‘인간주의자’로 불러온 그는 성소수자와 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에 힘써왔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과반을 차지한 충남도의회가 충남도인권조례 폐지를 결의하자 역풍을 각오하고 재의를 요구했다. 2016년에는 “양성평등은 성을 뛰어넘는 인류사의 과제”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안 전 지사의 몰락은, 성폭력이 ‘나쁜 남자’ 몇몇의 예외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일깨운다.

지방선거를 석 달여 앞둔 정치권도 큰 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충격은 이해하지만 미투는 특정 정당·정파의 유불리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희정 끊어내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피해자 김씨에 대한 보호·지원에 앞장서기 바란다. 자유한국당도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홍준표 대표)는 식의 저열한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시민이 그들의 전비(前非)를 잊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극히 일부이지만, 케케묵은 진영논리에 갇혀 ‘음모’ ‘공작’ 운운하는 사람들 역시 입을 다물 때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이제 불가역적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부장주의·남성 기득권 타파를 넘어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 권위주의에 대한 각성과 거부로 이어질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고선 버텨내기 어렵다. 인생을 걸고 용기 낸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스스로의 가해 경험을 성찰하며, 각자가 속한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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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오는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합의대로 이뤄진다면 남북 분단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서울로 귀환, 문 대통령 보고 후 가진 평양 방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로써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가 마련될지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한 6가지 내용은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온 난제들을 풀 열쇠나 다름없다. 그것도 북한으로서는 체제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간주해온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외부세계가 예측한 범위를 넘는 큰 양보를 한 김 위원장의 파격과 결단이 놀랍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향후 북측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김 위원장이 표명한 내용으로만 평가하면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큰 결단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의구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쟁 반대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견지해온 문 대통령의 손을 맞잡아주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국면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및 대표단 파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신뢰를 구축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것부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남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안전 문제를 국가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린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남한과 미국의 보수세력은 ‘조공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록 판문점이지만 김 위원장의 남한 행보 약속은 파격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이 다시는 현상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하자고 합의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정상 차원의 소통을 통해 한반도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관건인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북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핵이 체제안전용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남한과 미국에 대한 공격이나 협박용이 아니라는 선언인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과 연결된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폐기해야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기존 논리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이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명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여러 장애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에만 응할 수 있다는 입장에 맞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미국으로 보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및 북·미대화 의지를 전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도 특사를 보내 남북 접촉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북핵 대화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얻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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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키마사 초등학교에 다니는 난테일은 매달 한 번씩, 떨리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낸다.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리기간 때문이다. 우간다의 비싼 일회용 생리대 가격 때문에 낡은 옷으로 생리대를 대신할 때면, 난테일은 늘 교복에 피가 묻을까 걱정하며 수업을 듣는다.

우간다 정부의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은 지난 30년간 상당한 진전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여성의 학교 진학이나 정치 참여가 늘었고 최근에는 여성할례를 범죄로 인정하고 가정폭력 처벌에 대한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간다 여성들은 법률 제정과 정책 시행에는 큰 온도차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실제로 우간다는 그동안 여아 교육에 우선을 두고 보편적초등교육(UPE) 정책을 시행해 학교 수업료를 대폭 낮춰 부모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그 결과 여아들의 학교 등록 수가 3배 증가했다. 그러나 우간다는 여전히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중퇴율을 보이고 있으며, 그중 75%의 여학생이 생리주기 관리의 미흡으로 인해 높은 중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일하는 굿네이버스 우간다가 2017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여아들의 75% 이상이 생리기간에 패드 대용으로 낡은 옷 같은 비위생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학생들은 생리 기능 저하로 인한 여성 질환을 겪지만, 조사 대상 학교 중 단 한 곳에도 보건교사가 없는 상황이다. 또한 우간다에는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월경하는 여성들이 더럽고 불결하다는 생각이 만연해 여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 실정이다.

굿네이버스 우간다는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 현재 약 2000명의 여학생들에게 ‘굿패드’라는 면생리대 키트를 제공하고 생리기간 중 위생관리법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걸스 앰배서더를 조직해 키마사 지역 6개 학교에서 권리 옹호, 수공예 클럽 등 24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걸스 앰배서더는 11~16세의 여학생들에게 권리 옹호에 대한 지식을 교육하고 자립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르쳐 권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최근 걸스 앰배서더는 정부, 지역사회 주민 중심으로 모여 진행한 여성 권리 주제의 정책 포럼에 참여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여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변화되고, 중퇴율 또한 감소했다. 앞서 언급한 난테일도 프로젝트를 통해 굿패드를 제공받은 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우리 직원들은 앞으로 걸스 앰배서더를 우간다 전체 학교에 세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사회 내 남성들을 교육해 여성 권리가 실현되는 환경을 만들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여성 인권 향상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정책을 구상해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나는 미래에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이 되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이는 걸스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여학생의 당찬 포부다.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이와 같은 꿈을 가진 여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케시메 피오나 | 굿네이버스 우간다 걸스 앰배서더 프로젝트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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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날씨가 풀린다는 경칩(驚蟄)이다. 경칩의 개구리는 우리가 산개구리라고 부르고 있는 ‘북방산개구리’가 주인공으로 몸길이 5.0~8.5㎝로 산간 계곡, 습지 등에 서식한다. 이 북방산개구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다. 북방산개구리는 얼음이 녹으면 바로 산란을 시작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산란 시기가 일정치 않다. 이른 산란 후 갑자기 추워지면 동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둘째, 지금은 보호종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과거 식용으로 이용돼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셋째, 산란지 감소다. 북방산개구리는 이른 봄 주로 습지에 알을 낳는다. 그러나 습지가 농경지나 산업용지 등으로 개발되면서 안전하게 산란할 장소가 급격히 줄었다. 마지막으로 살충제 등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들 수 있다. 과도한 농약 사용은 올챙이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개구리의 먹이인 곤충을 사라지게 한다.

이 밖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봄철 산란기 로드킬과 시멘트로 만든 높은 농수로, 정화 처리가 미흡한 농공단지로 인한 하천오염 등도 북방산개구리의 서식지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

환경의 지표종으로 알려진 양서류가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에 큰 위험이 닥쳤음을 암시한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는 양서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산란처 보호와 더불어 환경친화적 시설이나 농법 등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파충류와 여우·오소리·족제비·너구리 등 야생동물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김춘래 | 농협청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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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제주도라고 했다. 이른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면 등 뒤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봄이면 학교 앞 유채밭이 노랗게 물들던 곳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섬을 떠났다고 했다. 섬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두 뭍으로 나가는 것을 꿈꿨다. 젊은 시절 물질을 한 할머니는 눈에 닿지 않는 육지만 바라보는 손녀딸에게 거기라고 세상살이가 더 낫겠냐면서도 떠나는 것을 말리지는 않으시더란다.

“제가 할머니 손에 컸거든요. 할머니만 두고 나오는 게 가장 힘들었지요.”

서울 변두리에 방을 얻고, 미용학원에 등록하면서 시작한 그의 서울살이는 녹록지 않았다. 반지하방은 비가 내리면 구석구석 곰팡이가 피었고, 아침 일찍 학원에 갔다가 저녁나절이면 도심의 미용실에서 밤늦도록 보조 일을 한 그의 얼굴에는 난생처음 버짐이 피었다.

“보조일 할 때는 쉬는 날도 없었어요. 독한 약을 맨손으로 만지니까 손바닥이 다 갈라지고, 제때 밥을 먹지 못해서 위장약을 달고 살았어요. 지금도 위가 안 좋아요.”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자신의 인생을 비춰줄 줄 알았던 그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도시의 불빛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알았다고 했다. 도시는 할머니가 헤치고 나갔던 차가운 바다와 다르지 않았다. 바다밭에서 오장육부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숨을 꾹 참아야 했던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얼마나 서글픈 소리였는지, 그는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할머니 말을 되게 안 들었어요. 우리 때는 절대로 염색이나 화장을 하면 안 되었는데 굳이 그걸 했다니까요. 할머니가 안 해도 예쁘다고 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요.”

 그는 옆자리에서 머리를 염색하고 있는 앳된 여학생을 힐긋대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그죠? 애들은 그냥 그대로 정말 예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예쁘다. 그리고 외로운 섬과 같은 도시에서 혼자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도 정말 예쁘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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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해 보이는 얘기가 사건의 본질일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상당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정형식 재판장 얘기다. 그는 “법리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었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판결문을 거듭해서 읽어보아도 어떤 법리를 말하는지 가늠이 안 된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이 사실상 무죄가 된 이유는 법리가 아닌 사실에 있다. 정형식 재판장은 “포괄적 현안으로서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것이 피고인의 형량을 대폭 줄여 집행유예를 가능케 했다. 특별한 법리가 필요하지도 않았고 그의 말과 달리 고민하거나 양보할 것도 없었다. 법리라는 표현은 시민을 주눅 들게 하고, 비판을 봉쇄한다. 형사재판의 핵심은 법리가 아닌 사실이고 그래서 수재라는 판사들도 기피하는 것이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ang.com

정형식 판사가 무죄를 선고할 방법은 두 가지였다. “현안 없는 대기업은 없다. 그렇게 엮으면 다 잡혀간다”고 법리를 세우는 것과 “삼성그룹 현안에 승계작업은 없다. 다른 회사는 몰라도 그렇다”고 사실을 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방식을 그는 택했다.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사정은 개별 현안들의 진행에 따른 여러 효과(예컨대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의 합리화 등)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첫째 방식이 이론상 일관성과 보편성이 있지만 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대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 결과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당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허가라는 현안 때문에 징역형을 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정형식 재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무죄 선고가 대법원에서 파기될 가능성도 크다. 그야말로 법리를 건드렸기에 법리를 판단하는 대법원이 유무죄와 상관없이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승계작업 현안이 없다는 사실 부인의 길로 갔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진짜 법리논쟁은 10년 전에 있었다. 2008년 대법원은 이른바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을 심리했다. 삼성그룹의 3세 승계작업을 위해 삼성그룹 임원들이 관리자의 임무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검찰은 수하 경영진만 기소했으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건희 회장을 기소했다. 두 사건 모두 삼성그룹을 순환지배할 수 있는 주식을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헐값에 넘긴 혐의다. 2009년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무죄로, SDS 사건을 유죄로 결론 내렸다.

유무죄가 엇갈린 이유는 에버랜드는 주주 배정 방식, SDS는 제3자 배정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두 회사의 주식은 모두 삼성그룹 3세들에게 주어졌는데 형식이 다르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에게 싸게 살 기회를 주었지만 인수하는 사람이 없어 3세에게 갔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처음부터 3세에게 싸게 배정됐다는 이유다. 기존 주주에게는 싸게 추가 주식을 팔아도 회사에 손해가 없지만, 제3자에게 주식을 헐값에 파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해쳐 회사에도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은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 배정의 외양이지만 실제로는 제3자 배정과 다르지 않다며 에버랜드 사건도 유죄라고 했다. 주주 배정 방식을 전제로 싸게 발행된 주식이 기존 주주에게 인수되지 않아 제3자에게 넘기게 됐다면 발행가격을 시가로 올려야 했다는 것이다. 반대의견의 대법관들은 “대량의 실권주를 불공정한 발행가격으로 제3자에게 배정한 이사들로 인해 회사에 자금이 덜 유입되는 손해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두 사건 모두 무죄라는 별개 의견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양승태 대법관이다. 그는 “아무리 헐값에 주식을 넘겼다고 해도 얼마라도 회사에 돈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고 했다. 주주에게 불이익일 수 있지만 회사에 대한 배임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논리라면 경영권 이전이나 주주들의 증여세 탈세를 위해 주식을 저가나 무상으로 발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1인 주주회사의 배임과 횡령도 처벌하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SDS 사건만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유죄가 확정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해 그를 사면한다. 이듬해에는 삼성그룹의 전면 무죄를 주장한 양승태 대법관을 대법원장에 임명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을 사면해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원세훈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의혹이 있다. 에버랜드 사건에서 무죄의견을 낸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으로 나섰다. 이렇듯 현실은 언제나 법리보다 치밀하고 또 가혹하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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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은 자연재해인가, 인공지진인가. 스위스지진학서비스는 이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지진이 일어난 위치와 시간, 주요한 메커니즘, 인간 활동과 관련성을 통해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식 사업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와 500m 떨어진 곳, 지하 3.2㎞에서 발생했다. 인근에 설치한 계측기에는 6차례의 전진이 관측됐다. 지열발전소와 200여m 떨어진 곳, 땅밑 4㎞ 부근으로 주입정과 생산정 사이로 추정되는 위치다.

지난해 11월15일 오후 규모 5.4의 본진은 얼었던 땅이 녹을 때 발생했다. 올해 2월11일 발생한 규모 4.6의 지진도 추위가 누그러질 무렵 일어났다. 겨울 동안 발생한 대부분의 여진도 물과 얼음의 상태 변화가 활발한 밤과 오전에 발생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단층 지대로 물을 유입시키면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 단층이 쉽게 깨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질조사국의 과학자들은 빙하가 녹을 때 녹은 얼음의 부피를 측정해 얼음의 감소가 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할 때마다 지진이 일어났고 지난 2년간 63회의 유발 지진이 관측됐다. 본진 당시 현지 주민은 논밭에서 물이 끓으며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진앙을 중심으로 2~3㎞ 내 100여곳에서 액상화 흔적이 확인됐고 논 흙과 다른 고운 흙이 논바닥 곳곳에 나타났다. 여진이 잦아들던 추세에서 지난해 12월24일 비가 온 다음날 규모 3.5와 2.1로 재발했고 포항 지진으로 동공이 9개가 발견된 이후 40여개가 추가로 발견된 것도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 저수지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민기복 서울대 교수는 주입 기간 동안 지진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량의 물을 주입한 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입하는 시기보다 닫은 상태에서 미소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암석이 응력을 받아 균열이 발생해 체적이 증가하는 현상을 다일레이턴시라고 한다. 다일레이턴시가 발달할수록 물이 균열을 메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증대한다.

수년간 수천t의 액체를 주입한 후 지진이 발생한 미국과 달리 포항은 적은 양의 물을 넣었기에 연관성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스위스 바젤 사태 이후 심부지열사업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경각심을 갖고 안전규정을 마련했지만 지열발전을 처음 시도한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도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밀조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열발전 측의 협력이 긴요하다.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연관성을 부인했던 넥스지오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책사업 주관 기관의 자료 파기와 예산의 전용이 우려되는 만큼 특별 감사가 시급하다.

<이수열 | 포항장흥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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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개혁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래 사회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자기 관리, 지식정보 처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핵심 역량을 적용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입시제도 개선 요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올해 8월 말까지 발표해야 하는데, 이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의 입시제도 개선을 예로 들며 객관식 시험 폐지, 대입 시험에서 논술형 시험 도입 등 급격한 변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본 일본 입시 개혁의 실상은 이와 다르며 일본 교육당국 역시 입시 개혁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고교 교육, 대학 교육,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대학 입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고대접속개혁’을 중앙교육위원회 답신(2014년 12월22일)에서 제언했다. 이 답신에서 2020학년도부터 대학입학센터시험(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을 폐지하고 새로운 시험을 도입한다고 했다.

이 발표 후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객관식 시험인 센터시험은 완전히 폐지되고 전면적으로 논술형 시험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험인 ‘대학입학 공통테스트’는 실제로 객관식 문항이 폐지되는 것도 아니고 출제 과목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아니며 논술형 시험이 전면 도입되는 것도 아니다. 지식·기능 위주의 문항에서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중심으로 평가 내용이 바뀌고, 객관식 문항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국어와 수학에서만 논술형이 아닌 조건부 서술형 문항이 각각 3개씩 출제될 예정이다.

작년 11월 입시센터가 주관한 예비 시행에서 국어는 25자, 50자, 120자로 기술하는 조건부 서술형 문항이 출제되었다.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을 평가한다는 시행의 목적을 고려할 때 논술형 평가가 적합하나, 국가 단위의 대규모 평가에서 단기간에 50만~60만명의 답안을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채점하기는 쉽지 않아 조건부 서술형 문항을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예비 시행에서는 국어 7만명, 수학 6만명의 서술형 답안 채점에 민간의 전문 채점 업체를 활용했다. 약 1000명의 채점위원이 동원되어 2주일에 걸쳐 채점했다고 한다. 본 시험에서 50만명을 채점하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7000명 이상의 채점위원이 필요하다. 자유롭게 기술하는 서술형 문항으로 하지 않고 조건부 서술형 문항으로 하는 것은 채점위원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채점을 하게 되면 그룹별로 채점의 차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입학 공통테스트의 두 번째 큰 변화는 영어에서 말하기, 쓰기가 포함된 언어 4기능 시험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2020학년도 시험부터 4년간은 대학입학 공통테스트의 영어 과목을, 언어 4기능을 측정하는 민간 시험과 함께 대입에 반영하며, 그 이후에는 민간 시험으로 전면 전환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학에서 언어 4기능을 포함한 민간 시험을 이용하는 경우 일본영어검정협회에서 실시하는 영검과 TEAP의 시험을 90% 이상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정한 영어 교육을 위해서는 말하기와 쓰기를 포함한 언어 4기능을 측정하는 시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입 시험을 개혁하려 하는 일본에서도 서술형 문항의 도입에 있어 전면적인 논술형이 아닌 조건부 서술형을 도입하려 하며,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몇 차례의 예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입시 개혁을 기존 입시제도의 전면적 변화, 논술형 시험의 전면적 실시 등으로 잘못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입시정책을 바꾸어가고자 한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사회의 인재에게 요구되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논술형 시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대단위 채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조건부 서술형 문항부터 단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수능에서 서술형, 논술형 시험 도입 역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평가 맥락 및 학교 현장 여건을 고려해, 채점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등 국내 교육 현실에 맞춘 연구를 거쳐 순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용백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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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4서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고 자기수양과 절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MB 관련 뉴스를 보면서 문득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알려진 혐의들이 사실이라면, MB께서는 여러 가지 탈법비리로 수신, 제가하시고 꼼수로 치국하시며 평천하하신 듯 보입니다. 시민들의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꼼수가 우리 사회 전반에 더욱 만연해서 ‘꼼수평천하’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사실 정수보다 꼼수를 생각해내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단순하게 사는 사람은 엄두도 못 냅니다. 최소한 MB 정도 돼야 꼼수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일반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뇌의 영역까지 사용하면서 꼼수를 생각해내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습니까? 꼼수를 생각해내시느라 불철주야 머리를 싸매시는 분들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낍니다. 보안관찰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저는 얼마 전까지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2월21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고 2월 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저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은 허위사실을 담은 허위공문서를 기초로 한 것이었으며, 법무부가 저의 인권을 유린하는 위법한 처분을 반복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검찰과 법무부가 저에 대해 ‘보안관찰 면제’ 결정이 아니라 ‘갱신 불청구’ 의견을 냈다고 하네요.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를 보안관찰대상자로 남겨놓아 18년이 아니라 평생 ‘창살 없는 감옥’에서 계속 괴롭히면서도 재판을 통해 다툴 수 있는 길은 봉쇄하자는 것 같습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역시 법을 잘 아시고 그 빈틈도 잘 아시는 분들입니다. 법치의 보루인 검찰과 법무부! 꼼수 생각해내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힘내세요!

보안관찰법은 유엔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회의에서도 인권침해를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에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이상한 법입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1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하 NAP)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재범 위험성에 대한 자의적 판단과 행정처분 형식의 결정 때문에 오용의 가능성이 큰 보안관찰법의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5년 후인 2012년, NAP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이유로 보안관찰법을 명확한 규정으로 개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단계적 완화’ 입장으로 후퇴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 말고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참 많은 모양입니다. 그때그때 정권의 눈치를 봐가며 꼼수를 준비해야 하니 힘드시겠습니다. 곧 3기 NAP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번엔 ‘인권’만 고려하길 기대하겠습니다. 힘내세요!

MBC 문화방송의 사규 제12조는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MBC 직원이 될 수 없다는 ‘결격사유’에 관한 것입니다. 1호부터 6호는 공무원 결격사유인 국가공무원법 제33조나 방송법 제48조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MBC 사규에는 다른 회사 사규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조항 하나가 더 있습니다. “(제12조 결격사유 중) 7. 보안관찰법에 의한 보안관찰 처분이 집행 중이거나 집행종료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자”입니다.

우리 헌법 제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 ‘필요최소한’으로만 가능합니다. 보안관찰법에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헌법쯤이야 가볍게 무시해주시는 MBC 사규의 꼼수입니다. 저 같은 보안관찰자의 권리 박탈 위에서 MBC에 근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의 이런 어두운 사실들은 <PD수첩>에서 잘 밝혀내 주시던데요. 취재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헌법 위의 사규를 ‘발명’해내신 언론부역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불안하시죠? 힘내세요!

만화와 드라마로 화제가 됐던 <미생>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 바둑의 오랜 격언입니다. 정수를 두는 일은 저 같은 ‘보안관찰자’에겐 사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꼼수들에 대해 좀 미련해보여도 그냥 정수로 받을 생각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분들이 꼼수가 아니라 정수를 두는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들이 정수를 두며 떳떳하게 사는 삶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일반 국민들 대부분은 그렇게 살고 계시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정수를 두면서 걸어가며 곧고 넓은 정도(正道)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에게 수고하신다고, 힘내시라고 환하게 웃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강용주 | (재)진실의힘 이사·아나파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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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는 산행을 간다. 자주 가는 곳은 가평 53산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화악산을 필두로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 유명산 등 가평에는 좋은 산들이 많다. 땀 흘리며 능선에 올라 정상을 향해 걸으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가평 53산을 찾아가면서 발견한 것은 산행 중 만나는 이들이 주로 어르신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화했음을 가평 53산 산행에서 실감하는 셈이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은 79.3세이고, 여자는 85.4세다. 기대여명(특정 연령자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의 경우, 60세를 기준으로 볼 때 남자는 82.5세이며, 여자는 87.2세다. 환갑을 맞이한 이들이 평균 2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다는 통계다.

문제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게 반가운 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병을 안고 사는 기간 또한 증가하고 있다. 다시 통계청 자료를 보면, 남성의 유병 기간은 14.6년, 여성은 20.2년이 추계된다. 60세를 기준으로 볼 때 남은 생애의 4분의 3 정도는 이런저런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가평 산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건강하고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고 있으니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분들일 것이다.

고령화가 가져오는 이러한 변화 가운데 주목할 것은 ‘100세 시대’의 개막이다. 100세 시대란 우리 인간의 수명이 100세에 달하는 시대를 말한다. 경영학자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의 저작 <100세 인생>을 보면 흥미로운 자료가 나온다. 2007년생 아기 절반이 생존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최후의 시점에서 그들의 나이는 미국 104살, 독일 102살, 프랑스 104살, 영국 103살, 그리고 일본 107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보는 11살 아이들의 절반은 21세기를 가로질러 2107년에도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100세 시대가 이렇게 열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100세 시대의 장기적 대비보다 당장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50%에 육박하는 노인빈곤율을 포함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의 질은 매우 낮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노인의 소득안정성, 건강상태, 취업 가능성, 사회적 연결 정도 등을 기준으로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를 평가했을 때 2015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96개국 가운데 60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에서는 일본(8위), 베트남(41위), 중국(52위)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강조하려는 것은, 단중기적 시각의 노후대책도 시급하지만 중장기적 맥락의 100세 시대 개막에 대한 준비 또한 중요하다는 점이다. 모더니티가 시작된 이래 근대인에게는 교육·취업·은퇴라는 삶의 경로가 주어져 있었다. 그런데 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이러한 경로는 새롭게 재구성돼야 한다. 당장 60세 전후로 은퇴한 다음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노인세대나 노인세대로의 진입을 앞둔 장년세대에겐 매우 중요한 실존적 문제다. 가난하고 외롭고 병든 나날로 이어지는 삶이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미래는 열려 있기 때문에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인구 변화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라고 말한 피터 드러커의 주장처럼, 100세 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하게 진행될 미래다. 100세 시대 개막에 맞서서는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태도 모두 중요하다. 먼저 국가는 고령사회의 도래에 대처하는 노후복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100세 시대를 예비하는 고용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선구적으로 ‘100세 시대 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한번 검토해 볼 만하다.

개인적 차원의 준비도 중요하다. 은퇴한 다음 여생을 설계하는 것은 너무 늦다. 젊은 세대의 경우는 앞으로 하나의 직업이 아닌 둘 이상의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취업과 은퇴를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두세 번 반복할 수 있다. 이른바 ‘인생 이모작 시대’가 열리는 만큼 100세 인생 준비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니 명지산과 연인산을 잇는 아재비고개에 가면 이른 봄꽃들이 피어있을 것이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을 보러 오는 유쾌한 어르신들을 만날 시간이 기다려진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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