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투 운동으로 수많은 ‘권력’이 아우팅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힘깨나 쓰게 되면, 자제력 결함을 더불어 장착하게 되는 것일까? 매일 몇 건씩 터지는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이런 위험한 생각이 절로 든다.

힘 있는 남성을 고발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은 분노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무력감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이 무력감을 자체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그것은 내면에 침착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몸집을 부풀리다가, 결국 거대한 분노로 분출된다. 특히 집단 무력감의 경우 예외 없이 그랬던 것 같다.

지난달 27일 추위가 물러가자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등산객들이 인왕산을 오르고 있다. 이상훈 기자

미투 운동의 여파는 한 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일 다른 지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흥행한 <1987>이라는 영화는 독재 앞에 무력했던 시민들이 어떻게 폭발하게 됐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파급력 있는 사회적 무력감이라는 씨앗을 ‘미세먼지센터 창립식’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했다. 적절히 해결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질 활화산의 단초를 미리 해결하자는 바람으로 이를 공개한다.

‘미세먼지센터’는 환경재단이 미세먼지 해결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미세먼지 전문 비영리센터이다. 지난 2월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었으며, 400여명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이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미세먼지에 관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민과 걱정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해냈다.

그의 분석 결과는 이러하다. 2013년 이후 증가된 공기에 대한 관심은 그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또한 관련 키워드(먼지, 미세먼지, 하늘, 환경, 수치 등)의 개수와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담론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린 자녀와 직결되어 있었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보호할지 몰라 방황한다. 결혼, 취업,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의 경우 이 모든 포기의 원인 중 하나로 미세먼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관해서는 중국, 공장과 같은 외부적 요소의 비중을 현저히 높게 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심리는 강화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하다 여기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느슨하다고 하니 파란불을 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외 활동 모두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대처는 소극적인 방책밖에 없다. 한마디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 주목할 것은 국민감정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는 무섭고 힘들고 아프다. 몸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프다. 2013년에 비해 2017년,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우울증의 언급이 22배나 증가하였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1주일을 기준으로 부유 먼지(PM10)가 37.82㎍/㎥ 늘어날 때마다 국내 전체 자살률이 3.2%씩 늘어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는데, 빅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민과 관련한 언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우리 내면에 침착되어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무력한 상태로 견디고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옆 나라 중국에서 강력한 정책으로 공기질이 변하고 있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언제까지 자구책으로 마스크에 의존하고, 더 비싼 제품을 사들이며, 공기질을 알려주는 앱만 들여다볼 수는 없다.

올봄 우리가 어떤 질의 숨을 쉬게 될지에 따라 커다란 파장이 예고된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으니 참고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고 터질 것은 터진다. 정부는 미투 운동을 교훈 삼아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무력감이 확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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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이상화 선수를 안아주는 장면이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의 포옹장면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고다이라 선수의 작은 배려가 우리 국민을 비롯해 친구인 이상화 선수에겐 큰 감동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신의현이 8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평창 _ 연합뉴스

고다이라 선수는 사실 직업 스포츠인이 아니라고 한다. 병원에서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의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이상화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소치 올림픽까지는 늘 벤치를 지키던 무명의 아마추어 선수였다고 한다. 그가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 미루고, 한국인들 앞에서 한국 선수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안아주는 모습과 인터뷰 내내 언니를 대하듯 깍듯이 고맙다고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곧 동계패럴림픽이 개막한다. 그런데, 우리 방송계에서는 정치 및 미투운동 등만을 중점적으로 보도할 뿐 개최국임에도 불구하고 패럴림픽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 최근 유럽, 미국, 일본 등은 물론이고 중국의 패럴림픽 방송 중계시간과 비교해서도 우리의 방송 시간이 45.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필자는 이번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이상화와 고다이라 선수가 보여준 ‘하나 된 우정’과 같은 패럴림픽 선수들의 또 다른 스포츠맨십, 올림픽 정신이 돋보이는 경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서로에게 용기와 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성공적인 패럴림픽에서 느끼길 기대한다.

<이종률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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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만은 생일날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만이 보거라. 엄마다.

네 생일인데 전화만 달랑 하기 미안해서 몇 자 적어 보낸다. 네가 군 생활할 땐 그래도 엄마랑 종종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그땐 그게 그렇게 좋은 건지 잘 몰랐단다. 그 시절엔 엄마도 지금보단 젊었으니까.

타지에서 미역국이라도 제대로 끓여 먹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가서 챙겨주었으면 좋겠는데, 여기 식당일도 그렇고, 내 무릎도 그렇고, 도통 움직일 수 있는 처지가 못 되는구나. 무심한 엄마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내 아들 진만아.

네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새 스물일곱 해가 지났구나. 엄마는 말랑말랑했던 네 손과 발을 씻기던 날들을 바로 어제처럼 떠올릴 수 있단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작고 병치레도 잦아서 엄마 속을 많이 애태우곤 했단다. 엄마 혼자 너를 둘러업고 병원을 뛰어갔던 적도 많았어. 펄펄 열이 나는 너를 안고서 병원 복도에 앉아 있는데, 그런데도 자꾸 까무룩 까무룩 졸음이 몰려와서, 너랑 같이 한 사흘 만이라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단다.

진만아, 너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따로 살아서 원망이 많겠지만,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단다. 엄마가 예전에도 말했듯이, 너와 꼭 단둘이서만 살고 싶었어. 한데도 네 아빠 그 인간이 그건 안 된다고, 진만이는 장손이라서 죽어도 자기와 살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내가 한시라도 그 인간하곤 따로 떨어져 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된 거란다. 또 한편 마음속으로 그래도 나보단 잘 키우겠지, 저렇게 장손 장손 해대는데 모자람 없이 가르치겠지, 생각한 것도 사실이란다. 그 인간이 맨날 돈 벌어온답시고 전국 공사현장 떠돌면서 중학생이던 너를 방치하다시피 한 것을 떠올리면, 그때 내가 더 악을 써볼걸, 조금 더 용기를 내 볼걸, 후회가 되는구나. 그게 너한테도 참 많이 미안한 점이고….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네 아빠 그 인간은 젊은 날에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단다. 생활비라곤 단 한 번도 제대로 가져다준 적 없고, 너를 씻겨주거나 네 기저귀를 갈아준 적도 없었단다. 집에 들어오면 그저 자빠져 자거나 어떻게든 나갈 핑계를 만들어서 다시 술이나 퍼마시고 돌아왔지…. 그땐 혼자 된 네 할아버지도 우리가 같이 모시고 살았잖니? 그러니 그 인간이 더 미워지더라. 인간이 미워지니까 그 인간이 풍기는 냄새와 밥 먹는 소리, 하다못해 그 인간이 베고 잔 베개마저도 꼴 보기 싫어지더구나….

진만아, 네 생일 축하한다고 편지를 쓰면서 엄마가 또 괜한 소리를 하는 거 같구나. 엄마가 요새 식당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괜스레 외롭고 쓸쓸한 심정이 되어 공책에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는데, 쓰는 것들이 모두 다 지난날의 후회뿐이야. 그래서 그런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말거라. 네 생일은 너에게만 의미 있는 날은 아니란다. 그날은 엄마 인생이 바뀐 날이기도 하니, 엄마가 구질구질한 말을 써도 용서해주기 바란다.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하고, 타지에서 몸 성히, 밥 굶지 말고 잘 지내길 바란다.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결혼은 나중에 나중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하도록 하렴. 네 아빠 그 인간처럼 할 생각이면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요즘 세상에 네 아빠 그 인간처럼 여자한테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알아서 잘 처신하길 바란다.

진만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은 다음 날 바로 답장을 썼다.

엄마.

생일 축하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랜만에 엄마 글씨체를 보니까 저도 예전 군대 시절 생각이 나고, 그래서 좋았어요. 제가 군대 있을 때 제게 유일하게 답장을 보내준 사람이 엄마였으니까요.

생일이라고 별다르게 지낸 것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야간 알바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오니까 같이 사는 친구가 미역국을 끓여줘서 섭섭한 것은 없었어요. 여자친구는 아니고요, 같이 택배 상하차 알바하는 남자 동기예요. 저는 야간반, 그 친구는 오후반. 미역국은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식품이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나쁘지 않았어요. 편의점에서 파는 건 그런 게 좋거든요. 뭐든 나쁘진 않은 거. 깜짝 놀랄 만한 맛은 없지만, 최소한 나쁘진 않은 거. 그러면 된 거지,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

엄마 편지 읽고 나니까 저도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났어요. 평소엔 하지 않았는데, 생일날 엄마 아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좀 묘하더라구요.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요. 전 정말 엄마나 아빠에게 원망이나 섭섭한 마음 같은 게 없거든요. 어디에서 읽은 적 있는데, 부모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는 거래요. 한데, 저는 그 말도 잘 이해되지 않더라구요. 용서하면 그 뒤엔 어찌해야 하는가? 그러면 그다음에 서로 잘 지내야 하는가? 저는 이해도 싫고 용서도 싫어요. 그냥 지금처럼 나쁘지만 않으면 돼요. 저는 지금 그런 상태거든요. 엄마도 그렇게 되시길 바랄게요. 저에게도, 아빠에게도.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엄마. 그리고 제 여자친구나 결혼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엄마 아빠 때는 그래도 결혼도 해보고 이혼도 해보고 그랬지만, 우리는… 아마 안 될 거예요. 하지만 그래서 엄마 걱정하는 나쁜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된 거죠,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 건강하시고요. 엄마도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요.

진만은 자신이 쓴 답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진만은 그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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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책으로 보는 만화를 인터넷을 통해 PC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창작환경과 소비형태는 실로 혁명적인 시도였으며, 이제 그러한 시장은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웹툰이라는 연재형식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체제 이후 경험하게 된 만화산업계의 몰락이 새로운 생존본능을 자극하면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사례이다.      

신진작가의 등용문으로 존재해오던 만화잡지사의 분기별 신인만화가공모전이 사라지고 30여종에 육박하던 만화잡지사가 거의 폐간과 정간에 직면하면서 만화작가를 준비하던 수많은 신인작가들은 연재플랫폼을 찾지 못하게 된다. 결국 ‘순정만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디지털만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하며 많은 독자들을 입소문으로 불러 모으던 강풀 작가를 앞세워 포털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웹툰으로 명명되면서 이제 온라인만화가 현실화된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한국의 웹툰은 현재 40여개의 전문플랫폼과 6900여종의 누적작품(1월 현재 연재 중인 작품수 4137종), 그리고 실시간 연재하는 5000여명의 작가그룹을 보유한 실로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재산권)의 보고로 원천 콘텐츠의 역량을 인정받게 되었다(본 글의 모든 웹툰 관련 통계는 웹툰전문 큐레이팅사이트 웹툰가이드 ‘www.webtoonguide.com’의 WAS ‘웹툰분석서비스’에서 인용).

2010년대 중반 이후 라인웹툰이 해외 SNS망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해외작가들의 신인작가 참여붐이 한국웹툰의 글로벌화를 확대시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지방인 한 도서지역 20대 초반 작가가 라인웹툰에 새로운 작품을 업로드하고, 그의 작품이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세계 전 지역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한국의 웹툰은 이제 작품으로서가 아닌 혁신적인 연재시스템으로 세계시장 신인작가의 꿈이 되고 있다. 특히 연재되는 방식이 갖는 개방성, 공정성, 신뢰성 등을 인정받으며, 작가들의 IP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웹소설, 게임 등에 확장되는 성공사례를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성공적 콘텐츠 비즈니스 모형이 최근 불법복제의 상대적 피해로 위협받고 있다. 그 위협이 창작생태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불법복제 웹사이트와 앱에 대해 지적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나, 이런 상황을 글로 제기할 때마다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시도가 되레 불법복제 플랫폼의 홍보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제기해야 하는 것은 독자들의 건실한 시민정신과 문화적 휴머니즘에 호소하기 위함이다. 현재 웹툰 불법복제 플랫폼의 선두를 기록하는 한 앱의 경우 국내 유수의 포털사이트 검색량을 초과한 지 오래되었고, 작품을 검색해서 무료로 보기 위해 찾는 독자들의 방문량은 1위 웹툰포털앱의 10배를 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피해액만 1조4500억원에 이르며, 올해 1월에만 2000억원의 피해액이 기록되었다. 현재 불법복제된 웹툰작품은 총 2663종(1월 현재)에 이르며, 피해 플랫폼은 37개사로 추적된다. 해외에 불법서버를 두고, 여러 가지 변칙적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 피해를 양산하고 있어서 국내 수사망의 압박을 피해다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월 말 현재 국내 웹툰시장의 성장률은 정체를 넘어 축소로 평가되기 시작했고, 플랫폼사마다 경영실적의 경고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상황이다. 강력한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나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양심이다. 콘텐츠를 보는 독자들의 의식이 이러한 불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존재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는 누구나 불법복제된 웹툰앱을 찾아 무료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특히 성인용 웹툰콘텐츠의 경우 성인인증도 없이 공개되고 있어서 더 큰 사회적 문제다.

콘텐츠의 IP는 인간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사람 본연의 존재 자체를 IP는 의미한다. 국내 독자들이 웹툰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공정거래와 유료결제의 진정성을 확보해 줄 때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국내시장이 지켜진다. 안타까운 현실이 극복되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매주 업로드 일자를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는 작가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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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미투’ 운동이 새롭게 호명하는 유명인사의 이름부터 살핀다. 하루를 시작할 때뿐만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미투’와 함께하는 나날이라고 할까? 한반도의 햇빛 찬란한 평화 무드 속에서 미투라도 붙잡고 어떻게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정치인 무리들이 있고 심지어 김어준의 표현대로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의도로 ‘공작’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투 지지자이다. 그것도 아주 진실되고 열렬한 지지자.

설사 그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돈줄’로 자기 내부의 피해자들 입을 막고 상대편 내부를 부추기고 있다 해도 그렇다. 나는 오히려 민주당이 산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막강한 파괴력의 이 미투 운동을, 그동안 너무도 알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내부의 적들을 색출하여 모두 다 털어버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한 장면.

이 나라가 힘없는 사람이 살기 좋은 더 공정하고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길 바라기에 기꺼이 촛불을 들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지지했던 ‘진짜 진보’와 그러는 척 연기하며 호시탐탐 그저 ‘꼴리는 대로’ 자기 권력을 행사하는 데(심지어 못되고 파렴치하게)에만 사실상 진심이 있었던 ‘가짜’를 구분하라고 민초가 다시금 만들어준 선물 같은 ‘절호의 기회’ 말이다.

그것도 지방선거 다음이 아니라 직전에. 일부러. 잘못된 후보들을 골라내어 ‘얼른’ 내다버리라고. 더 늦기 전에. 예컨대 수행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2시간 만에 안희정 도지사를 제명시킨 것처럼 신속하게 얼른….

오프라 윈프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며 “오랫동안 여성은 남성들의 권력에 맞서 진실을 이야기했지만 들어주는 곳도, 믿어주는 곳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대는 끝났습니다(Time is up)”라고 외칠 때 프랑스에서는 카트린 드뇌브가 성폭력은 범죄지만 ‘여성의 환심을 사려거나 유혹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남성들에게 여성을 유혹할 자유를 허하라고 했다.

나는 정확히 그 두 여성의 말에 모두 지지한다. 그건 결코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다. 카트린 드뇌브의 표현처럼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설사 결혼한 남자라 하더라도 다른 여자를 좋아할 수 있고 도를 넘지 않는 방법으로 유혹할 수도 있다. 적어도 그걸 처벌하지 않을 만큼의 관용은 베풀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물론 저마다 다른 자기 내부의 도덕에 따라 그를 비난하거나 두둔하는 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과의 개인적인 교류나 접촉을 아예 피한다’는 이른바 ‘펜스 룰’이 더욱더 확산될 수도 있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의 이름을 딴 이 규칙이 미투 운동의 확산 속에서 지금은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식으로 번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연애를 안 해서 문제인 시대다. 연애가 스펙 쌓기라는 이 시대의 의무 탓에 뒷전으로 밀려난 뒤로 혼술·혼밥 같은 쓸쓸한 트렌드가 대세인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이 아예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과의 만남이나 접촉을 스스로 원천봉쇄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남성은 물론 여성,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런 때 이윤택이나 김기덕 같은 끔찍하게 추악한 괴물에게 모욕당하고 상처 받은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베니스는 물론 아카데미를 휩쓴 채 지금 개봉 중인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판타지 괴물 이야기를 잘 만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냉소로 가득한 시대에 치유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SF 로맨스 영화다.

물론 괴물이 등장한다. 심지어 연구소의 청소부이며 농아이며, 심지어 예쁘지도 않은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상처받은 괴물이 등장한다. 그런데도 영화는 잘난 자들, 엘리트들, 중요한 자들에게 그동안 실컷 농락당하고 더러워진 우리의 눈과 마음을 단박에 정화시키는 놀라운 마법을 발휘한다. 기원을 알 수 없는 ‘다름’을 극복하고, 언어의 장벽마저 무력화시키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그렇게 다른 둘이 황홀하게 하나가 되는 사랑을 경험하게 되는지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또 상하관계 안에서 행해지는 모욕적인 성추행과 달리 삶은 달걀 하나로도 전달할 수 있는 호감이 얼마나 로맨틱한 관계로 승화될 수 있는지 배우기 위해서도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게 얼마나 아름답고 섹슈얼한지 당신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김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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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팬서> 열기가 한국에서도 뜨겁습니다. 한 주요 장면이 부산 자갈치 시장을 배경으로 하니 한국 팬으로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요. 만화를 기본으로 한 이 슈퍼히어로 영화는 가상의 아프리카 나라 와칸다 안팎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작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죠. 미국에 슈퍼히어로 영화가 많았지만, 흑인 영웅은 처음이니까요. 게다가 배우의 대부분이 흑인이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도 다수가 흑인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발랄한 상상력입니다. 영화 속 와칸다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유럽 제국주의에 희생당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밀 광물인 비브라니움 덕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전을 이뤘지만, 외부에는 숨기고 살죠. 뛰어난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최고 무사인 왕은 미남에 통찰력과 애타심을 겸비했습니다. 왕비는 우아함을, 공주는 재치와 비범함이 몸에 배어있죠. 천연자원이 풍부함에도 정치 혼란과 내전 등으로 힘겨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과 크게 다르죠. 대중매체에서 흔히 묘사하는 흑인들의 모습과도 정반대입니다.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

그래서 영화는 백인들의 부정한 손을 타지 않았다면 오늘의 아프리카는, 흑인은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합니다. 강산과 전통을 짓밟고 살육과 노예화를 서슴지 않은 백인의 침략이 없었다면 아프리카는 훨씬 평화롭고 풍족한 땅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말입니다. 노예의 후예인 미국 흑인들도 훨씬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겠죠. 미국 흑인 장년층이 애들도 없이 와서 보고 열광하는 이유죠. 빈민층 흑인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모금 운동이 큰 호응을 얻기까지 했습니다.

흑인들이 느낀 감동을 우리가 온전히 느끼기는 힘들 테죠. 평창의 감동을 외부인이 짐작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며 미군 가족들 동향을 보며 안심해야 하는 우리였습니다. 하지만 북에서 내려온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손짓 하나하나에 우려는 조금씩 누그러져 갔죠. 그리고 우리는 상상했습니다. 1945년 8월10일 미군 대령 둘이서 38선 따라 줄을 긋지 않았더라면, 이 땅에 전쟁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그 비극에 기생하는 정치 권력이 민중을 짓밟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상상은 상상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상마저 하기 힘든 날이 얼마나 많았나요. 통일은 대박이라는 공허한 외침과 북을 처단하라는 고함 사이에서 우리네 마음은 움츠러들었습니다. 마음이 움츠러든 만큼 운신의 폭도 줄었죠. 우리는 스스로 그린 좁은 원 안에서 쪼그려 앉았고, 저들은 그 금밖에서 칼춤을 추었습니다. 이를 구경하며 전쟁의 찬가를 부르는 이마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창은 우리를 그 금 안에서 일으켜 세웠습니다. 상상은, 마음은, 지지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평창에 선수단을 보내도 되냐며 걱정이었지만 이제 4월이면 정상회담까지 열립니다. 정상 간 핫라인도 설치됩니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겠죠. 안팎에서 딴지를 거는 이도 있을 겁니다. 사건, 사고도 있을 수 있죠. 누구는 당장 정상회담을 ‘정치 쇼’로 폄하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잡은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까지 나온 이유는 핵무기를 통한 대미 억제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신을 미국이 공격하기 힘들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움직였죠. 대북 공격을 들먹이는 이들도 실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남은 길은 좋든 싫든 대화뿐입니다. 대화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로 양보할 때 대화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는 비브라니움과 발전을 숨겼던 방침을 버리며 끝이 납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와칸다에 줄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면서 전 인류와 공존의 길을 걷습니다. 북은 남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죠.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마련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태권도 시범단 뒤를 이어 경제 투자, 인적 교류, 정치 협력이 따르고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던 상상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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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6일 우리 특사단이 북한에서 가져온 6개항의 합의문은 그동안 전쟁까지도 걱정했던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대결구도를 일거에 대화의 구도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미국 간의 군사대결구도에서 우리는 상호 오해, 오인으로 인한 우발적 전쟁발발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이제 남북 정상 간의 핫라인도 열리고, 북한과 미국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리면서 우발적 전쟁 가능성은 일단 수면 이하로 가라앉았다.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만 해도 북한이 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던 비핵화 의제가 이번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루어졌고, 또 조건부이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3월7일 언급한 바와 같이, 앞으로의 여정은 낙관만 할 수 없는 긴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는 구도에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합의문에서 북한이 제기한 비핵화의 조건인 군사적 위협해소와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문제만 해도 지난 20년을 넘게 온갖 의심을 다 받은 이슈인데, 이제 그걸 수용해서 북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군사적 위협해소와 체제 안전보장 약속을 여태껏 진정으로 믿지 못했기 때문에 핵을 개발해 왔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어떻게 쉽사리 믿고 핵을 폐기할 수 있을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게 열린 대화가 이런 불신만을 서로 확인하는 장이 되어 다시 대결구도로 후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래서 이제 이번 합의문의 여러 가지 함정을 여기서 들추어내기보다는 기왕의 틀을 벗어난 사고와 상상력을 통해 북한과 미국이 공히 거부할 수 없는 창의적인 제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맥락에서 비록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북한·미국 군사동맹 체결’안을 제시해 본다.

만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통 크게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로 가는 여정의 결정적 장애물들을 일거에 제거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열거해 본다. 첫째, 북·미 군사동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보장을 가장 확실하게 해줄 수 있다. 같은 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국가가 맺는 관계가 군사동맹이며, 지금의 군사동맹은 제도화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20세기 초반과 같이 수시로 바꾸기가 힘든 관계이다. 만일 북한과 미국이 군사동맹을 맺게 되면 북한은 안전 확보와 핵무기를 교환하게 되고 미국은 북한 핵을 접수하여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둘째, 북·미 군사동맹은 북한을 가장 확실하게 제어하고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2차대전 종전 후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은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의 공격적 재무장을 제어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략은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 지금 일본과 미국은 최우방으로 바뀌었고, 일본 역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및 평화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북한과 미국 간에 연합사령부와 같은 제도가 생기고, 상호 간에 정보공유와 공동훈련 등을 하게 된다면 양국 간의 신뢰도는 급상승할 것이다. 셋째, 북한과 미국의 동맹이 체결되면 우리도 남북·미 간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전작권 반환과 군비축소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으며, 남북 간의 통일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사드와 같은 민감한 무기체계도 철수하고, 미국이 남한과 북한을 동맹으로 매개하고 있기 때문에 남남갈등도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넷째, 북·미동맹의 목표를 지역안정으로 설정하면, 중국의 부상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미군이 중국의 접경지역에 배치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북한 핵이 빠져나간다면 중국도 설득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도 군사 및 외교적 변수가 보다 단순화되는 이점이 있다. 다섯째, 동맹이 체결되면 그간의 대북 제재가 일거에 풀리면서 북한의 시장화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되어 북한의 자유화 및 고도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상하는 현정부의 비전과도 통하는 길이다.

한편 동맹이 하나 더 늘어나면 미국 군과 군수산업의 이해도 크게 저촉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만약 미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싱가포르와 같은 세습 자본주의 부국이 될 수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히 유혹을 느낄 만하다. 그 과정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나올 것이고, 국부로 추앙받을 인물도 나올 수 있다.

<이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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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7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두고 “임종석(대통령비서실장)이 (폭로를)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던데”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세계여성의날’인 8일에는 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순자 의원이 당내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 “보수진영인 한국당은 성도덕에서 보수적”이라며 “우리에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접촉)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들이지, 성폭력으로 가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고, 저열한 젠더감수성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드러내는 한국당의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3월8일 (출처:경향신문DB)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8일 홍 대표 발언에 대해 “피해자가 정치공작의 도구였다는 말이냐.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농담한 것”이란 홍 대표 해명을 두고도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느냐”고 질타했다. 이 대표가 옳다. 용기 내 고발한 피해자를 돕지는 못할망정 공당 대표가 미투를 ‘기획’이라거니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태이다. 성폭력 근절 대책을 책임지겠다는 특위 위원장의 ‘터치’ 발언도 수준 이하이기는 매한가지다. 성폭행까지 이르지 않은 성폭력은 범죄 축에도 못 낀다는 말인가. 미투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저항하며 연대하는 행동임을 전혀 모른다는 자백이다. 이런 특위에서 결의문을 내고 ‘성폭력 가해자 진상조사·신속수사 및 피해자 보호’를 외쳤으니 저질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미투 운동은 특정 정당·정파의 유불리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다. 안희정 전 지사가 최악의 성범죄를 저지른 만큼 소속 정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사죄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갑자기 도덕적 우월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전 의원, 골프장 경기보조원을 성추행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어느 당 소속이었나.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19대 비례대표를 지낸 이만우 전 의원이 8일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된 터다.

지금 미투 운동은 거대한 해일과 같다. 정치권은 이 해일 앞에서 얄팍한 셈법 따위는 잊어야 한다.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가해자를 단죄하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피해자들의 용감한 증언과 간절한 호소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세력은 어떤 정당이든 심판받게 될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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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30년 동안 북한에 많이 속았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에도 북한이 핵전쟁을 준비하고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하고 미 대륙까지 도달한다는 화성 15호를 개발했으니, 거짓말로 시간을 벌면서 핵전쟁을 준비했다는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북한이 수십년간 앞으로는 거짓 협상하면서 뒤로는 핵전쟁을 준비했는지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점은 한국전쟁 때였다. 미국이 핵공격을 하면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절박감에서였다. 이런 이유에서 정전협정 후 북한은 소련의 연구용 원자로를 설치했고, 1980년대에는 소형 흑연감속로를 건설하여 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에서 플루토늄이 상당량 포함된 사용후핵연료가 만들어지고, 북한이 후속 흑연감속로 건설에 들어가자 미국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사찰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지자 북한은 1993년에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봉쇄하기 위해 북한 핵시설 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고조되자 1994년 미국과 북한은 협상을 시작하여 10월에 제네바 합의에 도달했다. 제네바 합의는 제대로 이행만 되었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올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합의의 핵심 내용은 북한이 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2003년까지 2개의 대형 경수로를 건설해준다, 미국은 경수로가 완공될 때까지 북한의 흑연감속로 포기로 인한 에너지 손실분을 보충하기 위해 매년 50만t의 중유를 지원한다, 미국과 북한은 대사급 수교와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하는 정치적·경제적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향해 나아간다 등이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 발표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2003년에 파기되었다. 야당 대표는 이 합의는 파기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유는 북한이 처음부터 속임수를 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이 합의 파기 후 3년이 지난 2006년에 첫 번째 핵실험을 했으니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파기의 책임이 북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처음부터 합의 이행에 미온적이었고, 합의문에 없는 내용을 가지고 계속 트집을 잡았기 때문이다. 합의 파기 후에는 미국 관리들 입에서 북한이 10년 안에 붕괴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거짓으로 합의를 해주었다는 증언도 나왔고, 미국 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합의문에 없는 대포동 미사일 같은 것을 트집거리로 삼은 탓에 합의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으로서는 무엇보다 2003년까지 완공 예정이던 경수로가 2002년에야 겨우 기초공사에 들어갔으니 미국을 신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시간을 벌려는 책략일 수 있다,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충고하는 야당 대표에게 그러면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야당 대표는 그걸 왜 자기에게 묻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대안에 대해 아마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를 위해 정상회담 같은 최고 수준의 협상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북한의 핵시설들을 공격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 야당 대표가 정말 전쟁을 원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가 대통령을 영국의 체임벌린과 비교하던데, 비교대상을 잘못 잡았다. 1930년대의 영국과 독일은 지금 남과 북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비교대상을 찾는다면 1970~1980년대의 서독과 동독이 될 것이다. 두 나라는 교류협상과 정상회담을 거쳐 통일에 도달했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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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를 아는 것(Knowing X)과 X에 관해 아는 것(Knowing about X)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학 신입생 때 김안중 교수(서울대 교육학과·2009년 작고)의 ‘교육학개론’ 시간에 들었던 질문이다. 김 교수는 대학원 ‘교사론’ 강의에서도 같은 화두를 던졌다. “X를 가르치는 것과 X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김 교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자신은 지금도 없다. 하지만 이 물음은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몇 해 전 가족과 미국에 1년 연수갈 기회가 있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현지 학교에서 각종 자료와 함께 받아온 과제물은 이랬다. “미국 동부 연안에서 중세 시대의 배가 발견됐다. 배를 끌어올렸더니 유럽 왕조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과 지도, 은으로 만든 동전 등이 나왔다. 이 배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이런 물건들이 왜 배 안에 들어 있고,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상상해서 적어보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학교에서는 16~17세기 유럽과 신대륙을 오가던 배를 대서양에서 건져올린 학자가 상상력을 동원해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을 10살짜리에게도 똑같이 경험하게 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아메리고 베스푸치 같은 탐험가나 당시 유럽 상황 등을 가르치는 일은 후순위였다.

수업 방식도 달랐다. 한번은 아이가 교실에서 하루 종일 지도만 그리다 왔다. 교사가 가로 3m 세로 1m 칠판에 굵은 직선과 원, 삼각형 등을 이곳저곳에 그리면 아이들은 그것을 가로 30㎝ 세로 10㎝ 종이에 그대로 옮겼다. 아이들은 다시 그것을 가로 15㎝ 세로 5㎝ 종이에 그렸다. 한국이라면 시간 낭비라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질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방위와 축척 등 지도의 주요 개념과 수학의 닮은 도형 원리를 몸으로 배웠다. 설령 축척과 닮은비를 몰라도 지도를 그리고 읽을 수 있게 됐다. 김안중 교수 표현을 빌리면 아이들은 ‘지도에 관해서’가 아닌 ‘지도’를 알게 된 것이다. 미국 학생들이 초·중·고교 단계에서는 뒤처지는 것처럼 보여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것은 이런 교육과 학습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에 남보다 하나라도 더 많은 교과 지식을 머릿속에 채워넣기에 바쁘다. 소설의 3요소(주제·구성·문체)와 소설 구성의 3요소(인물·사건·배경)를 알고, 동서고금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줄줄이 꿰며, 수능에서 2000자 분량의 지문을 1분 만에 독파하지만 정작 장편소설 한 권 읽지 않고 고교 3년을 마치는 학생이 태반이다. 고차방정식과 미적분, 기하·벡터의 최고난도 문제를 초스피드로 풀어내지만 수학의 핵심인 자연과 일상의 규칙성을 수와 연결시키는 능력은 떨어진다.

한국 학생들이 역사를 암기 과목으로 여기는 것도 난센스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많이 안다고 역사를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 말기 열강의 한반도 침탈과 해방 직후 분단 과정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은 현재의 남북 상황과 한·미, 한·중, 한·일 관계를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다. 애석하게도 우리의 역사 교육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

다시 김안중 교수 질문으로 가보자. 수학에 관해 아는 것과 수학을 아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문학에 관해 가르치는 것과 문학을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X에 관한 지식을 쌓다보면 X의 본질에 접근할 수도 있고 X를 연구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데는 단기간에 다량의 지식을 주입한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등장으로 ‘X에 관한 교육’은 의미를 상실했다. 사회의 생산력 향상,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행히 변화의 조짐은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새학기부터 초·중·고교 교과서가 학생 참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초등 3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10년간 국어 시간에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학생들은 학기마다 책 한 권을 선정해 읽고 토의한 뒤 결과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교육부는 “‘읽기’가 아닌 ‘읽기에 관해’ 공부하고, ‘쓰기’가 아닌 ‘쓰기에 관해’ 공부했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 ‘읽기’와 ‘쓰기’를 수업 시간에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시간에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 지도를 만들고 뉴스를 제작하는 활동을 넣었다고 한다. ‘X에 관해’ 가르치지 않고 ‘X’를 가르치겠다는 의미다. 교육부의 이번 시도가 열매를 맺고 널리 퍼져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오창민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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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에는 각시만 태운다.” ‘미투’ 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와중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렇게 고백했다. 지난 대선에서 ‘돼지발정제’로 곤욕을 치른 그로서는 불똥이 튀지 않도록 사전 방어막을 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부인과 사별한 후 가사도우미를 남성으로 교체한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하겠다. 성폭력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펜스 룰’이 사회현상으로 번질 태세다.

회식이나 출장에서 여성들을 배제하고, 여직원을 대면하지 않고 사내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자기들만 피해 보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일부 남성의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이렇게 하면 성폭력 피해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여성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공식·비공식 교류와 접촉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여성들은 제대로 사회경력을 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펜스 룰은 여성을 유교의 덫에 가둔 조선시대로 돌아가 남성 위주 사회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본디 성폭력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고, 물리력과 권력으로 여성의 성을 소유할 수 있다는 남성 위주 성문화의 소산이다.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성차별을 강화한다면 이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애초 펜스 룰이란 말은 여성을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내가 아닌 여성과 단둘이 저녁을 먹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서 나왔지만, 이는 언행을 신중히 하겠다는 의도였다. 같은 인터뷰에서 “남성과의 술자리에서도 몸가짐을 조심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펜스 룰의 원전으로 알려진 ‘빌리 그레이엄 룰’도 그레이엄 목사가 물적, 성적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기수양적 규칙이었다. 그랬던 것이 태평양을 넘어오면서 엉뚱한 의미로 변질된 것이다.

미투 운동은 만연한 성폭력을 퇴치하고 강고한 성차별 문화를 허물기 위한 혁명으로 가고 있다. 성평등 사회,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려면 오염된 언어도 바꾸는 게 맞다. ‘펜스 룰’ 대신 ‘서지현 룰’로 쓰면 어떨까.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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