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8년 만에 혼인신고를 결심했다. 남편이 ‘세대주’가 되고 ‘호주’가 되는 것이 마음이 불편하다며 호기롭게 혼인신고를 거부했던 내가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가 마주하게 될 편견과 차별이 두려워서였다. 유치원에 입학하자 유치원에서는 주민등록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며칠 전에는 가정의달을 맞이해 ‘아빠데이’를 한다며 신청서를 보내왔다. 대수롭지 않게 이루어지는 가족관계 서류 제출 요구와 가족동반행사가 미혼모와 한부모가족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가늠하긴 어렵지 않다.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한부모가족의날’제정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모니터링한 결과 민간기업의 17.1%, 공공기관의 9.5%가 입사지원서에 혼인 관련 사항을 기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직장에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흔한 일상이다. 문제는 한부모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2017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 응답자의 90.5%가 혼인 외 가족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도 91.4%가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모나 이혼 가정임을 드러낼 수 있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과다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태를 금지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조치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미디어 뉴스를 통해 우리는 매일같이 미혼모와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얼마 전에 보도된 증평 모녀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탄식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다. 사회적인 미담으로 보도되는 ‘베이비박스’도 ‘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미혼모와 혼인 외 가족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결과이다. 입양 보내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가정 출신이라는 통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학교와 사회에서 교육하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대책일 것이다. 단기간에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대책은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온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미혼모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 연극 행사에 김정숙 여사가 참여해 격려하는 모습을 뉴스로 보며 개인적으로 환호했다. 대통령 부인이 미혼모와 함께했다는 뉴스가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한부모의 당당한 삶을 응원”한다면서 임신·출산, 자녀 양육, 학업·취업·주거 등 자립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이 꼭 실효성 있게 집행되기를 기대한다. 변화된 법과 제도가 있어도 실질적인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사문화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한부모가족 대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미혼모나 혼인 외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을 감안한 결과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온정적인 ‘청소년’에게 집중한 것은 아닐지 추측해본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하기엔 씁쓸하다. 2015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수집한 표본상 한부모가족의 평균연령은 43.1세로, 40대 61.2%, 30대 이하가 25.3%, 50대 이상이 13.5%인 것으로 나타난다. 한부모가족 대부분이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소년’ 한부모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여성가족부의 대책이 아쉽다. 제1회 법정 한부모의날(10일)을 보내면서 자문해보자.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가족에게 낙태, 베이비박스에 유기, 입양, 양육 중 무엇을 권하고 있는지.

<소라미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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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눈매의 남자가 홍콩의 섬으로 향한다. 그는 마약을 조제하고 살인과 인신매매를 일삼는 인물을 체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미국 정보부의 요청으로 문제의 마약소굴에 잠입하는 사나이. 섬에서는 한이라 불리는 마약왕이 3년 간격으로 주최하는 무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주인공은 대회에 참여한다는 명분으로 본거지에 잠입하여 한의 일당과 사투를 벌인다.

소개하는 내용은 1973년 12월 말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용쟁호투>의 줄거리다. 주연배우는 신장 173㎝, 체중 62㎏의 배우 이소룡(브루스 리·리샤오룽). 그는 이 작품에서 세계 최고의 무술배우로 명성을 굳힌다. 이소룡은 <용쟁호투>에서 직접 연기, 무술지도, 각본, 제작에 참여한다. 이전까지 홍콩 무술영화에서는 배우에게 연기 외에 특별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

미국·홍콩 합작영화 <용쟁호투>의 촬영과정은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책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에 의하면 카메라 장비 대부분은 수리 불가 상태였다. 매춘부와 부랑자를 영화에 참여시켜 산만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격투 신에 필요한 에어백이나 매트리스가 없어 스턴트맨은 부상에 시달렸다. 무술배우로 합류한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 조직원 간의 패싸움이 벌어지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완성하기까지는 이소룡의 존재감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초반부터 이소룡과 갈등을 빚었던 감독 로버트 클루즈는 그가 반사신경이 가장 빠른 배우라고 인정했다. 고질적인 허리통증, 덥고 습한 날씨, 체력 고갈 속에서도 이소룡은 주연배우에게만 제공하는 특식을 거부하고 촬영 보조기사들과 함께 식사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다졌다.

우여곡절 끝에 <용쟁호투>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이소룡은 단순한 액션배우가 아니라 영화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었다. 이소룡의 명성은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에 이어 <용쟁호투>에서 정점을 찍는다. 워너 브러더스사에서는 이소룡에게 5편의 영화를 추가로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굴지의 영화사들이 왜소한 체형의 액션배우에게 경쟁적으로 손을 내민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항상 뭔가를 배웁니다. 그것은 항상 자신이 되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갖는 것입니다. 밖에 나가서 성공한 사람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그를 따라 하려 하지도 마세요. 지금 홍콩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는 현상 가운데 우려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남을 모방하려고만 할 뿐 결코 존재의 근원에서 ‘어떻게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소룡의 생각은 그를 영화계의 전설로 만든 동력이다. 미국 전역에 쿵후 도장 체인을 열 계획을 세웠던 무술가. 자신감, 마음의 평온, 성공 모두를 취하고 싶었던 배우. 그는 유명세라는 자유인이 극복해야만 하는 거대한 장벽과 마주친다. 사업 제안이나 돈을 빌리려는 지인들, 사인 공세에 시달리는 일상, 정서불안과 분노조절장애가 그에게 형벌처럼 내려진다. 그제서야 이소룡은 어머니의 조언을 떠올린다. 유명인의 삶은 생각만큼 편하지 않으며 일반인의 삶과 많이 다르다는 충고였다. 불면증, 두통, 건망증에 시달리던 이소룡은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왔다는 말을 지인에게 털어놓는다. 1973년 7월20일. 그는 불과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스타의 장례식에는 음악가 프랭크 시내트라, 톰 존스, 세르지오 멘데스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자신의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믿었던 자유인. 지옥 같은 상황에서도 기회를 만들겠다던 승부사. 지식과 의지보다는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무도인. 부정적인 사고는 자신감을 죽이는 마약이라고 일갈했던 예술가. 행복을 추구하되 절대 만족하지 말라던 철학자. 이 모든 생각을 가감없이 영화에서 보여준 브루스 리.

남북 간 소통의 문이 열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의 계산법이 제각각이다. 자유인 이소룡의 생각을 평화 유지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지금이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 <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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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초상이 났다. 전쟁도 없고 큰 돌림병 돌지 않아도 여전히 줄초상을 겪는다. 

5월1일 ‘영암 미니버스 교통사고’로 운전사를 포함해 여덟 분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일곱 분이 크게 다쳤다. 나이가 가장 적은 분이 58세이고 대부분 70~80대인 여성농민이었다. 최고령은 83세의 어르신이고, 유일한 남성 사망자인 운전자도 72세의 노인이다. 영암 교통사고로 알려져 있지만 사망자 중 영암군 시종면 주민은 3명이고, 나머지는 나주시 반남면의 주민들이다. 가문의 자부심이 높은 ‘반남 박씨’의 시조가 터를 잡았던 그곳이다. 나주 반남면은 영암군과 이웃붙이여서 품을 사고파는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반남면은 165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고 단연 고령화 비율도 높다. 서로 얼굴과 형편은 알고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당했으니 지역사회가 받았을 충격이 클 것이다. 동년배의 노인들이 꽃상여까진 아니어도 태를 묻은 곳에다 몸을 누이는 순한 임종을 매일 기도하고 살았을 텐데 이 깊은 슬픔을 어쩌랴.

지금 영암에서는 총각무 수확이 한창이다. 영암군이 지역의 특산물로 자랑하는 농산물인 ‘영암 알타리무(총각무)’의 수확철이 4~5월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다 참사가 일어났다. 농어촌에서 현금을 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품을 파는 일뿐이다. 미풍양속이라 배웠던 ‘품앗이’ 문화가 사라진 지도 오래고, 한 동리에서도 현금으로 품값을 주고받는다. 새참이나 들밥은 배달음식을 먹곤 한다. 푸성귀가 지천이긴 해도 화폐 없이 삶이 굴러가지 않는 것은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다. 농사도 돈으로 짓는다. 농사의 매 과정마다 기계 부리는 공임, 씨앗, 농약 값이 나가니 현금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이제 모판 낼 힘도 없어서 모를 사와 모내기를 한다. 기초연금이 조금 나오기는 하지만 그 돈으로 생활이 꾸려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농산물 값이 너무 싸서 그렇다. 그래서 여든이 넘어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생계 차원이다.

텃밭을 일궈 먹을거리를 조달하는 수준을 넘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들이 있다. 오래전 혼자 되신 숙모도 자식들이 도시로 오라 해도 할 줄 아는 노동이 농사일 뿐인데 도시로 가면 폐지나 줍지 않겠냐며 남으셨다. 하긴 호기롭게 어머니를 불러올리려는 사촌들의 형편도 빤하다. 시골 고등학교 나와 도시에서 하는 일들의 거개가 그렇다. 농업 노동도 엄연히 임금노동이다. 하지만 ‘노동’이란 개념이 약해서 법적 제도가 취약하다. 천만다행으로 이번 사고 버스는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자동차도 수두룩하다. 농장주가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해 두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것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농촌에서의 보험이란 작물에 대한 재해보상보험이나 의료보험 정도일 뿐 사람에 대한 안전장치가 아니다. 농촌에서는 다치면 병원도 멀어서 장애를 입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잦다. 교통수단도 미비해 일상적인 치료를 받는 일도 벅차다. 한꺼번에 약을 지어와 중간 점검도 없이 장복을 한다. 요즘 총각무 경락가가 5㎏에 6000원이다. 할머니들이 받았던 일당 7만5000원. 여기에서 차비와 소개비 떼고 새벽부터 6만원을 벌었다. 그녀들이 마지막에 쥔 것은 돈다발이 아니라 총각무다발이었다. 올해는 총각김치 먹다 보면 눈물 나겠구나, 아니 꼭 울어야겠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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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만 1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는 극과 극을 오가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83%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주년 지지율 중 가장 높다. 어쩌면 일반국민은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안보불안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문 대통령이나 문 정부가 지금껏 보여온 국정 개혁의지의 진정성을 신뢰하면서 당장의 정책 효과에 연연하기보다 아직은 지지를 보내야 할 때라고 판단하기 때문 아닐까? 그간 누적되어온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이란 시간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주요 기조는 탈원전·탈석탄이라 불리는 원전과 석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즉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에너지 전환”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등장, 문 정부 출범으로 주요 국정과제가 되었다.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명동 한국YWCA회관 앞에서 3월 20일 시민들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YWCA 탈핵 불의 날 캠페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위험한 불’인 핵발전을 멈추자는 캠페인으로 이날이 200회째다. 권도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가 학계와 시민사회의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5점 만점에 3.12점을 줬다. 중앙값인 3점을 살짝 넘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다. 같은 기준으로 실시된 예전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엔 2.2점, 2016년에 1.48점을 받은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결과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 1월에 함께 실시한 ‘정부의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현황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0%(매우 잘함 5%, 잘함 35%), 보통 40%, 부정 평가 20%(못함 15%, 매우 못함 5%)로, 5점 만점 환산 시 3.2점이었다. 사회 전반적인 동의를 뜻한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에너지를 보는 일반 시민의 관점이 바뀌었음을 뜻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저렴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보다 ‘안전과 생명’이 더 우선이란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길고도 고된 여정일 수밖에 없다. 우린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다. 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에도 사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조직과 인력, 심지어 예산까지 많은 부분이 에너지전환에 맞서 있다. 전환되어야 할 기존 에너지체제를 지탱하거나 확장하려고 만들었던 것이었고 전환 움직임에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기에. 원전의 단계적 감축이란 정책기조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진흥하는 법과 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고 연구개발비도 여전히 엄청나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려는 지자체장들이 늘고 있지만 에너지분권을 실현하기 어렵고 지자체장들의 에너지 전환 의지도 같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부처 간 엇박자도 있어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 사라질 일자리와 생겨날 일자리가 있고 에너지산업생태계가 변화되기에 정의로운 전환의 기획이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 구조개편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회환경비용의 내부화를 위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경유세 상대가격 조정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에너지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한반도 전체의 에너지 전환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 일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이 필요하다. 정부 혼자서는 어렵다. 최근에 전문가와 기업인, 활동가, 정치인들이 함께 모인, 에너지전환을 위한 열린 플랫폼으로 ‘에너지전환포럼’이 출범했고 ‘지역에너지전환을 위한 전국네트워크’도 출범했다. 협치의 공간을 넓히고 사회적 대화를 늘리자. 전환의 길은 만들어가야 하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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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압승했다. 1957년 독립 후 줄곧 집권해온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이 처음으로 여당 자리를 내주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세계의 눈은 60년 만의 여야 교체보다 ‘개발독재자’ 마하티르의 총리직 복귀에 더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15년 만에 권좌로 돌아오는 마하티르의 나이가 93세다. 최고령 국가정상인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보다 한 살 더 많다. 그의 고령을 집중 부각한 여당의 전략은 먹히지 않았다. 몇 시간씩의 선거 유세 강행군을 거뜬히 해내 노익장을 과시했다.

마하티르 복귀의 결정적 비결은 은원 관계를 뛰어넘은 합종연횡이다. 당초 마하티르는 이번에 실각한 나집 라작 총리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나집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퇴진 운동을 벌였고, 이 때문에 여당에서 쫓겨났다. 이에 마하티르는 과거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였다가 동성애 혐의로 투옥 중인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손을 잡았다. 안와르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마하티르에 반기를 들다 실각했다. 20년간 숙적으로 지내오던 두 사람이 정권교체를 위해 극적으로 화해한 것이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었다.

노정객 마하티르를 다시 불러낸 것은 나집 총리 정권의 부패다. 말레이시아 시민들의 반부패와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는 게 그의 최우선 과제다. 그 외 ‘아시아적 가치’를 외치며 보여온 반미주의적 태도를 그대로 견지할지, 또 말레이시아 경제권을 장악한 중국계와 부상한 중국을 어떻게 대할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고령인 탓에 벌써부터 후임이 거론된다. 다음달 석방되는 안와르가 복권을 거쳐 적절한 시점에 총리직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하면서 ‘근대화를 이끈 국부’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은 마하티르. 변화한 정치 환경에서 마하티르가 예전과 같은 리더십을 펼칠 수 있을까. ‘말레이시아판 박정희’의 귀환은 한국인들에게도 간접 경험이 될 것 같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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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국회에서 감정노동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감정노동 논의 10년 만의 결실이다. 법안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하나 그나마 촛불혁명 덕분에 가능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 감정노동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때마침 작년 5월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와 노동부에 감정노동 개념을 공식화하고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감정노동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2007년 감정노동 해결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첫 간담회 자리가 기억에 선하다. 당시 한 관계부처 공무원의 “이 세상에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라는 발언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주무 부처 공무원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정책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던 것이다. 취업자 가운데 약 740만명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그들에게 제조업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실효성이 없었다.

감정노동이란 용어는 1983년 앨리 러셀 혹실드의 <관리된 마음>이라는 책에서 제기된 이후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책에서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소비자들이 우호적이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외모와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압하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을 일컫는다. 개별 기업과 조직에서는 고객에게 표출하는 감정적 서비스의 양과 질이 ‘매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매출이 인격’이라는 조직문화나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고객에게 눈맞춤은 기본이고 무릎을 꿇고 서비스를 제공하게끔 한다. 그 순간 고객과 노동자들은 동등한 인간일 수 없다. 아무리 서비스라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 ‘노예’(servus)에서 출발했더라도 강요된 서비스는 비인간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노동자의 길을 선택하는 순간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노동 문제는 감정노동 그 자체보다 감정부조화가 핵심이다. 감정부조화는 실제 감정과 겉으로 표출하는 감정 사이의 격차인데, 외적 현상으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과 같은 건강장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예방과 사후관리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11곳의 지자체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 조례가 제정되었다. 과거와 달리 노동을 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서울시는 감정노동 조례와 정책 이후 감정노동 가이드라인과 지침을 만들었다.

감정노동 교육 의무화나 시민홍보 등 각 영역별 보호조치를 구체화했다. 대표적으로 폭언이나 성희롱 같은 위험이 발생할 경우 일터에서 벗어날 권리와 같은 업무중지권을 명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또 심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적정휴식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상품화된 노동이 아니라 인간중심적 노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의 정책이다. 무엇보다 조직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감정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동조사관’ 신설은 의미가 있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과 등을 지시함으로써 노동자에게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은 노동자와 고객 간의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중대한 업무상 재해로 구분한다. 독일은 노사정 세 주체가 “노동세계에서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공동 선언”을 한 바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상시적인 상담 창구를 열어 놓고, 해마다 전국적인 토론회를 개최하고 감시자 역할과 정책제안도 한다.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유물이자 반사회적 노동형태인 과도한 감정노동은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앞으로 감정노동자들의 일이 ‘욕먹고, 낭비적인 일’이 아니라,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도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전략을 갖출 시점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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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탄생시킨 새 정부이지만, 수구세력이 짓밟은 헌정질서를 되살리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공익보다 사익에 집착하는 자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건재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극소수의 적극 가담자가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은 상명하복의 명분 아래 권력의 수족 노릇을 합리화하는 관성에 익숙하다. 지금 공무원 사회는 실력 있고 양심적인 개혁파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수구파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싸움에서 반드시 전자가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두 사건은 비리사학과 유착관계인 일부 관료, 즉 ‘교육마피아’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첫째는 교육부가 작년 말부터 운영한 사학혁신추진단에 접수된 비리사학 제보 내용이 제보자 신원과 함께 수원대 등 해당 비리사학에 유출된 사건이고, 둘째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동국대 한태식 총장(보광 스님)의 연구부정 의혹에 대해 보여준 몰상식한 대응이다.

교육부는 비리사학 제보 내용을 빼돌린 서기관을 직위해제하고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하는 동시에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당연한 조치이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비리사학의 횡포에 큰 고통을 당해온 대학 구성원들이 용기를 낸 제보는 100건이 훨씬 넘는다. 교육부는 비리사학과 싸우는 교직원과 학생들을 속여 함정에 빠뜨린 것과 다름없으며, 수많은 비리사학에 대한 추가 제보나 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조직을 혁신해야 하며, 어정쩡한 후속조치로 봉합해서는 곤란하다.

동국대 한태식 총장의 논문 표절은 이미 2015년 총장 취임 전부터 학내 갈등으로 번져 학생회 간부가 50여일의 단식까지 한 사안이다. 대학 자체 조사에서 18건의 표절이 인정되었지만, 이사회가 이를 무시하고 총장으로 임명한 후 재조사에서 표절 판정이 뒤집혔다. 당시 박근혜 정권의 교육부는 이 사태를 수수방관했다.

그러나 작년에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나온 한 총장 논문의 부정 의혹이 다시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13일 연구재단이 내린 판정은 눈을 의심할 만하다. 판정문은 서산대사의 정토관을 다룬 2013년 논문이 백과사전을 4쪽(!) 정도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한 의혹에 대해 당시 “교육부의 지침, 피조사자 소속기관의 규정·지침 및 불교학(연구)계의 규정·지침에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적용 기준이 없었”다고 말한다. 남의 글을 적절한 인용 절차 없이 베끼면 잘못이라는 연구윤리의 상식으로는 불충분하고, 백과사전을 베끼지 말라는 친절한 명문 규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헛웃음이 나오지만, 어쨌든 백과사전 표절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뒤이은 내용도 가관이다. “5개 불교학회의 전·현직 학회장 또는 편집위원장 등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1개 학회만 표절을 인정했고 나머지 4개 학회 관계자는 백과사전을 “인용표시 없이 인용한 행위에 대하여 당시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기준이 부재”하여 표절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고 한다. 연구재단이 자문을 구했다는 불교학회 임원들의 의견, 즉 2013년의 연구윤리규정에 해당 기준이 없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2005년 황우석 사건 이후 각 대학과 학회는 연구윤리규정을 만들고 관련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관련 정책은 계속 강화되어왔다.

“다수 불교학계의 통상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한 총장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함으로써 연구재단은 불교학계의 명예를 싸잡아 훼손했으며, 이 수상한 학회들 및 회의록의 정보 공개도 거부했다. 또 해당 논문이 한 총장이 일본어로 발표한 논문의 8쪽가량을 다시 가져다 쓴 중복게재 의혹도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면죄부를 주고 있으니, 이 또한 사실상 중복게재를 인정한 셈이다.

연구재단은 연구윤리의 기본조차 무시했다. 일반 범죄와 달리 연구부정에는 시효가 없다.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연구에서 일정한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연구부정 여부를 판정하지 않는다면, 그릇된 주장이 과학적 연구 결과로 통용되어 후대의 연구나 교육에 막대한 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까지 해외 사례를 인용하자니 참담한 심정이지만, 이웃나라 일본은 20, 30년 전 논문도 연구부정으로 판정되면 논문을 철회한다.

한 총장 논문 표절의 제보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지난 2월 교육부에 재조사를 요청했다. 교육부가 이번만은 방관하지 말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 며칠 전 마감된 연구재단의 신임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교수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중책을 맡을 자격이 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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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가 마침내 바로 섰다. 침몰한 지 4년 만이자 목포신항에 눕혀져 거치된 지 1년1개월 만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현대삼호중공업은 10일 오전 9시부터 세월호를 바로 세우기 시작해 3시간10분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직립(直立)은 육상 거치와 마찬가지로 고난도 작업이었다. 1만t급 해상 크레인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선체가 함몰되거나 뒤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해상 크레인과 철제 빔 66개를 와이어에 연결하고 각도를 천천히 돌려 선체를 94.5도까지 직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완전 직립에 성공했다는 선언을 선체조사위원회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가 하고 있다. 목포=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세월호가 바로 서면서 기관실과 남학생 객실 등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뤄질 수 있게 돼 미수습자 5명의 유해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체조사위는 선내 안전보강 작업을 한 뒤 다음달부터 미수습자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참사 이후 하루하루가 ‘4월16일’이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선체조사위는 4년이 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검경 합동 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으로 조타수의 실수, 무리한 증축, 화물 과다 적재, 평형수 부족, 차량·컨테이너 부실 고박 등을 꼽았다.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직립작업을 시작하여 4시간여만에 완전 직립에 성공, 세월호가 참사 4년여만에 바로섰다. 목포=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발표한 침몰 원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게다가 외력에 의해 세월호가 좌초했다거나 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법원도 “사고 당시 세월호 조타기가 정상 작동했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며 “기관실 조타 유압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와 엔진 관련 프로펠러의 오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선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체조사위는 이날 “세월호 선체 좌현에 외부 충돌에 의해 함몰된 흔적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를 바로 세웠다는 것은 돈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선체조사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가 4년 만에 직립된 것처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침몰의 진실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게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꽃 같은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살아남은 자들의 뼈아픈 자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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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세월호

정부가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2020년까지 모든 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택배 등의 과다포장을 줄이고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토록 하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텀블러 휴대자와 머그잔 사용자에게 10% 할인과 리필 혜택을 주도록 하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도 포함됐다. 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지자체의 공공관리 강화책도 들어있다.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 조각의 모습. 사이언스지 제공

물론 업체와의 자발적 업무협약 위주 대책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비근한 예로 전국 5만곳에 달하는 커피전문점 중 대형 프랜차이즈점은 20%도 안된다. 이런 대형매장과는 할인 및 리필 혜택과 관련된 업무협약을 맺을 수 있지만 절대 다수인 동네커피점은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또한 ‘폐기물 대란의 진원지’인 공동주택 위주로 짜다보니 단독주택 관련 대책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분리배출 폐기물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이물질이 포함되는 비율은 공동주택의 경우 40% 안팎이지만 단독주택은 50~80%에 달할 만큼 더 심각하다.

그렇지만 정부가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 배출과 수거, 그리고 재활용까지 전 단계에 직접 개입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과거 정부가 업계부담 등을 앞세워 대거 후퇴시킨 폐기물 정책을 제자리로 돌리고, 나아가 ‘2030년까지 50% 감축한다’고 못 박아 선언한 것이기 때문이다. 폐기물을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로 규정하고 이를 줄이는 것을 국가적인 목표로 삼겠다고 앞장서 공약한 셈이다. 이번에는 큰 틀을 짠 만큼 향후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중앙정부가 놓치기 쉬운 틈새를 메워주는 지자체의 자체 로드맵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과 규제만으로 플라스틱 남용을 줄일 수는 없다. 재활용 불가능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소비자 의식이 강화돼야 한다. 겉보기에 번듯한 포장과 편리한 일회용품은 인류의 적임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등 유수 기업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거냐”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의 끈질긴 압력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100% 재활용 재질용기를 사용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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