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 초기인 2016년 9월까지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를 사찰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을 통해 입수해 5일 보도한 기무사의 대외비 문건 ‘좌파단체 민주주의국민행동 하반기 투쟁 계획(2016·9·23)’에는 기무사의 불법활동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참여자 대다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또는 방북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현 정권 타파 및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가 이 단체의 목표라고 규정했다. 군과는 무관한 민간단체를 이적 집단으로 못 박은 뒤 감시한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감시한 백서에 이어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한 증거가 또 나왔다.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그런데 기무사는 이처럼 시민의 생명·재산을 지킨다는 군의 사명을 정면으로 위배해놓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 기무사가 요원들에게 ‘민간인에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한 내용이 세월호 백서에 들어 있다며 불법사찰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구 하나로 민간인을 감시한 불법을 덮을 수는 없다. 기무사는 문제의 문건들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심지어 보수단체들이 집회에 활용하도록 제공했다. 권력을 위해 시민을 감시한 숨길 수 없는 증거이다.

불법행위가 잇따라 불거지자 기무사는 5일 민간인들로 하여금 내부 불법행위를 막는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행위를 지시받은 기무사 요원이 민간위원들에게 고발하면, 이를 다시 기무사령관에게 알려 불법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무사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미봉책이다. 보안이 철저한 기무사 조직을 외부인사 몇 명이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특정 지휘부의 단독 결정이라기보다 기무사 내부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불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민간인 사찰 기능 자체를 없애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기무사는 지난 1년 동안 부단히 자정 활동을 벌여왔다며 진심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기무사 2인자인 현 참모장(소장)마저 세월호 TF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기무사를 그대로 두고는 시민에 봉사하는 군을 만들 수 없다. 기무사가 지금 할 일은 어설픈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기무사가 누구의 지시로, 왜 민간인들을 사찰했는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차제에 기무사를 해체, 근원을 제거한 뒤 제대로 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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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제안한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과의 2030년 월드컵 공동개최 구상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동북아 평화 콘텐츠는 한반도 통일 이전과 이후  영원한 자산이고 스포츠로 보면 이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인판티노는 유능한 인물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 때 유럽챔피언스리그라는 상품을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국가대항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 참가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주도했다. FIFA가 각 나라에서 4~5개의 경기장을 활용해 적어도 2개 국가, 많게는 3~4개의 국가가 대회를 공동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그가 관철시킨 월드컵 출전국을 2026년부터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한 것과 연관 있다. 한 국가에서 80개 경기를 다 치르는 것은 운영상 어려움이 있고 흥행 반감 위험도 있다.

FIFA는 월드컵 축구라는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 비영리 국제스포츠단체다. 이들은 축구의 저변 확대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핵심에는 브릭스 국가(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및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신흥경제 국가와 중계권을 구입하는 미디어사, 스폰서를 구입하는 글로벌기업이 있다. 출전국이 증가하면 그만큼 저하될 수 있는 흥행의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개 국가의 공동개최는 흥행도 유지되고 비즈니스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미 2026년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공동개최로 확정됐다.

경제강국인 한·중·일이 자국팀 경기만 개최해도 FIFA의 주 수입원인 입장권, 중계권, 스폰서십 규모는 훨씬 커진다. 아디다스 등 글로벌기업의 마케팅 경쟁도 달아오른다. 북한도 비즈니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평양에서 월드컵을 보고 원산에서 서핑을 즐길 수도 있다. 월드컵 로컬스폰서는 개최국 권한이라 북한 내 주력상품이나 기업을 공식스폰서로 하여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적 스포츠마케팅 기업인 스위스 인프론트사를 완다그룹이 인수하면서 스포츠계의 영향력을 키우며 거대한 시장을 앞세워 단독개최를 희망하고 있지만 2026년부터 출전국의 확대로 명분이 약해졌다.

동북아 공동개최는 이 지역의 관광과 다양한 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남북한·중·일 동북아시아는 지리적으로 보면 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원소스멀티유즈형 지역이다. 서울에서 응원하고 교토를 관광하거나 베이징에서 축구를 보고 원산에서 서핑을 할 수 있는 2시간 거리는 최대의 장점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미 스포츠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안의 정치를 경험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정학적으로 첨예한 한반도에 축구를 통해 동북아 평화와 경제공동체의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동안의 FIFA의 검은 뇌물 의혹을 걷어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투명하고 윤리적인 조직 개혁의 책무를 갖고 있다. 1년 전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 월드컵 구상에 대해 비전을 언급만 하는 것으로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믿음을 갖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년 후 러시아 월드컵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다시 만난 인판티노 회장은 그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그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면서 대통령의 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힘을 발휘했다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FIFA 월드컵 동북아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호응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비즈니스의 핵심인 상대방의 가치를 만족시켜주는 고도의 지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축구장 인프라를 갖고 있다. 그동안 정기적으로 열리는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스포츠대회의 주기성 때문에 축구협회를 비롯한 스포츠단체의 명분이 살아나고 조직 풍토가 변하지 않는 원인을 제공한 역설도 있으나 세계에 선보여도 존경받는 스포츠체계를 만들고 연마하여 역사적인 장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신재휴 서울시립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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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0년이 되었다. 70% 넘는 국민 반대와 극심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에 손을 댄 지. 이틀 전인 7월4일, 감사원은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감사의 골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월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기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인 2013년 1월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하였다. 2013년 7월 발표한 3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조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참여업체 간 담합을 방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가 매번 결이 다른 결론을 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정치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1차 감사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감사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번 4차 감사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사업의 최종 책임자라 결론지었다.

환경시민단체들의 모임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 회원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기 문란 범죄로 드러난 4대강사업 관계자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당장 재자연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간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 도대체 4대강 사업을 왜 하냐고. 왜 6m 깊이로 강을 파냐고. 이번 감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앞장서 추진하고 비호했던 국토부나 환경부조차 애초엔 반대했던 이 사업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통치 차원”이란 명분으로 강행하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법적 절차는 무시되었고, ‘보’라 불리는 16개 ‘댐’이 건설되고 6m 깊이로 준설이 이루어졌다. 감사원은 23조원이 넘는 예산을 들인 4대강 사업의 이수 치수 효과는 거의 없으며, 서울대 경제학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빌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21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필자에게는 이번 감사 결과가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반대 주장의 정당성을 10년이 지난 이제야 확인받았다는 사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제기했던 전문가나 환경단체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절차상 잘못이나 위법성을 따질 수 있는 사법체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2009년과 2010년 ‘4대강 사업 위헌·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 소송단’이 4대강 사업이 하천법과 환경영향평가법, 국가재정법,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며 사업 취소와 행정처분 효력정지소송을 서울, 부산, 전주, 대전 지방법원에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민소송단 증인으로 4대강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16-0.24라고 재판부에 제출하였다. 이러한 사전 경제성 평가 결과는 이번 감사원이 제시한 사후 평가결과인 0.21과 유사하다.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게 일관된 분석결과다. 하지만 “낙동강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는 부산고등법원 판결이 있었을 뿐, 2015년 대법원은 4대강 사업에 위법성이 없다고 최종 판결하였다.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의 “통치 차원” 지시가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초월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묻는다. 당시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전문가들과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던 자들은 이번 감사원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도 자신의 주장과 판단이 옳았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정정당당히 나서 증거를 제시하라. 그렇지 못하다면 법이 당신들을 처벌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 사회는, 무너진 자연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찬동했던 인사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4대강 찬동 인명사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대다수는 지금도 부끄러움 없이 활동 중이다. 역사는,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진실과 거짓의 문제였고, 전문가에겐 진실을 지켜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에.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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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 단체장들이 업무를 시작했다. 언론 기사들을 보니 기존 단체장이 연임한 곳도 있지만, 신임 단체장도 많은 것 같다. 몇몇 지역은 인수위원회를 최소 규모로 꾸렸지만, 어떤 곳은 대규모 조직으로 출범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 인수위원회 명칭에는 ‘새로운’ ‘변화’ ‘혁신’ ‘소통’ ‘참여’ ‘시민’ 등이 담겼다. 아마도 이전과는 다른 지자체 철학과 정책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 위원회는 향후 민선 7기 4년 동안 진행될 지자체 비전과 목표 그리고 로드맵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두 달 동안 조직파악과 공약사항을 정책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주요 광역과 기초 지자체 공약을 보면 경제, 일자리, 복지만이 아니라 청년과 4차산업과 같은 정책들도 녹아들어 있다. 그만큼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최근 몇몇 지자체들은 지역 차원의 노동정책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바로 서울, 광주, 경기, 충남과 성남, 아산, 안산, 부천 등이다. 그동안 지자체 노동정책은 거의 전무했었다. 일자리정책은 경제나 산업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나마 조례 제정, 행정조직 설치, 정책과 사업, 지원센터, 거버넌스 운영 등 노동행정의 기본 골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은 서울시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도 서울시 노동행정은 향후 4년 동안 25개 자치구와 거버넌스를 통해 보다 깊고, 넓은 노동정책으로 펼쳐질 것 같다.

촛불항쟁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다. 아마도 분권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향후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은 중앙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노동의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할 것 같다. 지속 가능한 노동정책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론의 장 형성과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구조 속에서 가능하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가 시행 중이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생활임금, 기본소득 그리고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의 보호와 같은 의미 있는 정책들도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에서 실험 중인 정책들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부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데도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도시 정부의 새로운 대안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 공무원들은 ‘노동’ 문제를 고용노동부 소관 업무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서울시는 지역의 노동정책에 관심을 갖고 협치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지난 6년 동안 지역의 ‘노동행정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앞으로 서울시는 분권화 시대의 노동정책으로 ‘유니언시티’(Union City)를 표방하고 있다.

유니언시티는 지방정부에 특화된 노동정책 모델로 ‘노동존중 도시’를 뜻한다. 무엇보다 지방정부도 지역 차원의 보편적 노동기준을 수립하고, 노동자들의 존엄과 행복을 적정 수준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자들의 이해대변이 가능하도록 노동조합과 사회적 계약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유니언시티는 이제까지 시각지대에 있던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등 취약 노동자들도 단결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향유되는 도시를 의미한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처드 프리먼 교수의 한 논문은 의미심장하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도시 지역의 저소득층 아이들일수록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주요 국가들의 부는 상위 1%가 전체 총소득의 5분의 1을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부가 증가한 나라에서조차 빈곤 축소는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도시에서 ‘일의 불평등’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불평등과 차별 해소를 위한 지역과 도시의 역할로 ‘포용도시’를 제시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의미 있는 내용을 준비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중앙과 지방이 상호 협력해 분권화 시대의 새로운 지방정부 노동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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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실시한 대학평가의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작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더 나은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1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교육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이하 역량진단)이라는 새 이름의 대학평가를 강행하며 한층 공정하게 개선되었다고 자부했지만, 6월20일 발표된 1단계 평가는 예상대로 대학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역량진단을 통하여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 없이 정부의 일반재정지원을 받게 되지만, 탈락한 대학은 2단계 평가를 거쳐 탈락이 확정되면 정원 감축 권고와 함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이처럼 개별 대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1단계 평가에 대해 자율개선대학 선정 명단을 담은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고 각 대학에 해당 대학의 평가 결과만 알렸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비 결과라는 명분을 내세운 모양이지만, 각 대학을 일일이 접촉하여 전체 명단을 알아내느라 기자들만 고생했고 일부 언론은 오보를 냈다. 1단계 결과를 놓고 역량진단의 심각한 허점을 세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자율개선대학 선정에 비리사학 여부는 반영되지 않았다. 두드러진 예는 상지대학교의 자율개선대학 탈락이다. 상지대는 장기간의 대학 민주화 투쟁 끝에 승리하여 학교가 알차게 발전하던 중에 이명박 정부에서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부당한 결정에 따라 김문기 전 이사장 세력이 복귀하여 학교를 망가뜨렸다. 작년에 겨우 비리집단을 다시 몰아내고 정상화의 길을 가려는 참에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것이다. 사학비리세력이 저지른 잘못을 엉뚱하게 죄 없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꼴이다. 도무지 촛불정부가 내릴 수 없는 결정 밑에 깔린 둔감함에 분한 생각마저 치솟는다. 2단계 평가에서 예외로 판단하여 구제해야 마땅하다.

또 자율개선대학 명단에는 비리세력 때문에 자율적으로 개선될 길이 없는 대학들도 있다. 얼마 전 교육부 공무원이 비리제보자 신원과 제보 내용을 해당 대학에 유출하여 말썽이 난 수원대가 좋은 본보기다. 작년부터 무려 100건 넘게 제보된 사학비리에 대한 엄정한 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역량진단에 반영하는 것은 현행의 평가체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사학비리를 척결해야 올바른 대학 구조조정과 개혁이 가능함은 수원대 사례 하나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권역별 평가를 도입해서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역시 수도권 편중이었다. 수도권 대학의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은 90%가 넘는 반면, 지방대학은 65%대에 머물렀다. 정원 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41개 대학 중 36개가 지방대학이니, 지역 균형발전은 공염불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역량진단에 대한 논평에서 중요한 문제를 하나 더 지적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3000명 이상인 28개 대학은 1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선정되었지만, 1000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은 절반도 채 선정되지 못했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니 입학정원의 대폭 감축은 불가피하지만, 폐교를 택하는 경우를 줄여 대학 숫자를 가급적 유지해야 대학 생태계와 지역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지방의 소규모 대학들은 내실이 있든 없든 다 망한다.

셋째, 전문대학에 대한 차별이 도를 넘었다. 지난 6월2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역량진단 1단계 결과가 형평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듯이, 4년제 일반대학의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은 75%이지만 전문대학은 역량진단 참가대학 133개교 중 65%에 해당되는 87개교만이 선정되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담긴 고등직업교육의 내실 있는 발전이 가능할까.

교육부는 그동안에도 일반대학에 전문대학 고유의 실용적인 학과를 마구잡이로 허용하는 등 전문대학 교육을 곤경에 빠뜨리고 대학 생태계를 망가뜨려왔다. 국공립이 거의 없이 대부분의 학교가 사립인 전문대학 학생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집안 출신이 대다수인 터에 비싼 등록금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시달려왔고, 교수들도 어려운 여건에서 능력껏 교육을 해내기가 힘들었다. 교육부는 자신이 망가뜨린 전문대학을 아예 고사시킬 작정인가.

정책 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해법이 나온다. 대학평가와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 절실하고 또 절실하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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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내년부터 시행할 저출산 대책인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저출산 대책은 출산율 제고와 보육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 일과 가정의 양립(워라밸) 등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63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부터 생애 최초로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겐 취득세를 50% 감면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행복주택 아파트 광장 놀이터에서 열린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또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최대 2년간 임금삭감 없이 하루 1시간씩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단시간 근로자,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도 월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3개월간 받게 된다. 남성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는 사람이 받는 급여 상한액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1세 아이의 의료비는 사실상 사라지고,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도 3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출산율이나 출생아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출산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목표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 출생아수는 35만77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합계출산율은 1.0명 밑으로 떨어지고, 출생아수는 32만명에 그칠 것으로 확실시된다. 출산율이 재난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적어 심각한 결혼·출산 기피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미흡한 대책으로는 저출산 극복 의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많아 일부 사업은 내년 시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1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갈수록 급격하게 떨어진 탓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저출산의 원인에는 비혼과 만혼에 따른 혼인 및 출산 지연, 가임여성 감소, 청년 취업난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진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출산율을 회복하려면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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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각종 구실을 만들어 ‘제2의 월급’처럼 혈세를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활동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매월 6000만원을 꼬박꼬박 받아갔고, 상임위원장도 매달 600만원씩 타갔다. 법사위원장은 여기에 매달 1000만원씩 추가로 받아 여야 간사에게 100만원, 위원들에게 50만원씩 나눠 줬다. 예결위는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리고, 윤리특위는 1년에 한두 번 열릴까 말까 한데도 월 600만원씩 위원장 앞으로 지급됐다. 영수증 없이 쓸 수 있고, 어디에 썼는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먼 돈’이요, ‘깜깜이 예산’이다. 이렇게 쓰인 돈이 2011~2013년 3년간 총 240억원이다.

국회 사무처는 그간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를 완강히 거부하다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국회활동은 투명·정당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마지못해 자료를 공개했다. 이제 보니 왜 그렇게 특활비 내역을 숨겨왔는지 알 듯하다. 얼마 전 친박계 실세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최 전 장관이 받은 돈은 예산편성을 기대하며 국정원이 건넨 뇌물이지만, 시민들의 눈엔 그 돈이나 이 돈이나 다 똑같아 보인다. 시민들은 시장에서 콩나물 값을 깎느라 실랑이하며 살고 있다. 제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이렇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받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특수활동비가 문제되자 특활비 예산을 22.7% 줄였다. 정부도 올해 예산안에 각 부처 특수활동비를 17.9% 줄어든 3289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정부 예산은 국회의 감시와 점검을 철저히 받고 있다. 국회만 예외일 수는 없다. 국회도 정부의 방만한 예산 운영을 지적하기에 앞서 스스로 투명해져야 한다. 도대체 의원들의 연구활동에 왜 특수활동비를 지급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하다면 정책개발비나 특정업무경비에서 사용하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정부나 국회나 특수활동비는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사용 뒤엔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여야가 늦게나마 5일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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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 미국 뉴욕주 베텔평원에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3일간 펼쳐질 일명 ‘우드스톡 뮤직 앤드 아트 페어’를 관람하려고 모인 인원은 약 30만명. 그들은 “빨리 살고 일찍 죽는다”라고 외치던 비트문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히피문화의 추종자였다. 공연을 설계한 마이클 랭은 음악제작자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그를 제외한 관계자들은 거대한 음악행사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대중음악에도 신자유주의의 한파가 몰아친다. 대형 음반사의 독식 구조가 더욱 굳건해지고 뮤직비디오의 범람으로 실력보다는 외형을 중시하는 상업음악 문화가 자리 잡는다. 다행히도 때는 1969년이었다. 재즈의 전성기가 지나고 록과 포크음악이 주류로 등장하던 시절. 제작진은 축제를 시작하는 금요일은 포크음악가, 토요일은 서부지역 밴드, 일요일은 록음악가 위주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마이클 랭에게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에게 우드스톡이란 청년세대가 만들려는 두 번째 세상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공론장이었다. 사랑, 평화, 음악이라는 3가지 주제로 열린 지상 최대의 음악축제는 비관론을 뛰어넘어 역사적인 청년문화를 만들어낸다. 당시 무명 기타리스트였던 카를로스 산타나는 ‘Soul Sacrifice’란 연주곡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명은 우드스톡이었지만 실제 행사 장소는 맥스 야스거의 농장이었다. 공연문화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주민들의 반대로 마땅한 공연장소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야스거의 후원을 기념하여 록밴드 마운틴은 ‘For Yasgur’s Farm’이라는 곡을 내놓는다. 준비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음악가와 제작 관계자의 열정과 낙관과 아이디어로 작은 기적들이 만들어진다. 존 바에즈는 무대에서 ‘Sweet Sir Galahad’를 열창한다.

한편 3일간의 공연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시작 전부터 몰려드는 인파로 교통체증은 최악이었으며 악천후와 배수시설의 부족으로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마약에 취한 일부 관중의 난동도 발생했다. 특정 보수언론에서는 행사의 부정적 면만을 강조하여 비난 일색의 독설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공연의 뜨거운 열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감동시킨다.

공연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미 헨드릭스, 재니스 조플린, 알로 거스리,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 수십명의 음악인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우드스톡에 모인 이들은 자원봉사자를 자처하며 교통안내와 청소, 음식 조달 등을 돕는다. 크고 작은 토론회와 명상모임을 하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출신, 나이, 종교, 피부색을 초월한 평화주의자의 얼굴에는 푸른 미소가 피어났다.

반전, 반차별, 비폭력의 정신을 음악으로 구현한다는 히피의 자연공동체주의는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들은 공연장에서 기성세대가 저지른 침략전쟁, 인종차별, 물질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공유했다. 문제는 20대 백인 중산층 대학생이 주도한 히피즘이 확장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우드스톡의 자유정신을 이어 받은 공연이 열리지만 히피문화는 점차 자취를 감춘다.

마이클 랭은 1989년 베를린 장벽 제거 음악회, 우드스톡 94, 우드스톡 99 등을 기획하여 전문 공연제작자로서 명성을 굳힌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다큐로도 제작되어 지금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선사한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기세가 약해진 오늘에도 패권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은 여전하다. 비록 음악이 세계 평화의 열쇠는 아닐지라도 인간 본연의 가치를 전하는 소중한 상징임은 틀림없다. 그룹 매튜스 서던 컴퍼트와 가수 저니 미첼은 ‘Woodstock’이란 곡으로 뜨거웠던 8월을 추억했다.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전설은 문화사의 커다란 가능성으로 남는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음란한 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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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탕, 옛날짜장면, 카레에 감자가 사라졌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일이 아주 먼 옛날 같지만 불과 한 달 반 전의 일이다. 대체로 식품 가격이 올라가면 개명되는 일이 많은 것이 농산물이다. 항렬은 늘 ‘금’자 돌림이다. 금치, 금겹살, 금파, 금란 등이다. 근래 태어난 막내가 ‘금자’다. 감자탕에 감자가 사라졌다면서 감자탕집 업주가 언론에 나와 돼지등뼈보다 더 비싼 감자값 때문에 마진이 전혀 남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한다. 양파값이 폭등하면 중국집 업주가 나와 짜장면의 주재료인 양파값이 올라 손님 테이블에 반찬으로 나가는 양파 한 조각 내어놓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한다. 지난봄 수제비 한 그릇 사먹는데 실하게 감자가 담겨져 나와서 어찌나 황송하던지.

지난해 가을감자를 좀 덜 심은 데다 감자 저장량이 부족했다. 남녘에서 시설재배로 출하되는 봄감자가 추위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일시적으로(!) 감자값이 강세였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수미감자 20㎏ 도매가가 무려 10만원대였다. 대형마트에서는 감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로 한국판 감자 대기근이었다. 하지만 마트 한 코너에는 흙도 안 묻은 상태의 굵은 감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호주산 감자였다. 농산물이 국경을 넘나들 때는 반드시 검역을 거쳐야 한다. 흙이 깨끗하게 제거된 상태에서만 수출입이 가능하다. 흙은 외래 병해충 유입의 통로가 될 수도 있고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진그룹 일가가 검역도 안 거치고 전 세계의 산해진미를 들여와 먹은 일은 국가에 위해를 끼친 중대 범죄이고 검역당국은 직무유기다.

각설하고 굵직한 호주 감자를 보니 채 쳐서 튀겨먹기 딱 좋게 생겼다. 이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오는 굵고 실한 감자튀김 원료이기도 하다. 감자가 비싸져도 감자튀김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봉지만 뜯어서 튀기면 되는 완제품 형태의 냉동감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자 대기근도 금세 끝날 것이란 것도 빤한 일이었다. 날씨가 풀리면서 시설 봄감자가 본격 출하될 것이고, 노지봄감자가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지감자까지 쏟아지면서 이제는 폭락이다. 7월1일 기준으로 감자 20㎏ 도매가격은 3만600원. 지난봄에 비해 4분의 1 수준도 안된다. 작년엔 감자 자리에 달걀이 있었다. 한 판에 1만원입네 어쩌네 하다 지금은 한 판에 채 4000원 값을 지키지 못한다. 값이 오를 때는 당장 감자를 못 먹어서 죽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떨어질 때는 ‘물가안정’이라는 묘한 기조가 만들어진다. 보통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을 한다. 그 사이에 수확철이 다가오고 결국 폭락을 하는 이 지겨운 가풍은 ‘금’이라는 귀한 이름을 얻었다가 어느새 ‘똥’이란 이름으로 내쳐지곤 한다. 문제는 얄궂은 소비심리라는 것이 ‘금자’였다고 소문이 나면 금자가 감자로 돌아온 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안 먹어도 안 죽는 식품들이고 대체품도 많다 보니 그럭저럭 지내다 ‘많이 싸졌네,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감자들이 썩고 있다. 폭등만이 아니라 폭락에 대한 보도도 위험하다. 언론에서는 엄청 싸서 내다버린다더니 왜 이리 비싸냐며 따진다. 소비자 가격이 형성되는 수많은 과정이 사라지고 내다버리는 ‘스펙터클’만 다루기 때문이다. 여하튼 불친절한 금자씨가 ‘친절한 금자씨’로 귀환했다니 많이 먹는 수밖에. 벌써부터 농촌의 아는 형님들이 감자 부쳐준다는 연락이 온다. 감자나 쪄야겠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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