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해설자 이영표는 아내가 분만할 때 ‘주님이 주신 고통’을 느끼라며 무통주사를 거부했단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왜 유아적 신앙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르겠다. 성서를 잘못 읽은 탓이고, 전형적인 신앙의 왜곡이다. 그래도 이영표는 아내에게 출산의 고통을 강요하지는 않았단다. 폭력이나 위협도 없었고, 다만 권유했을 뿐이고 아내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단다. 부부 사이의 일이니 어쩌면 남이 뭐라 할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아내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

진짜 심각한 것은 예수의 이름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이다. 극단적 혐오세력의 뿌리가 보수 개신교에 닿아 있다는 최근 보도들은 충격적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에스더 기도운동’은 그저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공허한 구호에 멈추지 않았다. 북한, 이슬람, 동성애라는 구체적인 적을 상정해놓고, 끊임없는 공격을 감행했다. 차별과 혐오를 일삼았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했다.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공격도 빠뜨리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들을 만들며 박근혜 당선, 문재인 낙선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정권 창출의 과실을 챙기는 데도 열심이었다. 박근혜가 당선되자 국가정보원에 우파 활동가를 양성하겠다며 43억원의 예산지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터넷 기사에 댓글 다는 연습을 시키는 ‘미디어 선교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에게서 예수 정신을 찾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수가 제시하는 황금률, 곧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은 “너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라”는 거다. 누구도 혐오 대상이 되길 바라지 않고,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싶은 사람도 없다. 기독교의 기틀을 만든 바오로는 코린트 공동체에 보낸 편지에서 ‘가장 좋은 길’을 제시하겠다며, 그리스도인의 첫째 덕목으로 사랑을 꼽고 있다. 신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더라도, 온갖 신비를 꿰뚫어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이 있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백한다. ‘에스더 기도운동’ 같은 극단적 세력들은 성서 구절 한 글자도 귀히 모신다지만, 이런 황금률에 대해서는 철저한 유체이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교회 안에서 자기들끼리 예배 보고, 자기들끼리 축복과 은혜를 나누던 이들이 갑자기 인터넷 전사가 되고 거리 집회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서울광장에서 개신교도들이 태극기,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기까지 흔들며 통성기도를 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 까닭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불안감이다. 한국은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의 종단들이 종교 활동 인구를 삼분하고 있는데, 어느 종단 할 것 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기세 좋은 교세 확장은 옛날 일이 되었다. 종교 인구는 전반적으로 감소했고, 특히 40대 이하의 종교 인구는 급감했다. 한마디로 장사가 안되는 상황이다. 장사는 안되지만 목회자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 이근안도 교도소에서 통신 과정만으로 목사가 되었듯, 누구나 약간의 돈만 내면 목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곳도 꽤 많다. 최소한 먹고살 기반은 있어야 하는데, 종교 인구가 줄고, 목사는 늘면서 이게 만만치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럴 때 교회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예수 믿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면 된다. 누가 봐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데, 그 까닭을 찾아보니 그가 예수 믿는 사람이어서 그랬다면 선교는 저절로 된다. 물론 삶을 온전히 걸어야 하는 일이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선교활동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기 영역이라도 확고하게 지키고 싶을 게다. 이럴 때 흔히 내세우는 게 ‘적’ 개념이다. 가장 오래된 전략은 반공주의다. 북한괴뢰도당이 언제 남침할지 모른다며 시민들을 윽박지르고 인권침해를 일삼았던 박정희의 모델이다. 무슬림이 들어오면 한국이 모두 이슬람화되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폭력에 견딜 수 없게 될 거란 가공의 공포를 심어주고 확산시키는 거다. 이런 전술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적개심도 마찬가지다. 지금 동성애를 ‘치료’해주지 않으면 모두들 에이즈에 걸려 죽어버릴 것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런데 반공주의는 물론,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선택한 반이슬람, 반동성애도 극단적 개신교도들을 더 고립시킬 뿐, 선교는 물론 자기 세력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태극기 들고 반대 시위야 나가겠지만, 남북화해협력시대가 열리면서 북에 대한 극단적 증오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을 거다. 반이슬람도 그렇다. 자기 신자들도 무슬림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해외여행도 다닐 테니, 실제로 무슬림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배려도 잘하는지를 보게 될 터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악담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 또한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으니, 곧 멱살 잡은 손이 부끄러워질 게다.

문제는 비록 일부라지만, 이 극단적 광신도들은 대화나 설득,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헌법의 원칙을 말하는 것도 무망하다. 게다가 이들은 이미 사람을 혐오하고 사람을 파괴하는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형사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제는 국가형벌권을 꺼내 들어야 한다. 가짜뉴스를 만들고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사람들, 정치적인 결탁을 통해 제 뱃속만 채우는 사람들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누군가를 해치라는 선동, 의도가 뻔한 거짓말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신성불가침의 성역은 아니다. 그 자유라는 것도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할 수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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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교육을 근간으로 한 근대학교의 시효 만료를 알리는 신호가 뜬 지는 한참 되었다. 서구에서는 50년 전, 한국 사회에서는 30여년 전부터 빨간불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문제가 일찍 대두된 서구에서는 개혁의 청신호도 일찍 나타나고 있지만, 그 신호체계를 한국 사회에 이식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교육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와 맞물려 있어 사회 구조가 함께 바뀌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다. 

학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과 공동체가 다르다. 개인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를 떠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공동체로서는 학교를 버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타고 가면서 차를 수리하는 수밖에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칼 포퍼의 피스밀(piecemeal) 전략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한걸음 한걸음 개선해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달리는 차를 수리하는 제도개혁은 고도의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개혁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개혁 대상이 맞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업체들, 부모들, 대학들, 교장들, 교사들…. 저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근거하여 맞대응을 한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것도 업자들과 투기 수요자들이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면서 맞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피스밀 전략이 실패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짝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도루묵이 되고 만다.

맞대응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외통수로 몰아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공급 물량을 늘려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정부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만이 아니라 중산층을 위한 임대아파트도 공급해야 한다. 통제력을 확보한 다음 보유세나 분양가 공개 같은 정책을 보조수단으로 쓰면 아파트 값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손자병법식의 묘수보다 오자병법식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밀어붙여야 한다. 통제력 확보가 우선이다.

교육 분야도 비슷하다.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이 뛰는 것과 강남 8학군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기 대책으로는 강북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학군을 만들고, 동시에 그곳에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수시입학제를 확대하면서 사교육 수요가 생겨나지 않는 대입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과 사교육업자들, 학부모들이 담합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지 않도록 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장기 대책은 교육의 패러다임,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학력으로 임금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목수가 되고 싶은 아이는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점점 줄고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만큼 20대 초반에는 누구나 대학에서 교양을 습득할 수 있게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이를 청년에게 주는 기본소득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학력 차별을 없애거나 아예 학력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다. 전문 연구를 할 사람만 석박사 과정을 밟게 하면 된다.

초·중·고와 대학은 교양교육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양교육의 핵심은 맥락을 파악하는 힘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부분을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볼 줄 아는 것,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줄 아는 것이 교양이다. 교양 있는 사람은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 가짜뉴스가 판치는 이유는 우리 사회 전반의 교양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교양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 시민교육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곧 공교육의 역할이다.

생각하는 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생각하는 힘, 살아가는 힘의 본질 또한 맥락을 읽고 소통할 줄 아는 데 있다. 일본과 한국의 교육이 그 방향으로 제대로 바뀐다면 내부의 갈등도, 한·일 간의 갈등도 줄어들 것이다. 공교육은 공동체의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전체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할 줄 아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 공교육의 방향이어야 한다.

<현병호 교육잡지 격월간‘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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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 내내 이어진 BMW 화재사고는 폭염을 어렵게 견딘 시민들의 마음속까지 까맣게 태웠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 기업을, 정부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편치 않다. 그러나 이번 BMW 문제는 차량결함이라는 단순 사실에서 나아가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가의 본질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BMW의 화재사고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특정 회사의 문제가 아닌 모든 디젤차량의 대기오염 유발문제라는 본질에서 바라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은 휘발유의 10배에 달한다. 과도한 질소산화물 배출로 인한 도심의 오존농도 증가가 국민 호흡기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심각하기에 디젤차량을 줄이는 것은 그 어떤 대기환경정책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미세먼지만큼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의 사태는 모두 이 질소산화물 배출과 연관된다.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유럽연합의 규제는 해가 갈수록 강화되었고 2015년에는 이전 유로5보다 배출기준을 5배나 강화시킨 유로6를 적용하였다. 미국은 그 이전부터 유로6보다 훨씬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거의 모든 승용차와 소형트럭까지 휘발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디젤로 맞추기 위해 거짓조작을 한 것이며, 이번 BMW는 획기적으로 강화된 유로6 기준을 맞추기 위한 기술이 문제가 된 것이다.

7월 29일 강원 원주시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 치악휴게소 인근에서 주행 중이던 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두 회사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다른 제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것이다. 2016년 유럽에서 실제 운행하는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는 충격적인데 유로5 기준을 통과한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 실배출량은 회사별로 허용기준의 최소 3.2배에서 최대 7.9배를 초과했으며 유로6 기준 차량은 최대 15.1배를 초과했다. 실주행 시 유로기준을 충족하는 디젤차량을 만드는 회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두 회사는 유로6 기준을 맞추지는 못했지만 질소산화물 초과 배출량이 허용기준의 3배 이내로 가장 적은 회사들이었다. 결국 실현가능성 없는 과도한 기준치의 적용과 이 요구를 안일한 조작으로 맞추기 위한 기업의 무리수가 화를 불러온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부각되지 않은 회사 차량은 안전할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차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유로5 기준을 통과한 차량의 경우 실제 허용기준치의 7.2배를, 유로6 차량 또한 허용기준치의 무려 7.7배를 더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클린디젤이 아닌 더티디젤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며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디젤차량이 호흡기에 치명적인 질소산화물을 대량으로 방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BMW와 같이 개별 차량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도시 대기오염을 가중시켜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훨씬 크다는 것이다. 대기오염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호흡기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실에서도 디젤차량을 위해 지속적으로 디젤 가격을 저가로 유지하는 국가정책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정부의 곳간은 한없이 늘어만 가고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자동차가 사치품인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고, 필수품을 보다 저렴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시대가 바뀌면 세금정책 또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 화석연료 자동차의 축소는 향후 급격히 진행되겠지만 그사이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전기차나 수소차에 지원되는 통 큰 세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안다. 지금이야말로 어려운 국민을 위해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경유와 같게 낮출 적기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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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아프고 씁쓸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비위행위자 ‘징계 0명’ 입장에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다시 분노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블랙리스트 진상규명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 문체부와 산하 공기관 131명에 대한 ‘책임규명 권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 1번 과제로 약속되어 국가와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꾸린 초헌법적 기구였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여명에 이르는 문화예술인을 10여년에 걸쳐 일상적으로 사찰·검열하고, 사찰을 넘어 현재까지만 3000여건의 구체적인 배제 사건 등이 확인된 전대미문의 국가범죄다. 두 전직 대통령과 비서실장, 정무실장, 전직 문체부 장관 두 명 등이 우선 구속된 초대형 게이트다. 청와대, 국정원, 문체부와 수십개 공공기관들이 긴밀히 공조해 조직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사상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일상적으로 짓밟은 현대판 분서갱유다. 잘 보이지 않는 작동 및 실행 방법 탓에 저강도인 듯하지만 국가 주요 기관들이 ‘학살배제자’ 명단을 작성하고 은밀하게 실행해 온 무시무시한 홀로코스트였다. 문화예술인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모든 주권자들의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향유의 권리가 짓밟혔다.

애초 이런 사건의 방대함과 중함에 따라 대통령 직속위원회로 법령에 기초한 진상조사위 설치와 국회의 국정조사도 요구해 왔다. 대선 이후 적폐청산의 시급함 등을 들어 장관 자문기구 형식으로 출범했지만, 그 권한과 역할에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 장관의 약속을 믿고 출범했다. 그러나 그 권한과 역할에 대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출범 이후 끊임없이 ‘장관 자문기구’일 뿐이라는 역할과 권한에 대한 축소와 흔들기와 방해, 외면과 공격에 직면했다. 종종 자유한국당 등의 정치적 공세가 핑계였고, 각종 법률 조항이 모든 활동을 옥죄는 수단이 되었다. 심지어 2018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활동 예산은 정부·여당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아 국회에서 전면 삭감되었다. 간신히 24명의 조사관이 전원 채용된 것이 11월 중순이었는데 예산 전액 삭감을 이유로 12월까지만 활동하고 문 닫으라는 협박과 엄포가 날이 섰었다. 그나마 최소한의 진상규명을 이루어 온 것은 조사위에 참여한 민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와 소수 조사관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이었다.

그런데 문체부로 공이 넘어가고 돌아온 첫 대답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문화예술 생태계 전면 쇄신으로 가는 첫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인 ‘책임규명 권고안’에 대한 전면 부정과 배신과 기만과 조롱과 모욕이다. ‘수사의뢰 4명과 주의 조치 10명.’ 주의는 일상 서류관리만 잘못해도 내려지는 처분으로 징계가 아니다. 그 외 숫자에 포함한 인원은 박근혜 정부하 감사원에서 진행한 감사 결과 처분이다. 더더욱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주요 문체부 소속 공기관들은 ‘문체부 아님’이라는 딱지를 붙여 자신들의 역할을 부정했다. 사건의 특성상 진상조사위는 독립성, 책임성과 공정성 등을 고려해 도종환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문체부 핵심인 기조실장과 문예실장, 감사관이 위원으로 참여해 책임규명안의 모든 심의 의결 과정에 함께했다. 이를 다시 행위 당사자 집단 주도하의 ‘내부 검열과 마사지’ 과정을 거쳐 형해화시킨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의 사회적, 역사적, 공적 과정에 대한 전면 부정과 왜곡에 다름 아니다. 촛불혁명 과정에서 쿠데타 계획을 수립한 기무사는 현저히 부족하지만 조직의 3분의 1이 떨어지고, 이름과 성격, 내용에 대한 부분적인 쇄신이나마 이루어졌다. 10여년 동안 문화예술인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상적 쿠데타를 실행해 온 문체부에 대한 책임은 더 엄하게 물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131명에 대한 책임규명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프지만 다시는 이런 전대미문의 국가범죄가 없게 하는 역사적 경계표지석이 될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그 권한과 역할, 조사 기간의 미비로 이명박근혜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 대한 조사와 자료에 접근하기 힘들었다. 일명 ‘캐비닛 문건’도 볼 수 없었고, 검찰과 법원에서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 핵심 자료 공조도 힘들었다. 모든 조사가 이제 막 시작인 상태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 문체부가 지금 내야 하는 입장은 이런 불충분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보고, 진지한 반성과 사과, 이후 미진한 부분을 채워 갈 좀 더 진지하고 성실한 이행 과정에 대한 계획이지, 이런 식의 왜곡과 폄훼, 불쾌한 블랙코미디가 아니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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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배우 정우성씨가 출연해 히트했던 텔레비전 광고시리즈가 있었다. 중화권의 스타 배우였던 장쯔이와 함께 출연했던 음료수 광고였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남자가 연인을 품에 안고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노래 제목이나 패러디로 등장할 만큼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있을 정도다. 묘하게도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은 이 유명한 광고가 생각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 공동취재단 서성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전 세계를 향해 한반도의 평화를 역설했다. 남북이 3차례 정상회담을 열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북·미 정상회담 역시 묵은 적대관계 청산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천명했다. 이어 ‘전쟁 없는 한반도’ 시대는 이미 시작했다며 “북한이 이제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협력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평화를 호소한 것이다. 1년 전 이맘때 같은 장소에서 한반도의 전쟁위기로 인해 평화의 전당이어야 마땅할 유엔에서 상대의 멸절을 언급하는 위협의 교환이 난무했지만, 이번에는 상대를 인정하는 유연함과 평화의 메시지가 교환되면서 유엔의 의미도 되살아났다.

6월12일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은 이후 실무협상에서 궤도를 이탈해버렸고, 70년 불신구조가 재작동하면서 교착에 빠졌었다. 지난 3월의 재현처럼 특사단의 재방북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죽어가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호흡을 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만들어냈지만, 돌아보면 방북 이전의 우려는 매우 컸었다. 무엇보다 정상회담은 판문점선언과 비핵화라는 2가지 측면에서 확실한 진전을 강하게 요구받았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한반도 종전실현으로 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종식할 담대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합의함으로써 성취하였다. 북한에 말려들어 비핵화는 뒷전에 놓고 남한이 가진 재래식 무기체계의 우위를 포기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였던 재래식 무기의 열세로 인한 존재론적 위협을 감소시켜줌으로써 핵을 포기할 유인을 더 높인 셈이다. 두 번째 진전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양보는 그 일각의 주장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었다. 동창리 시험장 폐기에 대해 미국의 비판자들이 그토록 요구하던 검증을 조건 없이 수용하였고, 더 나아가 북한 핵 개발의 핵심이자 상징인 영변 핵시설을 상응 조치의 조건부로 폐기하겠다는 구체적 약속까지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미 오래전 공은 미국에 있었지만, 골대를 옮겨가면서 북한의 양보만을 압박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까지 구두 합의했다가 국내 반발에 미적거렸던 미국 정부가 행동할 차례다. 센토사합의의 1항인 새로운 북·미관계와 2항인 평화체제 구축은 미국이, 3항인 비핵화와 4항인 유해송환은 북한의 이행사항인데, 북한만 이행하고 미국은 하지 않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 연설로 이어지면서 남북이 조성한 평화를 세계가 돕는 구도가 마련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평화롭게 살겠다는데 굳이 왜 방해하는가라는 국제여론이 형성된 점이 고무적이다. 미국이 여차하면 평화의 방해자로 인식될 수 있다.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까지 했다. 트럼프 특유의 상대를 ‘가지고 노는(toying)’ 여지도 있어 보이지만, 문재인-김정은-트럼프가 한배를 탔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한 의미가 더 크다. 그가 말한 김정은의 “예술적인 편지”의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비핵화의 통 큰 양보라면 트럼프 역시 내부 강경파의 방해 공작을 과감하게 제압하고 평화프로세스를 함께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자신은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트럼프의 말은 지금까지는 옳았으나 이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일 올 들어 네 번째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다. 이 자리에서 북한 영변 핵 시설 사찰·검증·폐기와 종전선언,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놓고 담판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 그냥 평화하게 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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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회에서 새로운 강사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강사당 학기별 최대 6시간,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9시간 수업을 맡겨야 한다. 1년 단위로 계약해서 최대 3년을 보장해야 하고, 방학 중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도 마련해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해주어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에 최소한이나마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 환경을 마련해주어 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벌써 엉뚱한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대학이 인건비 상승이 예상되자 이를 사전에 막고자 온갖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선 교원확보율에 해당되지 않는 강사는 현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대신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강의를 늘린다. 이를 위해 강사 비율이 높은 학과에 불이익을 준다. 또한 개설 강좌 수를 대폭 줄이기 위해 졸업에 필요한 필수 학점 수도 낮춘다.

이러한 소문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추가 예산지출이 없기에 당장 대학 생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학문의 재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많은 강사들은 생계는 말할 것도 없고 학문할 수 있는 여건을 잃는다. 대부분 본교 출신의 강사들은 자신을 키워낸 대학에서조차 설 땅이 없다. 이를 바라보는 후배들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할 뜻을 접는다. 대학원 나와 봐야 교수가 되기는커녕 당장 활동 공간도 없기 때문이다. 대학원이 텅텅 비어간다. 학문을 논할 제자가 없으니 교수도 공부를 게을리한다.

전임교원은 엄청난 강의 부담에 시달린다. 1주일에 5과목, 6과목, 7과목 거의 무제한으로 강의를 해야 한다. 강의 시수와 수강학생 수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과중한 강의 시간 탓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리 없다. 게다가 개설 강좌가 줄어들어 모든 강의가 도떼기시장처럼 벅적거린다. 강의하느라 연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국 학자들이 해놓은 연구를 요약해서 ‘얕고 넓은 지식’을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으로 추락한다.

이렇듯 대학이 생존주의자로 전락하는 사이 학문 후속세대의 재생산은 완전히 물 건너간다. 실제로 인건비를 줄여 생존하려는 노력은 신임 교수를 뽑지 않는 사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년퇴임을 해도 새로 교수를 충원하지 않는다. 취업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학과가 말라죽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새로 오는 자는 새로운 희망을 가져온다. 새로운 교수가 와야 대학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예 그 싹을 짓밟는다.

이제 대학의 목적은 생존이다. 많은 사람들은 저출산과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마냥 이러한 사회구조의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도대체 누가 대학을 생존주의자로 몰아가는가? 손에 손을 맞잡고 취업 문제를 대학에 떠넘긴 국가와 기업이다. 국가는 국가보조금을 한 손에 쥐고 또 다른 손에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면서 대학을 겁박하고 있다. 정원을 줄이고 취업훈련소가 되라고. 기업 역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산업인재를 키워내라며 대학을 압박한다.

기업은 사실 부모가 20~30년간 자녀에게 쏟아부은 인적 자본의 최후의 수혜자다. 별다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열매를 마구 따먹는다. 사회에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에게 투자하지 않고, 써먹지도 않을 온갖 스펙을 요구해서 대학교육을 황무지로 만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대학이 학문의 탁월성을 추구할 수 없다. 단기성과를 내라는 경영 언어에 휘둘려 눈앞의 생존에 매달린다. 하지만 묻자. 진정,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삶’에서 우러나온 문제를 붙잡고 ‘우리의 언어’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남의 삶’에서 나온 ‘남의 이야기’를 주워섬기며 ‘제 이야기’인 양 우쭐대는 허깨비가 수두룩하다. 이런 비판을 하면 제 밥그릇 챙기기 급급하다며 ‘교레기’ 취급이나 받겠지. 나는 또다시 우울한 상념에 사로잡힌다. 이러다가 온 대학이 다 천해지면 누가 귀한 일을 맡아서 할까?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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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이 4일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금융 투자 및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을 선언했다. 대신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 가능한 투자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충남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탈석탄동맹’에 가입했다.

‘탈석탄운동’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가장 현실성 있는 조치이다.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 생산의 ‘주범’으로 꼽혀온 충남도가 국제 탈석탄동맹에 가입한 것은 주목할 일이었다. 충남에는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이 몰려있다. 충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국의 25%를 차지한다. 충남도는 탈석탄동맹 가입과 함께 2026년까지 도내 화력발전소 30기 가운데 1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는 석탄발전량을 제로로 하겠다고 밝혔다. 오염 주범 자치단체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에너지 전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결실을 맺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협력과 금융기관의 투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관투자가인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탈석탄운동에 동참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세계는 지금 탈석탄,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이에 호응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탈석탄·재생에너지 투자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화석연료 제로운동’을 벌이는 국제기후변화 대응기관인 ‘350.org’에 따르면 현재 985개 세계 금융·투자기관이 화석연료 배제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 등의 금융기관은 지난 10년간 9조원 이상을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해 기후환경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탈석탄운동은 국제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다. 사학연금·공무원연금의 탈석탄운동으로 한국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제 국내 금융계와 투자기관들이 동참할 차례다. 언제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세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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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차등적용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의) 지역적 차별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동안 차등적용에 반대해왔던 정부·여당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여당도 김 부총리의 발언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일 이 총리가 ‘전문가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4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조율이 안된 상황에서 차별화 방안이 불쑥 제기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간 영상 경제관계장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은 임금상승폭이 커지면서 경영계의 주요 민원으로 부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도시·농촌, 숙련·비숙련자, 그리고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숙련도가 낮은데도 과도한 임금을 주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도 차등적용 대상으로 꼽았다.

현실적으로 일리가 없지 않지만 한국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차등적용 사례가 있지만 그러나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달리 노동과 소득면에서 지역적 격차가 크지 않다. 또한 지역 간 이동도 더 빈번하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임금을 달리 매긴다면 임금이 높은 곳으로 노동력이 쏠리는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곳은 ‘낙후 지역’이라는 낙인과 함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역과 업종, 노동력에 따라 임금을 구별할 정확한 데이터도 없어 기준조차 세우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고 논란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의견을 모아갈 계획이다. 최저임금은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덜컥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을 꺼내든 것은 오히려 논의를 꼬이게 할 수 있다. 현행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별 차이를 두고 싶다면 보조금을 주거나, 생활임금을 도입해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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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들로 구성된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불허를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권고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중국 부동산그룹인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설립 신청을 승인해 의료공공성 붕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녹지그룹은 지난해 8월 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도 채용해 11월 최종 허가권자인 제주도에 개원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거세자 제주도는 지난 4월 이 사안을 공론화위에 넘겼고, 제주도민들은 개원 불가를 선택한 것이다. 병원이 설립되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허 결정을 내린 제주도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평가한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숙의토론에 참여한 180명의 제주도민 중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하면 안된다고 한 비율이 58.9%로, 허가해야 한다는 비율(38.9%)보다 훨씬 높았다. 개원 불허의 가장 큰 이유로 ‘다른 영리병원들의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의 공공성이 약화할 것’(66%)이라고 꼽은 것은 의미가 깊다.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는 영리병원은 의료비 상승, 의료 양극화, 건강보험체계 훼손 등의 우려가 제기돼 왔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유로 비싼 병원비를 받을 것이 뻔하다. 외국인 환자를 주고객으로 한다지만 내국인도 건강보험 혜택을 포기하면 진료가 가능하다. 돈 있는 환자들이 영리병원으로 몰리면 세계에서 공공성이 가장 높다는 건강보험체계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에 환자를 뺏기는 다른 병원들도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영리병원식 운영을 따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영리병원의 비싼 병원비가 다른 병원으로도 확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영리병원은 일단 국내에 처음 설립되면 급속히 번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영리병원은 자본금 50% 이상만 외국인이 투자하면 제주를 비롯해 인천 송도 등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의료영리화의 ‘문’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다. 향후 원희룡 지사는 공론화위의 권고를 참고해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해 병원 설립을 불허해야 한다. 그리고 이왕 만들어진 녹지국제병원은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 제주도민들을 위한 병원으로 거듭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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