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매주 한 차례씩 소방에 관한 칼럼을 일 년 동안 기고하기로 호기롭게 약속을 했다.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6년 동안 근무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추억에 대한 진심어린 보답을 하자는 마음의 발로였다.

엊그제 어렵사리 첫 발을 뗀 것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 칼럼이다. 마치 새롭게 집을 단장하는 새색시의 마음처럼 지난 한 해 동안 소방의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며, 앞으로의 대한민국 소방이 무궁하게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동안의 칼럼에서 필자는 소방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폭넓게 견해를 제시하고자 나름 노력해왔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소방이 반드시 국가직이 되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바 있으며, 소방관들이 지녀야할 119 정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맞게 소방인의 외국어 능력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것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자원봉사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으며, 진정한 출세와 전문가 정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소견을 밝혔다.

50여 편의 칼럼을 매만지면서 때로는 기쁨에 환호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어렵기 만한 비판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심초사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번 칼럼을 쓰면서 마음속으로 항상 바랐던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우리 소방인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사사로운 이익이나 불의, 나태함 등과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출세를 통해서 안전전문가로 거듭나기를 부탁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는 우리 소방인들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채찍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정책적, 재정적으로 적극 지원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대단히 감사하게도 몇몇 칼럼은 현장에 반영되어 잘못된 부분이 일부 수정되기도 했고, 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안전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을 시작했다고 하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년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모든 소방인들이 행복해지는 것과 그 행복 위에서 대한민국이 더욱 안전해지기를 바라는 일관된 소망이었다. 칼럼을 쓰면서 애로사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주위의 소방인들과 소방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며,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도 선물로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소방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소방인들의 행복한 꿈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꿈들이 현실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소방관들이 만들어 가는 재난에 강한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우리의 모든 힘과 국가의 역량을 결집해서 대한민국 소방이 한 단계 재도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필자 또한 미약하나마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힘을 보탤 것을 약속드린다.

그동안‘이건의 소방이야기’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분들에게 제일 먼저 감사드린다. 아울러,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공간을 할애해 주시고,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경향신문의 김창영 차장님께도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대한민국 소방인 여러분! 항상 안전하시고 행복하세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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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되려면 삼 대가 덕(德)을 쌓아야만 한다는 필자의 신념은 <이건의 소방이야기>라는 칼럼을 쓰기 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다.

매일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식사도 거르고 뛰쳐나가야 하는 삶이 때로는 고달플 때도 있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먼저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 소방관이다.

화재, 구조, 구급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일을 매일같이 해야 하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단순히 사명감 하나만으로 견뎌내기엔 평생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무척이나 크다. 그래서 소방관은 아무나 할 수도 없고, 또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고귀한 소명인 것이다.

소방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서 안전전문가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연속이며, 이렇게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안전전도사로써의 역할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수고와 노력의 흔적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행복이자 보람으로 여겨야 함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이지만, 정작 그들의 직무만족도나 행복지수는 대체로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업무 특성상 극도의 긴장상태가 만성화되면 삶의 질이 떨어져서 결국 조직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긍지와 자부심만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 안에 분명히 존재하며, 이제는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어쩌면 그 해결의 실마리를 ‘2014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문제, 소방공무원 정신건강관리 개선방안 마련, 그리고 소방장비 노후화와 내용연수 문제 등이 논의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소방공무원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는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2011년 발표된 ‘소방공무원 스트레스 수준과 직무 환경적 유발요인’(지방정부연구 제15권 제1호)이란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에 근무하는 392명의 소방관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한 결과, 18.1%가 고위험 스트레스 집단으로 분류되었고, 67.8%가 잠재적 스트레스 집단으로 분류되어 소방관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한편, 2014년 방송된 한 뉴스에서도, 소방관들이 공황장애, 수면장애, 분노조절장애, 불면증,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관리가 필요한 장애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소방관의 숫자가 약 2만 명이 넘는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소방관이 마냥 안락하고 편안한 것만을 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방의 선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온 그 소중한 전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책적 개선에 관한 고민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소방관이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과 다양한 선택의 환경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일터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누군가를 구하기 이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 2000년 이후로 소방은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3교대 근무 및 소방위 계급으로의 근속승진에 따른 생활패턴의 변화, 소방의 국가직 전환에 관한 국민적 염원, 소방방재청 폐지 및 국민안전처로의 직제개편 등이 대표적인 변화일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수요에 발맞추어 소방관이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일터를 가꾸고 만들어 나가야 하며, 소방관의 행복과 복지를 위한 연구와 정책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한, 우리의 소임에 맞는 분명한 목표와 실천계획을 세우고, 소방의 역할이 요구되는 곳으로부터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할 수 있도록 소방의 국가직 전환을 포함한 전반적인 시스템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선배, 동료, 후배에 대한 상호 신뢰, 인정 그리고 존중이 이 직업을 선택한 우리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하는 절대가치임을 항상 기억하고,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흥을 돋우어 보자.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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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발표된 ‘원전시설 소방특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원전에 설치된 일부 소방시설이 설계단계에서부터 누락되었거나, 시공, 감리, 소방시설의 설치 적정성 등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원자력발전소에서는 건축허가도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을 지어 놓는 등 그야말로 안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의 소방방재청 국감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소방공사 감리업체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총 259건으로 이중에서 ‘허위 보고서 제출’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소방공사 감리제도라는 것이 소방시설 공사가 설계도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 품질 및 기술 지도를 하는 절차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과정에서 상당수가 허위로 보고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해서 조속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한 번 잘못 지어진 건축물은 지역사회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건물은 처음 시작부터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지어야만 한다.

필자가 맨 처음 설계도면을 검토하는 업무를 배정받았을 때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소방기술사 등 전문가가 그린 도면을 엔지니어도 아닌 사람이 검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씩 걸음마를 떼고 업무에 익숙해지면서 설계도면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얼마나 큰 권한이자 책임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 점이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미국소방의 사례로써 위험관리(Risk Management)의 개념을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미 공군의 소방건축시스템을 살펴보고 대한민국 소방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미 공군에서는 건축계획이 세워지면 인터넷 공고를 통해서 자격이 있는 업체를 모집한다. 계약을 담당하는 계약처는 사용자측의 요구와 관련 규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최적의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선정된 업체는 곧바로 설계도면 작업을 시작하는데 바로 이 시점부터 소방서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통상적으로 설계도면이 30%, 60% 그리고 90%가 완성되었을 때 업체는 소방서에 도면검토를 의뢰해 온다. 즉, 3회에 걸쳐 도면검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검토 의뢰를 받은 소방서에서는 설계도면이 관련 규정에 맞게 그려졌는지 그리고 관련서류들이 하자는 없는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게 되며, 보다 기술적인 부분은 소방서에서 고용된 소방기술사가 검토한다.

이렇게 도면검토가 끝나고 착공신고가 들어오면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업체, 건물 사용자, 소방서 등 관계 부서의 사람들이 모여 ‘착공 전 회의(Pre-Construction Meeting)’라는 것을 진행한다. 이 회의에서는 공사기간 동안 주의해야 할 안전사항이 전달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공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의응답도 오고 간다.

그렇게 공사가 시작되고 건물이 90% 정도 완성되면 ‘준공 전 사전검열(Pre-final Inspection)’을 진행한다.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 사전검열을 통해서 잘못된 부분을 미리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다. 보통 이 과정에서는 스프링클러, 경보설비, 방화구획 등 입주 전 확인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작동점검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준공검사(Final Inspection)’에서는 사전검열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포함한 종합점검을 실시하며, 준공검사가 끝나면 건물 사용자 및 관계 부서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각 설비별 사용법 및 유지보수 방법을 설명해 주는 ‘작동 및 유지보수 교육(Operation & Maintenance Training)’을 실시한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건물이 최종적으로 건물 사용자에게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관할 소방서에서 규정에 따라서 정기 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건축의 전 과정에서 소방서는 소방기술사와의 적극적 업무협력을 통해서 높은 수준의 예방행정과 안전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는 미국의 시스템이 우월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소방도 다양한 절차를 통해서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협의과정을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보완통보를 할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소방기술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방서가 한두 명만의 인력으로 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보니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예방행정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거기에 규제를 완화하고 민원인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점도 담당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있고, 소방에서는 안전을 추구하다보니 어느 면에서는 서로의 이익이 상충되기도 한다. 그때 결정의 기준은 바로 안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규제를 완화하는 현 시대의 흐름에 일부 역행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안전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설계도면 검토에서부터 안전을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예산이 더 확보된다면 각 지방소방본부단위에서 소방기술사를 채용해 예방행정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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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신고포상제가 범람하고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신고포상금 제도의 종류는 현행 법률 수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각각의 법률에 근거한 공익침해 사항이 최소 1개에서부터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포상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가스관련 불법행위 신고포상제, 원산지 허위기재 신고포상제, 밀렵신고 포상제도, 불법 고액과외 등 학원신고 포상금제, 영화파일 불법유통 신고포상제, 부정불량식품 신고 포상금제도, 음주운전 신고포상제, 안전신고 포상제, 불공정 거래 신고포상제, 불법게임물 신고포상제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신고포상제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포상금의 종류도 많아지면서 신고포상금만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사람들(일명, 파파라치)도 늘어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특수 장비와 관련 법 규정까지 속속들이 꿰고는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벌어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신고포상제도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르지 않은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서 신고를 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음지의 잘못된 관행과 행위들이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고 상당부분 개선된 점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포상금만을 노리고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포상금을 받아 내는 방법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원이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 악성 신고자들은 의도적으로 불법행위를 연출한 뒤 신고하는 사례까지도 보도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일이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소방에서도 신고포상제가 있다.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것인데, 그것이 바로 ‘비상구 신고포상금제’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보면, 2010년 서울시소방재난본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자마자 4개월 동안 접수된 비상구 관련 불법행위 신고 건수가 자그마치 2402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지급된 포상금 액수는 약 425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포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소방서에서 감사배지나 소화기를 선물했다면 이렇게 많은 신고가 접수되었을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본래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의 취지는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다중이용업소 등 영업주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것이다. 또한, 신고를 한 사람에게는 적정한 보상을 해줌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비상구 확보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취지가 다소 변질되는 모양새다.

경쟁업소간 갈등으로 인해 악의적으로 민원을 접수하는가 하면, 혹자는 포상금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비상구 시설을 훼손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관련규정에 의해서 소방관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이에 따른 시간적, 정신적 손실도 크다.

어느 시대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지도 벌써 다섯 해가 지났건만 ‘신고 후 포상’이라는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포상 이전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며, 수립된 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법의 사각지역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섬세한 전략과 기술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반복해서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대로 차별 없는 확고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국민의 안전의식 전환을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채우기 보다는 지속적인 계몽과 현장방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히 보답을 해야 한다면 신고를 해 준 시민에게는 대한민국 1등 안전브랜드인 ‘119 배지’를 수여하고, 시민안전모니터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보다 실질적으로 안전문화 정착을 권장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마땅히 관리 감독해야 할 일들을 그저 손쉽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일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국민의 안전이 신고포상제의 그늘에 가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신고포상제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색되었으면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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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도 없이 많은 다양한 국적의 민간항공기와 군용항공기가 대한민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진흥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평균 발생하는 항공기사고는 대략 5건에 이른다고 한다.

항공기사고의 주된 원인은 조종사의 과실, 엔진 고장과 같은 기계적 결함, 악천후, 정비 불량, 항공관제 실수, 의사소통 미숙, 화물 비행기의 과적, 테러 등이다.

항공기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사고의 성격상 효과적으로 초동대응 하기가 대단히 곤란한 재난중 하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수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14년 7월에도 세월호 참사현장 지원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도 소방본부 특수구조단 소속의 소방헬기가 추락하면서 미처 초동대응도 하기 전에 탑승하고 있던 소방대원 다섯 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방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대한적십자사 등 다양한 기관들이 모여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비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항공기가 주거밀집지역으로 추락하게 된다면 이는 곧바로 대형복합재난으로 확대되어 인명구조 및 효율적인 응급의료 프로세스 구축 등 다양한 기관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의 초동대응기관인 소방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 역할이 중요한 만큼 소방대원들에게 미치는 위험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안전처 훈령 제1호인‘항공기사고에 따른 수색구조 운영규정’에 보면 소방의 역할이 개괄적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현장에 출동해서 수색구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기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따라서 항공기사고로 인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첫 번째로는 현장지휘관의 우선순위 설정이다. 현장지휘관이 항공기사고에 대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항공기사고 현장에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화재는 물론이고 파손된 동체 속에서의 인명구조 그리고 항공기에 적재되어 있는 각종 위험물질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협한다.

현대식 항공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aluminum alloy)이나 마그네슘 합금(magnesium alloy)은 쉽게 불이 붙지는 않으나, 일단 불이 붙으면 아주 격렬하게 반응하며 쉽게 진화되지 않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항공기 추락으로 인한 충격으로 누출된 연료나 항공기 내부의 가연성 내장재가 화염에 노출될 경우에는 현장진입은 물론 인명구조도 어려워 질 수 있다.

게다가, 항공기에 위험물질이 적재되어 있을 경우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떤 위험물질은 물과 반응해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어떤 위험물질이 적재되어 있거나 누출되었는지에 대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소방대원의 안전을 위한 안전거리확보 및 누출된 위험물질에 상응하는 화학복 착용도 고려해야 한다.

현장지휘관은 위와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항공기사고 대응 및 수색구조’와 관련된 자격과정 개발과 커리큘럼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항공기사고에 출동하는 소방대원들이 매년 관련분야에 관한 필수교육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항공기사고에 따른 수색구조 운영규정’에 따라서 기본교육, 정기교육 및 직무교육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앙119구조본부에서 ‘항공기 수색구조 전문교육’과정을 진행해 오고 있으나, 향후 항공기사고의 추세와 더욱 커진 소방의 역할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전문 과정을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아울러,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관내 공항소방대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현장에서 깊이 있는 실무교육을 진행한다면 보다 내실 있는 교과과정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로는 우리나라에서 다른 국적의 항공기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적절하지 못한 초동대응은 국제적인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국제기준에 맞는 대응매뉴얼 마련과 해외 관련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교류해서 우리 소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항공기사고의 특징은 실체가 거의 소멸되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소방대원들은 국제민간항공협약에 의거해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포함한 기타 증거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증거물 보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의 사고사례 등이 반영된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해서 정기적으로 항공기사고에 대한 사전계획 및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나리오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용한 자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한 공항에서는 이륙하려던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활주로 끝 철조망을 뚫고 나가 인근 고속도로를 지나던 차량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보잉 737 기종이 사람이 타고 있던 차량 위에 내려앉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50t이 넘는 비행기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함과 동시에 인명도 구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경우도 있었다.

항공기사고는 그야말로 우리 소방대원들에게 많은 도전과제들을 안겨준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항공기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은 결국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밖에는 없다. 거기에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장비 및 훈련시설 건립도 지원되어야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의 소방대원들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시설 마련, 필수장비 보유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 및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반사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번 기회에 관계기관과의 유무선 통신망도 점검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항공기사고 대응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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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오직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남들이 일하면 같이 일해야 했고, 모두가 쉴 때 같이 쉬어야 했다. 왜냐하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뒤쳐진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가 시간적, 거리적 관점에서 하나의 지구촌으로 연결되고 인터넷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다양성에 대한 추구는 이미 자연스러운 삶의 한 방식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획일성이란 달콤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10대들은 감수성이 가장 풍부한 시기에 수능이라는 제도권 안에 갇혀 지내다가, 20대가 되면 남들과 같이 대학을 가고, 이 시기에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도 마쳐야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치열한 취업경쟁 속으로 뛰어든다. 같은 학원에서 같은 책으로 공부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땀 흘린 노력과 거기에 간발의 차이라는 운까지 따라주면 비로소 직장인이 된다.

그렇게 직장인이 되어서도 승진, 육아, 주택마련, 건강, 노후대비라는 고만고만한 고민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른다.

요즈음의 대한민국은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사고방식, 경력 그리고 자격을 가진 소방관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미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도된 적이 있는 몸짱소방관, 자격증을 많이 보유한 소방관, 사람을 살리는 부부소방관, 음반을 발표한 소방관, 시(詩)를 쓰는 소방관 그리고 소방관 마술사도 있다. 또한, 자신만의 분야에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들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확실히 요즈음의 소방관들은 단순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거나, 그저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소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추구를 통해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시대는 대한민국 소방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는 소방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조직운영의 당연한 원리로 여겨졌던 단일화, 획일화, 범주화 등에서 과감히 탈피해 이제는 우리 소방관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의 힘에 주목해야 할 때다.



다양한 소방관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가치의 하모니는 분명 대한민국의 안전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끌어 갈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될 것이며, 이것이 곧 소방조직의 힘이 된다. 다시 말하면, 소방관들의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견고히 만들어가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소방조직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획일적인 시각으로 우리 소방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불이 나지 않으면 그저 소방관들이 할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는 견해 말이다. 그래서 훈련을 위한 훈련을 지시하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한 불필요한 업무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발상으로 오히려 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소방관들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한, 소방관을 마치 군대에 갓 입대한 병사들처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방관들은 119라는 옷을 입기 훨씬 이전부터 자기 스스로 봉사자가 될 준비를 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을 기존의 범주에 맞추어 획일화된 사람으로 틀에 찍어 만들어 내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소방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누구나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특히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급적이면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틀에 맞추어 이끌어가고 싶은 유혹도 생길 수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 의미 없는 문서만을 생산해 내거나, 신뢰할 수 없는 통계수치에만 의지하는 등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탁상행정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는가?

조직의 구성원에 대한 다양성은 이해와 배려를 전제로 해야 한다. 여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분명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온 방식도 제각각이고 장점과 능력도 다양한 우리의 소방관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안전이 달라질 수 있다.

화재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절대가치는 기본으로 하되, 그 접근방법은 다양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소방조직 변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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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대구시, 세종특별자치시 등에서는 법무를 담당할 변호사를 6급 소방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했다. 대형로펌에서 받는 연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의식 있는 법조인들이 소방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그들을 향한 소방관들의 기대치가 높다.

2013년 개봉된 영화‘변호인’에서 영화 속 인물 송우석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법정 명대사로 무려 1000만이 넘는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소방이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우리의 변호사들에게 소방관들의 기대가 큰 것은 어쩌면 영화 속 송우석 변호사처럼 “대한민국의 안전은 소방관에게 달려있고, 그 안전은 소방관의 행복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소신을 가지고 우리 소방관들을 안전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 변론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소방관은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상황에서 모든 생명을 구하고 싶지만,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지 못하는 좌절감을 맛볼 때도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방관들의 현장 활동에서 모든 이들의 바람과는 다른 원망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면 소방관은 쉽게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매년 미국에서는 많은 소방관들과 소방서가 다양한 소송에 연루되고 있다. 이러한 소송으로 인해서 시간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뿐만 아니라, 현장 활동을 할 때에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소방의 역할이 방대해짐에 따라서 다양한 소송에 연루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률은 소방관들에게 긴급 상황에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고 소방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해 주었고,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며, 구급업무도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축물을 안전하게 관리 감독하고, 소방관련 시설들이 정상작동 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안전의무를 강행할 수 있는 힘도 마련해 주었다.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이건


하지만, 권한이 주어지면 의무도 따르게 마련이다.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활동들이 다 민원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늑장출동, 현장에서의 원활하지 못한 화재진압, 구조 및 구급활동,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의 업무와 관련된 자격 미보유, 화재 완전진압 주의의무 소홀로 인해 2차 출동 및 피해 가중, 소방차량 조작미숙, 차량점검 및 정비소홀로 인해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소방차, 현장지휘관의 지휘미숙, 화재조사 및 사후처리 과정에서의 무성의한 대답이나 고압적 자세, 소방검사 소홀, 관계자 교육 부재 등을 이유 삼아 언제라도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또 다른 민원과 소송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많은 소방관이 소송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았다. 그들 중 일부는 재판에서 상당 부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어 업무상 과실치사 및 금고형 또는 집행유예를 판결받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소방공무원으로써의 경력에도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방공무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나름의 노력도 보여주었다. 한 예로 2009년 광주소방안전본부에서는 당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중심으로 판례 등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담은 ‘소송관련대비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모든 활동을 함에 있어서 소방관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법적권한과 그 권한에 따른 책임의 한계를 분명하게 숙지하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소방관의 변호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어렵지만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해 준 그들의 결정과 전문성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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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안타까운 마음처럼 소방업무의 대부분이 국가직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자신의 신분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소개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2014년 국민안전처 통계를 보면, 전체 소방공무원 3만9562명중에서 국가직 신분을 보유한 소방공무원은 353명, 지방직 신분의 소방공무원은 3만9209명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소방공무원들이 국가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소속은 지방에 두고 있는 셈이다.

119라는 똑같은 제복을 입고, 똑같은 모양의 소방차를 타고 출동하는 일에 국가직과 지방직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은 2014년 제작·배포된 ‘전국의 모든 소방관들이 국가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119가지 이유’라는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무려 119가지에 달하는 논리를 전개해서 소방공무원 신분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 받고자 했으나, 그마저도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재앙 등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우왕좌왕 허둥대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지겹도록 목도(目睹)했으며, 앞으로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는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재난의 효과적인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소방인들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이처럼 소방의 국가직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비단 소방공무원들의 조직적 이기주의의 발로이거나 혹은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재난에 있어서 관할구역이란 용어는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재난은 주기적으로 한반도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재난은 어느 한 지역이나 어느 한 나라의 개별사안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관심사인 것이다.

매번 칼럼을 이어갈 때마다 필자의 별 볼일 없는 경험과 무지의 소치로 주위의 고마운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협조적인 것은 아니다.

일전에 외교부, 인사혁신처 등에 전화를 해서 정중히 필자를 소개하고 자료협조를 요청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이라는 것은 고작 “지금 내가 바쁘니 다음에 전화를 달라”라며 은근히 전화를 끊어주기를 요구하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또는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추후 연락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락을 기다린 지도 어느새 한 달이 되어간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루하루 자기 먹고 살기도 바쁜 사람들을 탓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들에게는 소방의 국가직 전환이 그리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편안함이나 조직이기주의라는 구차한 논리에서 벗어나 재난에 국가가 나서는 것이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라는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서로 다른 재정 상태와 인력문제 때문에 국민들에 대한 소방서비스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바뀌면 그들의 소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정도 차이에 따라서 소방의 역할과 위상은 큰 혼란을 겪기도 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소방관들이 소방 본연의 임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지자체의 행사에 일꾼으로 동원되는가 하면 과도한 업무지원으로 고통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는 소방관들이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동원되고, 광주소방항공구조구급대의 경우 무등산 야생동물 먹이주기 행사, 광주시 자료제작을 위한 항공정찰에 소방헬기가 동원되기도 했다. 더욱 심한 경우는 소방헬기가 일부 지자체장의 공중 자가용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재난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다른 어느 조직보다도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소방이다. 그리고 그 조직에는 희생과 봉사를 천직으로 믿고 묵묵히 일하는 우직한 소방관들이 있다.

미래에 들이닥칠 재난을 뻔히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은 대한민국에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이란 불편한 영화의 속편일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 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정식으로 부탁드린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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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입된‘소방특별조사제도’는 그동안 국가가 주도해오던 건축물 안전관리를 건물주 중심의 자율적 관리체제로 전환한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시행한지 고작 3년밖에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들어 소방검사 전수조사체제로의 복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방시설 관리 전반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소방관들로 하여금 전수조사 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필자는 결코 찬성할 수가 없다. 매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관들을 잉여인력으로 인식하고 여기저기 마구 투입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소방관이 그저 화재출동만을 기다리면서 무미건조하게 앉아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소방검사 인력부족이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가가 모든 건물을 일일이 다 챙겨야 하는지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 건물 관계자는 마땅히 자신이 소유했거나 혹은 사용하는 건물에 대해서 안전관리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아울러 관리가 소홀해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 역시 온전히 건물 관계자의 몫이 되어야 한다. 물론, 현저하게 위험한 상황이 존재한다거나 혹은 시민들의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국가가 나서서 행정적, 기술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와 같이 소방검사 전수조사는 시민들의 책임을 상당부분 소방관에게 전가하는 일이며, 자신의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도 같다.

게다가 어느 한 건물에서 화재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그 사고책임의 화살이 소방관을 겨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기게 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은 결코 아닌 것이다.

소방검사는 얼마나 많은 수의 건물을 검사할 것인가의 문제와 얼마나 질적으로 깊이 있는 수준의 검사를 할 것인가에 대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또한 소방검사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각 지역별 특성과 계절에 따른 화재추이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필자는 소방검사 분야에서만 10여년 넘게 업무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정과 현실간의 괴리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더 안전할 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또한 소방검열관이 그 해석을 함에 있어서 과연 융통성의 여지가 존재하는가하는 문제와, 만약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도 쉽지 않은 고민거리다.

2012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었던 한 소방세미나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미국의 소방관들에게 한 적이 있다. 질문의 요지는 “미국에서는 소방검열관이 소방검사를 잘못해서 문책을 받은 사례가 있는가”라는 것이었고, 필자의 우문(愚問)에 세미나장은 일순간에 얼어버렸다.

이 건 _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그들의 말을 빌리면 기본적으로 건물의 안전은 건물 관계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소방관들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도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속을 한 사람들로써, 설령 소방검사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징계를 받은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발상의 질문이 가능한지를 오히려 필자에게 되물어 대단히 민망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저 한두 해 소방검사를 한 사람에게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방검열관을 보다 숙련된 화재예방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에 대한 투자와 업무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각종 지적사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하다면 강력한 행정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건물이라고 할지라도 소방검사를 제대로 하려면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하나의 건물을 검열함에 있어서는 다각적인 접근을 통한 위험성 분석이 우선이다. 먼저 건물의 위치와 인근 건물과의 접근성을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건물의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건물이 지어진 년도수를 비롯해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설비, 즉 소방, 전기, 가스, 기계, 냉난방 등의 정상작동여부와 개별 설비의 노후성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그런 다음 해당건물이 현재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사용하던 중에 비정상적인 용도변경이나 구조변경이 있었는지, 상주하는 혹은 평상시 출입하는 예상인원은 몇 명인지를 파악해야 힌디. 화재로부터 취약한 부분은 어디인지도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만약,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는지 그리고 소방차 진입로 확보 및 소화전 등 인근 소방용수의 가용성도 챙겨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방검사 결과에 대해 관계자와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고, 건물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에 관한 교육도 필히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재난의 절반가량은 인간의 실수(Human Error)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건물을 규정이라는 잣대로 바라본다면 지적을 받지 않을 건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순히 그런 공식에 근거해서 소방검사를 하는 담당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한 두건의 적발건수만 채우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소방검사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단순 적발건수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화재의 위험성을 사전에 찾아내서 제거해야 하는 소방검열관 본연의 업무에 대한 직무유기를 초래할 수 도 있으며, 이것이 바로 적은 인원으로 소방검사 전수조사를 하게 될 때에 예상되는 문제점 중에 하나다.

소방검사 전수조사는 소방검열관들에게 위험성 평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을 주기 보다는 단순히 체크리스트에 근거해 기술적으로 적발건수만 채우기에 급급하게 만들 뿐이며, 무분별한 적발로 인해서 오히려 건물 관계자에게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올바른 소방시설관리에 있어서도 악순환을 초래할 개연성이 크다.

단순히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거나 비상구 조명등이 작동되지 않는 것을 적발하는 것으로만 소방검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보설비나 스프링클러도 소방관 자신이 직접 만지기보다는 관계자가 작동점검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전수조사라는 덫에 걸리면 관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한다고 판단하고 그냥 소방관들 스스로가 직접 작동점검을 하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건물 관계자에 의한 자율적인 소방안전 관리체제가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다각적인 방면으로 이 제도가 원래의 취지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무작정 전수조사로의 복귀를 검토하기보다는 지금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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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방서를 보면 여러 소방대원 중에서도 유독 바쁜 사람이 있다. 소방대원들이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가장 많이 마주치는 사람, 그가 바로 보건안전담당관(Health and Safety Officer)이다.

미국 소방서의 보건안전담당관들은 한 해에 백여명에 가까운 소방대원의 순직과 6만여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그들의 보호자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보건안전담당관의 업무는 그 한계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직원들에게 보건 및 안전에 관한 사항을 수시로 교육해야 하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새로운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개인적 일탈이나 게으름에 기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엄한 징계로 다스리기도 한다.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소방서 내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방서 청사 시설점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업데이트, 방열복, 화학복 등의 내구연수 추적관리, 개인보호장구 상태 점검, 공기호흡기 점검관리, 소방대원 체력관리 프로그램 운영, 직원들에 대한 질병 및 전염병관리 프로그램도 온전히 그들의 몫이다.

미국의 각 소방서에서는 보건안전담당관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Committee)라는 것이 있다. 위원회는 통상적으로 6개월마다 개최하지만 특별한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로 모이기도 한다. 이 위원회에는 다양한 경력과 계급의 소방대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위원회에서는 소방대원을 위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현안들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한다.

이 위원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것은 일선 소방대원들의 애로사항이 여과 없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고, 여기서 나온 결과는 소방서장이 한 해 동안 소방서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보건안전담당관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의 교육과 자격증 취득이 필수다. 보건안전담당관은 미국방화협회(NFPA) 1521 기준에 근거해서 필기시험과 실기평가를 거쳐 최종 합격한 사람만이 정상적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업무가 막중하다보니 보건안전담당관은 통상적으로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가급적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민국 소방관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매일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보건과 안전을 챙기는 데에는 소홀한 점이 많았다. 물론 소방관들의 안전과 건강을 적극적으로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 규정>이라는 것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예산과 인원을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에서는 지자체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도 않은 채 그냥 정책을 만들어서 툭 던지듯이 배포하고는 이에 따르라고 요구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일선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메르스(MERS) 사태에서만 보더라도 초기에 주무부처에서 정확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일선 소방서에 충분히 전파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설령 메르스 환자이송 등에 따른 세부사항이 미리 전파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소방서별로 보건안전담당관들의 지휘아래 일사분란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지에 관해서는 미지수다.

그런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이송하는 119 구급대원들에게 마스크와 보호복 등 감염에 대비한 보호 장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서 구급대원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환자를 이송했는가 하면, 일부 구급대원은 자가격리 되는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민국은 외형만 보면 대단히 훌륭한 스펙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 아낌없는 믿음을 주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메르스 재앙 등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화려함 속에 그늘진 허술함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되새겨본다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앙소방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건안전관리담당관 과정>은 고작 3일간의 교육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직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교육은 모두해서 14시간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것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으로, 3일간의 교육을 받아 보건안전관리담당관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다. 설령 해당 담당자가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해도, 조만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나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소방관이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하다”라고 외쳐오고 있다. 소방관이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그들이 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 내실 있는 보건안전관리담당관 제도를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자격제도도 도입해서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들이 업무연속성을 가지고 소방대원들의 보건과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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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119 구급대원이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필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가해자가 술에 취해있던, 약물에 젖어있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은 엄벌에 처해져야 마땅하다. 단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폭행이 용서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현행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서도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조자 또는 응급환자가 구조·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시대로 접어들고, 사회구조가 급격히 변모하면서 119 구급출동의 수요는 그야말로 폭주하고 있다. 일이 많다보니 구급대원들이 겪어야 하는 사건·사고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것은 부지기수고, 신속한 출동을 위해 달리다보면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런 이유로 일부 보험회사는 아예 구급차량의 보험 가입조차 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119 구급대원을 단순히 환자를 이송하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119 구급대는 응급환자에 대한 상담, 응급처치 및 이송 등의 전문적인 응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방공무원으로 편성된 단위조직으로써, 그 구성원인 구급대원은 응급처치에 관한 전문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메르스(MERS)와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촌각을 다투며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달리는 그들은 우리의 아들이자 딸이며, 친구이자 선한 이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이 타고 있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위해 더욱 힘을 내어 달려가겠다는 그들의 비장한 함성소리이기도 하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대한민국에서 119 구급대원이 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학에서 응급구조학과를 전공하고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뒤 소방공무원 시험을 치러야 하거나,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 일정기간동안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어려운 채용경쟁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119 구급대원의 옷을 입을 수 있다. 구급대원이 된 이후에도 매년 40시간 이상의 임상실습 및 전문분야별 응급처치교육과 같은 특별교육훈련도 받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구급차를 마치 ‘무료 콜택시’처럼 이용하면서, 버젓이 “내가 세금을 내는 데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느냐?”라며 생떼를 쓰기도 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민원발생 소지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억지스러운 요구마저도 맞추어 주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급차를 한번 이용하는데 적게는 우리 돈 20만원에서 많게는 8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한, 구급차에 탑승해 있는 구급대원이 어느 정도의 전문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따라서도 이용 금액에 차이가 발생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불법체류자나 저소득층은 몸이 아파도 구급차 이용금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예 구급차를 부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부 의식 없는 사람들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만을 강조하면서 비응급상황에서도 119 구급서비스를 남용하고 있다. 단순 감기, 술에 취한 사람, 만성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정기적인 병원 방문에 구급대원을 부르는 것은 119 구급서비스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에 구급대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그들이 최대한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현장에서의 응급 또는 비응급환자에 대한 결정 및 이송여부에 관해서는 구급대원의 판단과 재량권을 최대한 인정하되, 비응급환자 처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자칫 인정에 이끌린다든지 민원발생에 대한 우려로 비응급환자들마저 아무런 기준 없이 이송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국가자원의 효과적인 배분과 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구급대원들이 법적 안전장치의 충분한 보호를 받으며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구급차량에 대한 보험가입이 선행되어야 하며 사고발생시 법률적 조언과 지원도 제공되어야 한다. 아울러 구급대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정기적인 심리상담 및 트라우마 관리도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단순 환자이송 통계수치만을 기준으로 구급대원의 근무실적이나 또는 그들이 속해있는 소방서를 평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행정편의주의에 근거한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구급서비스를 통해서 지역사회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보다 교육적이고 효과적인 평가모델이 마련되어 모든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구급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적재적소에서 119 구급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대 한민국 소방이 높은 수준의 119 구급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무런 차별 없이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받아 인간으로써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으며, 이것이 바로 세이프 코리아(Safe Korea)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119 구급대원들의 땀과 노력으로 죽음의 순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제는 구급대원의 전문성과 그들만의 소중한 역할에 맞는 예우를 갖추어야 할 시점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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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어느 추운 겨울날 한 공사업체 관계자가 용접허가증을 신청하러 온 일이 있다. 참고로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용접허가증을 발급하기 전에 모든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안전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그냥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서 몇 마디 주의사항을 주는 것만으로 현장방문 절차를 생략하고 싶은 유혹도 절로 생긴다. 그런 낌새라도 눈치 챈 관계자는 작업이 대단히 간단하니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며 망설이는 나를 더욱 흔들어 놓는다.

달콤한 유혹을 물리치고 현장에 나가보면 그들이 해 준 이야기와는 180도 전혀 다른 현장을 만나게 된다. 대수롭지 않은 용접작업이라는 말과는 달리 기름이 가득 차있는 기름 탱크의 밸브를 아무런 안전조치도 없이 용접하겠다는 것이다. 작업내용만 보면 그들의 말대로 아주 간단한 일일수도 있겠으나 그 주변 환경이 전혀 안전하지 않으니 문제다.

부분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현장의 안전을 전반적으로 챙겨보아야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구체적인 용접작업내용과 기간, 연기감지기가 설치된 곳에서의 용접작업장 환기여부, 건물 입주자 사전 고지여부, 용접장 주변의 인화성 또는 가연성 물질 방치상태, 작업 기간 동안 건물 내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작동여부, 소화기 상태, 불티방지포 비치여부, 화재감시자 배치여부, 유사시 소방차 진입로 확보상태, 인근 소화전 유무 등을 꼼꼼히 챙겨본 후에 안전하다고 판단이 서면 비로소 용접허가증을 발급해 주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용접작업은 단순히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용접작업장을 포함한 모든 현장은 저마다 주변 환경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건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고 확인해 보아야 한다.

공사현장 점검, 소방검사, 현지 행정지도, 공연장 점검, 위험물 단속 등 현장을 확인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허술한 점이 발견된다면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관계자 및 관계부서와의 협의를 통해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를 통한 차선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출처 : 경향DB)


요즈음의 소방은 대한민국의 굳은 일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많은 업무량을 제한된 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 문제점을 봐도 그냥 지나치게 된다. 또한, 가급적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해 시민들의 편의를 지나치게 배려하다 보니 우리가 당연히 챙겨보아야 하는 <법적 안전지킴이>로써의 권한까지도 너무 쉽게 양보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어떤 민원인들은 이런 점을 간파하고는 “내가 누군가 높은 사람을 잘 안다”며 은연중에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몹쓸 짓을 하기도 한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서 느꼈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다 허풍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들이 정말로 높은 사람을 안다고 하더라도 담당자가 전문성을 가지고 규정에 근거해서 안전을 위해 업무를 처리하고자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있을 수 없다. 또 그런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국민안전처를 비롯해서 각 지역 소방본부 및 소방서 차원에서도 강력한 행정적 지원도 해 줘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재앙은 프로페셔널처럼 일해야 하는 사람들 모두가 아마추어처럼 대처한 데 그 원인이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을 접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은 규정과 매뉴얼을 잘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현장에서 충실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규정과 매뉴얼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문제지만, 진정한 전문가라면 규정과 매뉴얼이 마련된 근본 취지를 잊지 말고 현장에서 최대한 적용하려는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아무리 내가 의지를 가지고 완전한 100퍼센트를 지향하고자 하지만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안전은 무조건 비싸다”라는 경제논리까지 더해지면 제 아무리 전문가라고 해도 현실 앞에 무릎 꿇고 타협하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전문가로써의 자존심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현실여건을 핑계 삼아 자신의 전문성까지도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98% 만의 노력에 머무르며 그래도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완전함을 의미하는 100%에서 아주 작아 보이는 숫자 2%. 하지만, 그 작은 2%가 양보되었을 때 얼마나 많은 인재가 발생했는지 우리는 그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힘겹게 깨달아 가고 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소방안전 분야는 소방전문가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 사람의 미성숙함과 나태함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받는 보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지라도 진정한 소방전문가라면 사명감과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성실한 노력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소방전문가는 결코 완벽하지 않지만, 항상 완벽함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방전문가만의 자존심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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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 노부부가 평생 모은 돈 4500만원을 일선소방서에 기탁해 주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일이 있다. 2014년에는 대학생들이 열악한 소방장비의 현실을 보고 ‘힘내세요, 소방관님’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119켤레의 소방장갑을 기증하기도 했다.

<소방영웅지킴이> 프로젝트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한 정유회사는 지난 5월 소방관 부부 70쌍을 제주도로 초청,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휴(休)캠프’를 개최하는 등 소방관들에 대한 사랑의 기부릴레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기부에 힘입어 일선 소방관들도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또다시 지역사회에 되돌려주고 있으니 선한 마음은 참으로 전염성이 강하다.

하지만 누군가의 후원을 받는 일은 지혜롭고도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방은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지 않고 가장 어렵고 힘든 곳만을 찾아다니며 수고하고 봉사하는 조직으로써 국민들의 눈에 비친 이미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4년 ‘아름다운 옷’이란 제목으로 모 방송에서 방영된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경찰관, 환경미화원 그리고 소방관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당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오늘도 든든합니다. 우리 곁을 지키는 숨은 영웅들을 응원합니다”라는 클로징 멘트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후원한다는 문구가 나온다.

공익광고는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광고내용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2012년과 2013년 당시 한수원은 다양한 원전비리로 시민들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때였다. 한수원 직원들의 뇌물수수,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한수원 자체소방대원의 마약사건 및 소방차량 기름 절도 사건까지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대표되는 기관이 소방을 응원한다는 것이 조금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비리들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철저한 개인적 일탈행위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 점에서 필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한수원은 각종 비리로 얼룩져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공익광고라는 매체를 빌려 소방이란 이미지에 살며시 편승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보니 그들이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응원해 주는 것이 그리 크게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이 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지금의 대한민국은 외형적인 면만 본다면 그럴듯한 선진국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나 그 실체를 깊게 들여다보면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에 따른 부작용으로 신음하고 있다. 아울러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급속한 발전 뒤에 감춰진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소위 힘 좀 쓴다고 하는 정치인들, 군 장성, 교수, 기업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실망스러운 작태가 만연하고 있는 요즈음 소방이란 이미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만의 소중한 브랜드다. 이 모든 것이 선배 및 동료 소방관들의 노력과 숭고한 희생 덕분이 아니겠는가.

소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아무리 거액의 장학금을 지원해 주고 소방장비를 무상으로 기증해 준다고 해도 이것은 소방만을 위한 미시적 관점에서 판단하기보다는, 소방을 믿고 응원해주는 국민들의 관점에서 후원이나 기부금의 타당성이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기관, 단체 혹은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지원이나 협찬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료되며 소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에도 배치된다는 소견이다.

우리 소방은 국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조직이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그래서 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유독 소방에 대해서만은 국민들의 사랑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장애인 교통문화 총연합회 영암군 지회가 영암소방서에 300만원 상당의 소화기를 기증하면서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 가수들도 소방관들에게 안전장갑 구매에 사용해 달라며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냥 준다고 다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이 믿고 있는 우리 소방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혜롭게 후원을 받아서 좋은 곳에 사용해야 할지 국가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 소방을 사랑는 사람들로부터의 선한 기부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명쾌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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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씩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를 아주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한다. 사무실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그저 50m라는 공간적 거리를 벗어났을 뿐인데 아주 신기하게 새로운 영감이 떠오를 때가 종종 있다.

Think out of the box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은 의외로 쉽다. 그저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도전과제들을 제시받을 수 있다.

2004년 야심차게 발족했던 소방방재청은 재난의 선제적 대응과 소방의 국제화를 위해 부단히 달려왔지만, 어떤 노력이 그렇게 부족했기에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모아 국민안전처가 탄생했다. 더 이상 헛된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온 국민의 염원이 담긴 이 조직은 출생부터 큰 부담을 안고 태어난 셈이다. 거기에다 세계 10위권인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을 새롭게 재편하고 확고한 틀을 다지는 일은 크나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반 가정이 이사를 해도 짐 정리를 마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법이다. 하물며 대한민국의 모든 재난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민안전처가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고정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한 지붕 세 가족이란 어설픈 모양새로 걸음마를 시작했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조직 이름만 바뀌다보니 한심스러운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제 겨우 반년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출범 초기부터 고위직의 승진파티니 뇌물수수 의혹이니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안전점검을 나간 국민안전처 직원이 지자체 소속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해서 처벌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다행히 소방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은 아니지만, 안전이란 이름을 빌미로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는 국민안전처 직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불쾌하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 소방은 아주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픈 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중요한 것처럼 국민안전처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대한민국 소방 역시 골든타임을 보내고 있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타성에 젖어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게 되면 결국은 소방방재청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앙소방본부는 일선 소방본부 및 소방서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대한민국 소방의 당면 현안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짚어보고 소방의 존재가치와 위상이 결코 흔들리지 않도록 차근차근 다져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몇 가지 사안들을 살펴보자. 먼저 중앙소방본부 구성원의 전문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모든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각 구성원들은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하며, 국민안전처 내부에서도 소방만의 전문성과 차별화를 통해서 안전 분야의 주도권을 이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국제적 감각과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우리 실정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5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앞으로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신산업 창출 맞춤형 규제개선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소방도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기계적인 공문생산으로 인한 불필요한 탁상행정을 지양하고 현장에 최적화된 유연성을 발휘해서 실질적인 효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으로 바뀌고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FTA)을 통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47개국과 FTA를 맺고 있으며, 16개 나라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21개국과는 공동연구를 통해서 FTA 여건을 조성 중에 있다.

가까운 미래에 수많은 해외업체와 인력이 들어오게 되면 지금의 소방정책으로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2009년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자격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했지만, 유독 안전 분야에서 만큼은 아직까지도 후진국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의 안전기준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일정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안전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누군가를 따라만 가서는 안 된다.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세계적 트렌드에 맞추어 대한민국 소방의 여러 문제점들을 새롭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를 이끌고 갈 가칭 <미래소방 발전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소방은 실로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각 분야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하며, 이런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해서 연구하고 미래소방의 발전을 위해 좋은 정책들을 개발해 나가는 C&D(Connection and Development)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소방정책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졸속으로 해결책을 내놓다보니 소위 ‘누더기 정책’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거기에 현장에서는 소방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잘 협력하지 않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조직의 명칭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정권은 바뀌어도 전문가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직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어떤 하나의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는 단기간에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여건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던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2004년에 제정된 안전관리헌장에 보면 ‘우리의 번영은 안전문화의 터전 위에서 이루어지며, 안전을 위한 노력과 투자는 우리와 후손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아직도 이 헌장이 유효하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안전문화가 우리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국민안전처가 앞장서야 한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내며 많은 소방인들이 참담한 눈물을 흘렸다. 이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민안전처는 잘못된 관행과 고정관념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창의적 혁신을 통해서 빠른 시간 안에 대한민국 소방의 기틀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중한 골든타임을 잃고 또 다시 표류할 것이 분명하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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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는 사고현장에 제때 도착해야만 한다. 그것은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마땅히 돌려드려야 하는 소방의 막중한 책무중 하나다.

골든타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서 출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꽉 막힌 도로를 역주행 하기도 하고, 좁은 골목길에서는 위험천만한 곡예주행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거기에 속도 모르는 사람들의 성질 급한 재촉이라도 있게 되면 소방차 운전대원은 더더욱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소방차를 운전한 사람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갑지 않은 벌금이거나 징계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지 소방차를 운전한다는 이유만으로 결코 법에서 정한 책임과 의무를 면제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14년 미연방 소방국(USF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에서는 약 1만5000여건의 소방차량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소방대원이 사망하는 비율은 전체 소방대원 순직율의 약 15% 정도다. 이 수치는 스트레스 및 과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소방대원 순직요인이다.

소방차 사고의 대표적인 유형 다섯 가지는 교차로 무정차 횡단, 후진시 안전요원(유도자) 미배치, 과속, 급속한 회전, 차량 바퀴의 도로 밖 이탈이다. 소방차와 관련된 사고로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사망한 미국 시민들의 숫자는 약 240여명이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소방차가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해마다 119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 및 교통상황도 수시로 바뀐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서울시에서만 해도 한해 평균 24건의 소방차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차를 운전하는 것은 소방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소방대원, 각종 장비 그리고 물과 같은 재난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해서 소방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써 소방차의 안전한 출동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조언을 드린다.

이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첫 번째는 숙련된 소방차 운전대원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과정과 실습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일선 소방서에서는 순환보직으로 인해 소방차 운전대원이 수시로 바뀌어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 소방차량 운행 중 사고 발생 시 인사상 불이익을 고려해서 많은 소방관들이 소방차 운전보직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일선 소방학교에서 소방차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일부 개설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대부분 단순 조작훈련 정도로써, 소방차 주행을 포함한 충분한 실습을 통해서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실전 훈련장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일부 소방서에서는 자구책으로 관내 운전면허시험장과의 업무협약을 통해서 해당 시설을 빌려 주행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방차를 운전하기 위해서 운전면허 이외에 각 소방차별 자격증을 별도로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펌프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Pumper 자격증, 물탱크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Tanker 자격증, 사다리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Aerial 자격증, 그리고 공항 소방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ARFF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해당 소방차를 운전할 수가 있다. 각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론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매 과정마다 안전운전과 규정 속도 준수는 빈번하게 강조되는 사안이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도 각 주별로 정한 일정시간 이상을 선임 탑승자의 감독 하에 주행평가를 받아서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소방차를 운전해서 현장에 출동할 수가 있게 된다.

두 번째로는 정기적인 점검과 정비가 제때에 이루어져야 한다. 타이어 마모를 포함해서 결함이 발견된 차량이나, 정비가 필요한 소방차가 결코 현장에 출동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속한 정비는 필수다. 몇 년 전 독일에서 수입한 벤츠 구급차는 한번 고장 나면 수리기간이 오래 걸려서 비싼 가격에 비해 응급차량으로써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미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세 번째로는 출동에 관한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소방차 사고로 순직한 미국 소방대원의 80% 정도가 출동 중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서 일선 소방서에서는 안전한 출동과 관련한 표준운영절차(Standard Operating Procedure) 또는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긴급을 요하는 출동과 단순 출동에 관해서도 차별화된 출동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출동을 하다가 사고라도 난다면 소방력의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출동대원들 스스로가 현장에 출동하는 동안 안전을 제일 우선으로 여겨야 한다. 사거리에서는 반드시 멈춰선 후에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서로 협업해야 한다. 소방차를 운전하는 것은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소방차의 크기, 무게 중심, 브레이크 시스템, 회전력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결국 소방차 사고횟수는 소방차의 속도에 비례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운전하고 규정 속도를 준수하도록 교육시키는 것만으로도 사고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아무리 숙달된 소방차 운전대원이라고 하더라도 과로, 스트레스, 걱정, 근심, 분노와 같은 상태에 놓여 있으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으므로 소방관 스스로도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관리해서 자신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여기에는 주위 동료들의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

한시가 급한 사고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고 싶은 것은 모든 소방관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하지만 빠른 출동만 강조하다가 또 다른 피해가 생겨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결국 소방차가 필요한 곳에 안전하게 도착해서 소방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소방차 운전대원, 안전한 출동문화 확산, 그리고 소방차 길 터주기, 골목길 이중주차 금지, 소방차 출동로 확보, 소방차전용 주차장 주차금지 등 시민들의 협조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그런 모든 책임을 오로지 소방차를 운전하는 사람에게만 부담 지우는 것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소방차가 결코 오지 않는 것보다는 몇 초 늦더라도 안전하게 도착하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과연 누가 의지를 가지고 안전한 출동시스템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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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2014년 대한민국 이혼 건수는 11만5500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0.2% 증가했다. 이혼 사유는 비단 배우자의 부정뿐만이 아니라 맞벌이, 육아, 명예퇴직, 질병, 노후대책 등 인생 전반에 걸쳐 있는 문제들로써 대단히 슬픈 통계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소방대원은 군인이란 직업과 함께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집단에 속해 있다. 일반인들의 이혼율에 비해서 무려 세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업군들은 오랜 시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2009년 미국의 한 소방대원 아내가 자신의 블로그에 “18년 동안 소방대원의 아내로 살면서 배운 것들(18 Years of Being a Firefighter’s Wife: Lessons I’ve Learned)” 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아직까지도 화제다. 소방대원인 남편을 내조하면서 자그마치 6명의 아이를 양육한 그녀는 결혼생활 18년 동안 어렵게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자신만의 글로 소박하게 풀어내 아직도 많은 공감의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매일 위험을 찾아다니고 교대 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소방관이란 직업을 가진 남자와 사는 일은 어찌 보면 하루하루가 도전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은 아주 오래전에 깨졌고, 결혼 전 기대했던 근사한 이벤트들도 비상이라도 걸리면 무산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 검열관


부부지간의 일을 어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마는, 행복한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서 소방관의 아내가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남편의 업무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소방관은 오랜 시간을 직장에서 대기해야 하고, 온갖 상황에 출동해야 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이 빈번하다. 출동을 하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사고와 죽음의 순간들을 오고가면서 쌓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을 긴장한 상태에서 처리하다보면 혈압은 상승하고, 소화불량이 생긴다. 과다하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영향으로 만성피로와 고립감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또한 업무 특성상 여러 발암물질에도 쉽게 노출된다. 오늘날 화재는 플라스틱 제품이 연관된 화재가 많아서 불에 타게 되면 대개 목재보다 더 많은 연기와 열을 내뿜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에는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암모니아, 벤젠, 염산, 메탄 등 치명적인 유해인자가 많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런 물질들을 다량으로 흡입하게 되면 질식사 할 수도 있고 소량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환경 속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이나 안쓰럽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어야 하는 소방관의 아내의 삶 또한 소방관 못지않게 힘이 드는 것이다.

간혹 남편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는 그저 아침에 퇴근하는 남편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아이가 어떤 말썽을 부렸는지를 쏟아 붓고는 비번 날에 해야 할 일들을 산더미처럼 늘어놓아 퇴근한 남편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아마도 아내는 지난 밤 출동에서 남편이 무슨 일을 겪고,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눈치다.

소방관은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감정을 싣지 않고 차분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특별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아내는 충분히 이해해 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다. 남편이 대화를 하고 싶어 하면 피곤함을 무릅쓰고라도 충분히 들어주자. 오랜 시간의 대화를 통해서만이 비로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어려움, 고독함 그리고 두려움이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직장에서 출동은 많았는지 아니면 조금 휴식을 취할 시간은 있었는지를 물어봐 주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대화를 통해서 수고한 남편을 격려하고 쉬는 날 남편에 대한 기대치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남편의 직업을 존경해 주는 것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직업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남편의 직업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되고 이 점은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교육이 된다. 남편을 무시하지 않고 존경해 주는 것만으로도 결혼생활은 훌륭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남편이 근무하는 동안에 끊임없이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너무 많은 전화나 문자는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때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일은 사전에 서로가 지혜롭게 시간을 정해서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는 일은 비단 소방관의 아내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가족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소방관들 역시 아내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기대하기 이전에 소방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남자를 마다하지 않고 받아준 아내를 제일 먼저 지켜주어야 한다.

고된 업무로 바쁘고 힘들겠지만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의 아내를 돌아보자. 아내이면서 엄마인 사람, 또 누군가의 딸이자 며느리인 사람도 소방관만큼이나 힘이 들기 때문이다.

예쁜 딸로 태어나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성장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제2의 인생은 소방관이라는 남편의 직업 때문에 여러 가지 역경에도 부딪히게 되지만, 하루하루 건강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그를 지켜주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화재현장에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처럼, 소방관의 결혼생활에서도 아내와의 의사소통은 정말로 중요하다. 아내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남편의 노력을 합해서 행복해지고 더 많이 행복해져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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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재난현장은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나 현장에 출동하는 사람 모두에게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자 공간이다. 특히, 소방대원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도 구조를 외치는 작은 목소리에 모든 감각을 쏟아 부어야 하므로 쉽게 지치고 절망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소방서, 경찰, FBI 등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목회자들이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재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서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기꺼이 정신적 지원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성경에도 믿음을 가진 사람의 도움으로 재난에 슬기롭게 대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창세기 41장에 보면 애굽의 왕 바로가 믿음의 사람 요셉의 꿈 해몽을 받아들여 흉년에 대비해 미리 곡식을 비축해 놓음으로써 7년 동안의 기근을 잘 넘겨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렸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사회 요소요소에 기독교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적극적 사회참여를 통해서 공적영역에서의 역할도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미국국토안보연구소(Homeland Security Studies and Analysis Institute)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많은 재난들이 종교인들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극복되었다고 평가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05년에 발생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Katrina)와 리타(Rita)를 들고 있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지만 아직도 많은 종교인들이 재난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테러, 총기사고, 자연재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재난 속에서 현장을 누비는 종교인들에게 보다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함으로써 그들의 역할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2010년 미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워싱턴 신학대학 그리고 모건 주립대학교와 합동으로 <재난현장에서의 목회자의 역할>에 관한 15개의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이 과정은 향후 미국 전역의 신학대학으로 확대 보급될 예정이다.

커리큘럼의 세부과정은 재난에 대응하는 신학적 토대, 재난의 기본개념 소개, 위험물 종류 및 그 영향, 재난대응시스템, 종교단체의 역할 그리고 종교인들의 소명에 관한 것들이다. 이런 교육을 바탕으로 목회자들은 이 시대의 파수꾼으로써 청지기 정신의 실천을 통해 재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은다.

또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종교시설은 아주 유용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한 대피소, 음식제공, 응급치료 및 개인위생관리, 정신건강과 영적지원, 보급품 관리, 아동보호소 등의 장소가 되며, 이런 봉사를 통해서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 낼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그동안 많은 종교단체들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해 왔다. 지난 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진도 팽목항에서는 기독교와 천주교 그리고 불교를 포함한 많은 종교인들이 합동기도회, 미사, 법당, 분향소 등을 마련해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정작 재난의 준비단계에서부터 종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독교만을 예로 들어보면, 대한민국에 현재 약 6만여개의 교회가 있고, 국민의 20% 정도가 기독교를 믿고 있다. 한 해에만 해도 약 7000여명의 예비 목회자들이 신학대학을 졸업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재난과 관련된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일상을 인도할 예비 목회자를 위한 신학대학에는 관련 과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는 대한민국에서 종교인들이 재난이라는 공적영역에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만큼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재난에 대해 국가와 종교단체간의 협업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재난관리와 대응이란 관점에서 보면 크나 큰 공백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가는 재난현장에서의 종교인의 역할에 대한 기본개념을 수립해서 그들의 이해와 참여를 요청하고 여기에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재난을 준비하고 대응하며 복구하는 모든 과정들이 한층 수월해 질 것이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국가와 종교인들 사이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종교간 과도한 경쟁으로도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한국사회에서는 종교시설이 대형화, 세속화되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단 교회와 성당 그리고 사찰이라는 공간 안에만 우리가 믿는 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와 협업이 필요하겠지만, 종파를 초월해서 꺼져가는 생명을 하나라도 더 지켜내야 한다는 절대가치에 관해서만은 결코 이견이란 없을 것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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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주한미군으로 자리를 옮겨온 지도 어느덧 13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예전 소방서에서 출동하던 꿈을 꾸곤 한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깨지만 꿈 속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사고현장을 경험했다. 그때 쌓였던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해서 어려운 시간도 보냈다. 그 한 예가 바로 내 아이를 놀이터에 데리고 다니지 못한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놀이터라는 곳은 온통 사고의 기억으로만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집 사람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각종 재난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기도 하며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하는 일이 다반사다. 아무리 훈련받은 소방관이라고 하더라도 충격적인 장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악몽,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술 또는 담배 의존, 대인관계 갈등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이어진다.

2014년 소방방재청에서 발간한 <소방공무원 직무스트레스와 PTSD> 자료를 살펴보면, 일반인의 경우 PTSD 유병율이 5% 수준이지만, 소방관의 경우 자그마치 35%에서 40%에 달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방관은 용감함의 상징이자 영웅이란 이미지가 부각되어 왔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겪은 모든 일들을 자신의 가슴 속에 묻어야만 했다. 감히 PTSD에 대해 논의를 한다거나 그것이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이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혼 그리고 경제적 고통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서 비로소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소방관은 소방관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써,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여기에 직업특성상 하루에도 서너 번씩, 한 달에 20일 이상 출동하면서 타인의 고통과 죽음의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모든 소방관이 PTSD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PTSD는 여러 가지 면에서 소방관을 괴롭힌다. 우선은 소방관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조직문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 심각한 것은 PTSD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이 무의식중에 내 가족 또는 주위의 친구들에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요즈음 일선 소방서에서는 PTSD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백나무로 만든 산소방을 운영하는가 하면, 음악이나 미술을 활용한 힐링캠프,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에코힐링 그리고 스키와 같은 스포츠를 접목한 힐링프로그램 등도 있다.

다양한 형태로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 년에 한두 차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설령 보다 자주 PTSD 예방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해도 근무여건상 계속되는 출동 등으로 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PTSD를 예방하고 관리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현장에서부터 소방대원의 PTSD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고현장에 성직자들이 출동하는 것이다. 재난현장에서 심리적으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소방대원들에게 상담과 기도를 통해 정신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으며, 성직자들의 이런 헌신과 봉사는 재난현장에서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소방대원이 순직을 했을 때에는 성직자와 심리상담가들이 소방서 청사에서 하루를 머무르며 동료 소방대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필요하다면 기도도 해 준다. 이런 모든 일련의 행동들이 PTSD를 사전에 예방하려는 적극적인 조치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해 주는 것처럼 PTSD는 단순히 인내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음주나 흡연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PTSD로 고통 받는 것은 결코 나약한 모습도 아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많은 소방관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고통을 감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솔직하게 PTSD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도 소방관들이 PTSD를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현명한 PTSD 예방과 관리를 통해 소방관 개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자아실현의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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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TAG PTSD

소방관이란 직업은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해서 초동대응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급변하는 현장상황과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항상 부상과 순직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는 위험직군이다.

세상에 과연 누가 이런 환경 속에서 선뜻 근무하기를 희망하겠는가. 다행히 아직도 세상에는 선한 뜻을 가지고 타인을 위해서 기꺼이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많은 경험과 노력의 시간이 흘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거듭나면 비로소 그 사람은 지역사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아주 소중한 인적자산이 된다.

4만여명의 소방관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는 어림잡아 1200명이나 된다. 그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의 순직은 불행하게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만 해도 7명의 소방관이 우리 곁을 떠나갔으니 실로 크나 큰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Fallen Fire Heroes’, 안타깝게 쓰러진 우리의 소방 영웅들을 과연 정부가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런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유가족들의 건강, 교육 그리고 취업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의 지원방안도 현실을 반영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특히 이런 사안은 각 지자체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챙겨야 한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에서 2011년 고양이를 구조하다가 추락해 순직한 한 소방관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당시 해당 소방관이 인명구조가 아닌 대민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이 거부되었다가 3년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사례다.

2014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공무수행 중 순직한 모든 소방관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다고 한다. 그분들에 대한 예우가 늦어도 많이 늦은 것이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국민안전처의 ‘순직소방관 추모관’ 홈페이지(http://cherish.nfsa.go.kr/)의 정비다.

관리자가 작성한 공지사항은 2013년 6월에 멈춰 서 있다. ‘소방공무원법’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이 개정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옛날 규정이 버젓이 남아 있어 순직처리기준에 관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장례업무 지원을 담당하는 관련부서의 명칭도 이미 없어진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란 이름 그대로 남아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다보면 정말로 국가가 순직소방관들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110만명이란 소방대원(의용소방대원 포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소방대원의 순직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미연방 소방국(USFA)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순직한 소방대원의 숫자는 무려 106명에 달한다. 2015년에 들어서 현재까지 보고된 순직자 숫자만 해도 24명이나 된다.

그러나 미국은 한 명의 순직소방대원과 그 가족을 위해서 국가, 단체 그리고 개인이 합심해서 진심어린 예우와 보상을 해주고 있다. 바로 이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차원에서는 미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매년 10월 순직소방대원 기념주간(National Memorial Weekend)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이 행사는 소방대원들의 의로운 희생을 값지게 만들어주고 그들의 가족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성스러운 의식으로 매년 수천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행사기간 동안에 미국 공법(Public Law) 107-51에 의해 미 연방소속의 모든 건물에서 조기를 게양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 법무부에서는 일반직 공무원과는 별도로 ‘Public Safety Officers Benefits Program’을 만들어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순직한 소방대원, 경찰관, 응급처치요원 등에게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상을 해 주기도 한다.

한편 1992년 미국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 조직된 국립순직소방대원재단(National Fallen Firefighters Foundation)은 유가족들이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보상프로그램의 혜택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재단은 슬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들을 서로 연결해서 힘든 시간들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그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유가족들과 순직 소방대원의 동료 그리고 그들이 일했던 소방서를 위한 소중한 자료들을 제공한다.

소방관의 죽음을 단순히 금액으로만 환산할 수는 없다. 우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한 소방관의 죽음은 바로 국가적 손실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전제된 다음에서야 비로소 숭고한 희생에 걸맞은 예우와 유가족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와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순직소방관에 대한 예우와 그 유가족에 대한 보상수준이 바로 그 나라 소방의 현주소다.

앞으로 정부는 세계 경제순위 10위권을 향해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소방관의 위상도 세워주어야 한다.

다양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서 소방관의 부상이나 순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한 장비 역시 제때 지급해 주어야 한다. 또한 현장 지휘권의 존중과 현장에서의 소방관의 안전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소방관의 자부심과 명예, 그리고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헌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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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얼마 전 한 무리의 미국 소방대원을 이끌고 경기도소방학교를 방문했다. 대한민국 소방훈련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종합훈련장 준공을 앞두고 현장을 견학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To Be The Best, Learn From The Best‘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최고로부터 배운다는 경기도소방학교의 모토처럼 이번에 건립된 종합훈련장은 전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규모다.

건축 중인 종합훈련장의 일부 시설을 보고 필리핀 소방국장이 경기도소방학교와의 업무협약 체결의사를 피력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이번에 건립된 종합훈련장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독일이 참여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미국의 소방훈련시설 제작업체인 Kidde Fire Trainers가 참여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종합훈련장은 일반화재훈련장, 공장화재훈련장, 농연검색구조훈련장, 위험물화재훈련장, 중앙통제실, 미로훈련장, 플래쉬오버(Flashover) 및 백드래프트(Backdraft) 훈련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앙통제실에는 모든 시스템을 안전하게 통제할 컴퓨터와 CCTV가 설치되어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상황 속에서 소방전술을 연구하고 훈련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재난에 강한 소방대원을 양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에 건립된 종합훈련장이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준공을 앞둔 경기도소방학교 종합훈련장 일부.


첫 번째로는 종합훈련장의 설계목적과 훈련시설의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Kidde 엔지니어가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이 훈련시설은 실제 현장과 최대한 유사하게 상황을 재연시켜 소방관들이 현장감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지 훈련시설 자체의 화재진압이 그 목적은 아니다. 따라서 설계의 목적을 벗어난 과도한 (혹은 과격한) 사용은 그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으므로 훈련인원 및 훈련시간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활용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전담 시설운영담당관의 배치다. 최소 4명에서 5명이 필요하다. 현재 경기도소방학교의 경우 훈련교관이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이 숫자로 수도 없이 많은 교육수요를 소화해 내고 있다. 교육생을 관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훈련시설까지 담당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앞으로 훈련을 받을 소방관들의 안전과 훈련시설의 효과적 사용을 위해서 시설을 전담으로 맡아서 운영하는 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관리가 소홀해서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를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훈련시설로써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훈련시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나니 시설운영과 관리 측면에서 해야 할 일들이 제법 많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훈련시설의 사령부인 중앙통제실에는 훈련시스템을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데, 매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구동시켜서 각 훈련시설의 안전 상태와 가동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것이 필수업무 중 하나다.

또한, 각 시설에 설치된 다양한 밸브 및 센서 점검, 불을 발생시키는 파일럿 버너(Pilot Burner) 상태 점검, 훈련시설 내부의 LPG 누출을 탐지하기 위한 스팬 체크(Span Check)도 매월 실시해야 한다. 아울러 가스탐지기도 정기적으로 영점조정을 해 주어야 하니 할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종합훈련장의 주연료는 LPG로 매번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화염이 충분히 확산되어 훈련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일정량의 물을 각각의 훈련시설에 채워주어야 한다. 겨울철에는 동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훈련시설에서 남아 있는 물을 모두 배수시켜 주어야 한다.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훈련시설의 수명과 효과는 결국 전담 시설팀의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훈련이 시작되기 전부터 훈련이 끝난 후까지 각 훈련시설별로 철저한 점검과 관리를 해 주어야만이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각 훈련시설에 소요되는 소모품 및 부품의 확보다. 먼저 훈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연기발생기는 Smoke Fluid라는 액체가 필요하다. 이 액체를 주입해서 연기를 만들어 내는데 지금부터 충분히 재고를 확보해 놓지 않으면 수많은 교육생들의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또한, 안전을 위해서 설치된 가스탐지기의 영점조정을 위한 스팬 가스(Span Gas)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이런 제품들은 국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으므로 향후 예측되는 교육수요를 파악해서 충분한 양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훈련의 주연료로 사용되는 LPG도 남아있는 양을 파악해서 필요시 제때에 공급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설치된 종합훈련장의 예상 수명은 약 10년 정도다. 10년이 지난 후에는 지금의 훈련시설 내부시스템을 모두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중장기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예산편성 및 계약 등 제반 상황도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시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춰서는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훈련시설을 사용하면서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

세계최고의 자리는 더 이상 누군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이번에 준공될 종합훈련장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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