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장 또는 교감이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장·교감 수업 참여를 찬성하는 측은 교장·교감이 수업에 참여하면 수업기피 교직문화가 바뀌고, 학생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교장 수업 참여는 교실 현장의 생생함을 학교행정에 담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학교장은 학교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수업 참여보다는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학생·학부모·교사와의 소통 및 학교 경영이 수업 참여보다 중요한다는 것이다.

■ 승진경쟁 해소·학생들과 소통 도움 ‘솔선수범’ 나서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교장이 주당 4~10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한 번 교감이나 교장이 되고나면 다시는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럽 국가의 교장들이 한국 교장들을 부러워할 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수업은 물론 행정업무, 학생생활지도 등 여러 가지 일로 늘 바쁜 유럽 학교 교장들의 직업 만족도는 비교적 낮다.

반면 수업이나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지 않는 한국 교장들의 직업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교장의 수업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당 4~6시간씩 수업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일부 교직단체가 ‘수업하는 것은 교장권 침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수업하는 교장’ 문화가 학교사회나 교직문화에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수업 기피’ 교직사회 문화가 크게 바뀔 것이다. ‘가르치는 일’로부터 시작해 교장이 되어서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교단을 떠나는 것을 보면, 교사들의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치열한 승진 경쟁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이다.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3학년 학급담임으로서 아이들을 3주 동안 가르친 적이 있다. 담임선생님이 병가를 내서 시간제 강사를 구하는 대신 내가 들어가 주당 21시간씩 수업을 한 것이다. 매일 아침 교문에서 아이들을 만나왔지만, 수업 중에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느낌이 또 달랐다. 보다 더 깊이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아이들이 생활하는 생생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병가 낸 선생님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었고, 학급운영을 위해 애쓰신 선생님에게 고마운 마음도 느꼈다. 그렇다고 학교 경영에 큰 공백이 초래된 것도 없었다. 조금 바빴을 뿐이다.

교장의 수업 참여는 학교 개혁의 동력인 ‘동료성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3~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동화를 활용한 문학수업을 30여시간 진행했다. 모든 수업 내용은 담임선생님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 수업을 모든 선생님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전체 교사가 모인 가운데 수업사례연구회를 갖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교사들과 좀 더 친해졌다. 수업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교육과 행정이 조화를 이뤄야 균형있는 학교 경영을 할 수 있다. 교실 수업의 생생함은 학교 정책이나 행정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 따로’ ‘교육 따로’로 갈 수밖에 없다. 학교의 동맥경화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학교장 수업 참여는 교실 현장의 생생함을 학교 행정에 담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수업하는 교장’ 추진은 교장의 직무와 권한을 새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고, 새로운 교장상을 수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교장 임명권자인 중앙정부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나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교장이 조선인 교사와 학생을 감시하도록 비정상적으로 집중시켜 놓은 교장의 ‘절대 권력’을 새로운 흐름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장이라는 명예와 더불어 일과 책임이 더 많아지는 독일형 교장 직무시스템은 시사하는 바 크다.

갈수록 수업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수업이 흔들리면 학교가 흔들린다. 리더는 가장 중요한 일을 앞장서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제 교장이 솔선수범해 ‘수업 참여’를 실천할 때다. 선생님들과 함께 흔들리는 수업을 바로잡고 함께 가야 할 때이다.

<박준표 | 경기 남양주 월문초등학교 교장>


서울 소의초등학교 심영면 교장 (출처 : 경향DB)



■ 획일적 시행 문제…‘연구하는 교장·교감’ 추세 역행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교장·교감에게 수업을 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명분은 첫째 법적으로 교장·교감의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 학생들과의 소통 및 교사 격려를 위해 교장실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 셋째 선진국 중에서도 교장·교감이 수업하는 국가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연구하는 교장·교감상’을 제안하고, ‘수업하는 교장·교감상’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장·교감의 학생과의 소통 및 교사 격려는 수업보다 더 큰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 모든 국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장·교감에게 단순한 교과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성·생활교육 등 삶의 지혜를 체득시키는 전체 학생의 담임선생님이자 학부모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교장·교감은 학교 경영자이자 교육책임자로서 부분이 아닌 모든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장·교감의 학생교육’의 의미를 지극히 한정적·자의적으로 해석해 교장·교감에게 획일적인 수업을 부과하려는 경기도교육청의 정책방향은 교무 통할과 장학, 그리고 전체 학생, 학부모와의 소통과 교감 등 학교경영 전반에 대한 교장·교감의 업무특성을 축소시키는 우를 범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둘째, 최근 들어 학교장·교감은 법령, 조례 그리고 교육청에서 하달하고 있는 교육행정 지침과 공문을 통해 마치 ‘만물박사’와 같은 과도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학부모 민원, 지역사회 협력, 학교시설, 학교폭력, 학교급식 등 지원, 교내 각종 위원회 준비·참석·결과보고, 교육청이 요구하는 잦은 출장 등으로 인해 고정된 형태의 수업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교장·교감의 업무발생은 학생 수업의 불규칙성을 가져와 오히려 교과진도의 어려움, 학생들의 학업성취 지장의 부작용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감과 일부 교원들은 ‘교장은 교장실에서 나와야 한다’는 구호로 수업하는 교장을 요구한다. 하지만 교장은 교장실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와 상담하고, 교장실 밖에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학교 전체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셋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수업교장이 있긴 하나, 규모가 크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학교의 교장은 수업방법 및 교재개발, 수업지원 정책 개발 등의 장학 연구활동이 주된 업무이다. 2013년 교수·학습에 대한 OECD 국제조사보고서는 학교장의 핵심적인 역량으로 수업리더십(장학지도)과 학교행정 경영을 제시하면서, ‘연구하는 교장상’을 강조하고 있다. 수업리더십의 기능으로서 학습공동체 개발·지원, 수업적 피드백 제공, 수업 모델 개발, 교수학습 환경 지원 등과 같은 장학 연구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교장의 직접 수업을 강조하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연구하는 교장·교감상’ 추세에 역행해 교장·교감을 교실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정책은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가 바라는 교장·교감상은 학생, 학부모, 교사와 소통하고 24시간 불철주야 단위학교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교장·교감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교사 격려, 학생과의 소통이 그토록 소중한 가치라면 교육감과 장학직이 먼저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하는 시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교육감이 교장·교감에게 수업을 하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교장·교감을 격려·성원해 사기를 진작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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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가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 도입을 국방부에 권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혜택 수준을 낮췄다고 해도 여전히 위헌적이며,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측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의 필요에 의해 요구되는 희생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선진국에서도 다양한 가산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가 군복무자 가산점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적 필요에 의한 희생, 정책으로 ‘보상’해야

군복무 가산점 제도가 또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군복무 가산점 제도 재도입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 제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시행했던 제도다. 권고안은 병역의무 이행자가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만점의 2%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사람은 선발인원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며, 부여 횟수도 최대 5회까지만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바로 이와 같은 제도가 남성 군복무자에게 차등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사회적 평등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하는 데 있다. 일부 여성단체는 군복무 가산점 제도는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제도로, 가산점이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다소 낮추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위헌성이 상존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으로 구분된다. 결과의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불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보상적인 것과 보완적인 것이 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국가·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개인에게 요구되는 희생과 이런 희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결핍은 ‘보상’해줘야 한다. 군복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어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개인들, 즉 사회적 약자가 갖는 결핍은 사회정책적으로 ‘보완’해줘야 한다. 여성이나 장애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돌이켜보면 군복무 가산점 제도가 폐지된 1999년 이래 우리 사회는 많이 변했다. 무엇보다도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이 크게 신장됐다. 예컨대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9급의 경우 1999년 20.2%에서 2013년 42.1%로, 7급의 경우 1999년 6.1%에서 2013년 34.2%로 크게 높아졌다.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을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보기 힘들다.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채용 시 별도의 할당제를 적용받고 있다. 공무원 정원의 3% 이상 채용, 기업체 근로자의 일정 비율 모집 할당, 그리고 장애인연금·의료비·자녀 교육비 지원 등 국가적인 지원 대책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따라서 군복무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가 곧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장애인의 문제는 군복무 가산점제와는 별개의 틀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군복무 가산점 제도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의 재도입에 대한 찬성 비율은 80%에 이르며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일부 여성단체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남편과 아들을 군에 보낸 여성들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군복무 가산점 제도는 양성 갈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채용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하는 쟁점이 있을 수 있다. 가산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보상대책을 강구하라는 반론도 있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다양한 대안적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안은 국가의 많은 재정적 부담을 필요로 한다.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는 위헌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고 과거의 가산점 제도를 대폭 수정하는 등 크게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논란을 접고 국민적 공감 속에 제도 도입을 이른 시간 내에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산점 제도는 특혜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에게 강요한 희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려와 보상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 기간 중의 희생을 국가·사회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풍토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2013년에 조사한 군 가산점 찬반 통계 (출처 : 경향DB)




공직 시험에만 혜택 제한…합리적 방안 모색을

군가산점제 논란이 ‘군보상점제’라는 명칭으로 되돌아온 듯하다. 이번에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통해서다. 군보상점제는 의무복무 제대 군인에 대한 2% 이내의 가산점과 합격 인원의 10%로 제한, 가산점 혜택 부여 기회 5회로 제한 외에 그동안 반복돼 왔던 군가산점제 재도입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99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군가산점제 재도입 논란이 15년째 거듭될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의무복무 제대 병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보상 방안이 과연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것도 민·관·군이 지혜를 모아 인권침해적인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출범한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이어서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인권을 존중하면서 성실한 군복무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는 게 목적이라면, 성실히 복무한 모든 군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부여할 보상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가산점은 성실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일지라도 일부는 받을 수 있고, 다수는 받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가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공직의 취업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에게만 제한된 가산점 기회가 부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산점제는 여성을 비롯해 군대에 갈 기회조차 없는 사람에게 공직 진출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부작용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소수점 단위로 합격자가 갈리는 상황에서 이들 가운데 우수한 성적을 받고서도 가산점으로 인한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능력과 무관한 이유로 공직에 취임할 기본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위배한다. 가산점이 군복무 중의 헌신과 희생을 보상하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일지라도, 공직수행 능력과 무관한 요소, 즉 여성·장애인 또는 군복무 기회가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직에 취임할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제 위헌 판결의 핵심적인 요지임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가산점 비율을 낮추고 합격자 규모, 혜택 횟수를 조정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수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공무담임권 침해의 위헌적 요소는 여전히 해소될 수 없다. 피해 당사자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심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가산점 자체가 위헌이었다면, 국가유공자 가산점제 역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가산점 제도의 외국 사례로 미국이나 대만이 흔히 거론되지만, 우리의 가산점제 논의와 다른 성격의 제도이다. 미국 연방법에 규정된 가산점(US Code5)은 우리나라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가산점과 유사하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9·11 테러 등 전시 및 국가 비상사태에 참전한 상이군인 및 전몰자 유가족에게 10%의 가산점 혜택을 주고, 일반 참전 군인에게 5%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전시가 아닌 때의 군복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가산점이 아니다. 대만의 경우는 장기복무 군인에게만 주는 혜택이므로 역시 의무복무 제대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가산점 논의와 확연히 다르다.

과거 우리 사회의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흔한 표현 중 하나가 ‘민·관·군’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과거보다 늘었다고는 하나 2013년 정부 인사통계를 보면,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의 비율은 3.7%에 불과하고,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14.1%에 그친다.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움트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계층 간 통합을 고려했어야 할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군보상점’ 권고안이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돼 유감스럽다.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촉발해 온 가산점제 논의에서 벗어나, 재정적 보상 방안을 포함해 군복무를 마친 제대 군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 적극 모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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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의 철거된 애기봉 등탑 자리에 성탄트리를 재설치하고 점등행사를 하겠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요청을 승인한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등탑 재설치에 찬성하는 쪽은 군 장병과 북녘 동포들에게 성탄절의 의미를 알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일에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는 성탄트리가 오히려 남북 긴장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결국 전방 지역 장병과 주민들만 힘들게 할 뿐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성탄절은 그저 종교 축제, 정치적인 해석은 ‘비정상’

지난 10월 말쯤 경기 김포시에 있는 애기봉 등탑이 1971년 세워진 이후 43년 만에 군부대에 의하여 철거됐다. 너무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등탑은 지난 43년간 그 자리에 ‘평화의 상징’으로 서 있었고, 노무현 정권 시절 전방의 성탄트리들이 모두 철거될 위기 상황에서도 그대로 남아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국민의 공감대, 특히 종교계(기독교와 불교계가 번갈아 사용함)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허물어 버린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중에 시설물이 노후해서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요청으로 비록 작아지고 낮아졌지만, 다시 등탑이 세워져 오는 23일부터 불을 밝힌다고 한다. 그런데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당장 북한이 반발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으며, 가뜩이나 꼬인 남북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염려 때문이다.

성탄절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성탄절은 세계적인 종교 기념일이다. 즉 하나님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날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란 말은 ‘그리스도께 예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성탄절은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누구나 인정하는 종교 축제일이다. 따라서 애기봉에 성탄트리를 세우는 것은 군 장병들에게 성탄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고, 북녘 너머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도 성탄의 기쁨을 통해 평화와 사랑이 넘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43년 동안 성탄트리를 세웠던 곳에 다시 성탄트리를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협박을 우려하지만, 지난 43년 동안 아무 일이 없었다.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선동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이 등탑이 북한 체제를 부정하거나 소멸을 선동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북한 당국도 표면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종교인의 교류도 있고, 종교단체에서 지원도 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연평해전이나 연평도 민간 지역 포격사건을 일으키기 전에는 한국의 기독교가 인도적, 민간 차원에서 수천억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적인 종교 축제인 성탄절을 맞아 잠시라도 성탄트리에 불을 밝히는 것을 문제 삼는다면 종교를 억압하거나 ‘종교의 자유’라는 말이 거짓이거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북한 당국은 우리와 평화협상을 말하고, 세계 앞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장거리 로켓을 개발해 시험 발사하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 등 평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런 북한이 애기봉 등탑 점등에 대해 평화를 해치는 것으로 시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북한이 협박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도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성탄트리’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인 것도,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남북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를 바라는 염원인 것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성탄트리 불빛을 보고, 전쟁이나 살의(殺意)를 느끼거나 이를 조장하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느끼는 사람의 문제라고 본다. 또 종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억지다. 정부가 애기봉 등탑을 세우는 것을 허용한 것도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제 애기봉 등탑 불빛에 우리 모두의 희망을 모아 보자.

<유만석 목사 |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의 애기봉 등탑에 기독교시민단체들이 설치한 성탄절 조명이 점등되고 있다. _ 연합뉴스



■ 성탄트리 점등 순간, 군 비상경계 돌입 ‘비극적 현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연합군과 대치하고 있던 독일군 참호 속에서 한 병사가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나지막이 부르며 작은 성탄트리를 손에 들고 걸어나왔다. 처음엔 깜짝 놀랐던 연합군 병사들도 이내 찬송가 ‘참 반가운 신도여’를 부르며 참호에서 나와 마주 걸었다. 이들은 서로 가족 사진을 돌려보고 축구경기까지 벌였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휴전’이다. 이 병사들은 후일 군사재판에 회부되기도 했지만, 크리스마스가 낳은 기적이었다. ‘크리스마스 휴전’ 100주년이 되는 올해 한반도에서도 남과 북의 병사들이 가족 사진을 돌려보며 축구경기를 벌이는 기적이 일어날까? 불행하게도 2014년 한반도의 애기봉에 세워진 9m짜리 거대한 성탄트리는 크리스마스 휴전은커녕 군사적 도발과 무력충돌을 부르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월 해병대는 애기봉 등탑을 철거했다. 너무 낡아 안전상 문제로 철거가 불가피했다는 게 군 설명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대북 저자세 시비가 일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북 심리전 상징인 등탑을 철거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군을 질책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애기봉 전망대에 성탄트리를 다시 세워 점등행사를 열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등탑 점등을 불허했던 국방부는 한기총의 요청을 받아들여 애기봉에 임시 성탄트리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즉시 반발했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북남 사이 대결과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전쟁위험마저 몰아오는 엄중한 도발소동”이자 “반공화국 심리모략전의 일환”이라며 “초강경대응전의 징벌세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한기총이 애기봉 성탄트리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 탄생의 복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기총 의도와는 달리 북한이 자기 체제를 겨냥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북전단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도발 원점’인 애기봉 트리를 향해 얼마든지 총격이나 포격을 가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은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행사에 맞추어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하고, 크리스마스는 물론 트리의 불빛이 꺼질 때까지 외출외박 금지, 비상근무, 5분대기의 긴장 상태로 낮과 밤을 지새우게 될 것이다. 애기봉 성탄트리는 최전방 군 장병들의 종교활동을 침해할지도 모른다.

애기봉이 위치한 김포 시민들 역시 언제 날아들지 모를 총탄에 가슴을 졸이며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보내야 한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인 평화공원 조성사업도 물거품이 되고, 관광객 50만명 목표 달성은커녕 현재의 관광객마저도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이쯤에만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총탄 몇발 주고받는 데서 끝나지 않고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면 어쩔 것인가.

예수의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할 성탄트리가 애기봉에 세워지면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것이 한반도의 비극적 현실이다. 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 드 메지에르는 “상호존중 없이는 동·서독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 남과 북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통해 상생의 미래를 논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보수층에 기댄 대북 강경정책에서 벗어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시키기 위한 일대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애기봉 성탄트리는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100년 전 벨기에 서부전선에서 일어났던 ‘크리스마스 휴전’의 기적이 2014년 한반도 애기봉에서 멋진 역설로 재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진성준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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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국민안전처를 지난달 19일 출범했다. 하지만 안전처 출범 직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국가직 고위공무원을 광역 시·도 안전담당 실·국장으로 파견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재난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처와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전형적인 고위직 ‘자리늘리기’라며 지역 현장을 잘 아는 지방공무원이 안전담당 실·국장을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중앙·지방 간 협업, 체계적인 재난관리 위해 필수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통합 재난대응시스템 구축과 재난현장의 대응역량 강화를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국민’을 실현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재난현장 최일선에서 대응 및 복구 등을 총괄·조정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데 최근 발생하는 재난은 대형화·특수화·복합화 양상을 나타내는 등 기존의 정형화된 재난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자체의 재난대응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재난관리를 위해 시·도에 재난안전 전담 실·국을 설치하고 실·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지방재난안전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는 몇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국가와 지방정부 간 견고한 재난관리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자체가 재난관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나, 대규모 재난의 경우에는 중앙정부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직 실·국장은 중앙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가 재난대응자원의 신속한 활용, 재난정보의 전달·공유 등을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가교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재난안전정책이 상호 조화를 이루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음은, 효율적인 재난관리 측면에서도 국가공무원의 임명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두 개 이상의 시·도에 걸쳐 발생하는 대규모 재난의 경우에는 한정된 인력과 재원으로 인해 재난대응자원 투입, 대응지역 등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간 재난안전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공무원이 중앙, 지방, 유관기관 등 기관 간 역할·책임,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난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중앙과 지방 간 활발한 인사교류를 통해 재난안전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사교류는 중앙에서 일방향으로 지자체에 국가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대응 경험이 풍부한 지자체 공무원도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게 되는 등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중앙과 지방의 정책을 상호 경험하게 되어 내실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고, 조직도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일부에서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지자체장의 지휘·감독하에 직무를 수행하게 되므로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도 국가공무원인 시·도의 부단체장, 기획관리실장, 소방본부장 등은 각 지자체에서 성실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재난안전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난안전관리의 중요성에 비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재난안전관리 업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우수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재난안전은 경제, 문화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재원의 투자도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난관리정책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임무와 역할을 부여받은 국가직 공무원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이병철 | 국민안전처 안전기획과장>


박인용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 해당 지역 재난 대응 경험자가 현장 지휘 맡아야

정부는 지난달 19일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소속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시·도의 실·국 설치 기준을 변경하는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 및 정원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광역시의 실·국 설치기준을 확대한 규정 개정안의 10월30일 입법예고 사항을 변경한 것으로, 시·도에 재난안전 담당 실·국을 2015년 5월30일까지 설치 완료토록 하고 담당 실·국장은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재난대응과 관련한 국가 역할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행정체계상 재난안전 담당 실·국장은 현장지휘자가 된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많은 재난 전문가가 지적한 내용이 9·11사태 당시 현장지휘자가 바로 일선 소방서장이었던 미국의 재난안전대응 체계였다. 재난대응의 현장지휘자는 그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며, 중앙정부는 현장지휘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재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면 울산과 같이 석유화학 시설이 집중된 경우 유독가스·화학약품 유출과 폭발성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부산과 같은 경우는 태풍 등 강풍에 의한 항만시설의 파괴나 해일에 의한 침수 피해 등이 발생하게 되며, 강원도와 같은 산림지역은 산불피해가 가장 우려된다. 따라서 지역재난상황 대응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재난대응을 한 경험자가 현장지휘자가 돼야 하며, 이는 재난대응 선진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만약 국가직으로 임명할 경우 해당 지역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며, 세월호 대응에서 나타나듯이 어쩌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해경간부처럼 화재현장 경험이 없는 관료가 재난안전 담당 실·국장이 될 개연성도 있다.

둘째, 재난대응 측면 이외에도 지방자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구성은 원칙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모든 지방자치 선진국의 사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조직·공무원 보수 등을 지방 자율에 맡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인건비를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특성에 따른 행정기구 구성을 위해 실·국 수의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시·도에 재난안전국을 신설하고 담당 실·국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지방자치권의 심각한 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국민의 재난안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 현재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일선에서 지키고 있는 소방관에 투입되는 예산이 2014년 기준 총 3조2000억원인데, 이 중 95% 이상인 3조400억원을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세제 개편 과정에서 시·도는 약 1조원 규모의 소방안전세 도입을 건의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겨우 3000억원 내외의 소방교부세를 신설하는 데 그쳤다. 2015년 이후 충원되는 소방인력 7000명에 대한 인건비 4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시점이기에 소방안전에 대한 정부약속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아마도 재난안전 실·국장의 국가직 임명 논리로 효과적인 물적·인적 동원체계를 주장할 것이다. 이는 재난상황에서도 지방직과 국가직의 차이를 두겠다는 의지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지방의 역량을 강화하는 길을 모두 막아 놓고 중앙정부 고위관료를 지방에 내려보내는 20세기식 행정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

현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소방관들이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만큼 재난안전 실·국장의 국가직 임명을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치조직권에 대한 규제완화 및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지역주민의 안전, 나아가 국민안전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정책방향일 것이다.

<김홍환 |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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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후 거점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쪽은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면 경쟁력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삶도 나아지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서는 특별법 개정안에 따라 산업단지 입지규제를 풀게 되면 대형 백화점이나 호텔, 주거시설 등이 공단에 들어오게 되고, 제조업체들은 결국 문을 닫고 쫓겨나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노후 거점단지 시설 개선, 우수한 인재 유치해야

산업단지는 1964년 구로공단(지금의 서울디지털단지)이 처음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50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지금도 산업단지에는 약 7만개 기업에서 200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고, 국내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등 국가와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년 이상 된 산업단지는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노후화가 심각해 산업재해에도 취약하다. 그래서 떠나는 기업은 자꾸 늘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높은 청년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산업단지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정주여건 때문에 청년들이 산업단지 내 취업을 기피해 입주기업들은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단지가 단순히 생산만 하는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문화가 있는 일자리,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일자리, 가사와 보육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노후 산업단지의 현실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2009년부터 반월시화, 남동, 구미, 익산의 4개 시범단지에서 구조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1000개 이상의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구조고도화 사업은 정부의 역량과 재정이 분산돼 정책 효과가 미미하고, 국토교통부의 재생 사업과 별개로 추진되는 등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한계가 뚜렷하다.

또 구조고도화 사업은 산업단지 전체 면적의 10% 미만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토지수용도 허용되지 않는 등 사업 추진 절차가 복잡하다. 따라서 산업단지 전체에 대한 관리·지원을 담고 있는 현행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노후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노후 산업단지 중 지역별 거점을 선정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노후 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그런데 일부 조항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해 자칫하면 특별법 제정이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위원장으로서 문제의 조항들을 수정 보완해 별도의 특별법을 발의한 것이다.

일부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면 “백화점·호텔·오피스텔 등 상업시설이 마구잡이로 허용되고 개발차익을 노린 제조업은 유통·서비스, 부동산임대업 등으로 바뀌고 제조업 공장은 연쇄적으로 문을 닫아 대량 실직 사태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추진해 온 구조고도화 사업이 민간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백화점·호텔 등 수익성 위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생긴 우려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노후 산업단지에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일부 수도권에서 가능할지 몰라도 지방에 있는 산업단지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특별법은 산업단지 내 폐업 또는 미활용 유휴 부지를 사업 대상으로 보육·문화·복지·안전을 위한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애초부터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일자리 감소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장치로, 민원 발생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지자체·이해관계자 등이 별도로 협의하는 절차를 두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을 통해 전국의 노후 거점산업단지를 매력적인 일터로 탈바꿈시키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동철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1967년 갓 완공된 구로공단 전경(왼쪽)과 1970~1980년대 경공업 수출공단 시절을 거쳐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한 현재의 모습(오른쪽). (출처 : 경향DB)



■ 땅값 폭등… 대다수 노동자·중소 상인에겐 ‘재앙’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사업’은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체질을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단지 내 업체의 생산력과 노동자들의 삶도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 구조고도화 사업의 모범사례로 서울디지털밸리(옛 구로공단)를 많이 꼽는다. 구로공단이 있던 자리에 가보면 지금은 대형 아웃렛 등 세련된 건물들이 즐비하고, 깨끗한 외관의 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구로공단에서 삶을 일구던 수많은 노동자들과 중소 상인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대다수 노동자들과 중소 상인들은 구조고도화 사업이 실현되자 구로공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구조고도화 사업 후 구로공단의 땅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많은 제조업체가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견디지 못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폐업했고, 노동자들은 업체를 따라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제조업체가 떠난 자리는 지식산업센터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업체들이 대신했다. 아파트형 공장은 공간, 소음 등의 문제로 제조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자연히 작은 콜센터, 인력파견 업체, 간단한 설비만을 갖춘 업체들이 입주했다. 이런 영세업체에서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불안정한 고용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다. 서울디지털밸리 노동자들은 전국 평균임금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많은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아웃렛 등이 들어선 자리는 공장은 물론 중소 상인과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는 곳이었다. 과연 현재의 모습이 공단 내 업체들의 생산력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구조고도화 사업의 목적에 걸맞은 것일까. 아니라면 애초 내걸었던 것은 눈속임용이고 상업자본과 투기자본의 이익을 만드는 것이 실제 목적이었을까. 마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미명 아래 세입자들을 내쫓고 부동산 투기세력의 배만 불린 뉴타운 사업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최근 국회는 ‘노후 거점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입지 규제를 풀어 복합용도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복합용도에 들어서는 것은 대형 백화점, 호텔, 주거시설 등 제한이 없다. 게다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구조고도화 사업의 근거가 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등이 정한 규제마저도 적용받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법안은 구조고도화 사업 대상으로 ‘그 밖의 노후 거점산업단지 구조고도화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해 사업 대상을 넓혀 놓았고, 특례규정을 두어 산집법 등의 적용을 배제해 관련 법들이 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구조고도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일까. 구조고도화 시범 사업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공단의 반도체 제조업체 KEC는 구조고도화 사업을 홍보하면서 ‘제조업 탈피’ ‘관광소비도시화’라는 문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제조업체 스스로 제조업 탈피가 구미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생산이 아닌 관광소비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구미지역의 평범한 시민 5만여명이 구조고도화 사업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가했다. 공단을 관광소비도시로 만들면 문을 닫는 제조업체가 생기고 노동자들은 모두 쫓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서울디지털단지 사례보다 더 재앙적인 결과가 자신들에게 닥칠 것이라는 점을 체감한 것이다.

특별법안 발의자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노동자를 비롯한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자인가. 아니면 산업용 부지를 담보로 횡재를 노리는 기업 및 투기세력의 대변자인가. 대다수 사람들은 법안 때문에 생존이 휘청거릴 재앙을 맞게 된다. 제조업 살리기가 아니라 거대 자본 및 투기세력의 이익만을 채워 줄 특별법안을 당장 철회하길 바란다.

<김유정 |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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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우주개발 기본계획에서 2017년 달 주변을 돌며 달을 탐사하는 궤도선을 시험발사하고,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달 표면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에 수립한 달 탐사 일정을 5년 이상 앞당기면서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달 탐사는 불요불급한 과제일까, 아니면 우주개발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일까. 정부와 국회가 달 탐사 예산을 배정하는 데 진통을 겪으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 대선에 맞춘 ‘박근혜표’ 달 탐사… 서두르면 체한다

‘로봇물고기.’ 할 수 있으면 좋았다. 그러나 ‘MB표 로봇물고기’는 과시용 사업으로 시간에 쫓겨 만들다보니 9대 중 7대는 고장났고 1초에 2.5m가 아닌 23㎝만 가는 ‘57억원 예산 먹튀 로봇물고기’가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 쫓기듯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는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식세계화.’ 할 수 있으면 좋았다. 그러나 ‘MB표 한식세계화’도 시간에 쫓겨 900억원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부당 전용한 50억원은 물론 해외 다과체험에 1인당 474만원이라는 황당한 비용을 사용한 ‘예산 먹튀 한식세계화’가 되었다. 이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졸속 추진되다보니 ‘한식세계화 정책은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달 탐사.’ 할 수 있으면 좋다. 2007년 1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은 우리 기술로 달 궤도선은 2020년, 달 탐사선은 2020년이 목표였다. 2011년 2차 계획을 수립하면서 달 궤도선은 2023년으로 3년 연기됐다. 그렇게 차분하게 계획대로 진행되던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달 궤도선은 6년이나 앞당겨 2017년, 달 탐사선은 5년을 앞당겨 2020년으로 변경됐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 정작 정부 예산안에 달 궤도선 사업은 아예 없었다. 달 궤도선의 예비타당성 검토는 예산안 제출기한을 넘겨 만들어졌고 미래창조과학부도 달랑 한 장짜리 보고서에 수치만 2줄 표로 기재된 결과만 받았다. 황당하게도 최종 결과 보고서는 아직도 작성 중이다.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도 않다가 정부 청부예산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동원한 정부의 쪽지예산으로 2줄만 믿고 불쑥 410억원을 들이민 것이다. 급하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대통령 한마디에 또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낭비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니 이런 예산은 막아야 된다.

그럼 2017년까지 달 궤도선은 가능한가? 아니다. 미래부 장관도 본의원의 예결위 질의에 2017년은 어렵다고 답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실무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중간 보고서를 통해 “위험요인이 많은 2017년 발사 일정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국정운영자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고려가 사업 추진의 적절성 판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국정운영자 운운하면서 정부가 강행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최종 결과 역시 시간에 얽매이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쪽지예산으로 2015년 410억원으로 시작해 2017년까지 국민 혈세 1978억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하겠다던 이 계획은 우리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래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왜 2017년에 집착하는 것일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2017년 우주 달 궤도선 이벤트”가 계획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적 의도의 급한 계획 변경! 정부의 청부예산이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최근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킨 쾌거가 우주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레’가 햇볕을 못 받아 움직이지 못하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된다. 며칠 전 항공우주연구원의 달 탐사 분야 대표 연구원들을 만났다. 그들의 얼굴에서 과학자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차분하게 잘 준비해오셨듯이 앞으로도 시간에 쫓기고 권력의 압박에 쫓겨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진짜 달 탐사’를 꼭 성공시켜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달 탐사는 우리의 꿈이다. 그 꿈이 로봇물고기와 한식세계화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회에서 꼼꼼히 심의해야 할 것이다.

<서영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유럽우주국과 영국 기업 ‘포스터+파트너스’가 구상한 달 우주기지의 가상도. _ CNET



■ NASA와의 협력 고려한 일정일 뿐… 정치와는 무관

올해는 복지 예산과 관련된 정치권의 논쟁이 유난히 치열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달 탐사 예산이 정부 원안에 없던 ‘쪽지예산’이며 2017년 달 궤도선 발사는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려는 달 탐사 우주 쇼 계획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학 연구개발이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7년에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하는 계획은 정치적 일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탐사 계획이다. 한국의 달 탐사계획은 2007년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서 언급된 이후로 여러가지 핵심기술 연구가 진행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달 탐사 계획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개발한 시험용 달 궤도선을 2017년에 발사하는 1단계 사업과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I)로 궤도선, 착륙선을 2020년까지 발사하는 2단계 사업으로 나뉜다. 1단계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국가 우주개발사업으로 확정됐으나 2단계 계획은 1단계 계획의 진척도와 우주발사체 개발진도를 종합하여 예비타당성 재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달 탐사선은 인공위성과 매우 비슷하므로 몇 가지 핵심기술을 제외하면 우리 기술로 대부분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달이 지구에서 38만㎞ 떨어져 있어 정확하게 달에 접근하기 위한 심우주 항행기술, 우주추진 기술, 심우주 통신기술 등의 핵심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지구 전역에 설치된 심우주 통신망(DSN·Deep Space Network)은 달 탐사선과 원활한 통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이런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NASA는 지구 전역에 대형 전파안테나들로 구성된 DSN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탐사선과의 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NASA와 공동탐사를 하는 경우에는 무료로 지원받는다. 이번에 성공한 유럽의 로제타 탐사, 인도의 달과 화성 탐사, 일본의 하야부사 혜성 탐사 등도 NASA와 공동탐사를 진행함으로써 DSN 지원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2017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는 1단계 계획은 NASA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2018년 달에 착륙예정인 NASA 탐사선의 통신 중계기능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우주핵심기술에 대한 협력과 DSN 지원을 받기로 하였다. 또한 NASA의 착륙선에 우리의 과학기기를 탑재하여 미리 달 탐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받았다. 따라서 1단계 달 탐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위성기술과 심우주 통신, 항행, 우주추진 기술 등의 우주핵심기술과 독자적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1단계 달 탐사 목표인 2017년 시험용 달 궤도선 발사는 정치적 일정과는 전혀 무관하며 NASA와의 협력을 고려한 탐사 일정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올해 2월로 예정된 미국과의 달 탐사 공동 연구협약이 국내 상황으로 지난 7월에야 체결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탐사계획의 경제성 분석도 보다 신뢰성 높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예상보다 늦은 9월 말에 종료됐고 이 때문에 달 탐사 1단계 예산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NASA와의 공동연구를 위한 2017년 달 궤도선 발사계획을 고려할 때 내년도 달 탐사 예산 확보는 1단계 달 탐사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주개발은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없다면 지속적인 우주개발은 불가능하다. 달 탐사 예산이 불요불급하며 2017년 궤도선 발사가 졸속으로 결정돼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오해는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을 국민들께 적극적으로 설명 드리지 못한 홍보부족 때문이라 생각된다. 달 탐사 계획은 미래기술 확보를 위한 순수한 과학기술 연구사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창진 |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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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부터 발행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이든, 18개월 미만인 신간이든 할인율을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이는 지난 4월29일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개정안의 국회 통과 이후 출판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까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새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 도서정가제가 과도한 할인을 억제해 출판 생태계를 바로잡고 동네 중소서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편법 할인만 부추길 것이라는 견해와, 현 상황에서는 새 도서정가제 시행이 최선의 대안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새 도서정가제가 책값만 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편법 할인 우려…‘100% 정가제’로 책 생태계 키워야

오는 21일부터 개정돼 시행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 확대와 총할인율 15% 제한’이 뼈대이다. 출판·서점계는 판매량 감소와 할인경쟁의 가속화 속에서 지역 서점들이 고사하는 등 빈사 상태에 빠진 책 생태계와 뒤틀린 시장질서 정상화에 다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과잉 재고를 ‘땡처리’하는 할인전쟁도 과도기 현상이라 여겼다. 한편으로 책값 상승을 우려하는 ‘제2의 단통법’ 논란도 거셌다.

그렇지만 새 도서정가제 시행이 코앞인 시점에서, 그런 기대나 우려는 모두 빗나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모법이 정한 ‘15% 총할인율’ 범위에 포함시켜 달라고 관련 업계가 요구한 사항들이 주무 부처의 뒤늦은 약속과 달리 대부분 증발했다. 또 12일 현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특별 재정가 책정을 신청한 구간(18개월 경과 도서) 약 3000종의 평균 할인율이 무려 57%나 돼 명칭만 달라진 할인 폭풍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상당수 유통업체는 시행령 개정안 시행일부터 대대적인 ‘재정가 도서 기획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출판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우회적인 할인 경쟁의 진흙탕 싸움은 점입가경이 될 공산이 커졌다. 즉 개정법 시행으로 거품가격이 빠지고 유통질서가 정상화되기는커녕 경품, 무료 배송, 제휴카드 할인, 여기에 할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세트 판매, 반값 할인을 웃도는 구간의 재정가 책정에 이르기까지 ‘할인의 수압’이 종전보다 훨씬 강도 높게 출판시장을 짓누르며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의 책값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기현상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꼬인 데는 모든 유형의 할인을 ‘15% 총할인율’ 안에 담으라는 국회의 결정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영향이 크다. 이를테면 추가로 25%까지 청구할인이 되는 인터넷서점 제휴카드의 경우에도, 주무부처는 모법이 정한 ‘경제상의 이익(할인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고 단정하고 시행령 반영을 정면 거부했다. 그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들었지만, 법원이 카드사 등 제3자에 의한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관련 조항은 개정법에서 이미 삭제된 것이다. 옛 판례로 새 법을 재단한 셈이다. 이렇듯 법리나 원칙을 무시하는 주무부처, 경쟁논리만 앞세우는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결정은 ‘15% 총할인율’을 정한 국회의 개정 입법 총의를 무시하고 무력화시켰다.

정가제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자는 것도 아닌 ‘엉망진창 절충법’은 이제 청산해야 한다. 출판산업은 물론이고 저자부터 독자에 이르는 책 생태계 전체를 피폐화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며 공생하는 지혜로운 해법은 ‘완전한 도서정가제’ 법을 만드는 길뿐이다.

앞으로 의원입법을 통해 만들어야 할 ‘100% 도서정가제’에서는 프랑스의 일명 ‘반아마존법’이나 독일의 도서정가제 유통 공급률 차별 금지 조항 등을 담아 책의 생산·유통·판매에서의 다양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는 종국적으로 독자, 즉 국민 모두에게 가장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다양한 책과 저자, 출판사, 유통 경로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때 양질의 콘텐츠 재생산 구조와 문화적 다원성 확보, 산업 내 양극화 해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소모적인 책값 제도 논란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책으로 크는 시민과 나라를 만드는 일에 그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백원근 |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올바른 도서정가제 정착을 위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_ 연합뉴스




■ 시장질서 정상화 첫 발…정착 위한 ‘상생의 묘’ 필요

‘제값 받는 책, 제값 하는 책.’ 이는 새 도서정가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국 서점에 배포한 홍보용 리플릿에 있는 슬로건이다.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새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그대로 담았다고 생각한다. 책이 제값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 도서정가제를 정착시키고 변화시켜온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책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붓는 작가와 출판계 종사자, 유통 관계자들의 노력이 일부 상술로 인해 폄훼로 이어지는 상황을 종종 보아 왔다.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한 책은 상당한 거품이 낀 가격으로 유통업체로 보내졌고, 독자들은 유통업체가 내놓은 할인가 아닌 할인가에 현혹되어 소중한 문화공공재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왔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는 경제상의 이익을 포함한 할인율을 19%에서 15%로 축소하는 것과 18개월 이상 도서, 초등 학습서, 실용서를 정가제 제외도서에서 대상 도서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과다할인 경쟁으로 유통질서가 훼손돼 출판생태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또 책의 가치를 가격에 두지 않고 콘텐츠와 질에서 찾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그 궁극적인 혜택을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선물하자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도서정가제의 할인율과 제외 범위 등을 의제로 출판계, 유통업체, 소비자단체, 정부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수차례에 걸쳐 부단한 노력과 진통을 거듭했다. 마침내 출판계와 유통업계가 조금씩 양보하고 조정해 할인율은 15%로 조정하는 방안에 상호 합의했다.

이러한 내용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인 새 도서정가제가 지난 4월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에 기초한 새 도서정가제의 정착은 반드시 필요하다. 새 도서정가제의 원칙과 기본정신도 살려야 한다.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새 도서정가제는 향후 법 테두리 안에서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부분, 시행령을 개정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 업계의 자율적 협의를 통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들을 협의해 실효성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율협약의 결과로 새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단행된 발행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舊刊)에 대한 특별재정가에 146개 출판사가 2993종의 도서를 평균 57% 인하된 가격으로 참여했다. 상생과 윈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자 새 도서정가제 시행에 즈음해 출판계가 독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작은 선물이리라.

어떤 법이 시행되는 시점에는 그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하는 목소리와 철저한 사전대비를 위한 노력들로 분주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변수에 따라 노정되는 문제들을 협의해 나가는 소통창구와 보완·개선하는 구조가 지속 가동되고 있으며 또한 가동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와 출판·유통업계는 이미 새 도서정가제의 세부사항과 관련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그리고 출판·유통업계와 함께 이루어낸 합의는 “출판시장을 살려 양질의 도서를 국민에게 안겨주자”는 기본정신에서 시작되었다.

출판·유통업계가 공공재로서 책의 가치 확산을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독자들은 그 결과를 보고 책의 가치에 대한 신뢰를 결정해 줄 것이다.

<배진석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기반조성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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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30일 전·월세자 보호를 위해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전세 보호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단기적으로 전셋값을 폭등시키고 전세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야당은 전세 보호기간 연장이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1~2회 연장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주고, 전세가격 상승폭도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전세가격만 폭등시킬 우려… 세입자에게 도움 안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난 몇 년간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2011년 전세가격이 12.3% 상승한 이후 2012년 3.5%, 2013년 5.7% 올랐고, 올해 10월까지 3.2% 상승했다. 최근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서 월별 전세가격 상승률도 소폭 낮아지고 있다.

과거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아파트 공급 부족 요인 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추가됐다. 우선 2000년대 이후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확대된 도심재생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멸실시키면서 이주 수요를 유발한다. 재고는 줄이면서 이주 수요는 늘려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배가 된다.

다음으로 저금리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올리거나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야 금리인하 이전과 동일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의 월세 전환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했다. 전세가격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전세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현재 2년 전세 임대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세입자가 1년 정도는 추가 전세금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세기간 연장은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세가격을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 3년 연장은 전세가격 상승분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지방은 2010년 이후 분양시장 호조로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수도권은 2008년 이후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일부 선호도가 높은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신규분양이 저조했다. 분양물량 감소의 여파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내년에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통계가 별로 없다.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는 실제 임대인의 18.3%에 불과하다. 임대차등록사업자 이외의 임대인이 가격을 어느 정도로 올릴지 알 수 없다.

둘째, 내년에는 강남지역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이주시기 조절을 한다고는 하지만 강남지역 재건축 이주 수요는 2만가구 이상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 전세가격에 커다란 상승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이 이뤄지고,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세기간 2년을 3년으로 연장하면 ‘불에다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전세가격 안정을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거나 계약기간을 연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보다는 전세용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과감한 금융지원과 세제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월세가격 상승 시기에 인센티브를 통해 원룸형 도시형 생활 주택을 많이 공급해 이제 월세가격 안정에 큰 도움을 준 것처럼 전세용 규모라 할 수 있는 투룸형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과 세제 지원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김선덕 |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벽면에 붙어 있는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세표를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 임차인 보호에 실질적 도움… 집값 거품도 걷어내야

당신은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이다. 부푼 꿈을 안고 평균 32세에 결혼을 할 것이다. 신혼의 단꿈도 잠시. 당신이 배우자와 월 평균 425만원의 소득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중간가격 아파트 전세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 29년과 21년이 소요된다. 경실련이 통계청과 노동부, 국민은행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이처럼 집값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가격조차 매우 높아 일평생 보금자리 마련의 꿈을 접은 청년층이 적지 않다. 다행히 최근 일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임차인 보호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는 현행 2년인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는 일관되게 반대하는 정부와 다르게 최근 정치권에서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물론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 되도록 한 곳에서 주거안정을 누리고 싶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이든 3년이든 재계약 시 집주인이 제시하는 급격한 전세금 상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민간임대 거주기간이 이미 3.1년인 바, 3년으로 하는 것만으로 서민주거안정을 크게 개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수년간 논의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가장 강하게 전월세상한제를 반대했던 나성린 의원조차 전월세상한제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본인 집의 전셋값이 1억원 올라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세가격 상승에 지친 세입자들에게는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세입자에게 한번(혹은 두번)의 계약을 갱신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계약 갱신 시 상승률(5%)을 제한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집주인에게도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월세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월세전환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이자수익이 줄어든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수익 보존을 위해 당연한 움직임으로 이를 통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또한 전세제도는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제도로 오히려 투기꾼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유리하고 청년층들에게는 해가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무작정 이를 늘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지금의 상황은 많은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격 상승 우려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의 모든 전셋집이 동시에 재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에 모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법의 시행 여부를 떠나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방치할 경우 더욱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바, 이러한 핑계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변명에 불과하다. 경실련이 국민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이후 수도권의 전셋 값은 약 40% 상승했다. 법 개정 후 시행을 최대한 빨리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다. 상한제 이외에도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걱정 없이 집을 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표·보유세 정상화와 저렴한 공공아파트 공급 등을 통해 주택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경실련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은 런던, 도쿄, 뉴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해소해야 하는 정부는 자신의 임기 동안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거품 폭탄을 더욱 키워 청년층들에게 폭탄을 돌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한 정부일까.

<최승섭 |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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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가 지난 23일부터 서울에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우버택시’(UberTAXI)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우버택시는 일반 운전자들이 렌터카를 운행하던 기존 서비스와 달리 택시면허를 가진 영업용 택시운전자와 제휴해 운영되고 있다. 우버서비스가 유사 콜택시 영업을 하고 있어 명백한 불법이라고 보는 쪽은 “승객의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위험성이 크고, 택시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합법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버서비스 도입에 찬성하는 쪽은 “승객뿐 아니라 택시기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우버서비스 도입을 막으면 택시기사가 아닌 택시회사만 덕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 운송요금·차량 대수 제한 없어 택시업계와 형평성 안 맞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우버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우버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 조건부로 우버서비스를 합법화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아직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우버서비스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시가 우버를 고발하는 등 전 세계 운수업계가 우버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는 렌터카나 자가용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운전자가 자신이 빌린 렌터카나 자기 소유의 차량으로 여객을 운송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이나 징역과 같은 형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불법 유상운송을 알선하는 행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우버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알선 방식이 등장할 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일종의 입법 공백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알선한 경우도 불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우버와 같은 형태의 영업을 합법화해 양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결국 이 논의는 택시와 같이 정식 면허를 받지 않고 렌터카나 자가용 자동차로 여객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행위를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와 같이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인지의 문제가 된다.

버스와 택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여객운송 산업은 승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송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즉 양질의 운송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업체 및 운전자만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게 허용하고, 그 외에 허가를 받지 않거나 자격이 없는 경우에는 불법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 및 우버를 통해 운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자는 택시와 같은 다양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이 침해될 수 있으며, 기존 택시업계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성폭행 전과나 운전경력과 같이 승객의 안전에 중요한 정보는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우버를 이용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반운전자가 승객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손보사 등이 보험처리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여객 운송서비스는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가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운전자가 승객을 정당하게 운송할 자격이 있는지는 국가의 객관적인 검증시스템을 통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버는 요금, 차량대수 등에 대해 전혀 제한이 없기 때문에 우버를 합법화하면 기존 택시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아 택시산업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 만약 기존 택시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할 경우 택시요금 인상, 승객 안전 저해, 택시 급증으로 인한 과열경쟁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해 좋은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버가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만큼 택시산업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객운수업은 승객의 안전, 편리함, 신속한 이동이 모두 담보돼야 하는 산업이므로 기존의 제도적 틀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우버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책당국과 택시업계는 협심해 제도 개선 및 서비스 향상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우버 역시 택시업계와 제휴해 중개서비스를 제공할 방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아무쪼록 더욱 신속·편리·안전한 운송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택시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성태 | 새누리당 의원>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신청하는 모습. (출처 : 경향DB)



■ 알선행위마저 막는 건 경제적 약자 ‘자원 공유의 자유’ 위협

자본주의의 문제는 교환(공유)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독점에서 온다. 경제가 좋지 않아 가망성 없는 자영업이나 힘든 비정규직으로 생존하는 분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가계를 버텨내야 할 상황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집에 차가 한 대 있다면 주변에 사정이 조금 더 나은 친구나 친지들을 태워주고 저렴한 수고비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적 자원의 공유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가? 필자가 추진하고 있는 공익소송 중 하나는 자신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대여해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에 대한 헌법소원이다(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이 법은 노골적으로 통신사들의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전화회선을 개통해 타인과 ‘공유’하면 그만큼 통신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조항을 중심으로 한 법체계 아래에서 이통사들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허용돼 법에도 없는 ‘휴대폰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다. 공중에 떠다니는 휴대폰 전파에는 모두 주민번호가 하나씩 붙어다니게 되어 감청의 위험이 가중된다. 전 세계 휴대폰의 60%가 감시 없고, 가입이 간편하고, 요금이 저렴한 선불폰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선불폰이 발붙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된다. 게다가 휴대폰 실명제 때문에 성인물 실명제나 게임 실명제도 유지되고 있어 한국의 능력 있는 개발자들의 ‘스타트업’ 기회를 막고 있다.

사회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법을 만들면 이렇게 의도치 않은 해악이 줄줄이 발생한다. 필자는 중요한 사회통합 원리를 ‘연대’와 ‘정의’라고 보지만, 연대가 그 연대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할 때는 ‘정의’가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택시기사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소위 ‘우버금지법’을 발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자신의 자동차에 돈 받고 타인을 태워주지 못한다는 법이 있다(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외국의 각 시로부터 운영권을 받은 택시회사들의 로비에 의해 시 조례들에 제정된 경범죄들은 있지만 이렇게 형사처벌을 동반한 중앙정부법은 유일하지 않을지. ‘업’으로 하지 않아도 타인을 태워주고 기름값 조금 받는 걸 단 한 번을 해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연대와 정의의 균형을 잡을 때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헌법상 기본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발의안은 유상운수의 알선마저도 금지하려 하고 있다. 오직 ‘우버’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연락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알선에 해당할까? 학생들과 원룸 주인들이 공실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의 운영자도 부동산 중개인 자격이 있어야 하나?

어찌됐든 자원 공유를 업으로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운수‘업’을 허가제로 할 수 있다. 심지어 운수업의 특성상 숫자 제한을 하는 것도 헌법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인구밀도 대비 어느 숫자를 넘어서면 택시가 더 있는 것은 불필요해지고 도로 위에서 경쟁이 생기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알선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경제적 약자들이 자원을 공유해 경제생활을 영위할 자유를 위협한다.

최근 동료 학생들을 인터넷으로 모집해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통학버스 노선을 만든 대학생도 처벌되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어도 이 발의안만큼은 택시기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택시회사들을 위한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일반인들에게 콜을 받듯이 우버로부터도 콜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는다.

‘우버가 진정한 공유 경제인가’ ‘영업행태는 윤리적인가, 자본주의의 대안인가 심화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법으로 특정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실험과 논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은 논쟁의 어느 당사자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박경신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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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병사 계급체계를 현행 ‘이병-일병-상병-병장’의 4단계에서 사실상 ‘일병-상병’의 2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병 계급은 신병 훈련기간에만 부여하고, 상병 중에서 우수한 인원만 병장으로 진급시키겠다는 것이다. 계급제도 개선에 찬성하는 측은 “현행 4계급 제도는 일제 잔재일 뿐이며, 줄어든 군 복무기간에 맞춰 계급 수를 줄임으로써 왜곡된 서열 문화를 개선해 병영 내 부조리와 폭력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병사들에게는 이미 공식 계급 외에도 월 단위로 21개의 계급이 존재하는 만큼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 4계급은 일제 잔재… 자존감 높이기 위해 반드시 고쳐야


군에서 병사들의 계급체계를 단순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이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도 논의 중에 있다. 현재 4계급 체계는 우리 강토를 짓밟았던 일본 제국육군 시절의 계급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일본 제국육군은 병사들의 계급을 이등병-일등병-상등병-병장으로 나누었다. 현재 우리 군의 병사계급과 성격·명칭 등이 똑같다. 이것은 한자로 표기된 계급이기 때문에 번역의 논란도 있을 수 없다. 반면 미국의 병사 계급은 2계급과 3계급 등 해석에 따라 다르게 번역된다.

중국·영국·러시아 등 전통적 군사강국들도 병사계급은 하나이거나 기껏해야 2계급이다. 반면 일본은 아직도 병사의 계급을 4개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름은 삼등사-이등사-일등사-사장 등으로 바꿨다. 이렇게 병사계급을 4계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군대는 군사대국 중 일본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국과 북한뿐일 정도로 특이한 경우다. 그나마 북한은 원래 창군 당시에는 2계급의 병사만 있다가 1998년에 4계급으로 세분화시켰으므로 우리와는 다르다 하겠다. 반면에 우리 군은 일본 제국육군의 계급명을 그대로 차용하였으니 이것은 치욕적이다. 또 36개월 군복무 할 때 4계급 하던 것을 21개월 군복무 시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 역시 상황과 맞지 않다.

따라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는 육군이 검토하고 있던 원안인, 자격이 되는 분대장만 병장으로 진급하는 2.5계급 체계 외에도 병사들의 자존감을 상승시키며 현재의 복무기간과 부합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테면 병사계급을 아예 하나로 하고 분대장만 따로 만드는 1.5계급 체계와 더불어 계급의 명칭과 계급장의 디자인까지도 새롭게 적용하는 것 등이다. 군은 병사 상호 간에는 능력의 차이만 있을 뿐 계급의 높고 낮음은 없다고 한다. 병사 상호 간에 존중하라고 해봐야 계급장이 다른데 어떻게 지위고하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그 계급장도 무시하고 실제로는 21개의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 군대다. 계급과 기수가 높다고 억압하고, 계급과 기수가 높으면서도 기량이 떨어진다고 무시받고 하는 것에서 병영의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계급과 이렇게 세분화된 기수문화가 일제의 잔재임에도 유지해야 할까? 또 기량을 선임에게 전수받는 도제식 교육에서 가혹행위가 나올 가능성이 큼에도 그런 훈련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도제식 교육은 교육훈련 시간이 부족할 때 효율적이지만,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는 병사들에게 훈련 외의 각종 작업을 일절 시키지 않는 ‘부대관리 민간용역 전환사업’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그런 제도와 연계하면 훈련시간이 늘어나 충분히 전술전기를 연마할 수 있다고 본다.

계급장의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부사관 이상은 계급장 밑에 무궁화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런데 병사는 달랑 작대기만 있다. 세계에서 이렇게 못생긴 계급장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최고 학력의 우리 병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계급장을 당연한 듯이 붙이고 있어야 할까? 이런 계급장은 아예 병사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심리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올바른 자존감을 갖고 군복무를 해야 한다고 느껴질까.

국정감사로 인해 언론에 유출된 계급체계 변화만이 병영혁신의 전부가 아니다. 계급체계만 해도 계급 수와 명칭, 모양 등 많은 사안을 연구하고 있고, 또 동기는 과연 한 달씩 끊는 것이 맞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병사들의 복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안과 더불어 시스템 전체를 평가해야지,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도 일본 제국육군의 병사 계급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쓰고 있는 우리 병사계급은 일제청산을 위해서라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신인균 | (사)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병영생활관 칸막이 설치 '개인 독립형' 구조로 개선 (출처 : 경향DB)



■ 부사관 직책은 확대하면서 병들만 줄이는 건 앞뒤 안 맞아

손자병법을 보면 ‘선용병자 휴수약사일인(善用兵者 携手若使一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용병에 능한 자는 전체 병력을 한 사람이 움직이듯 부대를 운영한다는 의미이다. 이상적으로 양성된 군대라면 부대가 지휘관의 의도대로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전투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대한민국 국군은 어떠할까. 최근 계속된 군 관련 사건·사고 여파로 많은 국민들이 군을 우려하고 있다. 적군에게 가해도 비난받을 가혹행위를 같은 내무반의 전우에게 가해놓고도 전혀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병사들도 있다. 정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까지 소집하며 새로운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각종 개선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하나가 병 계급을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병 계급 간소화와 병영문화 개선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계급 간소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서열문화가 개선되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현행 병 계급제도는 이병 3개월, 일병 7개월, 상병 7개월, 병장 4개월이다. 훈련소 입소 때부터 이병이 되어 기초훈련-후반기교육-자대 배치를 거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병이 된다. 간소화 방안을 보면 훈련소 기간에만 이병 계급장을 달게 돼 현행제도와 별 차이가 없다. 또한 간소화 방안에서도 일병-상병 진급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져 현행 제도와 똑같다. 병 계급 간소화 방안이 ‘때가 되면 누구나 진급한다’라는 의식을 바꾸려는 제도라면 그 기능을 전혀 못하게 된다.

오직 한 가지 차이는 아무나 병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몇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첫째로 상병들에게 과거에 없던 진급 스트레스를 만들어 병영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둘째로 병장이 줄면 국방부는 예산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진급을 못한 병사들은 월급을 적게 받는다. 약 1만5000원을 적게 받는 것이지만 13만여원의 월급 총액을 생각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셋째로 병장진급을 위한 인센티브를 찾기 어렵고 결국 노력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병사들에게는 병장이 돼 상급자로서 대접을 받는 것이 군생활의 인센티브가 되어왔는데, 새로운 제도는 오히려 군생활의 인센티브를 박탈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병 계급을 ‘일병-상병’으로 줄이는 방안은 국방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에 정반대된다. 국방부는 올해 3월 현행 4단계의 부사관 계급체계에 ‘현사’라는 직책을 더하여 5단계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부사관의 사기를 높이고 우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없던 계급까지 만들어 가면서 부사관의 사기를 높이겠다면서, 병사들에겐 있던 계급을 한 단계 없애면서 분위기 좋은 병영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 된다. 앞뒤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셈이다.

만약 병장이 많아 병영사고가 생긴다면 병 계급을 아예 없애버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21개월을 복무하는 우리 병사들에겐 공식적인 계급 이외에도 21개의 계급이 존재한다. 사회를 돌아보면 회사에 들어가서 같은 평사원끼리라도 기수에 따라 선·후배 관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문화와 관행을 충분히 반영해 오히려 기수문화를 긍정적인 선·후배 관계로 만들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사회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군대만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식적인 주장이다.

또 병영문화의 문제를 계급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사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시스템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병사들을 관리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는 한 명의 군인으로 바라본다면, 계급 간소 방안보다 더 좋은 정책대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사기와 자발성이 유지되는 군대가 되려면 병사들을 한 명의 성인이자 군인으로 바라보고 자존감을 세워주어야만 한다.

<양욱 |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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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상수원 상류 지역에 떡·빵·커피·과자 등의 제조업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하자, 환경단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환경부가 국민의 식수 안전을 저버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식수원 주변에 졸속으로 무분별하게 공장을 허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찬성하는 쪽에서는 “소규모·생계형 공장은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 박 대통령의 선심성 규제완화에 수돗물 정책 무너져


한국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국민의 비율은 약 1%다. 연간 15조원을 쏟아부어 만든 수돗물을 국민의 99%가 불신하고 마시지 않는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음용률 약 50%와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환경부는 지난 10일 ‘한과공장 등을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허가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산업집적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해 상수원 상류 일정지역(취수장에서 7㎞ 이내)에 모든 제조업소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데,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커피가공업, 떡·빵류 제조업 등 4개 업종에는 입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원 내 지역 주민 생계형(500㎡ 미만) 제조업소 육성’ 발상은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수원 상류지역에 한과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법을 고쳐 내년에 허용하겠다”고 답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요?”라고 질책하며 회자됐던 내용이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환경부는 한과공장 전면 허가 정책을 한 달 만에 만들어 낸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수원보호구역의 규제완화를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걸로 규제완화 절차를 대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후유증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상수원 보호 수질 정책인 ‘상수원 내 오염원 유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입지 규제 방식’을 뿌리째 뒤흔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입지규제를 하게 된 것은 ‘강이 짧고 인구가 많아서 오염원-상수원-소비처가 연접해 있고, 하천수를 직접 취수해 수돗물의 원수로 사용하고, 단일 상수원에 천문학적인 인구가 의존하고 있어서 사고가 나면 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이유다. 게다가 후진적인 한국 정부의 수질 관리 수준으로는 다양한 사고의 위험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상수원보호지역에 거주하는 한 명의 민원인에 의해 수질정책의 근본이 무너진다면, 형평성을 주장하는 다른 업종들, 규모가 좀 더 큰 공장들의 요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동일 업종들의 연담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환경부는 이들 업종의 영향에 대해 이미 연구를 했다고 하지만, 이런 연구는 알려진 바도 없고, 보도 과정에서도 기본적인 내용조차 소개되지 않았다. 지금도 팔당호 변엔 카페촌, 식당촌, 모텔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서 수질오염의 군락으로 발전해 있는데, 이번 즉흥적인 정책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토록 수질정책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결정임에도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것도 문제다.

그리고 환경부 장관은 상수원보호지역 주민들에게 하류 주민들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도요금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상수원 주민 지원 목적의 물이용부담금(한강권 170원)으로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상수원 주민 지원 비율을 줄이고, 효율이 거의 없는 총인처리시설을 4대강 사업의 일부로 추진한 환경부에 있다. 또한 수질 관리의 효율화를 위한 통합적 물관리 등을 외면한 채 부처간 영역 다툼에 몰두하고, 수질 측정 기준으로 구태의연하게 BOD를 고집하는 등 신기술 도입을 외면하고 있는 것도 환경부다.

이번 사태는 수질 관리 현황을 이해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욕과 자신의 본분을 잊은 환경부의 무기력이 낳은 해프닝이다. 절대로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이런 아마추어식 행보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

<염형철 |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한강 상수원 녹조 분포 조사 (출처 : 경향DB)



■ ‘소규모 음식물 제조업’ 한정…유해물질 배출 없을 것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수장, 수도관 등 상수도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수돗물의 원료인 상수원을 잘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 등을 지정하고, 상수원 오염을 야기하는 시설과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은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희생을 통해 가능하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환경부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커피가공, 떡, 빵, 과자, 국수공장의 입지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선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환경부의 개선안을 살펴보면, 이번에 입지가 허용되는 공장은 그 규모가 500㎡ 이하이다. 이는 건축법에서 이른바 근린생활시설이라고 정의하는 시설에 해당한다. 근린생활시설은 음식점에서 노래방까지 문자 그대로 지역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시설들인데 이러한 시설 중 하나로 ‘제조업소’가 포함되어 있다. 수도법에서 규제하는 공장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공장인 폐수가 나오고 연기가 나오는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앗간, 인쇄소, 건강원, 제재소 등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하는 다종다양한 제조업소로서 그 종류가 무려 461가지에 달한다.

금번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는 취수원으로부터 7㎞ 이내에 이러한 461개종의 제조업소가 어떤 종류이든 공장으로 등록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누군가 수도법상 공장입지 금지지역에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커피 로스팅하는 기계를 들여놓고, 커피 원두를 손님에게도 팔고 다른 상점 등에 납품하고 싶어 공장 등록을 하려는데 안된다고 한다. 커피로스팅 중에 폐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상수원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또 지역 농민이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서 농한기에 한과를 만들어 팔기 위해 공장 등록을 하려고 하면 이게 불가능하다. 음식점이나 축사 같은 다른 오염시설과 비교할 때 오염 부하가 오히려 적은 커피로스팅 시설과 한과 공장에 대해 단지 공장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사업을 못하게 하니, 해당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필자는 금번 환경부의 발표에서 많은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입지가 허용되는 제조업종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환경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사용되는 연료와 원료, 공정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 우리의 먹거리에 해당하는 떡, 빵, 과자, 커피 등을 대상으로 한정하였다고 한다. 소규모 제조업소이니 만들 수 있는 게 많지도 않고, 음식물을 만드니만큼 유해한 물질이 나올 이유도 없다.

더구나 이번에 공장 등록이 허용되는 제조업소의 경우는 사용하는 연료를 가스와 전기로 제한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수질오염사고가 유류나 생산원료로 사용되는 유독물·유해물질에서 기인하는데 이번 설립허용 공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또 혹시 모를 사고가 날 경우를 대비해서 소방용수 등 오염수가 상수원에 유입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이격거리가 확보된 지역에 한해 공장입지를 허용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번 규제 개선의 근본 취지와 목적이 불합리한 입지규제에 의해 피해를 보는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지역 주민에게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니만큼 실제 거주하는 지역 주민에게만 공장 등록을 허용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환경부는 이러한 지역에 통합적인 수질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모든 제조업소에 대해 정교함 없이 단순하게 공장이라는 딱지를 부쳐 입지를 규제하는 지금의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박규홍 | 중앙대 교수·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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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과도한 보조금 살포로 혼탁해진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소비자들의 부당한 차별대우를 막는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단통법 시행에 반대하는 측은 “휴대전화 공급자의 가격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가 빠져 법 시행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분리공시제를 도입해 단통법을 제대로 시행해야 휴대전화 가격의 거품을 빼고,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폭리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 보조금 분리공시제·가격 거품 제거 반드시 병행돼야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단연 화제다. 그런데 좋은 취지의 단통법이 왜 원성의 대상이 되었을까? 단통법은 법 목적을 ‘공정·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여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자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피해를 보고 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부재해서다.

그나마 의미가 있는 보호 장치이던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삼성전자의 로비와 박근혜 정권 규제 완화의 광풍을 만나 무산되면서 단통법은 더욱 문제 많은 법이 돼버렸다.

보조금 분리공시라는 것은 휴대폰을 개통할 때 받았던 보조금을 구성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장려금과 통신사들의 지원금 규모를 정확하게 구별해 이를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준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이동통신 3사의 폭리뿐만 아니라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거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그것이 범국민적인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제조사의 장려금이 20만원이라고 치면, 처음부터 20만원 내지 그 이하로 저렴하게 판매하면 될 일을 소비자들에게 왜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출시를 한 다음 보조금(장려금)을 주는 척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하게 유인하느냐라는 정당한 항변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관행이 불법임을 확인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이 있다. 공정위가 2012년 3월 국내 단말기 제조 3사와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출고가에 반영해 이를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고 실제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처럼 오인시켰다”며 관련업체들에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한 것이다. 당시 SK텔레콤에 202억5000만원, 삼성전자 142억8000만원, KT 51억4000만원, LG유플러스 29억8000만원, LG전자 21억8000만원, 팬택에 5억원을 각각 부과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출시한 116개 모델을 판매하면서 공급가를 부풀렸다가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올해 2월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삼성전자와 통신 3사가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이른바 ‘짬짜미(담합)’를 통해 보조금으로 투입할 재원으로 휴대폰 출고가에 미리 반영한 금액이 전체 출고가의 26%에 달한다”며 삼성전자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불법·부당한 관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 가격의 고통과 부담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어떠한 실효성 있는 조치도 없이 보조금만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30만원이라는 비현실적인 보조금 상한액도 문제다. 그것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9만원 최고 요금제에 2년 약정을 해야 한다니 단통법에 대한 불만이 나날이 높아져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통법상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꼭 도입되어야 한다. 또 단말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부당하고 현저한 차별도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같은 제품이 외국에서는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10만원대에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말기 가격의 거품과 지금 단통법 상황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이동통신 3사의 요금 폭리도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반값 단말기와 반값 통신비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단통법은 찬성이지만, 큰 폭의 보완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단통법 시행 전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 통신사 대리점들 (출처 : 경향DB)





■ 가격 경쟁 제한하는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가 먼저다


수많은 논란을 뒤로 하고 국회를 통과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5월 제정된 단통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이동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번호이동·신규 가입·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제, 이용자의 거주지역·나이·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 지원금 지급을 금지한다. 또 지나치게 많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이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호갱님(어수룩한 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을 합쳐 부르는 은어) 방지법’이 정작 전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소비자를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까지 하다.

통신시장뿐 아니라 차별적인 시장, 차별적인 보조금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행기 좌석의 경우 시기, 예약 장소 등에 따라 가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조기·블록 판매와 같이 다양한 판매 방법의 일환일 뿐 소비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차별 대우를 없애겠다는 말의 이면에는, 어떤 할인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 숨어있다. 판매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생선을 떨이로 판매한다면 이를 차별 대우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를 같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강제한다면 모두가 같은 가격으로, 대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휴대폰 시장에서 최신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단통법은 공급자간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 후생(厚生) 저하를 가져온다. 통신 시장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단말기, 통신 요금, 보조금 등 모든 경쟁 수단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요금 인가제에 막혀 가격 경쟁이 제한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보조금을 통한 경쟁이 그나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단통법을 통해 이를 제한한다면 공급자들의 경쟁은 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제도가 빠졌기 때문에 단통법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통사와 제조사를 같은 기준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다. 통신사가 정부 당국의 규제를 받는 것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가로부터 임차해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말기 제조사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민간 기업으로, 보조금 지급 등 자료는 영업 비밀에 가깝다. 성격이 다른 두 그룹에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정말 소비자를 우선한다면 요금 인가제 폐지 논의가 먼저다. 현행 통신 요금은 ‘정부 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 시장 점유율 1위인 통신사가 요금을 정하면 나머지 통신사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황이다. 3위 업체마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하위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요금 인가제는 그 역할을 다했다.

이통사들은 연간 8조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지만, 정작 요금 경쟁은 벌이지 않는다. 불합리해 보이는 구조의 이면에는 비정상적인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단통법과 같은 직접 규제를 통해 차별 금지를 방지하기에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통사와 제조사 시장 모두를 유효경쟁 체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요금 인가제 폐지로 이통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단말기 자급제나 알뜰폰 시장 활성화로 제조사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에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단통법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영훈 |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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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영어·국어 영역의 만점자 비율이 높아진 게 발단이다. 교육당국도 쉬운 수능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찬성하는 목소리는 “어려운 수능은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교를 입시학원화해 학생들의 잠재력과 고등사고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교육적”이라는 논점을 펴고 있다. 반대로 쉬운 수능은 한 문제라도 틀리면 안된다는 불안을 가중시키고, 수능 변별력 상실과 대학별 고사로 보충하려는 절박감으로 이어져 사교육 풍선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 ‘한 번의 수능’ 학생 역량 평가 못해… 학생부 활용 늘려야

9월 수능 모의고사의 만점자 비율이 대폭 상승한 것을 계기로 쉬운 수능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고 있다. 국어는 A형과 B형 모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수 있었다. 영어도 만점자가 3.7%로 여전히 높은 비율이다. 이러한 쉬운 수능 전략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하여 교육부가 선택한 대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쉬운 수능이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는가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현재의 쉬운 수능은 오로지 사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사교육비 외에 더욱 고려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이 불필요한 경쟁에서 벗어나 도전의식을 갖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어 절대평가 방침을 모든 과목으로 확대하면서 동시에 쉬운 수능으로 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으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어려운 수능은 학교를 더욱 입시학원화한다. 학교는 학생의 지적,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동시에 도모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지닌다. 그런데 어려운 수능으로 인해 학교는 공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듯 획일화된 지식 기술자의 양산에 몰두하게 된다. 이로 인해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고 이미 유형화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을 기르는 연습만을 거듭하게 된다. 어려운 수능에 의한 변별력은 일부 대학의 요구이며 수능 점수로만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은 학교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대학이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다양한 방식의 선발에 따른 학생 능력을 존중하는 가치를 실현하기보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공교육의 황폐화를 더욱 조장할 뿐이다. 따라서 대학은 입학전형 과정에서 쉬운 수능과 함께 고등학교의 생활기록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어려운 수능으로는 학생들의 고등사고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1994년에 시작한 수능시험 문제는 모두 유형화되었고 학생들은 그것만 익히면 된다. EBS 교재를 포함한 대부분의 수능 문제집은 유형화된 문제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또한 시험의 난도를 높이는 방법은 정상적인 사고력 확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실수를 줄이고 교묘하게 위장된 함정을 피하는 기술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비교육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려운 수능은 학생의 태도와 인성 그리고 잠재력을 측정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다. 학생의 역량은 지적역량뿐만이 아니라 바른 태도와 인성을 바탕으로 하는 융합적, 사회적 역량을 포함한다. 이를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운 수능으로는 불가능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교과이수 과정과 각종 학교 활동을 평가하고 기록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이는 학생의 평가권을 온전히 교사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교사가 평가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철저히 신뢰하는 대입전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렇듯 쉬운 수능을 지향하는 수능의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를 통해 교사의 온전한 평가권을 실현하고 공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초·중등 교육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를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인식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이해당사자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수능 시험을 주요 가치로 여기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학교는 입시학원화하고 일부 대학의 합격 숫자가 명문학교의 척도인 양 서열을 매긴다. 그러나 교육은 모든 사람의 탁월성을 발현하도록 하고 동시에 사회적 책임감을 스스로 성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쉬운 수능과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대입전형이 정착됨으로써 달성되어야 한다. 이렇게 할때 학생은 즐겁고 교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교육 친화적인 환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성권 |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대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0여일 앞둔 22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정에서 고3수험생들이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촬영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 변별력 상실하면 사교육 더 의존… 대입제도 근본 개혁을

40여일 앞으로 수능이 다가왔는데 ‘물 수능’으로 대표되는 난이도 찬반 논란 자체가 안타깝다. 수능 준비에 지친 학생들, 마음 졸이며 뒷바라지해온 학부모와 교사 입장에서 볼 때 물 수능 논란 자체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영어가, 9월은 국어가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됐던 쉬운 시험은 11월 수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가 쉬운 수능 기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쉬운 수능은 변별력 상실을 의미한다. 한 번의 실수로 수능등급이 하락한다는 불안감을 증폭하고, 대학별 고사로 보충하려는 절박감은 논술 등 사교육 의존의 원인이 된다. 또한 많은 동점자 양산으로 정시에서는 눈치작전도 예상된다. 축적된 학교 입시자료가 유명무실화, 진학지도에 어려움도 뒤따를 것이다. 교사의 진학지도에 대한 신뢰보다 사교육 입시 컨설팅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정시에서는 고액 사교육 컨설팅이 기승을 부려 사교육 시장이 더욱 확대될 우려마저 있다. 우선 실력보다 운이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당일 컨디션이 나빠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지 않은 학생은 납득을 하지 않고 재수를 선택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쉬운 수능은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며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입시철만 되면 “난이도가 등급별로 정상분포 곡선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빗나가고 예측 불가능한 널뛰기식 수능으로 수험생의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사실 수능 응시생이 6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정상분포 곡선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수능난이도 조정을 통한 대증적 처방보다는 예측과 준비가 가능하도록 수능, 내신,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도의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을 통해 근본적인 대입제도의 혁신이 요구된다.

첫째, 수능은 고등사고력 측정시험에서 탈피하여 고교 수업 내용 기반의 국가기초학력평가로의 성격규정이 필요하다. 기초기본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다. 따라서 전국 단위의 표준화 시험인 수능은 기초학력을 총괄평가하는 성격의 시험이 돼야 한다.

둘째, 내신은 범교과적 창의력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격상돼야 한다. 단순한 사실적 지식이 아닌, 비판적, 해석적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권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이 이수한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전공별 입학전형을 연계하여 능력과 적성, 소질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생 희망 전공 관련 진로맞춤형 내신 반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셋째, 논술은 공교육 체제에서 대비 가능한 수준으로 고난이도의 논술을 지양하되, 궁극적으로 폐기돼야 한다. 한국교총이 2012년 교원 2087명, 국회의원 1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입시에서 가장 비중 있게 반영되어야 하는 것으로 수능(35.3%), 고교내신(31.5%), 인성·특기적성(28.2%)으로 나타난 반면 ‘논술 및 면접’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불과한 데서 이를 입증한다.

넷째, 면접은 전공지식 중심보다는 인성 등 전인적 능력적성 중심 평가로 실시해야 한다. 전공에 맞는 활동과 능력도 검증해야겠지만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인․적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면접은 전공 교수와 입학사정관의 역할 분담 및 연계를 통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어려운 수능도, 쉬운 수능도 능사가 아니다. 대입제도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기초기본교육과 창의적 능력,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예측 가능하게 혁신을 해야 한다. 올바른 대입제도 개선은 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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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금이 늘어나 올해는 2조5000억원, 내년에는 3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처음으로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는 하루라도 빨리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지난 22일 국회의 개혁안 공청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개혁해야 하지만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곤란… 양보·타협 필요


한국연금학회 이름으로 발표된 개혁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반대가 강하다. 학회 안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연금분과위 위원과 주변 인사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새누리당 안인 셈이다. 공무원노조는 아예 6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는 ㄱ씨 안이라고 부른다. 그가 연금분과위 책임자였고 기초연금을 위시한 박근혜 정부의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실세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노조 주장 중 일부를 수용, 수정안을 반영한 개정법안을 연내에 국회에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의 개혁 추진방식은 이때까지와 꽤 다르다. 그동안은 안전행정부가 주체가 되어 전문가, 공무원노조, 수급자 대표 등의 의견을 토대로 개혁 시안을 만들고 공청회와 국회를 거치면서 개정법안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수급자 없이 여당 의원과 일부 전문가가 시안을 만들었다. 배경에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강도 높은 개혁시안을 내놓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다수 여당이고 향후 1년 이상 선거가 없어 정치적 부담이 적은 시기이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는 점은 분명 유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관행을 벗어나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일정 부분 뿌리내린 우리 사회에서 쉽게 용인되기 힘들다. 양보와 타협이 필요한 이유다. 공무원노조도 개혁의 필요성은 일정 부분 이해하고 있으므로 타협안 모색이 순리일 것이다. 이때 고려할 사항 몇 가지를 들어본다.

첫째, 개혁안의 큰 특징인 10년 이상 재직자와 수급자를 개혁에 동참시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지한다. 그간의 개혁이 10년 미만 재직자나 신규자에게 집중되다보니 개혁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아 국민연금과의 불공평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고 충당부채 증가도 계속되었다.

둘째, 재직자의 연금 기여율과 급여율은 계획하고 있는 10년보다 긴 15~20년에 걸쳐 올리고 내리며, 소득상한을 더 낮춰 상위직의 급여 삭감폭을 키운다. 공무원의 소득상한은 평균과세소득의 1.8배인 800만원대로 민간근로자 408만원의 두 배 규모다.

셋째, 신규자의 급여율 1.0%(2018년 이후)는 국민연금보다 우대받는 수준이므로 더 낮추고 대신 재직 중 자조노력으로 저축을 늘리도록 우대저축제도를 마련한다. 공무원에 준하는 경력의 민간근로자 급여율은 0.75%로 3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이 22.5%가 되어 공무원의 30%보다 7.5%포인트 낮다. 이 같은 차이는 공무원연금에 소득재분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물론 공무원의 신분상 제약에 대한 보상 차원의 ‘플러스알파’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수준이 높다.

넷째, 개혁에도 불구하고 신규자 부문을 중심으로 충당부채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신규자 급여율을 더 낮추거나 기여율을 4.5%보다 높게 설정한다.

다섯째, 제도개혁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총 재정부담의 수준 변화 등 고용주인 정부 입장에서의 시점만 강조되고 고용된 공무원 입장에서의 연금을 위시한 총급여액 감소 등 노후소득 보장 약화에 대한 시점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 제도개혁으로 공무원의 노후소득 보장 약화와 이에 따른 저축행동 변화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시하고 정년연장을 통한 근로기 총소득 증대의 필요성이 없는지 함께 검토한다.

끝으로 공론화 작업과 공무원노조 등과의 타협 과정이 남아 있지만, 안전행정부가 별도안을 내놓지 않겠다고 하고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올 이슈도 아니어서 국회 심의과정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무쪼록 개정법안 검토과정에서 위에 지적한 사항 등이 보완되어 한동안 개혁 논의가 화두에 오르지 않아도 될 공무원연금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배준호 | 한신대 대학원장>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담벼락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여러 개 내걸려 있다. (출처 : 경향DB)



■ 공적연금 형평성 개선과 상향평준화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더 내지만 훨씬 더 많이 받으면서’ 생긴 적자를 ‘정부 보전금으로 지탱하고 있다’는 게 공무원연금 논란의 쟁점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정부·여당과 그 대변인 역할을 하는 연금학회는 현행 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체계로 바꾸어’ 둘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정부 쪽 개편안은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대신 퇴직수당 인상과 임금 인상 등 다른 항목으로 일부 채워 주겠다는 것으로 재정안정화 효과는 크지 않은 채 공적연금 전반의 노후보장 기능을 하락시키는 하향평준화 방안이다.

노인 빈곤율이 49%에 달하는 사회에서 용돈연금 수준을 넘어서는 노후보장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형평성과 재정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할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밥공기 크기를 작은 쪽에 맞추어 곳간을 유지하겠다는 발상은 미심쩍으며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공무원연금을 최대 가입기간인 33년간 불입하면 평균 200만원 정도를 연금급여로 받는다. 반면 같은 조건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대체로 84만원을 받는다. 물론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 보험료율이 4.5%인 데 반해, 공무원은 7%로 2.5%를 더 낸다. 그래도 연금급여의 격차는 매우 크다. 책임은 더 많고 권리는 제약되는 공무원 제도의 특성상 인사관리 보상 성격의 연금이라는 점과 현 임금 수준이 비교 대상인 100인 이상 기업 임금의 83.7%에 불과하고 일반직 대졸 임금의 69% 수준에 불과하기에 임금 보상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민간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퇴직수당을 감안하면 눈앞의 불균형은 줄여서 감안해야 한다. 연금만이 아니라 임금, 퇴직금, 복지급여를 합한 생애소득 전반으로 비교할 때 대졸 일반직이나 100인 이상 기업 노동자와 비교해서 공무원은 터무니없이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노후보장체계는 물론 일자리 구조가 형편없이 열악한 사회 현실에서 연금의 격차가 당장 크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국민연금 급여의 총소득대체율이 39.6%로 OECD 국가 평균 54%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62.7%로서 상대적으로 일반 연금보다 후한 여타 국가의 공무원연금에 비춰보아도 다소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연금 제도 간 형평성 문제를 급여조건의 동일성 여부가 아니라, 공무원 제도나 공무원연금 제도의 특수성이 인정될 필요가 있는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절한 범위인가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 접근이다. 더구나 낮은 국민연금 급여 수준과 기초보장제도를 상향시킬 전향적인 방안을 찾아가면서 상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형평성의 접점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방비 상태로 쌓이고 있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곳간에 쌓여 있다고 일반 국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정부 쪽 방안은 노후보장체계의 확대라는 전 사회적 형평성 측면을 무시할 뿐 아니라, 정작 의도하는 재정안정화에도 장기간 기여하지 못한다. 더 내는 방안엔 정부 쪽 부담금도 포함되며, 퇴직수당 현실화 방안과 신규 임용자의 낮은 부담금 설정도 정부 지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쪽 방안은 내부적 형평성 측면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연금 상한액 수준이 국민연금 408만원의 두 배인 800만원이 넘고, 연금 외 소득이 있을 때 연금을 차감하는 데도 매우 후해서 내부 소득재분배 기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에 준하는 하후상박의 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면, 재정안정화에 기여하면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측면도 개선된다.

<김성희 |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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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2일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방안 등을 내놓았다. 설악산 오색약수터나 서울 남산 등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 수입도 늘리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은 케이블카가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돼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케이블카로 자연이 훼손되면 잃는 것이 더 많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미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추진불가’로 판정을 내린 사안이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 기본적 관광 인프라… 노약자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

세상에는 명산도 많고, 높은 산이 아니더라도 명승지가 많은 데 어디를 가나 케이블카는 거의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로 간주되고 있다. 구글 지도에 들어가서 알프스 산맥 주변을 잘 검색해 보면 케이블카와 스키리프트가 한 선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혀서 하나의 면을 이루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전체를 가동하지만 여름에는 주요 노선만 가동하고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태산, 황산, 장자제, 윈난성의 운삼평 등 가는 곳마다 케이블카가 없는 곳이 없다. 스위스에는 마테호른이 있는 제르마트에 9.5㎞의 긴 삭도(공중에 로프를 가설해 운반 기구나 차량을 걸어 운전하는 것)가 있고 몽블랑에서도 케이블카가 정상 3840m의 아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까지 실어다 준다. 일본의 닛코에 있는 케이블카는 중간에 역이 있을 정도로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톈산산맥 기슭에 있는 침블락이나, 말레이시아의 겐팅 리조트에도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긴 케이블카가 있어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달리는 사람들을 해발 2000m, 3000m 이상의 높은 곳에 접근 가능하게 해 주고 있다.

굳이 통계를 인용하자면 케이블카와 스키리프트를 합쳐 한국에는 총 길이 133㎞의 삭도가 있는데 중국에는 1560㎞, 일본에는 2353㎞, 프랑스에는 2901㎞, 스위스에는 1750㎞가 있다고 한다.

케이블카가 없는 경우에는 대체 수단이라도 있는 것이 정상이다. 알프스의 융프라우에는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등반기차가 두 개의 역을 거쳐서 3571m의 융프라우요후(Jungfraujoch)까지 데려다 준다.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Schafberg)에는 1780m 산정 호텔까지 실어다 주는 아프트식 철도가 있어 1188m를 올려다 준다. 중국의 경우 백두산 천지 바로 밑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최근에 오스트리아의 피츠탈 계곡에 트레킹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산악지하철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기차가 1740m에서 2840m에 있는 휴게소까지 순식간에 실어다 주었고 다시 그곳에서 케이블카가 3440m까지 올려다 주었다. 아마 이것이 최첨단 산악 운송시설이 아닐까 한다.

북한조차도 백두산 관광을 위해서 삼지연까지 관광용 삼림철도가 있고 여기서 2730m 고지까지 케이블카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백두산의 정상부(향도봉, 2712m)에서 천지호반(2275m)까지 쉽게 내려가 볼 수 있게 해 주는 1.3㎞의 케이블카가 1995년 건설된 후 노후화돼 수리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보았다.

이런 운송수단을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첫째로는 장애인이나 필자처럼 점점 늙어가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노약자들일 것이다. 80만명을 넘는 실업자들과 소매점, 음식점, 택시 등 독립자영업에 종사하는 700만명의 국민들도 관광인프라 확충을 절실히 원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2~3배나 과다한 자영업 종사자들은 심각한 수요부족과 과당경쟁으로 사실상 반실업상태에 있기 때문에 중국 등으로부터의 관광객 유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너무나 절실한 형편이다.

작년에 4890만 한국인 중에 397만명이 중국 관광을 갔고, 중국인은 13억4300만명 중에 한국에 433만명이 왔다. 같은 비율로 따지면 1억88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가 있다. 중국인이 평생 한 번만 한국에 오게 하더라도 연간 3000만명을 유치할 수가 있어 다른 나라를 합치면 5000만 관광대국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괜찮은 생업도 있고, 걸어서도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는 건강과 시간도 있어서 케이블카가 왜 필요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간청한다. 취직도 좀 되고 장사도 좀 잘되었으면 싶고, 생전에 젊었을 때 가 본 산에 한 번만 다시 가 보고 싶은 우리 이웃의 신체적, 경제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고, 덤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을 지지해 주시기를. 자연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 선진국 수준으로 하면 안되겠는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박병원 |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 (출처 : 경향DB)




■ ‘정상 정복’ 등산문화의 산물… ‘삽질’로 자연 훼손 안돼


하늘의 뜻을 깨치는 나이가 지천명(知天命)이다. 세상사에 혹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 마흔을 넘어야 비로소 도달하는 나이 쉰이 그렇다.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2012년 무등산국립공원까지 우리에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대한민국 국립공원 나이가 미혹(迷惑)을 이기고 하늘의 이치에 다다를 나이쯤인 셈이다. 2013년 한 해 국립공원을 다녀간 사람만도 4700만명이 넘었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통과하면서 멸종위기종 1급 산양부터 조막만한 어린아이 발걸음까지 너른 품으로 한껏 품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장하다 국립공원. 국립공원 만세다. 그런데 이게 무슨 변고인가. 우리 모두에게 너른 품 내어준 그곳에 삽질 칼바람이 휘몰아칠 기세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지난 6월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라는 곳에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곳곳에 호텔도, 케이블카도 만들고 해서 산악관광을 활성화하자는 것이 요지다. 정부는 전경련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두 달 지난 8월11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산지관광 활성화와 케이블카 확대를 발표한 것이다. 죽이 척척 맞는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경련 보도자료를 얼마나 복습했는지 눈물겨울 지경이다. 정부 발표에는 산지관광특구제도를 도입해 이미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시켰던 설악산 케이블카를 2015년에 만들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사실 케이블카 타령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케이블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들 하시는지 정치인들의 공약남발은 꾸준했다. 그렇다면 우리 동네 뒷산에까지 놓였어야 할 케이블카가 놓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지금까지 정부가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기본적인 감시와 심사로 필요성과 타당성을 따져보았던 최소한의 상식말이다. 경제성은 정말 있는지, 여기가 아니면 정말 안되는지, 환경에는 악영향이 없는지,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따져보는 감시망이 있어서 그랬다. 물론 그 감시망도 너무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참에 박근혜 정부는 최소한의 그것도 과감히 버리려 하고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특구로 지정해 요모조모 국민들에게 이익인지 그래서 타당한 사업인지 따져볼 감시망을 생략하자는 것이다. 이쯤에서 되묻고 싶다.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최소한의 감시와 심사도 통과 못할 만큼 갖가지 사업들에 그렇게도 확신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 말마따나 ‘단언컨대’ 필요 없는 사업들이다.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케이블카이고, 국민들에게 해로운 산지관광이다.

국립공원은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자연만을 위한 곳도 분명 아니다. 전국 21개 국립공원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곳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배우는 교육의 장이다. 2012년 대비 2013년 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은 600만명이 늘었다. 무등산 국립공원 신설로 늘어난 400만명을 빼더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정상정복만을 추구하는 등산문화를 개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익힐 때가 됐다. 케이블카 따위로 탐방객수를 무조건 늘릴 것이 아니라 구간에 따라서는 탐방인원을 제한하고, 예약탐방제를 확대해야 한다.

국립공원은 자본의 개발 삽질로 쉽게 써버릴 자산이 아니다. 너와 나 우리 말고 다음 세대의 우리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그러니 제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위의 말은 삼가시길 충언한다. 빠르고 쉬운 길이 아닌 더디더라도 옳은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다. 그것도 모르는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지학(志學·15세) 나이 언저리에 있는 셈이다. 지천명을 목전에 둔 국립공원에 지금 당장 나부터가 부끄럽다.

<정규석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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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지상파의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에 광고를 넣어야 하는지 비율을 없앤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계속해서 허용되지 않은 것이 중간광고다.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광고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도 허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간광고가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 채널에만 허용돼 있는 게 논쟁의 변수다. 시청자의 볼 권리 침해, 상업주의 강화 등을 이유로 한 반대의견과 그런 이유로 막으면 종편에만 특혜가 계속되고 지상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찬성의견이 맞부딪치고 있다.

■ 광고 매출 주는데 제작비는 상승…‘양질 프로’ 사라져

지난 4일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가 발표됐다. 주요 7대 과제 중 지상파 방송광고 제도개선의 경우 정상화 노력이 엿보이긴 했지만 보다 명확한 시행계획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광고의 총량제를 허용하되, ‘중간광고’의 경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총량제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간광고’에 대한 허용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방통위는 ‘광고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시청권 침해 우려’ 등 일부 신문들의 논거를 반영해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데 ‘광고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은 ‘사익’(私益)보다는 ‘공익’(公益)적인 정기능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광고의 판매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극심한 침체 상황 속에서 프로그램광고와 중간광고의 전략적인 배치는 광고주의 광고 집행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마케팅 효율을 상승시켜, 내수시장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또한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시청자 복지’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으로 보인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전후에 몰린 광고의 분산 효과를 가져와 시청자들의 광고 시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고, 이미 유료방송에서 시행되고 있는 중간광고가 유독 지상파 방송에서만 ‘시청권 침해’로 해석되는 것도 모순일 것이다.

물론 더 중요한 점은 시청자 권익의 근본이 ‘양질의 프로그램 시청’에 있다는 사실이다. 시청자를 위한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 제공’이 ‘시청권’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정책기관 및 시청자가 걱정해야만 할 ‘우려’는 ‘저급한 프로그램의 범람’이나 ‘양질의 프로그램 소멸’이지, 국내 유료방송에서 시행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정착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미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이 지상파 ‘중간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호주, 아일랜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 모두 중간광고를 포함한 광고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간광고’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다. 이는 광고가 프로그램 어느 부분에도 편성될 수 있다는 광고편성 자율권의 보장을 의미한다.

지상파 중간광고 금지는 1974년 에너지 절약 차원의 낮방송 금지조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규제 근거도 없고 글로벌 기준에도 벗어나 있다. 프로그램을 해외에 수출할 때 중간광고를 넣기 위한 재편집이 필요해 효율성도 떨어진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일종의 비정상적인 제도를 정상화시키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광고 관련 연구기관들은 지상파 운영재원인 광고수익이 감소하고 있음을 발표하고 있다. 2002년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조8000억원이었지만 2013년 말에는 2조1000억원으로 11년 사이 7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프로그램 제작비는 50%가량 급증했다. 시청자 복지를 위협하는 ‘양질의 프로그램 소멸’이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은 공익적 역할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양한 매체가 출현하고 수준 낮은 프로그램들이 넘치는 현실 속에서 지상파가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으로 시청자 복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재원의 확보가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료방송과 비교해 대표적 비대칭 규제인 지상파 중간광고는 허용돼 한다. 중간광고 허용이 전제되어야만 방통위의 지상파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 취지도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중간광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출처 : 경향DB)



■ 불편한 시청에, 정당한 시청 시간까지 도둑맞는 셈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일 3기 주요 방송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오랫동안 방송사업자와 광고주들의 바람이었던 방송광고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허용, 간접광고 규제 완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검토하면서 유료방송에는 이미 시행 중인 중간광고의 시간과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정책 추진 목적은 ‘한류의 기반인 방송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고 지상파, 유료방송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광고시장 규모를 키우는 쪽으로 광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상파에는 광고 규제를 완화해주고 반발이 예상되는 유료방송에는 광고시간을 늘려 주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지상파 광고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 그러나 무료서비스 방송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프로그램 제작비용이 상승한 상황을 감안해 광고총량제의 허용은 가능할 수도 있겠다. 물론 전체 광고 허용 시간이 지금과 동일하다는 전제하에서다. 방송사들은 당연히 가격이 비싼 프로그램에 더 많은 광고시간을 할애할 것이고 지상파 3사의 수익은 연간 수백억원 증가할 것이다. 거기까지다. 시청자가 시청권 침해를 감수하고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은.

중간광고 도입은 다르다.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프로그램이 중간에 강제로 끊어지고 광고로 이어져 시청 몰입을 방해하고, 채널을 돌리기라도 하면 내용을 놓치기 일쑤다. 이것이 싫으면 기다렸다 시청해야 하니 본의 아니게 광고 시청을 강요받게 된다. 또한 광고 후 시작된 프로그램에서는 광고 전에 보았던 방송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해야 한다. 방송 한 편으로 보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전체 방송시간을 감안한다면 하루에 수십분 재탕 영상을 반복 시청해야 한다. 한 달, 1년을 생각해보라. 불편한 시청에 정당한 시청시간까지 도둑맞는 셈이다.

프로그램 앞뒤에 광고를 보고 있고, 간접광고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안에서까지 광고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프로그램을 강제로 중단하고 중간광고까지 봐야 하는 것인가.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시청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인가. 유료방송은 시청료를 내고 있는데도 왜 중간광고를 봐야 하고, 이제는 광고시간을 늘린다 하니 늘어난 시간까지 시청자가 묵묵히 감당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럼에도 광고총량제에 다양한 시청권 침해가 우려되는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는 사업자와 이를 검토해 수용하겠다는 방통위는 참 염치가 없어 보인다. 중간광고의 도입이 광고효과 극대화 시도, 광고 유치를 위한 경쟁 강화, 시청률 경쟁의 심화로 이어져 방송의 상업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이유를 보면 미디어 환경이 변해 지상파방송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고, 케이블방송과 비교해 규제가 과도하고, 세계적 추세이며 재원을 확충해 방송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지상파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도입해 미디어산업의 선진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총량제를 도입하고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미디어산업의 선진화가 이뤄지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가.

지상파방송 시청시간은 정체된 반면 웹, 앱 등을 통해 동영상을 제공하는 OTT 서비스는 대중화되고 있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지상파방송이 이와 같은 유료방송 서비스와 동일한 경쟁구조를 갖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다. 지상파방송이 무료방송으로서 유료방송이 하지 못하는 공적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유료방송과 동일 경쟁구조를 갖도록 하는 것보다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위해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방송사와 방통위가 시청자 불편, 시청자 부담을 디딤돌 삼아 손쉽게 장애물을 넘으려 하지 말고 그 방안을 찾아 시청자와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영란 |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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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 주민세 인상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장기간 동결했던 주민세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2배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시·낭비 행정으로 악화된 지자체의 재정난을 세금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특별시의 시민들이 읍면의 주민들보다 적은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세금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특별시민이 군민보다 적게 납부 ‘불합리’… 세율 올려야

주민세는 과거 조선 초 군포(軍布)에서 유래된 것이다. 호포전 또는 호세로 불리다가 고종 때 호포(戶布)로 바뀌었고, 1912년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되었으며, 1961년 지방세에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1973년 대도시 인구분산을 위해 서울·부산·대구 등 3대 도시의 가구에만 부과하는 목적세로 신설하였으나, 1972년 유신체제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지방교부세 법정률 폐지에 따른 지방재원 확충수단으로 도입됐다. 2010년 세제개편 전까지 주민세는 균등분과 소득분으로 구분돼 주민세라고 하면 소득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후 주민세 소득분이 지방소득세로 전환됐고, 현재는 균등분과 사업소세가 통합되면서 재산분과 종업원분으로 과세대상의 성격이 다양해졌다.

주민세는 국세와 지방세를 망라해 유일한 인두세(poll tax)로, 국(주)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의 구성원으로서 납부하는 최소한의 기본회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성격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세인 소득세와 법인세에 덧붙여 부가돼 왔던 주민세 소득분이 주민세수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결국 국세에 따라 세수가 자동적으로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8조원이던 세수가 세제개편 이후 지방세 전체의 1%에도 미달하는 3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최근 국세수입 감소 등 전반적인 환경변화와 민선 6기에 따른 주민참여와 관심증대를 위한 기반조성의 필요에 따라, 그동안 소홀했던 주민세의 정체성 확보와 세율 현실화가 점차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율인상은 적절한 세부담과 인상의 충분한 타당성과 필요성이 납득되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 취득세 등에 대한 지속적인 세율인하 정책을 펼쳐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세의 문제점을 보면 세율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첫째, 주민세 개인 균등분은 1973년 최저 300원에서 최고 2000원이던 것이 1995년 1000원과 4500원으로 인상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제한세율 1만원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가 평균 4800원인 반면, 충북 보은, 음성군과 경남 거창군이 1만원으로 대도시의 2배 이상을 내고 있다. 물론 일부 읍면은 2000원에 불과하다. 지하철과 도로 및 병원과 학교, 각종 문화시설 등 대도시의 각종 인프라와 다양한 편익을 고려할 때, 특별시와 광역시민이 군민보다 적은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둘째, 법인분 역시 자본금 또는 출자금 100억원을 초과하고, 종업원 수가 100명이 넘는 법인에 대해 50만원, 동시에 기타법인은 최저세율인 5만원인데, 이 역시 적절한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여타의 세금을 내지만, 지방정부로부터의 다양한 서비스와 편익을 고려할 때 현재 세액은 지나치게 적은 것이 사실이다.

셋째, 현행 주민세가 지나치게 낮은 이유는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가급적 세율인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부담에 의한 재정책임이라는 자치이념과도 배치되고 자칫 도덕적 해이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세율인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읍·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라면 1년에 2000원도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고지서를 발부해 징수하는 주민세가 등기우편 요금에도 못 미친다면 문제가 있고, 유명 커피숍의 커피 1잔 가격에도 못 미치는 세금이라면 재고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정정당당하게 적정한 회비를 내려고 하는 회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손희준 |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한 여론 조사 (2012) (출처 : 경향DB)




■ 현 정부 재정난 타개 위한 고육책… 일괄 인상 비효율적

주민세 인상 논란이 뜨겁다. 최근 정부가 주민세를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행 1만원의 주민세 상한선이 하한선 1만원으로 개정되고, 이에 따라 현재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는 2배 이상 오르게 된다. 주민세 인상계획은 공약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현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증세안이라는 점에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주민세를 동결했기 때문에 물가인상, 소득수준 향상 등 여건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징수금액이 매우 적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는 그 자체로 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면 수긍이 될 수도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민세의 대폭 인상이 현재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첫 번째 증세 카드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세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주민세는 소득 또는 이와 유사한 세원에 대해 일정 비율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일정액을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인세(人稅)에 해당한다. 따라서 증세를 할 경우 그 부담이 중산층과 서민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는 의미를 갖는다. 재벌이나 고액 소득자 등에 대한 과세체계에 대한 보완 없이 지방세 인상이 이뤄지면 중산층과 서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특히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과세형평성 문제는 소홀히 하면서, 서민들에게 좀 더 용이하게 세금을 더 거두는 방식만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지역 간의 편차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주민세가 2000원인 자자체가 있는가 하면, 상한선인 1만원을 징수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따라서 주민세 하한선이 1만원으로 법개정이 이뤄지면 일부 자치단체는 인상폭이 5배를 넘을 수도 있다. 절대액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지역별로 ‘세금폭탄’이라는 반발이 야기될 수 있는 이유이다.

증세의 기본적인 목표는 세수증대라는 점에서, 이번 계획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지도 고려해야 한다. 법 개정 후 주민세가 모든 자치단체에서 하한선인 1만원으로 책정될 경우를 가정하면, 예상되는 전체 주민세 수입은 2040억원 정도이다. 지난해 주민세 950여억원에 비해 1100억원 내외의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규모지만, 지방세 규모가 약 55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약 0.2%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전체 지방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이러한 미미한 세수증대 효과마저도 자치단체별 인구수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일 것이다. 이번 계획의 명분이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의 지출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받는 혜택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민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자치단체 재정난의 상당 부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재정운영에 기인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자체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에만 급급해 재정난이 더욱 악화되는 사례를 자주 목도하고 있다. 일괄적인 세금인상보다는 이러한 자치단체의 비효율을 시정하고, 자치단체별 세수증대 노력들을 유도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세 인상이 첫 번째 수단으로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국민들의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주민세의 인상 문제는 좀 더 큰 틀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주상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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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팀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찬성하는 쪽은 “국내 기업들이 유보금을 임금인상이나 설비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두고 있어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재계는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면 법인세 인상 효과가 나타나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유보금 과세·근로소득 증대세제 묶어 실효성 높여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은 95.2%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은 500%대에서 1500%대로 3배나 급증했다. 과세를 통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된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투자, 배당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제안했던 사내유보금 과세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당기순이익 중에서 30~40%를 공제하고, 추가로 연간 투자분, 배당분, 임금 상승분을 공제해서 과표를 만들고, 이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만 과세한다면 연간 2조원 안팎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황당한 소식이다.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해줄 경우 사내유보금 과세대상은 극소수로 줄어들고, 총세수도 수백억원에 그치게 된다. 과세대상이 줄어들고 총세수가 감소하면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투자, 배당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원래 목표도 물거품이 된다.

중요한 것은 논리다.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면서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재무상태표상의 사내유보금 연간 증가분’ 중에서 많은 부분을 공제하고 과표를 만들어 이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분을 공제할 때도 ‘재무상태표상의 투자자산 연간 증가분’을 공제해야 한다. 감가상각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감가상각분은 더 이상 투자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리로 따져보면 사내유보금 과세가 재무상태표상의 사내유보금 연간 증가분 중의 일부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라면, 투자도 재무상태표상의 투자자산 연간 증가분만을 인정해야 타당하다. 반대로 정부가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순간 이들의 사내유보금 과세안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게 된다.

재계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이것이 형해화(形骸化)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재계가 사내유보금 과세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주요 논거는 이것이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중과세가 곧 위헌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오해를 최대한 활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헌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담세력을 넘어서는 이중과세만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국세·지방세 조정법도 이중과세를 확대할 수 있는 입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재계는 또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궁색하다. 일본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은 한국의 절반도 안되고, 일본 제조업체의 사내유보율은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순자산이 넘쳐나다 보니 유동성 위기 위험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단기금융상품보다는 중장기 금융상품에 더 많이 투자한 까닭이다.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사내유보금 과세의 실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법은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와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패키지로 묶어 활용하면 된다. 즉 사내유보금에 대해 원칙대로 과세해서 약 2조원을 확보하고,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비정규직 비중을 많이 줄인 기업에 인센티브로 2조원을 지원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일석삼조다. 첫째, 두 제도 실행 과정에서 기업들의 평균 세 부담이 늘지 않기 때문에 재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 둘째,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사내유보금이 임금, 투자, 배당으로 분배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비정규직 비중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단,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 제도가 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보다 비정규직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하도록 적절한 유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홍헌호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장도리]2013년 11월22일 (출처 : 경향DB)


■ 기업소득 환류세제 실효성 의문… 기업 위축 부작용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최근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명칭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기업이 향후 발생하는 이익 중 임금 인상분, 투자, 배당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나 재생산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과세정책이 임금, 투자, 배당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제 도입의 당위성과 논의 방향이 실제 사실과 괴리된 채 진행되고 있어 전문가들과 경제주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먼저 개념적으로 투자와 유보금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이란, 세금과 배당을 제외한 기업 내부에 잔존하는 잉여금을 의미한다. 이는 투자나 재생산과 관련 없이 쌓아 놓고만 있는 현금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잉여금에는 설비투자, 건물, 토지 등 투자금액이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면 유보금도 증가한다. 따라서 매년 투자활동과 수익창출을 지속하는 정상적인 기업의 경우, 사내유보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기존 연구들이 한국 기업들의 유보율은 설비투자 규모와 더불어 성장해왔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잉여금과 투자 간의 이러한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사내유보금이란 용어를 ‘잉여금 누계액’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배당에 대한 기업소득 환류과세의 효과는 미약할 것이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는 1991년 사내유보를 통한 배당소득 과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정유보 초과과세 제도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 과세제도는 적정유보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조세 불공평의 문제를 양산했고, 과세 목표였던 배당 촉진에도 실효성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적정유보 초과과세제도는 2001년에 폐지됐다.

현재 도입하려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과거의 문제점을 답습하려 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더구나 정부가 배당을 통한 소득증가를 소비증진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배당이 이뤄지면 이른바 ‘배당락’이라는 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으로 소득은 증가하겠지만 주식이라는 재산이 줄어들었는데 소비를 늘리려 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임금 인상분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적용에서 제외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임금인상은 기업의 직접비용을 상승시켜 당기순이익을 악화시키는 반면,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따른 혜택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상승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즉, 기업으로서는 적은 혜택을 얻기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기업의 본성은 투자활동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증가시키는 목적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경기활성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업소득 환류세제처럼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이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법인세 인상 효과로 작용함으로써 오히려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김현종 |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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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북도교육청이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2학기부터 오전 9시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등교시간 늦추기에 찬성하는 쪽은 “장시간의 학습시간, 치열한 입시경쟁, 학업 스트레스 등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등교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등교시간 늦추기에 반대하는 쪽은 “학생과 학부모의 삶의 패턴, 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의 변경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등교시간 변경은 초·중·고 학생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피곤한 아이들… 건강한 삶 보장해 줘야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한국 청소년의 주중 평균 수면시간이 중학생 7.1시간, 일반계 고등학생 5.5시간, 특성화계 고등학생 6.3시간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10~17세 권고 수면시간인 8.5~9.25시간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발표했다. 또 수면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흡연과 음주에 쉽게 빠져들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등교시간 늦추기는 아동과 청소년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해 인간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등교시간 늦추기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던 수업을 9시로 늦추자는 단순 제안이 아니다.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던 삶의 모습을 바꾸어보자는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이 왜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학교를 가야만 하는가?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침의 여유는 불가능한가? 대부분의 직장이 9시에 일을 시작하는데 학생들은 왜 그보다 일찍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 앞에 한국 사회는 답해야 한다.

등교시간을 늦추어야 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시기를 ‘대학입시’를 위해 잠시 인간임을 포기하는 기간으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학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만들어 그들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강요했다. 장시간의 학습시간, 입시경쟁, 학업 스트레스, 지시와 통제 중심의 학교문화, 부모와의 대화 단절, 부족한 수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감을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등교시간 늦추기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이들은 등교시간은 학교장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교육감은 관여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현재의 등교시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한 것인가? 현재의 등교시간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된 것일까? 실제로 등교시간 결정에서도 학생들에게 참여권을 주는 학교는 거의 없다. 등교시간을 늦춰 달라고 말한 이들은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절규에 대해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 학교장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할 것인가?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이제는 답해야 한다.

시간의 효율성 차원에서 등교시간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까지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른 채 등교한다. 대부분의 학교는 1교시 시작 30분에서 1시간 전에 학생들을 등교시킨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독서, 자기주도학습, 인성교육 등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 시간을 내실 있게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학교를 가보면 알 수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졸고 있다. 점심을 먹은 5~6교시에 조는 것이 아니라 아침부터 조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아이들에게 절실하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연구결과 등교시간을 늦췄더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고, 폭력과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이 확연하게 떨어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들어 등교시간 늦추기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교육활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등교시간을 늦췄을 때 가장 우려하는 측면은 아침 사교육의 등장이다. 이런 식으로 등교시간 늦추기가 변질된다면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정상적인 가정문화 회복’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린다. 아이들을 쉬게 하면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것이다. 피로한 학생이 자라나면 결국 ‘피로 사회’가 된다.

<이준원 | 고양 덕양중 교장>

고등학생들의 등교길 모습 (출처 : 경향DB)

■ 즉흥적 정책… 학생들 책임의식 약화될 것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입시와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학생, 학부모와 학교는 힘들다. 오죽하면 ‘입시 변경금지법’이나 ‘교육공약을 못하게 하자’는 주장까지 나올까 싶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등교시간을 늦춰달라는 일부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수면권을 보장하고 아침밥을 먹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즉흥적 실험정책으로, 비판받고 중단돼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 학교 목표에 대한 본질적인 숙고가 부족하다.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 다소 힘들고 제약이 따르더라도 참으면서 학업은 물론 장차 사회인의 삶을 준비하는 곳이다. 따라서 일부 학생들만의 시각에서 편리성과 권리 보장에만 치우치면 책임의식 약화와 학교 질서가 무너짐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둘째,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처방이 잘못됐다. 치열한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수면 부족 해결과 조식권 보장은 9시 등교라는 단편적 접근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등교가 늦춰진 만큼 더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놀다 자는 아이도 생겨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배게 하는 것이다. 아침에 여유 있게 등교해 예습·복습 등 수업 준비를 차분히 하거나 친구들과 우정도 나누고, 적당한 운동을 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뇌의학의 세계적 권위자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운동화를 신은 뇌(원제: Spark)>에서 0교시 체육수업을 통해 학습능력이 크게 개선됨은 물론, 우울증 해소, 중독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실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0교시 체육활동의 효과성은 이미 여러 학교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셋째, 절차적 민주성과 법령 무시 및 학교자율화를 외면한 교육감 권력의 남용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삶의 패턴, 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의 변경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즉흥적으로 추진되면 갈등과 혼란을 양산시킨다. 학교나 지역 실정이 다른 점을 고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수업이 시작되는 시각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의 장이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학교장이 임의로 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의 환경을 고려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한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모든 학교의 수업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말이 좋아 권고지 인사권과 재정권은 쥐고 있는 교육감의 사실상 명령이다.

넷째, 가정과 학교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대한민국 부부의 약 44%가 맞벌이다. 갑작스러운 등교시간 변경은 가정의 생활패턴 변경을 요구하고 불안 심리를 가져온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한 대체교실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학생별 등교시간이 달라지고, 맞벌이 부부 자녀의 경우 학교에 있는 시간만 길어진다. 늦게 끝난 수업으로 오히려 아이들은 저녁시간이 줄어 학원 가느라 저녁밥도 굶을 수 있다. 교사들의 출근시간은 변경 없지만 수업이 늦어져 상담과 행정업무를 더 늦게까지 처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조삼모사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등교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벌써부터 새벽반 학원 강의가 생겨 사교육 증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학생들의 인권과 건강은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준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장기의 아이들이 다소 힘들고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고 학교의 존재이유다. 시·도교육감들은 9시 등교와 같은 즉흥적 실험정책을 중단하고, 학교 교육 본질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길 촉구한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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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 험에서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꾸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영어 사교육비와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이 줄어들고, 학교 현장에서 실용영어 중심의 다양한 수업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절대평가는 영어 평가 수준을 낮춰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영어 능력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고, 일부 대학들이 쉬워진 수능영어 대신 특화된 영어전형을 도입한다면 오히려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 수험생들, 사교육비·과도한 학습 부담 줄어들 것


최근 청와대를 중심으로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고교 단계의 영어 사교육비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능 영어시험은 변별력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난도가 상승하였으며, 이는 사교육 수요를 확대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실제로 교육부의 사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고교의 1인당 영어 사교육비는 2010년 6만2000원에서 2013년 6만9000원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절대평가 도입은 이와 같은 등급을 가르기 위한 불필요한 난도 상승을 근본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사교육 의존을 줄이고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히 시험 대비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수험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 현행과 같은 상대평가 체제에서 수험생은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여야 했고, 쉬우면 쉬운 대로 한 문제라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러나 절대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다른 수험생의 성적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자신의 실력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면 되기 때문에, 경쟁 강도는 줄어들고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갈리는 실수에 대한 스트레스 역시 훨씬 덜 수 있게 된다.

끝으로,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학교 영어교육이 실용영어 중심의 다양한 수업과 평가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변별력을 위해 고교 수준을 뛰어넘는 문제가 출제되고, 남들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고난도 문제풀이 중심의 반복학습이 학교 영어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경향은 점차 완화될 것이고, 그 자리를 다양한 방식의 수업과 평가가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수능 영어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은 많은 긍정적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련 정책이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영어시험의 난도 하락에 따른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영어만이 아니라 수학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서도 ‘쉬운 수능’ 기조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영어 절대평가 전환과 ‘쉬운 수능’ 기조 속에서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대학이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수능의 난도 약화로 생기는 변별력 문제는 대학이 시행하는 별도의 시험이 아니라 점차 정착되고 있는 학생부 종합평가 전형 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셋째, 절대평가 도입은 영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여 수능시험 자체를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 지식과 암기 위주의 시험,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줄세우기 방식의 선발은 우리 교육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며, 그 핵심에 수능시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평가 도입을 영어에만 그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청와대는 수능 영어시험 절대평가 전환을 단순히 영어사교육 문제의 해법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문제의식을 확장하여 수능 제도와 대입전형 전반의 개선에 대한 밑그림을 가지고 수능 영어시험 개선을 추진한다면 절대평가 도입은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대입제도 전반에 매우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김승현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숭실고 교사>



정병헌 수능출제위원장이 수능 출제 경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 영어 능력 저하… 변별력 없어 대학서 별도 절차 도입할 것


국제경쟁력 확보와 고급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국제적인 지식네트워크 참여나 한국 문화와 지식의 확산 등을 위한 영어구사능력은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기본조건이 되고 있다는 현실적 상황으로, 영어교육은 국가 차원의 매우 중요한 교육정책의 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마다 영어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정책들이 발표되었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요동쳤고, 학생과 학부모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어김없이 영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육정책과 수능 영어 제도의 변화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관한 것이다. 현재의 수능 영어 상대평가 제도는 학생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여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정요인에 대한 교육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막대한 영어 사교육비 지출로 인한 가정경제 부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이 함께 자리한 논의로 해석된다.

영어 절대평가 방식은 적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들에게 그에 합당한 점수를 부여하고,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학습에 대한 성취동기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교육적 가치를 유지하고, 또한 학생 간의 불필요한 과다경쟁을 줄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달콤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달콤함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우선 평가에 대한 절대적 기준도 모호한 상태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영어 평가의 수준을 하향시킬 것이 자명하다. 입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학생들은 영어에 대한 노력이 감소될 것이고, 일상에서 영어에 대한 노출이 없는 우리의 환경에서 영어능력은 자연스럽게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입학 후 사회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영어는 학생들이 무슨 방법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향후 취업과 승진에서도 영어에 대한 파이를 축소할 것이란 말로 가벼워진 영어교육과 입시정책의 연계성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는 이해가 어렵다. 우리 자녀의 미래 활동무대는 세계이며, 이미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그들에게 영어는 이제 더 이상 사치스러운 언어가 아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영어가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현재보다 쉽게 출제된다면, 영어에 대한 사교육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한다. 그러나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돼 입시에서 영어 변별력이 약화될 경우, 대학들은 또 다른 영어 선발 방식을 도입하여 결과적으로 지금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영어 사교육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그리하여 어쩌면 지금보다 영어교육에 대한 소득계층 간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 우려된다. 지금도 소수의 대학이지만 전형에 따라 높은 수준의 영어를 본고사 형태로 치르는 대학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도 입시와 미래에 대한 설계가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잦은 대학 입시의 변화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방식의 전환만이 사교육비 경감의 해결책이며 국가의 역할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섣부른 소수의 교육철학에 의하여 나라 전체가 요동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김선희 |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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