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8년 만에 오는 가뭄 주기와 124년 만에 오는 대가뭄 주기가 겹치는 시작점에 해당돼 여름 장마철 전까지 가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은 물론 북한 지역도 유례없는 가뭄이라 한다.

지난해부터 경기 북부 및 임진강 유역의 강우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쳐 임진강 유역 저수지 수위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장기적인 가뭄도 이유가 되겠지만 하천 유입량이 과거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데에는 임진강 상류에 건설된 북한의 황강댐과 4월5일댐(4개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임진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은 임진강의 물을 예성강으로 유역변경해 낙차를 이용한 발전용 댐으로 규모는 소양강댐과 비슷한 반면 저수용량은 소양강댐의 약 8분의 1에 해당돼 홍수 때는 수문을 열어 하류에 홍수를 가중시키는 반면에 가뭄 때는 수문을 닫아 하류로 물을 내려보내지 않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홍수는 홍수대로 가뭄은 가뭄대로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을 흐르는 임진강 유역의 이·치수는 북한의 일방적인 하천 관리로 심각한 수준이다. 본래 임진강과 같이 국경을 통과하는 하천을 국제 공유하천이라 하는데 이런 경우 양국 간에는 상호 수자원의 이용과 관리, 수문자료 등을 공유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도 임진강 유역에 지난해와 같은 강수량 감소가 나타나면 용수 수급 문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 이에 농업용수는 하천 본류는 물론 가용한 저수지, 지하수 등 대체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관정 등 비상시 급수체계도 병행 운영해야 할 것이다.

27일 임진강 지류인 경기 파주시 군내면 수내천에서 이완배 통일촌 이장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강바닥을 보여주며 가뭄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최근 여러 개의 댐들이 건설된 임진강은 급격한 유역의 변화와 기후변화 등 장래 지역 여건이 수량 압박을 가중할 것이다. 유역의 용수 수급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재평가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 기존의 농업용수 확보 계획 외에 중장기적으로 유역 내 물 수요에 대응하고, 물 부족 시 적응할 수 있는 기후적응형 수자원 공급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부족한 용수 확보를 위해 군남댐 및 한탄강댐에 담수하여 사용하자는 일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결적으로 미계측 유역인 북한 지역을 포함해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수자원 부족의 가능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현재 상태에서 댐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최대한의 용수 수급 가능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설령 댐의 일부 목적 변경을 통한 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갈수 때의 아주 제한적 범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대안을 제시하고자 할 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거버넌스 형태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야 한다.


장석환 |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아시아 하천복원 네트워크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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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진강

3·11 제1회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가 끝났다. 전국 1328개 조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부정선거에 연루되어 입건되었거나 조사받고 있는 후보가 많다는 것은 유감이다.

이번 선거 당선자는 못다한 일을 더 하겠다고 출마해 재선된 사람과 새롭게 등장한 초선 당선자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새로운 변화’이다. 누가 더 조합 발전을 위해 참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들은 선거 때 많은 ‘공약(公約)’을 하는데 당선되고 난 후에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식으로 그것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선거홍보 유인물을 통해 소신과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조합원을 만나 공약사항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당선된 조합장은 선거공약을 실천해 임기 동안 참신하고 유능한 조합장이란 평을 받아야 한다.

사상 첫 전국동시 농축수산업조합장 선거가 진행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중앙농업협동조합 제1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줄을 서서 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조합이 발전하고 변화하려면 조합 임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조합’이라는 주인정신과 조합원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농협들이 조합장 부정선거와 부실경영으로 자기 배만 채우고 농민 등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농협에서 하는 사업으로는 공동판매, 공동구매, 금융사업, 공동이용 사업을 들 수 있는데, 생산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는 직거래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또 농민이 이용하는 물품을 생산공장 직거래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협슈퍼 물건값은 시중가격보다 저렴해야 한다. 농협에서 파는 농약은 시중보다 저렴해야 하는데 일부 농약은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를 모르고 농협만 이용하는 농민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조합장 당선자들은 창조경제 원칙에 따라 농민의 생각을 바꾸고 시설을 바꾸며 조직 관리의 틀을 바꾸어 능률적인 조합 운영이 되게 해야 한다. 또 조합원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선거공약을 제대로 지켜 조합을 농어민들을 위한 ‘복지조합’으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


정기연 | 전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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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이달 말 전체 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과 2015년 전자카드 확대 시행 권고(안)’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찬성과 반대 혹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사감위는 출범 초기부터 중독 문제를 비롯한 사행산업의 폐해를 줄이고 건전한 사행 환경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자카드제 활용을 검토해 왔고 1차와 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내용이다. 사감위는 또 전자카드제의 시범운영과 이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자카드제 실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정보를 모으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해 왔다. 그리고 이제 전자카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전자카드제 시행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측은 사행산업의 건전화라는 명분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건전한 소비자의 행복추구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사감위 자료처럼 도박중독 유병률이 실제로 그렇게 높거나 심각하지 않고, 지정맥 정보를 활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안전장치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으로 관리되는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고 불법 사행산업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풍선효과도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찬성하거나 기대하는 측은 전자카드제를 통해 위험한 사행 행동을 실시간으로 막고 어느 장소에서나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 건전한 사행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용자 보호는 중독자보다 도박 문제를 일으킬 잠재적 위험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더욱 필요하기에 전자카드제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찬반 양측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지만 내면에는 건전한 사행문화를 지향하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최근 사행산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IT의 발달과 스마트폰과 같이 어디서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소통수단으로 인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행산업 시장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종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태계에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는 국가적 과제다.


전자카드제도의 활용은 한국에서 건전한 사행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당장의 불편이나 부작용만을 보고 제도 자체의 시행을 반대한다면 어떤 잠재력이 있는 제도도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사행산업 폐해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종국에는 특정 사행산업의 존폐 위기까지 이를 수도 있다. IT를 활용하는 사행 환경과 새로운 사행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오프라인의 경주류 시장을 보완하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총량제와 환급금 비율 조정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행산업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서 더 현저하다. 사행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제도개선 여론에 비해 사행업체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언론과 정치권에 더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민의 인식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는 캐나다 연구결과도 있다.

전자카드제가 2018년 전면 시행된다면 부작용과 문제를 보완해 갈 시간적 여유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이나 담배상자 표지에 흡연 폐해 경고사진 넣기,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고 반발 또한 적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전자카드제’도 대의와 장기적 이익을 위해 그렇다.


김교헌 |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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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아이 교과서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한국검인정교과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문하려 했지만 교과서 재고가 없어 주문할 수가 없었다. 대형서점에서도 교과서 구입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건 올해 1월이었는데 2월 중순경이나 말일경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하루하루 늦어지더니 새 학기가 시작된 오늘까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교과서를 구할 수 없어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중 가장 먼저 개학을 한 은석초등학교에서 21일 학생들이 새학기 교과서를 들고 자기반으로 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리고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제일 싼 책이 교과서였던 거 같은데, 요즘 교과서 가격이 한권에 1만원에 이르러 비싼 가격에 상당히 놀랐다. 교과서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적정한 가격으로 가까운 서점이나 학교 등에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과서를 분실하고 학기 내내 마음을 졸이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마음을 당국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임무기 | 서울 종로구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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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교과서

최근 들어 아동 학대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경찰, 지자체, 교육청에서 합동하여 특별 점검반을 구성, 어린이집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아동 학대 신고요령, CCTV 설치 운영 현황 등을 살피고 보육교사 개별 면담 등 어린이집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집을 방문하면서 24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면서, 경찰관으로서 시종일관 복잡한 마음이었다. 엄마의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동 학대 사건은 분노 그 자체였다. 어찌 사람이, 더욱이 선생이라는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드러난 것이 한 번이지 일상처럼 학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바빴다.

‘이제 내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하나’, 직장을 쉬어야 하는지 고민이 참 많았던 며칠이었다. 그러나 경찰로서 방문한 어린이집 전수조사는 또 다른 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 열악한 보육 환경과, 학대 사건으로 인한 교사들의 깊은 절망감, 땅에 떨어진 사명감에 이들은 죄인이었다.

지난 달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 KT어린이집을 찾은 황창규 KT 회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어린이 안전교육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_ 연합뉴스


가족들에게조차 보육교사임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번 조사는 향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작이며 최소한의 장치임을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범법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은 형사처벌, 자격정지, 폐쇄 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다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으로 보육에 힘쓴 교사들이 대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기가 저하된 주변의 교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한마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며, 그 따뜻한 기운이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주원 |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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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5일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옹벽 붕괴사고로 무려 40대 가까운 차량이 토사에 묻히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철이었다면 자칫 더 큰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터라 ‘제2의 우면산 산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2~3월의 해빙기에 접어들면 재해 발생의 위험은 더 커진다. 재해는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재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급경사지는 2014년 기준 총 1만3599곳으로 3년 전 1만3027곳에 비해 572곳이 더 늘어났다. 생활주변 붕괴사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 추세로 2011~2012년 8.94%(33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시설물 관리와 시공부실 등이 36%를 차지했다. 사전예방 차원의 대책 수립에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0년간 집중 개발시대의 부실시공과 노후화로 취약 시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다중이용시설의 증가, 생활공간의 밀집화 추세를 고려할 때 재해 발생 시 그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별로 본격 해빙기를 앞두고 3월 말까지 취약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점검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설의 방재와 관련한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적·인위적인 다양한 재해 유발요인의 위험도와 피해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산 계곡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를 위해 환류체계를 구축해 범정부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동시에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자연재해 발생 등 위기 시 빠른 의사결정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개선 등 장기적인 재해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각 기관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재해 발생 때마다 원인규명과 피해복구 등 사후대책 등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안전처의 출범을 기해 신속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재해는 언제나 방심(放心)을 파고든다. 특히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어 지반이 약화되는 해빙기를 맞아 각종 노후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과 사후관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달러를 재해예방에 투자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4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노출되어 있는 재해환경에 대비한 인력 확충과 장비의 전문·고도화를 서둘러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국민 안전의식을 높여 나가는 데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진규남 |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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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년차 교정공무원입니다. 교대근무를 수년간 해오느라 이제는 제법 몸이 익숙해졌을 법도 하건만 야근업무를 끝내고 퇴근할 때면 여전히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습니다. 낮과 밤을 뒤바꿔가며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돌보는 일과 출소 후 바르게 살아가게끔 훈육하는 일은 실로 고됩니다.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교도관들이 해마다 수명씩 되고 퇴직 후 대부분 70을 못 넘기고 유명을 달리하는 현실이니 교정공무원이 얼마나 힘든지 국민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저 역시 사직에 대한 고민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를 다잡아주었던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명예와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긍심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직에 있는 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 그 보상책으로서 공무원연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고 합니다. 공무원 연금이 나라경제를 망쳐놓고 있다는 광고를 연일 내보내고 합리적 근거 없이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아갑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저항한다면 아예 연금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여당 수뇌부는 협박을 해댑니다. 세상에나!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아무리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다수당이어도 군사정부가 진압작전을 펼치듯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안상현 _ 법무부 전주교도소 보안과 주무관


공무원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고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한다고 합니다. 조삼모사이자 하석상대입니다. 공무원의 노후화는 불을 보듯 뻔하며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노인세대가 빼앗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고된 업무를 수행해내는 전국의 20만 제복공무원들에게는 정년연장이 혜택이 아니라 안 그래도 짧은 수명을 더 단축시키는 생명감축 형벌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범죄자를 잡고 치안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찰관, 각종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 법집행과 교화업무를 책임지는 교도관. 이들 20만 제복공무원은 목숨을 걸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오늘 하루도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평균임금의 68% 밖에 안 되는 박봉이어도 언젠가는 국가가 오늘의 고생을 인정해주고 보상해주리라는 희망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이간질시키고 공무원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 공적연금을 하향평준화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없애고 부자증세를 실시하면서 공적연금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 다음은 국민연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저만의 지나친 기우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간곡히 호소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근무강도와 직무위험성이 높은 저희 제복공무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년연장안을 철회해주십시오.

아울러 공무원은 세금도둑이 아니라 여전히 국가발전의 원동력임을 직시해주시고 일방적인 공무원 폄하 여론전을 멈춰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안상현 | 법무부 전주교도소 보안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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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중앙선관위가 얼마 전 국회에 제출한 ‘정치개혁안’ 중 눈에 확 띄는 것이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기초로 하고 거기에 ‘석패율제도’를 가미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석패율제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대표 후보로도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지역구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음에도 말 그대로 아깝게 떨어진 후보들을 비례대표 당선자로 구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구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정당별 비례대표 배분을 통해 여·야 간 특정지역에서 교차 당선이 가능해진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의원 정수 300명을 권역별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하되 선출되는 지역구 의원 수와 비례대표 의원 수는 2 대 1 정도의 비율로 맞추겠다는 것이 이번에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골자다.

지역구 의원은 현행 246명에서 200명 안팎까지 대폭 줄이고 나머지는 비례대표 의원을 현행 54명에서 100여명 수준으로 크게 증원해서 채우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정치개혁안’이 제대로만 실현된다면 그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해온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역주의 정당에 찌든 우리의 정치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월 3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달구벌문화연구소에서 총선 출마 등 향후 거취를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정치권이다. 당장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의원 정수는 제19대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 54석인 비례대표를 100석 이상으로 늘리려면 결국 지역구를 50석 가까이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관련 인구비례 기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현재 손봐야 할 국회의원 선거구가 60~70개에 달한다고 하니 손대는 김에 여야 모두 득실 판단을 내려놓고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기득권 유지 등 정치적 담합으로 이른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그런 행태에 대해 더 이상 용인할 리 없다는 점을 정치권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익’을 위해 희생하는 정치권의 결단을 기대하고 또 희망해본다.


이재우 |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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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격납용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았듯이 원전의 가장 중요한 안전설비 중 하나다. 원자로가 녹는 상황에서도 격납용기가 적절하게 기능했다면 사고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계속운전을 위해 새롭게 인허가 승인이 되는 시점에서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적용된 안전기준이 계속운전 시점에서 적용되는 최신 안전기준과 차이점을 분석·평가해 최신 안전기준 수준으로 개선시켜야 한다(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

중수로는 매일 사용후연료를 배출하는데 이때 격납용기의 압력경계인 볼밸브가 열려서 40분 격납용기가 개방되면 유일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물(수두 3M)이 되고 이 물이 견딜 수 있는 압력은 고작 대기압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격납용기 압력경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된다. 이를 감안해 1990년대 초에 설계되어 현재 가동 중인 월성 2·3·4호기에는 R-7을 적용해 격납용기 수문과 주증기관격리밸브와 함께 격납용기 관통배관 이중 차단밸브 설치 등 압력경계 강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격납용기 안전요건인 R-7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계속운전심사보고서를 작성, 지난해 10월2일 공개하고, 문제없다는 검토보고서를 전문위원회가 지난 1월15일 제출했으며 결국 지난달 26일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안전성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의견 개진, 기자회견과 원안위 회의에서 참고인 설명, 국회 공개토론 등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일방적인 답변으로 시종일관하다 지난달 26일 35차 원안위 회의에서 합의없는 표결로 계속운전을 강행시킨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해 매우 통탄스럽게 생각한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월성 2·3·4호기의 안전수준에도 못 미치는 30여년 전의 취약한 설계를 개선 없이 통과시킨 것은 우리나라 원자력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계속운전 승인과정에서 규제기관은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믿어달라,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이 안전성 개선에 효과 없다, 국민 눈높이 안전 요구는 돈이 많이 든다, 월성 2·3·4호기에 적용된 R-7은 우리나라 요건이 아니므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에는 적용이 불필요하다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독립된 입장에서 안전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모습이 아니라 경제성과 사업자 입장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폐쇄적이고 독립성도 없이 진흥에 의해 안전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달 27일 새벽 1시10분쯤 서울 세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방청객들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표결 강행에 항의하자 원안위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_ 연합뉴스


품질 문서 위·변조, 각종 원전비리 등 구조적인 문제로 최근 총체적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는 원전산업계가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추진했다는 안전과 청렴을 위한 자정노력에 실제로 어느 정도 효율성과 진정성이 있는지도 의문시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현안임에도 일부 과학기술자 및 극소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무기로 원전의 안전 관련 문제점을 은폐하고 국민과 정부를 호도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일방 통과시킨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이제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을 누가 말할 것인가. 부실한 원자력 안전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시민 생존권 차원에서 책임감 있는 독립적인 안전감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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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762명이다. 전년과 비교해 330명이 감소했다. 정부의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 추진과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5년은 지난해와 달라 교통사고가 증가할 우려가 매우 높다.

첫 번째 이유는 ‘저유가’의 영향이다. 2015년 2월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412원으로 하락해 지난해(1827원) 대비 23% 하락했다. 이 같은 유가 하락은 휘발유 소비량 및 주행거리 증가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교통사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시에 단 한 차례 5.4% 하락한 적이 있다. 당시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4.7% 증가했고 승용차가 일으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1% 증가했다.

최근의 유가 하락은 금융위기 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하락으로 유류 소비량 및 자동차 주행거리를 대폭 증가시켜 교통사고가 크게 늘어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두 번째 이유는 세월호 사고에 이어지는 이른바 ‘용수철 효과’의 영향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류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유류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자동차 주행거리가 줄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년 만에 2546명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위기가 해소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년 만에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마치 움츠렸던 용수철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올해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연초부터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 영종대교 105중 연쇄추돌사고 같은 대형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만일 정부가 이 같은 추세를 적극 제어하지 못한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다시 52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금년에 저유가로 예상되는 교통사고 증가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동시에, 세월호 사고로 형성된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계속 상기시키는 활동을 해야 한다.

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뒷좌석을 포함한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0.05%에서 0.03%로 강화하는 등 제7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2012~2016년)에 담겼으나 아직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대책들을 보다 과감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안전운전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설치작품이 지난 달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네거리에 세워져 있다. (출처 : 경향DB)


2015년은 저유가로 인해 교통사고 대폭 증가가 우려되는 해이다. 따라서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정부는 관련 대책을 적극 추진하고 국민은 이에 동참해야 한다.


설재훈 |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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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형사사법의 정의는 무엇인가? 국가에 있어서 정의란 범죄 피해자를 대신하여 범인을 검거하고 그 죗값을 묻는 것이 아닐까? 사회계약론에 바탕을 둔 근대형사사법체계에서는 개인보다는 ‘사회보호’를 강조했다. 국가의 기능은 당연히 범죄통제를 통해 사회안정 도모에 치중했다. 범죄행위자인 가해자에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오늘날 가해자의 형사사법적 권리나 지위는 법적·제도적으로 어느 정도 담보돼 있다.

범죄피해자는 어떠한가? 그들에게 있어서 정의란 피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일 것이다. 문제는 저소득층,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이 자력으로 피해를 회복하기에는 사회·경제적 힘이 모자란다. 하지만 이런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미비하다. 이뿐만 아니라 범죄의 1차 피해자이면서도 형사사법절차에서는 언제나 제3자적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어쩌면 국가는 그것이 효율적인 형사사법체계의 운용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범죄 피해자는 사망·상해 등 직접 피해 이외에도 피해 이후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한다. 정신적 충격과 건강 악화 등의 신체적 부담, 의료비나 실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시간적·정신적 부담 등이 그것이다. 이런 2차 피해를 최소화해 피해자를 조기에 일상생활로 복귀시키는 것은 피해자 개인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넓게는 범죄 피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극소화시키는 일이다.

미국은 1982년 ‘범죄피해자를 위한 대통령특별위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모든 경찰들에게 범죄피해자 보호프로그램에 대한 숙지 훈련을 지시했고, 일본의 경우에도 1974년 미쓰비시 중공업 빌딩 폭파사건을 계기로 피해자들에게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1980년 범죄피해자 급부금 지급법이 제정됐다.

우리나라도 헌법 제30조에서 범죄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선언했고 현재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 그 기반을 마련했다. 경찰청에서도 2004년 8월 범죄피해자보호 규칙을 제정하여 강력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자심리 전문요원(CARE팀)을 선발, 배치했다. 그러나 인력·홍보 등의 부족으로 피해자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범죄피해자 유족이 서울 서부지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올해는 경찰 창설 70주년을 맞이한다. 경찰은 2015년을 ‘피해자보호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피해자보호 전담체계를 재정비했다. 경찰청에 피해자지원담당관을 두고 각 지방청은 피해자보호팀을 구성하여 일선 경찰서의 피해자전담경찰관과 함께 피해자지원에 나서게 된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사건초기부터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각종 피해지원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범죄피해 회복의 골든타임을 수호한다. 또한 사건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심리치료와 연계한 상담과 주기적인 연락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 복귀를 도모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의무는 1차적으로 국가에 있다. 범죄 피해자는 국가와 사회가 보듬어야 할 이웃이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피해자의 마음까지 품겠다는 경찰의 피해자 보호 활동이 구호가 아닌 내실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판중 | 광주경찰청 피해자보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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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과거 졸업식장에서는 정든 친구들, 선생님과 헤어지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졸업은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 학교에서의 모든 일들은 추억의 한 페이지에 소중히 간직하고, 새로이 펼쳐지는 세상에서 멋진 삶을 시작해야 한다.

졸업은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우리는 이별 후 좋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애써 다시 찾지 않는다. 반면 나에게 좋은 기억과 추억을 남겨준 사람은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 만약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편지나 다른 방법으로 보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이 교사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졸업 후에도 교사를 찾게 된다. 졸업한 제자들과 지금까지 만남을 유지하고 있는 김 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 교사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성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당연히 학부모님인 줄 알았는데 13년 전 졸업한 6학년 제자였다. 그 반 친구들이 김 교사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졸업한 지 13년이 지난 제자들로부터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정말인가? 이놈들이 정말 날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모임장소에 나가보니 27살이 되어버린 제자들 15명 정도가 나와 있었다. 제자들은 김 교사를 너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선생님을 계속 찾았는데 이제야 겨우 찾았다면서.

김 교사는 제자들이 졸업 후에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고 행복했다. 함께 술도 많이 마셨다. 제자들은 김 교사가 주는 소주잔을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받았으며, 스승에게 한 명씩 와서 두 손으로 소주 한 잔씩을 따라 드렸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제자들과의 기분 좋은 술자리. 그런데 분위기가 무르익자 제자들은 술상을 다 치우더니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며 그 자리에서 큰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연말이라 손님들이 가득 차 있던 상태였다.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죄송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김 교사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김 교사는 그때 처음으로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김 교사는 지금도 제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성지중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출처 : 경향DB)


누군가의 기억에 특별한 의미로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 좋은 감정으로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하물며 그것이 교사와 제자 사이의 관계라면, 그는 어떤 화려한 교육적 성과를 이룬 것보다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엄하게 꾸짖으며, 넘어졌을 때는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 힘이 되어주는 교사, 학생들은 그런 선생님을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이다. 학생에게는 영원한 스승이 되고, 교사에게는 평생의 제자가 되는 사제관계, 그런 아름다운 관계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손형국 |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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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빅데이터가 마법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빅데이터 1.0의 시대는 크기, 속도, 다양성 등 데이터 속성에 열광한 시기라면, 빅데이터 2.0의 시대는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사용한 모델을 적용하는 분석의 보편화 시대라 할 수 있다.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과학의 발전을 낳았듯, 빅데이터는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빅데이터 2.0의 미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생산장비에 설치된 사물인터넷(센서)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 모델화해 공장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다. 이것을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전 제조업에 적용한다면 독일의 산업 경쟁력을 넘볼 수 있는 국가는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슷하게 제조업 중심 수출 국가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후반 잠시 탈공업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야말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의 관건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1990년대 초반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이 시행되고 그 핵심은 공장 자동화였다. 이후 공장 자동화를 위한 수치제어(NC) 머신 등의 개발을 위해 연구조합을 구성하게 하여 부족한 기술과 자본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 정부에서도 지난해 10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 스마트 공장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스마트 공장이 적용되면 신입사원도 기능장 능력의 전문가 판단력을 빌릴 수 있다. 노동생산성의 코페르니쿠스적 제고가 가능하다. 불량은 줄어든다. 불량이 아닌 것을 불량이라고 조사하거나 폐기하는 비용도 당연히 준다.

이러한 빅데이터가 일상의 도구가 되기 위한 길은 꽤 험하다. 기업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장비 자체의 기술과 아울러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센서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고 모델로 만드는 일이다.

서적 '빅데이터 인문학' (출처 : 경향DB)


지금까지 우리나라 빅데이터 시장은 센서 및 장비 등의 하드웨어 회사, 빅데이터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구성된 컨설팅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솔루션 회사에서는 고객의 비즈니스적 문제 해결책을 명괘하게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컨설팅 회사는 분석 자체는 가능하나 그 구현의 모습을 실제로 검증해줄 수 없었다.

사물인터넷으로 심화되는 빅데이터 2.0 시대에는 심지어 물건들끼리도 이야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장비 생산자,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기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요즘 1990년대 복고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에 공장 자동화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연구조합을 설립한 것처럼, 정부에서는 각 산업별, 기능별로 빅데이터 적용을 위한 조합 구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홍영식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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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대표도시 창원의 광역시 승격 추진이 이슈다. 창원시가 광역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많다. 창원은 인구 108만명에 면적은 서울보다 넓다. 또 지역내총생산(GRDP)은 광역시인 대전, 광주보다 높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 10만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자치권한으로는 108만 대도시의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데 재정적, 행정적 한계가 있다.

도시 성장 과정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창원은 공업도시로 성장해왔다. 1970년대 조성된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국가산단은 국가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노키아가 사업을 철수한 마산과 기계공업 중심의 창원은 성장력을 잃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R&D센터와 첨단산업이 들어서는 이 시점에 하루라도 빨리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동차산업에 의존하다 유령도시로 전락한 디트로이트의 망령에 들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창원시로는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약하다.

무엇보다 창원시는 옛 진해, 마산, 창원의 3개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통합한 것이었기에 지금도 지역갈등이 잔재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자치구가 가능한 광역시로 승격시켜주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창원시는 광역시 승격을 위한 4단계 로드맵도 짜놨다. 1단계인 올해는 시민추진협의회 구성과 시민 서명운동 등 광역시 승격을 위한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

2단계로 2016년에는 시의회 광역시 승격 건의안 채택, 입법 청원서 제출, 법률안 발의 등 시민의 구체화된 염원을 정부에 정식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3단계인 2017년에는 범시민 광역시 승격 지지대회 등을 통해 전국적인 이슈화를 시키고, 여건이 비슷한 도시들과 협력해 광역시 승격을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4단계로 2018년 이후에는 새 정부 국정과제에 광역시 승격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적으로 광역시 승격 실행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현대로템 철도차량 생산공장. 내년에 중국산 철도차량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지 관심거리다. (출처 : 경향DB)


물론 만만치 않은 절차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창원의 독립을 반기지 않는 의견은 있다. 같은 경남에서 독립해 전국 최고의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도 그랬다. 당시 일부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지역 통·반장들이 자리를 내놓고 경제계, 노동계 할 것 없이 수년간 배려와 협력으로 통합의 단계를 밟고 의지를 모은 결과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했다.

창원시민들은 광역시 승격을 원한다. 창원의 광역시 승격은 오직 창원시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주변 도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말고 창원시를 지켜봐주길 바란다.


이상원 | 경남 창원시 공보관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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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는 ‘감사원 리베이트 관련 조사 통보사항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이란 제목으로 대학병원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에 ‘조사 대상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2011~2012년 2년 동안 제약회사 주최의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서 강의를 한 후 강의료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2년에 1000만원 이상의 강의료는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사실상의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학산업협회의 규약은 40분 이상의 강의에 1회당 50만원 미만의 강의료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약에 따라 집행된 강의료를 마치 불법 리베이트인 양 소명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미 해당 교수들은 이 강의료 부분에 대해 세금을 충실히 냈고, 종합소득세까지 다 납부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내용을 다시 소명하라니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생각된다.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가장 큰 문제는 본인도 모르게 당국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회람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61조에 근거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법 61조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보고와 업무검사에 관한 것이다. 그 어느 곳에도 의료인의 개인 금융거래 내역을 열람하고 회람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개개인의 금융 거래내역을 열람하고 임의대로 골라 각 병원과 기관에 공문을 보냄으로써 해당 교수들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면서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고,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마치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것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의료인들은 상시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정부에 의해 열람되고 회람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각계각층에 유사한 일이 얼마만큼 자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지경이면 우리 국민들에 대한 감시는 어떨지 궁금하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검찰이 원전해커를 수사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사이버상황실을 공개 중이다. (출처 : 경향DB)


의사와 제약회사 간에 처방을 조건으로 리베이트가 오가는 행위는 비난받고 뿌리뽑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규정을 준수하는 활동은 사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이런 활동이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명확한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무작위적이면서 불명확한 근거를 앞세워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개인정보를 들추는 횡포를 정부가 앞장서 한다면, 그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김성래 | 가톨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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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출근하는 곳은 서울의 어느 종합병원 재활센터이다. 난 이곳에서 9년 넘게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의 사고 경위와 생활 수준은 각양각색이다. 등산 중 낙상사고, 다이빙 사고, 갑작스러운 뇌혈관 질환 등으로 장애인이 되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다. 이들의 생활수준 또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직 대학교수, 비정규직 노동자, 중국교포 등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의 생계수단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낭떠러지에 맞닿아 있다. 결혼 후 가정을 꾸려 행복한 생활을 잠시나마 영위했던 이들의 앞날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위장이혼까지 결심해야 했으며, 연세가 지긋한 남편을 간병하느라 아내의 몸은 점점 골병이 들고 있다. 자식들은 편찮으신 부모님의 병원비, 간병비를 부담하느라 형제들 간의 충돌도 감당해내야 한다. 이런 아픔의 장소에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했다. 나 또한 지치고 피곤한 일상이지만 직업적 사명의식 없이는 이들을 대하기도 어려운 의료 현실 속에 몸을 던진다.

팍팍한 삶이 지속되던 2012년 겨울 대선 공약에서 너도나도 의료비 부담 경감, 복지국가를 외치며 선전전을 펼쳤다. 보편적 복지를 외치며 대선주자로 나선 문재인 후보에게 질세라 박근혜 후보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았다. 4대 중증질환의 전액 국가 부담이 그 골자였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집에는 4대 중증질환의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2013년 2월 인수위 보도 자료를 보면 4대 중증질환의 비급여 항목은 애초에 대선 공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 가장 막대한 지출을 하고 있던 상급 병실료, 선택진료비는 조금씩 수정되고 있지만, 건강보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간병비는 환자들에게 병원비의 두 배에 달하는 큰 부담이다. 간병인들이 환자들 위에 서서 ‘갑질’을 하며 간병비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간병비야말로 건강보험에 포함시켜야 할 필수 항목임에도 보건복지부와 박근혜 정부는 신경조차 안 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당시 건강보험 및 의료비 공약 (출처 : 경향DB)



증세 없이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박근혜 후보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의 공약 뒤집기 사례는 많지만, 하루하루를 장애와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에겐 기대를 부풀리는 공약이었다. 나와 같이 임상에서 직접 뛰며 장애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애환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 머물며 탁상행정을 하고 있는 대통령은 그들의 애환을 알고 있을까? 민심을 달랜다고 쪽방촌 할머니를 찾아가 사진 촬영 한번 한다고 그들의 생활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내걸었던 비급여 항목의 전액 지원 공약을 임기 내에 완수하는 것이다.

오늘도 추운 날씨에 장애인들은 앞날을 예견하지 못한 채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들의 간지러운 등을 긁어줄 사람은 여의도에서 국회 파행과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의원과 중차대한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대통령임을 잊어선 안되겠다.

이준수 | 서울 녹색병원 작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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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 현황을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100도를 넘어 100.5도를 기록하며 마감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진행한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이 목표액인 3268억원보다 16억원 많은 3284억원으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기부의 형태다. 몇 년 전만 해도 후원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사들이 기업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스스로 알아서 복지관으로 전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회복지사로서 업무를 덜어낸 것 같지만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기업의 기부문화가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기부의 계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서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다. 개인의 기부도 마찬가지다. 기부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급급한 모습이 요즘 기부문화의 단면이다. 기부하는 행위는 있지만, 뭔지 모르게 숨은 의도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 곳이 허전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았을 때 ‘덕분에’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된다. 덕분(德分)은 말 그대로 ‘덕을 나눈다’는 의미로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말한다. 덕(德)이라는 한자는 ‘얻는다’는 뜻의 ‘득(得)’이란 글자와 ‘마음’이라는 뜻의 ‘심(心)’이란 글자가 합성된 형태다. 그런데 요즘 내가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덕을 나누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기부를 통해 소득공제 혜택을 얻었을 수 있겠지만 온전히 마음까지 전해지지 않는 느낌이다. 진정한 덕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때 그 빛을 발할 것인데 말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일 열린 사랑의 온도탑 폐막식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소설 삼국지(三國志)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역시 유비라는 인물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비는 조조, 손권과 함께 중원대륙을 삼분한 군주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기억된다. 그 유비의 자(字)가 바로 현덕(玄德)이다. 왜 유비는 인생의 좌우명과 같은 자신의 자를 현덕으로 택했을까? 현덕의 현(玄)은 어둠을 뜻한다. 다시 말해 현덕은 ‘어두운 덕’, 즉 ‘보이지 않는 덕’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덕을 베풀 때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애정으로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받는 사람이 이를 눈치챈다면 그 덕은 마음(心)이 빠진 득(得)에 불과하다. 이렇듯 유비는 현덕의 의미를 자신의 이름에 깊게 새겨 한시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서 항상 훌륭한 신하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어떠한가? 매년 100도 넘는 사랑의 온도탑처럼 우리의 마음이 뜨겁게 끓고 있는 것일까? 기부금액만 보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나눔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상 나눈 만큼 세상이 따뜻해진 것 같지는 않다. 2000년 전 ‘보이지 않게 덕을 베풀라’는 유비 현덕의 교훈을 우리는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송장희 | 청주상당노인복지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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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얼마 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유서를 쓰고 집 밖에 나가 자살하려는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 본다. 신고현장에 출동하여 계속된 설득과 함께 자살예방기관으로 연결하여 상담을 시도하였다. 생명의전화(1588-9191), 보건복지부 콜센터 희망의전화(129)는 전화상담만 가능하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1577-0199)만이 현장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살기도자는 흥분한 상태에서 전화상담을 완강히 거부하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로 몇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상담사를 보호 중인 파출소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사들이 현장에 오기까지는 자그마치 4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어렵게 현장 상담을 마친 상담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루에 상담사 2명이 서울시에서 접수되는 모든 현장 상담을 하고 있어 먼저 접수된 상담을 끝내고 서류가 정리되어야만 다음 상담 장소로 출발할 수밖에 없어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고 한다.

상담사들은 한밤중에도 지친 몸으로 상담하는 동안에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또한, 서울 전역을 담당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이 없어 택시를 타고 왔다는 애로사항도 들을 수가 있었다.

자살기도자를 장시간 보호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찰의 어려움이나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상담사 모두가 미흡한 위기관리 행정으로 인해 신속한 자살예방 현장 서비스 제공 활동을 하지 못했던 단면이다.

자살예방을 위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출처 : 경향DB)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자살예방 위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지만 이처럼 현장에서의 신속한 서비스 제공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차제에 현장 상담활동가의 증원과 차량 제공 등 상담시스템을 재점검하여 사회안전망을 더욱 꼼꼼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류재광 | 서울 강북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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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우리 경제를 생각해 본다. 고용 없는 저성장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심각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소상공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새해가 되면 ‘열심히 살아보자’며 각오도 다지고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모름지기 270만 소상공인들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식과 시각들이 한 해를 희망차게 시작하려는 소상공인들의 기를 꺾고 있어 무척이나 난감하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이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로 소상공인들의 기를 꺾어 놓았다.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일부 언론마저 대형마트 영업제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배경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집단이기에 소상공인들은 새해 벽두부터 받은 충격으로 쓰러지기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가 ‘신명나게 다시 한 번 뛰어보자’는 심리를 각계각층으로 확산해 경제활성화의 골든타임을 허비하지 말자는 절실한 심정에서 강조했을 것이다.

소상공인도 경제활성화의 주역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대한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잘할 거다, 잘하고 있다, 잘한다’라는 격려와 칭찬의 말로 북돋워줘야 소상공인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을 내서 신명나게 뛸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공감 상생협약식’에서 김해성 신세계그룹 전략실 사장(오른쪽에서 네번째) 등이 새로 디자인된 전통시장용 비닐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면 소상공인은 모세혈관 역할을 하고 있다. 대동맥과 모세혈관을 통해 피가 원활하게 돌아야 인체가 건강하듯, 소상공인이 건강해야 한국 경제가 건강해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나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신명나게 뛰고 싶은 사람이 소상공인들이다. 지금도 소상공인들은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상공인들은 ‘필사즉생’의 정신으로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고 다짐하며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겨울철 소외된 이들의 차가운 방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 연탄에 불이 붙기까지는 보통 30분의 시간이 걸린다. 소상공인들은 지난 수년 동안 연탄에 불을 붙이려고 노력해왔다. 힘든 시간을 거쳐 이제 막 불이 붙으려 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는커녕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소상공인들의 방에 온기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승재 |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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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모녀의 백화점 주차요원에 대한 횡포 등 연이은 갑질 논란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갑의 횡포는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갑의 횡포는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에서 비롯된다. 어떤 일을 하든 정해진 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절차를 따랐는지의 여부가 사전·사후 감독에 의해 적절하게 통제된다면 좀처럼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건도 이를 운영하는 회사 내부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 나가는 노력이 없었고, 감시하는 기관에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국가기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갑의 횡포로 인한 재난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일방통행으로 이뤄지고 누구 하나 비판적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을관계 때문이다. 헌법이나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면 비상식적인 국정운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실제 국정운영에서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한마디의 반론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억제와 균형이라는 권력분립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에도 오너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고, 심지어는 이미 세워진 계획마저도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대표자로 선출된 국회의원은 어떠한가? 합리적인 토론의 장을 열지도 못하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거나 몸싸움도 서슴지 않는다. 기업가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아무 때나 불러서 망신을 주기도 하고, 무조건 불러서 기다리게 하는 등의 횡포가 만연하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을 가리켜 슈퍼갑, 울트라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갑의 횡포가 만연하는 이유는 공동체 의식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여유가 없다.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낸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력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위에 놓이게 되면서 약육강식의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 성과주의와 개인주의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이타심이나 배려심이 사라지게 되는 이유다.

마사회 근로계약서 '성과급 갑 마음대로' (출처 : 경향DB)


오래전부터 서구 유럽에서는 높은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은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강조됐다. 이러한 정신이 있는 사회라면 갑질이나 갑의 횡포가 있을 수 없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자신보다 조금 못하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함부로 행동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품격 있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김정범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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