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다. 우리보다 먼저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 바로 ‘마스터셰프US 시즌3’에서 우승한 크리스틴이다.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요리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요리 과정에서 한두 번 맛을 보는 반면에 크리스틴은 열 번 넘게 맛을 본다. 음식은 잘 익었는지, 간이 강하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낸다.

그녀는 왜 자꾸만 맛을 보면서 요리를 하는 것일까. 크리스틴은 젊은 시절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생했고 척추와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품었던 요리사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음식이 익은 상태나 간이 배어든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자신만의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해냈다. 크리스틴은 맛을 일일이 보면서 조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틴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운영하는 훈련과정을 통해 요식업뿐만 아니라 IT분야, 제조분야, 디자인분야 등 다방면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은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능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제28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에 출전한 한 참가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공예품을 만들고 있다._경향DB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기업체의 채용기피 현상으로 직무능력이 뛰어난데도 실력을 발휘할 곳을 찾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장애인에 대한 냉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9월15일부터 18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제32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개최된다. 이 대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기술을 연마한 장애인들이 한데 모여 직무능력을 겨룬다. 이와 동시에 직무능력이 우수한 장애인들과 기업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수행한다.

크리스틴은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미각과 촉각, 후각을 활용해 비장애인보다 더 섬세하게 재료의 풍미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냈다. 요리가 끝난 후에는 요리를 접시에 감각적으로 담는 행위까지 뛰어나게 해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램지는 그녀의 요리를 맛보고, “당신의 음식은 천사가 만들어낸 것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 역시 장애인이니까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앞에서, 오히려 장애인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 당당히 외쳐 주리라 믿는다. 이번 대회에서 제2의 크리스틴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우리 시민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


박승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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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악영향을 고발한 영화 <슈퍼 사이즈 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호주 감독 데이먼 가뮤가 최근 새로운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영화 제목은 <That Sugar Film>. 영화 속에서 가뮤 감독은 자신이 직접 과일주스, 요구르트, 스포츠음료 등으로 꾸준히 설탕을 섭취하면서 얻게 된 신체적, 정신적 부작용을 통해 설탕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설탕 함유량이 높은 음료에 ‘설탕세(Sugar tax)’를 부과해야 한다고 나선 나라도 있다. 영국의학협회는 최근 “청량음료, 에너지음료, 과일음료 등에 최소 20%의 세금을 부과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이라도 펼칠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설탕이 대중 식품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제당공장 설립 이후이다. 어려운 시절에는 에너지가 부족해서 오는 두통에도 설탕이 명약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설탕을 좋아하는 것은 바로 단맛 때문이다. 단맛은 뇌 내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한다. 또 설탕의 포도당은 뇌의 활동을 도와 두뇌 회전을 좋게 하며, 스트레스로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충동감정을 누그러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설탕의 순기능에도 많은 사람들은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설탕이 인체에 미치는 해악에 대한 연구가 유행하기도 했다. 또 최근 미국 하버드대, 워싱턴대 등과 영국 런던 임피리얼대 공동 연구팀이 청량음료, 과일스무디 등 설탕이 든 음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세계적으로 연간 18만4000명에 이른다는 발표를 내는 등 설탕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 왔다.




세계 1위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오는 2016년 말까지 모든 제품라인의 설탕을 비롯하여 나트륨, 포화지방을 평균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펩시코 같은 대형 식품기업이나 월마트도 더 건강한 식품을 생산,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한 발효유 기업이 ‘당 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1년간 자사 제품의 당을 한국인 평균 연간 설탕소비량 23.8㎏ 기준 약 8만5500명의 1년 치 분량만큼 줄였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올해 ‘당류 저감화’를 주요 정책 사업으로 선정해 다양한 지원책을 추진한다고 하니 앞으로도 당 저감화 바람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과다 섭취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은 자연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딸기, 토마토 100g에는 각각 3g, 5g의 당이 함유되어 있다. 하지만 가공식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당이 숨겨져 있어 문제다. 이럴 땐 식품 포장의 영양성분표에서 당류의 함량을 확인해 이왕이면 당 함량이 적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당’, 이제부터라도 똑똑하고 당당하게 즐겼으면 한다.


백혜리 | 서울 H+양지병원 내분비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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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랑 동갑인 한 중학생이 자신이 전학 가기 전 학교에 들어가 빈 교실에 부탄가스를 터트렸다. 이 학생은 자신이 부탄가스를 태우는 장면과 부탄가스가 터질 때 장면 등을 고스란히 찍어 SNS와 유튜브에 올렸다.

이 학생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전학을 간 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전학이 뭐길래 학생을 폭파범으로 만들었을까? 어른들은 이해가 잘 안될 것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전학은 단지 학교를 옮기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학을 가서 낯설어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학교에 적응하면 된다고 어른들은 생각한다. 문제는 요즘은 전학을 가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부터는 더 그렇다.

우리들에게 학교는 ‘작은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이 작은 나라에서 우리는 늘 만나던 친구들과 같이 지내고, 늘 만나던 선생님들과 지내면서 살고 있다.


진로진학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학생들_경향DB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전학이란 것은 하나의 ‘이민’과도 같다. 전혀 다른 세상이란 것이다. 우리가 당장 아프리카로 혼자 순간이동을 했다고 치자. 막막할 것이다.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날 보고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지 절대로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전학을 온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는 친구들은 저 멀리 다른 학교에 있다. 이곳에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나 혼자만 이 교실에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도 신경 쓰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 아이들은 나를 ‘전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서 전학은 무조건 다른 학군이어야만 가능하다. 학군의 크기가 큰 것을 감안하면 중학교 때의 전학은 진짜 이민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중3은 고교 입시로 예민한 시기여서 전학생은 더욱더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 싶다. 만약 이 글을 전학생이 온 학급의 친구들이 보면, 전학생에게 말이라도 걸어보자. 혹시 모르나, 그 친구가 나랑 가장 잘 맞는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부모님들. 자녀가 전학 가서 적응을 못하는 것 같으면 도움이 되는 말이라도 해 주세요.


추성재 | 대구시 북구 구암서로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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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직업훈련원이 되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대학은 점점 더 ‘취업’과 ‘생존’을 위한 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다. 학생은 학점을 잘 받기 위해 교수에게 잘 보이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잘 받기 위해 관계를 맺는다. 그러니 스승과 제자도 없고, 그저 각자의 목적을 위한 살벌한 비즈니스 관계가 되고 만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29일 열린 2013 전국비정규직교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비정규직 교수들은 교원 지위 확보와 고용안정, 처우보장 등을 요구했다_경향DB


대학사회가 이렇게 황폐해지고,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잘 받으려는 이유가 지난 8월29일자 경향신문의 ‘무늬만 교수’-커버스토리에서 보인다. 대학에서 교수는 정년직과 비정년트랙(이하 비정년직)으로 구분이 되는데, 특히 비정년직 교수는 최근 5년 사이에 정년직 교수보다 더 많다고 한다. 평균 연봉은 2000만원도 안되고, 과중한 업무, 정년직 교수와의 갈등, 잦은 재계약, 정규직으로 전환되려면 학생들의 의견이 담긴 강의평가와 대학이 내리는 평가를 잘 받아야 하는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한 의미의 교육’은 죽어가고 있다.

이 비현실적인 대학 사회의 ‘알고리즘’은 언제까지 돌아갈까.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을까. 청년실업을 걱정하기 전에 청년을 길러내는 대학의 생태가 바로잡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건강한 인재,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당국은 하루빨리 대학의 건강한 생태를 위한 대책을 세워 대학 본래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은미 |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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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0일, 경남 진주시 대안동의 차 없는 거리에서 작은 반란이 있었습니다. 진주여고를 자퇴한 김다운양이 벌인 1인 시위였습니다. 김양은 교육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이에 동조하지 않겠다고 외쳤습니다. 공부하는 기계, 남을 이기는 도구로 전락한 자신의 비루한 모습을 내보이는 용기를 자처했습니다. 경쟁이라는 굴레에 묶여 행복할 수 없다는 김양의 호소는 이내 거리의 소음으로 사그라지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그럼에도 교육이 학생들에게 행복할 자유를 허락한 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행복의 고귀한 가치를 경쟁으로 갈음할 수밖에 없는 교육제도를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이 경쟁에 가담하지 않을 학생의 자발적 의지를 보호할 책임에 대해 논의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경쟁은 훌륭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경쟁하지 않겠다는 인간의 의지 역시 교육이 살펴야 할 가치입니다. 경쟁을 통해서만 행복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주입 받은 인간은 평생 다른 방법으로는 행복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쟁에 몰두한 사회에 유토피아가 건설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이 생산과 발전을 가져왔으나 사람이 자유로워졌는지는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차 없는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다운 학생_경향DB


교육이 현실과 타협하면서 경쟁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마저 정당화했는지 모릅니다. 명문대 입학, 최고의 스펙, 대기업 입사에 성공한 사람들만 행복하고, 나머지 절대 다수가 좌절하는 폭력 사회가 발현됐습니다. 교육이 눈감았던 경쟁의 원초적 폭력성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포세대’로 자조되는 청년세대는 경쟁에 가담해야만 행복할 자유가 허락되는 사회체제에 환멸을 느낍니다. 경쟁에 굴종하지 않으면 의식주는 물론이고 인간의 존엄마저 위협받는 세상에 절망합니다. 이것은 자유 없는 노예의 삶입니다. 그러한 삶의 대물림을 포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교육이 경쟁을 상대로 인간을 지켜내지 못한 통한의 결과입니다.

생산과 발전, 경쟁논리를 도모하기 위해 다수의 행복을 희생하는 제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행복은 인간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는 궁극의 가치입니다. 그것의 온전한 완성과 영위를 위해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논의돼야 합니다. 자유롭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학교를 떠난다는 김양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사그라져선 안될 너무나도 간절한 까닭입니다.


정우람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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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건너편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 위에 오른 사람들을 본다. 오늘로 82일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사내하청노동자 최정명, 한규협씨다. 인권위 건물 옥상이지만,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얼마 전, 광고업체가 밥과 식수조차 올리지 못하게 막아 10여일을 강제 단식을 해야 했다. 교섭 중에는 해고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기아차 사측은 광고탑 아래까지 찾아와 궐석 징계위를 열어 해고했다.

오르고 싶어서 오른 곳이 아니었다. 정작 그들을 고공으로 내몬 것은 사측이었다. 기아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소송에 나선 것은 2011년 7월이었다. 3년 만인 2014년 9월25일 서울지법에서 468명 전원이 승소했다. 같은 내용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씨와 아산공장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이미 대법원에서 명백한 ‘불법파견’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까지 받았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일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 방식으로 하겠다는 꼼수로 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하고 있다. 경영이 어려워서도 아니다. 기아차만 하더라도 매년 순이익이 3조원이 넘는다.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돈만 100조원에 달한다. 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하고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최병승·천의봉씨가 울산공장 앞 철탑에서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기도 했다. 이런 불법은 언제쯤이나 바로잡혀질까. 서울 도심 빌딩숲 사이로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 둘이 저 하늘 위에서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최정명(45),한규엽(41)씨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11일 오후 이곳에 올라왔다._경향DB



부산시청 앞 광고탑 위에도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막걸리공장인 생탁의 송복남씨, 택시노동자 심정보씨이다. 생탁은 받들어 모셔야 하는 사장님들만 40명인 참 기가 막히는 회사다. 1970년 부산의 43개 양조장이 하나로 통합된 후부터다. 대를 이어 사장으로 군림한 일부 사장들은 배당금만 챙겨갈 뿐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다. 2011~2013년 평균 매출은 206억원. 사장들은 두 공장의 수익을 합쳐 n분의 1로 나눠 갖는데 월 2000여만원씩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많으냐고? 고작 120여명이다. 그것도 70%가 1년마다 촉탁직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들이다.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 한 달에 하루 쉬고 공휴일에도 일했지만 휴일 근로수당은커녕 밥 대신 고구마 하나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권리 정도라도 달라고 올 초 노조를 설립하고 교섭을 요구하자 도리어 사람들을 잘랐다. 복수노조법을 악용해 생계가 힘든 사람들을 회유·협박해 어용노조까지 만들었다. 오늘로 139일째 부산시청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지만 시청은 모르쇠다


거제도 대우조선공장 안 크레인 TTC-06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올라가 있다. 강병재씨다. 2011년 88일간의 고공농성에 이은 두 번째 고공농성이 벌써 144일째다. 대우조선에만 3만5000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모든 권리를 빼앗긴 채 일하고 있다. 정규직 고용은 고작 1만여명. 대우조선 역시 명백한 불법파견에 해당하지만, 산업은행을 통해 실제 사용주인 이 정부와 국가는 아무런 조치도 없다. 강병재씨는 지난 2007년 이 무법의 공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의 최소 권익을 지키기 위해 사내하청노조를 만들려 했다는 이유로 2009년 계약해지를 당했다. 2011년 고공 철탑으로 올랐고, 2012년 말까지 복직하기로 확약서를 받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고3인 딸을 혼자 두고 다시 고공으로 올라야 했다. 그도 오르고 싶어서 다시 오른 길이 아니었다.

그들을 찾아 12일 희망버스가 출발한다. ‘더 쉬운 해고, 더 적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내건 이 정신없는, 나쁜 정부를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한다. 당신과 함께 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시인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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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10년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는 사회공헌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정직한 공헌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사재 출연의 순수한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립학교와 뚜렷이 구별된다.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털어 설립된다. 민사고, 양정고, 공주한일고 등 많은 사학이 그랬다. 때론 기업이 자산을 출연해 사립학교를 설립한다. 이 경우는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인 임원이나 외부 전문가를 이사장으로 영입한다.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인천하늘고 등이 그랬다. 임기 또한 철저히 지켜진다.

학교를 두고 개인의 사유화란 있을 수 없다. 더군다나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설립된 학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하나고는 다르다. 학교 설립을 주도했던 이가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전 회장이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하나고를 설립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금융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렇다면 마땅히 학교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현재 하나금융 회장이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 아니면 하나금융 내의 사회공헌 관련 부서 대표가 이사장직을 수행함이 이치에 맞다.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 신입생들이 21일 자매결연을 맺은 경기 파주시 육군 1군단 특공연대에서 헬기 레펠 체험을 하고 있다._경향DB



개인 사재를 털어 세운 학교가 아니라 고객 예탁금을 출연해 설립한 학교는 이미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짙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교육 분야에서 사재를 출연하지 않고서 12년씩이나 이사장직을 고집하려는 것은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회장 재임 시절 학교 설립을 제안하고 실행한 추진력은 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물론 설립 과정의 적법성 여부는 살펴볼 일이다. 피해갈 수 없는 진리는 하나고가 김 이사장의 사유재산으로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종신토록 이사장 지위를 누리고 싶다면 사재를 출연해 학교를 세우면 될 일이다.


최근 들어 이런저런 구설에 자주 오르내리는 학교를 보며 행여 기업에서 행하던 습성이 학교에서도 교원을 대상으로 군림하려 들지 않는지 우려된다. 김 이사장의 2차 임기는 2016년 8월까지다. 4년 임기를 두 번이나 거듭하며 8년간 자리를 지켰다. 학교 정관에는 중임이 가능하다고 적시됐다. 장기집권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애당초 설립 약속이 정직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나금융도 적극 나서야 한다. 관계 당국도 책임 있는 자세로 감독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금융과의 관계로 예산 지원이 어려워 고통받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의 근심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 남은 1년간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학교는 기업과 달리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징계나 감원으로 칼춤을 출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학교 구성원들을 존중하며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미덕을 가르쳐야 하는 공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명예로운 퇴장도 가능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에도 국민 모두의 주의 깊은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전경원 | 하나고 교사·인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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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이들의 사실왜곡과 눈속임, 언어의 오염이 심각하다. 먼저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한 양양군을 보자. “이번 케이블카 노선은 멸종위기종의 주서식지도 아니고, 아고산식생대도 아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환경단체의 조사결과 이 지역은 멸종위기1급인 산양의 번식지로 확인됐다. 1년 미만의 새끼 산양이 무인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경제성 검증 내용을 양양군이 마음대로 부풀리고 짜깁기했다. 탑승객 수도 뻥튀기한 것이 밝혀졌다.

강원도는 어떤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생태복원을 위해 오색탐방로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양양군 계획 어디에도 탐방로 폐쇄계획은 없다. 또한 최문순 지사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환경단체와 만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득 중이다. 이 사업은 환경부에서 공모사업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강원도는 환경단체를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그리고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부의 공모사업이 아니다. 마치 환경부가 주관해서 추진하는 사업인 것처럼 호도하는 발언이다.

도지사만이 아니다. 문남수 강원도 환경국장은 한 언론 기고에서 케이블카와 기존 탐방로 연계 우려에 대해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는 할 수도 없고 할 뜻도 없다”고 단언한다. 정말 그럴까? 환경국장은 아마 양양군의 계획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 양양군은 하산객에게 케이블카 이용을 허용하려는 계획을 이미 갖고 있다(‘공원계획변경안’ 288쪽).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시 예상되는 탑승률과 수익, 적자에서 흑자사업으로 경제성 변화_경향DB



압권은 전경련에서 나온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산을 민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개발 환경파붙이는괴에 ‘민주화’라는 말을 갖다 발상이 놀랍다.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던 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이윤을 위한 개발행위를 ‘민주화’라는 단어로 호도하고 있다.

우리는 거짓과 왜곡에 기초한 거대한 환경파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가까운 사례가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다르지 않다. 케이블카 사업을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만 4대강 사업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다. 몇몇 소신있는 국회의원 외에 국토의 혈맥을 절단내는 사업에 반대하는 새정치연합의 목소리는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얼마 전 발표한 환경회칙에서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남겨주고 싶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강원도 또는 양양군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넘겨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리 아이들이 ‘개발’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왜곡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용인되는 세상에서 살게 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향방은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황인철 |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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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19일, 바그다드에 있는 유엔 건물에 폭탄이 떨어져 22명의 인도적 지원 활동가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릎 쓰고 재난, 분쟁지역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인도주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유엔은 8월19일을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선포하고 기념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8년간 월드비전의 직원으로서 아이티 대지진 피해지역과 같은 재해 긴급구호 지역부터 남수단과 같은 분쟁 국가를 오가며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재난 지역이나 분쟁 국가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할 때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아이티에 있을 때에는 콜레라로 어린 자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함께 울기도 했다. 안전 문제 때문에 10일 넘게 집 밖에 나가지 못할 때의 답답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나에서는 씻을 물이 없어 애를 먹은 것은 일상이었고 뜻하지 않던 차량 사고도 있었다. 지난 4월, 네팔 대지진 현장에서는 계속되는 여진으로 피해가 눈앞에 보이지만, 당장 어떻게 해 줄 수 없음에 인도적 지원 활동가로서 큰 무력감을 맛보기도 했다.

수원 매탄고 교사 이해숙씨가 케냐를 방문해 월드비전 홍보대사 한인씨와 기념촬영하고 있다._경향DB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세상에서 가장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나’라는 미약한 존재가 쓰였다는 것이 행복하다. 아이티 난민촌에서 콜레라 치료를 받고 회복해 웃던 아이들, 무너졌던 학교가 재건되던 날 환호하던 아이들, 깨끗한 식수가 나오던 날 전통 춤을 추며 화답하던 가나의 주민들, 동콩고 난민촌 영양사업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들의 모습, 모두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월드비전은 작년에만 총 132개의 크고 작은 재난에 대응해 인도적 위기에 처한 약 1070만명의 지구촌 이웃들과 함께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지구촌에는 재난과 분쟁으로 위기에 처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네팔, 인도, 미얀마, 중국까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인도적 위기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이해 위기에 빠진 많은 지구촌 이웃들을 기억하고 또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 많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의 노력에 박수를 쳐주었으면 좋겠다.

동콩고의 한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가 떠오른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던 아이. 세계 인도주의의 날에 즈음하여 이 아이를 대신해 위기에 처한 지구촌 이웃들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불러본다. “맘보 싸와싸와(상황은 나아질 것입니다).”


강도욱 |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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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실시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 기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등 새로운 제도를 구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번 기회에 사표를 없애 유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다. 선거제도에서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여성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지 25년이 됐다. 16대 총선에는 비례대표에 여성할당제 30%가 반영됐고, 17대 총선부터 비례대표 50% 할당과 교호순번제 적용, 지역구에 여성후보공천 30% 할당이 권고조항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의 일정비율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하는 ‘여성 할당제’는 국회의원이나 지역구 위원장 등 정치권 대부분이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5.9%(16대 국회)에서 13%(17대 국회)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19대 여성 국회의원은 47명(지역구 19명, 비례대표 28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중 15.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국회의원 비율 15.7%는 세계 평균인 22.1%, 아시아 평균 18.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_경향DB


이처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저조한 수준이지만 ‘여성할당제’는 선거 때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특혜를 받는다며 일부 남성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남성 정치인들이 ‘여성할당제’의 취지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배척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당들은 여성단체가 여성할당제를 지키라고 요구하면, 할당을 채울 ‘여성’이 없다고 변명한다.

‘여성할당제’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치적 기획과 함께 실행돼야 한다. 특히 정당에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인재발굴이나 육성,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남성의 동의수준도 높여야 한다. 이것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정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선거 때가 돼서야 여성정치인을 물색하고 할당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정치적 대표성에 대한 성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지역구 의원의 94%, 전체 국회의원의 84.3%를 남성이 독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치 참여 부문은 142개국 가운데 여성 국회의원(91위), 여성 국무위원(94위), 여성 최고지도자(39위) 등을 합쳐 93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할당제’는 젠더차별로 인해 남성으로 편중된 성비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평등하게 하는, 즉 ‘결과적인 평등’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로 이미 100여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회가 남성들만의 성역이 아니라면, ‘여성할당제’ 등 여성의 정치 참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의무공천 비율은 정당 스스로 밝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 이번에도 자신들이 정한 당헌·당규조차 외면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비례대표 확대와 50% 여성할당 및 남녀교호순번제 강제이행조치 마련과 지역구 30% 여성할당 의무화 및 강제조치 마련 등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여성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박차옥경 | 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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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선교사묘원 내 기독교백주년기념교회 선교기념관에서 헐버트 66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헐버트 박사는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과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평생을 한국의 독립과 한국을 해외에 알리는 일을 했고, 미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는 것보다 한국에 묻히고 싶어했던 지론대로 한국에서 영면하여 우리들 곁에 있다. 2013년에는 그의 뜻을 더욱 기리기 위해 서울시 내자동 주시경 생가 마당에 주시경 선생과 함께 조각상으로 부활시켰다.

헐버트는 24살의 나이로 육영공원 영어 교사로 조선에 와서 두 가지에 사실에 크게 놀란다. 첫째는 기울어가는 극동의 작은 나라에 영어 알파벳보다 더 뛰어난 매우 과학적인 문자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그리고 둘째는 그런 위대한 문자를 조선의 지배층과 지식인들이 철저히 무시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놀란다. 결국 헐버트는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 온 지 4년 만에 <사민필지>라는 인문지리교과서를 한글전용으로 펴낸다. 이때가 1890년(고종 27년) 무렵이었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1446년에 한글이 반포된 지 444년이 되도록 이루지 못한 일을 새파랗게 젊은 서양의 한 청년이 해낸 것이다.


독립운동가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 박사._경향DB



이런 헐버트가 초등학교 교과서를 전근대적인 이중문자체계로 가져가려는 박근혜 정권의 역사 퇴행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사실 이 땅의 지식인들의 맹목적 한자 추종주의는 뿌리가 깊다. 18, 19세기의 박지원, 정약용, 박제가와 같은 실학자들조차 쉬운 문자로 지식과 정보를 폭넓게 나누고자 한 세종 정신을 거부하고 한문으로만 저술했을 정도다. 최근 반기문 총장까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에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만 적었다. 국제 인사로서 한자에 담긴 국제적 가치를 존중해 주는 것은 좋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로 하층민을 배려한 소통과 평등의 한글에 담긴 인류 보편 가치는 왜 존중해 주지 못하는 것일까. 못내 아쉬운 일이다.

헐 버트는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학술 차원에서 최초로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한글의 우수성을 해외에 최초로 알린 사람은 하멜로 그는 그 사실만을 하멜 표류기(1668)에서 언급했지만 헐버트는 학술 논문으로 제대로 알렸다. 곧 한글은 소리를 적는 문자의 기능이 그 어떤 문자보다 뛰어남을 두루 알렸다. 이러한 한글의 과학적 가치를 무시하고 깔보는 현실에 헐버트의 탄식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하다.


김슬옹 | 한글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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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70주년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67주년이다. 이즈음 건국에 대한 논의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승만의 부활’을 획책하는 이들이 있어 당황스럽고도 공포스럽다.

이승만이 누구인가? 4·19혁명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건국 대통령이다, 국부다,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이승만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외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자유당 말기, 민의를 가장한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 영화를 만들어 우상화한 적이 있다. 천지를 진동시킨 이승만 지지 관제데모, 반공청년단, 화랑동지회, 백골단, 깡패들을 동원해 공갈과 폭력으로 국민의 입과 귀, 눈을 막던 모습이 번뜩 머리를 스친다. 그랬던 그를 건국 대통령이라니, 우리 국민들을 바보로 아나? 친일파 이완용은 중앙요직에 있다가 고종의 미움을 사 전라도관찰사로 좌천됐다. 그가 맡고 있던 독립협회 회장직을 친일파 윤치호가 맡았고, 심복인 이승만이 그를 돕다가 ‘어핍지존(語逼至尊)’ 죄목으로 감옥소에 갇힌다. 그 후 이승만은 탈옥하다 잡힌다. 이로 인해 무기형을 살던 중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에 따라 친일파 미국 선교사와 일본공사의 도움으로 특별사면을 받아 5년7개월 만에 석방된다. 감옥에서 나온 이승만은 일본 여권을 가지고 도미한다. 당시 일본이 대한제국의 국방, 외교권을 모두 장악해, 말로는 민주화 개화운동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독립협회가 일본에 나라를 넘겨주는 앞잡이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1950년 6월25일 북괴의 남침이 있자 3일이면 평양을 점령한다고 호언장담하던 이승만은 국군이 북진 중이니 국민은 마음 놓고 각자 맡은 일에 충실하라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민을 안심시켜 놓고, 자신만 살겠다고 한강 다리를 끊고 도망가지 않았던가. 이후 이승만은 1960년 3·15 부정선거 원흉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자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경무대를 떠나 잠시 이화장에 머물다가 국가수반 허정의 비호 아래 외국 전세기로 미명을 틈타 하와이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랬던 그가 지금 와서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흰소리인가?


육군사관학교 첫 졸업생 격려하는 이승만 대통령_경향DB


우리의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 기미년 3·1운동 선언서에도 나라를 세운 지 4252년이라 기록되어 있지 않았던가. 1919년 상해 임시정부가 민주공화국 근인이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정부 수립은 국민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기술돼 있다.

이 나라 건국 역사는 환국 7세대 6만3182년, 배달국 18대 1565년, 조선 대부여 47대 2096년, 북부여 8대 200년간 존속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발해,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건국이라는 용어로 국민을 기만함은 반민족·반민주 인사, 기회주의자 어용교수, 사이비 지식인들의 망동인 것이다.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면 국가 기원절인 개천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에 의해 선출돼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아 이 나라를 통치한 것이다.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이다.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일, 중앙청 청사 건물 중앙에 붙은 현수막을 보더라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명기돼 있다. 건국이라는 단어는 대통령, 국회의장 취임사나 축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것이 새 역사 창조이며 개혁이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보전함과 국력을 키워 모두가 잘사는 복지국가를 만들어 통일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이 아니고,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이면 남북통일은 없다.


김칠봉 |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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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만 보이스피싱은 수법이 날로 지능화해 나도 모르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피싱 피해액만도 2013년에 750억원, 2014년에 2100억원 등 날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젊은이들보다는 피처폰(3G폰)을 쓰시는 농어촌 지역 어르신들을 상대로 자녀납치, 보험료 환급, 교통사고 합의금 등을 빙자해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러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들이 자주 전화를 드려서 어르신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주고, 자녀 관련 전화를 받으면 일단 끊고 제일 먼저 112에 신고해서 확인을 해보시도록 말씀을 드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피싱사기 피해액 추이 _경향DB


특히 보이스피싱 범행 시 일당은 자녀들에게 전화를 해서 자녀들의 전화가 계속 통화 중인 상태가 되게 해 부모님들과 연결이 되지 않게 하는 수법을 쓴다. 이 경우를 대비해 단축번호에 112를 지정해 놓아 바로 경찰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의 수법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약 이미 돈을 송금한 상태라면 10분 지연출금이라는 새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112나 금융감독원(1332)에 즉시 신고하면 송금한 금액의 출금을 막을 수 있다.


손대현 | 청송경찰서 부동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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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시즌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부모의 잔소리와 감시 속에 방학 내내 학원을 옮겨 다니며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관심만큼 자녀들은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다. 부모의 눈을 피해 놀 수 있는 궁리에 열중할 뿐이다.

이럴 바에야 방학의 일정 부분을 자녀들에게 돌려주자. 자연에서 즐겁게 뛰놀고 여유를 갖게 한다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가는 자녀로 성장할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곳을 추천한다.

질곡의 세월을 몸소 체험한 조부모들은 <한비자>에 나오는 노마지지(老馬之智)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서 경험과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예의범절과 삶의 자세를 배우는, 소위 격대(隔代)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와 외할버니 스텐리 던햄,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_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도 자서전에서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외할머니로 꼽을 만큼 격대교육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조부모와 자주 접하는 아이가 성인이 된 후의 성취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번 여름방학엔 자녀들이 조부모와 며칠 함께 지내는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김근중 |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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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복지업무에는 잔뼈가 굵었지만 장애인업무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난 1년은 장애인연금 개편,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 확대 등 제도의 큰 변화들이 있어서 복지는 다 안다고 생각했던 26년차 ‘복지맨’에게도 나날이 새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복지업무 방식에 대한 생각을 180도 전환한 것이다. 장애인은 신체적·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기존의 ‘신청하는 복지’로는 제도가 있어도 “알지 못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장애인연금 수급자 발굴이 강화된 작년 하반기부터는 ‘찾아가는 복지’로 업무 방식을 바꾸었다. 동네 사정에 밝은 통장들의 협조를 받아 낮에는 직접 장애인 가정을 방문하거나 장애인 한 분, 한 분에게 개별연락을 했고 밤에는 밀린 업무를 하곤 했다. 그제서야 꿈쩍 않던 장애인연금 신청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인상된 급여 덕택에 고장 난 휠체어를 수리하고 계절에 맞춰 옷 한 벌이라도 구입할 수 있어 팍팍했던 삶에 숨 쉴 여유가 생겼다고 말씀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장애인전용 연금보험 주요 내용 _경향DB


장애인연금은 중증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에 도입됐으나 그간 ‘저소득 중증장애인이 받는 몇 푼 되지 않는 돈’으로 여겨졌다. 심지어 자신의 장애와 경제적 어려움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아 제도에 대한 안내조차 거절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작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중증장애인의 70%까지 확대됐고, 급여도 10만원 인상돼 최대 월 28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장애인연금은 중증장애인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 그 혜택도 실질적인 수준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장애인연금 수급률이 7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정부가 발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의 노력과 함께 장애인들 스스로도 의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종종 장애인 주차표지를 발급받은 차에서 성한 다리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나 장애인과 활동지원인이 짜고 부정수급을 하는 사례 등 불만성 민원을 듣게 된다. 한번쯤은 국가에서 왜 장애인에게 사회적 배려를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양심 없는 소수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장애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혜택이 확대되는 것을 가로막는 일은 장애계 스스로도 경계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품고 동사무소로 처음 출근했던 사회초년병의 시절도 있었으나 점점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사회복지 공무원조차도 복지업무를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많다.


한희필 | 부산 강서구청 생활지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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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워터캅’이란 다소 명칭이 낯선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물사용 감시경찰을 의미하는 워터캅은 주택가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물이 낭비되는 상황을 감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일을 한다. 개인의 물사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사용가능한 수자원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워터캅이 활동하게 된 배경이며, 미래 재난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은 현실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겪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자. 태풍 ‘찬홈’이 도달했을 때 제주도에는 이례적인 폭우가 내렸으나, 가뭄에 목마른 한강에는 소량의 비가 내리는 등 작은 국토에서 강우량 편차가 커지는 이상기후가 발생했다. 중부지방의 가뭄이 너무 심해 대규모 다목적댐이 있는 한강의 저수율은 25%로 담수 이후 최저를 나타내 비상대처 중이며, 하천과 호소의 인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이미 부영양화 상태다. 게다가 대가뭄은 매년 하절기에 녹조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초록색 녹조로 뒤덮인 행주대교 아래 한강 _경향DB



“물은 생명이다”라는 말 속에 진리가 있듯이 물은 인간을 존엄성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물을 공기처럼 무한히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 가치를 모르고 펑펑 낭비하면서 살아왔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대가뭄과 물부족 사태는 물이 유한한 자원임을 인지토록 해주고 경각심까지 느끼게 한다. 그러면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물 관리대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수자원의 양적 확보이다. 하절기에 내리는 비를 다목적댐에 담아 다음해까지 사용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량 관리였으나, 대가뭄은 현재의 수자원 보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드러내며 더 많은 물그릇이 필요함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다양한 규모의 댐이나 지하수댐 등을 개발하는 것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이 2000년 이후 373개의 중소 규모 댐을 건설한 이유는 미래를 위한 준비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는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다. 관리기관의 다원화, 이로 인한 별도 관리는 가뭄과 같은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왔다. 이에 기관별로 흩어져 있는 물 저장시설들을 관리하는 통합 물관리 체제 도입으로 효율화를 도모함으로써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세 번째는 물절약 추진이다. 현재 닥친 가뭄 상황과 문제점을 국민에게 정확히 지속적으로 전달해 물절약을 자발적으로 실천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효율적이며 경제성 있는 절수장치를 개발·보급해 물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구는 인간에게 하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이다. 가뭄, 기후변화와 같은 하늘의 움직임을 바꿀 수는 없겠으나 예측된 재난에 최대한 대비하는 것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의 할 일이며 후세를 위한 선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균동 | K-water 수도권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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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는 무엇일까? ‘소나무’이다. 산림청이 지난 2월 한 달간 실시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 소나무는 2006년 조사에서도 66.1%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뽑힌 우리 민족의 나무이다.

소나무는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곧은 나무들은 목재로, 1970년대엔 솔나방과 솔잎혹파리로, 최근에는 소나무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병과 기후온난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여 방제하고 있으니 꿋꿋하게 이 땅을 지켜내리라 본다. 소나무는 독야청청 비바람과 눈보라 속 혹한에도 굴하지 않고 늘 푸른빛을 잃지 않는 굳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며 장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솔잎을 깔아 송편을 찌고, 아이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금줄에 걸어두기도 하며 때론 집이나 가구를 만들고 때론 그 꽃가루를 먹으면서 한민족이 수천년간 함께 살아온 우리의 나무이다.

그런데 우리 소나무의 영어 이름을 찾아보면 ‘재패니즈 레드파인(Japanese Red Pine)’, 즉 ‘일본붉은소나무’라고 나온다. 만약 영어로 소개하면 ‘소나무’를 ‘재패니즈 레드파인’이라고 해야 하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의 분포 지역을 보면 한국, 일본, 중국과 연해주 일대이다. 특히 한국은 남쪽의 제주에서 백두산까지, 울릉도에서 대청도까지 전역에 자라므로 우리나라가 중심이다. 하지만 1860년대 일본에 머물던 식물학자 지볼트가 일본에 자라는 소나무를 최초로 국제사회에 소개하면서 부른 ‘재패니즈 레드파인’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영어식 이름만 아는 사람들은 분명 소나무를 일본의 나무로 이해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두릅나무도 영어 이름은 ‘재패니즈 안겔리카-트리(Japanese angelica-tree)’이다.


소나무 가지가 드리워진 남한산성 등산로 _ 경향DB



물론 같은 식물에도 나라마다 다른 이름을 붙인다. 우선 세계 공통의 학술적 이름인 학명이 있고, 소나무를 우리말로는 ‘솔’ ‘적송’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학명은 ‘국제식물명명규약’에 따른 학술명이므로 임의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영어 이름만은 제대로 불러 문화와 함께 확산해야만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12일 ‘나고야 의정서’의 발효로 식물의 원산지 주권은 한층 강화됐다. 식물주권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반도를 대표하는 식물을 ‘코리아의 식물’로 세계에 적극 알려야 한다.

산림청에서는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주권을 확보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우리 식물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주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국립수목원과 식물분류학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심의회의 검토를 통해 이제 막바지에 와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그동안 일본 또는 다른 나라의 식물로만 인식되었던 우리 식물들의 이름을 찾아주고, 이름이 없던 식물들은 새로운 영어 이름을 가지게 됨으로써, 국제사회에 우리 식물임을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자생식물들의 영어 이름을 제대로 써 확산시키는 작은 실천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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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13일 실시하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지역선거구를 획정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의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의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큰 틀로 보면 국민들을 위한 제도적 결단이고 정치개혁의 구체적 모습이라 생각한다.

정당 간, 국회의원들 간 이해득실에 따른 이전투구로 총선 때만 되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선거구 획정을 제3의 기관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성 등 제도의 취지에 기반을 두고 제때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선거가 임박해서야 겨우 선거구를 획정했던 그동안의 비정상적 행태를 정상으로 환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당원인 국민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오픈프라이머리 역시 국민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자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런 제도들이 모범적으로 실천된다면 진일보한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한 단면으로 기록되리라 본다.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 제도 도입 역사_경향DB


다만, 제도의 개혁성과 실천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먼저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통폐합 대상 지역구 내 정당 간 또는 같은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간의 대결 등의 과정에서 중립적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감시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정당 오픈프라이머리의 시행과 관련해 투표권의 취득이 확실시되는 책임당원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사전에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매수해 책임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불법과 편법을 하지 못하도록 정치인들 스스로의 자정노력, 정당의 엄격한 준수 촉구와 실천의지가 담보돼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어느 지역구의 유력 정치인들 간 전쟁이 시작되고, 게리맨더링이 어느 정도 횡행할 것이라는 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 어느 정당의 책임당원 가입서 한 장에 몇 만원이라거나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처벌될 수 있는 당비 대납 소문도 들린다.

우려스러운 소식들이다. 이러한 보도들이 소문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세월호 참사와 최근의 메르스 사태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사실과 혼재된 다양한 시각과 편향적인 의견 대립 등으로 심신이 피로해진 국민들에게 자칫 정치에 대한 새로운 불신과 자괴감을 견인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 크다.

정치권은 부디, 모처럼 올바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환영받는 선거구 획정과 국민경선제도의 개혁 방향에 어울리는 올바른 행보를 보여주길 바란다. 정치개혁의 실효성 확보는 오로지 실천하고자 하는 정치권 의지의 문제이며 그에 합당한 모습이 진정성 있게 실행될 때 국민들에게 비로소 의미있는 정치적 진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김재용 | 부산 금정구선관위 지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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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번 이상 주사를 맞는다. 모든 일은 반복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라지만 주사를 맞는 것만큼은 매번 두려운 마음이 든다. 여러 가지 정신적인 불안 장애 중 주사 공포증이 있을 정도로 주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주사를 매일 평생 맞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당뇨병 환자이다.

당뇨병 환자라고 무조건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혈당 관리를 위해서 먹는 약에서 주사를 맞는 것으로 치료 방법을 바꾸곤 한다. 본인이 당뇨병 환자거나 혹은 당뇨병 환자 가족이라면 매일 주사를 맞는 것에서 오는 고통을 깊이 공감할 것이다. 다 큰 어른이 주사가 싫다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투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주삿바늘로 인해 느껴지는 통증이 문제가 아니다. 환자 스스로 매일 본인 몸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부담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한 예로 한 당뇨병 환자는 외출 중 외부에서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본인 차에서 주사를 놓다가 마약 사범으로 경찰에 신고된 적도 있다. 당뇨병 환자가 맞는 인슐린 주사는 종류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과 스트레스는 너무나 크다.


당뇨병 환자의 주사투여_경향DB


실제로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당뇨환우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 10명 중 7명이 의료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주사요법을 꺼려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중단한 주된 이유는 역시 치료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매일 잦은 투여로 인한 불편함과 스스로 주사를 맞을 때의 부담감과 물리적인 통증 등이 주사 치료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사 치료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사 횟수를 줄이면서 효능 및 안전성이 개선된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제가 실제로 환자들에게 언제 보험 급여가 될 수 있을지는 요원하다.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 이전에 비해 뛰어난 효과 개선이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보험 급여 여부가 검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치료제의 효과가 얼마나 개선되었는가도 중요하지만, 체중 감소 효과나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편의성 등 당뇨병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 역시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흔히들 당뇨병은 평생 친구처럼 안고 가야 하는 질환이라 한다.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와 오래 사귈 수 없는 것처럼 당뇨병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주사 치료에 거부감이 생긴다면 병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 주사 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한편 새로운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은 투정으로 보이는 주사 치료에 대한 불편과 부담으로 인해 생명을 담보로 치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염동식 | 한국당뇨환우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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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1년 전,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국제행사에서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 참가자들의 입국을 막았고, 한 항공사는 케냐 직항 운항을 중단했다. 이제까지 전염병은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일이었다. 하지만 메르스는 다른 나라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 ‘나를 위협하는 심각한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지난 3월 발생한 바누아투 사이클론 팸과 4월 네팔 대지진, 5월 파퓨아뉴기니 강진 등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난재해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일까? 이 질문에 대해 필자는 이제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근래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폭우, 폭염 등을 경험했고, 신종 바이러스와 질병으로 긴장해야 했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재난재해의 빈도와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재난재해와 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1990년대를 거치면서 2배로 증가했고 2000년 이후에는 매년 2억5000만명 이상이 삶의 터전과 생계수단, 건강을 잃고 있다. 이렇듯 심각한 기후변화의 영향과 급속한 지구촌화는 물 부족, 각종 질병 등 재난재해로부터 우리의 생활환경이 결코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재앙 네팔 대지진_경향DB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 발생 시 가장 큰 피해자가 빈곤국가나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다. 최근 독일 G7 정상회의에 맞춰 국제구호개발기관 옥스팜(OXFAM)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G7 중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5개국의 석탄 사용이 2013년에 2009년 대비 16% 증가한 반면, 이 기간 개도국들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이들의 98%가 개도국 국민인 것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국제 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오늘도 많은 국제기구, 구호단체, 봉사자들이 전 세계 빈곤국가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빈곤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42년 이래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비전으로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옥스팜 또한 재난재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 국가 정부나 지역 파트너 조직들과 협업하며 긴급구호, 국제개발,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난구호 활동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세계적 재난재해가 너무나 빠르게, 또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로 떨게 하는 재난재해와 질병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 기업, 국제기구들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개개인의 관심과 실천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지경영 | 옥스팜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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