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박타푸르 지진 피해지역 잔해 위에 올라섰다. 마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된 참혹한 모습에 한동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건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실종된 가족의 유품을 찾는 이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지금 네팔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망자 수가 8000여명에 달하는 네팔 대지진. 유엔 발표에 의하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은 약 90만명에 이른다. 무너진 집과 파괴된 도로처럼 눈에 보이는 피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 마음의 상처는 더욱 심각하다. 아이들이 자라서 네팔의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 네팔의 미래를 이끄는 희망의 세대가 될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다.

월드비전은 네팔의 미래가 되는 아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10곳에 아동심리치료센터(Child Friendly Space·CFS)를 열었다. 그중 라릿푸르 아동심리치료센터에서는 현재 60여명의 아이들이 다양한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공놀이를 하고, 심리상담치료를 받으며 아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네팔이 지금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긴급구호를 넘어 재건복구, 재난예방 그리고 지속적인 개발로 연결되는 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시간이다. 특히 지진 전부터 나라의 역량이 부족한 취약국가로 분류된 네팔은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 노동자로 있는 점, 접근이 어려운 산악에 위치한 피해 마을 등이 많다는 점,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로 인한 2차 피해(수인성 질병, 산사태 등)의 우려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2010년, 21세기 최고의 재난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아이티. 나는 아이티 지진 직후부터 2012년까지 1년6개월 동안 현지에 파견되어 긴급구호 및 재건복구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나의 파견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티 대지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버렸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고 재난지역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월드비전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곳 아이티의 온전한 자립을 위한 재건복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네팔 지진 발생 지역 (출처 : 경향DB)


아이티의 경우처럼 네팔이 완전히 다시 일어서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아이티 지진이 그랬듯이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네팔은 사라질 테고 네팔의 재건복구는 굉장히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월드비전은 네팔 지진 피해 아동들이 희망의 세대가 되어 네팔이 다시 한번 히말라야 산맥처럼 우뚝 서는 그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다. 나는 ‘삶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는 오래된 네팔의 속담을 믿는다. “삶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강도욱 |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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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플래카드라 생각된다.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 가는 고속도로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달아놓은, 얼핏 봐도 자극적인 문구들을 자동적으로 읽게 되면서 심정이 매우 불쾌해졌다. 계속 반복되는 단어, ‘죽음’ ‘살인’ ‘자살’ ‘고통’ ‘후회’….

처음에는 ‘최근 졸음운전 사고가 급증하고 있나’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 직업정신이 발휘되어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래,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확실히 예전보다는 업무로 인한 지역 간 이동이 많아진 것은 사실일 거야. 나만 해도 세종시를 일주일에 두 번씩은 왔다 갔다 했는데 정말 어떤 날은 졸음을 참느라 애먹었지’ 하며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치게 자극적인 문구와 너무 자주 보이는 플래카드에 지쳐, 아무리 졸음운전이 심각하다 해도 어린아이 훈육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다른 말도 있을 텐데 너무 자극적이고 개수도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차에 같이 있던 중학생 딸은 “저렇게 큰 플래카드면 손바닥을 그려놓고 졸리면 여기를 누르세요 하며 졸릴 때 누르는 지압법을 쓴다든지 유머와 해학을 곁들여 충분히 의사전달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물론 고속으로 스쳐지나가는 운전자에게 인식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봄철 춘곤증이 몰려오는 시기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는 “졸음운전 하지 맙시다”라는 정도로는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오히려 졸음운전 관련 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구를 계속 보며 이동하는 사람 대부분은 ‘졸음운전을 하지 말아야지’하기보다 ‘정말 저 단어 보기 싫다’는 생각이 더 클 것이다. 나들이 후 올라오는 길에 ‘한번 세어보자’라는 심정으로 일정 구간의 사진을 찍었더니 평균 2분 간격이 채 못되어 한 시간 동안 약 40장의 사진을 찍어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대한수면학회와 중외제약 주최로 11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졸음운전 사고예방을 위한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졸음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공공이 설치하는 플래카드는 국민 모두에게 읽히는 것이다. 아무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용하는 단어는 품격 있는 순화된 언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며, 보는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수준이 다중이 느끼는 불편감을 넘어 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면, 플래카드의 개수를 늘려 고속도로에 들어온 이상 어쩔 수 없이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하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좀 더 지혜로운 방법으로 국민에게 인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곽현희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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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관혼상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상(喪)이다. 흔히 상장례(喪葬禮)라고 하는데 요즈음 화장(火葬)문화의 확산이 두드러지면서 여러 이유로 불편해지고 있다. 바로 화장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전국 화장률이 76.9%, 경기도 화장률이 82.5%인데 이는 10명 중 8명이 화장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경기도에는 이 화장장이 절대로 부족하다. 인구 1300만명이 거주하는 경기도에 화장장이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화장장 3곳도 모두 경기 동부권에 몰려 있다. 이런 연유로 지난 10여년간 광역단체인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자체에서 화장시설을 건립하고자 했으나 주민설득 실패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화성시는 부천시,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와 함께 화성시 매송면 숙곡1리 일원에 화장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지 선정 때부터 공개모집을 통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후보지 선정권한 또한 시민들에게 위임했다. 사업비는 5개 지자체가 십시일반 모아 재정부담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요즘 문제가 하나 생겼다. 수원 호매실 지역 일부 주민과 수원 일부 정치인의 반대다. 그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환경기피 시설이라는 것과 정서적 기피시설이라는 것이다.

수원시 서수원지역 주민들이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예정지에 몰려와 ‘화장장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첫째 환경적 기피시설을 논할 때는 과학적 근거를 두고 객관적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경기연구원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수원연화장’과 ‘용인 평온의 숲’의 먼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법적 허용치보다 현저히 적었고, 수은과 아연, 구리 등 유해성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소각시설의 다이옥신 허용 기준은 5나노그램(ng-TEQ/S㎥)으로 수원 연화장은 0.134나노그램(기준치 37분의 1), 용인 평온의 숲은 0.081나노그램(기준치 61분의 1)이 배출됐다. 이는 담배연기 속 다이옥신 1.81나노그램보다도 적은 양이다. 이제는 막연한 걱정보다는 과학적 사실을 믿을 때가 되었다. 객관적 사례를 근거하지 않으면 그 주장은 단순한 허상일 뿐이다.

둘째로 정서적 기피시설이란 일상생활 중 지근거리에서 그 시설이 보인다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노출돼 감정적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시설을 말한다. 화성시가 추진하는 화장시설은 서수원 호매실지역과 직선거리로 약 2㎞이고 중간에 산 능선 두 개가 있다. 칠보산 정상에서 보이질 않으며 인근 국도 39호선을 통해 진출입할 것으로 보여 정서적 기피시설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주사회에서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객관적 사실에 의한 주장이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55개의 화장시설을 운영 중에 있으며 수도권 내 도심지 인근에 수원 연화장·서울추모공원은 택지지구와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


이필도 |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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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하늘에서는 드론으로 물건 배달을 하며, 프로그래밍으로 신흥 부자들이 생기고 있는 21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초등학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5700만명이다. 이들의 절반은 분쟁 지역에 있다. 스티브 잡스가 초등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의 애플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알리바바의 마윈이 초등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감히 전자상거래의 왕이 될 꿈을 꿀 수 있었을까?

25년 전 EFA(Education For All) 운동이 시작되었고, 2000년 다카르 세계교육포럼(WEF)에서 초등교육 완료를 목표로 한 기한이 2015년에 끝난다. 각국의 노력으로 현재 초등교육 완료의 목표는 90% 달성되었다. 25년 만에 이 정도 달성되었다면 초등교육 보장은 우리의 노력만 있다면 이룩할 수 있는 목표인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1999~2008년의 증가율이 2015년까지 이어졌다면 100% 초등교육이 완료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초등교육 완성이 90%라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최종 학년까지 이르는 비율은 25% 정도뿐이다(2010). 아랍권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여자어린이 중 3분의 2가 영영 학교에 가지 못한다. 초등학교 졸업기록으로 보면 훨씬 나빠진다. 90개국 중 단 13개국만이 보편적 초등학교 졸업을 달성한다. 이런 실상에도 90% 목표 달성이라는 명목하에 교육에 대한 자금 투입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무교육하고 있다. 가난했던 시절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교육열로는 세계에서 손꼽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도 원조를 받던 나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힘들었던 당시에 원조를 받지 못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는 먼 미래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세계교육포럼이 인천에서 열린다. 이전까지의 목표를 마감하고 2030년까지 세계 교육을 이끌어나갈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중 한 가지 계획은 세계 어린이들에게 초등, 중등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매년 22억달러가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지원은 2010년 이후 6%가 줄어들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표는 있지만 자본 투입은 줄어든 상황이다.

새로운 교육 목표가 세워지는 2015년에 일본과 노르웨이는 공적개발원조(ODA)의 10%를 초등, 중등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 이유는 그런 사례를 가진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때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에서 열린 ‘엄마와 함께하는 어린이 안전교육’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출처 : 경향DB)


2015 세계교육포럼의 개최국으로서, 어느 국가 못지않은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나라로서, 그리고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로서 솔선수범하여 ODA의 10%를 초등, 중등 교육에 투입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 리더 국가로 거듭나는 길일 것이다.


권미정 | 안양대 영어영문학과 학사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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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14일 1350여명의 우체국 공무원 감축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여유인력 1023명은 감원하고, 나머지 327명은 국민안전, 경제살리기, 복지 등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전환배치한다고 밝혔다. 과연 우체국에 여유인력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현 정부에 대한 행자부와 우정사업본부의 과잉 충성인지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인력감축의 근거로 통신기술로 인한 우편물량의 지속적 감소와 이로 인한 우편수지 적자를 예로 들었다. 2014년 우편사업에서는 349억원 적자를, 금융사업에서는 328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우체국 통합 수지는 수천억원 흑자인데, 민영화 논리를 앞세운 특별회계를 근거로 우편분야 적자를 문제 삼으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우체국은 대표적으로 만성적인 인력 부족 기관이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5~2014년) 우체국 노동자 75명이 사망했다. 이는 비정규직을 뺀 수치다.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과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가 최근 가장 많은 노동자가 숨진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했는데 1~3위가 건설업체였고, 4위가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였다.

우체국 노동자들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12월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 밝힌 집배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4.6시간이었다. 지난해 2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우정종사원의 근로시간, 일, 생활균형 실태조사 및 균형방안’에 따르면 우체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952~3216시간이다. 이는 법정 근로시간을 166일 초과하는 것이다.

창구인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아예 채용하지 않았다. 창구인력은 2008년부터 다시 채용되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격년에 한 번씩이며, 지난해 2200여명의 명예퇴직자에 비하면 충원이 아주 적다. 우정사업본부는 끊이지 않는 집배원 사망사고와 중대재해가 있을 때마다 집배원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우정사업본부 인력 1000명 증원을 약속했지만, 2년이 지나 오히려 1000여명을 감축한다는 발표가 이뤄졌다.

우정사업본부는 봄을 맞아 전국 1만 6000여 개의 우체통 도색, 대텅소 등 우체국 시설에 대한 환경정비를 실시했다. (출처 : 경향DB)


이번 구조조정 발표에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감축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말 현재 우편집중국별로 우편분류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강제전보 형식의 해고 통보가 진행 중이다.

행자부는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직개편을 정부 3.0 기반의 정부조직 효율화의 우수 사례”로 평가하며 칭송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우정사업본부가 국민들에게는 우체국을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직원들을 해고로 내몰고, 구조조정에서는 가장 약한 여성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가식적인 우정사업본부의 두 얼굴이다. 현업에서 일하는 직원과 비정규직들에게 피눈물 흘리게 한 우정사업본부장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고웅 | 집배원장시간중노동없애기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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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 개혁 추진과 관련해 갈등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개인 간이든 집단 간이든 국가 간이든 갈등은 이해관계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같은 이해관계라도 당장 눈앞의 작은 부분에 집착하는 경우와 큰 틀에서 멀리 보고 접근하는 경우는 해소 노력의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주체와 객체들에게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 줄 것을 주문한다. 특히 당리당략적 접근을 경계한다.

개혁은 그 성과에 못지않게 내용과 처리 절차도 중요하다. 개혁의 주체들은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적의 개혁안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공무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집단으로 비치고 있다. 이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이들을 소외시킨 가운데 일을 진행시킨 결과가 아닌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공무원 단체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검토해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대승적 견지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및 강화를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_ 연합뉴스


무릇 불만은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에서 생기는 법이다. 퇴직자와 재직자, 앞으로 공무원이 될 예비 대상자를 포함한 객체 모두가 공평하게 부담을 지는 개혁안이라면 불만요인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 공무원이 될 잠재적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떠안겨서는 안될 것이다.

적자로 위기에 처한 연금재정은 당연히 고치는 게 맞다. 하지만 연금 개혁을 논하는 데 온통 경제논리만 앞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연금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현재 공무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다. 그로 인한 손실은 기금의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개혁이 되었으면 한다.


이병문 | 퇴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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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소비자로서는 붉은 조명 아래 진열된 고기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저것 잔뜩 살 수는 없으니 조금을 사도 좋은 고기를 사야 할 텐데, 고기 잘 고르는 법은 없을까.

여기에 대책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축산물이력제다. 축산물이력제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마련됐다. 가축의 출생에서부터 도축·포장처리·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정보를 기록·관리하며 축산물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 2006년 6월 쇠고기이력제를 개시했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돼지고기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은 여성고객이 14일 '생산이력제 시스템'으로 판매중인 호주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축산물이력제에 따라 사람에게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가 있듯 모든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12자리의 이력번호를 가지고 있다. 생산농가 식별번호 부여부터 시작해 도축장·포장처리업소 등을 거치며 ‘고기’가 되기까지의 이동경로를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정보를 축적해 제공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안심장보기 또는 축산물이력제)이나 인터넷(www.mtrace.go.kr)을 통해 내가 고른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키워지고, 도축되고, 가공돼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력제를 활용하면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원인균에 감염된 가축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어디로 이동됐는지를 빠른 시간 내에 파악해 회수·폐기 등의 조치를 신속히 할 수 있다.

각종 가축 질병 발생에 따라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급증한 상태다. 애초에 고기가 싼 물건도 아닌 데다 축산물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선택에 나선 소비자의 눈매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섭다. 예전의 ‘질보다 양’이라는 소비 패턴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이 보장된 국산 축산물을 사겠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는 6월 말쯤 돼지고기이력제가 무사히 시장에 정착되고,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서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 추구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를 놓지 않는다면, 우리 식탁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허영 | 축산물품질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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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31일 현대자동차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스물다섯 살 청년이다. 2013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입사해 23개월간 일하면서 16번 근로계약서를 썼다.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회사 이야기를 듣고 연차도 안 쓰면서 일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지였다.

2012년 4월 군 전역을 한 뒤 대구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다 2013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 촉탁계약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현대차는 연수 과정에서 “청소와 일을 열심히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안전교육을 받고 각 공장에 배치됐지만 처음에 회사 인사팀에서 들은 얘기와 현실은 달랐다. 정규직 1년차와 업무가 같다고 들었지만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힘든 일을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일했던 자리는 회사가 불법파견으로 문제가 되자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하면서 발생한 공백이었다.

정규직끼리는 ‘로테이션’도 했다. 하나의 작업이 지겨우니 자리를 바꿔서 일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8~9시간을 한자리에 박혀 일을 해야만 했다. 휴식시간 10분과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쉴 시간이 없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봐야 했고,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작업할 때도 문제였다. 우리가 실수하면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실수하면 회사에서 함부로 못했다. 부럽기도 했지만 잘리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일했다.

사내하청업체 신입사원도 연차를 쓰는데 우리는 몇 개월씩 일했지만 연차 쓰면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쓸 수가 없었다. 정규직이 연차 써서 안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조모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쓰지 못하게 했다. 거의 매달 계약서를 썼다. 공장이 쉬는 날에도 우리는 계약서를 쓰러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서 문자를 일괄로 보내 오늘 아니면 못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정말 심하게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못 쓰거나 일하다 허리나 손을 다쳐도 산재를 못 냈다는 점이다. 다치면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일을 해야 된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허리를 부여잡으면서 일하던 두 명은 결국 잘렸다. 정규직은 약간 몸살기만 있어도 연차를 쓰거나 쉬고 싶을 때 쉬었지만 우리는 눈치가 보여 아파도 쉬지 못했다.

수많은 차별을 받으며, 어떤 경우에는 하루짜리 알바 수준도 못한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일할 때도 같은 반 정규직 형님들이 “앞일은 모르니까 열심히 일하라”고 했다. 최근 파업 때도 수시로 촉탁직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해고 통보를 받고 희망고문이 깨지고 나니 정규직 1년차와 우리는 정말 다른 노동자라는 걸 알게 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가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출범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우체국을 향해 행진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내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촉탁계약직을 상대로 쪼개기 계약을 하면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며 희망고문을 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촉탁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사라져야 한다.


박점환 | 전 현대차 촉탁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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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청렴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12월 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도 제정됐다.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청렴한 공직자, 신뢰받는 정부 실현을 위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정부 신뢰 조사결과 또한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국민 중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4.8%였다. OECD 평균이 42%, 상위 국가의 경우 80% 이상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를 쇄신할 것으로 기대되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3월3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법은 취업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업무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퇴직 전 근무했던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확대했다. 취업제한 기관도 이전의 민간기업 위주에서 시장형 공기업, 인허가 및 조달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 법무·회계·세무법인은 물론 병원과 사립대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아울러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취업심사 결과 공개도 명문화했다. 이 개정법의 시행으로 퇴직 후의 자리를 염두에 두고 감독을 무르게 하거나 눈감아 주는 행위, 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안전 및 규제 업무담당 부서의 재취업을 노리는 행위는 상당 부분 억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 강화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리,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전문성 있는 인재의 활용을 어렵게 해 공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 개인의 권리보호 측면과 국가의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공익적 측면의 특성이 갈등 및 교환 관계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통해 변호사 등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처리한 업무의 성격과 비중, 처리 빈도를 고려해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이 적은 경우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승인요건을 신설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정부서울청사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_ 연합뉴스


법규를 통한 제한과 같은 소극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공직자들의 도덕적 의식을 높여 스스로 자기통제를 할 수 있게 하는 적극적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을 한없이 계속 강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한 삶은 고립된 개인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고 보았다. 법이나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성숙한 자기통제와 시민들의 시민정신이 함께하는 것이다. 사회 전반의 윤리의식 향상과 비리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질 때 시민들은 공직자들을 신뢰하고 관료들은 공직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생동하는 공직사회,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박흥식 |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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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교사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 전체 초등교사 중 14%만이 남교사이고, 교장 등 관리자를 제외하면 실제 가르치는 남교사는 8.4%에 불과하다. 서울에 있는 600개 초등학교 중 남교사가 단 1명뿐인 곳은 16개교에 달한다. 최근 신규 임용 초등교사의 90% 이상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교사 비율은 조만간 10%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여교사 쏠림현상은 여성의 교직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학생들에게는 그다지 인기 없는 직업이다. 꽃이름 외우기·바느질 등의 커리큘럼과 초등교사에 대한 낮은 인식과 연봉, 승진에 대한 낮은 기대감 등으로 실력 있는 남학생들이 교대 진학을 꺼린다. 2000년부터 교대 신입생의 25~40%를 남학생으로 뽑고 있지만, 정작 교원 임용시험엔 남교사 할당제가 없어 남교사를 현장에 충원할 방법이 없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설문조사에서는 70~80%에 이르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현장에서는 남교사를 원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남교사 추가 확충 방안 마련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여성단체가 남교사 추가 확충 방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교대 신입생 선발 시 남학생을 일정 비율 뽑고 있으므로 여기서 남교사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은 이중혜택이 된다는 점이다. 둘째, 현장에서 남교사가 감소하는 이유는 여교사보다 남성이 교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 주원인이므로, 우수한 남교사를 유인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셋째, OECD 국가 중 대부분이 여교사 비율이 높지만 정부가 나서서 남교사 비율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조치를 취한 사례가 없다는 것을 반대의 이유로 든다.

이처럼 남교사 충원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대립하는 가운데 현재로서는 여초현상을 완화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남교사 충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남학생들의 올바른 성역할 습득과 롤모델 제시, 다양한 교육환경 제공, 체육활동 활성화, 교직사회에 활력 충전, 문제 학생 지도 및 학교폭력 대처 등의 이유로 많은 구성원들이 남교사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남성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한 균형 잡힌 교육환경 조성이라는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천 신흥중학교 3학년 이명문 선생님(왼쪽)이 26일 오후 담임을 맡고 있는 정승호 학생의 집을 방문해 상담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어느 한쪽 성의 합격자가 채용 목표 비율에 미달할 경우 추가로 합격시키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현재 5급 공채 및 7·9급 공채 시험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을 늘리고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면, 남교사 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교직에서도 이를 시행해 남녀 교사의 비율을 적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들도 현장교원 및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경청해 남녀 교사의 적정 비율을 맞추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손형국 |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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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1883~1983)은 20세기 초·중반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비판적이었던 경제학자로, 인생 후반을 버몬트와 메인의 숲에서 농림업을 영위하며 살았다. <조화로운 삶> 등 많은 저서를 남기고 100세까지 장수한 그는 ‘위대한 자유인’으로 칭송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 스콧 니어링이 말년에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 친구한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내 건강 상태를 염려하는 편지 고맙네. 자네 제안을 내가 이해하건대 자네는 다달이 내가 소변을 받아다 자네에게 갖다 주고 필요한 처방이나 치료를 받기를 권하고 있네. 내가 만일 그렇게 한다면, 내 삶의 남은 기간 의사의 감독 아래 수명을 늘리려고 애쓰는 셈이 되는 걸세. 고맙네만 나는 그런 과정을 밟느니 차라리 일찍 죽는 편을 택하겠네. 내가 올바른 식사방식과 절제된 생활로도 잘 지낼 수 없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죽는 것이 나와 내가 속해 있는 사회를 위해서 좋을 것이라 생각하네.’

버몬트에서 메인으로 이주한 뒤 스콧 니어링은 1963년에 작성하고 1982년까지 두 번에 걸쳐 보완하면서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 즉 요즘으로 말하자면 ‘사전의료의향서’를 남겼다. 마지막 죽음이 가까워오면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무의미한 연명치료는커녕 의사도 목사도 가까이 오지 않도록 하고, 되도록 빠르고 조용하게 가고 싶다는 뜻을 포함해서 최후 단계를 위해 자신의 처치에 관한 의향서를 써놓았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체계적이면서 상세하게 작성해놓은 가장 오래된 ‘사전의료의향서’가 바로 스콧 니어링의 ‘주위 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 아닌가 생각한다.

생전의 스콧 니어링이 동시대인의 보편적 삶에 비해 비범한 생애를 살았던 것 같지만, 몇십년의 간격만큼 지금의 사회와 문화 또한 달라진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삼 그분의 일면을 인용하는 뜻은 나 스스로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흠모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와서 과정으로서의 생애 자체를 닮자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인간이면 누구나 마주해야 하는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그분의 사례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바로 모든 성인들이 너나없이 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자는 이야기다.

책 <조화로운 삶>의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 (출처 : 경향DB)


100세 시대라고 한다. 실제로 필자의 주위에도 아흔을 넘어 사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병원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인위적 영양공급 등 소위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고통받으면서 경제적 부담으로 남은 가족을 힘들게 하는 사례들도 접하게 된다. 근래 부쩍 존엄사나 노인성 치매, 급증하는 말기 의료비며 호스피스에 관한 뉴스가 잦아진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회봉사단체 ‘희망도레미-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이 전국의 어르신들을 포함한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사전의료의향서’ 양식을 무료로 공급하고 작성과 활용을 안내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삶을 보다 품위 있게, 마무리를 보다 존엄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 모두가 스콧 니어링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영길 | (사)희망도레미 사전의료의향서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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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자연과 생태의 시대다. 화장품에 불어닥친 생태바람은 아모레퍼시픽 회장을 우리나라 대표 경영인과 주식 부호의 선두권으로 끌어올렸다. 국립공원과 올레길에 밀려드는 인파. 이들이 생태의 대성공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생태관광이 보증수표라는 인식에서 전국의 올레길을 둘러갔다. 생태관광이 경제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는 초록빛 전망이 생태관광이 창조경제의 총아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생태바람을 타고 생태관광은 넘쳐나나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에 나섰으나 지원이 끊기면 사라질 사업이 많고 연명한다고 해도 눈에 띄는 매출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생태관광사업은 많지 않다. 창조경제의 기치 아래 전국적으로 추진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초라하다.

우수한 생태자원을 보전하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생태관광이라는 도식적인 생각이 생태관광의 날개를 묶어 비상을 막고 있다. 보전 지상주의에 함몰하면 자연에 흔적과 부담을 남기지 않는 소수의 제한된 관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생태체험형으로 외부지원에 기댄 생태관광은 자립하기 힘들고 산업으로 발전하기는 더욱 어렵다.

생태관광지인 전남 순천만을 찾은 관광객들이 갈대밭과 푸른 물길을 감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되고 일자리와 지역민 소득 창출에 유용하며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생태관광이 경제발전과 복지 확장에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외부지원에 의존한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생태관광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 만족하고 소득 창출을 가져오는 생태자원에 집중하여 지원과 육성에 나서면 창조경제에 맞는 생태관광이 열린다. 관건은 우수한 생태자원의 보전 기술과 사업을 확장하여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게 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미 국립공원이나 순천만과 보령머드축제 등의 훌륭한 성공사례를 보아왔다. 습지의 나무길과 국립공원의 등산길 조성만으로 연간 수백만명이 방문하고도 자연이 아름답게 보전된다.

생태자원에 기대지 않는 생태관광도 중요하다. 도시나 도시 인근에 몰리는 관광. 도시가 아닌 지역조차 대규모 관광단지가 되고는 관광 기반과 도시가 조성되어 관광산업을 더욱 발전시켰다. 도시관광조차 생태관광이기를 바라는 생태시대에 들어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가 생태적으로 우수하지 않고는 반생태적으로 인식되어 외면되는 시대가 도래한다. 이러한 관광은 생태적인 행동에 바탕을 둔 생태적 관광으로 생태자원에 기댄 생태관광과도 생태적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생태요소를 문화로 살려낸 곳에도 생태관광의 꽃이 핀다. 봄은 생명을 부르고 사람을 부른다. 생태관광이 가득한 봄. 우리나라는 무엇을 육성하고 어떻게 관광산업을 진흥시켜 국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


김종민 | 국립생태원 보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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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당문노(耕當問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농사짓는 일은 머슴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일을 처리할 때는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실행하라는 조언일 게다. 정부는 2013년 9월 경당문노의 자세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평가위원회는 수자원, 수환경, 농업, 문화관광 등 4개 분야에 종사하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 13명과 79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됐다.

4대강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만큼 정부는 조사평가위원회의 구성에 신중을 기했다. 국무조정실은 불편부당한 자세로 전문가들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보유한 4대강 관련 각종 자료를 이들 전문가에게 숨김없이 제공하고 조사평가가 중립적으로 이뤄지도록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1년4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23일,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조사 결과물을 공개했다. 조사평가위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 수자원 확보 등의 장점도 있지만, 강물의 정체로 체류시간이 증가해 녹조발생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적정한 유속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언했다. 또 수환경분야에서 녹조예방을 포함한 12개의 개선과제를 제언했다.

정부는 겸허하게 수용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수환경분야 개선과제에 대한 12개의 후속 조치 계획을 지난 2월 말 발표했다. 12개의 후속 조치는 적정한 유속확보 방안과 함께 보와 저수지의 최적 운영기준, 4대강 생태공원 전면 재평가, 수변생태계 중장기 조사확대 등이다. 이중 수변생태계에 대한 조사확대는 그간 환경부가 소홀했던 부분을 조사평가위가 지적한 것으로 환경부는 이 부분을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24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회의, 4대강조사위원회 회원들이 잘못된 운하사업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환경부의 4대강 후속 조치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후속 조치 발표 내용이 이미 과거에 추진했던 것을 재탕하거나,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환경부는 그간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여러 전문가에게 다양한 경로로 개선 작업에 대한 조언을 들어 왔으며, 이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우연치 않게 조사평가위의 제언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재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번 후속 조치는 조사평가위의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기존 추진 과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후속 조치는 미리 방향을 정해놓지 않고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입장을 토대로 4대강의 문제점을 객관화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이 반영됐다.

현대사회는 과거의 어떤 시기보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방면의 전문가와 연구진으로 구성된 조사평가위가 상당 기간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결과 보고서의 정책 제안은 찬반을 떠나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충실히 반영해서 마련한 후속 조치들 또한 마찬가지다. 감정적이고 성급한 판단보다는 과학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4대강 후속 조치가 제대로 추진되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은 소중한 4대강이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도 향유할 수 있는 건강하고 생기 넘치기를 바란다. 국민 전체가 동의하는 결정이 아니었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마련한 4대강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과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약속한 후속 조치에 전력을 다해야 비로소 국민이 진심을 알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


김영훈 |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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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가 196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1977년 4097명, 1978년 5114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 1991년 1만342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해 2008년 6000명 이하인 5870명, 지난해에는 1977년 이후 37년 만에 5000명 미만인 4762명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추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통사고의 요인은 운전자, 자동차, 도로환경의 3가지에 있다. 이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데, 거의 모든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과실로 일어난다. 이는 대부분 교통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독일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운전자가 반응할 수 있는 단 1초의 여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사고의 80%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1초의 중요성은 시속 60㎞로 주행할 경우 17m의 여유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1초를 찾는 데 필요한 요소는 자동차 운전에 필요한 적절한 지식과 기술이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운전태도와 차량관리 기술, 도로파악 기술 등 3가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처음 운전면허증을 받을 때 기본적인 도로파악 기술만 배우게 된다. 교차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 좌회전을 할 때는 어떤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차량관리 기술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는다. 즉 효과적인 제동을 하는 방법, 장애물을 피하는 핸들 조작법, 안개길 등 이상기후 때의 적절한 운전방법, 눈만을 사용하지 않고 숨어 있는 위험에 대해 시선을 이용하는 방법 등은 배우지 않는다. 심지어 올바른 운전태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1초의 시간을 운전기술과 태도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 기술과 태도의 습득을 위해 노력은 하지 않고 결국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난 1월 강원 횡성군 공근면 공근터널 인근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면 345㎞ 지점에서 43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도로에 자동차들이 뒤엉켜 있다. (출처 : 경향DB)


거의 모든 운전자들은 자기 스스로 훌륭한 운전자라고 생각하지만, 동승자가 돼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운전능력에 믿음이 가는 운전자도 있지만, 두 번 다시 그 사람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불편하고 겁이 나게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경우 차를 제동할 때나 가속할 때, 또는 차의 방향전환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운전하는 것이 훌륭한 운전자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인지, 판단, 조작의 계속적인 반복으로 이뤄지는 연속된 동작이다. 따라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주의력을 집중해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재빨리 인식해야 함은 물론,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예측(방어운전)으로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의 운전자에게는 좋은 운전기술이나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올바른 운전자세가 중요하다. 따라서 최고의 운전자가 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열린 마음’, 즉 운전을 항상 개선하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다.


문태학 | 도로교통공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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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8년 만에 오는 가뭄 주기와 124년 만에 오는 대가뭄 주기가 겹치는 시작점에 해당돼 여름 장마철 전까지 가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강원 및 경기 북부 지역은 물론 북한 지역도 유례없는 가뭄이라 한다.

지난해부터 경기 북부 및 임진강 유역의 강우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쳐 임진강 유역 저수지 수위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장기적인 가뭄도 이유가 되겠지만 하천 유입량이 과거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데에는 임진강 상류에 건설된 북한의 황강댐과 4월5일댐(4개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임진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은 임진강의 물을 예성강으로 유역변경해 낙차를 이용한 발전용 댐으로 규모는 소양강댐과 비슷한 반면 저수용량은 소양강댐의 약 8분의 1에 해당돼 홍수 때는 수문을 열어 하류에 홍수를 가중시키는 반면에 가뭄 때는 수문을 닫아 하류로 물을 내려보내지 않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홍수는 홍수대로 가뭄은 가뭄대로 가중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남북을 흐르는 임진강 유역의 이·치수는 북한의 일방적인 하천 관리로 심각한 수준이다. 본래 임진강과 같이 국경을 통과하는 하천을 국제 공유하천이라 하는데 이런 경우 양국 간에는 상호 수자원의 이용과 관리, 수문자료 등을 공유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도 임진강 유역에 지난해와 같은 강수량 감소가 나타나면 용수 수급 문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 이에 농업용수는 하천 본류는 물론 가용한 저수지, 지하수 등 대체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관정 등 비상시 급수체계도 병행 운영해야 할 것이다.

27일 임진강 지류인 경기 파주시 군내면 수내천에서 이완배 통일촌 이장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강바닥을 보여주며 가뭄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최근 여러 개의 댐들이 건설된 임진강은 급격한 유역의 변화와 기후변화 등 장래 지역 여건이 수량 압박을 가중할 것이다. 유역의 용수 수급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재평가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 기존의 농업용수 확보 계획 외에 중장기적으로 유역 내 물 수요에 대응하고, 물 부족 시 적응할 수 있는 기후적응형 수자원 공급 대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부족한 용수 확보를 위해 군남댐 및 한탄강댐에 담수하여 사용하자는 일부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선결적으로 미계측 유역인 북한 지역을 포함해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수자원 부족의 가능성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현재 상태에서 댐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최대한의 용수 수급 가능성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설령 댐의 일부 목적 변경을 통한 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갈수 때의 아주 제한적 범위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런 대안을 제시하고자 할 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거버넌스 형태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야 한다.


장석환 |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아시아 하천복원 네트워크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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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진강

3·11 제1회 전국 조합장 동시 선거가 끝났다. 전국 1328개 조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부정선거에 연루되어 입건되었거나 조사받고 있는 후보가 많다는 것은 유감이다.

이번 선거 당선자는 못다한 일을 더 하겠다고 출마해 재선된 사람과 새롭게 등장한 초선 당선자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새로운 변화’이다. 누가 더 조합 발전을 위해 참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들은 선거 때 많은 ‘공약(公約)’을 하는데 당선되고 난 후에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식으로 그것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선거홍보 유인물을 통해 소신과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조합원을 만나 공약사항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당선된 조합장은 선거공약을 실천해 임기 동안 참신하고 유능한 조합장이란 평을 받아야 한다.

사상 첫 전국동시 농축수산업조합장 선거가 진행된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중앙농업협동조합 제1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줄을 서서 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조합이 발전하고 변화하려면 조합 임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조합’이라는 주인정신과 조합원들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농협들이 조합장 부정선거와 부실경영으로 자기 배만 채우고 농민 등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농협에서 하는 사업으로는 공동판매, 공동구매, 금융사업, 공동이용 사업을 들 수 있는데, 생산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하는 직거래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또 농민이 이용하는 물품을 생산공장 직거래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협슈퍼 물건값은 시중가격보다 저렴해야 한다. 농협에서 파는 농약은 시중보다 저렴해야 하는데 일부 농약은 시중가격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이를 모르고 농협만 이용하는 농민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조합장 당선자들은 창조경제 원칙에 따라 농민의 생각을 바꾸고 시설을 바꾸며 조직 관리의 틀을 바꾸어 능률적인 조합 운영이 되게 해야 한다. 또 조합원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선거공약을 제대로 지켜 조합을 농어민들을 위한 ‘복지조합’으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


정기연 | 전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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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이달 말 전체 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과 2015년 전자카드 확대 시행 권고(안)’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찬성과 반대 혹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사감위는 출범 초기부터 중독 문제를 비롯한 사행산업의 폐해를 줄이고 건전한 사행 환경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자카드제 활용을 검토해 왔고 1차와 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내용이다. 사감위는 또 전자카드제의 시범운영과 이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자카드제 실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정보를 모으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해 왔다. 그리고 이제 전자카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전자카드제 시행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측은 사행산업의 건전화라는 명분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건전한 소비자의 행복추구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사감위 자료처럼 도박중독 유병률이 실제로 그렇게 높거나 심각하지 않고, 지정맥 정보를 활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안전장치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으로 관리되는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고 불법 사행산업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풍선효과도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찬성하거나 기대하는 측은 전자카드제를 통해 위험한 사행 행동을 실시간으로 막고 어느 장소에서나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 건전한 사행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용자 보호는 중독자보다 도박 문제를 일으킬 잠재적 위험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더욱 필요하기에 전자카드제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찬반 양측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지만 내면에는 건전한 사행문화를 지향하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최근 사행산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IT의 발달과 스마트폰과 같이 어디서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소통수단으로 인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행산업 시장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종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태계에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는 국가적 과제다.


전자카드제도의 활용은 한국에서 건전한 사행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당장의 불편이나 부작용만을 보고 제도 자체의 시행을 반대한다면 어떤 잠재력이 있는 제도도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사행산업 폐해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종국에는 특정 사행산업의 존폐 위기까지 이를 수도 있다. IT를 활용하는 사행 환경과 새로운 사행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오프라인의 경주류 시장을 보완하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총량제와 환급금 비율 조정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행산업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서 더 현저하다. 사행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제도개선 여론에 비해 사행업체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언론과 정치권에 더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민의 인식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는 캐나다 연구결과도 있다.

전자카드제가 2018년 전면 시행된다면 부작용과 문제를 보완해 갈 시간적 여유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이나 담배상자 표지에 흡연 폐해 경고사진 넣기,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고 반발 또한 적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전자카드제’도 대의와 장기적 이익을 위해 그렇다.


김교헌 |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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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이다. 아이 교과서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한국검인정교과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문하려 했지만 교과서 재고가 없어 주문할 수가 없었다. 대형서점에서도 교과서 구입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건 올해 1월이었는데 2월 중순경이나 말일경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하루하루 늦어지더니 새 학기가 시작된 오늘까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교과서를 구할 수 없어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중 가장 먼저 개학을 한 은석초등학교에서 21일 학생들이 새학기 교과서를 들고 자기반으로 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리고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만해도 제일 싼 책이 교과서였던 거 같은데, 요즘 교과서 가격이 한권에 1만원에 이르러 비싼 가격에 상당히 놀랐다. 교과서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적정한 가격으로 가까운 서점이나 학교 등에서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과서를 분실하고 학기 내내 마음을 졸이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마음을 당국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임무기 | 서울 종로구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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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교과서

최근 들어 아동 학대가 사회문제화되면서 경찰, 지자체, 교육청에서 합동하여 특별 점검반을 구성, 어린이집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전수조사는 신고의무자에 대한 아동 학대 신고요령, CCTV 설치 운영 현황 등을 살피고 보육교사 개별 면담 등 어린이집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집을 방문하면서 24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면서, 경찰관으로서 시종일관 복잡한 마음이었다. 엄마의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동 학대 사건은 분노 그 자체였다. 어찌 사람이, 더욱이 선생이라는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드러난 것이 한 번이지 일상처럼 학대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바빴다.

‘이제 내 아이는 어디에 맡겨야 하나’, 직장을 쉬어야 하는지 고민이 참 많았던 며칠이었다. 그러나 경찰로서 방문한 어린이집 전수조사는 또 다른 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 열악한 보육 환경과, 학대 사건으로 인한 교사들의 깊은 절망감, 땅에 떨어진 사명감에 이들은 죄인이었다.

지난 달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 KT어린이집을 찾은 황창규 KT 회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어린이 안전교육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_ 연합뉴스


가족들에게조차 보육교사임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번 조사는 향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시작이며 최소한의 장치임을 알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범법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은 형사처벌, 자격정지, 폐쇄 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다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랑으로 보육에 힘쓴 교사들이 대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기가 저하된 주변의 교사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 한마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이며, 그 따뜻한 기운이 우리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주원 |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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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5일 광주광역시 아파트 단지 인근 옹벽 붕괴사고로 무려 40대 가까운 차량이 토사에 묻히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철이었다면 자칫 더 큰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터라 ‘제2의 우면산 산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2~3월의 해빙기에 접어들면 재해 발생의 위험은 더 커진다. 재해는 우리 주변에 상존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재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급경사지는 2014년 기준 총 1만3599곳으로 3년 전 1만3027곳에 비해 572곳이 더 늘어났다. 생활주변 붕괴사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 추세로 2011~2012년 8.94%(33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시설물 관리와 시공부실 등이 36%를 차지했다. 사전예방 차원의 대책 수립에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30년간 집중 개발시대의 부실시공과 노후화로 취약 시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다중이용시설의 증가, 생활공간의 밀집화 추세를 고려할 때 재해 발생 시 그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관련 기관별로 본격 해빙기를 앞두고 3월 말까지 취약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점검도 중요하지만, 해당 시설의 방재와 관련한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적·인위적인 다양한 재해 유발요인의 위험도와 피해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산 계곡 고드름이 녹아 떨어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를 위해 환류체계를 구축해 범정부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이와 동시에 최근 점차 증가하고 있는 자연재해 발생 등 위기 시 빠른 의사결정과 이에 대처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개선 등 장기적인 재해 대응역량 강화를 위한 각 기관별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재해 발생 때마다 원인규명과 피해복구 등 사후대책 등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안전처의 출범을 기해 신속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재해는 언제나 방심(放心)을 파고든다. 특히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어 지반이 약화되는 해빙기를 맞아 각종 노후 취약시설에 대한 점검과 사후관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달러를 재해예방에 투자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4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에 노출되어 있는 재해환경에 대비한 인력 확충과 장비의 전문·고도화를 서둘러야 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국민 안전의식을 높여 나가는 데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한다.


진규남 | LH 토지주택연구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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