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학교에 공문이 하나 왔다. 내년에 학생들이 사용할 교과서 주문을 이번 주까지 완료하라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국정 역사교과서도 포함돼 있다. 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그 교과서에 한해 초본이라도 나온 뒤 주문하도록 해달라는 건의를 교육부에 했다.

필자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별도로 업무 담당자로서 실무는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건의의 이유였다. 그러나 실무를 진행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비상식적이었다. 국정 혹은 검인정을 막론하고 다른 모든 교과서는 이미 발간돼 있거나 최소한 초본이 존재하지만, 국정 역사교과서는 아직 실물로서의 교과서는 고사하고 초본은커녕 집필진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 일단 주문부터 넣으라는 교육부의 요구는 교과서의 내용을 떠나 행정 실무 차원에서도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중·고교 적용연도는 원래 2018년이다. 이것을 유독 역사교과서에 한해 국정으로 바꾼 뒤 5개월 뒤인 내년 2017년 3월부터 앞당겨 시행하는 것에 대한 법적 오류와 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 역시 알려진 바다.

기왕에 국정 역사교과서의 시행을 추진하려 한다면, ‘과정’은 압축하더라도 실무의 ‘순서’까지 뒤바꾸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최고권력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교육부의 난처한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가 건의한 것도 일단 책이 초본이라도 나오면 그때 주문 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선주문’은 매년 했던 방식이므로 주문 기한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년 선주문이 가능했던 것은 교과서가 이미 나왔거나 최소한 어떤 ‘물건’인지 아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슨 가수의 앨범 판매도 아니고 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과서에 관한 사항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답답하다.

이광국 | 산곡고 교과서 업무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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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들어온 폐암 신약 타그리소는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하나의 약이고 처리해야 할 과제이겠지만,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폐암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다. 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용기 내어 전달하려고 한다. 폐암 환자인 어머니는 2014년 진단 이후 표적치료제로 치료받으면서 일상을 이어갔다. 부모님과 함께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행복한 시기였다. 표적치료제 덕분에 어머니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때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아픔이 우리 가족을 할퀴고 지나갔다.

지난해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는 한평생 함께했던 배우자를 잃고 큰 스트레스를 받으셨는지 올해 폐암이 재발하고 말았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나와 동생은 겁에 질렸다.

어머니는 재발 후 폐 기능이 너무 약해져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했다. 그때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 신약인 타그리소로 치료받지 않았다면 나와 내 동생은 어머니를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무사히 약이 잘 들어 퇴원한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면서 신약을 쓴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약값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두려워졌다. 다른 환자들은 임상이라도 가능하다는데, 어머니는 임상도 불가능했다. 결국 1000만원이라는 약값을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다. 아버지 없이, 이 모든 짐을 다 감당해 내기에는 20대 후반인 나는 너무나 능력이 없었기에 더 두려웠다.

약국에서는 고가의 약이라고 해도 마진이 없다며 1000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고 했다. 조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첫 달은 해결했다. 그런데 28일 뒤에는, 또 그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신약만 복용하면 어머니의 암은 70~80% 사라질 것이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머니가 어떻게든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고,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플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가 있다. 이 제도만 믿고 있다. 워낙 고가의 약제인 만큼 정부의 재정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정부 당국이 제도개선을 통해 어머니와 같은 폐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김소정 |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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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미술)이라는 개념은 문자 그대로 공공영역에서 대중을 지향하고 그들의 정서에 개입하는 예술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를 맞는 트리엔날레 형식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5)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APAP는 공공예술(미술)의 형태를 띠면서도 시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 지원 없이 추진해 온 유일한 국제적 예술축제이다. 비록 시작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시각예술 축제를 통해 지역의 공간 효율을 높여 주민들의 문화복지에 기여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의식과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산업생산성이나 고용 확대에까지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산업사회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현대화 과정에서 대중과 예술이 분리되어 온 현상을 잘 극복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예술은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던 이야기 형식의 표현을 넘어서 개인의 사고 및 경험과 감정으로 몰입하는 추상화와 형이상학화로 환원되게 됨으로써 대중과 멀어져 왔다. 여기에 상업주의가 가세하면서 대중이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으며, 역설적으로 이런 흐름이 결국 일반 대중의 정서에 다가서는 공공예술의 출현을 부르게 됐다고 할 수도 있다.

전통적 개념에서의 공공미술은 장소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작품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는 데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의 개념은 이러한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만 한정하지 않고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소통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그런 의미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안양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외에도 도시경관 조성에 미적 차원을 부여하는 아트시티21, 안양 공공디자인사업(APDP) 등을 추진하며, 도시의 예술적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업들이 사업 간 중복이 발생해 시너지 창출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들 사업의 통합적 추진과 유기적 연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스템 보완이 이루어지고 사업의 지속성, 전문성이 담보되는 환경이 요구된다.

하계훈 |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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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손실을 보면 배임죄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법해석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기회를 잃어버리는 일도 생긴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배임죄와 유사한 법 조항을 가진 곳은 일본과 독일밖에 없다. 그나마 두 국가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손해 그 자체보다 고의성과 목적성을 배임죄 성립 기준으로 엄격히 다루며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한 확실한 물적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기소도 하지 못한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검찰이 배임죄로 기소한 건수가 연간 1500건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일본의 배임죄 기소건수가 46건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엄청난 차이다. 단순히 국가 간 기업의 도덕성 차이로 설명될 수 없는 수치이며, 우리나라 배임죄의 부당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수치다. 사법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 기업인을 배임죄로 기소하고 재판까지 끌고 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배임죄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배임죄는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로 착각하는 일부 기업인의 방만한 경영을 제어할 수단만으로 반드시 존재의 가치가 있다. 다만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처벌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판단을 가능케 하는 기업 정신까지 저해해선 안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은 명목상 배임죄는 없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경영판단의 원칙’에 의거, 이해관계 없이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면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를 입혀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신용을 엄격히 따지면서도 실패에 너그러운 미국이 배임죄 때문에 움츠러드는 한국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을 통해 성공행진을 이어가는 건 당연지사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배임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경영의 신’이 되어 모든 결정을 완벽하게 내리거나 리스크가 있는 사업이나 경영상 결정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배임죄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봤지만 최선의 선택을 했던 기업인들이 배임죄에 얽매여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배임죄에 대한 명확한 기준 확립을 미룬다면 이는 국가와 사법당국이 저지르는 배임죄에 대한 배임이다.

홍원의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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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주에서 5.8 규모로 발생한 지진을 통해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했다. 따라서 지진에 대한 대응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특히나 원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검토할 사안은 우리나라 원전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발표한 내진설계 기준치대로 과연 안전하게 설계, 시공, 운영되고 있는가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의 설계 기준으로 발전소 아래 지점에서 발생하는 규모 6.5~7.0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고 발표했다. 발전소 설비 제작 및 시공 단계에서 이러한 내진설계 기준에 맞게 진행됐는지 제3자의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한번 더 점검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치 6.5를 초과하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반도 내에 6.0을 초과하는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이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이상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지진으로 원전이 멈췄을 때 전력수급 현황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대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한반도 지진 발생으로 정부와 유관기관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특별한 대책,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 일본의 지진에 대한 일사불란한 대응, 대처 방안을 배우자는 의견이 많다. 전력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올스톱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도 수급 불균형 문제없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중이다. 당장 원전 가동을 중지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올스톱해야 할 상황을 가정하고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이 뻔히 눈앞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SMP 가격 하락에 따른 발전사업 수익성 악화로 오히려 민간 기업체는 전력산업에서 출구를 찾고 있는 형국이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정부, 학계, 기업체가 모두 모여 월성·고리 원전 가동 중단 등의 단기적 대응 방안과 중장기 전력산업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김성준 |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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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무릇 사람이라면 발은 무겁게 하고 손은 공손하게 가지며 입은 다물고 머리는 곧게 눈은 단정하게 하고 인상을 정숙하게 가져야 한다”고 말씀했다. 행동의 기본은 발걸음에서 시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몸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인사혁신처에서 2015년 5월21일~6월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과 공무원 4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가치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과 공무원은 한목소리로 공직사회에서 필요한 공직가치로 청렴성과 사명감, 책임감을 꼽았다.

국민이 바라는 공직자의 모습은 담당 업무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모범이 돼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공직자의 잘못된 언행으로 공직사회에 국민들이 갖는 불신의 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공직자의 언행은 “개인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한 기관과 국가를 대변”한다. 특히 공직자가 하는 말은 “입안에 있을 때는 내 것이지만 입 밖으로 나오면 책임이 따라다닌다”. 공직자 한 사람의 말은 개인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관을 대표하는 의사표시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과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다산 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공직사회에 투영해 본다면 “공직자는 국민을 향한 발걸음은 무겁고 공손하게 대하며 듣는 것을 중시하고 머리를 들어 정숙한 얼굴로 국민을 단정하게 바라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서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의 삶을 영위해가는 직업인이지만 단순 직업인으로서 인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이라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백범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소명의식이 상존하는 공직사회에 대한 선물은 바로 국민의 신뢰이다.

국민 가까이에 있는 공직자들에게 올바른 몸가짐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직무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도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에 경찰 교육도 직무교육뿐 아니라 인성과 감성 교육에도 주안점을 두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직자의 품위는 지식이나 권력이 아니고 정제되고 훈련된 몸가짐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류정권 | 경찰교육원 감성계발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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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형제들이 머문 곳이기에 추억이 깃든 쉼터이고 안식처이다.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리운 부모님과 이별한 지 훌쩍 60성상 하고도 6년을 더 넘겼다. 지금 내 나이가 헤어질 때의 부모님 나이보다 더 많아졌다.

아버지, 어머니 아직도 살아계시고 건강하신지요? 백발이 되셨을까. 이는 성하실까. 어머니 머리에는 옛날처럼 비녀를 꽂고 있을까. 그리움과 죄책감에 가슴이 저리고 아려온다. 추석이 다가오면 북녘 하늘 어디엔가 살아계실 부모님 생각에 자다가도 문득 일어나 앉아, 주먹으로 가슴을 치기도 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 마지막날인 2015년 10월 22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남측 딸 이정숙씨(68)가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리흥종씨(88)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함께 울고 있다. 금강산 _ 사진공동취재단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에나 갈 수 있는 세상이다. 달나라까지도 사람의 발길이 닿고, 우표 딱지 한 장이면 수억 만 리 어느 나라에서도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지호지간(指呼之間)에 머무르면서도 이처럼 애절한 혈육의 정을 주고받을 수조차 없는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은 오늘도 한강물처럼 눈물이 되어 흐른다.

이산가족의 재회는 이제 영영 이루어질 수 없는 걸까. 몇 해 전 이맘때쯤에는 그래도 남북 이산가족 재회의 현장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며 그리움을 달래 보았건만, 이젠 그마저 무망한 것이 되어버린 것인가.

철부지였던 내가 이젠 어엿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대를 이을 손자를 보아 할아버지도 되었다. 늙은 아내는 이번 추석에도 한 번도 뵙지 못한 시부모님을 위해 추석상을 준비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옥(玉)은 부서져도 또한 아름답다”고 했다. 그러기에 혈육의 정은 떨어져 있을수록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남는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언제까지 무작정 만날 날만을 기다려야 하는가. 정녕, 박근혜 정부가 외쳤던 ‘통일대박’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자유롭게 남북을 넘나드는 철새에게 물어본들 대답이 없다.

오늘도 남북 이산가족은 고향 땅,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다. “아버지, 어머니 어느 하늘 아래 계시더라도 뵙는 그날까지 꼭 살아계셔야 합니다”라고 북녘을 향해 소리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품은 어머니의 품이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은 어머니가 계신 집이라고 했다. 나는 나의 어머니 품에서 어머니가 계신 집에서 목놓아 울고 부둥켜안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전원균 | 남북지역교류협의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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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여권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건국절 논란이 매우 뜨겁다.

여권은 ‘이승만 대통령의 정부 수립 시기’(1948년 8월15일)가 국가 성립요건인 국민, 영토, 주권과 국제적인 승인이 충족된 점을 들어 ‘건국절’ 주장을 한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국가 구성요건의 충족과 승인 없이 건국된 나라들이 많다.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은 1776년 7월4일 독립을 선언했는데, 당시 영국의 식민지로 국가, 영토, 주권이 없었다. 미국은 그로부터 13년 후인 1789년 미연방정부가 수립됐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독립을 선언한 독립기념일을 건국시점으로 삼고 기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대통령 오른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한 필리핀은 1898년 6월12일 독립을 선언했는데, 이를 인정한 나라들이 없었음에도 그날을 건국일로 정해 기념한다. 알다시피 필리핀은 1571년부터 370여년간 외세의 식민 지배를 받아오다가 1945년 해방을 맞이한 후 1946년 7월4일 공화국을 수립했다. 그리고 일본은 신화 속의 인물인 진무덴노(神武天皇)가 즉위한 첫날을 건국기념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건국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조 단군 이래 배달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잣대로 제정한 건국절인 개천절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또다시 건국절을 정할 필요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여권은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기준으로 한 생일 제정이 시대적 과제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생일을 놓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과 1948년 정부수립일로 여야 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정치권의 건국절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복시점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면 생일은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헌법전문에 담겨 있다. 거기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똑똑히 적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은 1919년 4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의정원(국회)을 구성하고, 다음날 ‘대한민국’이란 국호로 정부를 수립했다.

이후 임정 각료들은 임시정부를 국가로 생각하며 대일선전포고를 하는 등 대외적으로 활동했고, 당시 국민들도 열렬히 지지했다. 거기다가 정부수립 후 1948년 9월1일 처음 발간된 대한민국 관보 1호는 연호 표기를 ‘대한민국 30년 9월1일’이라고 표기함으로써 상해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정부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이 오늘의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와 순국선열의 투쟁 위에 존재하게 되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궤변으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임시정부와 순국선열을 폄하하는 망언은 삼가길 바란다.

윤주 |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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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난, 전쟁과 같은 인도적 위기상황이 지속적으로 지구촌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 재난경감전략사무소(UNISDR)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346건의 자연재난이 발생했고, 이는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세계 각지에서 자연재난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쟁을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나서 살아야만 하는 난민의 숫자는 2015년 현재 세계 2차 대전 이후 최대 수치인 653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유엔이 터키에서 개최한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에 굿네이버스를 대표해 필자도 참석했다. 사상 최악의 인도적 위기상황에 대한 전 인류적 노력을 추구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NGO, 민간부문의 대표들은 분쟁을 예방 및 해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국제법을 준수하며, 재난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약속했다.

필자는 굿네이버스가 활동하는 재난구호현장에서 다양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피할 새 없이 마주한 상황들로 인해 삶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었다.

지구촌 그 어디에서도 다시 재난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 민간단체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재난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돕고,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인도주의 활동을 기념하기 위해 유엔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8월19일)을 지정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한 인류로서 인도적 위기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기억하고, 그들을 돕는 데 동참했으면 한다.

김성진 | 굿네이버스 국제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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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공개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2010년. 스티브 잡스의 세 자녀는 19살, 15살, 12살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패드를 갖지 못했고, 스티브 잡스는 집에선 IT 기기의 사용을 제한했다. 트위터와 블로그를 세상에 내놓은 에반 윌리엄스도 자녀의 모바일 기기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CEO들이 자녀에게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디지털 기기의 득과 실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모든 초·중학교에 전면 도입할 계획을 밝히며 충분한 검토 결과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5년 연구학교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 수준은 11.3%로, 2014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 활용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청소년 인터넷 중독 비율(29.2%)보다 낮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시력 및 뇌기능 저하 관련 조사에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2015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는 이러한 진단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중학생 36.3%, 고등학생 29.9%, 초등학생 25.5%로, 인터넷 과의존위험군 비율(중학생 15.4%, 고등학생 13.2%, 초등학생 9.6%)보다 높은 중독 수준을 보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문제 경험도 연구학교 조사 내용과 다르다. 신체적 건강 문제로 수면장애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안구 건조증·시력 약화, 목·손목·허리 통증, 디지털 치매 등의 순이었다. 심리적 불편함으로는 분노, 짜증, 불안, 우울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학습자의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2014) 연구를 보면 디지털 교과서 활용 집단과 서책형 교과서 활용 집단의 뇌파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나지 않거나 디지털 교과서 사용자 집단의 활성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1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해 일반화하기 힘들며 연구방법도 팝콘 브레인, ADHD 등 디지털 기기 사용 역기능에 대한 염려를 불식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로 인한 학습 효과도 높았다고 설명하지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유은혜 의원과 좋은교사운동이 2008~2011년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 299곳의 보고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의미 있는 효과가 있었다”는 답은 평균 21.5%에 불과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논리를 제시하며 정부 차원의 생태계 구축을 촉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으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에서 전면 도입하게 된 디지털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정착될 수 있을까? “학교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미쳤군!” 독일의 저명한 뇌 연구가인 만프레드 슈피처가 쓴 책 <디지털 치매> 표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수열 | 포항장흥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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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보건복지부에서 59년 만에 ‘아동권리헌장’을 개정한 뜻 깊은 해이다. 또 지난 12일은 유엔이 정한 국제 청소년의날이었고, 고3인 내가 ‘아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범주가 만 18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활동을 하며 만난 중·고생 대부분은 ‘아동권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과 무관하다 여기곤 했다. 아동권리협약이나 아동권리헌장의 내용뿐 아니라 자신이 그 권리를 가진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흡연이나 음주,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아동권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은 아동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또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서는 단순히 아동의 4대 권리를 아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행동이 실현되는 일상 환경이 필요하다.

아동의 4대 권리 중 하나이기도 한 ‘참여권’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학생자치활동이다.

각종 학급회의 및 학생회 활동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아동권리 및 교내 안건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그 결과를 어른에게 전달함으로써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질 좋은 학생자치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월드비전 전국 아동권리위원회 활동을 통해 만난 많은 학생들은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자치활동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의견을 말해도 묵살당할 것이라는 인식 또한 팽배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아동이 일상에서 참여권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자치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이 개진되었을 때,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응하는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답변이 비록 학생의 의견과 대립하더라도, 타당한 소통을 통해 조율된다면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와 아동권리 증진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조홍진 | 학생·월드비전 아동권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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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이상고온으로 폭염과 폭우로 신음하는 여름, 이 더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 한다.

안타깝게도 얼마 전 미국 텍사스주 열기구 추락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사고는 열기구가 운행 중에 고압선과 충돌해서 화재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8월 초 강원도 춘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강풍으로 연립주택의 함석지붕이 날아와 경춘선 고압선에 걸려 ITX 운행이 중단되기고 했다.

송전탑에 걸쳐진 송전선로는 주택가보다는 산악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고압선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그 위험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열기구나 패러글라이딩, 드론 같은 취미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심심치 않게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산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화재 진압이나 이사 시 사용하는 사다리차, 건설현장 크레인 같은 장비를 이용할 때는 주위에 전력선이 지나가는 지 확인하고, 만에 하나라도 작업 중 위험이 예상된다면, 사전에 한국전력에 연락해 안전조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공사현장이나 야적장에서 굴착, 발파 등 중장비 작업은 토사 붕괴가 우려되는 만큼 현장 작업자의 안전사고와도 직결된다. 특히, 송전선로는 23㎸ 이상 고압으로 접촉하기 이전 근접만으로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154㎸는 최소 5m 이상, 345㎸는 최소 8m 이상 안전 이격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한전은 비행경로상 송전선로의 위치를 사전 확인하여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도록 홍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산림 병해충 방제, 수목전지 작업 시 송전선로 인근에서 작업하기 전 한전과 협의하도록 지자체, 소방서, 항공회사들과 유기적 협조체계를 갖고 있다.

혹시 손상되었거나 땅에 떨어진 전선을 발견한다거나, 철탑에 비닐 등이 걸려 있는 것을 본다면, 만지거나 접근하지 말고 즉시 한전에 신고해서 사고도 예방하고, 소정의 신고 포상금까지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에 앞서, 우리 모두가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 가족, 연인과 함께하는 여름휴가를 사고로부터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은하 |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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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일본 및 영국 등에서 무차별 살상사건이 발생하여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이들 사건은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익명성에로의 도피 및 사회결속성 와해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전 ‘묻지마 범죄’인 수락산,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위 사건에 있어 해당 법원에 대응하는 보호관찰소에서 범죄자들에 대한 청구전조사를 실시하였다. 양형조사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청구전조사 실시 결과,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정신질환이 발현되었고, 적절히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 범죄행위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범죄를 접하면서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는 사회로 복귀한 범죄자의 재범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관리가 어떻게 수행되는가이다. 이를 위해 고위험 강력범죄자를 선별하여 밀착관리하고 적절한 치료 재활을 기하는 것은 위험사회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는 오늘날에 더욱 중요한 형사정책적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은 소년 형사사건에 있어 법원소속의 조사관을 통해 양형조사를 실시하고자 소년심판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양형조사제도의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법률에 규정되는 것이 형사절차 법정주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 소속의 조사관에 의해 양형조사를 수행할 경우 형사절차의 당사자주의 실현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법원의 중립성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반면에 보호관찰소는 여러 선진국가와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화된 조사업무수행시스템을 구비하고 있고, 조사업무의 전문성 및 공정성 유지에 적합한 형사절차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청구전조사업무를 직접 수행하면서 면담한 강력범죄자의 다수는 보통의 사람들과 동떨어진 성격과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런 다수의 범죄자는 건전하게 재사회화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교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재범위험성이 큰 소수의 범죄자는 전문적 감정에 의해 재범위험성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밀한 범죄자의 특성 분석을 통해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효과적인 처우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전통적인 보호관찰관의 역할이라는 점을 양형조사의 주체논란에도 참고하기 바란다.

김기환 | 법무부 서울준법지원센터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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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왼쪽무릎의 연골이 찢어졌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가 무릎에 직접적으로 충격이 가지 않는 운동으로 자전거타기를 권했다. 처음엔 5㎞도 타지 못했는데 지금은 20~30㎞도 가능하게 됐다.

서울 용산경찰서 자전거 동아리 소속 경찰관들이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돌고 있다

그런데 일반 자전거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매일 가는 일산호수공원의 자전거길도 위험천만이다. 어떤 이들은 핸들에서 양손을 떼고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기까지 한다. 남학생들은 제비떼처럼 빠른 속도로 중앙선을 넘나든다. 전동기가 달린 이동수단은 자전거도로 진입금지라는 표지가 곳곳에 있지만 모르쇠하고 달린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전거도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전거가 알아서 피해 가겠지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규정 속도 이하의 자전거도 의외로 빠르다. 보행자와 라이더가 위험을 인식하고, 피할 때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반응한다.

자전거는 운동효과가 좋은 이동수단으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전용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지켜도 자주 사고가 난다. 해마다 늘어나는 자전거 인구에 비례해서 사고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라이더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면 어떨까. 유치원이나 초·중·고는 물론 노인대학, 경로당에서도 필요하다. 자전거는 자동차처럼 편리하지만 위험하다. 자전거도로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피고, 자전거를 탈 때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규정 속도를 지킨다. 추월하지 않을 때는 도로 오른쪽으로 일렬 주행한다. 추월하거나 중앙선을 건널 때는 뒤를 확인하거나 수신호를 한다 등.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환경이 정착되도록 법을 만들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것이 방사능의 위험을 안은 원자력발전소와 미세먼지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하나라도 줄이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오성근 | 경기 고양시 백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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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전 세계적으로 7개월 연속 최고기온을 기록 중이라면서 올해가 최고로 무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첫 폭염특보가 예년에 비해 매우 이른 지난 5월19일 발령됐다. 같은 날 인도 북서부에서 최고기온이 51도까지 올라가 60년 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하면서 수십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최근 5년간 5239명이나 발생하고 이중 47명이 사망하는 등 그 피해가 크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경기계통운영센터에서 14일 한 직원이 전력수급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폭염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처음 8000만㎾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최대 전력공급은 9210만㎾, 최대 수요 시 예비전력은 1040만㎾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문제는 올해만이 아니라 계속 더워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통해 21세기 후반 국내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5.3도 상승하고, 폭염일수도 30.3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폭염 사망자가 12.7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9명은 야외활동 중 사망했으며, 이 중 7명은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올해도 벌써 2명이 폭염 피해로 사망했다. 이렇게 여름 더위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폭염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야외사업장 근로자나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 직군이나 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5월20일부터 9월30일까지를 폭염대책 집중기간으로 선정해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운영이나 건강관리사, 노인 돌보미 등 재난 도우미를 통한 취약계층 관리, 응급구급체계 구축, 폭염 취약지역 예찰, 홍보와 교육 등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고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라디오, TV 같은 방송매체와 휴대폰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국민들에게 폭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와 자치단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개개인의 폭염 대비 습관과 대처, 폭염 피해에 취약한 사업장과 취약계층에 대한 국민의 배려와 관심이 더해져야만 비로소 폭염 피해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

폭염은 다른 자연재해와는 달리 즉각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폭염을 극복하는 자세, 뜨거워지는 지구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민·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호 | 국민안전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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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만성질환이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사는 300만명의 당뇨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당뇨병 관리 하나, 둘, 셋’은 혈당 조절, 동반질환 관리, 합병증 예방의 3개 관리 목표와 18개의 생활수칙으로 구성돼 있다.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한 사람은 10명 가운데 3명이 안되며, 동반질환인 고지혈증 조절 목표에 도달한 사람은 10명 가운데 2명도 안된다. 생활습관을 고치고 약만 잘 먹으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왜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당뇨병은 ‘먹는 것 줄이고, 운동하고, 약만 먹으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당뇨병은 처음과 나중이 완전히 다른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진행되면서 받아야 하는 치료도 다르다. 기본적인 식사와 운동요법에 추가로 먹는 약이나 맞는 주사제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당뇨인의 운명이다.

최근 당뇨인의 생활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많은 종류의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경구약제를 복합제로 만들어 하루에 한 번만 먹을 수 있게 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났더라도 보다 자유롭게 맞을 수 있는 인슐린이나, 1주일에 한 번의 주사로 인슐린을 대신할 수 있는 주사제도 사용되고 있다. 왜 이런 노력들이 필요할까? 당뇨병은 잘 관리하면서 주어진 인생을 동반질환 없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인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혈당 관리약제들이 경제성 때문에 사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 1주에 한 번 맞는 주사제를 날마다 맞는 주사제 또는 매일 먹는 경구약제와 같이 쓰지 않으면 급여에 해당되지 않게 만든 고시가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황당해하면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매일 몇 번씩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하루에 3~4회씩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 편의성은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생을 관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당뇨인들에게 편의성은 효능 못지않은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약제들이 개발되고 도입된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평가해서 사용하게 해야 한다.

박태선 | 전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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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제됐던 어느 대학의 집단적 성희롱 사건에서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는 실효적 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몇몇 학생의 경우 졸업이 임박한 시점이었는데 졸업을 유예시킬 수 있는 명문의 근거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적절한 제재 처분의 필요성이 명백한 때조차도 대학은 아무 조치도 내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경향신문

대학이 졸업유예 등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이로 인해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은 예상해 볼 수 있다. 여기 두 명의 학생이 있다. 둘 모두 제명 또는 퇴교 처분이 내려질 만한 수준의 동일한 잘못을 범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 명은 1학년 신입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졸업을 1개월 남긴 4학년이었다고 하자. 절차상 최종 징계 처분까지는 1개월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면 1학년 신입생은 제명 처분을 받고 학교를 중도에 떠나야 하지만, 4학년 학생은 같은 잘못을 범하고도 ‘무사히’ 졸업장을 수여받고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연구와 강의를 통해 지식만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다. ‘고등교육법’은 오히려 학문 전수에 앞서서 인격의 도야를 대학의 근본목적으로 명시해 두고 있다. 비록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이나 시험, 논문 제출 등 형식 요건은 충족했지만, 재학 중 성희롱·성폭력 등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어긋난 잘못을 저지른 자가 있다면 이 학생이 대학의 참다운 교육목적에 따른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각 대학이 학생징계 관련, 규정상에 필요한 경우 학생의 졸업을 유예시킬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학생에게 중대한 징계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졸업요건으로 이해돼야 할 것이다.

대학은 결코 ‘학위 자판기’가 아니다. 대학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교육 내용과 방법을 형성해 나가고 이를 시행해 나가는 주체이다. 학생에게 징계사유도 없을 때, 학생은 이수학점, 시험, 논문 등 요건을 충족하고 학위를 취득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학생에게 중대한 징계사유가 있음이 이미 대학당국에 인지됐다면 그 권리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당연하다. 법원이 인정해 온 바와 같이, 교육목적의 제재조치에 관해 대학은 폭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응보적 이유에서 성범죄 교원의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것에 아무 문제도 없다면, 교육시행 주체인 대학이 피교육자인 학생에게 교육적 목적에서 졸업을 일시 유예하는 조치를 내리는 것은 문제될 이유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찬성 | 변호사·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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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울산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2007년 7월 일본 니카타현 주에쓰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의 설계기준을 넘어서는 지진값을 기록해 세계 원자력계가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원전은 경미한 방사능 누출이 있었지만 원전의 안전 기능은 유지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대책을 만들었다. 또 2011년 3월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의 전 분야에 걸쳐 체계적 대처를 요구받았다. 이를 통해 전 세계는 지진을 포함한 극한재해에 대비하도록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5일 저녁 울산시 동쪽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탈핵경남시민행동이 6일 경남도청에서 지진 안전성 확인 없는 원전 가동과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먼저 지진에 의한 구조물 안전성 강화를 위해 국내 원전 부지의 최대 지진 조사를 실시했다. 또 모든 원전에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도록 지진 자동정지시스템을 설치했다. 지진뿐 아니라 해일에 대한 대비에도 철저한 노력을 기울였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에 이은 대형 해일의 영향으로 발전소 주요 설비들이 침수돼 중대사고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고리원전 해안방벽을 다른 원전과 같은 높이인 10m까지 증축하고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를 설치해 안전설비의 침수를 방지했다.

중대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만들었다. 노심이 용융되는 중대사고가 날 경우 전원 없이도 격납건물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수소재결합기를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또 압력이 높아져 격납건물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을 설치했으며,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를 설치해 중대사고 시 노심을 냉각할 수 있도록 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취한 조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단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한수원은 원전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비하고 있고,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청로 |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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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 방송에 대해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폐쇄라니, 강제로 방송을 통폐합하던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 아닌가? 폐쇄된 방송은 인터넷에서 개인들이 ‘방송’을 내보낼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업체다.

인터넷 방송 사이트인 ‘썸TV’ 폐쇄 결정이 내려진 것은, 해당 사이트의 이용자 중에서 음란물을 내보낸 이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폐쇄를 결정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4~5월의 모니터 기간에 이 사이트에서 음란 방송 12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방심위는 이 일을 계기로 인터넷 방송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고 홍보를 강화하며 분위기 띄우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콘텐츠를 규제하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몇 가지 짚어볼 일이 있다. 우선 ‘방송’이라는 말이 걸린다. 현재 지상파나 유선방송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체 사전 심의와 정부기관의 사후 심의가 가해진다. 이것은 방송이 전파나 케이블 채널 등 한정된 공공자원을 사용해 국민에게 일방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를 내보내며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은 이와 다르다. 무한한 인터넷 공간에서 한 개인이 별다른 장비 없이 한정된 사람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내보내는 것이다. 이름은 방송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비유나 허세다. 그 본질상 방송보다는 인터넷 콘텐츠에 더 가깝다. 방송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기관이 지상파 방송 수준의 규제와 처벌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그램 제작과 송출을 자체 관리하는 거대 방송 사업자와 다양한 이용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기만 하는 인터넷 사업자를 혼동해 규제를 가하게 되면, 결국 해당 분야의 위축과 몰락을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외국의 비슷한 서비스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일부 인터넷 방송 이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사이트를 규제하고 폐쇄하는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선거 때 후보자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이용자 일부의 선거법 위반을 명분으로 폐쇄될 수도 있고, 옥시와 같은 반사회적 기업들을 고발하는 사이트도 명예훼손을 명분으로 폐쇄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인터넷에도 음지와 양지가 있다. 자유와 공유의 철학 위에 축조된 인터넷은 개방과 규제의 최소화로 양지를 넓히면 음지가 축소된다는 정신을 근간으로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독을 깨고 판을 엎어버리면 시민의 자유도, 나라 경제도 나아갈 길을 잃게 된다.

허광준 사단법인 오픈넷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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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 1기 진단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진료실 문을 나서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고, 질병 특히, 중증질환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또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궁경부암 발생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성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활발해짐에 따라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사람유두종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여성암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3000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하루 평균 3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목숨과 직결된 치명적 암이지만,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감염됐을 때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 단계에서도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 더욱 관리를 어렵게 한다.

정기검진만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젊어지는 자궁경부암’ 발병 추세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9세 젊은 여성들 중 자궁경부암 진단 환자수는 2010년 144명에서 2014년 213명으로 48% 증가했다. 통계 지표는 젊은층에서 뚜렷하게 자궁경부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성 접촉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것과 20대 여성이 검진이 부끄러워 병원을 잘 찾지 않아 조기진단이 힘든 것도 원인이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한 백신이 개발돼 있다. 2007년 이후 국내 도입된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을 70% 이상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예방접종 도입을 권고하고, 국내에서도 이미 800만건가량 접종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그간 한 번 접종에 15만~20만원가량 하는 비용이 큰 걸림돌이었지만, 올해부터 국가예방접종에 자궁경부암 백신이 추가돼 만 12세 여성청소년은 무료접종 기회가 생겼다. 미래세대의 여성건강을 지키는 사업이라 그 어떤 정부지원보다 반갑다.

하지만 접종 대상자가 혼자 병원을 찾기에는 어린 여학생들이라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하다. 딸아이가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김재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산부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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