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지상군을 파견한 나라로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티오피아라는 곳이 우리에게 알려진 계기는 이런 역사적 의미보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소식이었다.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07년부터 이곳에 한국의 후원자들과 교육, 보건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후원자들이 돕는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을 만나면 과거 우리의 모습도 엿보게 된다.

에티오피아 훌라지역 비르한 유치원에서 4세반 어린이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한국월드비전 훌라사업장 내에 위치한 이 유치원은 4~6세 미취학 아동들에게 위생과 보건, 기초학습 등을 교육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부모들이 내 자식에게 ‘가난’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밤낮없이 일했던 열정과 교육열이었다. 아이들 또한 공부가 성공하고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었기에 산간벽지의 먼 길을 마다 않고 학교에 다녔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어렵게 모은 돈을 최근 재단에 기부한 이도필 할머니도 당시 50원 하던 한글 책을 사지 못해 글을 배우지 못했다며, 아버지의 유언이 “좋은 나라에 살게 되면 꼭 이웃을 도와주라”는 말씀이었다고 했다.

이런 부분은 에티오피아도 예외는 아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약 2시간 걸리는 노스 셰와. 근처에 학교라고는 초등학교가 전부인 이곳에 할머니와 살고 있는 열 살 티지빗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티지빗을 비롯해 여기 아이들 대부분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집에 TV나 책이 없어 학교를 다니며 만나는 선생님이 아이들의 유일한 롤 모델이다. 그나마 몇 시간이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가 있다면 다행이다. 이보다 더 먼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교통수단과 학교가 없어 배우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도로시 놀트는 ‘천국으로 가는 시’에서 “아이가 나눔 속에 산다면 풍요로운 것을 배운다. 아이가 친절과 배려 속에 산다면 존경하는 것을 배운다”고 했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우리나라 아이에게도, 당장 먹을 것과 배움이 부족한 아프리카 아이에게도 ‘미래의 희망’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아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방법은 없을까? 이 고민의 시작이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자세이다.

임신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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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사먼지, 미세먼지 주의보 등이 자주 발령되고 있다. 맑은 하늘을 보기도 쉽지 않다. 한국을 찾는 해외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에서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에서 미세먼지는 기승을 부린다. 대기 질 악화의 주요 요인은 대부분 경유 사용 차량들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한다.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관광버스들이 엔진의 시동을 끄지 않고 공회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2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경유차량 관광버스의 불법주차와 공회전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교통법규에 주정차 중인 차량의 경우 엔진의 공회전을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는 이를 지키는 차량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내려놓고 정차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이 엔진을 끄지 않은 채 공회전을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경유 버스들은 대부분 시동을 켠 채 20~30분씩 주차하는 일이 다반사인 까닭에 내뿜는 매연이 공기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범인 동시에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내 관광버스의 주요 상습 불법 주정차 지역 10곳의 대기오염도가 WHO의 권장 기준(40ppb)을 넘겼다는 환경연합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03년 8월 동유럽 5개국 여행 때 경험한 일이다. 그해는 유럽지역에 수십년 이래 최고의 폭염이 엄습했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에선 수백명의 노인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지기도 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및 영국 등을 차례로 관광버스를 타고 다녔다. 여기서 발견하게 된 사실은 운전기사의 근무시간 준수로 교대시간을 제대로 지켜 안전운행을 하는가 하면 무엇보다도 아주 짧은 시간의 정차 시에도 예외없이 엔진의 시동을 끄고 대기하는 것이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관광을 해야 했기 때문에 특히 잠깐 동안의 하차 시에는 엔진을 끄지 않고 에어컨을 켜두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들은 시동을 껐다. 가이드의 말로는 정차 시 엔진의 공회전을 금지하는 교통법규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교통법규 준수에 놀라기도 했지만 현지 관행에 익숙지 않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니었다. 우리의 경우 지나치게 외국관광객 편의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오히려 대기 질 악화를 초래함으로써 모두에게 나쁜 공기를 마시게 하는 잘못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피해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경유 사용 관광버스 기사들이 엔진의 공회전을 삼가야 하고, 동시에 철저한 단속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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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동된 원전 고리 1호기의 폐쇄 결정이 이루어진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신고리 5·6호기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고리 1호기는 폐쇄되지만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여부가 심사 중이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될 예정인 부지의 반경 30㎞ 내에는 부산시와 울산시의 인구 340만명이 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된다면 340만명의 인구와 산업체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10기의 원전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2011년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보다 4기나 많은 수이다.

지난 5월 우리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는 끊임없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고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데 안정된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십만년 이상이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과 대구경북탈핵연대 등 탈핵 시민단체 회원들이 26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_정지윤기자


사용후 핵연료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같다. 어렵게 경주에 짓게 됐지만 오랜 역사와 문화를 파괴할 우려가 있는 폐기장을 국민은 환영할 수 없다. 또한 국토 어디에서도 반발은 불가피하다. 화장실을 지을 가망이 없으면 집을 옮겨서 사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도 집을 옮길 큰 이유이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이 대세인 것이다.

현재 세계는 재생에너지가 대세다. 특히 ‘비싼’ 에너지로 알려져 있던 태양광은 기술 개발을 통해 단가가 점점 떨어져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화력보다 저렴해진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태양광 시장이 성장세에 있고 위험이 적은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부는 도리어 원전을 늘리려 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특히 원전은 건설비용과 사고 발생 시의 비용, 사용후 핵연료 처리까지 감안하면 매우 비싼 에너지임이 밝혀졌다.

새로운 원전 건설의 중단을 전제하지 않고 핵폐기물의 공론화를 하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원자력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에 적극 투자해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다.




최종민 |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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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알다시피 톨스토이의 소설 제목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교사는 ‘보람’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지내던 아이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볼 때, 방과후수업이 끝난 뒤 교실 문을 빼꼼히 열고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몰랐던 수학 문제를 이해하고 웃음 짓는 아이를 볼 때 참 행복하다. 사람마다 답이야 다를 수 있겠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내 생각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해마다 이맘때면 이러한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마음앓이를 한다. 바로 교원성과급 얘기다. 과연 이 제도로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전문성을 신장시켰는지 묻고 싶다. 학교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나는 S, A, B 모든 등급을 받아 보았다. S등급을 받아도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옆반 선생님보다 내가 훨씬 일을 많이 하고, 잘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A등급을 받았다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B등급을 받았을 때는 정말 비참했다. 아이들 앞에 서기가 민망했다. 다리에 힘이 가지 않았다. ‘B등급을 받았으니 좀 더 잘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근무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이들과 하는 일은 늘 그대로였다. 오히려 보직을 맡지 않고 학급 담임만 하는 것이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교재 연구도 충실히 할 수 있었다. 여유가 있다 보니 독서도 많이 하고, 그래서 내 스스로 좋은 선생님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감도 찾아왔다.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비슷한 생각들이었다. 결국 교원성과급 제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슬프게 만들 뿐이다.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열린 '학교별 성과급 반납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교조 선생님들이 차등성과급 제도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_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열심히 일한 교사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고 싶은 ‘윗분’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어떨까 한다. 바로 성과급 대신 수당을 높이면 되지 않겠는가.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과급 평정을 위해 각종 항목을 정량화한다고 하는데, 그 성과급의 평정 기준에서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 부장 업무, 각종 연구대회 등이다. 그런데 이런 항목들은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교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 보직수당을 올려 주면 차등 성과급이 자연스레 해결된다. 그렇게 되면 1년마다 한 번씩 성과급 관련 차등 업무에 홍역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그간 경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로했는가. 성과급은 어느 누구도 행복해질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교사를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사람들은 생각해 보시라. 자신들의 자손을 긍지도 사명감도 없는 그런 노예와도 같은 선생에게 맡기고 싶은가.



강임순 | 인천 마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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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재발하지 않을까? 재발할 것이다. 비슷한 사고는 다시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법규와 정책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을 아는 사람들은 묻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우리는 이 법률과 지금의 정책으로는 국민을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국민선언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산업계는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믿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환경부를 몰아붙였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법률을 ‘악마의 법률’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했다. 화학물질 독성과 용도를 파악하고 고독성 물질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 힘써야 할 세부 조항들이 무력화됐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과 정부가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화학물질 등록 및 면제 건수(수입·제조) _경향DB


우리는 두려웠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정부와 기업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옥시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들의 거짓말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우린 진정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제 한국 사회는 무책임한 기업을 처벌할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아야 하고, 더 나아가 화학물질에 대해 엄격한 사회로 전환돼야 한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박수미 | 발암물질국민행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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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으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과 치료기간을 정신과 의사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통과된 정신보건법 전면개정 법률은 개악이라고 비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외국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절차가 개정 법률처럼 까다롭지 않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사회통합의 과제를 악화시키는 빌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신장애인은 강제입원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퇴원을 원해도 바로 퇴원할 수 없고, 한 병실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기에 그 자체가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약물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강제입원은 유엔 고문방지법 위반이라고 비판받는다.

그런데도 이런 강제입원이 너무 쉽게 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판정을 받으면 부모나 가족이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그것도 최소 6개월 동안. 평균 강제입원 기간은 8개월이 넘고, 평생을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을 오가는 사람도 있다. 법원에 호소할 길도 없고, 호소해봤자 정신질환이 있다면 소용없다.


국내 입원 중인 정신질환자자 수와 정신질환자들의 평균 재원기간_경향DB



우리나라처럼 사법적 심사 없이, 또 쉽게 강제입원이 가능한 나라는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유럽인권재판소는 1980년대 이래 ‘자해, 타해의 현저한 위험이 있고, 또 그런 위험이 지속되는 기간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판결해왔다. 환자는 당연히 사법적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대만도 2007년 정신보건법을 개정해서 선진국의 기준을 채택했다. 우리의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일본보다도 못하다. 비록 강제입원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지만, 이번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은 정신장애인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는 의미가 있다.

정신질환자들의 입장에서 인권침해의 위험이 있는 한, 안심하고 정신질환을 치료받을 수 없다. 독일에서는 정신질환 있는 경찰관도 치료 후 복직한다. 강제입원은 드물다. 대신 지역사회에서 회복을 위한 다양한 복지 지원을 제공받는다. 인권 이슈가 없을 때에만 정신질환은 보통의 질병으로 인식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이 치료를 회피한다면, 역설적이게도 그 이유는 인권침해 때문이다. 강남역 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정신장애인의 인권 개선을 이제 더는 늦출 수 없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사회통합의 난제를 정신과 의사에게만 전담시키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법률가와 사회복지 전문가, 그리고 정신과 의사가 힘을 합칠 때이다.



제철웅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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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과 ‘노동’은 함께 쓰지 말아야 하는 단어들이다. 아동은 마음껏 뛰놀고 미래를 꿈꾸며 교육을 받고 정신적, 육체적 성장을 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전 세계 아동의 11%인 1억6800만명은 농장, 공장, 광산 또는 길거리에서 노동에 착취되고 있으며, 노동을 위한 인신매매나 매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동노동은 교육, 건강, 여가 및 기본적인 자유권을 침해하며 발전 가능성을 박탈하는 심각한 아동권리 침해다.

국제사회는 아동노동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6월12일을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로 제정했다. 2006년에는 국제노동기구(ILO) 제182조에 근거, ‘2016년까지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만큼은 근절하겠다’고 전 세계적 행동을 약속했다. 약속을 이루겠다던 10년이 지나 2016년이 되었지만 목표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 가혹한 형태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아동 수는 약 1억1500만명에서 8500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세계 각지에서 약 6500만명의 아동들이 노예제, 인신매매, 매춘 등 가혹노동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인도 가우하티 인근에서 어린이들이 무거운 돌을 나르고 있다._AP연합뉴스

아동노동이 쉽게 근절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가 교육, 소득, 관습 등 지역의 복합적인 요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아동노동이 심각한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에서 인식제고 교육, 야간학교 운영 및 비정규 교과과정 지원, 지역 주민 소득 증대 활동 등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복합적인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메콩강 지역에서는 인신매매 피해 아동과 취약 아동 대상으로 예방 및 보호 사업을 실행하며 정책 옹호 활동을 하고 있다. 더디고 느릴지라도 아동노동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만이 지키지 못한 10년의 약속을 끝내 이룰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브라질에서 전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축구공과 기념품을 만들며 축제에 이용당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전 세계의 협력이 스포츠를 넘어 아동노동 근절을 위한 목소리로 모인다면, 아동노동 근절을 앞당길 수 있다. 축제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응원이 모여 아동노동 근절 약속 목표에 가까워지는 2016년이 되길 바란다.


남희경 | 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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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전자담배, 씹는 담배, 물담배, 머금는 담배 등 4종의 신종 담배에 경고그림을 기재하는 제정안을 발표했다. 전자담배의 경우, 노란색 바탕의 해골 그림과 함께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액상 캡슐 포장에 부착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전자담배 경고그림과 문구에 대해서는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규제에 앞서 신종 담배가 가진 긍정적 측면이나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 및 검증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금연을 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는, 그리고 흡연의 위해를 줄이고 싶어하는 흡연자들이 궐련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탈 경우, 당사자와 그가 속한 사회가 얻을 편익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담배위해 감축’이라는 보건학적 개념을 기초로 삼고 있다. 이는 흡연 행위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위해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금연을 성취하는 제3의 전략이다.


전자담배



궐련의 연기와 전자담배의 증기는 내용물이나 그 수준이 현저하게 다르다. 그런데도 전자담배에 ‘독극물’을 상징하는 해골 그림을 넣는 것이 능사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자담배 액상이 기화한 에어로졸을 ‘담배연기’라고 명시하는 것도 잘못된 정보다. 전자담배를 과학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하에서 성급히 잘못 평가하기보다는 실제 장기적으로 건강에 끼칠 위해 수준을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여 평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대안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담배규제법에 따르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을 포함시킨 궐련과 달리 전자담배에는 ‘매우 중독성이 높은 물질인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문구를 표시하게 돼 있다. 전자담배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 중독을 경계하도록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해 자율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다시 한번 전자담배와 관련해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전자담배에 대한 철저하고 과학적인 검증이다. 단편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전자담배의 모든 측면들을 다 아는 것처럼 하면서 성급한 규제를 주장하는 것은 전자담배가 가진 잠재력을 손상시켜 마땅히 누릴 편익을 스스로 저버리는 우를 범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김공현 | 인제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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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종합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상황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112로 전화를 걸어 말을 하지 않거나 여자의 비명소리만 들리거나 도와달라고만 하거나 전화기를 켜 놓은 채 싸우는 소리만 들리는 등 구체적인 신고내용 및 위치를 말하지 않고 전화가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절박한 위험으로 간주하고 최우선 순위에 두는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여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최단시간 내 출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위치추적 등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지만 측위 방식에 따라 수십미터에서 수킬로미터까지 위치에 오차가 있어 신고자를 찾아내고 신고내용을 청취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휴대폰 전원이 꺼진 경우라면 위치추적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최후 수단으로 통신사에 통신조회를 의뢰하여 가입자를 파악하게 된다.

그런데 망 사업자(KT, SKT, LG)의 경우는 통신조회가 휴일 및 야간을 가리지 않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자체 망을 가진 기간통신업자(KT, SKT, LG)의 일부 회선을 이용하는 중소규모의 통신업체인 별정통신사는 휴일과 야간에 통화내역 및 가입자 조회가 되지 않고 통신조회 의뢰 시에도 원활한 업무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선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화품질이 우수하고 저렴한 요금과 유심칩만 구매 시 약정이 없고 의무조건이 없기 때문에 별정통신사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망 사업자 3사의 통신망을 임대해 영업하는 사업자는 총 38개사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경찰력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별정통신사의 통신조회가 휴일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입법적, 정책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강대웅 | 하남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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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8일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이른바 대형마트 빅3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200억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했다. 과징금 규모 자체도 상당한 액수이지만 납품대금 부당공제, 광고서비스 판매방식으로 인건비 전가, 부당반품 등 구체적인 법위반 행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마트의 고질적인 갑질이 여전히 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납품업자들은 대형마트의 이런 횡포에도 불구하고 거래 중단이나 불이익 제공의 위험때문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공정거래위의 조치는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2012년 대형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입점업자 등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됐다. 대형마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 법을 제정한 계기였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납품업자 보호와 소비자 이익을 핑계 삼아 법 시행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형마트들의 논리가 얼마나 허구였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어느 경제주체든 다른 경제주체와 거래 없이 홀로 성장·유지할 수는 없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3사법 위반 내용및 공정거래 위원회 조치 _경향DB

따라서 대형마트가 납품업자와 상생의 길을 찾고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약자인 납품업자에 대한 시혜나 배려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과 유지에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이는 경제주체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따르는 것이기도 하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납품업자들로부터 더 나은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건전한 거래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불공정거래가 계속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가 강화되고 규제는 세밀하게 다듬어질 것이라는 점도 대형마트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은 그 대상이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에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만큼 대형마트의 불공정거래가 심각했다고 하는 것은 그동안 공정거래위가 권한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는 대형마트와 납품업자 사이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조일영 |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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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1일 등교시간, 필자는 여느 때와 같이 교문에서 생활지도를 하고 있었다. 마무리 후 교무실로 들어가려는데 건장한 중년 남성들이 여러대의 차에서 내려 학교로 들어오고 있었다.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몇 분 후, 2학년 부장이 교장실에 불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요일 1교시, 이 시간은 학생들과 담임선생님이 교육활동을 해야 할 시간, 13명의 대구교육청 감사관과 장학사들이 사전 고지도 없이 학교에 들이닥쳐 세월호 관련 수업을 한 강모 교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강행했다. 담임교사가 협조하지 않자, 2학년 교실로 강제 진입해 설문조사를 강행했던 것은 교육부가 기획하고 대구교육청이 조연을 한, 심각한 교권침해 사건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백주에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에, 그것도 학교의 정규 교육활동 시간에 교육청 관리들이 사전 예고도 없이 찾아와 느닷없는 설문조사를 강행했다면 분위기가 어떠했을까? 호산고의 교육 구성원들은 지금 공황 상태이다. 관련 사안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1인 시위, 지역 방송들의 비판 보도가 이어지자 대구교육청은 변명과 거짓 답변으로 일관했다.

학생인권·교원 교권 조례안 주요 내용_경향DB

설사 그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교단에서 교권을 침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정권의 가치는 일시적인 것이지만 학생들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는가? 안전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생명 존중 교육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이라면 수업시간에 이를 회피하거나 묻어두고 ‘그만’할 수 없지 않은가?

정상과 합리성은 선택을 강요하면 ‘광기’가 된다. 선택을 앞세운 권력의 강요는 결국 비합리로 터잡기 마련이다. 이번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토론의 문제이며 근거를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고작 보고용 현장 사진 찍기를 강요했던 청와대, 이게 박근혜 정권의 맨 얼굴임을 알아차린 것이어서 문제가 된 것인가? 왜 ‘세월호 참사’를 금기시하는가? 폴란드 소재 아우슈비츠 수용시설 기금으로 절반이 넘는 6000만유로를 기부한 것이 가해국인 독일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독일을 혐오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일은 그냥 넘길 게 아니다. 이번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누구의 지시였는지를 밝혀내고, 책임질 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호산고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교육당국의 공개 사과가 있어야 한다.


황선주 | 대구 호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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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정부는 2018년부터 330㎖ 콜라 캔 한 개에 8펜스(약 13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 계획을 내놨다. 캐나다 정부는 “높은 고도 비만율과 성인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탄산, 과실음료와 같은 가당 음료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노르웨이, 멕시코 등은 이미 설탕세가 있으며, 같은 아시아권인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설탕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세계적인 당 저감화 바람은 국내에서도 거세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을 하루 섭취 에너지의 10%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당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당은 우리 몸에 유해한 것인가?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이나 채소는 물론, 우유와 모유에도 다양한 형태로 당이 존재한다. 모유에 들어있는 당 복합체는 유아의 장내에 들어온 해로운 박테리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우유의 유당은 뇌 세포막에 필요한 갈락토스의 연료인 포도당을 공급해 뇌 기능을 돕는다. 이 밖에도 당은 체내에서 쉽게 흡수돼 중요한 열량원으로 이용되며,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피로해소의 효과도 크다.

결국, 핵심은 섭취량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 한국인 1인 성인의 당 섭취량(표준 열량 2000㎉ 기준)은 50g 미만으로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16.6개의 양이다. 하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일 설탕 섭취량은 71.2g으로 권고 기준을 훨씬 넘었다.

피할 수 없고 내 몸에 꼭 필요한 당, 건강하게 섭취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당장 식생활 습관을 바꿔보자. 단맛을 원한다면 과자나 케이크보다는 과일과 채소를 선택하자.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도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바꿔보자. 최근에는 당 함량을 줄인 제품들이 많이 나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제품을 선택하면 당 섭취도 줄이고 유산균 섭취로 소화기 건강은 덤으로 얻을 것이다. 당의 억울함, 우리의 똑똑한 섭취로 풀어주자.


민영일 | 비에비스나무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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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산업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4대강 토목공사, 자원외교, 핵발전소, 각종 화학물질로 인한 직업병, 사교육비.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한 이 낱말들을 한 줄로 꿰는 것은? ‘위험은 셀프!’의 원리다. 17세기에 근대 정치학의 문을 연 홉스는 사회를 개인들의 결정에 맡기면 모두가 위험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주권을 국가에 맡겨야 한다고 설파했다. 오늘날 우리는 주권을 국가에 맡겨서 안전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근대 정치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계속 ‘위험은 셀프!’를 확인해야 하는 것일까?

‘위험’으로 번역되는 리스크는 원래 근대적 합리성의 꽃이다. 전통사회와 달리 과학에 의존하는 근대사회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손익을 예측해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리스크 관리’의 기술에 기초한다. 따라서 잘못된 리스크 계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 예측된 위험에 대비하도록 사적·공적 보험이 제공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위험은 문화인류학자 더글러스가 설명하듯이 문화적 편견의 결과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수준 높은 정치철학서와 <인터스텔라> 같은 고차원의 과학영화가 베스트셀러가 된 아주 현대적인 국가다. 그런데 왜? 홉스의 정치학을 뛰어넘는 주권국가일 뿐만 아니라 IT분야에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산업국인데, 왜 이렇게 형편없는 리스크 관리의 수준을 매번 드러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위험사회>를 쓴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에 의하면 우리는 오히려 그와 같은 시스템 속에 살기 때문에 위험을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 사회의 위험은 분업에 기초한 사회체계의 결과다. 시스템의 결과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책임자는 증발한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데, 우리가 매번 확인하듯이 책임자를 가리지 못하기 때문에 시스템 역시 바뀌지 않는다.

한국환경회의, 발암물질 없는 사회만들기 국민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촉구하는 국민선언'을 낭독한 뒤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_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위험이 시스템의 결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국가에 기꺼이 주권을 내준 국민들이 아니라 사업체, 정치세력, 관료, 기술자, 행정편의의 관점에서 리스크가 계산되고 관리된다는 뜻이다. 또 과학자들은 뚜렷한 인과관계를 제시하기보다는 논쟁만 한다. 이렇게 해서 ‘부작용’으로 생겨나는 위험에 대해서는 어떤 보험회사도 보험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업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크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보험 상품의 구매자 역시 자신이 그러한 위험의 당사자가 될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 위험은 이렇게 우연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미 여러 논자들이 지적했듯이, 한국사회의 리스크 관리에는 여기에 더해서 ‘부패’의 문제까지 존재한다. 부패한 기업, 관료, 정치인, 전문가, 사회시스템. 벡에 의하면 서구 산업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을 중심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여, 그 외의 리스크는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하게 무시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부패는 경제발전을 해치는 리스크까지 감수하게 한다. 경제발전은 그저 핑계일 때도 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위험의 피해와 손실은 기꺼이 주권을 국가에 내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온다. 일생 동안의 장애로, 어린 자녀의 죽음으로, 전망 없는 미래로, 피 같은 세금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질병으로, 직장을 포기하고 학원 강사 뺨치는 입시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현실로 말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위험발생의 인과관계나 구체적 과정까지 직접 밝혀야 하는 부담을 떠맡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끔찍한 피해는 ‘단순 사고’로 둔갑하고, 피해자는 뻔뻔하게 한밑천을 노리는 무뢰한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정말 ‘헬조선’이다.


홍찬숙 |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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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버지는 지난 3년간, 1년에 1번꼴로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경험했다. 양쪽 엉덩이뼈와 치골이 모두 골절됐다. 그렇다고 심하게 넘어지거나 부딪쳤느냐? 아니다. 일어서다가 살짝 주저앉았는데 자꾸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골다공증성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주변에서 종종 “누구네 어머니, 얼마 전에 넘어지셨는데 뼈가 부러져서 누워만 계시다가, 돌아가셨대”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우리 부모님의 일이 될 줄 정말 몰랐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시작됐다. 화장실도 혼자 못 가는 아버지를 간병하며 고가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은, 가족들을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버지가 고령으로 전신의 뼈가 약해져 있어 반복적인 골절이 일어난다며, 골절의 위험이 높은 중중 골다공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골형성에 도움이 되는 약제가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는 치료라고 했다. 아버지를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과 경제적 부담 사이에서, 정말 큰 내적 갈등을 겪었다. 아버지에게 꼭 필요한 치료제가 있어도 쓸 수 없는 이 상황은, 아들 된 도리로 송구스럽고 면목 없었다.

젊은 사람은 뼈가 부러지면 깁스 치료로 충분하다. 그러나 노인은 다르다. 한 번 뼈가 부러지면 전신의 뼈가 쇠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또 다른 뼈가 쉽게 부러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고령의 부모님이 골절 사고를 당한 자녀들은 뼈가 부러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거다. 3번이나 아버지의 뼈가 부러지는 것을 경험하다 보니, 노인의 뼈 상태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부모님의 건강을 더 생각하게 된다. ‘골다공증성 골절’로 고통받고 있는 고령의 부모님들이 병상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국가에서도 하루빨리 골형성에 도움이 되는 약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이준호 | 인천시 남구 용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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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여명이 단체로 일본을 여행한 적이 있다. 일본의 유명 온천을 갔는데, 놀라운 모습을 봤다. 한 장의 작은 수건을 여러 번 빨아 쓰는 것이 아닌가. 사용 후에는 정리함에 말끔히 두었다. 한국인 일행은 여러 장의 수건을 쓰고 바닥에 던져놓던 모습과 비교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저녁 한국인 일행에게 물었다. 자신이 이용하고 난 후 목욕탕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고. 그리고 일본인의 행동에 관해 얘기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인과 비교돼 부끄러웠다고. 손님의 품격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 후 한국인 일행에게 변화가 생겼다. 목욕탕에서 사용한 수건을 정리했고, 물건을 제자리에 놓기 시작했다.

갑질 논란으로 시끄럽다. 권력을 이용한 안하무인 우기기와 횡포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하무인 횡포만이 갑질은 아닐 것이다.

손님이라는 권력, 고객이라는 권력으로 최소한의 예의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돈을 지불했으니 막 해도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물건만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듯하다.

식당을 가도, 골프장을 가도, 호텔을 가도 직원에게 반말이 다반사다. ‘야’ ‘어이’가 호칭이고, ‘이리와 봐’ ‘갖고 와’ 등 명령조다.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욱하고 목청 세워 소리부터 지른다. 무례한 행동을 하고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식이다. 일상에서의 배려 부족이 참으로 안타깝다.

외국만 나가면 매너가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식당 직원이 음식을 갖다 주면 ‘생큐’(Thank you)가 자동으로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헬로’(Hellow), ‘익스큐즈미’(Excuse me)가 기본이다. 표정과 말투부터가 따뜻하다. 이 사람이 한국에 오면 다시 명령조의 반말이다. 외국에서만 예의를 찾는 듯싶어 씁쓸하다.

계약서상 갑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다. 돈을 지불하고 그에 상당하는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 갑과 을 상호의무 조항도 항상 함께 명시되어 있다. 을이 서비스를 잘 수행하도록 업무 협조하는 것이 갑의 의무이다. 그러므로 지켜지는 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이다.

나들이하기 좋은 달이다. 가족과 함께, 아이와 함께, 부모님과 함께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손님이 되고 고객이 되었을 것이다. 내 부모가 보는 앞에서, 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나는 어떤 손님이었을까. 의도치 않게 갑질을 하진 않았는지. 다시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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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관해 글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이 대학마다 ‘성황’을 이루고 있다. 피해자와 피해를 알고 있는 주변인들이 더는 이를 쉬쉬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이니만큼, 성희롱·성폭력 없는 대학 캠퍼스 구현에 중요한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등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법에는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피해자가 실재하는지, 피해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면밀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조사권을 부여받은 기관에서만큼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성범죄 수사에 있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한 수사와 재판 진행을 허용하면서도 담당 검사의 피해자 실명확인 등 절차는 생략할 수 없게 돼 있다.

서울대학교 우조교 성희롱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자 항의시위를 벌이는 여성 단체들_경향DB

조사 실무상, 가해 사실에 대한 심증이 있는 경우에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아 조사와 징계 관련 심의에 난항을 겪게 되는 때가 있다. 더구나 대학의 징계처분은 그 처분을 한 번 내림으로써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소송 등 불복 절차에서 처분이 취소되는 것, 그래서 가해자가 대학으로 복귀하게 되는 경우 등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기에 조사와 사실확인 절차는 아무런 하자가 없도록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익명의 제보만으로 가해자 제재가 쉽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회적인 ‘익명제보’ 또는 ‘익명투서’와 ‘대외적으로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호되는 신고 접수’라는 것은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도 결코 동일하지 않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후자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접수된 피해 사실에 대한 확고한 비밀 보장과 피해자 익명성을 유지한 조사 진행이 중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한 각 대학 당국의 책임이 크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용기를 내어줄 것을 요청하기에 앞서, 대학 당국의 자성과 근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 대학이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어떤 경우에도 이를 좌시하지 않는다는 무관용 원칙, 피해자 보호 및 배려의 최우선 원칙을 실천해 나갈 때 학생들도 학교를 신뢰하기 시작할 것이다.


박찬성 | 변호사·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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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규제완화에 따라 항공업계에도 저가항공사(LCC)의 참가로 승객 쟁탈전이 격렬해졌다. 일반적으로 저가항공사는 대형항공사보다 싼 요금을 제시하는 대신, 기내 서비스를 축소·폐지하거나 수화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한편 대형항공사는 시각 엄수, 노선 확충 등으로 대항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사 간의 질적·양적인 차별화는 소비자 이익의 확대 또는 충실화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런데 올 4월부터 대형항공사들이 ‘싫으면 안 타면 된다’는 안하무인의 자세로 경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승객에게 전가하고 있다.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이익 향상’이라는 규제완화의 목적과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항공사들은 종래의 음료수 서비스를 폐지하고, 4월부터 탁송 수하물도 1개로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이코노미석의 경우 1인당 20㎏을 상한으로 ‘수하물 수’의 제한은 없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무게 상한을 23㎏으로 조금 늘리는 한편, 일본 노선의 경우 수하물 수가 1개를 넘으면 개당 6만원의 추가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는 대형항공사의 편의적·단락적인 이익 확대를 노린 꼼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부피는 크나 가벼운 김 또는 분리해야 하는 선물(박스) 등의 수하물이 있는 일부 승객에 한정된 징수 방식은, 항공사의 단기적 이익 보전이 될지는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승객 감소에 따른 손실이 더 커지는 우책(愚策)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특정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로, 특히 독점노선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요금 인상으로서 이용횟수의 감소를 가져와 장기적으로는 항공사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항공사 위탁수하물 초과 요금_경향DB

수하물 수 기준의 도입은, 비용 부담을 내부의 비용 절감 노력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전가하는 행위로써 ‘독점기업의 갑질’에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수하물 취급에 따른 인건비 증가도 일부 서비스의 폐지에 따라 크지도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민의 혈세와 과보호 아래 성장한 대형항공사의 어리석은 경영전략을 묵인하는 것이 규제완화의 본질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 관계부처도 소비자 이익을 우선한다면 적극적인 대책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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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6일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제12회 청소년특별회의 출범식이 개최됐다. 특별회의는 전국 17개 시·도 대표 청소년으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참여 기구다. 이날 출범식에는 전국 240여명의 위원을 대표할 의장단 선출이 있었다. 선출방법은 남녀구분 없이 다득표순으로 의장 1명, 부의장 2명을 선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투표 결과 다득표순에 따라 총 3명의 남학생이 선정됐다. 그리고 이 결과는 특별회의 운영기관인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측에 전달됐는데, 진흥원은 부의장 1명을 세 번째 순위 안에 들지 못한 여학생으로 바꾸어 발표했다. 선거 결과를 조작한 것이다.

진흥원이 투표 결과를 청소년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바꿔 발표한 배경에는 여가부가 성별영향평가에 따라 특별회의 의장단 구성에 성별을 고려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선거 직전까지도 이런 내용이 특별회의에 전달된 적도 없고 부의장 중 1인은 여학생으로 한다는 선거 규정을 만든 적도 없었다.

진흥원은 민주적 원칙에 따라 나온 투표 결과에 손을 댔다. 청소년들이 항의·반발이 확산되자 진흥원은 남녀 성별 고려 지침을 사전에 미리 공지하지 못했다며 일의 심각성을 사전 미공지 차원으로 축소했다. 진흥원 감독부처인 여가부는 이런 일을 바로잡으려는 노력 대신 남일 대하듯 조용한 입장을 견지했다.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센터에서 27일 열린 청소년 특별회의에서 한 청소년 대표가 이해찬 총리에게 질문하고 있다._경향DB

청소년들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일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그제서야 지난 4월26일 여가부와 진흥원이 책임자의 직인도 없는 편지 같은 글을 사과문이라며 보내고 의장단 구성은 원래 투표 결과대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과문 내용은 여가부와 진흥원 홈페이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선거 조작도 어쩌다가 발생한 실수이고 오류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기만적 행태를 보였다. 결과는 처음 투표 결과대로 방향을 잡는 형국이지만 그사이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청소년과 많은 청소년지도자들의 허탈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가부와 진흥원 측에 묻는다. 사과는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도 해야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청소년의 권익과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정부 부처와 운영기관이 양성평등을 하겠다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 앞에서 대체 여가부가 말하는 양성평등과 성별영향평가는 헌법과 인권보다도 높은 가치라는 것인지, 투표를 통해 선출하도록 돼있는 의장단 선거과정에 남학생 여학생을 골고루 섞는다며 투표 결과는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결과를 바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가부는 양성평등이 민주주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진흥원은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청소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그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영일 |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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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말레이시아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트래픽이 비교적 심한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통과할 무렵 현지 가이드는 우리들에게 말했다. “여기는 운행하는 차들이 클랙슨을 누르지 않는다”고. 서울과 비교해서 현지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과연 그랬다. 운전예절에 관한 한 선진국이었다.

우리 사회엔 지금 자동차 대수와 운전자의 급격한 증가로 일반도로나 고속도로 할 것 없이 정속운전과 과속운전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한밤중에 철없는 운전자들의 고속운전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음주 및 무면허 운전도 횡행한다. 인명 살상을 초래하는 잘못된 운전으로 아무도 길거리 위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일반도로이건 고속도로이건 앞지르기, 끼어들기 등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클랙슨을 마구 누르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일부 운전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으로서 상대차량을 뒤쫓아 생명을 위협하는 무지막지한 보복운전을 감행한다. 인명 살상은 물론이고 교통흐름의 방해 현상을 초래한다. 이렇게 목숨 건 보복운전을 마다하지 않는 풍토는 급격한 차량의 증가에 따른 올바른 운전예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 차량에 대한 운전자 자신의 분노조절 장애가 극에 다다르고 있다. 엄격한 처벌로 이 같은 잘못된 보복운전 습관을 발본색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끔찍한 교통사고는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고 있다. 선진사회의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보복운전 같은 위험한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보복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양형제도가 정착됨으로써 이 같은 운전은 근절돼야 할 것이다.


최성용 |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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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전쟁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치러진 4·13 총선은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국민들은 4·13 총선에서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고, 서민의 삶에 희망을 주지 못하는 무능·무책임한 여야 정치권에 무서운 분노를 폭발시키며 투표로 항거했다.

여야는 물론 사회단체들은 총선 민의를 바로 보고 민생을 살리는 새 희망의 정치로 전환해 국난 극복의 길을 열어야 한다. 먼저, 한반도 핵전쟁 참화를 막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살려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지난 2월10일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 평화번영의 이정표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의 최후 보루로 남아 있던 개성공단을 중단시키지 않고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길로 돌아섰다면 오늘과 같은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11월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해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 국민에게 또다시 전쟁 위험을 감수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며 대북 무력행사와 봉쇄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힌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경험한 대로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면 그 어떤 외세의 한반도 핵전쟁 기도도 막을 수 있고 국민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 근로자 대표가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 집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_경향DB

파탄에 직면한 민생을 살리는 첩경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되살리고 6·15, 10·4 선언을 이행해 남북 경제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있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부채와 국가부채, 청년실업 등 막다른 고비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해법이 6·15, 10·4 선언에 담겨 있다. 여야, 보수 진보, 사회단체는 6·15, 10·4 대연정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파탄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되살리고 6·15, 10·4 선언 완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민의를 받들어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들을 살리고 자신도 사는 길이다. 여야, 보수 진보, 사회단체는 20대 총선 민의를 정파적 이해에 따라 왜곡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6·15, 10·4 선언을 실천하고 완수하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해전 | 6·15 10·4 국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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