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치 소비자인 선거권자가 정치 공급자인 후보자를 선택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자본주의가 1원1표라면,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1인1표이니 그 꽃은 의미가 크다. 4·13 총선으로 가는 길에 노이즈 전략이나 네거티브 전략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의 관심이 뜨겁지는 않다.

선거에 무관심한 이유는 대개 생업이나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거나 정치에 식상해서일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선택을 위한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다. 공급자가 내놓은 음식이 영양가가 없거나, 또 후보자의 정책과 주장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논리나 근거가 빈약한 경우가 많다. 잘못된 음식은 위장을 해치듯 잘못된 선택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의 변별력이 중요하다.

또한 가치 있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선거과정부터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정선거를 위한 계도와 지도단속, 공정한 선거 방송토론은 매우 중요하다.


20대 총선 주요 격전지_경향DB


20대 총선에서 공정선거가 왜 중요한가를 알기 위해서는 국회의 본질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회는 권력분립의 원리 아래 입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잘못된 선택이나 투표권 포기가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과거를 상기하면 될 것이다. 정책이나 비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기준이 작동한다. 후보자에 대한 호감도, 흑색선전, 경력의 화려함, 연줄과 같이 간단하고도 편리한 기준을 따르고 싶어 한다. 심지어 타인의 선택에 맡기기도 한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말이 자주 통용된다. 정치의 계절, 진정한 정치 소비자인 시민이 ‘왕’이 되려면 투표에 있어서도 왕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왕인 유권자는 어떤 태도로 국회의원 선거에 임해야 할까? 그 중 하나는 정보의 제공 창구이면서 후보자와의 접촉 창구이기도 한 인터넷을 활용해 자신의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들의 면면과 정책들을 검토해봐야 한다.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에 관심을 갖되, 판단의 주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공약이나 객관적 명제에 대해 좋고 싫고의 기준이 아닌 합리적 사고를 앞세워야 한다. 후보자의 단순한 권위나 경력·외관에 기만당하지 않고, 현명한 시민으로서의 판단과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봉한 |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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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학기는 어느 때보다 학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2014년 한 해에도 11만6000여건의 학교 안전사고 중 상당수(19.9%, 2만3207건)가 학기 초에 발생했다. 신학기에 학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세심한 관심과 지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교육부에서는 잇따른 대형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고 교육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지난해 12월 학교 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2016~2018년)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학교 안전사고 예방 기본계획은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체계적인 예방활동을 강화해 학교를 가장 안전한 교육 공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단위 학교에서 안전과 관련된 예방계획을 3월 이전에 수립해 학교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각급학교 안전사고 현황_경향DB

주요 내용으로는 안전 교과를 신설해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학교 안전관리사의 국가자격제도 신설을 추진해 모든 교원을 준 안전전문가로 육성할 방안을 마련했으며, 안전체험처 건립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학교 안전망 강화의 초석을 다지는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이번 기본계획을 학교 안전망 구축의 백년대계로 삼아 학교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학생, 학부모, 교원뿐만 아니라 국민, 시민단체, 기업 등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서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매사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확인하는 의식함양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화재, 지진 등 비상시 대피요령, 심폐소생술 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도 꼭 필요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학생’이다. 학생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큰 가치’다. 학교에서 시작되는 안전교육을 통해 생명존중·안전사회 구현으로 밝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한창의 |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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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에서 평생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형사의 피도 눈물도 없는 ‘정의론’에 한 표를 던질 분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죄는 증오할 줄 알지만, 한 인간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는 아직도 자베르의 ‘정의론’이 득세하는 분야가 있는 것 같고, 유독 운동선수에 관해서는 심한 것 같다.

수년 전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국축구 승부조작 파문으로 40명이 넘는 선수들의 선수자격 영구박탈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을 확정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바쳐왔던 축구에 대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FIFA의 깃발이 날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선수는 물론 지도자도 할 수 없는 극형을 선고받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살을 했고, 어떤 이는 강도짓을 해 감옥에 갇혀 있다. 도대체 어떤 일을 저질러야 의사에게 의사자격을 영구박탈하고, 법관에게 법관자격을 영구박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협회 차원에서 내려진 이런 운동선수에 대한 주홍글씨는 너무 가혹한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수영 스타' 박태환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닦고 있다._연합뉴스


초등학교 때부터 실질적인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스포츠에 올인해 성인선수가 된 그들에게 스포츠계를 영구히 떠나게 한다면 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죗값은 치르게 하되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줘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릴 때부터 상명하복의 시스템에서 복종만 강요받아온 선수들이 협회에서 내린 벌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박태환 선수가 국제수영연맹의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가 풀렸지만 대한체육회의 ‘징계 만료 후 3년간 국가대표로 뽑힐 수 없다’는 규정에 리우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건 이중징계가 분명하다. 박태환 선수 때문에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박태환 선수가 아니었으면 이 규정 때문에 얼마나 더 많은 선수들이 이중징계의 부당함을 당해야 했을까’로 고쳐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나라는 학습권을 박탈해가며 엘리트 스포츠를 육성해 국위선양을 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본다.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운동선수들에게도 학습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부상이나 징계 등으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될 때에도 사회 복귀를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들이 받는 벌도 다른 직역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엘리트 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을 아우르는 통합체육회의 출범을 앞둔 이 시점에서 운동선수들의 인권과 징계는 반드시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종훈 | 세종시 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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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산을 올라간 적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20만명이고, 이 중 서울 방문 외국인이 80.4%인 1148만명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12.9%의 성장세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관광객(43.1%)이 가장 많았고, 서울에서 외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장소는 명동(62.4%), 동대문(49.8%), 고궁(36.5%), 남산(34.2%) 순이었다. 남산은 훌륭한 관광요소이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산이라는 자연적 요소가 이목을 끈다. 그러나 현재 남산 관광 패턴은 관광버스를 타고 남산 정상부로 올라가 서울을 조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남산 본연의 모습을 방문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셈이다.

‘여행경력 패턴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여행 경험이 많아질수록 관광지의 문화와 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지며, 문화적 고유성 체험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도하는 단체관광이 몇 년 더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잠재된 관광수요를 위해 남산의 고유성을 강화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방문객에게 열어주어야 한다.

서울 남산 예장자락의 건물 현황(왼쪽)과 새로 조성되는 건물과 보행로의 배치도. 서울시는 22일 예장자락 재생사업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사업 내용을 공개했다._서울시 제공

최근 서울시가 성곽길을 복원해 한양도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은 남산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입증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또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으로 남산과 명동을 연결하는 공원을 조성하고, 관광버스 대신 친환경 교통수단인 곤돌라를 도입하는 방안도 좋다고 생각한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에서 관광버스 주차 공간 확충 방안은 남산을 서울시 관광 허브로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명동·남대문·서울역 고가와의 도보 연결은 남산 주변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남산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스토리텔링 형식의 관광안내 표지판 작성도 필요하다. 앞으로는 한남동·이태원동을 통해 한강으로 뻗는 길이 열려 서울시의 관광 스펙트럼이 훨씬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


추신강 | 중화동남아여행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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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하는 규제개혁이 이제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패러다임을 대폭 수정, 시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론 규제개혁을 말하면서 뒤로는 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우려의 단적 사례인 국가기술표준원 공무원들의 이탈된 새로운 권력 만들기 행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KS인증심사 업무를 표준협회에서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산업표준화법령을 개정해 단체표준인증을 시행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가 있어 기대를 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이런 실망을 안겨준 것은 기술표준원공고 제2015-제246호(2015·7·27). 이 고시는 합법을 가장한 탈법에 의해 단체표준 업무를 담당할 단체와 심사원의 권리를 엄격하게 제한·규제·통제하려는 발상에서 입안된 국가기술표준원장의 권리남용이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폭력 그 자체다.

산업표준화법 제18조에서 심사원 자격 부여 절차 및 심사원 벌칙을 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고, 동 시행규칙에서 명확하게 규정했으나, 별도로 국가기술표준원 고시로 자격 취소 및 정지를 정하고 또한 동 시행규칙에선 심사원만을 정하고 있으나 국가기술표준원장의 임의로 심사원 자격을 신설 운영하고 있다.

겉으로는 단체표준으로 규제를 개혁한다고 하면서, 내용을 뜯어보면 더욱 새롭게 진화된 규제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득권 세력의 집단이기주의이고 꿈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젊고 유능한 예비전문가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담당 주무관은 동법 시행령에서 원장에게 권한이 위임되었기에 시행규칙과 관계없이 고시를 발할 수 있고, 이미 발한 고시는 어쩔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으니 경악할 정도다.

이런 국가기술표준원의 행태와 발상은 이해할 수 없고 구태한 갑질이라 여겨진다. 이런 사례가 국가기술표준원만의 특별한 일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규제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혁한 과제가 하부 기관에서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시행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는지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점검·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규제개혁은 탁상공론에 의한 그냥 보여주기 위한 보고용 ‘Paper work’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이정우 | KS인증심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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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흥사단에서는 아직까지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호칭을 ‘군(君)’으로 부른다. 어떠한 조건과 상관없이 인간을 임금처럼 섬기자는 의미인데 지금으로 따지면 양성평등의 의미와 더불어, 연령이나 직책이 가지는 무게를 떨치고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을 지향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도산은 살아생전 이 평등의 가치를 흥사단원, 나아가 국민들에게 전파하려 했던 걸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직책이 높거나 나이가 많으면 회의나 토론의 자리에서 자신의 주장이 진리인 것처럼 주장하며 제압하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나보다 나이가 적거나 직책이 낮은 자가 아는 척을 하거나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건방지고 무례한 사람으로 여긴다. 의견이 다르다며 토론하려 하는 것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이는 조직, 나아가 집단이나 사회, 국가의 발전을 필연적으로 저해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충분한 토론이 결여되고 쌍방향 의견 개진이 차단되는 시스템에서 갈등과 대립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물며 우리는 지금 왕정에 살고 있지 않다. 한 사람의 왕이 유일하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왕의 신하로서 그의 생각에 복종하는 나라가 아니다.

흥사단 민족통일 운동본부창립_경향DB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아픈 피의 교훈을 딛고 일어선 숭고한 가치이기도 하지만 토론의 자양분으로 평등의 꽃을 피운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엄있게 지향하는 국가의 지도자는 내가 주장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토론하고 설득하는 민주주의의 프로세스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고, 또 그 모범을 보여야 할 시대적 책임감과 엄중함을 갖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대통령의 모습에서는 상대방과 의견을 나누고 내가 가진 신념과 정책을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따라오라는 식이다. 청소년들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밀어붙이기, 할머니들을 더 어이없게 한 위안부 문제 타결, 국민을 울리는 개성공단 일방 중단 등이 이를 방증한다.

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을까. 왜 대통령은 야당과 둘러앉아, 국민과 소통하며 대화하지 않을까. 내 주장이 다 옳으므로 그런 대화와 토론을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고 자신에게 표를 준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에 사인하며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이렇게 하겠냐고 말하면서, 한겨울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겠다는 대학생들,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까


이영일 |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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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및 각 지자체가 상시로 하고 있는 각종 공모전이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공모가 이뤄지고 나면 당선작 발표 등이 감감 무소식인 경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국가브랜드공모전’은 발표 약속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미루었다.

‘국가브랜드공모전’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9월7일부터 11월8일까지 영상·사진·디자인·글·음악 등 5개 부문에 걸쳐 작품을 공모했다. 공모전에는 8700여점의 작품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차 전문가 심사를 거친 96편의 작품들은 12월4일까지 국민선호도 조사도 마쳤다. 지난해 12월 중 시상식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올 2월이 되어서도 홈페이지에는 ‘국가브랜드공모전 최종 수상작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한다’고만 안내해 놓고 있다. 그 전엔 ‘1월 중 발표’가 올라와 있었다. 발표는 지난 18일 오후에야 이루어졌다. 주최 측이 내세운 지연 발표 이유는 ‘각 분야별 저작권 조사 등’이다.

2015년 국가브랜드 경쟁력지수_경향DB

그러나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과연 그런 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는 정부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진행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100편도 안되는 1차 심사 통과작 대상의 최종 수상작 선정이기에 그렇다. 홈페이지를 통해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응당 발표일 지연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하는 공모전을 그렇게 개념없이 진행해선 안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주최(주관) 측 홈페이지를 수없이 방문하는 등 시간낭비가 심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다른 타이틀도 아니고 ‘국가브랜드’를 내세운 공모전인데, ‘코리안 타임’이란 망신살이 뻗쳤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1차 심사 통과 작품에는 외국인 응모작 7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들이 이런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

약속을 잘 지키는 신용·신뢰가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세진 | 전북 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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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앞두고 대학에 다니는 자녀들을 둔 가정의 살림살이는 그 어느 때보다 빠듯하다. 대학 입학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에 놀랐을 것이다.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여만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에 대해 말들이 많다. 특히 대학 신입생들에게만 별도로 부과하는 입학금을 놓고 더더욱 말이 많다.

입학금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립대는 평균 78만원, 국립대는 16만~18만원 선이다.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의 경우 100만원이 넘고, 사립대는 수도권 80만원 선, 지방 60만원 선이다. 그 차이가 엄청나다.

어떤 대학들은 입학금이 없기도 하고 한국체대 9만7000원, 서울시립대 9만2000원, 목포해양대 5만3000원, 한밭대 2만3000원, 서울과기대 2만2000원 등 아주 저렴한 대학도 있다. 문제는 대학별로 입학금이 천차만별인데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입학금이 제각각인 이유는 산정근거나 용도, 성격, 징수목적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 규정이라야 고등교육법의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는 것 뿐이다.

사립대 역시 ‘입학금은 신입생으로부터 걷는 것’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입학금을 왜 받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대학들이 마음대로 책정해도 규제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요즘처럼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시되는 시대에 제대로 된 관련 규정도 없고, 산정 근거나 사용처에 대한 근거도 없이 대학이 입학금을 자의적으로 책정해 받아도 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사용처나 용도도 제대로 모른 채 대학이 엄청난 입학금을 거두어도 교육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단 말인가. 지나친 입학금이 문제가 되자 일부 대학들은 내리기도 했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여전히 등록금 고지서에 합산해 받고 있다.

교육부와 국회는 입학금의 타당성을 따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들도 사용처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합당한 금액만 받든지, 아니면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 한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이 돈을 내라고 무조건 내는 봉이 아니다. 비싼 대학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가계에 입학금으로 부담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


우도형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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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정 불화를 가져오는 모양입니다. 지난 5일 법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명절 이후 부부싸움이나 가정폭력이 더 많이 발생하고, 이를 빌미로 이혼하는 건수가 많아진다고 하네요.

요리사인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형수까지 모두 요리사입니다. 명절이면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서 차례상에 올린다지요. 그리고 그날 맛 평가를 해서 제일 적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설거지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요리가 아니더라도 남자들이 설거지라도 하고, 저녁에 종일 명절음식을 만드느라 수고한 아내에게 전신마사지라도 해준다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부(姑婦)관계는 남자로 인해서 만들어집니다.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을 해도 둘의 다름으로 갈등이 생기는데 사랑하지도 않은 둘 사이의 관계가 좋기를 바라는 건 무리지요.


그런데 고부간에 다툼이 생기면 ‘여자들끼리의 일’이라면서 외면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남편과 자식의 입장에서 곤란하겠지만 그건 매우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없는 상태에서 아내나 어머니가 불만을 말하면 동의하고, 위로합니다. 그리고 어머니나 아내의 마음이 진정되었을 때 차분히 이야기를 하면 별문제 없이 해결이 됩니다.

때때로 어머니를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준비했을 때 그것을 아내의 공으로 돌립니다. 아내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어머니가 당신 주라던데…” 하면서 건네지요. 잘한 건 아내와 어머니의 몫이고, 부족하거나 잘못한 건 나의 몫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런 물밑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세월이 흐르다보면 서로에게 이해하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성근 | 남자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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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외래관광객 맞이로 분주하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법무부는 한류 비자도 만들었다. 한류 콘텐츠를 찾아 한국에 오는 관광객들의 비자 신청 요건을 대폭 간소화하는 것으로, 올 하반기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한다.

여행·면세·유통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형 여행사들은 중국 여행사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고, 면세점들은 ‘한류 면세점’을 테마로 관광객들이 공연과 전시까지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한 유통 대기업은 중국인 개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안내 서비스 앱을 출시해 춘제 연휴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서울관광마케팅 역시 ‘보는 서울’이 아닌, ‘체험하는 서울’을 위한 다양한 관광·한류 체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한류 기획사와 함께 진행하는 체험형 ‘한류 댄스 클래스’는 수요를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SM면세점 서울점 드라마몰에서 중국인 관광객 가족이 개인 휴대폰으로 한류 드라마 세트 스튜디오 촬영을 체험하고 있다_연합뉴스


한류 관광객 수용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짧은 동선 안에서 한류 콘텐츠를 한번에 체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원스톱 한류 체험 인프라’ 확충이 급선무다. 연중 한류 공연을 볼 수 있고 댄스 클래스나 뷰티 클래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며, 드라마 세트장과 관련 제품이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장소도 갖추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관광자원화 사업에 따라 조성되는 ‘여의마루’ 같은 곳에 이와 같은 원스톱 한류 체험시설이 들어가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류는 문화다. 문화가 지속가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삶에 녹아들어야 한다. 한류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두루 포괄하고 또 제안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를 대표하는 서울 스타일, S스타일을 만들어가기를 제안한다. ‘뉴욕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세련되다’ ‘자유롭다’ 등 누구나 비슷하게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한국 관광을 대표하는 도시 서울에도 강하게 연상되는 ‘서울 스타일’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 K팝, K뷰티 등이 가진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해 적어도 아시아 내에서는 서울 스타일 하면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멋지고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자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란다. 또 아는가,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트렌드 세터들이 앞다투어 서울을 찾고 서울 스타일을 먹고, 입고, 마시는 날이 곧 올지 말이다.


김병태 |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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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중국인과 베트남인의 인천공항 밀입국 사건은 통일 시대에 맞는 이민 및 국경안보 정책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의 밀입국에 입국심사 체계가 뚫린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월19일 제주공항은 단체로 입국했다가 종적을 감춘 59명의 베트남인들을 찾아내지 못했다. 김해공항에서도 지난해 11월8일 불법입국한 중국인이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입국심사대가 붐비는 틈을 타서 몰래 빠져나간 것으로 판명됐다. 이렇게 출입국관리의 허점이 드러나는데 정부는 계속 이대로만 있을 것인가.

국제공항은 한 국가의 주권과 보안이 외부세력과 충돌, 접점하는 최전방 국경지대다. 국경지대가 비정규직으로 가득 찬 보안요원들로, 낙하산을 타고 온 수장들하에서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근시안적으로 한두 가지를 고쳐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간 도외시한 테러와 안보라는 과제를 국경관리에 통합 실행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항, 항만 등 국경지대를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국가기관이 필요하다. 국가정보원과 유관 정부부처의 보안팀들이 공항의 보안을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같이 담당하고 있기는 하나,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미국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오클라호마시 폭발 사건, 1994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폭탄 발견,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발 사건 등 9·11 테러 전에 여러 가지 큰 테러의 징후를 겪었다. 이어 9·11 테러 직후, 관련 연방법을 개정하고 22개 중앙 정부부처를 통합, 17만9000명의 정부관리를 한 조직으로 재배치하여 국토안보부를 창설했다. 국경안보, 테러 등 국가 비상시 신속 대응과 유관 정보기관의 기능 통합 및 대처 등이 창설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연 7%의 국방비를 과감히 증액했다. 미국은 국경수호와 안보를 위해 예산과 조직의 대혁신을 기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에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5~10일 인천공항 이용객은 94만여명에 달해 설 연휴 기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_연합뉴스


한반도에서는 세계 최강대국들의 주도권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또한 중국, 북한, 동남아시아 등에서 계속 우리의 국경을 침범, 불법출입국을 일삼았다. 현재의 공항과 항만의 출입국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테러 위협과 불법출입국을 막기에 부족하다. 관련한 부처를 신설해 정부가 직접 국경을 관리해야 국경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다.


문봉섭 |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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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의 결석은 학교를 빠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건강, 일시적인 부적응, 학교거부, 가정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인천, 부천에서 일어난 무단결석, 아동청소년의 폭력과 사망 사건은 좀 다른 것 같다. 그것은 가족, 학교, 사회로부터의 방임, 단절, 소외 등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과거에는 결석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 나타나는 결석은 아동청소년에게 발생하는 문제의 은폐와 방치 신호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징조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까지 CCTV를 설치하는 것처럼 사회가 점점 더 강력한 ‘감시사회’가 될수록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틈이 많다는 것을 방증해준다. 사회적 안전과 보호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의 결석현상 등 아동청소년의 문제는 이전과 다르게 신사회적 위험을 내포하여 방임성, 무책임성, 비가족성, 극단성 등으로 심각하게 점철되고 있다. 특히 가족의 유기와 냉대, 학교의 무관심, 사회적 방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정폭력범죄 검거·조취현황_경향DB


이렇게 보면 아동청소년에게 3가지 결석이 새롭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가족으로부터의 결석이다. 이것은 가족폭력, 학대, 가정붕괴, 반가족적 유대 등으로 따뜻한 가족애와 멀어지고 가정에 소속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학교로부터의 결석이다. 비정상적인 입시와 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학교에서의 폭력이나 부적응, 학업중단, 무단결석, 왕따 말고도 선생님, 친구들, 교육제도로부터 유령인간이 돼버린 상태이다. 셋째, 사회로부터의 결석이다. 기존의 가출, 비행, 사회적 냉대,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것뿐만 아니라 보호 체계와 연결되지 못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처를 위해서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교육, 사회복지의 혁신이 필요하다. 양육권 박탈, 아동보호 체계 확립, 조사의 법적 구속력, 신고의무화, 학교관리 시스템 개혁 등 기존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예를 들면 무단결석 아동이 어떤 상태인지 탈학교 청소년이 어디서 어떻게 있는지도 모르는 국가정책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교육이나 사회보호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 이상으로 공동체, 가족, 학교교육, 양육권, 사회적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빈곤부터 고민해야 한다.

학교에 무단결석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해 지금처럼 무관심하거나 배제한다면 그들에게서 가정, 학교, 사회는 인페르노(inferno)가 될 수밖에 없다. 침소봉대일지 모르지만 방치된 양육과 교육을 신사회적 문제라고 할 때 아동청소년을 사회적 결석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강병노 | 인천재능대 사회복지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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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엘리섬, 자유의 여신상 뒤편에는 박물관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민박물관이다. 이곳은 미국의 역사가 곧 개척과 이민이라는 두 글자로 수렴되듯이 미국의 이민정책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민자들의 기다란 가죽가방, 둥근 모자, 꽉 조이는 듯한 양복과 목도리, 빛바랜 여권사진들이 마치 이민의 자화상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러한 이민의 흔적들은 미국의 다양한 문화와 민족 그리고 언어의 혼합적 정체성을 하나로 일구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간의 보편적 사상과 상식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농경생활의 터전을 가진 민족은 정착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생활공간에 대해 그다지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이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 들어 시대적 변화의 와중에서 우선적으로 자기 민족이든, 또한 타민족이든 세계 각국에서는 인구의 유입이 목격되기도 한다.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에서도 볼 수 있듯이 1800년대 중반 아일랜드의 감자기근 탈출 등 아메리카의 이민사와 더불어,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조선인의 중앙아시아 이주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유대민족이 독립의 기치를 내건 중동으로 몰려들었다. 시온의 나라를 건국하기 위한 그들의 민족적 의지가 강렬하게 불타는 시절이었다. 현대에 들어 유럽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과정에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이 가능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서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이나 발칸반도 쪽에서 올라온 이들이 서유럽의 영국이나 독일 그리고 프랑스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의 시리아 등지에서 올라오는 유민들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 이들이 찾아오는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정착지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조선족의 한국 이주를 언급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다문화의 사회적 기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결혼이나 취업 그리고 이주를 통해 편입되는 과정을 거쳐, 다양하고 차이가 존재하는 현 사회가 역동적이고 국제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정형화된 사고의 틀 속에서, 행동의 범주 또한 경직된 우리 사회의 단일민족 고수는 세계화의 시대적 변화에는 맞지 않는 듯하다. 현실이 원하는 시대상을 구현하지 못하면 제2의 쇄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아시아, 극동 한국의 틀 속에서 과감하게 털고 나오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양한 민족적 구성과 가치를 공유하고 역동적인 한국 사회를 지향할 수 있다면,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자신감과 미래지향적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이 모두는 한국 사회가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


김진환 | 한국방송대 강원지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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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노라 삼면의 바다. 나라의 흥망도 이곳에 있고/ 천고의 충의도 이곳에 났다. 황파노도 잡아차고 나갑시다./ 생명선 이 바다로, 지키자 싸우자 이 바다에서.’ 우리군 최초의 군가 ‘해방행진곡’의 1절 노랫말이다. 3절까지 있다. 2절에는 “충무의 전통” “쇠 같은 결심” “정의의 큰칼” 등도 나온다.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이 노랫말을 만들었고, 그의 부인 홍은혜씨가 곡을 붙였다. 노랫말이 격정적이면서 작사자의 해양수호 의지가 잘 나타난다.

지난해는 광복 70주년이면서 해군 창설 70주년이었다. 하지만 올해 최초의 군가가 탄생한 지 70년이 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48년 8월 정부가 수립됐고, 이어 우리 국군도 정식으로 창설됐다. 해군은 1945년 11월11일 창설된 해방병단을 모체로 하고 육군은 1946년 1월15일 창설된 국방경비대를 모체로 한다. 육군은 광복군을 비롯해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 일본군 출신 등 창설의 기반이 있었지만, 해군 창설을 위한 인적 기반은 어느 것도 없었다. 다행히 독립운동가 손정도 목사의 장남인 손원일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항해학을 공부하고 상선을 타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기에 해군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1945년 11월11일 70명 인원으로 해방병단(海防兵團)을 창설했다. 뜻있는 젊은이들을 모았지만 그들의 사명감을 다지며 부를 노래가 없었다. 1940년 광복군 창설 이후 몇 곡의 군가가 나왔지만 널리 전해지지는 못했다. 사회 곳곳에는 일본 군가가 퍼져 있었고 이들 곡조에 노랫말을 바꾸어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해방병단은 1946년 1월14일 미 군정청으로부터 정식 군사단체로 승인받았다. 손원일 제독은 군가 ‘해방행진곡’을 발표했다. 장병들의 의지를 하나로 뭉치게 할 노래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군 최초의 군가가 탄생한 것이다.

패망 일본군이 버리고간진해造艦廠은 초창기 해군의주요한 산실이됐다. 구러나 공장내부시설을 상인들의 손 에서 지키기위해 해방병단 장병들은 악전고투를 해야 했고 마침대 忠武公艇을 우리손으로 준공하기에 이르렀다(右上 角內는 공장내부시설에 표시한 KCG표지)._네이버 옛날 사진

1946년 6월 해방병단은 조선해안경비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 군정청이 해안경비대(Coast Guard)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식 해군으로의 열정을 담은 최초의 군가 ‘해방행진곡’은 더욱 그 의미가 있다. 우리군 최초 군가 탄생 70주년을 맞아 자랑스러운 우리 군가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정성엽 | 한남대 군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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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남 사천에서 개최된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 착수회의에 참석했다. 향후 10년간 8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되고, 120대의 양산까지 고려하면 20조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연구개발 사업이 첫 삽을 뜬 것이다. 사업 추진에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특히 지난해 말 기술이전 관련 문제로 인해 이 사업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을 때, 여러 가지 오해 또는 우려로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되면 어쩌나 했는데 정부의 적극적 의지와 대국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사업에 착수하게 돼 다행이다.

이번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이야말로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기술과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해 말 기술이전 관련 논란으로 드러났듯이 항공 선진국들로부터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 이상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됐다. 특히 중국이 J-20, J-31을 자체 개발하고, 일본도 스텔스전투기 개발을 위한 기술실증기의 시험비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주변국이 최첨단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며 자국 공군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독자적인 전투기 기술 개발을 미룰 수는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공군 전투기로 '하이택싱(hi-taxing)' 체험을 하고 있다. _경향DB


또한 국내 생산규모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성장한 항공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도 한국형전투기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 국내 항공산업이 현재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은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헬기 등의 개발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정부는 2020년까지 매출 200억달러,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통해 ‘항공산업 글로벌 7’ 진입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한국형전투기 개발사업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논란이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소모적인 시간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위험관리 대책을 세밀화하는 등 사업 담당자들이 좀 더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논란이 많았던 이유는 그만큼 이 사업이 비용적인 측면에서나 파급효과 측면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투기 개발을 위한 충분한 기술 확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고, 한번 지나간 좋은 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시불가실(時不可失)의 격언을 되새겨볼 때이다.


공창덕 |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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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사망 사건으로 국민의 가슴에 큰 멍울이 졌다. 정부와 정치권도 앞다투어 ‘특별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각종 ‘특위’를 통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법의 제·개정을 약속하고 있다.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여 동안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인천 11살 소녀 학대 사건’ 등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동학대 사건이 거의 정기적으로 일어났다. 그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온갖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각종 ‘특별대책’에도 불구하고 아동보호시스템의 사각지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인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관심을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내실 있는 아동보호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낮아지곤 한다. 그러니 특별대책은 그때만 ‘특별’하지 그 후에는 실효성이 없다.

현재 아동학대예방사업 관련 정부 예산과 인력 상황을 보면 기초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알 수 있다. 올해 아동학대 관련 중앙정부 예산은 185억원가량으로 2015년 예산(252억원)보다 약 27% 감소했다. 그 예산도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복권기금’으로 편성된 상태다. 국가의 기본 책무라 할 수 있는 아동보호 기능에 대한 예산의 안정성조차 담보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아동보호서비스 체계의 중심은 전국에 설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그런데 그 숫자는 55곳에 불과하고 각 기관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은 평균 9명이다. 인구대비로 보면 1곳당 담당해야 하는 아동인구는 약 16만명이고, 상담원 1인당으로는 약 1만8000명이다. 이런 예산과 인력으로는 급증하는 아동학대신고에 대한 처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선제적인 예방과 전문적인 통합서비스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인구대비로 보았을 때 적어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100곳이 필요하다. 인력 규모도 1곳당 상담원 20인 체제는 돼야 한다. 또 인력과 프로그램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생색내기라도 하듯 쏟아내는 특별대책이 아닌 꼭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봉주 |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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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중앙정부가 아닌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시·도교육청 소속인 유치원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속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까지 모두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처럼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재정이 부족한 시·도교육청으로서는 자신이 관할하는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먼저 편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시·도교육청의 재정 상태에 따라 만 3~5세의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어린이집에 보낸 경우, 무상교육·보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유아교육법 제2조 제2호)이고, 어린이집은 영유아를 보호·양육하고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영유아보육법 제2조 제2호)의 하나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기능이 유사하고 대상 연령이 일부 겹침에도 각각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또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따로 담당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기자회견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_연합뉴스


이제 영·유아 보육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할 때이다. 이번에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 부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된 것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교육기관’이라는 용어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는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여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교육기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어 유치원만 포함되는 것인지, 어린이집까지도 포함되는지가 모호했던 것이다.

유아교육법상 ‘학교’의 개념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교육기본법 제9조 제4항은 ‘학교의 종류와 학교의 설립·경영 등 학교교육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유아교육법 제2조 제2호는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고 돼 있어, 유치원이 유아교육법상 학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유아교육법상 학교의 종류에 유치원이 유일한 것인지 모호하다. 이에 따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 중 유치원 취원 연령과 겹치는 만 3~5세에 대해서는 누리과정이 시행되고 있어 유아교육법상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으냐는 문제가 향후 발생할 수 있다.

누리과정 관련 법령의 정비 없이는 영·유아들에게 보편적 무상 교육·보육을 제공하겠다는 국가의 의지는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유·보 통합과 법령 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서경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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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을 정하면서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담은 국가브랜드를 개발하고, 아리랑 등 주요 문화유산을 활용해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통 공연예술은 세계 시장 진출을 논하기에 앞서, 국내에서도 각광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도 전통 공연예술계가 활성화할 것 같지는 않다. 국립국악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문화재청 등 여러 기관의 역할 분담과 상호 협업체계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편중도 문제다. 지방 국악원이 부산과 호남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하다. 그 결과 강원, 충청, 경북 지역 전통 공연예술 콘텐츠의 연구 및 활용을 통한 재창조 작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전경_국립국악원 제공

지방 국악원이 없는 지역의 소중한 민속 콘텐츠들이 소멸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기존의 4개 지방 국악원에 대한 평가와 점검이 필요하다.

전통 공연예술이 활성화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창작 및 무대 전문인력 부족, 기획의 빈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 제도권 교육과 전통 공연예술계의 지속적인 재교육 체계 구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고, 대학 과정의 전반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대한 점검과 개혁이 시급하다. 전문인력 양성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통 공연예술계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정부 차원에서 추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전통 공연예술 자원은 문화융성을 위한 기초자원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킬러 콘텐츠로 재창조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그러한 일에 착수할 시기다.


김승국 | 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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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갈등 문제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원수인 바닷물에 고리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는 물에 섞인 오염물질이 아니라 일반 수소를 대신해 물분자 자체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포함한 어떤 정수처리 공정으로도 제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물 안전성’의 문제가 기장군만의 문제인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먹는 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그런 시설이 왜, 거기에 자리 잡았는가”를 보자. 상하수도 시설을 포함해 물과 관련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물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독점 관리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물을 경제성과 품질을 고려해 선택할 수 없다. 그냥 정부가 공급해 주는 대로 쓸 수밖에 없다. 그런 물을 민영화하려는 계획이 물밑에서진행되고 있다. 2010년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국토해양부는 함께 ‘물산업 육성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의 주역인 ㄷ기업의 이름이 해수담수화와 함께 언급돼 있다. 또한 총 1954억원의 사업비 중에 국비, 시비와 함께 706억원의 민자를 유치해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하고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수십개의 지자체가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 단계를 밟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이를 강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해수담수 공급의 강행은 물 민영화 실현 계획의 일부로 봐야 한다.


어린이들이 수돗물을 마시려고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_경향DB


상수도와 같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점적’인 사업이 ‘민영화’가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물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둘째, 운영 노하우나 기술이 사기업의 영역으로 이전되고 자체적으로 발전되어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릴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장군의 사례에서 보듯이 먹는 물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19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은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먹는 물 안전성을 외면하고 고의적으로 페놀을 방류한 범죄였다.

물 민영화라는 간판을 내걸고 진행되는 사업은 없다. 하지만 실질적인 물 민영화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상수 공급 논란은 그 과정에서 핵발전소 문제와 결합해 큰 저항에 부딪혔지만, 결코 기장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안전하지 않은 물을 집 수도꼭지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에 살고 있으며, 기장군민들은 그 구조와 싸우고 있다.


이현정 |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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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숨통을 옥죄었던 경제 제재가 공식적으로 해제됐다. 테헤란 시민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국제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자평하며,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이행일이 도래한 것을 환영했다. 그동안 이란의 숨통을 옥죄었던 경제제재는 공식적으로 해제됐다.

제재 해제를 두고 “후베(Khub-e, ‘good’에 해당하는 페르시아어 표현)”를 연발하는 테헤란 택시기사들의 목소리에는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 엿보인다. 2002년 8월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후, 이란은 서구 주요 국가들의 집중 감시대상이 됐다. 강도 높은 제재로 경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최근 3년 동안 자국 통화인 리알의 가치는 두 배 이상 하락했고 물가상승률은 30%를 웃돌았다.


이란 핵 합의에서 제재 해제까지_경향DB


이란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면적은 한반도의 7.5배에 달하며 지정학적으로 아시아와 유럽, 러시아·독립국가연합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로 평가된다. 인구는 8100만명에 이르는 등 중동 최대의 내수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의 60%가 30대 이하로 구성된 젊은 국가로 양질의 노동력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1위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는 한국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다. 이란 거래에 필요했던 번거로운 절차가 대부분 폐지됐다. 우리 기업은 이제 비금지확인서 없이도 교역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이란은 우리나라의 26위 수출대상국으로 주요 품목은 가전제품, 합성수지, 자동차부품 등이다. 한국산 제품은 선호도가 높으며, 유럽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제재 해제는 닫혔던 시장이 열린다는 면에서 우리 기업에 기회이다.

우리나라는 제재 기간 동안 이란 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경쟁국 진출이 본격화됐을 때 한국산이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란 국민은 제재가 해제되면 사고 싶은 외제 자동차로 독일, 미국, 영국산을 차례로 꼽았다. 한국산이 들어가지 못한 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김욱진 | 코트라 테헤란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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