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국경을 넘나드는 이층버스는 들쥐도 살지 않는 폐가만큼 낡고 퀴퀴했다. 지린내가 담요에서 풀어진 보푸라기와 함께 실내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수도 산티아고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하염없는 직선 하이웨이. 페루의 남단엔 백인들이 훔쳐간 별들이 창공에 촘촘 박혀 있더라. 백인들의 전깃불은 감정 없이 뻣뻣하게 빛날 뿐이지 인디오의 별처럼 그렁거리지도 못하고 일렁거리지도 못한다. 게다가 버스에선 일체의 소리를 아갈잡이하고 틀어놓은 뚱딴지 같은 댄스 뮤직과 잔혹한 할리우드 영화가 고요와 평화를 사랑하는 성숙한 인류를 못살게 괴롭힌다. 친근한 자연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는질는질한 사람 냄새도 없는 직행버스. 그저 억지 잠이나 독서로 모면을 해야 할 밖에. 출발 전에 다박수염을 휘날리며 창문 밖의 공기를 잠시 들이마신다. 아타카마 사막에 멈춰서 두어 밤을 잤던 기억. 맹금과 늑대개가 나도는 그 소읍을 떠나기로 작정할 때까지 밤낮으로 포도주에 반주그레해서 되똥거리며 걸어야 했던 쓸쓸한 여행자.





그런데 고향 가는 버스라는 생각을 가지니 조금씩 정이 드는 것 같아라. 버스는 달리고 광산 기차도 한 방향으로 길을 다툰다. 기차는 길고, 기차는 울고, 기차는 외로이 길을 떠난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기적 소릴 들으며 멀리 아주 저 멀리 떠나고 또 떠나고 떠나네. 외투는 때 묻고 나는 무일푼 신세. 이렇겐 고향에 못가네. 마지막 기차를 그만 놓치신다면 나는 혼자 떠나고 말겠지.” 피터 폴 앤 메리의 노래 ‘500 마일’을 음음~ 불러본다. 외지에서 가난뱅이가 된 출향인은 고향집에 돌아가기가 적이 괴로울 것이리라. 기차 안의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든다. 버스에서도 답례로 손을 흔든다. 안녕! 무사한 여행이길…. 국경을 넘듯 언젠가 우리도 생사의 경계를 넘어가야 할 것이다. 명절에 멀고 먼 고향을 찾아가듯 이 길 위에 후회란 있을 수 없지. 반가운 얼굴을 떠올리면 여행길도 인생길도 힘들지만은 않아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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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영감이 죽고 홀로되면 그 집에서 며칠 외롭지 않게끔 같이 있어주는 할매들. 상갓집 외등이 꺼지고 자녀들은 직장 때문에 서둘러 고향집을 나서도 주민들은, 이웃사촌들은 미망인의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같이 한방에서 밥을 먹고 잠도 같이 며칠 자준다. 안쓰러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리해야 진한 위로라 믿고 한마을에서 오래도록 의지하면서 살아온 분들. 자기를 생각하고 자기를 찾는 순간 사랑의 감정은 흐려지며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행위렷다. 내어주고 베풀고 뜻을 맞춰주는 것. 팔을 마주 걸어 팔짱을 낀 연인들은 얼마나 다스울까. 차라리 더 오래 겨울이었으면 좋겠다는 표정들이다. 힝~ 그것만은 절대 아니 되옵니당.

혼자이지 않으면 그대 바라볼 수 없어 몸은 떨어져 존재하여도 항상 당신은 내 안경 너머 가까이에 알씬거리어 반갑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멀리 떠나시지 않음에 감사드린다. 목관에 들어가 눕기 전까지 자주 만나자던 약속을, 친구들아! 잊지 않았구나. 약속시간 만난 연인들은 팔짱을 끼고 골목마다 독차지다. 누구도 끼어들 수 없고 가를 수 없이 단단한 저 팔짱이여. 그녀가 속삭였다. “이렇게 둘이 같이 죽었으면 좋겠어….”

 

(출처: 경향DB)


아직 쓸지 않은 눈길 위로 귀 잘린 고흐가 시익 지나갔다. 찬바람에 시릴 귀가 없는 당신은 참 좋겠다며 말을 걸어 보았다. 고흐는 별을 그리고 오는 길이라 했다. 뜨거운 고구마에 얼음 서린 싱건지 마신 밤마다 화가는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을 부지런히 그렸다.

그믐밤마다 또 하늘에다가 달을 심는 농부를 나는 알고 있다. 모든 씨앗을 정성스럽게 심고 돌보시는 농부님 덕분에 달은 무럭무럭 자라갔다. 누군가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저리 탐스럽게 자랄 수 없는 법이렷다. 달이 잘 익어 꿀꺽 삼킬 만큼 되면 배고픈 용이 잽싸게 날아오곤 했다. 용이 달을 물면 그 순간 달은 여의주로 변했다. 우주는 용틀임 끝에 새로이 태어나곤 했다. 달의 날, 음력 설날이 코앞이렷다. 만복이 달빛만큼 깃들기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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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과’가 있다는 대답은 유머 일번지 정답이겠고, 새가 있다는 답은 시인의 대답일 것이다. 나는 시인의 답을 정치인이나 학자의 답보다 신뢰하는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흠. 오늘 아침도 나는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소리에 눈을 떴다. 깊은 산중이라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마을까지 내려온 건 배고픔 때문이리라. 마당의 돌들 위에 묵은 쌀들을 던져둔다. 나 혼자 배부르게 잘살면 무슨 재민가.

새란 말은 사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과 땅 사이를 메우는 존재.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우리는 언제부턴가 새와 마음을 나누며 살지 못하는 거 같다. 그래서 하늘의 음성, 하늘의 심성과 멀어진 건지도…. 산촌에 눈이 내리면 가장 반가운 발자국은 바로 새 발자국이다. 오종종 새겨진 앙증맞은 새의 발자국. 아직 풀지 못한 추위보따리가 남아 있을 텐데, 눈 소식이 드물다보니 새 발자국도 자주 못 봐 아쉬운 마음이다.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장 모퉁이에서 바구니에 갇혀 판매되는 새들을 보면 당장 사들여 공중에 날려주곤 했다 한다. 새처럼 날고 싶어 아예 인류 최초로 행글라이더를 제작, 고지대에서 뛰어내릴 계획까지 잡았는데, 제자였던 조로 아스토로가 미완성품으로 도전하다 그만 추락사하고 말았다. 슬픔에 젖은 다빈치는 제자가 새의 영혼이나 된 것인 양 시시때때로 창문을 열어 새들에게 모이를 던져주곤 했단다.

지난 칠팔십년대 군부독재와 싸우다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후 권력이 자본으로 옮겨지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징벌방에 갇히고 있다. 새가 그만 철창에 갇히는 것과 마찬가지렷다. 과격한 건 그들 노동자가 아니라 탐욕에 찬 자본가들이며 주구가 되어버린 권력이 아닌가. 새장과 감옥, 죄인 말고 의인을 가두기도 하는 감옥…. 늙어 방에 갇힌 할매들이 사는 이곳도 감옥이나 진배없다. 이 옥살이는 자기가 밥까지 해먹어야 하고, 보일러도 켜야 한다. 영혼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 때까지 노구는 겨우내 서럽고 고달프다. 하늘과 땅 사이에 승냥이보다 새가, 구속이 아닌 석방의 소식이 더 많길 기도하는 아침이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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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주변으로 거미가 구석마다 돌돌 집을 말듯 오종종 생겨난 가게들을 보자. 영화 <러브레터>에 나올 법한 작고 예쁜 우체국, 낮잠을 주무셔도 될 거 같이 심심한 파출소, 촌티 파마의 지존 샴푸요정 미용실, 떡보 아지매들의 쿵덕덕 방앗간, 검고 징그럽게 생긴 미꾸라지를 놓고 파는 부식가게, 선량한 아재가 하얗게 탄 연탄을 갈고 서있는 카센타, 유일하게 젊고 볼 빨간 멸종위기의 아가씨를 구경할 수 있는 농협이나 새마을금고, 탕수육에 짜장면 곱빼기 아니면 배달조차 안 해주는 중국음식점, 겨우내 화투판이요, 말버릇이 밉상인 복덕방 타짜 아재들, 무더기로 높게 쌓아두고 시음도 국그릇인 인심 짱 칡즙 장수, 다단계 사원교육처럼 일사불란 ‘주여! 삼창’으로 하울링 중인 장로교회, 수북 명물 왕갈비 식당 배부른 돼지가족의 미소까지 온 동네가 무탈한 연초 풍경이렷다.

대로변을 잽싸게 달려가는 허스키는 두정리 장씨네 똥개가 아니런가. 순종이 아닌 잡종이라 똥개라며 놀리지만 허스키는 곧 죽어도 허스키. 어인 일로 굵은 목줄을 끊고 도망친 겔까. 밸 앤 세바스찬의 노래, 눈밭의 여우(The Fox in the Snow) 가사처럼 단지 먹을 걸 찾아 이 먼 곳까지 달려온 건 아닐 테고…. 개들의 사랑, 개들의 연애담, 개들의 마을이기도 하겠구나, 미안 쏘리.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 가까이 시간이 지나갔다. 여우가 뛰듯 날래고 잽싼 시침과 분침. 이스트 한 줌에 주먹만큼 부풀어 오르는 빵이여. 달 또한 그리운 마음만큼 부풀어 오르는가봐. 까치까치 양력설이 아닌 우리우리 음력설이 다가오고 있음이로다. 양력은 서양인들의 시간이고 우리는 수수만년 음력으로 살아왔다. 달빛에 물든 얼굴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겨레다. 달빛에 하울링하는 에스키모의 개 허스키도 아리랑 고개 넘어 이 해뜨는 조선까지 따라왔을 것이다. 밤이면 종종 아랫동네에서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달빛에 북받치는 하울링이다. 처음엔 늑대가 동물원을 탈출했는가 싶었다. “사람들아! 너희도 제발 하울링을 나누어라. 사랑한다고 외쳐라!” 그리하여 지금, 그리움의 하울링을 할 차례렷다. 너무 보고 싶으면 있는 힘껏 달려가자. 도망쳐가자. 쇠사슬을 끊고.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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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두릅 순을 따고 진달래를 꺾으며 다니던 뒷산. 찬 서리에 텅 비어 꿩이나 토끼가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도망치는 소리뿐이구나. 북풍한설이 잠깐 물러나고 훤해진 산길과 들길. 보통 연초가 되면 며칠이라도 등산객들로 이 길이 북적거리곤 하였다. 마음조차 모두 얼어 버렸는지 썰렁한 새해벽두. 죄다들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버린 걸까? 구례로 어디로… 덕분에 고즈넉한 산보를 다녀와 곱은 손을 난롯불에 녹이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아라.

할머니들은 봉쇄수도원 수녀님들 맹키롬(-처럼) 코빼기도 안 비치고 모두 숨어 지내네. 낮부터 테레비가 유일한 낙이요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자, 그런데 그 소리도 조용하다. “당최 보고 싶지가 않아부러. 즈그들만 좋다고 웃고 그라재 먼 내용인지도 통 몰르겄고….”

1월 해오름달, 새해 아침 당신은 어찌 지내시는지. 다만 너무 고독하지 않기를 바란다.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는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노래했다. 이웃동네 구례 청년이 연초에 잠든 우리를 깨우며 타인의 구원을 증거하고 있구나. 마지막 시처럼 우리 안에 가득한 공포와 결핍을 부디 가져가주길….

 


택시 운전과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취직 시험을 준비해온 구례 청년. 대위 계급장이 빛나는 진짜 애국 청년, 가난을 이겨가며 성실하게 살아온 그는 왜 자기 몸에다 무서운 불을 댕겼을까. 치졸한 지역차별, 마비된 신문 방송,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공안 통치, 행복은커녕 안녕도 하지 못한 대다수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 친일매국노들이 쓴 교과서에다 댕겨야 했을 불을 자신의 몸에다 지른 구례 청년의 소식으로 새해 첫날은 아픈 출발이었다.

오늘 벗들이랑 만나 YMCA 빈소에 들러 국화꽃으로 애도하기로 해놓고선 예전 고문당한 뒤 저수지에 시신으로 버려졌던 조선대생 이철규 열사, 전남대 교정 시멘트 바닥에 꽃잎으로 떨어졌던 박승희 열사, 그 이름들이 떠올라 주먹손을 부르르 떨었다. 구례 청년, 두릅 따고 참꽃 따던 지리산에서 한 번은 스쳤을지도 모르는 그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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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을 모아 <기차 여행>이란 선곡음반을 낸 일이 있었다. 그즈음 그리스에 다시 다녀왔는데, 아테네역은 우리 동네 버스터미널만큼 작고 허름해서 정겨운 역이었다. 기차를 타고 나는 사도 바울이 사랑의 편지를 써 보냈던 고린도 동네를 찾아갔다. 아그네스 발차의 목소리로 물리도록 들은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의 그 기차에 내가 타게 될 줄이야.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영원히 기억에 남으리.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네. 우리가 나누었던 시간들은 파도와 같이 멀어지고 밤은 찾아왔는데 당신은 오지 않아라. 당신은 오지 않을 것이네. 비밀을 안고 사라진 당신은 영원히… 기차는 멀리 떠나가고 나 홀로 역에 남았네. 이 슬픔을 가슴에 안고 서럽게 앉아 있네.”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사연을 담은 가슴 아픈 노래다. 우리나라라면 종북 노래라고 아마 일찍이 금지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경향DB)

죽물시장이 성황이던 시절 담양엔 철도가 있었다. 그 흔적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듣기만 했지 보진 못했다. 내 사는 동네까지 철길이 연결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데모를 저렇게 징그럽게 하는지 모르겠네. 월급 편하게 받아먹었으면 되었지….” 터미널 식당에서 남의 일처럼 말하는 영감은 과연 자기 장남이 철도 노동자이고 부득이 파업에 나섰어도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민주사회에서 파업은 모든 성원이 감내해야 할 기본 일상인데….

바퀴벌레를 싣고 달리는 설국열차도 아니고, 기차는 사람을 태우고서 철로를 달린다. 1870년대 푸시킨을 이어 러시아의 동인지 ‘동시대인’을 책임졌던 시인 네크라소프는 노래했다. “민중의 옹호자라는 영광의 길, 드높은 명예는 동시에 독한 폐병과 기찻길 끝 시베리아가 운명처럼 준비되어 있다네. 적대자들이 의기양양하더라도 우리 내부에 있는 힘은 결코 깨트릴 수 없을 것이네.” 선한 의지를 가지고 불의하고 부당한 세상과 싸워나가는 자들에게 바치는 시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용기를 심어준다. 기차는 8시에 떠났어도 우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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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기가 태어났다. 탄일종이 울리고 새들은 축하비행이다. 세상이 암만 어두워도 늠름하게 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달콤한 입술을 나누고, 연말에 그리운 친구들은 따뜻한 말씨로 안부 편지를 나누는 때. 나도 이렇게 당신 앞으로 연하장 하나 부치련다.

내 바로 위로 형이 한 분 계셨는데, 다운증후군 장애인이었다. 형은 아버지가 부임하는 교회마다 골칫거리였다. 교회가 부흥하긴커녕 쪼그라들기 일쑤. 축복받아야 할(?) 목사가 장애인을 낳았다며 캄캄한 데서 쥐떼처럼 수군거렸다. 몇 분은 대형버스까지 구입해 마을마다 샅샅이 훑어가는 읍내 큰 교회로 떠나버렸다. 거기 목사님은 누가 봐도 있어 보이는 거만하고 도도한 풍채였고, 자녀들도 모두 우등생에 말쑥한 차림새였다.

송아지를 좋아했던 형은 만날 송아지가 있는 동네 농가들을 찾아다녔다. 들녘에 엄마소가 묶여 있으면 송아지가 곁에서 뛰놀았는데, 형은 소똥에 주저앉아 냄새나는 바지 차림으로 어두워질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형을 찾으러 다니는 책임자였다. 그래 온 들녘을 헤매고 다니기 바빴다. 어떤 날은 형이 송아지를 따라 주인집까지 가는 바람에 골목마다 뒤지고 다녀야 했다. 어으어으 서럽게 우는 형의 손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미루나무 길. 너무도 멀고 슬펐던, 어찌 잊으랴.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형. 우리 가족 말고는 모두가 외면한 형. 가난하고 서럽고 보잘 것 없는 지깟 것들이 감히 목소리를 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 족치던 유신독재 시절. 우리 형은 존재의 기척 한번 내지르지 못한 채 가여운 생을 마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형을 찾아 세상을 떠도는 운명이런가. 별을 바라보며 순례의 길을 걷는 인생이렷다. 저마다 ‘사람이 된 별’ 하나쯤 간직하고 살 테지. 아기 예수님도 우리 곁에 찾아온 별이 아니겠는가. 만백성 품에 안긴 귀하고 선한 아기별 예수! 안녕들 하시는지 묻는 가난하고 서러운 목소리는 아기 예수님의 울음소리렷다. 부디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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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의 도시>에서 비행사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그대가 때로는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고, 때로는 여기서 우는가 하면 저기서 웃곤 하는 건 모두 힘겨운 생을 치유하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올해 모두 분주히 참 애들 많이 쓰셨다. 울고 웃고 하면서, 아프게 핀 매화꽃부터 서늘한 눈꽃까지 모두 매만진, 굽이치는 세월을 건너온 우리들.


마을엔 간밤 내린 눈으로 순록의 뿔처럼 생긴 나뭇가지들이 새하얗게 손을 흔든다. 아침 기척들로 골목마다 또 한번 수런거린다. “수제 저봄(숟가락 젓가락) 잡을 심도 없이 누워가꼬 있었는디, 산사람 우그로 넘어댕기믄 송장 치룬다등만 그눔의 영감탱이가 밴소 간다고 새복에 어찌나 쎄게 등판을 볼바불고(밟고) 가부능가 암만해도 빙원에 가봐야 쓸 거 같단 말이여라잉.” 허리를 움켜쥔 할매가 징징거렸다. “파스나 한 장 붙이시면 될 거 같은디요.” 엄살 할매에게 파스를 하나 찾아설랑 쥐여드리는데 훌러덩 웃옷을 올리고선 날더러 붙여보란다. 누가 볼까 무서워 얼른 파스를 붙여드렸다. 얼굴처럼 쭈글쭈글한 젖무덤과 살이라곤 한 점 없는 앙상한 등때기. 마른 나뭇가지를 닮은 어머니, 성모님이신 분들…. 큰딸이 사는 리첸시빌 아파트를 니미시벌 아파트로 기억하고, 예술의전당을 전설의고향으로 우기는 귀여운 할매들이 사는 동네. 배고픈 산토끼 말고는 찾아오는 이 아무도 없는 겨울은 외롭고 서럽게 깊어가고만 있어라. 


근질거리는 걸 참고 명미한 산골에서 납작 엎드려 두어 주를 온이 살았다. 간만에 기타를 꺼내설랑 캐럴을 한 곡조 연습했다. 군에 백여가구가 훨씬 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을 불러 맛난 밥 먹이고 캐럴도 들려주고 선물을 한 개씩 나눠줄까 공연 날을 하루 잡았다. 의형제 맺은 스님도 멀리서 찾아와 캐럴을 불러주시겠단다. 동네에서 커피가게를 하는 친구가 이 예쁜 마음을 처음 냈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굴비! 가난뱅이 할매들에겐 굴비라도 좀 선물해 드리고. 이런 사랑들이 모여 마음마다 1도씩만 온도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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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인 줄 알았는데 대륙 먼지라니, 좋다가 말았다. 안개 좋아하는데. 난 숨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어디 콕 박혀 사는 거, 잘 안 보이는 거. 하는 일은 많지만 대체로 나대지 않고 그렇게 살고자 애썼다. 그런데 염소들 한가히 풀 뜯던 들판에 서리만 홀로 하얀 것처럼 무언가 서리처럼 내 마음에 켜켜이 쌓이는 것이 있었다. 오뉴월 한이 서리처럼 내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오월 광주. 옛 도청 앞 분수대 곁에 광주정신으로 빚어낸 최초의 시민자생 예술공간 ‘메이홀’을 열어 그곳 관장 일을 보고 있다. 그래 가끔 행사 있을 땐 축사 한답시고 광주엘 나가곤 한다. 엊그제 쌀밥눈이 훠훠 내리던 날, 치과의사 형이랑 둘이 눈발을 헤치고 메이홀 근처 초밥집에 들렀었다. 쫄깃한 곤약과 유부, 굵은 무가 장국에 익혀진 오뎅국물. 따뜻하게 덥혀 김이 피어오르는 청주 한 잔씩. 팔순이 넘은 주인할매가 삶아온 오뎅 국물을 그 숨기 좋은 골방에서 우걱우걱 들이켰다.

골목마다 리어카에 실려 데워진 오뎅이나 어묵. 마치 광주 5·18의 주먹밥처럼 가난한 행인들의 빈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들. 차들이 뭉개고 가는 소음에도 꼬치 오뎅을 깨문 아이들의 환호성은 간지럽고도 선명하다. 피부에 옻이 벌겋게 오르듯 오뎅 국물을 마신 얼굴마다 복사꽃 피고지고. 생선은 어쩌자며 자신의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내어주어 오뎅이 되었을꼬. 오뎅 한 양푼에 담긴 바다 생선들이 골목에서 골목으로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든다. 눈길에 미적미적 동무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초밥집 골방은 늦은 밤까지 훈훈했었다.

 

뼈를 깎는다는 말이 있다. 뼈란 중심이요 최후의 전부렷다. 마음을 다잡을 때도 허리뼈를 곧추세우는 일이 맨 먼저여야 한다. 닭발도 그렇지만 뼈를 바수어 만든 음식은 서민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요 찬거리. 뜨신 오뎅과 어묵의 겨울이렷다. 누군가에게 내 뼈를 내어주듯 뜨거운 전부를 나누며 참세상을 꿈꾸시는가, 그대. 배꼽까지 따뜻해지는 국물을 나누는 우리들,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아무도 남이 아닌’ 세상. 오! 오뎅 국물 그릇 속에 있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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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나는 지구별 반대편 볼리비아에 갔었다. 그쪽은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겨울이고, 겨울이면 여름이 된다. 그러니까 난 겨울여행을 진작 다녀온 것이다. 이미 첫눈도 봤고, 부치지 못할 편지 사각사각 연필을 깎아설랑 밤새 쓰고 지우고, 당신이 많이 보고 싶었다.

남미에서도 그야말로 오지요 고립된 산동네 볼리비아. 평화라는 뜻을 지닌 수도 ‘라파스’는 체 게바라가 남미의 존엄과 해방을 꿈꾸며 싸우다 죽은 곳이다. 그러니까 체는 여기서 간첩이었고, 외국인 게릴라였다. 세상은 동전의 앞뒤가 바뀌듯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고, 어제의 거짓이 오늘은 진실로 밝혀지기 마련. 가만 있어도 숨이 헐떡거려지는 고산도시 라파스 입구엔 총을 든 체 게바라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처음 반긴다.

 

대통령도 백인의 후손이 아니라 최초로 원주민 혈통 모랄레스 대통령.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대통령. 십알단이 필요 없는 대통령, 안데스산맥 메아리들도 우렁차게 자랑하는 대통령이라며 주민들은 입에 침이 말랐다. 그는 누구처럼 패션쇼가 아니라 평범한 옷차림을 즐기며 낮게 행보한다. 분리와 배격과 불통의 오만이 아닌 진실과 겸손, 화해의 말로 악수를 청한다. 자잘한 문제야 어디라도 있는 법, 볼리비아는 대통령을 잘 뽑아 지금 남미를 통틀어 변화와 전진의 지도력으로 우뚝 서가고 있는 중이렷다.

길고 험한 배낭여행, 참다 못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엘 갔다. 뜻밖에도 북한 대사관에서 가져다준 달력이 걸려 있었다.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기에 물어보진 않았다. 여행자들은 감이 있다. 음식이라는 조국, 어머니가 차려주신 그리운 밥상. 북에선 ‘고향의 봄’이나 마찬가지인 노래 ‘사향가’를 부르며 남쪽 이모가 해주신 음식을 사다가 나눠먹었을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종북이다 괴뢰다 뭐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과 정의, 사랑과 용서만이 함박눈처럼 내려 쌓여 모든 금지선을, 모든 차단벽을, 모든 철조망을 평화로 덮어버릴 것이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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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가 벌써부터 시작되었다. 벌써부터도 아니지. 한 달밖에 안 남은 올해. 이곳 남쪽 사람들 송년회는 부어라 마셔라 무조건으로 막걸리렷다. 갓 담근 김장김치, 막 쪄낸 두부, 팔팔 찌개 하나 끓여설랑 막걸리를 한 순배씩 돌리고 나면 얼굴마다 훈기가 확 피어오른다. “올 한 해 고상들 많아부렀네잉. 한잔 쫙 찌크러부러(마셔). 아따메 냉기지 말고(남기지 말고) 말이시….” 막걸리 주전자에 근심 모두 걷히고, 주막은 밤새 찾는 이들로 북적북적. 야명렴(밤에 빛을 낸다는 전설 속의 발) 발자국들로 가로등조차 무색할 지경.

남녘교회에 머물 때는 성찬예식에 붉은 포도주를 썼는데, 추수감사절엔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대부분 좋아하셨으나 낯을 찡그린 분들도 계셨다. 성경에 써진 그대로 예수님 별명이 술꾼이요 먹보신데…. 암튼 막걸리 좋아하는 목사로 알려진 뒤로 그 좋아하던 싸구려 와인 선물은 구경조차 못했다. 도끼날 같은 눈을 뜨고 와인을 찾았건만 목사관에 입고되는 건 쿰쿰한 탁주가 전부였다.

(경향DB)


막걸리 맛은 동네마다 지방마다 살짝쿵 다르더라. 우리 동네 담양은 댓잎 향기가 흐르는 대대포 막걸리가 대세다. 댓글 말고 댓잎. 댓글 정권의 시름도 이 댓잎고을 대대포 막걸리로 푸는 형국이다. 관방제림 국수골목에서 막걸리 두어 잔 해갈하고 돌아오는 길, 따뜻한 붕어빵도 한 봉지 사서 동네 할머니랑 나눠 먹고…. 숲이 그림자를 키워 어둠이 찾아들면 시름 대신 시심이 깊어져설랑 글도 술술 풀린다. “술이술이 말술이 술술이 사봐!” 친구들에게 우스개 문자도 날린다.

전라도 아가씨가 서울에선 서울 말투를 빌려 쓰는데 주로 “어머머”, 그러다가 길에서 넘어지면 “오메메”가 절로 나오듯이, 막걸리가 ‘일베’ 아니고 ‘일배’로 돌아가면 진한 사투리가 터져들 나오기 마련. 몸은 사람, 머리는 코끼리인 힌두교의 신 가네쉬처럼 술잔을 쭉쭉 빨고, 수염에 묻은 잔금도 털고 나면 부처요 예수인 당신이 내 앞에 앉아 계신다. 이미 이렇게 행복하고 세상을 다 가졌는데, 왜 우린 그걸 모르고 가난하단 투정들인가 몰라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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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뜰에 개나리가 샛노란 꽃대궐이더니 이 가을엔 은행나무가 곱절이나 더 진한 노란빛이로구나. 노랗다 못해 아예 황금빛이랄까. 프라하의 황금소로가 하나 부럽지 않아라. 세상살이가 싸구려 민박집 순례라서 이 정도 누옥에 이 정도 황홀경이면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을 가져야 맞겠다. 천지간 떠돌며 굉장 만장한 볼거리를 찾아다니는데 결국엔 누구라도 어릴 적부터 정겹던 내 나라 내 강산, 익숙한 나무와 풀꽃, 어머니 장맛 젓갈맛에 귀결되고 말리라.

은행나무는 오늘 밤도 친근한 가로수 불빛이렷다. 시방 세계는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주의가 어둠처럼 가득 퍼져 있으나 은행나무와 더불어 생태주의를 지향해야만 별과 인간의 미래가 무탈할 것이리라. 군사 정권과 신자유주의 정권 내내 경제성장과 무한개발, 번영을 목소리 높여 외쳐 왔었다. 경제가 나아지면 행복해진다 약속했고, 국민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공장굴뚝 매운 연기를 코앞에서 뿜어대면 행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강물이 옹벽에 가로막혀 녹조로 꺽꺽 울고 있는데, 녹조 라떼는 그래 맛이 있으시던가? 한편 은행은 우리들을 죄다 빚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전세자금을 꾸고 담보대출로 사업을 해보려는 찰나, 은행의 볼모요 종신 노예로 전락하는 신세다.

 

부디 뱅크 은행보다 은행나무랑 친해지기를…. 은행을 털면 감옥에 끌려가겠지만 은행나무를 털면 혈액순환에 특효약인 열매가 한 바구니. 은행에 적금 붓던 정성으로 이제 은행나무를 심어 가꾸자꾸나. 무뚝뚝한 표정으로 돈을 세던 그 손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매만져보자. 연인들은 은행나무 아래서 만나자며 전화도 걸어보자. “낮에 뭘 잘못 잡쉈수?” 뭐 이런 반응이라면 “은행열매를 구워 먹었더니 시방 요렇고만. 푸훗~”.

이번 주말 지나면 추워진다고 하던데, 은행잎이랑 서둘러 작별인사를 나누련다. 고물고물 하얀 강아지들 닮은 첫눈이 금방 내릴 만추 무렵, 섭섭한 작별이겠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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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바닷가에 파도만 홀로 출렁이는 게 아니더라. 산길 들길 억새가 피면 육지에도 억새 파도가 일어 시도 때도 없이 천지가 찰싹거린다. 엊그젠 절정을 놓칠 수 없어 제주도까지 억새 구경을 댕겨 왔다. 솔껭이 불이 잉글잉글허대끼(솔가지에 붙은 불이 이글이글하듯이) 가슴 가득 뜨거워져 지금껏 식지 않고 달궈진 상태 그대로다. 억새 얘기 말고는 그 어떤 말도 하기 싫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만이 억새를 매만지며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음이렷다.

억새가 볏과에 속한 풀이란 걸 알고부터는 더욱 억새에 정이 갔다. 대부분을 지주에게 빼앗기고 가난했던 농부들, 낱알을 이고지고 휘청대는 듯 풍작인 억새밭. 볏가리로 착시되어 맘이라도 배불렀을 거란 짐작을 가져본다. 밭에서 일하던 남정네, 남자의 ‘남’ 자는 밭 전 자에 힘 력 자. 밭에서 힘쓰는 사람이 바로 남자렷다. 억새밭에 첨벙 뛰어들어 힘썼을 그녀와의 사랑, 게서 가졌을 아이들이 바로 나와 당신이라면 믿어지시는가.

 

(경향DB)

“울떡증(갑갑증)이 나가꼬 막가지(막대기) 앞세워 싸아쌀 나와 봤소.” 몸살기운에 드러누워 계셨다는 갑향댁이 지팡이 짚고서 행차하셨다. 억새 보러 저수지둑이나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넣고도 싶었으나 너무 늙고 병든 내 여친. “쪼까만치(조금) 걷기도 숨차요야. 젊어선 산몰랭이(산마루)도 기냥 단박에 올라 댕갰는디….”

‘시골편지’를 잠시 쉬는 사이 마을에 초상도 몇 번 났고 옛집도 허물어졌다. 굉기하게 촘촘한 철망으로 울타리를 친 사장님들이 아래터에 하얀 양옥들을 지어 살러왔는데 서먹하니 남만 같아라. 정치 경제가 암만 전부인 거 같아도 억새가 핀다고, 억새가 진다고 얘기해 주는 그런 친구가 한 명쯤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아프다고 늙는다고, 억새처럼 머리칼이 하얘진다며 걱정하는 그런 새살스러운 목소리가 인간에겐 꼭 필요해. 민중들 억새밭에서 정을 나누며 ‘불을 내고 일을 내야’ 세상은 바뀌게 될 터…. 일단은 가을 다 가기 전 억새밭에서 한번 만나자꾸나. 여우꼬리 억새가 춤을 추는데 우리도 만정을 나눠봐야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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