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에 해당되는 글 196건

  1. 2014.07.16 평양 냉면
  2. 2014.07.09 조르바 춤
  3. 2014.07.02 옥수수 사람
  4. 2014.06.25 멸치 같은 사람들
  5. 2014.06.18 오! 수국
  6. 2014.06.11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7. 2014.06.04 앵두 보리똥 월드컵
  8. 2014.05.28 선거철
  9. 2014.05.21 숨 쉬는 이유
  10. 2014.05.14 책 읽어주는 여자
  11. 2014.05.07 ‘나무애미타불’
  12. 2014.04.30 동방예의지국
  13. 2014.04.23 노란 리본의 노래
  14. 2014.04.16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15. 2014.04.09 빗물 새는 집
  16. 2014.04.03 솔솔 춘곤증
  17. 2014.03.26 탱고, 무계획, 노랑나비
  18. 2014.03.19 노인과 바다
  19. 2014.03.12 힐 더 월드, 자유의 춤
  20. 2014.03.05 선물 보따리

당신이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하루 종일 욕조가 물을 기다리듯 가뭄에 탄 저수지가 빗물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래도 남녘은 홑적삼 젖을 만큼은 비가 내렸어. 북녘은 푸설거리는 마른 눈이나 맛봤을 뿐. 담양에 살다보니 광양 단양 밀양 양양 영양 정양 함양, 이런 곳이 마치 이웃동네 같다. 거기다 평양을 빠트릴 순 없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겨레의 한 고향 평양. 국가보안법이 암만 시퍼래도 수런대는 수천수만의 밀어들까지 잡아 가둘 수는 없는 법. 평양을 도읍지로 삼고 사는 저쪽에 이러다가 또 큰 흉년이 들지나 않을까. 배고픈 사람들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모국어를 같이 사용하는 동포라면 날씨 예보 들으며 이런 걱정 한번쯤은 해보았겠지. 따뜻한 피가 감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헤어져 이렇게 소 닭보듯 지낼 것인가.


흰 메리야스 차림의 아재가 들녘에 물꼬 보고 오는 걸음새를 보아 하니 매가리가 축 늘어져 있다. 자글자글 햇빛이 끓고 있는 논바닥에서도 더운 바람이 굉장해라. 바닷가 ‘포’나 ‘진’에 오래도록 살다가 뭍 땅 ‘양’으로 이사를 온 뒤부턴 빗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물 한 바가지의 감사함, 두레박을 내리고 퍼 올린 맑은 생수를 허투루 쓸 수가 없다. 하물며 냉면을 먹어도 비빔냉면보다는 물냉면을 찾게 되고, 어디 식사자리에 초대받아 가면 해산물에 덥석 손부터 간다.

면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여름엔 냉면을 자주 먹게 되는데, 힛~ 나는 수북면 면민이라서 면을 아예 기본으로 달고 살지. 부랴부랴 첫차로 일 나가는 노동자. 밤새 마신 술로 토악질을 하다가도 점심끼니 냉면 한 그릇은 수분을 보충해주고 해장을 돕는다. 입맛이 없는 여름 더위엔 냉면이 최고야. 평양 냉면을 자주 먹어야 통일 입맛도 지닐 수 있음이렷다. 햄버거와 피자, 빙수, 아이스크림이 아무리 맛나다지만 여름엔 그래도 냉면이지. 입맛 음식맛이 결국 고향이고 조국이지 않던가. 평양 냉면, 함흥 냉면… 수수만년 즐기리라.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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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숙소에 당신이 묵는 줄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든 여행자. 젖은 태양은 숨어 보이질 않고 장대비만 홀로 눈떠 오래도록 탭댄스로다. 얼른 일어나 같이 춤을 춰볼까. 내 별명은 어깨춤. 월드뮤직 애호가들은 떠돌이별이라 하고, 성격이 까칠해서리 까실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어깨춤이란 인디언식 이름이 가장 맘에 들어. 이 별명을 갖게 된 계기는 <그리스인 조르바>렷다. 영화에선 앤서니 퀸이 조르바로 분해 덩실덩실 춤을 췄지. 무위에 이른 초탈한 춤을. 한평생 조르바 춤을 추며 살고픈 게 소원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면서 똑 부러지게. 한껏 자유롭게. 누구 지시 받고 지령 받는 하수인 노릇은 죽어도 못해. 예수님도 부처님도 내가 좋아 따르는 것이지 속박하고 조종을 하시겠다면 당장 삼천리나 도망가 버릴 테다.

비가 계속되니 방에서 조르바 어깨춤을 추며 요가 운동. 칠레 영화 <글로리아>를 봤는데 주인공으로 분한 폴리나 가르시아가 ‘글로리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끝장면을 잊을 수 없다.


고달픈 이혼녀가 조르바처럼 당당히 춤을 추게 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 로라 브로니갠이 부른 추억의 팝송 글로리아, 그 디스코 음악에 막춤을. 가끔씩 ‘퐈이야!’ 폭탄이 터지는 소리 같은 것도 재밌고. 절대로 안 잡히는 구원파 두목님 현상수배 벽보에 새겨진 야릇한 입꼬리, 청문회장에 선 재테크의 달인들 염치없는 썩소. 수백 벌 맞춤옷을 자랑하는 패션여왕의 근엄한 미소도 글로리아 춤을 추는 참자유의 환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만일 뿐.

우산을 쓴 할매들이 매스게임 춤을 추며 지나가고, 그 뒤로 버얼건 흙이 빗물에 튀어 춤을 추고. 말라깽이 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마실을 나가는데 꼭 클럽에 춤추러가는 여자애 같아. 괜히 주눅 들지 말고, 억울한 눈물만 흘리지 말고, 촛불아! 정의의 춤을 추렴. 별들아! 4대강 썩은 강물에 떠서 소생의 춤을 추렴. 조르바 춤을….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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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씨이익, 영감은 싸아악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면 금니 틀니도 덩달아 더글더글. 금테를 두른 틀니를 꺼내어 물에 씻고 난 다음 다시 장착. 오만가지 수다를 와르르 쿵쿵 쏟아낼 때쯤 하늘도 입을 벌려 후드득 장맛비를 쏟아낸다. 이빨이 빠지면 옥수수가 털렸다고 우스갯소리로 그러는데 옥수수가 다 털린 할매와 영감. 잇몸과 틀니를 동원하여 가까스로 호물짝거리면서 옥수수를 드시는 모습은 애처롭고도 숭고하여라.

시방 밭에는 옥수수가 실하게 여무는 중이렷다. 그것도 물컹물컹 어르신들이 드시기 편한 찰옥수수가. 잉카 마야 전설에 의하면 신이 처음 인간을 창조할 때 흙이 아니라 옥수수를 찧어 이겨 그 반죽으로 우릴 만들었다지. 그러니 옥수수 이빨도 틀린 말이 아니겠네 뭐.


나 어려서 자랐던 동네에 옥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 집이 째지게 가난하여 옥수수와 감자로 끼니를 주로 때웠다. 나를 오빠 오빠아~ 따르면서 좋아했는데, 목사관에서 고봉밥과 달걀 반찬을 얻어먹고 돌아가는 날엔 더 아양스럽고 길다랗게 오빠아~를 불러젖혔지. 옥수수를 보면 그 아이 배고픔이 문득 생각이 난다.

옥수수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 나눠 먹으면 엄마는 항상 끄트머리 꽁지. 굵고 토실한 알갱이는 자식들을 먹였다. 당신의 어머니, 할머니, 증조와 고조할머니… 옥수수로 당신이 지음 받고 길러졌음은 정녕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옥수수를 쪄놓고 기다리시던 부모님. 옥수수대만큼 키가 자란 자식들을 대견해하던 그분들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 할매들에게 옥수수를 가끔 대접받고, 나눠 먹자며 한 토막 건네실 때는 가장 굵고 토실한 부분을 안겨주신다. 어머니의 사랑이렷다.

금니로 살짝 웃으시며 옥수수로 성체분병. 핵이빨로 물어뜯는 축구선수 수아레스보다 더 옥수수를 꽉 깨문다. 깨물어주고 싶게끔 사랑스러운 당신. 누런 옥수수 피부를 가진 내 님, 옥수수 사람이여. 나는 어느덧 옥수수수염까지.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턱에 하얀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어째!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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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날이 잦아 쌀독에 벌레가 났는데 마당에 널었더니 새들이 훔쳐 먹고. 잠깐 나갔다오니 소낙비 맞아 못 먹게 되고. 쌀독이 바닥이 나서 국수나 한 그릇 끓였다. 손 쉬운 라면은 있으면 꼭 먹게 돼 사놓지를 않는데, 궁상맞은 독거생활 주제에 건강까지 챙긴다고 비웃으시겠네. 귀찮더라도 멸치로 국물 우려내어 국수 한 그릇. 열무김치도 잘 익어서 양대 국물로 속이 간만에 편안해졌다.

삼치, 참치, 갈치, 바닷물고기들 속에 새끼손가락만한 멸치가 살고 있다. 고래가 새우만 먹는 게 아니라 멸치도 먹는데, 멸치떼가 좋아설랑 우리 해안에 눌러 산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더라. 심지어 먼 바다에서 멸치를 즐기는 멸치 고래라는 이름을 지닌 고래도 있단다. 원무를 그려 춤추면서 고래를 희롱하기도 하고, 거대한 모양으로 고래에게 위협을 주기도 한다. 뭉치지 않으면, 단결하지 않으면 멸치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나도 여름엔 맥주 술고래. 친구들이랑 시원한 맥주를 즐기는데 안주는 고추장에 찍어 먹는 멸치 안주가 최고렷다. 베를린에서 잠깐 지낼 때 루터교회 친구랑 죽이 맞아가지고 만날 맥주로 밥을 대신했었다. 고향 어머니가 챙겨주신 멸치와 고추장에 반한 키다리 친구는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해 하더라. 이제 다시 먹을 수 없는, 어머니가 챙겨주신 멸치와 고추장.

죄 고만하고 풍성하지 않아 보여도 짭짜름 고소할 뿐만 아니라 깊은 국물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될 멸치. 우리네 진솔한 민중들, 무리지어 오가는 서민들…세상에 국물 맛을 내는 멸치 같은 친구들. 속이 훤히 다 보이는 투명한 멸치. 거짓됨이 하나 없이 투명한 몸으로, 멸치는 시방 바다와 육지에서 떼를 지어 움직이고 있음이렷다.

나는 오늘 당신을 멸치라 부르고 싶다. 고래를 전혀 부러워하지 않는 멸치. 고래는 멸종할지 모르나 멸치는 쉽게 꺾이지 않아. 웃고 울며 단결할 때, 한 무리 한통속일 때 멸치는 절대로 지지 않아. 깨어있는 시민들처럼 대오를 갖춘 멸치로 바닷속은 오늘도 짱짱하게 대치 중이다.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짠맛까지도 멸치의 공덕이 아니겠는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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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지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거리응원단까지 ‘대-한-민-국!’ 함성이 드높은 때다. 하지만 우리 동네 주민들은 딴 세상 사람들 같아. 성령을 한번 받아보려고 멀리 읍까지 새벽부흥회 나가는 교인들이나 꼭두새벽 움직이시지 대부분 천근만근 무거운 몸뚱어리들. 전파가 잘 잡히지도 않는 테레비를 붙잡고 브라질 시간대에 맞춰 ‘고오오올~’ 연호할 만한 기력조차 없음이렷다. 게다가 슬로 시티 담양에 사는 즐거움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늦잠은 기본이고 낮잠은 보너스. ‘한국’은 친일파 잔챙이들이 여태껏 재물과 권력을 싹쓸이해가는 슬픈 나라의 이름. 다행스럽게도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산골짝 마당은 순결하고 정결한 ‘수국’의 나라. 6월 민주항쟁의 화이트칼라처럼 말쑥하게 차려입은 수국은 온 세상 사람들이 환히 웃는 진일보한 하루를 힘차게 응원하는 거 같다. 한국만큼 수국은 아름답고 소중한 이름. 물국화 수국의 나라에 장마구름이 몰려오고, 나와 당신은 경이로운 자연을 경배하며 찬미한다.



“모든 것에 경이로움을 깨닫는 아이처럼 항상 주변 세계에 관심을 갖기를. 그리고 작은 풀과 꽃떨기부터 저 멀고 먼 행성에까지 모든 피조물을 향한 사랑과 경배의 마음을 가지라. 그래야만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인디언 모히칸족)

수국 꽃이 만개하는 이맘때는 하늘이 장맛비를 몰고와설랑 원도 한도 없이 물을 쏟아부어준다. 바닥까지 드러냈던 저수지도 수국 덕분에 만수가 되고, 애타던 채마밭도 수국 덕에 해갈의 기쁨을 얻게 된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나는 수국처럼 갈증에 시달려 물통을 항상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무조건 ‘신가스 아구아(맹물)’를 확보해 놓아야 안심이 됐다. “물 좀 주소! 목마르요….” 한대수 아저씨처럼 괄괄거리는 목소리로 만날 물타령이었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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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 이른 더위. 못자리 물을 흠씬 받은 논에는 개구리들이 장엄미사 대합창. 당신은 들에서 검게 익어 ‘켄터키 옛집에 햇빛 비치어 여름날 검둥이 시절’. 밭은 있는데 논이 없는 나는 농부랄 것이 없지.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푹푹 빠지는 무논에 마음만 같이 부려놓고…. 어릴 적 아버지는 농사꾼 교인들 집집마다 다니며 일손을 돕고 그러셨다. 농번기 방학이 있었는데, 나도 아버지 따라 동네 다니며 모도 심고 들밥도 얻어먹고 그랬지. “목사님이 도와주싱게로 올해 농사는 해보나마나 대풍이겄재라. 마니마니 자시쇼잉. 여보! 겨란 후라이라도 조깐 부채오재 그랬능가. 우리 의진이 먹을 것이 없네잉.” 동네 아재는 들밥 위에다가 침을 잔뜩 튀기며 일장 연설로 부산을 떠시고…. 식초 맛이 싸아~하던 오징어무침, 꼬신 냄새가 진동하던 누룽지 밥. 들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고 먹었던 그 들밥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시간이 멀리 흘러 내가 이제 아버지의 그 나이로구나. 혼자 된 분들 논밭은 뭐가 하나씩 부족하고 야물지가 못해 거들어주고만 싶은데, 내가 무슨 아는 게 있어야 면장을 하지. 그저 길가다 말 신청이나 살갑게 걸고, 정다운 사람들 고추 몇 개 쥐여주면 얻어오는 재미. 달라이 라마 스님의 가르침대로 살고픈 여기 한 사람.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는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누구에 대해서도 나쁜 생각을 갖지 않는다. 또한 나 자신보다 이웃을 더 많이 생각하고, 남이 나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들이라고 여긴다. 나는 늘 타인에게 행복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달라이 라마, ‘용서’)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담장 너머로 흘러나오자 따라서 불러보는 오후.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하르르 꽃잎이 지는 날, 사람이 그리워 문밖으로 나간다. 나비도 나를 따라 들길을 따라오고…. 황혼에 기운 사람들 곁에 다가가 “손을 꼭 잡았소”. 달차근하고 정겨운, 당신께로 향한 길.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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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코앞이다. 나 또한 축구협회에 불만이 매우 많아. 요샛말로 축피아. 그래도 수북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조기 축구를 비롯하여 유소년 축구교실 애들까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 작년 여름, 남미오지여행 고생 끝에 브라질에 입성했는데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그 동네 ‘노는 아이들’과 공도 찼다. 알랑가 몰라. 나 그런 몸이셔. 개인적으로 야구를 정말 좋아해서, 특히 폭포수 커브 김진우 투수와 부처님 작은아버지 한대화 수석코치님 광팬이라서(사인볼 부탁해요)… 그래도 야구만큼 축구도 세상에 꼭 필요한 재미 하나 아니겠는가.

스포츠에 빠져 세상사 모두 잊을까봐 걱정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살아있는 시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정치 문제들, 그러려면 예선 전패하고 빨리 귀국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 “마약 중에서도 가장 선동적인 마취제 ‘성조기여 영원하라!’ 노래.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설교, 국기를 늘어뜨린 관,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운구대원… 대중을 좀비로 만드는 데 이만한 것은 없지”(필립 로스의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서)… 애국심이 비뚤어지면 나치 같은 괴물을 낳지. 그렇지만, 하지만, 박주영 선수의 기도를 이제는 하느님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어. 구두쇠 짠돌이 하느님.




아이들이 드문 동네엔 공이라고 하늘에 뜬 낮달과 태양뿐이로다. 젊은 축에 끼는 국씨 아짐씨 젖가슴은 축구공에서 야구공으로 아니 탁구공으로 변한 지 오래되었고. 전쟁하듯 지방선거를 치른 분들도 축구공처럼 둥근 마음을 가지고 상대편을 품어가야지 어쩌겠누. 한동네에서 같이 살아가려면 그 수밖에는 길이 없어.

뜰에 ‘둥글게 둥글게’ 앵두가 열렸다. 나와 새들이 앵두를 가운데 놓고 한판 월드컵 경기 중. 잠깐 한눈판 사이 앵두는 새들의 것이고, 공격수처럼 날쌔게 다가가면 뒷걸음질을 친다. 남녘에선 ‘보리똥’이라고 부르는 보리수나무 열매도 산새들이 차지하려고 난리. 연전연패. 에라~ 열매를 모두 따다 술을 담가 버릴까. 아서라. 이 주정뱅이 목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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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처음 보는 생경한 얼굴부터 정치판을 오랜 날 기웃대온 면면들까지 시골동네도 온통 울긋불긋 현수막 물결이로다. 길가로 하얗게 한들거리는 마가렛 꽃떨기가 그래도 내 눈엔 젤 먼저 들어온다. 정치판에서 순결하고 순정한 꽃떨기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마가렛 꽃떨기처럼 수줍고 환한 미소를 가진 정치인을 하나 만나고 싶다.

현수막 중에는 일면식 정도가 아니라 벗하며 지내는 이름도 더러 보인다. 다행히 내가 인연한 정치인들은 정의감과 봉사정신이 남다른 분들이시다. 보통 속물들이 권력맛을 보려고 정치권을 맴도는데, 이번에도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의 분별심을 믿어 볼밖에.


그동안 잘 해온 정치인에게는 격려와 함께 다시 한번 기회를 주어야겠지만 비리와 부정을 일삼은 구태세력, 추태 정치인은 당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할 것이리라. 건강한 대안세력, 참신한 인물들로 지역마다 골골마다 사람 사는 맛이 돌았으면 좋겠다. 말뿐이 아닌 새 정치, 퇴보가 아닌 진보정치를 진정 보여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주인을 무는 개에게 정치를 맡길 것이냐, 온기 있는 피를 가진 이에게 미래를 맡길 것이냐 선택의 날만 남았어라.

논밭에 스미지 않은 채 양철지붕에서 부서져 그만 먼 바다로 휩쓸려가는 빗방울도 있음이렷다. 암만 생각해봐도 생활정치에 무관심하고 그 바닥을 혐오하면서는 좋은 세상을 당겨올 수 없을 거 같다. 검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으려고 높은 하늘을 나는 새일지라도, 배가 고프면 어김없이 땅으로 내려와야 하는 법. 땅의 사람들 곁에 스며들어 상생하는 정치, 인간 세상 산적한 위기를 해결해주는 희망의 정치. 투표는 살기 좋은 세상의 시작임이 분명하겠다.

“누구 찍을라요. 정해는 놨소?” 할매들이 내게 물어온다. 다짜고짜 “김대중 노무현은 몇 번이라요?” 묻기도 한다. 나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장군은 몇 번이라고 가르쳐주고선 씁쓸히 웃고 만다. 군수와 시장을 뽑는 선거인데도 여전히 탱크와 군홧발 소리가 아프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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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택씨 상춘씨 하고 부르다가 나는 수박씨 참외씨 옥수수씨 호박씨 이렇게 또 당신의 이름을 달착지근하게 불러본다. 씨앗은 먼 훗날의 재회 약속. 그래서 수채통이나 콘크리트 바닥에 뱉어버릴 수 없음이다. 당신은 어디다 씨앗을 뱉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흙 마당이나 밭에다가, 아니면 들길을 걷다가 적당한 땅에 툭 뱉어낸다. 새들이 물어가고 남은 씨들은 더러 갸륵하게 뿌리를 내리기도 하더라.

세상에서 가장 빨간 속살을 지닌 수박과 노란 리본을 단 원피스를 걸쳐 입은 참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계절 연속극. 이맘때쯤엔 냉장고에 아껴둔, 얼음이 살짝 언 다디단 식혜 한 그릇도 일미 중의 일미렷다. 알사탕처럼 둥근 달빛 아래 모여 식혜 맛을 즐기는 조선 사람들, 진짜 “으리집 으리음료 신토부으리…” 달달한 맛은 어쩔 땐 당신의 입술보다도 더 달달달.




요새 세상은 단물이 쏙 빠지고 쓴물과 짠물로 고약한 형편이구나. 세월호 아이들이 무지개 나라로 떠난 이후 설탕물 대신 쓰디쓰고 짜디짠 맛들 천지로다. 죄책감이 들어서도 단물을 멀리하게 되고…. 바늘을 찔러봐라 꿈쩍이나 하나 그토록 차갑던 철의 여인이 눈물까지 보이고, 미개한 국민을 지도 편달 중인 개화된 누구께옵서도 짜디짠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면….

5·18을 맞아 메이홀에선 한겨레 만평의 만화가 박재동 샘의 시사만화를 총망라 전시 중이다. 전시 제목을 내가 잡았는데 ‘숨 쉬는 이유’라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눈, 따뜻한 행동, 손에 손 맞잡은 다디단 인연들 덕분에 이나마 숨 쉬고 사는 것이리라.

둘러앉아 수박화채를 나누어 먹고, 노란 리본 참외도 깎아먹고, 항아리 얼음 식혜로 입가심하면서 단맛의 세상을 즐기고 싶어라. 유채꽃밭 아카시아 꽃산을 헤집고 다니는 꿀벌처럼 단 거 없인 못살지 못살아. 다디단 사람, 당신의 이름에 씨자를 붙여 마치 씨앗인 것처럼 상냥하게 불러주고 싶어라. 아무개씨, 항상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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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날 월드뮤직을 소개하는 방송일로 중남미를 떠돌다 왔다. 그래서 만날 그쪽 동네 음반만 챙겨 들었는데, 이제야 정신이 좀 드나 전축 곁에 다른 대륙 가수들, 고전음악, 재즈 음반들도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어디를 가든 음악을 낮게 켜두고 책을 읽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목사라도 자비량으로 여태껏. 가뭄에 콩나듯 몇 푼 생기면 대부분을 책과 음반 구입에 쓴다. 생선이라도 하나 먹고 싶지만 꾹 참고 몰빵. 좋은 글과 음악에 한없는 감동이다. 남의 그림 구경하러 다니다가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젠 도화지와 물감 없이는 못 산다. 여기 시골편지 삽화도 우스꽝스럽지만 내 솜씨.

레몽 장의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에선 이런 명함이 등장한다. “젊은 여성, 가정방문하여 책을 읽어드립니다. 여러 가지 시와 텍스트 문헌, 기타 서적”… 어릴 적 나도 집에 찾아와 책을 읽어주는 천사가 있었다. 긴 머리를 곱게 땋은 스물몇살 주일학교 선생님. 소매가 늘어나도록 동화책을 읽어 달라 졸랐었다.

목사님이었던 아버지는 밤마다 또 성경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나는 상상력으로 가득차 꿈이 온통 성경 속의 주인공들로 마블시리즈나 진배없었다. 밤마다 꾸는 꿈이 벤허, 십계, 쿼바디스 같았다.



아이들 머리맡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 외로운 할머니는 테레비와 라디오가 밤새워 말벗이 되어준다. 영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랑 노래와 얘기들이렷다. 사람들이 저 번잡한 관계망에서 놓여나 호젓해지고 느긋해졌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책 읽어주는 여자와 남자이길. 한 장의 음반 선물로 그의 침소에 밤새 속삭임이 되어주길. 우리는 ‘영혼의 안전’을 위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겠다. 책을 읽는 백성이라야 산다.

“음악이 있는 곳에 나쁜 사람은 없다.” 쿠바의 속담이란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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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 걸린 글귀가 비구름처럼 글썽거린다. “그동안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봄꽃이 가을꽃보다 일찍 지듯 눈물이 바다보다 먼저 짠맛으로 흘러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걸 잃고 난 뒤, 맑은 국물에 소금이 풀어지듯 미래가 삽시간에 녹아 사라진 걸 안 뒤에야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다네. 손에 잡았던 것, 귀하게 알고 아꼈던 것들. 이런 모든 걸 잃고 난 뒤 사랑 없는 풍경은 참으로 황량만 하여라.” 팔레스타인의 시인 ‘나오미 시하브 나이’의 시를 베껴 적은 공책을 살짝 뒤적여본다. 송화가 핀 솔숲 그늘 아래 담요를 깔아놓고 소풍을 즐겼다.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Plaisir D’amour….”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로 듣다가, 트윈폴리오의 번안곡으로 듣다가…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랑의 슬픔만 영원히 남았네. 어느덧 해지고 어둠이 쌓여오면 서글픈 눈물은 별빛에 씻기네. 사라진 별이여 영원한 사랑이여. 눈물의 은하수 건너서 만나리. 그대여 내 사랑 어디서 나를 보나. 잡힐 듯 멀어진 무지개 꿈인가….”




고추밭 토마토밭 채전밭의 어린 것들에게 때마다 물을 흠뻑 준다. 작은 호롱불빛처럼 야생화도 피었는데 덤으로 너도 “옜다!”. 텃밭과 꽃밭을 오가면서 비중을 어떻게든 꽃밭으로 두려고 하는데,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니깐. 가난하지만 행복한 내 사랑 내 밭작물들.

“문복쟁이(점쟁이) 제 사주 못보대끼 촌에 산다고 죄 농사를 잘 짓는 건 아니재라. 안쓰러지게 맹기라줄라먼 대에다가 꽉하니 잡아 묶어야 써요. 그라고 물 보타 죽지 앙커코롬(않게끔) 유제(이웃)만 믿지 말고(내가 집을 자주 비우니 밭작물 염려되어 가끔 물을 주시고는), 신경 제깐 쓰고 사쑈잉.” 비중을 텃밭으로 당겨주는 할매의 일성. “고추 하날 키워도 이라고 심(힘)이 든디 하물며 아그들 키우는 맘은 으짜겄소. 꽃도 못피워 보고 일찍 가불믄 그 애미 속이 젓갈 속이겄재. 아이고 나무애미타불.” 그래 아미가 아니라 애미겠지. 우리 동네 할매 부처님은 요새 부쩍 나무아미타불을 입에 달고 사신다. 아니 나무애미타불을….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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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새로 뽑힌 이장은 사람들이 있건 없건 “야 의진아!” 하면서 막 하대를 해대는데 목젖이 부어오를 정도다. 엊그제는 “이 시발 놈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친근함(?)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나도 나잇값 못하고 살지만 열 손가락 몇 번 흔들어야 하는 연령대인데… 흐~ 쥐뿔만한 완장으로 똥폼을 잡기 위함일 게다. 어이 상실, 귀여운 울 동네 이장님.

내가 형이라고 다정히 부르는 사람은 진짜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말을 내리고 편히 하대하는 동생도 정말 몇 되지 않아. 강의 나갈 땐 어린 학생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했다. 어린 제자일수록 귀하게 공경하여 모시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그럼 버릇없어진다고? 보고 배우는 것일진대 어른이 버릇없으니 아이들이 따라서 버릇없어지는 거겠지.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쪽에선 무조건 반말인데 나는 “자네는 어떠신가”. 정말 마음이 가까운 사람 아니면 애 엄마, 애 아빠가 된 벗한테 함부로 말을 내릴 수 없음이다. 동갑내기에게 높이며 대하는 게 남들이 봐선 친하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적당한 거리가 느껴져 두고두고 좋다. 어느 철없는 대안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어른을 친구로 대하라며 교내에서 선생님에게 반말 짓거리를 한다는 얘길 들었다. 외계인들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그러려면 모두 높임말을 써야 맞지. 별의별 사이비 대안이 다 있구나 그랬다.

사람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진 세상. 목숨과 인격이 먼저가 아니라 가진 재물, 알량한 삼일천하 권력이 망나니 칼춤을 추는 세상. 먼 나라 대통령은 검정 정장을 차려입고 애도를 표하러 찾아왔는데 눈물 콧물 국상 중에 상주가 밝은 하늘색 옷차림이라니. 변명이랍시고 하늘색은 창조, 도전, 청운, 꿈, 미래, 젊음, 도전, 긍정, 영생의 의미라던가. 구둣발로 아이들 거처하는 방에 터벅터벅 들어가는 북쪽 나라 장군님 또한 한 치도 뒤지지 않으시고…. 구원인지 십원인지 구원파 교주는 예의 없이 모세 할아버지를 세모라고 성까지 갈아버리지를 않나. 헐! 진짜 답이 없네. 허울뿐인 동방예의지국에서 속이 까맣게 탄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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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들판 숨 가쁜 골짜기 어머니. 시름의 바다 건너 선창가 정거장엘랑 다시는 나오지 마세요 어머니.” 김남주 시인의 ‘편지’란 시에는 남녘땅 선창가의 안타까운 이별이 그려지고 있다. 미개한 게 아니라 순수해서, 교활하고 약삭빠르지 못해서, 너무나 느리고 착해서 만날 빼앗기고 만날 당하고 선창가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바보 같은 우리네 어머니. 그 어머니에 그 아들 그 딸인 우리네 선량한 이웃들….

노란 색깔 리본을 친친 감은 떡갈나무에 우리들 이름도 빠짐없이 적혀 있음이겠다.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임이 돌아올 때 식별이 가능하도록 떡갈나무에 매어둔 노란 리본의 노래가 고딩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목소리처럼 흥겹게 춤을 추는데, 돌아오마 약속하고 떠났던 아이들은 목소리마저 까마득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일주일, 아니 보름, 한 달이라도 정녕 뜨거운 피가 도는 사람이라면 생환의 기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요전날 서울 간 김에 <한공주>라는 제목의 영화를 늦은 밤 웅크리고 구경했었다. 선량한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영화는 절대 안 보겠다 다짐하면서도 꼭 그런 영화를 굳이 찾아서 보게 된다. 상처 입은 고딩 ‘한공주’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어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끌고 거리를 헤맨다. 갈 곳 없어 찜질방으로 어디로 떠도는 공주가 찾아올 수 있도록 집 앞에 노란 리본을 달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끝내 아이가 강바닥으로 뛰어들어 인어처럼 사라져갈 때 나는, 공주 그 가여운 가시내를 구하려고 캄캄한 극장에서 덥석 손을 내밀었다.

노란 장미꽃이 핀 내 산골집엔 어디 다녀오면 새들이 주인 행세를 하며 환대의 인사로 아카펠라 노래를 불러준다. 꽃이 피는 집을 새들도 좋아해. 흙은 그립고 보고파 “흑흑흑” 운다고 흙인데, 당신의 몸은 가루가 되고 흙이 되어 이렇게 눈물로 꽃을 키우는가. 새들이 꽃나무 그늘 아래 노래를 불러주는 집, 노란 리본을 걸어둔 집집마다 당신이 어서 찾아가주길.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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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느님 말씀 이전에, 침묵이 있었다. 세상의 고요는 착 가라앉은 아침 안개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시골 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조용한 것이 즐거운 것인가 반문한다면 딱히 답을 드릴 말은 없다. 하지만 ‘즐겁다’란 표현은 ‘좋다’는 말보다 더 적극적인지라 대뜸 고집하고 싶다. 사람도 죽으면 고요로 돌아간다. 모든 죽음은 고요 속에서 참 안식을 누리게 된다. 되돌아갔다, 되돌아가셨다, 어디로? 고요함으로… 집터 닦는다고 기계소음이 괴롭히는 날도 있으나 대개 아무 방해 없이 조용한 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전축에 노래도 듣고 그러는데 다른 잡음 없이 곱게 뽑아지는 소리에 황홀할 따름. 음악도 어쩌다 한번 작정하고 들어야 좋은 것이지 허구한 날 크게 틀어놓으면 소음에 다름 아니다. 층간소음은 공중의 번개 소리 말고는 제로지역이다. 어르신들 모두 꽃놀이 가고 없는 날 어찌나 동네가 조용하던지 그야말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이장님 고래고래 일장연설인 동네방송, 고물장수 반복 테이프 방송, 약수가든 사장님의 곗날 고성방가 뽕짝 타임은 그래 귀엽게 봐준다.


삐딱한 사람이라 모두가 동네를 빠져나가도 꼭 한 사람 남아있다면 그건 나일 것이다. 모두가 잔칫집에 놀러가도 나만 혼자 남아설랑 방에서 책이나 읽으며 뒹굴뒹굴. 누구 말 듣고 사는 것 질색이라 알아서 혼자 잘 산다. 남의 말, 윗선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믿고(듣고) 살다간 큰 변을 당하기 십상인지라 산중에서 나 나름대로 무정부적으로 알아서 서바이벌. 무엇보다 먼저, 안 나대기. 친구들 불러 마당에서 고기 굽고 떠들지 않기. 시골살이 초짜들이나 육식 캠핑족 흉내 내며 밤별을 검게 그을려 놓는다. 나는 두문불출이라 어떻게 사는지 이웃들도 잘 몰라. 개도 주인 닮아 도둑이 온대도 짖지 않고 째려볼 뿐인 그런 순한 개들. 세상이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지 않은가? 건물 밖으로 난 스피커 때문에 정신없는 거리들. 진실이 빠진 거짓 언론도 지겨운 잔소리.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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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에 등장하는 할매를 꼭 빼닮은 송정댁을 면소재지에서 만났다. 둥근 고무 대야를 하나 사려고 나오셨단다. 묻지도 않았는데 부엌방에 비가 샌다는 말을 한숨에 섞어 보태시면서…. 입식으로 고친 부엌 천장 쪽에서 빗물이 찰찰 떨어지고 있나보다. 자녀들은 멀리 살고, 이장님은 봄 농사로 바쁘시고, 봄비는 간간이 할매를 괴롭히고 있음이렷다. 지붕 말고도 할머니 두 눈에 빗물이 뚝뚝 아니 똑똑 떨어지겠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 나오는 보안관 리틀 빌(진 해크먼). 현상금을 노린 총잡이들보다 백배천배 고약한 왈패인 보안관. 언덕배기에다 통나무집을 혼자 힘으로 지었는데 오만방자한 죗값인지 비만 내렸다하면 오만군데서 비가 샜다. 새집도 짓고 한번 살아보려고 했던 보안관은 늙고 병든 총잡이 윌리엄 머니(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비가 새는 집 장면을 내가 오래도록 기억하는 이유는 시골 교회에 있을 때 예배당이 자주 비가 샜기 때문이다. 한번 새는 지붕은 좀처럼 물길이 잡히지가 않아 애를 먹게 만든다. 빗물 떨어지는 곳에다 양동이를 받쳐놓고 예배를 드리기도 여러 번이었다. 예배당은 빗물이 새는데 목사관은 멀쩡해서 죄스러워 밤에 잠이 오지를 않았다.


세상에는 만지고 싶은 것이 있다. 봄비는 그중에 하나다. 봄비가 내리면 천장이 새지도 않는데 손을 멀리 내밀어보고는 한다. 봄비가 손바닥에 떨어지면 당신에게도 만져보라고 그랬다. 그러다가 당신의 손을 처음 잡았다. 장미꽃을 들고 장례식에 동참하듯 지상에 내려온 봄비는 산다화 동백꽃을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산벚꽃도 산수유꽃도 도화까지 죄다 떨어뜨리고 같이 강물로 흘러서 갔다. 마술사의 모자 속 비둘기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봄꽃들이여. 나는 토방에 오래도록 앉아 떠나간 것들을 그리워했다.

밭에 상추도 갈고 그랬는데 봄비를 기다리지 못하겠다. 보안관이 지은 집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할매 부엌방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진짜 걱정도 팔자인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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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진다. 하얀 두루마리 화장지가 돌돌 풀리듯 하얀 꽃잎이 쏟아져 날리고 첫눈만 같아 잠깐 좋았다가 끝인 걸 알게 되어 눈물이 찔끔. 벚꽃 지니 사람도 지는 건가. 할머니 꾸벅꾸벅 툇마루에서 졸다가 아예 방으로 기어들어가 이불 깔고 본격적으로 깊은 잠…. 춘곤증의 봄날이 고단한 인생을 위로하고 있음이렷다. 언젠가는 일어서지 못할 깊은 잠에 빠져드시겠지.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사람을 만나고는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충분히 자고 충분히 뒹굴뒹굴 그렇게 ‘놀고먹으며’ 살아야지 너무 허둥대며 일중독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은 서글프고 가엽다.

고양이도 솔솔 자고 개도 늘어지고 일개미도 잠깐 허리를 펴며 드러눕는 시간. 봄날이라고 바깥일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정신없이 움직이지 말라고 춘곤증이 고맙게 찾아오는 것이렷다. ‘시에스타’ 낮잠을 자는 나라들이 있는데 우리도 좀 그렇게 여유를 가지며 살면 안되는가. 잠을 줄이고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 아프다. 밤에 푹 잘 자고 낮에도 잠 오면 적당히 잠도 자고 그렇게 아이들이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은 단잠 속 꿈을 글과 그림으로 옮겨 <바리>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맛깔나는 글과 그림으로 반가웠는데 내가 관장으로 있는 메이홀에서 지금 삽화를 전시 중이다. “꿈에서 난 그림을 건져 올리니깐 잠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몰라. 그랑께 나는 얼른 가서 잠이나 잘라네. 임 목사는 더 놀다가 자셔잉.” 그러곤 주무시러 먼저 자리를 일어나시는 거다. 거 참 도망치시는 방법도 가지가지시넹.

고된 일과 관계망에 치여 기침과 몸살로 탈이 난 이웃들이 긴 하품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푸른 별빛이 이마로 떨어지면 고맙게도 별빛처럼 잠이 쏟아지고 개밥바라기별이 이제 그만 눈을 붙이라고 깜박깜박 눈치까지 주고…. 아, 당신과 같이 잠들고 싶은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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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인 봄날이다. 내가 너무 ‘트리비얼’하다고 꼬집진 마시길. 나비 멸종을 위해 시작한 듯한 4대강 개발 사업에 이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또 무엇을 살리고 누구를 아프게 할 것인가. 용산참사가 자꾸 맘에 어룽거린다.

봄나비 노랑나비, 유채꽃 노란 바다를 건너 탱고를 추며 날아와 마당을 서성인다. 가르델의 노래인지 피아졸라의 연주인지 바람소리도 정열을 다해 불어온다. 구근식물로 지난가을 묻어둔 히아신스가 바람에 휘청거리며 진한 향내를 뿜어대면 꽃밭은 순간 밀롱가로 변한다. 탱고란 만진다는 뜻의 탁툼(Tactum)에서 비롯된 말. 꽃과 나무와 별과 강물과 안개, 벌레들의 반도네온 숨소리들…. 나비는 오동나무집 할매의 빨래에 앉았다가도 간다. 손등을 만지는 건 춤이고, 콧김을 나누는 것은 사랑. 나비는 피로에 지친 개미들을 뒤로하고, 보급소 소장의 자전거를 역전해 꽃밭에서 사라진다.




물을 입에 머금고 한참 우물거리듯 나는 이 봄날을 쉽게 삼켜버리고 싶지 않다. 운동장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기나긴 훈시는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무성한 계획과 훈시들은 그저 폭력을 깡패처럼 동원한다. 오직 저기 저 노랑나비의 춤과 사랑이 의미가 있음은 말이 아닌 몸으로 뜨겁게 살아가고, 다가서고 있음이렷다.

팬티와 브래지어를 잘 개어둔 서랍을 여는 일과 다소곳 깎은 사과를 베어 무는 것으로 시작한 아침이라면 오늘도 변함없이 무난한 세월일 것이다. 하지만 나비만은 제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그렇다고 나비가 촐랑거리며 나대는 ‘까불이’가 아니다. 땅위에 멈췄을 때 그는 이리 저리도 보고 행자인 새와 달리 오로지 가부좌를 틀며 명상에 빠져든다. 나비에게 춤과 명상은 일상이요, 생활인 게다. 그러다가 짝과 같이 날아갈 때 나비는 힘차게 탱고를 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저런 극적인 탱고를 구경할 수 없다. 나비는 계획없이도 충만한 생을 잘 살다간다.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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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밥 한번만 먹자!” 약속하고선 봄볕처럼 토닥토닥 문자를 나눴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멀리 쿠바로 길을 떠나왔다.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은 정말 허망한 약속 같다. 날을 잡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아야 밥이 진짜 살과 피가 되는 것이렷다.

난 쿠바와 인연이 깊은가 보다. <쿠바 여행>이란 선곡 음반까지 냈고, 체와 사탕수수밭 농부들의 노래도 만들어 부르고….

생태와 혁명의 도시 아바나와 시골마을에서 마시는 한 잔의 모히토를 사랑한다. 생선의 가시를 바르듯 상처들 속에서 나의 살점을 발라보는 시간.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게 사랑이 아니겠기에 훌쩍 길을 떠나는 것이다. 원앙은 암컷이 바람을 피울까봐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지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일종의 의처증이란다. 친구들 사이도 적당한 거리를 가져야 서로를 바로 볼 수 있고 좋은 마음도 유지할 수 있다.




정치인의 잦은 해외출장은 그래서 반갑고 고맙다. 흥~ 국민들도 가끔 떠나주어야 불통 정치에 괴롭던 마음을 조금은 치유할 수 있으리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항구 코히마르에 가봐야 한다. 이 작은 어촌에 들러 파도와 갈매기똥과 어부들의 낚싯배를 바라보라. 남도 촌놈이기에 정박된 어선과 등대, 붉게 그을린 피부의 어부들이 남 같지 않다. 고향 마을 풍경만 같다. 낚싯대와 자전거를 빌려 소금기 짠내 풀풀나는 방파제 길을 달린다. 마치 작가의 낚시대회에 초대받은 사람인양 행세를 하면서.

세계 어디를 가도 강인한 어부와 바다를 뛰노는 물고기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여전하다. 최후까지 일을 놓지 않고 노동자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고, 바다를 빼앗고, 커다란 청새치를 빼앗을 수 없다. 그리고 20만원은 또 누가 빼앗은 것인가. 줬다 뺏은 게 아니고, 주려다가 뺏은 건 뭐 괜찮은 것인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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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살랑살랑. 몸뻬 치마도 팔랑팔랑. 처녀 가슴은 벌렁벌렁. 가진 것 없는 사람도 매화 피고 벚꽃 피면 잠깐씩 헤벌쭉 웃을 수 있는 봄날이렷다. 옛날깐날에 비둘기를 사냥하는 포수가 있었다. 산비둘기를 몽땅 잡아 그물에 가두고 시장에 내다팔 날만을 기다리는데. 그물이 촘촘하여 아무리 기를 쓰고 발버둥쳐도 오히려 날개깃만 숭숭 빠질 뿐. 통통하게 살찌워 비싼 값을 받으려고 빵이며 곡식이며 바가지로 던져주자 모두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마리 비둘기만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푸른 허공을 바라보며 울었다. 이 비둘기는 빼빼 마르기 시작했고 결국 그 그물망을 가볍게 빠져나와 솟구쳐 날아오를 수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 가운데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린 아주 높이 창공을 날아갈 수 있어요. 우리 정신을 죽게 하지 맙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요.”

임의진 _ 목사·시인(출처: 경향DB)


자유는, 자유의 기쁨은, 얽매인 게 많고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절대 누릴 수 없는 은총이다. 좀 더 비우고 가난해지면 자유롭고 창조적이 된다. 극빈자의 가난은 절망과 구속이기에 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끼니를 거르는 게 아니라 배고픈 이웃에게 밥을 떠드리는 게 참된 단식이다. 언제든 가난해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삶, 덜어내는 삶에 집중하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두고두고 칭송을 듣게 될 것이다.

누가 말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창조 경제가 ‘참죠 경제’로 불리고 있다. 나눔과 복지보다 성장에 치중하고 더 참으란 소리만 요란한 정국이다. 양극화가 어느 시대보다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가 암만 안 좋아도 작년보다 더 많은 기부를 하고, 단돈 만원이라도 세상이 나아지는 일에 후원하겠다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 나도 힘든데 이웃은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똥까지도 굵은 대형교회에다 십일조 그만하고 부디 선한 일에 기부하시길. 그리고 자유롭게 되어 하늘나라에서 춤추자.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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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보러 서울로 향하는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에선 바리바리 담긴 음식물을 든 노부부를 흔하게 마주칠 수 있다. 아랫녘 우체국에 가면 박스마다 가득 넣은 음식물이며 애비 신으라고 장터에서 산 검정색 양말까지 택배로 부치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계신 어르신들을 쉽게 뵙곤 한다. “애말이요. 요기 조깐 주소 잠 적어주시믄 고맙겄소잉. 이라고 칸이 작어가꼬 당췌 글자를 넣을 수가 없게 생개부랬응게 안 그라요.” 내가 대신 택배주소지 기입란에 글씨를 써드리기도 여러 번. 어기영차 들었다 놓으면 막 빻은 고춧가루의 진한 향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훅훅 풍겨 나오고는 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엔 평양으로 길 떠나는 정하섭을 위해 소화가 눈물바람으로 준비한 음식 보따리 이야기가 나온다. “미숫가루를 만들고, 오징어를 구하고, 속옷을 빨고 … 이른 저녁밥을 서둘렀다 … 육포를 구하지 못한 것이 한사코 마음에 걸렸고, 미숫가루에 참깨를 좀 더 넣지 못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쓰였다 … 아무리 참으려 했지만 눈물은 가슴벽을 줄줄이 타내리다 못해 반찬그릇에고 솥뚜껑에고 뚝뚝 떨어졌다.”



요즘 보면 이웃지간 먹을거리도 잘 나누지 않고, 잔치에 떡 돌리기도 생략하더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선물을 준비하지 않고 만나는 게 당연하다는 투다. 전에는 박카스 한 통이라도 들고 갔는데….

정성 보따리, 정이 차츰 사라져가는 것이 개탄스럽다. 명품 가죽백 선물 얘기는 암울하고, 그림이 새겨진 싸고 좋은 에코백도 많은데. 꽃집에 들러 꽃다발 주문하고 엽서 한 장 쓰는 젊은이가 귀하다. 책 한 권, 좋은 음반 선물할 줄 아는 멋진 사람아. 불경기에 가장 위태로운 집이 꽃집이고 서점이라니 슬픈 현실이렷다. 솥뚜껑에 떨어지는 눈물, 그런 정성으로 마련한 보따리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물 하나쯤 고를 줄 아는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냥 사람이라고 죄다 희망인 게 아니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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