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논설위원

 

거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그들 자신이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살아온 시기마다 온갖 정책과 구호와 신조어가 명멸했다. 가족계획, 콩나물 교실, 평준화, 입시지옥, 취업난, 주택난, 사교육 열풍, 조퇴·명퇴 회오리…. 문제는 그들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됐다. 88만원 세대, 나아가 ‘삼포세대’라는 절망의 이름으로.

참다 못한 그들 자녀가 먼저 나섰다. 2010년 3월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을 표방한 청년유니온이 설립됐다. 청년세대의 노동권 향상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네 차례에 걸쳐 30건의 노조 설립 신고를 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고용노동부·서울특별시 등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의미 있는 패소 및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서울·인천·광주 등 3개 지부가 노조 설립 신고를 마쳤다. 청년문제가 국가적 사안으로 떠오른 데는 이렇게 청년세대가 결집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 적잖은 힘이 됐다.

 

서울 송파구 노인일자리 기업 ‘청춘주먹밥’ ㅣ 출처:경향DB

베이비붐 세대가 몰고온 수많은 문제가 우리 사회를 어렵게만 했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언젠가 해결된다. 그런 문제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끈 동력이기도 했다. 이제 그들은 마지막 문제(?)에 맞닥뜨렸다. 그들의 은퇴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40만명(11%)을 넘어 고령화사회에 들어와 있다. 2017년에는 14%에 이르러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8%에 도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문제를 낳고 해결해온 그들이 직면한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그들의 역동성을 다시 한번 기대해볼 만한 단체가 하나 떴다. 어제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창립대회를 가진 ‘복지시대 시니어 주니어 노동연합’(노동연합)이다. 민주화와 산업화에 기여한 노년세대가 노인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역동적으로 힘을 모으겠다는 게 초대 상임의장으로 선출된 최자웅 성공회 신부의 말이다. 노동연합은 10월쯤 세대별 노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청년세력과의 연대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청년층의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삶과 노장년층의 항구적 실업 및 가난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것이다. 세대 간 통합 도모의 의미도 있다. 노인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문제 해결 노력이 그들 스스로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강창희 국회의장이 “5·16 때는 제가 중학교 2학년이었기 때문에 별 지각이 없었다. 유신은 군생활을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별로 관계가 없어서…”라고 얼버무렸다. 강 의장이 어제 한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전날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입장을 밝힌 데 대한 견해를 묻자 내놓은 답이다. 강 의장 개인의 빈곤한 역사인식을 탓하기에 앞서 국가 권력서열 2위라는 국회의장이 그런 수준 이하의 발언을 제헌절에 주저없이 내뱉을 수 있는 시대상황이 슬프다.

강 의장의 발언 내용은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과 폄훼를 떠나 최소한의 논리적 구성마저 결여하고 있다. 5·16 쿠데타에 대한 생각은 박 의원과 다를 게 없으나 입 밖에 낼 경우 예상되는 후폭풍을 염려해 의도적으로 횡설수설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아봐서 세종대왕이 성군임을 이해하고, 일제시대를 직접 경험해서 위안부 문제에 흥분하는 건 아니다. 강 의장이 “지금 국회의원으로서 당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힌 대목에 그의 진심이 묻어난다. 5·16 평가와 당적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차원에서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박 의원의 입장을 지지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달라는 속내로 읽힌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게 더 현명했을지도 모른다.

 

기념사하는 강창희의장 ㅣ 출처:경향DB

이 같은 강 의장의 태도는 사실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강 의장은 육사 25기 출신으로 1980년 신군부에 발탁돼 5공 출범과 함께 정계에 입문한 인사다. 국회의 권위마저 실추시킨 강 의장의 발언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생채기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5·16과 그것이 잉태한 유신체제 등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박 의원이 ‘신군부의 막내’와 정치적으로 결합함으로써 빚어질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국회의장은 현실적인 힘과 별개로 상징성이 큰 자리다. 각별한 품위와 권위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애초 이러한 전력을 가진 이가 정치쇄신을 내세운 19대 국회의 수장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의장에 선출된 만큼 5공과의 단절을 통해 자신은 물론이고 국회의 명예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강 의장이 이번에 보여준 모습은 박 의원의 대리인, 아니 들러리를 자처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강 의장이지만 제64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는 “선진법치사회를 위해 국회부터 헌법을 대한민국의 혼으로 삼고, 제헌과 건국의 역사, 헌법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초의 헌정 파괴행위라 할 수 있는 5·16을 사실상 옹호하는 그가 할 수 있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대선 정국의 와중에서 중립성을 상실한 강 의장의 행동거지가 무슨 평지풍파를 부를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MBC 노조가 오랜 파업을 끝내고 오늘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 1월30일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 171일 만이다. 여야가 19대 국회 개원시 8월 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법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토록 합의함으로써 김 사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MBC 노조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성과물을 손에 쥐고 파업을 푼 것은 아니다. 파업을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잠정 중단’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파업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따라서 MBC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볼 수 없다.

관건은 여야의 합의 이행이다. 김 사장의 퇴진이 실현되지 않고서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당장은 김 사장 퇴진 때까지 노조와 사측의 관계가 문제다. 노조는 부당 지시 신고센터 운영과 보도감시 기능 강화 등을 통해 불공정·편파 보도를 방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측의 자세를 보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김 사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마치 노조가 정치적이고 자신은 공영방송, 공정방송으로써 언론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을 보면 그렇다.

 

MBC파업해결 및 김재철 사장 퇴출 촉구 시국회의 ㅣ 출처:경향DB

파업 동참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당한 징계 등 불이익을 없애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노조는 이 문제의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복귀했다. 오히려 전례를 보면 업무 복귀 후 추가 대규모 징계 등의 조치가 이뤄질 우려가 크다.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조직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파업 참여자와 비참여자 간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 나머지 직간접적인 충돌마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 사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 사장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은 MBC와 후배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따지고 보면 김 사장이 퇴진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MBC의 공정방송과 공영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공공성이 강한 쪽으로 바꿔 정권의 입김이 아예 작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방송 장악을 꾀하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낙하산 식으로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MBC 노조뿐 아니라 정치권과 국민이 모두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김 사장 퇴진이 최우선 과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해 3월 무산된 동남권 신공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지역 출신의원들이 김해공항을 부산 가덕도로 옮기겠다고 하고, 대구지역 출신의원들은 경남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에서도 부산 출신 문재인 상임고문이 가덕도 이전에 대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 의원은 어제 “(이번)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추진을) 마음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태산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이 편갈려 싸우다가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하면서 물밑 속으로 사라진 사안이다. 느닷없이 신공항 건설이라니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정치권은 4월 총선 공약이라지만 이는 정치 논리를 앞세운 전형적인 선심정책이다. 공항을 짓는 데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동남권 신공항은 예정 공사비가 10조원이지만 공사를 시작하면 적어도 2배 이상 불어난다. 경부고속철도도 원래는 5조8000억원이라고 했다가 결국은 20조4000억원이 들어갔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수심 19m 바다를 24t 덤프트럭 870만대 분량의 흙으로 메워야 하고, 밀양은 공항 후보지 주변 산 20여개를 깎아야 한다. 엄청난 환경파괴를 대가로 치러야 하는 셈이다. 여야가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추진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탈락한 후보지의 반발은 얼마나 거셀 것인가. 박 의원은 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지만, 오히려 후보지를 선정한 다음 심각한 국론분열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차라리 현실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기존 김해공항 활주로를 늘리거나 아니면 김해공항에 있는 공군기지를 옮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가 싶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항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용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하면 얼마나 큰 폐해를 입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도 없이 공사만 벌이면 뒷감당은 누가 할 것인가. 국민이나 지역주민들의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예산 마련과 경제성 검토, 철저한 사전 준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신공항 건설을 바라는 부산 시민이나 대구·경북·경남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에 휘둘려 SOC 투자가 이뤄져서는 안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하승수 | 변호사

 

경남 밀양의 70대 농민이 분신자살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주류언론에는 단신으로 처리된 사건이지만, 경남 밀양 산자락의 농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평생 일궈온 논에 들어선다는 초고압 송전탑 때문에 70세가 넘은 형제가 생전 처음으로 나랏일에 반대를 했다. 시가 4억원이 넘는 논에 송전탑을 세우면서 보상금으로 6000만원을 주겠다고 하는데, 받아들일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조롱과 모욕, 철저한 무시뿐이었다. 젊은 용역들로부터 받은 모욕을 참지 못한 농민은 “내가 죽어야 문제가 해결되겠다”고 말하며 몸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그 죽음을 90세가 넘은 노모와 동생, 그리고 이웃 주민들이 지켜봐야 했다.

그제서야 지식경제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밀양에 내려왔다. 공사도 중단됐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지금 한전은 다시 용역들을 보내고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게다가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가처분신청이라는 것을 했다. 자기 마을을 지나가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 죄로 주민들은 10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소장을 받았다. 공사를 방해하면 하루에 100만원씩 내게 하겠다는 가처분신청서도 받았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신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찾아 안전성 점검을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심지어 한전은 돌아가신 농민의 동생에게도 계고장을 보냈다. 형이 죽음으로써 지키려고 한 논을 자기들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동생은 공사가 강행되면 90대 노모를 업고서라도 몸으로 막겠다고 한다. 원자력발전이 낳은 비극적인 상황이다. 경북 청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골의 힘없는 할머니들이 송전탑 건설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젊은 용역업체 직원들과 할머니들이 맞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송전탑의 끝에는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들이 있다. 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탑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원자력발전소를 짓고 송전탑을 지어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지금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시공업체 명단을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나온다. 삼성, 현대, 대림, SK, 대우, GS, 두산. 결국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서 일차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재벌기업들이다. 원자력발전소 1기를 짓는 데 3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막대한 이권사업이다.

경남 밀양의 송전탑은 누가 지을까? 한 개에 35억원이 들어간다는 공사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삼성’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물론 재벌기업이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도급을 준다. 결국 재벌기업은 앉아서 이윤을 남기는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땅을 빼앗긴 농민의 한숨과 재벌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윤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게다가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온갖 비리로도 얼룩져 있다. 지난 10일 울산지검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구조적 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금품수수, 입찰담합, 상납, 브로커를 통한 로비 등 온갖 부패들이 드러났다. 비리 자체도 문제지만, 비리를 통해 부실부품이 납품된 것은 더 문제다. 외국업체 부품을 무단으로 복제한 짝퉁 부품을 납품받은 사례도 있었고, 특수보온재를 시공해야 하는데 일반보온재를 시공한 사례도 있었다. 비리로 물든 원자력발전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발전은 차별과 비리, 그리고 특혜로 얼룩져 있다. 대도시 사람들이 쓰는 전기를 위해 시골 농민들을 국민으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 비리를 통해 부정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정작 발전소에서 위험한 작업에 종사하는 것은 하청업체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위험은 전 국민들이 떠안게 되지만, 이 와중에 돈을 버는 것은 재벌기업들이다.

이번 대선에서 여러 후보들이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이런 단어들과 양립할 수 없다. 원자력을 둘러싼 차별과 비리, 특혜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정의는 설자리가 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1년간 20억원에 이르는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구매대행업체 2곳과 종합병원 9곳이 처음으로 검찰에 적발됐다. 리베이트를 준 업체와 받은 업체를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2010년 11월부터 1년간 거래를 수사한 결과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리베이트 수수는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거래에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이 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만큼 처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과거 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리베이트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의료기기 거래를 둘러싼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의료계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돼 있는 제재 수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의약품 리베이트 유형 ㅣ 출처:경향DB

검찰 수사 결과 종합병원은 구매대행업체 2곳으로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실거래 상한가보다 낮게 의료기기를 공급받고는 상한가로 거래한 것처럼 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과 제약회사가 의약품 거래에서 사용하는 수법과 똑같다. 불법 리베이트 돈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종합병원과 구매대행업체는 이렇DDDDDDDDDDDDDD게 빼낸 돈을 6 대 4로 나누기로 약정까지 했다. 구매대행업체가 병원에 준 리베이트에는 ‘정보 이용료’라는 그럴듯한 명목을 달았다. 더욱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이런 범죄에 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와 관계사까지 개입된 것은 기업의 도덕성이 어느 수준인지 잘 보여준다.

검찰이 이처럼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구매대행사와 종합병원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이유야 어쨌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관리감독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부터 의료기기 실거래가를 철저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적발된 구매대행업체 2곳이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손이 부족하다”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어렵게 불법 행위를 찾아내더라도 처벌 수준이 약하다면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서울 정릉동에 있는 한 치킨집이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재료비가 올라 마리당 8000원으로 인상했지만, 다른 치킨집들은 이를 악물고 7000원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전국 동네 골목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치킨집은 자영업자들이 손쉽게 뛰어드는 품목이다. 하지만 피튀기는 경쟁으로 버티지 못하는 가게는 문을 닫고, 그 가게를 다른 사람이 인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치킨집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경향신문 어제자 ‘2012 대선기획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 기사는 자영업자들의 힘든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결국 과당경쟁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숫자는 718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실제 종사자 583만명에 도와주는 가족 135만명을 합친 것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다.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데는 72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해마다 무더기로 은퇴하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퇴직한 50대가 가족들의 부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창신동 치킨집 현황 ㅣ 출처:경향DB

제2의 인생을 위해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주로 선택하는 업종이 식당이나 피자집, 편의점이다. 자본금 5000만원이 안되는 돈으로, 별다른 기술 없이,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창업의 부푼 꿈도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 금융권에 가서 돈을 빌려야 한다.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집을 담보로 말이다. 자영업자가 진 빚이 320조원(한국금융연구원 추산)까지 늘어나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 문을 닫으면 중산층이 곧바로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이제 정부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얼마 전에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내용이 미흡하고 부실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단순히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문제이기도 하다. 높은 학력의 직장인 출신들에게는 컨설팅이나 고급 청소용역과 같은 양질의 창업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교와 연계해 창업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고 본다. 퇴직연금 세제지원도 필요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더 이상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5·16은)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이 어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5·16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면서 한 말이다. 박 의원은 5년 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선의 선택’이니 ‘구국의 혁명’이니 하는 말 속에서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요지부동임을 알 수 있다.

박 의원으로선 지난 5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구국의 혁명’ 대신 ‘최선의 선택’이라는 수사를 동원해 표현의 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 역사가 명백하게 ‘쿠데타’로 기록하고 있는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미화한 데 따른 반발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보자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러나 표현만 바뀌었을 뿐 5·16 쿠데타 옹호라는 본질은 추호도 변한 게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5년 전의 추상적 평가를 구체화하면서 실체적 평가를 곁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후퇴했다고도 볼 수 있다. 박 의원이 말미에 ‘아버지의 딸’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아버지의 정치·경제 철학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라고 실토했듯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다시금 노출한 셈이다.

 

박근혜 신문방송편집인협회포럼 답변 ㅣ 출처:경향DB

유력 대권주자인 박 의원의 5·16 인식은 빈곤한 민주주의·역사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5·16은 절차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았으니 양해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지상주의를 위해선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인권이 유린돼도 괜찮다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1960~70년대식 권위주의 통치 논리가 되살아나는 듯한 기시감을 떨칠 수 없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처럼 ‘그의 최선’과 ‘우리의 최선’을 분간짓지 못한 데서 온 오류다. 5공 청산 과정에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바 있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설사 박 의원이 ‘5·16은 분명 잘못된 일로 되풀이돼선 안된다. 다만 성과를 함께 봐달라’고 한다고 해도 공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한 국가 지도자의 민주적 소양이나 역사관은 그의 철학이나 신념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정책보다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정작 민주주의는 진척은 더디지만 퇴보는 쉬운 법이다. 몇 사람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만큼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의원 발언의 어간에 비친 대로 한낱 자연인이라면 딸이 아버지를 부정한다는 건 못할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인을 넘어 국가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박 의원이다. 마땅히 아버지의 과오를 극복해야 하고, 그것이 역사의 발전이다. 하물며 ‘5·16=쿠데타’라는 기록마저 부인하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일 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한윤정 | 문화부 차장

 

현재 유력 대선후보는 아니지만,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은 슬로건 자체로는 1등감이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박근혜),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김두관), ‘마음껏! 대한민국’(김문수), ‘빚 없는 사회, 편안한 나라’(정세균), ‘걱정 없는 나라’(임태희) 등 여전히 ‘나라’와 ‘국가’가 들어가는 슬로건에 비하면 두드러지게 아름답고, 같은 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절치부심 뒤늦게 발표한 ‘사람이 먼저다’(문재인) 역시 세련미와 구체성에서 뒤떨어진다.

‘저녁이 있는 삶’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손학규 고문 측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달 대선 출마선언 당시 메인 슬로건은 ‘정의로운 민생정부, 함께 잘사는 나라’였다. 그런데 모범답안 같은 이 슬로건이 반응을 얻지 못하자 지난해 민주당 대표 시절부터 노동정책을 가다듬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방송용 멘트인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 휴가가 있는 삶’이란 슬로건이 다시 불려나왔다. 국내 최고를 자처하는 홍보전문가들이 투입된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저녁이 있는 삶’은 방송원고를 담당한 비서관의 작품이라고 한다.

혹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고 여가와 일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삶의 구조를 바꾸자는 ‘저녁이 있는 삶’의 내용이 도시 중산층 직장인들이나 바랄 법한, 철저히 계급적인 개념이라고 비판한다. 그렇기도 하다. 저녁뿐 아니라 ‘아침과 점심도 있는 삶’을 살아가는 미취업자나 실업자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것이며, 야근과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나 늦게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꿈같은 소리다.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 ㅣ 출처:경향DB

돌아보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의 슬로건은 ‘국민성공시대’였다. 이념대립을 버리고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면서 국민 개개인이 더욱 부자가 되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한 ‘국민’은 국가라는 공동체에 속한 전체 국민이 아니라 선택 받은 일부 국민이었다. 이번 대선의 슬로건이 국민이라는 집합명사 대신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는 국가의 모습을 반영한 건 이런 상황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내 꿈이 이루어지고’ ‘내게 힘이 되고’ ‘편안하고’ ‘걱정 없는’ 나라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저녁이 있는 삶’이 쉽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건 인간의 귀소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낮에는 공적 영역에서 힘겹게 일하더라도 저녁에는 느슨하고 선한 마음을 품은 채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보겠지만(보건복지부의 최근 조사는 60대 퇴직남성의 하루 평균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4시간17분이라고 알려준다) 점차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고,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겠다.

핵심은 탈물질주의 사회를 향해 한발 내딛는 것이다. ‘탈물질주의’를 주창한 로널드 잉글하트는 서구 정치문화의 변동에서 기본적인 가치의 변화를 주목했다. 돈·경제·물질에 대한 욕구 다음에는 개인의 자유, 삶의 질, 공동체에 대한 존중 같은 탈물질적 욕구가 분출하는데 이는 좌우 이념과 직접 관련이 없다. 비정규직, 미취업과 실업, 양극화 등 일자리 및 복지와 관련된 현 단계의 문제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탈물질적 사고의 확산을 통해 해결된다고 할 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일종의 은근한 미끼다.

이 슬로건은 ‘문학적 수사’라고 폄훼되곤 한다. 그러나 ‘문학적’이란 말은 ‘환상적’인 것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결핍을 드러내는 ‘증상적’인 것이면서 미래의 방향을 가늠하는 ‘유토피아적’인 것이어서 미래의 지도자가 되려는 대선 후보가 문학적 수사를 사용하는 건 앞으로 더욱 확산되어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일훈| 건축가

 

어느 동네 주민센터(정답던 동사무소 호칭은 어디로 갔나)를 지나다가 이동식 자전거포를 만났다. 일반 자전거포와 달리 매일 열지도 자전거를 팔지도 않고 그저 고쳐주기만 한다. 미리 정한 요일에만 여는데 펑크 500원, 브레이크 속줄 3000원, 튜브·페달·변속기 레버는 5000원을 받는단다. 없는 부품을 구해서 고쳐줘도 실비만 받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찾아가는 자전거 서비스센터’다. 일하는 이에게 물으니 생활이 어려운 노인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한다. 한 번은 몇 년을 타지 않고 녹슬어 굴러가지도 않는 고물자전거를 몇 시간 동안 분해하고 닦아서 새것처럼 광을 내고는 한 푼도 안 받았다더라. 들어간 부품이 없으니 당연하단다. 끌고 왔던 자전거를 타고 가며 웃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몇 시간 흘린 땀이 다 식더란다.

 

세상엔 소문 없이 아름다운 정경이 많다. 행정기관의 대민서비스 자세도 모두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인터넷 세상이라고 행정의 전자적 방식에 집중할수록 그 방식에 낯설고 소외되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챙겨야 한다. 고장 난 자전거를 고쳐주는 손길처럼 몸으로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는 늘어날수록 좋다. 그것은 손과 몸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다. 그것이 혼이 있는 봉사행정의 자세일 터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종휘 | ○○은대학연구소 2소장

  

만나신 적 있나요? 뭐든 같이해보신 적은 있는지요?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 말입니다. 정부 위탁으로 전국 20개 민간단체가 수행한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만 지난 1년간 310개 팀, 현재 2기엔 330개 팀이 참여 중이네요. 근 2년 새에 2000명 남짓한 청년들이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활동을 개시한 겁니다. 같은 취지의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을 더하고, 지원 없이 독립군처럼 활동하면서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각지의 청년들까지 보태면 한 세력 된다고 봐야겠지요.

 이들이 망해가는 세상을 잠깐 땜질하는 일회성 도구가 아니라 새 희망을 전염시키는 끈질긴 생명력의 바이러스이길 원하는 분들이라면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 시대에 청년 사회적 기업가가 된다는 게 뭘 뜻하는지 말이지요. 후세에 태어난 탓에 과거 세대의 문제까지 뒤집어쓴 신빈곤 ‘청년’에게, 그 티끌조차 알기 힘들게 부서진 ‘사회적’ 자원을 손수 복구 창조해서, 대박 좇다 쪽박 차기 태반인 창업 경쟁판의 ‘기업가’로 번창하라는, 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콘셉트가 뭐로 읽히시는지요?

 이거 ‘불가능한 가능성’에 도전하라는 미션입니다. 폐허 위의 건국, 한강의 기적, 민주화 운동, 미래의 통일 한국에 견줄 당대의 ‘초특급 울트라 대한국민 구출 미션’이죠. 이 막중한 대업을 권하면서 의뭉스레 간보듯 떠보면 안되겠죠. 사회적 기업가라는 신개념의 태생부터 그래요. 착한 일 하면 돈 못 벌고 돈 벌면 착한 일에 등 돌리는 사람살이가 흉악해서 ‘사회적’과 ‘기업가’를 접붙여 딴판의 인생 모델 찾는 거잖아요. 성공한 선배 있나요? 가뭄에 콩 나듯 있죠.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노벨상 받았잖아요. 아름다운 가게의 박원순, 서울시장 뽑혔잖아요. 이 정도의 ‘불가능한 가능성’입니다.

 

 이 극소수 사례는 무산소 상태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고 무사 귀환한 기적이에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콘셉트는 다른 겁니다. 그런 기적이 평소에 더 작게 더 꾸준하게 이어져야 살 만한 세상 된다고 통찰한 시민, 기업, 정부가 정성껏 염원을 모으다보니 “해볼까?” 하는 청년들이 느는, 하나 성공률이 워낙 희박하니 곳곳에 캠프 차리고 별별 셰르파 붙이고 신기능 산소통 써서 “다시 해보자!”는 청년들끼리 손 맞잡는, 이렇게 ‘계속 더 많이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는’ 희망의 인해전술 프로젝트예요. 초인의 기적 대신에 풋내기 청년들의 땀방울 바다로 메마른 불가능의 대지를 흠뻑 적셔보자는 삽질이지요.

 이 프로젝트에 청년들이 기웃기웃하는 중입니다. 1%의 기득권에 끼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다 진 빠진 청년들의 마음이 99%의 세상을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공동 삽질로 채우면 어떨까 하는 무모함으로 살짝 기운 거지요. 이 선택을개인 책임으로 돌리면서 선배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했듯 각자 수익 창출해서 각자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라는 경쟁 잣대를 들이대면 희망은 쪼그라들 겁니다. 모처럼 물길 튼 이 흐름을 큰 줄기로 살리려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수익성 위주의 심사표부터 확 바꿔야 해요.

 남을 너로 바꾸는 이해관계자 만들기를 얼마나 두텁게 개척하는가를 먼저 가늠하고 여기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야 합니다. 사회적 미션, 수익모델, 아이디어 참신성, 실현가능성으로 나열하는 점수표는 버리고요. 이런 배점표 따라 경쟁하다간 모두 소진될 테니까요. 청년 문제, 사회적 문제, 기업가 문제를 동시에 한 방에 성공하는 초인은 짜깁기 허상에 가까워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이 각각의 문제가 심각하니 이 문제들 사이의 쉼표를 채울 청년들의 협력 삽질로 신동력 만들고 해결책 찾자는 게 실상이죠.

 그래서 이 길에서는 각자 살아남아 홀로 성공하는 길이란 없다는 것을, 같이 실패하다보니 같이 살아가는 법도 배운다는 것을, 그러면서 사업도 조직도 개인도 산다는 것을 일깨우는 삽질들에 격려가 쏟아져야 마땅한 거죠. 그런 여럿의 삽질이 일구는 작은 생태계의 경험을 지켜주고 응원하면서 과거의 성패 기준과 다른 연대의 사회경제학을 생활 감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 회복이 핵심이라는 걸 대놓고 알려야 좋아요. 이런 변화라야 선배 사회적 기업가들의 지난 시행착오도 보람차겠고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이 길은, 아무 때고 홀연히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의 도피성 로망이 실패하고, ‘사회적’인 것을 착한 봉사나 소비로만 접근하는 시도가 실패하고, 대박 창업의 불타는 ‘기업가’의 욕망이 실패하는, 이 실패들이 줄줄이 만나는 넓은 교차로입니다. 이 교차로를 그대로 목적지로 삼는 극단적인 삽질 비전이 돋보일 회식지대고요. 아직도 점점점 늘어나는 반딧불 같은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을 못 봤다고요? 곧 만날 겁니다. 그때 뭐든 작게라도 같이해보시길, 그럼 되는 거예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정범 | 변호사·한양대 법학대학원 겸임교수

 

헌법재판관의 공백상태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가 이러한 공백사태가 헌법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을 담당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을 통제하는 기관이다.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탄핵재판 및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힘을 읽었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는 국정수행이 원활하도록 도울 수도, 이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앞으로의 국정수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관이 상대편에 우호적인 사람이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므로 싸움의 명분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독립을 스스로 무시하고 헌법재판소를 자신들의 영향 아래 묶어두려 함으로써 이미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파괴 현상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심리정족수와 결정정족수를 구비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재판부는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예외적으로 지정재판부(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1항에 의하여 구성됨)는 항상 재판관 3인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여야 한다는 것이 심리정족수의 문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의 과반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되(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헌법재판소의 재판부가 법률의 위헌결정을 하는 경우, 탄핵의 결정을 하는 경우, 정당해산의 결정을 하는 경우,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을 하는 경우,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해석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는 것이 결정정족수의 문제다.

결국 헌법재판관이 공백상태라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거나 아니면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8인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탄핵심판이나 정당해산심판, 또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는데 5인의 재판관만 찬성을 함으로써 ‘6인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심판청구가 기각되거나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을 하지 못했을 경우, 만일 새로운 재판관이 재판에 참여했더라면 완전히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재판관이 찬성의견에 가담했다면 6인 이상의 찬성이라는 요건을 구비함으로써 탄핵결정이나 정당해산결정 또는 법률의 위헌선언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6인 이상의 찬성을 요하지 않고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같은 문제 아니 더욱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현재와 같이 8인의 재판관이 출석한 경우에 재판관들의 의견이 4 대 4로 균형을 이룬다면 과반수 찬성이 아니어서 헌법재판을 신청한 사람에게 기각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헌법재판관 한 사람이 더 출석하지 않아서 7인의 헌법재판관만으로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인용결정이 내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예비헌법재판관제도 등이 마련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헌법의 규정으로는 이러한 제도마저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 있다. 다만 우리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의 개정을 통해 재판관의 임기만료 또는 정년도래일로부터 일정한 기간 내에 후임 재판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제6조 제3항 이하) 국회 스스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법을 위반함으로써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지환 경제부 기자

 

“맥도날드는 원래부터 고객이 메뉴를 주문하면 60초 안에 제공하는 ‘메이드 포 유(Made For You)’ 주방 시스템이 있다.”

16일 맥도날드 측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의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17면에 “맥도날드 또 60초 서비스…‘알바들이 무슨 죄’ 비난”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전자레인지 취급하느냐” 등의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리는 등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뉴스가 빠르게 퍼지자 맥도날드에서 해명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의 해명을 정리하면, 기존에도 고객에게 60초 안에 메뉴를 전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런던올림픽을 맞이해 진행하는 ‘도전 60초 서비스’는 판촉의 일환으로 이해해야지 노동강도가 심해지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맥도날드 간판 ㅣ 출처:경향DB

하지만 암묵적으로 공유된 60초 규칙이 있더라도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느끼는 심리적·물리적 압박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직이 잦아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생활의 달인’처럼 60초 안에 모든 걸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도전 60초 서비스’ 전과 후에 노동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행사가 없는 평상시의 60초 규칙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들이 온라인에 남겨둔 후기를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낮은 시급, 화상 위험, 정신없이 바쁜 매장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터넷에 접속해 60초만 할애하면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종국 |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지난달 28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한국전력공사 하청 협력회사의 배전공사 현장에서 배전공 전기원 노동자가 감전되어 양쪽 발을 절단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일에는 전남 나주에서 불량전선 교체 작업 중 또 한 명의 전기원 노동자가 팔과 다리가 절단되는 감전 사고를 당했다. 언론들은 ‘안전수칙 미준수’에 따른 단순사고로 보도했다. 문제는 동일한 재해들이 매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1년 6월까지 한전 발주 배전공사 현장에서 무려 55명의 전기원 노동자가 사망했고 총 1402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1000대 건설업체의 평균 환산재해율 0.46%와 단순비교 해도 단일 업종 치고는 엄청난 재해율이다. 모두가 한전 직원이 아닌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한국전력공사 경기본부 지역급전소에서 전력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한전은 2년에 한 번씩 하청업체들에 ‘배전업무 처리기준’을 만들어 시행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세한 규정들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가 되는 작업편조 의무할당 인원을 보면 2002년까지는 37명이었으나 현재는 16명까지 축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쉽게 말해 37명이 해야 할 배전공사를 이제는 겨우 16명이 나누어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하청업체들은 기능공을 투입하지 않고 불법하도급을 통해 투입인원을 누락해 ‘인건비 따먹기식’ 배전공사를 하다 보니 툭하면 감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한전은 2013∼2014년 배전공사 도급액 기준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 320개 업체가 줄어 외선 전기원 노동자들이 최소 300명에서 최대 2500여명이 정리해고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난 12일 서울고등법원은 정부의 일방적인 공기업 정리해고(한국공항공사)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2만2900볼트 전봇대에 매달려 정전사태를 대비하고 불철주야 비상대기를 하고 있는 전국 2만여명의 배전공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한전은 적자 타령만 하지 말고 이미 집행되고 있는 배전공사의 불법 하도급을 철저히 감시해 누수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적정 인원이 투입되어 안전한 배전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교통사고가 계속해 발생한다면 운전자 과실을 따지기 이전에 도로체계의 문제점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 아닌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이수훈 |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남북관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한다. 소수 강경보수파나 이른바 ‘친이’ 성향의 전문가들을 제하고는 대체로 부정적 평가에 견해를 같이한다. MB정부 대북정책 실패 평가의 대열에는 국내 전문가들만 서 있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맥락으로 교류하는 외국 전문가들도 같은 입장을 내세우는 경우를 흔히 접한다. 이럴 때는 괜히 불쾌하기도 하고, 왜 이 지경으로 가는 것을 막지 못했나 하는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근래 남북관계 전문가들 사이에 유행하는 또 다른 행태가 있다. 즉, MB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평가할 무슨 가치가 있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에 왜 기력을 소비하나, 요지부동이니 그냥 접고 내년을 준비하자, 뭐 이런 태세다. 이 태세 역시 은근히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뿐더러 미래 준비 차원에서 올바르지 못하다고 본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하고, 그 기반 위에 대안적 정책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아직 금년 하반기가 남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어려운 정치적 환경 속에서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바가 있다. 아무리 레임덕이고 의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손을 놓으라고 방치해서는 안되고, 해야 할 일은 하라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새로운 국회도 문을 연 마당에 MB정부로 하여금 최소한의 청소는 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일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2013년 남북관계를 준비하는 모든 정파와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멈춰선 관광버스 ㅣ 출처:경향DB

마침 대선정치가 가동되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은 한결같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에게도 만약 집권하면 MB처럼 남북관계를 대결과 적대관계로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고 일정한 변화 혹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들 기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즉, 누가 12월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내년에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파탄난 남북관계 복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비용과 외교적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가능한 일이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런 준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금강산관광 재개다. MB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풀어야 한다. 2008년 사고 당시 북한 군부의 유감 표시가 있었고, 2009년 현정은 회장 방북 때에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관광객 신변보장 담보 약속이 있었다. 정부가 실무회담에 나서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등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토대와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실리적 차원에서도 풀어야 할 이유가 절박하다. 지난 4년간 관광 중단으로 ‘현대아산’, 영세한 협력업체들, 그리고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원의 서비스 분야 등등이 입은 피해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과 정부가 관광사업으로 생겨난 일자리를 없애고 남북대결의 덫에 걸려 울부짖는 사람들의 피눈물을 외면한 채 ‘3대 선결조건’ 타령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이러는 사이 북한은 자기식 논리에 따라 여러 조치들을 내려버렸고, 이제 중국인들이 뱃길과 하늘길로 한국 국민이 못 가는 금강산 유람에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매주 하는 라디오·인터넷 방송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진작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여름휴가를 국내 관광으로 권유하는 일장 연설을 했다. 너무나 디테일하게 4대강 인근의 구석구석을 추천했다. 이 정도로 관광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관심을 갖고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이라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문제에 대해 깊은 정책적 고민을 하는 것이 옳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류인하 사회부 기자


부산지검은 최근 마사지 업소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25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경찰청 보안과 신모 경사(44)를 구속했다. 앞서 오락실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업주로부터 2600만원을 받은 부산경찰청 소속 김모 경사(44)가 구속되는 등 부산지역에서만 전·현직 경찰관 5명의 비리혐의가 적발됐다.

경기지역에서는 ‘그랜저 경찰’ 사건도 불거졌다. 수원지검은 지난 1일 수사 청탁 알선대가로 10억여원과 그랜저 승용차를 받은 혐의로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김모 경위(43)를 구속했다. 수사청탁 대가로 김 경위에게 1000만원을 받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이모 경위(42)도 붙잡혔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 이후 경찰의 부정부패가 연일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일이 기사화하기도 힘들 정도다.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ㅣ 출처:경향DB

“과거식의 부정부패는 더이상 경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전·현직 경찰총장의 발언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최근 검찰이 서울 강남의 한 대형 풀살롱(풀코스 룸살롱)을 압수수색했다. 이곳은 예전부터 “경찰에 정기적으로 상납을 하던 곳”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인근 룸살롱 업주는 “매달 경찰관 1명에게 500만원씩 상납하던 곳”이라며 “2차 성매매까지 하는데도 한 번도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밖에 서울 서초동의 ㄱ룸살롱, 논현동의 ㄴ룸살롱, 선릉의 ㄷ룸살롱도 경찰관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터질 시한폭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그동안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10만명이 넘는 경찰관 중 비리 연루자는 극소수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경찰관의 금품비리가 터지면서 국민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경찰을 어떻게 믿느냐”면서 언론사에 제보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 일선 경찰관으로부터 “아무리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도 경찰비리 사건 보도를 보면 맥이 탁 풀린다”는 말을 들었다. 요즘처럼 그 말이 안쓰럽게 들릴 때가 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김영수 | 중국전문가

 

춘추시대 초기 관중과 포숙의 보좌를 받은 제나라 환공은 최초의 패주가 될 수 있었다. 이후 제나라는 오랫동안 강대국으로 군림했지만 전국시대 들어서면서 국력이 크게 쇠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즉위한 위왕(威王)은 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심사숙고했다. 함께 일할 사람과 축출해야 할 대상을 살폈다.

위왕의 이 같은 신중한 처신 때문에 생겨난 고사가 ‘구년불언(九年不言)’이다. 무려 9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 동안 위왕은 술과 오락으로 세월을 허비했다는 설도 나왔다. 그러다 추기의 간곡한 충고를 받아들여 개혁에 박차를 가했고, 이로써 제나라는 전국시대 후기 또 한번 크게 국력을 떨칠 수가 있었다.

제나라 위왕이 남긴 업적 가운데 두고두고 평가를 받는 ‘장일인(奬一人), 팽일인(烹一人)’이란 일화가 있다.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한 사람은 가마솥에 삶아 죽였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제나라의 대부 두 사람 때문에 나왔다. 당시 아(阿)라는 지역을 다스리는 대부는 칭찬이 자자한 반면, 즉묵(卽墨)을 다스리는 대부에 대해서는 온통 비난하는 소리만 들렸다. 위왕이 몰래 사람을 보내 두 지방을 조사했더니, 아 지방은 농사를 안 짓고 노는 땅이 부지기수이며 대부는 음주가무에 취해 있었다. 반면 즉묵은 수리 사업이 잘되어 농사도 풍년이고 백성들이 다 잘살고 있었다. 세간의 평판과는 완전 반대였던 것이다. 위왕은 두 지방의 대부를 각각 소환했다. 대신들은 당연히 즉묵 대부가 벌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주 검소한 차림에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당당한 즉묵 대부는 상을 받고 승진을 하였다. 여기까지가 ‘장일인’이다.

 

검찰에 소환된 대통령의 친형 ㅣ 출처:경향DB

반면 아 대부는 아주 호화로운 옷을 입고 거들먹거리면서 들어왔다. 상을 받을 생각에 만면에 웃음을 짓고 싱글거렸다. 그러나 위왕은 아 대부를 팽형시켰다. 사실을 알고 보니 아 대부는 조정 실권자에게 아부하고 뇌물을 써서 좋은 평점을 얻었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팽일인’이다.

위왕은 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한 사람은 팽형을 시켜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위왕은 9년 동안 놀고먹은 게 아니라, 나름대로 나라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개혁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능한 지도자의 기준에서 상벌의 공정한 행사는 필수 요건이다. 큰 잘못을 했음에도 지도자가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벌을 늦추거나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지도자의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도자의 무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기강이 흔들리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문규 사회부장

 

교육계는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올해만큼 교육계 이슈가 흘러넘쳤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올 상반기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인 학교폭력 문제는 교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모자라 총리가 나서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지만 지금도 살인적인 학교교육의 문제점은 나아진 게 별로 없다.

교육계의 해묵은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교과부는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학생인권조례와 각종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다. 양측의 갈등은 법정공방으로 번진 채 지금도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놓고 분란을 키웠다. 국공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도 교육계의 현안 중 하나다. 비리 사학재단의 이사진 복귀를 결정한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논의결과도 여론의 반발을 불렀다. 정권 말 해묵은 교육계의 병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다.

이주호 장관은 이른바 ‘아륀지’ 멤버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한 뒤 2010년 교과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줄곧 이명박 대통령의 곁을 지킨 몇 안되는 ‘원년멤버’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최근 교육계의 논란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교육현장에 드리운 ‘관치(官治)’의 그림자다.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불협화음을 키우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이라는 무기를 갖고 정부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사들과 학교폭력 근절 방안 등을 얘기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대표적인 사례가 총장직선제 폐지다. 이 장관은 대학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총장직선제는 1990년대 초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다. 관치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새로 도입한 제도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직선제는 대학사회에 수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최근 전남대 총장 선거 과정에 후보자가 교수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정부 방침을 거스른 데 대한 ‘괘씸죄’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직선제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부작용을 들먹이며 관치로 돌아가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더 문제다. 전남대 외에 부산대와 경북대를 비롯한 주요 국공립대 5곳이 정부 방침을 거스른 채 직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대학에 예산 지원은 물론 학생·교수 정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교과부가 내놓은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 결과도 의문점 투성이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전국 6곳의 교육청은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나머지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이후 잇따른 학생 자살로 우동기 교육감이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대구시교육청도 우수교육청에 포함됐다. 진보교육감은 “정부 방침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던 게 나쁜 평가로 이어졌다”며 교육감 길들이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 6개 교육청은 정부가 주는 특별교부금이 줄어들게 돼 있다.

최근 불거진 교과서 파문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초·중·고 교과서는 교과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출판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 제작을 맡고 있는 출판사의 상전이다. 평가원 지침은 말 그대로 법이다. 그런 평가원도 교과부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사안에 따라 예산지원은 물론 감사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 시인이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호 장관은 “삭제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교과서 검인정 작업의 책임자는 교과부 장관이다. 정치적 편향성과 이중잣대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교과서 개편작업이 단 한차례의 공청회나 여론수렴 과정도 없이 모든 게 밀실에서 결정됐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물론 관치라고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편가르기식 편견을 갖고 남을 겁박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최근 선장이 바뀐 서울시만 봐도 무리한 사업추진이 부른 결과는 참혹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양화대교 아치교와 세빛둥둥섬은 하루아침에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이들 사업을 총체적 부실덩어리로 결론냈다. 오 전 시장은 하루아침에 ‘부실 시장’으로 낙인 찍혔다. 서울시 직원 사이에 “오 전 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장관의 남은 임기라야 6개월 남짓이다. 공무원은 원래 영혼이 없다고들 한다. 내년 초 교과부 공무원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벌써 궁금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새누리당이 어제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정 의원의 결자해지론을 꺼내들었다. 7월 국회 회기 중이라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박근혜 의원이 사전에 ‘법 논리를 따지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점에서 구속 수사를 자청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정 의원이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새누리당의 충격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초강경 해법도 눈길을 끌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더욱 주목하고자 한다. 박 의원은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의원총회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국민 사과와 정 의원의 결자해지,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가 그 골격이다. 박 의원은 “(정 의원이) 평소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라거나 “동의안은 당연히 통과가 됐어야 하는 것”이라며 동의안 부결에 대한 불편한 심정도 숨기지 않았다. 곧이어 열린 의총은 박 의원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바람에 우왕좌왕했으나 점심 후 재소집된 의총은 박 의원의 ‘3원칙’을 그대로 추인하는 선에서 불과 15분 만에 끝났다.

 

박근혜 "정두언 의원 결자해지 해야" ㅣ 출처:경향DB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를 최우선적인 쇄신책으로 제시한 박 의원이 느꼈을 법한 ‘배신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접근법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박 의원이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임은 사실이지만 지도부도 아니고, 당의 공식 후보도 아닌 상황에서 ‘지침’을 내린 것은 ‘박근혜 사당화’한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 스스로 정 의원에 대한 구속기소를 포기한 마당에 ‘구속 수사를 받으라’는 것도 초법적 발상이다. 물론 정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가 엄중한 만큼 수사가 차질을 빚어선 안될 일이다. 그렇다 해도 의원의 특권이 아닌 국민의 권리로서 불구속 수사나 무죄추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도 법치에 반하는 태도다.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가 과연 정 의원 혼자서 책임질 일인가. 이번 사태가 정 의원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사실이나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체포동의안 가결만 다그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이를 외면한 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거나 ‘방탄 국회’라며 의원들의 집단이기주의를 질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불통’과 ‘소신’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박 의원과 당원, 국민들 간의 소통 단절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동당 초선의원 시절인 2006년 8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1만명에게만 평등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법이 극소수 특권층을 위해 봉사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었다. 그는 음식값 수십만원을 가로챈 중국집 배달원은 형기를 채워 복역하는 데 비해 재벌총수나 대기업 경영자들은 수백억 수천억원의 회사 공금을 횡령했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등의 구체적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철가방’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얼마나 법에 의해 차별받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는 그제 국회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 지도위원의 증언에서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김신 후보자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온 그는 지난해 1월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였던 김 후보자가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던 자신에게 노동자의 현실을 도외시한 가혹한 조처를 취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농성을 철회하고 내려올 때까지 하루 100만원씩 회사에 이행강제금을 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후 이행강제금은 무려 2억8000만원까지 쌓였다고 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신 대법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김진숙 위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사안이라면 현장 방문을 하는 등 사정을 알아봐야 하는데도 후보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을 그대로 따랐다”면서 “100만원을 물리면 내려올 거라고 생각했다는 후보자의 답변에 더욱 모욕감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1200만 노동자를 대표해 대한민국 법에 절망하며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민사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구하고, 기독인 모임에서 부산과 울산을 ‘성시화(聖市化)하자’는 발언을 하는 등으로 물의를 빚은 김 후보자의 종교 편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김 후보자의 비인간적인 노동관과 철저한 기득권 편향까지 접하면서 그가 대법관 부적격자임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 일개인이 대법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법에 대한 ‘1200만 노동자의 절망’이 없어지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판검사를 포함한 법조인들, 국회의원 등의 입법가들, 나아가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모든 이들이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고 배려할 때 그 절망감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김 위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이 땅에서 섬겨야 할 예수가 누구인지, 버려진 사람이 누구인지, 따뜻한 눈으로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섬겨야 할 예수’나 ‘따뜻하게 껴안아야 할 버려진 사람’ 대신에 혹시 물신(物神)만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단 김 후보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반성해 볼 일이다. 생산의 주역이자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노동자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회는 그 얼마나 절망적인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