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남자아이가 팔을 깊이 베어왔어요. 피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돌려보내야 했죠.” 미국 최대 영리병원 체인인 HCA 소속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이야기다. HCA는 작년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중 8만명을 병원이 정한 응급환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려보냈다. 열만 난다고 돌려보낸 환자가 이틀 후 신종플루로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HCA는 응급실에 온 환자들에 대한 보험 청구체계도 바꿨다. 이전까지 25%에 불과하던 가장 비싼 보험 청구코드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비중이 76%까지 급증했다. 다른 병원들도 이 청구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다. 미국에서 욕창 환자가 가장 많은 15개 영리병원 중 8개가 HCA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욕창은 간호사 수가 부족해지면 곧바로 나타나는 대표적 의료사고다.



돈 안되는 환자는 안 받는 병원. 건강보험에 의료비를 과잉청구하는 병원. 의료의 질과 상관없이 간호사를 줄이는 병원. 지금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롬니가 대주주인 HCA 영리병원은 이런 방법으로 천문학적 이윤을 올렸다. 문제는 이 방법이 HCA만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리병원 전체가 이렇게 돈을 번다.


미국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 비교했을 때 한 환자당 20%를 비싸게 받는다. 또 의료인력 고용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매우 적다. 사망률도 비영리병원보다 2% 더 높다. 이 모든 사실은 지금까지 여러 연구에 의해 확인됐고 한국의 국책연구원인 보건산업진흥원의 2009년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경향신문DB)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영리병원 도입 법안이 모두 좌절된 것은 영리병원이 병원비는 높고 의료서비스 질은 낮다는, 너무나 명백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정권이 4개월도 안 남은 시점인 지난 10월29일 현행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고치는 꼼수로 영리병원 허용법령을 기어이 통과시켰다.


이름하여 경제자유구역 ‘외국의료기관’이다. 외국의료기관이라지만 국내자본이 50%를 투자할 수 있고 내국인 진료는 100% 허용된다. 외국의사면허소지자는 10%만 있으면 된다.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됐다고 하지만 이미 경제자유구역은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걸쳐 있다. 말이 외국의료기관이지 국내자본이 운영하는 국내영리병원이다. 더욱이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 대한 특혜”라며 당장 국내영리병원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 왜 4개월도 안 남은 정권에서, 국회도 통과하지 못한 영리병원 허용을 강행한 걸까? 한·미 FTA에서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은 한번 설립허가를 내면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는 사실. 그리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우선투자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내자본이 삼성이라는 사실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번 결정하면 다음 정권은 바꿀 수 없으니 일단 ‘먹튀’를 하고 보자는 것이다.


미국은 전체 GDP의 17.6%를 의료비에 쓰면서도 전체 인구의 6분의 1은 의료보험이 아예 없다. 이러한 재앙적인 미국 의료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국공립병원이 전체 병원의 35%라서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국공립병원이 7%밖에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병원들이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는 길이 열리는데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마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기우일까?


더욱이 지금 의료민영화만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가스민영화, 철도민영화도 추진 중이다.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재벌들에는 큰 이익이겠지만 서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료비와 가스, 철도요금 폭등이다. 대선 후보들은 너도나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말하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민영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후보들의 약속을 거짓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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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한 달 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즉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스웨덴 등 북유럽 4개 복지국가의 한국 주재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말이다. 장하준 교수와 나는 우리나라가 스웨덴 정도의 복지국가로 가려면 지금부터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전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렇듯 5개년 계획을 세워 집요하게 노력해야만 5년 뒤에는 선진국 최하위의 복지정책을 펴는 미국 수준으로, 10년 뒤에는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우리의 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20~30년 뒤 북유럽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내용이다. 현재 문재인 캠프에서 나오는 복지공약과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것과 기본 틀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다. 1년 전 민주통합당은 지금보다 연평균 33조원의 추가 복지예산을 마련해 사회복지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더라도 집권 말기인 2017년에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지금의 미국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 속도라면 미국 수준에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이다.


문재인, 첫번째 복지국가 대통령을 꿈꾸며 (경향신문DB)


물론 문재인 캠프의 복지국가 구상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여름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보면 2030년까지 우리나라를 미국 수준의 복지국가로 만들겠다고 되어 있다. 미국을 복지국가라고 한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2006년부터 무려 24년 뒤인 2030년에 가서야 미국 수준의 복지를 하겠다고 한 것은 더욱 허탈한 일이었다. 이번에 문재인 후보는 24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 미국 수준으로 가겠다고 하니 대단한 진전이긴 하다.


아무튼 ‘첫 술에 배부르랴’고 마음을 달래며, 모로 가더라도 10년 뒤 미국, 20년 뒤 선진국 평균의 복지 수준에 도달하면 되지 않겠냐고 조급증을 달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캠프는 스웨덴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려는 의지와 열정이 있는가? 나는 거의 없다고 본다. 문재인 캠프의 사람들에게 진정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분명 그 캠프에는 사회복지 확대의 진심과 진정성이 있는 분들이 있다.


문제는 그 캠프 전체를 아우르는 생각과 사상에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약하다는 점이다.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를 복지국가로 만든 것은 사회민주당이고 사회민주주의자들이었다. 사회민주주의의 세계관과 정치경제학으로 무장한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수십년 동안 집요하게 노력해서 만들어낸 성과가 북유럽 복지국가이다. 그에 반해 문재인 캠프에 모인 정치인과 전직 관료들, 지식인들 중에 사회민주주의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 대부분은 사회민주주의의 ‘사’자만 들어도 빨갱이 욕을 먹을까 질겁할 것이다. 거의 대다수가 자유주의의 이념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의 프레임 속에서 복지국가를 만든다? 물론 가능하다. 그게 바로 미국 민주당의 리버럴들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이고 그게 바로 클린턴·오바마 수준의 복지국가이다. 선진국 최하위의 복지국가 말이다.


현재 박근혜 후보 쪽은 어떻게 하면 연 20조원 정도의 추가 복지예산으로 생색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 같고, 문재인 후보 쪽은 그보다는 좀 많은 연 30조원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 쪽은 좀 나은가? 그렇지 않다. 안철수 캠프의 발표를 보면 복지구상도 그렇고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 구상도 그렇고 문재인 후보와 별 차이 없거나 오히려 더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안철수 캠프의 복지국가 구상이 안철수 후보 자신의 이름으로 지난 7월 말 발간된 책 <안철수의 생각>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 책에서 안철수 후보는 진전된 복지국가 구상을 시사했고, 그 재원조달을 위해 부자증세만이 아니라 보편증세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안철수 후보와 그 캠프 전체가 불과 3개월 전에 출간된 책과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중도 보수적인 학자와 전문가들이 복지·노동 공약 마련에 참여하면서 목표 수준 자체를 낮추고 있다. 그리하여 문재인 후보보다도 낮은 수준의 복지·노동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요즘 안철수 캠프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선진국 최하위인 미국 수준의 복지로 가는 데 15년은 걸릴 것 같다. 더구나 스웨덴식 복지국가나 복지국가 5개년 계획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인사말하는 안철수 후보 (경향신문DB)


안철수 캠프의 이름이 ‘진심 캠프’라고 한다. 그렇지만 안철수 후보와 캠프가 스스로 <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내용들을 하나하나 요즘 파기하고 있는데도 후보나 캠프가 그 점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진심 캠프’의 진심어린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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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대물림을 끊자’는 어제자 경향신문 기획기사는 대학입시도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진단했다.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부모 경제력이 대학진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돈이 없으면 이른바 명문대학,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결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대학진학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9개 명문대학·의과대학 진학률을 조사한 결과 소득 최상위 가정 학생이 최하위 학생보다 17배 많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생 65.7%가 특목고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던 시절’은 옛날 일로 치부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실이다. 


대학입시에 쏠린 관심 (경향신문DB)


빈곤의 대물림 구조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고쳐질 기미는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게 큰 걱정거리다. 부모가 돈이 없어 학원에 보낼 수 없고, 자녀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명문대학에 가기 어렵고, 좋은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부모 세대의 경제력 양극화가 교육 양극화를 가져오고, 고스란히 자녀 세대의 경제력 양극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국민들이 지난해 42.9%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조사(30.8%) 때보다 12%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보다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는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교육 양극화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사회통합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마저 위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KDI는 소외계층(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위한 기회균등선발 학생을 늘리는 한편 학업성적 외에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력을 감안해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덧붙일 것은 대학 당국의 각별한 관심이다. 이들 학생의 기초 학력을 나무랄 게 아니라 대학이 책임을 지고 이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뽑으라고 했으니 마지못해 뽑고 난 다음에 나몰라라 하고 내버려둔다면 이것은 대학의 책임 회피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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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서울 시내 한 법당 안에 비둘기가 들어와 공양떡을 넘보고 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절을 찾은 신도들은 경계심보다 자비심으로 새를 받아들여 내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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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애 |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국민 사이에 은퇴 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준비하는 자금이라 할 수 있는 가계의 저축률은 1998년 21.6%에서 2010년 2.8%로 급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치 7.1%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저축률이 하락한 원인은 첫째, 가계소득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12.7%에서 2000년대 6.1%로 크게 낮아졌다. 둘째, 2000년대 들어 저금리가 지속되고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하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확대돼 저축할 여력이 감소한 것이다. 셋째, 대학진학률이 급등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했다. 한 설문조사에서 30~40대의 60%가 은퇴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들 중 절반은 그 이유로 자녀 교육비 부담을 꼽았다.


(경향신문DB)


 사회안전망이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낮은 저축률은 개인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하락해 소득이 감소해도 저축이 있다면 어느 정도 소비능력을 유지시키기에 경기가 급랭하는 것을 방지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계저축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에 기반을 둔 서비스산업이나 내수산업의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수출제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해외경기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돼 대외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가 힘들다.


가계저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부채가 축소되거나 가계소득이 증대될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의 거품이 걷히면 주택 보유에 따른 수익률이 하락하고, 가계의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해 금융자산 비중이 늘면서 저축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으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이 증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창업활동을 촉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 기업이 자생력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성장동력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자활기반 확충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등을 통해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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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 성북문화재단 대표


 

돌아보니 성북문화재단의 출범은 참 고즈넉했네요. 개소식도, 초대장도, 누리집도 미뤄 둔 첫날이었지요. 10월 중순에 치른 성북진경 축제를 빼면 그때나 지금이나 재단 직원들의 나날은 성북 ‘학’(knowledge)을 찾아 배우는 일과로 채워지고 있거든요. 성북의 경제학과 사회학을 익히면서 이 앎을 어느 곳 누구하고도 교류하며 상생할 수 있는 인류학으로 발견하고 호명하는 과정이 성북 ‘학’이라는 지역학의 쓰임새임을 새삼 느끼면서요. 같은 이치로 성북문화재단 ‘학’도 만드는 중이지요. 성북에 사는 사람과 성북을 찾는 사람을 더불어 흥하게 하는 문화학과 조직학을 묻고 찾는 것이 성북문화재단 ‘학’이다 하면서요.


‘학’이라고 썼지만 발품 팔고 진땀 흘리며 이곳의 역사와 생활사 현장들을 몸으로 만나가는 학습의 연속이지요. 요즘 지역문화의 진흥이 추세입니다만 그 요체를 찾아볼수록 담담해지네요. 지역문화의 진흥이란 그 지역이 ‘하던 것’을 더 잘되게 하는 것이고 그 지역에 ‘있던 것’을 더 잘 드러내는 일이 바탕임을 깨닫게 되니까요. 이 바탕을 이해하면서 그 지역에 ‘없던 것’을 새로 보태는 일이 지역문화의 진흥이었어요. 이 ‘없던 것’도 어느 지역이든 비슷하지요. 쪼개져서 따로 공급되던 일자리와 복지와 교육과 예술을 수요자 중심으로 붙여놓고, 윗사람이 결정하고 앞장서던 판에 아랫사람도 주도하게끔 여지를 넓히고, 안에서 방어하기보단 밖에서 좋은 것을 먼저 찾아내 들이는 것이 새로움의 양식이니까요.


 같은 발상에서 성북의 문화 진흥을 위해 성북 ‘학’과 성북문화재단 ‘학’을 묵묵히 찾아가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이들 ‘학’은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어서 성북 같은 다수의 생활권을 아우르는 서울시의 핵심 정책과 맞물리는 ‘전략’(strategy)으로 추진되어야 성북 시민이 체감하는 생활의 진흥으로 발현되겠지요. 그러자면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와 마을 공동체, 에너지 자립과 복지 기본선 등의 정책 사업이 지역적 삶의 개인 일상에서 마치 깔때기처럼 합쳐져서 실감나게 하는 문화적이고 조직적인 촉매자의 활동이 필히 활발해져야 합니다.


분야별 지원센터와 또 다르게 지역의 촉매 조직 활성화를 꾀한다면 성북의 문화정책과 서울의 문화정책이 합류하면서 비로소 샛길과 큰길이 동시에 날 수 있겠다 싶네요. 하여 성북문화재단의 130여명 직원들이 기꺼이 그런 촉매자를 자임해서 도서관, 미술관, 영화관, 미디어센터, 구민여성회관에서 저마다 지닌 생활문화 ‘술’(knowhow)을 맘껏 발휘할 때 동원이나 수혜가 아닌 자발적 생비자(生費者)로서 동네 예술가의 본성을 표현할 성북 시민과 마주하며 환히 웃겠네 해요. 성북에는 이미 ‘하던 것’과 ‘있던 것’이 좋은 상태로 많아서 약간만 ‘없던 것’을 보태어 한 해가량 농사 지으면 결실이 제법 열리겠지 내심 설레면서요. 이렇듯 서울과 성북이 상호 작용하는 지역 생활문화의 현장을 활성화하는 촉매 역량의 강화와 함께 다른 한편에선 서울과 성북의 동시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 경쟁력을 발굴하고 키워가는 4대 특별 정책 사업(killer contents)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양 도성의 생태관광 여행을 널리 알리면서 도성 밑에 자리한 마을 공동체 및 지역 예술가를 한꺼번에 활성화하는 것, 간송미술관의 상징성과 통하며 성북동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을 엮어 한국의 근현대 미술거리로 활성화하는 것,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을 비롯한 고택이나 역사적 문화 인물의 생가 등 서울의 대표적 미래유산을 묶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역사문화의 교육장으로 활성화하는 것, 최근 시민 관람을 개시한 한국가구박물관과 성북 및 종로의 생활민속 사립박물관을 연결해서 서울을 인상짓는 문화외교 명품 코스로 활성화하는 것. 이것이 성북문화재단이 준비하는 2013년의 4가지 특별 정책 사업입니다. 


11월 중순 무렵이면 얼추 내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짜놓고서 정릉과 의릉 일대 등 성북의 호젓한 곳곳에서 마을과 경제와 예술을 알아서 함께 일궈왔던 풀뿌리 활동가들을 한 분씩 만나려 해요. 이분들에게 열쇠가 있거든요. 경청하고 거든 다음 한 걸음 물러서 있으면 자물쇠가 풀리겠지요. 왜냐하면 성북(城北)의 ‘성’이 한양 내부를 지키는 예민한 경계감이라면 그 ‘성’의 북에 있는 ‘성북’은 경계에 서서 비움으로써 두터워지는 성숙미가 아닐까 해서죠. 오늘의 다툼이 도드라지는 대신 어제와 내일에 싸인 오늘의 홀가분함이 뭔지를 알려주는 곳이 여기 성북이거든요.


해서 ‘이야기와 꿈이 많은 성북문화 일구기’라는 성북문화재단의 소명이자 좌표는 오래된 서울의 성북 이곳에서 2013년을 준비하는 오늘 하루의 일과를 고즈넉하게 채워가는 중이랍니다. 그러면서 만들어가는 성북문화재단 직원들의 약속이 있는데요. ‘3하4말’이라고 3가지는 하고 4가지는 말자는 건데 궁금하시면 연락 주세요.따로 답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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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요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유력하다. 문화재청은 5일 유네스코 산하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의 심사결과 아리랑이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등재권고를 받은 아리랑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2월3~7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유산으로 최종 결정된다. 2001년부터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14개 종목의 한국 무형유산도 등재권고 후 모두 등재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등재신청된 ‘아리랑’은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재창조됐고 한국민의 정체성 형성과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 온 점에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2차 아리랑 광고 (경향신문DB)


그러나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로 중국의 아리랑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신청이 관심사로 떠오른 배경은 지난해 중국이 옌볜 지린성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문화유산 보호차원에서 각 민족들의 문화유산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하고 있다. 이번 아리랑의 등재권고는 중국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를 의식한 문화재청이 다른 종목에 앞서 아리랑을 우선 등재신청한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신청해 등재판정을 받을 경우, 아리랑은 한국과 중국의 공동등재 무형유산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화유산을 둘러싼 국가 간 문화전쟁을 치르기 위해선 속도전보다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만든 한국대표무형문화재목록을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종목을 선정해 유네스코에 등재신청해야 한다. 특히 예능 분야에 치우친 등재신청을 공예, 무예, 음식 등의 분야로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 아리랑의 경우 2009년에도 등재신청됐지만 수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유산을 유네스코에 무더기로 신청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심사제한’의 피해를 본 사례다. 아리랑은 당시 심사건수 제한에 따라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처용무 등 5개 등재종목에 밀렸다가 이번에 빛을 봤다. 우리는 향후 나전칠기와 유기장, 씨름과 무예18기 등 다양한 종목을 세계 무형유산의 반열에 올려야 한다. 지난 3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신청한 ‘김치와 김장문화’는 내년 11월 등재여부가 결정된다. 


문화전쟁이 치열한 시대일수록 민족의 문신이 된 무형유산들을 살뜰하게 계승하고, 중요한 민족자산들을 확보해 문화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류의 힘이 거저 생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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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디펜스21 편집장


지금쯤이면 전방에서 펄펄 뛰어다녀야 할 차세대 K2 흑표 전차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차의 핵심 구성품인 국산 변속기와 엔진, 즉 파워팩의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올해 4월에 방위사업청은 2013년도 양산분에 한해 파워팩을 독일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 직후에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4월의 해외 도입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방사청의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감사원의 움직임을 지켜본 기획재정부는 올해 전차 생산에 배정된 2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여 1100여개 전차 협력업체와 4만명의 직원들이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더 이상 사업이 지연되면 업체 도산이 줄을 이을 것이고, 서민 근로자들은 눈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올해 예산뿐만 아니라 내년 예산도 감사원과 방사청의 의견 대립을 지켜본 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산화 실패로 국내업체와 수출계약을 맺은 독일 회사는 우리 측이 벌써 지급했어야 할 선급금을 미룰 경우 약속 미이행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그동안 정부와 업체가 막대한 혈세와 노력을 쏟아부어 구축한 한국형 전차의 생산기반이 총체적으로 붕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자동차보다 전차를 먼저 생산한 나라이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의 기계와 설비 기술을 일구어왔다. 전차는 단순한 군의 무기체계에 국한되지 않는 우리의 자존심이자 국격이다. 그런데 파워팩 국산화 문제로 3년을 논쟁하다가 결정된 정책마저 흔들리는 작금의 사태는 세계 11위 경제대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원시적이다. 전차 선진국 독일도 10년 넘게 걸려 개발한 핵심 구성품을 우리가 6년 안에 개발하겠다고 애초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도 잘못이지만 개발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없었고 위험관리도 수반되지 않은 것은 사업의 초보적 관리도 부실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여기에다가 올해 고육지책으로 결정한 해외 도입을 뒤늦게 감사원이 문제 삼음으로써 산업 전체가 공멸의 위기를 맞은 상황을 보면 방위산업의 미래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전략물자 전시장 찾은 주한 외교관들 (출처 : 경향DB)


물론 일부 업체와 기술자들이 해외로 국부가 유출되는 현실을 벗어나 우리 힘으로 개발해보자고 도전한 것은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선진 기술을 얕잡아보고 자만한 점은 없었는지, 다음 기회에 성공하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다. 그것도 아니고 이전투구 양상으로 서로 발목을 잡아 예산집행까지 좌절시키는 지금의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꿈을 실은 로켓 나로호도 고무링 하나가 잘못되어 발사를 못하는 상황이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2000년의 콩코드 여객기 추락과 스위스 카프룬 열차 화재사건 등 일련의 선진국 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소한 실수 하나가 엄청난 시스템 붕괴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전차의 엔진과 변속기는 인간으로 치면 심장과 같은 핵심 구성품이다. 여기에 냉각성능, 가속성능에서 원인 불명의 하자가 발생하였다면 마치 심장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이런 하자가 유사시 초래할 재앙이란 다름 아닌 위급한 순간에 방치된 야전 전투원의 생명가치일 것이다. 하자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논란이 된다면 우선 안전한 제품을 먼저 쓰되, 과학기술자들의 국산화 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격려해주는 대승적 견지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아적 이익에 집착하여 진흙탕 싸움으로 세월을 허송한다면 군과 국민이 입는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그러고도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방사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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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의 처우 개선과 신분 보장을 위해 만들었다는 개정 고등교육법(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사회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대학은 재정 부담, 교수는 학과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수혜 대상이라는 시간강사는 ‘잔혹한 의자놀이’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오늘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강사법 폐기와 2012 임단투 승리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실력 행사도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른바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를 ‘강사’로 명명하고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임용 기간도 1년 이상으로 못박았다. 그런데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의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해 ‘무늬만 교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과부가 지난 8월31일 입법예고한 이 법 시행령 또한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강사를 교원확보율에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등 대규모 시간강사 해고 사태를 몰고 올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간 강사법 시행 중단 요구 (출처 : 경향DB)


새 강사제도는 7만8000여 시간강사 모두에게 원성의 대상이다. 4만여명으로 추정되는 전업 시간강사 가운데 3만명은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일부는 겸임·초빙교수 등 비전임 교원으로 흡수되겠지만 대부분은 강단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전업강사로 선택받은 이들도 처우 개선은 고사하고 임용권자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1년짜리 비정규직 강사일 뿐이라고 한다. 세부 전공을 고려하지 않은 9시간 이상 전업강사 배치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려 그 피해가 학생에게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입법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할뿐더러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가 시행령 확정·공포라는 마지막 입법절차만 남겨둔 상태인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를 비롯한 교육노조협의회와 민교협, 학생·학부모·시민단체로 구성된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은 교과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 법안 폐기와 대체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명시된 계열별 법정 교원 확보 기준을 지키고 초빙교수·겸임교수·연구교수 등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연구강의교수 제도로 통합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간강사법 시행을 3년 유예하는 법안도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시간강사들이 극력 반대하는 시간강사법 시행은 유예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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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부처들이 서민주택과 농어촌주택에 대한 개·보수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의 ‘저소득층 옥내급수관 개량사업’과 ‘슬레이트지붕 철거지원 사업’, 보건복지부의 ‘농어촌 장애인 주택개량사업’, 지식경제부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국토해양부의 ‘사회취약계층 주택개보수 사업’ 등 부처마다 사업을 벌이고 자신들만의 ‘복지사업’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처별 주택 개·보수사업의 대부분은 “세금을 나누기 위한 잘 짜인 연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서민을 위한 사업인지, 부처 간 영역 나눔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이렇듯 정부 사업이 부처별로 따로 놀면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복지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소중한 국민의 돈이 허드렛물 쓰듯 새어나갈 수 있다.


포격으로 파손된 집터에 신축 중인 연평도의 주택들 모습 (출처; 경향DB)


 부처 간 중복지원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주택 성능을 개선하기보다는 주택 개·보수 항목 중 한두 가지만 지원하는 “수혜 가구 수 부풀리기 위주”로 사업을 왜곡시킨다. 유리창만 교체된 집의 지붕에서는 물이 새고, 벽지와 장판을 바꾼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곰팡이가 무성하게 피어남에도 아무도 그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공사기간 내내 친척집 등을 전전하다 돌아오면 보일러를 교체했다는데 구석구석 틈새바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철새형 사업’으로는 서민주택의 질적 수준을 절대 높일 수 없다는 사실을 국가는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주택 개·보수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들은 도시의 서민주택이나 농어촌 주택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건축 전문가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특히 주택의 방수·방습, 단열, 환기는 곰팡이와 세균번식 등 개인의 건강과 국민보건과도 연계되며, 더 나아가 녹색성장 시대에 부응한 주택 냉·난방 에너지 절감과 직결되는 핵심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주택 개·보수사업은 보일러나 창호, 그리고 지붕교체와 비교하여 그리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방수·방습, 환기, 단열성능강화(지붕, 바닥, 벽체 부위) 및 건축 전문가의 주택 진단까지도 소홀히 하고 있다.


신축보다 더 어려운 사업이 기존주택의 개·보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항목별 체크리스트만으로 주택을 진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설계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진단과 그에 따른 도면작성, 그리고 사업시행 이후의 진단 및 모니터링까지도 응당 검증해야 할 항목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연채광과 자연환기가 불가능한 반지하, 지하 등의 열악한 주거공간으로부터 서민들을 구해내기 위해서라도 유지관리비가 적은 에너지절약형 국민임대주택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만, 취약계층 주거권 확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각 부처의 주택 개·보수 사업이 전문 부처와 건축전문가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정비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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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숙 | 대한간호협회 회장


간호사들이 중소병원을 떠나고 있다. 대학을 막 졸업한 간호사들마저 중소병원을 외면해 중소병원들은 간호사를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2000년 7월 의약분업 이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려가면서 중소병원들은 환자 수가 격감하고, 의사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면서 지방에선 의사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병원들이 의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력들의 인건비를 절약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인력의 이탈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간호사의 경우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12년이 흐른 지금,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에서 받는 임금 수준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보수가 낮은 병원을 꺼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소병원의 높은 노동강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중소병원 10곳 중 9곳은 정부에서 정한 간호사 인력의 최소 기준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다. 1명의 간호사가 보는 환자 수를 비교하면, 대형병원은 16명 이내인 데 반해 중소병원은 25∼40명이나 된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가 중소병원을 꺼리게 만든 것이다.


서울 강남 차병원에서 간호사들이 2011년 11월 11일 태어난 신생아들을 안고 웃고 있다. (출처: 경향DB)


 간호사들은 보통 3교대로 일하며 공휴일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교대근무로 인해 생활리듬의 균형이 깨지고 신체에 무리가 오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중소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간호사를 무작정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소병원이 원하는 것은 능력과 실력을 갖춘 간호사가 아니라 값싸게 채용할 수 있는 간호사이기 때문이다. 


중소병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지 않고는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 현재도 간호 인력은 충분하다. 매년 1만4000여명의 간호사들이 탄생하고, 간호대학 입학정원의 대폭 증원으로 2016년이 되면 한해 2만여명의 신규 간호사들이 배출된다. 간호 현장을 떠난 면허증 소지자들도 9만여명이나 있다. 이들을 간호 현장에 어떻게 불러들일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간호사 인력부족에 따른 환자의 입원기간 연장, 사망률 증가, 국민건강권 위협 등에 대한 책임은 앞으로 누가 질 것인가. 간호전문직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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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중국전문가


춘추 말기 제나라의 유력한 전씨(田氏) 가문의 중요 인물인 전성자(田成子)가 일이 있어 연나라로 가던 중이었다. 신표와 짐을 들고 성자를 수행한 사람은 치이자피(치夷子皮)였다. 


조나라 땅 망읍(望邑)이란 곳에 이르렀을 때 자피가 주인 성자에게 “마른 호수의 뱀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호수의 물이 마르자 그곳에 살던 뱀 두 마리가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를 했습니다. 작은 뱀이 큰 뱀에게 ‘네가 앞장서서 가고, 내가 네 뒤를 따르면 사람들은 그저 그냥 뱀이 지나가는구나 생각하여 틀림없이 너를 죽일 것이야. 그런데 네가 나를 등에다 얹고 지나간다면 사람들은 틀림없이 나를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 우리를 존경하고 두려워할 것이야’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큰 뱀은 작은 뱀을 등에 업고 큰 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은 ‘저건 신령이야’라며 멀찌감치 피해가더란 겁니다”라고 했다. 


이야기를 마친 자피는 “주인께서는 잘생기셨고 저는 남루하고 못생겼습니다. 제가 주인을 상객으로 모시는 것은 그저 보통 귀한 몸에 지나지 않겠지만, 주인께서 저를 모신다면 분명 대단히 귀한 몸으로 우대할 것이니 차라리 주인께서 저의 사인으로 분장하시는 것이 어떨지요”라고 제안했다.


차오양(朝陽)에서 확인된 춘추시대 청동단검 거푸집과 청동끌 거푸집. (출처: 경향DB)


성자는 자피의 말에 따라 신표와 짐을 든 채 자피를 수행했다. 가까운 객사에 도착하자 객사 주인은 이들의 행색을 보고는 속으로 깜짝 놀라 대단히 공경스러운 자세로 이들을 맞이했고 아울러 고기며 요리를 알아서 내와 올렸다.


성자와 자피가 사용한 계책은 뱀 고사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자피가 임기응변으로 지어낸 것이지만 인간 세상사 사리에 들어맞는 것으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이치를 알려준다.


첫째, 신분과 지위를 따지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신분이 고귀하다는 인상(물론 이 인상은 허구의 착각이긴 하지만)을 줄 수 있어야만 사람들의 경외심을 불러일으켜 자신이 하는 일에 편의를 얻을 수 있다.


둘째, 동행자 중 한 사람이라도 사람들의 경외감을 얻기만 하면 전체가 이득을 볼 수 있다.


셋째, 동행자 중 누가 되었건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섬기는 비상식적 방식을 취하면 이 작은 사람의 신분에 대해 그 크기와 높이를 헤아리기 힘들게 만들고 나아가 이 작은 사람에 대한 신비감이 더해져 숭배와 존경을 얻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나름 신분과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등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를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등에 출세욕에 눈먼 자들이 아닌 백성을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귀한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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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이나 유원지 한쪽에는 으레 회전목마가 자리하고 있다. 붉은색 지붕 아래에 알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알록달록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목마가 위아래로 들썩이면서 돌아가는 모습은 어딘지 낭만적이다. 유년의 추억을 건드려주는가 하면 일상에서의 각박한 시간이 잠시 허물어지면서 그 틈으로 동화 같은 삶을 밀어넣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온갖 스릴 넘치는 기구들이 사람들의 비명을 독차지하고 있기에 회전목마를 찾는 이는 드물다. 그래도 가끔 덧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만날 때가 있으면 반갑다. 어쩌다 연인들이 회전목마를 타고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조명 아래 흘려놓는 장면을 보노라면 연극 같은 인생에 추억 하나를 공유하고 싶다는 심정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왜 회전목마는 쓸쓸하고 덧없는 삶을 연상시킬까? 


이제는 허름하고 조악한 유원지의 구석에서나 볼 만한 회전목마를 어두운 전시장에서 만났다(최우람, 갤러리현대, 11월1~30일). 최우람은 동력장치를 활용해 움직이는 조각 작품을 만드는 이다. 이른바 ‘키네틱 아트’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조각의 정적인 세계를 깨고 움직임과 시간성을 부여하고 관객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말한다. 과학기술과 공학적 지식을 접목시키고 기계장치에 심미성과 이야기를 삽입해서 연출한 것이다. 최우람은 회전목마를 아주 작게 만들고 이를 속도의 완급 조절 속에서 보여준다. 



모터를 통해 작동하는 목마는 느림과 빠르기를 반복하고 우아하게 흐르다 미친 듯이 질주한다. 발광하는 조명과 음악에 맞춰 천천히 돌아가다가 이내 정신없이 회전하기를 불안하게 반복한다. 눈으로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스치고 사라져버린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한편 현기증 나는 회전, 질주하는 속도감, 터져버리거나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을 동반하는 것이 못내 불길하고 두렵다. 우리 모두 저 목마에 하나씩 얹혀져 미친 속도에 쾌락적으로 몸을 맡기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삶의 시스템과 속도에의 강박이 떠오르고 회전목마에 달라붙어서 결코 떨어져 나가서는 안되는 긴장감 같은 것들이 묻어나는 작업이다. 아울러 저 광폭한 속도에 맞춰 살아야만 하는 존재의 비애감도 스물거린다. 과연 나는 저 광폭한 속도로 선회를 반복하는 회전목마의 등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질주하는 목마의 등에서 내려오는 순간 어디론가 튕겨져 나가 터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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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화재 사고로 중태에 빠진 경기도 파주 초등학생 남매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동생은 몸에 온기를 되찾고 있지만 누나는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복지시스템의 현실을 돌아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파주 남매 사건은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고 꾸려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남매가 당해야 했던 참혹한 사태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나 한 가족의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남매의 부모는 맞벌이 노동자로서 장애아동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해놓고 답을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화재가 난 것도 살던 아파트가 경매로 팔려 어머니가 월세방을 구하러 나간 사이의 일이었다. 국가·사회가 보살펴야 할 중증 장애아를 방치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공재(公災)’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9월에는 1급 근육장애인 허정석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인공호흡기가 빠지는 바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1급 뇌병변 장애를 안고 있던 김주영씨가 역시 활동보조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난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과 이번 파주 남매 사건 모두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이 불러온 참변이다. 지금의 활동지원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서비스의 양과 질에서부터 지원 대상을 규정하는 의학적·행정적 기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 단체의 원성을 산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장애인 활동보조 시간과 범위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장애인 연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출처: 경향DB)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혼자 사는 최중증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월 180시간 정도 지원에 불과한 지금의 제도로는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 그나마 수급 등급, 독거 여부, 대상 연령 등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이 현장에서는 규제로 돌변해, 이를테면 독거 장애인이 출산을 하면 되레 지원이 축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알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개선을 미루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선 최고 화두로 삼고 있는 복지국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 떠는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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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헌법적 권리’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 ‘정략적 접근’이라고 반박하던 여당은 갈수록 투표시간 연장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등 야권 대선 후보들이 국민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공세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여당 일각에서 ‘반대 명분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박근혜 후보의 선택이 관건이다.


문 후보 측은 후보 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새누리당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데 이어 1300만명을 목표로 한 국민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문 후보 측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은 투표시간 연장 반대야말로 ‘반헌법적 태도’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여야 합의를 지켜보되 여의치 않을 경우 국민청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국민적 지지의 토대가 마련된 상황에서 투표시간 연장 관철을 ‘무소속 대통령론’을 뒷받침하는 호기로 여기는 듯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양 진영에선 투표시간 연장 운동이 야권 두 후보의 가치와 정책 연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는 모양이다. 


투표시간 연장 촉구하며 우산 드는 시민들 (출처: 경향DB)


새누리당은 외견상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다른 조짐도 감지된다.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투표시간 연장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은 “투표시간 연장을 포함해 법정공휴일화 등 투표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자고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제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인사도 “개인적인 생각이나 결국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실토했다. 앞서 이재오, 유승민 의원 등은 이미 공개적으로 투표시간 연장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여당 일각에선 야당이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을 수용하는 대신 이 기회에 행동거지가 불편한 노인들에게 편리한 투표 장소나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여당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현실적인 대안 모색이다.


투표시간 연장은 비용이 더 드는 돈의 문제라거나 젊은층의 투표율을 더 올리려는 야당의 정략적 접근이라는 여권의 주장 자체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웅변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투표를 하기 싫어 포기하는 기권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굳이 박 후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투표권 보장이야말로 100% 국민 대통합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여야라는 울타리를 넘어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국민의 권리나 정치 쇄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투표시간 연장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박 후보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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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얼마전 중국 베이징에 주재하는 코트라(KOTRA) 무역관 직원에게 경고조치를 한 것은 5·24 조치 이후 거꾸로 가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역관 측은 북한이 베이징에서 연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뒤 식당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들과 조우하면서 북한의 투자유치활동 및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우대 조치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통일부는 그러나 북측 인사와 접촉한 사실을 뒤늦게 신고했다는 이유로 경고했다. 통일부는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북측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 피해자 문제 대책 위원회와 광복절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진 5·24 조치는 한국인의 대북 접촉을 금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남측 기업인들의 방문을 금한 것은 물론, 대북 신규 투자 및 기존 투자의 확대도 금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2년 반 동안 고스란히 남측 기업들이 입어야 했다. 평양 등 북한 내륙에 진출한 800개 기업들은 도산했거나 고사 직전이다. 지난해 초 업계의 자체 조사 결과 남북 경협·교역 업체 154개 중에서 102개 업체가 북한사업을 임시 중단했고, 19개 업체는 완전 중단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가 지난해 9월 펴낸 백서에서도 5·24 조치로 인한 직간접적인 남측 기업들의 피해는 124억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남북교역 중단으로 북한이 연간 3억달러의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제재효과가 지속되는 것처럼 호도해왔다. 


백령도에서 K-9 자주포가 목표 지점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제재를 위한 제재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라고 촉구해온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주민을 먹여살리라면서 경협을 막은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국회 동의를 얻어 공표 이행토록 의무화한 2005년 남북관계발전법에도 위배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 단 한차례도 기본·연차계획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5·24 조치는 되레 제 눈을 찌른 격이 됐다. 법에 규정된 의무이행마저 외면한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를 풀 의지도, 철학도, 용기도 없음을 입증했다. 아직 구체적 대북정책을 내놓지 않은 대선 후보에게 묻고 싶다. 정권을 잡으면 이처럼 의무이행을 게을리한 체제를 물려받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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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용 | 전남대 교수·철학


신분이나 계급을 분리하는 기준은 명확하지만 계층을 구별하는 틀과 방법은 애매하고 모호하다. 그 이름도 가지각색인데 그중에서 특히 계층을 탈정치화하는 데 가장 애용되는 말이 서민과 중산층이다. 한국인은 대부분 자신이 여기에 속한다고 여긴다. 더구나 자산이 0에 가까운 학생들조차 스스로가 중산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부채 없이 최소 30평 아파트, 2000㏄ 자동차, 연봉 5000만원이 넘으면서 상류층에 대한 동경을 가져야 중산층으로 불린다. 물론 이 기준은 부유층과 그에 부역하는 이들이 만든 것이다. 그러니 중산층도 아니면서 중산층 의식을 갖는 것보다 중산층의 기준을 바꾸어야 정치판을 새로 짤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중산층은 크고 작은 뜻을 가지고 정치적 담론에 참여하는 시민, 어떤 주제라도 타인과 30분 이상 소통할 수 있는 교양인,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책을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는 독서인이다. 이처럼 참여, 소통, 배움을 계층의 규범적 기준으로 세워야만 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누구나 자존심, 자부심,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직장인이 한 달에 1.8권의 책을 읽는다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업을 가진 대부분이 중산층인 한국은 바람직한 사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읽는 책은 대부분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자기계발서이지 참여하고 소통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자신의 처지와 관심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이 각양각색이듯 세상에 나와 있는 책의 종류와 수준 또한 다채롭다. 그렇다고 책이 다 책은 아니다. 현실을 비판하며 새로운 생각을 나르고 낯선 세상과 소통하며 상상 불가능한 이상(理想)을 상상할 수 있는 양서(養書)가 진짜 책이다. 이런 책을 쓰고(저자), 나르며(출판인), 읽는(독자) 이들의 수가 그 사회의 정치와 문화의 수준이다. 그러니 고품격 정치문화를 위해서는 국가가 세 축이 함께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첫째, 광범위한 독서층이 형성되도록 도서관을 늘리고 시민의 정치적 담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독서층이 얇을 수밖에 없는 학술도서의 저자와 출판사를 파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독자와 저자를 연결하는 출판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대한민국학술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학술·교양도서 사업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한길사, 창작과비평사, 문학과지성사, 민음사가 없었다면 오늘의 민주주의는 없다. 1970~80년대 독재정권은 이들이 출판한 수많은 학술도서를 금서로 낙인찍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금서만큼은 반드시 찾아 돌려가며 읽었다. 독재의 금서가 민주혁명을 키운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성취되고 금서가 사라지면서 역설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다. 정부기관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는 읽지 않아도 될 도서목록처럼 보인다. 4대강에 뿌려진 돈 때문에 우수학술도서 지원 사업비가 줄면서 선정된 책의 수준이 중구난방이기 때문이다.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책을 배제한 것도 가련한 일이지만 저자조차 학술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책을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하는 것은 독서인 모두를 희롱하는 것이다. 정권을 바꿔야 하는 중대한 이유다.


다양성은 출판문화의 생명이다. 그러니 몇 개의 큰 출판사보다 이색적인 담론을 발굴해서 나르는 작은 출판사가 많은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글을 알아보고 잘 다듬을 수 있는 훌륭한 편집자 2명만 있어도 세계를 움직이는 출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의 작은 출판사가 현 상황에서 학술도서를 출간하는 것은 자살에 가깝다. 그들의 책을 읽는 이도 적지만 보수 정권의 지원도 너무 조잡하다. 그래서 유명인의 성공일기나 신변잡기 혹은 말랑한 교양서로 돈벌이에 나선 출판사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린비, 도서출판 길, 돌베개, 동녘, 후마니타스와 같은 몇몇 출판사가 자리를 지키며 자살을 반복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의 생명력이 죽지 않고 있다. 실질적 금서가 된 이들 출판사의 책들이 곧 우리가 찾아서 읽고 돌보아야 할 우수학술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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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대선을 46일 앞둔 상황에서 후보단일화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들은 선거를 두 번 하게 되는 셈인데, 11월25일 이전에 야권 후보단일화를 하고 12월19일에 야권 단일후보와 여당 후보로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후보도 유권자도 단일화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왜 후보단일화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가? 후보단일화 없이는 이명박 정권의 역주행을 극복할 수 없고, 80년 광주항쟁의 정신과 87년 6월민주항쟁의 정신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고,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가 대선승리, 정권교체, 민주주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절대적인 변수가 된 것이다. 


왜 단일화가 불가피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당해야 할 세력이 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강고한 분단구조와 내연하는 지역대결구조 아래서 모두가 힘을 합쳐도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힘겨운 마당에 두 세력으로 분열되어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단일화를 이룰 것인가? 단일화는 후보들 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는 단일화의 방법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 앞에서 단일화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인식의 문제이자 소명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룰 것이냐에 앞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결심이 중요하다. 두 후보가 결심만 한다면 나머지는 주변적인 문제이다.


 언제까지 단일화를 완결해야 하나? 대선승리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11월25일 이전에 반드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후보등록 후에는 단일화의 가능성이 반감되고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그 효과는 적다. 시간을 더 끌어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 성사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극적으로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권자들은 등을 돌린 상태이고 효과는 극히 미미할 뿐이다.


후보단일화는 대선승리의 보증수표인가? 그렇지 않다. 단일화는 대선승리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세 가지 조건이 추가돼야 충분해진다. 첫째,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후보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을 걱정시키지 않고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두 세력을 합치고 국민들을 결집시키는 확장적 방식이어야 한다. 


후보단일화촉구 교수선언 (출처; 경향DB)


누가 단일후보가 되어야 하나? 대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능동적으로 창조해나갈 사람, 그 역사적 과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과 함께 추진해나갈 사람, 그러한 역사인식과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 장강의 앞물은 뒷물이 밀고가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누가 장강의 뒷물을 담을 새 부대가 될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우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11월을 맞이한다. 1987년과 2007년 두 번의 큰 좌절을 겪었기에 두려움은 더욱 크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가 일관되게 후보단일화를 추구하면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언약했고 안철수 후보도 국민이 그 길을 열어주면 흔쾌히 따르겠다고 했으니 두 후보의 결심은 선 것으로 보인다. 시도 때도 없이 연대를 외치는 것은 어리석은 정치에 불과하지만 임박한 결전 앞에서 연대를 외면하는 것은 위험한 정치라는 사실을 상기하고자 한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의 몫인데, 두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루도록 국민들이 충분히 격려하고 충분히 지지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다음 대선에서는 결선투표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도록 정치권에서 공직선거법을 조속히 개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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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화 논설위원


2010년 12월 서울 서계동에 위치한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식에서 배우 장민호는 흐르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식순 중 하나로 마련된 장민호의 ‘파우스트’ 독백이 끝난 후 자신에게 쏟아진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에 노배우는 지나온 시간을 밟으며 뜨거운 눈물을 닦았다. “생이란 영롱한 반사일 뿐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의무이다. 비록 순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객석을 등진 채 파우스트의 독백을 들려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연극의 최고참 배우 장민호는 이날 자신의 이름이 붙은 극장 무대에 오른 순간이 65년 연극인생에서 가장 떨렸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극장에서 공연된 <3월의 눈>에 백성희와 함께 출연해 “가장 완벽한 연기의 정석”이라고 호평 받았다. 작품은 연장공연과 지방공연이 이어질 만큼 화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삼척 공연 전날 심한 기침으로 입원한 그는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 어제 하늘품에 안겼다.


명동예술극장 개막작 <맹진사댁 경사> 출연하는 신구 장민호씨 (출처 : 경향DB)


장민호는 1966년 10월 옛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 초연된 괴테 원작의 연극 <파우스트>에 주인공 파우스트로 출연 후 1997년까지 4차례에 걸쳐 파우스트 역을 맡았다. 별명이 ‘파우스트 장(張)’일 만큼 그의 연기는 ‘파우스트 역의 배우가 아니라 진짜 파우스트’였다. <파우스트>는 노학자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얻은 후 아름다운 처녀 그레첸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의 연기철학은 연습 중에 특히 빛났다. 1997년 <파우스트> 공연을 앞두고 눈물을 쏟으며 그레첸과 키스하는 장면을 연습할 때마다 노배우는 거친 수염이 난 턱으로 어린 여배우의 뺨을 문지르며 강렬한 키스를 했다. 실제 공연에서도 입맞추는 소리가 또렷이 객석에 들릴 만큼 열중했다. 연극 대본에 ‘3개의 계단을 올라가서’라는 지문이 나오면 연습장에 3개의 계단을 설치해놓고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는 배우였으니 키스 연습을 얼마나 실감나게 했을지 상상이 간다. 


“빈손으루 혼자 내려와서 자네두 만나구, 손주, 증손주까지 보았으니, 이만하면 괜찮지, 괜찮구 말구…. 이젠 집을 비워줄 때가 된 거야….”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 된 <3월의 눈>에서 그가 전했던 대사다. 무슨 역이든 소화하는 ‘잡식성 위장’을 가졌다던 노배우의 부재는 그리움의 무게를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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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쇄신과 관련해 야권의 주요 후보가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기했다. 그러나 무엇이 기득권인가를 명확하게 하지는 못해 정치쇄신 방안의 초점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문제가 되는 정치적 특권 혹은 기득권에는 두 가지 다른 양상이 있다. 정치제도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 혹은 세력의 문제와 야권 내에 존재하는 기득권이다.


전자의 문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피하기 어렵다. 대의제를 택하고 있는 이상 대표자들이 정치과정에 일반 시민들보다 많은 권한을 갖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권과 기득권 문제는 대의를 하는 대표들의 구성이 민의와 큰 괴리가 있고 이들의 행태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할 경우에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정치제도에서 비롯된다면 사람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보다는 민의가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개혁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선거제도 문제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선거구제 위주의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가치가 공정하게 대표되기가 어렵다. 최소한 비례대표제의 비중을 증가시켜 소수세력이 원내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확대시키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기득권을 축소시켜야 한다. 지역구 의원을 246석에서 200명으로 줄이면 100명을 정당명부투표에서 선출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를 증가시켜 비례대표의 비중을 더 크게 높일 수 있다. 100명을 비례대표로 증가시킨다면 지역구 200명과 비례대표 200명으로 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민의가 대표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등에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주요 의제로 제기되는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일정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기본적으로 정치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기득권 극복과는 거리가 있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정치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기득권의 다른 한 측면인 야권과 민주당 내의 기득권 문제도 일차적으로는 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현재 선거제도가 주요 정당 사이에 지역분점을 가능하게 만들고 주요 정당 내에 경쟁에 노출되지 않는 기득권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이 미치는 영향은 여당과 야당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여당의 경우는 당내 기득권 세력이 정당의 주요 지지세력과 조직적으로나 가치적으로 잘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 내의 기득권 세력은 자신의 지지기반과 여러 면에서 괴리가 크다.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여당보다 훨씬 넓은데 야당은 이러한 다양한 지향을 수용할 수 있는 정당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지지율 변동에서 여당보다 훨씬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당정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의 필요성을 강변할 것이 아니라 공천 등의 당내 의사결정에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는 정당혁신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과제는 인적쇄신과 정당의 개방화 개혁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적쇄신은 특정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의사결정이 소위 친노와 호남 기득권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이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정당 개방화는 모바일 참여 등 새로운 참여방식을 제도화하고 정당의 조직기반을 혁신하고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선국면에서 선거제도 개혁보다 정치적으로 파급력이 더 클 것이다. 우선 이는 여당과의 협의가 없이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가 아니라 당장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야권에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 그리고 민주당 내의 기득권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이는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과의 조직적 결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반면 이러한 혁신방안과 실천의지가 국민에게 평가를 받게 되면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후보단일화의 질을 높이는 데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위로부터는 비례대표제 확대, 아래로부터는 정당의 개방화가 정치적 기득권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정치쇄신에 대한 논의는 이 문제에 집중하고 여기서 단일화로 나아가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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