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279건

  1. 2019.01.18 [편집국에서]‘제2의 박종철 의원’은 없어야
  2. 2019.01.18 [정동칼럼]2019년, 평화를 위한 촛불의 상상력
  3. 2019.01.17 [사설]손혜원 의원 측 ‘문화재거리 건물 9채’ 진상은 뭔가
  4. 2019.01.17 [사설]헌법정신에 정면 도전한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5. 2019.01.16 [구혜영의 이면]거꾸로 읽는 ‘유시민’
  6. 2019.01.16 [사설]남북관계 변화 반영한 국방백서의 ‘북한은 적’ 삭제
  7. 2019.01.16 [사설]문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만남, 생산적 결과 낳기를
  8. 2019.01.15 [사설]송영길의 ‘신한울 원전 검토’ 발언, 소모적 논쟁 안된다
  9. 2019.01.14 민주당, 핑계는 이제 그만
  10. 2019.01.14 [사설]개성공단 재가동 논의 검토할 때가 됐다
  11. 2019.01.14 [사설]황교안 한국당 입당, ‘도로 새누리당’이 되려는가
  12. 2019.01.11 [사설]‘혁신적 포용국가’ 제시한 문 대통령 회견, 성과로 말해야
  13. 2019.01.11 [편집국에서]유시민은 자신의 미래를 알까
  14. 2019.01.10 [여적]군의원들의 ‘향락 연수’
  15. 2019.01.10 [경향의 눈]노동자를 근로자라 부르는 고용노동부
  16. 2019.01.10 [사설]국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권고 수용하라
  17. 2019.01.09 [기고]남북 철도 연결사업의 법적 과제
  18. 2019.01.09 [정동칼럼]재정은 그 정부 철학을 말한다
  19. 2019.01.09 [사설]재판 회피하는 전두환, 구인영장 당연하다
  20. 2019.01.09 [사설]청와대 참모 개편, 낮은 자세로 국정 다지는 계기로

‘이름이 아깝다’는 댓글을 보고 기사를 자세히 읽게 됐다. 박종철 예천군 의원의 사건을 다룬 기사를. 해외 연수를 가서 가이드를 폭행했다고 한다. 하필이면 독재정권의 폭력에 희생된 열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전직 지방의원에게 어떤 자리인지를 물어봤다. “일반인들에게는 국회의원보다 중요할 수도 있는 자리”라고 했다. 

지방의회의 권한은 크게 3가지다.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조례 제정의 권한,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하는 재정에 관한 권한, 지방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이 11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예천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의원은 외국 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해 고발당했다. 연합뉴스

전직 지방의원은 말했다. “국회에서 심의하는 국가 예산은 액수가 수백조원에 달하지만 지방에 내려줄 예산, 공무원들의 월급 등 미리 쓸 곳이 정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국회가 직접 쓸 곳을 결정하는 것은 많지 않다. 반면에 지방의회가 심의하는 예산은 액수는 작을지 몰라도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것들”이라고 했다. 예컨대 동네에 놀이터를 만들지 말지는 국회가 아니라 지방의회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니 일반인들에게는 국회보다 지방의회가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이렇게 중요한 지방의회를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끌고 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그동안 너무나 무심했다. 그 틈을 타고 지방의원들은 필요 없는 해외연수를 다니며 추태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방의원 여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한다. 그 정도로 문제가 해결될까.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원들의 자질은 왜 주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지 물어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했다. 정당 공천과 소선거구제가 첫손에 꼽혔다.

지방의원 공천권은 보통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행사하는데, 뽑는 사람의 유형은 뻔하다고 했다. 우선 자기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래야 부려먹기 편하니까. 자기보다 똑똑해서는 안된다. 똑똑하면 나중에 자기 자리를 위협할 수 있으니까. 그저,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면서 적당히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이 지방의원 공천을 받기 쉽다는 얘기였다.

여기에 더해 선거구당 2~3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야합을 낳기 쉽게 만든다고 한다. 그때그때 ‘바람’을 타고 한 거대 정당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는 일이 많아 지방의회가 단체장을 견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자체제도가 부활한 지 벌써 28년이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중대선거구제는 지역이 넓어 선거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대세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더라도 비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출신의 지방의원들을 뽑아야 서로 감시와 견제를 하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

정당 공천을 유지하려면 공천권을 행사한 사람에게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권한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 하므로. 박종철 예천군 의원을 공천한 국회의원을 다음 총선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면 모든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다음부터 공천할 지방의원을 매우 신중하게 뽑을 것이다. 아니면 공천권을 포기하든가.

지방자치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은 이런 아이디어도 내놨다. ‘지방의원 휴직제’를 도입하면 어떻겠느냐고. 과거에는 정치권이나 행정부에 인재가 많았지만, 지금은 기업에도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지방의회에 들어오면 지방정부의 회계를 감시하는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육아휴직제도처럼 지방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은 휴직을 법으로 보장해주는 ‘지방의원 휴직제’를 만들면 지금보다 지방의원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악용을 막을 장치도 마련해야겠지만.

우리는 최근까지 큰일을 많이 겪었다.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도 불과 2년 전 일이다. 그 사이 가까운 곳은 오히려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는 우리에게 가까운 곳도 돌아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지방의회를 개혁할 최상의 방법은 아직 모른다. 앞으로 찾아가야 할 숙제다. 하지만 이 숙제를 시작할 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2의 박종철 의원’은 없어야 한다.

<김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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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연천과 철원의 민통선 안쪽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연천에서는 두루미 보호에 온힘을 쏟고 있는 이석우 선생의 친절한 안내로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평생 처음 두루미를 관찰했다. 마침 두루미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에서 한바탕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는 복도 누렸다.

하류의 군남댐이 겨울에 불필요하게 물을 가둬 강을 얼리는 바람에 두루미의 생활에 적합한 얕고 물이 얼지 않는 여울이 위협받는 상황을 이 선생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 일행과의 점심도 채 다 못 들고 통화를 오래 했는데, 잘못된 방식으로 먹이를 주고 사진 찍으려 새들을 일부러 놀라게 해 날아오르도록 한 외지인 관광객들 때문이었다. 족히 200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인기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두루미의 성격을 알려고 들지 않는 답답한 행태였다. 삼밭의 농약 탓에 두루미 세 가족이 죽은 일도 있었다는데, 절도에 시달리던 인삼 재배 농민들이 안전한 민통선 안에 삼밭을 많이 만든 탓이었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월동하는 두루미가 겪는 고난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이날의 답사에서 개인적으로 놀랄 일이 있었다. 정지석 목사가 운영하는 철원의 ‘국경선 평화학교’를 방문해보니 내가 1983년 말에 한 달 근무했던 월정리의 철책선 바로 그 자리였다. 군인들만 북적이던 살풍경한 철책선 방벽 앞에 이런 학교가 섰다는 점에서 35년의 큰 변화를 느꼈지만, 그만큼 오래 분단체제가 버텨왔다는 사실도 새삼스러웠다.

정 목사는 판문점 정상회담 1주년인 4월27일에 군사분계선을 따라 인간띠잇기 행사를 구상하고 있었다. 인간띠잇기는 옛 소련 붕괴 때 독립을 쟁취한 발트 3국의 경험에서 유래된 것이다. 휴전선 남쪽의 구불구불 이어진 길은 총 500㎞인데, 이를 한 사람이 1m씩 맡으면 50만명이 필요하다. 이처럼 긴 평화의 띠를 만들면 전 세계에 평화에 대한 우리의 간절한 열망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정 목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난항인 이유를 ‘협상 캠페인’ 특유의 한계라고 지적하면서, 이제 그 한계를 민(民)의 대중운동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날카로운 말씀이고 귀 기울일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50만명의 시민이 동시에 자기 자리를 찾아 서로 손을 맞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철원 동쪽부터 동해안에 이르는 험준한 산악지형도 큰 장애물이다. 한반도 촛불시민의 잠재력을 살릴 발랄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한라산 정상에서 출정식을 하고 한반도를 종단하여 4월27일에 군사분계선에 도착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참가인원이 적을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프로그램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큰 상징성과 파급력을 지닐 수 있다. 한라산 출정식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평화의 순례단이 제각기 행진하여 광화문광장에 같은 날 일제히 도착하여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하나됨을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에 합류하는 계획도 가능하다.

이 중에서 내 귀에까지 들리는 가장 흥분되는 아이디어는 남북의 풀뿌리 민중들이 함께하는 인간띠잇기 행사의 가능성이다. 고위급회담이나 곧 있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4월27일에 북의 인민들은 개성에서부터 판문점까지, 남의 시민들은 판문점에서 임진각, 다시 서울 광화문광장까지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드는 것이다. 판문점에서 임진각, 통일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는 80㎞ 안팎이니 남쪽에서는 10만여명의 참가자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 가능한 행사이지만, 불가능한 상상은 결코 아니다.

개성부터 판문점까지는 거리도 훨씬 짧고 북한 사회의 특성상 수만명이 인간띠를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할지 모른다. 꼭 그럴까. 지난해 9월 능라도 경기장에 모인 평양 시민 15만명 앞에서 행한 우리 대통령의 연설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감동적 장면이었다. 그 기억이 생생한 북한 인민들이 거리에 나와 개성에서 판문점, 판문점에서 서울 광화문 한복판까지 동포들의 뜨거운 맥박이 느껴지는 인간띠의 한 부분이 되었음을 스스로 인식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상호불신과 적대감을 녹이는 획기적 사건인 동시에, 체제 결속이 중요한 북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과감한 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분단과 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인간띠의 중간중간에 멋진 공연과 전시, 흥겨운 즉석 퍼포먼스와 열띤 토론의 집회들이 꽃피어날 수 있다. 남과 북의 일부 참가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방 인간띠의 일부가 되도록 허락받는다면, 2019년은 분단 극복의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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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친척과 보좌관 등이 전남 목포 ‘문화재거리’ 건물을 무더기 매입한 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의 조카 2명, 보좌관 딸과 배우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이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반 동안에 ‘문화재거리’ 건물 9채를 매입했다. 9채 중 8채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에 매입됐다. 의혹의 핵심은 등록문화재 지정 권한을 가진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으로 목포 구도심 거리가 문화재로 등록될 것을 알고 가족과 측근들을 동원해 미리 건물을 사들여 개발 이익을 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은 건물 하나하나가 아닌 거리 통째가 문화재로 지정된 최초 사례다.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해당 건물의 재산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설령 손 의원의 해명대로 본인의 재산 증식이 아닐지라도, 친척과 측근들에게 짧은 기간에 상당한 기대 이익이 돌아간 것은 사실이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들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 다수를 매입해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의 측근들이 건물 다수를 매입한 시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의 문화재 지정 이전이다.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전경. 연합뉴스

손 의원은 “투기는커녕 사재를 털어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 했다”고 말했다. ‘왜 본인 명의로 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내 재산이 더는 증식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문화재단 건물이나 그 모든 자산은 다시 내가 되돌려 가져올 수 없다. 이게 어떻게 투기냐”고 반박했다. 이런 해명만으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실제 조카가 돈이 없어 손 의원이 1억원을 증여해서 건물을 구입하게 했다는데, 이 조카는 한 채가 아닌 세 채를 사들였다. 두 채의 집을 공동구매한 23세 조카는 SBS에 “제가 산 게 아니어서요”라고 했다. 차명거래 의혹에다 건물 매입 ‘동기’에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했다. 부동산 차명거래 의혹, 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의 지위를 이용했는지 등을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 손 의원 측의 ‘문화재거리’ 건물 9채 보유 경위는 정상적이지 않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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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농단’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재판 민원’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들의 민원을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기소했다. 사법농단의 실무총책 격인 임 전 차장은 이미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태진 공소사실은 단순히 ‘추가’적 사안이 아니다. 권력분립을 명시한 헌법상 엄격하게 독립돼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짬짜미를 한 충격적 사태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2015년 5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파견 중이던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요청했다. 죄명을 강제추행미수죄에서 형량이 가벼운 공연음란죄로 바꿔주고, 벌금형을 선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민원’은 임 전 차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담당 법원장을 거쳐 일선 판사에게까지 전달됐다. 재판 결과 죄명은 유지됐으나, 실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 의원은 “죄명 변경이나 선처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역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전병헌 전 의원은 2015년 4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보좌관의 석방을 청탁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에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를 작성토록 하고, 검토 내용을 설명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2016년 8~9월에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받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에 대해 양형 검토 문건을 작성토록 했다. 문제가 된 4인은 사건 당시 모두 현직 의원이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8년 10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출석하며 질문을 위해 접근하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심각한 사안은 서 의원의 경우다. 국회 법사위원이던 서 의원이 현직 법관을 불러 지인 관련 재판을 언급한 게 사실이라면,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설치 법안(각급 법원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서 의원이 재판 민원을 했다면 법원과의 ‘부당거래’를 자청한 것이나 매한가지다. 서 의원은 딸과 동생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논란이 되자 징계 직전 탈당했다가 복당한 전력도 있다. 이쯤 되면 주권자를 대표하는 의원직의 무게를 감당할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 아닌가.

검찰은 재판 청탁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 4인에 대해 처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형사적으로는 면책될지 모르나 정치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비뚤어진 특권의식으로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사법농단을 방조한 정치인들에 대해 단호하고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서 의원은 사법농단 척결을 외쳐온 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다. 민주당은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하고 서 의원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혹여 감싸려 했다가는 당 전체가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다른 전직 의원들도 현재 당적을 갖고 있다면 소속 정당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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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사석에서 만난 유시민 작가는 “행복하다”고 했다. 뭐 그리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싫은 사람 안 만나도 되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농경사회는 인적 네트워크가 70~80명 정도다. 이 정도까진 못 줄이겠지만 더 좁아져야 된다”고 했다. 정계 복귀 답변을 끌어내려 애썼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불러도 절대 안 갈 것”이라고 하며 말려들지 않았다.

1년이 지났다. 호칭부터 달라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 이사장은 가짜뉴스 척결과 정책 내비게이터를 자처하며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고칠레오’를 맡았다. 여전히 정치 복귀엔 손사래를 쳤다. 행복하기 위해 좁아지겠다던 유 작가는 오히려 넓어졌다. ‘알릴레오’는 일주일 만에 구독자 약 73만명을 확보했다.

유시민 작가. 돌베개 제공

인물은 인물이다. 정치 안 한다는 선언에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상위권에 오르내린다.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에 있을 때조차 ‘과연 세상이 유시민을 불러낼까’, ‘(그래도 안 움직인다면) 어떤 상황이 닥쳐야 유시민이 나올까’라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새삼스러운 인기는 아니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 등판하기 전에도 야권 1위 주자였다. 그러나 현재는 정치권 밖, 여권 울타리에 있다. 바람의 세기가 훨씬 강력해졌다. 그래서 유시민 열풍에 가려진 정치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거꾸로 읽는 유시민’이다.

지금 유시민 열풍은 대선 출마라는 한방향만 향하고 있다. 유 이사장 의도보다 정치를 바라보는 낙후된 시선 탓이 크다.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 유 이사장이 떠나온 과거 영토에서 흔적을 찾아 현재 서 있는 땅에 대입하는 낡은 상상력. 인물 중심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유 이사장이 어떤 세상을 만들 건지 듣기도 전에 온통 대선 출마에만 관심을 쏟는다. 인물 중심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옮아가기 쉽고, 진영 충돌을 불러온다. 진영 대립이 격화할수록 정치와 삶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언론이 요구했던 정치개혁 일순위는 ‘인물에서 시스템 정치로’였다. 언론의 타성이 유시민 열풍을 인물 정치에 가둔 건 아닐까.

게다가 유 이사장은 인물 정치로 풀이하는 데 ‘손 쉬운’ 캐릭터다. 정치적 지지세보다 개인적 지지세가 큰 편이다. 강력한 지지층과 강력한 반대층이 있다.

또 자유주의적 기질이 강하다. 정치인 시절에도 집권을 위한 궤적에 충실하진 않았다. 2011년 야권의 집권 전략 전진기지였던 혁신과통합에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튜브 방송에선 “정치를 다시 하면 365일 을의 위치로 무조건 가야 한다. 무거운 책임을 안 맡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을 을(乙)로 호칭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음으로, 유시민 열풍이 보수진영의 여권 분열 카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유 이사장을 집중 조명할수록 다른 여권 후보군은 소외된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다른 후보를 앞서는 데도 끝까지 출마를 고사할 경우 여권은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주자들의 부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시민 호출령=여권 경쟁자 배제 전략’이 극단적 전제라 해도 장외 인물을 향한 지대한 관심은 이상 징후에 가깝다. 변화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춰 법과 정책을 만드는 현역 정치인들을 외면한다는 건 정치가 바뀌지 않길 바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구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소환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차이를 빠뜨리지 않고 비교했다. 지난 7일 ‘고칠레오’에선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강연을 하라”고 한 노 전 대통령의 당부를 소개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변치 않겠다는 굳은 맹세를 할 때 부모와 가족을 걸고 약속한다. 노 전 대통령 말을 전할 때 ‘정말 정치할 생각이 없구나’란 걸 직감했다. 유 이사장과 함께 방송하는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은 “유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을 말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 전 대통령을 마음에 담아둔 사람들이 유 이사장을 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알릴레오’에서 비롯된 유시민 열풍이 노 전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면 이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분에 충실한 결과이다. 그런데도 ‘알릴레오’ 인기를, 노 전 대통령 등장을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와 연결하는 분석이 난무한다. 이쯤에선 다른 질문도 필요할 것 같다. 유 이사장이 대선에 나와야만 노무현 정신이 죽지 않는 건지, 노무현의 사람들이 소진되기 전엔 정말 여권은 새 인물, 새 가치가 없는 건지.

‘거꾸로 읽는 유시민’은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유시민 열풍 속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정치, 유능한 정치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 유 이사장에 대한 기대를 대선 출마 문제로만 묶어둔다면 유시민을 호출하지 않는 세상이 어쩌면 더 나은 미래일 수 있겠다. 그렇지 않아도 유 이사장의 오랜 지지자는 “우리는 유시민이 행복하면 된다”고 했다.

<구혜영 정치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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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5일 2018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 적’이라고 기술했다.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모든 위협과 침해 세력을 적이라고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북한을 섬멸의 대상으로 상정해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킬 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이라는 용어도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말로 바꿨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기반을 마련한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안보 상황을 평가하고 대내외에 국방정책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2년에 한 번 발간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인 이번 백서는 이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전력을 종전보다 더 상세하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재래식 전력 능력은 현상 유지를 했지만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특수전 능력이 고도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적재적소 전력 배치로 이런 위협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체결 등을 새로 수록하고, 그에 맞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했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 마당에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등 시빗거리로 삼을 이유가 없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출처:경향신문DB)

박근혜 정부 때 펴낸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을 적이라고 표현했고, 이전에는 이를 넘어 ‘주적(주된 적)’ 표현까지 쓴 적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국방백서를 살펴봐도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례는 없다. ‘위협’이나 그보다 심각한 경우 ‘1차적 위협’ 등의 용어를 쓸 뿐이다. 주적 개념은 더욱 생소하다. 북한은 현실적인 위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류·협력의 대상이며, 나아가 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이다. 백서에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고 남북 간 관계 진전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면서 교류와 협상을 말할 수는 없다.

보수 일각에서는 당장 적과 킬 체인 표현을 없앴다며 안보에 큰 허점이 생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적 표현을 써 적개심을 고취한다고 대북 억지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의 한국을 향한 반응이 민감해지는 등 한반도 주변 안보상황이 크게 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 이상 적 또는 주적이라는 비현실적인 용어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실질적인 안보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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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재벌총수, 중견기업인들과 청와대에서 만났다. 지난해 호프미팅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이번 간담회는 신년 초부터 이어온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의 일환이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간담회 슬로건이 말해주듯 경제활성화와 규제혁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면서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으로 화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번에 불참했던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포함되면서 주요 기업 대부분이 참석하는 행사가 됐다. 간담회의 방점은 ‘청와대와 기업 간 소통’이었다. 청와대는 ‘기업 기살리기’를 통해 생산적인 결실을 맺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간담회 행사는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진행됐다. 또한 사전에 기업으로부터 질문도 받았고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답을 했다. 민원 해결의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의견과 건의사항들이 가감없이 제기됐으며, 정부가 상당 부분에 대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뒤 참석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내부를 산책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기업들은 과거 자신들이 제기한 규제혁신 정책들이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캐비닛에서 잠자는 사례가 허다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말할 때뿐이고 변한 것은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건의나 개선사항에 대해서 관련부처가 사후에도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행상황을 꼼꼼히 챙겨 결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앞으로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올해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한국 경제를 받치는 수출은 힘을 잃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경제활력의 기폭제인 투자도 부진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경기도 생기가 돈다. 정부가 기업과 만나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이번 간담회가 경제활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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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오래된 원자력과 화력을 중단하고 (건설을 백지화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와 스와프(교환)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송 의원이 이들 두 원전의 건설 재개를 언급하자마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가 14일 “원전 문제는 사회적 공론화위의 논의를 거쳐서 정리가 됐다.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재앙이라고까지 비판해온 보수야당들이 공세를 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 문제로 또 얼마나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출처:경향신문DB)

신한울 3·4호기 건설 폐기는 2017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정부가 결정했다. 공론화위는 3개월 동안 치열한 토론 끝에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재개와 함께 원전 축소를 권고했고, 이에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지지한 이런 결정을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재검토하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낡은 정치 인식”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일부 야당과 원전주의자들은 탈원전 정책을 맹목적으로 비판해 왔다. 원자력의 불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 한계에 대한 우려는 도외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과장하면서 해외 원전공사 수주 실패조차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정보 왜곡까지 서슴지 않는다. 신중해도 모자랄 판에 돌출 발언으로 혼선을 제공한 송 의원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정책이 결정될 때는 무엇을 하다가 뒤늦게 나섰는지 유감스럽다. 신한울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도 불충분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는 무리하다고 볼 수 없다. 60년에 걸쳐 천천히 탈원전을 이행하겠다는 정책마저 거부하는 것은 탈원전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지난 대선 때는 한국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가 끝났다고 이를 뒤집은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원전 정책을 놓고 토론을 벌이려거든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주장을 펴야 한다. 청와대가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하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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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지인이 카톡을 보내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말바꾸기를 한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그가 보낸 카톡의 내용은 작년 10월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이해찬 대표를 만났을 때 들은 얘기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고 의석수도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의석수에서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이 대표의 입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가 본격화되고,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자, 이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계속 내비쳤다.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통해 작년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이 작성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여러 핑계를 대며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속도를 붙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하다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좌절될 경우, 부메랑을 맞는 쪽은 민주당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37.5%의 정당득표율로 153석을,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42.8%의 득표율로 152석을 차지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구 승자독식의 선거는 보수 기득권 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3가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핑계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망설일 근거가 되지 못한다. 

첫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우리 당에 손해다’라는 핑계는 그만 대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이 배분된다. 가장 공정한 방식이다. 이런 공정한 방식을 택할 경우 자기 당의 의석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부당하게 이익을 보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불공정으로 인해 받았던 이익은 보호대상이 아니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정치를 잘하고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한다면, 정당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의석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치를 잘해서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생각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둘째, ‘국민들이 의석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핑계도 그만 대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국회개혁 방안이라도 제시하고 나서, ‘그래도 국민 설득이 안된다’고 얘기한다면 모를까. 지금 민주당은 국회의원 연봉 대폭 삭감, 개인보좌진 규모 축소, 낭비 예산 삭감, 국회 예산 사용의 투명한 공개 등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개혁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있다. 자기 당의 국회의원들이 허위 정책 연구용역, 허위 인쇄계약 등으로 국민 세금을 빼먹은 사례들이 드러나도 침묵하고 있다. 이렇기에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는 것이다.

만약 의석수 확대가 정말 어렵다면 지금의 300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라도 제시해야 책임있는 태도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300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지역구 253석을 그대로 두더라도,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을 ‘연동형’으로 바꾸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 간의 불일치 현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최소한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하고,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배분받을 수 있다.

셋째, ‘자유한국당 때문에 안된다’는 핑계도 그만 대야 한다. 1월 말까지는 한국당과도 합의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래도 안된다면 국회법에 보장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절차)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 사례가 있고, 작년 말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넘긴 바 있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보면, 민주당만 동의하면 한국당이 반대해도 패스트트랙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다. 18명의 정치개혁특위 위원 중 한국당은 6명이고, 야 3당이 4명, 민주당이 8명이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 중 5분의 3이 동의하면 패스트트랙에 부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은 충분히 가능하다. 

‘선거법은 합의처리가 관행’이라는 핑계도 대지 말길 바란다. 헌법이 관행보다 우선이고, 헌법상으로 국회 의결은 만장일치가 아니라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다. 그리고 1월 말로 정한 합의시한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더라도 본회의 표결 전에 추가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지정이 일방처리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시한은 정해놓은 협상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르짖던 개혁의 핵심 중 핵심이다. 지금 그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민주당이 질 수밖에 없다.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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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초청 강연에서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을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거론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10일 “벌크캐시가 들어가지 않는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검토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주목된다.

강 장관과 고위 당국자의 발언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선 안보리 대북 제재의 벌크캐시(대량현금 대북이전)금지 조항을 우회해야 하는 만큼 임금지불을 현물로 하는 방안이 남북 간에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조항은 2012년 12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부터 등장했지만 개성공단은 이후에도 정상 가동됐다. 하지만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면서 ‘개성공단=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물론 2017년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지속되면서 제재가 더 촘촘해졌고 북측과의 합작사업 금지(안보리 2375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2018년 12월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내 식당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대북 제재의 취지를 감안하면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는 늦은 감이 있다. 대북 제재건, 개성공단이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13개월 넘게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해 한반도 정세를 개성공단 중단 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았다. 게다가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방침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을 뿐 안보리가 대북 제재의 변경을 논의할 요건은 충족된 셈이다.

이 시점에서 벌크캐시가 거론된 것은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 핵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위한 것이다. 그 자체가 근거박약하지만 오해가 쌓인 것도 현실인 만큼 남북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를 밝힌 것도 ‘돈이 문제라면 다른 수단을 찾아보자’는 뜻으로 읽힌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북·미 협상과 무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협상 결과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개성공단 재가동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플러스가 될 것임을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만을 의제로 하는 ‘원포인트 남북회담’을 열어 북한의 의중을 확인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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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고 한다. 그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2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입당을 권유 드렸고,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그간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접촉하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막상 황 전 총리 영입이 현실화한다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아래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물로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권의 2인자’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책임자로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고, 4개월여간 대통령권한대행 재임 중엔 특검 연장을 거부하는 등 되레 이를 덮고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 그가 총리 시절 함께 일했던 일부 장차관들은 블랙리스트·국고 손실 등에 연루돼 지금까지 복역 중이다. 이 때문에 촛불시민들은 그를 박근혜 정부 국정실패의 한 축이자 공동 책임자로 지목했다. 한데도 그는 동반 책임을 지기는커녕 이제껏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황 전 총리가 정당에 들어가든, 정치활동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가 정치를 하려면 과거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의 종범으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 돼야 한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그게 당연한 도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1월 14일 (출처:경향신문DB)

이해할 수 없는 건 한국당 지도부의 처사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한데 한국당 혁신위는 2017년 10월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했다. 이후로도 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담아내는 정당이 되겠다며 여러 쇄신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 당이 보수층의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난데없이 ‘탄핵 총리’를 당의 간판으로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자기 모순이다. 오로지 ‘반문 연대’의 세를 키우기 위해선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의 영입은 보수 재탄생을 바라는 시민의 기대와도 거리가 멀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한국당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직 그 당의 변화가 시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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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문의 대부분을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 문제에 맞추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로 총 35차례 언급됐다.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는 9번 등장했다. 지난해 경제운용에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국정을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두 축으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력투구 의지가 보인 것이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혁신을 통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갖추고, 사회안전망·고용안전망 등을 통해 ‘다 함께 사는’ 나라, 즉 포용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 해 동안) 혁신성장’을 위한 전략 분야를 선정하고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혁신성장의 주춧돌인 규제개혁은 방향타를 잃었고, 혁신속도마저 지지부진했다는 지적을 외면하면 안된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 혁신은 규제와 이익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올해 겨우 첫걸음을 뗐다. 올해에는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들 중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문 대통령은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 실질소득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고소득층일수록 실질소득이 많이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은 실질소득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이다. 이 정부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이들을 궁핍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도 이익충돌이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 규제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광주형 일자리 등 하나같이 폭발성이 높다. 최선은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결의 접점이 보이지 않을 때 책임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신년 회견이 경제 분야에 집중되면서 대야 관계를 포함한 협치와 통합에 대한 언급은 부족했다.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개각 구상, 광화문 집무실 이전 공약 파기 등 관심 사안도 다뤄지지 않았다. 짧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다양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3년차를 맞는다. 재임기간의 3분의 1이 흘렀다. 올해 문재인 정부는 성패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가 우리 앞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가 옳았다는 것을 성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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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논쟁’이 다시 뜨겁다. 그가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앞자리를 차지한 게 계기다. 정치권 안팎은 오래전 ‘정치 중단’을 선언하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만 정치와 가는 끈을 남긴 그의 ‘강제 귀환’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이사장은 여전히 “정치 안 한다.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해명하며 연일 고개를 가로젓는다.

‘장외 우량주’ 등 많은 표현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그가 정치를 부인하고 거부할수록 오히려 주가는 더 뛰는 기현상이다. 과거 특유의 독설 때문에 유 이사장과 불화했던 여권 일각조차 그를 반길 정도다. ‘유시민 현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그가 결국 대권에 나설지 아닐지는 아직 한참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 테지만, 정치권 안팎의 이편이든 저편이든 몹시 궁금해하는 일이다.

이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유 이사장과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시 볼수록 다면적인, 하나로 규정이 어려운 그의 개성들이 담긴 장면들이다.

“공화국을 위해 뭔가 해야 할 것 같다.”

2002년 가을 잘나가던 칼럼니스트 유시민이 돌연 ‘절필’을 하고 정치권으로 떠날 때의 변(辯)이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선후보가 ‘대통령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탈당 등으로 몹시 흔들리던 때다. 국민 경선 후보 지킴이로 나서면서 이를 ‘공화국’ 차원 문제로 본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게 개혁국민정당(개혁당)이다. 투사적 면모가 강하던 40대 초반 열혈 시절 유시민이다.

“정치를 너무 재미없어한다.”

2004년 초가을 무렵 국회의원 시절 한 측근의 전언이다. 그는 그 가을 참모들을 졸라 서울 근교로 소풍을 떠났다. 당시는 지지부진한 정당개혁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고 재미없어하던 때다. 그는 “그만두고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고, “지방대 교수가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전형적인 낭만적 자유주의자의 모습이다. 17대 ‘탄핵 총선’ 후 과반 여당(열린우리당) 내 ‘난닝구 빽바지’ 논쟁에서 보듯 독설과 논란을 몰고 다니던 ‘논쟁적 유시민’ 시절이다.

“쇄빙선처럼 경계를 깨는 게 노무현 대통령이고 차기 후보는 유람선이다.”

2005년 겨울 사석에서 만난 그가 ‘노무현식 차기 관리’란 화제에 내놓은 선문답 같은 비유다. 진보와 보수, 정치와 정책의 경계를 깨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이면 그 새로운 정치환경을 완성해야 하는 게 차기 후보 몫이란 설명이었다. 당시는 실패한 ‘대연정’론에 진보진영이 분노하던 때였다. 그 때문에 그의 말은 ‘정치적 경호실장’의 ‘노무현을 위한 변명’으로 들렸다. 그 며칠 뒤인 2006년 1월1일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인사청문회 당시 ‘2 대 8 가르마’로 상징되는 가장 얌전하고 비논쟁적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이때다. 대중이 낯설어한 유시민이기도 했다.

결국 관심은 그의 미래다. 지금 상식적인 결론은 ‘유시민 이사장 본인도 모를 것’인 듯하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3년 넘게 남은 다음 대선을 예측한다는 게 실상 무망하다. 특히 한국 정치처럼 역동적인 영역에선 더욱 그렇다. “정치는 을이 되는 일”이라는 본인의 절절한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시대의 변화와 정치적 민심의 요구에 개인 의지가 오롯이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처럼 이는 그간 한국 정치사가 증명한 바다.

하지만 굳이 어느 쪽이든 베팅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론 ‘정치, 안 하지 않을까’ 쪽에 걸 듯하다. 안 하는게 좋겠다는 바람이거나, 잘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습이 왠지 ‘그랬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건 저를 쪼징한 건가요, 조진 건가요.”

마지막 영상이다. 거침없고 가시 박힌 직선어법으로 “여의도 정치에선 실패했으나, 거리의 정치에선 성공했다”는 비난과 평가가 뒤섞인 반응이 그의 상징이던 시절이다. 독설과 선동, 그 반대편에서 중도·개혁을 이야기하던 낭만적 자유주의자의 ‘두 모습’을 근거로 그를 노무현 시대 정치 언어를 연기하는 ‘배우’이자 ‘광대’로 규정한 기사에 대해 측근에게 건넨 반응이었다. 이 기사로 ‘유팬(유시민 지지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지만, 정작 그는 뜻밖에 ‘쿨’했다. 독설의 권리를 누리는 듯한 행동만큼이나 자신을 향한 평가에도 개의치 않는 ‘쿨한 유시민’이다.

이처럼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정치가 중요하지, 요구받는 정치는 그리 무겁게 느끼지 않는다. 투사는 될 수 있어도, 국정의 책임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실상 그의 ‘항소이유서’의 용감함이나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발랄함은 모두 그의 자유로움에서 연유한다. 그 스스로 정치의 내용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고, 호불호도 뚜렷하다. 그만큼 정치적 비판과 요구에 대한 맷집도 세다.

그는 여전히 한 시대의 특정한 한 흐름을 대변하는 ‘광대’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 시대 모든 목소리들이 관심사는 아닌 듯하다. 노 전 대통령 8주기를 앞둔 2017년 5월 “진보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는 선언은 이런 그의 개성과 뜻이 모두 함축된 토로다. 유시민을 담기에 ‘정치’라는 그릇은 너무 엄격하고 지루하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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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유시민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정의당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아예 없애고, 소속 의원들의 해외연수 참여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의당의 공약이 호응을 받을 만큼, ‘연수’의 탈을 쓴 ‘관광’으로 변질된 지방의회 해외연수는 적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낸 게 2016년 7월 충북도의원들의 ‘수해 중 해외연수’다. 당시 충북지역이 최악의 물난리를 겪고 있을 때 도의원 4명은 프랑스·이탈리아로 8박10일 연수를 떠났다. 파리 개선문, 피사의 사탑, 모나코 대성당 등 관광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학철 도의원의 ‘레밍 발언’까지 더해져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가 이슈로 대두됐으나 이내 흐지부지됐다.

2010년 7월~2014년 6월 민선 5기 광역과 기초의원들은 총 2282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2014년 7월~2018년 6월 민선 6기 기초의회가 실시한 해외연수만 1295건에 달한다. 연수 비용으로 223억원을 썼다.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는 것은 연수 명목과는 달리 관광성 외유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가령 TV 예능 <꽃보다 누나> 흥행 직후에는 크로아티아, 체코 등이 지방의회 연수 지역으로 부상했다. 민선 6기 4년 동안 13곳의 기초의회가 인도 연수를 다녀왔는데, 코스가 델리·아그라·바라나시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배울 선진 사례가 있어서가 아니라, 타지마할·아그라성 등이 있는 곳이기 때문일 터이다. 일정이 비슷하다보니 보고서를 서로 베껴 제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미국·캐나다 연수 중 벌인 갑질, 추태가 도마에 올랐다. 박종철 군의원이 현지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일부 군의원은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번 연수도 스미소니언 박물관, 나이아가라 폭포 등 관광 일정으로 빽빽하다. 1인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을 썼다. 예천군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26위다. 그야말로 ‘혈세’를 ‘관광연수’에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낯 뜨거운 추태까지 벌였으니 주민들로서는 뿔이 날 수밖에 없다. 세금만 낭비하는 ‘해외연수’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아니면 정의당 공약대로 아예 없애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됐다.

<양권모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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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한 지난 7일, 고용노동부에서 낸 보도참고자료를 찬찬히 읽었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시도하는 개편이라서 낯선 용어들이 많았다. 보도자료를 읽으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노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라는 용어가 들어갈 자리는 모두 ‘근로자’가 차지했다. 헤아려보니, 11쪽 자료에서 ‘근로자’는 18번 언급됐다. ‘노동자’는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단 1번 나왔다. ‘노동자’는 일본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었다. 이뿐 아니다. 지난달 24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보도자료(총 19쪽)에서도 ‘근로자’는 16번 언급된 반면, ‘노동자’는 5번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노동부의 보도자료 등 문건에서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보도자료뿐 아니라 이 장관의 발언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노동자’보다 ‘근로자’가 더 자주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적 용어로 쓸 때는 근로자로 표기하지만, 나머지는 혼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보이듯 ‘근로자’가 법적 용어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일상적 표현에도 ‘근로자’를 쓴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보듯 ‘노동’이 법률용어로 쓰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모든 용어나 개념에는 가치가 들어 있다. 단어 하나하나가 정치적이다. 근로자(勤勞者)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근로자’에는 부지런히 일해 주기를 바라는 자본가나 사용자의 가치관이 들어 있다.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독일에서는 현금을 지불해 타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사람을 노동수여자(Arbeitgeber), 임금을 대가로 자신의 노동을 빼앗기는 사람을 노동수취자(Arbeitnehmer)로 불렀다. 그러나 카를 마르크스는 이들 용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 <자본>을 저술하면서 각각 자본가(Kapitalist)와 노동자(Arbeiter)로 고쳐 썼다. ‘노동자’라는 개념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사용자의 가치를 부여한 ‘근로’보다는 좀 더 가치중립적인 ‘노동’이 옳은 개념이다. 당연히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써야 맞다.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노동력을 판다. 노동의 대가만큼 정당하게 임금을 받으면 된다. 노동자는 사용주나 국가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자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나 자본가는 어휘나 개념을 바꾸거나 조작하여 자신들의 가치를 부여해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전시체제에서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근로정신대’를 조직했다. ‘솔선수범해 전장에 나가 노역하는 부대’라는 뜻이다. 노동을 강제하고픈 욕망이 투여된 ‘근로’는 해방 후에도 이어졌다. ‘근로자의날’ ‘근로복지공단’ ‘근로계약서’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현행 대한민국 헌법조차 국민 기본권을 기술하면서 ‘근로의 권리’ ‘근로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용어와 개념은 역사성을 지닌다. 일제와 군부독재 시대의 ‘근로’ ‘근로자’가 사회 민주화와 함께 ‘노동’ ‘노동자’로 바뀌고 있다. ‘근로자의날’은 ‘노동절’이 되었다. ‘근로계약서’는 ‘노동계약서’로 바뀌고 있다. 1981년에는 정부부처에 노동부가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을 국정철학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인 김영주 전 장관이 재임기간 내내 ‘근로자’ 대신 ‘노동자’라고 표현한 것은 ‘노동 존중’의 징표처럼 여겨졌다. 비록 개헌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초 문 대통령은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고 노동권을 크게 강화한 조항을 포함시킨 개헌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고용노동부에 “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자의 이익,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동 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부는 주문에 앞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갑 장관 취임 이후 노동 정책은 급격히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 먼저 탄력근로제 연장을 들먹이고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최저임금제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노동부 문건에서 ‘노동자’가 실종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면 지나친 예단일까. 고용노동부도 경제부처인 만큼 고용 하락이나 생활물가 상승 등 경기 침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를 내세워 ‘노동’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첫 조치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복권시키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국회는 노동관계법상의 ‘근로’ 표현을 ‘노동’으로 바꾸는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노동 존중’은 정명(正名)에서 나온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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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산하 ‘선거제 개혁 자문위원회’가 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300명)보다 60명 늘리는 권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전달했다. 자문위는 또 현행 ‘만 19세’로 돼 있는 투표 참여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도록 권고했다. 전직 국회의장과 학계·여성·청년 등 각계 대표로 구성된 자문위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여간 의견을 모은 끝에 한목소리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시민적 요청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자문위가 권고안에 담은 뜻은 명쾌하다. 자문위는 “현행 선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의 의사(지지율)와 선거 결과로 나타나는 의석수 사이의 괴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라며 선거제 개혁을 위해서는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가 돼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도록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정치권이 재량을 갖고 조정하도록 길도 열었다. 그런데 이 안에 대한 거대 정당들의 태도가 불순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데 동의해놓고 말을 뒤집었다. 민주당도 겉으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는 척하고 있다. 권고안대로 하려면 의원 정원을 늘려야 하는데, 그것을 시민들이 용납하겠느냐는 핑계를 대며 미적대고 있다. 하지만 자문위는 이에도 명확히 답했다. 자문위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의원이 적은 편이고, 역사를 보더라도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현 20대 국회가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국회 예산을 동결하고 국회를 개혁하면 된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의원정수 조정과 지역구 의석 축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대적 과제 앞에서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무책임하다. 시민들이 의석수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면 설득해야 한다.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학교가 온통 정치의 장으로 변질된다는 주장은 ‘18세의 당당한 시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이번 권고안은 국회가 위촉한 전문가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가 토론을 통해 낸 결론이다. 이런 안을 거대 당들이 짬짜미로 무산시킨다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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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이 있었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중국·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되어 유럽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성사되면 남북한 교류가 확대되어 한반도 긴장 완화가 이뤄지고, 육로로 대륙 진출이 가능해져 각종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우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서만 제재를 면제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연결 및 현대화 비용으로 약 6조7044억원을 예상하지만, 노후한 북한의 열차 교체, 전력수급상의 문제 해결,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북한 군부대 이전비용 등 실제 소요비용의 규모는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과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2018년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철도 침목에 서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특히 철도 연결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법 규범이 부재한 상황이다. 남북 철도가 여객을 운반하고 대륙까지 연결되면 다양한 법적 쟁점들이 발생할 것이다. 열차 내 범죄 발생, 열차에 탑승한 범죄자의 타국 도주, 열차 사고 및 지연운행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보상, 승객들 간의 분쟁 등이 있을 때 경찰권 및 재판관할권을 남북 어느 쪽이 갖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정시 출발이 이뤄지지 못해 후속 열차들이 지연되면 새 열차시간표 배정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 중국 및 러시아 철도와 연결될 경우에는 더욱 긴요해진다. 2004년 ‘남북열차운행기본합의서’(약칭)에 의한 일방통보 운행조정방식은 갈등만 야기한다. 열차사고가 발생 시 사고 수습, 인명구조, 사후조사를 담당할 법적 주체를 정해야 하는 것도 시급한 사안이다.

새로운 남북합의서가 필요하다. 남북합의서는 2013년 ‘개성공업지구 합의서’(약칭)가 인정한 수준 이상으로 남한 승객의 신체·주거·재산권의 불가침성을 보장해야 한다. 남한 승객이 열차 탑승을 꺼리지 않도록 경찰권의 주체도 확실하게 정해야 할 것이다. 기존 ‘남북철도운영공동위원회’보다 긴급한 사안을 처리하기에 적합한 전담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 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난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3가지 제도를 면밀히 분석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남북 철도를 규율하는 법체계는 남북합의서를 근간으로 하고, 남측·북측 법령이 공존했던 개성공업지구법제도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법제를 검토해 그동안의 미비점과 문제점들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관련 법령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동·서독은 1971년 12월17일 최초의 실무협정인 ‘동·서독 간의 일반시민과 화물교통에 관한 협정’(약칭)을 조약 형식으로 체결해 양측의 철도 운행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협정의 정확한 내용과 실제 적용 사례를 연구해 남북합의서의 기본틀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6월7일 북한·중국·러시아 등 28개국이 모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함으로써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적용을 받게 되었다. 남북합의서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거나 미비한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협약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진 점은 다행이나, 협약의 구체적 내용과 적용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부는 관련 부처와 연구기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해 법제도를 제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철저한 대비와 완벽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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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신재민씨의 독특한 스타일, 정치권의 과도한 공방 등으로 사안이 복잡해졌지만,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건 당시 차관보가 카톡방에 보낸 문자이다. “핵심은 GDP 대비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겁니다.” 아직까지 공식적 부정이 없는 걸로 봐선 실제 문자라고 판단된다.

당연히 재정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할 수 있다. 당시에 진행되었다는 재정운용 방향 논의도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등장한 ‘채무비율 조정’은 지나치게 정무적이다. 차관보가 자신의 주관적 느낌을 자조적으로 적은 글일 수도 있지만 설령 그러하다 해도 고위 공무원이 정책결정과정에서 권력 핵심부에게서 그러한 분위기를 느꼈다는 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세상을 떠난 후에 출간된 <진보의 미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글이다. 그는 뜻을 다 펴지 못한 아쉬움을 가슴에 품고 ‘진보의 나라는 어떤 걸까, 이를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묻고 답을 찾아가다 힘주어 강조한다. “재정은 그 정부의 철학을 말한다.” 집권 초기부터 국가재정법을 제안하고 재정전략회의를 도입하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던 그의 문제의식이 응축된 문장이다.

문재인 정부 3년째다. 노무현의 바람이 구현되고 있을까? 아쉽게도 재정정책에서 묵직한 기둥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이 그렸던 ‘진보의 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나라다운 나라’로 깃발은 계승되었으나 이를 위한 재정전략은 불명확하다.

당선 2개월 후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인수위원회 보고서인 국정운영 5개년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총 178조원의 공약 재원방안이 담겨 있다. 대선공약집과 최종 수치가 같다. 그런데 내역이 너무도 다르다. 지출 절감이 92조원에서 60조원으로 축소되고 기금여유자금은 20조원에서 35조원으로 증가했다. 세입 재원은 완전히 다시 작성되었다. 세수실적 호조를 반영해 초과세수 61조원이 추가되고 대신 세법 개정과 탈루세금 과세로 61조원을 만들겠다던 공약이 17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당황스럽다. 불확실성이 큰 ‘세수 호조’를 근거로 제도적 재원 방안을 이리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니. 공약집과 5개년계획의 발표 시차는 불과 80여일, 두 문서 모두 동일한 세력이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정책에서 어떤 정체성을 지닌 걸까?

집권 이후 초과세수도 의문을 낳는다. 2016년 이래 매년 예산에 비해 20조원 이상 세금이 더 걷히고 있다. 물론 세금이 남으면 지방교부세를 지원하고 국채도 일부 갚고 추경예산도 편성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문제는 초과세수가 반복된다는 점, 즉 매번 세수 예산이 실제보다 작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2018년 세입 예산안으로 268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7년 국세 수입 265조원에 비해 고작 4조원 증가한 규모이다. 당해 세금 징수액이 예측되는 시점임에도 비슷한 금액을 다음해 예산안으로 내놓았다. 그 결과 2018년에도 대략 25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올해는 어떤가? 정부는 세입 예산안으로 299조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 세수 실적치를 단지 몇 조원 웃도는 수준의 금액이다. 정부는 기본 추계방식을 따랐다고 말하지만, 어느 정도 의도된 건 아닐까라는 불편한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이러한 초과세수는 예산안 편성에서 지출을 제약하고 나아가 증세 논의를 억누르는 효과도 낸다.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재정정책의 방향을 상징하는 핵심 지표인 조세부담률 목표도 실망스럽다. 정부는 정기국회 때 예산안과 함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제출한다. 앞으로 5년 계획을 담은 재정운용계획은 상반기에 골격이 짜이는 문서라 5월에 취임한 문재인 정부 첫해에는 기존 정부의 기조가 남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인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명시된 조세부담률은 2022년에도 20.4%, 이미 작년에 20%를 웃도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선언이다.

신재민 논란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도 재정정책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국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재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 투명해야 하고 묵직한 비전이 담겨야 한다. 노무현은 이야기한다. 결국 재정이 큰 나라가 진보의 나라라고. 이를 위해선 과감하게 복지를 늘리고 세금도 올렸어야 하는데 자신은 못하고 이렇게 물러간다고. 그리고 그 회한을 담아 역설한다. “재정은 그 정부의 철학을 말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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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관련 사건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구인영장이 발부됐다. 광주지법은 지난 7일 열린 재판에 전씨가 건강 상태를 이유로 불출석하자 다음 공판기일을 3월11일로 지정하고 그날까지 유효한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다음 공판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강제로라도 법정에 세우겠다는 뜻이다. 전씨가 갖가지 이유를 들어 재판을 회피해온 만큼 당연한 조치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이후 전씨 측은 재판 연기를 신청하고 관할 법원을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등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해 8월 첫 재판에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렵다’며 나오지 않았다. 형사재판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출석해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기소된 지 8개월이 넘도록 법정에 나오지 않는 전씨의 행태는 법치를 부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국가 형사사법 체계에 도전하는 오만한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된다.

7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2차 공판이 열리는 시간에 태극기 부대등 보수인사들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부근 골목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전씨는 5·18 당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내란의 수괴다. 비록 사면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법원이 최종 확정한 ‘사실’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광주의 영령 앞에 무릎 꿇어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그는 회고록에서 스스로를 “광주사태의 제물”로 칭하며 5·18을 능멸했다. 본인의 망동으로도 부족했는지 부인 이순자씨까지 최근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망언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조 신부가 증언한 헬기 사격이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되는 등 속속 진실이 드러나는데도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스스로 걸어나오든, 강제로 끌려나오든 전씨는 3월11일 광주지법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88세의 고령을 감안할 때 역사와 시민 앞에 속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속죄의 출발점이다. 법정에서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조 신부 유족과 광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 만약 다음 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한다면 법원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법의 엄중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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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기 청와대’가 출범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국민소통수석이 교체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친문(親文)’ 인사의 전진 배치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과거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선대위 중책을 맡았거나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친문 인사로 꼽힌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에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측근을 기용하는 건 장단점이 다 있다. 인재풀의 과감한 확대로 청와대 전면 쇄신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친정체제 구축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에 대한 직언과 소통이 더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이 8일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함께 춘추관에서 ‘2기 청와대’ 참모진 명단을 발표하며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개편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그동안 청와대는 부처 간 불협화가 공공연하게 노출되고,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건들이 꼬리를 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왔던 게 사실이다. 경제는 악화일로요,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작금의 국정상황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예정보다 비서실 개편이 앞당겨진 것도 이런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엔 비서관 후속 인사를 하고, 뒤이어 설 연휴 무렵에는 상당한 폭의 개각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가시화하는 느낌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비서실이 변화와 개혁을 주도했다면, 2기 비서실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청와대에서 내각으로 옮기고, 부처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다. 야당과 보수진영의 의견도 듣고 정책 수행과정에서 이들에게 설명해주며 참여를 유도하는 통 큰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권력의 오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만난 건 ‘청와대 정부’란 말이 왜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 대변인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시민들의 눈엔 상식적이지 않다.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가 시민에게 다가가려면 더 자세를 낮추고 소통하는 겸손함이 전제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 들어 연일 성과의 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8일 국무회의에서도 “보고서상의 성과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의 삶 속에서 체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성과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비서실 개편이 국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초심을 지켜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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