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기자 칼럼, 기자메모'에 해당되는 글 149건

  1. 2016.11.16 ‘권력 지키기’ 도구로 전락한 안보
  2. 2016.11.08 역사 과잉의 시대, 어느 젊은 역사학자의 죽음
  3. 2016.11.01 ‘흔들리는 외교·안보’ 누가 만들었는가
  4. 2016.10.31 누가 정상이고, 누구의 혼이 비정상인가
  5. 2016.10.26 [이대근 칼럼]박근혜 권력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6. 2016.10.21 ‘백남기 상황속보’ 존재 오락가락…‘공문 관리’조차 못하는 경찰
  7. 2016.10.20 ‘케이블카 갈등’ 뭉개는 환경부 장관의 궤변
  8. 2016.10.20 ‘문’ 관련 내용만 샅샅이…저급한 ‘회고록 활용법’
  9. 2016.10.05 [이대근 칼럼]헌법무죄
  10. 2016.09.23 ‘최경환 인사청탁’ 부실수사…검찰의 자업자득
  11. 2016.09.22 ‘사드 효용성’ 검증보다 ‘안보 정략’…우왕좌왕 야당도 비겁하다
  12. 2016.09.08 “기사 나가면 실습 선원 더 힘들다” 선주업체의 엄포
  13. 2016.09.06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 왜 하자 했나
  14. 2016.07.22 사드 대안을 달라고?…대통령에 답한다 “외교다”
  15. 2016.07.19 [기자메모]외부 세력이라니…사드 배치가 성주만의 일인가
  16. 2016.07.06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이유, 정부는 왜 설명 안 하나
  17. 2016.06.22 “금남로 군사 행진 몰랐다”…광주시장의 ‘유체이탈 화법’
  18. 2016.06.22 타당성 논란 빚은 도의원 성과금, 경기지사는 왜 침묵하나
  19. 2016.06.21 탈북 12인을 위험에 빠뜨린 건 정부
  20. 2016.06.10 부실 더 키운 ‘관치’ 그들의 ‘습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정부가 설명하는 것처럼 급박한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는 이미 2014년 12월 체결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MOU)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정부가 2012년 이 협정을 체결하려다 실패한 이후 4년이 넘도록 방치해 놓은 것만 봐도 이 문제가 화급을 다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과 북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를 감안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일본과 첫 군사 분야 협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민 동의를 얻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앞)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석우 기자

정부는 그동안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을 한 적이 없고 여론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정황도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 협정을 강력히 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지금은 어렵다’고 하면 그걸 못 들어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정부의 강행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는 의미다.

정부가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를 ‘정치적 의도’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 문제를 꺼내고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처럼 박근혜 정부는 식물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협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일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지키기’에 필요하다면 국가안보 사안마저도 얼마든지 불쏘시개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지금 당장 퇴진하지 않으면 국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는 더 이상 엄포가 아니다.

유신모  |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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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역사학자 ㄱ씨가 41세의 젊은 나이에 지난달 17일 세상을 떠났다. 3주 전 그는 자택에서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올해 초 취재차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소탈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 재단 안팎의 평도 다르지 않았다. 성실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젊은 학자라고 했다.

ㄱ씨는 중국 지린(吉林)대에서 고구려 산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0년간 중국 곳곳을 답사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는 2013년 재단에 들어온 뒤로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연구자가 연구가 아닌 과중한 행정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환경이 문제였다. 최근까지도 그는 재단 10주년 기념행사와 학술회의, 비전 선포식 같은 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했다. 지난 7~9월 3차례 중국 출장을 다녀왔고, 이 기간 현지 답사와 토론회, 학술회의 및 자료집 제작 업무도 처리해야 했다. ㄱ씨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대학교수는 “매일 밤 10시까지 온갖 행사 준비에 쫓겨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더라”면서 “모든 일정이 끝난 다음에야 구석진 곳에서 남은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그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매일 야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주말에도 출근했지만, 논문 한편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연구성과 50%·사업성과 50%’라는 재계약 기준도 그를 압박했다. 실제로 재단 내에서는 “연구가 너무 부족한데 재계약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과열된 고대사 논쟁도 그를 힘들게 했다. 지난 6월 부서 이동 전까지 재단 내 한·중관계연구소에서 일했던 그는 고조선 수도와 낙랑군 위치 문제와 같은 고대사 영역의 해묵은 논쟁거리들을 마주해야 했다. ‘재야’와 ‘강단’의 상충하는 견해를 두루 듣겠다며, 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상고사 토론회’ 실무 전반을 그가 처리했다. 재단을 ‘식민사학의 본거지’라 생각하는 이들의 항의에 응대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영토와 국력에 집착하는 재야사학계의 주장은 학술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게 학계 일반의 평가다. ㄱ씨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담당하는 상고사 토론회를 두고 “학문적으로는 의미가 없는 행사”라며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평생 역사를 공부한 학자를 불러다 ‘왜 우리나라에 유리한 역사를 쓰지 않느냐’며 질책하는 시대이기 때문일까.

재단은 최근 몇년 동안 재야사학계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기만 했다. 낙랑군 위치를 한반도 북부로 표기했다는 이유로 재야사학계의 공격을 받아 좌초·중단된 동북아 역사지도 사업이나 하버드대 연계 고대 한국사 연구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를 아는 또 다른 사람은 “ㄱ씨가 학자로서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을 상대하느라 정작 자기 공부는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그의 죽음은 역사 과잉이 낳은 비극”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역사 과잉의 시대다. ‘위대한 상고사’를 외치면 환호받고, 있는 그대로 역사를 보자고 하면 ‘매국’이라 손가락질을 당한다. 그런 가운데 대다수 연구자들이 처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 역설적인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심진용 | 문화부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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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통일대박’이라고 외치다가 ‘북한은 자멸할 것’이라고 말이 바뀌더니 급기야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 오라”는 대통령의 발언.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정책은 갈지자 연속이었고 언론과 국민에게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여전히 많다.

전문가들은 이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부 결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남아있기를 기대했다.

이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통일대박’이 등장한 드레스덴 선언 연설문과 대외비인 대통령 동선,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등 외교·안보 관련 문서가 사전에 민간인에 넘어갔음이 드러났다. 그간 설명되지 않았던 외교·안보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의문은 ‘최순실씨 국정농단’이라는 정답을 얻은 모양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이 터져 나온 지 일주일째인 31일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는 ‘흔들림 없는’ 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해내 갈 것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누가 ‘흔들리는 외교’를 자초했는가. 외교·안보 정책 결정의 최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이 누군가의 “주술적 예언에 현혹돼 남북 정책이나 외교 정책을 펼쳤다면 심각하다”는 비판이 야당 원내대표로부터 흘러나오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가. 외교 선봉에 선 대통령이 특정인의 ‘꼭두각시’로 인식되고 샤머니즘,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는 표현이 외신에 등장하는 상황은 무엇 때문인가.

북핵, 사드 배치, 한·일 위안부 합의 파문 등 시급한 현안이라고 대통령이 수없이 언급해 온 문제들을 다시 돌아보며 국민은 ‘흔들리는 대통령’과 ‘흔들리는 외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지선 | 정치부 j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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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방패를 돌려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8시40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일부 시민이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근처에 있던 20~30대 시민들은 “방패를 돌려줍시다”라고 외치며 방패를 머리 위로 파도타기 하듯 넘기면서 경찰에 돌려줬다.

3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무금융노조가 연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분 뒤 “당신들 프락치 아니냐. 평화롭게 해서 청와대 어떻게 가느냐”고 외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의경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이 “때리지 맙시다” “폭력으로 충돌 일어나지 않게 서로 어깨동무 합시다”라고 말하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한 밤 10시쯤에는 흰색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 여기 버려주세요”라고 외치는 시민들도 등장했다. 그 덕택에 수많은 인파가 머물다 간 거리는 깔끔했다.

경찰은 30일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주고 이성적으로 협조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향후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찰의 이례적 발표에 정부가 덧씌운 ‘불법·폭력 시위’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껏 시위를 사전봉쇄하는 데 주력하며 헌법이 보장한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눌러온 경찰과 보수언론의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런 지적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사회 전체가 분노로 들끓고 있기에 자칫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평화시위의 상징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위법과 탈법을 서슴없이 저질렀던 최순실씨와 청와대를 상대로 시민들은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반응했다. 누가 비정상이고, 누가 정상인가.

김원진| 사회부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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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제의하기 직전까지 이런 내용의 칼럼을 쓰고 있었다.

경제는 바닥으로 내려앉고 민생은 파탄지경이다. 안보는 불안하고 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찢어졌다. 정부 기능은 마비되고 장관들은 무기력하고 관료들은 나서지 않는다. 나라에 온전한 곳, 정상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권력에 균열이 생기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의 남다른 자질, 즉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킬 줄 아는 능력이다. 한 줌의 권력도 샐 틈을 허용치 않는 편집증적인 권력 집착은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완벽한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 그게 아니면, 총선에 졌는데도 당내 반대 세력이 부상하기는커녕 지리멸렬해진 채 대통령 눈치를 보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을 유출한 것을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권력이 흔들리지 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운이다. 대통령 때문에 총선에 참패했는데도 그 비서가 여당 대표가 된 일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뿐 아니다. 친박 대선후보가 없던 차에 반기문이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히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에게 시비 걸 수 있는 송민순 회고록까지 나왔다.

그러나 집권 5년차를 앞두고 반전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 발언 시비 때 다져진 팀워크와 노하우면 문재인을 북한과 내통한 반역자로 모는 일은 식은 죽 먹기여야 하는데 먹히지 않는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는 가려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지더니 대통령 목전까지 왔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향한 경쟁을 하고, 고정 지지층도 떠나고 있다. 어제의 행운이 오늘의 불운으로, 복이 화로 변하고 있다. 친박 지도부는 당의 적응력을 마비시키고, 지리멸렬 비박은 새누리의 대안 부재를 드러내며, 최순실·우병우는 분노하는 민심에 불을 댕기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개헌, 북한, 반기문이라는 세 개의 불씨를 키워 다가오는 어둠을 환하게 밝힐 생각에 마음 설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선에 북한을 동원하는 낡은 수법이 먹힐지, 역풍이 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개헌은 대선 경쟁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자에 의해 정략적으로 동원되는 순간 추진력이 떨어진다. 반기문이 계속 상승세를 탈지, 가라앉는 친박의 어깨 위에 올라탈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대로 박근혜·이정현이 이끄는 쌍두마차를 타고 있다가는 함께 절벽으로 떨어진다. 박근혜는 몰라도 당은 살아남아야 한다. 새누리,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칼럼의 마침표를 찍으려는데 박근혜가 개헌을 발표, 선수를 쳤다. 조용히 물러나지 않겠다, 죽어도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신호였다. 여러 얼굴을 하고 있지만, 국정 파행·난맥·추문을 불러온 단 하나의 원인은 바로 그였다. 그 얼굴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그는 개헌이라는 이름의 호리병을 던졌다. 그다운 한 수. 주변은 바다로 변하고 모두가 허우적거리며 헤맸다. 성공한 것 같았다. 정치권 전체를 개헌 소용돌이에 빠뜨리면 모두 대통령만 쳐다보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러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개헌? 개헌은 오직 한 사람의 탈출을 위한 것이다. 그에게 권력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반대다. 권력이 목적이고 그 외 모든 것이 수단이다. 그의 수많은 정책이 그런 것처럼 개헌 역시 권력을 위한 소도구에 불과했다. 그가 항상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것, 그가 언제나 절실히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순수한 권력, 권력 자체다.

박근혜의 개헌 장단에 잠시나마 기쁨에 겨워 춤춘 정치 지도자들이 그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은둔의 왕국이 열리고 박근혜 정부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최순실 정부가 드러나자 모두가 외면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찰해야 한다. 왜 지난 4년간 박근혜의 ‘나의 투쟁’을 지켜보기만 하고 나아가 부추기고 때로는 앞장선 것일까? 특히 박근혜 몰락에 기여한 새누리당이 자문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근혜 탈당 운운하며 책임전가부터 하고 있다.

우리 앞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많은 의문들이 있다. 엘리트 관료, 풍부한 정책적 대안을 갖고 있는 정부 자문기구, 유능한 참모를 그는 왜 마다했을까? 멀쩡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왜 그는 여전히 억지 변명 한마디뿐일까? 

황혼이 내리면 떠날 때가 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건 최고 권력을 가진 자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 앞의 운명을 거부하다 모든 것을 잃을 처지로 몰렸다. 권력을 향한 그의 긴 여정은 이렇게 끝나고 있다. 그의 탈권력은 이제 시작이다. 권력 축적만큼이나 해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불편하고 심란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해체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라지 않도록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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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씨 사건 당시 작성된 ‘상황속보’를 놓고 경찰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실망 그 자체다.

지난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상황속보 존재 여부를 묻자 이철성 경찰청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보고 이후 폐기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즉각 일부를 공개했다. 이 청장은 “일부 부서에서 갖고 있던 걸 (민사)소송 과정에서 발견해 제출했다”고 해명하며 사본을 제출했다. 그 사본에는 백씨가 물대포를 맞는 시간대 상황속보는 쏙 빠져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검은티행동 참가자들이 ‘물대포가 죽였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울 종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검은티행동 제공

지난 17일 김정훈 서울경찰청장 정례 기자간담회. 김 청장은 “보고 나면 지금까지 바로 파기해왔다”며 “남아 있는 것은 민사소송 등에 대비해서 모아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민중의소리가 경찰이 당시 작성한 상황속보 30보를 공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상황속보 25보에는 ‘백씨가 오후 7시10분경 서린로터리에서 물포에 맞아 부상’이라고 나와 있었다. 당황한 경찰은 이번에는 “형사소송용으로 법원에 제출된 것”이라고 둘러댔다.

파기했다고 해놓고 문건이 드러날 때마다 말을 바꾸는 경찰에 어떤 신뢰를 보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대포를 맞아 부상했다는 상황속보 내용을 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경찰이 설명하는 상황속보 작성 및 파기 규정도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속보는 현장 경찰관이 작성한 최초 상황 및 초동조치를 관련 부서와 지휘라인으로 시간대별로 전파하는 문건이다.

경찰은 공공기록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 대외비로 지정할 만큼 정보가치가 있는 문건이다. 그래서 상황속보 문건에는 ‘열람 후 파기’라고 명기돼 있다.

그런데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파기 안 하면 문제가 되는지는 분석을 해봐야겠다. 파기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의 주장은 상황속보는 파기하든지 말든지 당사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말로 들린다. 이를 수긍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사회부 ㅣ 고영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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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20년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시범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20여년간 논의한 결과이고, 사회적 합의이다.”

환경부 조경규 장관은 지난 18일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양군의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조작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조 장관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기 때문에 절차나 일부분의 문제로 취소할 수는 없고, 그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도 했다.

출처: 경향신문 DB

그러나 전날인 1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열린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5차 회의는 조 장관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합의에 실패하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지난 10일 환경부 지방청에 대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문제 제기한 ‘극히 부실하고, 조작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원주지방환경청이 그대로 묵인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국감 당시 밀렵전과자가 환경평가에 참여하는가 하면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둔갑하고 현지조사표 다수가 누락, 조작된 사실이 확인되며 ‘유령보고서’ ‘허위보고서’라는 뭇매가 쏟아지고, 야당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부는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강변할 뿐 구체적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장관은 “일일이 대응하면 국가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 안 맞을 것 같다”는 수긍하기 어려운 설명만 내놨다.

17일 갈등조정협의회는 원주청이 일부 내용만 보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파행으로 치달았고, 환경단체들은 법적 조치로 맞설 방침이다. 장관은 사회적 합의라 했지만, 합의는커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지적대로 환경부가 “개발세력 대변으로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로 복귀하는 것”이야말로 현 정부가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일 터이다.

김기범 |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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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68·현 북한대학원대 총장)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처음 봤을 때 정부·여당이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부분을 문제 삼을 것으로 직감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했다는 이유로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만 예상했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북한에 결재를 받고 기권했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공세를 펼칠 줄은 몰랐다.

당시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남북, 북·미 간 주고받기가 진행되던 시절이다. 따라서 그 책에는 새누리당이 종북·내통·반역이라고 들고일어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비난 수위를 낮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는 ‘심각한 이적행위’도 문제 삼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오직 북한인권결의안만을 문제 삼는 이유는 유일하게 이 사안에만 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문 전 대표를 걸고넘어질 만한 내용을 찾기 위해 5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샅샅이 뒤졌을 모습이 머릿속에 선히 그려진다. 대뜸 ‘북한에 결재받은 사건’이라고 이름 붙이고 직접 당사자도 아닌 문 전 대표를 향해 사생결단의 정치공세를 펴는 여당이 추악하다.

정부·여당이 ‘색깔론’으로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야당의 대응 방법도 틀렸다. 더민주는 송 전 장관이 문 전 대표를 흠집 내고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돕기 위해 책을 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국민의당은 색깔론 비판과 함께 문 전 대표 비난도 곁들이는 양비론을 편다. 모두 대선과 정쟁만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다.

이 회고록은 북핵 문제가 가장 역동적이던 시절 직접 정책을 다룬 당사자의 기록이다.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북핵 문제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하는 가치 있는 책이다.

참여정부 시절 북핵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정권 말기 무리하게 남북정상회담에 매달려 외교관계를 헝클어놓은 것을 따갑게 질책하고 있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법’이다. 이 책이 합리적인 논쟁 대상이 아닌 정쟁의 불쏘시개가 된 것이 안타깝다. 극히 일부분만을 집어내 색깔론을 입히고 정쟁 도구로 삼는 한심한 작태를 즉각 멈추고 여야 모두 이 책을 겸허히 정독하기를 권한다.

정치부 ㅣ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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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지식인 사이에서 헌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의 개헌 찬성률도 높다. 개헌에 관한 한 여당과 야당의 차이, 진보와 보수의 대립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헌법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런가?

먼저 우리는 개헌에 합의할 수 없다. 의견은 제각각이고, 어떤 의견이든 무시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개헌론자 사이에서도 정부형태만 고칠지, 전면 개정할지 통일된 견해가 없다. 전면 개정하면 너무 많은 쟁점 때문에 갈등하다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정부형태만 바꾸면 기본권 확대와 같이 중요한 문제를 반영할 수 있는 30년 만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정부형태만 바꾸기로 의견이 일치해도 마찬가지다. 이견은 여전하다. 새누리당의 이정현·유승민은 4년 중임제를 주장한다. 김무성은 이원집정부제, 남경필·원희룡은 분권형 대통령제, 정병국은 내각제를 지지한다. 야당의 문재인은 4년 중임제, 박지원은 분권형 대통령제, 김부겸은 이원집정부제, 김종인·천정배는 내각제를 선호하고, 안철수·박원순은 특별한 의견이 없다.

이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정부형태에 합의해도 문제는 남는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당시 정가는 개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4년 중임제는 선호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국회의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중임제, 내각제, 분권형 대통령제 3개의 대안을, 국회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복수안을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 때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분권형 대통령제 단일안을 마련했다. 요즘 추세는 중임제보다 분권형 대통령제다. 노무현 정부 때 중임제로 개헌했다면, 다시 개정하자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동안 별로 조명받지 못했던 내각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선호도는 세월 따라 변하고,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의 목적도 분명하지 않다. 권력분산 역시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동원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어떤 상황에서는 분산이 정국 교착, 국정 마비를 초래한다. 권력집중, 필요할 때가 있다. 분산과 집중은 선악 혹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적 국정을 위해 어떻게 조화시키고 균형을 이루느냐의 문제다. 권력 집중과 분산은 정부형태가 아니라 정당체제의 종속변수다. 본래 권력집중형은 대통령제가 아니라, 국회의 다수파가 정부를 장악하는 내각제다. 내각제가 권력분산형으로 보이는 이유는 내각제 채택 국가들이 대체로 다당제 효과가 있는 비례대표제를 도입, 여러 정당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권력분산을 원하면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말까지 선거구를 조정하라고 판결했을 때가 기회였다. 그러나 정치권은 오히려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양당제를 강화했다.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편만 해도 많은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정치개혁에는 소홀한 정치인들이 새 헌법 이야기만 하고 있다.

새 헌법을 만들면 좋은 세상이 올까? 그게 궁금하면 세계 최고의 바이마르 헌법을 따랐다는 제헌 헌법의 노동자 이익 균점권이 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1987년 경제민주화에 복지 조항까지 명시했지만 30년간 어떠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현 대통령제가 미국식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점만 살렸다는데도 왜 불만인지 돌아봐야 한다.

흔히 87년 체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할 때 극복 대상으로 헌법을 지목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87년 헌법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낡은 사회·경제 체제, 왜곡된 정치구조를 깨려는 의지와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신성한 언어가 넘치는 헌법에 전부 물을 수는 없다. 우리 삶이 나아졌다면 그것 역시 헌법 속 우아한 문장 때문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열정과 현실을 개선하고자 했던 피나는 노력 때문이다. 삶은 헌법보다 크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면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고 싶으면 헌법이 아니라 사회·경제 정책을 바꾸고, 그게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검찰을 바로잡고 싶으면 검찰개혁을, 재벌체제를 고치려면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 헌법 개정은 아니다. 헌법에는 해결책이 쓰여 있지 않다. 불립문자(不立文字). 헌법에 쓰이지 않은 것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87년 체제는 우리가 스스로 가둔 공간이다. 헌법이 우리를 가둔 적이 없다. 방문은 잠겨 있지 않다. 방 안에 갇혀 있다는 공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왜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가?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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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의원이 그냥 (채용)하라고 했습니다.”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법정. 검찰 신문에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전 이사장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최 의원은 인사청탁을 한 적이 없고 본인이 지시했다며 최 의원을 옹호했던 박 전 이사장. 그는 법정에서 최 의원의 인사청탁 지시를 폭로했다. 검찰은 휴정을 요청했고 재판이 중단됐다.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7월 6일 국회에서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예견된 폭로였다. 수많은 취업준비생을 울분케 한 최경환 의원실 인턴 특혜 채용 사건. 최 의원과 그 측근들의 청탁 정황은 수두룩했다.     

특히 중진공의 조직적인 점수조작에도 불구하고 2013년 7월31일 최종 탈락한 인턴은 8월1일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의 독대 직후 합격자가 됐다. 권태형 중진공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이사장이 최 의원과 독대 후 자신에게 “최 의원님이 (그 인턴은) 내가 결혼을 시킨 아이라고 하는데 합격시켜라”라고 말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형식적인 4쪽짜리 우편진술서만 받은 후 최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친박 실세에 대한 면죄부 수사였다. 검찰의 방어막은 “‘결혼을 시킨 아이’라는 표현은 내가 지어낸 것”이라고 말한 박 전 이사장의 비상식적인 진술이었다.

그런 박 전 이사장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면서 부실수사의 민낯도 드러났다. 그의 폭로는 검찰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수사 당시 검찰 내부에서도 박 전 이사장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검찰이 평소 부르짖은 ‘법과 원칙’에 따르면 최 의원 재수사는 순리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1일 공판에서 권 전 실장 측이 최 의원에 대한 증인신청을 요청했지만 반대했다.     

최 의원이 구체적으로 범죄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근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는 22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재수사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검찰의 답변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혜리 | 사회부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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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야당들의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찬반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여론 눈치를 보고 있다. 일찌감치 반대 당론을 정했던 국민의당은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 (사드 배치를) 유보할 수 있다”며 퇴로를 찾는 중이다.

안보 정국을 조성해 판을 주도하려는 여당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사드 문제와 같은 국가안보의 중대 사안을 놓고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사드까지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식의 정치적 접근법은 비겁하다.

사드 배치 문제의 최우선적 고려 요소는 ‘무기로서의 효용성’이다. 북한 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효용성이 입증된다면 반대할 수도 없고, 반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효용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야당이 해야 할 일은 사드의 효용성을 철저히 검증해 찬반 결정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사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2013년 미 상원에 제출된 국방부 보고서에는 한국에서 사드의 효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미 국방부 미사일운용시험평가국장도 2015년 상원 진술서에서 사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무기는 없다. 뭐라도 있으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식으로는 안된다. 안보·외교·경제적으로 잃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가안보가 걸린 수조원짜리 무기체계를 선전용 카탈로그만 보고 들여올 셈인가.

핵실험은 핵실험이고 사드는 사드다. 핵실험 했다고 사드의 성능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사드의 효용성은 제쳐두고 반대론자들을 종북·반미로 몰아세우는 정부·여당이나, 여론 눈치를 보며 정치적 유불리를 셈하기 바쁜 야당이나 이 문제를 국가안보가 아닌 정략적 차원으로 다루고 있는 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정치권의 사드 논란을 지켜보고 있으면 북핵 문제가 왜 20년을 돌고 돌아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됐는지 알 만하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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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선원들의 저임금 노동착취 실태를 고발한 ‘항해사·기관사 실습생들 월 30만원에 인권 사각’(경향신문 9월7일자 10면) 보도가 나간 뒤 기자의 e메일에는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알려지지 않은 더 큰 사건이 있다” 등 공감과 추가 제보가 쇄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또 하나의 ‘열정페이’ 사건이라며 분노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공명(共鳴)했다.

그러나 정작 실습 선원들을 관리·감독하는 해양수산부의 반응은 황당했다. 지난 6일 오후 8시20분 인터넷 기사를 본 해수부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다짜고짜 “어떻게 제보를 받은 거냐”고 캐물었다. 실태 파악보다 제보자 색출이 우선인 듯했다. 이 관계자는 앞서 4일 통화에서 “우리 딸은 실습비를 내고 교육을 받았다”면서 “ ‘노동’이 아니라 ‘교육’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선원을 양성하는 해사고·해양대와 이들을 채용하는 해운업계·선주협회 측 입장도 해수부와 똑같았다. 한술 더 떠 선주업계 관계자는 “처우를 문제 삼는 기사가 나가면 실습 선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실습생들만 더 힘들어질 뿐”이라고 엄포를 놨다. 기사에 등장하는 각종 심부름과 가혹행위 사례를 두고 ‘다 옛날 얘기’라고 치부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기자가 “그렇다면 실습 선원 처우에 관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달라”고 따져묻자 돌연 입을 굳게 닫았다.

일부에서는 “실습기간에 적은 돈을 받더라도 이때만 버티면 정식으로 선원이 돼 4000만~5000만원 상당의 고액 연봉을 받지 않느냐”는 반론도 제기한다. 하지만 실습 선원들은 “유럽에서 배를 타는 친구들은 우리처럼 대우가 열악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호텔관광과 학생들이나 간호사들도 실습 선원 못지않게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는 다른 직역의 유사 제보도 있었다. 정규직 채용 전 수습기간에는 어떤 부조리라도 눈 딱 감고 인내해야 한다는 통념이 한국에서만 유효하다는 게 재차 확인된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 각 부문에서 청년들을 상대로 한 ‘열정페이’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3월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이 운영규정은 “실습은 원칙적으로 주당 40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실습 과정이 실질적 근로에 해당하면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습 선원들은 교육부 고시나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 적용 대상이어서 교육부 발표 이후에도 아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해수부는 올해 초부터 ‘참선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양원격진료 확대와 선원퇴직연금제도 도입 등 근무여건을 개선해 부족한 인력공급을 원활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난 예비 기관사·항해사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존재를 물었으나 “알고 있다”고 답변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사회부 김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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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영어로 ‘opposition party’로서 ‘반대하는 당’이다. 우리가 반대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느냐. 한마디로 국민을 싹 무시한 개각이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이던 2006년 1월 노무현 정부 개각을 비판하며 한 얘기다. 박 대표는 2005년 4월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청문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공언대로 석 달 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관철시켰다.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두번째줄 왼쪽)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며 한 얘기를 글자 그대로 옮겨 지금 상황에 대입하면 박 대통령 자신을 겨누는 격한 논고(論告)로 읽히는 경우가 많은데, 고위공직자 인사 문제에 관한 것이 특히 그렇다.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종섭·강병규 전 안전행정부 장관,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근혜 정부가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전직 장관들이다.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정치적 편향, 자질 부족  등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 리스트에 세 명을 추가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도 신분을 속인 이철성 경찰청장, ‘황제 전세’ ‘황제 대출’ 의혹이 제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거액의 재산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김·조 장관의 경우 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순방 중 전자결재로 임명안을 재가했다.

현행법상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관·감사원장과 달리 장관은 국회 임명동의 대상이 아니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해당 상임위가 ‘적격·부적격’ 의견을 채택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도록 돼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국회 의견을 무시하고 대통령 마음대로 장관을 임명하라는 것이 아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하되 대통령은 국회 의견을 고려해 임명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의 소통, 대통령의 민심 청취 의무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인 셈이다. 야당과 여론에 대한 대통령의 정치적 반응도가 낮으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금 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따위 인사청문회를 왜 하느냐”고 한다. 비단 제도의 무용성만 탓하는 말이 아니다. 여론에 귀 막고 막무가내로 임명한 장관의 권위 따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내심의 거부 선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5일 야당의 대통령 발목 잡기를 비난했지만 현 정부 권위를 밑동부터 흔드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박 대통령 자신이다.

정치부 | 정제혁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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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반발을 겨냥해 “사드 외에 북한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부디 제시해보라”고 했다. 대통령의 말은 순서가 틀렸다.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물어보았으면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밀실에서 다 결정하고 도장까지 ‘쾅쾅’ 찍은 뒤 이렇게 말하면 그저 호통이 되고 만다.

경북 성주군민 2000여명이 21일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 대통령은 사드 말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느냐고 호통치기에 앞서 국민 보호를 위해 들여오는 사드가 왜 국가 주요 기관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사드는 미군시설 지역에 배치하고 수도권에는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강해 방어한다는 국방장관의 계획이 사실이라면 사드가 국민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MD) 체계는 기본적으로 적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반격하는 시스템으로, 자국의 군사적 자산 보호가 우선이다. 선제공격을 하면 다 같이 죽게 된다는 ‘상호확증파괴’ 논리에서 출발해 상대 공격력을 무력화시키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 MD다.

만약 북한이 공격을 해온다면 군사적 관점에서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대상은 반격에 필요한 군 시설과 장비다. 미군이 사드를 수도권이 아닌 군 시설, 그중에서도 핵심적 전력인 미 군사기지를 보호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미국 요구에 따라 사드를 들여오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사드는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은 미완성 무기체계다. 북한이 사드를 피해 남측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너무 많고 다양하다. 이 때문에 사드가 북한의 도발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도발을 계획했다가 자제한다면 그것은 사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미가 사드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미 전면전이 벌어진 상태임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명과 재산 피해는 발생한 뒤다. 결국 ‘사드 배치→북한 미사일 공격 차단→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논리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만큼 허망하다.

사드로 전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국민 보호는 사드가 아니라 ‘외교와 전략’으로 하는 것이다. 정말 국민 안전이 목적이라면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제 공조를 통해 평화유지 메커니즘을 만들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동결·폐기시키기 위한 외교적·전략적 노력을 기울이는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길을 차분히 한발씩 걷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 사드 배치와 같은 단순한 조치로 이룰 수 있다면 한반도 문제가 왜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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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외부세력이 폭력시위를 유도했다고 주장하고 보수층 인사들은 외부의 종북세력이 선동한 결과라고 맞장구친다. 사법당국은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착수했다.

18일 태평양 괌 미국기지에서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사드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경북 성주지역으로 사드 배치지역이 결정된 후 제기되는 논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괌 사드 포대 운용 실태와 레이더 전자파 인체 위해성 여부, 발전기 소음, 환경피해 등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이들이 말하는 외부세력은 성주에 거주하지 않거나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표현에는 사드 배치 문제가 ‘오롯이 4만5000명의 성주 군민들과 정부 간의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드 배치를 ‘일개 포대중대 배치 문제’로 치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단순하고 저급한 인식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고 군비경쟁을 촉발해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 국민 중 외부세력이라고 구분해 제외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8일 태평양 괌 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에서 미군이 한국 취재진에게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 국방부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경북 성주지역으로 사드 배치지역이 결정된 후 제기되는 논란을 객관적으로확인하기 위해 괌 사드 포대 운용 실태와 레이더 전자파 인체 위해성 여부, 발전기 소음, 환경피해 등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외부세력을 찾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성주 군민들이 사드를 받아들이면 다른 지역 국민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안된다는 말인가. 만약 성주가 끝내 반대해 다른 지역을 찾아야 한다면 그때는 성주 군민들이 외부세력이 되는가.

‘외부세력론’은 사드 배치 문제를 성주 군민과 정부 간의 사안으로 국한시키고 이들을 보상으로 회유하든 종북세력으로 몰아 겁박하든 입만 다물게 하면 된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 

굳이 외부세력을 색출하고 싶다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이 없는 전략자산을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한반도에 배치하고 이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외교적·경제적·국내적 혼란을 감수하라고 팔을 비틀고 있는 미국이 바로 가장 심각한 외부세력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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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지난해 10월29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방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질문했다. “불황이 예상되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지 않은가.” 당시 산업은행의 정용석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은 “현시점에 이 회사를 정상화시키지 않을 경우 발생할 채권단과 국가경제의 손실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가 판단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비켜갔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6월10일 . 경향신문DB

발표 일주일 전인 10월22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 등이 청와대 서별관에 모여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문제의 ‘서별관회의’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공개한 당시 서별관회의 문건에는 공교롭게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문건은 대우조선에 대해 ‘국책금융기관 주도 및 채권은행 협조에 의한 정상화’가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제시하면서도 “조선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자금 지원도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판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대우조선에 대한 대규모 지원자금이 허공으로 날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국책은행 자금은 사실상 공적자금인 만큼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쓸 때는 촘촘한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하지만 문건에는 세 가지 방안과 방안별 장단점이 추상적으로 나열돼 있을 뿐이다. 서별관회의는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내 조선업 경쟁력 유지, 대우조선의 대외신인도 유지 필요성, 자율협약·워크아웃 시 채권은행의 이탈 가능성 등 다양한 측면의 손익과 리스크 감안…” 등을 근거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의 행태는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대우조선의 부실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해 공개한 뒤 회생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순서였다. 회생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뒤 자금 지원방안을 마련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서별관회의는 부실 규모가 채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렸다. 그것도 향후 업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한 채 내린 결론이다.

정부는 지난달 8일 대우조선으로부터 자회사 매각 등으로 3조5000억원을 마련하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제출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마련한 정상화 계획이 엇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올해 말까지 420%로 떨어뜨리겠다는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6600%대다. 당국 스스로 우려하던 ‘신규 지원자금의 부실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세간에선 “정권이 바뀐 뒤에 또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지난해 10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결정을 왜 서둘러 내려야 했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

송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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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주 호국보훈 퍼레이드는 광주시도 동의해 공동 주관하기로 했고, 2013년 11공수여단이 참여한 군 퍼레이드에는 시가 예산까지 지원했는데 알고 계십니까?”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돼 시민들을 학살했던 11공수특전여단의 광주 금남로 시가행진을 계획했던 국가보훈처는 지난 20일 비판 여론이 들끓자 “광주시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항변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6·25 행사를 협의하면서 11공수여단 등도 참여하는 퍼레이드가 주요 행사임을 광주시에 충분히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광주시는 지난 4월12일 광주지방보훈청의 협조공문을 받았다. 광주보훈청은 “광주 호국보훈 퍼레이드 공동 주관 개최에 협조해 달라”며 군인과 참전유공자 등 2000여명이 금남로를 행진하려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첨부된 계획서에는 담양에 주둔하고 있는 11공수여단과 31사단 군인들의 행진 순서 등도 적혀 있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_광주시 제공



같은 달 28일 열린 회의에서도 11공수여단과 31사단 관계자가 참여했다. 당시 광주시는 군인들의 시가행진과 실내에서 열리는 6·25 기념식의 순서를 바꾸는 것을 빼고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특히 보훈청·31사단과 함께 공동 주관 기관에 이름까지 올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광주시는 2013년 7월에 개최된 ‘광주·전남 호국문화행사’에는 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6·25전승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는 31사단과 보훈청이 주관했다. 당시 11공수여단과 31사단 군인들이 금남로를 행진했다.

하지만 윤장현 광주시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이번 행사를 진행한 보훈처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사고에 분노한다”고만 했다.

또 올해 행사 협의는 알지 못했다면서 부하 공무원들 탓으로 돌렸다. 윤 시장의 ‘유체이탈’ 화법은 비겁한 책임회피와 다를 바 없다.




전국사회부 | 강현석 기자 kaja@ kyunghyang.com



전국사회부 | 강현석 기자 kaja@ kyunghyang.com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12220025&code=990105#csidx1bfbc9c539d1e6db7bd7c0e6a83cc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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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22일 대전에서 2016년 제5차 임시회를 개최한다. 전국 시·도의회의장이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을 논의하고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한 의장에게는 조촐한 시상을 하기도 한다. 이날 임시회에서는 최근 주목받는 의견 한 건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의장이 의견을 내 다음 모임에서 공식 안건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 예비 안건은 지방의원들이 지방재정 확충에 성과를 나타내면 피감기관인 집행부의 평가를 거쳐 일종의 포상금 성격으로 예산성과금을 받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3일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2명에게 예산성과금으로 각 2000만원을 지급했다. 1998년 예산성과금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의원이 이를 받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예산성과금은 예산절감과 세수증대에 기여한 공무원과 민간인에게 주는 일종의 포상금이다. 물론 지방의원들도 선출직 공무원 자격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예산절감과 세수증대에 기여했다면 대상은 될 수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그러나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주업무인 지방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역평가를 받아 예산성과금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 어디까지가 지급 대상인지 기준도 모호하다. 기본 책무를 잘했다고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비판의 대상이다. 더 큰 문제는 집행부가 당근책으로 예산성과금제를 활용하면 의원들의 의정활동 제약 및 의회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물론 지방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정활동을 펼치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없지는 않다. 경기도가 이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도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포상 신청을 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민들은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의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포상금을 도의원들에게 전국에서 처음으로 직접 준 남경필 지사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이 아직 없다.



전국사회부 | 경태영 kyeong@ kyunghyang.com

전국사회부 | 경태영 kyeong@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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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입국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들 중국 닝보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다 집단탈출한 종업원들이 4월7일 한국에 들어온 뒤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동하고 있다._통일부 제공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다 집단탈출해 지난 4월7일 한국에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에게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여성 종업원 12명이 정부 발표대로 자발적 탈북인지 확인하게 해달라며 제출한 ‘인신보호구제심사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여 이들을 21일 법정에 출석시키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대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둔 4월8일 공식 브리핑을 갖고 이들의 입국 사실을 알렸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이들이 보호시설로 이동하는 사진과 이들이 진술했다는 탈북 이유 등도 상세하게 전달했다.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올 들어 매달 탈북자가 평균 100여명 입국하지만 정부는 일절 공표하지 않았다. 북한 내 탈북자 가족의 신변 안전, 비슷한 경로로 탈북을 준비하는 다른 북한 주민들의 안전 등의 이유를 들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출은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다. 북한의 1월 제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들의 이탈에 영향을 미쳤으며, 북한의 해외식당 종업원은 북한 사회에서 중산층에 해당한다는 ‘해설’을 내놓으며 이들에게 쏠리는 관심을 즐겼다.

정부가 설명한 대로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집안의 젊은이들이 단체로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게 탈출을 감행한 경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그들은 자유의사에 의해 입국했다”고만 밝힐 뿐이었다. 정부는 20대 총선이 지나자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민변이 신청한 접견요청을 거부해오던 정부는 이들을 법정에 출석시켜 자유의사로 탈출한 것인지 답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여론을 유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가족들을 앞세워 이들이 남한 당국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마당에 이들이 자유의사로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북한 내 가족 안전을 걱정해 “납치된 것이 맞다”고 진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정부의 우려를 수긍한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만든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이들의 탈출을 ‘대탈주’라도 되는 양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관심을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4·13 총선을 앞두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이탈을 대북압박 성과로 내세우려는 의도에서였다. 북한이 이들의 가족을 앞세워 ‘납치극’이라는 선전전으로 대응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결국 정부가 잘못 끼우기 시작한 단추가 북한 내 가족의 신변 안전을 이들 북한식당 종업원의 ‘양심’에 떠넘기는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부 | 김재중 hermes@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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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곳이라던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결정한 밀실 회의였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부실기업과 자회사에 청와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사이좋게 낙하산 자리를 나눠 가졌다. 청산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국책은행이 무조건 돈을 대라는 압력을 가했다. 정부는 부행장급 인사 등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관여하면서도 증거가 남지 않는 구두지시를 남발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위협이 횡행했다. 관료와 금융기관 간에는 ‘까라면 까는’ 군대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8일 보도한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발언들을 통해 밝혀진 일면들이다.

홍 전 회장의 ‘의도하지 않은 발언들’의 불똥은 청와대와 금융당국을 넘어 여의도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서별관회의의 주인공이었던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청문회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보도 이후 당사자들은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책임 떠넘기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변명과 부인), “언급할 가치가 없다”(‘모르쇠’ 전략)로 일관하고 있다. 이 또한 전형적인 관치의 모습들이다. 서별관회의를 통해 3조원 가까운 혈세가 들어간 상황에서도 정부는 또다시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편법으로 ‘국민 돈’ 12조원을 마련했다. 치킨집 주인, 비정규직 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대한민국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조성한 천문학적 규모의 돈은 부실 대기업을 살리는 데 들어간다.


홍기택 KDB산업은행장_경향DB



그렇지만 ‘혈세가 혈세를 부르는’ 현 구조조정 국면의 원인은 무엇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시원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구조조정에 정치 논리가 들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 정치는 무관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관치는 없었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임종룡 위원장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협의했고 충분히 의견을 존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관료에 비하면 절대적 을(乙)에 불과한 산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는지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저간의 사정으로 보면 “정책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홍 전 회장의 말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정부 지분이 없는 시중은행과 제2금융회사까지 무소불위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당국에 산업은행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도 알 수 없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산은이 들고온 ‘대우조선 자구안’이 강도가 약해 반려시킨 게 당시 최 부총리”라고 전했다. 그러나 ‘진박 감별사’로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지원유세 당시 최 전 부총리가 “경제부총리는 그만두었지만 제가 친한 공무원이 수두룩하다. 제가 전관예우를 발휘해서 확실한 예산을 보내주겠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는 부실기업 문제가 불거지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그 결과 부실은 더 커지고 구조조정을 지연시켜왔다. 이 같은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대우조선 관치의 실상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산업부 |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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