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면발니에 걸렸어요. 도와주세요.”

포털 사이트에 가보면 이런 식의 질문이 이따금씩 올라온다. 사면발니는 음모에 기생하는 ‘이’의 일종인데, 사는 곳의 특성상 성적 접촉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면발니에 감염된 남편들은 펄쩍 뛴다. 자신은 외부인과 성적 접촉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찜질방에서 걸렸다’거나 모텔, 사우나 탈의실 등에서 옮았다고 말한다. 물론 수건이나 팬티 등을 공유함으로써 사면발니에 감염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런 일은 ‘지극히 드물다’고 문헌에 나와 있다. 게다가 찜질방에서는 새로 소독한 수건을 쓰지, 남이 음모를 닦던 수건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면발니 환자들의 거의 전부가 찜질방을 통해 전파된다는 건 의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 중 가장 흔히 쓰이는 게 바로 거짓말이다. 사면발니에 걸리는 게 검찰이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만일 검찰이 불러서 추궁한다면 끝까지 버틸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거짓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6년 말을 뜨겁게 달궜던 국정농단 청문회의 최고 스타는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해 질문하는 이를 미치게 했는데,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그로부터 블랙리스트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실토받기 위해 같은 질문을 18번이나 던져야 했다. 결국 조윤선은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함으로써 이용주 의원이 쓰러지는 사태를 막았다. 문체부 서기관에 따르면 작년 9월과 10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조윤선에게 보고했다는데, 논리와 집요함을 모두 갖춘 국회의원들 앞에서도 꿋꿋이 거짓말하는 그를 보면서 감동한 이는 한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위증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만다. 사람들은 조윤선이 구속을 피했다고 아쉬워했지만, 그는 한술 더 떠서 항소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조윤선 측이 내세운 논리가 절묘하다. “9473명에 대한 리스트를 부인한 것이지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 허위증언은 아니다”라는 것도 그렇지만, “해당 증언을 할 당시 선서하지 않았으니 법리적으로 무죄”라는 주장은 국회 출석을 앞둔 이들이라면 외워둘 가치가 충분하다. 물론 조윤선에게도 약점은 있다.

무조건 부인하는 그 뚝심은 대단하지만, 거짓말은 뚝심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상대가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밀었을 때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단한 점은 여기에 있다. 국정농단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한 대국민담화에서 세 번 모두 거짓말을 한 것도 놀라 자빠질 일이지만, 자신을 위해 일하던 변호인을 모두 자르면서 발표한 ‘자신의 입장’은 그의 거짓말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의 말과 실제 하려던 말을 적어본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해 재판받는 걸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제 보복이 두려워 제게 헌신하시던 공직자들이 재판받을 때 모든 책임을 제게 떠넘기는 걸 지켜보는 건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대통령 권한을 오직 사사로운 인연에만 사용했다는 진실은 절대로 밝혀져서는 안 된다는 믿음”)

“저는 롯데나 SK뿐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재임 기간 중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곳이 롯데나 SK뿐이겠습니까? 왜 얘네들만 가지고 그러는지?”)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저와 변호인의 노력으로 인해 해당 의혹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6개월 동안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6개월이 아니라 6년을 해도 저는 재판을 훼방 놓겠습니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정치보복은 제 특기였는데, 그걸 제가 당하니 기분이 참 더럽습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다 제가 저지른 사건이지만, 책임은 티끌만큼도 질 수 없습니다”)

이런 명문이 왜 화제가 되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다. 박근혜의 뛰어난 점은 거짓말이 일상이 된 탓에 스스로를 속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분한테는 거짓말탐지기도 무용지물이고, 아무리 증거를 들이밀어도 별 소용이 없다. 그에게 있어서 불리한 증거는 다 조작이고, 사실을 털어놓는 증인은 정부가 회유한 이에 불과하니까.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청와대에 있어서 모든 비극이 초래됐다면, 지금 그가 있는 구치소는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일 터다. 그가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기를 빈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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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얼마 전, 출판사 분과 새 책을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출판사가 내게 부탁하는 자리였으니 자신이 내겠다고 우겼지만, 그냥 내가 계산하고 말았다. 그곳은 중국집이었고 코스요리를 먹었으니, 누군가가 신고한다면 부정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에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돈을 내기 싫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아예 안 만나거나 저렴한 곳에서 만나면 되지만, 아무리 싸다 해도 얻어먹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는지라 주로 전자를 택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들과 만난다 해도 김영란법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더치페이 대신 한 명이 “오늘은 내가 쏜다”고 하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전문가에게 확인해보니 두 경우 모두 교수로서의 직무관련성이 없어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모임 자체를 잘 안 갖게 되는데, 이 선택은 내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자기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지만, 연구에 쏟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 외부강사료 제한을 둔 것도 바람직하다. 강사료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외부강의에만 관심을 둘 수 있지만, 그걸 제한해 놓으니 억지로라도 교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내가 올해 4편의 논문과 4편의 책을 쓴 것도 다 김영란법 덕분이다.

9월28일이면 이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한 111명이 법을 어겨 조사를 받았고, 그중 3명이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 법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의 85%가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95%와 교직원의 92%가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답했단다.

외식업과 꽃집은 이전보다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누리꾼 의견은 이에 대한 우려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부정부패에 편승해 돈을 벌던 이들을 왜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가?” 정치권 일부에서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의 3·5·10의 상한선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한 글자도 고치면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가 만든 법에 대해 이렇게 높은 지지를 보인 적이 과연 있었나 싶을 만큼 정의사회 구현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는 굳건하다.

아쉬운 점은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이가 공직자, 언론인, 교육자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이들과 배우자를 모두 합쳐도 400만명에 불과하며, 이는 우리 국민의 10%가 채 안되는 수치다. 사람이란 다 비슷하기 마련이라, 나머지 90%의 국민들이라고 부정청탁을 저지르지 말란 법은 없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광고를 보자.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오달수는 승강기 안에서 직장 상사의 딸이 K팝 콘서트에 가야 하는데, 티켓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같은 승강기에 있던 동료가 복잡한 결제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오달수는 광고에 나오는 간편결제 서비스로 순식간에 결제를 끝내고 티켓을 건넨다. 상사는 말한다. “딸한테 점수 좀 땄어, 오 과장. 이제 오 차장인가?” 업무와 무관한 상사의 편의를 봐줌으로써 승진을 하는 건 김영란법이 청산하고자 하는 적폐다. 이 광고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가 드물었던 건 회사마다 이런 유의 부정청탁이 수도 없이 많아서였으리라.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첫 명절인 설에 즈음해선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최고급 한우세트인 ‘명품 목장한우 특호’(120만원)는 이달 12일 판매를 시작한 지 4일 만에 준비한 120개가 매진됐다. ‘프리미엄 참굴비’도 10마리에 200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4일 만에 30개가 모두 팔렸다.” 공무원들이 혹시 문제가 될까 싶어 작은 선물도 마다하는 동안, 김영란법의 사각지대에선 이런 고가의 선물들이 오가고 있었다. 공무원이 받는 선물이 그런 것처럼 이 선물들 역시 공정사회를 어지럽히는 주범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일까?

꼭 고가의 선물이 오가야만 부정청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철도청 직원이 추석날 내려갈 열차표를 지인에게 구해줬다면, 그로 인해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는다 해도 부정청탁일 수 있다. 그 행위로 인해 정당하게 표를 살 수 있었던 이가 표를 사지 못하게 됐으니 말이다. 이 원칙은 학생들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맡은 학생들에게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모 교수에 의하면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 성적을 발표했을 때, 많은 학생들이 자신에게 연락해 성적을 올려달라고 했단다. 채점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장학금을 타야 돼서거나, 취업을 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하니까 유급을 면하기 위해서 등등이 그들이 대는 이유였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정청탁 금지의 대상에서 자신들이 제외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비단 학생들뿐 아니라 이런저런 인연을 빌미로 부정한 청탁을 하는 이들은 도처에 있으리라. 김영란법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성은 여기에 있다. 김영란법 시행 1년 만에 공직자와 교육계, 그리고 언론계가 깨끗하게 바뀐 것처럼, 김영란법의 전면 확대는 우리나라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로 바꿔줄 것이다. 부정부패에 편승해 이득을 취하던 이들아, 김영란법의 철퇴를 받거라.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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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제1심 판결은 법리판단과 사실인증 그 모두에 대해서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형을 선고받은 뒤 삼성 측 변호인이 한 말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판사들도 나름의 법리에 근거해 판결을 내렸을 텐데, 의견 차이가 약간 있는 것도 아니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심지어 ‘유죄판결 모두에 대해 인정 못 하냐’는 질문에 “전부 다 인정 못 한다. 유죄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 전부 다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법은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규범이다. 당연히 법은 사회구성원의 보편적인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5년형에 대해 시민사회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기사에 따르면 시민들 대부분이 구형량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재판부 결정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긴 하지만, 그건 이 부회장의 구속이 경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 이 부회장이 무죄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 판결을 진심으로 슬퍼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고 직후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며 울부짖은 바로 그분들인데, 사람들은 이들을 ‘박사모’라 부르며 정상적인 사람 취급을 안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삼성 측 변호인들은 유죄임을 인정 못 한다고 하고, 항소심에서는 죄다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다. 변호인들이 죄다 박사모이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들이 박사모라면 정상적인 판단력이 없다는 얘기인데, 그런 사람이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 

여기서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국회는 힘이 넘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자 하나다.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게 정도”라며 탄핵법정을 유린했던 김평우 변호사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김평우는 1945년생, 우리 나이로 73세니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송우철을 비롯한 삼성 변호인단의 연령은 거기에 훨씬 못 미친다. 그래서 난 삼성 측 변호인들이 이재용의 유죄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그의 발언은 그러니까 국민들이 아닌, 자신의 주군인 이 부회장을 향해서 한 말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습니다. 2심에서는 꼭 집행유예로 빼내 드리겠습니다!”

잠시 변호인의 존재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서울에 사는 딸을 만나러 저 멀리 산골짜기에서 달려온 할머니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 할머니가 하필 최순실과 비슷하게 생겨 경찰서에 끌려갔다. 경찰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할머니에게 훔쳐간 말을 내놓으라고 추궁한다. 경찰과 마주 앉은 게 난생처음인 할머니로선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잘 못 했고, 결국 저지르지도 않은 범행을 인정해 버린다.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해주는 이가 바로 변호인이다. 변호인은 할머니로 하여금 경찰의 부당한 협박에 시달리지 않게 해주며, 불리한 진술을 못하게 막아준다. 덕분에 할머니는 원래 목적인, 서울 사는 딸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된다. 이런 게 변호인이 만들어진 취지, 그런데 지금 변호인들이 과연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은 거대 그룹인 삼성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다. 검사라 해도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며, 법정에서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니, 변호인이 없다 해도 그가 불리한 판결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법률 지식이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해 조언해줄 변호인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그의 곁에 있는 변호인들은 그 역할을 훨씬 넘어선다. 이렇게 답변하면 유죄가 나오니까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라, 이 대목은 묵비권을 행사하라, 이런 식의 코치를 해주면서 삼성 측 변호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부회장의 무죄방면이리라. 하지만 그들이 공부한 법 정신은 유죄가 확실한 의뢰인을 자백하게 함으로써 적정량의 형을 받게 하는 것이어야지, 범죄를 저지른 게 명백한 이를 사회로 내보내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수임료에 법 정신을 내팽개치는 변호사들이 이 땅에는 너무도 많다.

1000만명이 본 영화 <변호인>에서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송우석(송강호 분)은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가 시국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구치소에 있는 그를 면회하는 것만 도와주려 했던 송우석은 눈앞에 펼쳐진 진우의 처참한 모습에 격분해 모두가 마다했던 그의 변호인이 된다. 재판정에서 송우석은 정권의 편에 서서 진우를 빨갱이로 모는 차동영(곽도원 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니는 애국자가 아니고 죄 없고 선량한 국가를 병들게 하는 버러지고 군사정권의 하수인일 뿐이야. 진실을 얘기해라. 그게 진짜 애국이야.” 

여기서 ‘군사정권’을 ‘삼성공화국’으로 바꾸면 현 상황에 딱 들어맞을 것 같은데, 이 부회장의 판결을 본 송우석이 다음과 같이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정도 뇌물이면 최소 10년은 받아야지.”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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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골목길에서 서행하는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일부러 손을 부딪친 뒤 운전자에게 치료비를 뜯어낸 일당이 검거됐다. 201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26차례에 걸쳐 이 짓을 했고, 갈취한 액수가 무려 1290만원이란다. 이들이 했던 수법 중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었다. 운전면허가 없는 초등학교 동창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준다며 자기 차를 운전시킨 뒤,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일당으로 하여금 자기 차를 들이받게 한 것이다. 무면허로 사고를 낸 게 두려운 초등학교 동창은 350만원을 뜯기고 만다. 당시 유행하던 창조경제에 걸맞은 보험사기다.

전통적인 보험사기도 꾸준히 저질러지고 있다. 통증을 과장해 입원하거나 장해 진단을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분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는 50대 남자분이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차량에 치인 이분은 휠체어가 없이는 움직이지 못했고, 침대에 걸터앉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없자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을 갔고, 10㎏가 넘는 휠체어를 번쩍 들어 차량에 싣더니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가기까지 했다. 정체가 탄로난 뒤 그는 “아픈 것처럼 속인 게 아니라 실제로 아프다. 정도의 차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미 그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8500만원을 받아냈고, 가해차량의 보험사에 합의금으로 4억8000만원을 달라고 하는 중이었다. 그 돈을 받기 위해 1년 반 동안 장애인 연기를 했다니, 정성이 정말 대단하다. 요즘에는 보험설계사들까지 가담함으로써 수법이 더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졌단다.

보험사기가 악질적인 범죄인 이유는 피해자가 금전적 손실을 보는 것 이외에도 보험금이 부당하게 새어 나감으로써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험사기는 빈번히 일어나고, 심지어 증가하고 있다.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 배상훈은 <누가 진짜 범인인가>라는 책에서 처벌의 경미함이 한 이유라고 말한다. “2013년 재판을 받은 보험 사기범의 양형을 분석한 결과 벌금형 68.7%, 집행유예 17.6%, 징역형 13.7%로 벌금과 집행유예 비중이 거의 90%에 이르렀다.”(185쪽) 일반 사기범의 징역형 비중이 46.6%인 걸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 이러다보니 보험사기를 저지르고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보험사기가 극히 드문 것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남발하지 않으며, 처벌 수위도 액수에 비례하여 결정”(187쪽)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더해 판사들이 법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하는 것도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이유다. 7월2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95억원 보험금이 얽혀있는 사건을 방영했다. 사건개요는 이렇다. 43세 남성인 김씨는 임신 7개월인 캄보디아인 아내를 옆에 태우고 가다가 갓길에 세워진 트럭을 들이받는다. 부딪힌 곳이 조수석 쪽인데다 아내가 안전벨트도 안한 상태여서 아내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하지만 미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아내의 혈액에서 수면유도제가 검출됐다. 임신한 상태에서 감기약조차 먹지 않는 것은 한국이나 캄보디아나 똑같다. 둘째, 김씨는 아내 이름으로 총 32개의 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였는데, 그 중 26개는 교통재해와 관련된 것이었다. 덕분에 김씨는 95억원의 보험금을 받게 됐지만, 운전면허도 없는 아내에게 그런 보험을 들게 한다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살만하다. 셋째, 지방에서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수입이 월 500만원 정도에 불과한데, 40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매달 지불했다. 정상적이지 않다. 넷째, 김씨는 사고를 낸 이유를 졸음운전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고 현장의 CCTV에선 김씨가 사고 20초 전 상향등을 켜고, 핸들을 갓길 쪽으로 트는 게 목격됐다. 갓길에 세워진 트럭을 발견하고 고의로 추돌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다섯째, 김씨가 별로 다친 곳이 없다는 건 그럴 수 있지만, 환자복을 입은 김씨가 두 손을 든 채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은 건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잃은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아내의 시신을 서둘러 화장했다. 뭔가를 숨기려는 사람이 곧잘 하는 짓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사실들이 김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 하지만 진실을 아는 이가 김씨뿐인 현실에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섯 개 이상 겹쳐진다면 그걸 우연으로만 봐선 안 되지 않을까? 2심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건 이런 이유지만, 대법원은 “남편 김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는 정황증거, 반박의 여지가 없는 꼼꼼한 증거”를 더 찾아내라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해 버린다. 대법원이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입각해 내린 결정이겠지만, 이 판결이 캄보디아인 아내와 가족, 그리고 보험금과 이자를 내줘야 할 보험사 등 여러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대형 로펌에서 전직 대법관을 비롯한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린 김씨는 현재 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 및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나라에서 보험사기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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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말을 못한 분은 누구일까? 대부분 503호에 계시는 그분(이하 GH)을 떠올리겠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도 결코 만만한 분은 아니다. 말 못하는 걸 남들이 알아챌까봐 대선 전 토론회에 한사코 불참했을 정도인데, 특유의 사투리까지 결합돼 정체불명의 문장이 탄생하곤 했다. 정말인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제주도를 국제적으로 유명한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라든지 ‘결식’이라 해야 할 것을 ‘걸식아동’이라 하는 등 숱한 일화를 남겼다. 그래도 내가 GH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YS는 그래도 문장의 기본은 갖춘 반면, GH는 한 문장에 주어, 동사, 목적어가 여러 개씩 뒤섞여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H는 수첩이나 프롬프터가 없으면 말을 하지 않으려 했고, 인터뷰도 예정된 질문이 아니면 받지 않았다. 지금 GH가 재판 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것도 예상을 벗어난 질문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러서트_ 김상민 기자

정치인이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가 설득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 설득은 동료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지만, 기자나 국민을 상대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YS나 GH가 실패로 끝난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말만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말에 어떤 콘텐츠가 담기느냐이지,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자. 그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012년 대선 토론회 때는 그 말 못하는 GH를 압도하지 못했고, 이번 대선 때도 그의 말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그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그가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국민의당 안철수는 말을 못하는 게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부산 출신답게 사투리가 섞여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는 말을 매끄럽게 잘하진 못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대선 때 안철수는 달라진 목소리로 대중 앞에 섰다. 웅변학원을 다녔다는 설이 돌기도 했는데, 본인은 자신의 목소리가 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독학으로 복식호흡을 익히며 굵은 목소리를 익혔다.” 그 결과 안철수가 더 행복해졌다면 좋았겠지만, 그는 대선에서 홍준표에게도 뒤진 3위에 그쳤다. 그건 목소리 문제가 아니었다. 해야 할 말을 하는 대신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인의 얼굴만 보였으니까. 객관적으로는 바뀐 목소리가 더 좋을 수 있었지만, 거부감을 느꼈다는 반응이 더 많은 건 그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과거를 돌이켜 보자. ‘무릎팍도사’에서 그는 어눌한 말투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그가 말하는 내용이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50%의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5%에 불과하던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던 장면도 감동이었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던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랬던 그가 몰락하기 시작한 건 국민들이 그의 입을 바라볼 때 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늘 새 정치를 입에 올렸지만, 그가 말하는 새 정치가 무엇이냐에 대해 속시원하게 설명한 적은 없다. 일부에선 그에게 ‘간철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행동은 안하고 간만 본다는 뜻인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왜 제 입장을 발표하지 않느냐는 말이 많습니다만, 지금 저는 여러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한쪽의 의견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니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을 때까지 제가 입장표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유력 대선 후보다 보니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중입니다. 제 입장은 추후에 발표하겠습니다.’ 매사 이렇게 한다면 지지자들도 답답해하지 않겠는가?

다들 알다시피 국민의당은 지금 존폐위기에 몰렸다.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 대통령 아들 의혹이 사실은 조작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는 게 드러나서다. 조작의 주범인 이유미는 이미 구속된 상태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 윗선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당에서 꾸린 진상조사단은 이유미의 단독범행을 주장하지만, 그걸 믿는 국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단독범행이 맞다 해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덜컥 발표한 건 명백한 잘못이다. 이미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도 석고대죄를 해야 마땅하지만, 당 중진들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지지율이 꼴찌로 추락한 건 당연한 귀결. 하지만 이 사태와 관련해 안철수는 또다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직책이 어떻든 국민의당은 안철수의 당이다. 사람들은 이용주나 박지원의 해명보다, 그의 사과를 듣고 싶어한다. 이 사과를 하는 데 무슨 대단한 화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무릎팍도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진솔한 사과와 함께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만 말하면 된다.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서 새 정치를 입에 올리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생명선은 짧아지고 있다. 궁금하다. 이럴 거면 목소리는 도대체 왜 바꾼 것인지.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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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기생충 이외의 것들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강준만 교수가 쓴 ‘인물과 사상’이란 계간지를 읽고 난 뒤부터였다. 훗날 수많은 ‘강준만 키드’를 양산해 낸 그 시리즈의 창간호는 대선이 있던 1997년 1월 출간됐는데, 부제가 ‘정권교체가 세상을 바꾼다’였다. 저자는 그 책에서 김대중(DJ)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일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DJ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그때만 해도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과 그 후손들이 36년간 장기집권을 해왔기에, 그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의 바람대로 그해 말 치러진 대선에서 DJ는 대통령에 당선된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충격적인 일들이 몇 있었지만, 세상이 바뀌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새 대통령이 대선 직전 일어난 외환위기를 수습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할 수 없이 김종필(JP)씨와 손을 잡은, 소위 ‘DJP 연합’이 개혁의 발목을 잡아서였다.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도 세상을 바꿔줬다면 좋았겠지만, 그는 집권 초기 대북송금특검을 수용하는 등 야당과의 협치에 지나치게 매달리느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정권교체의 충격은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때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가까워진 듯했던 남북관계가 원래대로 돌아갔고, 대통령은 국민의 뜻과 반대되는 일만 골라서 해댔으니까 말이다. 애써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정부로 가는 데 있어서 완충역할을 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각해 보라. 노무현 정부에서 바로 박근혜 정부로 갔다면, 국민들의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대선을 6개월 앞둔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가 48.5%의 지지를 얻어 24.5%에 그친 문재인 후보에게 크게 앞섰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18.3%로 3위입니다.”

지금이 2017년 6월 말이니 원래대로라면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 위와 같은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대로 선거가 치러졌다면 어땠을까. 각종 재·보선에서 전패하는 등 지리멸렬이 삶의 철학이 됐던 야당이 1000만명 넘는 노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여당 후보를 이기긴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신은 우리나라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기에 박근혜에게 최순실을 보내줬고,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이 정권교체는 이전의 그것과는 달리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최순실 비리의 철저한 규명과 처벌, 세월호 사건의 재조사, 검찰개혁,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만들기, 이 정도가 집권 초기 문재인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버킷리스트였으리라. 그런데 대통령은 이런 일들은 당연히 할 것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4대강 비리도 조사한단다. 게다가 외교부와 국토부에 여성을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성평등도 지향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런 대통령에 감동해서였을까? 서울대병원은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꿨다. 물대포에 맞아 머리를 다친 게 사망원인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제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면밀한 내부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사망원인을 변경했”으며 “정치적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백씨의 사망원인을 병사로 발표한 2016년 10월에도 “사망진단서 작성과 관련해 외압이 전혀 없었다”라고 했으니, 모두 자발적인 판단이 맞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사람에 대해 사인을 달리 발표한 게 이해가 안 가겠지만, 그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박근혜 시절에는 의사들의 판단력이 마비됐었지만, 정권교체가 의사들의 판단력을 바로 세웠다고. 감동적인 장면은 또 있다. 백씨 사망 당시 경찰청장이던 이철성씨가 백씨와 그 유족에게 사과한 것이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것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데, 유족을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겠단다. 이전 정권에서 이씨는 결코 이런 분이 아니었다. 사과할 의향이 없다고 거듭 밝혔고, 심지어 백씨가 사경을 헤맬 때 병문안조차 가지 않았다.

“병문안을 가는 게 결과적으로 사과의 의미가 돼 가지 않는 게 맞다”고 한 적이 있으니, 최근 그가 보이는 모습은 도저히 동일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일어난 기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바로 정권교체다. 정권교체가 박근혜 시절 깊은 잠에 빠진 이씨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다는 것.

자신이 잘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인들까지 모조리 감화시키다니, 이번 정권교체는 정말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줄 것만 같다. 여기에 긍정적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흠결이 있는 장관들을 임명했다는 이유로 자유한국당이 협치를 포기한 것이다. JP와 동거했던 DJ의 예에서 보듯, 그리고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꿈꿨던 노무현의 예에서 보듯, 보수세력의 비위를 맞추다간 되는 일이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은, 그 자체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세상을 정말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리라. 4년10개월 후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그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진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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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헤어지자는 동거녀의 말에 격분해 그녀를 패 죽였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엽기적인데, 그는 동생과 함께 인근 밭에 그녀를 묻고 시멘트를 섞어 암매장한다. 이 엽기적인 사건은 4년이 지난 2016년에야 진상이 밝혀졌고, 결국 남자는 구속된다. 이분은 징역 몇 년을 선고받았을까. 20년 이상이라고 답할 분들이 많겠지만, 판사님은 달랑 징역 5년을 선고한다. 반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상담교사를 살해한 뒤 자수한 어머니는 10년형을 받았기에, 판결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부에선 “암매장보다 자수가 더 나쁘냐”며 의아해하지만, 그건 그렇게 볼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게 다 판사님이 그리는 큰 그림이니까.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사람들은 흔히 범죄 없는 세상을 원한다고 말한다. 실제 그런 세상이 오면 일반인들이야 좋을지 몰라도, 법조인들은 죽을 맛이다. 판사와 검사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니 좀 낫지만, 변호사는 밤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판검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위도식한다고 눈치보는 것도 미안하고, 언제 잘려서 변호사 개업을 해야 할지 모른다. 법조3륜의 중심축인 판사들이 총대를 멘 건 그런 이유다. 이분들은 범죄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는 게 붙잡히기라도 하면 오랜 기간 감옥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이분들은 그런 불안감을 없애주는 방법을 연구했고, 다음과 같은 안전장치를 만든다. 우선 ‘심신미약’이란 조항을 금과옥조로 떠받들기 시작한다. 범행 당시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하면 형을 사정없이 깎아줬다. 한 여자아이의 인생을 짓밟은 조두순이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우겨 겨우 12년형을 받은 사건이 대표적이지만, 조씨 말고도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이유로 감형을 받고 있다. 이 조항의 효과는 첫째, 술을 마시면 대담해지니 범행을 저지르기 쉬워지고, 둘째, 혹시 붙잡힌다 해도 적은 형량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러다보니 범죄자들 사이에선 ‘범행 전 한잔 어때요?’란 덕담이 유행할 지경이란다. 심신미약은 알코올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은 이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정신병이 불치병은 아니건만, 과거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 무조건 감형사유가 된다. 그러니 범행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의사에게 찾아가 우울한 표정을 짓거나, 환청이 들린다고 떼를 써보시라. 운이 좋다면 바로 풀려날 수도 있다.

다음으로 판사들은 항소를 하면 형량을 낮게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범행 당시 상황이 변한 게 없다면 1심과 2심의 형량이 같아야 하고, 항소 자체가 판결에 대한 불복을 의미하니 괘씸죄가 추가되는 게 맞을 것 같지만, 판사들은 거의 대부분 형을 깎아준다. 왜? 항소를 자꾸 해야 자신들의 일이 많아지고, 변호사도 수임료를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범죄자들에게 충분히 유리한데, 판사님들은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과 합의하면 형량을 대폭 줄여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그 바람에 피해자 측은 가해자로부터 합의를 해달라는 협박에 시달려야 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서가 아니라 더럽고 무서워서 합의를 해주게 된다. 그야말로 감형3종 세트로, 이는 범죄 많은 사회가 오길 바라는 판사들의 큰 그림이다. 위에서 예로 든 암매장 남성을 보자. 보통 사람 같으면 5년형도 감사히 받을 텐데, 그는 형이 너무 길다며 항소를 한다. ‘항소 할인 서비스’가 있는데 이 권리를 묵혀두는 건 바보짓일 테니, 그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하다. 과연 항소를 맡은 판사님은 5년에서 무려 2년을 깎아주신다. 징역 3년, 근거가 뭘까. 첫째, 피고인이 반성하고, 둘째, 우발적 범행인 데다, 셋째, 피해자의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기 때문이란다. 반성하는 사람이 자수하는 대신 시체를 암매장했을까 싶고, 사건의 우발성은 1심에서도 고려됐을 텐데 2심에서 또다시 적용되는 게 경이롭다. 유족이 합의한 것도 범인이 얼마 안돼 출소하는 게 두려워서일 텐데, 이게 형을 깎아줄 이유가 돼야 할까? 범인들이 하루빨리 사회로 나와 재범을 저지르라는 판사의 독려라는 가설을 제외한다면, 이 판결을 이해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미야베 미유키가 쓴 <스나크 사냥>에서 인간 말종인 남녀는 단순히 자동차를 빼앗기 위해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어머니와 딸을 죽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너를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포인트를 획득하고, 제정신이 아니란 이유로 구치소 대신 병원에서 편하게 수감생활을 한다. 재판할 때 반성하는 척까지 하는 등 적은 형량이 나올 게 거의 확실해 보이자 피해자의 아버지는 결국 총을 구해 범인들을 죽이러 간다. “앞으로 오년 뒤, 십년 뒤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야. 살해당한 내 아내와 딸의 이름 뒤에 앞으로 그런 인간들에게 걸려들어 목숨을 잃은 피해자들의 기다란 명단이 생길 테니까.”(326쪽)

동거녀를 죽이고 암매장한 남성은 2019년, 조두순은 2020년 사회로 복귀한다. 이들에게 피해를 볼 여성들의 기다란 명단이 생길 것 같지만, 판사들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법률수요 증대라는 큰 그림에 있으니까.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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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을 때마다 신년계획을 세우던 때가 있었다. 올해에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여건이 되면 그것도 해야지 하며, 이대로 간다면 내 자신이 정말 멋진 사람이 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석 달쯤 지나고 나면 연초의 기대는 어느덧 사라지고, 예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다 보니 해가 바뀌어도 더 이상 들뜨지 않게 되고, 새해라고 해서 특별히 계획을 세우는 일도 없어졌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이 바뀐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2016년이나 2017년이나 똑같은 존재인데, 뭔가가 크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 사람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해가 바뀌는 것은 마음을 달리 먹는 좋은 계기니까.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젠 좀 달라지려나?’ 하고 기대를 하던 때가 있었다. 새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어줄 것이고, 북한도 잘 타일러서 다른 마음 안 먹게 하고, 내 살림살이를 낫게 해줄 것이라는 식의 기대 말이다. 하지만 임기 1년만 지나고 나면 이런 기대는 어느덧 사라지고, “남은 임기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하는 한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신기한 일은 다음이다. 이런 일이 거의 매번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 때마다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 새해는 매년 오지만 대통령 선거는 5년마다 온다. 대통령 직선제는 1987년부터지만 그 이전부터 직선제가 실시됐다고 가정했을 때 나이가 50세라고 하면 대통령이 바뀌는 경험을 한 건 불과 10번이며, 투표를 한 걸로 따지면 7번에 불과하다. 둘째,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늘 이기는 건 아니다.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됐다면, 그에게 더 기대를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셋째, 해가 바뀐다 해도 ‘나’는 여전히 ‘나’지만,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다른 사람이다. 게다가 지난 대통령이 워낙 대단한 분이었으니, 매우 정상적으로 보이는 이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위에서 ‘네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굳은 의지를 갖고 노력하라’고 말했다. 그럼 새 대통령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원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지금까지 우리는 대통령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대통령을 안 찍은 이들이 ‘뭐 한 가지 걸리기만 해봐라’라는 마음으로 대통령을 째려봤다면,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지키자’며 반대자들을 종북으로 몰았다. 이런 일이 이번 정권에서도 반복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이번 대통령도 틀렸어’라며 임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릴지 모른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대통령은 우리가 부여한 권력을 잠시 행사하는 사람일 뿐이며, 그 역시 우리처럼 불완전한 인간이란 점이다. 이렇게 막중한 직책은 처음 맡아본, 의욕은 넘칠지언정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분, 그게 바로 새 대통령이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바란다’며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제시하고 모른 체하기보다는, 대통령이 그 일을 하도록 어르고 졸라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2008년에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값 대통령’을 공약했다. 그런데 이건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말이었을 뿐, 그가 진짜 이 공약을 지킬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은 대통령을 향해 공약을 지키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존 등록금이 반값이 된 건 아니었지만, 등록금이 더 이상 인상되지 않게 된 것이다. 학생들의 시위에 놀란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에 신입생 모집인원을 줄이는 벌칙을 부과함으로써 오히려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만들어 버렸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록금은 제자리걸음인데, 학생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등록금은 오히려 2배가 됐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통령이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거리로 나와 외치자. 국민과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하지만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전하는 방법이 꼭 시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시때때로 있는 선거는 민의를 표출할 좋은 기회건만, 우리는 지금껏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두 달 후 열린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했다면,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그토록 훼방 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뒤 있었던 두 번의 재·보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지 않았다면, 박 정권의 후반기가 그토록 오만할 수는 없었으리라. 당장 2018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2020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것 말고도 각종 재·보선 등이 줄줄이 이어질 테니, 정권을 심판할 기회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다 대통령 탓으로 돌리지 말자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당장의 내 삶이 나아지진 않는다. ‘나’를 괴롭히는 상사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날 벼르고 있고, 월급은 별로 오르지 않고, 내야 될 세금은 해마다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에게 이 책임을 전가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런 식의 불만 제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대통령이 하는 일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그게 마음에 안 들면 그때 욕하자.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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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에서 왔어요. 김제동씨 보려고요.”

한 여성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촬영장인 경기도 평택의 예술회관에 모인 수백명의 사람들은 모두 김제동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사람들이었으니까. 경기도 포천, 전남 영광, 심지어 강원도 평창에서 온 이도 있었다. 한 여성은 자신이 방청권을 얻기까지 6번이나 실패했다면서 이번에라도 방청권을 얻은 것에 감격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로 채워지는 시대에서, ‘톡투유’는 관객과 호흡하는 몇 안 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버지, 투석 꼭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딸,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편, 임신한 몸으로 지하철을 탔을 때 너무 힘들었다며 임산부 배려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인, 참석자들은 물론이고 그 사연을 듣는 사람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난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방송을 많이 해본 연예인들과 달리 일반인의 말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연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을 조리 있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제동은 이들이 한 말의 핵심을 자기 식대로 정리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십분이 넘게 횡설수설한 남성에게 “그러니까 3D프린터 홍보하러 오신 거군요!”라고 할 때, 폭소가 터진다. 참석자의 아픔에 공감해 주면서 유쾌한 해법을 제시해줄 때도 마찬가지다. 4시간이 넘는 긴 촬영시간 동안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지 못하는 건 시종일관 이런 웃음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침울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즐거운 축제로 만들어버리는 것, 이런 면에서 김제동은 독보적인 존재다. 다른 방송인의 톡투유를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듯 능력 있는 방송인인 김제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시청자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 <미운우리새끼>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은 중도하차했다. 새로운 프로에서 그를 써주는 일도 드물었다. 워낙 TV를 좋아하는 박 전 대통령이 김제동의 TV 출연을 싫어했기 때문으로 추측됐다. 물론 제작진은 정권의 외압을 부인했지만, 그 말을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정치적 사안에 침묵하는 동안 김제동은 일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 나갔으니까.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세월호에 대해서도 김제동은 침묵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서슬이 시퍼렇던 세월호 2주기 때 김제동이 한 말은 그 자리에 있던, 그리고 인터넷으로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누가 물었습니다. 나라 지키다 죽은 것도 아닌데 왜들 그러시냐고. 제가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국가다, 이 ××××아!” 외압에 비교적 초연했던 JTBC에서 그를 쓰지 않았더라면, “김제동 보는 게 소원”이라던 82살 여인은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 테고, 우리는 시종일관 막장드라마와 연예인들의 만담만 봐야 했을 것이다.

사회가 스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평상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쌓은 지명도를 이용해 좋은 일을 한다면 그 파급력이 크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컨대 가장 매력적인 유명인으로 꼽히는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는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단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현지를 여러 차례 다녀오기도 했고, 수단의 민간인 학살에 항의하기 위해 수단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건 유명한 일화다. 그는 국내정치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지 않아, 지난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위해 거액의 모금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클루니가 배우로서 활동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언론을 적으로 돌리며 욕을 퍼붓는 트럼프라 해도, 자기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치적 지향이 다른 이들의 밥줄을 끊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게 본다면 블랙리스트를 만든 박근혜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선 드문, 골수 반민주주의자다. 박근혜가 지금 구치소에 있는 건 너무도 자연스럽다.

차기 정권에선 어떨까. 소위 진보 진영이 집권할 확률이 높아 보이니, 최소한 김제동의 어머니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다음 정권에서 박근혜 같은 대통령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게 시청자들의 권리 찾기다. 김제동이 정권의 탄압을 받는 동안 우린 거기에 대해 침묵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런 침묵이 계속된다면 정의를 외쳤다는 이유로 괜찮은 연예인이 TV에서 사라지는 일이 계속 생겨날 테고, 세월호처럼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앞장서줄 사람도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블랙리스트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그리고 그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김제동씨,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앞으로는 잘할게요.”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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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30년 전 신세대들은 다들 ‘워크맨’을 허리에 차고 다녔다. 워크맨은 1979년 일본 회사 소니가 만든 세계 최초의 소형 카세트 플레이어인데, 덕분에 사람들은 집 바깥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그 뒤 등장한 ‘아이와’, ‘파나소닉’ 등 또 다른 일본제품들이 가세해 소형 카세트 시장을 장악하던 그때, 우리 기술로 만든 제품이 등장한다. 바로 삼성의 ‘마이마이’로, 가격이 싼 데다 국산품 애용 정신이 남아있던 터라 폭발적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냉정히 판단할 때 디자인이나 음질은 일본 것들과 비교가 안됐다. 혁신적이고 늘 남보다 앞서가는 소니와 소니의 뒤를 쫓기 바쁜 삼성, 그때만 해도 삼성이 소니를 따라잡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불과 3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반대가 됐다. 삼성이 시가총액과 브랜드가치에서 소니를 제친 건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다. 2016년 4분기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은 16.5%의 점유율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했다. 스마트폰만 따진다면 애플(17.9%)에 이어 2위(17.8%)지만, 점유율 차이는 0.1%포인트에 불과하다. 영화 <오션스 13>에서 카지노업계의 대부 알 파치노가 가장 갖고 싶어 한 게 삼성 휴대폰이었으니 말 다했다. 소니 치하에서 살았던 내 또래들과 달리 지금 젊은이들은 삼성 덕분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 것 같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삼성이 잘나가는 건 물론 뛰어난 기업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잘 만들고 AS까지 좋으니, 웬만하면 삼성 제품을 선택하게 되지 않겠는가? 내가 사는 집만 해도 휴대전화, 컴퓨터, 에어컨, 냉장고 등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 중 삼성의 비율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 게 모조리 삼성만의 힘일까? 2007년 애플이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했지만, 그로부터 한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살 수 없었다. 정부의 훼방도 있었을 테고, 휴대폰을 독점하던 재벌기업들이 담합한 것도 이유가 됐다.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이 SK 측에 아이폰 출시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훗날 드러났다. 국내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살 수 있게 된 건 삼성에서 ‘옴니아’를 출시한 후였다. 아내가 옴니아를 써서 아는 사실이지만, 옴니아는 엄밀한 의미로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기종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이 옴니아를 사준 덕분에 아이폰은 한국 시장을 정복하지 못했고, 삼성은 결국 ‘갤럭시’라는 최고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삼성의 성장 뒤엔 이렇게 애국심으로 삼성 물건을 사준 소비자들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3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어떤 부정한 청탁도 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경영 문제를 해결하려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다.”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특검이 제기한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배후에 최순실씨가 있는 것을 전혀 몰랐으며, 정유라에게 수십억원짜리 말을 사주는 등 각종 지원을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삼성이 최씨 모녀와 200억원대 후원계약을 체결한 건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직후였다. 비슷한 시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1388억원의 손해를 보면서도 합병안에 찬성하는 해괴한 행태를 보이는데, 특검의 발표에 따르면 이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단다. 두 기업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측의 숙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삼성 측에서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해 줬다는 특검 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최소한 10년간 감옥에 갇혀야 하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리라. 최고의 변호사를 쓴 데다 뇌물을 받은 쪽인 박근혜와 최순실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잘만 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삼성의 성장에 국민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번만큼은 진실의 편에 서주시면 좋겠다.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는 적폐청산이며, 이를 위해선 국정농단 사건을 일으킨 자들의 처벌이 필수적이니까 말이다. 그중 몸통이라 할 박근혜·최순실의 처벌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증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 정권들의 병폐였던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을 수 있다면 삼성에도 좋은 일이다. 그간 우리는 삼성에 관대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희한한 행태를 보였어도, 반도체 공장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인색하게 굴었어도 열심히 삼성 제품을 샀다.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부탁드린다. 제발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고 말이다. 그럼으로써 적폐청산을 이룰 수 있다면, 안 그래도 삼성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더 앞장서서 삼성 제품을 사주지 않겠는가? 이 부회장의 결단을 기다린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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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는 호빗족이라고, 인간의 허리 정도 크기의 작은 종족에 속하는 소년이었다. 프로도는 지극히 온순한 성격인 데다 무술이라곤 전혀 할 줄 몰랐다. 위기에 몰리면 창백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니 그가 우연히 얻은 반지가 사실은 엄청난 힘을 지닌 절대반지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겠는가? 게다가 그 반지가 악의 세력을 이끄는 샤우론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운명의 산’까지 반지를 가져간 뒤 용암에다 던져버려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을 때, 프로도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기까지 했으리라. 샤우론이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을 노릴 게 분명한데, 그 위험에 맞서서 반지를 버리러 가라니 그게 말이나 되나?

하지만 프로도는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한다. 마법사와 요정, 인간전사 등으로 구성된 반지원정대가 프로도를 지켜 주지만, 프로도는 반지를 버리러 가는 여정에서 죽을 고생을 한다. 칼에 찔리고, 집채만 한 거미가 내는 거미줄에 묶여 죽을 뻔하다 살아나고, 온갖 괴물로 구성된 샤우론의 군대를 피해 도망치면서 프로도는 내가 어쩌다 절대반지를 얻어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프로도는 목적지에 가는 동안 한 번도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고, 결국 용암에 반지를 던지는 데 성공하며, 반지원정대를 공격하던 샤우론의 군대는 먼지로 변한다. 3부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반지의 제왕> 얘기다. 원작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난 이 영화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로 이해한다. 평범한 호빗인 프로도가 세상의 운명을 좌우할 위치에 서자 그 운명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의미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검찰에 경의를 표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씨) 측 변호인단이 검찰조사 종료 후 남긴 말이다. 박씨가 시켜서 한 말이라는데, 이는 검찰조사가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자택 근처에 가서는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으니, 그 만족도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그날 박씨는 뇌물수수를 비롯해 14가지 범죄혐의를 저지른 피의자로 검찰조사를 받고 왔다. 당시 시점에서도 조사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며, 구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불 보듯 뻔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연루된 것만으로도 수치스러워할 상황에서 박씨는 어떻게 웃을 수 있었을까?

파면당하고 돌아올 때도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걸로 보아 박씨가 정상적인 멘탈의 소유자가 아닌 건 분명하지만, 이번의 해맑은 웃음은 뭔가 믿는 게 있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 아마도 그건 김수남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검찰에 대한 신뢰에서 나왔으리라. 박씨가 살아있는 권력일 때 검찰은 박씨를 위해 봉사하는 충복이었으니까 말이다. 만일 특검이 연장됐다면, 그래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왔다면 아무리 멘탈이 비정상인 박씨라 해도 저런 여유 있는 모습을 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피의자인 박씨가 거절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권리인 영상녹화를 쉽게 포기한 것만 놓고 봐도 특검과 검찰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전에 검찰총장을 지냈던 채동욱이 특검연장이 안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뇌물수수가 아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검연장이 안된 이유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거부와 더불어 요청이 있으면 무조건 연장해준다던 약속을 깬 자유한국당의 배신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큰 비난이 퍼부어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국회의장인 정세균이 특검연장법을 직권상정하면 30일 연장이 가능했는데, 정 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호소, 그리고 1만통에 달하는 시민들의 문자폭탄에도 불구하고 이 부탁을 거절했다. 그때가 직권 상태의 요건인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는 게 그가 거절한 이유였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그때 상황이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뭐가 비상사태인지 모르겠지만 정 의장은 완강했고, 결국 박영수 특검은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인력만 남긴 채 해산되고 만다. 다들 알다시피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을 내세워 특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만일 특검연장이 이루어졌다면 자연인이 된 박씨는 특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을 테고, 특검의 능력이라면 박씨가 죄를 실토하게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병우와 김기춘, 안봉근, 이재만 등 나라를 망치는 데 부역자 역할을 한 이들이 단죄됨으로써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적폐청산’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었지만, 샤우론의 군대가 먼지로 변하는 일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았다.

국회의장의 존재이유도 따지고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정 의장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정 의장이 호빗족 소년인 프로도의 반의반 정도만큼이라도 자신의 운명을 자각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정 의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명분을 내세우며 직권상정을 거부한 그의 결단 덕분에 적폐청산은 물 건너갔고, 박근혜는 원래 보였어야 할 낭패감 대신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두렵다. 샤우론, 아니 박씨가 웃는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지도 모를 것 같아서.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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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는 울고 있어요.”

2017년 3월 초, WBC라는 이름의 국제야구대회가 열렸다. 1, 2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3회 대회 때 예선 탈락의 쓴맛을 본 우리로선 명예회복이 절실했다. 게다가 예선전이 우리나라 고척돔에서 개최됐으니,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한국은 “이 나라도 야구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생소하기 짝이 없는 이스라엘에 2 대 1로 지는 등 시종 졸전을 거듭한 끝에 또다시 예선 탈락하고 만다. 일정 기간 이상 국내 프로 경기에서 뛰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FA제도 덕분에 수십억원을 손에 쥔 선수들이 많았지만, 그들 중 자기 몸값에 걸맞은 실력을 보인 선수는 드물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 건 당연했다. 특히 선수들의 태도가 비난의 대상이 됐다. 경기 중 장난을 치거나 밝은 표정을 짓는 모습이 그대로 TV에 나와서였다. 가장 논란이 된 선수는 두산의 김재호였다. 두산 팬이라 아는 사실이지만 김재호는 얼굴 구조상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걸 잘 모르는 팬들은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냐?”라며 그를 질타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기가 막혀서 웃었습니다.”

2014년 10월,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를 열었다. 유명가수들이 축하공연을 해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행사를 좀 더 잘 보고 싶었던 관람객들이 환풍구 위로 올라간 게 문제였다. 환풍구 덮개가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바람에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며칠 뒤 열린 안전행정위원회는 관할지역 시장인 이재명에 대한 성토로 점철됐다. 국민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얼마 있지도 않은 복지를 줄이려는 정부로서는 튼실한 복지정책으로 화제가 된 이 시장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했다.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강기윤이 총대를 멨다. “시장님께서 지난번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지요. 남의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혹독하게 평가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된다.” 질타는 계속됐다. 이 시장이 답변하려 할 때마다 강기윤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답변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자 이 시장은 허허 하고 웃어버렸다. 강기윤도 강기윤이지만 옆에 있던 조원진 의원이 열을 받았다. “지금 이 방송을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 성남시장이라는 사람이 실실 웃고 그래서 되겠습니까? 여기가 웃는 자리예요, 지금?”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 앞에서 웃었다는 건 분명 이 시장이 잘못한 것이기에, 그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NG 컷을 비신사적으로 편집한 의도를 정말 모르겠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300여명의 희생자를 내며 침몰한 그날,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은 기자들 앞에서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오전 진도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여객기? 난리났다. 하하하하.” 이 장면이 방송으로 나간 건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뒤였는데, 해당 장면은 많은 국민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세월호를 ‘여객기’라고 잘못 얘기한 것이니, 그 장면이 NG인 건 맞다. 수많은 방송인들이 NG를 내면 웃는다. 하지만 그 자리는 초대형 재난사고를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모든 국민들이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굴렀던 그때, 청와대 대변인이 같이 울어주지는 못할망정 환하게 웃는 광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물론 그는 사과하지 않았고, 물러나는 순간까지 온갖 궤변으로 박근혜를 옹호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2017년 3월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간의 청와대 관저생활을 청산하고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예정보다 일찍 간 이유는 그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대신 최순실의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 대통령의 권한을 썼기 때문이었다.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보수적이기 짝이 없는 헌재마저 8 대 0의 만장일치 선고를 내리기에 충분했다. 비리로 인해 직장에서 쫓겨나 귀가하는 심정은 어떨까? 많은 회한과 반성이 교차되는지라 표정은 착잡할 테고, 자신의 모습을 누가 볼까봐 초조한 마음도 있을 것 같다. 그게 대통령이라면 자신을 믿고 뽑아준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추가돼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박근혜는, 웃었다. 혹시 과거의 자료화면을 틀어준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무개념의 박사모들에게 둘러싸인 채 박근혜는 시종 환하게 웃고 있었다. 헌재에 불복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던진 걸 보면, 그의 마음속에 ‘반성’이란 두 글자는 아예 없는 모양이다.

박근혜의 범죄는 WBC에서 조기 탈락한 야구대표팀과 비교될 수 없다. 행사장의 안전관리를 못했다고 야단맞은 이재명 시장과도 차원이 다르다. 이 시장이 웃는다고 질타했던 조원진이라면 이렇게 말했어야 맞다. “지금 이 방송을 국민들이 다 보고 있는데, 탄핵당한 대통령이 실실 웃고 그래서 되겠습니까? 여기가 웃는 자리예요, 지금?” 하지만 그 조원진은 그렇게 질타하는 대신 웃는 대통령 앞에서 딸랑거리고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통합’보다 ‘적폐 청산’이 더 시급한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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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지난 1998년 대구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뒤 대통령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어쩌다 시장이나 공장, 노숙자쉼터 등 소외되고 어려운 서민을 찾아갔던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한번 얼굴을 비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입만 열면 신뢰를 강조한 것도 사실은 저 스스로도 저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며, 행여 국민들이 그 사실을 알아챌까 두려워 선수를 친 것이었습니다.

목표했던 대통령이 된 뒤에는 정말 원 없이 놀았습니다. 원래 지킬 생각이 없었던 공약은 잊으려 노력했고, 제가 해야 할 국정과제는 최순실이 챙기도록 했습니다. 대신 피부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의 얼굴이니만큼 좋은 피부를 보여드리는 게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치인의 여정에서 단 한번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주변의 비리에 한없이 관대했습니다. 1년만 더 버티면 임기를 마칠 수 있는데, 순실이의 국정농단이 탄로 나는 바람에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거짓말을 워낙 자주하다보니 이젠 입만 열면 저절로 거짓말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탄핵을 앞두고 제 소회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저는 원래 말을 잘 못합니다. 하다 보면 주어와 동사가 헷갈리고, 엉뚱한 데서 목적어가 튀어나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제 빈약한 언어능력을 국민들에게 들킬까봐 토론을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미리 준비된 대본이 없으면 일절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았고, 꼭 해야 하는 연설은 프롬프터를 그대로 읽었습니다. 질의응답을 할까봐 서둘러 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는 연설문 작성에 있어서 순실이의 의견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특검에서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쓰는 걸 보면서 괜히 물어봤다는, 늦은 후회가 듭니다.

다음으로 재단설립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가 기업들로부터 돈을 뜯는 장면을 인상 깊게 본 탓인지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기업의 돈을 갈취할 욕심이 있었습니다. 국위선양이나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보다는, 최순실의 이익이 곧 대통령의 이익이라며 기업 회장을 협박했습니다. 기업인들도 경영권 승계라든지 감방에 있는 회장이 사면된다든지 하는 선물을 받았으니, 이건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한 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대통령이라 임기 중 어지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특검이 저를 뇌물죄로 엮으려는 걸 보면서 세상 참 빡빡해졌구나 싶어 한숨이 나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대통령이 됐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이제 중소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순실이 제게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현대차에 납품할 수 있게 하라고 했을 때, 저는 그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최순실의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이고, 관련수석에게 “반드시 성사시켜라”라고 전달한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 보좌진의 의견을 듣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의견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며, 현명한 판단과는 담을 쌓은 제가 촌각을 다투는 그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보좌진 역시 큰 사건이 터져도 제게 보고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후회스러운 점은 중대본에 도착해서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슬픈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으면 될 것을, 그 말로 인해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만인이 알아버렸습니다. 제가 검찰과 특검, 헌재에 아예 나가지 않은 것도 그때 얻은 교훈 때문입니다. 침묵이 금이라는 옛말은 곱씹을수록 명언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진 자들이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 믿고 살아왔습니다.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학교 졸업 후 비정규직이 될 수 있게 돕고, 우리 후손들이 아이 낳기가 두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정부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과감하게 빨갱이로 몰고,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혹시 탄핵이 기각돼 제가 대통령을 더 하게 된다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하면서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깊은 혜량을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주 필자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주어로 해서 쓴 가상 칼럼입니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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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은 검찰, 국회, 언론, 종북 세력의 정치적 음모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이 지난 7일 종업식에서 학생들을 앞에 놓고 했던 말이다. 정권의 하수인이라 불리는 검찰, 박 대통령의 충복인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국회, 보수의 지분이 많았던 언론이 그간 배척해 마지않던 종북세력과 힘을 합쳐 음모를 꾸몄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하지만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다음 말을 들으면 진짜 음모를 꾸미는 이가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80%의 국민이 탄핵을 지지하는 이 순간에도 저들은 뒤집기 한판을 꿈꾸며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중이니까. 모든 것은 다 고영태가 벌인 일이라느니 트럼프가 탄핵을 반대했다느니 하는 내용의 가짜뉴스는 그 결정판이다. 엊그제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선주자들을 모아놓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판결정에 승복할 것을 약속하는 합동서약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걸 보면 드디어 저들이 뒤집기 문턱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게 생명이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그 의견을 지지하는 이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다수의 힘으로 무시해서는 안되는 게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15%에 불과한 박사모의 저 난리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을까? 그건 아니다. 의견의 다름에도 정도가 있으며, 박사모의 지금 언행은 다름이 아닌, 틀림이다. 소수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해서 검은 개를 흰 개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도 믿어줘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한국 정치가 지금 이 수준밖에 안되는 이유도 박사모의 틀림이 ‘다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 죄목은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되도록 많은 의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거법 중립 의무를 위반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국민들은 탄핵반대를 외치며 광화문에 모였다(이들을 A라고 하자). 반면 탄핵찬성을 주장하는 측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화문 한쪽을 차지했다(이들을 B라고 하자). 여기서 박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죄목을 바꿔서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상해 보자.

1번. 2004년, 노 대통령이 측근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사익추구를 적극 도왔다는 혐의로 국회에서 탄핵된다. 그랬다면 A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노빠’로 불리는 적극적 지지층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A는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느낄 줄 안다. 그러니 아무리 노무현을 사랑하더라도 광화문에 나와 탄핵반대를 외치진 않았을 것이다.

2번. 2016년, 박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과반, 최대 200석까지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탄핵당한다. 이 경우 A는 광화문에 나가 탄핵반대를 외칠까? 노빠와 박근혜의 관계로 보건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A는 탄핵찬성을 외치진 않을 것이고,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리라. 왜? 겨우 그 정도 가지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건 다수당의 횡포일 뿐, 결코 민의가 아니니까. 반면 과거 노무현의 죄가 탄핵사유라고 주장하던 B는 지금 그보다 천만배가량 더 큰 죄를 지은 박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고 외치는 중이다.

전문용어로 이런 태도를 ‘내로남불’이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인데, 원래 ‘빠’들은 어느 정도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박사모의 내로남불은 해도 너무한 감이 있다. 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마치 정상적인 대통령처럼 보이게 만든 희대의 최악 대통령을 옹호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지 않은가? 작년에 열린 촛불집회에서 한 초등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 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밤에 잠이 안 옵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된 게 자괴감 들고 괴로우면 그만두세요.”

그렇다. 논쟁이란 뭔가 좀 애매한 구석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을 “그건 다 조작이다”라고 소리치는 건 한심한 일이다. 명색이 교육자인 교장이 학생들이 다 모인 종업식에서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탄핵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열린 사람인 양 질의응답까지 하는 모습에선 역겨움까지 느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아무리 심해도 넘어서면 안되는 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 거리낌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쉽게 하는 걸 보면서 한국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1월25일, 박 대통령이 정규재 주필과의 인터뷰 도중 한 말이다. 정말이지 아무리 심해도 넘어서면 안되는 도가 있는데, 아무 거리낌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쉽게 그 도를 넘는 그 세력으로 인해 한국정치의 현주소가 이 모양 이 꼴인 것이다. 박 대통령과 박사모에게 이 말을 다시 돌려주는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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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이왕이면 착하게 사는 것이 좋겠지만, 삶이라는 게 꼭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의도야 어쨌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우리는 범죄자라 부른다. 범죄자를 유형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수한 범죄자. 인간의 본능상 범행 후 붙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긴 했지만, 제정신이 들면 대개 자수하고 싶어진다. 하기야, 남은 생애를 언제 붙잡힐까 고민하면서 사는 것보다, 죗값을 치르는 게 훨씬 더 떳떳하지 않은가? 자수는 경찰에게 좋은 일이고, 자수했다고 법원이 형량을 줄여주니 범인에게도 좋다. 2016년 8월, 나와 성이 같은 29세 서모씨는 금은방에 들어가 금팔찌를 보여 달라고 했다. 서씨는 주인이 팔목에 금팔찌를 채워주자마자 도망쳤는데, 그 금팔찌가 30돈 상당이었으니 600만원 정도 되겠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가 사방에 깔려 있는 시대에 서씨가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는 없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서씨는 범행 한 달 만에 경찰에 자수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길거리에서 검거됐을 확률이 높고, 수갑을 차고 팔목이 꺾인 채 경찰서로 끌려왔을 테니, 자수하는 게 훨씬 좋았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둘째, 붙잡히자마자 자백한 범죄자. 경찰서에 끌려간 뒤 한사코 범행을 부인하는 자들이 있다. 자백만 안 하면 풀려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기 때문이지만, 이러면 서로 피곤하기만 할 뿐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범죄자는 범행을 실토할 때까지 취조를 받아야 하고, 경찰은 증거를 찾아나서야 하는데, 이렇게 힘을 빼느니 미리 자수해서 예쁨을 받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많은 범죄자들이 그래서 이 길을 택한다. 선후배 2명과 공모해 BMW 차량을 개울에 고의로 추락시켜 54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은 일당이 있었다. 범행에 성공하자 또 다른 BMW 중고차를 구입해 고의사고를 내 2300여만원을 탔는데, 재미가 들린 이들은 2015년 3월 고장난 BMW를 구입해 개울에 빠뜨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사건의 성격상 자백 이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지만,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세 명이 모두 범행을 부인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테니, 자백하는 게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셋째, 경찰이 증거를 제시한 뒤에야 자백한 범죄자. 모든 증거가 다 자신을 가리키는데도 자백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인간말종이라는 것만 입증해 줄 뿐,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 그러니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형을 받는 게 무난한 길이다. 올해 1월, 부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워 차와 함께 유기한 남편이 있었다. 경찰은 진작 남편을 용의자로 판단해 조사했지만, 그는 부인이 죽은 것도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 뒤 남편은 도주했다가 다시 잡히는데, 그래도 그는 “절대로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우겼다. 경찰은 남편이 도주한 코스를 답사하다 아내를 태울 때 쓴 기름통을 발견했고, 여러 사람의 증언도 확보했다. 명백한 증거 앞에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닌바, 남편은 결국 자신이 아내를 살해했음을 자백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마치고 메모를 살펴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넷째, 경찰이 증거를 제시해도 자백하지 않는 범죄자.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타입으로, 자신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높다. 그 비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워낙 사이코패스다 보니 등장할 때마다 사회 전체를 뒤흔든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은 간만에 나타난 사이코패스형 범죄자로 인해 시끄럽다. 그는 자신의 범죄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한사코 부인했고, 그 이후 태블릿PC를 비롯해 수많은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은 죄가 없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금 30돈 상당의 팔찌를 훔친 수준이 아니라 대기업과 공모해 1000억원 가까운 돈을 뜯어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지위가 지위니만큼 비리가 굉장히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자신의 직무가 정지되는 처벌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엮였다”느니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기획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뱉는다.

대통령도 인간인지라 본의 아니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 그럴 때 죄를 인정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면 국민들이 그렇게까지 자괴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숱한 증거 앞에서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증인들을 빼돌리고 위증을 교사하며,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키는 등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품격은 고사하고 범죄자의 품격도 갖지 못한 그분 때문에 우리는 연말을, 연초를, 그리고 명절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건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이 정리될 것이다”라는, 그분이 인터뷰 도중 했다는 말로 짐작건대, 어쩌면 우리는 대한민국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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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달간, 이 나라에선 거짓말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들의 거짓말에 처음엔 화가 났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무감각해졌고, 나중에는 누가 거짓말을 더 잘하는지 따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 글은 그러니까 내가 선정한 거짓말 왕에 대한 보고서다.

5위. 박근혜 대통령

거짓말의 포문을 연 것은 박 대통령이었다. 이분은 세 차례 간담회와 올해 초의 신년간담회까지, 총 4차례나 거짓말 리사이틀을 벌였다. 심지어 담화 중에 했던 ‘죄송하다’는 말 역시 거짓말이었다. 그럼에도 이분의 순위가 낮은 것은 거짓말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말하긴 쉽다. 자신이 겪은 대로 얘기하면 되니까 말이다. 거짓말은 그렇지 않다. 사실이 아닌 말로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알리바이는 물론이고 이전에 했던 발언과 아귀가 맞는지 매 순간 따지지 않으면 안 되니 말이다. 박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겠다는 의욕은 넘쳤지만, 아쉽게도 역량이 모자랐다. 그의 거짓말을 떠올려 보자. 설득과는 무관한, 그냥 우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식의 말에 속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4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병우는 영주가 낳은 천재다. 늘 1등만 독차지했다. 검사장 인사에서 물을 먹기 전까지 승진에서도 늘 동기들 중 선두를 달렸다. 이런 그를 4위에 놓다니, 우병우가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청문회에서 우병우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어느 한 질문에도 머뭇거림이 없이 척척 대답하는 그를 보면서 “역시 천재구나!”라고 감탄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신은 최순실을 모르고 장모에게 물었더니 장모도 모르더라는 답변이랄지, 2014년 세계일보 보도 이후 정윤회 문건을 수사하지 않은 이유가 검찰 수사에서 허위로 판명났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그 백미였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벼락치기 공부에 의해 이루어진 느낌이었다. 청문회장에서 답변하는 우병우를 보고 있노라니, 예상질문을 다 뽑고 그에 따라 무수히 연습한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노력만으로는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그는 4위가 맞다.

3위.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부끄럽게도 난 청문회 전까지 김경숙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하지만 청문회 이후 난 그의 팬이 됐다. 무슨 거짓말을 그렇게 진짜같이 하는지. 김경숙은 시종 당당했고, 국회의원과의 말싸움에서도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이 “답변 듣지 않겠다”고 해도 계속 답변을 하는 패기를 보라! 교육부 감사에서 다른 이가 했던 증언을 들이대도 “사실무근입니다”라는 말을 하는 김경숙의 표정은 거짓말의 달인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줬다. 감히 말하건대 이건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올해 특검에 나갈 때 보여준 초췌한 모습은, 내가 그의 팬이 된 걸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2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윤선의 거짓말은 위에서 열거한 이들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질문 요지와 무관한 답변으로 질문자로 하여금 뒷목을 잡게 했는데, 심지어 자신이 방금 인정한 얘기를 재차 물어봐도 엉뚱한 답변을 하는 장면은 신기 그 자체였다. 우병우에게마저 “식사하셨습니까?”라는 따뜻한 말을 건넸던 김경진 의원은 결국 이성을 잃고 막말을 해버렸다. “어이 장관! 몰랐어, 알았어?” “언제 어떻게 확인했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그 답변을 못해?” 조윤선이 블랙리스트를 인정하도록 만든 이용주 의원은 그 답변을 얻기 위해 같은 질문을 17번이나 해야 했는데, 조윤선이 조금만 더 버텼다면 이 의원의 생명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1위. 김기춘 전 비서실장.

위에 열거한 분들도 다 쟁쟁한 분이지만, 그래도 최고는 김기춘이다. 최순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알지 못합니다. 만난 일도 없습니다. 통화한 일도 없습니다”라고 답했는데, 리듬을 붙여 노래하듯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거짓말을 즐긴다는 얘기다. 물론 그는 만사를 모른다고 답했다. 이건 거짓말 하수들의 우기기 전략일 수 있지만, 그의 뛰어난 점은 다른 이들과 달리 자기 자신을 속인다는 점이었다. 간첩사건을 조작하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했다면 제 자신이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때 그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쯤 되면 거짓말탐지기를 써도 잡아내지 못할 것 같은데, 지난 40년 동안 거짓말을 하다 보니 삶 자체가 그냥 거짓말이 된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그가 나이가 많아 거짓말을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정유라가 있다. 아직까지 보여준 게 많지 않은 유망주이지만, 20대 초반에 벌써 이 세계에 뛰어들었다는 게 강점이다. 유망주에겐 좋은 스승이 필요한 법, 정유라가 귀국한다면 김경숙, 조윤선, 김기춘과 한방에 수감하자. 일찍부터 이들에게서 배운다면 장차 김기춘을 뛰어넘는 인물로 자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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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의 자괴감을 높여 주기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준 또 다른 긍정적인 영향은 세월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꿔줬다는 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공론화되기 전까지 세월호에 대한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이제 그만 좀 우려먹어라, 지겹다. 둘째, 유족들이 돈 더 받으려고 저러는 거다. 셋째, 교통사고인데 무슨 진상규명이 필요하냐. 넷째, 인양하지 마라. 돈 아깝다. 모든 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는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었다.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모관계가 밝혀진 이후 세월호는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한다.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혹은 세월호가 어떻게 침몰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는데, 이유인즉슨 검찰 수사로 인해 밝혀진 침몰 원인인 과적과 급변침에 대해 대부분 수긍했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배를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소위 인신공양설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기에 동조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작년 말, ‘자로’라는 닉네임을 쓰는 누리꾼이 2년의 노력 끝에 ‘세월X’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했다. 무려 8시간49분에 달하는 이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로와 그를 도운 김관묵 이화여대 교수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자로는 그간 발표된 침몰 원인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세월호를 가라앉힌 진짜 이유에 접근해 나간다. 일단 급변침은 침몰 원인이 될 수 없다. 방향을 그 정도 틀었다고 해서 배가 넘어진다면, 우리나라 해역은 침몰하는 배들로 인해 연일 난리가 날 것이란다. 또한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세월호의 복원력은 그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적이 원인일까? 세월호 운항일지를 보면 사고 당일보다 3배 가까이 물건을 실은 날도 있었단다. 자로가 존경스러운 점은 사소한 주장을 할 때조차 관련된 증거를 산더미처럼 제시한다는 데 있다.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결과가 인용되기도 하고, 언론보도나 검찰수사 자료, 그리고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라는 책이 동원된다. 과적이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로는 세월호 당일 배에 화물이 실리는 폐쇄회로(CC)TV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 많은 자료를 다 어떻게 구했을까?’라는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런 노력 끝에 자로가 본 진실은 ‘외력’이었다. 사고 당일 세월호는 충격과 함께 45도로 기울었다. 3층 로비에 있던 양승진 선생님(실종)은 이 충격으로 바다로 튕겨 나가기까지 했는데, 이건 급변침으로 인한 침몰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실제로 세월호 생존자들 중 ‘쿵’ 소리를 들은 이가 많다고 하니, 이게 전혀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그 외력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고 장소가 바다인 만큼 암초나 다른 선박일 수밖에 없는데, 사고 당시 세월호 주위에는 둘 다 없었다고 발표된 바 있다. 자로는 그걸 잠수함이라고 추정한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레이더에 나타난 괴물체가 그 증거다. 원래 이 물체는 세월호에서 떨어진 컨테이너라고 발표됐다. 하지만 자로는 이것이 컨테이너가 아닌, 나름의 동력을 가진 물체라고 주장한다. 레이더에 따르면 그 물체는 독자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는데, 이렇게 할 수 있는 물체는 잠수함밖에 없단다.

그렇다고 자로가 자기주장이 맞다고 일방적으로 우기는 것은 아니다. 자로는 말한다. 자신의 주장도 하나의 가설일 뿐이며,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이 나온다면 기꺼이 잠수함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보다 정확한 진실을 알기 위해 자로가 원하는 것은 세월호의 인양이다. 무엇인가에 부딪혔다면 세월호의 어딘가에 그 흔적이 남아있을 테니 말이다.

2016년 해양수산부 장관은 “올해 인양에 성공하겠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결국 세월호 인양은 해를 넘겼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양에 별 뜻이 없는 게 아니냐 의심한다. 그간 인양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데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상하이샐비지를 인양업체로 선정한 사실은 의심을 증폭시킨다. 중국업체인 만큼 인해전술로 배를 빨리 인양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인양이 언제쯤 될지 오리무중이다. 오히려 이들은 배에 130개의 구멍을 뚫는 등 선체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러다간 배를 인양해도 침몰 원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혹자는 자로의 영상을 또 다른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음모론은 진실의 당사자가 뭔가를 자꾸 숨기려고 할 때 만들어진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 7시간에 대해 갖가지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당시 행적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다 사실이 드러나면 그제야 인정하는 청와대의 석연치 않은 태도 때문이 아닌가? 세월호 침몰에 대한 음모론이 부담스러우면 하루빨리 배를 인양하자. 그리고 과학자를 포함한 검증단을 만들어 침몰 원인을 재조사하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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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었다. 이 부회장은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대답했다. 안민석 의원이 말한다.

“대통령의 머리로는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이야기할 만한 그런 지식이 없으세요. 무슨 얘기 했습니까, 30~40분 동안?”

새누리당은 ‘금도를 넘는 인신공격’이라고 비난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없다시피 했다. 안 의원의 발언에 대부분 동의했기 때문이리라. 대통령이 3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질문을 받지 않은 것,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기자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지적 수준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잖은가?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아는 게 없어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걸 박 대통령이 보여준 덕분일까. 고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뒤 사인을 해줄 때 장래희망을 꼭 묻는데, 대통령이 꿈이라는 학생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나라를 잘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가진 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통령만 한 ‘꿀직업’이 없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인 듯하다.

첫째,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관저에 있다가, 가끔 집무실에 나와서 남이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해도 2억1200만원의 연봉이 꼬박꼬박 입금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통령은 일어나시면 그게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관저에서 태반주사를 맞든 미용시술을 하든, 아니면 드라마를 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런 꿀직업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더 놀라운 것은 5년을 이렇게 놀아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는데, 그게 자그마치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금과 비서관 3명, 운전기사 1명이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둘째, 충성스러운 부하가 많다.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의 대처는 크게 잘못됐다. 대통령의 지적 수준으로 보아 일찍부터 대책본부에 나와 있었다고 결과가 크게 달랐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국가적 재난 때라도 자리를 지키라고 그런 대우를 해주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7시간이나 자리를 비웠다면 욕을 먹어도 싼데, 그 공백을 입증해줄 수많은 증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닫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대변인의 활약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지경인데, 그날 오후 대통령이 머리를 올리면서 보고를 받았다는, 자신도 안 믿을 말을 해명이랍시고 해대는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셋째, 지인에게 한턱 크게 쏠 수 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에게 선물을 주면서 폼을 잡고 싶은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정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인데, 대통령이 되면 지인이 바라는 바를 다 들어줄 수 있다. 특히 좋은 점은 자기 돈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쁜 사람이라더라”는 한마디로 공직자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고, 관저로 재벌 총수를 불러서 몇 마디 하면 수십억, 아니 수백억원의 돈이 생긴다. 나중에 걸리면? 걱정하지 마시라. 몰랐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넷째,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매일이 휴가지만, 그래도 다들 휴가 가는 여름이 되면 또 놀러 가서 모래사장에 낙서를 하는 것, 이게 바로 대통령의 행복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우즈베키스탄 등 원하는 나라는 어디든 갈 수 있다. 국내에서도 그랬듯이 외국에 간다고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남들 눈에는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니 일석이조다. 오고 갈 때 편안한 전용기를 타고 가는 것은 보너스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지금 감옥에 있는 이들 중 박 대통령만큼 큰 잘못을 한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지만, 박 대통령은 감옥 대신 평소 좋아하던 관저에 머물고 있다. 이만한 죄를 짓고도 관저에 있을 수 있는 건 물론 자신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종북에 관한 한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 남들은 빨간 옷만 입어도 종북으로 몰지만,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매우 비굴한 편지를 보낸 게 드러나도 종북이 되지 않는다. 이쯤 되면 기를 쓰고 대통령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아이들마저 선망해 마지않는 이 자리를 대통령이 물러나기 싫어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던 3차 담화 때의 약속을 지키는 대신 영혼을 팔아치운 분들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모조리 부인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의 꿈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대통령의 건투를 빈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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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우올림픽은 박태환에게 기회의 땅이 되지 못했다. 그는 주종목인 400m는 물론이고 200m와 100m에서도 예선 탈락하고 만다. 마지막 남은 1500m는 연습 부족을 이유로 기권했으니, 8명이 오르는 결선에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귀국하는 신세가 된다.

다들 알다시피 그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두고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투여받았고, 이 사실이 적발됨으로써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과 더불어 1년6개월간 국제대회 출전이 금지되는 징계를 당한다. 박태환은 줄곧 “비타민제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주사를 놔준 의사를 고소까지 하는데, 어려서부터 국제대회를 숱하게 치른,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선수가 네비도가 금지약물임을 몰랐다는 것을 난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시종일관 억울하게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가 기자회견 때 눈물을 흘리며 했던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표선수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말에는 정작 진심 어린 반성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억울하게 당했는데 대체 뭘 반성한다는 것일까. 그럼에도 그는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를 계속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을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몰랐다고 말하면 믿어주는 이들이 있을 테니까. 과연 그랬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박태환의 리우행이 좌절될 위기에 처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70%가 넘는 이들이 박태환에게 기회를 주자는 데 찬성했다. 재판 결과 의사에게 벌금형이 내려졌으니 박태환이 모르고 먹은 게 확실하며, 모르고 먹었는데 무슨 ‘약쟁이’냐는 게 그들의 논리였다. 약을 먹은 선수들이 하나같이 ‘몰랐다’고 주장하는지라, 국제수영연맹은 모르고 먹은 이도 공평하게 약쟁이로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도 그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화룡점정,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박태환은 올림픽을 석 달 앞둔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바닥에 넙죽 엎드려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그는 그 이전에 이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우리나라가 부당하게 선수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제소해 놓은 상태였기에 그런 퍼포먼스가 필요 없었지만, 그를 응원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이는 꼭 필요한 행위였다.

그가 이렇게 해서까지 리우에 가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추정컨대 국가에 대한 봉사가 아닌, 개인의 명예회복이 더 컸을 것 같다. 리우에 못 가면 약쟁이로 은퇴해야 하지만, 올림픽에 나가 동메달이라도 따면 약을 먹은 전력은 인간승리의 멋진 재료가 되니까 말이다. 안타깝게도 박태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연습 부족도 이유가 되겠지만, 수영선수로서는 환갑에 달한 그의 나이로 보아 열심히 연습했다 하더라도 메달은 힘들었을 것이다. 리우에서 쓸쓸히 귀국하던 날 박태환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일부 언론이 보내주기만 하면 메달이라도 딸 것처럼 기대감을 높여놓은 탓이었다. 불세출의 수영영웅이 이렇게 퇴장하나 싶었지만, 그에게는 다시 한 차례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름하여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를 섭렵했지만, 최순실이 특히 공을 들인 분야는 자신의 딸이 활약하는 문화체육관광부였다.

“박태환 선수, 오해해서 미안해요.” 최순실과 특히 친한 김종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그리고 박태환이 그간 쌓은 업적을 생각하면, 이런 반응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박태환 측의 관계자가 “박태환 선수가 자신도 모르게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게 된 게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는지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단다. 무슨 말일까? 최순실이 자기 딸 정유라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의사를 매수해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놨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연아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도 다 최순실의 음모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너무 어이없는 소설이라 웃어넘기려 하다가 주렁주렁 달린 댓글이 눈에 밟혔다. 눈물이 나려 한다느니, 못 지켜 줘서 미안하다느니, 수많은 이들이 저 루머를 믿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죄다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게 요즘 시국이긴 하지만, 이 루머는 너무 나갔다.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박태환의 태도다. 자신이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눈물에 일말의 진심이 담겨 있다면, 김 전 차관에게 협박당한 것과 자신이 맞은 네비도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해야 옳다. 하지만 그는 이런 루머에 기댐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한 박 대통령의 담화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숫자만 늘어나게 했을 뿐, ‘사생활’을 중시하는 그녀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지 못했다. 박태환은 물론 박 대통령과 차원이 다른 사람이지만, 이것만은 깨달았으면 한다. 진정한 명예회복은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서민 |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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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호 담당자는 최순실이 출입기록도 남기지 않고 청와대를 출입하는 것을 몰랐고, 측근을 관리해야 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그녀가 저지르는 국정농단을 알지 못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은 물론 그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것 말고도 모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그중 세월호 사건 당일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 몰랐다는 건 그가 대통령을 보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황당하기 그지없다. 최순실을 모르는 건 소위 문고리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에게 대통령 보고 자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면서도 그녀를 모른다고 했고, 이재만 전 비서관 역시 최씨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한 바 있다.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모셨던 이들이 박 대통령이 죽고 못 사는 최씨를 모르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측근들은 하나같이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이쯤 되면 최순실이 과연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 있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아무도 그녀를 못 볼 수 있을까? 대통령보다 높은 ‘VVIP’라 생각했기에 감히 얼굴을 쳐다볼 엄두를 못 낸 것일까? 청와대 거주민 중 유일하게 최순실을 아는 박 대통령 역시 그녀가 연설문을 잘 쓰는 것만 파악했을 뿐 내면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11월4일 대국민담화 때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라며 눈물을 흘리던 박 대통령의 모습은 친박의 수장 이정현 의원과 몇몇 박사모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은 기업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최씨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 순간에도 그게 국가를 위한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굳게 믿었던 모양이다.

이들은 도대체 왜 이리 모르는 게 많은 것일까? 뺑소니보다 만취 상태를 선택한 크림빵 가해자처럼, 이들은 안다고 시인해서 범죄자가 되는 대신 무능한 공직자로 남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무식한 건 죄가 아니다, 다만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늘 하는 말인데, 위에서 예로 든 분들은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뻔뻔함이 있었기에 기꺼이 무능을 택했다.

지난 9월 말부터 발효된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처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간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가 돈을 받은 뒤 대가성을 부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 광경을 지겹게 봐왔던 터라, 여론은 이 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런데 뻔히 아는 사실을 몰랐다고 함으로써 혐의를 벗으려는 공직자들은 대가성을 부인하는 공직자보다 덜 나쁜 것일까? 직급이 낮은 분들이야 조금 무능해도 괜찮겠지만,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의 무능은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훨씬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그래서 난 국회가 소위 ‘김기춘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직책상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모른다고 우기면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보다 훨씬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자는 취지다. 법안을 처음 제안한 내 이름 대신 ‘김기춘법’이라 명명한 까닭은 그가 “모른다”는 말을 단기간에 가장 많이 한, 후안무치한 분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킨 것처럼, 김기춘법도 시행만 된다면 공직자들의 언행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최순실씨 잘 알죠. 하도 자주 와서 주민등록등본을 아예 청와대로 옮기라고 농담한 적도 있어요.”(안종범)

“안 수석은 가만있어요. 최순실씨를 저만큼 자주 본 사람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요? 매일같이 보고서 갖다 준 사람이 바로 납니다.”(정호성)

“사실 그날 대통령이 사생활이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문밖에서 코를 대보니 희미하게 프로포폴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대통령께서 사생활을 누리고 계시는구나.”(김기춘)

어디까지나 예를 든 것이지만,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김기춘법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할 이유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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