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sonn@sogang.ac.kr


2012년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날 것 같았던 이번 총선은 짜증나는 문제 공천 등 민주통합당의 연이은 자살골로 판세가 애매해졌다. 이에 따라 관심은 선거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반MB, 반새누리당 연합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 중 누가 승리할 것인지, 나아가 어느 쪽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2004년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나라당의 자충수 덕으로 5·16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장악한 바 있는 진보개혁 진영이 다시 한번 국회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중장기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에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진보신당의 성적표이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은 진보세력만이 아니라 유시민 등 자유주의세력도 합류함으로써 진보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정당이 되어버렸고, 그 결과 진보신당이 현재 한국 정치의 유일한 ‘순수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와 복지와 노동 등 계급 문제를 중요시하는 세력들이 통일과 반미를 중시하는 민주노동당 주류세력의 소위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저항해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가해자’였던 민주당과의 반MB연합보다는 반신자유주의의 강경노선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진보진영 내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진보대통합을 이룬 뒤 민주당의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전제로 반MB연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에 나섰지만 통합에 필요한 3분의 2 득표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에 실망한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가 탈당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차 대변인이 당원모집과 정책 홍보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이와 관련, 개인적으로 진보신당의 통합 거부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이 진보대통합을 하고 민주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이 자유주의 세력 대통합을 한 뒤 이 두 통합정당이 반MB연합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이 자유주의 세력, 특히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조차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온 유시민과 같은 ‘우파자유주의 세력’과 통합을 한 이상,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진보신당과 같은 순수 진보정당도 살아남아 계속 ‘소금’과 ‘등대’ 구실을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이 계속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2% 이상의 득표를 하거나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라는 간판스타들을 모두 잃은 상태이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게다가 정당투표를 위한 당의 번호까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16번을 받은 상태이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탈당 후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씨가 당대표를 맡아 고전분투하고 있고, 인기 역사학자인 박노자씨가 입당해 비례대표에 출마했다. 또 탈핵, 탈재벌, 탈비정규직, 탈학벌, 탈FTA라는 급진적인 ‘5탈’정책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급진적인 후보 전술로 3% 득표와 비례대표 2명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스타 정치인들을 잃은 상태에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요한 우군인 생태운동 세력이 녹색당을 만들어 독자적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어 지지세력이 나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거제에서 당후보인 김한주 변호사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누르고 범야권후보로 선출되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이다.


이제 한국 정치에서 진보신당과 같은 순수 진보정당은 필요없는 것일까? 분명히 그렇지 않다.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아 순수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가며 한국 정치의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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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서강대 교수·정치학

 
“사실 우리와 한나라당이 큰 차이가 없다.” 자신의 한나라당과의 연정 제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에서 반발이 거세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특히 열린우리당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통합당을 이끌어 갈 새 지도부의 출범을 보면서, 문뜩 떠오른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이 고백이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출범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이라는 자유주의 세력과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세력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그리고 민주당을 이어받은 민주통합당이 자신들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등 다행스럽게도 과거에 비해 좌클릭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사실 겉으로만 보자면, 한나라당이 더 빠르게 좌클릭하고 있다. 그리고 정강·정책으로 말하자면, 극우정당이었던 자유당의 초기 강령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48년 제헌헌법까지도 주요 산업의 국유화 등 유럽 공산당 수준으로 급진적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강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경향신문 DB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의 변신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1%의 투기자본과 수탈당하는 국민이라는 ‘1 대 99의 대결’의 한국판인 론스타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 때문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고 한국을 떠나려는 론스타는 원래 산업자본으로 인수 자체가 불법적인 것이라 이들이 외환은행을 징벌적으로 강제매각하도록 지시해야 함에도 이명박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태도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주목할 것은 원래 론스타가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매각을 강행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론스타의 자격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직무유기를 범해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는 사실이다. 즉 민주통합당이 원죄를 안고 있다. 민주통합당만이 아니다. 매각의 책임이 있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인 유시민 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진보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 역시 론스타문제의 원죄를 지고 있는 사실상의 ‘공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외환은행 노조가 속해 있는 한국노총이 창당에 동참하면서 지난 연말 국회 등원조건으로 론스타의 국정조사를 의총에서 결정하고도, 민주통합당은 유독 이 문제만 빼놓고 국회등원에 합의해주는 등 이 문제 해결을 사실상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할 경우 자신들의 잘못과 치부가 줄줄이 드러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인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 같은 미온적 태도는 민주통합당이 아직도 자신들의 과거 실정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변신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을 강하게 갖게 한다.
통합진보당 역시 문제가 많다.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보다는 강한 목소리로 이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원인제공에 대한 국민적 사과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출범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동안 민주통합당이 이 문제에 유보적이었던 것이 단순히 원내대표가 론스타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매각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김진표 의원이었기 때문이었다면, 이제 새 지도부는 김 대표와 달리 론스타의 국정조사와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와 통합진보당에 충고한다. 론스타 사태의 원죄를 안고 있는 민주통합당, 나아가 통합진보당은 말로만 서민과 진보를 이야기하기 전에 론스타 사태의 원인 제공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모든 것을 걸고 론스타의 국정조사와 징벌적 매각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것이 1%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99%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어떠한 감언이설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원죄를 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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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새해’가 밝았다. 선거의 해인 올해 최대 관심사는 역시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승리해 5년간의 ‘어둠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이와 관련, 새로운 시대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김근태 선배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 선거에서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에 파열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영남의 보수왕국’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이다.

사실 1987년 양김의 분열이 잠재되어 있던 지역주의를 폭발시킨 뒤, 한국 정치는 지금까지도 지역주의의 압도적인 우위 아래 약화되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민주 대 반민주’,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결합되어 있는 양상을 띠어 왔다.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바보 노무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아직까지도 ‘민주 대 반민주’도, ‘진보 대 보수’도, 부상하고 있는 세대도 아니고, 지역주의이다.

이 점에서 주목할 것은 민주통합당의 탈지역주의 움직임이다.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정세균 의원이 호남의 지역구를 버리고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호남의 3선의원인 김효석 의원도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친노세력의 핵심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김정길 전 장관이 부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여러 요인으로 인해 최근 부산 민심이 변하면서 이들의 원내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1990년 3당통합에 의해 생겨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영남동맹’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내년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그러나 지역주의에 대한 도전의 하이라이트는 뭐라 해도 김부겸 의원의 실험이다. 수도권의 3선의원인 김 의원은 오는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박근혜 의원의 지역구이자 한나라당의 심장부인 대구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대구가 김 의원의 고향이기는 하지만 보수의 아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의원의 도전은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갔던 ‘바보 노무현’의 실험보다 더 바보스러운 짓으로 주목할 만하다. 사실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1979년 부마항쟁이 보여주듯이 최소한 부산은 1990년 3당통합 이전까지만 해도 민주세력의 지지기반이었던 ‘야도(야당도시)’였고 노 대통령이 1988년 총선에서 당선됐던 곳이었다. 그러나 대구는 박정희 시절부터 군사독재와 보수세력의 사령탑이었고 이강철 전 청와대수석 등 대구의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끊임없이 도전을 해왔지만 ‘바위에 계란 던지기’로 끝나왔던 ‘불모의 땅’이다.

김 의원의 실험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마음 한 곳에 불안감을 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2008년 지역주의를 깨겠다고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으며 대구에서 출마했다가 낙방하자 불과 2년 만에 경기도지사에 출마한다며 야반도주하듯 대구를 버리고 떠난 유시민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먹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김부겸 실험이 민주통합당의 당권경쟁을 위한 깜짝쇼에 불과하고 결국 유 대표식의 먹튀로 끝나고 말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김 의원의 실험마저 1회성 쇼로 끝난다면 유 대표의 먹튀 때문에 대구시민들이 민주화운동 세력에게 갖게 된 “그럴 줄 알았다”는 불신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부겸 실험이 한국지역주의에 균열을 내고 역사에 남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입장 바꾸기를 밥 먹듯 하는 유시민식 ‘근시안 정치’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바보정신’을 이어받아 대구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 ‘바보 노무현’에 이어 ‘바보 김부겸’의 탄생을 기대하며 ‘바보 김부겸’ 실험에 박수를 보낸다.

주목할 것은 한나라당의 경우 쇄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김 의원처럼 수도권의 중견 의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호남에서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바보 김부겸’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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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서강대 교수·정치학
 
‘어둠의 시절’은 끝나는 것일까? 그렇다. 정확히 1년 뒤인 내년 12월19일이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도해온 ‘어둠의 시절’이 끝날 것인지, 아니면 5년 더 계속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잃었고, 한나라당도 죽을 쓰고 있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뛰어들지, 누구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의 홍삼게이트 등으로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제로 바람을 일으켜 재집권에 성공한 새천년민주당과 노무현의 실험처럼,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합당 결의… 박수 치며 ‘자축’ 민주당·시민통합당·한국노총 지도부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통합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합당을 결의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그러나 정작 문제는 12월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 물론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이 보여주듯이 새 ‘민주정권’이 또다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와 반서민의 상징이 되어서는 정권 획득의 의미가 별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초석을 깔아놓았고 이명박 정부가 꽃피운 신자유주의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체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양극화와 민생파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성난 민심은 2007년 대선처럼 다시 한번 ‘민주세력’을 향할 것이다. 즉 ‘집권=민심이반에 따른 정권 상실’이라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한국정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반한나라당연합을 구성하는 것, 이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20 대 80, 아니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만드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민주통합당 등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진솔한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사실 지금도 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는 쌍용차를 중국에, 먹튀 논쟁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을 무리하게 론스타에 매각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였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핵심적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판하면서 ISD를 포함한 한·미 FTA를 추진했던 것도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 진보진영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비정규직 확대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노무현 정부였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정도를 제외하곤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제대로 된 자기반성과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은 채 ISD에 결사반대하는 등 갑자기 입장을 표변했다. 민주통합당도 과거에 대한 자기비판이 전혀 없이 강령만 번지르르하게 좌클릭해 출범했다. 이처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기회주의적 변신에 대해 누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민주통합당은 진솔한 자기반성에 기초해 대안적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탈당파라는 ‘진보세력’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유주의세력’이 연합한 새로운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덕으로 본의 아니게 유일한 ‘순수 진보정당’이 되어버린 진보신당 역시 각각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한편으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반한나라당 정책연합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년 대선을 단순히 정권탈환을 위한 정치연합의 실험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년 12월19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물론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이기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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