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882건

  1. 2013.04.22 [사설]‘황제 테니스’ 논란과 전직 대통령 문화
  2. 2013.04.19 [사설]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검찰이 제대로 밝혀라
  3. 2013.04.19 [사설]더 큰 불행 없도록 진주의료원 즉각 정상화해야
  4. 2013.04.18 [사설]박 대통령, 각료를 통치 수단으로 여기는 건가
  5. 2013.04.18 [사설]‘군 가산점’도 ‘엄마 가산점’도 대안 아니다
  6. 2013.04.18 [경제와 세상]한반도 전쟁 위기와 신뢰 프로세스
  7. 2013.04.18 [기자 칼럼]전략적 모호성 또는 철학의 부재
  8. 2013.04.17 [사설]‘대기업 투자’ 환상 깨야 경제민주화 보인다
  9. 2013.04.17 [사설]허점투성이 추경, 국회가 철저히 따져야
  10. 2013.04.17 [여적]존안자료
  11. 2013.04.16 [사설]인권위 독립성 지키려면 현병철씨 사퇴해야
  12. 2013.04.16 [사설]컨트롤타워 부재 드러낸 ‘대북정책 프로세스’
  13. 2013.04.16 [사설]지방의회가 유급 보좌관 없어 이 모양인가
  14. 2013.04.16 [시론]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15. 2013.04.16 [시론]민주당, 우열구도에 익숙해져라
  16. 2013.04.15 [기자메모]미흡한 사이버 테러 수사… 국정원 스스로 신뢰 훼손
  17. 2013.04.15 [사설]홍준표 지사와 경남도 의회는 폭거를 멈춰라
  18. 2013.04.15 [사설]윤진숙 지명 철회가 진정한 사과다
  19. 2013.04.15 [정동칼럼]한국 정치, 정말 제도 탓일까
  20. 2013.04.15 [사설]부처 간 칸막이에 막힌 가습기 살균제 대책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가 또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권을 이용해 서울 올림픽공원 내 테니스장의 코트 1면을, 그것도 매주 토요일 오전 독차지하다시피 사용해왔다고 한다. 시설을 관리하는 측은 다른 시민들의 예약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편의를 제공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논란이 일자 “앞으로는 시민들과 똑같은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왜곡된 특권의식의 일단을 여과 없이 노정했다. 첫째, 이 전 대통령이 테니스장을 사용하려면 ‘이번 주 토요일에 간다’는 전화 한 통화면 충분했다. 전화를 받은 한국체육산업개발 측은 인터넷으로 하는 시민들의 예약을 차단해 코트를 비워뒀다. 이 업체의 상급단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뉴라이트 출신의 정정택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둘째, 시민들은 권리를 박탈당했다. 이 코트는 누구라도 일주일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고, 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고 한다. 셋째, 이 전 대통령은 파트너로 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동원했다. 역시 선수 출신으로 알려진 한 파트너가 허리를 굽힌 채 공손하게 이 전 대통령에게 공을 전달하는 사진 한 장은 왜 ‘황제 테니스’로 불리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명박 테니스 (경향DB)


이 전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서울시 테니스협회 초청으로 남산 테니스장을 공짜로 이용하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같은 해 3월에는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 천장에서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상량문이 발견됐고, 대통령 시절인 2011년에는 문제가 된 내곡동 사저부지 주변에 테니스장 6면을 포함한 생활체육시설 공사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쯤이면 테니스를 워낙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 화두를 실천할 수 있다면 족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전직 대통령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정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다만 현실정치와 철저히 거리를 두거나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보내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 모습은 참고가 될 만하다. 명실상부한 문민 대통령의 역사가 2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국가 최고 원로로서의 처신을 알아서 챙기는 전직 대통령의 문화는 시간이 아닌 의식의 문제라고 본다. 하물며 국민들의 눈총을 사는 것은 보기 민망한 일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자중자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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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어제 관련자들을 검찰에 넘기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국정원 직원 김모·이모씨와 일반인 이모씨 등 3명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해온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선 기소중지 의견을 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이다. 대선 기간 중 정치에는 관여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식의 논리다.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경찰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경향DB)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는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경찰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쯤 갑자기 중간수사결과를 내놓았다. 민주통합당이 고발한 국정원 직원 김씨의 컴퓨터에서 ‘정치 댓글’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김씨가 정부·여당에 유리한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고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씨의 존재도 포착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지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까지 폭로되면서 의혹은 커져갔다. 경찰은 그럼에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넉 달 전 고발된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에 대해 손놓고 있다가 1주일 전에야 소환통보한 것이 극명한 사례다. 의도적 늑장수사로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원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 등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채 총장의 말대로만 하면 된다.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심리정보국장은 물론 원 전 원장까지 모두 수사해 사건의 배후와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대선 사흘 전 ‘심야 기습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선거개입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 각오를 하기 바란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국정원의 대수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처벌하는 것은 물론,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개입의 꿈조차 꿀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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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와중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뇌출혈로 진주의료원에 입원한 80세 할머니 왕일순씨가 퇴원 압박을 받고 인근 목화노인병원으로 옮긴 지 43시간 만인 어제 새벽 숨을 거뒀다. 사망한 왕씨는 최근 폐렴 증세도 보이는 등 상태가 위중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안되는 환자라는 게 김용익 민주당 의원 등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홍준표 도지사의 폐업 강행이 결국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경남도는 “왕씨의 사망은 진주의료원 휴업조치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지난 2월26일 폐업 결정 발표 이후 170여명의 환자가 퇴원하고 지금은 29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경향 DB)


왕씨의 죽음이 병원을 옮긴 탓이든 그와 무관한 것이든, 또 병원을 옮긴 것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홍 지사는 무리한 폐업 강행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경남도는 폐업이 법적으로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환자에게 퇴원을 요구하고 지난 3일 휴업을 강행한 데 이어 직원의 사직을 종용하는 등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아왔다. 환자를 강제 퇴원시키지 말라는 각계의 요구와 정부·정치권의 정상화 권고도 묵살한 채 도청과 도의회를 경찰과 차벽 등 이른바 ‘준표산성’으로 막은 채 폐업 조례안 처리를 주도한 것도 홍 지사다. 


왕씨의 사망은 진주의료원 폐업의 부당성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30년간 공공의료기관에 몸담았던 박찬병 전 삼척의료원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건 돈 없는 환자들은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바에는 헌법 36조 3항의 보건권을 없애고 국가가 ‘돈 없으면 죽으라’로 선언하라”고 했던 그의 고언이 예언처럼 맞아들어간 것 같아 참담할 따름이다.


홍 지사의 고집과 함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다. 박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도민의 판단에 따르겠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장관 인사는 여론과 국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면서 공약사항인 ‘공공의료 확대’에 배치되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도민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은 이중적이다. 말로는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외치며 당 소속 홍 지사와 경남도의원에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료 후퇴의 방관자가 되지 않으려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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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함께 임명한 4명의 장관(급) 중 채동욱 검찰총장을 제외한 윤 장관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등 3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들이다.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청문회 전 자진 사퇴함으로써 일기 시작한 박근혜 정부의 조각 파문이 막판까지 계속된 셈이다. 끝없는 진통과 우여곡절 끝에 박 대통령의 취임 52일 만에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형식적 절차는 마무리됐다.


(경향DB)


윤 장관의 임명 강행은 야당의 표현대로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최 장관과 이 위원장이 도덕성 시비 등으로 야당의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치명적 흠결이라 할 만한 ‘자질 미비’가 드러난 건 윤 장관뿐이다. 역대 정권을 통해서도 예를 찾기 쉽지 않다. 여야, 보수·진보 구분없이 윤 장관 불가론을 제기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본인이 기회를 받기만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하니까 너그럽게 한 번만 봐달라”고 이해를 구했으나 1만4000명의 수장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장관 자리가 자원봉사하듯 기회를 준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각고의 분투노력으로 국민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는 여당 대변인의 심경이 이해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과정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국회와 내각에 대한 인식이다. 박 대통령이 막판에 민생현안 처리나 장관 후보자 검증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차원에서 정치권과 대화에 나섰으나 ‘박근혜식 소통’의 한계만 노정했다. 소통이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전제로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한 방편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펴는 과정에서 국회나 내각을 동반자나 조력자가 아니라 ‘통치의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최초의 과반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수첩 인사’라는 혹평 속에 지지율 40%대로 퇴색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 의미를 새기지 못한다면 신뢰 추락은 물론이고 국정운영을 위한 동력도 생길 리 만무하다. 야당 또한 경우에 따라선 국무위원 해임안을 내겠다는 각오로 더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혹여 새 정부의 조각을 지켜본 국민들이 투표 외엔 정권을 심판할 방법이 없다는 체념에 빠진다면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건강한 정치를 위협하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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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제’와 ‘엄마 가산점제’가 나란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취업지원실시기관 채용 시 군필자에게 2%의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환경노동위원회는 임신·출산·육아로 퇴직한 여성이 재취업할 때 2%의 가산점을 주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각각 심의 중이다. 


20대 청춘을 군에 바친 젊은이들을 위해 국가가 적절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현실에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직장을 포기한 여성들에게 재취업의 길을 넓혀주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산점제 도입은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군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장애인, 결혼하지 않은 여성, 결혼했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성 등의 기본권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1999년 군 가산점제에 위헌을 선고한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가산점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제대군인에 대해 사회정책적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공동체의 다른 집단에 동등하게 보장돼야 할 균등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여기서 ‘제대군인’을 ‘임신·출산·육아로 퇴직한 여성’으로 바꿔도 의미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6사단 장병들이 강원도 철원 최전방지역에서 철책선을 따라 야간 경계를 하고 있다. (경향DB)


가산점제 찬성론자들은 가산점 비율을 과거의 군 가산점(3~5%)보다 낮추고 혜택받는 합격자 상한선을 제한하면 헌재 결정취지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견이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인권위가 ‘가산점 2%·선발인원 20% 이내’를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2006년 9급 공무원 시험에 적용해본 결과 여성 합격률이 15% 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가산점제는 또한 대상자 중에서도 일부인 공무원 시험 응시자 등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군필자 및 경력단절 여성 모두에게 해당되면서 다른 집단과의 형평에도 어긋나지 않는 지원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군복무자들을 위해서는 직업훈련·재교육 실시, 학자금 감면·대출, 국민연금 가입기간 확대, 취업 후 호봉산정 혜택 등의 대안을 검토할 만하다. 여성들을 위해선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도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기업·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다. 질 좋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늘리는 한편,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철저히 적용해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부당해고나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맞벌이 직장인(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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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작년 12월12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중국은 미국과 함께 대북 유엔 제재 결의에 동참했고, 북한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 시위라도 하듯이 올해 2월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연이은 강수로 미국은 권위가 도전을 받자 예년과는 달리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인 3월 B-52와 B-2 등 전략 폭격기를 공개 출격시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한국의 독자적인 강경 대응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다. 이에 북한은 다시 맞불 작전을 펴서 전략 미사일 부대에 사격대기 지시를 내리고 전시상황 돌입을 선언했다. 특히 일각에서 북한이 아무리 강경 자세를 보여도 외화 수입원인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자 북한은 마치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남과 북 중 어느 쪽이 더 타격을 입는지 보자는 듯이 4월8일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은 한반도 위기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4월6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연기한 상태였고, 박근혜 대통령도 4월11일 대북 대화 제의를 했다. 바로 다음날 한·미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 후 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북한도 무수단 미사일 실험을 미루면서 한반도 상황은 수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대화제의를 폄훼하는 북한의 성명 발표와 같이 상투적인 화술에는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5월7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대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구체적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과 주변 열강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최대치는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대외관계를 정상화하여 강성대국을 이루는 것이다. 지난 3월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이 이를 단적으로 시사한다. 기술적으로는 이동식 장거리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춰 나가면서 향후 대외 여건이 어떻게 변해도 대응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핵도 보유하고 정치·경제·사회 발전도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플루토늄 재처리와 미사일 실험을 북한이 넘지 않아야 할 금지선으로 설정하고, 유사시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패키지로 추진했지만,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서는 플루토늄 재처리와 미사일 실험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 실험조차도 금지선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는 북한이 핵무기를 중동 지역 등 외부로 확산하는 것이 절대로 넘지 않아야 할 암묵적 금지선으로 간주되지만, 과연 북한이 비확산 원칙만 지킨다면 이동식 장거리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춰 나가도 미국이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중국의 경우 북한이 고립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이익이 되지만,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될 경우 일본과 한국의 독자적인 핵 무장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아직 확률이 낮지만, 장거리 핵 미사일 능력을 북한이 보유하기 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의 이해와 일본의 핵 무장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질 경우 미국과 중국의 조율 하에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향DB)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핵 전문가인 시그 헥커 박사가 제시한 바와 같이 일단 북한에 대해 더 많은, 더 나은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수출하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패키지로 처리하는 접근법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북한이 이동식 장거리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사실상 방관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연쇄적인 핵 무장과 전쟁 가능성을 높이므로 폐기되어야 한다.


임원혁 | KDI 글로벌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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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생각이다.”


최근 전해 들은 우스갯소리다. 마지막 인물의 경우는 차치하고, 지난해 대선 주자였던 두 인물의 핵심 기치가 나란히 “아무도 모른다”는 지적을 받는 건 아이러니하다.


대선 당시부터 애매모호하다고 공격받는 안 후보도 그렇겠지만, 박 대통령으로선 내심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창조경제를 하루이틀 얘기한 것도 아니고, 청와대 수석들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 나서 설명하는데도 여권에서조차 “이해를 못하겠다”며 비판을 해대니 말이다.  


기실 ‘모호성’ 논란에 휩싸인 게 창조경제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공약인 복지와 경제민주화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다른 게 있다면 창조경제 논란이 새로운 개념과 정책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라면,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그 실천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4대 중증질환 보장의 비급여 항목 제외, 기초노령연금의 선별지급 등으로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경제민주화 입법에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을 촉발했다. 박 대통령이 16일 “경제민주화를 하겠다. 공약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대선용’ 경제민주화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경향DB)


박 대통령의 모호한 화법도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이 “무리하다”고 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진주의료원 문제를 “도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발언도 “청와대가 진주의료원 사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민감한 현안에 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마냥 탓할 수만은 없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은 국제정치 무대에서나 이분법적 선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공약 현실화에 방점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지지층과 반대층을 아우르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적 모호성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남용될 경우 정치불신을 키우고, 지도자에게는 치명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자산인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략적 모호성이 수반하는 불확실성과 혼란의 사회적 비용도 결코 적지 않다. 일련의 모호성이 전략적 차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철학과 실천의지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여권에서 “경제민주화는 대선 득표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보면, 후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지우기 힘들다.



김진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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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이 시작부터 난기류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닭의 목을 비트는 과도한 입법은 지양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일부 언론의 과장보도에 이은 재계의 반발-청와대의 견제-법안 폐기로 이어진 과거 경제민주화 실패 사례가 재연될 조짐이다. 박 대통령 발언은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실천의지를 스스로 퇴색시킨 것은 물론 국회 입법권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가 투자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박 대통령의 잘못된 상황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청와대가 문제삼은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등기이사의 연봉 공개다. 일감 몰아주기는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부당 내부거래의 입증 책임을 기업에 지우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다.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은 이를 통해 10여년 만에 2조원을 챙겼다. 세금 한푼 내지 않은 편법 상속의 전형이다. 우리는 일감 몰아주기가 공정경쟁을 방해하고 편법 상속을 위한 탈세의 온상이라는 점을 누차 지적했다. 연봉 공개도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게 기본 취지다. 고액 연봉을 문제삼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경영성과가 나빠도 오너의 수익보전을 위해 매년 연봉을 올려받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무리하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다. 대기업이 투자만 하면 부당 내부거래와 탈세도 눈감아 주겠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경향DB)


입법권 침해 논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공약 내용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다”면서 “여야 간에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대선공약에 없는 경제민주화 법안은 국회가 논의해서도 안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통령도 입장을 밝힐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었다. 정부 정책을 넘어 입법권마저 좌지우지하겠다는 제왕적 발상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청와대의 잘못된 상황 인식은 큰 문제다. 박 대통령은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이라며 “10%만 투자해도 추경의 세출 확대와 맞먹는다”고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경제민주화를 문제삼은 것도 투자 의욕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 투자가 절실하다는 생각은 이해하지만 이를 경제민주화와 연결짓는 것은 곤란하다. 기업이 투자를 머뭇거리는 것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압박하거나 달랜다고 늘어날 일도 아니다. 수조원이 걸린 시설투자를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중견·중소기업 육성은 놔둔 채 언제까지 대기업 투자에 목을 맬 일도 아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투자 부진과 연결짓는 것은 재계와 일부 보수언론의 단골메뉴 아닌가. 과거 경제민주화 법안이 번번이 좌절된 것도 이 같은 논리가 먹혔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박정희 정권 향수에 젖어 있는 한 대기업의 ‘투자 엄포’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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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기금까지 합치면 19조3000억원으로 2009년 이후 2번째로 큰 규모다. 우리는 그동안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를 위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함을 지적한 바 있다. 국민들의 부담이 어쩔 수 없이 늘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로써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에서 12조원은 원래 예정했던 수입에 구멍이 나자 이를 메우기 위한 것이다. 새해 예산을 확정할 때만 해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실과 동떨어진 4.0%로 예상해 세수 부족이 6조원 생겼고, 산업은행·기업은행 보유주식(6조원어치)을 팔지 못하면서 나라 살림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의미에서 경제 살리기에 쓸 수 있는 돈은 5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도 4·1 부동산 대책을 위해 1조4000억원을 지원하고 부동산 취득세 감면 연장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 지원 1조원을 빼면 실제 늘어난 돈은 2조9000억원에 그친다. 기금을 포함해도 4조9000억원. 추경 규모는 거창하지만 실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답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정부가 이번 추경으로 국민들에게 1인당 32만원씩 빚을 안겨주면서 정작 공공부문의 허리띠 졸라매기에는 소극적인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추경안에 담긴 세출 감액은 3000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한 돈이 수입 부족분(12조원)의 2.5%에 불과한 만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자리 예산이 4000억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추경으로 4만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가 당초 25만명에서 29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고용률 70% 달성에 필요한 연 47만개 일자리와 비교하면 크게 모자라는 숫자다. 일자리 창출이 경제 활성화의 핵심인 만큼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일자리 관련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하게 빚을 내는 것이라 해도 구체적인 재정건전화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세수 부족 6조원도 정부의 엄살인지 챙겨볼 필요가 있다. 여야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추경안을 꼼꼼히 따져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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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저녁 자리에서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자료가 없더라”고 말했다고 해서 뒷말이 많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미흡했던 점을 은근히 존안자료 탓으로 돌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인사자료를 놓고 신·구 권력이 공방을 벌이는 게 볼썽사납다는 비판과 정부나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인사자료는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옳은 말이지만 이를 존안자료와 결부시키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존안자료란 무엇인가. 존안(存案)의 사전적 의미는 ‘없애지 않고 보존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밀기록이나 비밀에서 해제 또는 재분류된 일반기록 가운데 특별히 보존하는 기록을 일컫는 일종의 행정 용어로 쓰이고 있다. 중국 청나라 행정 기본법규를 담은 ‘대청회전(大淸會典)’이나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그 쓰임새가 보편적이고 오래됐다. 1965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가 언론의 반대로 폐기한 ‘비밀보호와 보안조사에 관한 법률안’에서 ‘정보자료를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도 있다. 지금은 공공기록물관리법 등 법률에는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보안업무규정 등 하위 규정에서 비밀의 존안과 관련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존안자료는 아마 청와대·국정원·검찰·경찰·기무사 등의 인사 관련 존안자료로 보인다. 권력·정보·사정·감찰기관의 인사 존안자료는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이던 김중권씨가 그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여자관계가 깨끗해야 하겠더라”며 존안자료가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음을 밝혔다. 이런 성격의 존안자료는 5·16쿠데타 직후 육군방첩부대가 만든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그 대상이 공직자뿐 아니라 교수·기업인·언론인·재야인사에까지 이르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금은 민간인 사찰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존안자료’ 하면 이런 어두운 과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경향DB)

존안자료든 인사파일이든 그것이 없어서 검증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변명은 군색하다. 최근의 ‘인사참사’는 존안자료의 문제라기보다 검증 기준과 방법, 절차, 그리고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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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고 퇴진을 결심했다가 돌연 청와대가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자리를 보전하게 됐다고 한다. 어제 발매된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현 위원장을 교체하려다 유임으로 급선회했고, 그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듭된 인사 실패로 여론이 들끓던 지난 3월 말 즈음이었다는 것이다. 인권위 안팎의 분석처럼 청와대가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 때문에 현 위원장의 교체를 포기했다면 이는 ‘인사 실패’보다 더 한심한 ‘인사 포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권과 무관하게, 또 입법·행정·사법부와도 독립적으로 기능하도록 보장된 국가기관이다. 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인권 및 민주주의 후퇴에 일조하고 인권위의 독립성과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장본인임은 용산참사·PD수첩·민간인사찰·미네르바 사건 등 재임 중의 각종 인권 관련 사안 처리를 통해 충분히 보여주었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및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등에 대해 허위진술하고 탈북자 2만여명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를 불법 획득해 편지를 발송한 혐의로 고발돼 검찰 소환조사까지 앞두고 있다.


(경향DB)


박근혜 정부가 현 위원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 놓은 ‘식물 인권위’를 답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사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면 무능의 극치이고, 그게 아니라면 ‘현병철식 인권위원회’가 이른바 새 정부가 추구하는 인권정책에 부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니 그런 의심이 더욱 가시지 않는다. 인권 문제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에 해당하는 만큼 그 수장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주장한 바지만 인권위의 독립성은 이를 무너뜨린 현 위원장의 사퇴 없이는 보호될 수 없다. 현 위원장은 청와대의 사퇴 종용을 처음 받고 “인권위의 독립성이 있는데 어떻게 그만둘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현 위원장이 지키려고 했던 게 자리가 아니라 인권위의 독립성이었다면 청와대의 사퇴 종용 사실과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자진 사퇴하는 게 옳은 길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나 4년 가까이 몸담았던 조직을 위한 최선의 봉사다. 현 위원장은 더 이상 새 정부와 국민 인권의 앞날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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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는 청와대의 엊그제 심야 입장 발표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프로세스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태롭게 유지해온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은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관련 부처의 고위 당국자들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낸 꼴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그제 오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남측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발표한 뒤 “너무 단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조평통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근본적인 대결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미루어 최종적인 대화 거부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같은 날 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느닷없는 입장 표명으로 뒤집혔다.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성명을 통해 북한에 포괄적인 대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그제 청와대 입장은 개성공단 문제에 국한됐다. 애당초 통일부 장관 성명을 놓고 대화 제의가 아니라고 했다가 ‘사실상의 대화 제의’라고 번복하던 혼선을 되풀이한 것이다. 정부 내 협의기제의 실종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를 통틀어 상황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컨트롤타워가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형식은 더욱 문제다. 조평통은 북한 노동당의 외곽조직이다. 필요했다면 ‘통일부 대변인 문답’ 정도로 응답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본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을 내세우면서 거창하게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경향DB)


박근혜 정부에는 위기 국면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개성공단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통일부로 창구를 일원화한다고 했다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물론 다른 고위 관계자들까지 나서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왜 만들어 놓았는지 참으로 궁금할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적절한 인물을 지명해 나라 안팎을 상대로 한 메시지 관리의 전권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어제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행사를 마치고 다음 수순을 준비하고 있다. 조평통 대변인의 언론문답이 북한의 최종 결정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북한은 아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응답을 미루고 있다. 케리 장관이 “며칠 내에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중국의 조치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위와 한·미 합훈 역시 진행 중이다. 북한은 나름대로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뒤 치밀하게 준비한 각본대로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한 북한과 상대하면서 큰 틀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는커녕 기본적인 상황 관리에서조차 내용적, 절차적 미숙함을 노출한다면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국민의 불안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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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최근 광역의회에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하고 지방의원 의정비를 최소한 매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만큼 올리는 쪽으로 지방자치법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나름대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들고 있지만 지역주민이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설득력도 없고 명분도 약하다. 당사자인 지방의원들만 박수를 치며 환영할 뿐이다. 그동안의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 유 장관이 불쑥 총대를 메고 지방의원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고 나선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유정복 (경향DB)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출범한 지방의회 의원은 애초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그러나 지방의원들은 유급제를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2006년부터 1인당 연간 4000만~6000만원대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유급제가 해결되자 광역의회는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일부 의회는 편법으로 사실상 유급 보좌관인 청년인턴을 채용하려 하거나 유급 보좌관 도입을 명시한 조례를 제정했다가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유 장관은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고 지방의원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보좌인력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는 보좌인력을 주면서 지방의원에겐 안 준다는 것은 중앙 위주의 사고방식”이라고도 했다. 유 장관이 과연 지방의회나 지방의원이 하는 일과 활동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천만원씩의 의정비가 아까울 정도로 활동이 미미한 의원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외유성 해외연수는 꼬박꼬박 가고 국민권익위가 부패 방지를 위해 마련한 ‘지방의회 행동강령’을 제정한 지방의회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현재 지방의회나 지방의원들은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역의원에게 1인당 연봉 수천만원씩의 유급 보좌관을 두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방재정만 축낼 뿐이다. 매년 지역사회에서 의정비 인상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의정비를 매년 공무원 봉급 인상률만큼 자동으로 올리고 4년마다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많다. 지방자치 관련 제도를 고치는 일은 지방의원이 아니라 철저히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고치기 전에 지역주민이나 국민 여론부터 수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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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해서 분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직후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이 원자력협정 개정문제였음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얼마나 이 협정을 개정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핵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부분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짐작건대 핵재처리는 불가능할 것이다. 핵확산을 금지하는 미국의 태도는 너무나 강경하다. 한국에 핵재처리권한을 주면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나라들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절대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굳이 이 조약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핵재처리 방식은 국제적인 표준방식인 습식처리가 아니다. 습식처리를 하면 순수한 플루토늄이 분리되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른바 ‘핵확산성이 없는’ 파이로건식처리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순수한 플루토늄이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 수가 없으니 핵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파이로건식처리 방식으로 분리된 ‘순수하지 않은 플루토늄’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핵무기를 만들 수도 없고, 핵발전소에서 재사용할 수도 없다. 이 ‘순수하지 않은 플루토늄’은 오로지 소듐고속증식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소듐고속증식로는 어떤 원자로일까? 이 원자로는 고속로이면서 증식로이다. 고속로는 핵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의 속도가 빠른 원자로를 말한다. 보통의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로들은 모두 저속로라고 볼 수 있다. 중성자의 속도를 낮추어 핵반응을 지속시키면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리인 것이다. 이 열을 이용하여 물을 끓이고 그 증기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원자로(저속로)에 비해서 고속로는 열을 많이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고속로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증식이다. 증식이라는 것은 적은 양의 플루토늄을 넣고 핵반응을 시켜서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이렇게 플루토늄의 양이 많아지는 원자로를 증식로라고 부른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경향DB)


소듐고속증식로는 이론대로라면 적은 양의 플루토늄을 넣고 반응시키면 더 많은 플루토늄이 발생하는 원자로이다. 그래서 ‘꿈의 원자로’라고 불린다. 쌀을 넣고 밥을 하면 더 많은 쌀이 만들어지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원자로인 것이다. 그러나 이 ‘꿈의 원자로’는 기술적으로 실패했다. 미국과 프랑스가 시도하다가 포기했고, 일본이 재도전을 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실패한 원인은 바로 위험성이었다. 세계에서 사고가 나지 않은 소듐고속증식로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액체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기 때문인데, 액체 소듐은 공기와 접촉하면 화재가 나고 수분과 접촉하면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도 냉각수 누출사고는 수십 번 일어났다. 최근에는 월성4호기에서도 냉각수 누출사고가 있었다. 이렇게 냉각수가 누출되기만 하면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는데 그런 사고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프랑스의 피닉스와 슈퍼피닉스도 사고 때문에 포기한 상태이고, 일본의 고속증식로인 몬쥬도 지속적으로 사고와 수리를 반복했고, 지금은 영구 폐쇄를 논의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소듐고속증식로는 불가능한 원자로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의 재처리 계획은 바로 파이로건식처리에 이은 소듐고속증식이다. 그러나 소듐고속증식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소듐고속증식로가 없으면 파이로건식처리는 헛된 노력이 되고 만다. 즉 정부의 재처리 계획은 핵무기를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핵발전에 이용할 수도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핵확산성이 완전히 없지도 않아서(이렇게 부분적인 재처리가 된 후에는 제대로 된 재처리가 더 쉬워지기 때문에) 미국 역시 파이로건식처리를 허용해줄 가능성이 아주 낮다. 그렇다면 이 모든 헛된 시도들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까? 이런 황당한 계획을 밀어붙일 때 도대체 누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일까? 당연히 국민은 아니다. 정부도 아니다. 그럼 누구일까?


필자가 추측하기로는 정부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은 이 재처리에 반대하거나 관심이 없다. 현실성이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무원 중 일부는 이 문제에 관심이 크다. 즉 연구비와 관련된 부서는 관심이 있고 전기생산 및 산업을 주도하는 부서는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필자는 원자력연구원 등 일부 연구소의 연구재원마련이 이 모든 소란의 목적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



김익중 | 동국대 의대 교수·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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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이란 개념이 있다. 요컨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일단 어떤 경로가 정해져서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틀리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이 사회과학에 응용된 것이라 하겠다.


과거 반독재 투쟁 시절, 기본 균열은 민주 대 반민주였다. 즉 민주에 대한 찬반의 대립구도였다. 사물이나 현상을 찬반으로 보는 것은 옳고 그름의 시비로 구분하는 것이다. 일종의 당위적, 윤리적 관점이다. 민주화가 이뤄진 후 민주를 둘러싼 대립은 사라졌지만 찬반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에 강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찬반 사고는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하나는, 어떤 문제든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차이로 이해하고자 하는 습성이다. 지난 대선을 예로 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모두 복지,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그것은 가짜이고, 자신들의 방안이 진짜라는 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진짜와 가짜, 즉 진위는 찬반이나 시비의 다른 표현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에 반대했고, 민주당은 찬성했다. 무상급식을 두고 분명한 찬반구도가 형성되자 유권자들이 쉽게 양당의 차이를 이해했다. 이 찬반구도는 서울시장의 사퇴와 연이은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를 경험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무상급식을 받아들이면서 사라졌다. 누가 더 잘할 것이냐 하는 우열구도로 대체됐다.


우열구도에서는 포지션보다 콘텐츠를 둘러싼 실력 경쟁이 중요하다. 인물, 신뢰, 리더십이 관건이다. 대표성이나 상징성을 갖춘 인물, 후보 등 지도자의 신뢰성과 리더십에 따라 누가 더 나은지 판가름된다는 얘기다. 경제민주화 이슈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김종인이란 인물과 박 후보 본인의 리더십으로 승부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진짜 대 가짜라는 주관적 평가만 강요할 뿐 쉽고 간명한 그림이 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들은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더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민주당의 진위 프레임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처럼 익숙한 찬반구도에서는 잘하나, 우열구도에서는 딱 숙맥이다.


(경향DB)


다른 하나의 문제는, 찬성과 반대가 분명한 정치·도덕적 이슈에만 매달리는 경향이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 대선에서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이슈에 몰입한 것이 좋은 예다. 누가 보통사람의 고단한 삶을 풀어줄 더 나은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민주당은 매우 둔하다. 사실 그들의 의지는 충만하고 열정은 넘쳐 보인다. 그런데 자신들의 해법이 왜 나은지를 보여주는 데에는 영 미숙하다. 2012년 민주당이 총·대선에서 패배한 것도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찬반구도를 허용하지 않고 우열구도를 조성하자 우왕좌왕하다 결국 경로의존성에 따라 찬반이슈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도덕적 이슈도 중요하다. 부정부패나 권력의 오·남용, 불통 따위의 문제들은 야당이라면 의당 집요하게 파고들고,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지금은 먹고살기 힘든 때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민생 문제를 의제화하고,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당은 찬반구도에 대한 경로의존성을 끊고 우열구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 주장보다 실력이 관건이다.


정치·도덕적 이슈는 인화성이 강하나 지속성이 떨어진다. 반면 사회경제적 이슈는 쉽게 쟁점화하기 어렵지만 일단 형성되고 나면 효과가 크고 길다. 뉴딜 시기의 미국 민주당이나 유럽 사민당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사회경제적 쟁점을 둘러싼 전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갈 길은 이 길이다. 특히 일시적 승리가 아니라 안정적 집권을 원한다면 다른 길은 없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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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3·20 사이버 테러’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위한 민·관·군 합동대응팀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엄밀히 말하면 국정원의 브리핑에 가까웠다. 한 참석자는 14일 “국정원의 한 간부가 자료 설명을 했고, 이어 민간 관계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이었다”고 전했다. 50여쪽 분량의 자료 설명이 이뤄졌지만 까다로운 질문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회의는 한 시간여 만에 끝났다. 국정원의 브리핑 내용은 일부 축소·요약된 채 미래창조과학부의 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졌다. 


합동대응팀이 10일 경기도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기자실에서 해킹 관련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발표의 핵심은 사이버 테러가 북한의 소행이란 것이다. 그 근거로 ‘175.45.178.xx’ 등 북한 지역의 인터넷주소(IP)가 발견됐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국정원의 자체 조사결과이며 로그기록 등은 정보당국만 확인했다. 또 북한 정찰총국 등이 주로 사용해왔다는 경유지 정보 또한 ‘국가기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만큼 정보당국이 북측을 우선 의심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또한 하나의 가능성일 뿐 단정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해커가 6개 방송·금융사에 최초로 악성코드를 심은 경로 등 핵심 내용은 여전히 파악조차 되지 않았고 국가 간 공조도 없었다. 더구나 해킹피해를 봤던 신한은행은 정보당국이 발표한 악성코드 유포방식이나 공격시간과 달랐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의 사례를 제외하고 조사결과를 발표해 국정원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 국정원이 서둘러 독자적인 발표를 내놓은 배경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섣부른 단정은 해킹 수사 및 테러 방지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국정원은 사이버 테러를 기회 삼아 덩치를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사고 있다. 해커 세계에선 “해커들에게 한국은 가장 편안한 곳이다. 누가 해킹을 해도 북한 소행으로 결론내기 때문에 잡힐 염려가 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보당국은 이를 새겨듣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북한’이 해킹 대응 미흡이나 수사 실패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홍재원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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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경남도의회 해당 상임위에서 날치기 처리됐다.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의 격렬한 저항을 물리적으로 제압하고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개입과 노사 대화로 정상화 방안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이런 날치기극을 벌인 경남도의회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의료공공성 유지·강화를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지방자치·민주주의를 유린한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를 위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릴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지난 11일부터는 노사 대화도 시작됐다. 민주통합당 원혜영·김용익 의원과 참여연대가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절대다수인 70.9%가 진주의료원 폐원을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공공의료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32.4%나 됐다. 청와대, 중앙정부, 국회, 여당 지도부의 권고와 국민 여론까지 무시한 이번 날치기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경향DB)


이제 눈길은 이번 날치기의 원인 제공자이자 배후로 지목되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모아지고 있다. 취임한 지 100여일 만에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을 내리고 이를 밀어붙인 데 이어 원만한 해결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도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의료원은 지방 사무다” “강성 노조 때문에 어렵다” “정상화에 500억원이 필요하다”며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홍 지사의 독선적 행태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경남공화국을 만들려고 하느냐” “노이즈 마케팅 이제 그만하라”며 불만을 쏟아낼 지경이다. ‘귀족’이니 ‘해방구’니 하는 말은 진주의료원 노조가 아니라 홍 지사의 경남도에 해당된다는 얘기가 더 공감을 얻는 상황이다.


홍 지사는 더 이상 폐업을 강행할 명분도 실효성도 없다고 본다. 복지부가 진주의료원 업무 개시 명령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지방의료원 설립·해산 시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법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홍 지사와 경남도의회는 국회 입법 결과를 지켜본 뒤 진주의료원 해법을 찾아도 늦지 않다. 도 의회는 조례안의 오는 18일 본회의 처리를 유보해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 나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은 진주의료원의 정상화에 대해 더욱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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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인사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검증 시스템을 보강해 잘못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거센 자질 논란에 휩싸인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고 도와달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주 내에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인사 참사’와 관련해 직접 사과한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지만 윤 후보자에 대한 입장은 실망스럽다.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윤 후보자 지명부터 철회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를 두고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청문회에서 너무 당황해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 마음을 가다듬어 잘해보겠다고 하더라”며 적극 옹호했다. 청문회를 본 국민들이 윤 후보자의 전문성 외에 ‘장관감으로 보기 힘든’ 태도 역시 문제삼고 있음을 도외시한 발언이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 분야에 여성을 키우려는 생각으로 발탁했다”고 한 대목이다. 뜬금없다. 내각 18명 중 여성은 윤 후보자를 포함해 2명뿐이고 청와대 실장·수석 12명 중엔 여성이 전무한 실정이다. 인사 과정에서는 여성 기용 요구를 외면하더니, 이제 와서 몇 안되는 여성이니 봐달라는 건가. 문제는 성별이 아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질이 부족한 인사는 고위공직을 맡을 수 없다.


답변하는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 내정자 (경향DB)


해수부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은 새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이 윤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는 까닭도 해수부 출범 지연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50일째인 오늘까지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자격 미달 선장을 억지로 태워 닻을 올린다 한들 배가 순항하겠는가. 출범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전문성과 리더십을 고루 갖춘 새 선장으로 교체하는 게 순리다.


박 대통령은 만찬에서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생일 케이크를 준비했다고 한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을 복원하려는 노력일 터이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야당 지도자의 생일 축하 이벤트가 아니라 야당이 전하는 국민의 뜻을 경청하는 데서 비롯한다. 박 대통령은 설훈 의원의 고언대로 “용기를 갖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당도 정신 차릴 때다. 윤 후보자에 대한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있다는데, 대통령 사과는 대통령 사과고 후보자 자질은 후보자 자질이다. 헷갈렸다가는 ‘청와대 밥 한 끼에 집단으로 인사청탁 받은’ 격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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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제도와 시스템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정치의 문제를 실컷 성토하고는, 모든 게 제도와 시스템 문제라는 결론을 내는 경우도 많다. 글쎄, 제도나 시스템이 그대로라서 우리 정치가 이 모양일까. 필자가 아는 한, 우리처럼 제도와 시스템이 많이 바뀌는 정치는 없다. 한동안 딴 데 관심을 두다 돌아와 보면, 예전 제도나 시스템을 찾기 어렵게 달라져 있는 것이 한국 정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처 이름 바꿔대는 통에 적응을 하다하다 못해 이제는 아예 새 부처명 외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곳도 우리 정치다. 현재와 같은 민주통합당의 무정부 상태 역시 매번 지도체제를 바꾸고, 선출제도를 바꾸고, 공천제도를 바꿔 왔던 것의 결과인 면이 크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 제도와 시스템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겁이 난다. 별 생각 없이 상투적으로 그러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파고드는 사람을 볼 때면 인간 행위를 인위적 틀 안에 묶어두려는 전체주의적 심성의 소유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잦은 제도변화와 시스템교체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의 최대 특징이 됐다. 제도나 시스템이 달라지면 그것을 다룰 인력과 예산이 생긴다. 그렇기에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권력 자산을 늘릴 계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성취하고 싶은 자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연구용역의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손쉽게 돈을 벌 사업아이템이 된다. 한국의 정치권 주변이 온통 제도 고안자들과 시스템 기획자들로 넘쳐나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학계와 언론, 시민운동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과 시민사회가 과도하게 정치화되거나 위선적인 정치관을 갖게 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정치를 욕하고 비난하지만, 그것의 다른 짝인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매개로 공식·비공식적 차원 가릴 것 없이 정치에 경쟁적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이미 권력자원과 영향력이 집약되는 신종성장산업이 됐는데, 이를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가 여러 이해관계와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블랙홀이 되면서, 공적 헌신과 책임성의 윤리 위에 정치가 튼튼히 자리잡을 여지는 좁아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제도의 문제로 환원되는 정치는 좋을 수가 없다. 정치철학의 대가들이 말하듯, 정치는 매우 실천적인 분야이고 제도나 체계의 문제로 다룰 수 없는 비공식적 영역이 훨씬 더 큰 세계다. 정치가 공식적인 제도나 체계의 문제로 충분히 다뤄질 수 있었다면, 인간의 역사에서 그 많은 싸움과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어디에든 적용 가능한 이상적 제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장단점을 서로 나눠 갖는 것이 제도다. 다른 나라에서 잘 작동하는 제도를 들여온다고 그런 효과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정치철학의 대가들은, 정치적 실천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먼저고 그렇게 형성된 성공적 상호 작용의 패턴을 제도화해 가는 것이 다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12일 국회에서 만나 정치개혁과 공통공약이행을 위한 여·야 6인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합의했다.



최근 여야는 개헌 논의를 공식화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정치가 무슨 대학원 세미나 하듯 할 수는 없을 텐데, 아무튼 정치의 문제가 또다시 제도 문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순수 제도론의 관점에서 말하라면, 대통령 중심제보다 의회 중심제가 민주적으로 더 우월하다. 선거제도는 단순다수제보다 비례대표제가, 정당체제는 양당제보다 온건 다당제가 민주적 기준으로는 훨씬 더 낫다. 마음 같아서는 그런 변화가 단박에 실현되면 좋겠지만, 그런 순진한 기대와 지금 여야의 생각은 거리가 멀다. 논의의 장이 열리면 우리 사회의 거대 이익들이 들어와 각자의 관점에서 개헌 투쟁을 할 텐데, 그 결과가 어떨지도 두렵다. 아무리 봐도 “지금과 같은 잘못된 정치는 우리 때문이 아니라 헌법 때문”이라는, 여야 모두를 위한 해석 틀로만 보일 뿐, 거기에 그 어떤 공익적 유익함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답지 못하고 여당답지 못하고 야당답지 못하다는 것이 시민 다수의 합당한 불만인데, 그에 대한 여야의 대답이 “그럼 개헌을 논해 봅시다”라면 솔직히 사양하고 싶다.


박상훈 |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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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독성이 없다고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 CMIT와 MIT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유독물로 지정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만 359건이고, 112명이 사망하는 등 대규모 피해를 일으킨 생활용품이다. 지금도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고 인과관계 규명이나 피해 구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정부부처가 서로 정반대의 판단을 하고도 7개월째 모른 체하고 있었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적극 대처해왔던 복지부의 최근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인과관계가 확인된 6종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수거명령을 내리고 추가로 의심사례 신고 접수를 받는가 하면 민·관으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까지 가동했던 복지부가 최근 조사위의 추가 보완조사 요구마저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CMIT와 MIT 성분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58명이고 18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이들 성분 제품을 단독으로 사용한 사망자만도 5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추가 보완조사 불가 입장을 밝혔고 민간 조사위원들은 “더 이상의 활동이 무의미하다”며 전원 사퇴키로 했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지숙씨가 코에 산소 튜브를 끼운 채 생활하고 있다. (경향DB)


환경부도 CMIT와 MIT를 유독물로 지정하고 관보에 게재한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제품의 안전관리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한다.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강조한 ‘부처 간 칸막이 제거’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아닌가.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포함한 유해화학물질 제품 안전관리는 지난해 11월 총리실 주재 차관회의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하기로 한 마당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음에도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듯한 행정을 보인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복지부는 신고된 사례에 대해 정밀조사에 나서야 한다. 폐손상조사위의 추가 조사 요구부터 즉각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유독물로 지정한 CMIT와 MIT는 4종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뿐 아니라 샴푸·물티슈 등 여러 생활용품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확인조사를 실시해 그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보다 국민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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