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508건

  1. 2012.09.06 [사설]결국 갈라서는 통합진보당의 오늘과 내일
  2. 2012.09.05 [김종철의 수하한화]진리를 말할 수 있는 용기
  3. 2012.09.05 [녹색세상]독재자가 믿는 구석
  4. 2012.09.05 [기고]대선, 진보 후보가 필요하다
  5. 2012.09.05 [사설]새누리의 경제민주화 방향이 ‘정체불명’ 아닌가
  6. 2012.09.04 [사설]마침내 닻 올리는 내곡동 사저 특검
  7. 2012.09.03 [윤여준칼럼]우려되는 ‘국제정치의 국내정치화’
  8. 2012.09.03 [사설]공적자금 투입하는 하우스 푸어 대책은 안된다
  9. 2012.09.02 [사설]자강·참여·민생이 민주당 위기 탈출의 길이다
  10. 2012.09.02 [경향시평]박근혜가 새겨야 할 통합의 기본
  11. 2012.08.31 [사설]긴급조치 9호 사건 무죄 판결이 말하는 것
  12. 2012.08.30 [사설]헌법재판관 9명 중 공안검사 출신이 2명이라니
  13. 2012.08.30 [사설]친박계 충성의 진수 드러낸 홍사덕 ‘유신’ 발언
  14. 2012.08.30 [정동칼럼]차기정부에 바라는 ‘남북평화경제협력’
  15. 2012.08.28 [사설]안대희씨, 후배 법관들 볼 낯이 있나
  16. 2012.08.28 [시론]‘안철수 룸살롱’보다 중요한 것
  17. 2012.08.27 [사설]민주당, 불신 해소가 진짜 경선 정상화다
  18. 2012.08.27 [사설]검찰, ‘돈 공천’ 수사 여야 차별 없이 제대로 하라
  19. 2012.08.26 [사설]민주당 지도부, 경선 파행 책임 통감해야
  20. 2012.08.26 [사설]‘안철수 사찰설’ 반드시 진상 규명돼야

통합진보당이 결국 분당의 길로 들어섰다. 강기갑 통진당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아야 될 때가 오고 말았다”며 “분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신주류 쇄신파인 강 대표가 이미 딴집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구주류 당권파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후 불과 아홉 달 만이다.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없으나 당권파가 당의 쇄신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통진당의 분당 사태는 자정 능력이 없는 진보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만약 통진당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의 한 중심에 있는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을 정상적으로 추진했다면 분당만은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제명안이 의원 총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쇄신파와 당권파가 공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달렸다. 강 대표는 “통진당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길 또한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분당은 한없이 추락한 통진당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곧추세우고자 하는 안간힘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개숙인 강기갑 대표 (출처: 경향DB)


그런 통진당의 내일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진보의 재구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갈라섰을 때처럼 헤쳐모여식 이합집산에 그친다면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 정치가 총체적으로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주변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정당을 지탱해온 주요 기반인 민주노총은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지지를 철회했다. 분당 과정에서 심화할 수밖에 없는 당권파와 쇄신파의 반목과 갈등이 급속한 세 위축을 부를 공산도 크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지난한 길이지만 갈 수밖에 없는 외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 통진당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한다. 그 결승선은 낡은 진보와의 결별이고, 새로운 진보와의 만남이어야 한다. 우선 자신들의 역할부터 재정립할 일이다. 그리고 앞서 당 혁신위가 쇄신 과제로 마련한 당내 패권적 정파 질서 종식과 진보적 가치의 혁신, 노동 가치의 중심성 확립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통진당의 쇄신파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진보 세력들도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보의 재구성은 바로 우리 삶의 반쪽을 되살려내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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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옛 중국의 사회적 위계질서는 엄격했다. 수많은 백성 위에 관료가 있었고, 관료조직의 정점에 대신(大臣), 그리고 그 위에는 말할 것도 없이 황제가 존재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황제 위에 또 누군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존재를 후세인들은 일민(逸民)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그는 황제의 권력 바깥에 있는 자유인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군주의 권력행사는 신하를 자처하는 자들의 협력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일민’이란 말하자면 그 신하됨을 거부한 인간이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의 인간적 존엄을 지키는 것이 가능했으나 동시에 온갖 시련과 불이익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일민’은 아마 시인 도연명(陶淵明)일지도 모른다. 그는 동진(東晋) 사람으로 지방 여러 곳에서 관직생활을 하다가 41세에 사임하고 향리로 돌아가 평생 농사를 짓고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 그가 쓴 것이 “돌아가리라, 전원이 황폐해지고 있는 지금 내 어찌 아니 돌아갈 것인가”로 시작되는 유명한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묻는 사람에게 그는 “쌀 다섯 말 때문에 (상사에게) 허리 굽히기 싫어서”라고 답했다. 말하자면, 쌀 다섯 말이 봉급으로 주어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쌀을 직접 지어서 먹는 자유로운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향리라고는 하지만, 대대로 벼슬살이를 한 가문의 후손인 도연명에게 농사는 낯선 경험이었다. 따라서 그의 농사일은 서툴 수밖에 없었고, 항시 곤궁을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농사를 짓고 살다가 62세에 시 130편을 남기고 죽었다. 다작(多作)이 아니었던 것은 그가 단지 자연을 즐긴 음유시인이 아니라 무엇보다 하루하루의 생계를 위해 몸소 노동해야 하는 농사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연명이 택한 ‘일민’의 길은 한가로운 은둔자의 생활이 아니라 끝없는 고투의 삶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정작 임금 곁을 떠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입으로는 늘 ‘귀향’을 말했던 수많은 시인묵객들의 관념적인 ‘탈속’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도연명이 속세를 초월한 인간이 아니라 정치적 현실에 예민했던 인간이었음을 명확히 지적한 것은 노신(魯迅)이었다. 노신은 완전히 초탈한 인간이라면 시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신의 생각으로는, “사귐도 어울림도 이제 모두 끊으리라/ 세상과 나는 어긋나기만 하니 다시 수레에 오른들 얻을 게 무엇이냐”라는 ‘귀거래사’의 구절에 이미 세상에 대한 도연명 자신의 ‘분노’와 ‘저항’이 내포되어 있었다. 동시에 거기에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린” 지금까지의 생활을 청산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겠다는 준엄한 윤리의식이 작용하고 있었다.


노신이 1500년 전의 시인 도연명에 각별히 주목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 그 자신 불의(不義)한 세상 속에서 한 자루의 붓에 의지해 분투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지식인으로서의 강한 자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식인이란, 따져 보면, 자신의 역할이나 재능을 인정해주는 권력자·후견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매우 불안한 존재이다. 현대사회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성공을 바란다면, 변덕스러운 대중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게 또한 모든 현대의 작가, 예술가, 철학자, 지식인들의 기본적 운명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아첨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권력자나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지식인의 생존상황이다. 노신이 도연명에 관해 언급한 것은 그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심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그것은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의 작가·지식인으로서 좋은 삶, 혹은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노신 자신의 고뇌가 담긴 언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상호 기자 X파일>이라는 책을 읽었다. 2005년 7월에 MBC 방송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삼성녹취록사건’이 보도되기까지의 전말이 세세히 기록된 일기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담당기자가 처음에 제보를 받고, 관련된 취재를 하고, 그것이 실제로 보도되기까지 10개월이 걸렸다.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그리고 그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을 해명하는 게 이 책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삼성녹취록사건’이란, 간단히 말해, 이 나라 최대의 자본권력이 국가권력을 좌우해왔거나 하려고 해온 내막이 명확한 증거와 함께 폭로된 사건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금권정치라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삼성녹취록사건’이 보여준 것은 그 금권정치의 방식이 너무나 비열하고 음습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공공질서도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민주주의를 뿌리로부터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상호 기자 X파일>을 보며 새삼 전율하는 것은 이보다 조금 다른 문제 때문이다. 즉, 지금 자본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국가의 공권력뿐만 아니라 지식인 사회 전체에도 걸쳐 있다는 가공할 사실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언론자유가 보장되고, 노조위원장이 방송사 사장이 되어 있던 시절임에도, 이 중대한 사건이 보도되기까지 10개월이나 걸린 이유는 외부압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요인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미리 자기검열을 하는 방송사 내부 분위기였다. 이 책에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고군분투하는 기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괴로운 게 뭐냐면 본의 아니게 선후배, 동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상처를 준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해봤다.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떠했을까. 나 역시 내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는 이상호 기자를 십중팔구 미워했을 것이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생애 말년에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서 강의했다. 그는 진리를 말하는 데는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 혹은 적어도 남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손상시킬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은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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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점석 | 비교문학자


 

기원전 400년을 전후로 소크라테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그리스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자신의 작품 <구름>에서 소크라테스를 궤변론자로 몰며 그의 학당에 불을 질러 해악의 싹을 잘라내고자 했다. 소피스트들의 언어유희와는 다른 보편성에 근거한 철학을 바탕으로 절대 진리를 추구하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독배를 들었다는 소크라테스의 일반적 이미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박제된 일방적 역사가 아닌, 사람의 숨결과 체취가 묻어나는 시대를 문학으로 읽는 까닭에 색다른 재미가 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논쟁에 이겨 자신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변론술을 연마하는 학당에 불을 지른 한 필부의 기구한 사연은 이렇다. 시골 출신이라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정략적으로 결혼한 귀족가문 출신인 아내의 낭비벽은 통제 불능이었다. 아울러 외탁인 아들은 유행에 민감해 마차와 경주마를 구입하는 데 재산을 탕진하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를 빚더미에 앉히고 말았다. 현란한 말장난으로 재판관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빚을 떼어먹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당대 최고의 소피스트인 소크라테스에게 자식을 맡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빚쟁이들을 따돌리고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잠시, 기고만장한 아들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면서 대드는 아연실색할 상황이 벌어진다. 자신이 어린 아들에게 사랑의 매를 들었듯, 그 아들이 이젠 나이 들어 애가 되었다며 아비를 매로 훈육하겠다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게 된 것이다.


왜 아리스토파네스는 희극의 형식을 빌려 소크라테스를 조롱하고 그가 속한 시대의 맨얼굴을 드러내고자 했는가? “페리클레스에게서 모든 것을 물려받았으나 그 정직성은 물려받지 못했고, 소크라테스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지만 그 도덕성은 배우지 못했다”는 알키비아데스에 대한 불만이 작가의 풍자 본능을 자극했을 것이다. 아테네의 명문 출신에다 전쟁에서의 공훈, 화려한 말솜씨와 외모,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페리클레스의 조카라는 배경으로 인해 그는 당대 아테네 정치의 중심인물이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말대로 “그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그가 없이는 살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아테네인들의 공적 삶의 많은 부분은 그의 판단과 행위에 좌우됐다. 아테네의 몰락을 초래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의 패배도 총사령관이었던 그가 적국인 스파르타에 망명하면서 빚어진 역사였다. 


젊은 날의 사치와 방종 그리고 신에 대한 불경의 죄과를 모면하고자 전시에 조국을 배반하고, 망명지인 스파르타에서는 왕비와 염문을 뿌리며 쌍방의 적개심을 더욱 부채질해, 전쟁터로 내몰린 민중의 삶을 극도로 피폐케 했던 알키비아데스가 유린한 그 시대를, 후대인들은 ‘페리클레스가 꽃피운 민주주의의 봄날’ 혹은 ‘소크라테스가 절대 진리를 추구하며 철학의 싹을 틔운 개명의 시대’로만 알고 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역사의 죄인인 알키비아데스를 개망나니 아들로 재현하고 소크라테스에게도 책임을 묻는 문학적 야사를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허덕인 민초들의 애환은 헤아릴 길이 없다. 애초에 역사란 승자의 전리품으로 그들의 탐욕을 미화시켜 기록한 무용담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의 속성과 독재자의 이중성 때문에 역사 서술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승자인 독재자는 자신을 비판하는 정적에게 잔인하다. 국민의 단합을 깬다는 이유로 비판을 묵살하고 재갈을 물린다. 자신의 탐욕과 과오는 미래를 위해 눈감으라며 국민을 겁박한다.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권력의 필연적 뒤치다꺼리인 정경유착, 인권유린, 노동자 탄압, 역사적 방향감각 상실과 그로 야기된 동시대인들의 고초를 외면하며 “미래의 역사적 판단에 맡기자”고 한다. 그런 독재자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유신은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라는 궤변을 지껄이며 권력의 주변을 맴돌 하이에나가 미래에도 넘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향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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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 한양대 교수·민교협 공동상임의장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여기서 승리한 자나 안철수 교수가 야권 후보로 박근혜 후보와 대결하는 판으로 거의 정해진 듯하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된다면 누가 되든,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1700만 노동자와 농민, 900만명의 비정규직, 720만명의 자영업자의 의사는 증발해버리기 때문이다. 절반의 국민 의사를 수렴하지 못하는 대선은 정당성을 상실하며 선거를 통한 사회 통합 기능마저 수행하지 못한다.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으며 겨우 삶을 연명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57.6%가 100만원도 벌지 못한 채 빚만 키우고 있고, 이도 여의치 않아 다단계판매로 나선 415만명 가운데 4분의 3이 단돈 1원도 벌지 못하였다. 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전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감당하면서도 치솟는 물가와 교육비에 눌려, 온도 차만 있을 뿐 생존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하우스푸어에서 에듀푸어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국민이 생존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절망과 좌절, 분노를 자살이나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분출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자, 나아가 이들을 좀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살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극복 없이 비정규직과 양극화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경향신문DB)


경제도 위기다. 공공기관과 지방 정부를 합한 국가부채는 938조원에 이르며, 아파트 전세 시가총액 908조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달하여 국가 디폴트 상태인 그리스와 스페인보다 나쁘다. 빚은 많고 태반이 비정규직이니 소비가 줄고 이는 불황과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르며, 이로 인해 다시 개인파산과 빚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돌파구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인데 남북관계는 준전시상태로 미국의 군수업자들 배만 불리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 개혁과 남북협력이 없다면 제2의 IMF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파탄이 빚은 참극이지만, 야당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고, 이들의 대변자여야 할 진보정당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사분오열의 상태에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은 <도가니>에 분노하고 정당을 불신하여, 메시아를 기다리듯 안철수의 대선 출마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안철수 교수는 고통 받는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위만이 아니다. 역학관계나 판의 흐름으로도 진보 후보가 필요하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의 지적대로 보수가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그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진보는 집권할 수 없다.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현 상황에서 진보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선의 판 자체는 인물 구도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간다. 박근혜 후보는 45% 내외의 고정표를 유지한 채 수사로나마 진보적인 정책을 선점하고 있고 사회통합의 쇼마저 행하고 있어 51% 지지에 근접했다. 유신체제와 같은 전체주의의 귀환을 바라지 않는다면, 진보 후보가 나와 박근혜 후보가 다다를 수 없는 새로운 프레임을 창출하고 무상급식처럼 혁신적이면서도 국민의 일상과 구체적으로 연계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선의 판을 정책대결과 담론투쟁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12월 대선에서 진보적 유권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할 것이며 중도의 유권자들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하며 가슴을 열 것이다. 새로운 프레임의 창조, 희망의 빛, 혁신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이 세 가지에 의한 ‘공감의 연대’ 없이 야권이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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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치판이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열린 예산 당정회의에서 이같이 주장한 뒤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출마 선언 때 한 얘기를 두고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고 공박했다.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여당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믿기 어렵다.


시계 보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경향신문 DB)


두 사람의 엇박자는 박근혜 후보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김 위원장은 대선 공약을 성안하는 정책총괄자이고, 이 원내대표는 각종 공약을 입법으로 실천해야 하는 원내사령탑이다. 국민들은 같은 사안에 대한 두 사람의 다른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대표적 경제민주화론자와 시장경제론자 간 이견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간극이 너무 크다. 그러잖아도 여당 안팎에선 당내 보수파 의원들이 몇몇 재벌 기업들로부터 경제민주화 논의를 저지해달라는 로비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터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꺼낸 게 언제인데 아직껏 ‘정체불명’이란 언명이 나오니 하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경제민주화 논쟁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결론 도출을 위한 갈등이라면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두 사람이 충돌한 이면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당내 세력 사이의 근본적 노선 투쟁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원내대표가 최일선에서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대리전을 치르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조직적 반대 움직임도 없지 않다. 지난 7월 두 사람의 1차 충돌 때와 달리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등이 경제민주화 논의에 제동을 걸려는 듯한 흔적이 감지된다.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할 것 같은 정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두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화두만 던져놓고 각론을 구체화하지 못한 박 후보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이날 “신뢰의 정치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어 되는 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해 나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칙은 경제민주화 공약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관한 한 여전히 원론에 머물고 있다. 이날도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당내 갈등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자 “(두 사람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직 내부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실토로 들린다. 길게 끌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가 출정식과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약속한 사안을 원내대표가 뒤집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신뢰의 정치를 말할 수 없다. ‘신뢰’는 ‘원칙’과 더불어 박 후보를 대변하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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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내곡동 특검법’이 엊그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대 국회 개원의 조건으로 특검 도입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내 일부 ‘친이 인사’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사위는 전례 없는 표결까지 거쳐야 했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공간으로 물색했던 서울 내곡동의 사저 부지를 불법 매입한 의혹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진위는 수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서글프다.


내곡동 특검은 그 자체로 역사에 남을 일이다. 현역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가 아닌 경우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지만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대통령이 가족들을 조사하는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궁박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금까지 9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처음으로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는 진기록도 갖게 됐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도 임기 중 심각한 비리 의혹이 있으면 예외없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세우게 됐다’는 민주통합당의 자평처럼 이번 특검법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내곡동 사저 특검 대화하는 여야 법사위 간사 (출처: 경향DB)


이제 관심은 특검이 파헤칠 수사의 영역이다. 특검법은 일단 수사 대상을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된 배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법 위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의혹과 관련돼 인지된 사항 등으로 명시했다. 특검이 수사를 제대로 한다면 이 대통령 일가 전체를 겨냥할 여지도 있다. 청와대가 이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은 채 법안이 넘어온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서 이를 의식한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한때 여권 일각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저도 포함시키자는 억지 주장이 나왔다가 수그러든 건 다행이다.


특검의 성패는 해당 주체들의 협조와 대처에 달렸다. 민주당은 누가 봐도 신망이 있는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추천권 행사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청와대도 거부권 행사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옳다. 친이 인사들은 고발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위헌이라지만 수사 대상이 수사권자를 고르겠다거나 수사를 안 받겠다고 버티려는 발상은 위헌론을 능가하는 코미디다. 혹여 청와대가 이번 특검법의 위헌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도 받으려 든다면 그것은 두 번 죽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 이상 떳떳한 해명의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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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대선 후보들의 관심사와 발언에서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된 안보, 외교 현안 특히 대북 문제와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뇌나 심도있는 견해와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국내 문제에 함몰되어 있는 느낌이다. 


 정치를 공적 문제에 관한 집단결정과정이라고 한다면 그 과정을 주도·관리하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에서는 개별 현안보다 리더십의 전반적인 성격과 방향을 중시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할 수도 있다한때 “한국정치는 국제정치”라는 말이 있었다. 첨예한 냉전의 국제정치질서하에서 분단된 약소국 대한민국의 정치가 미국의 강력한 자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당시 상황을 지적한 말이었다. 이제 국제적 차원의 냉전은 해체되었고, 한국은 지구촌의 당당한 G20 국가다. 문제는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경우 모두 나름대로 제국적 위상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거기에다가 현재 격화되고 있는 역내 국가들 간의 영토·영해 분쟁이나, 그나마 스스로 일부 시인했던 침략의 역사까지 뒤집어 부정하려는 일본의 행태 등을 놓고 볼 때 동북아는 우범지대라는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이 새삼 떠오른다. 


패권 이동기는 흔히 전쟁을 수반하거나 상대적 약자를 희생시켰다는 것이 세계사의 교훈이다. 19세기 말 세계적 패권국가 영국이 극동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영·일 동맹을 맺음에 따라 지역 패권이 일본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망국의 쓰라린 체험을 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소 간 패권경쟁 속에서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에 이어 혹독한 냉전을 겪어야 했다. 


지금 우리는 또다시 국제정치질서가 재편되는 중대한 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G2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중 간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하위 층위의 여러 갈등도 예각화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중·일 간 영토분쟁이 고조되었고, 한·일 간에도 독도 문제를 계기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가히 ‘동아시아 신냉전 시대’를 맞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김정은 시대를 맞은 북한의 향후 진로가 맞물리면서 한반도에서는 향후 5년 사이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외교역량과 한반도 관리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정세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외정책에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는 치국경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념적 선입관을 버리고 객관적인 사실을 직시해야 하며, 아울러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발전이라는 관점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우리 정치가 구태의연한 보수, 진보의 고식적인 진영논리의 연장선에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를 흑백논리로 재단하려는 경향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제정치의 국내정치화’ 현상이 우려되는 것이다. 구한말이나 해방정국에서 그토록 쓰라린 체험을 했건만 역사로부터 여전히 배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경향신문DB)


현재의 대선 후보들에게 과연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도 될지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치지도자 리스크’ 즉 최고지도자가 오히려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현상은 경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정치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거대한 역사의 분수령을 맞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대선 후보들은 외교 안보 문제에 관한 정책 구상을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 


국민들 역시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는 ‘안’도 중요하지만 ‘밖’ 즉 국제환경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대처방향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라는 생각을 갖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우리가 이번에 또다시 후보들의 참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지연, 이념, 정파 혹은 피상적 이미지에 휩쓸려 묻지마 선거를 한다면, 민족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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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하우스 푸어(은행 대출로 집을 산 뒤 집값이 하락해 빈곤층으로 떨어질 위기를 맞고 있는 중산층) 해법을 찾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부나 은행이 하우스 푸어가 갖고 있는 집을 사들인 뒤 원래 주인에게 월세로 빌려주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주인은 나중에 돈이 생기면 집을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는 2010년 기준으로 156만가구라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추정했다. 


취지는 이해가 된다. 여권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악성 매물을 사주면 거래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지펴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은 새누리당 아이디어와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신탁회사를 만들어 하우스 푸어가 갖고 있는 집을 사들이되 주인은 월세로 사는 방식이다. 


(경향신문DB)


하우스 푸어가 겪고 있는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추진은 안된다고 본다. 가구당 2억원씩 투입한다 해도 연간 하우스 푸어 예산만 우리나라 한 해 예산에 버금가는 30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모든 하우스 푸어를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정부와 협의해 실현가능한 예산 범위 안에서 하우스 푸어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매입 대상은 어떻게 결정할 것이며,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형평성 논란까지 첩첩산중이다. 하우스 푸어 집을 산다고 하면 얼마에 살 것인가. 시중가인가, 급매가나 경매가인가. 가격을 정하는 게 일단 가장 큰 문제다. 팔려는 쪽은 비싸게 받으려 들 것이고, 사는 쪽은 가능하면 싸게 사려 들 것이다. 세금도 문제다. 하우스 푸어가 집을 넘길 때 생기는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를 감면해줘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우스 푸어가 자기집에 살게 되면서 내는 월세는 또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중대형 아파트는 월세가 잘 나가지 않고 그나마 세를 주더라도 수익률이 낮아 환영을 받지 못할 가능성마저 있다. 갈수록 태산이다. 이런 문제, 저런 문제가 꼬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문제가 없다.


하우스 푸어에게 정부가 돈을 지원해줄 경우 렌트 푸어(전세금 때문에 진 빚으로 고통을 겪는 무주택 세입자)를 비롯한 빈곤층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나마 집값이 내리면 정부나 은행, 하우스 푸어 모두가 손해를 본다.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인 표밭인 중산층을 의식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하우스 푸어 문제는 그렇게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만큼 차라리 시장에 그대로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어설픈 대책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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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은 ‘안철수 현상’에 떠밀려 ‘2부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고, 당 지도부는 속수무책인 양 후보들의 ‘개인기’만 쳐다보고 있다. 당 지도부의 역량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마음 둘 곳이 없다보니 당권파니 비주류니 하는 편가르기가 노골화하고, 출신과 성향 등에 따른 끼리끼리 모임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으로 연말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 당내 최대 관심사는 후보 경선이 아닌 것 같다. 경선에 쏠릴 국민들의 시선을 앗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한동안 잠잠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론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안 원장의 민주당 입당론에서 제3지대 통합정당론까지 단일화 아이디어가 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도부가 아닌 의원 중심으로 물밑에서 단일화론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과거와 다소 다른 점이다. 기대와 달리 싱겁게 진행되는 경선에 대한 회의감이자 위기감의 표출이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당 혁신론을 제기할 태세지만 아직 힘이 부친다.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2선 후퇴론도 내놓는다. ‘야당의 무대’라는 회기 100일의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열리지만 야당다운 전투력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입장하는 민주당 지도부 (출처: 경향DB)


문제를 바로 봐야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다. 무엇보다 먼저 연말 대선에서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내든,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하든 자강 노력은 포기할 수 없는 대전제다. 민주당이 있어야 대선도 있고, 단일화도 있다. 또 지도부를 선출하기만 했을 뿐, 지도부의 당 운영이 꼬여도 침묵이나 방관으로 일관한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현 위기는 ‘대선주자-대표-원내대표 담합론’에서 촉발된 지도부의 책임이 큰 건 사실이나 구성원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을 만들고 바꿀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당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민생의 구현이다. 4·11 총선 패배는 물론이고, 현 위기가 현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이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한 공세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건 오산이다. 그것을 뛰어넘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이명박근혜 타도’와 같은 구호 정치에 머물고 있다. 국가의 미래 비전 제시는 고사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후보 단일화가 된다 해도 연말 대선에서 자신들의 공간은 없다는 절박감조차 잘 안 보인다. 오늘의 위기는 남 탓이 아닌 ‘내 탓’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경선이든, 국회 상임위 활동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은 물론이고 당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 그러한 각성과 실천이 수반될 때 민생으로 가는 길도 보인다. ‘자강’과 ‘참여’ ‘민생’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다. 더 이상 머뭇거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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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 사회가 전쟁 책임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을 두고 100년 넘게 갈등했다고. 그런 중에 놀라운 건(?) 노예해방가로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링컨 대통령의 동상이 미국의 남부 지역을 통틀어 처음 만들어진 것이 2003년이라는 것이다. 리치먼드에 있는 그것은 워싱턴에 있는 것과 달리 그 크기도 실물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링컨에 대한 미국 남부의 평가는 그 동상의 크기만큼이나 인색한 편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대비할 일은 아니지만, 한국은 전쟁이 발발한 지 ‘겨우 60년’을 갓 지났으니, 앞으로 적어도 40년은 더 싸워야 할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미국의 경험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을 둘러싸고 생성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특히나 노예해방과 같은 ‘보편적 인권’ 문제가 걸린 사건이었는데도 시비가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국민통합’이라는 이름으로 전태일 재단 방문과 동상 앞 헌화를 ‘시도’했다. 그의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의 방문 계획 소식을 접한 전태일 재단의 한 관계자는 “오늘 태풍이 서울까지 도착한다는데…, 제가 있는 재단은 볼라벤보다 더 큰 태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라고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파격이 통합의 물꼬를 트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서울 종로 청계천6가 전태일 동상을 방문한 박근혜 대선 후보 (출처: 경향DB)



그의 행보에 대한 반응을 볼 때 그러하다. ‘진정성이 없는 오만함’ ‘정치적 쇼’라는 비판이 가해졌다. 통합의 상대측과의 사전 소통과 공감이 선행되지 않은 일방적 행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모욕감을 느낀다는 말도 들린다. 그 재단관계자는 앞선 글에 이어 “그 태풍이 할퀴고 가는 상처가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참 답답하네요”라고 썼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인 이재오 의원은 “손 내밀면 통합된다는 생각은 독재적 발상”이라며 맹공을 퍼붓기까지 했다.


그런 파격 행보가 의미하는 것이 ‘통합의 시작’인지, ‘통합의 종결’인지 잘 모르겠다. 후자라면 따따부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통합의 시작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유념할 것이 있다. 미국의 경험에서처럼 통합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고수하는 한 그렇다. 노예해방이라는 ‘가치’가 아닌 반공이라는 ‘적대감’을 대의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키자마자 좌익분자라는 이유로 백수십명을 일거에 처형했던 ‘야만’을 옹호하면서 통합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의 ‘정책브레인’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버지라는 걸 떨쳐버리고 전직 대통령으로 객관적 평가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어쩌면 이것이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리라. 하지만 그것에도 전제가 있다. 객관적 평가라는 미명하에 ‘경제성장이라는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권을 경제적 부와 맞바꿀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선언에는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관점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정의론>의 철학자 존 롤스가 밝힌 바처럼 누군가의 희생을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특히 약자의 희생, 그것도 부당한 이유로 생명마저 내놓아야 하는 희생일 경우 더욱 그렇다. 약자의 부당한 희생의 불가피성을 수용하는 공동체는 발전은커녕, 오래 지속될 수도 없다. 40년 더 한국전쟁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을 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개명천지’에 그런 공동체에 애정을 갖고 계속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과 경제성장 사이에 딜레마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딜레마는 정치지도자가 겪어야 할 선택의 고뇌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일 뿐, ‘국민행복’을 기치로 내건 정치지도자가 지향하는 가치관으로 표방될 수 없다. 박근혜 후보가 진정 통합을 하려면 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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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북부지법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임모씨 등 4명이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연한 것이고 예상됐던 바지만 37년 만에 내려진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에 대한 첫 재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다. 사법부는 이미 긴급조치 1호와 4호의 위헌 결정에 이어 지난 8월2일 이들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9호도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터였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과거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긴급조치 9호가 어떤 것인가. 1975년 5월 발령된 이 조치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청원·선동 또는 선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했다. 이 조치를 위반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그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전시하는 것은 물론 소지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미수하거나 예비·음모한 자도 똑같이 취급했다. 이 조치를 포함해 이에 따른 주무장관의 조치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할 수 있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가 유신헌법 긴급조치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장준하 선생 등을 탄압한 1호나 민청학련을 단죄한 4호와 달리 긴급조치 9호는 ‘긴급한 조치’를 요하는 특정한 사안도 없는 가운데 발령해 1979년 10·26사태로 원인 무효가 될 때까지 5년 가까이 ‘일상적 조치’로 지속했다. 유신체제의 결정판이자 여러 긴급조치 가운데서도 가장 고약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하물며 목회자의 기도와 설교, 교원의 수업과 학원강사의 강의, 친구끼리 주고받은 대화와 편지, 재수생이 쓴 시, 택시에서 한 취중발언까지도 문제가 됐다. 당시 고교 교사였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부터 아파트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800명이 넘는 학생·시민이 이 때문에 수갑을 차고 감옥살이를 했다. 이 가운데 많은 이가 인생을 망쳤고, 상당수가 그 후유증으로 지금껏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들의 재심 청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200여명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사는 억지를 쓴다고 해서 그 행위가 없던 것이 되고 공과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유신 재평가 논란’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세상이 어둡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과거를 직시하고 과가 있다면 이를 분명히 정리한 뒤에 비로소 공을 논할 수 있고 미래를 기약할 수도 있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누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구속됐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조차 긴급조치 9호 위반이었던 헌정사 최고 암흑기의 속살은 아직 손바닥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비판하면서 우리의 과거사 왜곡을 방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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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여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안창호 서울고검장을 추천했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지낸 안 고검장은 이른바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박한철 재판관이 있다. 안 고검장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하면 재판관 아홉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공안검사들이 채우게 된다. 검사 출신 재판관이 2명 포함되는 것은 2007년 주선회 재판관 퇴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안창호 2차장 검사 (경향신문DB)


헌재는 헌법의 최종해석권을 가진 기관이다. 국가가 법률이나 공권력 행사를 통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헌법 위반을 선언함으로써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온라인선거운동 규제 한정위헌 결정 등은 헌재의 권능을 보여준 사례다. 헌법재판관을 인선할 때도 기본권 수호에 대한 신념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공안검사는 국가공권력의 집행자이다. 직무 성격상 기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높다. 검사 개개인의 자질이나 품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이번에는 헌법재판관의 기본 덕목과 어울리지 않는 공안검사를 추천하는 배짱을 부리고 있다.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자가 탈락한 데 대한 보상 차원인가.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헌법재판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검찰과의 거래수단으로 삼은 것이 된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헌법상 재판관 9인 중 3인은 대통령이,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에서 선출토록 돼 있다. 이는 헌재 구성에 입법·행정·사법부의 의사를 균형있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법정신은 사라지고 정치적 나눠먹기만 남았다. 이제 대법관 임명 과정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임명 시에도 ‘후보자 추천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시민들이 재판관 인선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헌재에 들어가 약자와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 헌재에 필요한 이는 파업 노동자를 처벌해본 사람보다 파업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준 적이 있는 사람이다. 헌재마저 기존 권력과 질서를 강화하는 데 복무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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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 새누리당 전 의원이 엊그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신은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신 정권의 홍보 논리를 연상케 하는 듯한 발언이다. 홍 전 의원은 “유신을 얘기할 때 안 좋은 부분만 얘기하고 좋은 부분은 빼는데 참 비열한 짓”이라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대표적 친박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사로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그의 ‘유신’ 발언은 보수,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다. 유신 긍정론자들 사이에서는 경제발전을 위한 1인 독재의 효율적 통치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도 극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유신은 민주적 제도와 장치들을 송두리째 말살시킨 폭압 그 자체였다. 1972년에서 1979년에 이르는 유신체제가 한국사회에 미친 폐해는 5·16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당시 민주주의를 저당 잡혔던 전 국민이 피해자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한 저명한 보수 논객조차 최근 언론기고를 통해 “체제 지킴이인 중앙정보부장이 체제 총수인 대통령을 시해했다는, 참으로 엉망진창의 결말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유신은 자폭으로 끝난, 따라서 실패한 실험이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옹색하지만 보수 진영이 박 후보 측에 5·16과 유신에 대한 분리 대응론을 주문하고 나선 것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경향신문DB)


그의 발언은 기존의 박 후보 발언보다도 더 퇴행적이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유신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자 5·16과 함께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5년 전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면서 피해자·희생자들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발언은 박 후보의 심경을 넘겨짚은 과잉 충성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보스를 위해서라면 한쪽 눈을 질끈 감고,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맹목성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홍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한 걸음 물러섰다. 개인적으로 한마디 한 것일 뿐 논전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취지다. 사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정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유신을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 갈등만 부를 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천연덕스럽게 나올 수 있는 여당 내 친박 진영의 분위기다.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선 후보의 위세가 이러할진대 집권한다면 유신이라고 새옷으로 갈아입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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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올바른 정책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시대적 요구는 국내외의 환경과 여건, 미래 비전까지 포괄한다. 한반도의 시대적 요구는 평화경제협력정책이다. 남측은 평화협력을 통한 경제도약이 필요하고, 북측은 경제협력을 통한 체제안정이 요구된다. 평화와 경제의 안정적인 선순환관계가 형성된다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리 머지 않을 것이다.


평화경제협력정책의 목표는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기본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1972년에 체결된 동서독 기본조약은 형식적으로는 국가관계의 조약으로 돼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내독관계의 협정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한 이중성격의 인정은 갈등방지라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져 있다. 동서독은 기본조약에 따라 1990년 통독 때까지 8차례의 정상회담과 경제·과학·기술·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 동서독 상주대표부 개설 등 대화·교류협력이 활발히 진행됐다. 남북간 기본협정은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와 10·4선언 등 기존의 합의서를 포괄·대체하는 조약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국민동의·국회비준·국제협력의 틀을 갖춰 국내외 정치변화에도 일관된 ‘통일대비의 장전’으로써 기능토록 해야 한다. 기본협정은 2013년 하반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시의적절하다. 평화협정은 2015년 제4차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한과 미국(3자), 중국(4자)이 참여하는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서의 축은 평화공존의 축이 돼야 한다. 동쪽으로부터의 한·미, 북·미, 북·일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한다면 정치·군사적으로 평화·신뢰의 축이 형성된다. 


 둘째, 한반도·동북아 물류시대의 개막이다. 한반도 권역별로 디자인해 ‘대북 맞춤형 협력정책’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를 산업·물류·환경·에너지 등 4개 벨트로 나누고, 개성 산업, 해주·남포 경제종합, 단천·청진 자원, 신의주·라진 물류 등 4개 협력 특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10년 ‘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600억달러 규모의 해외 투자유치로 8개의 특구개발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남북의 축은 경제공동체의 축이 돼야 한다. 주변국간 복합운송 물류망 구축의 핵심은 철의 실크로드·아시안 하이웨이 연결이다. 남북, 한·중, 북·중, 남북·러를 잇는 ‘신북방물류체계’의 구축은 동북아 경제공동체로의 확장을 예고한다. 


셋째, 지방정부·시민단체·국제사회가 협업하는 ‘풀뿌리 남북관계’ 구축이다. 개혁·개방을 통한 북한 발전의 동인은 위와 아래의 동시변화가 필요하다. 지자체·민간차원의 남북관계 발전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효율적인 분업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사회문화교류, 순수한 인도적 지원 등은 민간단체 및 지자체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정부차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남북 교육·언론·연구기관 간에 한반도평화·경제협력·통일문제에 대한 토론 및 공동연구를 하게 함으로써 남북 간 ‘간접대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경향신문DB)


평화는 감상주의적 ‘절대 평화주의’를 극복하고 북한 및 동북아 상황을 직시하는 현실적이고 창조적인 평화전략이 요구된다.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집착하는 방어적 외교·안보 전략도 탈피해야 한다. 남북한 각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민족주의’도 극복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선군정치를 계승하면서도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9월 APEC 개최연설을 통해 남북·러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극동시대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지원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도 대북관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차기정부는 위기와 기회의 상존 속에서 출범한다. 위기를 기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북평화경제협력정책이 현실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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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전 대법관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진영에 합류했다. 대법관에서 물러난 지 48일 만이다. 역대 대법관 중 퇴임하자마자 정당의 대선캠프로 간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은 안 전 대법관은 “선거운동을 하는 건 아니다. 직접적인 정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 위안해본다”고 말했다. 본인에겐 위안일지 몰라도 국민들에겐 어이없는 해명이다. 대선캠프 참여가 ‘직접적 정치’가 아니라면, 그가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법관은 법치와 정의 수호의 상징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의 최종 조정·심판자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이 이들의 손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법관 4인 교체기를 맞아 대법관의 자격과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대법관이 갖춰야 할 자격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다. 대법관의 정치적 성향과 그가 내린 판결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도 존재해선 안된다. 새누리당 의원이든, 민주통합당 의원이든 대법원의 확정 판결 앞에선 고개 숙여 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대희 대법관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안 전 대법관은 퇴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물러난 뒤에도) 공직자로 살아온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않는 법조 원로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다짐은 두 달도 안돼 식언(食言)이 되고 말았다.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며 얻은 ‘국민검사’라는 별칭도 함께 묻혔다. 안타까운 것은 안대희씨 개인의 추락이 아니다. 그의 처신이 사법부와 대법관직의 권위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다는 점이다. 향후 특정 대법관이 특정 정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퇴임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한 ‘투자’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2009년 대법원은 치욕적인 ‘신영철 파동’을 겪었다.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 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퇴 요구가 거셌지만 신 대법관은 지금도 건재하다. 안 전 대법관은 3년 만에 대법원의 치욕을 재현하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어떤 이유로도 해서는 안되는 선택을 했다.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에 큰 상처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다. 안 전 대법관은 후배들에게 뭐라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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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내 농구대회 결승전. “북산고에는 불안 요소 세 가지가 있다.” 라이벌 북산고에 비해 경기력도 뒤지고, 경기 흐름까지 빼앗긴 능남고 감독은 이 말을 내뱉으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서 문득 만화 <슬램덩크>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최근 가장 뜨거운 정가 뉴스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확정도, 민주당 경선도 아닌 ‘안철수 룸살롱’ 진위 논란이었다. 해당 뉴스는 포털의 검색어 조작논란을 거쳐, 경찰의 안철수 여자관계 사찰로 진화하고 있다. 여도 야도 안철수 교수의 최대 약점인 양 ‘안철수 룸살롱’ 이슈화에 골몰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100여일 앞둔 이때, 과연 야권 유력주자의 불안요소가 ‘룸살롱 출입’ 진실게임일까? 필자는 이보다 더 중요한 대권후보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불안요소 네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첫째, 안철수 교수는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와 방송사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안 교수의 국정운영 능력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답한 유권자가 절반에 못 미쳤다(45.5%). 진보성향의 유권자는 59.8%만이, 대선을 좌우할 이념적 중도층은 44.2%만이 안 교수의 국정운영능력에 긍정적이었다. 반면, 박근혜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 평가는 66.4%로 안 교수보다 훨씬 높았다. 심지어 중도적 유권자의 61%, 진보적 유권자의 절반 이상(50.9%)이 박 후보의 국정운영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경향신문DB)


‘안 교수가 대통령직을 감당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상당수 유권자의 머리에 남아있는 한, 현재의 안 교수 인기가 투표장으로 이어지기란 어렵다.


둘째, 안 교수의 대선 출마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최근 그가 펴낸 <안철수의 생각>이란 말그대로 ‘생각’ 모음 외엔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또한 그를 돕고 있는 주변 인물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YS식, MB식 깜짝 쇼를 벌일 것이 아니라면, 어떤 전문가가 돕고 있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려하는지 이 시점에는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안 교수의 출마 결심과 주변인물, 정책은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의구심을 더욱 키울 뿐이다.


셋째, 산으로 가는 민주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주당 경선 승자와 안 교수가 다시 경선을 하는 세간의 ‘단일화’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박근혜 대항마를 한명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전부다. 유권자 대다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안된다’ 이상의 답을 요구한다. ‘민주당+안철수’ 연합은 12월 대선을 넘어, 정권 창출 이후에도 잘 굴러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진정은 되었지만 겨우 순회 경선 두 곳을 치르고 ‘경선 보이콧’ 등 내분에 휩싸였던 민주당의 현실은 ‘과연 안철수란 외부인사가 민주당을 통제할 수나 있겠나’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서울시장 경선시 안철수 교수의 통 큰 양보와 지지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있게 했다. 소위 ‘안철수의 남자’로 불리는 박원순이 시장 당선 이후 어떠한 일을 해왔느냐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안 교수를 야권 후보 선두주자의 반열로 올려놓았다. 


박 시장은 청계천, 한강르네상스 등 전임 시장의 화려한 전시성 사업 대신 홍수 대비시설 확충, 뉴타운 출구전략 등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시정에 매진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행보와 시정에서는 민주당이 묻어나진 않는다. 대통령 직무의 가장 큰 부분이 적재적소에 적절한 인물을 가려 쓰는 ‘용인(用人)’에 있다면, 박 시장은 안 교수의 국정능력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가 될 것이다. 


유권자에게 박원순의 서울시는 미래의 안철수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안철수 교수의 희망가도도 그리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고민도 박원순 모델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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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파행 사태가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참을 주도한 김두관·손학규 두 후보가 문제 지역에 대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재검표 등 정상화 노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어제로 예정된 충북지역 TV 토론회는 후보들 간 합의로 취소했으나 경선은 다시 제 궤도로 들어섰다. 각 후보 진영의 곤두선 신경을 감안할 때 또 무슨 일이 생겨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파국 직전의 위기를 하루 만에 해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선 정상화를 위한 당 선관위의 발표문은 이번 사태의 전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선관위는 모바일 투표를 하다 중간에 끊은 ‘미투표’를 검표한 결과 통계적 오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투표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시킬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된 후보자 호명은 순서를 번갈아 하고, 중간에 그만둔 표도 유효표로 인정하기로 했다. 경선 파행의 충격을 감안한다면 ‘태산명동서일필’과 같은 허무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여기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진실이 들어 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 즉 ‘비문 후보들’이 지도부에 갖고 있는 불신이 폭발했다는 얘기다.


자리 앉는 민주당 수뇌부 (출처: 경향DB)


실제 지도부의 경선 관리는 수준 이하였다.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거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사후 대처 과정에서도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후보들의 문제 제기를 불신 해소가 아닌 ‘도전’으로 인식하는 바람에 사태를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이런 식이니 일부 후보들의 참관인이 빠진 상태에서 울산 경선을 강행할 생각을 한 것이다. 특정 후보를 띄우기 위한 흥행몰이로 비쳐질 만했다. ‘비문 후보들’도 이번 기회에 경선을 축제로 만들려는 노력 없이 승부에만 집착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승자의 여유나 조심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래도 문 후보가 양보의 자세를 보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경선은 단순히 본선에 나설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룰을 포함해 후보자들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데 묶어내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관리자는 물론이고 후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빛이 바래기 십상이다. 경선의 성패 요소로 공정한 룰과 결과에 대한 승복을 드는 이유다. 민주당은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당장 지도부는 상호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후보들은 후보들대로 ‘나의 승리’가 아닌 ‘우리의 승리’를 염두에 둘 일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을지, 수렁이 될지는 전적으로 민주당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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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11 총선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수수한 혐의로 친노무현 성향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전 대표 양경숙씨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양씨는 이모씨 등 3명에게 민주통합당 공천을 약속하고 수십억원의 투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 등으로부터 양씨가 민주당 핵심 실세의 이름을 거론하며 공천을 약속해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돈 공천 추문에 휘말리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직을 돈으로 사고파는 돈 공천은 전형적인 매관매직이자 최악의 정치범죄이다. 관련자는 소속 정당과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철저히 엄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단 누구에게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양씨 사건 수사는 어떠한가. 이 사건을 맡은 곳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의뢰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돈 공천 사건은 부산지검 공안부가 수사하고 있다. 돈이 오간 곳은 서울인데도 대검은 부산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여당 수사는 지방검찰청이 하고, 야당 수사는 특수수사의 총본산인 대검 중수부가 맡았으니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선거 관련 비리는 공안부의 고유한 수사영역 아닌가.


(출처: 경향DB)


중수부 관계자는 “제보가 직접 중수부로 들어왔고, 사안의 중대성과 양씨의 영향력도 고려했다”며 “새누리당 수사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첫째, 중수부로 제보가 들어왔다고 중수부에서 반드시 수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새누리당 사건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에서 기초조사를 해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난 반면, 양씨 사건은 정보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보’가 출발점이다. 둘째,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새누리당 쪽에선 돈을 건넨 현영희 의원이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지만, 양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3명은 공천받는 데 실패했다. 


검찰이 말하지 않은 ‘중수부가 야당 수사를 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선 지검에 사건을 내려보내면 한상대 검찰총장이 직보받기 어렵고, 향후 중수부 폐지론의 재연을 막으려면 ‘미래권력’에 충성심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런 관측이 지나치다 싶으면 여야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바란다. 새누리당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에서는 공공연히 “현기환 전 의원을 추가 소환할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러진 잣대로는 정의를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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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출발 이틀 만에 중대 위기에 봉착했다. 어제 정세균·김두관·손학규 등 ‘비문재인(비문)’ 진영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의 허점을 이유로 울산 경선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합동연설회를 생략한 채 현장투표를 강행했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파행을 빚었다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사하는 민주당후보들(출처: 경향DB)


논란의 초점은 모바일 투표 시 후보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뒤 끊으면 ‘미투표’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기호 1~3번인 정·김·손 후보는 지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누른 뒤 바로 끊어 무효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순번인 4번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지난 주말 치러진 제주·울산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문 후보 3인은 모바일 투표 시스템 전면 수정과 당 선관위 재구성 등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민주당 지도부에 있다고 본다. 모바일 투표를 처음 실시한 것도 아니고, 그 약점이 처음 드러난 것도 아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경선에서 선거인단 불법모집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 때문에 대선 후보 경선이 파행을 빚고 있으니 지도부의 안이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경선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연말 대선을 바라보는 근본적 인식의 문제이다. 말로는 2002년 ‘노풍’의 재현을 꿈꾼다면서도, 경선의 형식과 내용을 다듬고 채우는 데 무관심했던 결과가 작금의 사태로 나타난 것 아닌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한 정당의 후보 선출 절차를 넘어, 변화를 바라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과정이다. 지도부와 각 후보가 머리를 맞대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조속히 복원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두주자인 문 후보 측이 “네 후보가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 당이 다른 후보들의 근심을 덜어줄 방법을 제시하면 무엇이든 찬성”이라고 밝힌 데 주목한다. 실제 경선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경우 누가 승리자가 된다 해도 본선 경쟁력을 기약할 수 없다. 문 후보는 유연하고 대승적인 자세로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다른 후보 3인도 공정한 경선을 요구할 수는 있으되, 판을 깨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미래 비전과 리더십을 둘러싼 경쟁, 정정당당하고 역동적인 경선을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배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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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와 일파만파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뉴시스가 ‘사정당국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초 안 원장의 여자관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추정되는 룸살롱 주변에 대해 사실상의 내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 룸살롱은 최근 불거진 이른바 ‘안철수 룸살롱’ 논란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이라고 한다.


참으로 믿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이다. 범죄의 정황이 없는 한 개인의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것은 범죄집단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시 안 원장은 KAIST 교수로서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 출연으로 사회적 인지도는 높았지만 정치나 공직의 주요 인사는 아니었다. 더욱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크게 이슈화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보도 내용처럼 무리수를 동원해 안 원장을 뒷조사했다면 불법성 차원을 넘어 공권력의 정당성마저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출처: 경향DB)


경찰은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력 부인하면서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경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지만 의혹이 쉬 가라앉지 않고 논란과 파문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최근 보수진영에서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에 나선 가운데 신동아 보도로 불거진 ‘안철수 룸살롱’ 논란과도 맥이 닿는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 원장 측은 “특정 정당의 정치인이 이 문제(여자관계)를 집중 거론하고 인터넷에도 조직적으로 유포되어 사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루머를 알고 있었다”며 “안 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어디서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가 나왔느냐고 반문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마당에 또다시 안 원장 뒷조사 논란이 불거진 것은 해괴망측한 일이다. 그것도 후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음해성 공세가 난무하기 일쑤인 대선 국면에서 말이다. 결코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다.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오늘 국회 차원에서 진실 규명 작업에 착수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안 원장에 대한 내사가 있었는지, 사실이라면 윗선이나 배후가 어디인지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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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