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758건

  1. 2013.03.07 [사설]ILO 긴급개입까지 부른 전교조 설립 취소 위협
  2. 2013.03.06 [사설]한반도 위기,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
  3. 2013.03.06 [사설]민주당, 대선 패인 제대로 새겨 거듭나야
  4. 2013.03.06 [기자 칼럼]꽃피는 봄이 오면 (2)
  5. 2013.03.05 [사설]민주당, ‘안철수 신당’과 경쟁 준비하는 게 옳다
  6. 2013.03.05 [사설]MB 의혹 철저한 수사로 역사의 교훈 남겨야
  7. 2013.03.04 [경향마당]방산업체 근무 예비역, 무조건 ‘비리 낙인’ 안돼
  8. 2013.03.04 [경향마당]김병관, 군 지휘체계 무너뜨리지 말고 사퇴를
  9. 2013.03.04 [사설]김종훈씨의 돌연한 사퇴를 지켜보며
  10. 2013.03.04 [사설]정치재개 선언한 안철수씨의 과제
  11. 2013.03.04 [사설]국회·야당 무시로 일관한 박 대통령의 담화
  12. 2013.03.03 [사설]박 대통령, 정치력으로 조직개편 문제 풀어야
  13. 2013.03.03 박근혜와 링컨
  14. 2013.03.03 [사설]외교안보 ‘선군(先軍) 인사’ 기대보다 우려 크다
  15. 2013.03.01 [마감 후]국방장관의 최소 덕목
  16. 2013.03.01 [기고]새 정부에 바라는 주거복지
  17. 2013.03.01 [사설]구시대적인 물가정책으로는 물가 못 잡는다
  18. 2013.03.01 [사설]‘5·16 쿠데타’ 사실도 외면하는 장관 후보자들
  19. 2013.02.28 [사설]새 정부의 파행, ‘정치 실종’이 더 걱정이다
  20. 2013.02.28 [사설]외교안보팀, 시간 걸려도 졸속 인선 안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시도에 긴급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제 전교조는 “지난 5일 ILO가 한국 정부에 전교조의 설립 취소 위협 중단과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불인정하는 현행 법령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정하라는 요구를 서면 통보했다”고 밝혔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6일 오전 서한이 정부에 전달됐다”며 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심각하고 급박한 노동탄압 사안에 대해 ILO가 취하는 긴급개입의 대상이 된 것은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LO가 지적한 노동조합 관련 법령의 독소조항은 두 가지다. 해직된 노동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조 4항과 해직된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직책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같은 법 23조 1항이다. 이는 해고자·실업자·구직자 등 사용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국제기준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ILO는 이 조항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지난해 3월에는 결사의 자유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직접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2009년 정부가 공무원 14만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이런 ILO의 권고를 계속 무시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긴급 개입 사태를 불러 ‘노동후진국’이라는 오명과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됐다.

(경향신문DB)

전교조 교사의 주된 해직 사유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 사학비리 비판, 진보적 정당에 소액 후원금 제공 등과 같은 것들이다. 전교조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이 대부분이다. 사법부의 판단도 이들의 해직이 부당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시국선언 관련 16명을 비롯해 일제고사 거부 관련 14명, 소액 정치 후원 관련 9명 등 해임 징계를 받은 교사 전원에게 해임 취소 결정이 내려져 상당수는 복직한 상태다. 행정관청이 노조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도 문제가 많다. 모법에도 없는 조항이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0년 이 부분과 조합원 자격 관련 조항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정부의 노동 무시 정책이 가져온 부끄러운 결과 가운데 하나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노동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해직 교사의 조합원 배제와 노조 자격 박탈은 노동자의 가장 우선적인 권리인 단결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처사임을 알아야 한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동관계나 노동3권 보장에 대해서 국제기준에 한 단계 한 단계 더 근접해가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동의한다”고 밝힌 만큼 새 정부는 ‘노동선진화’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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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엊그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양국군의 키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이 본격화되는 오는 11일을 기점으로 정전협정을 완전히 백지화할 것이라고 공개 천명했다. 북한이 한·미 합훈에 강한 반발감을 내보이고, 정전위 무력화를 시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의 핵무장 국가라는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는 만큼 종전보다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직접 조선중앙TV에 나와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의가 담겨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전협정은 일방이 백지화한다고 효력을 잃지는 않는다. 협정문 62조에 따라 평화협정에 의해 교체될 때까지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북한이 공언한 대로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도발을 계속해온다면 정전체제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한·미 합훈과 북한군의 동계훈련으로 모의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군은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 이후 한국군에는 북한군이 도발해올 경우 단위부대 차원에서 즉각 공격하라는 지침이 하달돼 있다. 북한이 물리적 타격을 가해온다면 자동적으로 교전상황에 돌입하는 구조다. 핵무장국과 비핵무장국 간의 비대칭 대치 상황에서는 국지도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 인민군의 전투훈련 .연합뉴스


한반도가 이처럼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에도 한국과 미국 지도부는 각각 국내정치적 사안에 매몰돼 있다. 북핵 위기는 한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슈이다. 미국에 모두 전가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없이는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다행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고 있다.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한편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 ‘담대한 거래’의 계기를 만드는 노력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 오바마의 전화”라는 방북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의 전언은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사실상 방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유엔 안보리가 금명간 대북 제재안을 채택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양국 모두 안보리 차원의 공식적인 움직임과 별개로 비공식적인 대북 접촉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팽팽한 대치 국면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는 긴요하다. 한·미 양국 지도부가 한시라도 빨리 문제해결 자세로 전환하길 바란다. 수화기를 늦게 들수록 위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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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어제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 소속 국회의원·당직자·광역의원 등 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해 졌다’는 데 90.4%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파정치 폐해에 눈 감고 야권후보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는 지도부의 판단’을 패인으로 꼽은 이도 86.7%였다.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83.8%), 경제민주화·복지의제를 생활현장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가꾸지 못했다(83.4%)는 지적도 많았다.


이번 조사는 당내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지지자나 일반 국민 여론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오만하고, 나태하고, 안일했다. 그 결과는 후보, 정책, 전략, 캠페인의 총체적 실패로 귀결됐다. 조사에서도 나타났듯 문재인 후보가 얻은 1469만2632표 중에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는 표와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호소에 따른 표’가 많았다. 민주당, 특히 대선 때 당을 이끌었던 세력은 이 같은 사실을 겸허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의 지적처럼 패배에 책임지고 석고대죄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한 위원장은 “책임 있는 분들이 ‘내 탓이오’하고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상처가 치유되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하게 된다. 엄청난 과오와 실수와 단견이 있었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심각한 아노미 상태”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무현세력 등 당 주류의 맹성을 촉구한 것으로 본다.

(경향신문DB)


대선 이후 민주당의 행태는 실망스러웠다. 뼈를 깎는 자성을 해도 부족할 판에 주류와 비주류가 패배의 책임을 서로 미루며 내홍을 빚었기 때문이다. 양쪽은 전당대회 개최 시기, 차기 대표 임기, 모바일투표 채택 여부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지지자들의 분노는 그 사이 커져만 갔다. 오죽하면 “대선이 끝나도 계속 지고 있다” “대선 이후가 더 한심하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정권인수기간부터 독선·불통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견제기능을 상실한 민주당의 지리멸렬 탓이 크다고 본다. 미움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이 미움마저 거둬가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어떠한 정당을 지향할 것인가, 그 답도 이번 조사에 나와 있다. 96.3%의 압도적 다수가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이 될 것을 명했다. 이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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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혁 사회부 기자



 

검찰은 항상 ‘살아있는 권력’은 손대지 못하고 ‘죽은 권력’의 비리만 건드리나. 이 질문에 검사들이 늘 하는 답이 있다. “비리는 발생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포착된다. 비리의 피해자나 가담자도 정권이 바뀌어야 입을 연다”는 것이다. 죽은 권력을 수사하는 건 세상사의 법칙에 따른 것이지 작위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열흘도 되지 않아 두 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다. 두 사건은 MB 정권의 대표적인 스캔들이다. 현직 대통령 앞에서 검찰의 칼끝이 무참하게 무뎌진 점도 같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래봤자 검찰이…’라며 시큰둥해하는 반응도 있다.


두 건의 고소·고발이 어떻게 결론날지 지금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머지않아 닥쳐올 거대한 폭풍의 전조임은 분명해 보인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제기된 의혹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은 무엇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간혹 실세들이 처벌받는 경우에도 범행 시점은 거의 이 전 대통령 취임 전이었다.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을 엄호해줄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검찰만 봐도 그렇다. 이 전 대통령이 내려꽂은 한상대 검찰총장은 후배 검사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권재진 법무장관도 이번주에 물러난다. 지난 정권에서 비정상적으로 ‘잘나간’ 검사들은 이번 인사에서 ‘조정’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에게 빚진 게 없는 사람들이 법무·검찰의 핵심을 틀어쥐는 것이다.

(경향신문DB)


설혹 이 전 대통령에게 은덕을 입은 검사가 용케 요직에 앉는다고 해도 방패 역할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서는 게 검찰이다. 그만큼 권력의 풍향에 민감하다. 게다가 한국 검찰의 제1원칙은 조직 보위다. 지난해 말 검란 때 한상대 총장을 몰아낸 건 다름 아닌 한 총장이 중용한 검사들이었다. 


그나마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환경을 들라면 두 가지다. 하나는 산 권력이 죽은 권력을 물어뜯는 행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다. MB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표적수사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이런 여론을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검찰의 수사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 역시 MB 정권이 검찰을 멋대로 주무르며 코드수사를 남발함으로써 증폭됐다. 역설적이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부적절한 통치행위가 불러온 사회적 반성의 직접적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오는 4월 초쯤 후속 인사가 마무리되면 오랜 동면기를 보낸 검찰도 천천히 기지개를 켤 것이다. 누군가에게 ‘잔인한 봄’으로 기억될지 모를 봄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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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4·24 재·보선 출마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안 전 교수 측이 밝힌 대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존중해야 한다부터 부산 영도 출마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의견 대립이 팽팽하다. 야권후보 단일화 차원에서 안 전 교수를 지원해야 한다는가 하면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의 정치 참여를 계기로 다시 화두로 떠오른 새 정치 등 본질 문제에 대한 논의는 오간 데 없다. 존재감도, 자생력도 결여된 제1야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경향신문DB)


논란의 기저에는 계파 간 아전인수가 자리하고 있다. 대별하자면 안 전 교수의 여의도 입성을 놓고 현 민주당 세력에 ‘알파’를 더하는 것쯤으로 여기는 친노·주류와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길 기대하는 비주류의 동상이몽이 빚어낸 불협화음이다. 한 친노 인사가 “안 전 교수는 분열의 정치가 아니라 야권통합에 기여하는 역할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힌 개인 성명서가 하나의 방증이다. 안 전 교수의 민주당 입당론을 두고도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 얼개는 다르지 않다. 안 전 교수가 정치에 참여하는 건 선택이지만 야권의 중심축은 내줄 수 없다는 실토나 다름없다. 당 대선평가위가 소속 의원 등 내부인사 592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85%가 ‘잘하면 이길 수도 있었던 대선을 졌다’고 답하고, 62%가 ‘안철수 신당’의 필요성을 인정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과 안 전 교수는 ‘비(非)여권’, 광의의 야권이라는 분모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정책적 차이는 논외로 하더라도 대선 때의 아름답지 못한 후보 단일화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철학적 공유가 없는 정치공학으로서의 야권 단일화가 얼마나 허약한지 지난 총선과 대선은 증언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그 자체로서 전가의 보도인 시절은 끝났다. 다시 단일화를 모색한다 해도 진화하지 않는 한 생명력을 얻기 힘들다. 민주당이 이런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제1야당이라는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다. 하물며 여전히 안 전 교수를 공동운명체처럼 여기는 듯한 자세는 안 전 교수의 대선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만큼 허망하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새로운 대안과 비전을 놓고 경쟁을 준비하는 게 옳다. 안 전 교수의 신당 창당을 전제할 때 30%대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는 신당과 달리 10%대 초반으로 추락하는 민주당 지지율은 뭘 말하는가. 민주당이 안 전 교수 흠집내기로 일관한다면 공멸을 자초하는 길이다. 재점화 조짐을 보이는 ‘안철수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참여가 민주당에는 분명 위기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건 민주당의 몫이다. 민심은 민주당이라는 특정 세력이 아닌 건전한 야권의 부활을 갈망하고 있다. 민주당은 누구 때문에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부터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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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가 면제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9일 만에 고소·고발을 당했다. 참여연대는 어제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도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이와 별도로 YTN 노동조합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국회도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한 총인처리시설 입찰’ 및 ‘한식세계화 사업’과 관련한 감사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들 사안도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 일가는 재임기간 내내 갖가지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특히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BBK 가짜편지 사건은 이른바 ‘3대 의혹’으로 불리며 공분을 자아냈다. 내곡동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국민의 혈세로 부동산투기와 편법증여를 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사건이다. 불법사찰은 정권이 공권력을 이용해 시민을 감시·미행함으로써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대 범죄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과 동향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 대학 동문인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MB검찰’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수사로 면죄부를 줬다. 내곡동 사건은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재수사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못했고, 불법사찰 역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됐지만 조사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실질적 조사활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DB)


전직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자마자 형사소송의 대상이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리는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본다. 오만한 권력의 위법행위는 정권이 끝난 후에라도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두 사건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이 짙지 않은가. 법원은 내곡동 사건으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며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직권조사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불법사찰 개입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검찰은 참여연대와 YTN 노조가 고소·고발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적당히 쥐고 있다가 유야무야할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일가도 더 이상 법의 심판을 회피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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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후 |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할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일정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청문회 개최를 반대하는 이유가 국방장관 후보자의 과거 방산관련업체 근무와 관련한 부정적 인식에 기인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인식이 군사적 전문지식을 가진 예비역 장교들의 정상적인 취업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어 전력증강 사업과 방위산업의 발전마저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비역 장교들의 방산업체 취업 문제와 국방장관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예비역 장교들의 방산업체 취업을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무기체계 개발은 그 무기를 사용하는 군의 운영개념과 과학기술의 융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더라도 사용자가 운용할 수 없는 무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무기체계 개발에 예비역 전문가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이스라엘 등 군수산업 선진국에서도 많은 예비역 장교들이 방위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방위산업체에 현역장교들이 파견되어 감독하고 있다.


과거에 방위산업과 관련된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서는 우리의 국방 분야 반부패지수가 82개국 중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방위산업을 불법로비의 온상으로 생각하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실과 군에만 있는 계급정년제도로 인해 군인들이 조기에 퇴직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군사적 전문성을 갖춘 은퇴자들이 방산분야에 근무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독일 MTU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일에 관여했다고 한다. MTU는 기동장비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의 결합품) 등을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이다. 특히 고출력 디젤 파워팩의 생산업체는 세계에서 이 회사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이 장비를 수입하여 전차와 자주포 등에 사용하고 있다. 독일 국내법에는 공격용 무기와 이와 관련된 물자의 수출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실제로 K-9 자주포를 수출하려는데 독일이 엔진의 제공을 거부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은 경험이 있다. 주요 부품을 수입에만 의존하면 장비의 해외수출도 어렵고 이미 전력화된 우리의 장비에 대한 후속군수지원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MTU사와 파워팩의 국내 생산 및 정비를 위한 합작회사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합작회사 설립은 성사되지는 못하였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역량 있는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기체계 기종 결정과정을 보면 소요제기는 합참, 제안서 평가는 방위사업청, 시험평가는 소요하는 군에서 주관해 실시하고 그 결과를 사업관리추진위원회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하여 결정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견제관계에 있는 각각의 독립된 기관들이 진행하므로 외부의 압력이나 로비에 의하여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가의 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조속히 열어서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인가를 검증해야 한다. 또한 예비역 장교들의 방위산업체 근무를 무조건 비리와 연관된 것처럼 국민을 오도해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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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편법 증여, 위장전입, 공금 유용,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부적절한 처신과 비리 등 다양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장관은 대통령과 군대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그런데 김병관 후보자는 그러한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부적격 문제로 인한 리더십 부재가 이들의 통로를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 홀로 국방장관은 문민통제의 훼손과 전력누수로 직결된다. 김병관 후보자에게 스스로 사퇴해 국가와 안보에 기여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통해 군정권과 군령권을 집행한다. 군령은 대통령이 국방장관 → 합참의장 → 육군 1·2·3 작전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통해 하달한다. 군정은 대통령이 국방장관 → 육·해·공군 참모총장에게 하달한다. 여기서 군정은 인사·예산 등 군사력을 유지·관리하는 양병 기능을 의미하며, 군령은 작전·정보 등 군사력의 사용을 위한 작전지휘권을 가리킨다.

(경향신문DB)


비정상적 국방장관은, 먼저 합참의장 중심의 군대가 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등 문민통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방장관이 군대의 존경과 신뢰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의 군령과 군정이 그대로 하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의 군통수권이 무력화되고, 합참의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통령이 군통수권과 인사권으로 합참의장을 통제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군사작전에 대한 대통령의 전문성 부재로, 국방장관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지휘체계 혼란 때문에 작전능력이 저하된다. 국방장관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합참의장마저 각 작전사령부에 행사하는 작전지휘권과 각 군 참모총장에게 행사하는 작전지휘 협의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게 되면, 참모총장들이 자신의 권한을 적극 행사함으로써 군 지휘체계가 흔들리게 된다. 참모총장이 진급·보직과 관련된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들은 합참에 어정쩡하게 한 발을 담그고 각 군 참모본부에 다른 한 발을 깊숙이 담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은 군인 1인에게 전군에 대한 군령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군대 통수권은 대통령이 첫 번째(first in command)이고 국방장관이 두 번째(second in command)가 된다. 그런데 국방장관이 군대를 지휘해 대통령의 군대 통수권을 보좌하지 못한다면, 합참의장 1인이 군사작전 분야의 최고책임자가 되는 기묘한 시스템으로 변질된다. 최악의 경우 합참의장의 전횡과 월권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안전장치의 붕괴가 초래될 수도 있다.


국방장관이 대통령과 군대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합참의장 중심의 군대가 될 수 있으며, 지휘체계의 혼란으로 전력이 약화될 수 있고, 군대에 대한 문민통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시스템상 통제구조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군대가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신뢰와 존경이 더욱 더 중요하다. 한국군의 규모가 크고, 군대의 문민화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단 상대국인 북한, 잠재적 적국인 중국과 러시아, 영토 야욕을 굽히지 않는 일본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족의 다양한 비리 의혹으로 김병관 후보자는 더 이상 국방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군대 지휘구조와 전력에 누를 끼치지 않는 바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조국과 군대에 대한 진정한 보답은 바로 이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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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는 것을 지켜보며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지난달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으로서 남은 일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그였다. 그런 그가 어제 “미국에서 일궈온 모든 것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면서 사퇴를 발표한 것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결코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그가 이뤄낸 성공신화는 남다른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미래부 수장에 내정한 것은 장관 인선의 백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국내는 물론 700만 재외동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퇴의 변에 담긴 지극히 제한된 인식은 의아함을 넘어 황당함마저 느끼게 한다.


국회서 사퇴 회견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운데)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자직을 사퇴한다는 뜻을 밝힌 뒤 취재진을 피해 떠나고 있다. _ 뉴시스


김씨는 사퇴 이유를 철저하게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1주일이 지나고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도 했다. 김씨는 그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과정이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절차라는 점을 간과했다. 왜 방송의 독립성이 막판 쟁점이었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안한 영수회담이 깨진 것을 100% 야당의 잘못으로만 돌리는 것은 편협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막바지에 돌입한 여야 간 협상결과를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사퇴가 시급한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김씨가 성장한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의회 청문회를 거쳐 행정부 진용을 갖추는 데 꼬박 5~6개월이 걸린다. 미국이야말로 정치권의 난맥 탓에 사상 처음으로 예산자동삭감 사태를 맞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야당과 언론이 닥치고 동의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김씨의 국가관이 그가 한국을 떠난 1970년대에 고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김씨로서는 언론 검증과정에서 국가적 정체성 논란을 비롯해 억울한 오해를 받은 일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를 푸는 과정은 한국인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재외동포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조국에 봉사하려는 재외동포 인재들은 이민국가에서 그랬듯이 국가가 자신을 위해 바뀌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 조국의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 자세를 갖춰야 한다. 김씨의 돌연한 사퇴가 재외동포들의 순수한 애국심에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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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활동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이 출렁이고 있다. 안씨는 그제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통해 오는 10일쯤 귀국해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하차하고 미국으로 떠난 지 80여일 만에 국내 정치에 복귀하는 그의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복잡한 셈법과 함께 기대와 반감이 엇갈리고 있다.


이미 ‘지나온 다리’를 불사르고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한 그가 정치권으로 돌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억측과 구설이 분분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밖에 안된 시점에 하필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을 발판으로 삼는 게 정치적으로 정도를 걷는 것이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의 출마 자체를 놓고 정치권이 가타부타 따질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출발이 지지부진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마저 계파정치가 재연되는 한심한 정치상황이 ‘안철수 현상’으로 상징되는 그의 조기 등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노원병 보선을 교두보로 삼은 것 또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의 좁은 진입 장벽을 돌파하기 위한 그 나름의 계산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경향신문DB)


정치세력의 중요한 한 축으로 거론되는 그의 정계 복귀는 정치적 허수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최근 개혁 의지 퇴색, 심지어 구태 회귀 양상을 보이는 정치권을 자극하고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재등장에 정치권이 긴장하고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그만큼 새로운 정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반영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그가 어떤 구상과 전략을 갖고 돌아오느냐에 있다. 이번 결정이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던 과거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시각도 있지만 ‘안철수 정치’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 있다. 새 정부 및 새누리당, 민주당, 진보세력 등과의 관계 설정부터 정치적 지향과 정책의 구체화, 정치세력화 방식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선택지가 곳곳에 널려 있다. 당면한 지역구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도 관건이다. 이런 현실정치의 가시밭길을 ‘안철수 방식’의 새로운 정치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든 그가 여느 정치인처럼 부침을 거듭하며 현실에 안주하게 될지, 현실정치를 변화시키는 창조적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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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방송진흥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에 대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는 취지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방송장악 의도라는 야당의 비판에는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어투는 평상시보다 톤이 높았고, ‘좌절’ ‘전혀’ ‘불가능’과 같은 극단적 어법도 동원했다. 절제와 냉정이 몸에 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배석한 청와대 참모진의 얼굴이 굳어질 정도였다. 취임 8일 만에 나온 첫 담화의 이모저모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한마디로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은 결코 양보할 수 없으니 야당이 물러서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다는, 사실상 최후 통첩이나 다름없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이 직접 할 소리도, 취할 자세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실제 ‘야당이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투의 일방통행식 담화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 입지도 좁혀 놨다. 그렇게 주장할 요량이라면 더더욱 야당을 향해 대화의 문을 열고 설득하는 자세와 노력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본다. ‘개문발차’한 정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답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으름장으로 국정을 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우가 두루미를 만찬에 초청해 놓고 접시에 담긴 수프를 먹으라고 하는 꼴”이라고 동물 우화를 들어 힐난한 심경이 헤아려진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의심하는 방송장악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경제를 살리는 길에 비유했지만 반론은 엄존한다. 이명박 정부가 씨를 뿌린 방송장악은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아직 해결의 기미조차 없다. 그런 주장을 펴려면 방송사태 해결 모색에 나섰거나 그럴 의지라도 보여줘야 하는 게 마땅하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충분하고,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작금의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이다. 박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지금 같은 경색국면을 초래한 데는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이날 담화는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개편안뿐만 아니라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실증적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낳는다. 첫 과제부터 담화에 의존한 것도 문제지만 대화·설득, 타협·절충이라는 정치의 본령을 이탈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가 가진 소신과 확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를 설득하고 실현하는 방식이다. 그것이 곧 정치다. 자신의 생각에 어긋난다고 외면하는 건 정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박 대통령 역시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이고 당선인이 된 후에도 국회 존중을 얘기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맨얼굴은 ‘국회의원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 사이의 간극을 절감케 한다. 국회와 야당 무시가 ‘대통령 박근혜’의 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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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무산됐다. 청와대 측은 불참을 통보한 민주통합당에 책임을 돌린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가 진정성 없는 여론전만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경위야 어찌 됐든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이 불발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박 대통령은 오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된 국정 차질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밝힐 것이라고 한다.


여야 협상의 마지막 쟁점은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는 인터넷TV, 종합유선방송 등의 인허가권을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위해 인허가권을 미래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방송장악이 가능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극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협상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 정부 출범 후 1주일이 되도록 국무회의 한번 열리지 못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여야 모두 정치력으로 교착상황을 타개해야 마땅하지만 궁극적 책임은 여권에 있다. 청와대 측은 지난 주말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회동 초청 전화를 걸자마자 언론에 알렸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가 가부를 답하지 않았는데도 회동을 기정사실화했다는 것이다. 어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 접촉을 1시간 앞두고 기습 회견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으로선 청와대의 행태를 명분쌓기용 선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DB)


청와대 회동이 무산되기 전 민주당은 미래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주말에 전격적으로 국가정보원장과 금융위원장 인사를 발표할 만큼 안보·경제상황이 심각하다면 여권에서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거부했다. “핵심 부처를 떼어놓고 다른 부분만 먼저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것이지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단칼에 자른 까닭은 미래부가 핵심 부처이기 때문인가, 대통령의 ‘관심 부처’이기 때문인가.


새 정부의 조기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화라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정상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박 대통령 자신도 “민주주의에서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2012년 12월13일 대선 유세)고 하지 않았던가. 민주주의가 때로 비효율적으로 여겨지는 까닭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데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미래부 문제는 정치적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는데, 여야 협상을 ‘정치적 거래’로 보는 협소한 인식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오늘날 정치를 외면한 통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을 압박할 게 아니라, 정치력을 발휘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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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박근혜와 링컨. 언뜻 보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링컨처럼 역사에 남는 위대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링컨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노예를 해방시킨 진보적인 정치인이었다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딸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적 정치인이라는 등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떠오른 것이 엉뚱하게도 링컨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바로 그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에서 링컨 대통령 역을 열연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대통령 취임 (경향신문DB)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바라보면서 왜 하필 링컨 대통령이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연설에서 링컨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라고 정의한 바 있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에 의한 정치’다. 물론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한 정치’, 즉 위민(爲民)주의와 위민정치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정치 자체가 민주주의는 아니다. 예를 들어, 한민족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은 백성을 위한 위민정치를 활짝 꽃피운 위대한 위민정치인인지 모르지만 민주정치인은 결코 아니었다. 즉 그는 왕으로서 저 높은 곳에서 불쌍한 국민들을 내려다보며 이들을 위해 밤잠을 설치며 위대한 위민정치를 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정치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가난한 국민들을 기아에서 해방시켜주고 잘살게 만들어주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실현시킨 위민주의 대통령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위해 독재는 불가피하고 민주주의는 장애이자 사치라고 생각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을 무려 58번이나 언급했고 국민의 행복과 관련해 ‘행복’을 20회나 언급했다. 이 같은 면을 주목하면 박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민을 생각하는 민주적 대통령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취임사에서 정작 민주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치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박 대통령이 언급한 국민이 ‘국민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치’라는 위민주의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다시 말해,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의 삶의 수준을 높여주면 되는 것이지 그 과정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결과지상주의, 결과로서의 국민행복주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취임사만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언론이 지적했지만 주요 공직자들의 인선도 민주적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결과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럼에도 본격적인 정부 출범에 있어서도 인수위 시절 불통 인사라며 많은 비판 대상이 된 사람을 다시 중용하는 ‘오기 인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은 민주주의란 단순히 선거와 같은 집권과정의 민주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주의란 투표를 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정치학 용어에 위임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즉 선거과정은 민주적이지만 선거만 끝나면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위임되고 집중되는 비민주적 체제를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내가 민주적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니 5년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이 아무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을 개선시킨다 하더라도 그것이 위민정치일 수는 있지만 민주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21세기의 정부는 단순한 위민정치로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란 단순히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 의한 정부이기도 하다는 링컨의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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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의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일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내정함으로써 새 정부 외교안보팀 후보자 및 내정자 6명 가운데 육사 출신 3인방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을 맡게 된다.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 내정자를 포함하면 육사 출신은 4명으로 늘어난다. 국방부 장관과 국정원장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주로 군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다. 이 중 국방부 장관은 여전히 군 출신에게 맡기는 후진적인 인사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씨를 끝으로 12년 동안 ‘문민 원장 시대’를 열었다. 임씨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통일부 장관 등을 지낸 뒤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안보 전문가라기보다는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했기에 지난 두 차례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후보의 국방안보 특보를 지낸 남 내정자와 비교된다. 

육군참모총장 이.취임식 (경향신문DB)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및 3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높아진 만큼 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선군(先軍) 인사’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부처 장·차관 자리에도 특정 지역 또는 학교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관행이다. 끼리끼리 의식이 암암리에 정책 결정 및 위기관리 과정에서 투영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 내정자는 육사 25기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27기),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28기)의 선배이자 나란히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평생 상명하복을 몸에 익힌 이들 사이에서 치열한 자유토론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관료 출신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학자 출신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의견이 먹혀들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작금에 한반도가 직면한 안보위기는 단순히 국방전문가의 손에만 맡길 성격이 아니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처한 안보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 관리 및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담대한 실천의지가 결합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군 출신 고위당국자들이 외교안보팀을 주도하면서 대북·대외 정책까지 국방의 종속변수로 전락시킨다면 안보위기는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육사 사랑이 자칫 문민 우위의 외교안보정책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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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사회부 차장


 

군대는 바뀌었을까. 바뀌었을 것이다. 안 바뀌었을 리가 없다.


1990년의 어느 날이다. 군에 입대한 지 반년이 조금 지난 때였던 것 같다. 한 선임이 내무반에서 불평을 터뜨렸다. 항상 밝은 표정에 농담도 잘하는 내무반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하지만 이날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왜 나한테 도둑질을 시키는 거야. 도둑질 배우러 군대 온 줄 아나.”


세상 물정 모르던 나는 그때서야 진실을 알았다. 왜 한낮을 놔두고 굳이 한밤에 일어나 일을 해야 했는지를.


내가 있던 부대에서는 그 해 막사 바로 옆에 장교들의 숙소를 짓는 공사를 했다. 공사는 민간업체가 맡았다. 그런데, 며칠에 한 번씩 선임하사는 한밤에 우리를 깨웠다. 그리고 공사장으로 데려가 시멘트와 목재 등을 부대 안 창고로 나르도록 했다. 그 자재들로 우리는 높으신 분의 관사와 주변을 수리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상관들이 불법적인 일을 지시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시멘트와 목재를 옮기는 것은 주인과 얘기가 돼 있고, 굳이 밤에 옮기는 이유는 다른 특별한 사정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도둑질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몇 달 뒤 일요일이었다. 선임하사는 우리를 부대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유명한 산으로 데리고 갔다. 놀러 간 것은 아니었다. 이 산에는 주목(朱木)이라는 나무가 많았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나무로, 탁자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일부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정부에서 특별히 보호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산에 올라가 보니 이 주목 한 그루가 잘려 있었다. 우리는 무겁기로 이름난 이 나무를 메고 좁은 산길을 내려와야 했다. 높으신 분에게 보낼 것이라고 들었다. 다음주 근무를 위해 쉬어야 할 일요일, 우리는 높으신 분을 위해 정부가 보호하는 나무를 훔쳐왔던 것이다.


이듬해 중대 서무병을 할 때다. 중대장이 어느 날 “부대운영비 남은 게 있냐”고 물었다. 윗분이 행사를 하는데, 좀 빌려 쓰겠다고 했다. 직속상관이자 그 돈의 관리를 맡은 사람의 말인데 서무병이 따르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중대장은 그 돈을 갚지 못했다. 다음에도 몇 번 더 가져가기만 했을 뿐이다. 부대비품을 사고, 중대원의 경조사와 휴가비 등에 쓰여야 할 돈은 그렇게 윗분이 행사를 하는 데 쓰였다. 전방에서 경계근무와 훈련만 하다가 윗분을 처음 모시게 된 중대장은 돈을 달라고 할 때마다 나에게 미안해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유쾌하지 않은 이런 기억들을 한동안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동안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고, 내가 경험한 일들은 모두 과거의 일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경향신문DB)


그렇게 잊어가던 기억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 처음에는 반가웠다. 내가 근무했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사단장을 지냈다고 돼 있어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나오는 얘기들은 반갑지 않았다. 그는 공사와 관련해 비리가 확인된 부대원들에게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대위문금을 개인 명의 통장으로 관리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전역 후에는 무기중개상을 위해 일했다고도 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금도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국방장관 후보자다. 스스로 물러나지도, 대통령이 지명을 취소하지도 않았다. 


그가 실제 국방장관이 되면 군인들은 무엇을 배울까. 비리 봐주기와 투기? 이러다가는 아들이 없는 게 다행이라는 얘기를 할 판이다. 군에 보냈다가 “배운 게 도둑질밖에 없다”는 말을 듣지는 않을 테니까. 과거의 나쁜 기억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싶다. 국방장관은 최소한 군의 이미지에 먹칠은 하지 않는 사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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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



국민들은 새 정부에 경제민주화부터 한반도 평화정착까지 기대가 크다. 그중 주거안정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4·11 총선과 대선에서 주거안정에 역점을 둔 공약들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신뢰’의 정치인답게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길 바라는 뜻에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린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주거안정보다 집값 떠받치기에 역점을 뒀다. 전세대란 시기에도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것 외에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다. 그 결과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재계약은 평균 3000만원을 더 줘야 가능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고, 다시 전세대란이 몰려오고 있다. 또 모순된 집값 떠받치기 정책으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된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물량은 의외로 2003년 이래 최대였다. 공급량을 이렇게 늘렸기 때문에 집값이 견디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의 한쪽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가격 상승 신호를 주면서, 밀어내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헛된 신호를 믿고 집을 산 국민들만 낭패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하우스푸어 대책 발표 (경향DB)


둘째,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고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길 바란다. 과거 40년간 한국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부동산 불패로 불릴 정도로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령화·저출산 영향으로 인구 증가가 정체되는 데 반해 주택 보급률은 2008년부터 100%를 넘어서 절대 부족 상태는 벗어났다. 가격도 하향 안정화 추세에 있다. 변화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고, 현재 가격 조절은 그 시작의 징후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공급자와 다주택자를 중시하는 대량공급 정책에서 실수요자와 주거약자를 중시하는 주거복지 정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시급한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을 실효성 있게 준비하길 바란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 대책들을 보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대선 때의 몇 가지 공약 외에 추가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선 때 철길에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짜냈던 태도와 너무 달라 정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장관 후보자가 기획했다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실효성이 없다. 집주인들의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는데, 안될 말이다. 호응이 없다는 것은 정책의 자생력이 없다는 말이니, 엉뚱한 데 인센티브를 줄 생각 말고 임차인의 권한을 강화하는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시그널을 주지 말길 바란다.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이 변한 상태에서 몇 가지 시장편향 정책으로는 대세를 바꾸기 어렵고, 대세를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가격이 폭등하게 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연착륙과 가격 하향 안정화가 답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국토해양부에 시장편향적 정책을 주문하는가 하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언급되고 있다. 여당은 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앞세워 밀어붙일 태세다. 이런 시장편향적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변화된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게 하고 부동산 시세가 폭등할 것이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정부 말을 믿고 집을 마련한 서민들의 원성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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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물가를 잡겠다며 호들갑이다. 정부는 그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펴기로 했다. 가격담합 조사를 하고 부당한 가격인상은 세금으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강조한 뒤 나온 조치다. 다급해진 마음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도 동원됐다. 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물가 안정 기조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최근 물가 불안은 농산물 가격 급등과 공산품 가격 및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려 생긴 현상이다. 지난해 말부터 곳곳에서 조짐이 감지됐지만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선거 후에도 신·구 정부는 정책공조와 물가 안정을 약속해놓고 뒤로는 물가 불안을 키웠다. 연말 전기료(4%)와 도시가스료(4.4%), 수도료(4.9%)에 이어 오늘부터 버스료도 올랐다. 택시료 인상도 예고돼 있다. 공공요금이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인상 시기가 몰린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농산물 가격 급등도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의 영향이 크다. 식품업체들이 “물가 불안의 주범인 정부가 애꿎은 기업 탓만 한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밀가루를 고르고 있다. (경향신문DB)


이번 대책의 약발이 먹힐지도 의문이다. ‘때려잡기’식 물가정책은 이미 실패작으로 결론났다. ‘이상한 기름값’이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난 5년간 기름값 전쟁을 벌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손목 비트는 물가대책은 한계가 있다. 식품업체들이 정권 교체기를 틈타 무더기 ‘꼼수 인상’에 나선 게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큰소리치고 있지만 가격을 잡을 마땅한 수단도 없다. 공산품 가격은 이미 시장 자율 결정에 맡겨진 지 오래다. 초코파이 가격까지 간섭하던 시절은 옛날얘기다.


물가는 정교한 사전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같이 오를 대로 오른 뒤에 나서봤자 손 쓸 수단이 없다. 불안 조짐이 나타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관리가 필수다. 결국 유통구조 개선과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다단계 유통구조를 줄여 소비자가격에 불필요한 ‘덤’(중간 유통마진)이 얹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이뤄지도록 독과점의 횡포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인수·합병(M&A)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심사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과점 규제를 풀어놓고 독과점 횡포를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업체 간 담합을 통한 꼼수 인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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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3인이 그들이다. 이 중 황 후보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군사정변이라는 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유·서 두 후보자는 끝까지 버텼다. 이것이 혹여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일각에서 내놓은 ‘역사의 전쟁’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는 징후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세 후보자의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인식 결여를 놓고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이는 서 후보자인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개편과 수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1월에만 해도 교육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역사를 정권의 입맛대로 고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져왔다. 서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을 답변 회피 사유로 들었으나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교과서가 서술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설사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다소 정치공세의 성격을 띠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똑같은 정치적 대응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역설하는 등 ‘박정희 그림자’가 곳곳에 어른거리는 상황이다. 마치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느라 눈치를 보는 듯한 세 후보를 지켜봐야 하는 마음은 참담하다.


‘5·16 쿠데타’ 논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5·16의 장본인인 박정희 집권 시절부터 전두환·노태우 정부에 이르기까지 군사정권은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5·16을 ‘혁명’으로 미화했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이후로는 ‘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선 후보조차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고통 치유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을 정도다. 박 후보는 한때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며 반전을 시도했으나 역풍을 맞았을 뿐이다.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그렇잖아도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꾀할 것이고, 이를 위해 역사 뒤집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처지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역사는 길고 정권은 유한하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히기 마련이다. 무소불위의 정권이라도 역사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신조차 당당히 못 밝히는 후보자 3인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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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처음으로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한 말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신설안을 담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김장수 실장 내정자가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안보 위기를 부각시켜 야당을 몰아세우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하지만 초장부터 설득·소통보다 압박·갈등으로 내닫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새 정부 출범 나흘째인 어제도 여야는 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논전으로 허송했고, 국정은 표류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 현안을 챙겼으나 내각 부재 속에 힘을 받을 리 만무하다. 또 정 총리는 국회를 찾아 조속한 개편안 처리를 당부하고, 새누리당도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에서는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개편안 통과 때까지 임명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현행 조직법상 존재하지도 않은 장관을 내정할 때는 언제고, 청문회가 끝나도 임명을 하지 않겠다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힘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정치 실종’ 사태라 할 만하다. 오죽했으면 여당 중진인 정몽준 의원이 “당 지도부는 야당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고 나섰을까 싶다.

(경향신문DB)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작금의 대치가 새 정부 출범을 둘러싼 일과성 마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에서 단골 메뉴인 ‘정치’가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사라진 게 그러한 전조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치와 국회, 정당, 통합이라는 단어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가 밝힌 핵심 국정과제에서도 정치 분야는 빠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포함한 국회·정치 개혁 방안을 공약하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결정적 흠이 드러난 인사들까지 껴안고 가려는 모습에서도 정치를 외면하는 기운이 느껴진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정치’라기보다 ‘통치’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국가권력이 반대·비판 세력을 물리적으로 억누르고, 의회정치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권위주의 시대의 국정운영을 떠올린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주의가 착근한 오늘날 그런 구시대적 지도력은 설자리가 없다. 정치를 외면한 통치는 독선·독주와 불통·단절로 국정 난맥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그 폐해가 오롯이 국민의 몫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명박 정권을 실정으로 이끈 주요인 중 하나가 ‘탈(脫)여의도 정치’라는 점은 여당 인사들도 공감하는 바 아닌가. 박 대통령이 하루빨리 통치의 유혹을 떨치고, 정치의 본령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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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 수장들이 공석으로 남게 됨에 따라 일각에서 또 다른 안보위기론을 지피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국방·외교·통일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지체되고 국가정보원장은 인선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하루라도 빨리 외교안보팀 진용을 확정지음으로써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춰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팀 구성이 다소 늦어진다는 사실만을 들어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는 것은 사안의 앞뒤와 경중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향신문DB)


무기중개상 취업, 편법 증여, 땅 투기 등 참으로 다양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비리 또는 결격사유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고 다음날 골프를 친 것이 밝혀진 데 이어 현역 복무 시절 군사시설보호지역 내 토지를 구입해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보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되레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가 번복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자진사퇴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공직 퇴임 뒤 개인 자격으로 외교부 연구용역을 맡은 의혹을 받고 있다. 어제 국회 청문회에서는 외교 상대국의 우선순위를 공개하는 지극히 비외교적인 서면답변으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현재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성급하게 땜질 대응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핵 외교가 잘못됐다면 지금이라도 그 실패 원인을 점검하고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영속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군 수뇌부를 중심으로 차분하고 빈틈없이 안보태세를 다지는 한편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국가전략을 짜는 것이 새 정부 외교안보팀에 맡겨진 역사적 책무이다. 며칠, 몇 주쯤 장관 임명이 늦어진다고 당장 안보에 결정적인 문제라도 있는 듯이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닌 것이다. 특히 대북정책은 과거 정권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숱한 자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제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론 분열은 물론 미구에 더욱 심각한 안보 공백 사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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