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882건

  1. 2013.04.15 [사설]북한은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을 외면 말라
  2. 2013.04.12 [기고]구명보트를 없애려는 ‘홍준표 선장’
  3. 2013.04.12 [정동칼럼]미사일 위협과 ‘기싸움’ 프레임
  4. 2013.04.12 [사설]김정은 집권 1년, 북한은 무엇을 얻었나
  5. 2013.04.12 [사설]재벌 일감 몰아주기 눈감고 조세정의 외치나
  6. 2013.04.11 [사설]이경재 후보자는 ‘방송 중립’ 의지 행동으로 보여야
  7. 2013.04.11 [사설]책임경영 위해 연봉 공개 대상 확대하라
  8. 2013.04.11 [사설]새 국면 맞은 진주의료원 사태
  9. 2013.04.11 [기고]공적개발원조, 부처 칸막이를 걷어라
  10. 2013.04.10 [사설]‘개성공단의 침몰’을 바라만 볼 것인가
  11. 2013.04.10 [사설]민주 대선평가, ‘네탓이오’ 풍토 청산 계기 돼야
  12. 2013.04.09 [기고]공정위 출신의 로펌 등 진출 규제해야
  13. 2013.04.09 [사설]동남권 신공항, 지역여론에 휘둘릴 문제 아니다
  14. 2013.04.09 [사설]‘낙하산 전성시대’ 그 이후가 더 걱정이다
  15. 2013.04.09 [사설]북한은 개성공단을 즉각 정상화하라
  16. 2013.04.08 [사설]4·24 재·보선, 사전투표제 실험을 주목한다
  17. 2013.04.08 [기고]대한문 분향소는 ‘마당’이었다
  18. 2013.04.08 [사설]청와대는 ‘윤진숙 문제’ 빨리 결단내려야
  19. 2013.04.08 [시론]개성공단이 닫히면 남북 미래가 닫힌다
  20. 2013.04.08 [사설]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능사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화 제안을 내놓은 데 이어 거듭 대북 직접대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반드시 가동돼야 한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프로세스는 항상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는 하루가 다르게 고조되는 위기 국면을 타개하려는 굳은 의지를 공표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북한이 연일 쏟아내는 위협에 일일이 대응하는 소극적 자세에 머물러서는 일촉즉발의 긴장과 대치 분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화의 주체·일시·장소를 명시한 공식적인 대화 제의는 아니었지만 먼지가 가라앉은 뒤 결국 남북이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경향DB)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현재의 위기 국면을 곧바로 해결 국면으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냉각기간은 불가피하다. 국내의 악화된 대북 정서를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개성공단 문제에 관한 한 남북 당국은 당장이라도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의 대화 제의에 앞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같은 날 개성공단 문제는 결국 청와대가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측은 여전히 정치·군사적 대치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성공단을 ‘6·15의 옥동자’라고 칭하면서 “동족대결의 열점으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단 폐쇄를 원치 않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남측 기업 대표들은 오는 17일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 당국 간 합의로 탄생한 개성공단의 운명을 기업인들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누차 강조하거니와 개성공단은 어느 한쪽의 ‘달러 박스’도 ‘트로이의 목마’도 아니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의미를 내리 깎는 남측 일각의 주장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로의 체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긴 정신이 아니겠는가.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남북 상생의 미래는 없다. 쉬운 일부터 풀라고 했다. 정치·군사 문제에서 떼어낸 뒤에야 개성공단은 비로소 남북관계를 새로 잇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측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성명에서 밝혔듯이 자신들이 제기하려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어제 방한을 시작으로 동북아 순방에 나섬으로써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노력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계속하는 한 결실을 맺기 어렵게 된다.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한 북한의 자세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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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바타>에 그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전 세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던 영화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이다. 이 영화는 1912년 빙산에 부딪친 후 침몰하여 약 1500여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그 침몰한 배 이름이 바로 당시 첨단장비를 자랑하던 ‘타이타닉’이었다.


영화 <타이타닉>이 이렇게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신분을 뛰어 넘은 17세 소녀 로즈와 청년 잭의 순수한 사랑이 한 몫 했던 것이 틀림없지만 영화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많은 사람들, 다양한 상징과 심지어 영화를 둘러싼 영화 밖 이야기들도 이 영화의 묘미를 더하게 해주고 있다. 


1등석, 2등석, 3등석으로 나누어진 층, 뜨거운 증기 속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일을 하는 선원들의 모습과 그 시간 갑판에서 진행되는 화려한 무도회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상징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상징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1등석 남성의 사망률이 67%, 여성이 3%였던 반면 3등석 남성의 사망률은 84%, 여성은 54%에 달했다. 어린이의 사망률은 더 큰 차이를 보였는데 1등, 2등석 어린이 중 사망한 경우는 5%가 안 된 반면 3등석 어린이의 70%가 사망하였다.


배에는 모두 16척의 구명보트와 4척의 접는 보트가 있었지만 승객의 절반밖에 탈 수 없었다. 영화 속 이야기에 따르면, 규정에 맞게 구명보트를 실으려는 설계자와 구명보트 수를 줄이고 그 대신 승객을 더 태워 수익을 얻고자 했던 선주는 서로 갈등하고 결국 선주의 뜻이 관철된 탓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타이타닉의 승객을 죽인 것은 빙산이 아니라 탐욕에 눈이 어두워 구명보트 수를 줄여 생긴 인재인 셈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도의원과 악수 홍준표 (경향DB)


최근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취임하자마자 우리 사회의 구명보트(life boat) 중 하나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려 했다. 폐쇄 이유 중 하나는 적자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흑자를 내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 병상비율이 70%를 넘고, 복지국가 스웨덴, 노르웨이는 90%를 넘으며 심지어 미국조차 30%에 달하는 상황에서 겨우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마저 없애려는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의원들은 영화 <타이타닉>의 누군가를 너무나 닮아 있다.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는 분만, 응급의료서비스는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진료비 상승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신종플루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의 창궐과 국가 위기사태 때 그는 누구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영화에는 약자들을 위해 자기의 자리를 양보하는 이들, 불안에 떠는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선을 포기하고 끝까지 갑판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로즈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튼튼한 배를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흡연실에 남는 것으로 그려진 타이타닉호의 설계자 토머스 앤드루스는 실제로 승객들을 돕다가 흡연실에 남아 죽었다고 한다. 타이타닉의 기관장, 조지프 G 벨은 배의 최후까지 남아 전력 공급을 위해 분투하다 결국 사망한다.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도 승객들의 대피를 돕다 배에 남아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멋있었던 것은 아니다. 타이타닉 배의 소유 기업인 화이트 스타 라인 사장이었던 브루스 이스메이는 영화에서처럼 몰래 보트 위로 뛰어내린다.


진주의료원을 비롯한 지방 공공병원들이 폐쇄 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우리나라 의료안전망의 마지막 보루인 공공의료가 침몰 위기에 있다. 홍준표 도지사에게 다시금 묻는다. 브루스 이스메이가 될 것인가, 토머스 앤드루스가 될 것인가?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사회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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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언제든지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할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은 태평양 상의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넣고있는 사거리 3000~4000㎞인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 외에 일본열도 전체, 남한지역 대부분을 각각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노동미사일과 스커드C 미사일이라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가동, 북한 미사일이 자신들의 영토나 기지에 위해를 줄 것으로 판단되면 바로 요격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동안 익히 예상된 것이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이것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 위반이 되고, 유엔안보리는 또다시 대북 제재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고, 북한과의 위기해소 이후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준비하는데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예상할 수 있는 더 큰 문제는 만일 북한 미사일 발사가 기술적 결함으로 계획된 경로를 벗어나 주변국의 영토나 기지에 떨어질 경우 발생할 최악의 상황이다. 그 경우, 최고지도자들 수준에서 즉각적인 상황통제가 되지 못하면 대규모 군사충돌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성공하는 경우에도 북한이 보일 극렬한 반발은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실질적인 전쟁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북한은 핵, 인공위성 로켓, 장거리미사일 분야에서 자체 기술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군사위협 자원들을 생산해 사용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을 막는 유일한 해결책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지도부가 그러한 군사안보 카드를 사용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설득은 ‘압력과 제재’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와 협상’이 북핵을 막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은, ‘압력과 제재’와는 달리, ‘북한의 핵관련 정책과 행위에 대한 통제메커니즘’인 ‘합의’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합의’ 이행이 전혀 다른 차원의 요소들의 영향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래된 관성적인 상호불신, 북한의 ‘피포위(被包圍) 의식’과 그로 인한 방어적이고 비융통적인 태도, 그리고 미국, 한국, 일본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와 180도 달라지는 대북정책 등이 큰 문제였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좋은 합의’를 만들어 내고, 이에 더해 설령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차기 정부가 이전 정부의 ‘국가’의 권위로써 약속한 합의를 존중, 일관성 있게 민족화해와 평화정착, 그리고 평화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컨센서스를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에서 이룩해 나가는 일이다.


(경향DB)


이상의 것들을 유의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북한과의 ‘기싸움’ 프레임, 즉 ‘치킨게임’의 프레임을 조속히 벗어나는 일이다. 이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로서는 북한이 사용하는 다양한 카드에 마땅한 대응카드 없이 수동적, 방어적으로밖에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기싸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북한과의 직접적 소통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대북 파트너인 김정은 제1비서와 어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지, 민족화해, 평화정착, 통일 문제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북한지도부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박 대통령이 믿고 또 박 대통령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최측근 인사를 비밀리에 특사로 북한에 파견해 ‘특사를 통한 정상 간의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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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 어제로 1년이 됐다. 밖으론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을 위협하면서도 정작 평양은 축제 중이라고 한다. 평양 시민들은 지난 9일 거리로 나와 화려한 색상의 한복을 입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취임 20주년을 기념해 군무를 추었다. 돌아보면 김 제1비서는 김 위원장에 비해 좋은 환경에서 정권을 물려받았다. 김 위원장은 수백만명이 굶어죽고 수십만명이 먹을거리를 찾아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던 혹독한 상황에서 집권했다. 북한 경제는 김 제1비서의 취임을 전후한 2011년부터 2년 연속 미미하나마 흑자를 기록했다. 김 제1비서가 지난해 4월15일 첫 육성 대중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기에 한결 나아진 환경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여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15일) 행사 일환으로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이 11일 북한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개막돼 공연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_ AP뉴시스



‘우주강국’과 ‘핵보유국’ 지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복귀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한 지난해 12·12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12 핵실험 이후 더욱 세계와 담을 쌓고 있다. 되레 한·미 양국군의 키리졸브·독수리 합훈을 전후해 전대미문의 전쟁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완료한 뒤 며칠째 동북지방 어딘가에서 미사일 은닉과 전개를 반복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평양 주재 외교사절들은 피란길에 오르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경고에도 남한 내 자국민들에게 탈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한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준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더더욱 흔들지 못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엊그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오히려 B2 전폭기를 비롯한 핵공격이 가능한 무기들을 한반도에 전개하면서 강대국의 면모를 새삼 과시하고 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남측 부모들의 한숨만 늘리면서 남한의 대북 정서를 급속히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꼬박 60년 동안 유지된 정전협정이 하루라도 빨리 평화협정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믿는다. 매년 봄 가공할 무력을 동원한 한·미 양국군의 합훈도 언젠가 사라져야 할 냉전의 유산이다. 하지만 전쟁의 공포를 퍼뜨리면서 한반도 대전환의 기회를 잡겠다는 지금, 북한의 방식은 틀렸다. 어떠한 추가 도발도 분단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할 뿐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평화를 논하겠다는 북한의 바람 역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북한은 몇 달째 세계의 이목을 끌어들임으로써 한반도 근본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일깨운 데 만족하길 바란다. ‘조국통일’은 결코 ‘대전(大戰)’으로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 통일은 결국 남과 북이 마주앉아 도모해야 할 역사적 과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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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그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재벌기업의 편법상속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재벌 오너 일가가 비상장 회사를 만든 뒤 회사 일감을 몰아줘 부를 대물림하는 구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국세청은 편법증여에 세금을 매기도록 법이 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눈감아줬다. 공평과세 원칙이 무색한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것은 물론 편법상속 수단으로 악용돼 부의 양극화와 국민 위화감을 부르는 악습이다. 국세청은 엄격한 법의 잣대를 통해 재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현대자동차와 SK, 롯데, 신세계, STX를 비롯한 9개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거둔 차익만 수조원이다. 대표사례가 현대차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2001년 20억원을 출자해 만든 이 회사는 10여년 만에 평가익이 2조원에 달한다. 현대차 수출물량을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에 일거리는 물론 운송료가 깎일 걱정도 없다. 땅짚고 헤엄치기 식이다. SK 최태원 회장도 SKC&C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3조원을 벌었다. STX 강덕수 회장은 딸이 대주주인 건설사에 사원 아파트 신축공사를 몰아줘 부를 키웠다.


잘못된 관행은 탈세 유혹 때문이다. 재산 상속에는 40%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오너 일가가 손쉽게 수천억원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일감 몰아주기는 주주에게는 일종의 배임행위다. 또 불공정 거래관행을 고착화시켜 경제 활력과 경쟁력을 해친다. 재벌에 대한 국민 불신과 위화감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경향DB)


편법이 판치는 것은 국세청의 ‘봐주기’도 한몫했다. 2004년 증여세를 매길 때 과세대상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재산이 무상 이전됐을 경우 과세할 수 있는 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됐다. 부의 편법상속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세청은 법 취지를 무시한 채 수익산정에 대한 구체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했다. 이는 법 해석을 떠나 국세청의 과세 의지에 달린 문제다. 판단 기준이 애매한데도 역외탈세 의혹에 엄중한 과세 기준을 적용해온 국세청 아닌가.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전방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조원의 ‘불법 수익’을 방치한 채 만만한 기업을 상대로 조세정의를 외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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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자질과 도덕성 논란이 이어졌다. 최시중 전 위원장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지명된 것은 또다시 방송의 공정성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가 방송의 공정성이나 미디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방통위원장 후보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정치 편향성이 부를 부작용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방통대군으로 군림하며 전횡을 일삼은 최 전 위원장 실패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정부조직개편으로 방통위 업무가 미래부로 이원화되면서 중립성은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미래부가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방통위의 견제·감시가 훨씬 중요해졌다. 하지만 측근을 또 지명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는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멀리 있어도 무선으로 통하고 텔레파시로 다 통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 후보가 할 말인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답변 (경향DB)



자질과 도덕성 시비도 걱정이다. 그간 이 후보자의 고액 정치후원금 수수 및 증여·상속세 탈루 의혹이 제기돼 왔다. 18대 국회 때 문방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종편 출범을 주도했다는 점도 자질 시비를 부르는 요인이다. 종편은 약탈적 광고영업과 선정성 시비로 미디어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그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노무현 정권의 나팔수였다’고 한 과거 발언에 “(소신에는) 변함없다”고 답했다. 정 전 사장은 퇴진 요구에 불응했다는 괘씸죄 때문에 검찰의 ‘억지 수사’로 기소된 뒤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데도 정권 나팔수 운운하는 것은 그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나마 방송의 중립성 확보에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그는 “방송사 내부 문제를 정치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정권의 개입 없이 가능하면 방송사 내부에서 (사장이) 선임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 운영에 대해서도 “가급적 표결 없이 합의로 가는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고 했다. 방통위는 현재 MBC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 사장 선임과 이명박 정부가 저질러 놓은 사태 뒷수습이 현안이다.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할 게 아니라면 시작부터 청와대의 2중대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최 전 위원장의 불행한 전철을 밟을지는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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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사내·사외이사)·감사 보수를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등기이사 보수는 총액만 공개했을 뿐 개별적으로 누가 얼마나 연봉을 받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대기업 이사 연봉 공개를 공약으로 준비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단계에서 제외했다. 재계는 이사 연봉을 공개하면 위화감만 커지고 노사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줄곧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연봉공개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데 대해 “임원 책임 제고 등 기업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한 행보라고 볼 수 있겠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은 연봉 5억원 범위 내 대통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을 받는 상장사 이사 급여를 공시 항목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사 보수가 경영 성과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선택과 판단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경영 실적이 떨어져도 등기이사 연봉이 계속 오르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다. 여야 정치권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아쉬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등기이사만으로 대상을 한정하다 보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비등기이사인 재벌 총수는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등기이사가 아니면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시빗거리가 될 수 있는 연봉 공개도 피할 수 있는 만큼 재계 총수들이 줄줄이 등기이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뜻하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회사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비율 (경향DB)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만큼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본은 연봉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금액과 세부내용을 공개하도록 했고, 미국은 연봉을 많이 받는 상위 5명이나 10명에 대한 보수 규모를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등기이사 전원과 회사에서 보수를 많이 받는 상위 5명에 대한 연봉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비등기이사인 재벌 총수도 연봉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행령을 정할 경우 더 많은 등기이사가 봉급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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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으로 치닫던 진주의료원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원을 정상화해 공공의료와 지방의료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경남도를 찾아 홍준표 도지사를 만났다. 새누리당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공의료서비스는 유지되어야 하며 동시에 공공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며 진주의료원 폐쇄 반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이정현 정무수석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며 사태 해결에 나설 뜻을 밝혔다. 홍 지사는 ‘도의회와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당·정·청의 개입으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던 진주의료원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향DB)


진주의료원 사태는 한 지방의료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공공의료의 열악한 현실과 허술한 제도를 극명하게 노출시킨 국가적 사건이다.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유지·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고민을 폭발시킨 계기가 됐다.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안전망이자 표준진료 기능을 하는 공공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0분의 1에 불과한 우리 공공의료 수준에 실망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으로 그 체계가 허물어질 수 있는 현실을 목도하는 마당이 됐던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대한간호사협회 등 6개 보건의약단체가 이례적으로 어제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를 한목소리로 요구하며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촉구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당면한 과제인 진주의료원 정상화는 폐업 방침 철회와 휴업 해제에서 시작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다음이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책 마련과 노사간 신뢰 회복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노사에게만 요구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외부 공공의료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의료의 특성상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곳이 대부분이고 만성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공공의료를 위협하는 이번 같은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료원의 설립과 폐업은 중앙정부의 협의나 승인을 거치도록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료는 정부가 복지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욱 강화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진 장관도 “국가적으로 지방의료원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공공의료의 많은 문제점을 세상에 드러낸 진주의료원 사태를 교훈 삼아 공공의료 체계 확립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강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공공의료의 혁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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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전봇대를 뽑으라’며 출범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치우라’며 출범했다. 전봇대가 정부의 지나친 규제 때문에 필요한 일을 제때 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정부를 상징했다면 칸막이는 부처이기주의, 권한과 책임소재 때문에 할 일을 서로 미루는 관행을 의미한다.


국제개발협력은 부처이기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일본 모델을 따라 시작된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과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설립부터 부처 간 싸움이 시작됐고 이는 수십년 묵은 한국 공적개발원조(ODA)의 나쁜 전통이 됐다.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40여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국제협력은 정작 국내 협력이 문제다.


국민 세금인 ODA를 눈먼 돈같이 부처별로 쪼개 쓰다 보니 낭비와 중복이 심각하다. 유상 따로 무상 따로, 자금협력 따로 기술협력 따로 집행하다보니 부처 간 협력은 차치하고 서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특히 유상원조는 사업 내용과 사업별 예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료 공개를 요구하면 유상원조를 왜 시민사회나 외교부가 간섭하느냐는 식이다.


(경향DB)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이 전담하도록 돼 있는 무상 기술협력을 기재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기도 한다.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이 그것인데,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은 이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무상협력 전담부처 및 기관들과 협력하지 않고 있다. 막강한 경제부처 퇴직 공무원들이 직접 수행하는 사업에 감히 다른 부처가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유형의 정부 간 컨설팅 사업을 여러 부처와 기관들이 제각각 하고 있는 판국이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ODA 여론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가난한 나라에 대한 무상지원보다는 원리금을 회수하는 유상원조를 선호하고 ODA 예산을 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건 이 여론조사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그간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경제가 어렵지만 가난한 아프리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베풀기 좋아하고 감사할 줄 알며 국격을 높이는 ODA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이번 기재부 조사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왜인가.


이번 조사는 여론조작의 전형이다.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친절히 설명해주고 바람직한 ODA 유형을 물으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더구나 중요한 무상원조사업 형태는 제외한 채 봉사단과 민간단체 지원으로만 한정하고, 기재부 사업은 경제 인프라 건설과 KSP, 장기 저리차관 제공을 모두 나열하니 두 가지를 고르라면 당연히 기재부 사업에 더 선호를 표시하지 않겠는가. 무상원조만 해야 한다는 응답이 유상원조만 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두 배나 많았으나 이는 발표에서 빠졌다. 더구나 조사결과 설명에서 유상원조가 개도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원조라고 억지를 부렸다. 공여국 기업이 수주해서 사업을 시행하는 구속성 차관원조가 개도국의 주인의식을 강화한다는 말을 누가 납득할까. 가장 난감한 것은 국민 43.1%가 ODA가 세금인지 모른다고 답한 것이며, 기재부의 KSP는 84.2%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이 무지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ODA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효과성 높은 원조를 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박근혜 정부는 부처이기주의가 극심하고 자리 만들기에만 급급한 수준 낮은 ODA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통합원조를 시행해야 한다. 지구촌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을 왜곡해 마치 국민들이 무상원조 늘리기에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부처이기주의는 사라져야 한다.


이태주 | ODA왓치 대표·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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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끝내 멈췄다. 북한이 어제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을 출근시키지 않음으로써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2004년 개성공단이 첫 생산품을 내놓은 이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의 신변안전과 재산권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이제 남북 간 대치의 또 다른 전선이 되고 있다. 남측은 “우리가 (먼저) 중단·철수·폐쇄, 이런 말 안 한다”면서 사실상 폐쇄에 대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측은 어제 남측 체류자들에게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가라”면서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돌아온 근로자


개성공단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북측의 ‘달러 박스’라는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와 인질 사태 대비계획과 관련한 김관진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삼았지만 기실 정치·군사적인 대남 위협의 연장선상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하고 있다. 정·경 분리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성공단이 폐쇄의 길로 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나서 조업 중단에 실망을 표하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계제가 아니다”라는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일견 타당하다고 본다. 핵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울력으로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성공단은 사안이 다르다. 북한의 의도가 어떻든 시종 경제적인 논리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 문제에 국한해서라도 북측과의 적극적인 접촉이나 대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엉뚱한 이유를 들어 공단 잠정 폐쇄를 결정한 북한이 대화에 응할지도 불투명하며,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남측 당국마저 개성공단 사태를 안보 문제와 확연하게 분리 대응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정·경 분리의 원칙을 허무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개성공단마저 치킨게임의 구도에 던져놓을 수는 없다. 


북한은 어제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쟁 위협을 이어갔다. 주한 외국기관 및 기업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피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위기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이 던지는 ‘헤드라인 전략’에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현 상황의 주도권을 결코 되찾아올 수 없다.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시효가 끝났다. 하지만 소나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소극적인 자세로는 어떠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가 없다.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선거공약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새로운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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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어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유약한 결단력과 계파 패권주의 등으로 패했다는 취지의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놨다. 평가위는 또 한명숙·이해찬·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그들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와 별도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의 미흡,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등을 전술·전략적 측면에서의 6대 패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평가서는 대선이 끝난 지 무려 4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최소한 2월, 늦어도 3월이면 나왔어야 할 분석이고, 지금쯤은 이 같은 자성을 토대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이다. 결과적으로 4·24 재·보선이나 5·4 전당대회 일정 등과 맞물리면서 대선 평가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명 평가서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거론된 당사자 가운데는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대선 패배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네 탓이오’ 논란만 있어온 민주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내 탓이오’라는 진실된 자성이 나올 만한 계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평가서 내용 못지않게 당사자를 포함한 조직원들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다. 평가서가 밝히고 있듯이 이 같은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위기와 실의 또는 멘붕 상태에 빠진’ 조직 구성원의 마음에 신뢰와 희망을 주고 상처를 치유하여 다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평가서가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워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아가기 위한 함정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성찰이고, 다짐의 장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마저 이룰 수 없다면 이번 평가서는 각 계파 간의 권력 싸움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현 민주당의 위기는 대선 패배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다. 안이한 패인 분석은 물론이고, 패배의 실체마저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불감증이 진짜 원인이다. 민주당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민주당 외에 대안이 있겠느냐는 착각에 빠져 있는 이유다. 이대로 가면 정치적 사망 선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선평가서는 이러한 현실을 깨우치는 각성제가 돼야 한다. 이런 평가서를 받아들고서도 서로 삿대질만 해댄다면 더 이상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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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우 | 전 니가타 총영사


 

최근 언론보도에 ‘공정위 출신의 로펌 진출을 규제해야’라는 기사가 실렸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지향하는 정신은 자유자본주의의 실패에 따른 시장경제체제를 보완함과 동시에,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공정거래법의 기본 정신은 어디까지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의 촉진’에 있다. 


공정거래법은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고, 불공정한 경쟁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제의 파수꾼’ 또는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고 있다.


예전의 경제기획원에 몸담으며 동 법률을 성안했던 실무자로서, 공정위 출신 전직 공무원들의 로펌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앞에서 말한 공정거래법의 기본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과장의 지시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성안하면서 국가경제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로펌이나 재벌기업과 대기업 등에 진출할 생각을 단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 당시 상급자였던 국·과장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향DB)


현재 10대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정위 출신은 5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그들은 주로 로펌의 고문이나 전문위원, 또는 변호사 및 각 기업의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주로 대기업의 소송업무와 공정거래법에 대한 자문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공정위 출신 전직 공무원들이 로펌에 진출하면, 재벌기업과 대기업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들의 로펌 진출은 대기업의 담합행위와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한 경쟁과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을 완화시키거나, 이를 무마할 수도 있는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편, 재벌기업이나 대기업이 공정위 출신 전직 공무원들을 영입하는 이유는 재벌기업과 대기업의 수요가 적지않기 때문이라고 이해가 가지만, 그들의 불공정 경쟁이나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하여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과징금 등 시정명령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운용 경험이 있는 공정위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공정위 출신 전직 공무원들이 재벌기업과 대기업의 대변자나 그들의 이익을 위한 봉사자로 전락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이 지향하는 기본정신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퇴직 후 일정기간 로펌의 고문이나 전문위원, 변호사 등으로 진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토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안목에서, 예전의 공정위 안밖에서 논의된 바 있는 ‘공정거래사’(가칭) 제도를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사’ 제도는 공정위 출신으로 선발시험에 합격한 공무원 가운데 재벌기업이나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정기간 채용하는 제도를 뜻한다고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모 의원이 ‘공정위 직원들의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음을, 현재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정위 출신 전직 공무원들과 공정위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공정거래법이 지향하는 기본 정신을 살려나갈 수 있는 현명한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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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오는 6월부터 내년 7월까지 전국적인 항공수요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신공항 건설이 타당한지, 아니면 기존 공항시설인 김해공항 확장으로 충분한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부산에서는 내년 7월 수요조사를 끝낸다는 것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쟁점이 되는 것을 최대한 막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가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염두에 두거나 최대한 연기하겠다는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수요조사를 거쳐 1년 정도 걸리는 타당성 조사까지 마치면 신공항 추진을 결정해도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5년 말 이뤄지는 만큼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업무보고 (경향DB)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정부 당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경쟁을 벌이다 2011년 3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백지화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 신항만과 가까운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야 동북아 물류허브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부산은 수요조사와 타당성 조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남 밀양 신공항을 지지했던 대구·경북은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지방마다 신공항 유치에 대한 열망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침체된 지역경제 돌파구를 공항 건설에서 찾아보려는 것이다. 


2011/03/31 자료 (경향DB)


그렇지만 신공항 건설은 우리나라 전체 국가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 단순히 공항 하나를 짓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국제공항이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정부는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은 예정 공사비를 1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실제 삽을 뜬 다음에는 훨씬 많은 공사비가 들어간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초대형 프로젝트가 늘 그랬듯이 정치적 논리로 접근할 경우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경제적 실익이 있으면 추진하되, 그렇지 못하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결코 지역여론에 휘둘릴 사안이 아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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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5년 전의 낙하산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더 심각해 보인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로 금융사 사장을 맡은 한 인사는 “제발 낙하산이라는 얘기만 빼달라”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자기 이름 앞에 붙은 ‘낙하산 사장’이라는 딱지가 부끄럽다며 한 얘기다. 그런데 최근에는 낙하산이 오히려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공기업 회장에 내정된 인사가 낙하산을 자처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는가 하면, 일부 유관기관에서는 “힘센 낙하산을 보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가히 ‘낙하산 전성시대’다. 낙하산이 무슨 큰 벼슬인지 의심될 정도다. 그러나 이런 풍조는 공조직의 도덕 해이는 물론 집단 패배주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홍기택씨는 낙하산 논란에 대해 “저도 낙하산이고 교수가 와도 낙하산이고…”라며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낙하산이 무슨 문제냐고 따지는 꼴이다. 또 자신이 “인수위원 출신”이라며 “누구보다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기이다. 낙하산을 자랑삼아 얘기할 처지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의 전문성이나 자질을 떠나 이런 인식과 언행이 초래할 모럴해저드가 걱정이다.


기자회견하는 홍기택 산은금융지주회장 내정자 (경향DB)


일부 유관기관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성명을 통해 차기 이사장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실현해 나갈 인사를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낙하산을 반대해야 할 노조가 ‘힘센’ 낙하산을 요구한 셈이다. 한 증권 유관기관에서는 대부분 직원들이 내부인사가 사장이 되기보다는 관(官) 출신이 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난 수십년간 낙하산에 이골이 난 공기업의 현실이다. 어차피 낙하산이 올 바에야 힘센 낙하산이 좋지 않으냐는 홍 내정자의 말 그대로다. 이런 공기업에 무슨 자생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자리 보전하라고 임기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철학을 반영해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기업 사장 자리를 놓고 임기보장을 요구하는 전임 낙하산과 후임 낙하산을 앉히려는 감독기관 간 승강이가 한창이다. 


(경향DB)


낙하산의 폐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문성이나 능력과 무관한 정실인사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낙하산 사장이 일에 대한 성과와 그에 걸맞은 공정인사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조직의 활력은커녕 집단 패배주의가 더 걱정이다. 열심히 일해봐야 윗자리는 낙하산으로 채워지는 현실 앞에 누가 꿈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허망한 얘기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뭘 배울지도 걱정이다. 이래놓고 ‘우수 인재’ ‘공기업 효율’을 얘기할 수 있나. 낙하산을 전리품으로 내세우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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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의 전원 철수 방침을 밝힘에 따라 개성공단의 운명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의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공단의 잠정 폐쇄를 선언했다. 그러잖아도 개성공단은 북측이 지난 3일 남측 인원의 입경과 원자재·식자재·연료 등의 반입을 금지한 뒤 파행 운영돼오던 터다.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빌미로 개성공단을 정치적 제물로 삼은 것은 명백한 패착이다. 북측은 공단 존폐 여부가 전적으로 남측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지만, 그 피해는 남한 못지않게 북한에도 크다는 점에서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개성공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남북 상생의 보루로 남겨두어야 한다. 이를 성급하게 폐쇄한 책임은 북측 당국이 전적으로 짊어져야 할 것이다. 


텅빈 개성길 (경향DB)


현재의 안보 위기를 악화시킨 1차적인 책임은 명백하게 북한에 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에 이어 끊임없이 전쟁 위협을 고조시켜 왔다. 그럼에도 안보 위기가 악화되는 와중에 개성공단 잠정 폐쇄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남측 당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빗나간 셈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하기 위한 카드로 개성공단을 활용하려 한다고 해도 그 목적은 결코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주말 이례적으로 당초 오늘로 예정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를 “북한의 오판이나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차분한 대응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현 단계는 이처럼 한반도 안보상황의 직간접적인 이해당사국들이 모두 열기를 식히고 냉각기를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계속적인 전쟁 위협에 더해 개성공단까지 폐쇄한다면 북한 스스로 선택지를 버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은 어떠한 정치·군사적 대치상황에서도 안전한 중립지대로 남겨둬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만 북한을 옥죄는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노출된 북한 당국의 막무가내식 사고방식은 결국 북한을 국제적인 투자기피국으로 낙인찍음으로써 더 큰 고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북한을 투자 대상 또는 경제협력 파트너로 여기겠는가. 남한과 미국이 자신들의 위협에 굴복할 것이라는 셈법으로는 한반도 근본 문제의 해결은커녕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시킬 뿐이다. 북한은 폐쇄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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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등록 후 첫 주말을 맞았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하고, 국회의원 선거도 거물급들이 나서면서 중앙당 개입을 꺼리는 바람에 지역선거로 가는 분위기가 짙다. 박근혜 정부가 갓 출범해서 이슈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일찌감치 후보들의 우열이 드러난 상황도 조용한 선거를 치르게 하는 요인들이다. 차분한 선거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혹여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적은 규모에도 불구, 의미있는 관전 포인트들이 적지 않다. 여당 중진들이 나선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 선거는 지도부 개편을 비롯한 향후 여당의 정치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이 중 부산 영도는 지난 대선에서 역대 최고 득표로 낙선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재기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서울 노원병 역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여의도 입성 여부와 야권 재편 향방은 물론, 공익 차원에서 삼성 X파일을 폭로하고도 오히려 의원직은 상실한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에 대한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잣대다. 승부 하나하나가 중앙정치에 던질 파장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선거부터 도입되는 사전투표제다. 아직 제대로 홍보가 안돼 아는 이들이 적은 실정이지만 이번에는 부재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읍·면·동마다 하나씩 설치되는 부재자투표소에서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19, 20일 중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신분증을 갖고 어느 한 곳의 부재자투표소에 나가면 투표가 가능하다. 이러한 획기적인 제도가 통합선거인명부 작성만으로 가능하게 됐다는 현실도 놀랍지만 늘 낮은 투표율로 재·보선 회의론까지 불러온 선거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지난 대선 때도 투표시간 연장은 막판까지 뜨거운 감자였다. 투표율 고저에 따른 여야의 유불리를 넘어 유권자들에게 투표할 시간과 기회를 넓혀주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정치쇄신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선 높은 투표율이 야당에 유리하다는 통설도 깨진 마당이다. 사전투표 정착을 위해서는 부재자투표소 확대와 같은 또 다른 과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후보들의 승패나 여야의 성적과 별개로 선거의 참여기회 확대라는 실험은 소중하다. 당장 중앙선관위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그 첫발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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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봉산탈춤의 양반춤 마당에서 말뚝이는 서민보다 무식하고 무능한데 비리나 저지르고 허세를 부리는 존재로 양반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조롱한다. 이런 까닭에 탈춤은 민중의 저항문화로 읽힌다. 하지만 왜 양반은 뒷돈을 대면서 이를 후원하고 동헌마당을 내주기도 하였을까. 양반은 서민들이 이 마당에서 모든 불만과 갈등을 풀어버리고는 돌아가서 열심히 자신을 위한 생산에 나서주기를, ‘반란을 향한 분노와 동경(憧憬)’을 누그러뜨리기를 진정 바란 것이다. 그처럼 조선조의 지배층은 신문고, 격쟁(擊錚), 상언(上言), 거화(擧火), 산호(山呼) 등 여러 방법으로 서민이 양반을 비판하고 저항할 마당을 열어두었다.


그런데 21세기 오늘 민주주의 국가에서, 봉건왕조에서도 허용된 마당을 없애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새벽에 서울 중구청 직원과 경찰은 대한문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였다. 


쌍용자동차사와 정권은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을 하여 2646명을 해고하였으며, 이에 반대하는 해고 노동자에게 전쟁에 상응하는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을 비롯한 온갖 폭력을 행하였다. 이의 후유증과 절망감, 생존의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24명의 노동자가 ‘사회적 타살’을 당하였다. 작년 3월30일에 22번째 죽음이 있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고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더 이상의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4월5일에 대한문 앞에 이 분향소를 차렸다.


그 후 이곳은 추모와 연대, 소통과 치유, 자유와 저항의 마당이 되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고인의 넋을 추모하고 그 아픔에 공감하고 문제점을 공유하였다. 용산참사와 제주해군기지로 고통 받는 이들이 농성촌에 합류하면서, 이곳은 노동모순과 개발모순, 생태모순이 응축되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개발위주 행정의 폐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갈등해소와 소통의 장이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이 모여 서로를 달래고 연대하며 치유를 하던 마당이었다. 언론이 통제된 상황에서 모여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던 민주주의의 보루였다.


이런 마당을 당국은 새벽에 들이닥쳐 야습하듯이 쓸어버렸다. 중구청과 경찰은 집시법과 도로교통법을 비롯한 여러 법을 위반하며 합법적인 분향소를 침탈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만들었다. 이는 장례식 도중에 상가를 파괴한 패륜이자,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할 공기관이 외려 법을 어기고 행한 공권력의 폭력이다.


화단이 된 분향소 (경향DB)


억울하게 해고당하고 수십 명의 동지들이 원통하게 죽었는데,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느꼈던 그 충격과 분노의 끝은 어디였을까. 정권이 무너질 사안임에도 정치권과 언론이 철저히 외면하는데, 그 절망과 고독의 깊이는 과연 어디까지였을까. 그럼에도 그들은 투쟁의지도, 이성도 잃지 않은 채 차분히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저항하였다. 가장 거세게 투쟁한 것이 김정우 지부장이 41일간 단식한 것이다. 간디처럼. 그럼에도 당국은 그들을 폭력으로 짓밟았고 가쁜 숨을 쉬는 숨통을 조였다.


당국이 이 철거로 이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저항을 잠재우려 했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마당은 텅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상징과 의미로 가득한 곳간이며, 기억이 주름과 겹을 이룬 지층이자, 욕망과 인정과 힘이 마주치다가 화해하고 하나로 어울리는 역동적인 장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고 일을 나누어 하고 혼사와 마을굿과 놀이를 행하던 마당이 있을 때, 마을은 늘 웃음꽃이 피었고 신명이 넘쳤다. 이 마당이 사라지면 싸움이 잦아지고 왠지 모르게 흉사가 이어지고, 폐가와 흉가가 속출하였다. 당국은 아무래도 노동자들의 투쟁의지에 기름을 부어 치유의 마당을 반란의 마당으로 전환시키고 이 나라에 흉사가 잇따르기를 바라는 듯싶다.


박 대통령에게 분향소를 영구히 없애고 나라와 자신도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대선공약인 국정조사를 당장 실시하여 관련자는 처벌하고 해고 노동자를 복직시키면 된다. 이를 또 미루거나 어긴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 이 미치고 썩어빠진 정권과 신자유주의 체제를 무너트리는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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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출범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함께 박근혜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해양영토 확대와 미래 성장동력인 수산업 발전을 통해 해양강국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동안 국토해양부에 갔던 해운, 항만 분야와 농림수산식품부에 갔던 수산 분야를 합쳐 공무원 1만3000여명, 예산 4조원의 매머드 부처로 출범 채비를 마쳤다. 그러나 정식 출범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윤진숙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청문회는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후보자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본부장 출신으로 도덕성이나 전문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자는 국회의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거나 헛웃음만 지으면서 자질론에 휩싸였다. 여당 의원들조차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자는 친척이 아파트를 살 때 불법으로 이름을 빌려준 사실도 드러났고, 결국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이다.


(경향DB)


그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을 당시도 해양지리 전문가로 해양수산부 핵심 분야인 해운·항만·수산 쪽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거론되기도 했다. 역대 해양수산부 장관 15명의 경력을 보면 관료 8명, 정치인 6명, 교수 1명 순이었다. 후보자 본인도 청문회에서 두 차례나 장관 내정을 고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정면돌파할 방침인 모양이다. 후보자를 임명해도, 철회해도 정치적 부담을 떠안는 것은 마찬가지인 만큼 차라리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인사 난맥상을 서둘러 봉합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를 비롯해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인 듯하다. 


그렇다 해도 윤 후보자의 임명은 더 큰 걱정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활하는 부처인 만큼 조직 안정과 업무추진 기반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 당시에도 해운·항만·수산 분야가 서로 업무 주도권과 인사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들 분야의 유기적인 결합을 위해 장관의 리더십이 어느 부처보다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기 어렵다면 박 대통령이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질질 끌 일이 아니다. 리더십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새 인물을 물색하는 것이 사태를 그나마 조기에 수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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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 연구교수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만약 개성공단이 문을 닫는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선 남북관계는 돌아가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또 다른 잃어버린 남북관계 5년의 역사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착공식을 시작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지난 10년간 쌓아올린 남북 간 신뢰의 탑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된다.


혹자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다시 개성공단 문을 열고, 생산설비에 쌓인 먼지를 닦고 기름을 다시 치면 예전과 다름없이 공장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 사고로 사망한 뒤 금강산관광길이 중단되면서 기업인들은 몸만 빠져나왔다. 하지만 금방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큰 착각이었다. 4년을 훌쩍 넘겼지만 금강산으로 돌아갈 기약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더구나 북한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과 규정들을 공포하면서 아예 독자적인 개발을 선포해 버렸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 사업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다. 북한 근로자 5만3000여명과 함께 일했던 남한 기업 123개와 식자재, 원자재, 연료 등을 공급했던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예상 피해기업 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개성공단 사업에 모든 재산을 걸었던 적지 않은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으로 일부를 보상받는다 해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 동남아 등에서 새 둥지를 틀어도 임금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갖기가 훨씬 힘들어졌다. 이들에게 개성공단은 포기할 수 없는 최후의 생존보루다. 오죽하면 현지에 인질이 되어서라도 정상화될 때까지 남겠다고 하겠는가.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면서 간신히 흑자 기반을 다져놓은 터다. 사실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가 ‘퍼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오기’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는 우리 기업들이 지난 10년간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일궈낸 성과다. 개성공단을 포기하는 것은 수년간 일상생활을 함께하며 기술교육을 전수한 수만명의 북한 관리직 및 기능공들과의 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5만3000여명의 북한 근로자들은 우리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 파트너였다.


개성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남북한 인력이 모두 철수하면 북한은 공단지역을 다시 군사기지로 만들겠다고 한다. 첨예한 군사대결의 장으로 다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 설립 전에 있었던 군부대가 후방 15㎞ 뒤로 이동되었고, 2000년 6월 정주영을 만난 김정일이 군인들을 제대시켜 공업지구에 30만명의 노동력을 대주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공급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로를 겪어 왔으나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신뢰만 쌓인다면 북한 군인들이 산업인력으로 전환되는 상황도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개성공단 활용은 중장기적 국가미래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북한의 호전적 언사나 도발 행위에 휘둘려 개성공단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미래의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수단과 자산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이번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시기와 방법,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즉각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는 한반도 전쟁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준전시 상황, 핵 위협 속에서도 남북 간 인적, 물적 왕래가 이어지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더 큰 비극을 막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도 이끌 수 있는 차선책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현실이고, 우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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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강행할 모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코레일 외에 별도 업체를 만들어 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 운영을 맡기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가 일정 지분 참여하는 민관합동이나 제2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경쟁을 통해 공기업 경영의 효율화와 요금인하를 노리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KTX 민영화 논란 재연은 물론 혈세만 낭비한 채 부실 공기업 숫자만 늘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닐뿐더러 그래서도 안된다.


수서발 KTX 운영을 누가 맡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 열차는 부산(경부선)과 목포(호남선)가 종착역이다. 현재 코레일이 운영 중인 KTX 경부·호남선과 중복 노선이다. 정부는 신규 노선의 경우 “코레일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방만한 코레일의 덩치가 더 커져 정부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경쟁을 통해 코레일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KTX 요금을 20%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쟁체제 도입은 허점투성이다. 제2공사를 만들면 초기 투자금만 3000억~4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코레일이 맡으면 필요없는 ‘웃돈’이다. 그간 KTX를 운영해온 코레일의 노하우가 사장된다는 단점도 있다. 요금인하 효과는 더 의문이다. 코레일은 KTX 외에 전국적으로 적자노선을 안고 있어 실질경쟁이 어려운 구도다. 정부 통제를 받는 KTX 요금은 경쟁을 통한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다. 코레일이 수서 노선을 받을 경우 여유인력을 전환 배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구조조정 효과가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겉으로는 경영 효율화를 요구하면서 실제는 코레일의 구조조정 기회를 막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영화 ‘꼼수’ 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2009년 경쟁체제를 앞세워 KTX 민영화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 때문에 좌초된 적이 있다. 각종 부작용에다 특정기업 내정설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제2공사와 함께 민관합작사 설립방안이 포함됐다. 말이 민관합작이지 사실상 민영화나 다름없다. 내정설이 아니라면 이토록 정부가 민영화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경영 효율화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코레일과 제2공사가 경쟁할 경우 선로 유지보수 같은 안전부문이 우선 희생될 우려가 있다. 승객 안전을 경시한 효율화는 자칫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의 경쟁체제도 본보기다. 서울시는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방만한 경영과 강성노조 때문에 5~8호선을 도시철도공사에 맡겨 경쟁시켰지만 둘 다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제2공사가 생기면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 효율화를 명분으로 또 다른 부실 공기업을 양산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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