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의 비서진 구성이 점입가경이다. 애초 내건 ‘작은 청와대’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몸집을 불리는가 하면 지연이나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인맥이 특정 라인을 독식하는 편중 현상을 노정하고 있다.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워 내정자 발표는 물론이고 배경 설명이나 프로필 공개마저 거부하는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이를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독선적 불통 인사가 ‘나홀로 국정’을 낳고, 이로 인해 등돌린 민심이 소통 단절을 고질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향신문DB)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달 중순 밝힌 ‘2실 9수석 34비서관’은 슬그머니 ‘3실 9수석 41비서관’으로 늘어났다. 경호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바람에 3실이 되고, 없앤다던 제2부속 비서관에 전 보좌관을 앉히다 보니 비서관 7명이 증가한 탓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인 ‘1실 1처, 7수석 36비서관’에 비해 큰 규모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인다”던 다짐은 무색해졌다. 굳이 이해하려 들자면 그럴 만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숫자만 놓고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적 구성이다. 영남 인사로 채워진 인사·사정 라인이 대표적이다. 비서실장 산하 인사위원회 소속 인사비서관에 내정된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은 경북 영주 출신이다. 인사위원장은 경남 고성 출신인 허태열 비서실장이 겸임한다. 장관 제청권을 가진 정홍원 총리 역시 경남 하동이 고향이다. 민정수석실은 대구 출신들이 대거 입성했다.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과 변환철 법무비서관 내정자는 모두 대구 출신이다. 상급자인 곽상도 민정수석도 대구 출신이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는 성균관대 법대 동문으로 얽혀 있다. 인사 정책 및 도덕성 관리가 특정 인맥에 맡겨진 상황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다. 경제 라인은 부총리 후보자부터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이라고 해서 ‘신EPB(기획원)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인수위는 현재까지 확인된 비서관 35명 중 8명을 진출시켜 최대 세력을 형성했다. 능력별 인선에 따른 우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서관은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가교 역할을 한다. 직급은 1, 2급이지만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는 점에서 핵심 요직으로 통한다. 그중에서 인사·사정 라인은 정권의 명운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역대 정권이 예외 없이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로 쇠락해간 경험칙은 뭘 말하는가. 비서진 ‘깜깜이 인선’이 검증이나 측근 챙기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 하물며 비판 여론을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듯하니 다음엔 또 무슨 실책이 나올까 두려울 지경이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해법도 찾아지는 법인데 그런 조짐이 안 보이니 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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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소탐대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 말부터 떠오른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비타협적 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제로 하는 것이 정치다. 그렇다면 정치는 타협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원안을 고수하는 건 원칙과 소신이 아니라 타협에 대한 거부, 정치에 대한 거부에 다름 아니다.


주지하듯이 대통령제는 대통령(행정부)과 의회(입법부)가 모두 국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이중적 정통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양 기관 간의 경쟁과 견제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통령은 이 경쟁과 견제 문제를 대개 다수 여당을 거수기로 만들어 의회를 무력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지금 박 대통령도 이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킹 마인드’ 때문에 여당이 길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이 여당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권위적 리더십을 보인다면 새누리당이 야당과 타협할 공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여야 관계가 경색돼 양극화된 대결정치를 펼치게 되면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었던 선거기반을 넘어서는 정치기반을 가져야 자신이 약속했던 바를 실천에 옮길 수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약속한 박 대통령으로선 강경보수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인데, 선거 때의 기반에만 의존하게 되면 그들의 저항을 뚫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여야 맞대결 구도를 만드는 건 자신에게도 결코 유리할 게 없는 소탐대실이다.


야당의 전략도 그리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조직법 개정이든 4대강이나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든 과연 이런 아젠다들이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차별화의 지점일까. 지난 대선에서도 새누리당과의 사회경제적 이슈에서 차별성을 보이는 데 실패해서 졌다. 민주당이 혁신해야 할 과제는 많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새누리당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복지공약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률 문제는 공약에서 많이 후퇴했다. 또 취임사에서 두 차례 언급했지만 대체로 그 의지가 무뎌졌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경제민주화 이슈도 있다. 민주당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바로 이런 의제들이다. 이런 문제를 놓고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자신들의 대안을 온전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경제적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지금 민주당에서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고, 어수선한 여권의 분위기로 인해 생긴 반사이익 때문인지 느긋해 보인다. 백보 양보해서 박 대통령이 하는 모습을 보면 민주당이 안도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에 의한 반사이익에 기대서는 수권능력을 키울 수도, 좋은 리더십을 창출할 수도 없다. 보통사람들이 직면해 있는 삶의 문제를 의제화하고, 그것에서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민주당의 진정한 혁신이다. 제도 개혁은 그 다음이다.

(경향신문DB)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민주당이 펴는 논리는 틀리지 않다.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옳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정작 집중해야 할 분야나 이슈가 소홀하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이 또한 소탐대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박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복지와 경제민주화에서의 후퇴다. 정부조직 개편이 아니다. 민주당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민생이슈에 집중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프레임을 구축해야 민주당이 기반으로 삼고자 하는 중산층과 서민의 지지를 확장하고, 안정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정부조직 개편에서 통 크게 양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탐대실의 고사에서 크게 잃게(大失) 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패망이라는 사실을 민주당이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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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태료 체납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황 후보자는 5차례에 걸쳐 차량 압류 통보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아반떼와 쏘나타 2대의 차를 소유한 황 후보자는 버스전용차로 위반과 과속, 불법 주정차, 정기검사 미이행으로 범칙금 및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계속 돈을 내지 않아 압류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황 후보자는 “과태료 납부 통지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차량 운전자라면 누구나 ‘딱지’ 몇 장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습 체납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법 질서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자질에 관한 문제다. 그는 이 외에 삼성 봐주기 및 병역 기피,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야당에선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와 함께 낙마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도 전관예우를 문제삼아 “장관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박근혜 정부가 신뢰사회를 위한 대통합을 이룰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고검장회의에 참석한 황교안 부산 고검장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DB)


일반 운전자도 자칫 과태료 통지서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5번 걸려 5번 모두 과태료를 체납한 ‘상습범’은 흔치 않다. 황 후보자 측은 “평소 전혀 몰랐던 사안”이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는 얘기로 들린다. 혹여 ‘내가 현직 고위 검사인데 감히 누가…’라는 특권의식이 빚은 결과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검찰 수사 지휘권과 정부 법률안의 제·개정권에 관여하는 법무부 장관이 이 정도라면 국민들에게 과연 법을 지키라고 주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는 후보자 발표 직후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논리정연한 법 이론으로 무장한 공안통인 황 후보자의 상습 체납은 그래서 더 예사롭게 넘기기 어렵다.


우리는 황 후보자가 공안검사 시절 다룬 안기부 도청사건 및 삼성 X파일 수사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부산고검장 퇴직 후 16개월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한 달 평균 1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과도한 전관예우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신체검사 과정에서 희귀한 피부병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당시는 고위 공직자나 부유층 자녀의 군 면제가 사회문제화됐던 시기다. 또 아들 전세금을 대신 내주면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더해져 험난한 인사청문회가 예고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 질서 주무장관에 상습 체납자를 앉혀놓고 원칙이 바로 서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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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조국 근대화의 영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씨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부친이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지 52년 만이고, 아끼던 부하의 손에 살해된 지 34년 만이다. 여기에 굳이 기간을 밝히는 것은, 전자는 산업화의 역사, 후자는 민주화의 역사와 얼추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변함없는 경제발전에 대한 믿음과 기대로 박정희의 딸을 대통령에 앉혔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축적된 사회불안 요소들을 완화하는 정도로 진행되었을 뿐이지 그 자체로 통치의 목적이 된 적은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통치자에게 국민을 ‘먹여살리는’ 일이야말로 최우선 과제였다.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꿈결같이 사는 ‘동막골’의 촌장도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안정감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잘 멕여야” 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이라는 두 단어로 이를 간명하게 표현했다. ‘문화’도 얘기하고 있지만 전체 맥락으로 보아 경제발전을 위한 성장동력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경례하는 박 대통령 (경향신문DB)


얼마 전 미국에서 20여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교포 한 분을 만나 소감을 물었더니, 물자가 너무도 풍부하고 잘사는 데 놀랐고, 그와 함께 낭비가 심한 데 또 한 번 놀랐다며 손사래를 쳤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의 소감이니 한국이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새 대통령은 경제를 부흥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선포했는데 과연 그럴까? 이미 충분히 잘살고 있는데 무엇을 가지고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 앞에 있는 선진국들의 비극은 너무도 잘살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경제학에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명제가 있다. 이스털린이라는 경제학자가 국민소득과 행복지수의 관계를 조사한 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면 더 이상 경제발전을 해도 별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지금 어느 정도 잘사는 수준이 아니라 물자가 넘쳐나서 아무리 주의를 해도 낭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이때의 성장동력은 잘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보다 잘사는 상대방을 따라잡겠다는 오기와 탐욕밖에 없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 우리가 행복해짐으로써 한반도가 행복해지고, 나아가 세계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내가 행복하면 남들도 다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기득권자들이 갖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맹점이다. 서양 백인들이 자기네처럼 경제건설을 하면 다 행복해질 것이라며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어 500년을 경영한 결과 지금 지구는 온갖 사회악과 폭력, 자연재해, 항시적인 전쟁의 위협 아래 신음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런 식의 경제개발은 “내가 행복하면 남은 불행해지는” 방식이다. 내가 웰빙 목조주택에서 쾌적하게 잘 살면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이 없어지고, 열대우림이 없어지면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없어지는 동시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 내가 고품질의 신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수시로 갈아치우며 사용하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제3세계의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와 다름없는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한다. 


먹고 먹히는 자본주의 정글에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없다. 만약 있다면 다른 나라 또는 다른 사회계층을 불행에 빠뜨려야 가능하다. 복지라는 것은 이렇게 불행에 빠진 사람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지 그 자체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고안된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부흥-국민행복-복지’의 연계 고리는 그러므로 특정계층을 위한 국정철학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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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엊그제 이사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날로, 사퇴시점을 놓고 고심한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를 매각하는 문제를 MBC 경영진과 논의한 사실이 공개된 이래 야당과 시민단체의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사퇴를 미뤄온 것이 그가 밝힌 것처럼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면 알려진 대로 박 대통령 부녀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의 발로로 여겨진다. 


어찌되었든 정수장학회와 박 대통령을 잇는 상징적 인물이 물러남으로써 정수장학회 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정수장학회 문제의 핵심은 ‘장물’로 존재해온 정수장학회 보유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설립한 장물이라는 정황은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2005년 7월 국정원 과거사진실위는 “박정희 정권이 중앙정보부를 앞세워 강제로 헌납받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2007년 5월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위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 2월 유족들이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시효를 이유로 반환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강압에 의한 헌납’임을 인정했다.

(경향신문DB)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가 정치적 장물이란 사실을 인정한 적이 없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시절인 2007년 7월 대선후보검증청문회에서 정수장학회가 강제헌납됐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도 관계가 없다. 제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공감하기 힘든 태도다. 그는 1995년부터 10년 동안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며 고액의 보수를 받았다. 물러난 최 이사장이 박정희 정권 때부터 얼마나 ‘충신’이었는지는 세상이 아는 사실이다. 


이제 정수장학회 문제는 정치적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유족들의 반환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출발부터 초법적, 정치적인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바, ‘한강의 기적’은 부친이 남긴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그러나 강제헌납과 같은 ‘부(負)의 유산’도 분명히 존재한다. 박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애써 외면해버린다면 국민이 새 정치에 거는 희망도 크게 퇴색할 것이다.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을 매듭지을 중대 계기가 마련됐다. 그것을 할 사람은 박 대통령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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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검사 사건’의 피해여성 사진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어제 현직 검사 2명과 검찰 실무관 1명을 벌금 3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혐의가 가벼운 검찰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앞서 경찰은 5명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가 사실상의 ‘인격살인’을 저질렀는데 몇백만원 내면 그만이라니 어이가 없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 심의를 거쳤다며 시민을 방패막이로 삼을 태세다. 검찰이 언제부터 그렇게 시민 의견을 존중했는가. 뻔뻔하기 그지없다.


검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소속 ㄱ검사는 지난해 말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자 실무관에게 피해여성의 주민번호를 알려주고 사진을 구해오도록 시켰다고 한다. 지시받은 실무관이 사진파일을 만들어 전달하는 과정에서 해당 파일은 검찰 내에 유포됐다. 최초 파일 생성자로부터 10여명을 거쳐 전달받은 안산지청 실무관은 이를 외부로 유출했다. 부천지청 소속 ㄴ검사는 또 다른 경로로 사진파일을 만들어 검찰 직원들에게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 얼굴이 궁금하다는 호기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검사와 검찰 직원들이 피해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며 낄낄거렸을 것을 생각하니 소름끼칠 지경이다.


검찰은 미온적 처벌이라는 비판론에 “수사팀 의견이 엇갈려 시민위를 열었다. 시민위가 정식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위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기소배심제와 달리 권고적 효력만 가질 뿐이다. 당초 엄벌 의지가 있었다면 시민위에 사건을 회부할 필요도 없었다. 제 식구를 봐주려고 꼼수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수사 과정부터 검찰은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심 자료를 제때 넘겨주지 않는 등 수사방해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니 말이다.

(경향신문DB)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사가 인권유린을 조장한 것은 직분을 망각한 파렴치한 행태다. 그럼에도 일벌백계하기는커녕 ‘감싸기’로 일관하는 후안무치는 어디서 비롯했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개혁이 유야무야될 듯하자 기가 살아난 것인가. 어제 수사결과는 그러나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 한국 검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데다 직접수사권까지 갖고 있다. 세계에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이 검찰의 오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즉각 검찰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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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문 |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문화 구현.’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민주시민의식과 준법의식 함양을 위한 헌법교육 등 법교육 강화를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대목인데,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국민들이 민주시민 및 준법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정부가 다음 두 가지 원칙을 확고히 하면 된다. 국가기관의 불법은 반드시 적발되어 엄하게 처벌된다는 원칙과, 이런 잘못된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은 철저히 보호받는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국정원의 위법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사 진척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전 동료를 통해 야당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현직 직원은 비밀누설 금지와 전직 직원 접촉 금지 등 국정원 직원법 위반으로 파면되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경향신문DB)


이런 현실에서 국가가 아무리 준법교육을 하더라도 냉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새 정부와 여당은 대선 승리의 정당성이 일부 훼손되더라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정원의 범법행위를 제보한 직원에 대해서는 공익적 고발자로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국민들은 정부의 ‘준법’ 의지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여기 도둑 있다”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 ‘준법’의 실천자인 공익신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전향적으로 법을 개정하는 데도 앞장서 줄 것을 함께 당부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되고는 있다. 하지만 법에 규정된 부패행위와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했다고 해서 다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법에서 정해 놓은 곳에다 신고했을 때만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법의 경우는 수사기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고, 신고 대상이 된 부패행위를 저지른 자가 소속된 공공기관이나, 이 기관을 지도·감독하는 기관에 신고한 경우까지 인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도 큰 차이는 없지만 국회의원에게 하는 신고까지 허용되고 있다. 


이렇게 신고할 수 있는 곳을 한정해 놓다보니 언론이나 시민단체, 노조, 정당 이런 곳을 통해 고발할 경우 아무리 그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보호법이 잘 구축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작은 식당에서조차 이 법을 게시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공공기관의 경우는 직원 게시판 게재는 기본이며 주기적으로 관련법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패방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국민뿐만 아니라 공무원도 이 법에 대해서, 그리고 보호받기 위해서 어느 곳에 신고해야 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해진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호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 국가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그리고 설령 법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기관에 신고할 경우 오히려 은폐되고 묵살당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공익 제보의 대중 공개를 인정하고, 법으로 보호가 보장돼 있는 기관이 아닌 곳에 제보할 수밖에 없는 타당한 사유가 있다면 공익신고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다.


탈법과 위법, 불법에 대해 호루라기를 부는 공익신고자들을 준법의 파수꾼으로서 인정하고 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새 정부에 바란다. 이는 “반드시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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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이전 정부들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벌써’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국정목표와 전략 및 과제를 보면서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초로 삼겠다고 한 ‘국정 구상안’에는 대선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 보이지 않고 후퇴했다. 경제민주화란 표현은 찾아볼 수 없고,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과 기초노령연금 정책 등의 적용범위와 시기가 축소되고 늦춰졌다. 또 박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과 청와대 인사 중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정통하거나 친화적인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인수위 측의 항변은 이렇다. 경제민주화란 표현을 안 썼다 해도 그 핵심 내용이 국정과제로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가령 국정과제로 경제적 약자의 권익보호와 대기업의 사익편취 근절 등이 명시되어 있음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또 복지정책이 후퇴했다는 것은 애초의 공약이 잘못 알려진 것에서 비롯된 오해라는 것이다. 그 예로 4대 중증질환 국가 보장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료 같은 3대 비급여 항목은 원래부터 국가보장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민주화가 국정과제로 녹아있다며 인수위를 거들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시기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데 조력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인수위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국정 구상안과 항변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례 (경향신문DB)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과연 한 측의 주장대로 경제민주화의 실종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한 측의 항변처럼 국정과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논란의 적실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라고 본다.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부의 양적 배분이 아니라, 그 부를 관장하고 배분할 권리를 누가 보유하고 행사하느냐에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의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즉 다수 국민들(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이 자신의 행복추구 기회를 갖기 위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그들이 정책을 실제 결정하는 주권자가 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논란은 경제민주화를 정부가 국정목표로 표현했는지, 또 경제민주화를 국정목표와 전략과제 중 어디에 배치했는지만을 쟁점으로 삼고 있다. 이 쟁점들에는 본질이 담겨져 있지 않다. ‘피상적’ 논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표현과 배치는 중요하다. 표현은 한 측이 특정한 정신과 관점에 기초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가겠다는 의지를 다른 측에 공표, 전달하기 위한 행위이다. 배치는 그 문제를 다른 문제와의 관계에 비추어 어떤 순서와 비중으로 다룰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런 표현과 배치를 이미 했다. 경제민주화를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위해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의 확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국민을 경제민주화의 주체가 아니라 수혜의 대상으로 설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중시한다고 자처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경제민주화 본질의 왜곡이 아니라, 단어를 직접 사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표현의 가시성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부의 양적 배분 문제로만 보면 재원확보를 이유로 다시금 성장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제민주화는 경제상황이 안 좋으면 약화 혹은 중단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국민이 직접적 주체가 돼 경제상황의 좋고 나쁨을 떠나 민주주의 정치가 추구하고 실현해야 할 보편적 과제다. 경제민주화 논란은 여기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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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 경북대 교수·사회학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전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필자는 그가 범인(凡人)들은 이룰 수 없는 대단한 성취를 미국에서 이뤘다는 점에서 분명코 입지전적 인물이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장관에 적격한 인물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첫째, 아무리 미국 국적 포기를 택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절차가 남아있고, 현재 형식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중국적인 자를 대한민국의 주요 중앙부처 수장으로 기용한다는 것은 문제다. 


우리는 2년 전, 공무원법을 개정해 외국인도 별정직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통령령 제24124호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보안·기밀에 관한 분야와 대통령 및 국무총리 등 국가 중요 인사의 국정 수행과 보좌에 관한 분야에는 이중국적자의 임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종훈 (경향신문DB)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존재감 있는 부처다. 그만큼 국가 안보 및 미래와 관련해 중차대한 부처의 수장으로 국적 문제가 아직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사람을 서둘러 기용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설사 국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 한국 실정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으며, 한국의 관료들을 이끌고 얼마나 일을 잘해낼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의 주요 행정부처가 단순히 장관이란 인물의 상징성만으로 굴러가는 그런 한가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한국적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고 할지라도 그동안 한국과는 동떨어진 문화와 세계에 살던 사람을 대한민국의 주요 부처 장관으로 앉힌다는 것은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그의 명명백백한 미 중앙정보국(CIA) 연루 사실이 개운치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단순히 성공한 재미 벤처사업가만이 아니다. 그는 CIA 자금으로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 ‘인큐텔’ 이사를 지냈다. 그리고 벨연구소 사장 시절 약 4년간 CIA 외부 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일했다. 1996년에는 자신이 설립한 유리시스템스라는 회사의 이사로 CIA 국장에서 물러난 제임스 울시라는 인물을 영입했을 정도로 CIA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한·미동맹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동맹도 양국의 존재의 존엄성과 자립성을 바탕으로 했을 때 떳떳하고 상호발전적인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미국이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 같은 외국의 정보기관 전력을 가진 이, 또는 여기에 깊은 연관을 가진 사람을 장관으로 기용하려 들겠는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미국이 아무리 이민자들의 나라고 자유의 나라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귀화한 자에게 대통령이 될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가의 중대한 자리는 그렇게 함부로 채우지 않는 게 미국이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니 이제껏 세계 최고의 강대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정녕코 미국에서 배우려면 그런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는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해 줄 것이라며, 돈을 주고 사서라도 그런 이를 데려와 장관 자리를 주어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피우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번 결정이 우리 자신을 너무 폄훼하는 행위는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장관을 할 인재가 그리도 없는 것인가.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사업가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두 말 안 하고, 장관 자리라도 줘서 데려오고 싶은 것이 겨우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그토록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것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장관 자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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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원 산업부 기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53)는 미국에서 자수성가했다. 그래서 “미국인이면 어떤가. 능력 있으면 장관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평이 제법 나온다. 특히 미국 교민사회에서 김 후보자의 장관 입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800만 교민 인재풀을 썩힐 것이냐는 경고도 할 정도다. 


그런데 김 후보자 장관 임명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해외 교민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칙 국적자’들과 그 부모 또한 김 후보자의 내각 입성에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 등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시민권이 악용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질문듣는 김종훈 내정자 (경향신문DB)


2005년 병역을 마쳐야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법 시행 이전 해외 국적을 선택하기 위한 고관대작의 도미 행렬이 줄을 이었고, 결국 이들은 대거 미국인이 됐다. 요즘에도 부모 중 한 명이 영주권을 획득하면 해외에서 태어난 자녀가 병역 의무를 피하는 변칙적인 수법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원정출산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미국 공립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고 대학 진학과 취업도 쉬워진다. 미국 국적은 있는 집 부모가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된다.


단, 그동안 이들은 한국에서 핵심 공직에 오를 수 없다는 부담만큼은 떠안아야 했다. 국가공무원법도 외국인 또는 이중국적자의 임용을 어렵게 해놓았다. 그런데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으로 이런 인식에 일대 변화가 올 가능성이 커졌다. 부유층의 미국 국적 선택이 자칫 진입 장벽이 아닌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장관 인선은 단순한 ‘능력 테스트’가 아니다. 능력만 보려면 지역·출신대학 안배도 필요없다. 장관 인선은 시대적 요구를 담는 사회적 메시지이자 최고 지도자의 철학이다. 인재풀을 넓히겠다는 뜻은 좋지만 덩달아 생길 부작용 또한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한국적 현실을 외면한 ‘글로벌’ 운운은 반쪽짜리 시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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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날 밤 청와대 대변인에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과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을 내정했다. 윤 대변인은 대선 직후 당선인 수석대변인에 발탁될 때부터 극우 성향으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 다시 중용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할 때 ‘낙마 1순위’로 꼽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대동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윤 대변인 내정과 김 후보자 구하기는 ‘박근혜 스타일’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50%를 밑도는 직무수행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했다. 평가가 박한 원인은 ‘인사 문제’와 ‘소통 미흡’으로 요약된다. 정권인수 기간 내내 도마에 오른 인사 문제의 출발점은 윤 대변인이었다. 대선 전 칼럼과 종편 방송에서 거친 언사와 색깔론으로 야당과 진보진영을 무차별 공격한 그가 당선인 수석대변인에 기용되자 비판이 거셌다. 인수위 활동 기간에도 그는 소통보다 불통으로 일관했다는 평을 받았다. 인수위 인선안이 밀봉된 봉투를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여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밀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윤 대변인 인사는 내용 못지않게 절차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밤중에, 공식 발표도 아니고, 뉴스통신사를 통해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를 이처럼 얼렁뚱땅 넘긴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불통의 상징과도 같은 윤 대변인 인선을 일과시간 중 공식 발표할 경우 후폭풍이 겁나 꼼수를 쓴 것인가. 국민들이 알까 두려운 인사를 왜 굳이 강행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소통과 통합과 상생의 리더십을 기대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변인을 중용하고 김 후보자를 감싸는 게 박 대통령의 용인술이라면 희망을 걸기 어렵다고 본다. 윤 대변인의 청와대행을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걱정이다. 의아한 생각이 든다”(홍일표 의원)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김 후보자를 향해서도 야당과 진보세력을 넘어 군 내부와 보수진영에서까지 회의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일치되다시피한 여론에 귀 막고 내 갈 길 가겠다는 건 ‘불통 인사’를 넘어 ‘오기 인사’에 가깝다. 이러한 일방통행이 인사를 넘어 전반적 국정운영 방식을 예고하는 것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또다시 ‘소통’을 주문하기도 민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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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제18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취임사의 제목대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이다. ‘행복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세 축으로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라는 각론을 제시했다. 20분 남짓한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말을 57번이나 동원할 만큼 국민의 행복을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14번)과 ‘희망’(9번), ‘꿈’(7번)이란 단어도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를 실질적으로 관통한 메시지는 제2의 한강 기적이다. 박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으로 시작해 제2의 한강의 기적, 새로운 한강의 기적 등으로 표현을 바꿔가면서 한강의 기적을 네번 언급했다. 네번이라는 숫자보다 ‘부흥’이나 ‘융성’, ‘부강’과 같은 1960~1970년대식 성장의 용어들 속에 그 함의가 녹아 있다고 본다. 반면 한국 사회를 함께 받쳐온 또 다른 축인 ‘민주화’와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들은 한 차례씩 거론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빠지는 바람에 국민과의 약속 위반 논란을 부른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역시 복원되는 듯했으나 ‘경제부흥’을 위한 부속품에 머문 인상이 짙다. 본래 의미보다 ‘박근혜식 경제’를 설명하는 수단으로서의 제한적 역할을 부여했다는 얘기가 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행복한 대한민국’이 실은 자신을 지지한 ‘52%의 세상’으로 기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선 승리 직후 밝힌 2대 화두인 대탕평과 변화가 별 설명 없이 사라진 것도 그러한 관측을 부추긴다. 그렇지 않아도 박 대통령은 며칠 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앞으로 경총·한국노총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해 민주노총의 반발을 산 터이다. 대통령 당선과 취임이라는 두 달여의 시간 사이에 발생한 국내외적 변화라면 북한의 핵실험을 들 수 있겠으나 그 변수 탓으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간극이 너무 커 보인다. 대탕평이나 변화가 애초부터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48%에 대한 구두선이었을 뿐 진의와는 거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 다룬 연극, 당선인 모교서 공연 (경향신문DB)


‘대통령 박근혜’ 탄생의 발화점이나 다름없는 경제민주화는 물론이고 대탕평마저 형해화한 ‘행복한 대한민국’은 반쪽짜리가 되기 십상이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한강의 기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분배를 도외시한 채 성장 최우선주의로 질주해온 한강의 기적은 이미 생명력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대탕평이라는 새 옷을 갈아입지 않은 한강의 기적이 그 어떤 수사에도 불구, 복고풍의 냄새를 풍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경제민주화와 대탕평은 행복한 대한민국,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가는 최소한의 전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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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조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방송정책(유료방송)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지 여부가 막판 쟁점이다. 우리는 여야 합의제로 운영돼 온 방송정책이 청와대의 직접 통제를 받는 미래부로 이관될 경우 방송의 공정·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새누리당이 이를 감안해 뒤늦게 방송광고를 지금대로 방통위에 맡기겠다는 중재안을 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고집하는 유료방송의 미래부 이관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의문인 데다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유료방송이 협상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채널 편성권 때문이다. 유료방송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 IPTV를 아우르는 3대 플랫폼 사업자를 말한다. 이들 셋을 합치면 가입자가 2400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TV를 볼 수 없는 세상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채널 편성권은 방송사업자의 이권과 직결된 예민한 사안이다. 유료방송은 방송 채널 번호를 맘대로 바꿀 수 있다. 유료방송 재허가권을 갖고 있는 미래부 장관이 이를 앞세워 유료방송을 압박한 뒤 지상파와 종편 채널 번호에 얼마든지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MBC의 비판적인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MBC를 11번 채널에서 인기 없는 번호로 밀어낼 수 있다. 야당이 새 정부의 방송장악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방통 융합은 시대적 조류긴 하지만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새 정부의 일자리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방통 융합이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막연한 주장이다. 이명박 정부도 같은 논리를 앞세워 종편 허가 당시 1만6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큰소리쳤다. 전문가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종편의 일자리 효과는 1000여개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더구나 유료방송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15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린 케이블방송은 국내에 도입된 지 20여년이 다 돼 간다. 신규 일자리는커녕 업체 간 이합집산을 통한 구조조정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실체 없는 일자리 주장은 얄팍한 꼼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방통위 개편안 논의 과정에 보다 솔직할 필요가 있다. 방통위 개편을 근거 없는 일자리와 연계해 독소조항을 밀어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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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의 협상이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1, 2차 시한(2월14일과 18일)을 모두 넘기면서까지 협상에 임했지만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일부 기능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제출한 개편안대로 방통위에서 관할하던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방송 공공성 확보를 위해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남겨놓을 것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방송통신위원회 (경향신문DB)


인수위에서 작성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보면 지상파와 종편, 그리고 보도전문채널을 제외한 위성방송, 종합유선방송, 중계유선방송 등 유료방송의 허가권을 미래부로 이관하고, 방송과 관련된 법령의 제정권과 개정권도 미래부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미디어렙 등 방송광고 관련 제반 사항과 방송발전기금, 그리고 방송광고공사 운영도 미래부에 관할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방통위는 기존의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수행하던 정책기능을 모두 미래부로 넘겨주고 미래부에서 결정한 사항을 단순히 집행하는 기능만 수행하는 일반 행정위원회로 격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사회적으로 권력집단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여론형성이라는 공적책임을 수행하고 있는 방송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익성을 심각하게 해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방통위는 여야가 추천한 방통위원들이 합의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방송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반면 신설되는 미래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의 참모로서 업무를 총괄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행정기관에 정부를 포함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방송의 허가권과 정책수립 및 법령 제정권을 이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방송의 허가권과 정책수립 및 법령 제정권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합의제기구인 방통위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신설되는 미래부에는 어떤 부분을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통합규제기관으로서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정책을 관할하고, 독임제 행정기구인 미래부에는 기존에 방통위에서 관할하던 통신진흥 정책을 이관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부가 미래성장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순수 산업진흥 역할에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분산되어 있는 ICT관련 규제와 진흥정책을 재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로 이관되었던 IT와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부로 이관되었던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산업 분야 등 ICT관련 산업들을 미래부로 이관해 ICT 대통합을 이루도록 함으로써 미래성장 산업의 창출과 육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방송정책을 독임부처인 미래부가 추진, 결정하도록 하는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은 방송을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로 몰아넣는 행위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방송이 독임제 장관의 감독하에 들어가게 되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다.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유료방송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신설되는 미래부에 이관하도록 되어있는 케이블 방송 SO의 경우 사실상 채널편성권한이 있어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개편안에 미래부에 이관하도록 되어있는 방송광고정책 역시 광고주를 통해 방송의 기획, 제작, 편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및 분담금 부과 등으로 방송사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에 남겨 놓는 것이 맞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대통령의 참모인 미래부 장관이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송정책을 관할하도록 하는 것은 방송을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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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취임한다.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 첫 2세 대통령 시대의 개막이다. 새로이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걸었다. 민생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이러한 약속대로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5년이 되기를 염원한다. 숱한 역경과 난관 속에서도 오늘의 영예에 이른 박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내며 새 정부의 순항도 함께 기원한다. 세대·계층·이념·지역·성별을 떠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으리라 본다.


박 대통령이 이끌 대한민국호 앞에는 수많은 시련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나 ‘트리클 다운(낙수효과)’ 논리를 앞세워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운용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중산층은 줄어들고 서민층은 더 가난해졌다.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지고 골목슈퍼와 동네빵집은 문을 닫았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목숨 건 고공농성으로 저항하고 있다. 대외적 정치지형 또한 엄혹하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핵무장국 대열에 진입했다. 일본 우익 정권은 군사대국화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리 영토를 겨냥한 도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선서 (경향DB)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선택받은 까닭도 이러한 조건들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양극화를 치유하면서 안보도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정치인 박근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원칙’과 ‘신뢰’를 믿었다. 화해와 대탕평을 강조한 당선 일성 역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정권인수 기간에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대선 과정에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는 형해화하고, 기초연금 도입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부담 등 복지공약은 후퇴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시작된 ‘밀봉인사’ 논란은 첫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도 나서지 못한 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조각과 청와대 인사에서도 대탕평은 실종됐고, 적잖은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 위기에 몰려 있다.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은 스스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오늘, 내각에는 이명박 정부 장관들만 즐비하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야당의 양보만 압박하다 빚어진 결과다. 대선 득표율을 크게 밑도는 44%의 직무수행 지지율(18~21일 한국갤럽 조사)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힘든 때일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 소통하고 통합하고 상생하는 길이 정도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탈권위주의적인 리더십에 기반을 둔 통합의 정치로 진정한 여성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줄 때다. 첫걸음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48%의 국민까지 포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직 기자, ‘88만원 세대’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유신 2세를 중용하거나 ‘제2의 한강의 기적’ ‘제2의 새마을운동’ 운운 하는 복고풍으로는 희망이 없다. 국회의 권능과 야당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도 민주국가 지도자로서 필수 요건이다. 국회와 야당을 경시해서는 어떠한 국정과제도 달성하기 어렵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박 대통령은 2009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연설을 했다. “정부는 시장경제 작동 과정에서 문제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한다. 경제 발전의 최종 목표는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복 공유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경 우파로 간주되던 정치인 박근혜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천착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순간을 박근혜 대통령 탄생의 출발점으로 간주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이다. 박 대통령은 스탠퍼드대 연설로 돌아가야 한다. 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이야기했는지 되짚어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은 그때 현실로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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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외없이 한반도의 봄은 전쟁연습으로 시작되고 있다. 북한의 박림수 판문점 대표부 대표는 엊그제 제임스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한·미 양국군이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키 리졸브·독수리 연합훈련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은 한·미 합훈 기간 동안 자체 군사기동훈련을 벌여왔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연일 군부대를 시찰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특히 지난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탓에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하기에 군사적 충돌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유엔 안보리가 조만간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채택하면 한반도 정세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주말 정상회담에서 안보리 제재 뒤 금융제재를 비롯해 강력한 독자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미 양국군의 모의전쟁 시기에 가시화될 상황들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국지도발의 위험성이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북측 바라보는 박근혜(경향신문DB)


박근혜 정부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안보위기가 가장 고조된 상황에서 출범하게 됐다. 하지만 우호적 안보환경을 물려받고도 최악의 위기를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비추어 보면 나쁜 출발만은 아니다. 구체적인 위기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지만, 그 위기의 끝에 실현시켜야 할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북핵 위기의 항구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궤도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의 당사국들을 초대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아 “강력한 한·미동맹으로 대북 억지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평화의 필요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전쟁 분위기를 평화 분위기로 돌려놓고 퇴임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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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한 정치부 기자



“여당 원내대표인지 야당 원내대표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한 의원의 촌평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이 원내대표의 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22일에도 “야당 주장은 사고가 나니 새 차 말고 옛날 차를 타고 다니자는 격”이라며 또 야당을 자극했다. 협상을 전쟁에 비유하면 이 원내대표는 ‘협상자’가 아니라 ‘문선대(문화선전대)’다.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 


물론 야당도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여야 간 책임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 정부 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야당으로서야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여당과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원내대표의 자리가 존중되는 것이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야당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여당의 책임이고, 원내대표의 숙명이다.

이한구 (경향신문DB)



당이 원칙을 고수해도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이다. 원내총무에서 원내대표로 명칭이 바뀌고, 당직이 아닌 국회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거꾸로 돼 있다. 원내대표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자 당 지도부가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줄기차게 야당에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스스로는 원칙주의자라고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여당 원내대표에 어울리지 않는 독선이다.


야당의 반대를 “전당대회 내부 권력투쟁용”이라고 한 것은 무자격을 드러낸 언사다. 자신의 무능에 대한 변명으로도 들린다. 그러지 않아도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분과 세비 반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외골수란 불만이 있었다.


원내대표의 최고 덕목은 협상과 조율, 타협이다. 나만 100% 옳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런 인식이라면 여당 원내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갈수록 더해가는 그의 고집이 걱정스럽다. 임기가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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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내각이 어제 기어코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에 차관급 정부대표인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을 참석시킴으로써 퇴행적 극우 민족주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달 초 총리 직속의 내각관방에 독도 문제를 다루는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설치한 데 이어 나온 명백한 도발행위다. 시마지리 정무관은 행사장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생떼를 부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한국 정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정부대표를 시마네현에 파견한 조치에 대해 “다케시마는 100% 일본 영토인 만큼 이를 알리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그나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각료가 아닌 정무관을 파견한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 (경향DB)


일본 내 극우 민족주의 바람에 편승해 정권을 잡은 아베 내각의 태생적 한계는 새삼 거론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다. 아베 내각이 새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시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거의 예외없이 임기 초에는 일본과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가자는 행보를 보이다가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 탓에 껄끄러운 관계로 끝을 맺었다.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갈등의 확대재생산을 피하는 양갈래 대응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일본과의 성급한 협력이나, 성급한 반목 모두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베 내각의 극우적 행보는 한·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엊그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애국심을 가르치는 것은 반일 감정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내놓아 중국 여론을 들끓게 했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국가들의 민족감정을 동시에 건드려놓고 미국으로 달려간 꼴이다. 미국은 독도 문제에 엄정 중립을 고수하면서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급하게 한·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면 한반도 주변정세를 개선하기는커녕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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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사였던 검찰 개혁이 빈껍데기만 남긴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엊그제 발표한 검찰 개혁안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 신설, 주요 사건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시민위원회 구성이 주된 골자다. 차마 개혁안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노출된 검찰의 총체적 난맥상은 개혁의 당위성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수위가 마련한 새 정부 국정과제는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도 “검찰 개혁 의지가 있는지 그 근본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정한 수사가 담보될 수 있는 인사시스템과 감찰 강화, 검찰권 견제 방안이 포함된 개혁안을 다시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질적인 ‘코드 수사’와 검찰권 남용에 따른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새 정부 검찰 개혁안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대검 중수부 폐지만 해도 무늬만 폐지안이다.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앤 뒤 일선 지검 특수부가 대신하는 격이다. 중수부는 이름만 바뀐 채 지휘 기능도 갖게 된다. 지검 특수부가 대신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 또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인 상설특검이 통째 사라진 대신 허울뿐인 특별감찰관제만 남았다. 특별감찰관제는 수사 대상이 공직자 전반이 아닌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국한돼 있는 데다 기소권도 없다. 시민위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향신문DB)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는 정실인사와 맞물려 있다.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을 통해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정치검찰’을 양산해온 진원지다. 현 정부 5년간 검찰을 장악한 TK(대구·경북) 인맥이 ‘코드 수사’로 검찰을 난장판으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검찰이 정치적 외풍과 코드 수사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최소한의 인사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 권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 기구에서 벗어나 검찰 간부의 승진·전보 인사 때 실질적인 심사 및 추천권을 주는 방안이다. 신상필벌을 통해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 관행을 바꿀 수 있다. 엉터리 수사를 해놓고 줄대기로 승진하는 정치검사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최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검찰총장 추천위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대한 검찰권도 문제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당면과제다.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은 어떤 형태로든 수술이 불가피하다. 상설특검이든 공직자비리수사처든 새 부패수사 전담기구를 구성해 검찰 수사와 경쟁시켜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권 통제도 한 방법이다. 감찰 기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벤츠 검사’ ‘성추문 검사’ ‘떡값 검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감찰 기능을 외부에 대폭 위임하고 검찰의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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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복지공약 가운데 하나이자 ‘공약 후퇴’ 등의 논란을 빚었던 기초연금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종안이 나왔다. 인수위가 그제 공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통해 밝힌 기초연금안의 골자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를 제외한 65세 이상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소득 하위 70% 중 무연금자는 20만원, 국민연금 수급자는 14만~20만원, 소득 상위 30%의 경우 무연금자 4만원, 국민연금 수급자 4만~10만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 약속 가운데 ‘모든 노인에게 지급’ 부분은 지키되 ‘20만원’ 부분은 손질을 한 셈이다. 공약 이행과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벽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기초연금,중증질환 공약 이행 촉구 (경향신문DB)


인수위의 안은 향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정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안은 새 정부 출범 즉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비록 공약 수정 논란과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걸음마를 시작한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갈수록 가중될 노인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과 면밀한 대책이 요구되는 만큼 새 정부는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제도의 최종 목적지까지는 우리에게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5%)의 3.4배(45.1%)에 이르는 노인빈곤국이다. 노인자살률 1위에다 고령화 진입 속도도 1위다. 국민연금 급여수준(40%)도 턱없이 낮은 마당에 이번 인수위의 기초연금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분명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열쇠는 정치적 의지와 증세를 포함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대비 노령 및 유족급여 등에 대한 공적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치는 고사하고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행히 인수위 안에는 금년 중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 확대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해 증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새 정부는 의지를 갖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제도의 확대를 위한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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