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한 정치부 기자



“여당 원내대표인지 야당 원내대표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한 의원의 촌평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이 원내대표의 책임을 거론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22일에도 “야당 주장은 사고가 나니 새 차 말고 옛날 차를 타고 다니자는 격”이라며 또 야당을 자극했다. 협상을 전쟁에 비유하면 이 원내대표는 ‘협상자’가 아니라 ‘문선대(문화선전대)’다.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 


물론 야당도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여야 간 책임의 무게는 분명 다르다. 정부 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야당으로서야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여당과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원내대표의 자리가 존중되는 것이다. 어떤 난관이 닥쳐도 야당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여당의 책임이고, 원내대표의 숙명이다.

이한구 (경향신문DB)



당이 원칙을 고수해도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이다. 원내총무에서 원내대표로 명칭이 바뀌고, 당직이 아닌 국회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여당은 거꾸로 돼 있다. 원내대표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자 당 지도부가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줄기차게 야당에 비타협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스스로는 원칙주의자라고 여기는지 모르겠지만 여당 원내대표에 어울리지 않는 독선이다.


야당의 반대를 “전당대회 내부 권력투쟁용”이라고 한 것은 무자격을 드러낸 언사다. 자신의 무능에 대한 변명으로도 들린다. 그러지 않아도 이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분과 세비 반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외골수란 불만이 있었다.


원내대표의 최고 덕목은 협상과 조율, 타협이다. 나만 100% 옳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그런 인식이라면 여당 원내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갈수록 더해가는 그의 고집이 걱정스럽다. 임기가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아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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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내각이 어제 기어코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날’ 행사에 차관급 정부대표인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을 참석시킴으로써 퇴행적 극우 민족주의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달 초 총리 직속의 내각관방에 독도 문제를 다루는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을 설치한 데 이어 나온 명백한 도발행위다. 시마지리 정무관은 행사장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생떼를 부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한국 정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정부대표를 시마네현에 파견한 조치에 대해 “다케시마는 100% 일본 영토인 만큼 이를 알리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그나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각료가 아닌 정무관을 파견한 것이라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 (경향DB)


일본 내 극우 민족주의 바람에 편승해 정권을 잡은 아베 내각의 태생적 한계는 새삼 거론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우리의 자세다. 아베 내각이 새 정부 출범을 사흘 앞두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사실상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시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는 거의 예외없이 임기 초에는 일본과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가자는 행보를 보이다가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 탓에 껄끄러운 관계로 끝을 맺었다. 박근혜 정부가 역대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사·영토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갈등의 확대재생산을 피하는 양갈래 대응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일본과의 성급한 협력이나, 성급한 반목 모두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베 내각의 극우적 행보는 한·일 관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세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엊그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이 애국심을 가르치는 것은 반일 감정을 기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내놓아 중국 여론을 들끓게 했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국가들의 민족감정을 동시에 건드려놓고 미국으로 달려간 꼴이다. 미국은 독도 문제에 엄정 중립을 고수하면서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성급하게 한·일 간 군사협력을 강화한다면 한반도 주변정세를 개선하기는커녕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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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사였던 검찰 개혁이 빈껍데기만 남긴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엊그제 발표한 검찰 개혁안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 신설, 주요 사건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시민위원회 구성이 주된 골자다. 차마 개혁안이라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노출된 검찰의 총체적 난맥상은 개혁의 당위성을 입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수위가 마련한 새 정부 국정과제는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도 “검찰 개혁 의지가 있는지 그 근본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공정한 수사가 담보될 수 있는 인사시스템과 감찰 강화, 검찰권 견제 방안이 포함된 개혁안을 다시 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질적인 ‘코드 수사’와 검찰권 남용에 따른 악습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새 정부 검찰 개혁안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대검 중수부 폐지만 해도 무늬만 폐지안이다. 직접 수사 기능을 없앤 뒤 일선 지검 특수부가 대신하는 격이다. 중수부는 이름만 바뀐 채 지휘 기능도 갖게 된다. 지검 특수부가 대신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 또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공약인 상설특검이 통째 사라진 대신 허울뿐인 특별감찰관제만 남았다. 특별감찰관제는 수사 대상이 공직자 전반이 아닌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국한돼 있는 데다 기소권도 없다. 시민위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향신문DB)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는 정실인사와 맞물려 있다.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을 통해 인사의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정치검찰’을 양산해온 진원지다. 현 정부 5년간 검찰을 장악한 TK(대구·경북) 인맥이 ‘코드 수사’로 검찰을 난장판으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검찰이 정치적 외풍과 코드 수사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최소한의 인사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찰인사위원회 권한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 기구에서 벗어나 검찰 간부의 승진·전보 인사 때 실질적인 심사 및 추천권을 주는 방안이다. 신상필벌을 통해 검찰의 눈치보기 수사 관행을 바꿀 수 있다. 엉터리 수사를 해놓고 줄대기로 승진하는 정치검사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최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검찰총장 추천위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대한 검찰권도 문제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당면과제다.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은 어떤 형태로든 수술이 불가피하다. 상설특검이든 공직자비리수사처든 새 부패수사 전담기구를 구성해 검찰 수사와 경쟁시켜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찰권 통제도 한 방법이다. 감찰 기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벤츠 검사’ ‘성추문 검사’ ‘떡값 검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감찰 기능을 외부에 대폭 위임하고 검찰의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과거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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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핵심 복지공약 가운데 하나이자 ‘공약 후퇴’ 등의 논란을 빚었던 기초연금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최종안이 나왔다. 인수위가 그제 공개한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를 통해 밝힌 기초연금안의 골자는 소득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를 제외한 65세 이상 노인 전체를 대상으로 소득 하위 70% 중 무연금자는 20만원, 국민연금 수급자는 14만~20만원, 소득 상위 30%의 경우 무연금자 4만원, 국민연금 수급자 4만~10만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 약속 가운데 ‘모든 노인에게 지급’ 부분은 지키되 ‘20만원’ 부분은 손질을 한 셈이다. 공약 이행과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벽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기초연금,중증질환 공약 이행 촉구 (경향신문DB)


인수위의 안은 향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정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방안은 새 정부 출범 즉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비록 공약 수정 논란과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걸음마를 시작한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갈수록 가중될 노인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노력과 면밀한 대책이 요구되는 만큼 새 정부는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제도의 최종 목적지까지는 우리에게 멀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3.5%)의 3.4배(45.1%)에 이르는 노인빈곤국이다. 노인자살률 1위에다 고령화 진입 속도도 1위다. 국민연금 급여수준(40%)도 턱없이 낮은 마당에 이번 인수위의 기초연금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분명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열쇠는 정치적 의지와 증세를 포함한 새로운 재원 마련에 있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대비 노령 및 유족급여 등에 대한 공적 지출 규모는 OECD 평균치는 고사하고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행히 인수위 안에는 금년 중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해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 확대의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해 증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새 정부는 의지를 갖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제도의 확대를 위한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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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전국사회부 기자

 


인간의 감정을 지배하며 중독성도 강하다. 기업의 마케팅에도 꼭 필요하다. 병을 치료하는 데도 쓰인다. 정치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이 존재한다. 다름 아닌 ‘색’이다. 인간과 색깔의 연관성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일본의 색채학자 노무라 준이치가 쓴 <색의 비밀>이라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 조명기사가 만찬회를 통해 실험을 했다. 만찬회장에는 최고급 요리와 음료를 준비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조명 색을 녹색과 빨간색으로 교체했다. 그러자 스테이크는 희멀겋게, 샐러드는 회색, 푸른 콩은 검은색, 우유는 붉은색, 커피는 황토색으로 변했다. 손님들은 음식 먹기를 꺼렸다. 체한 손님도 있었다. 


호주에서는 금연정책의 하나로 재작년 담뱃갑 포장 디자인을 칙칙한 농갈색으로 일원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담배 제조사들은 사유재산 침해와 위조 담배 유입 등이 우려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8월 호주 최고법원은 합헌 결정을 했다. 통일된 담뱃갑이 그 해 12월부터 시장에 등장했고 금연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색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컬러테라피, 컬러커뮤니케이션, 컬러마케팅, 컬러정치 등 다양한 신조어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공무원증이 교체된다. 공무원 신분증은 정부 수립 이후 네 번 바뀌었다. 각 부처와 기관이 자체적으로 종이로 제작해 사용하던 공무원증은 1968년 총리령으로 처음 통일된 형태의 신분증으로 손질됐다. 3급 이상은 노란색, 4~5급은 옥색, 6급 이하는 분홍색이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취임 직전인 1980년 7월에는 직급별로 구분돼 있던 신분증이 노란색으로 단일화된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5개월 만인 1998년 7월에는 신분증이 연한 노란색으로 얼굴을 바꾼다. 연한 노란색은 김 전 대통령이 평민당 대선 후보로 나설 때부터 진보와 변화를 상징하며 사용하던 색깔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다시 파란색으로 교체된다. 이때가 첫 전자신분증이다. 파랑은 한나라당의 상징색이며, 이 대통령의 컬러이기도 하다. 당시 정부는 신분증 위조 방지와 다양한 기능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새 신분증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인사말하는 박근혜 당선인 (경향신문DB)


박근혜 정부에서는 새 공무원증이 빨간색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가 이달 일부 공무원들을 상대로 4개 샘플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1·2위 모두 빨강이 강조돼 있다. 말이 좋아 의견 조사이지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샘플은 빨간색을 띤 2개로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빨간색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보수의 상징인 파란색을 버리고 선택한 색이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한 민원인이 위조 신분증으로 서울정부청사에 들어와 사무실 책상에 불을 낸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증 교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새 공무원증에는 사진과 글자의 크기가 현재의 것보다 확대되고 위·변조가 어렵도록 홀로그램이나 시변각 잉크 등이 새롭게 사용된다. 교체 비용은 과거 한 장당 1만원 안팎에서 이번에는 1만2800원이 소요된다. 중앙, 지방 등 공무원 100만명이 해당돼 총 128억원이 든다.


공무원증 위조범죄는 자칫 국민의 생명·재산 피해와 직결될 수도 있어 정부의 보안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색깔이다. 정권 교체기에 그것도 대통령의 컬러에 맞춰 공무원증 색이 변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새 집권당이 보내는 무언의 사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무원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정치적 중립 원칙을 훼손하고, 권력의 향방을 따라 눈만 돌린다는 ‘복지안동’의 분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 


색은 그 정도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 언제부턴가 공무원증을 한국 정치판의 유치한 색계(色計)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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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고소·고발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다. 이 사건은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남한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구두약속을 해줬다”고 말한 게 발단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정 의원 발언은 나름대로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구체적인 대화록 내용은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수사는 국가기밀을 다룬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결론과 비공개 원칙 때문에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논란의 불씨만 키운 꼴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출두하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경향신문DB)


검찰 수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상회담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진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만큼 향후 정치적 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수사 도중 검찰이 대화록을 열람하는 게 적절한지도 논란이 됐다. 검찰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를 엄격히 제한한 지정기록물인지 공공기록물인지 명확한 유권해석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람을 강행했다. 하지만 무리수 때문에 국민적인 의혹과 궁금증만 키운 꼴이다. 또 사건 관련자 전원이 무혐의 처분되면서 2차 검증의 기회가 원천 봉쇄된 것도 화근이 될 수 있다.


이번 결과가 소모적인 정쟁이나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결과도 정 의원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적 판단만 했을 뿐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명시한 것이 아니다. 노무현재단은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한 당시 인사들의 증언에 의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로 이미 결론난 사안”이라며 수사결과에 반발했다. 현재 남북관계는 북의 핵 실험 때문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판국이다. 대화록의 실체와 진상 공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이 확산될 경우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매한 수사결과를 갖고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거나 야당·진보진영을 싸잡아 종북세력으로 모는 것은 새 정부가 강조해온 사회통합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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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 21개 국정전략, 140개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인수위는 “경제민주화는 핵심 국정목표인 ‘(성장을 통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아래 국정전략인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확립’과 함께 쓰기로 했다”며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내용과 취지는 140개 국정과제에도 골고루 반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꼽은 핵심 공약이다. 더욱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복지확대 등 진보적 의제를 선점해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로선 배신감을 느낄 만하다. 

인수위 마지막 국정과제토론회 (경향신문DB)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목표와 대선공약을 비교하면 경제민주화가 빠진 대신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로 국정운영 무게 중심이 새로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성장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성장을 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경제가 활력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개혁 아이콘이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를 새 정부의 국정목표에서 퇴출시킨 행태는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경제민주화가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수사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으리라 본다. 


경제민주화는 국민과의 약속인 것은 물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시대정신이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나 ‘동네빵집’으로 상징되는 골목상권 진출을 막아야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기초노령연금 인상 공약을 비롯해 다수 복지공약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핵심 공약인 경제민주화마저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번 한 약속은 지킨다’는 박 당선인의 정치 신조를 스스로 깨는 것이기도 하다.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을 두고 인수위는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그나마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인수위는 세부 국정과제로 신규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만큼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새 정부 출범 후 이들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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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이 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노사자율의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면서 “그러나 극단적인 불법투쟁과 잘못된 (노사)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선 후 처음으로 노동정책의 일단을 피력하면서 유난히 불법투쟁 개선에 방점을 둔 것이 눈길을 끈다. ‘기업 친화적’이고 ‘노동 적대적’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답습하겠다는 뜻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말하는 ‘새로운 노사관계’가 노동자의 불법 엄단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면 새 정부 노동정책 역시 실망만 안겨줄 수밖에 없다. 


물론 노동자든 사용자든 불법을 용인해선 안된다는 것은 백번 옳다. 하지만 고공·천막농성이나 집회·파업 등을 야기한 주요 노동현안과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된 각종 노동문제가 노동자의 불법 때문만인가. 오히려 부당해고·불법파견·노조파괴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직원 사찰과 탈법·편법 고용 사례가 말해주듯이 사용자의 불법이 더 극심하고 제도·행정·사법적 제재에서도 벗어나 있기 일쑤다. 법은 공평하게 행사돼야 한다. 사용자에게 솜방망이를 들이대고 노동자에게는 쇠몽둥이를 들어서는 안된다.

설한파 속 쌍용차 노숙농성 (경향신문DB)


경총·한국노총과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박 당선인의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도 문제가 있다. 의도적으로 민주노총을 함께 협의할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이라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국내 최대 노동자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과 대화하지 않고서는 노사협력은 고사하고 노사평화조차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새 정부가 지향하는 국민통합은 더더욱 멀어질 게 뻔하다.


이미 노동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현대차·쌍용차 등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한진중공업에서는 최강서씨의 시신을 공장 안에 두고 대치 중이다. 대통령 취임 전날부터 1박2일 투쟁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새 정부의 국정 목표는 노사가 협력할 때 성공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노사협력은 노동현안이 해결돼야 이루어질 수 있고, 노동현안 해결은 노동계 전체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사용자의 불편은 보살피고 노동자의 불법은 다스리겠다는 자세는 곤란하다. 박 당선인의 ‘경총 발언’이 재계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면 몰라도 당선인의 편향된 노동관을 반영한 것이라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노동계 전체와 진정성 있는 소통 없이는 실효성 있는 노동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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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 녹색평론 발행인



 

고전적인 교양소설 <빌헬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서 괴테는,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면 날마다 몇 가지 일을 습관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훌륭한 그림을 적어도 하나는 보아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루 중에 이치에 맞는 말 몇 마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이치에 맞는 말 몇 마디’라는 말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가능하다면’이라는 유보적 표현이다. 즉, 괴테는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이치에 맞는 말’을 듣거나 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괴테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18세기 독일사회의 ‘후진성’에 대해서 그가 치를 떨었다는 얘기가 된다. 원래 ‘교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떤 점에서 독일사회의 후진성의 증표였다.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는 시민혁명을 통해서 근대적 문물제도를 확립해가며 세계사적 변혁의 선두에 서 있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중세적 질서가 압도적이었고, 신흥 부르주아계급의 관심은 재산증식에 집중되어 보다 넓은 정치적·사회적 각성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자칫 대혼란을 초래할 혁명이 아닌 온건한 방식으로 ‘후진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겼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르주아계급의 지적·정신적 깨달음이 필요하다는 게 괴테를 비롯한 선각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강조한 게 인간의 내면적 성장을 위한 자기교육, 즉 ‘교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배경이 무엇이든, ‘교양’의 중요한 척도로서 괴테가 ‘이치에 맞는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젊었을 적에 괴테의 이 구절을 처음 대했을 때 내 시선이 거기에 한참이나 머물러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괴테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이것은 결코 옛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자신이 너무나 오랫동안 거짓말과 위선적 언어를 당연지사로 여기며 살아온 게 아닌가. 그리하여 늘 이치에 맞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거나 들어야 하는 상황에 익숙해졌고, 그 결과 마침내 거짓과 진실에 대한 감각조차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이러고서야 우리가 어떻게 존엄한 인격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있을까. 괴테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런 우울한 상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 이후 수십 년이 흘러 청년은 속절없이 늙은이로 변했다. 그러나 한스러운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의 공적 언술공간에서 거짓언어와 부조리한 언어를 이제는 그만 들었으면 하는 평생의 소원이 내 생애 동안에 성취될 전망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진사회란 무엇보다 이치에 맞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라는 괴테식의 생각이 옳다면, 한국사회가 후진성을 벗어날 날은 지금으로서는 아득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행을 저지른 자신의 측근들이 죗값을 치르기도 전에 특별사면을 단행한 임기말의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중에 ‘국격’이 높아졌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천박한 자랑을 일삼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공약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된 이가 자신의 공약이 가진 의미를 완전히 몰각하고 민주주의와 복지를 우습게 여기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를 태연히 중용하는 나라가 오늘의 한국사회이다.


그러나 가장 절망적인 것은 사법부가 조금도 이치에 맞지 않는 문장을 판결문이랍시고 내놓는 현실이다. 노회찬 의원에게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겼다고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국회의원직을 박탈한 대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지금 많은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직업적 법률가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소위 ‘법리’를 몰라서가 아니다. 법리라는 것도 결국은 ‘법의 이성’을 뜻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생각에 부합하는, 즉 이치에 맞는 논리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뇌물을 주고받은 자의 죄는 묻지 않고, 뇌물을 받은 자들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직까지 박탈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사법권력 행사라고 할 수 있는가.

(경향신문DB)


더욱이 그 뇌물 수수는 사사로운 개인 사이가 아니라 재벌과 검찰공무원 사이에 진행되어 국가의 법질서 자체를 근원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뇌물 수수행위가 발생한 것은) 8년 전의 일로서, 공개하지 않으면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늘날 삼성이라는 거대재벌이 음으로 양으로 이 나라의 권력기관, 언론, 학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수행과 지식인의 비판정신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사법적 정의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내리는 기관만은 그게 “8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라는 식의 경악할 만큼 나이브한 엉터리 논리를 펴고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사법부의 국회 경시 태도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도청 금지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유죄일 경우 벌금형은 없고 징역형만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여야의원 152명은, 이 법률의 개정을 준비하며, 노회찬 의원에 대한 판결을 늦춰 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것은 삼권분립의 본의가 무엇인지 착각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삼권분립은 국가권력의 집중에 의한 독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지 합리적인 설명 없이 민중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추방해도 좋다는 제도가 아닌 것이다.


굳이 선후를 따진다면, 민의와 보다 직결된 국회야말로 국권의 최고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역사가 제일 오래된 영국에서 대법원이 설치된 것은 2009년이었다. 그때까지 최고재판소 기능은 국회(상원)가 대행해왔던 것이다. 민주정치란 철저히 의회중심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영국 대법원은 모든 판결을 유튜브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일찍이 몽테스키외는 공화주의의 원리란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는 시민적 덕(德), 즉 자유인의 정신임을 갈파했다. 자유인의 언어에는 원래 무리가 없다. 거짓언어는 결국 노예(혹은 노예근성에 젖은 자)들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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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논설위원



유난히 학구열이 높았던 정조(正祖)는 8살 때부터 일기를 썼다. 증자(曾子)의 ‘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의 가르침에 크게 감명받아 시작한 것이었다. 정조가 “밤에는 하루의 한 바를 점검하였고, 월말에는 한 달의 한 바를 점검하였으며, 연말에는 한 해의 한 바를 점검하는 일을 여러 해 하니 정령(政令)과 시행한 일 사이의 득실(得失)과 편부(便否)가 문득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것이 많았다”며 일기의 취지를 설명한 대목이 서용보(徐龍輔·1757~1824))의 <갑진록(甲辰錄)>에 나온다. 정조가 어릴 적에 자신을 반성하기 위하여 쓰기 시작한 일기는 국정의 득실과 편부를 점검하고 반성하는 나라의 일기인 <일성록(日省錄)>으로 발전했다.


<일성록>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과 함께 조선시대 4대 관찬 사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까지 등재된 것은 기록의 진실성과 엄밀성,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일성록> 편찬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는 유본예(柳本藝·1777~1842)의 ‘일성록범례’에 “일의 선악과 공과를 모두 글을 따라서 바로 써서 숨기는 바가 없으니 높이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스스로 그 안에 있다”고 한 것에서 그런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일성록’이라는 이름 그대로 ‘스스로 잘못을 성찰’하는 데 있었다.


자기성찰은 증자와 같은 성현이나 정조와 같은 성군에게나 해당되는 것일까. 요즘 이와 관련한 세태어 ‘셀프(self)’가 희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셀프 사면’과 ‘셀프 훈장’에 이어 ‘셀프 검증’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새 정부 내각·청와대 인사에서 ‘자기검증’은 통과한(또는 그렇다고 생각되는) 후보자들이 언론과 국회의 호된 검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검증이나 내부검증, 즉 셀프 검증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거나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이 도마에 올라서일 것이다.

(경향신문DB)


셀프 검증의 백미는 ‘4대강 셀프 검증’이라고 할 만하다.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감사원 감사를 부정하고 ‘4대강 정부’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자체 점검에 나선 것부터가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점검작업을 벌일 민간학회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목학회 차기 회장이 바로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이라고 한다. 셀프 검증을 셀프 검증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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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회전문 인사의 속살이 다시 벗겨졌다. 퇴직한 고위공직자가 민간기업에서 ‘전관예우’라는 각별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다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처신이 이번에도 되풀이된 것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로 시작된 회전문 고리가 경제·외교 관료에 이어 군 고위직으로까지 번지는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전관예우나 회전문 인사에 대한 문제 의식마저 마멸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이번 조각으로 실태가 드러난 국무위원 후보자 4명의 전관예우 내역을 들여다보면 입이 벌어진다. 법무연수원장에서 물러난 뒤 로펌과 공직, 다시 로펌을 거쳐 공직에 나서는 정홍원 총리 후보자는 2년간 법무법인에서 6억7000만원을 벌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로펌에서 17개월 동안 일하면서 16억원, 월간 약 1억원씩의 보수를 받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로펌에서 4년간 5억여원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무기수입 중개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일하면서 2년간 2억1500만원을 받았다. 정작 정 후보자는 “현재 변호사 업계 상황으로 볼 때 월 3000만원 받은 것은 과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관예우로 치자면 몸값이 더 나가는데 낮춰 받았다는 건지, 아니면 고위공직자 출신이라는 프리미엄 없이도 그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얘기다.


천정부지의 몸값도 그렇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회전문 인사가 초래할 수 있는 2중, 3중의 폐해다. 민간 기업에서 고위공직자 시절 습득한 정보나 인맥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순간 그들이 받은 거액의 보수가 또 다른 족쇄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실제 법조인 출신 학자나 기업인의 입을 통해 자신이 수사한 사건을 퇴임 후 변호한 검찰 간부나 재직 당시 추진해온 정책을 뒤집은 경제 관료의 사례들이 심심찮게 고발되기도 했다. 그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광범위하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의 중진인 정의화 의원이 어제 “전관예우로 고액연봉을 받은 후보자들이 새삼 출세까지 하겠다는 건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일갈한 것은 결코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퇴직자가 일정 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현직 공무원이 퇴직자의 청탁을 들어주지 못하도록 하는 ‘김영란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법무·회계법인에 취업할 경우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있다. 필요한 법은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회전문의 허점을 법으로만 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이란 강력해 보이나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적 각성은 느린 듯해도 전방위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사권자나 당사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명예를 얻고 재물까지 탐하는 것은 국민의 공복인 고위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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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쇠고랑을 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어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3년을 끌어온 이 사건에서 그가 밝힌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은 허위로 판명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으로 국민은 ‘뭔가 있겠지’ 하는 의심을 갖게 됐다”며 “그런 의심은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너무나 큰 국론분열을 일으켰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공인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초래한 국론분열에 대해 엄정한 죄과를 물은 것이다. 또 익명의 그늘에 숨어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원이 강수를 둔 것은 죄질이 중한 데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사자명예훼손 사건은 형량도 낮고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조 전 청장은 “정보력이 뛰어나고 믿을 만한 유력인사에게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다”면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대신 검찰이 조사한 전 청와대 행정관 2명의 차명계좌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계좌는 도저히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면서 “발언 근거를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믿을 만한 사람한테 들었다’고 하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일침을 놨다. 차명계좌가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를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도 없다고 본 것이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조 전 청장의 ‘거짓 발언’이 지난 3년간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유족과 지지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정치권의 소모적인 공방을 부른 불씨가 됐다. 그는 겉으로 “노 전 대통령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하면서도 반성은커녕 자신의 정당성을 고집하는 이중성을 보여왔다. 이번 사건은 개인 영달을 위한 공인의 잘못된 처신이 얼마나 역사에 큰 죄를 지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조 전 청장은 이번 판결로 자신의 위선이 여지 없이 드러난 만큼 역사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죄하는 것만이 그간의 죄과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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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정부의 1기 조각이 드러났다.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과 그것을 실천할 인재 풀이 국민 앞에 제시된 셈이다. 대선 과정에서 그가 공약한 내용을 조금만 돌이켜 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그림이어서 선거의 의미를 회의적이게 한다. 


박 후보의 당선은 무엇보다도 시대정신이라고까지 했던 경제민주화와 민생복지의 강조, 그리고 과거 박정희 정권 때 벌어졌던 인권탄압에 대한 사과와 국민통합 약속이 크게 작용했다. 후보로서 박 당선인은 유신독재 시절 피해 입은 당사자들에게 미안함을 언급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것과 대탕평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했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유전자’를 너무 많이 안고 출범하는 모양새다. ‘선거공약 역주행’ 정부가 아닌가 여겨진다.


첫째, 경제민주화를 실천해 나가야 할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유신체제 아래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하던 경제기획원 사무관 출신이다. 당시의 경제정책 기조라면 개발독재에 의한 성장 위주여서 복지와 분배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둘째, 내각을 통괄할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역으로는 부산, 학교로는 성균관대 출신이어서 편중 인사의 표본이 되고 말았다.


셋째, 박근혜 정부의 중심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를 총괄 지휘할 허태열 비서실장도 부산 출신의 친박 좌장이다. 내각과 청와대 핵심 보직을 영남과 특정 학교 출신이 독과점했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도 대통령과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같은 지역 출신인 적은 없었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지역감정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으며 그것은 편중된 인재등용이 주범이었다. 박 당선인이 후보로서 공언한 대탕평책이란 지역적으로 균형있는 인재 발탁을 뜻하는데도 이에 반하는 인선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권력의 중추를 이룰 허 청와대 비서실장과 곽병도 민정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정 국무총리와 황교안 법무장관은 모두 성균관대 법대 선후배들로 대부분 영남 출신이다. 이는 권력의 민주적 행사에 근간이 되는 견제와 균형 원리에 어긋난다.


다섯째, 군 장성, 법조인, 관료가 학계, 시민사회, 언론계 출신에 비해 지나치게 중용돼 국정의 경직화가 우려된다. 이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같은 획일성을 민간의 자율이나 창의성보다 우선시하는 구시대적 국정기조로 후퇴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경향신문DB)


청와대 안보실장에 김장수 전 국방장관을, 경호실장에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육참총장, 국방장관, 국회의원까지 지낸 중량급의 김 안보실장이 외교안보의 수장 노릇을 할 기세다. 여기서 교수 출신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어떻게 운신할 수 있을 것이며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은 어디로 갈지 뻔하다. 안보는 확실하게 하되 남북교류를 활성화해 나갈 구도로 교정해야 한다. 거기다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승격시키면서까지 육참총장 출신을 기용한 것도 군의 명예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많다.


이같은 박 당선인의 조각 인선을 보면서 나는 그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부활을 꿈꾸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박정희 정권의 한 기둥인 영남군벌의 대부였던 서종철 전 국방장관의 2세인 서승환 국토부 장관 내정자를 발탁한 것도 그런 한 사례다. 


서종철 전 장관은 육참총장 시절 전두환 대령을 수석부관으로 삼았고 그 후임도 노태우 대령을 데려다 썼다. 5·18내란 주범인 하나회의 두목들을 키운 후원자였다. ‘박정희 유전자’가 생물학적인 것 외에 국정기조로 흐르지 않을까 두렵다. 선거 때 말한 것을 지키는 정치인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기에 빠진다. 박 당선인은 선거 때 공언을 지키고 부디 아버지 시대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데 진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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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반대해온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결국 소송 대상을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진영 부위원장은 어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징벌적 손배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제도는 악의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실제 입은 손해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은 대기업의 기술 가로채기에 한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인수위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비롯한 다른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배제를 확대키로 하고 상반기 중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빼가기, 재벌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같은 관행이 상존하는 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 인수위의 이번 결정을 대·중소기업 간 실질적인 상생방안 모색과 함께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당선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부터 꽃다발 (경향신문DB)


재계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 소송이 남발하고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반대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대기업 1차 협력사의 62.9%가 반대하거나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기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소송은 단 한건도 없었다. 전경련 조사는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징벌적 손배제가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밝힌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와도 전혀 다른 결과다. 이번 조사가 불공정거래 관행에 안주하겠다는 대기업의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대기업 스스로 고칠 의향이 없다면 법과 제도의 힘을 빌려서라도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징벌적 손배제는 향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어떤 위법행위를 징벌적 손배 범위에 포함시킬지도 확정된 게 없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와 중기 인력 빼가기, 서면계약서 미발행, 부당 반품과 같은 사례는 국회 논의를 거쳐 대상을 정해야 한다. 손배 액수를 정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인수위는 ‘최대 3배’로 돼 있는 배상 액수를 ‘최대 10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정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징벌적 손배제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배상을 받거나 대기업의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최소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때문에 중소기업의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규제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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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18대 대선 투표율 분석 결과’는 흥미로운 내용을 전해준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선에서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았다고 한다.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여성 투표율 상승은 최초의 여성대통령 탄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실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여성 유권자 지지율에서 대부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앞섰기 때문이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은 매우 성공적인 슬로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슬로건은 그러나 슬로건일 뿐인가.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조각과 청와대 비서실 인선에서 여성이 보이지 않는다. 내각에선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18명 중 2명(11.1%)만이 여성이다. 당연직에 가까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1명뿐이다. 어제 완료된 비서실 구성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장관급 실장 3명, 수석비서관 9명 등 12명 가운데 여성은 전무하다. 내각과 청와대를 합치면 28(남성) 대 2(여성)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때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수위원 26명 중 여성은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과 이혜진 동아대 교수 등 2명뿐이었다. 역대 최다인 4명의 여성 장관을 발탁한 노무현 정부와 비교할 생각은 없다. 여성 기용에 인색하기로 소문났던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도 뒤처질 정도이니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원장에 여성을 임명하고 청와대에도 여성 수석을 기용했다. 일부 인사가 낙마했다고는 하나 여성을 존중하는 제스처라도 보인 것 아닌가. 여성계가 박 당선인의 인사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죽하면 보수 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회마저 “이번 조각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비판했겠는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당선 직후 남녀 장관 수가 동일한 성평등 내각을 출범시켰다. 대선 공약을 지킨 것이다. 박 당선인도 빛바랜 공약집을 다시 꺼내어 찬찬히 읽어보길 권한다. 그의 여성정책 공약 첫머리는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프로젝트’가 차지하고 있다. 세부사항으로는 여성 장관 및 정부위원회 내 여성 비율을 확대하고 요직에 배치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성대통령 시대에 발맞춰 기업들은 여성 임원 발탁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는데, 정작 달라져야 할 정부는 후퇴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경향신문DB)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평등 순위는 135개국 중 108위로 아랍에미리트연합이나 쿠웨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참담한 현실을 아는 한국 여성들은 박 당선인에게 올랑드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최악의 성 격차를 좁히는 데 여성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더 이상 ‘하늘의 절반’을 실망시켜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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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가 윤곽을 드러냈다. 초대 비서실장에는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인 허태열 전 새누리당 의원이 기용됐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는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 민정수석에 곽상도 변호사, 홍보수석에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 발탁됐다. 정무·고용복지 등 나머지 수석 6인의 인선은 향후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차기 정부 출범이 임박했음에도 인선난이 여전한 것으로 짐작된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 비서실 내 장관급을 3명으로 늘리고, 비서실장이 장·차관 인선에 관여하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토록 했다. ‘강한 청와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실제 인사는 그러나 ‘기능 강화, 인물 약화’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어제 발표된 4명 가운데 3명이 친박(허태열)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유민봉·곽상도) 출신이다. 이남기 내정자도 지난 대선 당시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 자문했다고 한다. 모두 박 당선인의 말에 토 달지 않을 인사들이다. 결국 청와대 인사 패턴도 앞서 이뤄진 내각과 판박이임이 드러나고 있다. ‘나를 따르라’식 친정체제 구축이 인사 기준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는 얘기다. 남은 수석 인선을 지켜봐야겠으나 지금으로선 인사 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와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내정자 (경향신문DB)


인사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준받으면 문민정부 이후 최초로 대통령과 총리, 청와대 비서실장(정부 출범 시 기준)이 모두 동향(영남)이 된다. 총리와 비서실장은 성균관대 동문이기도 하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정권’으로 비판받은 이명박 대통령조차 초대 총리(한승수)는 강원·연세대, 비서실장(류우익)은 경북·서울대 출신으로 최소한의 균형을 맞춘 바 있다. 영남 대통령·총리·비서실장은 일부러 짜맞추려 해도 나오기 어려운 조합이다. 오만하다 해야 할지, 무신경하다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힐 뿐이다.


허 내정자 개인만 살펴봐도 적절한 인사로 보기 힘들다. 그는 19대 총선 직전 공천에서 탈락하자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동생이 공천 대가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고발된 것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과 ‘섹스 프리한 특수관광지를 조성하자’는 주장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도 “멘붕 인사의 화룡점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다시 말하기 민망할 지경이지만 또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다음날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 모든 지역과 성별, 세대를 골고루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소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0%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정권’이란 신조어가 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대국민 약속을 두 달 만에 없던 일로 만들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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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 명지대 교수·정치학



‘원칙과 법’을 중시한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7일 내각 인선을 모두 마쳤다. 물론 청문회 기간 등을 고려한다면 장관 임명이 늦은 편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서둘렀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한다. 그런데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 임명이 이루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박 당선인이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총 17개 부처 중 기능 재편이나 명칭 변경이 존재하는 부서가 무려 10개이며, 기능 재편이나 명칭 변경이 없는 부처는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7개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경우는 부서는 없고 장관 내정자만 있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청문회 준비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해당 부처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 준비를 돕는 것이 관례인데 새로 생기는 부처나 혹은 다른 부처와 통합되어 새로운 기능을 담당할 부처는 이런 준비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인사로 볼 때 장관 내정자들의 신상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더 높은데 이럴 경우 청문회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인사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 소지마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술이 마르다 (경향신문DB)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위가 박 당선인이 그렇게 외치던 법과 원칙에 어긋나있을 뿐 아니라 의회의 입법 기능도 무시하는 결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회는 여당만 있는 곳이 아니라 야당도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야당은 철저히 무시되는 셈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의회를 무시한다는 말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의도야 어떻든 박 당선인은 정권을 본격적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의회와 야당을 무시한 셈이 됐다는 말이다. 


만일 이런 것들이 정권 출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의 산물’이라면 그래도 낫지만 당선인의 멘털리티가 그렇다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대 정치의 대표적인 제도인 의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면 결국 정치를 경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정치권력과 시민사회가 정치라는 완충지대 없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시당한 상태에서의 야당은 선명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야당이 쓸 수 있는 최대의 무기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통과의 지연이 아닌 청문회에서의 정밀 검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이라는 게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 문제라든가 아니면 인권 탄압과 같은 문제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쉽게 이해될 수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이라는 문제는 전문적인 것이어서 국민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간의 방송 부문의 이관 문제 같은 것이나 통상기능의 이전 문제 같은 것은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당이 이 같은 복잡한 문제를 간단한 용어로 풀어 국민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의 민주당은 그런 능력이 마비된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가지고 오래 시간을 끌어버리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 입장에선 거의 유일한 투쟁 수단으로 청문회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박 당선인이 실수한 부분도 나타난다. 박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더 늦게 발표하면서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어 도무지 정권을 꾸릴 수 없다는 논지를 폈더라면 오히려 지금보다는 훨씬 우호적인 여론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뻔했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조직법 개편 문제는 야당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들 뿐 아니라 박 당선인의 입지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현재 정국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는 일종의 계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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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이브 미쇼는 타락한 현대미술을 개탄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절명케 해야 한다’고. 


민주당이 요즘 동네북이 됐다. 오징어마냥 자근자근 씹히기도 하고 누구 표현대로 민주당 욕하는 게 국민오락이 됐다고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요즘 일만은 아니다. 얼마나 됐을까. 열린우리당부터 시작해 적어도 5년은 됐다. 지난 세월 우리가 민주당에 실망하면서도 표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무능한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들끼리 싸웠다. 밥그릇 가지고 말이다. 탄식과 절망을 삼키며 꾸짖은 지 5년이면 이제 결론을 내야 한다.


흔히들 ‘죽어야 산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제 민주당은 죽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상태는 고쳐서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민주당이 죽기를 거부한다면 국민이 죽여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쇄신이나 혁신을 떠들어대지만 여기에 돈을 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들은 쇄신을 해본 적이 없다. 과거의 분당과 합당이 쇄신일까. 천만에. 그렇다면 모바일투표나 국민참여경선이 쇄신일까. 그들은 이를 두고 획기적 혁신이었다고 주장하겠지만 사실 이는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지 본질적이거나 총체적인 혁신은 아니다. 쇄신과 혁신은 자기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뒤집어엎어야 하는 것이다.

(경향신문DB)


민주당이 언제 한나라당, 새누리당 수준의 쇄신을 해봤는가. 천막당사에 살아봤는가. 새누리당처럼 빨간색 옷을 입고 김종인을 수장에 앉히는 것에 비견되는 파격을 선보인 적 있는가. 그들이 심지어 당 강령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격렬한 변화를 시도할 때 민주당은 어떤 변화를 추구했는가. 그들이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깃발을 들 때 민주당은 무엇을 들고 있었나. 386으로 국회에 입성해 이제 486이 된 이들은 새누리당의 소장파 의원들만큼 당내 치열한 노선투쟁에 나선 적 있나. 민주당 486은 계파투쟁만 치열하게 했다.


민주당이 죽지 않을 방법은 쇄신뿐이다. 그러나 이건 당헌, 당규나 지도체제 고치고 경선방식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그것 역시 쇄신이라기보다 새로운 방식의 도입일 뿐이고 결국 부차적인 것이다. 쇄신의 본질은 인적쇄신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20대 이준석을 상전자리에 앉히고 손수조에게 공천을 준 것만큼 할 수 있나. 새누리당이 김무성을 탈락시키듯 호남공천 쇄신할 수 있나.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이 영남에 몸을 던질 수 있나. 안철수에게 당대표 자리를 내줄 수 있나.


평소 새누리당을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해 마지않던 민주당이 자신의 기득권은 놓지 않는다. 더 이상의 고민과 논의는 시간 낭비다. 결론을 내야 한다. 우선 안철수가 있다. 정치 초년병이라 아마추어 같은 실수도 많이 했고 국민적 열망을 담을 그릇으로 부족하다는 평도 있지만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을 가지면 민주당 정치인보다는 나을 거다. 특히 세력으로서의 안철수 측은 민주당의 ‘늙은피 486’보다 순수함과 열정과 진정성에서 신뢰가 간다. 또 진보정치인 노회찬과 심상정이 있다. 김근태의 정신을 이어받을 정치인인 이들은 흔들림 없는 진정성에다 능력에 친화력까지 겸비한 출중한 인물들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127명 중 이 두 사람보다 뛰어난 인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안철수의 신당 창당이 나오자 민주당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태’ ‘악마의 유혹’이라고 하며 야권이 분열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한다. 겁주기다. 민주당이 구태였고 민주당 자강론이야말로 악마의 유혹이다. 그리고 성공한 사례는 만들면 된다. 민주당이 안철수의 움직임에 재를 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 밥그릇 날아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엔 희망이 없다. 희망이 좌절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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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 경남대 교수·군사학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되었다. 이들 중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부정한 수단이 아니었다면, 병역면제를 비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총리와 장관을 사양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자리이기 이전에, 국민에게 본보기가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39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그리고 그러한 법률인 병역법 제3조에 따라, 우리나라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남북분단이라는 안보환경과 병영체계의 특수성 때문에, 남성은 약 2년(과거 최장 3년) 동안 군 복무라는 자유롭지 못하고 정체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한 의무에 상응하는 대가나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 복무자에 대한 권익보장은 병역법 제11장에 규정되어 있다. 즉 ① 군복무를 위한 휴학과 복학 보장 및 군복무 중 취득학점 인정(제73조), ② 공무원과 고용자의 휴직과 복직 보장(제74조의 1), ③ 승선근무예비역 또는 보충역 복무자의 응시연령 연장(제74조의 2), ④ 군복무 중 사망에 대한 보상 및 상해에 대한 보상 및 치료(제75조의 1과 2)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장은 혜택이라기보다, 당연한 조치에 불과하다


군 복무에 대한 현실적 보상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질적 혜택은 4개 항목뿐이다. 즉 군 전역자는 ① 3살 범위에서 응시연령을 연장받을 수 있으며, ② 전역 6개월 전부터 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③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④ 채용시험에서 동점자가 있을 경우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그나마 이러한 혜택도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 일부로 제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향신문DB)


병역의무로 입는 손해는 매우 크다. 취업과 교육에 집중해야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병영에서 보낸다. 


학업중단, 사회진출 중단, 경제활동 중지 등에서 복무기간만큼 불이익을 받는다. 게다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정신적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병역 면제가 합법적이라고 해서, 당당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항상 병역 이행자에게 빚지고 사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그러한 마음만큼 국가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이처럼 병역은 순수하고 숭고한 봉사이다. 그렇다고 병역의무 이행자만 국민이고, 면제자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지만, 사양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이다. 바로 선출과 선발에 의한 정무직 고위공무원이다. 이들은 납세, 병역, 교육, 근로라는 국민의 4대 의무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 국가의 존속은 4대 의무에서 비롯되고, 이 분들이 4대 의무 이행의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병역문제는 더욱더 철저해야 한다. 안보라는 최후의 국가목적을 책임지며, 절대적 희생으로만 이행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병역의무 기간 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활동한 분은 예외가 될 수 있다. 스스로 군 복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방비로 기부했거나, 사회보호시설에서 봉사했거나, 아니면 시민운동같이 직업 이외 활동으로 국가발전에 특별한 공헌이 있는 분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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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우리 사회에 핵무장론, 핵주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우리도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핵무장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도 아닌 집권당의 대표나 중진들이 서슴없이 자극적인 말을 내뱉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정권교체기, 북한의 핵실험 등을 계기로 안보 포퓰리즘을 적극 부채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정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니 통일되면 그게 우리의 것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의 핵무장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보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 바 있다. 핵확산방지조약(NPT)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원전수출국으로서 매우 모범적인 평화적 핵이용 활동을 하고 있다. 핵물질 감소와 테러집단에의 악용을 막는 핵안보정상회의도 개최한 나라이다.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의 핵우산 정책 및 확장억지는 한반도의 현실적인 방위기능을 담보하고 있다. 항간의 주장이 진정한 애국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정권이양기를 앞둔 과도적 상황에서 숨은 의도가 있는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보수세력들은 대북강경정책, 한·미 전작권전환, 전술핵 재배치 등 온갖 안보 이슈를 뿜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북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DB)


우리가 핵무장을 한다면 좋아할 나라가 두 곳이 있다. 보수 우경화의 길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우리의 핵무장 소식은 가뭄에 단비 격이다. 북한에는 정말 떳떳하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이어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을 더욱 자극하여 핵개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평화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일단 이러한 사태까지 오게 된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군사적 비대칭성과 안보적 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부관계자, 전문가, 동맹국 미국조차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핵무장론을 우리 정치권, 언론에서 부추겨서는 안된다. 지금은 오히려 실종된 대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지 각계각층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 것인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인수위는 정부에서 만들어오는 뻔한 보고서만 쳐다봐서는 안된다. 정부 관료들은 박 당선인의 얼굴만 쳐다봐서는 안된다. 언론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균형 있는 목소리를 새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박 당선인의 신뢰프로세스가 대북 유화책이 아니듯이 대북 강경책도 아니다. 북한의 핵포기만을 기다린다면 이명박 정부의 ‘선 핵포기, 후 남북관계’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북핵불용은 반드시 견지해야할 원칙이지만 핵보유국으로 한 발짝 다가간 ‘불편한 진실’을 전제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이 더 어렵다.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발의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4자회담’을 추진했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당장 4자회담이 어렵다면 ‘한·미·중 3자 협의체’를 빠르게 조직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오바마, 시진핑 라인’이 공통된 견해와 인식을 갖고 대북접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3자 협의를 향후 4자, 6자회담으로 연결시키는 ‘평화 대화 프로세스’를 정립하여야 한다. 작금의 핵무장론과 같은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소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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