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508건

  1. 2017.09.14 “사법개혁 저지 의혹 보도는 오보” 한국당 의원의 음모론
  2. 2017.09.14 [사설]박근혜·친박 탈당한다고 한국당 혁신되지 않아
  3. 2017.09.13 [사설]소수자 인권 보호가 법의 정신, 색깔론으로 덧칠할 일인가
  4. 2017.09.12 [박래용 칼럼]3년이 너무 멀다는 아우성
  5. 2017.09.12 [사설]헌재소장 임명 막은 야당의 정략적 행태와 청와대의 자세
  6. 2017.09.12 [사설]창조과학·극우이념 박성진 후보, 국무위원 자격 없다
  7. 2017.09.12 [사설]전술핵 재배치론 부추기는 정부에 묻는다
  8. 2017.09.11 [정동칼럼]권력분립 원리 구현할 ‘공수처’
  9. 2017.09.11 [사설]불신받는 외교안보 정책 신뢰회복 조치 필요하다
  10. 2017.09.11 [사설]보이콧 철회 자유한국당 이젠 국회에서 제대로 하라
  11. 2017.09.08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빠진 것은
  12. 2017.09.08 [녹색세상]창조과학과 근본보수
  13. 2017.09.08 [정동칼럼]헨리 조지의 가르침
  14. 2017.09.08 [사설]전략 부재로 중심 잃더니 기어코 사드 배치 강행한 정부
  15. 2017.09.07 [경향의 눈]2인자의 길
  16. 2017.09.07 철학 있는 인사가 시스템 인사
  17. 2017.09.07 [사설]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한계를 확인한 한·러 정상회담
  18. 2017.09.07 [사설]장외로 돌며 불안 조장하는 자칭 ‘안보정당’의 자가당착
  19. 2017.09.06 [이대근 칼럼]여섯 번의 실패로 충분하다
  20. 2017.09.06 [사설]속속 드러나는 옛 권력자·기득권층의 공기업 채용 비리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12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에 대해 “많은 부분이 오보”라며 “그 오보도 상당히 치밀한 계획 아래 나오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대법원이 법원행정처로 인사 발령이 난 판사에게 일선 판사들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축소·저지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해당 판사가 반발해 사표를 내자 다시 원소속 법원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으로 법원 안팎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주 의원은 이 기사의 어떤 부분이 오보이고, 오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제시하지 않으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곤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하는 법관들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자가 무슨 귀신도 아니고 어떻게 기사를 쓰겠느냐”고 몰아갔다. 이는 취재원으로부터 자료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작성하는 언론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언론은 기관이 내는 공식 보도자료나 공식 브리핑만 베껴 써야 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 기사가 제기한 대법원의 사법개혁 저지 의혹은 대법원 스스로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권한을 위임해 조사를 벌였던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 축소 대책 마련과 법원행정처로 발령난 판사의 겸임 해제 의혹, 인권법연구회를 타깃으로 한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조치의 부당성 등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6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갔다. 학술대회 축소에 직접 개입하고 이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사실상 지시’를 받았다고 확인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사직한 상태였고, 이 전 상임위원은 징계를 받았다.

“(기사 때문에) 법관들도 충격을 받고 놀라고 있다”는 주 의원 말에 되레 의문이 든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아니라, 이를 보도한 언론이 문제라는 것이라 황당할 따름이다.

주 의원은 이처럼 생각하는 판사가 있다면 그를 국회에 증인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혜리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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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을 권유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2016년 4월 총선 공천 실패로부터 2017년 5월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한 조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나 최소한 올 초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후엔 스스로 당적을 정리했어야 했다. 공적 시스템을 내팽개치고 민간인 최순실에게 놀아난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유는 충분하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했던 친박세력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오른쪽)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 권유 등을 담은 3차 혁신안을 발표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도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탈당 권유에 가타부타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이들의 반발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보수세력을 궤멸의 위기로 몰아넣은 정치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여전히 촛불민심과 맞서는 꼴이다. 홍준표 대표는 “10월17일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전후해 본격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한 당내 논의를 10월 중순 이후로 미룬 것이다. 그때 가서 친박계의 저항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탈당 권유만 발표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변함없는 한국당의 수구적인 행태가 반드시 소수의 친박세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당의 체질이 그렇게 굳어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친박계 청산은 보수의 미래를 논할 수 있는 출발선에 서는 것에 불과하다. 홍 대표와 류 위원장이 전에 말한 대로 시체에 칼질하는 게 혁신일 순 없다. 설사 몇 사람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걸 두고 혁신이니, 보수통합의 명분이 생겼느니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한국당 지지도는 12%로 더불어민주당(50%)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는 한국당이 친박세력의 후신이자 ‘도로친박당’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한국당은 낡은 이념과 노선에 대한 처절한 자성과 쇄신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만이 잃어버린 지지와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당은 기사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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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2일 시작됐다. 청문회는 시민의 사법부 통제를 위한 민주주의 절차이자 향후 6년간 사법부를 이끌어갈 인물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장치이다.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원한다”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대법원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회 시작 전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권호욱 기자

김 후보자 발언에는 돈과 권력이 없어 재판에서 억울하게 지는 일을 없애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추락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이자 시민들이 새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바다. 문제는 김 후보자가 이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는가 하는 것이지만 청문회는 보수야당의 인신공격성 질의로 시민의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 숙청, 피의 숙청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 등은 김 후보자가 진보 성향 판사들이 만든 연구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그의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대중적인 판사 연구모임이다. 야당 논리대로라면 보수 성향에 서울대 법대 엘리트 법관들이 회원인 민사판례연구회 소속 판사들도 앞으로 중용될 수 없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법원장으로 지명됐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과 법제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대법관 출신 아닌 대법원장이 임명된 전례가 있다. 미국에서는 50세 연방대법원장이 임명됐다. 김 후보자는 58세이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법개혁에 적임일 수 있다. 기존 대법관 상당수가 김 후보자의 선배이므로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더라도 제왕적인 권한 행사가 어렵다.

흔히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환경미화원이 옷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버스를 타지 못해 오토바이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는 등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해왔다. 시민들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사법부, 대법원장에 의해 통제당하지 않는 법관을 원한다. 오늘도 청문회가 있다. 이에 대한 김 후보자의 명확한 입장과 사법개혁 청사진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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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9 대선에서 2위를 했던 홍준표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표로 정치에 복귀했다. 3위 안철수 후보도 국민의당 대표로 돌아왔다. 4위 유승민 후보도 바른정당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 넉달 만에 선거에서 경쟁했던 유력 후보들이 모두 제1, 제2, 제3야당 대표로 돌아와 정치를 함께하고 있거나 전면에 나설 참이다.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거엔 대선에서 지면 유권자의 뜻을 헤아리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이젠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떨어진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됐다.

 

홍준표 대표는 원외다. 원외 대표는 힘이 없다. 김장겸 MBC 사장 지키기를 위한 국회 보이콧은 원외인 홍 대표의 당내 입지를 굳히는 데 활용됐다. 문재인 정부와 정면대결함으로써 문 대통령과 일대일 대결 구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근혜·이회창·김대중 같은 강력한 ‘야당 대통령’이 목표다. 홍 대표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재판에 계류 중이다. 1심 유죄, 2심 무죄였다. 만에 하나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면 그의 정치생명은 끝이다. 그는 지금 강해야 살 수 있다. 홍 대표는 보이콧을 결정한 의총에서 “지지율 걱정도 있지만 우리는 밑바닥에 와 있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고 했다. 당뿐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푸념한 것으로도 들린다.

공영방송 장악 저지는 허울뿐이다. 세계 어느 공영방송이 뉴스 시청률 5%에 신뢰도 최하위인 데가 있겠는가. MBC는 공영방송이랄 것도 없다. 김장겸은 대여투쟁의 신호탄이었다. 홍준표는 김장겸이 아니라 뭐라도 대여투쟁의 꼬투리를 잡았을 것이다.  

홍준표의 한국당은 사안이 무엇이든 반대 아니면 취소, 거부다. 청와대 회동 거부, 여·야·정 협의체 거부, 원내교섭단체 연설 거부, 여야 대표 만찬 취소, 인사 반대, 부동산·증세·복지 정책 반대…. 관성적 반대를 하다보니 공관병 갑질로 옷 벗은 육군 대장마저 “좌파단체가 군 장성을 여론몰이로 내쫓았다”고 감쌌다. 그에겐 여론을 거꾸로 보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홍준표는 ‘김영삼 키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추진 당시 주변에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제안하자 “그걸 누가 세어 보겠노”라며 1000만명으로 올리라고 했다. 핵무장 1000만 서명운동은 YS 흉내내기다. 홍준표의 야심은 제2의 YS가 되는 것이다.

흔히 시민들의 이념 성향은 보수 40%, 진보 30%, 중도 30%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이런 분포도는 큰 의미가 없다. 이젠 이념이 아니라 가치다. 현실은 정의 80%, 정의에 대한 반발 10%, 무관심 10%로 바뀌었다. 한국당은 정의에 대한 반발 세력 10%에 기대고 있다. 친박과 극우, 재벌과 초고소득자다. 제1야당이 시민이 아닌 특정 소수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여소야대 4당 체제가 이뤄졌다. 군사정권 시절이었지만 여야는 5공 비리와 지방자치제 시행, 5·18민주화운동 등 난제를 하나하나 해결했다. 법안 처리율은 81.1%였다. 당시 평민당 원내총무를 맡아 김윤환 민정당 원내총무와 협상에 나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에 입각해 야당이 과도한 힘을 앞세워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여당의 지위와 역할을 존중했다. 야당이 합리적인 정책과 대안을 많이 냈다”고 회고했다. 20대 국회의 현재까지 법안처리율은 17%다. 야당 복도 따로 있는 모양이다.

정치인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볼 줄 아는 상식이 필요하다. 상대를 적이나 동지로 대하는 사고로는 곤란하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한국당은 정의와 형평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었기 때문에 청·장년들의 지지를 상실했다고 본다. 정의와 형평은 그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다.”

정확한 진단이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당은 주도 세력도, 정책도 그대로다. 정의롭지 못하고, 형평을 지키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주지 못하고 있다. 신진세력에 문호를 개방하지도 않는다. 이대로라면 지지를 회복하기는 난망이다. 친여보수언론의 프레임 짜기는 과거처럼 쉽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촛불이 증명해줬다. 시민들은 “3년(2020년 총선)이 너무 멀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자”고 아우성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간판은 수도권에서 보기 힘들 수도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릎 꿇고 절하고 읍소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도와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2018년에도 또 기회를 달라고 할 것인가.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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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홍준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11일 부결됐다. 임명동의안 가결에는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찬성 145명, 반대 145명으로 2표가 부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헌재 소장에 지명한 것이 지난 5월19일이다. 헌재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은 헌재가 제 역할을 다한 덕분이다. 그런 기관의 수장을 결정하는 임명동의안을 야당의 발목 잡기로 지금껏 시간을 끌다가 작금의 사태에 이르렀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김 후보자의 성향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보수야당 의원들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2014년 12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재판관 9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2015년 5월 헌재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근거인 교원노조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할 때도 김 후보자는 해당 조항이 해직 교사의 자주성과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철 지난 색깔론도 우습지만 소수 의견을 냈다는 사실을 결격 사유로 주장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부결로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는 헌재 소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날 표결 직전까지도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찬반 여부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등의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정략적 발상에 빠져 있었다.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대통령 탄핵 등을 결정하는 최고 헌법재판기관을 일개 장관과 청와대 행정관 인사 문제와 결부시킨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헌재 소장 임명은 쉽지 않고, 국정도 안정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야당은 부결 결과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야당이 아무리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논리도 명분도 없이 힘으로 국정을 발목 잡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일이다. 이번 사태로 야당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부결 사태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여당 역시 대통령 지지율만 바라보며 야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의 이런 자세로는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검찰·국정원 개혁, 방송개혁, 증세, 건강보험 확대 등 각종 개혁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민생과 적폐청산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야당은 정치 보복이라거나 국가 재정을 허약하게 할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런 대립을 해소하려면 문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한 협치의 길로 나가야 한다.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는 정국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개혁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야당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청와대 책임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는 야당과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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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박 후보자는 뉴라이트 역사인식부터 창조과학회 활동, 도덕성 문제까지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질 논란이 증폭됐다. 이번 청문회는 박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에 그의 해명을 듣고 장관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야당은 자진사퇴를 압박했고 여당의 분위기도 냉랭했다. 그만큼 박 후보자가 심각한 자질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박 후보자에 대해 오해가 풀리거나 해명된 것은 거의 없다. 그는 뉴라이트 활동과 관련해 청문회에서 “실체를 잘 몰랐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그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주변을 설득할 정도”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역사관 논란에 대해 ‘역사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생활 보수’ 운운했으나 이는 오히려 공대 출신 과학자들로부터 공분을 일으켰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과학기술자는 역사관도 필요없는 도구적 존재가 아니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또 그는 성경의 창조론을 과학으로 인정하는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자 “진화론을 존중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군대 복무기간 단축, 논문 표절, 위장전입, 보육기업의 주식수수, 현금 3000만원 셀프 포상 등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가 낙제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의 역사인식, 도덕성,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 위배 등 어느 것 하나 문제되지 않는 게 없다. 그런데 박 후보자는 사퇴요구에 대해 “의원의 평가에 맡기겠다”며 버티겠다는 생각이다. 자격이 되지 않는 박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과학계에 대한 모독이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의지에도 합당하지 않다. 그는 국사를 논하고 결정하는 국무위원의 자격이 없다. 정부는 인사원칙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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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안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어제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1000만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당초 찬성입장이던 바른정당 외에 국민의당에서도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검토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전술핵 재배치 검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미 언론보도가 나온 데 이어 존 매케인 미국 상원군사위원장도 긍정적 검토 발언을 내놓았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활기를 띠는 데는 청와대의 불분명한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전술핵 재배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검토한 적이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사실상 논의를 키웠다.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한다면 송영무 국방장관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의제도 아닌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했을 때 강력 경고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파문이 일었는데도 국회에서 또다시 재배치가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공감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론을 은근히 부추겼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의 근거는 ‘공포의 균형’이다. 남한 핵무장을 통해 북한의 핵억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원유제공 금지 등을 담은 유엔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술핵 재배치로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깨뜨리고 동북아 핵경쟁을 촉발할 게 뻔하다. 북핵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안보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전술핵 재배치론은 기존의 북핵 대응 구도를 뿌리째 흔든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포기하고 핵 대 핵으로 맞서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년간의 비핵화 노력도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과연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 의지가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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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항상 자기극대화와 영속성을 지향한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 스스로에 의한 권력의 절제와 분산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권력의 흥망에 관한 인류의 역사가 이를 생생히 증언해준다. 집중된 권력은 항상 부패했으며, 권력이 극대화로 치달을 때 권력의 위세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권력은 예외 없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유린했다. 따라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으로 보장되는 자유국가를 이루기 위해 권력의 남용 방지가 최우선적 과제가 된다.

또 이를 위해서 권력으로써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프랑스의 퇴임 고위법관인 몽테스키외가 18세기 중반에 그의 역저 <법의 정신>에서 정리한 것이 바로 삼권분립론이다. 즉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입법권·사법권·행정권으로 분할하고, 이들 권력을 각각 분리·독립된 별개의 국가기관들에 분산시킴으로써 특정의 개인이나 기관에 국가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권력상호 간에도 여러 견제장치들을 두어 견제를 통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 말이다. 이러한 고전적 권력분립론을 한층 발전시킨 현대의 ‘기능적 권력분립론’은 ‘국가권력의 분립’을 ‘국가기능의 배분’이라고 보면서 권력분립의 개념 대신에 ‘국가기능의 분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국가기능을 정책결정, 정책집행과 함께 ‘정책통제’ 기능으로 나눈다. 이때 ‘정책통제’의 하나로서 ‘기관 상호 간의 통제’를 중시한다. 즉 현대의 기능적 분립론에서는 같은 행정부 내부에서도 행정권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관 상호 간의 권력통제’를 이루는 데에도 방점을 둔다.

결론부터 말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은 검찰에 집중된 수사권과 기소권의 일부를 공수처에 분산함으로써 현대의 권력분립론이 지향하는 기관 상호 간의 권력통제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헌법의 기본원리들 중 하나인 권력분립원리를 국가의 사정기능 수행과 관련해 구현해 내려는 헌법실천적 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 경찰의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권, 재판에서의 공소유지권, 유죄판결 이후의 형집행권 등 광범위한 형사사법의 사정권한들을 독점하고 있다. 재판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형사절차상의 권한들이 검찰에 주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검찰에의 막강한 권한 집중은 세계적으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집중된 검찰권의 행사와 관련해 우리 검찰은 권력형 비리사건들에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쥔 대통령이나 여당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려왔다. 이러한 정치적 중립성 시비와 관련될 수밖에 없는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누어 가지는 독립기관을 두자는 것이 바로 공수처 아이디어이다. 사정권한의 분산은 검찰과 공수처 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호 견제를 유도해내고 전체적으로는 사정권한의 합리적인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선의의 경쟁은 길게 보면 검찰권력의 지나친 비대화를 막을 수 있고, 정치적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부담을 덜어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검찰 스스로를 위해서도 유익한 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1996년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에 내용으로 들어간 이 공수처 아이디어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수차례 법안 발의까지 되었으나 무산되었다. 지금 현재도 3개의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법무부도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곧 공수처 관련 법안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내용의 공수처법을 만들어 통과시켜야 한다. 공수처는 그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생명이다. 공수처장을 비롯한 공수처 구성원들의 임명에 있어 어느 한 권력이 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될 것이며, 공수처의 직무수행 과정에서도 독립성을 보장할 세밀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에 의한 기존의 지나친 권한 집중상태는 헌법적으로 비정상이다. 공수처 도입은 헌법상의 권력분립원리의 명령에 따라 이러한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라는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뿐임을 국회는 꼭 명심해야 한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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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혼란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대북 원칙을 수시로 뒤집은 탓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계기로 지지층과 여권 내부에서조차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자칫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 논란은 정부 정책 불신의 대표적 징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실시 발표 하루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선 배치’로 입장을 바꾼 것이나 사드 배치에 앞서 반대 시민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저버린 행태다. 사드 배치 후에야 문 대통령이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불가피성을 호소했지만 종교·시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군사적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절차 존중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정부의 조치를 시민들이 불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6차 핵실험 참여 핵 과학자·기술자 초청 축하연회에 참석했다고 1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후 한반도 안보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도 정부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 9일 예상과 달리 도발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핵보유국 완성을 위해 ICBM 등에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도 B-1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강경 대응기조를 이어갔다. 한반도 안보지형은 한·미·일 대 중·러의 신냉전구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도대체 사드 배치로 한국이 뭘 얻었는지 시민들은 정부에 묻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대북 대화 등 큰 원칙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타협이나 조정이 불가능한 원칙을 뒤집는 정부를 신뢰할 시민은 없을 터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유로 ‘엄중한 안보상황’을 제시했지만 원칙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그 못지않은 엄중한 사안이다. 

이런 틈을 타 보수층은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부터 국회에 나가 핵무장론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당의 ‘핵 대 핵’ 주장은 위험하고 군사적 실효성도 없지만 북한의 잇단 도발에 불안해하고 강력 대처를 원하는 시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당의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론 공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 북한 도발에 즉흥적 군사 대응을 해온 관행부터 버려야 한다. 엄중한 안보상황 때문에 명분도, 실효성도 없는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면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요구 역시 수용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눈앞에 둔 지금 한반도 정세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외교안보 정책과 운영 기조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대내적으로는 혼란과 분열을 면하기 힘들어지고 대외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관객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큰 틀의 정책 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응 기조와 매뉴얼도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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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1일부터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 의원총회에서 보이콧 철회를 최종 확정하면 국회는 1주일 만에 정상화한다. 한국당의 보이콧 전격 철회는 당초 예상보다 냉담한 여론 앞에서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했다는 이른바 ‘언론장악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복귀 명분으로 내걸고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했다. 궁색한 설명이다. 국정조사는 국회 복귀를 위한 형식적 명분일 뿐 시민, 언론, 심지어 같은 야당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하는 뜬금없는 장외투쟁에 내부에서조차 회의를 제기한 게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제1야당의 국회 복귀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를 필두로 연단에 오른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과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의 자극적인 연설에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탄핵하라”는 등의 구호를 연호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즉각 석방과 출당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대한문 앞에서 탄핵반대집회를 열다가 사라졌던 태극기 부대가 강남에 다시 출현한 양상이었다. 한국당은 15일 대구에서 2차, 그 다음주에는 부산에서 연이어 3차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바닥을 헤매는 지지율을 반전시켜보겠다는 심산이겠지만 이런 시대 퇴행적 행태에 박수를 쳐줄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주부터 국회는 대정부질문을 시작한다. 외교안보는 물론이고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 난제가 수두룩하다. 한국당은 107석을 지닌 제1야당으로서 따질 건 따지고 제안할 것은 제안하며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의정을 펼쳐주길 바란다. 국정 발목을 잡는 행태로는 당의 입지만 좁아질 뿐이다. 홍 대표는 청와대가 제안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도 조건 없이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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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상징적인 ‘창(窓)’이다. 직접 현장을 찾는 소통도 있지만, 그 정권의 성격과 국민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인사는 더욱 중요한 소통 장치일 수 있다. 이처럼 인사는 국정철학이 표출되는 첫 통로다. 실상 민주화된 정부에서 대통령의 가장 근본적인 권한은 인사권과 예산권이다. 인사로 비전을 펼쳐보이고, 예산으로 구체적 실행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인사원칙과 검증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참모들에게 ‘인사시스템 개선’을 당부했다. “지금까지 인사를 되돌아보면서…”라는 말처럼 조각 인사의 소회를 담은 당부였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부터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5명이 낙마한 성적표에 불만족과 당혹감이 배어든 토로로 들렸다.

문 대통령이 인사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은 대통령으로서가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6년 5월 그가 민정수석까지 3년여 청와대 생활을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갈 때 일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 편하게 기자들을 만난다”며 홀가분한 모습으로 대화를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인사’ 이야기를 꺼냈다. 요지는 인사검증을 해보니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고, 기준대로라면 쓸 인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조심스레 기준을 좀 더 현실화·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고언도 따랐다. 인사와 검증은 그의 심중에 남은 오랜 그늘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1기 말미 인사들을 보면 인사의 창은 ‘탁’하다. ‘인사 실패-논란-변명-낙마’로 이어지는 ‘고집 인사’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초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처럼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인사로 정권의 비전과 환호가 만나던 ‘사이다’ 같은 소통의 창은 더 이상 아니다.

촛불로 탄생한, ‘소통(疏通)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도 인사의 저주는 피하진 못한 셈이다. 지도층의 취약성 때문인지, 정권의 ‘사심’ 때문인지는 따져볼 부분이 많다.

인사 내용만큼이나 인사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것은 그 인사가 일그러졌을 때 이에 대처하는 권력의 태도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과 맞냐는 의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뉴라이트 탕평’ 비판처럼 ‘도대체 인사철학이 뭐냐’는 반발이 생겨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의 기묘한 논리다. 소위 ‘생활보수’란 신조어와 ‘소시민’ 속에 담긴 해명의 부적절함, 사려깊지 못함이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다. ‘생활보수·소시민’이 생활에 바빠 역사·정치관이 부족할 수 있다는 변명인지 모르나, 그것이야말로 국민과 정치를 이간질하고 시민들을 우매하게 보는 권력자의 논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권에서조차 갖은 뒷말만 만들어진다. ‘도대체 누가 추천했나’라는 타박이 동기일 터인데 ‘부경파(부산·경남파)’부터 ‘양산파(경남고 인맥)’ 추천설까지 난무한다. 물밑 인사암투의 그림자마저 어른거린다. 지지층이 동요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모두 불길한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징후들은 더 있다. 결국 낙마로 끝났지만 이유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불길함은 감지된다. 이 후보자가 낙마한 마지막 순간까지 청와대 반응은 “불법·위법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후보자 명예에 대한 배려이고, 그를 대신한 ‘억울함’의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억울함은 1년 반 동안 주식으로만 12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현실을 봐야 하는 서민들 몫일 것이다. 그것도 투기가 아닌 투자로 봐야 하는 박탈감이다. 이 후보자의 낙마는 ‘코드’였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국민들이 인사권자와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감정’에 반했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동문서답은 박탈감만 키운다.

인사의 적절성을 따지는 기준은 몇 가지다. 자질과 경험이 업무와 부합하는가. 생각과 가치가 주권자들 기대와 맞는가. 또 삶이 국민 일상의 감정과 어긋나지 않는가이다. 이에 반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다.

인사의 창에 조금의 얼룩도 없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완전무결함은 이상일 뿐이다. 하지만 방향이 정반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더구나 그것을 전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실수를 실수로 인정치 않는 완고함으로 미봉하려 한다면 사정은 더욱 달라진다. 그 경우 주권자들은 문재인 정부 인사에서 빠진 것은 ‘정의’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 개선’ 주문으로 끝맺은 문 대통령의 조각 인사 결산에 착잡함이 남는다. 진짜 성찰과 개선은 당장의 일그러진 것을 바로잡을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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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내가 공부했던 베를린 공과대학은 바이마르 시대와 제3제국 시기 나치의 아성이었다. 100여명에 달하는 과학기술자들을 몰아내는 데 나치 학생과 교수들이 앞장섰고, 전쟁 중에는 무기 연구로 히틀러에 충실히 봉사했으며, 학교 안에 우크라이나에서 끌고온 강제노동자 수용소까지 두고 이들을 부려먹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군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 베를린공대 학생들에게 인문교양을 수강하도록 했지만, 나치에 부역했던 과학기술자들은 유용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교수와 연구자로 대학에 남을 수 있었다. 내가 학생과 조교로 몸담았던 화학부에서는 화학무기 연구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던 골수 나치 게르하르트 얀더가 1961년 은퇴할 때까지 오랫동안 학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렇게 과학기술자들은 오직 유용하다는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그 결과 연합국은 나치 과거에 상관없이 이들을 수천명 이상 자기 나라로 ‘모셔’갔고, 독일에 남은 사람들은 큰 어려움 없이 요직을 차지할 수 있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유용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경향은 독재정부나 민주정부 모두 차이가 없다. 다른 점이라면 독재정부는 애국심을 부추기고 꽤 큰 보상을 내걸면서 유용성을 활용하려 했다면, 민주정부는 반민주, 반지성 성향을 가진 과학기술자를 ‘생활보수’, ‘다양성’, 종교의 자유, 일만 잘하면 된다 같은 면죄부성 말로 정당화해줌으로써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의 도구적인 성격에만 주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얼마 전 정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창조과학자가 속한 집단도 과학기술을 도구로 취급한다. 이들에게 과학은 성경의 창조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과학 중에서 이 증명에 장애가 되는 것은 부정해야 할 것이 된다. 진화론, 빅뱅이론, 천체물리학, 지질학, 고생물학은 성경의 창조과정을 부정하기 때문에 배격되어야 한다. 그러나 통계역학이나 엔트로피 이론, 오래전에 폐기된 대격변설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져 창조를 증명하는 데 활용된다.

그런데 창조과학이 배격하거나 받아들이는 과학이론들은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들은 모두 수천년에 걸친 인류의 지적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고, 그 발달과정 속에는 우주, 자연, 생명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으며, 서로 연관되어 있어 홀로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들 과학이론을 분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입맛에 맞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창조과학은 과학 속에 깃들여 있는 사상과 철학을 제거하고 단순한 도구로 취급하는 반지성적 활동이다. 반지성은 생활보수가 아니라 근본보수와 연결된다. 수천년에 걸쳐서 발달해온 과학은 열린 지성의 산물이다. 오류가 드러나면 인정하고 고치면서 발달해왔던 것이다. 반면에 창조과학은 걸림이 되는 것은 철저히 배격하고 유용한 도구만 찾는 닫힌 활동이다. 근본보수도 마찬가지로 성찰과 반성이 들어가기 어려운, 닫혀 있는 태도이다. 창조과학이 근본보수와 연결되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보수라는 표찰을 부여받은 창조과학자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한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과학기술을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친 사유의 결실로도 보는 눈이 있었다면, 근본보수로 나아가기 쉬운 창조과학자에게 중책을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에는 과거 정부의 범죄적 성격의 활동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을 도구로만 보았던 태도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독재시대부터 지속되어온 이러한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파동이나 뉴라이트 창조과학자의 장관 임명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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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회 연설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9세기 말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를 언급한 이후 때 아닌 헨리 조지 소동이 일어났다. 추미애 대표는 한국의 토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문제가 심각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헨리 조지가 주장했던 지대세 혹은 토지가치세의 아이디어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한국의 정당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헨리 조지를 입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망국병인 토지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추미애 대표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며, 정곡을 찌른 것이므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망국병이 고황에 이르도록 정치인과 경제관료들은 변죽만 울리고 있었는데 모처럼 핵심을 짚은 정치인이 등장했으니 이제 서민들의 얼굴에도 햇살이 비치려는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 연설이 나가자마자 조선일보에서는 추미애 대표와 헨리 조지를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그전부터 이미 토지 보유세를 반대하고 있었다. 이들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 언론은 사설과 칼럼에서 학자와 여론을 등장시켜 보유세 강화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데, 그 논리가 지극히 허약하고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비판이라 마치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를 보는 것 같다. 과연 헨리 조지의 저서 <진보와 빈곤>을 읽어봤는지 의심스럽다.

이들 보수 언론의 헨리 조지 공격은 하나부터 열까지 오해와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헨리 조지를 가리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반하는 인물로 묘사하는데, 이것은 백을 흑이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헨리 조지야말로 모든 독점과 불로소득에 반대했던 친자본주의, 친시장경제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친자본주의, 친시장경제의 챔피언을 꼽으라면 단연 미국 시카고대학의 밀턴 프리드먼 교수다. 이 사람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고, 그의 제자들이 수도 없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으니 시장경제를 논하는 데 밀턴 프리드먼은 최고 권위자라고 불러도 좋다.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했다. “오래전 헨리 조지가 주장했던 토지가치세는 이 세상 세금 중 가장 덜 나쁜 세금(the least bad tax)이다.” 원체 세금을 싫어하는 시장만능주의자인 프리드먼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 세상 세금 중 가장 우수한 세금이란 뜻이다. 효율에서 보나, 공평에서 보나 토지가치세를 따라올 세금은 없다. 토지 보유세의 우수성을 증언해준 경제학자가 바로 보수 학자들과 보수 언론이 총애하는 밀턴 프리드먼인데, 한국에서 꽤나 발언권을 행사하는 수많은 그의 아류들은 기를 쓰고 토지 보유세를 반대한다.

또 조선일보에서 인용하는 어떤 사람은 헨리 조지를 가리켜 토지 국유화 혹은 토지 몰수를 주장한 것으로 말하는데, 억지라도 이런 억지가 없다. 헨리 조지가 토지가치세를 주장한 이유는 자본주의가 사유재산에 바탕을 두고 있고, 토지 사유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부조리가 심각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 확립된 토지 사유제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토지 국유화나 토지 몰수라는 과격한 방법 대신 토지가치세라는 점진적이고 합법적이며 친시장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토지가치세를 제대로 매기기만 하면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토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대부분 사라지므로 그 자체 불평등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고, 더 이상 부동산 투기에서 이득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생산적 활동으로 눈을 돌려 소득증대, 경제성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부동산 투기를 해봤자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며, 국민소득은 한 푼도 늘어나지 않는다. 한쪽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폭리를 취한 부동산 부자들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집세 인상으로 고통받는 집 없는 서민이 있다. 평생 제조업해봤자 남는 건 없고, 땅값 오른 이득밖엔 없다는 말이 유행어가 돼버렸다.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 게임 때문에 불평등만 커지고, 성장을 저해해온 것이 해방 후 한국의 역사다. 그래서 부동산 투기는 한국의 망국병이다.

이제는 망국병을 치료하고 나라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종식시켜 불로소득의 근원을 차단하고, 국민에게 생산적 활동을 권유하는 최선의 방안이 바로 헨리 조지가 오래전 주장했던 토지 보유세다. 한국을 토건국가로 만든 소위 토건족들은 ‘세금폭탄’ 등 말도 안되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종부세를 반대하더니 기어코 위헌 판결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먼 훗날 역사는 보유세가 정당했음을 선언할 것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이 실현돼야 할 나라가 있다면 바로 지금의 한국이다. 오래전 사상이라고 과소평가하지 마라. 진리 중에는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게 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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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에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향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정하게 실시한 뒤 그 결과를 반영하여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발사대 6기에 미사일 48발로 구성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돼 본격적인 작전운용에 들어갔다. 정부의 용어로는 ‘임시배치’이지만 사드 포대 배치 완료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추가 배치된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기지에 반입된 뒤 설치되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7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잔여 발사대 4기와 배치 보강 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하고 있다. 정부는 임시배치라고 밝혔지만 이날로 1개 사드 포대가 완전 배치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안보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는 오류의 연속이었다. 우선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확인된 바 없다. 유사시 북한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는 것이다. 후방의 미군 시설 및 증원전력의 보호가 주목적이지만 한국의 핵심 시설 및 전력 방어에 결정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드는 또 미국으로 날아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간에서 요격할 수도 없다. 상승하는 과정이나 대기권 밖 비행 단계가 아닌 종말 단계에서 중·고고도로 낙하하는 미사일을 맞춰 떨어뜨리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사드로는 한국도 지키지 못하고, 미국 본토를 향하는 미사일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후 급히 배치를 결정했다. 마치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 같은 도발을 막을 수 있는 무기처럼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또한 중국에 대한 지렛대도 완전히 놓치는 결정이다.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서 알 수 있듯이 한·중관계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또 전략적 모호성으로 중국의 이해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복안도 물건너갔다. 이제는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당할 처지가 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의 동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완전히 손을 떼는 일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 사드 배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배치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국회 공론화,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진정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일말의 효용이 있다면 사전에 시민들을 상대로 배치 필요성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런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전날에야 발사대 4기 반입 계획을 통보했고, 미군은 새벽에 발사대를 성주에 배치했다.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막은 채 군사작전하듯 배치를 강행했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으면서,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근혜 정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오락가락 대응에 외교안보 전략 부재만 노출한 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사드 배치라는 결론에 다다른 셈이다.

이번 사드 배치 과정은 노무현 정부 초기 이라크 전투병 파병 결정을 연상케 한다. 그때도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서막이었던 파병 결정을 경험한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서두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다행히 환경영향평가 후 최종 결정이라는 장치가 남아 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효용성과 중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멈추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견인하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할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강대강의 대증적 대응으로는 결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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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는 리그최고 타자다. 좌타자 최초로 4연속 시즌 100타점을 돌파했다. 전인미답의 4연속 시즌 3할-30홈런-100타점에도 도전하고 있다. 프로입단 15년차인 그는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적이 없다. 1인자의 자리에 한번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최형우는 지난달 “영원한 2인자로 남겠다”고 했다. 1인자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영원한 2인자로 좋은 성적을 올리자고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그가 편 ‘2인자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2인자는 서럽다. 1인자의 그늘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총애한 궁정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걸출한 음악가였다. 하지만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절망의 늪에 빠져들었다. 방탕하고 오만한 모차르트에게 ‘천상(天上)의 음악’을 실현할 수 있는 천재성을 부여한 신을 저주하기도 했다. “신은 내게 음악에 대한 열정만 주셨고, 모든 재능은 모차르트의 몫이었다.” 2인자의 설움은 1인자를 향한 적의로 돌변하기도 한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파멸시키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2인자가 겪는 절망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2인자는 열등감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30여년간 전두환의 위세에 눌려 지냈던 노태우가 그랬다. 육사 11기 동기였지만 노태우는 전두환의 뒷길만을 좇았다. 전두환에게 인수인계받은 직책만도 육참총장 수석부관, 경호실 작전차장보, 보안사령관, 민정당 총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개나 된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을 유린한 1979년 12·12 쿠데타, 1980년 5·18 광주학살 때도 전두환이 앞장서고, 노태우가 뒤따랐다. 노태우가 전두환에게 가졌던 우월감이 있긴 하다. 군사쿠데타로 집권해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에 선출된 전두환과 달리 자신은 국민들의 직접투표로 당선됐다는 것이다. 노태우는 언론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전두환의) 2인자로 행동했다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두환은 지난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간접선거로 대통령이 되려 했던 노태우를 수차례 설득한 끝에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그때까지도 노태우는 내 그늘에 가려져 있는 2인자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고 기술했다.

재벌기업 2인자의 말로는 비참하다. 총수의 방패막이가 돼야 하는 게 재벌기업 2인자의 운명이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그랬다.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거쳐 2012년 미래전략실장이 됐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름이 바뀌어온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된 것이다. ‘이재용의 가정교사’로 불렸던 그는 총수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자 수시로 병실을 찾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 ‘실세 중의 실세’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긴 했지만 실권은 쥐지 못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소병해 비서실장이나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달리 ‘관리형 2인자’에 그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던 최 전 실장은 재판과정에서 ‘1인자 전략’을 썼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이 부회장도 “식사를 하든 회의를 하든 제가 한 번도 상석에 앉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이재용 바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만들고, 모든 책임을 최 전 실장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전 실장은 재판과정에서 짜놓은 각본이 있는 것처럼 진술했다. 그룹 후계자 예우 차원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해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미르재단 출연금, 정유라 승마지원 등에 대해선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그는 “책임을 묻는다면 판단력이 흐려진 제게 물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최 전 실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최지성 1인자, 이재용 바보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1인자만 기억하고 대접하는 세상에서 2인자가 설 땅은 좁다. 2인자가 겪는 비애와 좌절은 1인자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거나 ‘일인지상 만인지하(一人之上 萬人之下)’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수 있다. 높은 곳은 좁고 위태롭지만, 낮은 곳은 넓고 평안하다. 이런 이치를 아는 2인자는 많지 않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세상의 모든 2인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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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대통령 인사권의 막강한 힘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대통령은 장차관, 헌법기관 고위직 등 7000여명의 임면권을 쥐고 있다. 이 말의 본질은 대통령 인사권이 정권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역대 정권은 ‘같은 색깔’만 칠하진 않았다.

전략적 고려도 입혔다. 김대중 정부의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인덕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정부의 고건 국무총리와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이 대표적이다. 소수정권 한계 극복, 정치적 안정, 우방국 달래기용이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정체성 강화의 우회로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보안 인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낙점한 인물도 언론에 하마평이 오르면 단칼에 지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론 인사’를 선호했다. 마음에 두고 있던 후보 명단을 슬쩍 언론에 흘려 평판이 좋으면 인선을 강행했다. 평이 엇갈리면 민간업체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에 관심이 많았다. 인수위원회 때 5단계 절차를 밟는 장관인사추천제를 도입했고, 집권 후엔 청와대 인사수석 비서관직을 신설해 인사 추천을 전담케 했다. 그전까지는 민정수석이 인사 추천·검증을 도맡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파격 인사는 ‘속전속결’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사숙고 인사는 ‘역사적 평가’를 중시한 개혁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인사 정책만 봐도 균형인사, 인재 데이터베이스(약 12만명) 구축 등 시스템 정치를 구현했다.

위력이든 전략이든 스타일이든 인사는 결국 정권의 방향타이자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조론 논란에 이어 뉴라이트 사관 문제 등 '이념논란'이 불거진 박성진 초대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논란 해명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문재인 정부 인사가 방향을 잃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이름이 발표될 때만 해도 찬사가 쏟아졌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은 기득권층 저항을 고려해 천천히 발표하자는 참모들 제안에도 문 대통령은 조기 인선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박기영·이유정·박성진 후보자가 나오면서 국정철학은커녕 무슨 메시지인지조차 읽히지 않았다. 이해관계 집단은 물론 지지층 반발도 거세졌다. 여권 내에선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다. ‘참모들이 대통령 눈치를 본다’ ‘(전방위 평판이 담긴) 국가정보원 존안자료를 거부했으니 이 정도 비용(부실 검증)은 지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복심들이 빠져서 손발 맞출 인사를 가려내기가 힘들다’…. 문 대통령은 결국 지난 4일 인사시스템 개선을 주문했다. 인사 원칙과 검증 기준을 구체화하고, 인사 추천의 폭을 넓히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회에 청와대 인사기획비서관실도 신설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할 자리와 대통령 국정철학을 반영해야 할 자리를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오작동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인사가 한 정권의 국정철학을 담는다고 할 때 적어도 인사는 ‘시민 동의’가 중요한 기준이다. 재벌이 아닌 노동자, 전쟁이 아닌 평화, 갑이 아닌 을…. 촛불이 만들고, 시민들이 동의한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다. 향후 인사에서 이 틀을 벗어날 경우 대통령이 인사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인사원칙(철학)과 다투는 건 이해도, 수용도 가능하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커지는 것은 청와대 해명 자체가 이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때문이다. 생활 보수, 소시민이라는 논리는 문 대통령의 인사철학도, 원칙도 아닌 ‘희한한’ 변명에 불과했다.

더 보탠다면 인사를 협치의 기반으로 삼길 바란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김윤철 교수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공약 이행에만 쓰면 안된다. 인사가 협치의 주요 항목이 돼야 할 때다”라고 했다. 당장 정기국회부터 국회의 계절이다. 대통령 의제를 관철하려면 싫든 좋든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치부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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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확대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극동지역 개발 등 양국 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고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핵은 압박과 제재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정상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했지만 해법에서는 차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았다. 6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러시아의 역할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대북 국제 제재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북핵에 대한 개입 수위를 부쩍 높이는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북핵 문제를 떠나서도 한·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경제분야 등에서 협력을 크게 진전시키지 못했다. 러시아의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한 협력 방안이 몇 차례 논의되는 정도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지방을 연결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을 통한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도입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면 양국 간 협력 사업이 크게 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침 푸틴 대통령도 신동방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핵 문제는 미·중·러 등 관련 여러 국가들이 모두 추인해야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사안이다. 러시아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 어제 두 정상의 북핵 발언에서 드러났듯 아직 양국 간 견해 차가 크다. 문 대통령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 요청에 푸틴은 민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도 북한의 핵개발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 통일기반 조성 차원에서라도 한·러관계는 공고히 해야 한다. 북방도서를 놓고 일본과 갈등 중인 러시아로서도 한국과의 유대 강화가 긴요하다. 어제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러관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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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6일 의원총회 뒤 북핵 대책을 주제로 안보토론회를 열었다. 북한의 계속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당내에 ‘북핵위기대응특위’도 구성했다. 오후에는 의원 70여명이 전방의 해병대를 찾아 북한 핵실험 도발을 규탄했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국회를 뛰쳐나왔지만, 장외에서 안보정당의 잰걸음을 보인 것이다.

한국당은 평소 안보 수호 세력을 강조해온 보수정당이자 제1야당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초유의 안보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위기 대응에 앞장서야 할 입장이다. 초당적 안보협력은 한국당이 여당 시절 틈만 나면 주문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당은 어제도 그제도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로 나갔다. 한국당은 마치 딴 세상에 있는 듯하다.

4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MBC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에 항의하며 국회 보이콧 시위를 하자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그렇게 감싸고 돌던 MBC 김장겸 사장은 결국 노동청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MBC는 왜곡보도에 반발하는 기자·PD 10명을 해고하고 71명 징계, 187명을 부당 전보했다. 악덕 기업주도 감히 엄두내지 못할 악질적인 부당노동행위다. 김 사장으로선 사법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을 더 이상 피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김장겸 지키기’에 나선 한국당으로서는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며 끌어다붙인 구차한 핑곗거리조차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이번 주말 서울 강남에서 대규모 대국민보고대회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한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 이후 12년 만의 장외집회다. 홍준표 대표는 “우리가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야성(野性)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4년 반 동안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단련을 해야 하는 그런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성을 키우는 데 안보·민생이 근육강화제로 쓰이는 꼴이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여당에 저항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다. 진정 공영방송이 걱정된다면 얼마든지 방송법을 보완해 방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안보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정부·여당을 질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바깥으로 돌며 하는 일은 안보 강화가 아닌 불안 조장이다. 시민을 안심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 안보 협치는커녕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렇게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일도 없다. 시민들은 안보마저 정쟁에 이용하는 제1야당에 분노하고 있다. 더는 한국당의 생떼를 받아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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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는 순식간에 화약 냄새에 휩싸였다. 수소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항모강습단, 전략폭격기 같은 전쟁 이미지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차원이 다른 조치, 더 강력한 대응, 군사적 옵션, 자멸, 최고의 적의, 최강의 무기, 최악의 언어가 좁은 한반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을 빼앗는 이런 소란과 불안에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이 실패는 북핵 문제를 외면했던 오바마 때문만도 아니고,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명박·박근혜 때문만도 아니다. 한·미 모두의 실패이자 트럼프·문재인 대통령 공조의 실패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은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대화 거론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면 트럼프도 해당된다. 그는 군사적 조치를 언급하는 사이사이 대화론을 불쑥 꺼내곤 했다. 진짜 대화를 했다면 다른 경로가 펼쳐졌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대화론은 건성이었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달리는 북한을 멈춰 세울 만한 것을 그는 내놓지 않았다. 그만큼 무책임했고 무능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인지 아닌지도 애매했고 그런 것조차 대화와 반대되는 신호들에 압도되었다. 보리에 쌀이 몇 톨 섞였다고 쌀이 되는 건 아니다. 북한도 보리와 쌀은 구별할 줄 안다.

해군이 북한의 해상도발에 대비해 5일 동해에서 함포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속초함, 광명함, 이병철함. 연합뉴스

이번 핵실험이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월22일 트럼프는 말했다.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을 유인할 만한 어느 것 하나도 내놓지 않은 채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편 것이다. 13일 뒤 긍정적인 일이 아니라, 수소폭탄 실험이란 부정적인 일이 일어났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 정부는 그런 트럼프와 발을 맞추고 때로는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사드 조기 배치, 독자적 대북 제재, 핵잠수함 도입,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전술핵 검토와 같이 군사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목표에 다가갈수록 대북정책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았다. 핵실험 유예도 어려운 판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하자고 트럼프와 합의했다.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한·미·일 협력을 강조, 중국을 자극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해명했다. “전략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전술적으로 일관성 있게 한길로만 갈 순 없다. 전술적으로 다양한 변화들이 다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략적 목표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핵동결이라고 하자. 그동안 정부가 한 것은 북한 도발 때마다 눈에는 눈식의 일대일 대응이었다. 그게 대북정책의 실체였고 전부였다. 그 때문에 전략적 목표는 하늘 높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임기응변적 조치들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전략적 목표가 없었던 게 아니다.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는 데 충실하다 샛길로 빠지고, 목표에서 멀어지는 줄 몰랐을 뿐이다. 몸통이 꼬리를 흔든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두 정부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중요한 순간에 전략적 목표를 놓쳤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순간이란 말할 것도 없이 핵실험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다. 실현가능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그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전쟁위기, 중첩된 안보위기의 수렁을 박차고 나갈 생각을 않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코앞에 닥쳤다. 전술적 변화라는 이름으로 우회할 시간이 없다.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올바로 학습하고 김정은을 잘 다룰 때가 오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에 솔직해져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낡은 명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버려야 한다. 선제적인 한·미 연합훈련 중단으로 대화 국면을 조성,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유도하고 핵동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훈련은 이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핵 문제 해결 기회를 포기하고서라도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함이 훈련에 있는 걸까?

6차례나 실패를 반복한 대북정책이 있다면 그건 ‘실패한 방법’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7번째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북한 정부 수립 기념일인 9월9일 경험할 수 있다. 완성된 ICBM 발사일 수도 있고, 7차 핵실험일 수도 있다. 그것도 끝이 아니다. 8번째 실패가 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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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박계’ 국회의원의 조카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점수 조작으로 입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KAI에는 친박계 의원의 조카 외에도 전직 공군참모총장 지인과 지방자치단체 고위층 자제 등 10여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했다고 한다.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을 생산하는 KAI는 고용이 안정적일 뿐 아니라 급여와 복지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외형은 민간 기업이지만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이고 국방부 발주를 받아 군수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7월19일 (출처: 경향신문DB)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 김모씨도 강원랜드에 부정하게 입사한 사실이 최근 감사원에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력 미달이어서 애초 서류 심사 대상도 아니었지만 3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지금도 재직하고 있다. 권 의원은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지만, 강원랜드가 기본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일개 의원 비서관에게 왜 이 같은 특혜를 베풀었는지 궁금하다. 전임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은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에게 지인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의 지인을 특별채용한 박 전 이사장과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은 이미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KAI나 강원랜드, 중진공 등은 대학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통하는 곳이지만 권력자 주변 사람이나 기득권층은 연줄을 활용해 간단히 입사했다. 이들이 자리를 차지한 탓에 실력 있는 ‘흙수저’ 자제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채용 비리는 권력자와 기업이 뇌물을 주고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잖아도 청년 실업난이 심각하다. 채용 비리가 근절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박탈감과 좌절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한 일자리 경쟁은 공정 입시와 더불어 한국 사회 최후의 안전판이다. 검찰은 채용 청탁을 한 사람이나 받아준 사람을 모두 파헤쳐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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