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622건

  1. 2017.10.31 [사설]북핵 위기는 전작권 환수 미룰 명분이 될 수 없다
  2. 2017.10.31 [장은주의 정치시평]‘촛불’의 민주주의적 의미
  3. 2017.10.30 [사설]당내 진흙탕 싸움의 중심에 선 홍준표
  4. 2017.10.30 [사설]헌재법 개정으로 헌재 소장 임기 문제 신속히 풀어라
  5. 2017.10.30 [아침을 열며]안철수의 불평, 홍준표의 착각
  6. 2017.10.27 [편집국에서]끝나지 않은 재판
  7. 2017.10.27 [정동칼럼]다시 생각해 보는 한·미동맹
  8. 2017.10.26 [사설]넘쳐나는 군 장성들, 군살 빼기 언제 하나
  9. 2017.10.26 동성애 금지보다 훨씬 쉬운 방법
  10. 2017.10.25 [사설]대통령 간담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11. 2017.10.25 [시론]한국형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대하며
  12. 2017.10.24 문재인 그리고 문재인
  13. 2017.10.24 [박래용 칼럼]황교안의 파렴치
  14. 2017.10.24 경제민주화, 경제민주주의, 개헌
  15. 2017.10.24 [사설]신군부가 5·18 자료 왜곡했다니, 전면 재조사 필요하다
  16. 2017.10.24 [사설]숙의 결과를 왜곡·과장하는 야당의 정략적 행태
  17. 2017.10.20 [사설]여론조사로 통합할 정당 고르는 국민의당
  18. 2017.10.20 [사설]재판거부·인권침해 주장 박근혜, 사법정의 피할 수 없다
  19. 2017.10.19 [사설]반사회적인 주장의 위문도서를 배포한 세력은 누구인가
  20. 2017.10.19 [경향의 눈]문재인 정부의 세 바퀴 성장론

한·미 양국 국방부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한 끝에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안 승인을 유보했다. 국방부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양국군이 미래사 창설안 승인을 장담한 것과 다른 결과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자의 말을 빌려 “미국이 전작권을 포기할 뜻이 없다”며 전작권 환수 문제가 양국 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전작권 환수가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 공식 기자회견에서 악수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반도 상황은 전작권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긴장의 출발점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인 것이 사실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가 ‘북한 파괴’를 공언하며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일어난다”고 남 말 하듯 해도 한국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다 못해 미 상·하원 의원 60여명이 트럼프의 대북 선제공격을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한 시민단체는 대통령의 전쟁을 막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려면 전작권을 조기 환수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국인의 운명을 남의 정부에 맡기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동북아 군비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작권 환수는 서둘러야 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종전의 안보 위협 수준을 넘어섰다. 자주국방은 단순히 명분이 아니라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후보 때 전작권 환수를 공약하고도 집권하면 환수를 미뤘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보수세력은 전작권 환수 추진을 미국과 갈등하는 의제로 몰아가며 제동을 걸었다. 자주적 안보역량을 갖춘 후 전작권을 되가져오자는 말이 일견 현실적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현실론이 의지 부족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자부하면서 유독 전작권 환수에서만 소극적인 것은 비정상이다. 전작권 환수에는 능력과 함께 의지도 중요하다. 조기 환수를 당면 목표로 정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올 때마다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을 한국민들의 자존심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도 알아야 한다. 정부와 군은 적극적인 자세와 효율적인 준비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최대한 당겨야 한다. 북한 핵 문제가 초래하는 평화의 위기는 전작권 환수를 늦출 이유가 아니라 하루빨리 앞당겨야 할 이유를 웅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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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1주년을 맞은 요즈음 민주주의 논쟁이 한창이다. 그 혁명에 참여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쳤던 시민들의 열망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처럼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이해하는 것이 옳은지가 쟁점이다. 최장집 교수와 박상훈 박사의 비판은 아주 신랄하다. 그런 식의 이해는 대의제를 본성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오해에서 비롯되었단다. 심지어 의회를 우회하려는 문 대통령 식의 정치는 군주정의 행태일 뿐이라고 극언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야말로 오히려 촛불혁명이 열어 놓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임채원 교수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촛불혁명은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언 모멘트’에서 일어났다. 이것은 포칵의 개념으로, 시민들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이 속한 공화국의 불안정성을 확인하고 충만한 시민의식을 갖고 해법을 찾아 나서는 계기를 가리킨다. 우리 시민들이 딱 그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에서 이를 기념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나란히 놓아둔 종이컵들에서 촛불이 타오르는 가운데 한 시민이 ‘촛불은 계속된다’고 적힌 종이컵을 놓고 있다. 이준헌 기자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고는 하지만 주권자 시민들이 언제나 이 나라의 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민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직면해서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심각하게 고장 나 있음을 깨닫고 “이게 나라냐?”고 물으며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시민적 덕성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외쳤다.

우리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일부 특권 세력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데 대해 분노했다. 그리고 그 세력의 충실한 하인들이었던 일부 ‘정치계급’에 대해서도 깊은 실망을 드러냈다. 본디 민주공화국은 ‘데모스’, 곧 인민들이 전적으로 지배를 행사하는 좁은 의미의 민주정의 요소와 함께 엘리트들의 일정한 지위와 역할을 인정하는 귀족정의 계기도 가진 ‘혼합정체’이기는 하다. 실제로 대의민주주의는 그런 엘리트들의 정당한 통치를 보장하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허울뿐인 민주공화국에서는 지금까지 과두 특권 세력과 그 세력을 대변하는 정치계급이 전체 정치를 자신들의 부패를 은폐하고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해 왔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악용하고 공론장의 민주적 정당화 과정을 악랄하게 왜곡한 덕분이다. 지난 촛불혁명에서 시민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깨닫고 스스로가 나서 그런 상황을 바로잡고자 했던 것이다.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새삼 주권자임을 확인하고 스스로 정치 과정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을 했을 때, 그것은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은 당연히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민들이 의회와 정당들을 불신하는 것은 그것들이 정작 가장 본질적인 책무, 곧 시민들을 대의하는 데서 근본적으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국민들이 모든 사안을 직접 결정하는 무슨 ‘국민투표정치’ 같은 걸로 의회정치를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요구의 핵심은 정치가 시민들의 요구에 더 잘 반응하게끔 정치의 행태와 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감시하며 견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요점은 현재의 사실상의 과두정을 혁파하고 참된 ‘민주적’ 공화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추구하는 과두 특권 세력의 ‘귀족정치’에 대한 거부와 경계를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나 정치혐오라 해서는 안된다.

정당정치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요구도 그 자체로는 옳다. 그러나 그런 요구는 우리 정당정치가 왜 아직도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할 때라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촛불혁명의 가장 중요한 성취 가운데 하나는 우리 정당들, 특히 민주당과 같은 개혁적 진보를 자임하는 정당의 발전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것은 곧 민주당이 ‘힘 없는 사람들의 힘’, 곧 ‘시민적 권력’을 위한 정치적 기구로서 자기 정립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겨울 시민정치와 의회정치가 서로 호응했을 때 어떤 정치적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민주당은 바로 그 역사적 교훈을 그 정체성의 중핵에 새겨둘 수 있어야 한다.

이념과 핵심 가치는 물론이고, 조직 형태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을 주권자 시민의 합리적 이해관계와 요구라는 기반 위에 세워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이런 일을 아직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걱정이지 너무 많이 해서 문제는 아니다.

<장은주 | 와이즈유(영산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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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의원 간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5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홍 대표는 28일 “어떻게 그리 유치한 짓을 하는지 이런 사람과는 정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서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홍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이야기하고 있다. 곧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서 의원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가 자신에게 구명을 요청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방미 중엔 서 의원에 대해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추태가 없다. 전·현직 당 대표가 금품비리 내막을 놓고 물고 뜯는 이런 진흙탕 싸움의 끝이 어디일지 알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30일 (출처: 경향신문DB)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위해선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필요하지만 찬반이 팽팽하다고 한다. 두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세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전 대통령 등의 출당 조치는 진정한 보수의 혁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바른정당 의원들과의 통합을 노린 정치적 술수에 의한 것이었다. 홍 대표는 어쩌면 이도저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당내 분란만 격화될 수 있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내부 혁신과 인적청산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낡은 이념과 노선을 뛰어넘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특유의 독설과 막말로 정치판을 시끄럽게만 할 뿐, 어떤 정치적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가서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다가 미국의 조야(朝野) 인사들로부터 퇴짜를 맞고 돌아왔다. 주말에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것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현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이유로 국감을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당 대표는 산적한 문제를 풀기는커녕 되레 국내외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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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석 중인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진성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 재판관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탄핵심판 사건 선고 때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이 불성실했다고 보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온건 보수 성향으로 이변이 없는 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9개월 만에 헌재 수장 공석 사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진성 신임 헌법재파소장 후보자가 27일 저녁 서울 헌법재판소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9월 김이수 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청와대는 헌재 소장 임기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입법 보완을 요구하며 후보자 지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이수 재판관의 소장 대행 체제도 계속됐다. 그러자 야당이 헌재 국감을 거부하고, 헌재 재판관들도 소장과 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 달라고 대통령에 집단적으로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헌법에 헌재 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명시돼 있지만 소장 임기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임기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헌재 소장의 임기는 그 자격의 전제로 규정돼 있는 헌재재판관의 임기와 같다. 그러나 이 경우 대통령이 재임 동안 헌재 소장을 2번 이상 임명하는 일이 발생하고, 헌재 소장의 임기도 짧게는 1일부터 길게는 6년까지 제각각이 될 수 있다.

이 재판관이 소장으로 취임해도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1년이 안된다. 내년 여름엔 신임 소장 지명 및 임기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 소장 임기 규정과 관련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10여건 발의돼 있다. 여야가 당장 심의에 나서 이번에 헌재 소장 임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아울러 이 지명자 임명 동의 절차와 유남석 신임 재판관 지명자 인사 청문회도 조속히 진행해 헌재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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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남 앞에 서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이다. ‘지역발전 적임자’ ‘나라를 구할 사람’ 등 크고 작은 선거 때 등장하는 구호에는 국민을 대표할 만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물론 정치적 자산이 풍부한 사람이 진짜 국민을 위해 나선다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마련이다. 능력은 부족하고 자격은 없는데,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부류들은 정치적 자산이 보잘것없거나, 혹은 가졌던 것을 잃었음에도 자신의 곤궁한 처지를 모른다. 자신의 언행이 정치적 파장을 만들고, 여론을 움직인다고 착각한다.

[시사 2판4판]홍시를 기다리며 (출처:경향신문DB)

#안철수의 불평. 요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서 후자의 모습을 본다. 당초 안 대표는 정치판에 뛰어들면서 앞세웠던 ‘새 정치’라는 재산이 있었다. 한때 호응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새 정치는 그가 정치권에 머무는 시간과 비례해 소진됐고, 지난 대선 직후 제보조작 파동이 불거지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도 그는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을 야권 대표주자로 여기고,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에만 올인한다.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그의 침묵은 무엇을 말하는가. 안 대표는 촛불집회 1년을 맞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서 “가장 먼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헌신했던 것이 국민의당”이라고 했다. 그가 촛불정신을 마음에 두고, 여전히 새 정치를 가치 있게 여긴다면 그는 나쁜 권력의 폐해가 드러난 국정농단에 대해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 때리기에 모든 걸 걸었다. “국민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무능 파노라마” “트럼프 따라하기”.

야당 대표의 권력비판은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지만, 그의 언사는 감정이 앞서는 듯하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에 짧게 머문다며 ‘코리아패싱’을 주장하는 보수야당과 보수언론 발언을 답습해 “속이 상하고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고 할 때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안 세력임을 자처하는 야당 대표라면 “트럼프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해야 한다”는 주문은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유한국당의 ‘아무말대잔치’에서나 들을 법한 발언들을 그는 쏟아내고 있다.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이 “문재인이 싫다.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다.

#홍준표의 착각.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여전히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성완종 리스트’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간의 막말 퍼레이드, 대선 때 돼지발정제 논란까지…. 그는 대중에게 희화화된 보수꼴통 정치인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를 과거 강력한 야당 대표였던 이회창이나 박근혜의 반열로 보는 사람은 없다.

홍 대표의 통장은 텅 비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바깥에서 머무는 듯하다. “연말쯤 자유한국당이 부활할 것” “내 개인기로 당을 살렸다”는 그의 장담은 같은 당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지율 10% 문턱에서 헐떡거리는 야당 대표가 25명이나 되는 특보단을 거느린 까닭은 무엇인가. 국민들은 그에게서 ‘3류 코미디’를 보는데, 홍 대표는 제1야당 대표라며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그가 국회 국정감사 중 의원들까지 대동해 미국 방문을 강행했던 것도 북핵 문제 협의를 위해서라지만, 과시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경우) 하루에 6만명의 인명 손상을 예상하고 있더라”고 발언을 한 것도, 미국 고위 인사들과 통한다는 영향력·정보력을 자랑하고 싶어서였을 터다. 하지만 방미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서청원 의원과의 진흙탕 싸움 와중에 던진 “깜냥도 안되면서 덤비고 있다”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준 낮은 협박” 등 막말뿐이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나, 여론은 홍 대표에게 딱 그 정도를 기대한다.

#정계개편의 망상. 이런 대표들이 주도하는 통합 논의의 앞날은 뻔하다. 강경보수로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있는 한국당,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민의당, ‘정치적 신용불량’ 정당들이 뭉쳐봐야 더 큰 불량정당이 될 뿐이다. 힘만 합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은 망상이다.

재산이 없는데도, 돈을 끌어다 쓰면 빚이 쌓이고, 종국엔 파산한다. 지금 안 대표와 홍 대표의 마이너스 통장에는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들의 지휘하에 연대나 통합을 모색하는 정치세력도, 민심에서 퇴출되는 불량주로 전락할 것이다. 자극적 언사,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순간을 모면하려 하지 말지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정치적 잔고는 안녕하십니까.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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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 ‘성완종’을 거명할 때 눈이 TV로 돌아갔다. 대선 후 다섯 달 만에 듣는 성완종 뉴스였다. “홍준표 대표가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는 8선의 노정객은 “진실을 얘기하지 않을 때는 진실을 증거로 내놓겠다”고 맺었다. 홍 대표는 바로 반발했다. “2015년 4월18일 서 의원에게 전화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씨(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노추의 유치한 협박”이라고 되받았다. 한쪽은 패의 첫 장만 뒤집고, 상대는 다 까보라고 맞선 격이다.

사달은 자유한국당에서 ‘1호당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거두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출당 논의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불거졌다. 이렇게 써 먹을 때가 올 거라고 예감했을까. 연을 끊고 길 떠나겠다는 사람에게 2년6개월 전부터 꾸깃꾸깃 품어온 ‘뭔가’를 빼든 것이다. ‘폐족’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친박의 반격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대표의 응전, 과거와 현재의 피비린내 나는 보수권력 쟁투가 링 위에 올랐다. 권세 높은 대감 집 사랑방에서 밤새 당파의 구수회의와 염탐이 이어지는 사극 속 풍경과 다를 바 없다.

“다 압니다. 메인에서는….” 2015년 4월9일 아침 6시, 성 회장은 마지막으로 북한산을 걸으며 통화할 때 친박계 핵심들은 저간의 사정을 다 안다고 했다. 손에 쥐고 있던 메모지엔 8명(김기춘·허태열·이병기·홍문종·이완구·홍준표·유정복·부산시장)이 있었지만, 성 회장은 더 많은 권력 실세들에게 구명활동을 했음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친박 실세 서 의원은 그때 시차를 두고 성 회장과 홍 대표의 ‘SOS’ 메시지를 마주했을 수도 있다. 해서, 길을 걷거나 밥 먹다가도 문득 곱씹는 단어가 생겼다. 서 의원이 꺼내보일 듯이 압박한 ‘증거’다.

기실, 홍 대표를 유죄로 볼 정황과 증거는 널려 있다.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홍 대표에게 무죄를 때린 항소심 재판부도 ‘윤승모가 성완종에게 1억원을 받아 홍준표에게 전달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다섯 달 전 이완구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하며 무시한 성완종 녹취록도 다시 증거로 삼았고, 홍 지사 쪽 사람들이 “돈가방은 비서에게 주고 간 걸로 해달라” “홍 지사는 모르는 돈으로 해달라”며 윤씨에게 ‘거짓 증언’을 회유한 전화 녹음파일도 증거로 인정했다. 그러고는 급반전했다. 판결문은 윤승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사정이 있고 검찰 수사도 미흡했다며 무죄의 길을 냈다. 법정에서 채택한 물증보다도, 4년 전 공사 중인 의원회관을 기억 못하고, 어느 길로 여의도에 진입했고, 동승한 부인은 차 옆자리에 앉았는지 뒤에 앉았는지 엇갈린 진술을 톺아서 죄의 토대를 허문 ‘물음표’ 판결이었다.

윤씨는 항소심 판결 며칠 후 통화에서 “허탈하고 화도 난다”고 했다. 처벌을 감수하고, 홍 대표 쪽 지인들과 척지며 전화녹음까지 했던 공든 탑이 무너진 공허감이었다. 그 끝에 윤씨는 “성 회장이 죽기 사흘 전 내 병실에 확인하러 왔을 때 내가 먼저 ‘회장님, 그때 확인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었다”며 “바로 ‘그럼. 확인했지’라는 말을 들었고, 며칠 뒤 비보를 접하고는 처벌을 받더라도 증언하겠다는 맘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낮게 봤다. 논란 속이지만 2심까지 사실심이고, 대법원은 큰 상황변화나 새 증거가 제출되지 않으면 법률심의 틀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홍 대표 재판에 다시 여의도의 변곡점이 생긴 셈이다.

함흥차사다. 항소심 끝난 지 이완구 재판은 13개월, 홍준표 재판은 8개월이 지났다. 대법원 판결은 언제 나올까. 공안통 검사 두 사람에게 물었다. 공통적으로 “적어도 올해 국감은 끝나고”라는 답이 나왔다. 제1야당 대표 재판의 정치적 파장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반전이 생길까. 홍 대표 방미로 숨고르는 한국당 대치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의결하는 30일부터 급류를 탈 게다. 칼을 뺄까, 칼집 속에 둘까. 서청원의 밀당도 시작됐다. 단,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대중의 알권리”를 저버리는 끝에는 성완종 리스트를 재차 흥정거리로 삼은 역풍에 맞닥뜨릴 게다.

“맑은 세상을 만들어달라.” 생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성 회장은 “다들 내 돈은 편하게 믿고 썼다”며 목숨과 ‘진실의 무게’를 바꾸는 선택을 했다. 하나, 해원의 길은 막혔고, 성완종의 진실은 아직 북한산 때죽나무에 매달려 있다. 해외에서 사업하며 가끔씩 카톡을 보내던 성 회장 장남의 연락도 항소심 뒤로 끊겼다. 맘이 쓰리고 태어나 자란 조국이 그리 미웠으리라. 여의도로 서초동으로 눈길 건넬 일이 많은 만추,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기수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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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다음달 7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방문기간이 일본보다 짧다는 말, 골프시간만 빼면 실제로는 비슷하다는 식의 억지 섞인 해명도 있다. 한국에서만 국회연설이 있어 특별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사실 이번 방문은 잘해도 본전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한·미관계는 미국의 자국위주 및 대북강경 정책에 한국이 끌려가는 형국이며, 군사옵션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위기국면에서 동맹비용이 극대화되고 있기에 미국이 무엇을 요구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대선부터 시작된 트럼프의 언행은 변함이 없다. 미국의 제도가 제어하고 교육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트럼프는 전체의 대통령이 될 생각은 없고, 하드코어 지지자들을 위한 선거운동처럼 밀어붙일 것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걸핏하면 편을 가르고 싸움을 건다. 국가연주에 대한 자세를 놓고 흑인 미식축구선수들과 맞서고, 백인들의 인종차별시위를 두고 갈등을 부추긴다. 여당인 공화당과도 충돌하고, 자신이 임명한 국무장관을 조롱한다.

외교도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상관없다. 평화의 전당 유엔에서 북한을 괴멸시키겠다고 하고, 이란을 살인정권이라고 퍼부었다. 나토우방국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유화정책이라는 몰역사적 무례를 범한다. 전쟁이 나도 한국에서 수천명이 죽을 뿐 미국은 상관없다는 막말도 서슴없다.

이를 두고 고단수의 의도적 ‘미치광이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폭의 리더십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 몸에 밴 협상의 습관일 수는 있으나, 그랜드전략이나 청사진은 없다고 판단된다. 주변 인사들은 자신들을 소방관이라고 부른다. 제발 끌 수 없는 불만 지르지 말라는 심정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는 말을 미국정부 고위관리에게 직접 들은 바 있다.

미·중 갈등이나 중·러 접근 등 신냉전의 지정학적 난관에다가 트럼프와 김정은의 적대적 공생의 푸닥거리 사이에서 우리 입지는 지속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핵개발 완성을 선언할 것이고, 유리한 입장에서 대미협상에 나서려고 하겠지만, 미국은 북한이 항복하거나 붕괴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항복할 생각 없는 북한은 미국의 반응이 없을 경우 대남 핵갑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역시 김정은과의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만들어내는 공포분위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주둔분담금, 미사일방어,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서 밀어붙이고, 우리는 속절없이 밀릴 수 있다. 북·미의 동시갑질 속에서 우리 외교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미동맹이 아무리 비대칭이라고 하더라도 상호적이어야 하며, 아무리 중요해도 우리의 국익을 앞설 수 없다. 발칸반도와 함께 지정학적 저주로 불리고 있는 한반도에서 미국을 동맹파트너로 삼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자산이다. 그럼에도 이면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국익에 손해가 되는 일들이 반복되는 덫이 동맹 속에 내재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의 등장은 동맹의 덫에 대한 현실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적인 이익만 추구할 뿐 더 이상 인권, 민주주의, 평화, 미국의 리더십 등 가치를 덧입히지 않는다. 미국이 지금까지 평화수호의 이미지 뒤에 철저하게 가려왔던 허물을 벗어던진 것이다. 위선적이지 않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미국의 민낯은 이제 어떤 양보나 여지도 없다는 차가운 현실을 뿜어낸다. ‘미국 제일(America First)’은 국가라면 얼마든지 당연한 국익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동맹이든, 협력파트너든, 적이든 미국의 불리한 것은 무조건 뜯어고치고, 이익을 위해 수단방법을 불문하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필요하다. 북한의 핵위협은 물론이고, 중국의 부상은 오히려 미국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동맹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안방에서조차 자동문이나 호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담대하게 우리의 이익을 피력해야 한다. 트럼프가 한국에 오면 동맹은 상호적이라는, 그리고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목표를 포함해서 평화를 주지시켜야 한다. 평화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지 현상을 관리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리더가 높은 자리에 있는 이유는 군림하기 위함이 아니라 멀리보기 위함이다. 우리의 리더가 군림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 멀리보기를 바란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답게 국민의 힘을 믿고 담대하게 가야 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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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이 어제 국방부 직속 20개 직할부대의 지휘관이 모두 장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부대의 평균 병력 수가 1500여명으로, 대령이 지휘하는 연대급 규모인데도 부대 지휘관은 중장 2명, 소장 7명, 준장 11명 등 전원이 장성급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육군 장군 수(314명)가 미국(309명)보다 많다”고 밝힌 바 있다.

군 장성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군 장성이 육군 교육사령부에만 7명이 있으며, 또 다른 16개 산하 교육훈련기관에도 20명의 장성이 있다는 사실이 지적된 바 있다. 이번에는 국방부 직할부대에도 장성이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전투부대도 아닌 고등군사법원과 간호사관학교에 국방부와 계룡대의 근무지원단, 체육부대까지 다 장군으로 지휘관을 보임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이들 부대의 육·해·공군 출신 지휘관 비율이 무려 8대 1대 1로, 법규가 정한 3대 1대 1 비율까지 무시하고 있었다. 육군의 독식이 어김없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의 육군 병력이 49만명이고 미 육군이 47만5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장군 수는 대폭 줄여야 한다. 수년 뒤부터 인구절벽 현상으로 병력자원이 급감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장군 수를 미리 줄이는 것은 필수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을 군은 거부해왔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국방부는 2020년까지 10년 동안 장군을 60여명(15%) 감축하겠다고 해놓고도 7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이 중 3명 감원은 방위사업청 문민화 계획에 따른 것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감축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국방부는 지난 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군 개혁안을 보고할 때 장병은 줄이겠다면서도 장성 수를 줄이는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계급이 높아야 지휘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다. 병력 규모와 임무 특성을 고려해 직할부대 지휘관의 계급은 영관급으로 바꿔야 한다.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민간에 개방하는 게 맞다. 군살을 빼지 않는 한 전투형 강군은 불가능하다. 군은 안보위기를 장성 기득권의 방패막이로 삼아선 안된다. 비대한 군 장성 문제의 방치는 군조직의 비효율성을 증명할 뿐이다. 시민은 무능하고 권위주의에 물든 데다 제 잇속까지 챙기는 군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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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물었다.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의 92%가 남성이며 작년에 추가된 환자도 남성이 1002명, 여성이 32명인데 감염경로 분석은 이성 간 성접촉 때문이 54%, 동성 간 성접촉이 46%로 돼 있다. 이건 기초조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질병관리본부 보고서를 봐도 정확하게 동성 간 접촉으로 전파된다고 돼 있으며 동성애를 터부시하는 관행 때문에 감염경로 조사에서 동성애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고 돼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나.”

정 본부장이 답했다.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이성 간 접촉과 동성 간 접촉을 구분해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에이즈는 성병이며,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은 모두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 의원이 다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에이즈는 정말 위험한 질병이다.”

정 본부장이 다시 대답했다. “그렇지만 에이즈는 콘돔 사용으로 예방 가능한 성병인 것도 맞다.”

성 의원의 말은 맞다. 에이즈는 위험한 질병이며 동성 간 성접촉은 이성 간 성접촉과 함께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한 경로로 꼽힌다. 그러나 정 본부장의 말도 맞다. 에이즈는 콘돔 사용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740명이었던 신규 에이즈 환자는 지난해 1062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10대 환자 수는 2007년 99명에서 지난해 417명으로 10년간 약 4.2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도 2.8배 증가했다.

에이즈 환자 증가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당국이 원인을 파악해 대처해야 하는 문제가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성 간 성접촉이 주요 감염경로이니 이를 막아야 할까. 현실적으로 어렵다. 엄연히 불법인 이성 간 성매매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데 법에 저촉되지도 않는 동성 간 성접촉을 막을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정 본부장이 합법적이며 완벽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시해줬다. 콘돔을 쓰게 하면 된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그들의 연령이 10대든 20대든 파트너에 대한 100% 신뢰가 없으면 성관계 때 콘돔을 쓰면 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성관계 과정에서 생기지 않는다.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될 뿐이다.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옮지도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죽음의 병’이란 악명도 조금씩 벗고 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이미 HIV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HIV에 감염되었어도 치료를 잘 받고 약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20살을 기준으로 치료를 받는 HIV 감염인의 기대수명은 일반 인구의 기대수명에 가까운 70대 초반이란 연구결과도 2013년에 나왔다.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보건당국은 외출 뒤 손발을 잘 씻는 등 개인 위생에 더 신경쓰라고 홍보한다. 야생진드기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사망자가 발생하면 야외활동 시 긴팔·긴바지를 입고 돗자리를 쓰라고 권유한다. 아예 외출을 못하게 하면 더 확실하게 예방이 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알려준다.

에이즈라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잣대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왜 자꾸 에이즈와 동성애를 같이 묶어서 언급하는 것일까. 에이즈에 대한 공포로 동성애에서 ‘탈출’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일까. 말리고 싶다. 지금은 2017년이다.

<정책사회부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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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간담회와 만찬에 불참했다. 청와대가 간담회에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고, 만찬에 산별노조 관계자들을 일방적으로 초청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문재인 정부 첫 노·정 대화는 ‘반쪽짜리’가 됐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 전체가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개탄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과 있다. 이차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주노총은 “청와대가 민주노총의 진정성 있는 대화 요구를 형식적인 이벤트로 만들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노·정 양자 간 대화 자리에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민주노총 조직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만찬행사 참가자를 청와대가 결정한 것도 민주노총의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전상의 마찰을 이유로 어렵게 차려진 정부와의 밥상을 뒤엎은 것은 지나친 처사다. 이 정도 사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조직체계를 훼손한다면 민주노총 내부 결속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사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섭과 투쟁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집행부는 노사정 대화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지만 상당수 산별조직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를 비판하기 전에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지 말지 명확하게 입장 정리부터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등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사정위원장은 민주노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노동 독소 조항인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도 지난달 폐기했다.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눈에 밟힌다”고도 했다. 이제 민주노총이 응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대화하고 협상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부조직 편제에서 제외하고, 전교조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민주노총이 기득권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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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통칭되는 복지국가 영국의 기초를 제공한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도록 한 사람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총리다. 노동부 차관이던 베버리지경(Sir Beveridge William Henry)은 1년6개월의 준비를 거쳐 1942년 전후 영국 복지제도를 설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고서를 주도했던 보수당은 이를 무시했고, 에틀리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은 이 제안을 중심으로 공약을 만들어 선거에서 이겼다. 공적 연금, 전 국민 의료보장, 무상교육과 아동수당 등 영국 복지제도의 골격이 이때 형성되었다.

1991년 유학 시절, 영국은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모든 병원이 공짜였고 유학생의 한 살짜리 딸에게도 우유 값으로 매달 30파운드씩 꼬박꼬박 보내주었다. 대학 등록금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쌌지만, 영국 학생들은 오히려 돈을 받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복지제도는 정부의 이념적 구분과 무관하게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제도의 이론적 기초를 확고히 하고 세부설계까지 해놓았기 때문이다. 대처리즘이 영국을 휩쓸고 있을 때도 사회안전망으로서 복지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1997년 토니 블레어가 보수당 20년 집권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도 진보정부가 질 좋은 교육과 의료를 제공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중산층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험은 복지국가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을 확보하고, 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 정부는 많은 복지정책을 발표했다.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 노인 기초연금 인상, 치매 국가책임제, 아동수당 도입 등 모두 획기적인 내용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표했지만, 국민적 공감대 확보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집권 5년간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한 것이겠으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속도와 성과는 기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눈부셨다. 태양빛이 강렬하면 그림자도 짙은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삼성전자가 분기당 이익을 10조원 이상 내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근로자가 되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도 자녀의 사교육비 충당하기 바쁘고, 중병에 걸리면 꼼짝없이 빈곤의 함정으로 빠지게 되는 현실이 국민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처칠이 베버리지 보고서를 만들 때처럼 양극화로 인한 불만을 어루만지고 경제개발 과정에서 헌신한 노고를 보답해줄 필요가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복지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나의 삶도 개선된다는 확신은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복지 구상은 집권 5년간의 프로그램을 넘어 복지 백년대계(福祉 百年大計)여야 한다. 단편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하기보다는 현재와 같은 성장 경로와 예상 소득 수준하에서 어느 정도의 복지체계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청사진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든든한 복지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한 시장경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유럽 국가에 견주어 보면 추가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 많다. 실업수당의 현실화, 고교 무상교육 등 교육비 경감대책, 서민 주거 안정 노력 등이 그것이다.

임기 내 실현되기 어려운 대책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설계도인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를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후임 정부도 계속 추진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복지국가 원년의 틀을 다지게 되는 것이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안이나 우려를 해소하는 일도 빠트려선 곤란하다.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조차 고령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조달 방법을 추계해서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50~60년의 시계에서 우리 국민이 이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고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제2의 그리스가 결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기 바란다.

일찍이 베버리지경은 사회 보장을 이루는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개개인과 국가의 협력을 제시했다. 새 정부가 국민의 공감과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복지 확충을 위해 힘찬 진군을 계속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한국판 베버리지 보고서가 필요하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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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여름 부산에서 문재인 변호사를 만났다. 당시 나는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 작가로 논픽션을 쓰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20여년 역사를 기록한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를 쓰면서 헌법재판관과 주요사건 당사자를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 문 변호사도 있었다. 그해 7월20일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3시5분까지 법무법인 부산에서 그와 마주했다. 사전에 보낸 질문에 대한 깊고 상세한 답변을 들었다.

질문들 가운데 지금 논란인 헌재소장 임기문제가 있었다.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소장에 재판관 임기 3년째이던 전효숙 후보자를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 후보자는 재판관직 사표를 냈다. 청와대가 새 헌재소장의 임기가 6년이기를 원한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일개 (전해철) 민정수석의 전화를 받고 사표를 내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며 임명동의를 거부하고, 결국 11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전효숙 후보자 지명 철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까지 역대 헌재소장 3명의 임기가 모두 6년이라는) 과거의 예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장에게 6년 임기가 부여될 수 없었다. 재판관 상태에서 소장으로 임명하면 3년 소장이 되는데 헌재 위상 면에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략) 결코 승복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게 계속 국정 전반을 발목 잡게 되어 버리니까, 나중에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명 철회를 했다.”

지난 5월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에 당선해 취임했고, 새 헌재소장에 임기 5년째인 김이수 재판관을 지명했다. 헌재소장 임기는 재판관 잔여 임기인 1년3개월이었다. 나는 헌재소장 임기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추측이 맞다면 이유는 전임 박한철 헌재소장이 잔여 임기 3년10개월만 채운 선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임기 6년이 옳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헌법 112조1항에 따라 재판관을 연임시키면 헌재소장 임기가 거의 6년이 된다. 1953년 3월생인 김 재판관은 2023년 3월 정년을 맞는다.

하지만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그러다 추석 연휴 이후 헌재소장 대행체제 논란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헌재소장 임기의 불확실성은 그간 계속 문제되어 왔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할 경우 다시 소장의 임기문제가 불거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차제에 헌재소장의 임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헌재소장 임기는 6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은 적잖은 공격을 받는다.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과 국회의 헌재법 개정권은 연동하지 못한다는 반론, 헌재소장 임기를 헌법이 아닌 헌재법 개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 등이다. 근본적으로 부당한 위계구조인 대법원의 대법원장-대법관 체제와 달리, 헌재는 재판관 9명 지위가 동등한 가운데 누군가 헌재소장을 더하는 식이라 헌재소장 임기 6년을 따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이론과 실무에 누구보다 정통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법 헌법소원 등 수많은 헌법소송에도 관여했다. 국정 경험까지 풍부한 문 대통령이니 헌재소장 임기 6년 주장에 합리적 이유가 있을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헌재소장 공석 연장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헌재소장 후보자들이 낙마한 근본 원인은 임기문제가 아닌 보수야당의 맹목적 정치 공세다. 그해 여름 인터뷰에서 그 역시 말했다. “야당이 (중략) 청와대 결정이라 좌절시키겠다고 맹목적으로 덤빈 것”이라고.

이러는 동안 헌법재판소만 정치에 시달리면서 황폐화하고 있다. 그래서 슬픈 헌재다.

<사회부 | 이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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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진영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의 아이콘이다. 그가 올린 페북 댓글엔 ‘애국세력의 자존심’ ‘차기 대통령 클래스’ 등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그는 내년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1위(지지율 13.6%)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경원(4.1%)·김성태(1.5%) 의원 등 다른 잠재적 후보들보다 몇 배 앞선 지지율이다.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수 옹호 발언을 쏟아내는 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지난 5월12일 총리 이임 인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월여 동안 페북에 올린 글이 24건이다. 1주에 한 번꼴이다.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아무리 말을 그럴싸하게 해도 진정성과 역량이 없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장도리 황교안 캐릭터 (2017년 5월 5일)

글은 거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비판은 자유다. 하지만 과연 황 전 총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여권은 당·정·청 3축이 기반이다. 청와대는 대통령부터 비서실장·수석·비서관들이 헌정유린, 국정농단, 부정부패 혐의로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당은 친박계의 비정(秕政)을 방임하고 은폐하다 보수세력을 통째로 말아먹었다. 정부는 시민을 둘로 쪼개 한쪽을 짓누르다 스스로 쑥대밭이 됐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 총리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깨어있었다면 나라가 그토록 결딴나는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고위 인사만 20명이 넘는다. 그들은 헌법을 위반했고, 법률을 어겼고, 주권자를 배신했다. 총리는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후에도 덮고 비호하는 데 급급했다. 그는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방해했고,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묵살했다. 진실을 밝혀줄 청와대 기록물은 봉인했다. 그는 국가위기의 공범이자 은폐의 주범이다.

법무장관 시절 잘못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2013년 검찰의 댓글 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당시 황 장관은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윤석열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을 강행하자 윤 검사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혼외자 건으로 특별감찰을 지시해 내쫓았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할 것을 우려해 세월호 수사도 지연시켰다.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은 ‘문서유출 국기문란’으로 둔갑시켰다.

법무부의 영문명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다. 법무장관의 역할은 국가를 대표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가 정의로웠다면 국정파탄도, 대통령 탄핵이란 비극도 없었을 것이다. 입만 열면 법치요, 빵 한 조각을 훔쳐도 일벌백계를 외치던 법무부 장관이다. 4년 전 밝혀졌어야 할 국정원과 군, 권력기관의 정치공작은 이제야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황교안은 이제 변호사다. 박근혜 탄핵과 재판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늉으로라도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지 않았다. 그가 장관으로서, 총리로서 모셨던 대통령에게 지금껏 면회를 다녀왔다는 얘기 한번 들어보지 못했다. 차갑고 더러운 방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데 법무부에 항의 한번 한 적도 없다.

사람이든 나라든 갖춰야 할 네 가지 덕목이 있다. 예의염치, 일명 사유(四維)다. 넷 중 하나가 없으면 기울어지고, 둘이 없으면 위태로워지며, 셋이 없으면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파멸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중국 고전 <관자>). 황교안은 염치가 없다. 파렴치하다. 그래서 위태롭다. 시민들은 대통령 유고(有故) 때문에 그의 권한대행을 묵인했을 뿐, 국정농단의 책임을 면해준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아무 관련도, 책임도 없는 양 당당하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다.

황교안은 최근 한 종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묻는 질문에 “뭐 말씀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지금은…”이라고 했다. 말 안 해도 다 안다. 그는 슬금슬금 정치권에 다가가고 있다. 앞으로 노출은 더 잦아질 것이다. 황교안은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적폐청산 대상 1호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거적을 깔고 엎드려 사죄하고 자중하는 게 도리다. 그것이 시민에 대한 예의다. 염치에 예의까지 없다면 파멸이라 하지 않는가.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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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6·10민주항쟁 기념식과 지난달 미국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주는 세계시민상 수상연설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경제민주화’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우선 경제민주화부터 정리해보자. 일반 국민들에게 경제민주화는 ‘을지로위원회’를 연상시키는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지키는’ 것이거나 비정규직을 줄이는 양극화 해소쯤으로 받아들여진다. 학계의 논의는 소위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알려진 헌법 119조 2항을 둘러싼 법학계의 일부 연구를 제외하면 매우 드문 편이다.

(출처:경향신문DB)

그중에 주목할 만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학자 시절인 2012년에 발표한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과제’라는 논문이다. 그가 새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탁되었을 뿐 아니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실체적 내용을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울 뿐 아니라 설사 정의한다 하더라도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그 집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방법론상의 최소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최소 원칙이란 “거래관계의 현실에 기초하여 부담과 편익의 조화,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진보성향의 학자로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놀랄 정도로 실용적이고 주류 경제학의 핵심 원칙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경제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연설을 통해 드러나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경제민주주의를 기존의 경제민주화의 상위개념이자 하나의 사회모델로 보고 있는 듯하다. 6·10항쟁 기념식에서는 양극화가 경제적 불안요인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의미의 경제민주주의는 미국의 다원주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1985년 출간한 <경제민주주의 서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보수성향이 강한 다원주의 정치학의 태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불평등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가장 우려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늘날의 많은 학자들과 주요 국제기구들은 지나친 양극화가 ‘대의의 불평등’을 낳음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대파에 의해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문 대통령이 다원주의 정치학자의 이론을 꺼내든 것은 절묘한 카드이다. 같은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경제민주주의를 사회적 대타협까지 포괄하는 하나의 사회모델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시민상 수상 연설에서도 “새로운 대한민국은 경제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1987년 민주화의 경험을 들어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쓴 대한민국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이것 역시 87년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제의 밑그림으로 경제민주주의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독일의 번영을 가능케 한 사회적 시장경제는 각 정당은 물론 전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의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되 사회적으로 합의한 틀 안에서 활용한다”는 원칙이다. 효율은 최대한 살리되 그것을 위해 인간을 생존권과 사회권의 최저선 밑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때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던 스웨덴의 반전 계기는 살트셰바덴 협약이었고, 그 후 노총이 제시한 성장모델인 렌-마이드너 모델은 수십년의 번영을 가져온 상생의 모델이었다.

우리도 사회적 합의의 틀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데 합의할 수 있다면 다시 성장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상충하지 않고 선순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경제민주주의는 새로운 사회모델의 밑그림이고 경제민주화는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적 원칙이며,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라고 읽힌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내년 지방선거 때로 예상되는 개헌 국민투표가 떠오른다. 이 밑그림이 실현되려면 경제민주주의의 정신은 새 헌법 곳곳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개헌이라면 늘 권력구조 이야기만 나오던 상황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선거제도 개편이나 경제민주주의가 함께 논의될 수 있다면 반길 일이다. 향후 수십년간 시민들의 삶을 규정할 개헌은 국회 개헌특위가 독점할 일은 아니다.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되 기존 체제의 한계에 속박되지 않는 시민적 숙의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는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학습하면서 숙의하고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며 그 결론을 받아들일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장덕진 |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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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이 5·18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조작·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 의혹 등을 조사 중인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985년 구성된 ‘80위원회’ 등을 통해 5·18 관련 역사적 사실이 왜곡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그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5·18 당시 출동한 군인이 1981년 작성한 ‘체험 수기’에는 “계엄군이 ‘무릎 쏴’ 자세로 집단사격을 했다”는 증언이 있지만, 1988년 군사연구소가 발간한 체험 수기에는 이런 내용이 누락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조위가 발굴한 1985년 6월5일 관계장관 대책회의 자료를 보면 당시 ‘광주사태 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운영됐다.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청와대와 내무부·법무부·국방부·문공부·치안본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 위원회는 산하에 ‘80위원회’를 두고 5·18 관련 백서 발간 업무를 진행했는데,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2국장이 이를 맡았다고 한다. 80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과 백서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안기부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인 장세동, 총리가 직전 안기부장이던 노신영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어떤 일을 꾸몄을지 짐작이 간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그간 “무장한 시민들이 먼저 총을 쏴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거짓으로 드러났다. 계엄군은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을 향해 집단발포한 바 있다. 집단발포 이전 5월21일 오전 8시쯤 전남 나주 반남지서에서 카빈총 3정과 실탄 270발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치안본부의 전남도경 감찰기록을 보면 발포 전에 무기를 빼앗긴 경찰관서는 없었다. 신군부가 오전 8시 총과 실탄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한 반남지서에서는 오후 5시40분 카빈총 35정을 빼앗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건 발생 37년이 지났다. 폭도로 불렸던 시민들은 누명을 벗었고, 그들이 묻힌 망월동 공동 묘지는 국립민주묘지가 됐다. 그러나 학살자들은 5·18을 여전히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었는데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헬기 사격, 전투기 대기, 집단 암매장 등의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5·18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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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들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결과를 입맛에 따라 왜곡·과장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숙의민주주의 이름을 빌려 국가 주요 현안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탈원전을 명목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급선회하는 것은 국익 자해행위”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공론화위원회를 법적 근거가 없는 단체로 규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은 정부가 국민의 결정이란 궤변을 앞세워 공론조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공론화위의 발표 직후에는 집단지성이니 이성의 승리니 하더니 주말 사이에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아무리 정치인의 말이라고 해도 그 표변이 당혹스럽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10월23일 (출처:경향신문DB)

공론화위의 결론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원전 비중을 줄여나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야당은 앞부분은 받아들이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지는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편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아전인수식 행태이다.

공론화위가 원전 공사 재개를 넘어 탈원전 정책까지 권고한 것이 월권이라는 주장도 군색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향후 에너지 수급과 원전의 비중을 어떻게 할지, 거기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 능력은 어떻게 될지까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 공론화위 설치 근거인 국무총리 훈령에 ‘위원장이 (신고리) 건설 중단 여부 공론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심의 의결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원전 공사 재개 여부만 떼어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단순 논리이자 과장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전문성이 없는 공론화위를 통해 결정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라면 애초에 공론화위의 공사 재개 결정도 거부했어야 옳다.

정당의 주장이라 해도 최소한의 논리와 일관성은 갖춰야 한다. 집단지성이라고 한껏 상찬해놓고 나중에 비전문가인 민간인들에게 맡겨선 안된다고 하면 누가 그 당을 신뢰하겠는가.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방향에 찬성하는 의견이 60.5%로 반대한다는 응답(29.5%)의 2배를 넘었다. 탈원전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다. 자기 입맛대로 왔다 갔다 하면서 뻔히 보이는 주장을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정략을 위해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야당은 공론화위 왜곡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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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하자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만난 데 이어 그제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 대표대행이 다시 회동했다. 주 대행은 통합 논의를 했다고 시인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버리면 통합이 가능하다”며 합당의 조건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오른쪽)가 11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도통합론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권자에 의해 선택된 다당체제가 보수통합으로 양당체제로 되돌아가려는 것에 제동을 걸자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두 당의 통합하자는 논리와 동기, 추진 방법이 영 이상하다. 우선 통합론의 출발점이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정당지지율이 19.7%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나온 게 결정적 동인이라고 한다.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참고만 해야 할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당 간 통합을 추진한다니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추진 시점도 문제다. 국감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당 통합론으로 의원들의 김을 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유도하고, 호남지역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한 안 대표 측의 작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두 당의 통합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크고, 호남에서 양당의 통합에 대한 지지 여론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은 변한다. 중도를 지향하는 두 당의 이념과 노선 차이도 크다.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국민의당이 케케묵은 안보관에 갇혀 있는 바른정당과 합친다면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궁금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당은 이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의 정강·정책이 어느 정당과 잘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국민의당이 모든 정당을 상대로 통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은 누구와도 합칠 수 있다는 발상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시민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통합론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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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9일 재판에 불출석했다. 건강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또 미국의 보도 채널 CNN을 통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제 법률팀은 이 같은 내용을 유엔 인권위원회에도 알릴 예정이라고 한다. 시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 박 전 대통령이 사법 절차를 부정하고 양심수 흉내를 내고 있으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최순실씨도 재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며 재판에 임하고 있다”면서 자신을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비교했다.

재판 불출석으로 박 전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뻔하다.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으로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것으로 확실시되자 국면 전환으로 처벌을 면해보겠다는 속셈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인권 침해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일반 재소자 6명이 쓰는 공간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 내부에서 치료는 물론이고 외부 치료도 2번이나 받았다. 변호인 접견과 교도소장 면담도 거의 원하는 대로 했다. 변호인 7명 전원 사퇴에 이어 재판 거부, 국제 여론전 등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치밀하게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는 주말에는 친박·극우 보수 성향 단체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조만간 단식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와 검찰 수사로 드러났듯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선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 상황에서 치러졌다. 그만큼 정통성도 약한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동안 나라와 민생을 도탄에 빠뜨려놓고도 정치보복과 인권을 운운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리 수를 쓴다해도 촛불혁명의 의미와 정당성은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유엔 인권위원회에도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설명하는 등 그의 국제 여론조작에 철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행태에 개의치 말고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해 사법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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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공무원 모금으로 민주화운동을 폄훼·왜곡하는 잡지와 책을 구입해 군 장병 및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등에게 위문도서로 대량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국감자료로 받은 ‘2012~2017년 위문도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위문도서 12종 중 9권이 안보·보훈 관련 잡지였다. 또 이 중 일부가 촛불집회, 5·18민주화운동 등을 비난하는 내용을 실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유신정권과 국가안전기획부 활동 등을 부정적으로 기술한 서적까지 반입 금지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다시 드러난 것이다.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적 행위이다.

위문도서의 내용을 보면 어떻게 이런 책을 장병들에게 읽힐 생각을 했는지 그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월간 ‘자유마당’은 지난해 6월호에서 “ ‘님을 위한 행진곡’(노래)은 북한에 의해 남한 혁명을 선동하는 혁명가요”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촛불집회는) 민중봉기로 대통령을 축출한 후 체제를 변혁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비판한 단체에 대해서도 친북성향 운동가들이 이끌고 있다며 색깔론을 폈다. 또 월간 ‘자유’는 “(검인정 역사교과서가) 북한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독재세습을 옹호했다”고 썼다. 아무리 보수정권이라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사실 왜곡이다. 2009년 국방부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광주항쟁 등 정치색이 강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과 우수도서로 선정된 책을 반입 금지한 것과 똑같은 무지한 행위다. 더구나 이들 잡지는 모두 극우성향의 단체들이 발행하고 있다. ‘북한’을 발행하는 북한연구소 소장은 국정원 댓글부대로 활동한 국정원 퇴직자 친목단체 양지회 회장이고, ‘자유’는 예비역장성 모임인 성우회의 산하조직이 만들고 있다. 결국 공무원 성금으로 관변단체들을 먹여 살린 셈이다.

장병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간 시민들이다. 군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민주주의나 시민교육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사실 왜곡과 궤변으로 장병을 오도한 세력이 노린 것은 뻔하다. 대한민국을 영원히 극우보수의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당국은 진상을 조사해서 박승춘 전 보훈처장 등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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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고 있다. 장미 대선으로 집권한 정부가 어느덧 단풍시즌을 맞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기대가 큰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정부의 성공 여부는 임기 초에 상당부분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보면 더욱 그렇다. 노무현 정부는 보수언론을 비롯한 언론에 각을 세우다 집권 초기를 보냈고,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파동과 4대강으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시간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 박근혜 정부의 474공약 가운데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다. 그렇게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흘러간 것이다.

이 기간 국가경제를 끌고 온 동력은 이기심을 버리고 고통을 감내한 시민들의 헌신이었다. 살인적인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기업은 경쟁력을 키워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혁신은 정체됐고 경쟁력은 다시 떨어졌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혁신의 관료화’다. ‘창조적 파괴’의 혁신은 사라지고 현실에 안주해 이를 관리하는 수준에 만족하면서 역동성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른 저성장의 늪이 작금의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새로운 경제성장을 위해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사람 중심 경제의 3대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세워놓았다. 정부의 목표는 소방·사회복지·교사·경찰 등 공공부문 일자리 17만4000개를 포함한 공공일자리 81만개, 민간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50만개 등 131만개이다. 청년백수가 지천인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이해도 된다. 그러나 공공일자리 81만개의 지속가능성은 의문이 든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평균 21.8%를 넘는 데 반해 한국은 7.6%에 불과하다”며 “충분이 늘릴 여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별 공공부문 일자리 기준과 일자리의 유연성이 다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늘어난 공공인력을 줄이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는 플레이어가 아닌 지휘자의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을 꺼냈다. 이는 대기업·수출기업 중심 성장정책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대기업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 등 아래로 자연스레 흘러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성장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낙수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정부는 가계의 주머니에 많은 돈이 들어가도록 하는 정책을 입안했다. 최저임금 인상, 사회복지예산 증액, 통신요금 인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정책들이다. 이를 통해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투자가 늘며 이는 다시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성장에서 소외된 계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당연하다. 하나 이는 분배정책에 가깝다. 단기적인 효과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서둘러 들고나온 것은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4차산업을 혁신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삼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유사하다거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것이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소유권’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4차산업을 통한 성장은 지난 대선에서 각당에서 모두 제안한 바 있는 정책이다. 정작 아쉬운 부분은 혁신성장 정책의 구체성과 확장성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말했으나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또 혁신성장이 4차산업에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확장된 혁신성장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넓히고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개혁에는 모두의 고통분담과 협조가 필요하다. 많은 혜택을 받았음에도 분배에 기여하지 못한 기업과 기득권의 동참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 정부는 노동자의 복지를 위한 대책의 과감한 추진과 함께 고임금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한 개혁에 성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추진 과정이 일방통행이 되지 않도록 소통채널을 열어두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3개의 바퀴를 돌려 사람 중심의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한다. 정부는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다. 우왕좌왕하다 정권 초기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헛바퀴만 돌리다 끝난 정권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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