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3758건

  1. 2018.01.18 [사설]북한 평창 참가 방법 확정, 냉전 보수에 고함
  2. 2018.01.18 [사설]반성 없는 정치보복론으로 시민 기만한 이명박
  3. 2018.01.17 [이대근 칼럼]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4. 2018.01.17 [사설]‘양승태 대법원’, 판사회의 의장 선출까지 개입했나
  5. 2018.01.17 [사설]‘유치원 영어 금지’ 유예, 김상곤 교육부가 불안하다
  6. 2018.01.17 [사설]한반도기 반대는 무책임한 냉전적 선동이다
  7. 2018.01.16 [사설]야당의 권력기관 개혁안 공격, 시대착오적이다
  8. 2018.01.16 주류교체론과 제도화 전쟁
  9. 2018.01.15 [사설]민주화의 완성을 위한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10. 2018.01.12 [기고]위안부 합의 사망선고, 그 후가 중요하다
  11. 2018.01.12 [정동칼럼]영화 ‘1987’이 던져주는 과제들
  12. 2018.01.11 [경향의 눈]유러피안 드림
  13. 2018.01.11 [사설]산적한 과제 절감케 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14. 2018.01.10 [기고]일자리 전문가가 필요하다
  15. 2018.01.10 [기고]영화 ‘1987’ 그리고 잊혀진 죽음들
  16. 2018.01.10 [김기식 칼럼]정책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17. 2018.01.10 [사설]남북 고위급회담, 대화의 힘을 증명했다
  18. 2018.01.10 [사설]UAE 상대로 국제 사기극 벌인 김태영 전 국방
  19. 2018.01.10 [사설]위안부 합의 깨지 않았지만 일본 면책 아니다
  20. 2018.01.09 [정운찬 칼럼]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슬기 심지’

남북은 17일 고위급 실무회담을 열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 규모를 확정했다. 남북은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데 합의했다. 북측은 회담에서 패럴림픽에도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이로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협의가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17일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실무접촉-고위급 실무회담의 숨가쁜 일정을 진행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남쪽 내부다. 냉전 보수세력의 트집 잡기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기 사용에서부터 남북 단일팀 구성, 예술단 공연, 북한 선수단 체류비용 부담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이유로 한반도기 사용을 문제 삼고, 예술단 공연을 두고는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될 수 있다고 선동하고 있다. 하나같이 사실과 다르거나 냉전시대의 대결논리를 따르는 것들이다. 예컨대 한반도기는 국제체육행사에서 10차례 넘게 사용돼 남북화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평창 올림픽에서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살려줄 것이다. 특히 남북이 공동입장하는 데 모두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나 다름없다. 북한 예술단의 남한 내 공연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과거 경험을 활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

보수세력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단절됐던 남북교류와 관계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대화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말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어깃장을 놓는 대신 환영하고 협력하는 게 맞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한반도 평화의 행사를 대결과 반목의 무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반평화, 반통일 집단을 넘어 북핵 해결 반대 집단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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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다스 의혹 수사 등을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참담한 것은 그가 아니다. 한마디 유감표명도 없이 ‘보수결집’을 선동하고, 정치보복 운운하며 진흙탕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그를 봐야 하는 시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실체적 진실로는 검찰 수사에 맞설 길이 없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실제 ‘MB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나란히 구속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 5000만원을 줬다고 시인했다. 이들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로 포장한들 누가 믿겠는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하고 “국정원 돈이 이런 식으로 청와대로 가면 사고 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독대 시기는 국정원이 김 전 기획관 요청으로 현금 2억원을 전달한 이후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에 특활비를 추가로 요구하자 김 전 실장이 면담을 신청해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고 이후인 2010년에도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돈 2억원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김 전 기획관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였으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국정원 돈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까지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이 상납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까지 있었다면 뇌물수수의 공범을 면하기 어렵다.

10년 넘게 ‘미제’였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도 급진전되고 있다. 다스의 김성우 전 사장과 권모 전 전무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에 직접 관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하면서다. 김 전 사장은 2007~2008년 검찰과 특검 조사에선 다스가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한 회사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따라서 그의 진술 변화는 사실상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정황이 이 전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시민 앞에 진실을 털어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기 바란다. 권력에 굴종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반칙과 불의로 점철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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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7월 일본에서 김수용 김일성종합대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나진·선봉 지대 투자유치단의 일원인 그는 겸손하고 예의바른 신사였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 곧 사라진 것도 그런 성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대화할수록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종류의 사람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 버린 어느 순간,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그가 느닷없이 호통을 친 것이다. 그리고 나를 한참 닦아세웠다. 갑작스러운 분노의 격발, 착해 보이는 얼굴에 뚜렷이 새겨진 살기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다음부터는 말을 붙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 종료를 앞두고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리선권 북측 대표가 버럭 했다는 소식에 22년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회담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담을 마치고 공개 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리선권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불쑥 목청을 높여 남측을 비판했다. 김수용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 있었던 것처럼 리선권에게도 그게 있었다. 바로 비핵화다.

남북대화가 시작되자 국내 보수세력과 미국은 한목소리로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는 소용없는 일이라며 비핵화부터 하라고 몰아붙였다. 비핵화가 북한에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비핵화는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북한 헌법, 경제·핵 병진을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한 당규약, 핵보유를 최대 성과라고 한 7차 당대회 결의를 폐기하는 일이다. 할아버지·아버지도 해내지 못한 김정은의 역사적 대업이 사기였다고 고백하는 일이다. 60년 만에 이룬 염원을 저버리고, 체제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북한이 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정은이 지난해 8월 당중앙위원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북한은 이렇게 전했다. “우리의 핵무기가 우리 인민의 피어린 투쟁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며… 조선민족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하는 위력한 억제력으로, 인류에게 참혹한 재앙을 들씌우려는 폭제의 핵구름을 몰아내고 인민들이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자주적인 행복한 삶을 누려갈 수 있게 하는 정의의 보검이라는 데 대하여 엄숙히 천명하시였다.” 핵이 가져올 미래를 이토록 아름답게 묘사한 나라를 들어본 적이 없다. 묻지마 비핵화? 지금이라도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다.

묻지마 비핵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표현으로서의 비핵화다. 현실을 반영하지도 바꾸지도 못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기 위해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비핵화 이데올로기다. 다른 하나는 정치 공세로서의 비핵화다.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적을 골탕 먹이기 위해 비핵화를 다그치는 것이다. 비핵화 실용주의다. 어느 것이든 비핵화에 도움 되지 않는다.

북한을 남북대화로 나오게 만든 직접 요인이 무엇일 것 같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다. 북한은 군사훈련에 관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의 관점에서 훈련을 연기할 2~3월과 훈련을 재개할 4~5월은 완전히 다른 시공간이다. 이 차이는 하나의 세상을 닫고 다른 세상을 여는 것만큼 결정적이다. 4월 훈련을 재개하는 순간 2~3월의 대화 국면은 찰나의 불꽃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걸 바라지 않는다면 2~3월의 공간을 확장해야 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적어도 9월까지 훈련이 중단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훈련을 중단하면 핵 실험·미사일 발사 유예는 물론 핵동결 합의도 가능할지 모른다.

비핵화의 문턱을 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북한은 자기만의 한계선을 그어놓고 누구든 선을 넘으면 예고 없이 물어버린다. 남북대화가 진행 중인데도 “비핵화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을뻐꾸기 같은 수작”을 한다고 험담했다. 북한 사람의 버럭 성질은 개인적 성격이라기보다 북한 체제의 특질이다. 북측을 만나게 됐으니 비핵화를 우선 따지라는 건 망치를 손에 쥐게 되었으니 불발탄을 두드려 보라고 재촉하는 것과 같다. 막대사탕을 문 아이를 보고 충치 생긴다며 사탕을 갑자기 뺏어보라. 감당할 부모가 없을 것이다. 현명한 부모라면 사탕을 뺏기 전에 입에 물릴 다른 것을 준비한다. 사탕만큼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줄 것이다.

진정 비핵화를 원한다면 북한 핵무장의 근거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합훈련 전면 중단은 물론 군축, 동맹의 변화, 주한미군 역할 전환, 북·미수교를 해야 한다. 이걸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비핵화,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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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가 판사회의 의장 선출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정당은 물론 민간단체 선거에서도 외부의 개입은 용납되지 않는 부정행위에 속한다. 하물며 사법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추가조사위는 의혹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추가조사위는 행정처 컴퓨터에서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출 관련 대책을 담은 문건을 찾아냈다고 한다. 문건에는 당시 유력 후보이던 특정 판사의 성향과 활동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른바 ‘대항마’를 내세운다는 부분이다. 해당 판사는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로서 국가안전기획부·경찰의 은폐·축소 기도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취지의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인물이다. 당시 양 대법원장은 자신이 임명 제청한 박 후보자가 법원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비판의 표적이 됐다. 결국 대법원장의 수족과 같은 행정처가 나서 ‘눈엣가시’ 판사의 의장 선출을 저지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의장으로 해당 판사가 선출되긴 했으나, 경선 과정에 ‘의외의 인물’이 나섰던 것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문제의 행정처 문건 중 일부를 작성한 전 행정처 심의관(판사)은 “행정처 고위관계자의 지시로 문서를 만든 것”이라고 추가조사위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 판사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이런 엄청난 문건을 실무자 단독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자율적 기구의 선거에 행정처가 개입하려 했다면, 이는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추가조사위는 양 전 대법원장이 문건 작성 사실이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대항마’ 계획이 실행됐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법원 내부게시판에서 일부 판사들이 ‘행정처 컴퓨터 강제 조사’ 등에 반발하는 데 휘말려서도 곤란하다. 법관의 독립은 주권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법원 기득권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추가조사위는 이를 명심하고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 시민 앞에 드러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도 조사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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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유예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와 영어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설익은 정책추진으로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밝힌 지 3주 사이에 ‘미확정→금지 통보→유예’로 입장을 바꿔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했다. 교육부는 16일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내년 초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최종 결정을 1년 뒤로 미뤘다.

학원 영어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번 논란은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교육부는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만큼 유치원의 영어수업도 막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달 30일에는 어린이집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새 학기부터 영어수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들은 “월 100만원 안팎인 영어유치원은 규제하지 않고, 월 3만원가량인 유치원 영어수업을 금지하면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에 반대한다는 글이 9000여건 올라왔고, 여당도 부정적인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지난해 8월 김상곤 장관 취임 이후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하다 여러 차례 제동이 걸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등 굵직한 교육개혁 방안은 학교 현장과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이 유보되거나 반쪽짜리가 됐다.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 통합)과 같은 민감한 현안은 아예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교육분야 지지율은 35%로 가장 낮았다. 교육개혁 전도사를 자임한 김상곤 장관이 뼈아프게 느껴야 할 대목이다. 교육정책은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투명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도 현실을 외면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섣부른 정책 추진과 원칙 없는 갈지자 행보가 거듭되면 교육개혁은 물 건너간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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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 보수세력이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남한 주최 국제체육행사이므로 태극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남남갈등을 대한민국 장관이 부추기고 있다”며 도 장관의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올림픽의 평화구현 가치는 물론 한반도기의 역사도 외면하는 억지나 다름없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남북 공동응원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대형 걸개로 만든 한반도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반도기 반대 주장에는 위험한 반평화 논리가 담겨 있다. 한반도기는 남북이 합의해 만든 통일 염원의 상징이다. 결코 색안경을 끼고 볼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세력이 시비를 거는 것은 위중한 한반도 정세야 어떻게 되든 남남갈등을 부추겨 정략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은 한반도기를 불온시하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임을 알아야 한다. 한반도기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이 집권할 때 탄생했다. 전두환 정부가 출범할 때 한반도기에 관한 남북 논의가 시작됐고, 노태우 정부 때 확정돼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남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2007년 중국 창춘(長春) 동계아시아경기대회까지 9차례나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했다. 그때마다 남북화해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환영을 받았다. 지바 대회 때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은 이를 문제삼기는커녕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랬던 보수세력이 지금 와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을 마치 한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남북선수단이 마치 평창 올림픽 기간 내내 한반도기만 사용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여론 오도도 문제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개·폐막식 공동입장 때뿐이다. 나머지 모든 행사, 예컨대 개막식과 시상식에서의 애국가 연주와 태극기 게양은 여느 올림픽과 똑같다. 한반도기 사용은 남북이 공동입장하면서 태극기나 북한 인공기 어느 하나만 들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조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북핵 문제로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다. 북한을 향한 모든 소통채널이 막힌 상태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는 대단히 소중한 기회다.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태도 한반도 평화를 깨려는 불순한 시도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은 무책임한 선동을 멈추고 자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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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발표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 정의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빼는 데만 초점을 맞춰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커졌으며,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이 현저히 약화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경찰에 대공수사를 맡기는 것은 1987년 박종철씨를 고문해 사망케 한 남영동 대공분실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사개특위 전면 보이콧까지 거론했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에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빠졌다. 게다가 개혁안을 담은 법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이기 때문에 적어도 여당과는 사전에 협의하는 게 바람직했다. 개혁 방안도 당사자인 국정원·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이 발표했다면 모양새가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안 핵심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억지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국정원과 검찰의 힘을 더는 일이다. 따라서 권력기관 간 견제라는 기본원칙을 지켰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경찰의 비대화만을 걱정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성격이 짙다.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다. 한국당은 “대공수사에서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하는 것은 간첩 수사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라고 하지만 정보기관에 수사 기능까지 두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반인권의 문제다. 국경출입기록을 조작해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둔갑시킨 것이 불과 5년 전 일이다. 권력기관의 독립성 확보 방안이 빠졌다는 주장도 제 얼굴에 침뱉기다. 그들은 현직 검찰총장을 외압으로 강제 퇴진시킴으로써 검찰 독립성을 무너뜨린 전력자들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시민 위에 군림한 권력기관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당리당략이 개입될 수 없다. 야당이 절차적 결점을 핑계 삼아 권력기관 개혁을 저지한다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막고, 대공수사 역량을 유지할 방안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여권도 권력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인사원칙을 밝히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인권을 강화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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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바로 인접 학과에는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한 교수가 가르치고 있었다. 그분의 강의가 어떤지 궁금해져서 그 학과 학생에게 물었다. “그 과목은 제도(institution)지.” 간결한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에는 많은 뜻이 응축되어 있었다. 그 학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야 하는 과목, 그 과목이 필수라면 다른 과목은 선택, 그 과목에서 가르치는 이론이 토대라면 다른 이론은 응용, 이런 것들 말이다. 제도란 그런 것이다.

지난 2주간 경향신문 지면에는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졌다. 시작은 1월4일자에 실린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 대표의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라는 글이었다. 역사적으로 항상 주류였던 한국의 보수우위 시대가 지나가고 정당으로 치면 ‘민주당 대 반민주당’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유권자 지형을 진보부터 보수까지 30 대 20 대 30 대 20의 네 집단으로 구분하는데, 보수정당은 선거 때마다 왼쪽에서부터 시작해 조금씩 유권자 지지를 빼앗기다가 마침내 탄핵과 2017년 대선에서는 중도보수라고 할 세 번째 30%마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리한 정치적 입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세 번째 30%의 대안이 될 가능성, 그리고 자유한국당 내부의 폐쇄성을 보면 가까운 시일 안에 보수의 시대를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며칠 후 정용인 기자는 “386세대의 주류 등극으로 한국 민주화는 완성됐을까”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그도 역시 위에 언급한 박 대표의 글을 언급하면서 시작하는데, 그의 문제제기는 단순하고 그래서 힘이 있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기 이전까지 우리는 오랫동안 보수세력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걱정해왔고, 보수의 장기집권을 우려해왔다.

그런데 불과 1~2년 만에 보수가 궤멸하고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구체적으로 ‘그 시절’을 경험한 독특한 세대적 연대를 가진 386세대가 주류로 등극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정 기자가 이전부터 주장해오던 ‘장기 386시대’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과연 한국의 주인은 바뀌고 장기 386시대는 현실이 될까? 핵심은 문재인이라는 개인을 빼놓고 생각했을 때 앞선 모든 전망들이 그대로 성립하느냐에 달렸다. 임기가 끝나고 문 대통령이 퇴장했을 때, 45%를 넘나드는 지금의 민주당 지지율은 유지될까? 정권의 핵심 포스트를 채운 386은 문재인이라는 개인이 없이도 시대정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 질문들에 쉽게 ‘그렇다’고 답하려 한다면, 불과 얼마 전까지 세상이 바뀌기 이전에는 왜 그리도 ‘기울어진 운동장’과 ‘보수의 장기 집권’을 걱정했었는지 함께 답해야 한다.

보수의 자멸이나 386의 대안이 될 세대가 없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답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가 제도로 남아야 한다. 영원할 것 같던 보수집권도 9년 만에 끝났다. 민주당 정부가 5년을 갈지, 10년을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놓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문재인 없이도 더 좋은 세상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으려면 좋은 변화들을 제도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인적 청산도 중요하겠지만, 케인스의 말처럼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는 죽고 없을 것이다.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그 사회의 움직일 수 없는 ‘상수’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주인은 바뀔 것이고 386은 역사를 바꾼 사람들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한때의 출세주의자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개헌, 선거법 개정, 국정원·검찰 개혁 같은 것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장 딱한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의석 116석에 지지율 20% 미만. 유일하게 가진 것이라곤 비토권밖에 없다. 그 비토권이 유지되는 기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다음 총선까지 2년 남짓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기라도 한다면 더 일찍 비토권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비슷한 121석을 가지고 비토권에 의지해 버텨냈던 17대 국회의 추억은 빨리 잊을수록 좋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에는 박근혜가 없고,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그 당시 한나라당보다 훨씬 폐쇄적이다. 건강한 보수정당의 등장을 바라는 입장에서, 새로운 제도를 써내려가는 데에 적극 참여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이라고 충고하고 싶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첨예한 전쟁이다. 비토만 하다가 새로운 제도가 정해지고 나면 아주 긴 시간 동안 주류로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 386에나 보수정치세력에나, 제도화는 전쟁이다.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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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은 31년 전 22살 청년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날이다. 그는 영장 없이 불법체포돼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수배 중인 선배 은신처를 대라는 추궁과 함께 물고문을 받다 숨졌다. 당시 검찰과 경찰, 안기부는 관계기관대책회의 등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려 했다. 영화 &lt;1987&gt;에 나온 내용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가 박종철군 31주기에 맞춰 그간 정권의 도구 노릇을 했던 국가 권력기관을 시민을 위한 기관으로 재탄생시키는 개혁방안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조 수석은 “민주화시대가 열린 후에도 권력기관은 조직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 왔다”며 “촛불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춘추관에서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한 뒤 자료를 짚으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혁안은 권력기관이 갖고 있던 기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바꾸는 게 핵심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최대 수혜자는 경찰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기존 조직과 권한은 그대로 둔 채 수사권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된다. 또 하나의 새로운 공룡기관이 탄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올 만하다. 청와대가 밝힌 자치경찰제 도입과 수사·행정경찰 분리,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권한 분산과 견제장치 외에도 시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더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의 큰 줄기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담긴 것은 이미 예견됐던 바다. 공수처 신설 전까지는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2차·보충적 수사권을 갖게 되며 직접 수사는 경제범죄 등으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경찰개혁위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보완수사 요청 등 사후통제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으로 보다 정밀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정원은 국내정치·대공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시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수준의 전문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새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비로소 권력기관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종합 청사진이 마련된 셈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청와대 개혁안은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사항이 대부분이다. 이를 주도할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 탓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에 대해 ‘옥상옥’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도 안보수사 역량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의 반대가 거듭되면 논의는 겉돌 수밖에 없다. 사개특위는 6월 말이 활동 시한이다. 정치권이 조만간 6월 지방선거 정국으로 빨려 들어갈 경우 정상 가동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제는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다. 권력기관의 기본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권력기관을 정치와 단절시키고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토록 하자는 것은 온 시민의 염원이다. 민주화 30년이 지나도록 이를 완수하지 못한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권력기관 개혁이 이뤄질지 기약하기 어렵다.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협치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야당은 시민 다수가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무작정 반대는 시대착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이 아니라 시민들의 인권과 편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은 시민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사안이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개혁을 이뤄낼 힘은 시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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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한국 정부가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 제도의 희생양이 된 여성은 26개국 출신 40만명 이상이다. 중국인 20만명을 포함해 독일·영국·미국 간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따라서 일대일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할머니들이 우리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국교를 단절하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한·일 간에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아니다. 이런 국제적인 인권문제를 졸속 합의로 땡처리한 당사자가 1965년 한일협정을 강행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하는 모습을 TV로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쩌면 그런 박근혜 전 대통령이어서 별다른 일이 없으리라고 우리는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2014년 4월부터 12차례 국장급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을 못했다. 한·일 양국에 입장차가 있다는 언론 보도만 있었기에 별다른 결과가 나올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전쟁범죄를 다루는 협상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는 만큼 미국의 요구든 뭐든 협상테이블에 나온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림비를 세우는 등 이 문제 해결에 진력해온 우리는 실망하고 분노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7개월 만인 지난 9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10억엔을 일본에 돌려주고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한·일 합의에 사망선고를 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이 합의를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는 세계인권에 관한 것인 만큼 두 나라의 합의로 해결됐다고 볼 수 없으며, 앞으로 국제기준에 맞춰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전액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고, 기금의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일관계 안에 위안부 문제를 가두는 2015년 양국 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국제무대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부터 재개해야 한다. 우리도 캘리포니아 교육부가 채택한 10학년 교과과정 2016년 개정판에 포함된 한·일 합의에 대한 일본 외무성 링크를 없애달라고 다시 요청할 것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요청해서 포함된 이 링크를 삭제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간단히 풀 수 있는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와 피해 당사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세계의 인권문제다. 가장 앞장서서 가장 오랫동안 싸워온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국 정부가 국제기준에 맞는 해결을 이루도록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 늦기 전에.

<김현정 미국 가주한미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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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은 6월항쟁과 그 전후의 역사적 맥락에 비춰볼 때 큰 흐름과 세부 사실 모두 흠잡을 대목이 드문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교과서적이라는 평가가 작품의 성취를 깎아내린다며 불만을 품을 관객도 있겠지만, 내 말은 시간이 지나면 고전의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사람마다 제각기 할 말이 많은 영화가 <1987>이다.

영화 <1987>은 전두환 정권에 항거해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을 담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의 뛰어남은 최근의 수작 <택시운전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후자에 등장하는 1980년 광주의 택시 기사들이 도대체 왜 군대가 광주 시민에게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는 모습은 실감 나지 않는다. 실제로 당시 택시 기사들은 직업의 특성상 시위 진압의 잔혹한 실상을 직접 목격하기 쉬웠을뿐더러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다 계엄군에게 걸려 죽고 다쳤다. 강경 진압의 정치적 의미를 명확히 인식한 그들은 마침내 목숨을 걸고 차량 시위의 선두에 서서 공수부대 정예 병력을 수세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실제 역사와 달리 <택시운전사>는 무고한 시민과 사악한 권력이 맞서는 감상주의적 구도에 갇히고 말았다. 반면에 <1987>은 다양한 인물상을 훨씬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리면서도 기록영화처럼 냉정하기도 하다.

그러나 <1987>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중에는 귀담아들을 얘기도 있지만, 오독에 가까운 발언도 없지 않다. 특히 이 영화가 다루는 승리의 서사가 ‘586세대’(옛 ‘386세대’)의 신화를 굳힐 위험이 있다는 (SNS에서도 자주 만나게 되는) 비판은 좀 지나치다. 586세대의 일부가 198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과장하고 독점하려는 경향 탓에 신화화의 위험은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과하면 피상적인 세대론의 함정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

영화에서도 명백히 드러나듯 6월항쟁은 586세대 혼자 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도화선이요, 주력이기는 했지만, 6월항쟁은 어디까지나 전 국민적 사건이었다. <1987>에 세대론의 틀을 들이대는 비판적 평가에 자신의 경험을 여전히 과잉해석하는 586세대와 그 언저리 연령대의 (다분히 남성적) 감수성이 숨어 있을 역설적 가능성을 냉철히 따져볼 일이다.

의외로 별로 언급되지 않지만, 연희(김태리 분)가 교도관인 삼촌(유해진 분)과 다투다가 아빠의 죽음을 입에 올리는 장면도 지나칠 수 없다. 노동조합을 주도한 아빠가 등을 돌린 동료들 탓에 상심해서 술을 가까이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노조를 탄압하던 사람들을 미워해야지 왜 아빠 친구들을 미워하느냐는 삼촌의 말은 옳지만, 이 장면에서는 실패와 상처를 두려워하는 연희의 현실적인 자세가 관객에게 더 와닿는다. 이처럼 세심한 연출 덕분에 연희 아빠의 죽음이 지금 이 순간도 노동현장에서 숱하게 터지는 일임을 환기하는 효과도 은연중에 확보되며, 힘겨운 과정을 거쳐 항쟁의 현장에 합류하는 연희의 모습이 미화되는 느낌이 없다.

개봉 영화를 두고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저 이 영화를 보지 않는 선택에 머무르지 않고, 절대 보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가 대통령 일행이 영화를 관람하는 자리에 함께하고서도 차마 영화는 볼 수 없어 발길을 돌린 사연은 누구나 쉽게 이해한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 광주항쟁에 참여했고 나중에 간첩조작 사건에 얽혀 긴 감옥살이를 한 강용주씨의 입장을 아는 사람은 적다. 그에 따르면, 박종철 고문사의 진상 규명을 돕는 의인으로 묘사된 교도소 보안계장의 실제 인물은 ‘간첩사건’으로 갇힌 재소자들에게는 혹독한 방식으로 전향을 강요하는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 강용주씨만이 아니라 그에게 당한 공안 사건 연루자들 여럿이 입을 모아 증언하는 사실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불법 고문수사를 총지휘한 치안감 박처원(김윤석 분)은 ‘빨갱이’를 서슴없이 때려잡는 명분으로 월남한 자신이 북에서 겪은 비극적 가족사를 강조한다. 반공을 앞세운 박처원 일당의 광기 어린 행태는 생생하면서도 너무 낯설어 우리는 이 야만적 시대가 이제는 사라졌음을 영화가 증언한다고 잠깐 오해할 지경이다. 그러나 (지금은 MBC 사장이 된) 최승호 감독의 영화 <자백>(2016)은 간첩조작이 바로 엊그제까지도 노골적으로 벌어졌음을 폭로했다. 박처원과 고문 기술자 이근안, 공안검사 김기춘은 방심하면 언제든지 우리 곁에 돌아온다. 그러니 <1987>은 우리 현대사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는 문제작이다. 1987년을 비롯한 한반도의 현실을 뿌리 깊이 제약하고 있는 ‘우리 안의 휴전선’까지 무너뜨리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촛불시민혁명을 진전시키길 빈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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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과 새로운 길 사이다. 새로운 길이 여는 세상은 ‘유러피안 드림’이라고 하는 유럽인들이 지향하는 미래다.

우리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있다. 누구든지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꿈을 좇는 시스템이다. 신세계를 찾아 유럽을 떠났던 이민자들은 대서양을 건너며 ‘신분제’라는 멍에를 바다에 버렸다. 그리고 ‘기회’ ‘평등’ ‘경쟁’ ‘자수성가’ ‘돈’이라는 새로운 마법이 그들의 신앙이 되었다. 미국은 대국으로 성장했고 빈부 격차도 커졌다. 그런데 꿈이 깨진 소외 계층마저도 기회의 땅이라고 믿는 사회가 현재의 미국이다. 그들은 돈이 신분을 대신한다고 믿는 사회에서 산다. 언제라도 그 문을 열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경제적인 성공은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 대부분 개인재산의 축적으로 종결되는 ‘미국식 축복’을 꿈꾸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들은 유럽을 병들고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유럽은 놀고먹으며, 경쟁을 하지 않고, 노조의 보호에 안주하며, 연금만 타먹으려고 하는 사회다. 미국인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수입을 얻으려고 하는 반면 유럽인들은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혜택을 국가로부터 받으려고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들은 1970년대 이후 유럽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부를 축적할 기회를 잃었다고 말한다. 생산성과 개혁은 경쟁에서 나오지만 경쟁을 회피하고, 규제를 만들어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 시간, 휴가 기간, 초과 근무, 퇴직 연령 등에 대한 규제를 강제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에 청년층 등 신규진입자를 막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펼친 팽창 일변도의 복지프로그램은 그들에게 ‘정부는 복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믿음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부의 지출확대이지만 이는 한계가 있고 연금시스템은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놀고먹는 유럽인이 부지런한 미국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유럽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판은 미국이 이기적이며 승자독식의 ‘정글 자본주의’ 체제라는 평가에서 출발한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간 이주민들은 경쟁을 신봉했지만, 남은 유럽인들은 공존을 택했다. 유럽인들에게 미국시스템은 개인의 물질적 성장에만 크게 의존하고 인간 전체의 보편적 복지를 등한시하는 제도다. 또한 다양성과 서로 간의 종속성이 확대되는 세계와 맞지 않는 제도다. 유럽사회는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인드와 관용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꿈을 키웠다. 유러피안 드림이다. 그들에게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된 낡은 아메리칸 드림은 유효기간이 지났다. &lt;유러피안 드림&gt;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유러피안 드림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개인의 자율보다는 공동체의 관계를, 문화적 동화보다는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제한된 물질적 성장보다는 지속적인 발전을, 일만 하기보다는 놀면서 발전하는 것을, 일방적인 권력행사보다는 세계적 협력을 우선시하는 사회다.’ 유럽은 새 시대로 나가는 길목에서 미국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아메리칸 드림이 과거만 바라보며 마비되는 동안 새로운 유러피안 드림이 탄생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잘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가난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사회가 가지는 인식의 차이가 다양한 논란의 출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걸고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가계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고 이것을 통해 생산을 유발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나섰다. 정부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청년 구직촉진수당, 저소득층 기초생활보장 등도 신설·확대됐다. 경쟁을 넘어 인간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덜컹거리고 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수석·보좌관회의는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대책이었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불평등과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다. 하지만 돌출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사회로 나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는 유럽인들도 수백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꽃피운 것이다. 지금까지 이기적인 유전자로 역경을 헤쳐나왔다면 이제는 이타적 유전자를 이식시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시장경제는 사회적 책임을 수반할 때 미래가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꽃길이 아님은 분명하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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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한 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적폐청산’에 주력했다면, 집권 2년 차인 올해는 ‘삶의 질 끌어올리기’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적폐청산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번 신년사에서 ‘적폐’란 단어는 단 두 차례만 언급됐다. 대신에 “이제 국가는 국민에게 응답해야 한다”면서 총 11번 ‘국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 의료·주거·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정의 큰 방향이 궤도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을 든 기자들 중 질문자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각본 없이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는 미국 백악관 방식으로 자유분방하게 진행됐다.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가 사방에서 손을 흔드는 진풍경은 보기에도 신선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정치·경제·사회 분야의 17개 즉석 질문에 막힘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함께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음을 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정부와 함께 협의한다면 최대한 넓은 범위의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합의되지 않고,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권과 달리 국회에서 개헌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 주도로 개헌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정치권으로서는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대야 관계를 포함한 협치와 통합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이나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각종 복지 정책과 증세 등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야당과 시민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짧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추후 다양한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날 회견은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의 구체적인 생각을 듣는 한편 산적한 과제들을 절감케 해 준 자리이기도 했다. 여러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개혁이 구체화돼 시민이 효능과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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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바라볼 때 수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요즘 전쟁을 하다시피 본인의 구슬을 만든다. 어학, 자격증, 사회봉사, 인턴까지. 그러나 정작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구슬을 만든다.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이 바쁜 학창생활을 보낸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졸업시즌에는 결국 똑같은 고민을 한다. 내가 무얼 잘할까, 과연 이 일자리가 내가 원하는 자리였는가. 그리고 모두 대기업과 공무원시험에 열을 올리게 된다. 맞다. 근본적으로는 저 두 일자리가 높은 보수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본인 적성과 맞지 않아 심한 스트레스로 입사 초기에 사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근무 연수가 늘어날수록 힘들어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한편 본인의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직장을 선택한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람을 느끼며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고 결국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과연 학교에 구슬을 꿰어 줄 사람이 있는가? 또한 현재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경력단절여성, 청년 재취업과 같은 공공부문 교육사업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와 스펙 그리고 산업동향에 따른 일자리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사람이 있는가? 애석하게도 없다.

우리의 직업 교육을 돌아보자. 우리는 단지 교육시설과 과정 등 하드웨어 투자만이 능사인 줄 안다. 피교육자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관과 애로, 이를 극복하고 직업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투자는 없다. 얼마 전 방문한 호주의 기술전문학교(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는 최상의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으로 손꼽힌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커리어를 관리하여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전문가가 있다. 장기간 학생들과 상담하며, 자격증과 학과성적, 본인의 적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 적정한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학생이 교과에 대해 적성이 없거나 흥미를 잃을 경우 이를 담당 교수와 의논하여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시설이 낡은 점이었다. 학교의 외형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피교육생 즉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한 청년실업 개선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한 취업 취약계층의 재취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대부분 교육 시설투자에 집중되어있다. 이에 일자리 전문가의 확충을 제안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주장 외에도 산업의 불균형한 인력배치에 대한 적정한 해소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를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대기업과 공무원으로 쏠려있는 현재의 구직활동의 과녁을 넓힐 수 있으리라 본다.

한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 중 하나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면 전문가로서의 성장과 더불어 잠재적으로는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재목이 된다.

그곳에서 만난 한 상담전문가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아른거린다. “장기간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하여 과정을 무사히 마쳐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김용현 |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부산캠퍼스 자동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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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영화 <1987>을 보았다. 필자에게 있어서 1987년은 아주 특별한 한 해이기도 하고,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고문당하고 살해된 학생 박종철은 필자가 대학시절 이끌었던 ‘대학문화연구회’의 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극장을 찾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한 전두환 정권은 1987년이 다가올 때까지 정보기관과 경찰을 장악하여 정권에 저항하는 민주세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민주화운동을 질식시켰다.

영화 <1987>의 실제 모델인 안유 전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오른쪽)과 한재동 전 교도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박종철기념관 5층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과거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이었던 이곳에서 1987년 1월14일 박종철씨가 물고문을 받던 도중 숨졌다. 김영민 기자

그러나 1987년 벽두에 터져 나온 박종철 고문살해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잔혹성을 모든 국민의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시켰고, 민주인사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까지 정권퇴진운동에 발 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그해 6월9일 이한열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피격되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마침내 전두환 정권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6·29 항복 선언을 하였다.

오늘날 우리 국민이 비록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로나마 민주시대를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은 박종철과 이한열의 고귀하고 안타까운 죽음 덕분이다. 그들의 죽음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저지르는 극단적인 만행을 잘 보여주었고, 이러한 만행을 생생히 목격한 평범한 시민들의 총궐기로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박종철과 이한열 외에도 전두환 정권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의 국민에게서 잊혀졌고, 외면당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그들은 촉망받는 학생이 아니었고, 경찰이 직접 고문하다가 죽이거나 최루탄을 쏘아 죽인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전두환 정권에 의해 타살되었다.

전두환은 무자비한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해 집권한 후 정권을 스스로 미화하는 일에 크게 공을 들였다. 전두환은 취임사에서 국정지표의 하나로 ‘복지사회 실현’을 내세운 후 전두환식 복지사회 실현에 매진하였다. 그는 1981년 4월10일 총리에게 지시하여 전국의 부랑인들을 모두 잡아가두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길거리의 부랑인과 노숙인을 깡그리 잡아가두고 나면 대한민국의 길거리는 모두 말쑥한 차림의 선남선녀들로 넘쳐날 것이다. 그에게는 이것이 바로 복지사회가 제대로 실현된 나라였다.

형제복지원은 3000여명이 수용되어 있는 전국 최대의 부랑인시설이었다. 말이 부랑인시설이지 부랑인이 전혀 아닌 멀쩡한 어린아이들과 사회인들도 수백명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왔다. 그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기약 없는 강제노동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병사하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들은 수시로 맞아 죽었으며, 죽지는 않았어도 정신과 육체에 심각한 장애를 얻었다.

필자는 울산지청 검사로 재직하면서 1987년 1월17일, 그러니까 대학 동아리 후배 박종철이 전두환에 의해 살해당한 날로부터 3일 뒤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일당을 특수감금 혐의 등으로 구속하였다. 그때로부터 5개월 남짓 뒤 박인근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그 뒤 이어진 재판에서 대법원은 전두환 정권의 충견 역할을 자임하여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고, 박인근의 형량은 2년6월로 줄었다.

형제복지원에서 1985년과 1986년에만 각각 90명 정도가 죽었다. 필자는 검찰지휘부의 악랄한 수사방해 때문에 그 진상을 밝힐 수는 없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절반 또는 그 이상이 맞아 죽은 것으로 판단한다. 필자가 한참 사건을 수사 중일 때조차 형제복지원에서 폭행치사 사건이 2건 발생했다. 형제복지원 등 부랑인시설은 물론 민간업체가 운영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설의 운영은 위헌적이기는 하지만 내무부훈령이라는 국가의 법령에 따른 것이었고, 운영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였고 국가의 감독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은 그런 시설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설치하였으며 수용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전두환 정권 때 전국의 부랑인 수용시설은 전두환식 ‘복지사회 실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 시설들 덕분에 길거리에서 노숙인이나 부랑인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세상은 그 허울이 아름답게 비쳤다. 우리는 전두환 정권 시절 전국의 부랑인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잔혹한 인권유린에 대하여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의 부랑인시설에 끌려가 희생되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크게 보호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 아닐까.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조사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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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마치 문재인 정부의 독단적 정책추진인 것처럼 비판하지만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대선 당시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고, 박근혜 정부의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을 적용해도 2023년이면 9990원으로 인상된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당장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겠지만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이 양산된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진통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책 운영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새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은 그 방향에서 옳다. 그러나 그와 같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소비의 증가로 이어져 경제가 선순환하기까지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

정규직 임금구조의 개편 없이 정규직 전환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시켜 주는 모바일 직불카드 전면 도입과 같은 실효성 있고 체감도 높은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자영업자의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 관련 정책과 법령이 조기에 추진, 입법되지 못하고,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지원하려 노력한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은 정무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문제도 노사관계의 측면에서만 본 아쉬움이 있다. 제빵기사가 본사직원이 될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갑을관계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과 일자리 창출 정책은 좋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 공공부문이 양질의 대국민서비스와 일자리를 담보하는 것은 옳지만 존재하는 비효율과 기득권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개혁을 해야 국민의 지지가 지속된다. 공공부문이 혁신과 효율이 배제된 채 단지 안정된 직장이 되고, 그런 공공부문에 젊은 인재가 몰리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신성장 산업이 강조된다. 그러나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 5대 기간산업이 중요하고, 그 비중은 향후 최소한 10년은 대체 불가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5대 기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 발전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조화되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 지원 정책과 함께 5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역할에도 주목하는 정책적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공 따라 몰려다니는 동네축구 하듯 산업부, 중기벤처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모두 4차 산업혁명과 중소기업, 벤처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은 필요하지만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명확한 역할 분담하에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동수당 도입 좋다. 그러나 10만원의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에 효과가 있는지, 기존 보육지원 정책과의 통합적 고려를 통해 정책적 효과와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역시, 지금도 복지기관 간 연계성 부족과 복지서비스의 분절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분절된 서비스와 기관을 추가하는 것은 아닌지, 기존 노인복지서비스 및 기관과 연계하는 방안이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 분권 좋다. 그러나 분권이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국가적 수준에서 복지와 삶의 질을 제고하려는 방향을 훼손하지 않게 해야 한다. 분권과 함께 자치의 확대가 고려되어야 한다. 아니면 권력이 중앙 엘리트에서 지방 엘리트로 좀 더 많이 이전되는 것뿐이다. 적폐청산 해야 한다. 적폐청산에 시한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미래 비전이 함께 가야 한다. 우리 사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한다. 대·중소기업관계, 갑을관계, 노사관계가 모두 그렇다. 시장이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면,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도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백화점식 종합대책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사안의 여러 측면에 대한 종합적 검토, 정책의 조화와 균형은 국정 운영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대통령의 인기와 탁월한 소통, 공감능력만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성과와 정책으로 점수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김기식 | 더미래연구소장·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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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이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고,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과 각 분야의 회담들을 열기로 했다. 남북은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도출한 합의들은 당초 기대를 넘어선다.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넘어 군사당국회담을 비롯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한 것은 의미가 크다. 남북이 개성공단 전면가동 중단 때 차단된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한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남북이 전방위적으로 대화와 교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남측 평화의집으로 가기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남측 연락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 _ 김기남 기자

물론 남북이 음력설 계기 이산 상봉에 대해 명시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회담이 10년 가까운 남북관계의 공백을 뛰어넘어 재개된 데다, 한반도 위기 상황을 맞아 문재인-김정은 시대에 처음 열린 대화의 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이산 상봉은 설 이후 얼마든지 다시 추진할 수 있다.

남북이 합의한 북측의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은 단순한 체육행사 참가를 넘어 10년 가까이 단절됐던 남북교류를 재개한다는 의미가 있다. 북측이 밝힌 북측 대표단은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으로 대규모인 데다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1차적으로 평창 올림픽 참가를 목표로 방문하는 것이지만 부가적인 활동도 예상된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 남북 당국 간 접촉이나 북 대표단의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가능하다.

이날 남북 회담은 양측 수석대표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할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런 분위기는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회담에서 온 겨레에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자”고 다짐했을 때부터 감지됐다. 남측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자 리 위원장이 “미국과 조선의 문제”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등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담 진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비핵화 문제는 북측의 인식과 달리 남측도 당사자인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을 통해 단절의 시대를 마감하는 첫발을 뗐다. 남북 최고지도자의 결단과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 성과가 남북 화해의 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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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9일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이 포함된 비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장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원전 수주를 위해 MOU를 체결했으며, 그 내용은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가기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중동국가의 전쟁에 자동개입하는 군사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해놓고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1월10일 (출처:경향신문DB)

UAE와의 비밀 MOU 체결은 헌법 위반이다. 헌법 60조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로 하자고 했다”고 했다. 분쟁이 상시화된 중동국가에 장병들을 보내는 위험천만한 협정을 국회가 아닌 일개 장관이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협정문을 번역한 외교부가 “국방부가 미쳤다”고 한 게 당연하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은 협정의 존재를 끝까지 숨겼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010년 11월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UAE가 공격을 당했을 때 군사적으로 도움을 준다든지 파병한다고 약속했다면 헌법(위반)의 문제”라며 8차례나 질의했지만 김 전 장관은 끝까지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와 시민을 능멸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 간 협정은 준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UAE에 군사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론 국회의 비준이 없으면 군사개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지키지 않을 약속을 했다는 뜻이다. UAE에 국제 사기를 쳤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런 비밀협정 체결이 국방장관의 단독 결정이 아님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전 수주에서)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거짓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현 정부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을 수주했는데 불법이 대수냐며 뒷수습은 현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격이다. UAE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다른 4개 중동국과 체결한 협정도 내용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칼둔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으로 이번 갈등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진상만은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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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처리 방향을 9일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시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던 만큼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되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스스로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발표문은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서 장기적 과제로 다뤄 나가되 이 문제가 여타 한·일관계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투트랙’ 기조에 부합한다. 발표문에는 정부가 최종단계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흔적들이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 발표에 성이 차지 않는 시민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당장 정의당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하지만 정부의 처리방향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한다. 과거사 문제는 단기적인 외교 협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2015년 한·일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꾀하려 한 것이 오히려 난센스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만큼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자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 문제”로 규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정부가 모든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장기 과제로 삼기로 한 점도 역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전반을 좌우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래지향적 협력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토록 상대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채 성마르게 반응할 사안인지 의문스럽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복원을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해 가면서 ‘합의 유지’ 방침을 밝힌 취지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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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2018년 1월1일, 여느 해처럼 방송이 해맞이를 보여주며 새해의 시작을 알렸다. 사람들은 서울 남산이나 북한산에서 혹은 한라산과 동해의 해변에서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서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짐작할 듯싶다. 가족 가운데 아무도 아프지 않고, 가장은 일자리를 계속 갖고, 자녀 취업하고, 내 집 한 칸 갖는 소박한 꿈일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북한산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소원은 아마도 신년사에서 올해 국정 목표로 밝힌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일 게다.

우리는 서민이나 대통령의 소원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건강 및 주거복지, 일자리 창출과 가계안정 등은 삶의 질을 높여줄 기본 조건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래 쌓인 절망이 해가 바뀐다고 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민들은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래서 고은 시인은 ‘새해 두어 마디 말씀’이라는 시에서 그랬다. “새해 왔다고…하루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새해도…궂은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그 가운데 안 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 훤히 밝아”라고.

서민의 희망을 열어줄 ‘슬기 심지’는 무엇일까?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정치보복’, ‘피로감’, ‘미래’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행하는 적폐청산의 본질은 정치보복이고, 이를 지속하는 건 국민에게 피로감만 안겨주며,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적폐청산’은 세상을 훤히 훤히 밝히려는 국민의 ‘슬기 심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일까? 지난날 기득권 세력이 변화에 저항하며 개혁 지향 정부를 공격하던 ‘개혁 피로감’ 프레임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구태가 ‘미래’의 이름으로 옹호되고, 변화는 ‘무질서’가 되어, 결국 개혁은 ‘쓸데없는 짓’으로 호도되었다. 기막힌 의미(意味)의 전도(顚倒)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 경험에서 현재 대면하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함이다. 현재는 과거의 축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 문제를 개혁할 수 있는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의 힘은 올바른 역사인식에서 출발한다. 반복되는 개혁과제라면 더욱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

과거 이른바 ‘민주정부’의 안보정책은 나름대로 일관성을 유지했고, 대북정책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견제에도 일정한 성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사회경제 분야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야박한 평가라고 타박하더라도 사실이 그렇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이나 서민 삶의 질 개선 등 사회경제 분야의 많은 개혁과제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도 부여된 과제였다. 그러나 두 정권을 거치는 동안 재벌의 성은 더 강고해졌고, 재벌 위의 재벌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은 제도화되어 양산되었다. 그 결과 서민들 삶의 질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사회경제 개혁정책들이 좌초한 이유를 꼽자면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핵심은 개혁을 반대하는 소수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함께 개혁 주체들의 빈약한 철학이었다. 그로 인해 정권의 정책 기조가 수시로 바뀌고 정책 내용이 목표를 잃고 변질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여 촛불 민심이 요구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슬기 심지’는 무엇일까? 넓은 안목으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개혁은 법과 제도에 의해 추진되기에 기득권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고, 개혁을 바라는 집단에는 새 정부에 시간을 주는 인내가 요구된다. 개혁 주체 세력에게는 국민을 이리저리 나누지 않고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보여주는 확고한 비전, 그리고 적절한 실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진취적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개혁의 방향과 실행이 다 바른 건 아니다. 소리만 요란하고 실질 성과가 미약하면 개혁은 좌초하기 십상이다. 정책의 선후를 잘 가늠하고 촘촘하게 설계하여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뜸만 들여서는 밥이 되지 않는다. 슬슬 문재인 정부가 ‘결정 장애’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정권의 주체세력이 지난 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패 트라우마가 하도 강해 개혁을 위한 의사결정이 느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너무 빠른 것도 문제지만 일정한 속도 유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폭넓고 튼튼한 개혁 주체세력의 역량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눈다’는 가치의 실현이다. 역사적으로 한 시대를 이끈 국가들의 사회 작동원리는 예외 없이 공동체 구성원들이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눈다는 가치였다. 그리고 번영했던 국가를 멸망과 쇠퇴로 이끈 배경은 ‘나만의 홀로 성장’이란 뒤틀린 가치가 사회 작동원리였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2012년 다보스포럼에서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도 ‘자유경쟁’을 사회 작동원리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작동한 건 나홀로만의 성장이었다. 나홀로만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는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져서 공동체 사회는 붕괴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 이름이 무엇이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만큼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서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사회 작동원리를 토대로 해야 한다. 국정의 모든 영역에서 끊임없이 국민의 삶에 맞추는 개혁 정책의 각론을 개발하고 실행할 역량을 구축하여,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눈다는 동반성장의 가치가 사회 작동원리로 구현되기를 주문한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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