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279건

  1. 2018.12.26 데드 크로스를 벗어나려면
  2. 2018.12.26 [사설]비뚤어진 특권의식 드러낸 김정호·민경욱 의원 ‘갑질’
  3. 2018.12.26 [기고]‘고향사랑 기부제’ 조속 통과를 기대한다
  4. 2018.12.26 [사설]한국당, ‘카풀사태’ 갈등만 부추기면 어쩌자는 건가
  5. 2018.12.26 [사설]‘데드 크로스’ 맞은 문 대통령 지지율
  6. 2018.12.26 [사설]선거제 개혁 합의해 놓고 딴소리하는 자유한국당
  7. 2018.12.20 [경향의 눈]부활하는 낙수효과
  8. 2018.12.20 [사설]특감반 사태, 청와대 어설픈 대응이 더 문제다
  9. 2018.12.19 [사설]‘사법농단 법관’ 솜방망이 징계, 국회는 탄핵 나서라
  10. 2018.12.17 선거제 개혁이 국민 밥그릇 챙기기
  11. 2018.12.17 [사설]다행스러운 여야 선거제 개혁 합의, 중요한 건 이행이다
  12. 2018.12.17 [아침을 열며]빨리 끓는 물은 빨리 식는다
  13. 2018.12.13 [기고]무분별한 당적 변경 퇴치법
  14. 2018.12.13 [사설]남북 현역군인들이 군사분계선 평화롭게 넘나들었다
  15. 2018.12.13 [사설]낡은 정치구조 바꿀 선거제 개혁, 한국당만 동참하면
  16. 2018.12.12 [구혜영의 이면]‘2018 정치’의 북쪽에서
  17. 2018.12.12 [기고]국민과 함께 ‘장병 복지 향상’ 힘써야
  18. 2018.12.12 [정동칼럼]정말 포용국가로 가고 있는가?
  19. 2018.12.12 [사설]오영식 코레일 사장 사퇴, 철도 안전 높이는 계기 삼아야
  20. 2018.12.12 [사설]택시기사 분신 부른 카풀 사태, 정부는 여태 뭐했나

데드 크로스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한편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 이전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후 여론지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성장담론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론자들이다. 안보나 성장보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보통 절반 가까이 나오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5% 내외에 그친다. 성장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면 지지는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중시하는 정책을 분석해보면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원하는 정책은 딱 두 가지, 안보와 성장이다. 다른 건 시원치 않아도 이 두 가지만 잘할 것처럼 보이면 지지해준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중시하는 정책은 열 가지쯤으로 나뉜다. 그런데 그중 한두 가지만 못하면 지지를 철회한다. 대학입시로 치면 한국당은 국·영·수만 잘하면 되는데 민주당은 전 과목을 잘해야 하는 꼴이다.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 과목을 시험 치더라도 국·영·수의 배점이 크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정책에서 경제성장이 거의 50%로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3배 가까이 된다. 그러니 성장담론을 장악하지 못하면 안정적 지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인프라가 착착 놓여간다는 희망을 공유할 수 있으면 된다.

(출처:경향신문DB)

둘째, 고용으로 평가받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했다는 일자리 상황판이 아직도 있다면 고용노동부 장관실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기술 변화와 인구 변화 양쪽을 모두 고려할 때 고용에서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그야말로 ‘꿀잼’이다. 자기들이 집권을 했을 때도 못했던 일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분기별·월별 통계까지 들이대면서 호통을 쳐대기에 딱 좋고 반론을 해봐야 변명처럼 들린다. 진정성은 높이 사고 싶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까지 혼자 감당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한 세대별 평가를 보면 그나마 20대의 긍정평가가 가장 높다. 취업난의 일차적 당사자들은 생각보다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반면 이미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기성세대가 고용노동정책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 양상에 가깝다. 단기 성과의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구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고용 한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장기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

(출처:경향신문DB)

셋째, 20대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져서 데드 크로스를 주도했으며, 그것은 젠더갈등 때문이라고들 한다. 틀렸다. 20대에서 젠더 갭이 25%포인트 크기로 벌어진 것은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였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친남성 정책인가? 젠더갈등이 원인이라면 친남성 정책은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 아닌가? 사태의 원인을 젠더갈등으로 파악하는 것은 처음부터 답이 없는 진단이다. 20대는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유권자 집단이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한다. 한 예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 뜻밖에도 아직 부동산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20대가 크게 반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성세대의 관점은 집값을 낮추어서 서민과 신혼부부의 집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20대의 관점은 이런 것이다. “일자리는 어차피 없다. 그런데 투자는 왜 못하게 하나?” “자기들은 부동산으로 한 밑천 장만했으면서.” “어차피 안정적 일자리도 없는 시대인데 우리는 ‘투자하는 인간’으로 살지 않으면 아무 희망이 없다.” 고성장 시대의 정의가 저성장 시대만을 살아온 20대에게는 불의로 비치는 것이다. 오래된 정의와 새로운 정의의 교차지점을 수구 정치 논리가 파고드는 것이 젠더갈등의 한 가지 기반이다. 제로섬의 젠더갈등이 아니라 다각화된 전선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 한 해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릴 승부의 해가 될 것이다. 2020년은 총선 정국에 휘말릴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총선 이후는 예측불허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21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해에는 골든 크로스 소식을 접하고 싶다는 덕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자.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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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갑질’ 논란이 연달아 불거졌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포공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역 주민과 승강이를 벌이다 부적절한 행동으로 자질 시비에 휘말렸다. 하나같이 ‘내가 국회의원인데 감히 어디 앞에서’라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빚은 사달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하면서 신분증을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꺼내 보여달라는 공항 직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직원이 재차 요구하자 “매뉴얼을 가져 오라,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소리치는 등 고압적인 행동을 했다. 김 의원은 부인하지만, 당사자인 공항 직원은 이 과정에서 “이 XX 근무 똑바로 안 서네”라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보좌진에게 “(한국공항)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직원들 얼굴 사진까지 찍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이 상식인가.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공항 직원의 요구를 일반 시민들은 당연히 준수하고 있다. 신분증을 꺼내지 않고, 호통치고, 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를 건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다.

민 의원은 지역 주민과 승강이를 벌이다 침을 뱉은 행동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주민은 최근 버스정류장에서 민 의원이 “잘 지내시죠”라고 인사를 건네자 “이번 정부에서는 잘 지내고 있다”고 했더니, 그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침을 뱉었다는 글을 ‘맘카페’에 올렸다. 글쓴이는 민 의원의 행동에 모욕감을 느껴 “지금 침 뱉으셨냐”고 따져 물었더니 민 의원이 노려보며 “왜 삐딱하게 나오시냐”고 답해 승강이를 벌였다고 했다. “비염이 도져서 코가 나오길래 돌아서서 침을 뱉었다”는 민 의원의 이상한 해명에 여론은 더 싸늘하다. “국민을 업신여기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으로서 도저히 제정신을 갖고 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정의당의 논평이 맞춤이다.

두 의원의 행동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회적 상식에 반하며 찌든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부당한 처신이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겸허히 자성하고 진심 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이 국회의원들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유리된 자신들만의 구태한 특권의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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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도심에 나가보니 거리풍경이 예년과 사뭇 달랐다. 으레 연말이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는 송년 인파로 거리가 북적이고 분위기가 들뜨기 마련인데, 올해는 침체된 경기 탓인지 차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길가에 놓인 자선냄비를 보며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나눔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우리 주변에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03만가구, 독거노인은 127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소득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득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5.52배로 1년 전보다 0.34배 커졌다. 이러한 양극화는 빈곤과 불평등, 차별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소득 양극화 해소에는 국가적으로 ‘부의 재분배’ 정책이 중요하지만, 개인 차원의 나눔과 기부 문화를 실천함으로써 도움을 보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 간 소득불균형 못지않게 지역 간 재정자립도의 양극화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특별·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66%인 데 비해 농촌지역이 대다수인 군지역은 18%에 그치고 있다. 재정불균형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인구가 유입되게 해 세원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는 요원하다. 그래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도시의 세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의 하나로 10여년 전부터 ‘고향사랑 기부제’(이하 고향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나도 농업인과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해 고향세 도입을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고향세는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역에 일정액을 기부하는 제도로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납세자는 세액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지역민을 위한 자치행정 수행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고향세를 통해 지방재정이 튼튼해지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 도시와의 균형발전이 이뤄지면서 국가 전체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지자체의 세수가 다시 증가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기부에 대한 답례품으로 지역특산물을 주면 농산물 판로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2008년 고향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기부금이 3조7000억원까지 증가하며 지방재정 확충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고향세 유치가 활발한 사카이정(町)은 고향세로 방과후 돌봄서비스 등 아이들 교육을 지원하고, 용도를 납세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일본의 지자체들이 아동무상교육, 노인복지 등에 고향세를 사용하면서 인구가 늘고 농촌경제가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검증되었으니 우리도 조속히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고향세 도입은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있고, 국회에 17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다행히 17일부터 열린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된다고 하니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되기를 고대한다. 농촌은 5000만 국민의 마음의 고향이며 도시의 근간이다. 고향세가 조속히 도입되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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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정부의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카풀’정책을 상생형 카풀로 바꿔야 한다”며 카카오 카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10만여명의 택시기사들이 모여 진행된 ‘카풀 반대’ 3차 집회에도 참석해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된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정용기·임이자 의원 등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도 함께 참석해 카카오 카풀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쳤다. 카풀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공유경제의 대표적 분야로 불린다. 공유경제 등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한국당이 유독 카풀에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택시기사들이 카풀 문제를 계기로 정부와 여당에 반기를 들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카풀 문제는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워낙 커 풀기가 쉽지 않다. 일반 국민은 반대보다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카풀로 인해 안 그래도 힘겨운 택시기사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 측이 일방적으로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하자 지난 10일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여당과 국토교통부, 택시 관련 단체와 카풀 업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이 기구는 이르면 다음주 출범하며 합의점을 모색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당이 반대 입장만 내세우는 것은 갈등을 부추기자는 것밖에 안된다.

문진국 한국당 의원은 카풀이 허용되는 시간을 평일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한정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출퇴근 시간대로 카풀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현행법에도 규정돼 있고, 정부·여당도 이 범위를 넘어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카풀의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상생형 카풀’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대안으로 택시기사들의 요구를 만족시켜 줄 생각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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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마침내 현실화했다. 한국갤럽이 21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와 동일한 45%였으나 부정평가가 2%포인트 높아진 46%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선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문 대통령은 83%(한국갤럽·5월 첫째 주)의 최고 지지율을 보였다. 단기간 내 지지율이 곤두박질친다는 것은 민심 이반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비교적 정확히 나와 있다. 첫째는 경제적 어려움, 둘째는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상황이고 여기에 청와대 특별감찰반 폭로 파문, 강릉 펜션사고, 택시 카풀 논란 등 여러 사회적 현안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실망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지지율 하락세가 10주 넘게 지속되고 있고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은 민심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러다 국정운영 동력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국정운영에 등 돌리는 사람이 많다면 자기 반성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문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쳐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민생·경제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고 봐야 한다. 남북관계로 다시 지지율이 반짝 올라갈 수 있으나 경제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신기루에 불과하다. 취임 초 약속했던 탕평·협치·소통이 제대로 지켜졌다고 보긴 어렵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소탈하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최근 잇따른 청와대 내 기강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걸 안다면, 겸허하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노력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이 문재인 정부 실책에서 비롯됐듯이 반등의 열쇠도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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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제1소위를 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정개특위는 지난 18일 의석 배분방식,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바람직한 의원정수 등 7개 쟁점을 추렸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못 박으면서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고 합의한 상태다. 정개특위가 연동형 비례제에 전제되는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쟁점마다 여야의 이해가 부딪치고, 입장차도 커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합의 당사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 입장을 설파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합의수준을 깎아내린 바 있다. 이제는 더 퇴보해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 선거구제를 부정하는 것” 등 사실을 오도하면서까지 부정론을 펴고 있다.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1야당 원내대표가 앞장서 선거제 개혁의 합의정신을 짓밟는 행태다. 엊그제 한국당 의총에서는 정개특위 간사로 활동한 정유섭 의원이 “연동형 비례제는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위한 제도”라면서 “치열하게 싸우자”고 주장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이대로 가도’ 최소한 제1야당 자리는 지킬 수 있다는 자만이 기득권 정당의 유전자를 되살리는 듯하다.

어렵게 이뤄낸 선거제 개혁 합의를 본격 논의도 들어가기 전에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농성과 여론 악화의 궁지를 모면하려 ‘대국민 사기 약속’을 한 꼴이다. 한국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도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최대한 의회 의석에 반영되고, 대립의 정치구조를 혁파하고, 고질적 지역구도를 완화시킬 선거제도 개편은 최고의 정치개혁으로 꼽힌다. ‘의석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선거제도를 놔둘 수는 없다. ‘반짝’ 지지율 상승에 취해 정치개혁의 대의를 외면하고 선거제 개편을 무산시킨다면, 다음 선거에서 민심의 분노는 한국당을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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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前兆)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 등의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인용했을 때다. 보수야당·언론은 “물이 어디서 들어오냐”며 예의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자동차·조선업은 여전히 어려운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보고를 하고 있다는 개탄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언급은 눈 밝은 보수라면 환영했을 표현이다.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이론을 연상시켜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써서 유명해진 이 표현은 이후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보수 우파 경제계에서 즐겨 인용해 왔다.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부자들이나 대기업이 호황을 누리면 경제가 성장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중소기업도 함께 잘살게 된다는 의미다. 위(부유층)에 있는 그릇에 물(소득)이 넘치면 아래(저소득층) 그릇으로 흘러내린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와 같은 애기다. 실제 대기업 밑에 많은 하청 기업들이 있는 자동차·조선업은 이 이론을 적용하기에 맞는다. 문재인 정부가 드디어 ‘밀물(대기업 중심 성장)’의 중요성을 인정하게 된 것인가.

그 전조는 한 달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대기업에 의존해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의도가 짙게 묻어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105층짜리 신사옥 착공과 대기업 건설사들이 참여할 도로·철도·터널·항만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통해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 각종 규제는 완화될 것이다.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4대 주력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재정·세제·제도적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중점 추진하겠다는 주요 16개 과제 중 10개가 성장 촉진 정책들이다. ‘대기업’ ‘성장’ ‘SOC’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졌던 경제용어들이 부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전환은 낯설긴 하지만 이유는 짐작이 된다. 투자와 고용 등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이를 빌미로 보수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까지 경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후년 총선이 위험하다. 그러다보니 조기에 성과를 내야 하고, 이에 가장 유력한 방편인 대기업과 SOC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부 경제지표들이 호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민들의 삶은 나아질까. 안타깝게도 낙수효과의 측면을 본다면 가난한 사람들까지 잘살게 하기는커녕 양극화를 확대하고 결국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반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신자유주의의 전도사인 국제통화기금(IMF)조차 2015년 전 세계 159개국을 분석해 낙수효과는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와 영국의 ‘대처리즘’을 시작으로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분 결과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떨어지고 불평등은 심화되면서 끝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멸을 맞았던 역사는 낙수효과의 한계를 생생히 보여준다. 물이 들어오면 큰 배들은 열심히 노를 저어 나가지만 작은 배는 큰 배에 치여 좌초하기 십상이다.

경제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투자를 유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은 펼칠 수 있다. 주력 산업의 침체로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살아나도 하청업체들이 원청의 납품가 인하 압박 등 갑질에 시달리면 낙수효과는 없다.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제대로 된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낙수효과는 없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노동자가 넘쳐나면 낙수효과는 없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활력 제고 방안에는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낙수효과에 귀의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동서고금에서 개혁에 저항하는 기득권층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왔던 전략이 통했을지도 모른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 전략을 “극단적인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는 이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주로 달려 있다. 가령 부자들이 더 많이 벌지 못하도록 막으면 사회의 가장 궁핍한 구성원들에게 불가피하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불평등이 정당화될 경우, 소득의 집중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정리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문재인 정부가 왜 탄생했는지, 그래서 추구해야 할 목표와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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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특감반에 있다가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 수사관은 이번엔 도로공사 사장의 납품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거의 매일 입맛에 맞는 신문·방송사를 골라 e메일과 입장문을 보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여권 실세들에 대한 첩보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하루 한 건씩 터져 나오는 폭로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청와대는 맨 처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런데 ‘미꾸라지의 분탕질’을 방치하고 막지 못한 건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첩보보고를 계속 올려 엄중 경고했다지만, 그런 후에도 활동을 계속했다. 청와대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수사조차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인 공항철도에 대해서는 “공기업인 줄 알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도로공사 사장 비위 보고서는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비위 의혹이 있다면 첩보 생산자 거취와 무관하게 진상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지금 나라 안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대변인은 수사관 한 명의 폭로에 반박을 거듭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다. 마치 6급 수사관과 청와대 간 정면 대결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참으로 볼썽사납고 안타깝다. 이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세간의 관심에서 뒤로 밀려났다. 청와대는 특감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특감반에서 ‘특별’을 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그게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에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남김없이 털고 가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법적 조처와 별개로 특감반 활동에 실수가 없었는지, 위기 관리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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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의 사법농단에 연루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한 법관 13명 가운데 5명이 징계를 면했다. 나머지 8명의 징계 수위도 정직 6개월~견책의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 법관에 대한 징계는 최대 정직 1년까지 가능하다. 대법원은 6개월 넘게 징계 결정을 미루더니 사실상의 ‘셀프 면죄부’를 줬다. 그동안 법원의 행태에 비춰볼 때 전혀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후안무치할 줄은 몰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17일 징계 심의를 마치고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정직 6개월,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정직 3개월에 처하기로 의결했다. 이들 3인은 모두 재판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법농단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각종 문건을 작성한 박상언·정다주·김민수·시진국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감봉 처분이 내려졌다. 역시 심의관으로 근무했던 문성호 판사는 견책을 받게 됐다. 2명은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징계를 하지 않는 ‘불문’에 부쳐졌고 3명은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19일 (출처:경향신문DB)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 지난 6월 김 대법원장이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며 한 말이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의 결과가 고작 이 정도인가. 재판거래 의혹이 드러나기 전인 지난해 8월 이규진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시도로 감봉 4개월 징계를 받았다. 당시 대법원장은 양승태였다. 그런데 이번에 김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수립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에서도 징계받은 사안이 ‘김명수 대법원’에서 징계를 면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법원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 영장 기각으로 일관하더니, 자체 징계조차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직무상 위헌행위를 저지른 법관들이 계속 법대(法臺)에 앉아 판결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주권자의 대표인 국회가 이를 용인해선 안된다. 국회는 조속히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검찰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을 재판에 넘길 때까지 미룰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은 별개 사안이다. 법원을 현대판 소도(蘇塗·삼한시대 죄인이 도피해도 잡지 않았던 신성지역)로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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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2월24일이 생각난다. 그때 경남 창원에서 열린 촛불집회 연단에 24세의 청년노동자가 올라왔다. 20세에 취직해 4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전기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궁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 자기 삶이 나아질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 후 2년이 흘렀다. 지금, 그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을까?

정권은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하루하루 들려오는 소식이 참혹하다. 지난 11일 24세의 청년노동자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저는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라는 어머님의 절규가 가슴을 찌르며 파고든다. 지난 3일에는 3번의 강제집행을 당하며 갈 곳이 없게 된 30대 철거민이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한강에 투신했다. 이것이 2018년 연말을 맞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몫이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철거민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고 2019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앞두고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웹자보에서 ‘예산안은 국민 밥그릇이고, 야 3당이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 밥그릇’이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국회를 통과한 예산을 보니, 국민 밥그릇을 걷어차버린 것은 그들이었다.

빈곤 노인들에게 월 1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자는 예산은 삭감됐고, 3급 장애인에게 장애인연금을 지급하자는 예산도 사라졌다. 추가된 예산도 있었다. 원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없던 13개의 국도 건설 사업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추가됐다. 이런 후안무치한 정치가 가능한 이유는 선거제도에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어떻든, 자기 지역구만 챙기면 다음에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정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들은 어떻게든 선거제도 개혁을 폄훼하려고 한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국회의원 밥그릇’이라고 왜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든, 외국의 사례를 보든 전혀 그렇지 않다.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 밥그릇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1918년 스위스에서 선거제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 소선거구제를 상징하는 왼쪽에는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비례대표제를 상징하는 오른쪽에는 5명의 시민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18년 스위스 전역에는 한 포스터가 나붙었다. 왼쪽에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면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그림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5명 정도의 사람이 동등하게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그림이 있었다.

이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였다. 왼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당시 스위스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오른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이 국민 밥그릇’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힘있고 돈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되는데,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가능해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포스터 덕분이었는지 그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 66.8%가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찬성했다. 이 개혁은 오늘날의 스위스를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스위스의 포스터가 잘 표현한 것처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다수의 국민들, 특히 약자와 소수자들은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권과 부패를 낳는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보다 공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마침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의 문이 어렵게 열렸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야 3당의 단식농성이 만들어낸 결과로 지난 15일 5당 원내대표 간에 합의문이 작성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처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중요한 일을 국회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국민 밥그릇’을 챙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밥그릇을 챙기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연관된 쟁점인 국회의원 숫자 증원에 대해서도 주권자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년도 국회 예산 6300억원으로 300명의 국회의원을 쓰는 것보다 360명을 쓰는 것이 주권자에게는 이득이다. 국회의원 1명이 받는 연봉, 개인 보좌진 규모를 줄이고, 낭비되는 국회 예산을 개혁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식적인 요구에 대해 물타기를 하고, 쟁점을 흐리는 것은 주로 기득권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과 그 동조자들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들의 현명함을 믿는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의외로 단순하기 때문이다.

1표의 가치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로 지금과 같은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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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당이 지난 주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정치개혁은 곧 선거제 개혁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그 첫걸음을 뗀 의미가 크다. 모처럼 정치권이 시민 여망에 부응한 것은 실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 농성 중이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단식을 중단했다.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혁 이슈에 불을 붙이고 여기까지 견인한 두 대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이번 합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것과 비례대표 확대와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확대,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합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을 뜯어보면 ‘검토한다’는 모호한 표현투성이로 법안을 성사시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막말로 검토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산적한 쟁점들에 대해서도 정개특위 합의에 따르겠다며 사실상 공을 특위로 넘겼다. 정개특위 역시 전체 위원 18명 중 민주당(8명)과 한국당(6명)을 비롯해 각당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경우 논의는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 그래서 말만 합의일 뿐,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는 두 야당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각당의 의견을 폭넓게 담은 레토릭(수사)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12일 (출처:경향신문DB)

아닌 게 아니라 앞으로 한 달 남짓한 빠듯한 시간에 각당 간 이견을 좁혀 최종 합의를 이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까지 덧붙여진 만큼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결국 선거제 개혁의 성패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현행 승자독식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지역구도를 고착시키고 분열의 정치를 부추긴다는 건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한데도 그동안 선거제 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달콤한 과실에 취한 거대 정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민주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국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민심을 왜곡하는 현 선거제를 바꾸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중대 사안이다. 시민과 시대적 요구에 맞도록 바꾸는 게 옳고, 지금이 적기다. 이 절호의 기회를 또다시 흘려 보낼 수는 없다. 정치권은 이번엔 반드시 선거제 합의를 이행해 시민의 개혁 요구에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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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주변 일들이 예상 가능할 때 마음이 편하다. 그래야 좋은 일은 더 좋게 되도록 준비할 수 있고, 나쁜 일은 대비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역으로, 예측을 벗어난 일은 달갑지 않은 경우가 많은 법이다. 예상보다 이르다는 뜻의 ‘조기’라는 말이 긍정적인 뜻 못지않게, 부정적인 문맥에서도 의외로 많이 쓰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요즘 여권에선 조기라는 단어가 달갑잖게 쓰인다. ‘안이박김.’ 발음하기도 어려운 이 신조어가 조기 권력다툼을 지칭한 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 핵심인사가 차기 주자인 ‘안희정→이재명→박원순’을 탈락시키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권 초반부터 여의도 정가를 떠돌았지만 최근 여권 상황과 맞물려 진위 논란으로 번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하차한 데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각종 의혹에 휩싸인 것이 소문에 기름을 부었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여권 핵심부의 관계도 편치 않아 보인다.

사실 ‘안이박김’은 한갓 뜬소문에 불과하다. 권부 핵심에서 권력기관을 동원해 2인자를 솎아낸다는 시나리오는 군사정권 시절에나 횡행했을 법한 공작정치의 패턴이다. 정치·사회 시스템이 투명해진 요즘 가능하겠는가. 심지어 권위주의 정권이었던 ‘박근혜 청와대’마저도 유승민·김무성을 제거하려다 명을 재촉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도 이 낡아빠진 소문은 어떻게 파급력을 얻었는가.

무엇보다 당사자들 처신이 문제였다. 이재명 지사는 부인 김혜경씨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이 불거지자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고 했다. 검찰 기소 이후엔 “우리 안에 침투한 분열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싸움꾼’의 본능에 따른 반응일 수 있겠지만 이 지사가 사용한 ‘진실보다 권력’ ‘분열세력’ 등의 표현은 논란을 부풀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규탄하는 한국노총 대회에 참석해 ‘노동존중 시장’이라고 했다. 노동계 마음을 얻어보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보였겠지만, 여권 핵심부와의 차별화 시도로 외부에 비쳤다. 세번째 임기 시작 후 옥탑방살이→강북 플랜→서울역 마스터플랜 등으로 내달렸던 그의 조급함은 스스로를 권력다툼 프레임에 옭아맸다. 자기 관리에 실패한 안희정 전 지사 잘못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집안 내부가 조용할 리 없다. 최근 만난 여권 관계자는 대뜸 이런 말을 했다. “ ‘안이박김’의 김이 누구인지 내부에서 말들이 많다. 소설이라는데, 우리는 소설이 논픽션이 될까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충청권의 한 의원은 농담처럼 “안 전 지사를 탈락시켰다고 소문난 핵심인사는 당분간 충청도 땅을 못 밟을 것”이라고 했다.

소문은 소문을 낳고, 음모론으로 번진다. 안이박김 논란은 친문재인계 낙점설로 진화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대선주자들은 페이스메이커다. 안이박김을 쳐내려 한다는 핵심인사도 탈락할 것이다. 친문 적자가 차기주자가 될 것이다.”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친문 인사들을 거명했다. 안에서도 음모론을 믿는데, 밖에는 어찌 비치겠는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한 라디오에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프레임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여권은 위기다. 경제는 좋지 않고 특별감찰반 기강해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뜬소문은 빨리 번지게 마련이다. 보수야당은 ‘나라도 어려운데 싸움질이나 한다’ ‘레임덕이 시작됐다’며 흔들기를 시도한다. 탄핵 이후 숨죽였던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왔다”는 말이 들린다.

이 지사나 박 시장도 얻은 게 별로 없다. ‘싸움은 선빵’이라지만, 이 지사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이 지사 주변 문제를 권력다툼과 연계짓는 것은 무리다. 박 시장의 조급증은 권력투쟁 논란만 불렀다. 공들여 세운 머리만큼 그의 지지율은 서지 않았다.

더는 논란을 방치해선 안된다. 내부에서 의혹을 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진화의 몫도 여권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를 두둔하며 “어려운 때일수록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했다. 권력투쟁 논란을 원치 않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을 터다. 당사자들도 자중해야 할 것이다. 이 지사는 본인의 말처럼 중앙정치에서 발을 빼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박 시장에겐 반 발자국 늦게 걸을 것을 권한다. 여권 지지율이 하락하면 두 사람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문도 닫힐 수밖에 없다. 빨리 끓는 물은 빨리 식는다.

<이용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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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당정치는 후진적이다. 정당들의 원칙 없는 이합집산, 정치인들의 잦은 탈당과 복당, 주기적인 당명교체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선거만 지면 반복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태의연하다. 특히 정당의 무책임함은 최악이다. 대통령선거 때는 당선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면 탈당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인기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쁠 경우에는 집권당 의원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선다. 대통령과 우리는 전혀 다른 정치세력이니, 다시 표를 달라고 구걸한다. 유권자가 바보인가?

정권창출에 실패하면 슬그머니 친정에 복당해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놓고 계파 간에 지지고 볶기를 반복한다. 왜 탈당과 복당을 했는지 국민을 설득할 만한 어떠한 대의명분도, 논리적 근거도 없다. 수적 우위만 중요하다. 복당파와 잔류파가 치고받고 싸우며 유력 정치인들의 복당을 화제 삼는 자유한국당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치열한 당내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며 만든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책임 있는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간판을 유지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도이다. 알량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당의 간판을 바꾸고,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서 세탁을 열심히 하며 유권자들의 매서운 시선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명분이 없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3당 대표의 화려했던 과거 당적은 어떻던가? 탈당이나 당적 변경이 다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권력의 양지만 쫓아다니며 정파를 막론하고, 항상 여당의 당적만 유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러한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을 배워 젊은 정치신인들조차도 이당 저당 기웃거리길 예사로 한다.

기회주의적 행태가 정당을 망친다. 정당 지도자들이 당 변경을 쉽게 하는데, 국민과 당원들이 그 정당에 애정과 지지를 지속적으로 보낼 리 만무하다. 기회주의자들이 계속 승리하는 구조에서는 탈당과 복당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바꾸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후진성은 나아질 수 없다. 무분별한 당적 변경이 예사인 배경에는 승리지상주의, 원칙 없는 공천, 당권파의 반대파에 대한 숙청, 탈당을 불사해도 당선되는 선례, 집권당 해바라기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유권자 뜻과 무관한 공천으로 벌어지는 사례는 논점을 달리하니 일단 논외로 하자. 탈당을 변명하려면 최소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후보자들은 정당 입당과 탈당 이력을 표기하고, 이를 소명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범죄이력도 공개하고, 소명 기회를 주니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법개정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정치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기록으로 남겨야 책임추궁이 가능해진다. 명분 있는 당적 변경이었다면, 떳떳하게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퇴출 여부는 국민이 정한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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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 당국이 12일 최근 철수 및 파괴 작업을 마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대한 상호검증 작업을 실시했다. 남북 각 11개조 154명으로 구성된 현장검증반은 남북 시범철수 GP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통해 이동해 상대방의 GP 철수 현장을 검증했다. 양측은 GP 시설물이 복구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는지, 다른 군사시설로 전용할 수 없도록 불능화됐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검증과정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측이 북측 GP의 지하갱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특수장비를 동원했는데도 북측이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남북의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DMZ 내에 설치된 진지를 상호 방문해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반세기 이상 총부리를 겨눠온 남북의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굳은 악수를 나눈 뒤 상대측 안내를 받으며 평화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감격적이다. ‘군사적 긴장완화’라는 용어를 이처럼 생생하게 체현한 광경이 또 있을까.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의 합의에 따라 남북은 지난달 DMZ 내 GP 시범 철거작업을 완료하고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해 한반도 정중앙인 철원지역에 남북을 관통하는 전술도로를 개설했다. 북측은 지난달 20일 GP를 폭파하는 방식으로 먼저 철거를 완료하는 등 군사합의 이행에 적극적이다. 북·미 협상의 장기교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 의지는 이채로울 정도로 돋보인다. 북·미 협상이 난관에 빠질 경우 남북관계까지 닫아버리곤 했던 과거 행태와도 확연히 달라졌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협상 본격화를 앞두고 접경지역 군사적 긴장완화가 필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한 상황에서 군을 경제건설에 동원하기 위한 환경 조성도 시급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을 위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북 군당국이 이처럼 약속을 착실히 이행하면서 신뢰를 쌓는 과정은 천금 같은 무게를 지닌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공사다. 올해 이뤄낸 성과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단계적 군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남북 군당국이 힘써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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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혁에 진전된 입장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한다’고 결정하고, ‘내년 1월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 합의-2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 의결’의 일정을 제시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동맹’을 맺기 전 야 3당이 제안했던 합의문 초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야 3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국당과 합의해 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제 선거제 개혁의 성패 관건은 한국당으로 모아진다. 선거제도는 권력의 생성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역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린 사안이기도 하다. 여당과 제1 야당 중 어느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선거제도 개편을 이뤄낼 방도가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왼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실제 선거제 개혁의 대의에도 불구, 번번이 불발된 것은 기득권 정당의 반대 탓이었다. 특히 영남 지역의 배타적 대표성을 사수하려는 지금의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을 등져 왔다. 중앙선관위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때도 여당인 새누리당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선거 때마다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가 이런 구도를 뒤집어 놓았다. 한국당은 선거제 개혁을 외면해 온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일례로 경기도의회 선거에서 25.47%의 정당득표율을 확보하고도 전체 의석 135석 중 4석(2.96%)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을 저항하던 선거제 개혁의 입구로 불러낸 배경이다.

한데 한국당이 점점 후진하고 있다. 신임 나경원 원내대표는 “권력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난망한 조건을 달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부정적”이라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원칙적으로 동감한다’던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보다 후퇴한 발언이다. 당 지지율이 상승기미를 보이자, 기득권 생리가 움트는 모양이다. ‘이대로’ 가면 1당 아니면 2당은 보장되는 판에 경쟁 야당을 만들어주기 싫다는 속셈일 터이다. 좋은 정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나 소망이 현실에 있는 만큼의 비율로 의회에 반영되는 것이다. 국민주권의 행사 결과가 왜곡 없이 의회에서 대표되어야 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당이 작은 계산에 함몰돼 30년 묵은 낡은 정치구조를 바꿀 이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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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 스스로 몰아치는 강물이 있다. 한국 정치는 험한 물줄기와 함께 몇번을 굽이쳤을까.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로 한 해 ‘정치의 이면’을 되새겨 본다.    

‘참모정치’가 도드라졌다. 행정관 인사 문제와 대통령 보좌진의 발언이 주요 기사로 등장했다. 참모의 비전이 리더를 통해 투영되는 정치가 참모정치다. 비전이 버겁다면 직언이라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당나라 현종의 참모 한휴는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현종은 “한휴 덕분에 나는 야위었다. 그러나 천하는 살찌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참모정치는 선글라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첫눈이 대신했다. ‘참모’만 있고 ‘정치’는 없는 참모정치. 지난 2월 칼럼은 ‘말과 글의 참모, 양정철’을 썼다. 그는 언어 민주주의라는 비전을 꺼냈다. 이후 안부 인사에 “광장에 나오는 이명훈 심정” “허망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고 답했다. 요즘 ‘양비’ 역할론이 자주 들린다.

‘청와대 정부’는 동반 화두였다. 집권 초반엔 청와대 구심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일 뿐, 대통령 통치권을 대신하는 조직이 아님은 반박 불가 원칙이다. 정치평론가 박상훈 박사는 청와대 정부를 ‘대통령이 임의조직(청와대)에 권력을 집중시켜 정부를 운영하는 자의적 통치체제’라고 했다. 비대한 청와대 권력이 책임정치를 무너뜨렸다는 완곡한 해석이다. 지난 1년 당정, 국회에선 ‘정치가 사라졌다’. 8·2 부동산대책은 장관 휴가 중에 발표됐다. 장관들은 정책 보좌관 선정에도 청와대 눈치를 살펴야 했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간 비정상적 갈등이 연일 터져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내부 기강해이 문제에 대국민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민주당은 조국 민정수석 지키기로 태세를 전환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선 역주행도 감지됐다. 대타협이란 참여주체 모두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라는 사회적 압박이다. 그런데도 약자들에게 이만큼만 더 손해 보라 하고, 달라지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까지 보태졌다. 진보정권은 약자 편에 서라고 시민들이 주권을 모아준 결과물 아닌가. 집권여당은 어떤 호소나 충언도 하지 않았다.

정권교체 직후 ‘민주당 정부가 반갑다’는 글을 썼다. 당의 철학과 가치를 국정 중심에 두는 정부를 기대했다. 그러나 한 해 마지막 칼럼을 정리하는 지금까지도 나는 ‘문재인 정부’라 쓰고 있다. 

청와대 정부는 직접 여론을 동원하는 데 공 들였다. 청와대와 여야의 대면 횟수가 줄 수밖에 없다. 정치의 기능 약화는 필연적이다. 20대 총선은 다당제를 낳았고 정국도 사안에 따라 범진보 대 범보수, 자유한국당 대 비자유한국당, 진보·보수 동맹 등으로 다변화됐다. 다수연합을 고려한 전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거대 정당은 양강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새해 예산안, 선거제 개편 싸움만 봐도 그렇다.

정치의 권위가 무력해지면 강자의 질서가 사회를 압도한다. 유치원 이슈가 증명한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고군분투로, 국회가 주도했던 유일한 의제였다. 국회는 기득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끝내 유치원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했다.

9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해찬에 반(反)하다’를 썼다. 이해찬 대표가 강조했던 최고의 협치를 여야 지분 분배에 한정한다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보수야당이 자신들의 지지층을 설득할 만큼 챙겨주는 것이라고, 그런 정치력을 보여달라고 했다. 원내 1·2당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챙긴 것이, 세비 인상에 의기투합한 것이 최고의 협치인가. 청와대가 집권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모두 책임질 이유도 없겠지만 정치가 사라진 현실에서 마냥 비켜 서 있기도 머쓱한 상황이다.        

‘오재영 1주기’(3월)와 ‘노회찬의 하늘’(7월)에서 진보정치의 못다한 꿈을 전하려 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엔 깃발만 나부낀다. 소수정당 대표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다. ‘유령 인간’들을 태우고 달리던 6411번 버스는 동시다발로 멈춰 서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2동 재건축 구역의 한 철거민이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며 생을 마감했다. 충남 태안군 한 발전소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 동료들은 “우리도 국민이다”라고 절규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관객 300만명을 넘길 기세다. 흥행이 가리키는 지점은 분명하다. IMF 때보다 호황이니, 불황이니 하는 논쟁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 공포를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누구라도 늘 자기 안에 북쪽을 지니고 간다. 좀 더디지만 북쪽에 쌓인 눈도 때 되면 녹고 꽃은 한꺼번에 붉고 푸른 빛을 몰아터뜨리기도 했다”(이면우, 생의 북쪽).

없는 사람들의 계절은 오로지 겨울뿐이다. 2018년 끝자락에서 ‘한꺼번에 붉고 푸른 빛을 몰아터뜨리는’ 2019년 정치의 봄을 기다린다.

<구혜영 정치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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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에서 2019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8.2% 증가한 46조6971억원으로 확정됐다. 국방력 운영에 필요한 전력운영비는 31조3238억원으로 올해보다 5.7% 증액됐다. 특히, 전력운영비에는 장병 복지를 확대하고 복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이 집중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내년에는 추위가 극심한 전방 및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한 패딩형 동계 점퍼 지급,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는 장병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지급, 군 복무로 인한 학업 및 경력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장병자기계발교육 실시 등의 예산이 올해보다 늘어났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은 ‘국가는 군인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하고 군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장병 복무여건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투자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 대한 국가의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내에서 발생한 각종 병영 부조리와 사건사고는 과연 국가가 장병들을 위해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충분히 다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러한 우려 속에 현 정부는 ‘장병 인권 보장 및 복무여건의 획기적인 개선’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이를 구현하고자 한다. 꼭 필요한 일이고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적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국방의 의무와 그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 장병들을 귀하게 여기는 국민의 따뜻한 시선이 중요하다.

장병 복지 향상 및 복무여건 개선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장병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군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군인으로서 자긍심은 비단 정책적 노력과 재정적 투자만으로 생길 수 없다.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군대가 가장 강한 군대이며, 강한 군을 만드는 핵심은 바로 장병들이다. 국민이 우리 장병들을 귀하게 여길 때 우리 장병들은 진정한 용기와 헌신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내년 예산이 밑거름이 되고, 그들을 위하는 국민의 마음이 햇살이 되어 장병들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수호하는 사기충천한 군인으로, 나아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성영숙 | 해군본부 기참부 예산편성과 군무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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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국방부

‘나라다운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시작은 뭉클했다. 취임 3일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며칠 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역사에 남을 감동극이었다. 대통령과 유족의 포옹에 모두가 울었다. 아픔을 보듬은 눈물, 이제 나라가 제대로 가겠구나 하는 벅참의 눈물.

1년 반이 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아래까지 내려갔다. 주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고대하는 사람들이다. 머뭇거리는 민생 정책을 한탄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떠오르지 않고, 묵직한 발걸음도 보이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주창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 분야를 포괄하는 ‘포용국가전략회의’도 개최했고, 포용과 혁신의 가치를 지닌 비전과 전략도 발표했다. 얼마 전 OECD는 포용국가론의 첫 사례로 한국을 연구하겠다고 말할 정도이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1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열린 '국정과제위원회 및 대통령자문위원회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각 위원회의 업무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그렇다. 포용국가 문서에는 시대가치를 담은 단어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아 보인다. 촛불정부가 내세운 국가비전이라는데 왜 사람들은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걸까?

지금부터 10년도 더 전에 노무현 대통령은 ‘비전 2030’을 제시했다. 비록 임기 후반에 나오고 재정방안이 없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도달할 미래상과 경로를 담았다. 반면 포용국가에는 우리가 살 집의 조감도도, 그곳을 향하는 로드맵도 없다.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축적했을 문재인 정부이기에 어디엔가 마련했으리라 생각했건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새로 진용을 갖춘 청와대 정책실이 내년까지 수립한단다. 아, 아직도 만드는 단계라니.

좋다. 국가비전은 단지 방향이라 치자. 중요한 건 나라꼴을 제대로 갖출 실제 정책들이다. 우선 일자리정부라고 자처했으니 이 분야를 보자. 현재까지 성적은 좋지 않다. 원래 고난도 과제이기에 재촉해서 이룰 일은 아니다. 관건은 내실을 다진 계획이다. 공공부문 몇 개 영역을 합산해 81만개 일자리를 공언하고, 일자리 동향을 대통령 집무실 전광판으로 점검하겠다던 초반의 어설픔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초단기 인턴마저 동원하는 무리수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그제 청와대 회의에서 대통령은 내년 예산에 포용국가 철학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근로장려세제, 아동수당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물론 복지 확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기엔 집권 초반에 고삐를 놓친 교육, 부동산정책이 뼈아프다. 월 10만원 아동수당이 도움을 주겠지만 높은 사교육비, 주거비에 휜 허리까지 펴지는 못한다. 노후불안을 대비하는 연금개혁도 오리무중이다. 5년 주기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오래전에 정해진 일이고, 결과도 예상대로인데도 아직도 정부 개혁안은 윤곽조차 알 수 없다.

재정 분야도 실망스럽다. 100년을 이어갈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재정개혁특위가 발족했지만 상반기에 종합부동산세 개혁안을 권고한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다. 기획재정부 견제 아래서 맴돌다 내년 초에 종합보고서를 발표하고 간판을 내릴 모양이다. 또한 재정정책의 위상을 높인다며 청와대에 재정기획관을 신설하고서도 올해 봄에 열린 재정전략회의는 오히려 요식행위에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정에 ‘전략’을 담자며 심혈을 기울였던 회의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렇게 형식화되어 버리다니. 심지어 올해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담긴 5년 후 조세부담률 목표는 20.4%이다. 이미 작년에 도달한 20% 선을 넘을 의사가 없다. 지금 수준의 재정으로 새로운 나라가 가능하다는 건가.

비교되는 분야는 보건의료 쪽이다. 국민건강보험 체계에서 핵심 문제인 비급여에 정면 대응하고 의사들과 일전을 불사하는 뚝심을 보였다. 시민단체 눈높이에선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청사진이 분명하고 무언가 진행되는 움직임이 전해온다. 문재인케어라는 브랜드를 얻을 만하다. 탄탄한 준비, 담대한 추진력이 승부수임을 알려준다.

내년이면 어느새 3년차. 남북관계와 문재인케어처럼 여러 민생 분야에서 새로움을 보고 싶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 공화국을 열망하며 시민들이 무혈혁명으로 만든 정부이지 않은가. 대통령은 당선 첫날 현충원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를 적었던 심정으로 민생정책을 되돌아봐야 한다. 꿈이 컸던 만큼 역사적 평가가 호될 수 있다. ‘기대의 역설’을 두려워해야 한다.

<오건호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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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11일 사퇴의 뜻을 밝혔다. 지난달 19일 KTX 열차와 굴착기의 충돌을 시작으로 지난 8일 KTX 강릉선 탈선까지 3주간 10건의 열차사고가 발생한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오 사장은 “코레일의 사명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표를 즉시 수리하고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강릉선 탈선 사고에 대해 코레일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탈선 사고에 앞서 고장으로 승객이 갇히는가 하면, 도색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고, 굴착기에 열차가 충돌하는 등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연히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 지난달 30일 총괄책임자를 보직해임했고 지난 5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찾아 재정비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끝내 대형 사고가 발생했으니 코레일의 ‘나사가 풀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9일 오전 강원 강릉시 운산동의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선로에 누운 객차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다행히 천운이 따른 덕분에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고속주행을 했더라면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한 정부로서는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레일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코레일의 사고를 대하는 자세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 사장은 이번 사고의 ‘본질적인 책임’은 공기업의 인원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라고 주장했다. 인원이 감축되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과도한 경영합리화는 안전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경영합리화 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선로전환기의 문제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그간 선로전환기 점검조차 없었고, 전환기에 오류신호가 떴음에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원 부족보다는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KTX와 굴착기 충돌, 오송역 단전 등 일련의 사고도 상황은 비슷하다. 근무기강 해이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해선 안된다.

코레일과 정부는 재발방지책과 쇄신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강릉선에 대한 긴급 정밀점검을 벌여야 할 것이다. 열차 사고의 장소와 유형이 다양한 만큼 차제에 전국의 열차와 선로, 신호체계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수장 공백기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오 사장 후임으로 낙하산이 아니라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릉 사고와 오 사장의 사퇴를 안전한 철도로 한 단계 상승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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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50대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승차공유) 서비스’에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다.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에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 유료로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 측이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고,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를 개시키로 하자 이런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카카오T 카풀 크루(운전자) 등록 안내 포스터

택시기사들은 지난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6만여명이 모이는 등 벌써 3차례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전현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져도 정부는 아무런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이미 카풀 신청자 50만명을 모집하고 이 중 6만여명을 승인한 카카오 측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사업을 강행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카풀 서비스의 문이 열린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는 카풀 서비스를 하루 2회로 제한하고 별도의 직업이 있는 경우만 카풀 기사를 허용하는 등의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를 공론화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당 TF의 눈치를 보느라 카카오가 서비스를 시작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이런 허망한 죽음을 초래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카풀 서비스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의 한 축인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반대보다 찬성하는 시민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택시업계에 타격이 클 것은 자명하다. 혁신성장이 가속화될수록 이처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혁신성장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오는 20일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던 택시노조는 동료의 죽음에 더 강경한 투쟁을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긴급히 TF 회의를 열고 정부에 전향적인 택시 지원책을 요구하며 이번 주말 전까지 최종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 생명이 희생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내놓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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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