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후된 지역의 재생을 위해 향후 5년간 추진할 뉴딜사업 로드맵을 27일 내놨다. 지난해 12월 추진계획 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상반기 중 계획을 구체화한 뒤 하반기에는 법·제도 등의 정비를 거쳐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구상은 활기를 잃은 구도심은 창업공간 등 혁신 거점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노후 주거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대상 후보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난해 추진계획 발표 때 뉴딜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지만 50조원을 투입하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사업성을 따져가며 최대한 신중하게 진행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런 우려는 전국적으로 땅값만 뛰게 했던 과거 정부의 혁신도시사업의 부작용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로드맵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크다. 일단 도시재생 시 생활 인프라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전통상가의 내몰림 방지를 위해 임대료 제한 등 상생계획 수립을 의무화한 것 등은 진일보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전체 500곳 중 절반인 250곳을 창업과 역사·문화 혁신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이 의심된다. 전국의 시·군·구 지자체가 226개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전역을 혁신 거점화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지역별 특징과 수요를 제대로 따져본 뒤에 결정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지금도 비용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100곳에 창업공간을 만들고 시세의 50% 수준으로 청년들에게 빌려주겠다는 계획도 납득하기 어렵다. 야심차게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 된 박근혜 정부 때의 창조경제센터의 재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재정투입(10조3000억원)보다는 기금(24조7000억원)과 공기업(15조원)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쉽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처럼 여겨진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수자원공사에 맡기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랐던 것은 기억에도 새롭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도시소멸 위기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활력을 잃은 곳을 재생시키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임기 내 완료하겠다는 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개념과 기준을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짜고 시범운영 결과를 보아가며 차분하게 추진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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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수도 있는 개헌 논의와 후보들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어서, 유권자들로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정책 어젠다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 않다.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누가, 어떻게 지역의 정책 어젠다를 만들까? 그리고 주민들은 정책 어젠다 설정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유권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후보(캠프)가 만든 어젠다 형성에 참여하지 않거나 몰라도, 후보나 당을 보고 투표하면 민주적 정치 참여가 끝나는 건가?

필자는 마을학개론이라는 현장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학기의 주제는 ‘우리가 만드는 정치’이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정책을 참여관찰을 통해 비교하거나, 선거 결과를 분석하기보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를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수업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대안을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시하여 지역 정치와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고 한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던 중 큰 벽에 부딪쳤다. 학생들이 지역과 생활 밀착형 어젠다를 만들어도 이를 후보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제도가 너무 제한적이다.

지방자치하에서 주민의 정치 참여는 주민투표(주민 전체의 의사 투표), 주민발의(조례 개정과 폐지), 주민소환(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해직 청구), 주민소송(사법적 손해배상), 주민감사청구로 제도화되어 있지만, 구성 요건에 있어 어느 하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현 지방자치 주민참여제도는 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견제와 감독을 위한 것이지, 주민들의 논의와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될 후보자들의 정책 어젠다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은 토론회를 개최하여 질의응답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과 열망을 보여준다.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제기된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문제 해결을 바라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방 분권, 시민 정치 참여, 동네와 생활 민주주의를 달성하려면 주민들의 정책 어젠다 형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17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에 각각 주민청원의 통로를 도입하면 어떨까? 주민청원을 통해 주민들이 지역 현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현안이 공감을 얻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민 참여를 통해 주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 맞춤형 지방자치 정책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주민청원이 특정 이해 관계자의 민원 해결 방법으로만 활용되거나 주민자치 문제를 정부 반응에 의존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청원의 문제점들은 참여예산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태동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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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이라기엔 이른 3월18일, 마석 모란공원 한 묘비 앞에 진보정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모였다. 오재영 옛 민주노동당 조직실장 1주기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50세에 접어든 지난해 3월22일 그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진보청년회 동지인 부인 권신윤씨가 연대와 지지의 꽃 흰장미를 안고 묘비 앞으로 다가섰다. “당신 18번이 ‘낭만에 대하여’란 것도 여태 몰랐네”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도 될지 물었을 때 잡았더라면”. 그의 대답을 심상정 의원이 대신했다. ‘우리의 청춘은 뜨거웠고, 우리의 중년은 고달팠다. 우리는 너무 거창하게 살았고 그래서 자신에게 가혹했다.’ 그의 뜨거웠던 청춘과 고달팠던 중년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가혹할 만큼 공적인 삶이었다는 것도 안다. 1주기란 시간은 추모도, 기념도 어려운 때다. 한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이 죽음이라는 것만 분명할 뿐. 그러나 작은 진보정당, 알려지지 않은 한 활동가의 1주기엔 많은 서사가 담겨 있었다.

진보와 정치라는 서사. 진보도 어렵고 정치도 어렵다. 둘을 합한 진보정치는 더 어렵다. 세상이 좋아질수록 과거 진보정치의 문제의식이 보편적 의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성평등, 복지를 외치지 않는 정치세력이 어디 있나. 세상의 첫 길을 낼 때는 박수를 받다가도 그 길을 조금이라도 넓히려 하면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다. 진보정당이 늘 대중적이고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이유다. 흰장미가 차곡차곡 묘비 앞에 놓였다.

그의 마지막 직책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수석보좌관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진보정당의 영원한 조직가’로 불렀다. 1998년 국민승리21 시절부터 2007년까지 진보정당의 조직실장이었다. 정당 조직실(국)은 ‘편’ 만드는 일이 주 업무다.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동네 평균 민심은 보수적인 편이다. 진보정당일수록 조직 일이 힘들 수밖에 없다. 초기 민노당은 노조, 단체 등 여러 갈래 경험자들이 모였기 때문에 옳은 일보다 ‘되는’ 일을 만들어야 했다. 그의 오랜 벗인 김윤철 교수는 “오재영은 냉소적인 진보정당 인사들의 온갖 불만의 소리를 받아준 ‘소리 수집가’였다”고 회고했다. ‘경청자 오재영’의 진가는 분회 건설로 드러났다. 부인 권씨는 “연애할 때 유난히 마을 정치를 강조했다. 중앙당 당직자가 지역 얘기를 많이 하길래 뭔가 싶었다”고 했다. 분회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한 브라질 노동자당(PT) 누클레오(지역 기초조직)가 모델이다. 한국 정당의 첫 실험이었던 ‘분회’는 민노당이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쥐고 원내에 진입하는 사다리가 됐다. 

창당 초 민노당은 여성할당제 문제로 논란이 뜨거웠다.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오재영은 여성 배려에 고군분투했다”고 전했다. 반대파들은 ‘사람도 없는데 할당제가 웬 말이냐’고 반발했다. 찬성 쪽은 ‘비주류인 여성들에게 기회를 안 주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정당이라 할 수 있나’라고 맞섰다. 오재영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원들에게 “우린 진보하자고 모였다. 기성정당과 달라야 한다”고 설득했다. 결국 여성할당제가 관철됐다. 당직, 공직후보 선출에 여성할당제 30% 적용, 공직후보 여성 홀수번 배정 등을 당헌·당규에 못 박고 사람을 발굴하는 일까지 그의 몫이었다. 민노당은 한국 정당 최초로 2002년 지방선거부터 여성할당제를 적용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여성할당제 도입은 재영이가 가장 뿌듯해했던 일”이라고 소개했다.

분회와 여성할당제는 ‘오재영 1주기’ 서사를 지탱하는 줄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담합에 밀려 4인 선거구제가 사라졌다. 4인 선거구제는 정치 민주주의 핵심인 다양성, 분권을 지향한다. 정치 진전을 주도해야 할 집권여당 민주당이 정치 후퇴를 주도한 셈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퇴장도 견제받지 않은 지방 권력 8년의 후과 때문이 아닌가. 그가 있었다면 어느 마을 분회 귀퉁이에서 타는 가슴에 쓴 소주만 들이켰을 것 같다.

미투(#MeToo) 운동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20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7%다. OECD 회원국 평균 28.5%에도 한참 모자란다. 여성 정치인들은 여의도 입성 후에도 은밀한 차별에 시달린다. 힘이 없으면 침해받고, 힘을 가지면 배제당한다. 미투 운동 정신을 내면화하기까진 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지. 그가 아직 있었다면 성평등 세상을 앞당겨 썼다는 자괴감에 머리만 긁적이지 않았을까.

‘오재영 1주기’에 서사를 부치니 거창해진다. 하지만 역사의 항쟁은 겨울 무렵 결판났고 봄이 되면 비로소 서사가 됐다. 15년 전 추웠던 겨울, 그는 분회와 여성할당제라는 봄을 끌어왔다. 서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마지막 남은 흰장미를 올린다. 그의 세상에선 온몸 바쳐 너무 간절하게 살지 않길 바란다.

<구혜영 정치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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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일자리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열었다. 일자리 상황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마리라도 찾아보자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머리 뉴스로는 지난 15일 있었던 청년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제5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 영상이 걸려 있다. 아래에는 일자리대책 보도자료가 게재돼 있다. 26일 오전 현재 조회수는 1255건. 일자리 상황판에는 2월 기준 고용률, 실업률 등이 올라와 있고, 대통령이 매일 점검한다는 글도 쓰여 있다. 일자리 신문고의 ‘토론의 장’에는 1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기간 중 총 38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사회적 현안에 뜨겁게 달궈지는 청와대 게시판과는 판이한 분위기이다.

<!--imgtbl_start_1--><table border=0 cellspacing=2 cellpadding=2 align=RIGHT width=200><tr><td><!--imgsrc_start_1--><img src=http://img.khan.co.kr/news/2018/03/26/l_2018032701003195700259121.jpg width=200 hspace=1 vspace=1><!--imgsrc_end_1--></td></tr><tr><td><font style=font-size:9pt;line-height:130% color=616588><!--cap_start_1--><!--cap_end_1--></font></td></tr></table><!--imgtbl_end_1--> 15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관계부처 합동·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청년일자리대책은 ‘중소기업에 가면 1천만원을 준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4조원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실업의 근원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취업자 간 소득격차에 있고, 향후 3~4년간 에코세대가 추가로 쏟아져 나오면 취업난이 더 심해지는 만큼 임시적이라도 숨 쉴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추가 고용이 창출되고, 청년실업률도 8%대로 낮춰진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3년만 기다리면 청년들에게 봄은 올까. 일각에서는 돈을 쏟아붓기 전에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완화, 감세 등 기업하기 좋은 풍토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이 같은 경제 운용 방식으로 양극화만 심해지고 노동자들의 삶이 더 고단해진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점 자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따지고 보면 청년들이 수없는 고배를 감수하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안정적 일자리에 매달리는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에 잘못 들어섰다가는 삶 자체가 일그러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대 인구의 변동률이 청년실업률을 더 밀어올릴 것이라는 정부 판단에 대한 신뢰성은 제쳐놓더라도 체감실업률이 20%를 넘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되풀이되는 행사이다. 하지만 늘 결과는 없다. 기업들은 어차피 뽑아야 할 인력을 뽑으면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뿐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은 당연하다.

이번에는 다를까. 정부는 청년 대책을 위해 전국을 돌며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금을 늘리고, 대상에 지역청년들을 포함시킨 것들은 진일보한 대책이다. 그렇다고 박수 칠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도 청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중소기업의 만족도는 지극히 낮다. 중소기업 사회에서 최고경영자는 주인이고, 직원은 마름이라는 것이 보편화된 인식이다. 까라면 까는 군대식 문화를 강요하고, 복리후생은 없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은 밥 먹듯 하고, 아이를 가지면 퇴직부터 강요하는 그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갈 리 없다.

‘요즘 청년들은 힘든 일을 싫어해’라고 말하는 그들의 인식은 기회의 평등이나 공정함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인식과도 판이하다. 이런 물음에는 답하지 못한 채 돈 몇 푼 쥐여주면 중소기업을 찾을 것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출발선이 다른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주는 일 말고 우선할 일은 없다. 헛짚으면 출산율을 높인다며 지난 10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도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 멀어진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구조적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모호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발전 속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다. 과거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은 다른 고용창출로 대체됐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고용파괴가 커질 것은 분명하다. 고용절벽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는 주장은 차고넘친다. 결국 3년 뒤 봄은커녕 더 추운 겨울이 지속될 수 있다.

다시 문재인 정부 초기로 돌아가보자.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연도별 이행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대통령을 대신해 일자리 운용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크다. 일자리위원회의 목표는 ‘양은 늘리고, 질은 높이고, 격차는 줄인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약 1호가 공약실패 1호로 뒤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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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소위원회(정개소위)가 최근 정당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위헌 결정이 난 부분을 존치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정개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참여해 두 번 모두 의석을 얻지 못하거나 100분의 1 이상의 유효 득표를 하지 못한 경우’ 정당 등록을 취소하는 안에 합의했다. 4년 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해 의석을 얻지 못하고, 득표율이 2% 미만인 정당은 등록을 취소한다’는 정당법 조항에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했음에도 취소 조항을 살린 것이다.

이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은 소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한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당·청년당 등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작은 정당들은 이 조항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반복적으로 해산해야 했다. 심지어 정당의 명칭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이름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 참여를 포기하는 일까지 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하면서 정당 해산의 기준이 과도하다는 것이 아니라 일정 득표율을 기준으로 정당 등록을 취소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총선 득표율 기준을 2%에서 1%로 낮추고, 참여하는 국회의원 선거를 1회에서 연속 2회로 늘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도 있는데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만 들어 정당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불합리한 부분도 고치지 않았다. 합의안이 통과되면 다시 위헌소송을 내겠다는 녹색당의 말에 공감한다.

이번 합의는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절충한 결과다. 특히 한국당이 군소정당 난립을 들어 이 조항의 폐기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는 두 거대 정당의 처사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한국당은 최근 개헌 논의에서 밀리자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래 놓고 뒤로는 소수정당 배제를 획책한 것이다. 소수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다양한 정당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정당 난립의 폐해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후진적 사고의 소유자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다원주의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헌재의 위헌 결정과도 상충하는 정당법상 등록 취소 요건은 삭제해야 한다. 여야는 당장 정개소위의 야합을 파기하고 정당법 개정안을 재협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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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예정대로 26일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가 정부 개헌안을 의결하면, 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국회 송부와 대통령 개헌안 공고를 승인함으로써 개헌 발의 절차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1987년 헌법 개정 후 30년 만의 개헌안 발의다. 그런데 개헌 논의의 주인공이어야 할 국회는 하루 전날까지도 기싸움만 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의로 개헌 물꼬가 트인다고 한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야당을 향해 공동대응하자고 주장했다. 국회와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이 절망스럽다.

그중에서도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한국당의 태도는 후안무치 그 자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5일 “(여권이) 개헌을 중지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개헌 음모 분쇄 투쟁에 전 국민과 함께 장외로 갈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며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국민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대상은 한국당이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 약속을 깬 것은 물론 개헌안조차 내놓지 않은 한국당은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협상은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사회주의 개헌안이라고 몰아붙이는 데 동의할 시민은 없다. 게다가 한국당은 이번 개헌안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장기집권 음모가 숨어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개헌하면 문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호도하는데, 시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다. 개헌 정국에서 아무 역할도 못하는 민주당도 실망스럽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야당에 지워 지방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개헌안 발의가 대통령의 권한인 것은 맞지만 발의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시민의 권리장전을 30년 만에 새로 쓰는 개헌은 시대적 요청이다. 문 대통령이 이대로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고 야당들이 반발하면 개헌안은 부결될 게 뻔하다. 모처럼 맞은 개헌의 기회가 날아갈 경우 문 대통령과 여야가 역사에 져야 할 책임은 가볍지 않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여야 5당이 참여하는 4개 교섭단체 협의를, 그리고 김성태 원내대표는 야4당 합동 의총과 공동대응을 제안했다. 어떤 형식이든 여야가 진지하게 개헌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선거제도 개선뿐 아니라 총리추천제 도입도 논의할 수 있다. 국회가 타협안도 내놓지 못한 채 대통령안만으로 표결에 나서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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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개헌안이 대통령 발의로 제안될 예정이다. 제안된 개헌안은 헌법에 따라 20일 이상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주지하기 위해 공고되며, 늦어도 60일 이후인 5월24일까지는 국회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의결을 해야 한다. 국회 가결을 거쳐야 국민투표에 부쳐지며,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개헌은 확정된다.

필자는 이번 개헌안의 자문안을 만든 국민헌법자문특위에 위원으로 참여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렇지만 자문특위 위원으로서가 아니라 헌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으로 이번 개헌과 관련한 몇 가지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자문특위의 자문안은 33명 위원들이 개헌과 관련해 가지고 있던 각자의 이상적인 생각들을 모은 것이 아님을 밝힌다. 자문특위 내에 국민참여본부가 있어서 개헌과 관련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했다. 심층면접 여론조사나 온라인상의 다양한 개헌 여론 수렴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이 개헌에 관해 토론하고 전후에 설문조사를 하는 ‘숙의형 토론회’, 지역시민사회 간담회, 유관단체 간담회도 이러한 노력에 포함되었다.

자문특위 위원들은 이러한 국민 의견에 기반해 자문위안을 만들었으며, 몇몇 개헌의 쟁점들에 있어서는 위원들 간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제1안, 제2안 하는 식의 복수안이 자문위안에 포함된 것들도 있다. 합의가 된 자문위안은 대통령에 의해 최대한 존중되었으며, 복수안으로 올라간 쟁점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선택이 있었고 그 결과가 오늘 발의된 대통령 헌법개정안이다.

이번 개헌이 촛불혁명으로 촉발되었다는 데에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모든 혁명이 개헌으로 완성되듯, 촛불혁명도 이번 개헌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촛불현장에서 많은 국민들은 일관되게 대통령과 국회라는 국민의 대의기관들이 다수 국민의 뜻을 국정 운영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대의제의 실패’를 지적했다. 그래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이 줄곧 주장되었고 민의를 저버린 선출직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제 요구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런 촛불현장의 목소리들도 이번 개헌안에 많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국민이 법률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임기가 보장된 선출직 공무원들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뜻을 크게 거스를 경우 임기 만료 전에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개헌안에 담겼다.

또한 민의에 의한 책임정치의 강화를 위해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채택되었다. 1987년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대두된 새로운 기본권들인 정보인권, 안전권 등을 신설하고 사회보장수급권이나 주거권, 건강권 등 복지사회의 사회권들이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등 국민 기본권 보장도 확대되었다. 국가기관 간의 분권도 중요하지만, 중앙과 지방 간의 분권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에 지방분권에 대한 여러 헌법조항들이 신설되었다.

대통령제 헌법의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더 원활히 작동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헌법에서 삭제하고 특별사면권, 조약체결권에 제한을 강화했으며 예산법률주의 도입 등을 통해 재정과 관련한 국회의 행정부 견제권을 늘리고 9명의 헌법재판관 전원의 임명에 대해 국회 동의를 얻게 하는 등 국회의 인사권도 일부 강화하였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당리당략이 아니라 또 한번 광범위한 국민 여론 수렴을 통해 민의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서 국회의 개헌안에 대한 의결권을 엄중하게 행사해야 할 시점이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발의권 행사에 의해 발의된 개헌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 검토나 국민 여론 수렴도 없이 ‘관제 개헌’이라고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제니, 의원내각제니 하는 정부 형태 조항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기본권이나 지방분권 등 개헌안의 다른 부분들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발의된 개헌안에 대해 일부 내용을 바꾸어 국회가 국회 심의단계에서 수정의결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정의결은 국민들에게 공고되지 않은 새로운 개헌안을 국회가 의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개헌안이 국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헌안이라면 서둘러 여야 합의로 국회 발의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들 앞에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개헌안이 합의된다면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는 여야 후보의 공통된 공약사항이었음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6월13일에 개헌 국민투표도 같이하려면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국회는 설마 이번에도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 생각은 아니지 않은가.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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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개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됐다. 속속들이 부패한 전직 대통령에게 관용은 없었다. 사법적으로 마땅한 귀결이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도 뚜렷이 돋을새김될 사건이다. 사법부는 최악의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직을 불법적 치부의 발판으로 삼은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이 헌법에 잠든 명제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원칙임을 보여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110억원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이에 따라 검찰 수사기록과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의견서 등을 토대로 영장심사를 벌였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의혹에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2007년 서울중앙지검의 다스 수사 및 2008년 1~2월 정호영 특검의 BBK 수사를 언급하며,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다스 지분 등 실소유가 인정됐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죄 등으로 대통령 당선무효가 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10년 전 퇴행했던 역사의 물길은 뒤늦게나마 바로잡혔다. 그러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에 들어간 범죄 혐의는 삼성전자로부터 60억원대 다스 소송비를 대납받고, 인사·사업 로비자금으로 22억5000만원을 챙기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을 상납받은 혐의 등 입증이 용이한 뇌물 부분에 집중됐다. 이 전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원세훈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운영·공영방송 장악 등 정치공작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을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액수도 영장 기재액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인 김윤옥 여사 역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길 때까지 신속하고도 치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또한 2007년 다스 수사에서 ‘미래권력’에 무릎 꿇었던 스스로의 과거를 반성하고 관련자들의 책임도 물어야 옳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구치소의 작은 독방에서 ‘미결 수용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쯤 검찰 조사에서 사실을 털어놓은 측근들을 원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 초기부터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워 여론의 동정을 이끌어내려 했던 계획이 다 무위로 돌아갔음을 그도 알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시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한때나마 국가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오욕의 역사는 마감됐다. 용기 있는 주권자들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응징당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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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마지막 부분으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사법제도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 형태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시하고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줄였다. 국회와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대법원장의 인사권 축소 등을 포함시켰다.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문화하고,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자는 제안도 넣었다. 대통령·대법원장의 권한은 분산하면서 정치개혁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개헌 제안에 공감한다.

이날 개헌안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정부 형태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 대신 4년 1차 연임제를 채택했다. 대통령의 연임을 보장함으로써 단임제 대통령 임기 후반의 레임덕을 없앨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이름으로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총리를 추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국회가 총리를 직접 뽑아 대통령을 견제하는 방식에는 무리가 있다. 이는 대통령제라기보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라고 해야 옳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중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제도는 혼란만 부른다. 총리가 내치를 맡고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이원집정부제를 지향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내정과 외치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어 총리와 대통령이 권한 다툼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당이 의원내각제를 하고 싶은데 국회에 대한 불신이 커 도입하기 어려우니 에둘러 이런 제도를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당은 솔직하게 내각제를 주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선거제도 개편이다. 개헌안은 ‘국회의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한다’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명문화했다. 현행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방식은 사표를 양산, 정당이 얻는 표와 의석 비율 간 불균형을 초래하는데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바람직한 제안이다. 소수자와 약자 등의 의사까지 정확히 반영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취업은 물론 결혼도 가능한 연령의 젊은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 선거 중 후보 사퇴 없이 정당 간 선거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결선투표제도 도입해야 한다. 여야 대결이 첨예해지는 상황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이 과반을 득표해야 국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청와대는 앞서 이틀 동안 공개한 내용을 포함해 이날 개헌안 전문을 공개하고 국회에 송부했다. 여야는 이제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한국당은 대통령의 일방적인 개헌안 제시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개헌안을 내놔야 한다. 여야는 정부 형태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넘어 분권과 정치개혁 효과가 큰 선거구제 개편 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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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중 한국과의 교역규모가 가장 큰 베트남은 오래전 이 나라에서 있었던 전쟁에 우리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계가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베트남 파병 문제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을 기피했으나 일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야를 국제사회로 돌리면 베트남전쟁은 당시 전쟁 당사국이었던 미국의 젊은층과 지성인들로부터 비난받던 ‘더러운 전쟁’이었음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8년3월22일 (출처:경향신문DB)

우리 정부는 지난해 아세안 정책의 기조가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이라고 천명했다. 이러한 3P 외교이념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문재인 정부는 박정희 정부의 베트남전쟁 관여와 이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을 가해한 부분에 대해 보다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현지에서 한국인들의 인권침해는 과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 곳곳에서 한국인 기업들이 노동기본권을 무시하거나 현지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3P 이념에 외교적 수사가 아닌 진정성을 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에서 혹여 근시안적 국익 개념에 사로잡힌 ‘경제동물’의 국가 이미지를 주고 있지 않나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흐지부지했던 역대 정부의 외교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민간부문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공외교, 국민외교가 실행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비해 아세안은 냉전 시기부터 자주외교의 역량이 우리보다 앞서 있었다. 그러기에 이들과의 협력은 기존 의존외교로부터 자립화를 꾀하면서 외교 다변화, 균형외교를 강화해나가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세안은 미국 등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립되어 있던 ‘불량국가’ 미얀마를 가입시켜 ‘포용을 통한 변화’에 성공했고, 이제 미얀마는 정상국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또 베트남과 라오스의 개혁·개방을 지원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했다. 여기에다 아세안의 대부분 회원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식민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우리와 감성외교를 나눌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또한 아세안 회원국들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에 보다 많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상호간 비교우위 외교자원의 맞교환을 통한 이익균형 실현을 의미한다. 우리와 아세안이 공유하고 있는 이 모든 자산은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실현과도 직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이념으로서 사람을 먼저 내세웠다는 것은 경제실용주의를 넘어서 외교대상 지역의 역사, 문화도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이는 매년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동남아인들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 다문화주의와도 연결되어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순방이 이웃 동남아를 향한 사람중심 외교의 첫걸음이길 기대한다.

<박은홍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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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메트남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 참석,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서 우리는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북·미 정상 간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후의 단계인 남·북·미 정상회담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 기회에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의 최대 이해당사국인 남·북·미 정상이 함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핵 문제는 한반도 위기의 주범이지만 한편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자라난 곁가지 성격을 띤다. 비록 전쟁은 중지됐지만 불신과 적대로 맞선 비정상적인 정전체제가 모든 한반도 문제의 본질이다. 이를 명실상부한 평화체제로 바꾸기 전까지는 북핵이든, 재래식무기든 대결과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다행히 한반도는 평화를 꿈꿀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았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4개월가량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기간 및 규모 축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 영구적이고 불가역한 평화체제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중·일 3국이 3국 정상회의를 재개키로 한 것도 의미 있다.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작업이 주변국의 협조와 참여 속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로 소원해진 한·일관계 정상화와 동북아 협력체제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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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 및 총강, 경제 분야를 추가 공개했다.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은 헌법 상위조항에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총강에는 수도(首都) 조항을 신설했다. 경제 부문에선 토지공개념 조항이 포함됐다. 하나같이 지방의 미래, 나라의 미래를 담고 있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개헌안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부터 바꾸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자주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자치재정권도 확대했다.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제도도 헌법상 권리로 격상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제2국무회의 성격의 ‘국가자치분권회의’ 신설도 환영할 만하다. 위기에 처한 지방의 실정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라 할 만한 발상의 대전환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권력의 분점과 분산을 골간으로 한다. 그러나 20년 넘게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허울뿐이었다는 게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 대 2인 재정구조는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요원하다는 점에서 ‘2할 자치’란 말도 나온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의 공동화는 갈수록 심화돼 향후 30년 내 전국 3482개 읍·면·동 중 40%가량인 1383개가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은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는 지방을 살리는 길이자 시대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방소멸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토지공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목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용과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토지는 공급이 한정된 재화이다. 엉뚱하게 이용되면 일부 부자들만 개발이익을 독점하는 등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독일 등 국토가 좁은 유럽 일부 나라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으므로 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도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한 것은 관습헌법의 낡은 틀을 깨고 향후 법률로서 수도 이전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좌절됐던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가 야당의 ‘쪼개기 공개’ 비판에도 연일 개헌안 발표를 강행하는 것은 대통령 발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하지만 야당이 개헌에 무대책이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때마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안 합의를 위한 야4당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개헌안 마련을 위한 여야대표 모임을 내놓았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이제는 여야가 개헌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각자 대안을 내놓고 개헌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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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현 상황을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몰아가고 싶은 모양이던데, 아쉽게도 그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이재오씨 한명뿐인 것 같다.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다들 알다시피 돈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기 때문인데, 그 사랑을 철저하게 숨긴 덕분에 MB가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재산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추측조차 안되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30조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금액만 가지고도 MB는 감옥에서 오랜 기간 복역해야 한단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곧 먼 곳으로 떠나는 MB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데, 여기서는 돈, 큰 집, 빠른 차, 명품 좋아하는 부인, 능력 있는 아들 등 모든 걸 다 갖춘 그에게 정작 없는 건 무엇인지 짚어 봄으로써 그에 대한 내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한다.

첫째, MB에겐 친·인척이 없다.

혹자는 혈연을 징글징글하게 묘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가친척은 보는 것만으로 좋고, 어려울 때 내 편이 돼주는 존재다. 내가 좋아하는 사촌 형은 늘 술을 사줄 때마다 “우리는 같은 핏줄 아니냐?”며 친하게 지내자고 강조하는데, 내 사촌 형과 달리 MB에게 친·인척은 그냥 이용할 대상일 뿐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형을 도곡동 땅의 주인이라고 우기게 했고, 그것도 부족해 다스라는 기업의 바지사장으로 만들어 이용해 먹었다. 사위에겐 뇌물을 받아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다. MB의 처남은 투병 중에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출두하는 등 이용만 당하다 저세상으로 갔다. 처남이 죽자 MB는 처남의 부인 권씨를 자기 재산을 관리하는 데 이용하기까지 하는데, 일가친척을 돕지는 못할망정 이용만 하는 MB에게 진정한 의미의 친·인척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둘째, MB에겐 측근이 없다.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 MB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한 말이다. 실제로 그는 검찰에서 ‘이게 다 MB가 시킨 일’이라고 자백했단다. 이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의 경우가 좀 극단적이라 해도, 측근들이 이렇게 쉽게 자백하는 건 기이한 일이다. 측근들이 끝끝내 증언을 거부한다면 MB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게 가능했을까?

하지만 더 신기한 분은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받기 위한 허위진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전히 자신은 죄가 없다고 우기는 MB다. 정말 자신이 관여한 바가 없다 해도 ‘다 내 탓이니 아랫것들은 놔두고 나를 처벌하라’고 하는 게 우두머리의 자존심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MB에게 측근은 없었고, 측근들 역시 주군을 잘못 정했다.

셋째, MB에겐 지지자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던 날, 삼성동 자택엔 극성 지지자들이 몰려 화제가 됐다. 박사모로 대표되는 그들은 박근혜가 돌아오는 시각은 물론이고 구속되는 날, 공판이 있는 날 등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리를 지켰다. 언론매체와 다수 국민들은 그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박사모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반면 MB가 검찰에 출두하는 날엔 지지자라고 볼 만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통령을 지낸 지 오래돼서든지, 박근혜와 달리 임기를 다 마쳐서 그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큰 범죄로 감옥에 다녀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따라다니는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MB의 쓸쓸한 검찰 출두는 이례적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MB님, 당신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겁니까?

넷째, 융통성이 없다.

검찰에 따르면 MB는 BBK로 인해 다스가 입은 손실액 140억원을 되돌려 받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했는데, 이는 다스가 MB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만들었다. 돈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벌어진 치정극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과정에서 MB는 미국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삼성에 이 소송비 60억원을 대신 내게 했단다. 이 돈은 고스란히 MB의 뇌물로 변해 그의 뇌물액수가 100억원을 넘기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BBK 돈을 찾는 대신 차라리 기업들한테 140억원을 달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융통성이 있었다면 MB가 지금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았으리라.

그밖에도 없는 게 몇 개 더 있다. 국가를 자신의 돈을 불릴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개념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고, 대북공작을 위해 써야 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빼돌리는 행위는 ‘안보의식이 없다’에 해당될 것이다. 임기 중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으로 보아 ‘안 해본 일이 없다’는 말도 가능하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지금 MB는 ‘변호사비가 없다’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그간 해먹은 재산을 생각하면 그냥 웃기려고 한 말 같은데, 그래서 이 말도 덧붙이련다.

“MB에겐 유머감각도 없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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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2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쩐 다이 꽝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의 발전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아세안 10개국 중 교역·투자, 개발협력 1위 국가이자,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 국가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라는 불행한 과거사가 놓여 있다. 베트남 전쟁기간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그만큼 한국군의 피해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도 컸다. 참전단체들은 학살 자체를 부인하거나 작전수행 중 불가피한 일이라고 하지만 1968년 3월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의 경우 희생된 135명 중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다. 갓난아이까지 무참하게 희생됐다면 정당한 작전수행이라고 볼 수 없다.

역대 정부는 간접적인 사과 혹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영상축사에서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사과 발언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는 역사의 가해자로서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마주하기 싫은 과거이지만 ‘뚜껑을 덮어둔 채’ 외면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문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군 장성 출신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부끄러운 민낯이라도 떳떳하게 밝히고 사과·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베트남 학살 문제를 외면한 채 위안부 문제의 온전한 해결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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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부분을 공개했다. 전문에는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저항권을 행사한 역사적 경험과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국가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시대변화에 따른 시민의 요구를 담아낼 필요가 있다.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개헌안은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국내에 외국인이 200만명 이상 살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보편적으로 보장받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적에 관계없이 확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일제 잔재인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강화한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과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 안정,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한 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노동권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본권은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요, 기본권 강화는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주거권·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신설한 것은 비록 선언적이지만,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 강화를 헌법에 담은 것 역시 그간 국가가 시혜적 차원에서 베풀었던 사회보장책을 시민의 기본 권리로 바꿔 사회보장을 실질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신설한 대목이다. 말은 시민이 주권자라고 하지만 정작 시민이 국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통로는 제약됐던 것이 현실이다. 국민발안제 등은 현 대의(代議)제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보완함으로써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폭을 넓힌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한 것은 향후 경찰도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화 30년이 지났지만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서민의 삶은 여전히 어렵다. 시민의 뜻을 따른다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다. 모든 법 위의 법인 헌법을 새로 쓰면서 주권자 시민의 복리를 다시 새기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여야는 개헌 시기나 방향을 놓고 실랑이만 벌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도대체 개헌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든다. 정치권이 서로의 유불리를 따져 개헌 여부를 다툴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21일에는 지방분권·국민주권, 22일에는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 관련 사항을 추가 공개한다고 한다. 야당은 이런 ‘쪼개기 공개’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국회 표결에 참석하는 의원은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러고서야 모처럼 찾아온 시민 참여 개헌의 기회를 살릴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은 진정성 있게 한국 사회 전체를 보고 개헌에 다가가야 한다. 6월 처리를 걸고 야당 압박용으로 추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당을 어떻게 개헌 테이블에 앉도록 할 것이냐가 개헌 실현을 위한 최대 관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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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베트남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방문기간 중에 문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관해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과거 미국 유학 시절에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폭로한 미국 퀘이커 교도의 보고서를 읽고 그 끔찍한 참상에 전율한 적이 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는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5000명에서 9000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군이 저지른 이러한 범죄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3월 초에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군 민간인 학살 50주기를 맞는 올해가 공식적으로 사과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한국군에 의해 135명이 살해당한 베트남 중부 하미 마을 학살 50주기 위령제를 맞아 한국의 민간인 참배단이 사과 방문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통령이 사죄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국민들이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이부영 전 국회의원도 SNS에 문 대통령이 사죄할 것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국민들의 이러한 공론에 부응해 문 대통령은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의 국가원수로서 베트남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것은 국가 간의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우선적인 의의를 갖는다. 그 외에도 국내외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먼저, 문 대통령의 사과는 역대 권위주의 정권에서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 청산 결의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부 수립을 전후한 제주 4·3사건과 ‘여순반란’ 등의 진압과정에서, 6·25전쟁 중 보도연맹원과 거창 주민 학살사건 등에서, 그리고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의 유혈진압에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6·25전쟁의 종료와 함께 한때 종적을 감춘 것처럼 보였던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1960년대 후반에 베트남 인민을 대상으로 되살아났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베트남에서 재학습된 악행이 1980년에 자국민인 광주 시민을 상대로 적나라하게 재연되었던 것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1980년 신군부의 주역이었던 전두환·노태우·정호용 등은 베트남 전쟁에서 지휘관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무자비한 학살에 앞장섰던 공수부대 부사관들의 상당수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었다는 증언도 최근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축적된 민간인 학살 경험이 부메랑이 되어 광주로 돌아온 셈이었다. 이 점에서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국제적인 사죄는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자행된 시민 학살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겸하고 있다.

둘째, 문 대통령의 사죄는 일본 측의 비판에 맞설 수 있는 떳떳한 명분을 마련해 줄 것이다.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외면하고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엄중한 사죄를 요구하는 한국의 입장을 놓고,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는 외면하고 일본의 과오에 대해서만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서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합당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셋째, 문 대통령의 사과는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와 화해 및 번영을 촉진하는 역사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번 방문을 놓고 문 대통령이 태국과 필리핀,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참전국으로 얽혀 있는 외교적 상황을 고려해 근래 사용한 적이 있는 ‘마음의 빚’이란 다소 추상적이고 애매한 표현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이 다른 참전국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선제적으로 사과하고 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최근 보여준 남북관계에서의 획기적인 진전과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평화와 화해를 촉진함에 있어서, 모범적이고 주도적인 한국의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서도 사과와 화해를 토대로 형성된 신뢰 구축은 양국 간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추진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과거 한국군이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공식적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는 베트남 국민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가시적인 배상조치를 불가역적으로 취해야 할 것이다.

<강정인 |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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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망루’에 오른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송전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013년 2월26일, 평택의 쌍용차 공장 맞은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해고자들을 찾았다.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9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의 건강검진과 치료를 위해 송전탑을 찾은 의료진과 동행했다.

덜컹거리는 크레인을 타고 오른 송전탑에 설치된 천막은 좁고 불안정했다. 천막 벽에 붙어 있던 쌍용차 관련 신문 기사들, 한 전 위원장의 동상 걸린 발에 신겨 있던 분홍색 수면양말, 힘차게 말하던 도중에도 스치듯 지나가던 굳은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한 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쌍용차 갈등을 해결해 대통합 정치의 첫발을 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71일을 송전탑 위에서 지낸 그는 지금 감옥 속에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바닥과 벽, 비닐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바람. 딛고 있을 단단한 땅이 없다는 데서 오는 아득함. 그런 풍경은 내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새벽 찬 공기 속에 남 몰래 송전탑을 올랐던 해고자들이 느꼈던 분노와 좌절감에 대해서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고작 몇 시간을 그곳에 머물렀던 나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이 떠오른 건 김지은씨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하기 위해 JTBC 뉴스룸에 나온 김씨의 모습은 훅 불면 꺼져버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그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뉴스룸으로 나왔다고 했다.

어쩌다 JTBC 뉴스룸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었을까. 김씨가 뉴스룸에 나오기까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직장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안 전 지사는 ‘미투 운동’을 언급하며 미안하다고 한 그날에도 성폭력을 저질렀다. 김씨를 구제할 시스템은 그곳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뉴스룸에 나오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성폭력을 처벌하고 막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억울함을 더 이상 호소할 곳이 없어 하늘에 오른다. 망루는 그들에게 허용된 마지막 싸움터다. 성폭력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법체계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폭로를 택한다. 망루에 오른 노동자들에게 불법점거, 업무방해 등의 압박이 가해지듯 성폭력 피해자들 역시 무고와 명예훼손 압박에 시달린다. ‘꽃뱀’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2차 가해가 이뤄진다. 김씨 역시 ‘합의한 관계이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폭로’라는 소문이 퍼지며 2차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그 길을 택하면 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끔찍한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내 삶이 갈가리 찢길 테고, 내 생활의 모든 것이 사람들 앞에 낱낱이 드러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건은 피해자가 이기기 가장 힘든 종류라고 했습니다.” 미국 몬태나 대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르포르타주 <미줄라>에서 피해자가 변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지금 성폭력 폭로라는 망루에 오른 피해자들이 맞딱뜨린 풍경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이 서 보지 못한 곳의 풍경을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이 선 곳의 풍경이 어떤 지를 짐작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는 여성으로서 겪은 성차별, 성폭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해고자·성소수자·이주민들의 고통은 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을 오롯이 들어야 하며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와 고통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면 ‘합의’니 ‘의도’니 함부로 말하길 멈춰야 한다.

노동자들이 망루에 오르는 것을 막는 방법은 하나다. 부당한 노동권 침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태로운 성폭력 폭로를 멈추는 방법은 단 하나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감수한 폭로를 하지 않고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성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미투 운동’은 저 너머로 가기 위한 과정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성공한 고공농성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309일간의 싸움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에 오른 그는 두 발로 걸어서, 양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땅으로 내려왔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씨를 비롯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만의 망루에 올라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안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성폭력을 방지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말이다. 나는 눈감지 않겠다.

<이영경 토요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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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청와대가 19일 밝혔다. 당초 21일 발의하기로 했으나 “야당과 합의해 개헌안을 마련할 시간을 달라”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닷새 늦춘 것이다. 대신 청와대는 개헌 발의에 앞서 20일부터 개헌안 내용을 차례로 공개해 시민의 이해를 높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개헌 발의일을 못 박은 데 이어 개헌안 공개로 여론몰이하면서 국회를 다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날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났지만 개헌 시기와 방향을 놓고 공방만 벌이고 헤어졌다.

청와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개정안을 26일 발의할 수 있게 준비에 만전 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개헌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동시개헌 약속을 뒤집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개헌 주도는 관제개헌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자신의 개헌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정부 형태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된다. 최근 한국당은 대통령 권한을 줄이기 위해 총리 국회 임명제를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총리 임명’은 이원집정부제 내지 의원내각제를 의미한다. 여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도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여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던져 개헌 시간을 늦추려는 심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개헌 합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한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한국당의 개헌 의지가 확인되면 개헌 내용과 시기에 대한 여야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당은 꿀 먹은 벙어리다. 어떻게든 개헌 시한만 넘기고 보자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개헌한다면서 실제로는 개헌을 막아서는 한국당의 이중적 태도에 신물이 난다.

개헌이 무산되면 문 대통령은 국회가 주도해야 할 개헌을 이용해 야당을 압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하지만 한국당이 받아야 할 비판은 그 이상이다. 개헌 저지선 확보 의석을 앞세워 개헌을 무산시킨 주범이라는 비난에 직면해야 한다. 이래서는 6월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상당기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한국당은 개헌 일정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버리고 개헌에 적극 응해야 한다. 한국당은 남은 1주일 내에 개헌안을 내놓고 나아가 선거구제 개편을 약속함으로써 개헌에 합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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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개헌

미투 운동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해석 투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늘 크고 작은 성 관련 추문으로 시끄러웠던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신이 나서 좌파의 성문화가 원래 문란하다고 조롱하고, 가끔 여성혐오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김어준은 거봐란 듯이 ‘공작’ 운운하며 맞불을 놓는다. 모두 헛소리다. 그런 언설들 자체가 지금 미투 운동이 일어나게 된 중요한 배경을 보여줄 뿐이다. 고은 시인이나 연극연출가 이윤택, 특히 안희정 전 지사의 범죄적 행각에 대한 고발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도덕적 이중성이 진보진영 전반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연하다. 그러나 어딘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번 사태는 진보진영 전반의 어떤 은폐된 흉상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많은 피해자의 폭로와 고발을 들으면서 문제가 단지 진보를 자처하는 몇몇 예술가나 정치인 개개인의 왜곡된 성의식이나 그에 따른 범죄적 행각이 아님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문제는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남녀 사이의 권력 불균형과 어떤 사회문화적 무의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여성혐오가 낳은 구조적 불의다. 이번에 확인된 것은 사회적 불의에 맞선다는 많은 진보인사들이, 단순히 그러한 불의에 둔감했다는 정도를 넘어, 심지어 그 중요한 일부를 함께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진보이기를 자처해 온 모든 이들, 특히 남성들이 부끄러워하면서 그동안의 진보정치와 문화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을 일이다.

지금의 미투 운동은 1987년 6월항쟁 이후에 일어났던 이른바 ‘노동자대투쟁’에 비견될 수 있다. 이 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주변에만 머물러 있던 노동자들은 미흡하나마 얼마간의 분배정의를 실현할 수 있었고, 또 우리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었다. 이제 지금까지 사회적 약소자로 머물러 있던 여성들이 억압을 떨치고 일어나 견디기 힘들었던 슬픔과 아픔을 고발하며 정의를 세우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더 ‘깊은 민주주의’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데 대한 엄숙한 지상명령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치적 지배의 형식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평등한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다. 그런 사람들이 공동의 틀 안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함께 문제를 처리하면서 살아가는 모습과 방식 그 자체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그런 인간적 삶의 양식 속에서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좁은 의미의 정치적·제도적 차원에만 신경을 썼을 뿐, 이 일상적 삶의 양식의 인간적 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미투 운동은 우리의 일상적 생활세계가 여성 같은 사회적 약소자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무시하는 문화적 악습에 여전히 심각하게 침윤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주었다.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은 이제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의 인성은 물론이고 일상적 수준의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교류 방식, 나아가 문화적, 도덕적 가치의 문제로도 향해야 한다. 우리의 생활세계를 인간화하고 일상적 삶의 문화를 민주화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여성에 대한 억압은 결코 무슨 진화적 필연성의 결과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성차별 문화를 만들어냈던 조선의 유교화 과정을 생각해 보라. 그 과정은 단숨에 이뤄지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성공을 거두지도 않았다. 여성 지위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왔던 그 유교화 과정은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리고 향약을 비롯한 다차원적인 교화 장치를 통해 사람들의 일상적 삶 전체를 포섭했다. 삼강오륜의 도덕과 음양론이라는 형이상학적 지지대도 동원했다. 지금 우리는 그 과정의 힘이 얼마나 심대하고 강고한지 처절하게 깨닫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그만큼 끈질기고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데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된다. 그런 게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그런 개혁은 언제나 문화적 혁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개혁은 문화개혁이 표현되는 구체적 방식이자 결과가 되어야만 튼실하고 온전할 수 있다. 미투 운동 덕분에 우리는 촛불혁명이 적폐청산이나 개헌을 넘어 여성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약소자들의 인간적 존엄성이 존중되는 민주적 생활세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더 깊은 수준의 과제도 갖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장은주 | 와이즈유(영산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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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첫 업무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국가재난 수준의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도 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고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며 고용 대책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12월에는 청년실업률 9.9%, 체감실업률 22.7%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일자리 100일 플랜의 핵심이었던 공공일자리부문 81만개 창출 정책 때문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한 청년들이 경제활동인구로 지표에 잡히기 시작하면서 실업률이 도리어 급증한 듯하다. 그래서 지난 15일에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욱 유심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구직자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형식으로 실업 부조를 확대하겠다는 점,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 시도했다는 점,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일하는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점, 앞으로도 계속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채용 비리 대비책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겠다는 점 등 이전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방향과 기조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고용 창출에 집중한 나머지 고용안전망 확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대책이라 함은 새로운 일자리와 더불어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일자리 수가 부족하다면 늘리는 것이 급선무지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포기하며 성취해낼 것이 아니다. 양극화된 일터 속 청년 당사자의 삶에 대한 증언에 귀를 기울여 일터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겨우 취직한 직장이 수당 없는 야근, 예고 없는 특근 등으로 내 삶을 지속가능하지 않게 한다면 그런 일자리는 만들어지나 마나이다.

더군다나 신규 고용지원금 지급, 고용증대 세제 확대와 같이 청년 채용의 역량과 지원을 기업에만 맡기고 있다. 청년을 채용하는 일에 의무를 지우지 않은 채 세제 감면 등의 단기적 보상과 같은 방식으로 고용 창출을 유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간 한정의 혜택을 받기 위해 계약직 청년이 양산될까 우려스럽다. 나아가 일을 하는 청년 당사자가 아닌 기업에만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법은 정책 효용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창업은 산업 육성을 위해 장려되어야 하는 것이지 일자리 대책 방안으로 논의될 수 없다. 2015년 기준 창업 후 3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은 약 3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창업하기 쉬운 환경 이전에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중장기적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 조치를 처방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속도가 더디더라도 방향과 토대를 제대로 마련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교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기본법 제정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확대해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업으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이번 대책과 그로 인한 이른 추경 예산이 청년의 삶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면 보다 더 확실한 언명을 내리길 바란다. 이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만 청년 정책을 설계하지 않겠다고. 함께할 동료시민으로서의 청년을 위해 노동을 혁신하겠다고.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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