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275건

  1. 2018.12.10 [정동칼럼]법관 탄핵
  2. 2018.12.10 [사설]끝내 ‘유치원 개혁’ 법안 발목 잡은 한국당의 농단
  3. 2018.12.10 [사설]밀실에서 ‘예산 잔치’ 벌인 여야 실세들, 부끄럽지 않은가
  4. 2018.12.10 [사설]예산안 처리한 국회, 이제 선거제 개혁에 전력해야
  5. 2018.12.07 [편집국에서]‘개포 정부’라는 주홍글씨
  6. 2018.12.07 [사설]서울교육청 실태조사 받게 된 한유총, 자승자박이다
  7. 2018.12.06 유치원 사용보고서
  8. 2018.12.06 [사설]한국당의 ‘박근혜 석방 결의안’ 추진 논의 후안무치하다
  9. 2018.12.06 [사설]청와대 기강 해이에 대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
  10. 2018.12.05 [사설]‘사법농단 연루’ 법관 징계, 왜 자꾸 미뤄지나
  11. 2018.12.05 [서민의 어쩌면]세금을 아끼려면
  12. 2018.12.04 [기고]‘돌봄 예산’ 없애겠다는 정치인
  13. 2018.12.04 선거제도 개혁 ‘시민배심’으로 풀자
  14. 2018.12.04 [사설]전직 대법관 첫 영장 청구, 법원은 법과 원칙 따라 판단하라
  15. 2018.12.04 [사설]또 시한 넘긴 예산안, 밀실·졸속 심사는 안 되도록
  16. 2018.12.03 [사설]도대체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17. 2018.11.30 [사설]대통령 지지율 50% 붕괴에 담긴 ‘민심의 경고’ 새겨야
  18. 2018.11.29 [사설]또 시간끌기로 ‘유치원 3법’ 발목 잡은 자유한국당
  19. 2018.11.29 [사설]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약하고 자꾸 딴소리하는 여당
  20. 2018.11.29 [사설]한국당 의원들의 강원랜드 자금 수수 의혹, 철저 규명해야

2009년 11월6일 민주당과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소속 국회의원 105명은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시위 사건들을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몰아주기식 재판 배당을 하고, 촛불재판을 하던 단독판사들에게 사실상 유죄판결을 내리도록 간섭해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던 신영철 당시 대법관이 소추대상자였다. 하지만 이 탄핵소추안에 대해 당시 여당이 표결을 거부했고,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되지 않으면 자동폐기토록 규정한 국회법에 따라 며칠 후 이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9년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법관 탄핵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우리 헌법 제65조는 법관을 포함해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집행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의해 파면될 수 있게 한다. 외국에서는 이 중 ‘법관 탄핵’이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연방대법관을 15차례 탄핵소추했고 그중 8명이 파면되었다. 대통령 탄핵이 성사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에서는 9명의 판사들이 탄핵소추되어 7명이 파면되었다.

외국에서 법관 탄핵이 이처럼 활발히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헌법 제106조는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여 법관에게 두터운 신분보장을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 민주국가들에서는 법관들이 소신 있는 독립된 재판을 하게 하기 위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규정들을 헌법이나 법률에 둔다. 그런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러한 두터운 신분보장 규정에 의해 비리법관들까지 잘 걸러낼 수 없게 되는 점을 감안해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사법부나 법관직을 성역시하는 인식이 있어 왔고, 이런 이유로 한 번도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다. 어쩌면 비리법관을 걸러내기 위해 진작 활용했어야 할 법관 탄핵을 활용하지 않은 것이 오늘과 같은 엄청난 위헌적 사법농단 사태를 자초한 한 원인일 수 있다. 법관이라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탄핵을 통한 제대로 된 견제가 부족했던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미 사법농단과 관련해 법관으로서의 중대한 위헌행위의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자문한 행위”는 사법부가 행정부로부터 철저히 분리 독립하여 행정부의 권한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삼권분립원리에 위반된다. 둘째, “일선 재판부에 특정한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행위”는 법관이 오직 헌법,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하게 한 헌법상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 그 외에도 현직 법관들이 동료 법관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며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게 사실이라면 헌법상의 ‘법관 독립’을 재차 침해한 것이 된다.

세 차례에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만으로도 이미 탄핵에 필요한 위의 위헌행위들은 상당부분 드러나 있다. 직무상 위헌행위를 해 탄핵사유에 해당하는데도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형사재판과 징계책임을 묻는 탄핵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예에서 보았듯이 별개의 절차이다. 법관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탄핵소추가 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만 되어도 그 법관은 직무집행이 정지된다. 몇 년을 끌 수도 있는 형사재판에만 맡겨두어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 그 법관을 재판업무에서 배제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의한 징계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법관에 대한 징계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파면이 아니라 ‘정직 1년’이 가장 중징계다. 사법농단으로 징계를 받는다하더라도 최장 1년 후에는 다시 판사로 복귀해 재판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에 법관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에서 직무상 위헌행위를 했다는 탄핵결정이 내려졌다면 지금 상황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요즘 가끔 해본다. 그때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 재발방지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온 것은 아닐까? 이번에는 국회가 제대로 나서야 한다. 역사에서 배워야 발전이 있다.

<임지봉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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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주 내내 법안 협의를 이어갔지만,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유치원 3법’에 제시된 회계 관리 방식과 처벌조항을 걸고넘어지면서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유치원 개혁법을 무력화시킨 한국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7일 새해 예산안과 ‘유치원 3법’ 등 막판 쟁점 타결을 위해 회동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10월 초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개하자 유치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셌다. 박 의원은 곧바로 ‘박용진 3법’으로 불리는 ‘유치원 3법’을 발의했다. 유치원 운영비 통합 관리, 정부 지원금의 보조금 변경, 교육비 부정 사용 시 처벌 등이 골자였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국민은 80% 이상이 지지를 보냈다. 처음에는 한국당도 ‘박용진 3법’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법안에 강력 반발하자 이들의 눈치를 보던 한국당이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급기야 한국당은 자체 법안을 제시하며 ‘박용진 3법’과 병합심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회계관리 방식과 처벌 규정을 놓고 팽팽히 맞서며 합의를 보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이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한국당은 이마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한국당이 제시한 법안은 유아 교육의 진정성이나 유치원의 공공성과 거리가 멀었다. 한국당은 법안 협의 과정에서 ‘박용진 3법’을 공격하고 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들의 법안은 시간끌기용이자 방탄용이었다. 한국당에는 국민 여론보다 한유총의 이해가 먼저였다. 한국당은 ‘유치원 3법’의 국회 처리를 무산시켜 놓고도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 개혁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학부모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유치원 3법’ 개정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임시국회를 통한 연내 처리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의 자체가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해를 넘기면 더 어려워진다. 문제는 한국당의 태도다. 한국당이 한유총에 대한 변호를 고집하는 한 유치원 개혁은 불가능하다. 한국당은 한유총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길 바란다. 그리고 여론의 바람대로 ‘유치원 3법’ 통과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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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과 졸속 심사로 얼룩지고, 법정시한을 넘긴 건 물론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된 오명을 남긴 채 새해 예산안이 지난 8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애초 정부안보다 9000억원 순감된 469조6000억원 규모다. 확연히 대비되는 예산 증감 항목이 있다. ‘복지·보건·고용’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줄어든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3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전년 대비 SOC 예산이 증가한 것은 4년 만이다. 어렵게 자리 잡은 토목 예산의 축소 기조마저 뒤집힌 꼴이다. 일자리 예산이나 복지예산을 줄여 생긴 감액분을 주로 힘 있는 의원들의 지역 토목 예산을 챙기는 데 써먹은 결과다.

파행과 몸싸움 속 ‘지각 처리’ 와중에도 여야 실세 의원들의 탐욕은 맹렬했다. 지역구 민원 예산을 무더기로 증액하는 것은 물론 정부 예산안에 없던 항목을 새로 만들면서까지 잇속을 챙겼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지역구인 세종시에는 국립세종수목원 예산만 정부안보다 253억원 늘었다. 예산안 합의의 당사자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역구인 강서을의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을 챙겼다. 졸속 예산 심사의 주역인 국회 예산결산특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예결위원장인 한국당 안상수 의원 지역구에서는 해양박물관 건립 예산 16억원 등 46억원이 증액됐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지역구 도로 개설 예산에서만 정부안보다 20억원이 늘었고,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예산에서 80억원을 더 챙겼다. 이외에도 정부안에서 증액하거나 사업을 신설해 수십억~수백억원의 ‘쪽지 예산’을 챙긴 여야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매년 밀실 심사에서 여야의 예산 나눠먹기와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남발해 왔다. 민주당과 한국당끼리만 예산안을 처리한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특히나 여야 실세들을 필두로 그들만의 ‘예산 잔치’가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뒤 닷새 동안에 몰래,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욕심은 많고 무자비한” 그야말로 ‘대욕비도(大慾非道)’했다. 엄중한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지역구 선심성 예산 놀음에 악용하는 적폐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공무원 봉급 인상률에 맞춘 1.8%의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두고도 비난과 항의가 빗발치는 이유를 정녕 모르는지, 또다시 ‘예산 농단’을 벌인 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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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긴 지 6일 만이다. 정부안(470조5000억원)보다 1조원 삭감되기는 했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이 지급된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다시 확대 조정됐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다 막판에 졸속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해묵은 관행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여야는 비공식회의를 통해 ‘깜깜이심사’를 진행했고, 너도나도 지역예산을 끼워넣은 ‘쪽지예산’이 또 쏟아졌다. 볼썽사나운 제 몫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던 셈이다. 쟁점법안 처리를 미루다 회기 종료 직전에 200여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법안 밀어내기’의 구태도 여전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원내 제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밀실협상으로 예산안을 밀어붙인 결과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선거제를 뺀 예산안 합의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거대 양당이 예산을 야합하고 정치개혁을 짓밟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항의 단식에 들어갔다. 거대 양당 간의 밀실거래는 지난 총선에서 형성된 다당제의 시대적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비록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반쪽 처리’라는 오점을 남겼고 협치의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야 3당이 선거제를 예산안과 연계한 것은 분명 무리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혁을 견인할 다른 방법이 없는 소수당의 입장에선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이제 양당이 눈앞의 급한 불인 예산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선거제 개혁은 또다시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누구보다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현행 선거제도가 표심과 의석수가 불일치함으로써 민의가 왜곡되는 불완전한 제도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선거제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시민과 약속했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수당에 불리할 것이란 셈법에 빠져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고착화시키는 선거제도를 혁신해 유권자 의사가 정확하게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시민의 여망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양당은 하루빨리 선거제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고 야 3당과 선거제 개혁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예산안 통과가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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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2년차 끝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끝 모르던 고공지지율은 어느새 50% 선도 무너졌다. 원인이 된 경제 부진은 좀체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내던 한반도 평화 바퀴도 멈칫거리며 위태하다. 바람은 사납고, 하늘엔 눈폭풍을 머금은 먹구름마저 보인다.

지지율보다 심각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태도들이다. 지난 1일 3년 만에 열린 대규모 민중대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진보 성향 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조소한다. 한국당부터 민주노총 등까지 ‘개포(개혁 포기) 정부’로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약점을 보인 맹수와도 같다.

 ‘청와대는 무능하고, 정부는 일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기로 버텨온 시간들이 종착점에 다다랐다고도 한다.

 물론 다 동의하긴 어렵다. 국정은 한두 가지 관점만으로 재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 권력에 대한 판단도 상이하다. 청와대 의지가 모든 일의 관건으로 보는 게 통념이지만, 한국정치 구조에서 국회 뒷받침 없이는 ‘고립된 권력’일 뿐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당장 ‘재판 거래’ 의혹 등 선을 넘은 농단에도 사법개혁은 한걸음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개혁 포기 비판은 재벌·관료·법조·언론 등 이 나라 상부 권력의 강고함을 모르고 쉽게 하는 순진한 이야기”(여권 관계자)라는 항변도 나온다.

 ‘개포 정부’ 비판이 일정 부분 정치적 수사라 하더라도 께름칙함은 남는다. 인사·노동 정책 등의 ‘무능’ 진단을 전면 부정키 어렵거니와 무엇보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무력함 때문이다. 취임 초기 ‘100일 작전’처럼 관료들을 몰아치고, 포퓰리즘 소리를 듣더라도 현장으로 달려가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청신한 기상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누적된 피로와 그 부산물인 ‘현실과 타협’이란 불온함이 배회한다.

 어떤 정부든 미래세대와 국가·사회의 전진을 위해 뚫고 나가야 할 몫이 있다. 그것을 두고 ‘개혁’이라고 한다. 보수·진보와 무관하다. 다만 개혁에도 방법상 층위는 있다. 혁명이든 개혁이든 ‘현실과의 조응’이란 거대한 숙제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개혁은 현실의 제도를 바꾸든가, 아니면 그런 제도 변화를 ‘당연한 미래’로 우리 사회 지향점을 고정시키든가, 그도 아니면 그 방향으로 의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건설 중인 원전 중단에는 실패했지만 공론화위 방식을 통해 탈원전 원칙을 합의해낸 것은 두번째 단계 어름은 될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당장 사회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선한 명분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세 가지 층위는 개혁이 현실과 조응하는 과정이다. 타협은 이 세 범주에 미치지 못하고 멈춰서는 것이다. 그것이 ‘개포 정부’의 길이다.

 그 점에서 지금 문재인 정부는 과연 충분한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현실에 대한 조응과 타협이 구분되지 않는 것으로 비치는 부분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포용적 성장론’으로 강하게 붙들고 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준비 부족’ 의혹에 전체가 공격받는 상황에 몰렸다. 실수에 대해선 솔직히 성찰하고 보완책과 함께 우리 사회 미래로 설득해야 했지만, 조치는 불협화음을 낸 경제 투톱을 교체한 것뿐 어떤 실패에 대한 교정인지도 명확지 않다. 공론화위로 미뤘던 대입제도 개편안은 결론 없이 되돌아오면서 교육 무능의 상징이 됐다. 재벌 개혁은 ‘실종’인지 아닌지조차 설명이 없다. 모두 정부가 어려움을 설득하기보다 우회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 점에서 지금 위기는 ‘실력과 용기의 위기’이기도 하다.

 ‘위기의 겨울’에 맞닥뜨려 문재인 정부는 국정 전열의 정비를 요구받고 있다. 어떤 정부든 개혁이 체계적이기 위해선 권력의 공고화가 필수적이다. 권력을 더 움켜지는 것이 아니라 폭을 넓혀야만 이룰 수 있다. 국회 다수 확보를 위한 협치·연정과 같은 현실적·정치적 수단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론 선거제 개편부터 개헌까지 현재의 정치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적폐청산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사회 개혁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각 과제들의 현실적 목표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을 민심과 지지층을 향해 설명하고 끊임없는 소통으로 공고히 해야 한다.

 현실과의 조응에 실패한 ‘정치권력’이 갈 길은 두 가지뿐이다. 역대 정권의 3년차 현상들처럼 ‘역사와 대화하는 대통령’으로 현실의 소통과 더욱 멀어지거나, 아니면 온전히 현실에 매몰되는 것뿐이다. 어느 쪽이든 촛불이 이룬 이 역사적 시점을 “그저 관청의 이름이 바뀔 뿐”(무라카미 하루키 &lt;노르웨이의 숲&gt;)과 같은 회의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는 진보했는가’라는 질문을 숙명처럼 진 정부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점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의 가치를 대의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잇고 넘어서야 할 운명적 과제 때문이다. ‘개포 정부’의 주홍글씨를 꼭 지워내야 하는 이유다.

<김광호 정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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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설립허가 취소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한 설립 허가 및 취소 권한을 갖고 있는 관리감독기관이다. 지난 10월 사립유치원 비리 공개 이후 교육부는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개별 감사에 나섰으나 한유총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이번에 교육청이 칼을 빼든 것은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적폐와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리를 방조하는 의혹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전국 사립유치원의 70%가 넘는 3000여곳을 회원으로 둔 최대 유치원연합회이다. 그러나 한유총의 최근 모습은 공공성을 띤 유아교육을 이끌어가는 유치원 단체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 10월1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국의 비리 사립유치원 1878곳의 명단을 공개하자 한유총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교육자 및 학부모 총궐기 대회’에 회원 유치원들의 참여 인원을 할당하는 등 동원 의혹을 샀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도록 회원들을 유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유총은 이들 행위가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집단행동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치원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이때, 비리 유치원들을 비호하는 한유총에 대해 일고 있는 의혹들은 정확히 따질 필요가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 3법’ 병합심사를 앞둔 지난달 말 한유총은 비대위원회 명의로 영남지역 산하 분회 소속 유치원들에 자유한국당 이모 의원에게 후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비대위는 회원 유치원들에 각 20만~100만원씩을 책정했고, 실제 일부 유치원은 해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유총은 내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참여하는 카톡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이름과 계좌를 명시해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유총이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막고자 ‘쪼개기 후원’을 시도한 정황들이다. 이 또한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유치원 비리가 공개된 이후 개혁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유치원 3법이 발목을 잡히는 등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반개혁의 중심에는 한유총과 그들의 이해를 대변해온 한국당이 있다. 교육청의 실태조사 방침은 민심을 외면한 한유총이 부른 자승자박이다. 한유총은 교육청의 실태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그리고 유치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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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같이 들려오는 사립유치원 관련 소식은 잊고 지냈던 그 시절, ‘내 경우는 어땠지’ 하고 기억을 더듬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에 관한 한 온 국민이 전문가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시기가 지나면 급속도로 무관심해진다.

외향적 성격의 큰아이는 갑작스레 유치원에 가게 된 경우였다. 어린이집 겨울방학이 끝난 후부터 아이는 어린이집이 지겹다고 토로했다. 규모가 작고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일시적 투정인지 판단이 안돼 당시 안면 있는 청소년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유치원에 보내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누리과정 시행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 과정에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으로 나뉘던 때였다. 새 학기가 한 달도 채 안 남은 때라 부랴부랴 시장조사에 나섰는데 당시 살던 동네에선 ‘엄마 마음’에 드는 유치원을 찾기 힘들었다.

공립은 7세반뿐이었고, 근처 사립유치원은 실내수영장까지 갖춘 시설을 자랑했지만 동네 엄마들 평이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다. 최근 보도를 보고서야 이곳이 규모상 서울시내 톱10 안에 들어가는 유치원인 걸 알게 됐다. 결국 큰아이는 이웃 동네의 자그마한 사립유치원에 가게 됐다. 유치원은 낡은 시골 학교 분위기를 풍겼는데 원비가 저렴했고, 아이들을 많이 뛰어놀게 했다.

아이가 졸업반이 되던 해 누리과정이 시행됐다. 그리고 유치원에선 방과후 수업 중단을 통보했다. 유료 수업인 방과후 활동이 지속될 경우 누리과정으로 인한 원비 하락 효과가 사실상 체감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방과후 수업 중단을 ‘권고’했는데 유치원은 이를 따르겠다고 알려왔다. 좋아하는 건축 수업을 더 이상 못 듣게 된 아이는 실망했다. 그러나 주변 어느 유치원도 누리과정 때문에 방과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들은 바가 없어 부모로선 유치원의 교육방식에 신뢰를 더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립유치원 단체 주장처럼 유치원이 마냥 ‘개인사업자’라면 추가 수입원이 되는 방과후 수업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동네로 이사오면서 작은아이의 선택지는 큰아이 때보다 넓어졌다. 하원시간이 이르고, 셔틀을 운영하지 않는 공립 병설은 직장맘 입장에서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못됐다. 대신 아파트 단지마다 큰 규모의 사립유치원이 하나씩 있었다.

누리과정 여파로 입학 경쟁이 치열해져 공 뽑기 추첨을 이때 처음 경험했다. 남편과 일정을 나눠 총 3곳에 넣었고, 다행히 그중 한 유치원에 당첨됐다. 둘째아이 유치원은 큰아이가 다니던 곳에 비하면 규모가 크고, 바이올린 수업을 하는 등 세련된 이미지가 강했다. 원비는 그만큼 비쌌다. 방과후 수업도 큰아이 때는 몰랐던, 이를테면 ‘영재두뇌 만들기’와 같은 엄마 마음을 교묘하게 읽는 종류들이 존재했다.

작은애는 해외연수 가는 엄마를 따라 미국에서도 유치원을 다녔다. 한국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과 같은 형태로 매일 아침 7시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갔다가 오후 3시가 다 돼 돌아왔다. 큰 틀에선 초등학교와 다름없었다. 30분 낮잠 시간이 있고, 초등생과 달리 부모 초청행사가 많다는 점 등이 다를 뿐이었다. 부모 입장에선 공립이라 무료고, 학교 내에 있어 안심되는 측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 작은아이에게 어느 유치원이 더 좋았냐고 물었다. 아이는 눈을 찡긋하더니 즉시 대답하지 못했다. 둘 다 좋은 점이 다르단다. 미국 유치원은 놀이시간이 많아서 좋았고, 한국 유치원은 재밌는 활동이 많았다고 했다. 아이의 말이 맞을 것이다. 유치원이 공립이든, 사립이든, 미국 유치원이든, 한국 유치원이든 아이들을 위하는 유치원이라면 어디든 좋지 않겠는가. 유치원이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어른들의 이전투구판이 된 듯해 씁쓸하다.

<문주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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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상식과 도의를 거론하기도 낯 뜨거울 만큼 무도한 짓거리다. 자유한국당의 친박계와 비박계 핵심 의원들이 모여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 결의안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사법 당국에 요구하는 결의안 발의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비박계 김무성·권성동 의원과 친박계 홍문종·윤상현 의원이 만나 계파 갈등을 종식시킬 방안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재판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누구 멋대로 ‘석방’ 운운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유린하고,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든 국정농단 범죄를 저질러 사법적 단죄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방’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석방’을 계파 권력투쟁, 당내 선거의 정치적 거래물로 활용하려는 작태가 가증스럽다. 설령 시늉일지라도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사과했던 그 알량한 염치조차 저버린 행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6일 (출처:경향신문DB)

‘국정농단’ 1심에서 징역 24년,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박근혜가 누구인가. 재판부의 판결문을 돌려보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했고 그 결과 국정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왔으며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게 됐다. 그 주된 책임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방기한 피고인에게 있다.” 섣부른 ‘박근혜 석방·사면’을 운위해서는 안되는 이유도 판결문에 들어 있다.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박 전 대통령은 여태껏 반성은커녕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태극기부대 등 친박계 단체들에 이어 공당인 한국당에서 ‘석방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뼈아프게 져야 할 한국당에서 ‘박근혜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인적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그런 그들이 ‘박근혜 석방’을 운위하는 것 자체가 국기문란을 조장할 뿐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자에게 법의 온정과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추상같은 법의 심판이 흐트러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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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라는 요지의 지시를 했다. 이어 “대검 감찰본부의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청와대의 대처가 대체로 잘 이뤄졌다는 뜻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고강도 청와대 쇄신책을 낼 것이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미흡한 조치다. 매우 실망스럽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체코와 뉴질랜드 순방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왼쪽에서 네번째),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세번째) 등 마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수사관들의 일탈 행동이며,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민정수석실의 대처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단은 시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지인이 연루된 경찰 수사내용을 사적으로 캐물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어 골프접대, 셀프승진 시도 등 온갖 의혹이 꼬리를 물며 제기되고, 청와대 자체 감찰과정에서 이들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집단항명’ 사태를 일으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무엇 하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감반 전원 교체도 초유의 일이다. 한데도 청와대는 검경의 감찰결과를 지켜보자고만 할 뿐 쏟아지는 의혹에 함구로 일관해 왔다. 이렇게 파문이 커진 데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진상을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시인도 사과도 설명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참으로 안이한 대응이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건도 이런 느슨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압승 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이지 못하다면 국민의 바람과 중요한 과제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앞서 2월에는 ‘춘풍추상(春風秋霜·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을 언급하며 비서관실에 액자를 선물했다. 이 액자는 청와대 비서동인 여민관에 걸려있다. 문 대통령 말대로 현 정부는 출범 후 줄곧 과거 정권의 적폐·부정부패 청산에 주력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공직자 기강을 감시하고 기강을 다잡는 당사자들이 되레 기강을 문란케 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잘못은 드러내고 일벌백계해야 되풀이되지 않는다. 지금 시민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스스로에게 추상처럼 엄격한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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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 결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3일 징계가 청구된 고법 부장판사 4명, 지법 부장판사 7명, 평판사 2명 등 13명에 대해 3차 심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관징계위는 이달 중순 4차 심의기일을 열어 올해 안에 징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과 법률로 신분을 보장받는 법관에 대한 징계절차가 신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한 시점이 지난 6월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징계심의를 3차례나 진행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2월4일 (출처:경향신문DB)

법관징계위의 행태는 신중을 기하는 차원을 넘어 ‘고의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관 탄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법관징계법상 징계 결과는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비공식 루트를 통해 알려져온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의 명단이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추진하는 탄핵소추 대상 법관들의 윤곽도 드러난다. 징계가 확정되면 법관 탄핵 논의에 속도가 붙을까 두려워 징계절차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징계의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다. 법관에 대한 징계 조치는 정직·감봉·견책뿐이고, 정직에 처한다 해도 기한은 최대 1년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징계 시효가 3년으로 정해져 있어 2015년 6월 이전 의혹에 대해선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징계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사법농단은 전직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고 전직 대법관 2인이 구속 위기에 놓일 만큼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다. 그럼에도 이들의 손발 노릇을 한 법관들은 6개월째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 그사이 주권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사법적·사회적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는 진행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탄핵만 기다리며,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법관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법원은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해 엄정한 징계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징계로 어물쩍 넘어가거나 탄핵 대비용 ‘면죄부’를 줄 생각은 아예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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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천안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려면 남천안 IC를 타야 한다. 그때마다 천안야구장이 눈에 들어온다. 애써 안 보려고 해봤자 소용이 없다. 부지는 넓은데 이용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보니 금방 눈에 띈다. 비라도 내리면 운동장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생긴다. 처음 천안야구장을 봤을 땐 건물을 지으려고 땅을 다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완공된 야구장이라고 해서 기절할 뻔했다. 천안지역에도 야구동우회가 170여개나 되다 보니 운동장이 모자란 편인데도, 천안야구장을 이용하는 팀이 거의 없다시피한 이유다. 이 야구장을 짓는 데 든 비용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780억원이다. 이 정도면 프로야구팀 경기장을 지을 수도 있는 돈. 아니 잔디는커녕 누런 흙에 줄만 그어 놓은 야구장에 무슨 돈이 그렇게 들었을까? 알고 보니 공사비는 얼마 안 되고 대부분의 돈이 토지보상비로 쓰였다고 했다. 더 어이없는 일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 원래 야산이었던 그 땅이 갑자기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되면서 땅값이 치솟았으며, 덕분에 별반 돈이 안 되는 땅을 갖고 있던 땅주인이 일약 부동산재벌이 됐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이렇게 하냐 싶겠지만, 그 땅주인이 성무용 전 천안시장의 지인이고, 성 전 시장이 줄기차게 야구장 건립을 밀어붙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모든 게 다 이해될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런 사람을 처벌하라고 있는 게 법이니만큼, 검찰수사가 시작됐을 때 사람들은 성 전 시장이 최소 구속될 줄 알았다. 여기에 대해 성 전 시장은 이렇게 항변했다. “천안시민을 위해 한 일이다.” 그 땅주인도 천안시민이니 틀린 말은 아닌데, 이 말이 판사마저 설복시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줄은 미처 몰랐다. 판사의 말을 좀 들어보자. “피고인이 야구장 건립으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고 부지 선정과 이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또는 그 대가로 토지주 등으로부터 부정한 이득을 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러니까 땅주인에게 돈을 몰아줬을 뿐 성 전 시장 자신은 아무런 이득을 취하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는 얘기다. 이것 역시 틀린 말은 아닌데, 성 전 시장과 판사가 맞는 말 대잔치를 벌이는 사이, 천안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국고 780억원은 끝내 사라지고 말았다. 예산 1조원을 겨우 넘는 천안시의 재정을 감안하면 그 돈이 너무도 아깝다.

이게 이미 지나간 일이라 되돌릴 수 없다면, 다른 돈이라도 좀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11월, 한 언론은 문 대통령의 팬카페인 ‘문팬’의 카페지기 박모씨가 올해 2월 코레일유통 비상임이사가 됐다고 보도했다. 원래 코레일유통이 비상임이사를 모집하면서 내건 자격조건은 ‘유통분야 전문가’였지만, 박모씨의 경력은 입시학원 상담실장이 고작이었다. 그런가 하면 문 대통령이 대표 변호사를 지낸 법무법인의 사무장이던 송모씨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GKL의 상임이사가 됐다. GKL은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 하지만 송모씨에겐 관광산업 종사 이력이 전혀 없었다. 두 건 모두 낙하산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했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정치에 있어 논공행상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죠. 생업 포기하고 후보 당선을 위해 뛰었는데 백수로 살라는 건 너무하잖아요?” “모든 나라에서 정권이 바뀌면 주요 인사가 물갈이되는 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외이사는 원래 전문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꼭 경험이 있어야 하나? 도덕성도 중요한 경력이다.” “사람 경영하는데 보은인사가 절대 빠질 수 없죠.” “이명박, 박근혜 때는 낙하산 없었어요? 뭐가 문제인지?”

도덕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마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낙하산이라는 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게 현실이라면, 정권을 빼앗겼을 때 낙하산을 욕하는 위선을 저지르는 대신 우리의 세금을 좀 더 아끼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코레일유통의 비상임이사는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이사회 회의에만 참석하는데, 회의시간은 한 회당 평균 50분 정도다. 12번 모두 참석해도 600분이 고작이다. 일년에 10시간 남짓 일하면서 1700만원을 받는 건 지나치다. 전문성이 거의 필요 없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비상임이사에게 그 4분의 1만 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한다면 이후 그 자리에 누가 가든지 낙하산으로 인해 국민이 받는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GKL 상임이사도 마찬가지다. 송씨가 받는 연봉은 1억1000만원, 회사에 큰 도움이 못될 것을 감안하면 많아 보인다. 상임이사의 연봉을 절반으로 깎으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낙하산이 주로 임명되는 공기업 이사 등 임직원의 연봉을 줄인다면, 의외로 많은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낙하산을 임명할 때 어차피 필요도 없는 ‘해당분야 경력’ 얘기는 빼자. 그 대신 ‘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애쓴 분’을 문구에 삽입하자. 낙하산 논란도 저절로 사라질 수 있게 말이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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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인천 서구의 미혼모시설에서 2년여 동안 강의했다. 강의 중 이따금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했더니 읽을 책이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궁리 끝에 ‘페친’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적게는 열아홉살, 많아야 스물다섯살밖에 안된 앳된 얼굴의 미혼모와 그들의 아기들이 읽을 책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불과 열흘 만에 무려 5000여권의 책이 답지했다. 원장 수녀님과 사회복지사는 깜짝 놀랐고, 그 놀람은 곧 한숨으로 이어졌다. 책을 곳이 마땅치 않고, 또 정리해둘 책장도 없다는 거였다.

또다시 천사들이 나타났다. 상인들로 구성된 수유시장도서관의 목공팀이 나서서 자재값도 안 받고 책장을 짜주었다. 공동체실은 순식간에 작은 도서관이 되었다. 기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의 때마다 빔 프로젝터의 부재가 아쉬웠던 나는 다시 페친들에게 호소했다. ‘1만원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순식간에 144만원이 모였다. 거기에 약간의 돈을 더 보태 빔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아이들은 좋아했다.

그러나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주위의 시선이나 편견, 외로움 따위의 감상적인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2년여간 강의하면서 아이들과 소풍 한번 가지 못했다. 이따금 계획을 세워보긴 했다.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가자거나, 호프집에서 회식 한번 하자거나, 등산 한번 해보자거나, 큰맘 먹고 1박2일로 동해안에 가보자는 둥. 그러나 단 한번도 실행하지 못했다. 매번 꿈만 꾸다 말았고 그럴 때마다 놀림과 힐난이 쏟아졌다. 나는 기꺼이 그들의 샌드백이 되어 주었다. 바보처럼 나는 그게 참 좋았다.

2주에 한 번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강의 때 원장 수녀님과 사회복지사들은 시쳇말로 슈퍼맨이 되어야 했다. 스무 명의 엄마들을 대신해서 스무 명의 아기들을 도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원장 수녀님이 참 대단하셨다. 조그만 체구였지만 아기 서넛은 거뜬히 돌보셨다. 업고 안고 먹이고, 얼르고, 기저귀 갈아주고…. 그 수녀님이 시설을 떠날 때 아이들은 참 많이 울었다고 한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나도 울었다.

지난 9월 순천도서관 강의 때 그 미혼모시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떠올라 강의하다 말고 펑펑 울었다. 시설에서 2년을 지내고 나면 의무적으로 나가야 한다. 월세보증금을 지원받아 나간 아이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아기를 맡길 데가 없다는 것.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구직을 포기하고 다시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 순서를 기다린다.

‘한부모 아이 돌봄 서비스’라는 게 생겼다기에 무척 반가웠다. 진작 그런 게 있었더라면 원장 수녀님 허리가 휘지도 않았을 테고, 1년에 한번이라도 아이들과 소풍 수업을 할 수 있었을 테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 생각했다.

엊그제 모 국회의원이 그 예산, 바로 그 돌봄 서비스 예산 61억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사람공동체의 무수한 가치와 덕목 중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아기를 낳는 건 한 엄마지만 그 아이를 온전히 기르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도대체 정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건가. 정치인은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최준영 | 거리의 인문학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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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데 대해서는 모든 정치 진영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어떤 제도로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는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비교적 쉽게 풀리나 했더니,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여 혼란스럽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이 개헌을 하겠다고 공약해 놓고는 제대로 논의도 않고 기회를 날려 버렸는데, 이러다간 선거법 개정도 물 건너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머뭇거릴 어떤 정당한 이유도 갖고 있지 못하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고 그 계승자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등장했던 여러 정부들과는 다른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 두 보수정부를 거치면서 자칫 다시 권위주의화의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던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손봐서 좀 더 성숙하고 정의로운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어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적폐청산도 좋고 한반도 평화체제도 더없이 소중한 성취이지만, 그 모두는 결국 우리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과제로 이어져야 한다. 선거제도의 개혁이야말로 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 일은 어쩌면 개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정치적 대표자를 선출할 때 모든 유권자들의 의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정의’의 문제다. 승자독식의 원리에 따르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낙선자를 지지한 많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를 그냥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는 불의한 제도다.

게다가 이 제도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지역주의라는 망국적인 정치적 병리를 낳은 주범이다. 사표(死票)가 없도록 하고 유권자들의 지지 정도와 국회 내 정당들의 의석 수를 최대한 일치하도록 하여 그러한 불의를 교정하고 병리를 치유해야 한다.

물론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를 해도 장애물이 많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부터 넘어서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 제도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서인지 중대선거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이 제도는 국회의원 정족수 300명을 그대로 두고서는 도입하기 쉽지 않은데, 여론은 의원 수 확대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가 대통령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 과연 가능할까?

우리 사회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재개 여부 문제 같은 첨예한 갈등 사안을 이른바 ‘시민참여단’을 통한 공론화 과정으로 해결해본 경험이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의 표본적 대표 시민들을 추첨의 방식으로 선발하여 공정하고 심도 있는 숙의를 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민배심(원)제’의 한국적 버전인데, 사실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이런 방식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정당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당리당략부터 앞세우기 마련인지라,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시민배심원들이 가장 공정하게 우리 정치공동체 전체를 위해 제일 좋은 안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진행된 공론화 과정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그런 문제해결 방식을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했다는 문제제기는 급소를 찌른다. 또 그 과정이 원자력 발전 문제는 어쨌든 비교적 수긍할 만하게 풀었지만,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시민참여단에 선택지들을 제시하며 해답을 요구한 사안이 적절한 공론화 대상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그런 비판들은 시민배심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의 민주적 정당성과 합리성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기보다는 보완할 지점들에 대한 지적이라고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하여 각 정당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안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 안들을 중심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 된다. 그러면 정치적 책임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성에 대한 시비도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공론화 과정을 좀 더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비교적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다.

시민참여단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할지, 그런다고 해도 어떤 비율로 그렇게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제도를 선택할지, 의원정족수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은 문제는 그에 따른 최종적인 정치적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정치권의 최소 합의뿐이다.

<장은주 | 와이즈유(영산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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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3일 “이 사건(사법농단)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으로 이뤄진 범죄행위”라며 “두 전직 대법관은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한 만큼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4일 (출처:경향신문DB)

두 전직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상관인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지방의원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 후임으로 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최유정 전관로비 사건’ 당시 법관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일선 법원으로부터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자행된 법관사찰 등에는 박·고 전 대법관 모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수사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 가해자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만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대법관은 사법 정의의 상징이며 인권 수호의 최후 보루다. 개별 법관들로서는 일생을 걸고 도달하고픈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 구속의 기로에 놓인 전직 대법관 2인을 보며, 법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통렬히 자성해야 마땅하나, 혹여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여전히 검찰이 과잉수사를 한다고 생각하거나 ‘징계사유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형사적 범죄는 안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혹여 그런 법관들이 다수라면, 법원에 더 이상의 희망을 걸기는 어렵다.

박·고 전 대법관의 구속 여부는 이번주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영장심사를 맡을 법관은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법과 원칙, 사실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면 그뿐이다. 법원이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사법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사법권은 법관의 것이 아닌, 주권자의 것임을 새겨야 한다. 검찰도 수사의 고삐를 죄어 사법농단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조속히 소환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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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도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여야는 당초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예산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처리하지 못했다. 헌법 54조 2항은 예산안 처리 시한에 대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헌법을 존중한다면 응당 12월2일을 넘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연히 예산 심사는 그 전에 완료돼야 한다. 국회법은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국회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4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올해는 예결특위가 감액 심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예산안 심사 시한이 종료되었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더는 용납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는 필시 밀실에서의 ‘깜깜이 심사’ ‘졸속 심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여야는 예결위 예산소위 활동이 지난달 30일 종료되자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여야 3당의 예결위 간사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회의체인 ‘소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는 예산소위와 달리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감시의 사각지대인 밀실에서 여야의 정치적 흥정으로 예산이 조정되고, 날림 심사가 이뤄지는 걸 막을 방도가 없다. 밀실 논의 과정에서 민원성 ‘쪽지 예산’이 난무하는 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야는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지만, 손쉬운 예산 담합과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위해 고의로 예산심의를 지연시켜 ‘소소위’를 가동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원내대표 등의 고위 채널도 마찬가지다. 매번 예산안이 체계적으로 심의되지 않고, 지도부 차원의 담판 성격으로 결정되면서 예산안이 정치적 거래물로 취급되는 고약한 관행이 고착되었다. “깜깜이, 밀실 예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소소위 내용도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여야 원내대표의 다짐대로 해야 한다. 소소위 등에서의 예산 심의 내용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다. 이번 기회에 예산 심의의 투명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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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비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비위에 연루된 직원이 여러 명이라거나 평일 근무시간 골프설에 이어 현직 장관이 문제의 특감반원에게 자리를 약속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특별감찰반 전원을 교체한 뒤 검찰·경찰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했으나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청와대의 태도다. 청와대는 쏟아지는 의혹에 속시원히 해명하기는커녕 함구에 급급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민정수석실 업무 원칙상,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하고, 김의겸 대변인은 “비위로 보도된 사안은 감찰사안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감찰하는 곳이다. 그런 특감반원 전체가 교체되고, 온갖 부패 소문이 떠도는데도 가타부타 충분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권력 핵심부에서 비위가 일어났다면 시민들은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조 수석은 “비위와 무관한 특감반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넘어갔다. 국민적 의혹을 밝히는 게 왜 비위와 무관한 사람이 피해를 보게 한다는 건지 설득력이 없지만,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기보다 특감반원 보호를 앞세우는 안이한 인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줄곧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에 주력해왔다. 그런 정부에서 부패를 감시하는 직원들이 되레 부패에 휘말려 들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특감반원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고도 쉬쉬하다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에야 뒷북 대응을 했다.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음주운전, 폭행사건 등 기강 해이 사건이 잇따른 것도 이런 온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태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 지휘선상의 비서관부터 민정수석, 비서실장까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페이스북에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시기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썼다. 잘못은 드러내고 일벌백계해야만 되풀이되지 않는 법이다. 여당 내에서도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청와대 참모들을 전면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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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저인 48.8%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8%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9주 연속 하락해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부정 평가는 45.8%에 달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인 3.0%포인트에 불과해 이런 추세라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는 ‘데드크로스’가 임박한 모양이다. 지지율 하락의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중도층에서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우호적이었던 50대 장년층도 부정평가 우세로 돌아섰다. 지지율 하락세가 구조화되는 조짐마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지지부진한 개혁,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내부 분열 등이 중첩돼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얼미터는 “고용과 투자 등 경제지표가 몇 달째 저조하게 이어지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것이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적폐청산’을 제도화로 이끄는 개혁 작업이 부진한 데다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 ‘혜경궁 김씨’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을 약하게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의 주변 지지층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의 성과 부족이 민심 이반을 추동하는 양상이다. 실제 ‘일자리정부’를 내세웠으나 성과는커녕 고용지표는 날로 악화되고 있고, 양극화는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정권이 정책을 실행하고 개혁을 추진할 힘을 부여받는 토대다. 지지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부정평가가 더 높아지면 그 추진력이 약해지고, 정책이나 개혁 수행은 더욱 어려워진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가 지지율 50% 붕괴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보는 원인으로는 압도적으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꼽힌다. 이제는 무엇보다 경제와 민생을 우선시하고 구체적인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각종 개혁을 추진해갈 동력도 쇠잔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외양만 부드러웠을 뿐 실은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대목은 없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협치의 실종, 소통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까닭을 살펴야 한다. 얼마 후면 집권 3년차, 집권 중반기에 진입한다. 대통령 지지율 50% 붕괴는 민심의 경고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의 자세와 방향을 벼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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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예정됐던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논의가 또 불발됐다. 교육위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과 자유한국당의 자체 법안을 함께 논의하려 했으나 한국당이 법안을 내놓지 않은 데다 유치원 3법 논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유회됐다. 이 같은 한국당의 지연 전술로 유치원법 개정을 위한 법안소위가 부실하게 운영된 게 이번이 세번째다. 유치원 3법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11월16일 (출처:경향신문 DB)

이날 국회 교육위에서 보여준 한국당의 모습은 무책임하고 치졸했다. 한국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법안 심사 회의에 한 시간이나 늦게 나타났다. 병합을 논의키로 했던 한국당 자체 유치원법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출석했다. 법안 제출 시기 등 향후 국회 일정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회 교육위는 12월3일 법안소위를 열어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음번에도 한국당이 자체 법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사립유치원 개혁법의 연내 통과는 물 건너가게 된다.

한국당은 당초 박용진 의원의 유치원 개혁법에 반대하며 ‘유치원 3법’과 자신들이 만든 법안을 병합 심사해 유치원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법안을 만들기 위한 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한 달이 지나도록 법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유치원 개혁법안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개혁법을 미적대는 것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전방위 로비 탓이다. 한유총은 최근 한국당 의원들에게 ‘유치원 3법’이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했고, 한국당은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대체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유총은 국회 로비 이외에도 집회 등 세과시를 통해 ‘유치원 3법’을 저지할 방침이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반대 집회를 앞두고 소속 유치원들에 ‘학부모 모집 할당량’을 내렸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유치원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얄팍한 술수는 더 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지난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9%가 ‘유치원 3법 조속 통과’를 지지했다. 한국당 지지층에서도 63.2%가 법안에 찬성했다. 한국당과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유치원 3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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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한 입장이 연일 후퇴하고 있다. 먼저 이해찬 대표가 지난 23일 “100% 연동형으로 몰아준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당론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말했다. 이어 27일에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연동형이라고 하더라도 100%를 할 것이냐, 50%를 할 것이냐는 여러 방안이 있어 논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 정수인데,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정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 정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이유로 순수 연동형이 아닌 제3의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교묘한 말로 태도를 뒤집은 민주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표만큼 의석을 주는 제도이다. 여기에는 전국단위로 명부를 짜서 연동하는 방안(정의당)과 권역별로 나눠 연동하는 방법(민주당)이 있다. 완전한 연동제만 도입한다면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 민주당이 공약한 권역별 비례대표는 100% 연동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례성을 높이는 데는 동의하지만 100% 연동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비례대표제에는 연동형과 병립형이 있는데, 현행 병립형에 연동형을 혼합하는 절충안을 내자는 입장인 듯하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온 의원 정수 확대 반대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주장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2015년 8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발표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언급했다. 누가 봐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의미다. 이러고도 두 대표가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정치개혁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더 시급한 제도는 없다. 이런 때에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미적거리는 상황은 한국당으로서는 더없이 환영할 일이다. 두 거대 정당이 반대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물 건너간다. 민주당이 진정 정치개혁을 바란다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혁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당이 주도할 사안이지만 문 대통령도 뒷짐만 질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의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인 만큼 그 도입에 힘을 실어야 할 책무가 있다. 사표(死票) 발생으로 시민 의견이 무시되는 부조리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촛불혁명’을 계승할 정당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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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정문헌 전 의원이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 측으로부터 총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이하 수사단)은 지난 4월 최 전 사장과 측근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으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건 이첩 지시로 더 이상 수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청 역시 4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권·염 의원은 채용청탁을 한 혐의로 재판받는 현직 의원이다. 이들이 피청탁자로부터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관련 진술서가 8개월째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사단은 최 전 사장의 측근 최모씨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을 확인했다. 최씨는 “최 전 사장이 2014년 4월 새누리당 강원지사 후보로 선출된 시기를 전후해 권·염 의원에게 각 2000만원, 정 전 의원에게 1000만원을 건네라고 해 강원도당 관계자 ㄱ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최 전 사장도 지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수사단은 문 총장에게 ㄱ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문 총장은 “채용비리와 무관한 별건수사”라며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수사단은 권·염 의원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후 공소유지 기능만 남긴 채 사실상 해체됐다. ㄱ씨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 재배당됐으나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권 의원 등 3인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문 총장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수사단은 지난 5월 ‘춘천지검 수사 당시 압력을 행사한 검찰 간부들을 기소하고, 권성동 의원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문 총장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취지의 폭로를 했다. 전문자문단이 대검찰청의 수사지휘가 적법했다고 판단하며 갈등은 봉합됐다. 그러나 이번에 금품수수 의혹을 이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며 문 총장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문 총장이 검찰 출신인 권 의원을 의식해 이런 지시를 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대상에 강원랜드 비리를 포함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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