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에 해당되는 글 4188건

  1. 2018.10.01 [사설]마침내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로 향하는 검찰 수사
  2. 2018.09.28 [여적]조인식 펜
  3. 2018.09.28 [정동칼럼]‘교육개혁’ 위한 장관과 국회의 역할
  4. 2018.09.28 [사설]여야 전면전으로 확산된 ‘심재철 예산정보 유출’ 논란
  5. 2018.09.27 고용창출 위해 불법체류 단속한다는 법무부
  6. 2018.09.27 [사설]화해도 치유도 없었던 ‘위안부 재단’, 해산은 당연하다
  7. 2018.09.21 [기고]남북의 지질유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8. 2018.09.21 [편집국에서]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정치’
  9. 2018.09.21 [녹색세상]‘출산주도성장’도 보편복지다
  10. 2018.09.21 [여적]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연설
  11. 2018.09.21 [사설]전 세계가 지지하는 평양선언 혹평하는 자유한국당
  12. 2018.09.21 [사설]평양선언으로 재가동한 북·미 협상, 이번엔 성과 내기를
  13. 2018.09.20 [사설]김정은 서울 방문·전면 ‘무력’ 금지, 불가역한 남북관계로
  14. 2018.09.20 [사설]김정은의 육성 비핵화 약속·‘영변’ 폐기 발언을 주목한다
  15. 2018.09.19 [시론]대북 제재 속 남북경협 모델
  16. 2018.09.19 [김호기 칼럼]포용국가의 정치적 조건
  17. 2018.09.19 [사설]남북관계 발전, 비핵화 진전 기대케 한 남북정상회담 첫날
  18. 2018.09.19 [사설]은산분리 완화, 재벌 사금고화 원천봉쇄 장치 마련돼야
  19. 2018.09.19 [사설]가계동향조사 개편, 통계 신뢰도 높이는 계기 되길
  20. 2018.09.18 [사설]평양 남북정상회담, 비핵화·평화정착의 주춧돌 되기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양승태 대법원 최고위층’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범죄 혐의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헌정 사상 최초다.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으나,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일부 발부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 수사를 끈질기게 차단해온 법원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방어벽에 균열이 시작된 신호로 받아들인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0월 1일 (출처:경향신문DB)

압수수색을 당한 3인의 전직 대법관은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인사들이다.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재직 중인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법관이 겸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연이어 맡았다. 차·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 시절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에 대해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과 부산지역 법조비리 재판에 개입한 의혹 등을 사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들을 지휘하는 사법행정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사법농단 사태의 ‘몸통’이자 ‘정점’이다.

물론 압수수색영장이 일부 발부됐다 해도 한계가 있음은 분명하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주요 증거들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법관을 지낸 법률가들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행위가 확인된다면, 그 사실 자체가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은 이번 모멘텀을 놓치지 말고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법원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각성할 때다. 100일 넘는 검찰 수사를 통해 다수의 물증과 진술이 축적돼 있는 터다.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타조가 모래밭에 머리 파묻듯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증거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낮으니, 자택은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유의 언설로 법원을 방어하려는 시도는 이제 포기해야 옳다. 주권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법원은 치외법권지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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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만년필이 가장 주목받은 장면은 1945년 9월2일 일본 항복문서 조인식이다. 이날 도쿄만에 떠 있는 미 해군 미주리 함상의 녹색 테이블 위에서는 만년필의 향연이 펼쳐졌다. 먼저 일본 측 시게미쓰 마모루 외상과 우메즈 요시지로 사령관이 서명에 나섰다. 두 사람은 데스크 펜을 외면하고 만년필로 서명했다. 이어 연합군 대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한 움큼 꺼내더니 두 권의 항복문서에 사인해나갔다. 처음 사용한 두 자루는 뒤에 서 있던 미군과 영국군 장군에게 건넸다. 이어 두 개의 펜으로 추가 서명한 뒤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파커사의 듀오폴드 오렌지 만년필을 집어들었다. 작가인 아내 진 맥아더가 20년 동안 사용한 펜을 빌려와 서명식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선글라스와 파이프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 줄 알았던 맥아더다운 연출이었다.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협정 조인식. 왼쪽 책상에 앉은 이가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중장이고, 오른쪽 책상에 앉은 이가 북한.중국군 수석대표 남일 대장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만년필이 조인식에 쓰인 것은 편의성 덕분이었다. 그런데 역사적인 서명에 쓰이다보니 펜에 상징성이 부여됐다. 시게미쓰 외상은 항복문서에 미제 만년필로 서명했는데 직후에 불태웠다고 한다. 항복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서가 투영된 미확인 전언이다. 파커사가 태평양전쟁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맥아더의 듀오필드 만년필을 복제한 것도 이런 상징성에 기댄 흥행술이다. 1997년 임창렬 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때 몽블랑으로 서명했다가 구설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2016년 콜롬비아 내전 종식 서명식에 총알과 탄피를 녹여 만든 펜이 쓰인 것처럼 지금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펜들이 제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조인식에 사용한 펜을 두고 말이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몽블랑으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는데 문 대통령은 문구점에서 파는 네임펜을 썼다는 것이다. 엊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에 흔하디흔한 유성펜으로 서명한 뒤 이를 문 대통령에게 건넨 것을 두고는 외교결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디지털시대에 펜 종류를 가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 서명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펜을 써 길이 남길 필요는 있다. 남북통일 협정문을 평범한 펜으로 서명한다면 허전할 것 같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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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동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회의록을 국회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읽어봤다. 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야당의 추궁은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자격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불가피했다. 그러나 교육 현안에 대한 식견의 폭과 깊이를 따짐으로써 후보자의 경륜과 역량을 저울질하는 작업은 미흡했다. 현 정부 첫 교육부 장관이 대학입시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좌절한 틈을 활용한 정치 공세가 두드러진 형국이었다.

한 사람의 교육부 장관이 난마처럼 뒤엉킨 교육 문제를 모두 풀어갈 수는 없다. 국회 역시 장관 못지않게 책임 있는 자세로 제 역할을 해야 옳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내놓은 정책 제안 중에는 차기 장관이 구체화해야 할 좋은 것들이 많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다양한 과제를 하나로 꿰는 긴 호흡의 일관된 개혁에 맞는 큰 그림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회의 여야가 함께 만드는 일에는 크게 못 미쳤다. 대학입시 개편을 놓고도 정책의 혼선을 꾸짖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개혁의 장기적 방향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은 뒷전이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 위원의 의사진행 발언 도중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권호욱 기자

교육부 개혁이라는 절실한 과제에 대해 여당의 박용진 의원은 교육부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 조사에서 2015년, 2016년에 연속 꼴찌, 2017년은 밑에서 5위, 국가공무원 부처별 범죄도 2015년 5위, 2016년 2위, 2017년 3위임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도 교육청부터 개별 대학과 초·중·고교까지 광범위하고 막강한 감사 권한을 가진 교육부를 뜯어고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처럼 외부 전문가를 감사 인력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은혜 후보자의 답변은 청문회라는 어려운 자리임을 감안해도 밋밋한 원칙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교육부의 감사 역량은 전문성도 부족하고 비리를 막기 힘들어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시 감사체제를 갖추자고 주장해왔다. ‘촛불정부’의 사회부총리 후보자라면 이러한 감사체제를 확약하는 정도의 소신은 있어야 했다.

외부 전문가의 상시 감사제 도입으로 사학비리 척결이 본격화되지 않으면, 예를 들어 고등교육 주요 대선공약인 공영형 사립대는 성공하기 어렵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터에 비리와 부실로 멍든 학교에 국민 세금을 쓰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영형 사립대의 시범 사업 예산 약 800억원은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한국 대학의 80%에 가까운 사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핵심 공약이 첫걸음도 떼기 전에 좌초 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이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살아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를 염려한 탓인지 야당인 자유한국당 이군현 의원은 공영형 사립대라는 발상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며, 정권이 공익 이사를 통해 사학 운영에 간섭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판에 박힌 공격을 되풀이했다. 사학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에 애써 눈을 감는 수구정당의 면모는 한 치도 변하지 않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 시범 사업의 선정 기준은 첫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아닌 지방대학, 둘째, 대학 민주화를 위해 싸운 역사와 성과, 셋째, 이사회·평의원회·교수회 등의 정상화라는 세 가지가 되어야 옳다. 특히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교수진이 단결하여 자신의 급여를 깎는 희생까지 있었다면 자격이 충분하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내년에 몇몇 대학이 공영형 사립대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학에서도 대학 민주화의 물결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교육부 감사 제도의 혁신은 이러한 시대적 대세에 부응하는 마중물이 된다. 공영형 사립대 사업이 순항하며 확대되면 대학 구조조정도 원만하게 진행될 길이 열린다.

유은혜 후보자는 교육현장 경험이 없고, 교육개혁의 깊이 있는 청사진을 감당할 의정활동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청문회에서 나왔다. 그러나 유망한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총선 출마 시한까지만 자리를 지킬 장관이라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현안의 경중을 가려서 원칙 있게 대처를 한다면 1년여 기간도 짧지 않다. 물론 관료들의 무능과 훼방을 뚫고 현장의 여론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소신있는 자세로 턱없이 부족한 고등교육 예산 증액을 공언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누가 장관을 이어받더라도 퇴행하지 않을 개혁의 토대를 세울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분리되어 새로 생긴 교육위가 제 역할을 해야 이런 성공이 가능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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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공개 예산정보 무단 유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무단 유출 논란에 더해 해당 자료 공개의 불법 여부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심 의원, 심 의원과 청와대,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심 의원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열람하고 청와대 등 37개 기관의 예산정보 수십만건을 내려받아 불법 유출했다며, 정보통신망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예산정보 반환’도 요청했다. 이에 심 의원은 “기재부가 승인해준 아이디로 정상적 방법을 통해 재정정보를 내려받았다”며 김동연 부총리 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눈을 감고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기재부와 심 의원의 주장이 상반되는 만큼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공방은 국회의원 보좌진이 해킹 등의 불법 수단을 동원해 재정정보를 빼돌린 것인지, 정부 시스템이 허술한 보안 속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인지 그 여부를 가리면 정리될 일이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조속히 진실을 밝혀내길 바란다.

심 의원은 27일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심야 및 주말 등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는 시간에 2억4500만원가량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추측성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기재부는 비공개 예산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했다며 심 의원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무엇보다 예산정보 유출에 대한 불법 여부가 판명되지 않는 상황에서 심 의원이 자료 반환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자료를 공개하며 정치적 공세에 활용한 것은 유감이다. 한국당과 민주당이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게 급선무이고, 그 이후 책임을 따져도 늦지 않다.

이와 별개로 업무추진비 유용 등 편법적인 예산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참에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를 정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이날 전체 부처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일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고, 문제가 있으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둘러싸고 심 의원과 청와대가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것부터 감사를 통해서라도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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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20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놨다. 전시인 양 제목부터 비장하다. ‘40~50대 가장의 마지막 피난처 건설현장 강력단속 -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 발표.’

법무부는 자료에서 “건설업 노동시장에 불법체류자들의 취업이 증가함에 따라 40~50대 국민의 단순노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내국인 건설업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이르러 특별대책을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건설업 불법취업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첫 적발 시에도 바로 출국조치하겠다”며 “(소극적) 고용창출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치며 ‘고용대란’ 비판이 이어지고 이번 달엔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법무부도 덩달아 ‘일자리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추방’이라니. 난국을 이방인 탓으로 돌리는 편협한 당국의 인식에서 사회 불안기면 슬며시 고개를 들던 파시즘이 엿보이는 건 망상일까?

불법체류자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따로 있다. 노동시장에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원청부터 하청에 재하청을 수차례 거쳐 일용직 노동자까지 철저히 수직구조화한 건설업에서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착취 구조의 말단인 건설 노동자를 조금이라도 값싸게 부리길 원한다. 중국동포가 선호되다가 최근엔 동남아시아 출신 불법체류자가 각광받는다. 한국인 절반값이면 부릴 수 있고,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신분상 약점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외국인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며 아우성이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과 산재·임금체불 문제를 원청에까지 책임을 묻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선다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려는 기업이 나올까? 법무부 본연의 임무는 ‘고용창출’보다는 건설현장의 불법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2013~2017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나타난 ‘출입국 사범 처리현황’을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주 출신의 강제퇴거(강제출국)율이 17~20%로 통계 집계 이후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반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오세아니아주 출신은 매년 1% 안팎에 그쳤다. 정부가 법을 어긴 모든 외국인에게 똑같이 ‘강력대응’하지는 않는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봐도 좋을 듯하다.

<정대연 | 사회부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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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단을 해산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숙소인 미국 뉴욕 파커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졸속 설립된 대표적 외교 적폐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당시 합의는 국민적 자존심과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까지 짓밟은 굴욕적인 내용이었다. 정권교체 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지킬 수 없으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단은 이미 이사진 대부분이 사퇴하고 기능 중단 상태다. 존재 의미가 사라진 마당에 더 무슨 역할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는 데서 풀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무슨 재단이 일본 정부를 대신한다는 것부터 언어도단이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부 간의 공식합의를 파기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을 주고 시민의 분노를 자아낸 굴욕 재단의 해산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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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앞으로 다가올 평화로운 한반도를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우리는 멋진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 비록 면적은 작지만 한반도에는 우수한 가치를 지닌 지질유산 지역이 많다. 제주도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놀라울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적으로 최고 중의 최고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과 나이아가라폭포, 중국의 황산과 장가계 같은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이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 내에는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지는 지역이 여러 곳 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같이 방문한 백두산, 남한에서 가장 멋진 산악환경을 보여주는 설악산, 그리고 서해안과 남해안의 수많은 섬들 사이에 분포하는 여러 갯벌 지역들이 그렇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남측 공식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백두산은 서기 946년에 화산폭발이 일어났으며,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지난 1000년 내에 폭발한 화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가졌던 화산으로서 전 세계 지질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한, 그리고 중국 학자들과 함께 백두산을 연구할 수만 있다면, 가까운 장래에 백두산이 지니는 탁월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또한 DMZ 근처에는 북한 평강지역에서 분출되어 한탄강을 따라 110㎞ 이상을 흘러내린 용암지대가 분포한다. 한탄강을 따라 흘러내린 화산지형에 대한 연구를 남북한 학자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이 지역을 백두산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설악산은 전 세계에서 아주 드문 지질·지형학적인 가치를 가지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비슷한 지질학적 특징을 보이는 지역이 북한의 금강산이다. 만일 금강산의 가치를 추가로 발굴할 수 있다면, 남북한 정부는 공동으로 이 두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이 설악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잠정목록으로 포함시킨 것처럼, 북한도 금강산을 잠정목록에 이미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공동추진 전망은 아주 밝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해양환경도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특별나다. 높은 조차로 인해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섬들 사이를 하루에 두번씩 방향을 바꾸어가며 빠르게 흐르는 조류는 과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전승을 이루게 한 특별한 바다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섬들 사이에 수천년 동안 두껍고 넓게 쌓인 갯벌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문화재청은 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서천, 고창, 신안, 순천-보성 갯벌이 강력한 후보지이다. 올해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제주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강화군과 옹진군에 넓게 분포하는 갯벌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 넓은 지역은 DMZ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추진 중인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든 후에 DMZ를 포함한 지역을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갯벌은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세계평화의 중요한 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땅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이 땅이 지닌 뛰어난 가치를 잘 모르고 지내왔다. 올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만큼, 이제는 우리가 서로 협력하여 앞으로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최북단의 백두산에서 최남단의 제주도까지 한반도 내 여러 지역을 남북한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말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금수강산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지 않을까? 2032년 남북한 올림픽이 개최될 때, 우리는 너무도 자랑스럽게 한반도를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세계 최고 중의 최고만이 등재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우리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우경식 강원대 교수·지질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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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는 힘이 세다.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 정치권력은 드물다. ‘경제 민심’은 불씨만 대면 화르르 타버리는 바싹 마른 장작처럼 성마르다.

 집권 2년차를 지나는 문재인 정부도 ‘시련’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다. 고공 지지율을 앞세워 거칠 것 없던 정부는 경제 성적표 앞에서 초라해보일 정도로 왜소하다. 정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깊은 위기다.

지금 위기의 미묘함은 정치적 논쟁 대상으로서 ‘지지층 정치’의 문제가 그 가운데 놓여 있다는 점이다. 직접적으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이 고용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다. 수개월째 내리막이던 고용의 산술적 수치는 두달 연속 ‘재난’에 가깝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공약이고 진보진영 의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양상이다. 야당 등 반대 진영은 ‘최저임금의 저주’를 단정한 채 소득주도성장 패러다임을 무너트리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두 번째 정례회동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층’이란 특정 정권을 통해 무언가를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을 총칭한다 할 수 있다. ‘묻지마 지지’를 속성으로 하는 ‘팬덤’과는 구분된다. 시민의 정치참여에서 보면 정권은 이처럼 목적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도구일 수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은 생각보다 높았다.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지난 3일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도대체 누가 결정한 것인가.

 정권은 ‘공약’의 관성에 안주하고, 그 정권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지지층은 그들 의제에 ‘과속’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특히 5년 단임이란 마감시간을 생각하면 정권과 지지층의 마음은 급해진다. 이 경우 정교한 전략과 세심한 추진은 실종되기 쉽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은 당장의 원전건설 중단은 관철하지 못해도 ‘원전 없는 세상’을 못박는 계기가 된 ‘탈원전’ 정리 방식과는 달랐다.

 실상 역사의 시간 동안 숱한 ‘개혁’ 좌절은 조급함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선 전기 대유학자 이황과 기대승은 서신에서 조광조의 개혁 실패를 두고 “현자들이 위태로울 때를 맞아 경계하지 않고 너무 날카롭게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탄식했다.

 조급함은 ‘권력의 획득’을 ‘권위의 획득’과 동일시하는 자만과 만날 때 커진다. 이는 그간 진영들의 대결 정치에선 당연시해온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권력 획득이 결코 권위의 획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위의 획득은 ‘권력 행사가 정당할 때’라는 요건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정당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몇가지다. 성과도 권력의 민주적 행사를 의미하는 설득·소통 등과 함께 그중 하나다.

 지지층 정치는 실상 진영 정치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반대편 경쟁자들에게도 가장 손쉬운 대응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대’ 깃발만 들면 그들 역시 쉽게 정치적 동력을 얻는다. 무조건에 가까운 반대를 통해 정권의 의제를 좌초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정은 지지층의 바퀴만으론 매끄럽게 굴릴 수 없다. 집권 초 손쉽게 지지층 동원에 나섰던 정권들은 ‘진실의 순간’에 마주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라는 난기류를 맞딱뜨려 ‘다른 길’도 기웃거릴 때 이는 지지층과의 불화·균열로 이어지게 된다. “너무 초조하다.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경직성 때문에 오히려 실패할 수도 있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고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지지층은 이를 정권의 변심으로 읽는다. 초반 ‘개혁 속도전’으로 정국을 장악할 때 사려깊은 전략에 대한 공유가 없었기에, 그들은 동원 대상으로만 취급받았을 뿐이라고 느낀다.

 진보 지지층이 이해할 것은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이 정권 역시 ‘5년’이 한계라는 점이다. 혁명적 변화를 제도화하길 바라지만, 그 방법은 설득·타협의 더딘 시간이 흐르는 민주적 ‘개혁’일 수밖에 없다. 5년짜리 정권이 감당할 수 있는 건 변혁의 씨앗을 뿌리고 이어갈 힘을 만드는 정도다. 이 때문에 ‘디테일’이 중요해진다. 모든 성공한 혁명은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꾼” 사람이면서, “리얼리스트가 되자”(체 게바라)고 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층 정치’를 끌어가야 할 정권의 책무는 더 무겁다. 그들은 언제든 동원 가능한 팬덤과 달리 지지와 성찰·비판이 모두 가능한 정치적 시민이기 때문이다.

 지지층 정치의 ‘진실의 시간’에 마주한 정권이 밟을 수 있는 길은 3가지다. 더욱 지지층만 붙들고 가는 길이 하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걸은 경로다. 두번째는 지지층과 불화를 감수하고 ‘국정의 명분’으로 정면돌파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연정 같은 식 해법이 단적이다.

 마지막 길은 가장 어렵다. 비전과 전략으로 정권의 방향에 대한 확신을 지지층에 설득하면서 국정과의 거리를 좁히는 길이다. 최저임금 무책임에서 보듯 지지층의 과속 성향을 정치 동력으로만 삼으려 해선 안된다. 지지층의 실망감은 그래서다. 지지층은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첫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지층의 이해와 조금이라도 결을 달리할 땐 더더욱 그렇다.

<김광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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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서 모처럼 울림이 있는 정책을 내놓았다. 여당에선 “전근대적이고 해괴망측”하다며 비아냥댔지만, 출산주도성장 정책은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을 언어유희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제안의 핵심은 많은 사람이 비난하듯 여성들을 출산 ATM으로 만들어 출산율을 높이자는 게 아니다. 그보다도, 제안자는 몰랐겠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에 스웨덴,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선진국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해 선별복지를 넘어 보편복지로 가자는 것이다.

[시사 2판4판]사람이 먼저다 (출처:경향신문DB)

자유한국당의 제안대로 아기를 낳으면 2000만원, 20세 이하의 모든 국민에게 매년 400만원을 지급한다면 1년에 투입되어야 할 예산은 45조원 정도이다. 큰돈처럼 보이지만, 보편복지를 시행하는 유럽 선진국이 아이 양육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돈에 비하면 얼마 안된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해 해마다 25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프랑스에서도 그에 맞먹는 예산을 사용한다. 여기에 고등학교뿐 아니라 국공립대학의 무상교육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까지 더하면 이들 나라에서는 아이 하나가 커가는 동안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된다. 이에 비하면 45조원은 보편복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지불해야 하는 통과비용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길목의 통과를 돕겠다는 것이 야당의 출산주도성장이다.

여당에서는 출산주도성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장난으로만 보는 것 같다. 말장난에 현혹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일 터인데, 자유한국당에서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출산주도성장은 사실 소득주도성장의 각론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소득주도성장의 대항담론을 내놓았다고 의기양양해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들어가보면 소득주도성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가 둘 있는 가정에 매달 70만원 가까운 돈이 지급되면 이들 가정의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이것이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 돈을 확보하기 위해 고소득자와 지대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면 소득분배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출산주도성장이야말로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각론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여당이 야당 원내대표의 현 정부에 대한 수준 낮은 비아냥으로 가득 찬 연설 중에 튀어나온 출산주도성장을 거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를 모색한다면 진정성이 의심되더라도 출산주도성장을 ‘덜컥’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아마 야당도 대통령의 큰 관심사인 판문점선언 비준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출산율은 선진산업국가가 되어 에너지소비가 크게 늘어나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럽 선진국 중에서는 프랑스와 스웨덴이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 속하는데, 두 나라의 출산율이 양육수당을 많이 주기 때문에 높은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이미 20년 전부터, 스웨덴은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출산율이 1.9 수준에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도 늘어나지 않고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반면에 일인당 소득은 그때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고령사회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일본도 두 나라와 차이가 없다. 30년 전에 비해 소득은 크게 늘었지만 에너지소비는 변동이 거의 없고, 출산율은 1.4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30년 전 1.7 수준이었던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인당 에너지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30년 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스웨덴, 독일, 프랑스에선 아동 양육지원금을 꾸준히 늘려왔다. 그래도 출산율이 증가하지는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펴더라도 출산율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한국당의 제안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것이 보편복지를 본격적으로 열어주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필렬 방송대 교수 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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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독일 통일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가 헬무트 콜 서독 총리를 독일 동남부 엘베 강가의 유서 깊은 도시 드레스덴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열었다. 12월18일 콜 총리가 드레스덴에 도착할 때 수만명의 동독 주민들이 나와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얻은 콜 총리는 다음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프라우엔 교회 앞 광장에서 연설에 나섰다. 그는 환호하는 동독 주민들 앞에서 “역사적 순간이 그것을 허용한다면 나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리 민족의 통일”이라며 통일에 대한 의지를 동독 땅에 처음으로 선포했다. 이후 독일 통일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이듬해 3월8일 동독에서 자유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10월3일 독일 통일이 완성됐다. 콜 총리는 비망록에서 “드레스덴 연설은 통일 과정에서 나의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서성일기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5·1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명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한 연설이 화제다. 사상 최초로 남한 대통령이 북한 대중을 상대로 연설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13차례의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남한 대통령이 육성으로 민족애와 전쟁없는 한반도에 대한 절절한 의지를 밝히는 것을 들으며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연설 장면을 중계화면으로 본 남쪽의 많은 이들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고 평가한다.

콜 총리의 연설이 통일을 매조지 하는 것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연설은 통일로 가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콜 총리의 연설에는 통일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통일이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했다. 통일은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날 때 북한 주민들이 만든 카드섹션의 글귀 ‘온 겨레가 힘을 합쳐 통일 강국 세우자’ 속에 숨어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넘어 궁극적으로는 통일로 가는 길목이라는 것을 예시해주는 듯하다.

<김준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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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결과를 깎아내리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핵화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상당히 약화시켜 버렸다”며 “(대북)정찰에서 우리 국방의 눈을 빼버리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비핵화 조치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소한의 객관적 평가도 없이 회담 흠집내기에만 급급한 보수당의 태도가 참으로 유감스럽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평양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역사적인 합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보수당은 공동선언문에서 핵 사찰과 핵 신고 리스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폄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가 환영한 마당에 한국의 보수당만 인색하게 평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혹평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 남북 모두 지긋지긋한 전쟁 공포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마저 남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합의라고 주장했다. 서해 북방한계선 해상과 군사분계선 인근 공중에서 적대행위 금지 구역을 정하면서 남측이 과도하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합의가 남측의 정찰기 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북한이 유일한 정찰 수단인 무인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 초소 철수도 이곳에서 대규모로 경작하는 북한이 더 불리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비판만 한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음주부터 속도를 낸다. 잘 풀리면 연내에 종전선언까지 한걸음에 갈 수도 있다. 평양선언이 순조롭게 이행되려면 수많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한국당 등 보수당들이 진정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따져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결정적 시기에 초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당이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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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와 관련해 2021년 1월 북한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이른 시일 안에 북·미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자고 전격 제안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미국은 북·미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조속히 만날 것을 북한에 요청했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과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동시 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적극 평가하면서 즉각적인 북·미 협상 재개 방침을 제시한 것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백두산 천지 앞에서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정상회담 당일까지도 대북 제재 이행을 외치며 대북 압박에 나서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한 결과이다. 나아가 모종의 비핵화 추가 계획을 전달받았고, 그 내용이 전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폼페이오는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IAEA 사찰단 참관’이란 표현은 평양공동선언에도, 공동 기자회견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이 줄곧 강조해온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북한이 남한 측 혹은 별도 채널을 통해 미국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성립한다. ‘영변의 모든 시설’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와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가리킨다. 북핵 생산시설을 국제사회의 검증하에 영구 폐기하겠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강력히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이 결단하고, 그 진정성을 미국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또다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폼페이오 성명은 시사하고 있다. 북·미대화 재개를 위해 노심초사해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이룬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 채널’에 대해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1월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특사단에 제시한 ‘트럼프 임기 내’라는 비핵화 시간표와 일치한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물밑조율 과정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과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완결짓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자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라도 미국은 협상에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협상 전체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나선 북·미가 이번에야말로 25년간의 협상 실패 역사를 떨치고 한반도 정세 대전환을 이뤄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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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은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군사력 감축까지 포함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즉각 실천에 옮길 조치에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남북은 또 올 연말까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이산가족들이 상시로 만나는 상설면회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하나같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조치들이다. 이보다 더 큰 한가위 선물이 있을 수 없다.

무지개차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공식화이다. 분단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남한 방문이 성사되면 남북 정상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정상회담 정례화가 가시화된다. 한반도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효과도 있다. 남측 내 반대 여론과 경호 우려를 뛰어넘은 김 위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것은 군사분야 합의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의 남북 간 종전합의이자 불가침선언이다. 남북은 이번 합의로 육·해·공 전 공간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는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이는 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과 서해 5도 및 북방한계선(NLL) 내 훈련 등을 금지함으로써 군사 긴장을 결정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군사분계선 1㎞ 이내 GP 11개를 각각 철수하고 JSA 내 지뢰제거, 초소 내 인원·화력 철수 등 합의도 한반도 평화를 추동할 실천적 조치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축소가 시작되는 셈이다. 합의대로 진행된다면 북한의 핵무기에 의한 위협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로 인한 군사적 긴장까지 해소하는 단계로 진입한다. 이는 더 이상 남북 군사대결로 치르는 비용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남북 간 도로와 철도 연결은 한반도 경제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되면 남북 간 사회간접자본 건설 협력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국토교통부 등은 반드시 연내 착공을 성사시켜야 한다. 대북 제재와 무관한 남측 구간부터 공사한 뒤 북한과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상봉 정례화를 실현한 뒤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편지 교환까지 성공한다면 이산가족의 염원은 상당 부분 풀린다고 볼 수 있다. 다방면에 걸쳐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의미다.

하지만 가야 할 길도 멀다.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동·서해 경제·관광특구 조성과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은 대북 제재가 해결되어야 추진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에 앞서 남측 내 여론도 정리해야 한다. 후속 조치가 내실있게 진행돼야 남북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불가역적 상태로 돌입한다. 각계각층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간 군사분야 합의를 두고 “북한은 달라지지 않는데 우리만 무장해제하는 꼴”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을 향해 상호주의를 외치면서 정작 상호주의를 어기는 자가당착적 행태다. 뜨거운 여름을 나는 과정에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없을 리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천둥과 벼락 안에서 한반도평화가 영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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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 세부조치로 북한은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또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처음 육성으로 ‘비핵화’를 확약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육성이 갖는 권위와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만큼 확고한 비핵화 의지도 드물 터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반도 전역의 전쟁 위험 해소 등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한 것에 비하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발 더 들어가 실질적인 세부조치를 담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북·미 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핵화 방안을 남북이 처음으로 합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비핵화를 공식 의제로 삼고 실천 방안까지 도출함으로써 남북대화가 북·미관계를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평가해도 어색하지 않다.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폐기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서 거쳐야 할 국제사회의 검증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핵시설이 아닌 운반체에 대한 것이긴 하지만 향후 북·미 협상이 진전될 경우 핵시설 검증도 수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조치에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협상 과정에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이 조건 없이 나서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국과의 협상에서나 사용할 카드를 남북대화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온당치 않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두 정상이)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번에 공개된 것 외에 비핵화 조치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두 정상이 이틀간에 걸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북·미대화에 탄력을 부여할 다양한 방안을 깊숙이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약속도 비핵화와 관련지어 비상하게 음미해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비핵화와 별개로 생각하기 어렵다.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 현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서울을 방문하기 전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신뢰를 쌓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서울방문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그렇게 하겠다는 각오를 비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비핵화 실천 의지를 밝힘으로써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트위터에서 “매우 흥분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정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조치 용의를 분명히 밝힌 점,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약한 것을 미국이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음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석달간 멈춰 있던 한반도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움직이는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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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기업 주요 인사들이 동행했다. 의미가 크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주는 메시지다. 한국이 북한 경제를 진심으로 도울 것이라는 의지를 직접 보였다. 동시에 대기업 경영자도 북한 지도부를 만나 핵문제 해결 의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또 북한 경제를 현지에서 파악하는 중요한 기회다.

그런데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대북 제재와 조화를 이루는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만으로는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남북경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재 속에서 최상의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먼저, 유엔 제재가 북한에서 일체의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건 아니다. 지금 평양에선 제13회 가을 평양 국제무역전이 열리고 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에서 일체 사업이 안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평양에서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경제활동을 금지한다. 그리고 북한에서의 외국 은행 영업을 금지한다. 그러나 북한의 ‘발전’을 위한 도로·철도 건설은 금지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데에 가장 기본적 산업인 농업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 환경 보존을 위한 산림녹화 사업도 허용한다.

미국의 단독 제재에선 어떤가? 최근 북한산 석탄이 밀수된 사건에서 크게 염려했던 것이 한국의 은행이 관련되었나 하는 점이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선, 은행이 북한산 석탄 거래인지 알고도 고의로 신용장 개설이나 국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국제 금융망에서 사실상 퇴출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미국의 단독 제재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서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민간이 산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제재 대상이다. 미국 제재에서도 미국 정부의 공공정책은 일반적 허가 사항으로 승인해 놓았다.

대북 제재에서도 남북경협은 가능하다. 제재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남북경협 모델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밀접하게 연계하여 북한의 주요 거점을 발전시키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지역개발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참여정부 시기에 북한의 북고성과 개성시 일대에서 진행한 농업개발 협력 사업을 뿌리로 한다. 당시 통일농수산사업단(이태헌 사무총장)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한 이 남북경협은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공공기관과 40개의 민간회사들이 함께했다. 사업은 식량 증산, 영농기반 확충, 농업기술 협력, 지역 소득원 개발의 네 가지 영역으로 진행했다. 그 백미가 2007년에 진행한 개성시 송도리 협동농장 관리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이었다. 당시 벼 생산량이 ㏊당 2t에 못 미치던 것을 5t까지 끌어 올렸다. 송도리 협동농장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그 성공은 인근 협동농장에도 알려졌고, 추가 협력을 요청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동쪽으로는 고성군, 서쪽으로는 개성과 해주 지역을 연결하는 남북 농업협력 벨트를 추진하는 결실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참여정부의 북한 지역 개발 모델을 현대화해서 계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산업화 전망과 함께 간다. 도로와 철도가 새로 나는 북한 지역에 새로운 거점도시가 생긴다. 신도시의 지속가능한 삶의 질을 보장하도록 배후지 농촌이 함께 발전한다. 동시에 산림에서도 큰 산 중심이 아니라, 생활권 중심의 산림녹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 북한의 농업 인구는 800만명이지만 북한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북한의 농촌에서 대량의 노동력이 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하여 100만명의 근로자 공단으로 발전할 때, 지역 농업이 그들을 먹일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구조 개선이 따라야 한다.

새 남북경협 모델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야심차게 발표한 중앙급 특구와 지방급 개발구 개발을 실현하는 의미가 크다. 지속가능한 북한 발전과 잘 맞는다.

정부 주도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농림축산 협력을 결합한 북한 지역개발 모델은 대북 제재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프라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농업은 급속한 산업화를 감당할 구조 개선을 이룩할 거다. 지역 거점도시에 사는 주민의 삶의 질은 높아질 거다. 대북 제재가 있어 남북경협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틀렸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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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를 내걸었다. 포용국가는 사회정책의 국가비전이다. ‘모두를 위한 나라,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이 비전의 이름이다. 포용국가의 목표는 세 가지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배제와 독식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며, 미래를 향해 혁신하는 사회를 일구겠다는 것이다.

포용국가는 3대 비전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통합 강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사회혁신 능력 배양’이 그것이다. 이 비전들은 다시 각 3개씩의 세부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른바 ‘9대 전략’이다. 정부는 포용국가의 실현을 위해 ‘국민 전 생애 기본생활보장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용국가론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이다.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어느 정부든 집권 5년의 시간을 고려한 국정 운영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 로드맵은 대개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국가비전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하고, 이어 이를 통해 도약을 모색한 다음, 마지막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마무리하려는 장기 계획이 그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집권 2년에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선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에 ‘친서민 중도실용’을,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과 ‘규제 개혁’을 내걸었다. 현재 시점에서 친서민 중도실용, 통일 대박, 규제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목할 건 정부의 입장에서 집권 첫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려 했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지난 1년여 동안 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세 과제는 적폐 청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한반도 평화 정착이었다. 적폐 청산이 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머지 두 과제는 국정의 양대 영역인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 관한 것이다. 집권 중반기로 향해가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과제에 더하여 사회 분야 비전으로서의 포용국가를 내놓은 셈이다.

둘째는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다. 앞서 말했듯이 포용국가는 9대 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 공정사회를 위한 기회와 권한의 공평한 배분, 사회통합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추진이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3대 전략이라면,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능동적 사회시스템 구축,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신뢰성 강화 및 일자리 창출, 일상생활의 안전 보장과 생명의 존중이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3대 전략이다. 그리고 ‘사회혁신 능력 배양’을 위한 3대 전략으로는 인적 자본의 창의성·다양성 증진, 성인기 인적역량 강화와 사람 중심의 일터 혁신,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이 제시된다.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 날인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환영나온 평양 시민들에게 손흔들어 답례하는 장면이 이날 서울 중구 DDP프레스센터에 생중계 되고 있다. 연합뉴스

9대 전략은 현재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국가적 과제들인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 인구절벽 대응 등을 적절히 고려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포용이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시대적 가치임은 분명하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도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평등은 ‘배제’에 맞서는 ‘포용’으로 재정의돼야 하고, 정부의 일차적 과제는 ‘찢겨진 사회’를 ‘포용적 공동체’로 재구조화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조건이다. 포용국가를 성취하기 위해선 정책 구현을 위한 법적 제도의 정비 및 구축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제는 정치사회의 현실이다. 현재 정치사회는 국민을 둘로 나누는 능력은 탁월해도 이견을 조정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역량은 허약하다. 더욱이 여소야대 상황은 새로운 법적 제도를 완비하는 데 작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준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포용적 정치의 중요성이다. 지난 1년여의 국정 운영을 돌아보면 역시 ‘문제는 경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정부에 이른바 ‘먹고사니즘’만큼 더 중요한 대내적 과제는 없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 과정에선 무엇보다 국회와의 협치가 필수조건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를 일궈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주장한 바 있는 포용적 정치를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경제’인 만큼 ‘문제는 역시 정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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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18일 평양국제비행장 환영행사와 정상회담, 공연관람, 만찬 순으로 첫날 일정을 소화하며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조선노동당 본부청사에서 2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8000만 겨레에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도 “북·미 (정상)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 정세가 안정되고 더 진전된 결과가 예상된다”고 화답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역사적 회담이 순조롭게 출발한 것이다.

무지개차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성일기자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의전과 행사 내용, 시민의 표정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군 의장대는 예포와 분열 의식 등 최상의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았다. 연도에 선 평양시민들 손에는 인공기와 더불어 한반도기가 들려 있었다.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여명거리 등 평양 시내 모습과 정상들의 활동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중계됐다. 시민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거리는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가 넘쳤다. 김정숙·리설주 두 퍼스트레이디들은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별도 행사를 치렀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도, 김 위원장 내외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것도 처음이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두 정상이 첫날부터 바로 회담에 들어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세번의 만남을 통해 형성된 친밀감이 형식을 뛰어넘은 밀도있는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회담 결과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 두 정상은 이날 비핵화와 남북관계, 군사 긴장완화 등 3가지 주요 의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19일에는 남북 군사당국이 실무적으로 협의한 군사긴장 완화 방안에 최종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항구적 평화로 가는 결정적 전기가 마련된다. 군사 긴장 해소가 각 분야의 남북 간 협력으로 확대될 경우 한반도 평화 기조는 불가역적인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려 남북 경협이 진행되면 명실공히 남북이 공동번영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6·12 북·미 정상회담 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석달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이번 회담에서 그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 의지와 실천 방안을 밝힐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방북 직전 서울공항에서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김 위원장의 호응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계속 이어져 한반도 비핵화라는 결실로 귀결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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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규제특례법안을 처리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인터넷전문은행법안의 골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의결권 있는 지분 4%에서 34%로 높이는 것이다. 다만 시행령에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재벌)의 진입을 막고, 카카오와 KT처럼 정보통신기술(ICT)업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만 허용한다는 규정을 담기로 했다.

이에 진보진영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재벌은행 탄생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시행령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고, ICT 주력 기업도 재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산분리 원칙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면 발생할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의 예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은행 자금이 재벌 뜻대로 운용된다면 자금배분의 왜곡과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재벌이 은행의 건전한 운용은 뒷전이고 몸값만 높여 매각하려는 경영을 한다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인터넷전문은행법에 금융관계법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자에 대해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도록 명시해 부도덕한 산업자본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현행 은행 대주주 자격요건보다 강화된 내용이다. 또한 은행법의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 25%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는 전면 금지하는 등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개혁 1호 법안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 위배라는 비판을 무릅쓰며 이를 추진한 것은 자본확충과 책임경영 강화로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높여 금융시장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취지를 살리면서 재벌 사금고화는 차단하는 확실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시행령이 제대로 마련돼야 하는 건 물론이고, 금융감독당국은 법에 명시된 대주주 자격요건과 편법적인 경영 여부 등을 철저하게 심사·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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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8일 ‘가계동향조사 통합작성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동향조사란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조사해 살림살이 현황 및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가계동향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표본’을 만들어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을 통합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표본응답률을 높이고 시계열 비교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통합조사결과는 2020년 1분기부터 발표하기로 했다. 통계청은 가계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한 동향조사를 통해 통계청장 교체까지 빚어졌던 ‘부실 표본조사’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강창익 사회통계국장(왼쪽) 등 통계청 직원들이 '신뢰 논란'을 빚었던 가계동향조사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분기 가계소득조사 결과와 관련돼 불거진 통계청장의 경질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 오점을 남겼다. 정부는 ‘오비이락’격이라면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장이 교체된 것을 최악으로 드러난 소득조사결과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사건으로 정부가 내놓는 통계를 시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만든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통계는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데 기준이 돼야 한다. 기초적인 통계마저 의심을 받으면 국가정책의 신뢰성은 무너진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편안에 국가의 다양한 자료를 충실히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는 소득통계자료를 활용하면 훨씬 더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정부 부처 간 협력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가지고 있는 원자료의 개방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통계청은 조사방식을 면접에서 다시 가계부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통계청은 개편안을 다음달 국가통계위원회에 상정한 뒤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각계의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고 논의해야 한다. 통계의 생명은 신뢰성에 있다. 조작된 통계는 구호나 선전문에 불과하다.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은 “좋은 통계로 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통계는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통계가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통계여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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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에서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연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대통령으로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 앞선 두 대통령의 방북에 비해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행 발걸음은 가볍지 않을 것이다. 2000년 정상회담 때는 핵 문제가 현안이 아니었고, 2007년에는 6자회담과 북·미 후속합의로 비핵화 해결의 가닥이 잡힌 터라 남북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핵화 의제가 정상회담을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방북 첫날 유엔에서 대북 제재 이행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리는 등 대외여건도 ‘맑음’이 아니다.

달리 보자면 문 대통령의 역할이 그만큼 더 커지고 무거워졌음을 방증한다. 남북대화가 북·미 협상에 종속돼온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구도하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정식 의제로 다뤄진다는 점이 그 증거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 간에 다뤄지고 비핵화 문제를 우리가 꺼내는 데 대해 북·미도 달가워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중심의제가 돼 있다”고 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도 핵 문제가 다뤄지긴 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방향을 확인하는 정도였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협상이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비핵화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깊숙한 논의가 오간다 해도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를 북·미 협상의 담판 카드로 남겨두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에 조속히 나설 것을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천명하는 장(場)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활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에 자신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국제사회가 의심하고 있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 조치들이 저평가되고 있음을 가리킨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답보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대담한 조치를 기대한다.

군사적 긴장완화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 13~14일 군사 실무회담에서 의견접근이 이뤄진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와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은 물론 입장 차가 있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도 정상 간의 담판으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군사적 긴장완화는 남북평화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뿐 아니라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 방안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한계가 있지만 경제공동체의 청사진을 그리는 수준으로는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 남북경협이야말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의 주요한 활로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분명하게 증명할 필요가 있다.

보수세력들도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의 무게를 감안해 대승적 태도로 지켜볼 것을 당부한다. 그런 점에서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정은 입맛에 맞게 꾸려진 방북단”(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라는 비아냥이 나도는 것은 유감스럽다. 초당적 지지는 못할망정 분명한 성과조차 폄훼하는 식의 정치공세는 자제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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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