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에 해당되는 글 1380건

  1. 2017.10.20 [이원영의 생명·탈핵 실크로드]원전 해체, 지상명령이자 블루오션
  2. 2017.10.20 [녹색세상]신고리 공론화 참여 소회
  3. 2017.10.20 [사설]신고리 숙의 결과 무엇이든 탈원전의 길 계속 가야
  4. 2017.10.19 [기고]농사꾼 상식으론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마땅
  5. 2017.10.19 [사설]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설립 허용,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6. 2017.10.17 [학교의 안과 밖]기울어진 대입 제도
  7. 2017.10.16 [기고]원자력은 ‘4차 산업혁명’과 공진화할 수 있을까
  8. 2017.10.16 [기고]신재생에너지, ‘바이오가스’도 있다
  9. 2017.10.16 [사설]끝장 토론 끝낸 원전공론화위, 숙의 민주주의 전범 세우자
  10. 2017.10.12 [녹색세상]원자력연구원의 민간 매각 검토해야
  11. 2017.10.12 [사설]18만건 고쳤다는 학교생활기록부 신뢰할 수 있나
  12. 2017.10.12 [최희원의 IT세상]한국형 스턱스넷은커녕 댓글조작하는 사이버사령부
  13. 2017.10.11 [사설]노동자 피해 사건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도 되나
  14. 2017.10.11 [기고]국가안보 첫발은 ‘탈원전’
  15.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김상곤 장관의 ‘교사 패싱’
  16.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평가의 ‘궁극적 목적’
  17. 2017.10.11 [정윤수의 오프사이드]3분47초의 고백
  18. 2017.09.29 [녹색세상]사용후핵연료가 알려주는 것
  19. 2017.09.27 [기고]고3 교과서의 불편한 진실
  20. 2017.09.27 [사설]새로 출범한 사학혁신위, 사학 비리와 결연히 맞서야

때는 2014년 가을, 라인강 원전 밀집지역에 있는 칼스루에대학(KIT)의 젊은 연구원 마틴 브란다우어는 대형 실험실의 육중한 대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원격장치가 대형 금속체의 껍질을 얇게 벗겨내기 시작한다. “원전 해체 시 표면에 집중되어 있는 방사능을 잘 벗기면 고준위폐기물을 소량화할 수 있지요.”

주임교수인 사샤 겐테스는 이 연구실에서 기업도 공동연구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과거 대만에 가서 고속철도가 지진에 견디는 안전장치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독일은 안전공학 기술자가 원전 해체에서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3년 전 지진 이야기를, 지난 7월 생명·탈핵실크로드(생명로드) 대만 순례 때 실감했다. 대만은 1999년 진도 7.6의 큰 지진으로 수천명이 희생됐고, 작년에도 진도 6.4의 지진이 발생해 14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런 지진 때문에 대만의 탈원전 결정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5월에도 진도 5.0의 큰 지진이 있었던 남부지역을 걸으면서 겐테스 교수를 떠올렸다. 우리도 지난해 진도 5.8의 경주 지진 위력을 온 국민이 체험한 터이다.

지난달 라오스에서 만난 학생들 질문에 답한 기억이 난다. “핵무기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지만, 핵발전소는 통제할 수 없다”고. ‘지진이나 테러에 속수무책’이라고. 더 이상 짓지 말고, 해체하고 폐기하는 일은 이제 지상명령이다. 그리고 엄청난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세계적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재작년에 “현재 전 세계 588개 원전 중 영구정지된 것은 150기다. 이 중 19기만 해체가 완료되었고,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 해체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데,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440조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원전 해체 기술은 안전과 안심을 견인하는 사회적 부가가치가 큰 기술이다. 기술의 촘촘한 이행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2013년 불교와 원불교가 공동주최한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준비세미나’에 왔던 KIT의 얀 브레머 박사는 “첫째, 완전 해체까지는 오래 걸린다. 당장 해체하는 경우와 20년 후 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해체 후에도 핵폐기물의 보관이라는 근본 문제가 남는다. 둘째, 방사능 가득한 현장에서는 로봇공학기술이 중요하다. 셋째, 공정을 세분하고 각 단계마다 숙련 기술자의 처리작업이 진행되어야 하고 뒷받침하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에 지난 정부가 큰돈 들여서 원전해체센터를 설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을 따지다가 의사결정을 제때 못하는 바람에 예산 미집행 룰에 걸려서 작년에 무산되었다. 안전 문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셈할 수 없는 법인데, 숫자를 따지는 ‘타당성’을 관료적 면피의 근거로 삼다보니 함정에 빠진 것이다.

방향부터 잘못 잡았다. 해체는 경험이 중요한데 우리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 원전 해체와 폐기를 제대로 해 본 나라는 미국, 독일에 불과하다. 제대로 하자면 기술자를 모셔와야 한다. 그리고 가르쳐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국내 원자력 관련 학과는 안전과 해체 부문이 미약하다. 9개 대학 모두 전공교수도 없고 교과과정도 빈약하다. 바꾸어야 한다. KIT는 본보기 교사다. 매년 배출되는 500여명의 원전공학도는 자산이다. 원전산업 종사자 3만5000명과 관련 업종 종사자까지. 탈원전은 이들 고용구조 전환까지 포함한다.

국가 원전 해체 기본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세워야 노후원전에 대한 안심도 확보할 수 있다. 계획은 전후방 경제효과나 안보정책과 직결된다. 세계시장에서 통하려면 장기 프로그램이 가동되어야 한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처럼.

라오스 학생들에게 말했다. “시작은 우리가 하지만 마무리는 여러분 일이다. 100년 동안 해 나가야 할 일이니까.”

<이원영 수원대 교수·국토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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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지난 7월24일 출범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을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3개월간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은 에너지정책의 역사를 새로 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이제껏 소수의 전문가와 기술관료들에게 맡겨져 있던 원전정책 결정 과정에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을 열었다.

오리엔테이션 95.6%, 합숙토론회 98.5%란 높은 참석률은 시민참여단의 높은 사명의식과 참여의지를 보여준다. 언론은 공론조사의 ‘후폭풍’을 우려하지만, 참여자들은 숙의 과정에 상당히 만족하면서 어떤 결론이 나든 치열한 학습과 토론의 결과인 만큼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시민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느낀 것이리라. 참여와 숙의 과정으로 민주의식도 한층 자랐다. 이 공론화 과정은 시민참여단 선발과 숙의, 공론조사를 통해 원전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한 세계 최초 사례라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다.

나는 이 역사적인 사건, 역사적인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9월30일에 열렸던 미래세대 토론회에서 고등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건설 중단 측 전문가로 강의하고 질문에 답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이 무려 60년이고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이상 관리해야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는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물론, 현재를 살고 있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조차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닫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론화위는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어 숙의 과정을 진행하고 의견을 물은 후 시민참여단에 전하기로 했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다는 열망으로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누구보다 신중하고 치열했다.

미래세대 토론회 11개 조 가운데 5개 조가 중단, 또 5개 조가 기타의견, 나머지 1개 조만 재개로, 다수가 중단을 원했다. 기타의견에도 건설 중단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핵폐기물 처리 방법이 없고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인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제공되어 온 원전 정보는 신뢰하기 어렵고, 원전 대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더 현명하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위험에 위험을 더할 뿐 아니라 입지지역 주민의 건강과 재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차별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민참여단에 보여준 5분짜리 영상에는 건설 중단, 재개, 기타의견이 하나씩 소개되었다. 미래세대 의견이 시민참여단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래세대가 건설 중단을 더 원한다는 사실은 전달되지 않았다. 공론화위의 기계적 중립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 칼럼을 쓰는 지금, 나는 시민참여단의 결정을 알지 못한다. 두렵고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참여단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관계없이 말이다. 건설 중단 측은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우리의 선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자고, 생각의 틀을 바꾸자고, 한국을 넘어 세계적 흐름을 보자고. 중단 측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원자핵공학, 경제학, 정책학 분야의 교수와 의사, 국내외 NGO 활동가, 국내외 민간연구소 연구원, 지역주민, 애널리스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연령도 30대부터 60대에 이르렀고 여성도 여럿 있었다. 건설 재개 측이 의사 한 명 외에 대부분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 소속된 원전 이해당사자들로 남자 일색이었던 것과 사뭇 달랐다. 건설 중단 측의 구성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건설 중단 선택이 변화를 가져올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라고. 내려진 결론과 상관없이, 공론화 그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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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오늘 원전의 건설 여부를 가를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종종 혼선과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이번 권고안은 사회적인 갈등사안을 두고 전체 시민을 대표한 471명의 참여단이 숙의하고 토론한 뒤에 끌어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어떤 경우든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은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공론조사의 목적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탈원전이냐, 원전 유지냐와 같이 한 나라의 원전 정책 일반을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구체적인 사안을 따지는 일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공사진척률이 29%에 이르렀고, 비용도 1조6000억원이나 투입됐기 때문에 경제논리가 더 부각될 수 있는 사안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신고리 5·6호기의 운명과 탈원전 정책은 별개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은 ‘너무 느린’ 정책이다. 신고리 5·6호기 문제는 차치하고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신규 가동되는 원전이 3기나 된다. 신규 원전의 용량은 고리 1호기의 7배에 이를 정도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완성되는 시점은 2019년 신규 가동 예정인 신한울 2호기의 수명이 끝나는 2079년이다. 2022~2023년 예정대로 신고리 5·6호기가 가동된다면 ‘원전 0’ 시대는 지금부터 65년이나 뒤인 2082년의 일이 된다. 현 로드맵으로도 탈원전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되면 원전산업이 당장 몰락할 것처럼 과장하는 원전세력의 억지주장도 문제지만 정부도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원전은 채산성도, 안전도 담보할 수 없는 사양산업이 됐다. 최근 일본 오이(大飯) 원전 1, 2호기의 폐로가 결정됐는데, 그 이유가 채산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영국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의 단가가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60%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에서도 1년 사이 태양에너지 공급가격이 30%나 급감했다. 지난해 가동 중인 원전(디아블로)의 폐쇄를 결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 피지앤이(PG&E)는 “원자력은 미래의 역동적인 캘리포니아 전력망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미 구글, 애플, 페이스북,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은 제품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이상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구시대의 산물이 된 원전산업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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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마을인 상동면 여수마을에 사는 61세 김영자입니다. 저는 평생 농사를 지은 농사꾼입니다. 저는 데모꾼이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저를 보고 데모꾼이라고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서명 받는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앞선 사람들이 물러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맨 앞에 서서 싸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반대 주민 150가구는 지난 12년 사이에 두 사람이 목숨을 끊고, 수백명이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드나들고 철탑도 다 섰지만,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지금도 합의하지 않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막는 일입니다.

왜냐고 물으면 저는 당당하게 대답합니다. “한국전력 사장님이 ‘신고리 5·6호기가 없으면 밀양에 765㎸ 송전탑은 필요 없다’고 했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약과 달리 공론화로 결정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는 답답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미 국민들이 선택을 했는데, 또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밀양 주민들은 제일 먼저 7월6일 버스 타고 울산시청까지 가서 ‘탈핵탈송전탑 원정대’를 만들어 3개월 동안 열심히 뛰겠다고, 탈핵 사회로 가는 길에 우리 밀양 할매·할배들이 앞장서겠다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70을 넘긴 노인들이 지난 몇 달간 전국을 다니며 정말 고생했습니다. 저도 행사 때마다 연단 위에서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다 알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수백조원을 들여도 수습을 못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에 전기가 남아도는 사정을 봐도 그렇고, 대한민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도 아닌데, 지진대 위에 월성 고리 핵발전소들이 늘어서 있고,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10만년이나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상식이 되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문제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식한 농사꾼이어서 다른 건 잘 모릅니다. 병원에 가니까 전문가인 의사 선생님이 병에 대한 모든 것을 제게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할지, 안 할지는 제가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 이치가 아닙니까.

이번 공론화위원회를 보니 저쪽 보수언론이나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측은 매번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갖고 하는 이야기니 그 말을 믿고 따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신고리 5·6호기 문제의 당사자 중 한 사람입니다. 저희들은 신고리 1호기부터 반대해왔습니다. 2012년 6월에는 신고리 5·6호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러 서생면까지 갔다가 한수원이 고용한 것 같은 청년들과 몸이 부서져라 싸웠습니다.

10월20일 오전 10시에 어떤 결정이 날 것인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쿵쿵 뜁니다. 저희가 12년간 해온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의 승패가 이 일로 결정나는 것만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낙연 국무총리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님, 국회의원님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로 대한민국의 탈핵 시대를 활짝 열어주세요.

밀양 주민들, 12년 싸움에서 비록 철탑은 다 섰지만, 신고리 5·6호기는 막아냈다는 그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데모꾼이 아니라 농사꾼으로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곡히 호소합니다.

<김영자 밀양시 상동면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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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0년 가까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렸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특수고용노동자란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자,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과 같이 사용자와 근로계약 대신 위탁·도급 등의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면 노조를 설립해 사용자 측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업무수행 단가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꾀할 수 있다.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도 가능해진다.

노동계에선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사용자와 계약을 맺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비용 감소와 고용 유연성 확대 등의 이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시간 제한 규정이 없는 탓에 하루 평균 12~13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하기 일쑤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9개 직종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이나 단체교섭 요구, 쟁의행위 등은 일절 금지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던 탓에 지금까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은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013년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헌법소원 결정문에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국회와 노동부는 서둘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노동이 당당한 공정사회’를 만드는 밑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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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입시철이 지나면 학원들마다 입시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몇 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느냐가 가장 흔한 홍보의 소재이고, 그다음으로는 의대와 ‘인(in)서울’ 대학 등의 진학 성공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론 이런 모습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하여 교육당국에서 학원 외부에 홍보 현수막 등을 노출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입시결과를 외부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전교 1등이 가장 많이 수강하고 있는 학원’만큼 학부모들의 이목을 끄는 광고 문구가 없다는 것이 일선 원장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이렇게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원이라는 광고를 해야 또 다른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들고, 그런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합격이라는 입시 실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 중에는 잠깐이라도 등록한 학생을 자기 학원의 진학 실적으로 올리거나 계열화된 다른 학원들의 입시결과를 합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듯 학원들은 ‘우수 학생’ 또는 다른 말로 ‘우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학원의 경쟁력이 기본적으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능력’에 있기는 하지만 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을 잘 가르쳐 중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거의 대부분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켰느냐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요즘 입시는 과거 부모세대 때처럼 막판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 보니 학원 마케팅의 핵심은 이미 공부 잘하고 있는 학생을 유치해서 입시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가르치기도 편하고 입시결과도 당연히 좋다는 비즈니스적인 판단이다.

자, 여기까지가 교육에 있어서 만악의 근원(?)으로 치부되는 사교육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외고나 자사고를 강제 폐지하려는 이유가 ‘우수한 학생들도 일반고로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사교육계의 우수 학생 유치 노력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사교육계에서 보는 ‘우수 학생’과 공교육에서 생각하는 ‘우수 학생’은 결국 수능 입시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선행학습을 잘한 학생들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외로 사교육계 일부에서는 소수의 자사고, 외고에 집중되었던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로 흩어지는 것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라면 뭔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일부 지방 자사고들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 움직임이 있어왔고 외고들의 입학 경쟁률도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것은 자사고와 외고가 어떤 학생들에게는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학력 수준이라면 일반고에서도 효과적인 입시 준비가 가능하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자사고나 외고, 교육특구 지역의 재수생 비율이 일반고에 비해 크게 높다는 것도 잘 알려진 팩트다. 이렇듯 자사고나 외고의 존재가 일반고 황폐화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런 학교들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입시제도가 문제였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어도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여러 역량을 확인해 공정하게 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새 정부가 ‘자사고, 외고 폐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큰 틀의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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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경제성, 안전 문제 등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논란이 되었던 원전 문제를 불과 1~2개월 만에 참여시민들이 판단하기에는 골치 아팠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한국은 농업,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으로 짧은 기간 끊임없이 성장동력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만약 우리가 특정시대의 주력산업에 연연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데, 논의에 거품도 많지만 우리 경제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변화라는 관점에서 닥쳐올 4차 산업혁명과 원자력이 기술적으로 궁합이 맞느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 주제는 다시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미래전력망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ICT와 원자력 간 관계를 보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혁명을 다른 전통산업부문에 확산시키고 디지털경제의 고도화를 통한 고효율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전력기술은 제약, 광학, 바이오 등 다른 기술에 비해 ICT와 상호보완성이 크고, 둘 간의 융복합 기술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과 ICT는 궁합이 맞을까? 안타깝지만 이 둘은 결합하면 할수록 해킹, 사이버테러, 정전 등 사고위험이 늘어나 상극의 관계이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도 ‘피동형 설계’, 즉 정전에 대비해 ICT설비를 최소화시킨 단순화된 설계를 강조한다.

둘째, 미래전력망과 원자력의 관계는 어떨까?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대전력회사인 피지앤이(PG&E)는 가동 중이던 원전인 디아블로의 애초 20년 수명연장계획을 포기하고 폐쇄를 결정해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당시 PG&E는 “원자력은 미래의 역동적인 캘리포니아 전력망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기술검토결과도 발표했다. 과거 세계 전력업계는 원자력이 공급간헐성이 큰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해줄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원’이라고 여겨왔는데, 그 정반대의 주장인 것이다.

PG&E는 신재생에너지가 절반을 차지하게 될 캘리포니아의 미래 전력망에서는 나머지 절반의 전원이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변화에 따라 신속한 출력변화가 필요한데 자유로운 출력변화가 안되는 원전은 오히려 ‘아킬레스 힐’이 된다고 검토한 것이다. 특히 태양광이 늘어날수록 낮시간대 전력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빈번해져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려면 나머지 발전기들은 신속한 출력조절, 기동정지가 가능한 기술들이어야 하고, 에너지저장기술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자력과 4차 산업혁명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 원자력계는 데이터센터가 늘어나 전력수요가 증가하니 원자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스마트그리드 등 약진하는 전력-ICT를 외면한 피상적 논리다. 원자력은 전력보급률과 생산성이 정비례해 성장했던 제2차 산업혁명 말기나, 중화학공업이 늦게 성장한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기술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가치개념과 기술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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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산업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과거 산업성장을 기반에 두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의 흐름은 신재생에너지와 환경의 어울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대폭 확대하고, 저탄소 고효율의 에너지 신산업으로 구조전환을 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하여 RPS(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비율)의 목표를 20%로 태양광 ‘전체 신재생에너지양 대비 0.4%(2014년)→7.9%(2035년)’, 태양열 ‘4.9%(2014년)→14.1%(2035년)’, 풍력 ‘2.6%(2014년)→18.2%(2035년)’ 등을 집중적으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주요 신재생에너지원들이 주로 전기발전에 기초를 두고 있어, 수송 연료용이나 도시가스용과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제한 가스 자체로 사용가능한 바이오가스는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생물처리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바이오가스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바이오가스화는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 분뇨,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 폐기물을 메탄가스를 함유한 바이오가스로 재생산하는 기술이다. 유기성 폐기물은 직매립(2005년)과 해양 투기(2013년)가 금지돼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육상처리가 가능하다. 바이오가스는 신재생에너지 생산까지 가능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오가스를 정제하여 순수 메탄가스로 전환하고, 수송연료나 도시가스로 이용하면 동시에 이산화탄소까지 분리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것이다.

바이오가스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활발한 스웨덴은 우리에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는 대중교통 버스의 95%가 바이오연료차로 운행되고 있으며, 바이오가스 17.9%, 에탄올 30.8%, 바이오디젤 51.3%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에 만족하지 않고 트럭과 택시에도 수송용 바이오연료를 사용할 예정이다. 스웨덴 정부는 수송용 바이오연료 사용 비율을 2016년 15%에서 203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바이오연료 사용률이 높은 바탕에는 정부의 정책지원이 있었다.

스웨덴은 바이오연료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저감기금(low emission CO2)을 운영하고 있다.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주유소 포함) 시설 설치 시에 20~40% 지방정부가 지원하고, 바이오연료에 이산화탄소세로 1ℓ당 2.5크로나(약 348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유기성 폐기물에만 국한하여 바이오가스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메탄가스의 생산량이 매우 적다. 심지어 이러한 시설이 2015년 현재 88개에 불과하다. 바이오가스를 활발하게 사용 중인 독일의 경우 1만여개의 시설을 보유 중인 것에 비하면 아직 기초단계일 뿐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연간(2015년) 2억8440만㎥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시설에서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송용 가스연료를 생산하는 시설은 2곳으로, 전체 생산량의 1.9%인 471만㎥에 불과하다. 바이오가스의 고품질화를 통한 수송용 가스연료 및 도시가스 등 고부가가치 사용처로 넓히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하겠다.

먼저 지금껏 유기성 폐기물에만 국한되어 바이오가스화를 할 수 있었던 제재를 풀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폐기물이 아닌 농수산부산물, 도축폐기물, 조류(algae), 바이오작물 등으로 바이오가스화를 확대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둘째, 바이오연료를 일정량 화석연료와 혼합하여 사용할 것을 의무화한 제도인 신재생연료 혼합의무제(RFS·Renewable Fuel Standard)에 바이오가스를 추가시키는 것이다. 셋째, 바이오연료 생산 및 이용 지원책으로 CO2배출저감기금을 조성하여 생산 및 이용 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산화탄소세를 지원하는 스웨덴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동진 |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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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471명이 15일 2박3일간의 합숙종합토론을 마쳤다. 시민참여단은 마지막 설문조사에 응한 뒤 해산했다. 공론화위원회는 20일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정리해 정부 측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설문조사 결과 어느 한쪽 의견이 표본오차를 벗어날 경우 다수 의견 쪽으로 권고안을 낼 예정이다. 그러나 ‘오차범위 이내’라면 1~4차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적인 판단에 도움이 될 사항을 반영한 권고안을 작성한다. 이 경우 정부가 원전의 공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공론화 작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전준비작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3개월 만에 결론을 내야 했기 때문에 종종 혼선과 갈등을 빚었다. 단적인 예로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과, 원전의 사용자이자 폐기물 처리까지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를 위한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문가 참여 문제와 팩트 검증 논란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그런 만큼 어느 한편이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공론조사는 서툰 점도 있었지만 시도할 가치가 충분한 작업이었다. 원전이라는 첨예한 사회 갈등 사안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의 숙의로 결정하는 첫번째 시도였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중단 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촛불정신, 즉 시민주권주의의 실험이었다. 직접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갈증은 참여단의 열기로 확인됐다. 참가의향을 밝힌 500명 중 478명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그중 98.5%(471명)가 합숙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소네 야스노리(曾根泰敎) 게이오대(慶應大) 교수는 “일본의 경우 10% 이상이 참석을 당일 취소한다”며 한국 시민참여단의 열기를 높이 평가했다. 시민참여단은 한 달 이상 신고리 5·6호기 관련 찬반 논리를 공부했고, 합숙토론에서도 10시간 이상 숙의와 토론을 거듭했다.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원전 문제는 모든 시민의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참여 시민들은 “세대 간 공감의 자리였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즐겁고 행복했다”는 등의 소감을 피력했다. 이것이 숙의 민주주의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계기로 사회적 갈등을 시민들의 논의로 푸는 공론작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 공론화는 의회를 무시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포기’가 아니라 ‘보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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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에서 만든 연구소 중에서 전자통신연구원에 이어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연구소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의 액수로 따지면 단연 최고 규모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정부 지원금이 1000억원도 안되지만, 원자력연구원은 거의 5000억원에 달한다. 6000억원 남짓한 전체 예산의 80%가 정부지원금으로 충당되니, 연구원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돈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전자통신연구원의 지원금 비중은 15%이다.

원자력연구원에서는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가지고 원자력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모두 손대는 것 같다. 소듐냉각고속로, 소형 스마트원자로, 수소생산용 초고온가스로, 파이로프로세싱 방식 재처리, 양성자가속기, 신개념 사고저항성 핵연료 같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연구를 많은 돈을 들여서 수행하고 있다. 단일 연구소로는 아마 전 세계 어떤 나라의 원자력연구소보다 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이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사용하면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원자력 ‘우대정책’이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이란 이름아래 원자력관련 연구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탓에 원자력연구원의 예산은 급속하게 증가하여 2017년에는 전자통신연구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우대정책 때문인지 원자력연구원은 보통 사람에게는 오만하게 보이는 행동도 종종 보여왔다. 올해 초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감시기록 조작과 누락도 이러한 오만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런 범법행위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억원 가량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원자력연구원은 이에 대해서도 반발하여 대형 로펌 김앤장을 앞세워 처분취소 소송을 위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국가 기관에서 범법을 저질렀으면 달게 벌을 받고 잘못을 고쳐야 할텐데, 이렇게 적반하장인 것은 정부에서 지금까지 원자력을 최고의 에너지로 대우했고, 따라서 잘못을 저질러도 벌받는 일 없이 항상 대접을 받아온 원자력 연구원들에게 깃들어 있는 우월의식에 기인할 것이다.

사실 우리사회가 탈원전 에너지전환으로 나아가는 마당에 자세히 따져보면, 원자력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대부분 불필요한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차세대 원자로로 선전했던 소듐냉각고속로와 수소생산고온로 같은 것은 원자력발전소를 더는 건설하지 않기로 한 지금 개발해봐야 세금만 잔뜩 삼킨 고철덩어리가 될 뿐이다. 파이로프로세싱 재처리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불순물 섞인 플루토늄이 연료로 투입될 고속로가 건설되지 않으면, 파이로프로세싱은 순도높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만 만들어낼 뿐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연구를,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수행한다면 감사의 마음을 가져도 모자랄 터인데, 잘못을 지적한 국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오만하기 때문 아닌 다른 것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상식적으로 보면 이런 오만한 기관에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이다. 그리고 이런 기관을 국가소속 연구기관으로 둘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없애기는 어려우니 세금을 가능한 한 적게 지원하거나 조금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수소생산 고온로, 신개념 핵연료 등의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고 탈원전 시대에도 필요한 연구만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세금을 적게 쓰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세금을 조금도 쓰지 않는 방법은 원자력연구원을 민간에 매각하여 스스로 연구비를 수주해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연구원은 법에 저촉되지 않고 연구비만 얻을 수 있으면 어떤 연구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국가에서 만든 기관이 잘못을 지적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국가가 방관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참에 원자력연구원의 민간 매각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이필렬 |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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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고교의 학생부 정정은 18만2405건에 이른다. 2012년(5만6678건)과 비교해 4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10만7760건이 고쳐졌다. 학생부 수정은 불법이 아니다. 해당 학년도 이전에 입력된 학생부 자료는 원칙적으로 수정할 수 없지만 동아리·봉사 활동이나 수상실적 등이 누락됐다는 증빙 자료가 있으면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교과의 학업 능력 등을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이나 학생의 인성 및 관심사항을 기록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도 지난해 각각 3만여건 수정이 이뤄졌다.

학생부는 대입의 핵심 전형 자료다. 입시에서 학생부를 고쳐 한 줄이라도 내용을 추가한 학생은 합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학생부를 수정하지 못한 학생은 그 반대다. 그렇잖아도 학생부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짬짜미 우려가 있고,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학생부 수정이 이렇게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면 신뢰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내신 성적 조작 등 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학생부 관련 비리가 지난 3년간 3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부 수정 과정에서 사실 왜곡이나 조작,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학생부 관리가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능 절대평가는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난 8월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뒤로 미뤘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의 75.1%는 학종이 상류층에게 유리하고, 74.8%는 부모나 학교·담임교사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전형이라고 응답했다. 당장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를 반영해 뽑는 인원은 22만여명으로 전체의 64%에 이른다. 학생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부 체제로는 안된다. 대입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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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가상세계가 현실세상을 밀어내면서 우리는 긴밀히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 내던져진 채 살아가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그것은 이제 숙명이다. 문제는 글로벌 정보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래문명을 만들어갈 기술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위험이 있다.

각국에서 사이버사령부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유는 국가기반시설은 물론 자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킹활동으로 정부, 기업, 군사정보와 관련된 재산권을 침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의 이전을 이룩한 해킹국가(?)다. 여전히 전 세계 사이버 공격 근원지의 40% 이상은 중국이다. 미국 보안업체 맨디언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위치한 3500평 규모 12층짜리 빌딩에 있는 61398부대 본부에는 매일 수천명의 직원이 출근해 전 세계 정부, 기업, 개인들을 해킹한다.

이 부대가 중국 사이버사령부 직할부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모든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은 중동의 골칫거리였던 이란의 핵시설을 목표로 했다. 나탄즈 원전 관제시스템에 스턱스라는 악성코드를 침투시켜, 오동작을 유도해 원전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스턱스넷은 부시 대통령하에서 만들어졌고, 물리적인 공격 없이 이란의 핵시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한 나라의 사이버사령부의 역할은 사실 이런 것이다. 사이버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정보전쟁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이버상에서 방어는 물론 공격, 기밀정보 수집 등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적국을 녹다운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전쟁이 시작되면 교통, 금융, 전력망 그리고 군지휘망까지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사이버 역량이 그것이다.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의 컴퓨터에 침투해 사이버 스파이활동을 해온 플레임 같은 악성코드는 이를 수행했던 대표적인 사이버 무기다. 스턱스넷의 20배 용량에 수많은 기능과 그 정교함은 실질적인 사이버전의 서막을 알려주는 무기로 정평이 나 있다. 플레임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처럼 각국은 사이버사령부들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직면할 다음번 진주만 공습이 사이버 공격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10여년 전부터 각국이 사이버전을 준비했고,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은 그때부터 사이버 무기를 개발해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이미 정교한 첨단 사이버 공격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사령부는 물론 국가안보국 등이 나서 도·감청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정상들의 통화 내용을 가로챘고, 이를 기반으로 자국민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 미국민이 이 같은 불법적인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현 정세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처럼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우리의 사이버사령부는 어땠는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정권의 이익을 위해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조작을 한 일 등이 그것이다.

스턱스넷 출현 이후 사이버사령부는 2014년 국회에서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 계획에 동의했다. 북한의 극도로 고립된 통신네트워크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스턱스넷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시설들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스턱스넷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는 한가.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책임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전쟁을 운운하는 트럼프나 김정은의 말 한마디에 언제까지 움찔해야 하는가.

물론 사이버사령부 전체가 이 일에 전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사이버 테러와 사이버 전쟁 수행을 위해 묵묵히 준비를 하는 사이버 전사들도 있었으리라. 사이버사령부의 주업무는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사령부에서는 댓글부대를 관할하고, 여론조작을 해서 정권유지와 정권의 이익을 위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지난 10여년간 사이버사령부를 댓글부대로 전락시킨 관련자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참담함을 가져다주었다. 21세기 각국이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스파이활동을 하고 기밀정보 수집을 하는 동안 댓글부대 운영과 여론조작을 해왔다는 사실은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그런 과거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이 21세기 4차혁명시대에 우수한 경쟁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폭풍이 몰려오면서 재앙을 알리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이버사령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이버시대 난민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희원 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해커묵시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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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법원이 다룬 노동사건 4만8117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5.2%에 불과했다. 일반 형사사건 실형 선고율(18.0%)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 기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357건으로 이 중 7명만 실형을 받았고, 2심 실형은 한 건도 없다. 파견법과 노동조합법 위반도 각각 163건, 585건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다.

대표적인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인 임금 체불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벌금도 체불액의 10~20%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임금 체불 규모는 8910억원이고,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는 22만명에 이른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임금 체불을 조장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은 노사가 첨예하게 다투는 민사사건에서도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 노동인권과 사회정의보다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 자치의 원칙을 우선시한 결과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쌍용자동차의 노동자 정리해고를 인정한 판결, KTX 여승무원 불법파견 사건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판결 등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이런 분위기 탓에 검찰의 노동사건 기소율도 낮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검찰에 접수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50만8639건이고, 이 중 검찰이 기소한 것은 22만8879건으로 37.6%였다. 일반 형사사건 기소율(47.3%)을 밑돈다. 특히 구속 기소는 0.03%(163명)에 불과했다. 고의성이 없고,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자주 기각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탄생했다. 평등한 당사자 간의 분쟁을 다루는 민사법과는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이 노동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하면 백약이 무효다. 사법부는 노동자 피해 사건을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고, 근본적으로는 독일·프랑스처럼 특별법원으로 노동법원을 설립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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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지난달 3일 북한이 단행한 6차 핵실험 여파로 핵무장에 대한 국내 여론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60%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논리로 자유한국당이 핵무장을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핵무장에 부화뇌동하는 국내 원자력 전문가 몇몇과 보수언론들은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독자 핵무장 능력을 훼손시켜 국가안보에 심각하게 해롭다고 질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 남북한 자멸의 길을 걷게 만들 남북한 핵무장 주장은 위험하다. 그리고 탈원전 정책은 국내 핵무장 가능성 훼손과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국가안보에 이롭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한다. 북핵에 핵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상호공멸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 그사이 기존의 한·미 재래식 전력 및 미국의 핵우산으로 북핵 저지는 충분하다. 북한이 자살의 길을 택하지 않는 한 핵무기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다.

북핵 억지 차원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과 대만이 핵무장을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이 핵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냉전시대 미·소 간에는 핵미사일이 발사되어 상대국을 타격하기까지 30분 전후의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그 시간이 5~10분 정도다. 날아오는 미사일이 핵미사일인지 재래식 미사일인지 구분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한 순간 나도 핵미사일을 그 국가로 발사해야 한다. 상호공멸로 이어진다.

또한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경보시스템의 오동작 등에 의한 우발적인 핵전쟁 발생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예로, 1983년 구름에 반사된 햇빛을 미사일로 오인한 소련의 위성이 미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기를 소련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잘못 해석해 미·소 간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위기를 슬기롭게 방지한 스타니슬로프 페트로프의 이야기는 국내 언론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국내 원전을 모두 정지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발생한 경수로 및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에 사용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8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80t, 현재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재고 약 7000t 내 플루토늄 양은 약 20t이다. 플루토늄 8㎏을 핵무기 1기 분량으로 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근거하면, 1만2500기의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경까지 원전 가동을 허용하고 있다. 수십년 걸리는 원전 폐기 기간 등을 고려하면, 국내 원자력 기술 및 전문 인력의 필요성은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탈원전 정책으로 핵무기 만드는 원료가 모자란다거나 관련 인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다.

그리고 사실, 핵물질 생산 이외의 핵무기 제조 분야는 원자력 전공과 아무 관련이 없다. 발파공학 등 화약을 다루는 전문가가 필요한 분야이다. 원전기술이 세계적이라고 핵무기 제조를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원전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급소다.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다. 국내의 원전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다. 북한 미사일 공격 등에 의해 격납건물 내 원자로 용기 또는 원자로 냉각장치가 손상받거나,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속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는 저장조 냉각장치가 손상되면 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주변 환경으로 퍼져 나간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보다 훨씬 대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대용량 발전의 다수 원전의 정지는 주변 지역 정전, 나아가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국가 정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이야말로 국가안보에 이롭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강정민 | 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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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요즘 교사들의 가을 독서가 한창이다. 내년 신입생이 사용할 교과서 선정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9월22일에야 심사본을 배포하고서는 10월20일 이전에 심사, 선정, 학교운영위원회 통과, 주문의 모든 과정을 마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감안하면 사실상 10월15일까지 선정을 마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교과서 선정은 많은 서류 작업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교과협의록으로 작성하며, 이 기준에 따라 10종 내외인 심사본, 즉 최소한 1000쪽, 많으면 4000쪽을 검토해 작성한 평가표를 교과 대표 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표 교사는 집계표를 작성하고, 최고 득점 교과서 3종을 가린 뒤 추천의견서를 작성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하는데 1, 2, 3위의 순위는 정하지 않는다. 순위는 학부모가 과반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정한다. 그러면 학교장이 이 모든 문서들을 수합한 뒤 추천된 3종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는데, 1순위로 추천된 교과서를 선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 선정 절차에서 정작 수업을 직접 담당할 교과 교사는 일만 분주할 뿐, 그 역할은 의외로 미약하다. 수업과 무관한 학부모, 교장에게 더 결정적인 권한이 주어져 있다. 이 어이없는 절차는 교실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정작 그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의 목소리를 배제해왔던 우리나라 교육 모순의 축소판이다. 한마디로 교사 패싱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수많은 적폐의 근본 모순 중 이 교사 패싱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것이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고, 진보교육감의 원조 격인 김상곤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교육적폐의 청산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적폐의 원인인 교사 패싱을 교사 참여로 바꾸고 학교를 진정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김상곤 장관 100일 동안 한 일이라고는 대학입시제도를 놓고 우왕좌왕 제자리걸음을 한 것, 학교를 교육이 아니라 노동의 논리로 접근해 역시 우왕좌왕하다 제자리걸음을 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뿐이다. 더구나 이 두 요란한 제자리걸음들은 철저한 교사 패싱으로 일관했다. 입시 결정 과정에도, 비정규직 전환위에도, 심지어 국가교육회의 위원에도 교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회원수마저 불투명한 군소 시민운동단체, 학부모단체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것이 이 정부의, 김상곤 장관의 본심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분명 교육부 고위 관료들 중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교사 패싱의 길로 유혹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간곡히 부탁드린다. 교육부 장관, 나아가 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사 패싱을 말하는 자가 바로 교육의 적폐이며 개혁의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이 나라의 적폐세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각성과 단결,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두려워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교사가 자주권을 얻게 되면 세대가 갈수록 민주적이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고, 또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관이 이 적폐를 청산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교사 패싱을 계속한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기꺼이 직을 걸고 장관 패싱, 정부 패싱을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이다.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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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중·고등학교에서는 지필평가가 치러진다. 시·도별 편차가 있겠으나 교육과정과 수업방식과 내용이 변하면서 학생평가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논하는 것은 어떤 평가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평가방식의 변화가 학생들의 교육적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임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정기고사인 1차 지필평가 과목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자유학기를 하는 중학교 1학년은 지필평가가 아예 없고 2, 3학년은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과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것은 수행평가 비중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한다.

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늘어난 것이 다양한 평가방식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지필과 수행평가에서 논술형평가가 늘었다.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교과기초지식에 바탕한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을 학습목표로 지향하면 평가에서도 정답이 있는 선다형 문항 중심에서 논술형 문항이 포함되거나 확대된다. 수업에서 했던 토론내용과 지문을 활용하여 지필평가가 논술형 문항으로 출제되거나 논술형 수행평가가 치러진다.

수행평가의 경우 모둠별 평가방식이 많이 쓰인다. 평가비율이 높은 프로젝트형 평가의 경우 개별작업이 갖는 교육적 효과보다 모둠협업이 갖는 효과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변화에 대해 학기별 학생 및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불만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종종 듣는다. 주로 모둠별 수행평가로 모둠별 작업에서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이의제기, 수행평가 비중 확대로 인한 상시적 평가의 부담감이나 과정중심평가에서 학생의 성장에 대한 피드백 부족 등이다.

교사들도 고민이 있다. 논술형평가가 확대될수록 채점의 부담감이 있다. 선다형 100% 평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성적처리 메뉴에서 채점하기 때문에 업무부담과 오류 위험성이 적다. 수행평가가 확대되면서 상시적인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찰, 모둠수행평가에서 협력활동과 개별작업에 대한 섬세한 관찰의 어려움이나 학기말 평가처리 및 기록의 부담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변하고 있다. 평가는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와 함께 우리 학생들을 어떤 가치와 역량을 함양한 시민으로 키우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논술형평가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의견, 주장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개별보다 모둠별 작업을 평가하는 것은 교과개념과 함께 타인과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평가가 갖는 방향성에 대해 주체 간 진지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 우리 학생들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공동의 목표라면.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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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무려 3분47초!

사랑을 고백하기에는 너무나 짧지만 유엔 연설이라고 하면 달라진다. 지난 9월21일, 뉴욕의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확히 22분이 걸린 연설 중 무려 3분47초를 평창 동계올림픽에 할애했다. 그것도 북한 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후 이 대회를 통하여 동북아의 평화 공존이 새로 시작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그중 한 대목이다.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고작 100㎞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우의와 화합의 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평창올림픽 유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고 유치 결정 이후 진행된 엄청난 재정 투입과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무리한 공사 그리고 이로써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공허한 계산들에 반대해왔다. 파괴를 수반한 건설, 게다가 종국에 가서는 다시 철거하도록 되어 있는 그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완공된 횡계리의 개·폐회식장은 1200여 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올림픽 사상 최초의 행사 전용 시설이다. 대회 이후 3만5000 가변석과 가설 건축물이 모두 철거된다. 차후에 올림픽 기념관을 조성하고 고원훈련장을 복원하게 되는데, 이 철거와 조성과 복원에 재원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최순실 게이트’의 시커먼 음모의 냄새가 부분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스며들었던 사실도 여전히 불쾌하다.

그러나 어쩌랴. 올림픽은 겨우 넉 달 남았다. 반납할 수도 없고 대충 치를 수도 없다. 어떻게든 재정 낭비를 줄여야 하며 악착같이 사후 활용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넉 달 후의 대회 자체를 의미 있게 치러내야 한다. 단순히 ‘세계인의 축제’니 ‘지구촌 한마당’이니 같은 진부한 구호로는 어렵다.

그러던 차에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들려왔다. 이 연설은 물론 거시적인 차원에서 북핵 위기를 극복하고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국제 사회에 호소한 것이지만, 살짝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러니까 환경 파괴와 재정 낭비에 의하여 전반적인 무관심과 냉소가 엄연한 상황의 절박성으로 보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비록 애초부터 계획된 일은 아닐지라도, 평창올림픽에 투여된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은 나름의 가치를 획득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평창올림픽에 대하여 비교적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해왔다. 1월25일, 강원도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참여로 평화올림픽으로 부각된다면 대회 성공과 막혀있는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4월20일에는 “금강산 육로를 통한 북한 선수단 대회 참가, 북한 동계스포츠 인프라 활용 방안 협의, 북한 응원단의 속초항 입항, 금강산 온정각 일대에서 올림픽 전야제 개최” 등 실질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7월24일에는 대통령 신분으로 평창을 찾아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인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실무 작업에 돌입한 것도 유의미하다. 베를린에서 열린 ‘코리아 글로벌 포럼’에 참석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사회와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중지하고, 한·미는 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일시적)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쌍중단’이다. 일부 유럽 국가가 선수단 안전을 이유로 올림픽 참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내용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김동일 도의회 의장, 민병희 도교육감도 ‘올림픽 평화를 촉구합니다’라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북한의 빙상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것에 청와대가 즉각 우호적인 평가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종목에 한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웅 북한 IOC 위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일각의 ‘보이콧’ 논란을 일축했다. 이런 정황들 속에서 문 대통령은 세계를 향한 첫 유엔총회 연설 중 3분47초를 ‘평화를 위한 평창올림픽’에 할애한 것이다. 아주 정교하지는 않아도 즉흥적인 발상은 아니다.

평화와 인권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필수 교재인 요한 갈퉁의 저서가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다. ‘평평’이라고 줄여 부른다. 이를 활용하건대 적어도 내년 2월에 한하여 ‘평평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평화를 염원하는 평창올림픽’ 말이다. 유엔 연설에서 문 대통령도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일부러 라임을 맞춰 표현했다.

선언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무엇이 ‘평화적 수단’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마지못해 엉거주춤 나오는 것은 ‘평화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평화의 진정한 개념과 스포츠의 관계에 대해 의외로 무지하거나 무관심했던 대한체육회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매우 정치편향적인 기구인 IOC가 공식적으로는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석을 앞두고 ‘평평평’을 상상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추석 직후, 모든 관계자가, 특히 평창올림픽 실무 기관들이 ‘과정의 평화’를 찾아내야 한다.

<정윤수 | 스포츠 평론가·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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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순탄하지 않다. 탈원전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향·왜곡 보도,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관여, 시민대표참여단의 지역·연령별 선발기준 논란 등으로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왔다. 안전, 경제, 환경 등의 의제에 대해 건설 중단과 재개 양측이 제시하는 팽팽하게 대립되는 주장도 어려움을 더해준다. 건설 중단 측이 활성단층의 존재,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역, 비상대피 구역 내 382만명의 지역주민을 거론하며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 재개 측은 세계 최고의 핵발전 기술과 안전성을 믿으라 주장한다. 점진적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각오하라고 한다. 재생에너지산업이 창출할 양질의 수많은 일자리에는 탈원전으로 인한 대규모 실업 사태로 맞받는다.

모두가 중차대한 사안들이지만, 누구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쪽 주장 모두 예측이라, 미래가 현실이 될 때까진 입증이 불가능하다. 그때까지 양쪽 모두 자기주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민대표참여단도 양쪽 주장을 듣고 숙고와 토론을 하겠지만,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울어진 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혼탁한 운동장에서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식의 공론화로, 신고리 5·6호기에 관한 결정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방사능 대량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흘렀지만 그대로 방치돼 있다. 원자로의 폐연료봉 때문이다. 사람이 즉사할 정도의 강력한 방사선을 내뿜는 폐연료봉은 내부 상황 파악을 위해 투입된 로봇조차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원전은 우라늄 핵분열 때 나오는 열을 사용해 물을 끓이고 여기서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원료로 사용된 우라늄은 폐연료봉 형태로 핵폐기물이 된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폐연료봉 1만925다발이 있었다. 이를 다 꺼낸다고 해도 영구적으로 처리할 곳이 없다.

다행히, 너무나 명백한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다. 핵발전소 가동에는 핵연료가 필요하고, 일단 가동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배출된다. 신고리 5·6호기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는 순간의 피폭으로도 치사율 100%인 치명적인 고준위핵폐기물이며, 최소 10만년 동안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 차폐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700t 이상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의 임시저장소에 보관된다. 임시저장소의 예상 포화연도는 월성원전 2019년, 한빛 2024년, 한울 2026년, 고리 2028년이다. 사용 가능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재 영구저장소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 이상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들이다.

‘10만년’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현생 인류의 출현이 대략 3만~4만년 전이다. 더구나 ‘완전’한 분리와 차폐는 ‘불완전’한 인간에겐 불가능한 요구다. 사용후핵연료의 실체는 원전이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책임질 수 없는 설비라고 알려준다. 고준위핵폐기물이 나오는 한, 사고가 없다 해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왜 10만년을 걱정하느냐고 타박하려는가? 하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100년도 못 사는 우리가 10만년 동안이나 위험천만한 그런 쓰레기를 세상에 남겨서야 되겠는가. 게다가 이 10만년엔 우리의 현재도 포함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미래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자리에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의 삶에 영향을 끼칠 파괴와 죽음의 자국들”을 남겨서는 안된다(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눈앞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미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것인가? 미래 세대에 대한 무책임은 오늘 우리에 대한 무책임으로 현재화된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사회적 무책임의 참담한 결과다. 지금 당장 편리하자고 우리가 감당 못할 위험을 묵인하는 핵발전도 예외일 수 없다.

대안이 없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탈원전으로 가는 나라들은 대안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대안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아닌가. 미래 세대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핵발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외면하지 말자. “우리 후손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까?”(<찬미받으소서>)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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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학생들, 고3이 되었으니 앞으로 EBS 교재로 수업할게요.” “선생님, 그럼 이미 구입한 교과서는 수업 때 사용 안 하나요?”

매년 새 학기 교사와 학생들이 보는 고3 교실의 첫 수업 풍경이다. 십수년째 한결같은 이 장면은, 고3 교과서의 구입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내지 않아도 될 돈이 낭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내내 5지선다형의 객관식 풀이만 하는 파행적 고3 수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양한 교육자료를 토대로 한 창의적 수업은 고사하고, 그래도 여러 필진이 지혜를 모아 만든 한 권의 교과서로 내실 있는 수업을 구축하기만 해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풀이 위주인 EBS 교재의 수능연계율이 70%인 까닭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주교재로 활용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좀 더 복잡한 맥락이 있다.

지금 고2 학생들은 내년 초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구입 신청하고 있다. 교사 대부분은 내년 수업 때 이 교과서보다 EBS 교재가 더 많이 사용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사지 말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내년에 어떤 교사가 고3을 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내년에 교과서로 수업할 확률(?)은 낮지만, 공부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교과서는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선생님의 ‘모호한’ 안내를 받은 고2 학생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구매를 한다. 올해 필자의 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1인당 평균 7만원가량의 교과서를 구입했다. 이에 전국 고3 학생들의 숫자를 40만명으로, 학생 1인당 교과서 구매비용을 5만원으로 낮춰 잡아도 약 20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 학습에 효율적으로 사용된 교과서도 있을 것이므로, 이 중 절반을 제외해도 약 100억원의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는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치열해진 입시경쟁에서 사교육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왜소한 액수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다. 또 궁극적으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대학평준화 등을 통해 학벌사회를 타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상적 목표만을 현실 저 너머에 둔 채, 언제까지나 현상에 대해 모른 척해서도 안될 일이다. 현시점에서 학생들의 비효율적인 학습과정 및 학부모들의 불필요한 교육비 부담을 개선할 대증적 방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는 교육계의 모습이 안타깝다.

1년 뒤 수능개편안이 발표되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교과서 관련 정책도 뒤따를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을 고심 중일 텐데, 앞서 살펴본 고3 교과서의 비효율적 지출 상황도 그대로 국가가 떠안게 된다. 따라서 관련 실태조사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교과서를 토대로 온전히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이 더 행복한 학교교육을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교육당국이 보여주길 바란다.

<이광국 |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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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정부가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은 사립대학의 혁신에 나선다. 교육부는 26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학혁신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혁신위는 교육부 관계자와 법조계·회계법인·시민단체 등 외부전문가 15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실무추진단에는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가 사학발전과 비리척결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교육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대구외대와 한중대는 설립자의 비리와 파행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립자가 2012년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재정난을 겪어온 서남대는 현재 폐교 절차를 밟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12개 사립대는 비리가 적발되거나 부실 운영이 드러남에 따라 폐쇄명령을 받거나 자진폐교했다. 이들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해야 했고, 교직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를 통해 비리 대학의 폐교 때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사학법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잔여재산은 재단에서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비리로 대학이 폐교되더라도 정관에 규정만 있으면 재산이 설립자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비리 사학의 거수기로 전락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손봐야 한다. 특히 옛 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은 옛 재단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활용돼왔다. 사학비리로 퇴출된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사분위 때문이었다. 2010년 이후 조선대·영남대·세종대 등 10개 대학에서도 옛 재단이 이런 절차를 거쳐 복귀했다. 사분위가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민주적인 교육가치 실현보다 비리 사학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사학혁신위 설치를 계기로 건전 사학은 지원을 강화하되 비리 사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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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