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가르치기, 키우기'에 해당되는 글 340건

  1. 2017.10.17 [학교의 안과 밖]기울어진 대입 제도
  2. 2017.10.12 [사설]18만건 고쳤다는 학교생활기록부 신뢰할 수 있나
  3.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김상곤 장관의 ‘교사 패싱’
  4.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평가의 ‘궁극적 목적’
  5. 2017.09.27 [기고]고3 교과서의 불편한 진실
  6. 2017.09.27 [사설]새로 출범한 사학혁신위, 사학 비리와 결연히 맞서야
  7. 2017.09.27 [사설]8개구에 특수학교 설립, 장애아와 이웃하며 살자
  8. 2017.09.26 [학교의 안과 밖]‘자소설’ 쓰게 하는 교육현실
  9. 2017.09.18 [학교의 안과 밖]우리 아이들 행복하다
  10. 2017.09.15 [정동칼럼]2주기 대학평가, 바뀌는 게 없다
  11. 2017.09.12 [학교의 안과 밖]일반고 ‘천수답 입시’ 이젠 끊자
  12. 2017.09.05 [학교의 안과 밖]무명 교사들에게 박수를
  13. 2017.09.01 [사설]수능 개편안 1년 유예, 더 이상 혼란·졸속 없게 해야
  14. 2017.08.31 [경향의 눈]교원 임용 절벽, 사범대 교수들은 뭐했나
  15. 2017.08.29 [학교의 안과 밖]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16. 2017.08.25 [사설]수능개편안 미루고, 대입 제도 근본을 손질해야 한다
  17. 2017.08.21 [학교의 안과 밖]입시 흑역사와 실패의 교훈
  18. 2017.08.21 [기고]초·중·고 교원 성폭력 막으려면
  19. 2017.08.16 [학교의 안과 밖]수능 절대평가제가 불편한 이유
  20. 2017.08.11 [사설]수능 개편, 전 과목 절대평가가 답이다

매년 입시철이 지나면 학원들마다 입시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몇 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느냐가 가장 흔한 홍보의 소재이고, 그다음으로는 의대와 ‘인(in)서울’ 대학 등의 진학 성공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론 이런 모습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하여 교육당국에서 학원 외부에 홍보 현수막 등을 노출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입시결과를 외부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전교 1등이 가장 많이 수강하고 있는 학원’만큼 학부모들의 이목을 끄는 광고 문구가 없다는 것이 일선 원장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이렇게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원이라는 광고를 해야 또 다른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들고, 그런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합격이라는 입시 실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 중에는 잠깐이라도 등록한 학생을 자기 학원의 진학 실적으로 올리거나 계열화된 다른 학원들의 입시결과를 합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듯 학원들은 ‘우수 학생’ 또는 다른 말로 ‘우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학원의 경쟁력이 기본적으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능력’에 있기는 하지만 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을 잘 가르쳐 중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거의 대부분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켰느냐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요즘 입시는 과거 부모세대 때처럼 막판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 보니 학원 마케팅의 핵심은 이미 공부 잘하고 있는 학생을 유치해서 입시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가르치기도 편하고 입시결과도 당연히 좋다는 비즈니스적인 판단이다.

자, 여기까지가 교육에 있어서 만악의 근원(?)으로 치부되는 사교육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외고나 자사고를 강제 폐지하려는 이유가 ‘우수한 학생들도 일반고로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사교육계의 우수 학생 유치 노력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사교육계에서 보는 ‘우수 학생’과 공교육에서 생각하는 ‘우수 학생’은 결국 수능 입시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선행학습을 잘한 학생들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외로 사교육계 일부에서는 소수의 자사고, 외고에 집중되었던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로 흩어지는 것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라면 뭔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일부 지방 자사고들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 움직임이 있어왔고 외고들의 입학 경쟁률도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것은 자사고와 외고가 어떤 학생들에게는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학력 수준이라면 일반고에서도 효과적인 입시 준비가 가능하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자사고나 외고, 교육특구 지역의 재수생 비율이 일반고에 비해 크게 높다는 것도 잘 알려진 팩트다. 이렇듯 자사고나 외고의 존재가 일반고 황폐화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런 학교들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입시제도가 문제였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어도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여러 역량을 확인해 공정하게 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새 정부가 ‘자사고, 외고 폐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큰 틀의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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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고교의 학생부 정정은 18만2405건에 이른다. 2012년(5만6678건)과 비교해 4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10만7760건이 고쳐졌다. 학생부 수정은 불법이 아니다. 해당 학년도 이전에 입력된 학생부 자료는 원칙적으로 수정할 수 없지만 동아리·봉사 활동이나 수상실적 등이 누락됐다는 증빙 자료가 있으면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교과의 학업 능력 등을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이나 학생의 인성 및 관심사항을 기록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도 지난해 각각 3만여건 수정이 이뤄졌다.

학생부는 대입의 핵심 전형 자료다. 입시에서 학생부를 고쳐 한 줄이라도 내용을 추가한 학생은 합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학생부를 수정하지 못한 학생은 그 반대다. 그렇잖아도 학생부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짬짜미 우려가 있고,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학생부 수정이 이렇게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면 신뢰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내신 성적 조작 등 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학생부 관련 비리가 지난 3년간 3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부 수정 과정에서 사실 왜곡이나 조작,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학생부 관리가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능 절대평가는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난 8월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뒤로 미뤘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의 75.1%는 학종이 상류층에게 유리하고, 74.8%는 부모나 학교·담임교사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전형이라고 응답했다. 당장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를 반영해 뽑는 인원은 22만여명으로 전체의 64%에 이른다. 학생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부 체제로는 안된다. 대입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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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요즘 교사들의 가을 독서가 한창이다. 내년 신입생이 사용할 교과서 선정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9월22일에야 심사본을 배포하고서는 10월20일 이전에 심사, 선정, 학교운영위원회 통과, 주문의 모든 과정을 마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감안하면 사실상 10월15일까지 선정을 마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교과서 선정은 많은 서류 작업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교과협의록으로 작성하며, 이 기준에 따라 10종 내외인 심사본, 즉 최소한 1000쪽, 많으면 4000쪽을 검토해 작성한 평가표를 교과 대표 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표 교사는 집계표를 작성하고, 최고 득점 교과서 3종을 가린 뒤 추천의견서를 작성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하는데 1, 2, 3위의 순위는 정하지 않는다. 순위는 학부모가 과반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정한다. 그러면 학교장이 이 모든 문서들을 수합한 뒤 추천된 3종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는데, 1순위로 추천된 교과서를 선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 선정 절차에서 정작 수업을 직접 담당할 교과 교사는 일만 분주할 뿐, 그 역할은 의외로 미약하다. 수업과 무관한 학부모, 교장에게 더 결정적인 권한이 주어져 있다. 이 어이없는 절차는 교실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정작 그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의 목소리를 배제해왔던 우리나라 교육 모순의 축소판이다. 한마디로 교사 패싱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수많은 적폐의 근본 모순 중 이 교사 패싱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것이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고, 진보교육감의 원조 격인 김상곤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교육적폐의 청산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적폐의 원인인 교사 패싱을 교사 참여로 바꾸고 학교를 진정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김상곤 장관 100일 동안 한 일이라고는 대학입시제도를 놓고 우왕좌왕 제자리걸음을 한 것, 학교를 교육이 아니라 노동의 논리로 접근해 역시 우왕좌왕하다 제자리걸음을 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뿐이다. 더구나 이 두 요란한 제자리걸음들은 철저한 교사 패싱으로 일관했다. 입시 결정 과정에도, 비정규직 전환위에도, 심지어 국가교육회의 위원에도 교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회원수마저 불투명한 군소 시민운동단체, 학부모단체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것이 이 정부의, 김상곤 장관의 본심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분명 교육부 고위 관료들 중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교사 패싱의 길로 유혹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간곡히 부탁드린다. 교육부 장관, 나아가 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사 패싱을 말하는 자가 바로 교육의 적폐이며 개혁의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이 나라의 적폐세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각성과 단결,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두려워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교사가 자주권을 얻게 되면 세대가 갈수록 민주적이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고, 또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관이 이 적폐를 청산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교사 패싱을 계속한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기꺼이 직을 걸고 장관 패싱, 정부 패싱을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이다.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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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중·고등학교에서는 지필평가가 치러진다. 시·도별 편차가 있겠으나 교육과정과 수업방식과 내용이 변하면서 학생평가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논하는 것은 어떤 평가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평가방식의 변화가 학생들의 교육적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임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정기고사인 1차 지필평가 과목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자유학기를 하는 중학교 1학년은 지필평가가 아예 없고 2, 3학년은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과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것은 수행평가 비중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한다.

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늘어난 것이 다양한 평가방식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지필과 수행평가에서 논술형평가가 늘었다.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교과기초지식에 바탕한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을 학습목표로 지향하면 평가에서도 정답이 있는 선다형 문항 중심에서 논술형 문항이 포함되거나 확대된다. 수업에서 했던 토론내용과 지문을 활용하여 지필평가가 논술형 문항으로 출제되거나 논술형 수행평가가 치러진다.

수행평가의 경우 모둠별 평가방식이 많이 쓰인다. 평가비율이 높은 프로젝트형 평가의 경우 개별작업이 갖는 교육적 효과보다 모둠협업이 갖는 효과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변화에 대해 학기별 학생 및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불만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종종 듣는다. 주로 모둠별 수행평가로 모둠별 작업에서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이의제기, 수행평가 비중 확대로 인한 상시적 평가의 부담감이나 과정중심평가에서 학생의 성장에 대한 피드백 부족 등이다.

교사들도 고민이 있다. 논술형평가가 확대될수록 채점의 부담감이 있다. 선다형 100% 평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성적처리 메뉴에서 채점하기 때문에 업무부담과 오류 위험성이 적다. 수행평가가 확대되면서 상시적인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찰, 모둠수행평가에서 협력활동과 개별작업에 대한 섬세한 관찰의 어려움이나 학기말 평가처리 및 기록의 부담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변하고 있다. 평가는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와 함께 우리 학생들을 어떤 가치와 역량을 함양한 시민으로 키우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논술형평가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의견, 주장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개별보다 모둠별 작업을 평가하는 것은 교과개념과 함께 타인과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평가가 갖는 방향성에 대해 주체 간 진지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 우리 학생들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공동의 목표라면.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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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고3이 되었으니 앞으로 EBS 교재로 수업할게요.” “선생님, 그럼 이미 구입한 교과서는 수업 때 사용 안 하나요?”

매년 새 학기 교사와 학생들이 보는 고3 교실의 첫 수업 풍경이다. 십수년째 한결같은 이 장면은, 고3 교과서의 구입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내지 않아도 될 돈이 낭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내내 5지선다형의 객관식 풀이만 하는 파행적 고3 수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양한 교육자료를 토대로 한 창의적 수업은 고사하고, 그래도 여러 필진이 지혜를 모아 만든 한 권의 교과서로 내실 있는 수업을 구축하기만 해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풀이 위주인 EBS 교재의 수능연계율이 70%인 까닭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주교재로 활용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좀 더 복잡한 맥락이 있다.

지금 고2 학생들은 내년 초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구입 신청하고 있다. 교사 대부분은 내년 수업 때 이 교과서보다 EBS 교재가 더 많이 사용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사지 말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내년에 어떤 교사가 고3을 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내년에 교과서로 수업할 확률(?)은 낮지만, 공부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교과서는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선생님의 ‘모호한’ 안내를 받은 고2 학생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구매를 한다. 올해 필자의 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1인당 평균 7만원가량의 교과서를 구입했다. 이에 전국 고3 학생들의 숫자를 40만명으로, 학생 1인당 교과서 구매비용을 5만원으로 낮춰 잡아도 약 20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 학습에 효율적으로 사용된 교과서도 있을 것이므로, 이 중 절반을 제외해도 약 100억원의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는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치열해진 입시경쟁에서 사교육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왜소한 액수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다. 또 궁극적으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대학평준화 등을 통해 학벌사회를 타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상적 목표만을 현실 저 너머에 둔 채, 언제까지나 현상에 대해 모른 척해서도 안될 일이다. 현시점에서 학생들의 비효율적인 학습과정 및 학부모들의 불필요한 교육비 부담을 개선할 대증적 방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는 교육계의 모습이 안타깝다.

1년 뒤 수능개편안이 발표되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교과서 관련 정책도 뒤따를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을 고심 중일 텐데, 앞서 살펴본 고3 교과서의 비효율적 지출 상황도 그대로 국가가 떠안게 된다. 따라서 관련 실태조사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교과서를 토대로 온전히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이 더 행복한 학교교육을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교육당국이 보여주길 바란다.

<이광국 |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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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은 사립대학의 혁신에 나선다. 교육부는 26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학혁신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혁신위는 교육부 관계자와 법조계·회계법인·시민단체 등 외부전문가 15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실무추진단에는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가 사학발전과 비리척결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교육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대구외대와 한중대는 설립자의 비리와 파행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립자가 2012년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재정난을 겪어온 서남대는 현재 폐교 절차를 밟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12개 사립대는 비리가 적발되거나 부실 운영이 드러남에 따라 폐쇄명령을 받거나 자진폐교했다. 이들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해야 했고, 교직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를 통해 비리 대학의 폐교 때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사학법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잔여재산은 재단에서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비리로 대학이 폐교되더라도 정관에 규정만 있으면 재산이 설립자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비리 사학의 거수기로 전락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손봐야 한다. 특히 옛 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은 옛 재단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활용돼왔다. 사학비리로 퇴출된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사분위 때문이었다. 2010년 이후 조선대·영남대·세종대 등 10개 대학에서도 옛 재단이 이런 절차를 거쳐 복귀했다. 사분위가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민주적인 교육가치 실현보다 비리 사학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사학혁신위 설치를 계기로 건전 사학은 지원을 강화하되 비리 사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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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장애인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서울 8개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 늘리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장애 학생 부모가 무릎 꿇을 일이 없도록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이다.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한 교육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2002년 종로구에 서울경운학교 설립을 마지막으로 지난 15년간 초·중·고 과정의 특수학교를 세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통학을 해야 한다. 장애가 없는 성인도 이 정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내면 힘이 드는데 장애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절망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장애아를 보내는 사례도 있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중랑·동대문·성동·중·용산·영등포·양천·금천구 등이다. 이 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2837명이다. 특수학교 부족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9300여명이지만 이 중 30%가량만 특수학교에 적을 두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특수학교는 대부분 과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나 공간 여유가 있는 학교, 국공유지 등에 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충돌한 강서구 가양동 특수학교 설립건에서 보듯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여기는 시각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지역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등·하교 시간에 소음이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부딪칠 일도 없다. 특수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다.

서울시교육청은 선진국처럼 특수학교에 수영장·공연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같이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학교의 원활한 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청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반대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장애 학생들을 이웃으로 품으려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운이 나쁘면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누구나 장애 학생이나 장애 학생의 부모가 될 수 있다. 장애아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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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 ○○대 자소설-1’. 올해도 이 파일 이름을 보았다. 학생부 전형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달라는 학생들 파일명에는 해마다 ‘자소설’이 있다.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신뢰성을 잃은 데 대한 자괴감의 반영이다. 학생들이 자소서 파일 이름을 자소설이라 칭하는 현실 이면에는 한국입시의 혼탁함이 엄존한다. 학생부 전형은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고교생활 3년간의 활동과 이를 통해 얻은 지적, 도덕적 성장을 평가한다. 그러나 예민한 연구나 각종 활동, 즉 재현은 평가 기준으로 우리에게 낯설다. 우수학생의 능력으로 수용되기에 정서적 거리가 존재한다.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충분한 내신 성적을 갖추었음에도 자소서를 작성하는 학생부 전형 지원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다수다. 이 부류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지식이나 능력을 드러내기보다 앉아서 공부하기를 즐기는데, 특목고에 비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흔히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뒤져 별것 아닌 활동을 부풀리거나 타인이 자신을 잘 봐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글을 쓰는 행위를 몹시 싫어한다. 수동적일 수 있으나 정직한 학생들이다. ‘내가 받은 교내 상도 여러 명이 함께 받았으며, 전공 관련 활동도 없고, 독특한 실험이나 연구 활동도 없는 만큼 내신만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자기소개서 샘플을 봤는데, 나는 그렇게 쓸 수 없다. 두드러진 게 없다. 어쩌란 말이냐.’

결과적으로 그들 대부분 현실에 쫓겨 자소서를 쓴다. 이런 형편을 감안해 자소서를 작성할 때 화려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불필요함을 여러 차례 주지시킨다. 그래도 힘들어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에 익숙지 않은 데다 특정 활동의 부각을 과장으로 보는 정서적 거부감 때문이다. 설득하는 과정은 어렵다. 특히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원치 않는 학과로 방향을 바꿀 경우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며 손을 놓는다. 그럴수록 생활기록부를 탈탈 털어 해당 학과에 대한 충성도를 부각시키려 노력한다. 책상 앞에 버티고 앉은 학생을 어르고 달래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은 몹시 힘들지만 학생이 거짓된 스토리를 원하는 경우보다 정신적 부담이 훨씬 적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이걸 왜 해야 하나.

우리 문화를 돌아보자. 자기 의견에 반하는 표현을 했다고 연예인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여전히 수능이나 고시가 입시 공정성의 핵심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다수다. 이 시험들은 읽고 문제 푸는 게 전부다. 입시 역시 그 나라의 문화에 맞아야 수용될 텐데, 활동과 느낌 진술로 구성된 자소서 문항을 보면 이질감을 지우기 어렵다. ‘너 프랑스어 하니?’라는 질문에 ‘응, 나는 6주 배웠고 그만큼은 해’라고 응수하는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은 12년 영어를 하고도 ‘너 영어 잘해?’라는 질문에 ‘조금’이라고 답한다. 겸양과 침묵이 미덕인 나라에서 재현과 홍보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학생부 전형은 장점이 많다. 그러나 교과과정이나 수업 모델의 개선 없이 학생들이 양질의 활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 교실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국어 독해의 오류를 점검하는 학생이 여전히 많다. 성실이 성공의 토대라고 믿는 이들에게 학생부 전형은 그럴싸한 활동으로 자신을 포장한 결과로 비칠 것이다. 자소서의 문제를 정밀하게 진단해야 할 시기다.

<정주현 |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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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일이 있다. 학생의 고통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 과정상의 필연적 현상이다. 잘못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굳이 잘못이라 한다면 이것은 나만이 하는 잘못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는 잘못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적잖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장된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계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보다 오히려 낮아요. 핀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이 우리보다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였던 것은 노인 자살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자살률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세계에서 제일 불행할 뿐만 아니라 자살률도 세계 1등일 거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자살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주 높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가끔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너무 염려 마시라.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제법 밝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이것은 또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과장한 말일 수 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야 한다. 어려운 일인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낙관적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은 아주 쉬운 일 아닐까?”

주로 중·고등학교 학생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학생들의 행복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다. 불행한 정도가 급격히 완화된 시기라는 말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진보 교육감이 등장했을 때다. 정확히 말하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을 때이다. 학생인권조례 조항 중에서 학생의 삶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두발규제를 금지시킨 것을 꼽는다. 머리카락 길이에 대한 과도한 단속과 규제, 이거 학생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던 일이었다. 학생과 교사를 지속적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것을 중지하거나 완화한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상당히 행복해졌다. 적어도 상당히 덜 불행해졌다.

두발규제의 중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산? 한 푼도 필요 없다. 교사들의 시간과 에너지 투여?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냥 손만 놓으면 되는 일이다. 우리의 낡은 생각을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간단한 일이 오랜 세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학생들이 머리를 좀 기르면, 막상 닥쳐보니 실제론 그다지 길게 기르지도 않았지만, 큰일 나는 줄 알던 사람이 많았다. 교사로서의 존재감을 두발단속 같은 일에서 찾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실행 해보니 어떠했나?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 교육이 변하는 것, 이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 아닐까? 학생에게도 좋고, 교사에게도 좋고, 나라 전체에 좋은 일인데 왜 안 되기만 하겠나? 사실은 쉬운 일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주 가끔만 하는 생각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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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칼럼에서 서남대 폐교 방침을 비판하는 가운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노회한 교육관료층에게 벌써 휘둘리는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8월31일 김 장관이 수능 개편안을 유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섣불리 결정을 내려 교육현장에 혼선을 일으키고 반발을 자초했다면, 김 장관은 자신이 뜻한 교육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관료집단에 포획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시행 방침과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다시 걱정이 많아진다. 내년 예산안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쟁점이 많으니 내후년을 기대하며 일단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장관의 무사안일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임박한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미 줄인 대학입학정원 4만4000명 외에 약 10만명을 2023년까지 추가 감축하려는 교육부 계획의 타당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고교 졸업자는 2023년에 약 40만명으로 떨어진다. 대학 진학률을 70%로 가정해도 지원자 28만명은 내년도 입학정원 52만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반면에 평생교육이나 재교육,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대학입학 수요가 5~6년 만에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다. 추정컨대 2023년까지 교육부가 계획한 10만명의 무려 두 배인 20만명 가까이 줄여야 한다.

교육부가 입학정원 10만명 축소 목표가 위기 극복에 불충분함을 외면하는 것은 학령인구 급감이 예고된 시점에서도 대학 난립을 허용하여 거품을 키운 책임이 두려운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비판적 논자들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따진 적 없음도 꼬집어야 옳다. 어쨌든 교육부는 기존 방식의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2주기 평가를 그대로 밀어붙일 기세이다. 지난 8월25일 관련 보도자료만 봐도 심각한 문제는 여전하다. 두 가지만 따져보자.

첫째, “학생의 선택에 의한 조정 존중”이라는 가소로운 어구를 써 가며 신입생 충원율 배점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한계사학은 더욱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만 살아남고 지방은 국공립대학을 비롯한 소수의 대학 외에 모두 고사함으로써 한국 대학의 생태계는 처참한 꼴이 될 것이다.

엄청난 대학정원 축소가 필요한 현실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 가령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정부 지원으로 보전하는 공영형 사학을 제안해도 수도권 사립대들은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난제를 치열하게 고민해도 시원치 않을 터에 아예 고민조차 없으니 수구정권의 정책과 똑같다. 하다못해 수도권 4년제 대학들에 전문대에 적합한 전공을 무원칙하게 허용해온 잘못을 고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는가.

둘째, 교육부는 1주기 평가지표가 열악한 처우의 전임교원을 양산한 부작용을 인정하면서 2주기에서 “전임교원 일자리 수준 악화 방지”를 약속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다음 대목에서는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의 만점 기준 유지를 밝힌다.

이 해괴한 지표의 점수를 따느라 대학의 개설 강좌는 많이 줄고 교수의 주당 수업시간은 크게 늘었다. 당연히 교육의 질은 나빠지고 시간강사 대량해고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더해졌다. 이 문제는 교수 1인당 학생수로 표현되는 법정 교원 충원율을 평가지표로 바꾸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그러나 교원 충원율은 교수 규모를 유지해야 하니 돈이 들고,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돈을 아낄 수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관료와 비리사학의 짬짜미에 분노가 치민다.

김상곤 장관의 제5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는 진보 학자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새 위원회는 교육관료의 관성과 기득권을 떨쳐버린 혁신적인 정책기조를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 정책만으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 지역 사회와 지자체 등이 협력하여 자율적인 대학 통폐합을 추진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사학 소유주’ 등 교육마피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효과적인 정부 정책이며, 주무 장관만이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정확한 인식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내년 예산에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위해 1000억원을 배정했지만, 그것은 공영형 사학 확대의 실질적 계획을 동반해야 성공한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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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권 모 여대 인기 학과의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선이 내신 1.4등급이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중 내신 3등급 후반대의 학생이 있었다. 학교 내신 등급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35명 한 학급을 기준으로 한 등수로 변환하자면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1등이 어렵게 합격하는 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12등 내외의 학생도 합격했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두고 3등급대의 학생이 일반고 출신이 아닌 자사고나 특목고의 학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경기도의 평범한 일반계 고교의 학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입시에서는 이런 사례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방의 한 유명 사립대 언론관계 학과에 내신 6등급의 학생이 합격하고, 상위권 명문대 경영학과에 산골마을 고등학교의 3등급 중반의 학생이 합격했다. 이때도 이 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가 화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입시 사이트들에서는 특별한 환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지만 역시 모두 억측이었다.

최근 들어 지방의 신흥 명문고들이 뜨고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는 각 지역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했던 지역의 전통 명문고들이 입시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변변한 사교육 기관도 없는 평범한 변두리 학교들에서 깜짝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과거 명문고들은 서울대의 합격자로 명문대라는 이름을 차지했지만 요즘의 지역 명문고는 중상위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서 신흥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공사례라고 해도 절대 숫자로 따지면 서울 강남지역이나 자사고, 특목고들의 합격자 수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니 그 내용적인 가치로는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역들에서는 그동안 천수답식 입시를 치러 왔다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바라는 농사처럼 특별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재가 태어나거나, 외지에서 유입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어야 입시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출한 인적자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직접 이끌어 낼 수 있기에 더 이상은 천수답 방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다수다.

어제부터 2018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각 학교마다 고3 담임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진로지도와 관계있는 선생님들은 모두 출근해서 마치 평일처럼 북적거렸다. 막무가내로 상향지원을 하겠다는 제자를 설득하고, 적성이나 평소의 진로 방향에 맞춘 진학지도를 하느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휴일은 반납된 지 오래다. 어떤 언론은 지난여름 이후 원서 접수를 앞두고 휴일에도 학교에 몰려와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는 기사를 출고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문제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게 노력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니 아낌없이 박수를 쳐줘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입시생들과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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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입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배를 타기 위해 바닷가에 모여 있는 영국군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독일 공군의 폭격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던 군인이 울분에 차서 말한다. “공군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정말 공군은 독일 폭격기가 아군 머리 위에 폭탄을 쏟아부어대도록 수수방관했을까? 사실 공군 역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공중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덩케르크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영국 공군이 독일 폭격기를 물리치면, 덩케르크 해안에서는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패하면, 즉 조종사가 목숨을 잃으면 독일 폭격기가 나타나서 폭탄을 쏟아붓는다는 것.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육군은 욕을 한다. 폭격이 없는 것은 공군의 승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고, 폭격이 있을 때는 공군이 욕을 먹는다. 결국 공군은 욕만 먹는다. 심지어 치열하게 싸우다 간신히 살아남은 조종사에게도 육군들은 “공군은 대체 뭐하는 거야?”라며 욕을 한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그 조종사에게 도슨의 한마디. “괜찮아. 내가 알고 있으니.” 이 말이 훈장보다도 더 귀중한 보상이 되었다.

이 장면에서 학교가 오버랩되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동료 교사들의 신세가 공군 조종사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교육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그런데 교육은 그 과정이 순탄할수록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저절로 성장한 것처럼 느낀다. 마치 평온한 덩케르크의 하늘이 저절로 주어진 것처럼 느껴지듯. 이렇게 교육은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은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바로 티가 난다. 그래서 교사들은 평소에는 투명인간처럼 무시당하다 문제가 발생할 때만 세상의 관심을 끈다. “선생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과 함께. 철밥통 타령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무명 교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최초의 대통령이지 싶다. 주요 일간지들의 “교사 돌려치기” 연례행사일이 된 스승의날에 세월호에서 순직한 기간제 교사를 기억하며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하려 한다”고 정중히 말하는 모습에서 의기소침한 파일럿을 위로하던 도슨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 말이 의전 담당관이 짜놓은 각본이 아니라 대통령의 진심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세월호 참사는 보여주었다. 세상은 무슨 일만 생길 때마다 “선생들은 뭐하는 거야?”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래도 학교에는 공치사도 못 받을 “티도 나지 않는 일상의 교육”을 묵묵히 수행하는 교사들이 있음을. 그들 대부분은 참사가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평범한 교사들이었지만, 대통령부터 선사, 해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져야 할 담당자가 한결같이 썩어 문드러진 적폐의 종합판이었던 세월호 참사에서 자기 본분을 다한 유일한 공직자였음을.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정부만은 이 고마움을 잊지 않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교육의 개혁은 별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들 교실 안 무명 교사들의 어깨에 신바람을 일으켜 주는 것이다. 최근 교사들을 완전히 배제한 국가교육회의 구성안을 보니 무척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이 걱정이 다만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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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현행 체제에서 수능을 치르고, 개편된 수능은 중학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능 개편을 유예하고,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교육부는 졸속적인 수능 개편안 발표로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개편안으로 영어와 한국사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 등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2개 안에 대해 “어느 쪽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비론이 비등했다. 1안은 국어·수학·탐구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의 쏠림과 사교육 풍선효과를 막을 수 없고, 2안은 수능 변별력 약화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에서도 “제3의 수정안을 마련하거나 수능 개편을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절충안은 없다”며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게다가 수능 개편안은 수학의 가·나형을 남겨두면서 문·이과 통합이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마저 퇴색시켰다. 고교 체제 개편과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몸통인 교육과정에 맞춰 꼬리인 수능이 바뀌는 게 아니라 수능이 교육과정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이란 큰 그림을 제시한 뒤 수능 개편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특히 불공정·깜깜이·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항생제만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종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려면 학생부에서 경시대회와 소논문, 자격증·인증 기재란을 없애고, 교과영역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땜질식 개편이 아닌 교육개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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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생과 교육대생들의 대규모 반발 시위를 부른 ‘교원 임용 절벽 사태’는 교육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부른 참사다.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는 국공립이 대부분이라 교육부가 그나마 정원 감축 노력을 해왔지만 중등 교원양성 기관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 교육부는 중·고교생이 급증하던 1970~1980년대 국립 사범대만으로는 교사 공급이 부족하자 사립 사범대와 일반대학 교직 과정 정원을 대거 늘린 후 지금껏 방치하고 있다.

중등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어렵지 않다. 국어의 경우 국·사립을 막론하고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들어가 졸업만 하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는다.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 교직 과목을 이수하는 방법도 있다. 학부 졸업 후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석사 과정을 밟아도 된다. 영어·수학·역사·생물 등의 교사 자격증을 따는 방법도 같은 식이다. 이렇게 해서 2016년 한 해 동안 배출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2만2000명이다. 부문별로 사범대학 1만1541명, 일반대 교직 과정 5763명, 교육대학원 4065명, 기타 631명 등이다.

교사 자격자가 늘면서 교사 되기는 더 어려워졌다. 공립 중·고교 교사가 되려면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올해 선발 인원은 전국적으로 3000명가량이다. 신규 자격자만 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경쟁률이 7 대 1이다. 하지만 임용시험 재수·삼수생 등이 있으므로 실제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이다. 올해 영어 교사 선발 인원은 170여명이지만 영어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6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줄면서 교사를 아예 뽑지 않는 지역도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영어·수학 교사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국어 교사는 1명만 선발한다. 국내 최고 사범대학 중 한 곳인 경북대 국어·수학·영어교육과 학생은 수석 졸업을 해도 고향에서는 교편을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1990년까지 국립 사범대 출신은 시험 없이 100% 임용됐다. 이들에게는 대학 입학금과 수업료도 면제됐다. 교원대 학생에게는 학비 보조금과 기숙사비까지 지원됐다. 당시 교원 정책은 양질의 예비교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학 입학 단계에서 우수한 교직 희망자들을 뽑아 그들을 훌륭한 교사로 길러내자는 취지였다. 군 장교와 경찰 간부 육성을 위한 사관학교나 경찰대 제도와 비슷했다. 반면 사립 사범대 출신과 교직 과정 이수자는 따로 시험을 쳐서 국립 사범대생들이 발령받고 남은 자리에 임용됐다. 국립 사범대와 비교하면 찬밥 신세였다. 이 같은 국립 사범대 우대 정책은 사립 사범대 학생들과 교직 이수자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났고, 이후 도입된 것이 지금의 임용시험 정책이다.

교원 임용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급 정책 실패지만 사범대 책임도 있다. 그동안 진전이 있었지만 사범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은 일반 대학과 여전히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범대가 일반대 교직 과정에 비해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를 길러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교과 교육이 학문적으로 정립되고, 사범대가 명실상부한 교원 양성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면 일반대 교직 과정이나 교육대학원이 지금처럼 난립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범대 교수들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제자들 대다수가 교단에 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도 교육부를 비판하는 성명서 한 장 없다. 몇 안되는 정규직 교사 자리를 놓고 기간제 교사가 된 제자들과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자들이 다투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말리려는 시도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 인생이 어떻게 되든 내 밥그릇만 무사하면 된다는 생각을 만에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교원양성 기관 교수로는 특히나 결격이다.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줄고 교직 관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올해 846만명인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령 인구는 앞으로 5년간 100만명이 감소한다. 사범대학 정원과 일반대학 교직 과정 인원을 지금처럼 두는 것은 폭탄돌리기나 다름없다. 학교 교육의 성패는 교사에 의해 좌우되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교육계의 공리(公理)다. 고교에서 최상급 성적의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품은 채 사범대에 진학한다. 그러나 사범대를 졸업해도 교사가 될 수 없다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전국적으로 사범대가 45곳이나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원 양성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짜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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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다시 시작된 개학 후,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서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이번 수업시간엔 학생들과 어떤 대화를 할지, 학생들이 잘 배울지 그리며 잠시 긴장을 늦추는 순간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수업은 학급 분위기와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같은 수업디자인도 학급마다 배움의 몰입의 결이 다르다. 여러 학급을 담당하다 보면 유독 수업이 힘든 학급이 있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이다. 또 한 학급에서도 수업시간에 눈에 띄게 무기력하거나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전자나 후자의 경우 모두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그래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이 한결 쉽게 나온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은 학생들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학급공동체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인 경우다. 그럼 교과교사는 담임교사와 상의해야 방법이 나온다. 무기력한 학생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나 일시적 가정불화와 같은 배경적 요인이나 학습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 경우도 여러 교과수업마다 수업참여 자세가 다르다. 여러 교과교사가 함께 논의하면 학습자의 특성이 좀 더 잘 보이고 학습자에게 맞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적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사들은 한 환자를 치료할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분야 의료진이 모여 숙의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은 수업 중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함께 논의한다. 이게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이다. 한 달에 한 번 방과후 2시간 동안 학년별 교사들이 모인다. 한 학급의 수업을 1시간 동안 참관하고, 수업시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관찰한 것을 나눈다. 담임교사에게는 학급아이들의 관계가 잘 보이고 다른 교과교사들의 눈에는 낯선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가 보인다. 이런 교사들의 배움이 이후 수업디자인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마음가짐에 시나브로 녹여난다.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벌일 때도 동료성에 바탕을 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중등에서 한 주제를 정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는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국어, 사회, 영어교과가 민주시민을 주제로 연극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엔 학교예산이 있을 경우 연극강사를 초빙해 수업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예산이 없어도 지속가능한 교육과정을 위해 교사가 연극연수를 받고 직접 수업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러 교과가 함께 진도계획을 세우고 국어는 글쓰기, 사회는 민주시민 수업, 영어에서 연극 준비 등을 함께하며 깊이 있고 통합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개혁은 ‘학생교육’을 중심에 두는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싶다. 수업이 잘되면 행복하다. 교사들이 동료와 함께 교육 전문성을 키우고 나누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하는 문화와 학생상담,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가 같이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과 상담하고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는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과 불필요한 관행 탈피를 시행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주로 무엇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인가. 단적으로 교사들의 대화가 ‘공문 제출 마감’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잘 배울 것인가’와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로 풍성한 학교는 수업이 살아있고 학생들도 잘 배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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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현재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와 한국사를 포함해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 등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국어·수학까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또 특목고 입시 등을 고려할 때 개편안은 오는 31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부담완화 등을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수능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입 환경에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면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인원을 늘리거나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그렇잖아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종이 확대되면 부모 경제력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0.1점을 놓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4과목 절대평가는 문제가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과도 거리가 멀다. 절대평가에서 제외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중요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현재의 수능에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능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수능의 상위 영역인 대입 제도와 수능의 보완재 성격인 학종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수능 개편안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입안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은 파급력과 휘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능은 교육이론상 평가의 한 영역에 불과하지만 초·중·고교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국 교육의 거의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규정한다. 혼란과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교육부가 2개 안 가운데 하나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압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설익은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1년 미루더라도 국가대계를 바로잡을 대입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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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확정안을 두고 여론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제시한 두 가지 시안을 둘러싼 논쟁 역시 뜨겁다. 입시 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여론이 끓어오르는 나라도 드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건설적인 논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데다 입시제도의 반복적인 실패로 기대치도 낮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입시 개편안은 급조된 후 실패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정부는 시험의 교육적 가치와 선발 기능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제도화하기보다 가시적 성과를 향해 밀어붙이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속된 표현으로 ‘약빨’이 통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표류하다 파기되었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교육제도를 바라보는 시민의 기대치도 낮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한국 현실에 맞는 입시 모델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감과 동시에 정부의 방안에 맞게 교육주체를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극은 ‘열린교육’이었다. 획일적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자 도입된 혁신적인 방안이었으나 정작 시민사회에 전달된 설득의 논리는 ‘한 과목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였다. 열린교육을 주도한 장관조차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음에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파급효과는 컸다. 학습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한국의 입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우려가 맞서며 여론은 충돌을 거듭했다. 안타깝지만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자율학습 폐지는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기는커녕 부모의 사교육비만 늘렸고, 쉽게 내겠다던 수능은 해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불신을 심화시켰다.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와 지역 사이 벽을 허물어 교육기회를 확충함으로써 계층 간 차이를 완화하려 했던 취지 역시 사라졌다. 이런 실패가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에 의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성과에 집착, 영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교육방법을 한국적 배양 기간 없이 들여온 성급함이 원인이었다.

입시 흑역사에서 입학사정관제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는 도입 취지는 고액 캠프 활동, 자기소개서 미화를 위한 대필, 미신적인 입시 컨설팅 제도 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대학입시 모델을 단순 번역하다시피 들여온 이 제도는 아직도 학생부 종합 전형 어딘가에 숨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출범 초기, “미국 갔더니 오렌지(orange)를 ‘아륀지’로 읽더라”는 인수위원장의 발언이 구설에 오른 정권다운 제도였다. 유럽식 글쓰기를 교과 과정과 연계 없이 들여와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논술전형이나, 미국 수능처럼 절대평가를 시도하는 현 정권의 입시 개편 방안 역시 선진국의 제도를 추종하는 퇴행적 사고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면서 어른들은 외국 제도를 급하게 베껴온 셈이다.

지난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선진국 입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열이 높고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상황에 맞는 입시를 위해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현실은 어렵다. 수능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라는 주장에 국민 70%가 동의한다. 성인교육에서도 성찰의 반례는 존재한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이공계 학부의 의전원화라는 부작용으로 폐지되었고, 사법시험 역시 존치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되 뒤에서 머뭇거리는 다수를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돌아가자는 이들에게 올바른 뜻으로 오라고 설득해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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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연이어 터져 나온 고교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 소식. 어느 사안에서는 학내 성폭력 예방업무를 담당했던 자가 가해자였다고도 하니,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둔 격이 아닌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클지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 교원 성폭력을 철저하게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초·중·고 교원에 의해 학생에게 발생하는 성폭력 사안에 관해서는 독특한 점이 있다. 공동체 특성상 그 폐쇄성이 크며, 피해자가 미성년이므로 보호와 조력의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적극적 외부 개입과 관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확립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현행법은 교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형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되기만 하면 당연 퇴직 사유가 된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은 형사범죄가 아니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는 성범죄로 다루어지므로 규율의 공백도 거의 없다.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법이 미비해서 학생에 대한 교원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고 등 문제제기가 즉각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데에 학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있는 듯하다. 신고 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은폐 시도나 묵살, 회유나 불이익 조치와 같은 2차 피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피해자 또는 그 피해를 아는 학생이 2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은 2차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희롱 은폐 등 2차 피해 발생을 국가인권위원회나 검찰·경찰 등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면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 장관의 요청이 없는 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각 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확인한 2차 피해 발생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꼭 통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 등 과정에서 2차 피해 발생을 인지했다면 반드시 이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는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법은 신고가 이미 접수된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발견한 2차 피해만을 통보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2차 피해에 대한 예방적 점검이나 사후적 추적조사 등에 전향적으로 활용한다면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더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징계 등 조치 또한 중요하다. 은폐나 묵살, 회유와 불이익 조치 등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2차 피해를 유발한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나, 현행 규정상 징계양정 등에 관해서 여가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적정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법은 침묵한다. ‘솜방망이 징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성폭력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죄악이다. 어느 누구도 ‘성추행을 당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찬성 |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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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의 당위를 생각하면 절대평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입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평가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당위와 현실의 충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논의 구도 자체가 불만스럽다. 어째서 절대평가 논의의 주된 대상이 수능이란 말인가?

대학입시에는 세 개의 중요한 시험이 있다. 학교시험, 수능시험, 대학별시험이다. 현재로선 세 개의 시험이 모두 상대평가다. 세 시험 모두 당위보다 현실을 우선시했다. 균형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당위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다면 어떤 시험에 먼저 적용해야 할까? 전부 도입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 개의 시험에만 도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시험이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대다수 아이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시험이어야 한다.

입시 경쟁 중 어떤 경쟁이 가장 비교육적일까? 학교 친구들 간의 경쟁인 내신 경쟁이다. 그것이 경쟁의 범위가 좁아 가장 고통스럽다. 현재의 상대평가제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경쟁의 범위가 훨씬 더 좁아진다. 동일한 수업을 신청한 더 가까운 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자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실혁명으로 교육혁명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열겠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고교학점제 공약을 시행하면 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점제만이 교실혁명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 혁명적 공약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고교학점제 공약이다. 교육선진국의 보편적 제도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대단한 공약이다. 그런데 내신 절대평가제의 전면화 없이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해 결국은 시늉만 내다 말 것이다. 그러나 혹시 물정 모르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교실혁명이 아닌 교실지옥을 이룬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냉혹한 줄세우기는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현실이 그것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실은 현실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그 현실에 저항해야 할 자는 누구인가? 수능 출제자인가? 대학별시험 출제자인가? 아니다, 학교의 교사이다. 그것이 교육의 당위이고 거기에 교육의 살 길이 있다.

물론 입시는 현실이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입시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학입시가 특목고, 자사고, 강남권 학교에 현저히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역시 입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현실에 저항하고 교육의 당위를 부여잡아야 할 시험은 다른 시험이 아닌 학교시험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것만이 학교교육을 살려 입시불평등을 완화할 올바른 길이다.

수능과 대학별시험 출제자들은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시험 출제자인 교사는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며 그 아이들을 교육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쩌면 수능이 했던 줄세우기 역할까지 넘겨받아 아이들을 더 강력하게 줄세워야 할지 모른다. 나에겐 이것이 현실에 가장 강력히 저항해야 할 존재를 현실에 가장 심하게 굴종하는 존재로 만드는 참혹한 일로만 여겨진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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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0일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시안을 발표했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신설된다.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는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줄어든다. 이번 개편시안의 핵심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여부다. 교육부는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라는 2개 시안을 제시했다. 1안은 현재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사와 영어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고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제외하는 방안이다. 2안은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31일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입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선을 우려해 ‘일부 과목 절대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10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거리에서 학생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하는 '2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줄세우기식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하려면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게 옳다. 4개 과목만 절대평가하면 국어·수학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날 게 뻔하다. 대학들이 입시에서 국어와 수학의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 평가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수업 진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면 앞으로도 여러 차례 수능을 개편해야 한다. 이럴 경우 수능 개편 때마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대입제도의 안정성도 해치게 된다. 한마디로 게도 잃고, 구럭도 잃게 되는 것이다.

전 과목 절대평가의 단점으로는 변별력 약화로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동점자에 한해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하거나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중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과목의 내신을 반영하도록 하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이 수시전형에서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늘리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부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소논문이나 에세이 작성실적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전 과목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능 개편과는 별개로 공교육 수업의 질을 높이는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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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