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가르치기, 키우기'에 해당되는 글 349건

  1. 2017.12.05 [학교의 안과 밖]수능의 진로는 ‘단순화’
  2. 2017.11.28 [학교의 안과 밖]학생부의 딜레마
  3. 2017.11.20 [사설]불가피했던 수능 연기, 차분히 대처하자
  4. 2017.11.14 [학교의 안과 밖]학교폭력 예방 승진가산점 폐지를
  5. 2017.11.10 [기고]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실 만들기
  6. 2017.11.07 [학교의 안과 밖]교장공모제가 필요한 이유
  7. 2017.11.03 [사설]자사고·외고 우선선발제 폐지, 공교육 정상화의 길이다
  8. 2017.10.31 [학교의 안과 밖]수능, 온몸을 불살라 맞서라
  9. 2017.10.24 [학교의 안과 밖]학생부종합은 입시종합
  10. 2017.10.17 [학교의 안과 밖]기울어진 대입 제도
  11. 2017.10.12 [사설]18만건 고쳤다는 학교생활기록부 신뢰할 수 있나
  12.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김상곤 장관의 ‘교사 패싱’
  13. 2017.10.11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평가의 ‘궁극적 목적’
  14. 2017.09.27 [기고]고3 교과서의 불편한 진실
  15. 2017.09.27 [사설]새로 출범한 사학혁신위, 사학 비리와 결연히 맞서야
  16. 2017.09.27 [사설]8개구에 특수학교 설립, 장애아와 이웃하며 살자
  17. 2017.09.26 [학교의 안과 밖]‘자소설’ 쓰게 하는 교육현실
  18. 2017.09.18 [학교의 안과 밖]우리 아이들 행복하다
  19. 2017.09.15 [정동칼럼]2주기 대학평가, 바뀌는 게 없다
  20. 2017.09.12 [학교의 안과 밖]일반고 ‘천수답 입시’ 이젠 끊자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다. 혼란은 시험 내부에도 있었다. 국어와 수학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도 늘어났다. 여기에 일부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한 악재는 영어와 한국사였다.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쉽게 등급을 맞출 것으로 봤음에도 3등급 이하의 성적이 나온 학생들이 많았다. 이러한 변수는 한국사에서 두드러져 자격고사 정도의 시험에서 4등급 이하를 받아 수시전형 시험 기회를 상실하거나 정시에서 불이익까지 겪을 학생들도 늘었다. 천재지변으로 입시일까지 변경된 수험생들은 시험 자체에서도 여러 가지 지각변동을 체험한 셈이다. 시험 하나에 내재한 많은 내적 변수는 적절히 통제해 단순화시켜야 한다.

우선 영어의 등급 비율이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상위 등급 비율이 관심사가 되었다. 올해 6월 모의고사에서 8% 정도 1등급을 받으면서 절대평가로 인한 등급 문제는 줄어드는 듯했다. 그런데 9월 모의고사로 가면 1등급 비율이 5%대로 폭락한다. 그 결과 원서접수 기간부터 학생들은 자신의 예상 수능 성적을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본 시험을 코앞에 두고 영어까지 추가로 공부할지 고민했다.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의도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낮은 난이도를 유지해야 했음에도 수능 2개월 전 치른 시험이 어려웠던 것이다. 가뜩이나 국어와 수학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느낀 부담은 매우 컸다.

영어 난이도를 균등하게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사 역시 문제이다. 수능 시험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한국사 난이도가 올라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일단 수능 시험에서 한국사를 의무적으로 치르는 것부터 문제이다. 이는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역행하는 퇴행적인 제도이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시도한 국사교과서 국정화, 즉 정권이 강요한 공동체의 과거에 대한 단일 담론이라는 획일적 결과가 수능 내 한국사 시험이다. 개인적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폐지해야 하는 비합리적 제도라고 보는데, 난이도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우선이다. 모의고사와 본 시험 간 난이도 차이가 크면 학생들은 높은 난이도에 맞게 대응하게 되고, 이는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장기적으로 수능은 언어와 추리라는 두 영역으로 재편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단순화가 어렵다 해도 가능한 영역에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절대평가나 자격고사를 기치로 내건 영어와 한국사에서 많은 학생들이 준비의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3학년 학생들은 공부시간 대부분을 국어와 수학에 투자했다. 풍선효과는 실제로도 이어졌으며, 이를 근거로 내년에도 학생 대부분은 국어와 수학을 공부할 것이다. 전술한 두 과목을 집중 학습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긍정적인지 여부를 떠나 이러한 현실은 영어나 한국사 등이 안정적인 예측치를 가질 때 정당화된다.

쉽고 간편한 시험으로 영어를 인식하도록 난이도 안정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폐지가 요구되는 한국사 시험은 최소한의 준비로 끝낼 수 있도록 쉬운 출제를 일관성 있게 고수할 필요가 있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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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는 교과 더하기 비(非)교과다. 내신 더하기 비(非)내신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겠다. 교과 우수상,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 등이 교과로 분류되지 않고 비교과, 즉 비(非)내신으로 분류되니 말이다. 학생부 비교과는 교사가 쓴 기록물이다. 아닌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 다른 입시전형과 구별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징은 무엇일까? 비교과가 입시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학생부 비교과를 쓰는 데서 비롯되는 어려움은 그 성격이 다른 것과 현저히 다르다. 학생부를 쓸 때 교사는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운동경기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심판과 선수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역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학생부를 쓸 때 교사는 심판이어야 한다. 학생부 기록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입시자료로 사용되므로 당연히 공정하게 기록하는 것이 맞다. 거짓말하거나 과장하거나 윤색하면 안된다. 교사는 냉혹한 심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교사는 학생과 함께 뛰는 선수여야 한다. 다른 학교의 ‘학생+교사’팀과 경쟁하는 우리 학교 ‘학생+교사’팀의 선수여야 한다. 학생부를 쓸 때 교사는 자기 학교 학생의 장점과 재능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교사가 선수 역할을 하지 않고 심판 역할에 치중하는 것은 자기 팀 선수인 학생을 배반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딜레마다. 물론 대부분의 교사들은 어느 한쪽 역할에 더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긴 한다. 교사마다 그 정도가 제각각 다르겠지만 대부분 심판 역할이 아닌 선수 역할에 더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완전한 거짓말까지는 못하더라도 과장이나 윤색 정도는 눈 딱 감고 해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다. 나 또한 그런 교사들 중 하나다. 그러나 그렇게 마음먹었다고 해서 마음의 고뇌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려운 일이다. 심판 역할에 충실하란 것은 교사가 제자에게 갖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감정을 외면하란 얘기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게 실제의 현실 속에선 애초 불가능에 가깝다. “실험도구를 잘 다루고…”라고 쓸 때 실험도구를 잘 다루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어떻게 명확히 구별하겠는가? “감정을 살려 시를 잘 낭송하고…”라고 쓸 때 도대체 한 반의 몇 명까지를 잘한 것으로 인정해야 하나?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라고 쓸 때 경각심을 키운 것과 그러지 않은 것을 가리는 기준이 있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아무리 교사라 해도 학생의 내면세계와 심리상태를 어떻게 자세히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교사들은 학생부를 쓰는 내내 괴로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학생부를 너무 좋게 좋게만 써주는 것 같아 괴롭다. 다른 한편으론 모자라고 부족하게 써준 것만 같아 괴롭다. 혹자는 학종으로 인해 교사의 힘이 세졌다고 말한다. 학생부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처럼 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측면도 있기야 하겠지만 교사야말로 학생부 때문에 한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고양이 앞의 쥐처럼 초라하다.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너무 자주 속이는 것 같아 초라하고, 그렇게 쓴 학생부가 학생·학부모의 높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초라하고…, 이래저래 초라하기만 하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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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자 지면기사-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면서 대입전형일정이 일제히 조정됐다. 교육부는 1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수시·정시 모집 등 대입전형일정을 1주일씩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인근 지역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교육당국의 수능 연기와 대입전형일정 조정은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조치다. 수능이 자연재해로 연기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대입전형일정의 혼선이 수험생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강진 여파로 포항지역의 시험장 14곳 중 11곳에서 교실 벽에 균열이 생기고, 운동장 곳곳에 금이 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도저히 수능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강진 이후 40여차례의 여진에 이어 16일 오전 9시2분쯤 포항시 북구 인근 지역에서 규모 3.6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능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수험생들이 1교시에 대피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수능의 생명은 형평성이다. 지진 피해가 큰 포항지역 수험생들은 다른 지역 수험생들보다 심리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공평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능을 치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능과 대입전형일정이 늦춰져 59만3000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크게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수험생들은 대학 진학의 관문인 수능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웠을 터인데 지진 발생과 시험 연기로 심적 부담이 더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지구가 준 선물, 마지막 일주일을 불사르는 직전 특강’ 등과 같은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특강 마케팅’에 나서는 일부 학원의 행태에는 눈살이 찌뿌려진다.

교육당국은 수능 연기와 대입전형일정 조정으로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85개 시험지구로 옮겨진 수능 시험지 보안이 중요하다. 관련 당국은 시험지 유출이나 도난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 발생 시 수능 시행 여부와 대입전형일정 조정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단 한 차례의 수능이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대입체제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모든 시민이 교육당국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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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1월이면 교사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연례행사가 돌아온다. 학교폭력 예방 승진 가산점 대상자 심사다. 말은 좋다.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에 헌신한 교사가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문제는 보상의 종류가 승진가산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어지는 방식이 경쟁이라는 것이다.

승진가산점이란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력 평정에 부여하는 것으로 10년을 부지런히 모으면 만점이다. 그런데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는 교원으로 교육행정직에 가깝다. 그러니 이 승진이라는 말 속에는 교사들에게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자리에서 한발 비켜난 행정직으로 옮겨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반교육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게다가 학교폭력 예방 승진가산점은 전체 교사의 40% 이내에게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교사들더러 이 40% 안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쟁의 보상이 승진가산점이기 때문에, 이는 마치 10년간 부지런히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경쟁하면, 그 보상으로 애들 안 가르쳐도 되는 자리로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높고 헌신적인 교사들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말이다. 교육당국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육행위를 마치 경쟁에서 탈락했거나 나태하기 때문에 받는 벌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교육 열의가 높은 교사일수록 이 승진가산점이라는 유인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학교폭력 예방은 승진가산점을 놓고 경쟁하는 몇몇 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올베우스나 살미발리 같은 학자들도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학생을 제재하고 피해학생을 치유하는 정도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의 경쟁 밀도, 스트레스, 빈부격차, 가정, 학교, 사회의 폭력에 대한 둔감성 같은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발생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은 승진가산점을 놓고 경쟁하는 몇몇 교사들의 노력 봉사가 아니라 학교 전체가, 교육 체제 전체가, 나아가 사회 전체가 협력해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적기로 유명한 북유럽 학교들의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아도 가해학생, 피해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과 교원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일부 가해자나 잠재적 가해자가 아니라 학교 전체, 학생들의 상호작용 전체를 개선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폭력 예방에는 학교 공동체 전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40%에게만 가산점 등의 보상을 줄 테니 선생들더러 경쟁하라는 발상은 사실상 학교폭력 예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교육당국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교사들에게 교육에서 멀어지는 것이 보상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교사들을 무의미한 경쟁으로 몰아넣으며, 학교폭력 예방에 필수적인 전체 학교 공동체의 협력을 훼손하는 학교폭력 유공교원 가산점은 백해무익하며 그 존재 자체가 폭력이다. 즉시 폐지해야 한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가산점 신청자가 전체 40%에 미달되어 난감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3년간 학교폭력이 꾸준히 줄어들었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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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학생이 제일 무서워”라는 말을 흔하게 듣지만 한 번도 “오늘 무서워”라고 생각하면서 학교에 출근한 적은 없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뉴스에서 학교폭력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친구들과 같은 중학생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까’라는 생각을 한다.

학교폭력은 그 현장에 답이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을 위하여 어른들이 만들어준 법률이나 조치보다는 그 예방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학교에서 생활하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학교는 과거형이 되었지만, 매일 현실로 살아가는 학교 현장에서 폭력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관심의 축이다. 단어 자체는 강렬하나 학생들에게는 나의 일만 아니면 관심이 없이 무감각한 학교폭력. 자연스럽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1인 학생의 증가는 교실 안에서의 관계 맺기와 친구 존중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이다. 사실 이런 무관심의 결과물이 학교폭력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월드비전에서 주관하는 ‘교실에서 찾은 희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교실의 변화는 시작부터 나타났다. 대강당에서 1명이 강의를 하고 그것을 몇백 명이 귀로 듣기만 하는 강연은 생각만 해도 중학생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찾은 희망은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TV와 유튜브, 대중매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친구들이 흥미를 가지고 모일 수 있었다. 유튜브에 나와 있는 노래와 춤을 똑같이 우리 반 친구들과 하나의 동영상으로 제작한다니, 같은 관심사가 생기다 보니 모여서 대화도 하게 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듣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이 친구가, 소품은 저 친구가, 편집은 다른 친구가, 안무는 또 다른 친구가….

한 명 한 명 자리를 찾아가고 보니 빈 틈 없이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학급에서 선출한 회장을 중심으로 따뜻한 봄, 뜨거운 여름 우리 반의 추억 만들기 작품을 위해 다 같이 모여서 목표를 정하고, 먹고, 움직이고, 땀 흘리고, 노래를 하였다. 그때부터 이 프로젝트는 과제가 아닌 교실의 문화로 에너지를 주고, 친구를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게 되는 삶의 양식을 배우게 하였다.

협동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생님, 부모님과도 소통을 해야 했다. 난관에 부딪혔다. 심각한 중2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에게 어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대충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미션이기 때문이다. 이 일들을 각 반에서 특별한 친구들이 해내며 효능감을 높이고, 우리 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한두 명의 친구들이 학급을 위해서 자원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서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멀어지고 존중이 정답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많이 웃는 줄 몰랐어요. 뉴스에서 말하는 삭막한 교실이 아니고 우리 아이는 행복하게 생활하는 것 같아요.” 가정에서 교실 안을 가장 궁금해하실 부모님들이 학생들의 동영상을 보고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씀이다.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많이 웃어야 한다. 그래야 자라난다.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음을 그리고 누구보다 그 한 명 한 명을 존중해야 함을 어른들이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세상은 삭막할지 모르지만, 교실 안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행복하도록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행동을 시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실 안의 주인공이 되어 직접 느끼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건강한 개인주의가 아닌, 좀 부딪치고 안 맞더라도 서로가 존재하고 존중해야 함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함께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은엽 동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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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육부는 올해 안에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응모 가능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를 위해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좋은 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교장공모제 확대는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다.

현재 교장공모제를 신청한 학교 중 절반 이상은 응모자가 한 명이거나 아예 없다. 정부는 2011년부터 교육부 임용령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 대상 학교의 15%까지만 교사가 응모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다. 예를 들어, 경기도 초·중등 2800여개 학교 중 교사가 응모 가능한 학교는 초등 1~2개, 중등 1~2개에 불과하다. 학교 구성원들이 4년간 학교운영을 할 적격자를 정하자는 교장공모제 취지가 무색해졌다. 교사가 응모 가능한 교장공모제 확대는 좋은 교사가 교장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장을 뽑을 기회를 갖는다. 즉 학교자치 실현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이제 학교장에게 어떤 역할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교장의 직위를 승진의 자리로 보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장은 학생을 교육하는 역할과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직이다. 학교 교육목표를 함께 정하고 학생들이 수업에서 잘 배울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전에 학교장의 역할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현재 학교장의 권한이 크니 책임과 영향력도 기대도 크다. 그런 만큼 학생, 교사,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입장에서 바라는 학교장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여러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학교장은 역시 어려운 역할이다.

어떤 이는 따듯한 아침맞이를 하는 학교장을 바란다. 학교장이 학생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는 방법 중 하나다. 학기마다 학급별로 대화시간을 가지며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학교장도 있다. 학부모들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학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다른 이는 수업하는 학교장을 바란다. 수업한다는 것은 학교장의 교육자로서 역할에 중심을 둔다. 수업 장학을 하거나 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성을 조망하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방법 중 하나다. 독일의 경우, 학교장은 주당 일정 시간 수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전담교과 수업을 담당하거나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수업을 담당하거나, 불가피하게 수업 결손이 생길 경우 보강을 하는 학교장도 있다. 교사들과 함께 수업철학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권한을 내려놓고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학교장을 바란다.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책임도 함께 진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가 모든 학생의 교육을 위한 것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이 교육적 판단을 하고 있는가? 각 구성원들의 의견이 달라도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각각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학교장이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교장공모제가 확대되면 학교는 달라질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잘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위해 ‘노력하려는’ 리더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이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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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일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우선선발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도록 한 것이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운영성과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고교 서열화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제도 폐지와 일반고 전환 방침은 기회 균등과 공정경쟁 원칙을 살린다는 차원에서 시급하고도 당연한 조치다. 김상곤 부총리는 이날 시·도 부교육감회의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제도 폐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 80여개의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거나 확대됐다. 하지만 이들 고교는 다양한 교육추구라는 설립 목적에 반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왔다. 특히 우선선발제도는 성적 우수학생 확보 수단으로, 교육과정 자율권은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 수단으로 변질됐다. 등록금을 일반고보다 최고 3배까지 더 받을 수 있는 부당한 특권도 누렸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우선선발제도를 통해 성적 우수학생을 선점하면서 일반고의 황폐화는 가속화됐다. 이는 지난 10년간 서울대 합격자 추이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2006년 일반고 합격자 비율은 78%였으나 지난해 46%로 떨어졌다. 반면 자사고·외고는 같은 기간 18%에서 45%로 3배가량 급증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제도 폐지는 우수학생 쏠림 현상을 둔화시킬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외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광주 송원고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하지만 강남 8학군이나 지역 명문고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학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학부모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학교와 학부모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공교육 정상화는 고교체계 개편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입시위주 경쟁과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접근해야 진정한 교육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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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으로 우리 사회는 지난 고통과 치욕을 되새길 시간을 가졌다. 나 역시 최근 소설을 읽으며 착잡한 심경을 아는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토로했던 기억을 자주 떠올렸다. 그 역사는 오금동, 천호동이라는 지명이나, ‘○○녀’처럼 욕설로도 남은 채 현재를 떠돌고 있다. 이민족에 군왕이 머리를 조아린 수치는 한국사에서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그럼에도 부끄러운 과거에서 현재를 살아갈 교훈을 얻는 부분에서 다른 시각도 요구된다. 항복을 해도 인간은 살아가며, 오히려 굴욕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특히 떳떳한 과정에도 불가피한 패배를 맛봤다면 그게 거름이 되어 더욱 큰 결실을 얻을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 스틸 이미지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많은 학생들은 심리적 고통에 휩싸인다. 수시 전형에 지원했다 이미 불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도 있고, 수시 원서를 낸 뒤 치른 모의고사에서 낮은 성적이 나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도 있다. 사고력 발휘가 중요한 수능이 코앞인데, 감기 등으로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픈 학생도 있다. 큰 시험이 다가오면 잡념을 잊고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시험결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원인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시험인 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시험 직전 집중력은 합격이나 고득점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번 있었다.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충실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성실이 성공을 보장하기는 어려우나 성실하지 않으면 성공은 없다. 그런데 결과만 보는 현실에서 수험생의 과도한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남한산성>의 교훈을 패배라는 결과로만 받아들이는 데에는 결과지상주의적인 한국 사회 특유의 문화가 작용한다. 강대국에 수모를 당한다는 점만 부각하면 오히려 과거에서 얻을 교훈은 제한된다.

우리에게 수모를 가한 여진족은 어디 있나?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위안스카이에게 굴욕을 당하고 쑨원에게 멸시받았으며, 일본에 이용당하다 소멸했다. 격투기 선수가 나를 때렸다고 내가 힘이 없어서라고 탓하지 않는다. 강대국 역시 공존의 질서와 국가 윤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비도덕적 폭력을 일삼은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패배라는 결과만 부각시켜서는 안된다. 이는 우리의 정치적, 외교적 도덕성조차 소멸시킬 우려가 있다. 약소민족만 수모를 당하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비한족이 주도한 진의 통일, 당의 제국화 과정을 거쳤고, 원과 청조에는 이민족 지배하에 놓였다. 프랑스는 스당의 전투에서 독일에 참패한 뒤 통일 독일의 대관식 장소까지 대여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 전승을 수도 베를린에 거창한 기념물로 남긴 독일 역시 2차대전 말기 밀려오는 소비에트 군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모든 고비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될 뿐 아니라,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어도 더 큰 고비를 넘길 힘을 얻는 데 있다. 죽음의 공포와 멸족의 위기에서 김상헌과 최명길은 정면으로 맞섰고 왕 또한 백성을 위해 운명적 선택을 했다. 우리가 우리말과 글, 영화로 이들을 회고하는 것으로 미루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 인생은 성장한다. 수능이 홍타이지의 군대처럼 밀려와도 온몸을 불살라 맞서기 바란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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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수능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아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시험입니다. 물론 비교과 활동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시험 성적이 더 중요합니다. 학종이라고 해서 시험으로 줄세우기를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시험 성적이 아닌 다른 것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지요. 이걸 시험으로 줄을 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큰일납니다. 어쩌면 학종이야말로 시험을 가장 중시하는 입시일지도 몰라요. 자녀가 목표로 삼은 대학들이 어디라고 했죠? 아이쿠, 그러면 4개 시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 학교 시험. 예, 내신이라고도 하고 학생부교과라고도 하지요. 학생부교과전형만큼은 아니지만 학종에서도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학기마다 있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잘 준비해야 합니다. 당연히 수행평가도 중요하죠.

둘째, 구술면접고사. 아니오, 그런 쉬운 면접을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교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꽤 어려운 면접을 말씀드린 겁니다. 서울대 학종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은 가벼운 면접이지만 일반전형은 상당히 어려운 면접입니다. 이게 일종의 대학별고사입니다. 대학마다 난이도 차이가 꽤 나는데요, 어려운 시험은 논술고사 또는 수학·과학 본고사를 면접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도 될 정도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강북의 일반고 학생에게 상당히 불리한 시험입니다.

셋째, 수능시험. 그렇습니다. 수능최저등급입니다. 상위권 대학은 이것을 적용하는 경우가 꽤 됩니다. 말씀하신 대학에도 수능최저등급이 있지요. 서울대 학종에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이게 있습니다. 그래요, 의외로 꽤 많은 학생이 이것 때문에 떨어집니다.

넷째, 경시대회시험. 알다시피 학생부에는 수상경력 항목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받은 상을 기록하지요. 그 수상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경시대회 수상입니다. 영어,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등 교과와 관련한 경시대회 수상 말입니다. 학교에는 이런 경시대회가 꽤 많아요. 학종 덕분에 엄청 늘어났지요. 과학만 해도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과목마다 경시대회를 개최하는 학교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게 사실상 시험입니다. 지필시험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아마 지필시험이 더 많을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지필시험이 오히려 부담이 더 적을 수 있어요. 말하기나 토론 형식으로 전개되는 영어경시대회를 생각해 보세요. 엄두가 안 나시죠? 아무튼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학교 시험입니다. 그리고 이게 정규 시험보다 더 어렵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주로 참가하니까 정규 시험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학종에서는 이 경시대회 시험 성적이 의외로 아주 중요할 수 있어요. 변별력이 크고 뚜렷하기 때문이지요. 경시대회에서는 1등을 분명하게 가려서 상을 줍니다. 몇 명이 동시에 1등급을 받는 내신보다 더 철저하게 순위를 가려주는 거지요. 힘들겠지만 이들 시험을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요, 학부모님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당연히 힘들지요. 그런데 왜 이름이 학생부종합이냐고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네요. 맞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름이 잘못됐어요. 학종이라기보단 입종, 입시종합전형이라고 해야 실상에 더 부합하는 말이죠. 그나저나 어쩌죠. 아직 말씀드릴 게 많은데 시간이 다 됐네요. 예, 그럼 비교과 활동과 자기소개서에 대해선 다음에 얘기하지요.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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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입시철이 지나면 학원들마다 입시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몇 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느냐가 가장 흔한 홍보의 소재이고, 그다음으로는 의대와 ‘인(in)서울’ 대학 등의 진학 성공사례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론 이런 모습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하여 교육당국에서 학원 외부에 홍보 현수막 등을 노출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입시결과를 외부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전교 1등이 가장 많이 수강하고 있는 학원’만큼 학부모들의 이목을 끄는 광고 문구가 없다는 것이 일선 원장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이렇게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원이라는 광고를 해야 또 다른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들고, 그런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합격이라는 입시 실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광고들 중에는 잠깐이라도 등록한 학생을 자기 학원의 진학 실적으로 올리거나 계열화된 다른 학원들의 입시결과를 합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듯 학원들은 ‘우수 학생’ 또는 다른 말로 ‘우수 자원’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학원의 경쟁력이 기본적으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가르치는 능력’에 있기는 하지만 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을 잘 가르쳐 중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사교육 시장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거의 대부분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진학시켰느냐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요즘 입시는 과거 부모세대 때처럼 막판에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 보니 학원 마케팅의 핵심은 이미 공부 잘하고 있는 학생을 유치해서 입시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가르치기도 편하고 입시결과도 당연히 좋다는 비즈니스적인 판단이다.

자, 여기까지가 교육에 있어서 만악의 근원(?)으로 치부되는 사교육계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근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외고나 자사고를 강제 폐지하려는 이유가 ‘우수한 학생들도 일반고로 진학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앞서 이야기한 사교육계의 우수 학생 유치 노력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사교육계에서 보는 ‘우수 학생’과 공교육에서 생각하는 ‘우수 학생’은 결국 수능 입시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선행학습을 잘한 학생들을 의미하는 것일까? 의외로 사교육계 일부에서는 소수의 자사고, 외고에 집중되었던 ‘우수 학생’들이 일반고로 흩어지는 것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라면 뭔가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일부 지방 자사고들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 움직임이 있어왔고 외고들의 입학 경쟁률도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것은 자사고와 외고가 어떤 학생들에게는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같은 학력 수준이라면 일반고에서도 효과적인 입시 준비가 가능하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다. 게다가 자사고나 외고, 교육특구 지역의 재수생 비율이 일반고에 비해 크게 높다는 것도 잘 알려진 팩트다. 이렇듯 자사고나 외고의 존재가 일반고 황폐화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그런 학교들에 유리하도록 짜여진 입시제도가 문제였다. 과도한 선행학습을 하지 않았어도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을 정도의 학력을 갖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여러 역량을 확인해 공정하게 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새 정부가 ‘자사고, 외고 폐지’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큰 틀의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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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고등학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수정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고교의 학생부 정정은 18만2405건에 이른다. 2012년(5만6678건)과 비교해 4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10만7760건이 고쳐졌다. 학생부 수정은 불법이 아니다. 해당 학년도 이전에 입력된 학생부 자료는 원칙적으로 수정할 수 없지만 동아리·봉사 활동이나 수상실적 등이 누락됐다는 증빙 자료가 있으면 교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교과의 학업 능력 등을 적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이나 학생의 인성 및 관심사항을 기록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도 지난해 각각 3만여건 수정이 이뤄졌다.

학생부는 대입의 핵심 전형 자료다. 입시에서 학생부를 고쳐 한 줄이라도 내용을 추가한 학생은 합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학생부를 수정하지 못한 학생은 그 반대다. 그렇잖아도 학생부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짬짜미 우려가 있고, 금수저 전형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학생부 수정이 이렇게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면 신뢰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내신 성적 조작 등 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학생부 관련 비리가 지난 3년간 300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부 수정 과정에서 사실 왜곡이나 조작,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학생부 관리가 이런 식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능 절대평가는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학생부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 때문에 지난 8월 교육부는 수능 개편을 1년 뒤로 미뤘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의 75.1%는 학종이 상류층에게 유리하고, 74.8%는 부모나 학교·담임교사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전형이라고 응답했다. 당장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생부를 반영해 뽑는 인원은 22만여명으로 전체의 64%에 이른다. 학생부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부 체제로는 안된다. 대입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학생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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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요즘 교사들의 가을 독서가 한창이다. 내년 신입생이 사용할 교과서 선정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9월22일에야 심사본을 배포하고서는 10월20일 이전에 심사, 선정, 학교운영위원회 통과, 주문의 모든 과정을 마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감안하면 사실상 10월15일까지 선정을 마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교과서 선정은 많은 서류 작업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교과협의록으로 작성하며, 이 기준에 따라 10종 내외인 심사본, 즉 최소한 1000쪽, 많으면 4000쪽을 검토해 작성한 평가표를 교과 대표 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표 교사는 집계표를 작성하고, 최고 득점 교과서 3종을 가린 뒤 추천의견서를 작성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하는데 1, 2, 3위의 순위는 정하지 않는다. 순위는 학부모가 과반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정한다. 그러면 학교장이 이 모든 문서들을 수합한 뒤 추천된 3종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는데, 1순위로 추천된 교과서를 선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교과서 선정 절차에서 정작 수업을 직접 담당할 교과 교사는 일만 분주할 뿐, 그 역할은 의외로 미약하다. 수업과 무관한 학부모, 교장에게 더 결정적인 권한이 주어져 있다. 이 어이없는 절차는 교실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정작 그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의 목소리를 배제해왔던 우리나라 교육 모순의 축소판이다. 한마디로 교사 패싱이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수많은 적폐의 근본 모순 중 이 교사 패싱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것이다. 따라서 정권이 교체되고, 진보교육감의 원조 격인 김상곤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교육적폐의 청산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적폐의 원인인 교사 패싱을 교사 참여로 바꾸고 학교를 진정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김상곤 장관 100일 동안 한 일이라고는 대학입시제도를 놓고 우왕좌왕 제자리걸음을 한 것, 학교를 교육이 아니라 노동의 논리로 접근해 역시 우왕좌왕하다 제자리걸음을 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뿐이다. 더구나 이 두 요란한 제자리걸음들은 철저한 교사 패싱으로 일관했다. 입시 결정 과정에도, 비정규직 전환위에도, 심지어 국가교육회의 위원에도 교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고, 회원수마저 불투명한 군소 시민운동단체, 학부모단체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이것이 이 정부의, 김상곤 장관의 본심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분명 교육부 고위 관료들 중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교사 패싱의 길로 유혹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간곡히 부탁드린다. 교육부 장관, 나아가 대통령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사 패싱을 말하는 자가 바로 교육의 적폐이며 개혁의 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이 나라의 적폐세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각성과 단결, 그리고 교사들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두려워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 교사가 자주권을 얻게 되면 세대가 갈수록 민주적이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고, 또 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장관이 이 적폐를 청산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교사 패싱을 계속한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당한 교육권을 위해 기꺼이 직을 걸고 장관 패싱, 정부 패싱을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교훈이다. 깊이 명심하기 바란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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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이번 추석을 전후하여 중·고등학교에서는 지필평가가 치러진다. 시·도별 편차가 있겠으나 교육과정과 수업방식과 내용이 변하면서 학생평가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 논하는 것은 어떤 평가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평가방식의 변화가 학생들의 교육적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임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정기고사인 1차 지필평가 과목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자유학기를 하는 중학교 1학년은 지필평가가 아예 없고 2, 3학년은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과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필평가를 1회만 보는 것은 수행평가 비중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며 존중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한다.

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늘어난 것이 다양한 평가방식의 도입으로 이어진다.

지필과 수행평가에서 논술형평가가 늘었다.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다양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교과기초지식에 바탕한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을 학습목표로 지향하면 평가에서도 정답이 있는 선다형 문항 중심에서 논술형 문항이 포함되거나 확대된다. 수업에서 했던 토론내용과 지문을 활용하여 지필평가가 논술형 문항으로 출제되거나 논술형 수행평가가 치러진다.

수행평가의 경우 모둠별 평가방식이 많이 쓰인다. 평가비율이 높은 프로젝트형 평가의 경우 개별작업이 갖는 교육적 효과보다 모둠협업이 갖는 효과가 의미 있기 때문이다.

평가의 변화에 대해 학기별 학생 및 학부모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불만과 학부모들의 우려를 종종 듣는다. 주로 모둠별 수행평가로 모둠별 작업에서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이의제기, 수행평가 비중 확대로 인한 상시적 평가의 부담감이나 과정중심평가에서 학생의 성장에 대한 피드백 부족 등이다.

교사들도 고민이 있다. 논술형평가가 확대될수록 채점의 부담감이 있다. 선다형 100% 평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성적처리 메뉴에서 채점하기 때문에 업무부담과 오류 위험성이 적다. 수행평가가 확대되면서 상시적인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찰, 모둠수행평가에서 협력활동과 개별작업에 대한 섬세한 관찰의 어려움이나 학기말 평가처리 및 기록의 부담 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는 변하고 있다. 평가는 교육과정과 수업의 변화와 함께 우리 학생들을 어떤 가치와 역량을 함양한 시민으로 키우고 싶은가에 대한 방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논술형평가를 하는 것은 자신의 의견, 주장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개별보다 모둠별 작업을 평가하는 것은 교과개념과 함께 타인과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다양한 평가가 갖는 방향성에 대해 주체 간 진지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하면 더욱 좋겠다. 우리 학생들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공동의 목표라면.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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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고3이 되었으니 앞으로 EBS 교재로 수업할게요.” “선생님, 그럼 이미 구입한 교과서는 수업 때 사용 안 하나요?”

매년 새 학기 교사와 학생들이 보는 고3 교실의 첫 수업 풍경이다. 십수년째 한결같은 이 장면은, 고3 교과서의 구입으로 인해 학부모들이 내지 않아도 될 돈이 낭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년 내내 5지선다형의 객관식 풀이만 하는 파행적 고3 수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이를 불편한 진실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양한 교육자료를 토대로 한 창의적 수업은 고사하고, 그래도 여러 필진이 지혜를 모아 만든 한 권의 교과서로 내실 있는 수업을 구축하기만 해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문제풀이 위주인 EBS 교재의 수능연계율이 70%인 까닭에,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과서 대신 EBS 교재를 주교재로 활용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좀 더 복잡한 맥락이 있다.

지금 고2 학생들은 내년 초부터 사용할 교과서를 구입 신청하고 있다. 교사 대부분은 내년 수업 때 이 교과서보다 EBS 교재가 더 많이 사용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사지 말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내년에 어떤 교사가 고3을 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내년에 교과서로 수업할 확률(?)은 낮지만, 공부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교과서는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선생님의 ‘모호한’ 안내를 받은 고2 학생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구매를 한다. 올해 필자의 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1인당 평균 7만원가량의 교과서를 구입했다. 이에 전국 고3 학생들의 숫자를 40만명으로, 학생 1인당 교과서 구매비용을 5만원으로 낮춰 잡아도 약 20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 학습에 효율적으로 사용된 교과서도 있을 것이므로, 이 중 절반을 제외해도 약 100억원의 학부모 부담 교육경비는 버려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치열해진 입시경쟁에서 사교육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왜소한 액수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다. 또 궁극적으로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대학평준화 등을 통해 학벌사회를 타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상적 목표만을 현실 저 너머에 둔 채, 언제까지나 현상에 대해 모른 척해서도 안될 일이다. 현시점에서 학생들의 비효율적인 학습과정 및 학부모들의 불필요한 교육비 부담을 개선할 대증적 방책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책임을 피하려고만 하는 교육계의 모습이 안타깝다.

1년 뒤 수능개편안이 발표되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교과서 관련 정책도 뒤따를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을 고심 중일 텐데, 앞서 살펴본 고3 교과서의 비효율적 지출 상황도 그대로 국가가 떠안게 된다. 따라서 관련 실태조사 등을 통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함은 물론 궁극적으로 교과서를 토대로 온전히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이 더 행복한 학교교육을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교육당국이 보여주길 바란다.

<이광국 |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연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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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리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은 사립대학의 혁신에 나선다. 교육부는 26일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사학혁신위원회와 실무추진단을 부총리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혁신위는 교육부 관계자와 법조계·회계법인·시민단체 등 외부전문가 15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실무추진단에는 사학발전·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사학비리 조사·감사 TF를 두기로 했다. 교육부가 사학발전과 비리척결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꾸리는 것은 처음이다.

전체 고등교육 기관의 87%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교육부가 폐쇄명령을 내린 대구외대와 한중대는 설립자의 비리와 파행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립자가 2012년 교비 33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 재정난을 겪어온 서남대는 현재 폐교 절차를 밟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폐교된 12개 사립대는 비리가 적발되거나 부실 운영이 드러남에 따라 폐쇄명령을 받거나 자진폐교했다. 이들 대학에 다니던 학생들은 인근 대학으로 편입해야 했고, 교직원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교육부는 사학혁신위를 통해 비리 대학의 폐교 때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사학법은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 잔여재산은 재단에서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비리로 대학이 폐교되더라도 정관에 규정만 있으면 재산이 설립자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비리 사학의 거수기로 전락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손봐야 한다. 특히 옛 재단에 이사 과반 추천권을 보장한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은 옛 재단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활용돼왔다. 사학비리로 퇴출된 김문기씨가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사분위 때문이었다. 2010년 이후 조선대·영남대·세종대 등 10개 대학에서도 옛 재단이 이런 절차를 거쳐 복귀했다. 사분위가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민주적인 교육가치 실현보다 비리 사학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사학혁신위 설치를 계기로 건전 사학은 지원을 강화하되 비리 사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사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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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장애인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 서울 8개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 늘리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장애 학생 부모가 무릎 꿇을 일이 없도록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이다.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한 교육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2002년 종로구에 서울경운학교 설립을 마지막으로 지난 15년간 초·중·고 과정의 특수학교를 세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 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특수학교에 가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통학을 해야 한다. 장애가 없는 성인도 이 정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내면 힘이 드는데 장애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절망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으로 장애아를 보내는 사례도 있다.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서울 자치구는 중랑·동대문·성동·중·용산·영등포·양천·금천구 등이다. 이 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올해 4월1일 기준으로 2837명이다. 특수학교 부족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9300여명이지만 이 중 30%가량만 특수학교에 적을 두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특수학교는 대부분 과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폐교나 공간 여유가 있는 학교, 국공유지 등에 특수학교를 건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이 충돌한 강서구 가양동 특수학교 설립건에서 보듯 특수학교를 기피시설로 여기는 시각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지역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등·하교 시간에 소음이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주민들과 학생들이 부딪칠 일도 없다. 특수학교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다.

서울시교육청은 선진국처럼 특수학교에 수영장·공연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같이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학교의 원활한 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청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반대 시민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장애 학생들을 이웃으로 품으려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운이 나쁘면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누구나 장애 학생이나 장애 학생의 부모가 될 수 있다. 장애아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들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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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 ○○대 자소설-1’. 올해도 이 파일 이름을 보았다. 학생부 전형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달라는 학생들 파일명에는 해마다 ‘자소설’이 있다.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신뢰성을 잃은 데 대한 자괴감의 반영이다. 학생들이 자소서 파일 이름을 자소설이라 칭하는 현실 이면에는 한국입시의 혼탁함이 엄존한다. 학생부 전형은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고교생활 3년간의 활동과 이를 통해 얻은 지적, 도덕적 성장을 평가한다. 그러나 예민한 연구나 각종 활동, 즉 재현은 평가 기준으로 우리에게 낯설다. 우수학생의 능력으로 수용되기에 정서적 거리가 존재한다.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충분한 내신 성적을 갖추었음에도 자소서를 작성하는 학생부 전형 지원을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다수다. 이 부류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지식이나 능력을 드러내기보다 앉아서 공부하기를 즐기는데, 특목고에 비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흔히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뒤져 별것 아닌 활동을 부풀리거나 타인이 자신을 잘 봐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글을 쓰는 행위를 몹시 싫어한다. 수동적일 수 있으나 정직한 학생들이다. ‘내가 받은 교내 상도 여러 명이 함께 받았으며, 전공 관련 활동도 없고, 독특한 실험이나 연구 활동도 없는 만큼 내신만으로 지원하기 어렵다. 자기소개서 샘플을 봤는데, 나는 그렇게 쓸 수 없다. 두드러진 게 없다. 어쩌란 말이냐.’

결과적으로 그들 대부분 현실에 쫓겨 자소서를 쓴다. 이런 형편을 감안해 자소서를 작성할 때 화려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불필요함을 여러 차례 주지시킨다. 그래도 힘들어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에 익숙지 않은 데다 특정 활동의 부각을 과장으로 보는 정서적 거부감 때문이다. 설득하는 과정은 어렵다. 특히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원치 않는 학과로 방향을 바꿀 경우 해당 학과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며 손을 놓는다. 그럴수록 생활기록부를 탈탈 털어 해당 학과에 대한 충성도를 부각시키려 노력한다. 책상 앞에 버티고 앉은 학생을 어르고 달래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은 몹시 힘들지만 학생이 거짓된 스토리를 원하는 경우보다 정신적 부담이 훨씬 적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이걸 왜 해야 하나.

우리 문화를 돌아보자. 자기 의견에 반하는 표현을 했다고 연예인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여전히 수능이나 고시가 입시 공정성의 핵심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다수다. 이 시험들은 읽고 문제 푸는 게 전부다. 입시 역시 그 나라의 문화에 맞아야 수용될 텐데, 활동과 느낌 진술로 구성된 자소서 문항을 보면 이질감을 지우기 어렵다. ‘너 프랑스어 하니?’라는 질문에 ‘응, 나는 6주 배웠고 그만큼은 해’라고 응수하는 미국인에 비해 한국인은 12년 영어를 하고도 ‘너 영어 잘해?’라는 질문에 ‘조금’이라고 답한다. 겸양과 침묵이 미덕인 나라에서 재현과 홍보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학생부 전형은 장점이 많다. 그러나 교과과정이나 수업 모델의 개선 없이 학생들이 양질의 활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 교실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고, 국어 독해의 오류를 점검하는 학생이 여전히 많다. 성실이 성공의 토대라고 믿는 이들에게 학생부 전형은 그럴싸한 활동으로 자신을 포장한 결과로 비칠 것이다. 자소서의 문제를 정밀하게 진단해야 할 시기다.

<정주현 |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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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일이 있다. 학생의 고통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이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다. 글쓰기 과정상의 필연적 현상이다. 잘못이라 할 것까진 없지만 굳이 잘못이라 한다면 이것은 나만이 하는 잘못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하는 잘못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적잖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장된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깜짝 놀라는 분들이 계시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생각보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핀란드보다 오히려 낮아요. 핀란드의 청소년 자살률이 우리보다 더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였던 것은 노인 자살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자살률 때문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세계에서 제일 불행할 뿐만 아니라 자살률도 세계 1등일 거라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자살률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주 높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가끔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너무 염려 마시라.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제법 밝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이것은 또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과장한 말일 수 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은 더 행복해야 한다. 어려운 일인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이런 낙관적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은 아주 쉬운 일 아닐까?”

주로 중·고등학교 학생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학생들의 행복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다. 불행한 정도가 급격히 완화된 시기라는 말이 더 타당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진보 교육감이 등장했을 때다. 정확히 말하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을 때이다. 학생인권조례 조항 중에서 학생의 삶에 제일 큰 영향을 준 것이 무엇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두발규제를 금지시킨 것을 꼽는다. 머리카락 길이에 대한 과도한 단속과 규제, 이거 학생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던 일이었다. 학생과 교사를 지속적으로 갈등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것을 중지하거나 완화한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상당히 행복해졌다. 적어도 상당히 덜 불행해졌다.

두발규제의 중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산? 한 푼도 필요 없다. 교사들의 시간과 에너지 투여?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냥 손만 놓으면 되는 일이다. 우리의 낡은 생각을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그 간단한 일이 오랜 세월 실현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학생들이 머리를 좀 기르면, 막상 닥쳐보니 실제론 그다지 길게 기르지도 않았지만, 큰일 나는 줄 알던 사람이 많았다. 교사로서의 존재감을 두발단속 같은 일에서 찾는 교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실행 해보니 어떠했나?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 교육이 변하는 것, 이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 아닐까? 학생에게도 좋고, 교사에게도 좋고, 나라 전체에 좋은 일인데 왜 안 되기만 하겠나? 사실은 쉬운 일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주 가끔만 하는 생각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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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칼럼에서 서남대 폐교 방침을 비판하는 가운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노회한 교육관료층에게 벌써 휘둘리는 것 같다고 썼다. 하지만 8월31일 김 장관이 수능 개편안을 유예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섣불리 결정을 내려 교육현장에 혼선을 일으키고 반발을 자초했다면, 김 장관은 자신이 뜻한 교육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관료집단에 포획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시행 방침과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다시 걱정이 많아진다. 내년 예산안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쟁점이 많으니 내후년을 기대하며 일단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나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틀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장관의 무사안일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임박한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미 줄인 대학입학정원 4만4000명 외에 약 10만명을 2023년까지 추가 감축하려는 교육부 계획의 타당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고교 졸업자는 2023년에 약 40만명으로 떨어진다. 대학 진학률을 70%로 가정해도 지원자 28만명은 내년도 입학정원 52만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반면에 평생교육이나 재교육,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대학입학 수요가 5~6년 만에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다. 추정컨대 2023년까지 교육부가 계획한 10만명의 무려 두 배인 20만명 가까이 줄여야 한다.

교육부가 입학정원 10만명 축소 목표가 위기 극복에 불충분함을 외면하는 것은 학령인구 급감이 예고된 시점에서도 대학 난립을 허용하여 거품을 키운 책임이 두려운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비판적 논자들 역시 이 문제를 제대로 따진 적 없음도 꼬집어야 옳다. 어쨌든 교육부는 기존 방식의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2주기 평가를 그대로 밀어붙일 기세이다. 지난 8월25일 관련 보도자료만 봐도 심각한 문제는 여전하다. 두 가지만 따져보자.

첫째, “학생의 선택에 의한 조정 존중”이라는 가소로운 어구를 써 가며 신입생 충원율 배점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한계사학은 더욱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만 살아남고 지방은 국공립대학을 비롯한 소수의 대학 외에 모두 고사함으로써 한국 대학의 생태계는 처참한 꼴이 될 것이다.

엄청난 대학정원 축소가 필요한 현실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 가령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정부 지원으로 보전하는 공영형 사학을 제안해도 수도권 사립대들은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난제를 치열하게 고민해도 시원치 않을 터에 아예 고민조차 없으니 수구정권의 정책과 똑같다. 하다못해 수도권 4년제 대학들에 전문대에 적합한 전공을 무원칙하게 허용해온 잘못을 고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는가.

둘째, 교육부는 1주기 평가지표가 열악한 처우의 전임교원을 양산한 부작용을 인정하면서 2주기에서 “전임교원 일자리 수준 악화 방지”를 약속한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다음 대목에서는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의 만점 기준 유지를 밝힌다.

이 해괴한 지표의 점수를 따느라 대학의 개설 강좌는 많이 줄고 교수의 주당 수업시간은 크게 늘었다. 당연히 교육의 질은 나빠지고 시간강사 대량해고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더해졌다. 이 문제는 교수 1인당 학생수로 표현되는 법정 교원 충원율을 평가지표로 바꾸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그러나 교원 충원율은 교수 규모를 유지해야 하니 돈이 들고,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돈을 아낄 수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관료와 비리사학의 짬짜미에 분노가 치민다.

김상곤 장관의 제5기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는 진보 학자들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새 위원회는 교육관료의 관성과 기득권을 떨쳐버린 혁신적인 정책기조를 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 정책만으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당사자인 대학 구성원들, 지역 사회와 지자체 등이 협력하여 자율적인 대학 통폐합을 추진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사학 소유주’ 등 교육마피아의 아성을 무너뜨릴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은 효과적인 정부 정책이며, 주무 장관만이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정확한 인식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내년 예산에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위해 1000억원을 배정했지만, 그것은 공영형 사학 확대의 실질적 계획을 동반해야 성공한다.

<김명환 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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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권 모 여대 인기 학과의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선이 내신 1.4등급이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중 내신 3등급 후반대의 학생이 있었다. 학교 내신 등급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35명 한 학급을 기준으로 한 등수로 변환하자면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1등이 어렵게 합격하는 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12등 내외의 학생도 합격했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두고 3등급대의 학생이 일반고 출신이 아닌 자사고나 특목고의 학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경기도의 평범한 일반계 고교의 학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입시에서는 이런 사례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방의 한 유명 사립대 언론관계 학과에 내신 6등급의 학생이 합격하고, 상위권 명문대 경영학과에 산골마을 고등학교의 3등급 중반의 학생이 합격했다. 이때도 이 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가 화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입시 사이트들에서는 특별한 환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지만 역시 모두 억측이었다.

최근 들어 지방의 신흥 명문고들이 뜨고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는 각 지역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했던 지역의 전통 명문고들이 입시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변변한 사교육 기관도 없는 평범한 변두리 학교들에서 깜짝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과거 명문고들은 서울대의 합격자로 명문대라는 이름을 차지했지만 요즘의 지역 명문고는 중상위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서 신흥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공사례라고 해도 절대 숫자로 따지면 서울 강남지역이나 자사고, 특목고들의 합격자 수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니 그 내용적인 가치로는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역들에서는 그동안 천수답식 입시를 치러 왔다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바라는 농사처럼 특별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재가 태어나거나, 외지에서 유입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어야 입시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출한 인적자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직접 이끌어 낼 수 있기에 더 이상은 천수답 방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다수다.

어제부터 2018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각 학교마다 고3 담임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진로지도와 관계있는 선생님들은 모두 출근해서 마치 평일처럼 북적거렸다. 막무가내로 상향지원을 하겠다는 제자를 설득하고, 적성이나 평소의 진로 방향에 맞춘 진학지도를 하느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휴일은 반납된 지 오래다. 어떤 언론은 지난여름 이후 원서 접수를 앞두고 휴일에도 학교에 몰려와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는 기사를 출고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문제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게 노력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니 아낌없이 박수를 쳐줘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입시생들과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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