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환경교육이 대폭 축소됐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정보 과목의 의무 편성, 고교 진로선택과목 추가 등으로 환경교과가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초 교육부가 행정 예고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중등과정 선택교과 수업시간수가 204시간에서 170시간으로 줄어든다. 또 범교과 학습 주제도 39개에서 10개로 줄이면서 환경교육을 단일 주제에서 제외했다. 대신 환경교육을 에너지교육, 녹색교육 등과 함께 묶어 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영역에 묻혀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교육 등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의도와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택교과인 환경과목의 입지가 줄어드는 결과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학계·교육계·시민사회가 시정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당면한 지구촌 최대 현안이자 미래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 자원 위기, 에너지 위기 등은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극복해 나가야 할 최고,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생명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는 자세 등을 갖추고 배려와 협력을 통해 사람과 환경이 더불어 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소홀히 한다면 미래세대의 삶의 질에 대해 기성세대가 고민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환경교육은 그리 활성화되지 못했다. 2008년 환경교사가 2883명에 이르렀으나 2009년부터 한 명도 뽑지 않아 현재 자격증을 소지한 환경교사가 29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환경교사가 멸종위기종이라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환경이 곧 경쟁력인 시대이기도 하다. 무궁무진한 환경의 가치를 새롭게 봐야 한다. 환경교육은 축소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정 교육과정의 범교과 학습 주제에서 제외된 환경교육을 되살리고 환경과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환경교육을 필수교과로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달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 학술지 ‘분석 화학(Analytical Chemistry)’에 실린 ‘미국 과학기술연구원(NIST)’의 논문이 법과학과 과학수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종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되던 ‘지문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지방산 등 지문의 구성성분인 ‘생체 분자’들이 지문 융선에서 얼마나 많이 이동했는지를 측정해 최초에 지문이 남겨진 이후 경과된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실험결과가 제시되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 소유자가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범행 이전이었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제 그 진위를 가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범죄수사 현장에서 이 기술이 사용되려면 법과학계의 치열한 검증과 오류율의 확인, 현장과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된 장비의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설사 미국에서 현장 적용이 가능해진다 해도, 유럽과 일본 등을 거쳐 우리나라에 도입되려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하다. 지문, 유전자 감식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견으로부터 프로파일링, 범죄 재구성, 지리적 프로파일링 등 범죄 분석 기법은 물론, 지역사회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 및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등 범죄예방 기법에 이르는 ‘치안 과학기술’은 100% 전량 수입, 해외에 의존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는 ‘치안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범죄의 예방과 수사를 보다 효과적,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지 않는 우리 치안현장에서는 늘 고가의 장비를 수입해 놓고도 사용법을 몰라 방치하거나, 우리 체형이나 기후, 사회적 환경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예도 허다하다.

수많은 우수 과학기술 인재들이 일자리를 못 찾고, 역량 있는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치안 과학기술 수요’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해 ‘남의 일’로 여긴다.

미국의 경우 ‘국립사법연구소(NIJ)’ 및 ‘연방수사국(FBI)’에서 치안 과학기술 개발 수행 및 지원을 주도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내무부와 경찰청장협의회(ACPO) 등이 그 일을 전담한다.

이웃 중국에서도 공안부 과학기술국과 산하 ‘공안연구소’에서 치안 과학기술 연구 및 개발을 담당한다. 그런 가운데 치안을 책임져야 할 국민안전처와 경찰과 검찰 등 국가기관들은 높은 계급을 위한 자리를 늘리고 권력과 권한을 더 얻는 데에만 관심을 쏟고 치안 일선 현장의 문제 해결에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일지_경향DB



언론과 방송에선 초고가의 최첨단 수입 장비와 시스템을 자랑하지만, 정작 세월호와 돌고래호 참사나 포천 여중생, 화성 여대생, 노들길 여성 피살사건이나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등 미제사건 앞에서는 ‘증거 부족’ ‘오리무중’ ‘장기 미제’의 꼬리표를 붙인다.

‘치안 인재’의 문제도 심각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키운 핵심 치안 인재들인 경찰대학 졸업생들은 로스쿨이나 대기업 등 ‘더 나은’ 직장으로 떠나고, 야간이나 휴일 등 시간외 근무수당도 제대로 못 받으며 격무에 내몰리는 일선 경찰관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도는 위험수위에 도달한 지 오래다. 병역의무의 일환으로 치안업무를 보조하는 의경들은 경찰 간부가 장난으로 쏜 총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충분한 전문 교육훈련과 권한도 없이 경찰 업무의 상당 부분을 실질적으로 떠맡고 있다.

국방 못지않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치안’은 국가 ‘주권’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범죄 피해는 점차 그 규모나 강도가 악화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불안감은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떨어트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은 여성이나 노약자가 밤거리를 마음 놓고 다녀도 안전한 치안강국’이라는 ‘위험한 과장홍보’를 중단해야 한다.

국민에게 현실적이고 실재하는 위험을 제대로 알려 각자가 ‘안전한 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으로 치안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 및 관리시스템의 정상화를 통해 국가 치안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2015년 교육과정의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에 ‘ㅋ’이 제외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 왜곡하려는 시도는 이명박 정부 이래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이를 밀어붙이려는 교육부도, 권력도, 국사편찬위원회도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만일 임시정부 법통을 제외시키고, 또 임시정부를 부정하게 되면 향후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우선 우리 스스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왜곡한다는 점이다. 역사학자들이 수없이 언급하였지만,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된 게 아니다. 1919년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한 것이다. 1948년 5월31일 당시 국회의장 이승만은 제헌국회 개회사에서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하자고 하였고, 이에 의해 제헌국회는 임시정부를 계승 재건하는 방법으로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였다. 그리고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대한민국’이란 연호를 그대로 사용하였고, 1948년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를 이었다는 말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1948년 7월에 공포된 제헌헌법은 그 전문에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이라고 하였다. 잘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 정부는 제헌국회에서 수립되었다. 제헌헌법 전문에 제헌국회에서 수립한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를 재건하였다는 사실과 근거를 밝혀놓은 것이다. 또 1987년 개정된 헌법도 “우리 대한국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 하여,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전문에 밝혀놓았다. ‘임시정부 법통’을 제외하는 것은 정부가 나서서 헌법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비판하고 대응할 논리가 궁색해진다는 점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대해서도 강력히 항의한다. 중국의 역사왜곡에도 마찬가지다. 만일 일본과 중국이 너희 한국은 자신의 역사도 왜곡하고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대응할 논리가 없다.


1919년 4월 성립된 상하이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명기하며 공화제를 공식화했다._경향DB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또 하나 있다.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분단 이후 남과 북에 각각 정부가 수립되었다. 남쪽에서는 대한민국,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가를 세웠다. 그렇지만 남과 북은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 ‘괴뢰’라고 부르거나, ‘남한’ ‘북한’ ‘남조선’ ‘북조선’이라고 한다. 이는 민족의 정통성 문제 때문이다. 남쪽에서는 대한민국이,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민족의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시정부 법통’은 민족의 정통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잣대다. 한민족의 역사가 고조선·부여-고구려·백제·신라-고려-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 임시정부-대한민국 정부로 이어져 왔다고 하면, 민족의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게 된다. 반면에 북한은 근거 없이 세운 괴뢰국가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북한에서 임시정부를 극구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시정부 법통’을 제외하고 부정하면, 남북은 대등한 관계가 된다. 대한민국은 ‘이승만이 세운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김일성이 세운 나라’가 되는 것이다. 민족의 정통성 문제에서 북한이 바라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고 하는 것,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 치켜세우는 것, 그리고 ‘임시정부 법통’을 제외하고 부정하는 것, 모두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가 된다. 정부가 나서서 이적행위를 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안타깝다.


한시준|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2학기 개강을 맞아 분주한 요즘, 대학가는 교육부가 지난 8월31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로 인하여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가 되었다.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을 해도 되는 A등급 대학들(일반대학 34개교, 전문대학 14개교)을 제외하고, 3%에서 15%까지 정원 감축을 “권고” 받은 B, C, D, E 등급 대학들은 합리적이고 마찰 없는 정원 감축 방안을 모색하느라 고민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출산율 감소 추세를 고려했을 때, 대학 입학 정원 56만명을 2023년까지 40만명으로 조정하기 위해서 16만명의 대학 입학 정원을 축소하기로 정책을 입안하였다. 물론 교육부는 이때 입버릇처럼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함께 거론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대학 서열체제를 더욱더 분명하게 확인해 주면서 입학정원 감축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되고 말았다.

교육부가 철학과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이 대학 구조 “개혁” 평가를 시행하면서 우리 고등교육의 최대 과제인 국·공립 대학 입학정원을 늘려서 교육의 공공성과 기회균등을 높이려는 구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국은 사립대학 비율이 세계 최고라는 점, 그리고 이 사실에서 비롯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고액 등록금, 기초 학문 쇠퇴, 그리고 많은 재정이 필요한 최첨단 과학 연구 지원의 축소 등)을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이 없었다. 아울러 교육부는 지역균형발전과 대학의 상관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교수 확보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원확보율 평가에서 전체 대학 평균만 확보해도 만점을 받도록 설계하였기 때문에, 대학들은 교육부가 정한 법정 교원확보율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학들은 정년 트랙 교수 연봉의 60%도 안되는 연봉(약 2000만원에서 3000만원대)을 받는 비정년 트랙 교수들을 대거 채용하여 그 수치를 꿰어맞추었던 것이다.


전국비정규직 교수대회 열려_경향DB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이 4년제 사립대학 78곳의 ‘2011~2015년 전임교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전임교원 수가 최근 5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나서, 2011년 전임교원의 12%(2179명)에서 2015년 20.6%(4379명)로 비정년 트랙 교수가 증가했다. 1년 또는 2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낮은 연봉의 비정년 트랙 교원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가 힘들게 된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14~2016년 대학 입학 정원 4만명 감축을 목표로 걸었으며, 그동안 대학 특성화 사업(CK), 학부교육선도사업(ACE) 등 재정 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 계획을 연계해서 대학들로부터 이미 4만1943명 감축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에 덧붙여서 교육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5439명을 추가 감축하도록 권고하였으니, 7382명이나 초과 달성한 셈이 된다. 이 무슨 셈법인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이 평가 결과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대학 구조 개혁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강제적으로 정원 감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지 “권고”만 할 따름이다. 그러나 어느 대학이 교육부의 눈에 나는 일을 용감하게 할 수 있겠는가?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교육부는, 이제 일명 ‘먹튀법’으로 불리는 대학 구조개혁 법안의 통과를 암묵적으로 국회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박거용 | 상명대 교수·대학 연구소 소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학령인구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추진해온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어제 처음으로 발표했다. 전국 일반대학 163개교와 전문대학 135개교를 대상으로 A~E까지 5단계 등급 평가를 실시해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와 전문대학 34개교 등 총 66개 대학에 대해 하위등급인 D·E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이들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2016학년도 신·편입생의 국가장학금 지급, 학자금대출 등이 제한되거나 차단된다. 또 B~E등급에 대해서는 4~15%의 정원 감축을 권고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교육부는 2023년까지 총 3주기에 걸쳐 대학 입학 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주기에 4만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목표를 상회해 4만7000여명까지 줄이는 게 가능해졌다고 한다. 대학구조개혁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도부터는 오히려 대입 정원이 전체 고졸자 수를 초과하게 된다. 4년제 일반 대학에 다니는 학생 수도 1965년 교육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공용브리핑룸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및 구조개혁 조치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_경향DB


대학구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정한 평가 기준과 방식을 마련할 것인가, 지방대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평가 결과를 놓고 지방대를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 중에서 유일하게 D등급을 받은 강원대는 신승호 총장이 평가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평가 자체가 처음부터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다는 논란도 있었다. 지방대에 대해서는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든가 지역균형발전, 지역 간의 교육복지 형평성 등 수도권 대학과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대학구조개혁 방안과 더불어 지방대 육성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 당국은 이번 평가 결과 발표를 계기로 더욱 정책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B~E등급 학교에 대한 정원 감축 요구도 아직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부실 대학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외국인 유학생의 정원 외 유치를 확대하는 등 논란이 따르는 방안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대학의 경영 실패가 학생의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임직원 자녀 특별전형을 실시해 논란을 빚어온 자립형사립고 하나고에서 남학생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입학시험 점수를 조작하는 입시부정이 있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 학교 전모 교사가 서울시의회의 진상조사 특위 등에서 밝힌 증언에 따르면 하나고는 2010년 개교 이래 입시 사정에서 남학생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줘 여학생 지원자들을 떨어뜨렸다. 서류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파일을 조작한 것이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기숙사 공간 때문에 성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입시 조작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단지 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합격시켰다니 이런 반교육적이고 남녀차별적인 행위가 또 있을까 싶다.

기숙사 공간 문제로 입학생 성비를 조정한다는 발상도 어이없다. 기숙사가 좁으면 여학생 공간을 확충하면 그만이지 굳이 성적조작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은 “남학생들을 많이 뽑아야 학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하나고의 입시 성적 조작이 김 이사장의 시대착오적인 남녀차별 발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전 교사는 하나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가해학생이 수개월간 이유 없이 학생들을 때리고 침대에서 짓밟았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가해학생을 전학시켰다는 것이다. 하나고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피해 학생들이 피하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나고등학교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에 출석한 김승유 이사장 _경향DB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고는 개교 때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자율형사립고 신청 하루 만에 인가되고, 서울시 예산으로 장학금을 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특혜 의혹이 잇따랐다. 입학 정원 중 20%를 하나은행 임직원 자녀에게 특별전형으로 배정한 것도 사회 일반 정서에 맞지 않는 특혜라며 폐지 요구가 거셌으나 하나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침 서울시교육청이 다음주부터 특별감사를 벌인다니 철저한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요즘 방송에서는 먹방을 넘어 쿡방이 대세다. 대중들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필자는 바른 식생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연구 과제 중 하나로 수도권 소재 초등학교 학부모 400여명을 대상으로 식생활 능력을 평가해 보았다. 식품을 바르게 선택해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식사를 준비하고,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먹거리를 직접 길러보는 등 지속가능한 식생활 실천에 이르기까지 총 20개 문항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학부모들의 식생활 능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74.51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C학점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결코 바람직한 점수가 아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을 법한 학부모들이 이런 점수를 받은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 모두가 바쁜 생활 속에서 건강과 행복 증진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식생활 능력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9년 제정된 식생활교육지원법에 따라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해 2010년부터 식생활교육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고, 올해부터는 제2차 식생활교육기본계획(2015~2019)이 추진되고 있다.

영양과 건강 중심의 기존 식생활 패러다임을 확장하여,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식품을 선택하고 조리하면 되는지, 내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식품 생산과 음식을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하기 등 환경과 건강, 배려의 핵심 가치를 모두 담아 가정, 학교, 지역사회 등에서 민관협력의 식생활 교육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이다. 식생활 능력을 신장시켜 국민이 바람직한 식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고, 건강한 백세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부터 실시되는 교육대학 식생활교육 강좌 개설사업은 그 의미가 크다. 평생의 식습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초등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교육을 실시하도록 예비교사들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포함한 전국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에서 식생활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조리강좌가 아닌 환경, 건강, 배려의 식생활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학부모들의 식생활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바람직한 시도이다.

평생의 건강이 자신의 식생활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식생활교육에 관심을 높여 남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식생활을 주도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시민이 되어보자.



김정원 서울교육대 교수 생활과학교육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 강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그제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 이를 구체화하는 절차를 밟았다. 김경자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장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을 적정 한자 수와 표기 방식 등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한글단체와 한자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대립이 극심한 사안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우리말의 다수가 한자어로 이루어진 만큼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찌우기 위해서는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증가시킬 뿐 교육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현실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놓고 한글 단체 회원들과 한자 단체 회원들이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린 24일 오후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 내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다._경향DB


한글 전용 이후 문·독해력 저하나 빈어증(貧語症) 심화 등에 대한 우려는 검증된 바 없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등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강화하면 될 일이지 가뜩이나 과도한 학습량에 시달리는 초등학생에게까지 그 부담을 지울 이유가 없다. 교육당국은 한자 시험을 보지 않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970년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를 폐기한 지 45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이 정착돼온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한글 전용이 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조화로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법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요즘 농업과 관련해 ‘6차산업화’와 ‘로컬푸드’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다가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농업의 6차산업화와 로컬푸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전제돼야 할까.

첫째, 애향심 강한 지도자가 중요하다. 새마을운동도 지도자 양성부터 시작했다. 로컬푸드도 농업의 6차산업화도 정부의 의욕과 자금 지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일본에서 6차산업화로 성공한 농촌지역 200여곳의 공통점은 애향심 강한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둘째, 농업인의 인식이 중요하다. 농업의 6차산업화가 농업과 농촌을 위해 중요하다면 이를 수용하는 농업인의 자립의지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농협의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농업인들은 자금지원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자금만 지원되면 6차산업화든 로컬푸드든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정부 자금 지원으로 성공한 사례는 안타깝지만 그렇게 많지 않다. 농업의 6차산업화와 로컬푸드 사업 역시 보조금을 논하기에 앞서 농업인들이 자립의지를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농업인의 자립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로컬푸드 매장 등에서 판매 또는 가공하는 농산물이 지역 내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농업인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팔고 싶은 농산물이 아닌 팔리는 농산물을 생산하게 되며, 6차산업화와도 쉽게 연결된다.


농협 농업박물관, 소원 담은 농기(農旗) 만들기 체험_경향DB



셋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농업의 6차산업화도 로컬푸드 매장 운영도 농촌지역 노인과 부녀자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농촌지역 주민의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농촌의 고령자와 부녀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좋은 복지다. 어떤 지자체가 운영하는 토요시장에 가면 고령의 노인들이 번호표를 달고 좌판을 벌이고 있다. 하루 장터에 나오면 지자체가 8000원을 교통비로 지급한다. 그 돈이 집안에만 있는 노인들을 장터에 나오게 한 동기다. 모처럼 장에 나와 노인들은 사람들도 만나고 돈도 벌고, 그것은 곧 즐거운 운동이 된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고, 결과적으로 국가재정은 오히려 건전해진 셈이다.

넷째, 영농지도 등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로컬푸드 매장 운영의 핵심은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장거리 수송해서 구색을 갖추고 대량으로 파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존의 유통매장과 차이가 없다. 처음 시작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생산자 대상의 영농지도를 통해 팔리는 농산물 중에서 지역에서 생산 가능한 농산물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그래야 농가소득 증대와 농민의 건강수명 연장,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식량자급률 향상도 가능하다. 그래서 직매장 사업은 일석사조다. 지금 잘 팔리고 있는 농산물이 앞으로도 계속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식자재와 맛있는 것, 건강에 좋은 것을 원한다.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면 고객이 뜸해지고 폐업까지 이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농산물과 가공제품을 선보여야 한다. 이를 찾는 지도자의 노력과 영농지도 교육이 중요하다.


현의송 |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한국대표이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인성교육에 이어 나라사랑교육을 강화하는 이른바 ‘애국교육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한국통일교육학회가 주최한 ‘나라사랑교육 발전을 위한 학술회의’에서 국가보훈처와 교육부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다. 이들은 학교 교육을 통한 나라사랑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가칭)나라사랑교육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획재정부와 협조가 잘 되어 내년 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나라사랑교육지원법은 2012년 9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돼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다. 논란 속에 제정돼 지난 7월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인성교육진흥법과 틀이 흡사하다. 유·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고, 정부가 5년마다 기본 계획을 세우며, 민간단체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셈이다. 법으로 인성교육을 진흥하려던 발상이 어떤 부작용과 논란을 낳았는지 벌써 잊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인성 평가를 대학입시에 반영하려다가 학원마다 인성면접 대비반이 생기고 인성교육 수료증을 발급하는 단체가 250여개나 세워지자 이를 백지화하는 소동까지 빚지 않았는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_경향DB



인성과 마찬가지로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법으로 진흥되는 게 아니다. 태극기와 청와대, 국회의사당 등을 그려보는 따위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유신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애국심은 주입과 강요에 의한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교육 과정에서 스스로 배양되도록 해야 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세계적인 기업 애플 창업자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는 창조는 “새로운 연결”이라고 하였다. 기존에 서로 상관없어 보이던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작업이 창조를 낳는다는 것인데, 예컨대 애플의 스마트폰의 경우, 흩어져 있었던 사진기와 컴퓨터와 전화기와 MP3 플레이어 등을 플랫폼이라는 개념으로 하나로 연결하여 새로운 창조를 해낸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창조들은 모두 이러한 새로운 연결을 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서 이어져 왔다. 손으로 하던 작업을 도구로 하기 시작한 것도 작업과 도구의 새로운 연결이고, 증기기관의 발명, 내연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 인터넷의 발명 등 인류의 창조는 모두 기존에 흩어져 있던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면서 생겨났다.

이러한 새로운 물건의 창조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영역에서도 소위 독창적인 업적이라고 하는 것들은 아이디어와 발견의 새로운 연결들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흩어져 있는 생물들을 연결하는 창조적 시각이고, 근대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과 가격이라는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_경향DB



학문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험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연결하여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실험을 성공시켰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동성결혼도 절대로 연결시키면 안 된다는 기존의 사회적 관념을 깨고 새로운 연결을 허용한 사회적 실험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 발상도 소비자와 서비스 생산자를 컴퓨터 앱을 통하여 직접 연결시키는 새로운 실험이고, 시야를 크게 넓혀서 유럽 통합은 근대국가와 근대국가를 연결하는 새로운 정치사회적 실험이다. 아파트의 발명도 거주 형태에 있어서 애플의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에 의거한 새로운 연결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가족 제도에서 떨어져 나와 핵가족 제도를 만든 것은 연결이 아니라 분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역시 가족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시도한 획기적인 사회적 실험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창조에 대한 얘기를 한 이유는 바로 사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실험의 자유를 얘기하기 위해서이고, 결국은 현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 및 모든 창조가 이름에 들어가는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는 후발국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창조를 하기보다는 선발국이 만들어 놓은 창조를 재빠르게 카피하여 추격하는 형태로 발전을 해왔다.


광복 70주년을 얘기하지만, 광복 이후 정부 수립도 남의 것을 베낀 것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얘기하지만 경제발전 모델도 남의 것을 베낀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의 구조나 물건 그 자체도 선진국에서 만든 것을 베껴서 만든 것이고, 학문도 수입학문에 의존하였다. 학교 교육은 외국의 정답을 수입하여 외우는 것이었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려 하였다. 사회적 실험도 외국 것을 가져다 베꼈고, 또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가져다 베낄 수 있는 선진국의 실험도 대부분 미국식 자본주의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실험의 재료가 허용되지 않았다. 창조를 하려는 여유도 없었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외교적으로 금기시돼 왔다.

경제도, 정치도, 사회적 실험도, 학문도 모든 창조는 우리에게 유용한 새로운 연결과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어야 가능하고, 또 과거의 연결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비판적 표현의 자유가 주어져야 가능하다. 사회가 경직되어 있고, 조직이 경직되어 있고, 보수적으로 기존의 것을 지키려고만 한다면 창조라는 새로운 연결이 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한국은 더 이상 선진국의 것을 효율적으로 베끼기만 해서는 경제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소위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선도적으로 창조하고, 세계적인 표준도 만들고, 우리에게 맞는 사회적 실험도 하여 우리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한국을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부르지만 가장 역동적이었던 시기는 사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넓게 허용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였고, 지난 정부부터 한국의 역동성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우연이거나 세계경제의 침체 때문만이 아니다.

사고와 표현의 자유, 비판의 자유와 실험의 자유를 억압하고, 기존의 것을 지키려고만 한 정부와 기득권의 정책이 역동성을 죽이고, 소수에게만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창조경제든 무엇이든 창조적인 것은 보수의 절대적인 가치인 “자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자유라는 면에서 아직 우리에게는 완전한 광복이 오지 않았다. 답답하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싱크탱크 미래지 원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현실은 요지부동이었다. 단식 12일째, 탈진한 교수들이 병원에 실려 가고 메아리 없는 농성장은 공허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한 교수가 본관 건물 옥상에 오르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곧 ‘카톡’에 교수 투신을 알리는 문자가 떴고, 현장에 몰려든 교수들은 나뒹구는 유서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실은 이틀 만에 바뀌었다. 부산대 본부와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를 실현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는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이렇게 간단한 일에 두 자녀의 아버지이자 한 여인의 남편을 앗아가야 했던가?

교육부는 그동안 모든 국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전환할 것을 강요했다. 전국 40개 국립대 중 39개 대학이 이미 간선제로 바꿨다. 부산대는 국립대 중 유일하게 총장 직선제를 고집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학역량강화사업에서 탈락, 6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반면 교육부의 요구를 잘 따르는 대학들은 사업신청을 줄줄이 따내는 행운을 누렸다.

현 부산대 총장(사의를 표명한 상태)이 문제였다. 그는 직선제 고수를 공약으로 당선됐는데,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교수들은 반발했고 교수회장은 단식으로 약속이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단식기간 12일 동안 총장은 휴가라면서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간선제와 직선제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실 교육부의 요구는 간선제만이 아니다. 간선제로 총장 선출을 한 3개 대학(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이 있지만 교육부가 제청을 하지 않아 현재 총장을 임용해 달라는 내용의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간선제는 하나의 핑계일 뿐이고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부 스스로 입증한 것이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 중 교육부가 밝힌 총장 직선제의 장단점_경향DB



직선 총장제, 간선 총장제 두 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교육부가 국립대학을 확실하게 길들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간선제가 편하다. 간선제가 정착되면 교육부 퇴직 관리를 원하는 대학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현재도 교육부 퇴직 관리가 총장으로 가 있는 대학이 적지 않다. 이는 전관예우의 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지금의 대학들과 같은 일사불란한 굴종은 없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됐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권이 법률에 보장돼 있지만 이것은 무늬에 불과하다. 실제로 국립대의 재정을 주무르는 교육부의 공문 한 장이면 법은 멀기만 하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라는 구실로 예산을 균등하게 배분하지 않고, 여러 사업으로 쪼개 대학의 신청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 맞서야 하는 총장들의 고민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교육부는 또 행정 편의를 위해 대학의 모든 것을 계량화해 점수로 나타낸다. 가령 교수 업적에서 10편의 논문은 무조건 9편보다 우수한 점수를 받는다. 이러한 숫자 경쟁의 구도에서는 학문은 사라지고 부정과 사기꾼이 판치게 된다. 장관에 발탁되면 거의 모두가 논문표절 문제를 달고 오지 않는가? 한평생 한두 가지의 주제로 아무도 보지 않는 수십 편의 논문을 제조하는 것이 교육부가 만들어 놓은 전공학문의 실체다.

직선제가 꼭 좋은 선거방식은 아니다. 다만 교육부가 대학과 학문을 통치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그나마 직선제가 대학을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민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행정부의 조직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은 교육부를 공공의 적으로, 때로는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기도 하는 현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휴대폰에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희생을 감당한 고현철 교수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우리의 무뎌진 의식을 일깨워 권력의 횡포로부터 교육과 학문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김세환 | 부산대 교수·중문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부산대 교수가 투신해 숨진 사건은 정부가 국공립 대학의 자율성을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형상 총장과 교수회 간 대립으로 나타난 이 사건의 본질은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정부의 부당한 통제와 간섭이라고 할 수 있다. 총장 직선제가 대학 교육을 위한 최선의 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제도 폐지를 위해 정부가 이만한 정력과 비용을 들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총장 직선제 폐지는 대학 자율성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고, 현행 법률도 어기는 행위다. 교육공무원법은 대학 총장 후보 선출 방식은 학내 구성원들의 뜻을 따르도록 돼 있다. 정부가 이 제도가 마음에 안 든다면 먼저 헌법과 법을 바꾸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지원과 구조조정 권한을 무기로 집요하게 대학을 압박해왔다. 부산대에서도 교육부 지침에 따라 김 모 총장이 총장 간선제로 학칙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립이 시작됐다. 교수들의 장기 농성이 이어지면서 총장은 간선제 추진과 번복을 되풀이했고, 급기야는 학칙 개정의 효력을 둘러싼 소송도 벌어졌다. 교육부는 총장이 간선제 방침을 번복할 때마다 정부 지원사업을 배제하는 압박 카드를 동원했다.


부산대학교의 한 교수가 17일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대학 본관 건물에서 투신해 숨진 뒤 동료 교수들이 헌화하며 명복을 빌고 있다._연합뉴스



교육부의 무리한 총장 직선제 폐지 정책은 부산대만이 아니라 38개 국공립대 전체에서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북대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에서는 교육부의 방침대로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를 뽑았으나 교육부가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대통령에게 임용제청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1년 넘게 총장이 공석인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체대에서는 급기야 체육 분야에 문외한인 친박 정치인이 임용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정부의 의도가 직선제 폐지를 통해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국공립대 총장으로 앉혀 대학을 장악하려는 데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정책은 2012년 발표한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다. 그러나 정책 시행과정에서 대학은 선진화하기는커녕 갈등과 대립 속에 지성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이처럼 대학의 정신인 자유를 억압하고, 법에 저촉되고,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직선제 폐지 강행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8월15일이면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1910년 8월29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35년을 일본 식민 치하에서 살았으니, 해방 이후 그보다 딱 곱절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다들 지난 70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각자의 시선으로 공과를 따지느라 분주하다. 6070세대는 산업화의 기억을 더듬으며 으쓱대고 4050세대는 민주화의 추억에 들썩인다. 그들에게 과거는 언제 돌아봐도 자랑스러운 역사다. 2030세대는 앞세대가 일구어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자양분 위에 자랐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 안에는 힘겨워하는 부모를 말없이 지켜봐야 했던 IMF 체제의 아픈 과거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지금 그들은 패기 넘치는 신세대 젊은이가 아니라,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3포세대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을 견뎌내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산다. 과거를 소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2015년 대한민국의 구세대는 과거에 매몰되어 있고, 신세대는 미래 없는 오늘을 살고 있다.

역사는 미래로 나아가는 세대에게 갈 길을 열어주는 과거 속 ‘오래된 미래’, 바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 세대가 공감하지 않는 역사는 죽은 역사다. 학기마다 강의 첫 시간에 역사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을 선정하여 이유를 써오는 과제를 내준다. 10년 가까이 꾸준히 실시한 덕에 신세대가 주목하는 역사 인물의 변천사를 목도하게 된다. 고대 인물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곧잘 나오던 광개토대왕이나 김춘추, 김유신이 선정 인물에서 없어진 지 꽤 오래다. 고려시대 인물도 거의 없다. 조선시대 인물과 독립운동가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부상한 인물이 이회영과 전태일이다. 이회영은 나라가 망하자 전 재산을 처분하고 일가와 함께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전태일은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을 남기고 분신자살한 노동운동가다. 두 사람에 대한 관심은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의 반영물이다. 부를 거머쥔 자들의 탐욕과 질주를 목도하고 있는 청년에게 이회영은 드물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이다. 전태일은 부와 권력을 거머쥔 세력의 갑질에 온몸을 불살라 항거한 ‘을’을 상징한다. 인물 선정의 변화를 보면서 신세대가 먼 고대의 영광보다는 자신이 살아가는 오늘을 성찰하며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과거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우리’의 정체성을 고구려의 기상에서 찾고자 하는 과거회귀형의 구세대와 달리 미래추구형인 신세대는 ‘나’의 정체성을 근현대사의 맥락 안에서 찾고자 한다.


6형제가 만주로 망명을 떠나기 전 지도를 펴놓고 망명계획을 세우던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우당기념관에 전시돼 있다._경향DB



지금 세계 각국은 미래세대에게 근현대사 중심의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세계에는 고대사를 서술할 수 있는 긴 역사를 가진 나라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전근대사는 간략하게, 근현대사는 상세히 가르친다. 그렇다면, 각국 역사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인은 누구일까. 세종대왕도 이순신도 아니다. 케냐를 비롯한 여러 나라 교과서에는 반기문이 나온다. 러시아 교과서처럼 백남준이 서술되는 경우도 있다. 현대사에 비중을 둔 역사교육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한국사는 한국전쟁이다. 미국, 영국은 물론 대부분 나라 역사교과서에 나온다.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교과서들도 있다.

세계는 지금 영웅사관이나 민족사관에 매몰된 과거회귀형 역사교육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시민을 키워드로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미래추구형 역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구의 시민 혁명 이래 최근의 ‘아랍의 봄’에 이르기까지 2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인류가 함께 피 흘리며 성취했으며 앞으로도 보존해야 할 민주주의 역사를 가르친다. 특정 국가나 공동체에 갇히지 않고 세계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역사교육을 도모하고 있다. 여러 출판사가 각축하며 만든 다채로운 역사교과서들로 가르치고 있다.

역사 교육과정 개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의 경우, 근현대사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전근대사를 더 많이 가르칠 예정이라고 한다. 유신독재의 산물이라는 주홍글씨가 늘 따라붙는 국정화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하다. 과거회귀형 권력에 의해 미래 세대의 눈높이와 세계 보편의 안목은 온전히 무시될 태세다. 광복 100주년을 기념하는 주역이 될 미래 세대는 2015년 대한민국을 어떻게 기억할까. 부끄럽다.


김정인 | 춘천교대 교수·한국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누가 나에게 질식사고 대책을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숨을 쉬지 마시라.” 세상에! 질식사고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발생하는데 숨을 쉬지 말라니. 그러나 어찌하랴. 산소가 결핍된 장소에서는 숨을 쉬면 죽고, 숨을 쉬지 않으면 그나마 1~2분은 살 수 있으니 숨을 쉬지 말라고 할 수밖에. 그러나 숨을 쉬지 말라는 내 말은 실제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숨을 쉬기 전까지는 질식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고, 숨을 쉬면 곧바로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왜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숨을 쉬면 죽는 걸까? 답은 대기압에 있다. 대기압은 약 1013hPa(헥토파스칼)이다. 공기 중 산소는 약 21%를 차지한다. 산소분압은 대기압의 약 21%인 213hPa이다. 숨을 쉬면 허파 안의 공기와 섞여서 허파 안 산소분압은 약 133hPa이 된다. 뇌나 근육의 산소분압은 약 53hPa이다. 허파와 뇌 사이에는 약 80hPa의 압력차가 있는 셈이다. 80hPa이면 태풍을 일으킬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압력이다. 따라서 숨을 쉬기만 하면 공기 중 산소는 순식간에 허파 안으로 들어오고, 허파 안의 산소는 혈액을 타고 쓰나미처럼 뇌나 근육으로 밀려들어간다. 숨만 쉬면 우리 몸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산소는 저절로 밀려들어온다. 단, 공기 중 산소농도가 정상일 때만 그렇다.

대기압에 의존하는 산소공급 시스템은 산소농도가 낮아지면 역전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산소농도가 4%로 떨어지면 산소분압은 40hPa로 뇌나 근육의 80hPa보다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뇌나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기는커녕, 뇌나 근육 속의 있던 산소마저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이런 조건에서는 숨을 딱 두 번만 쉬면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된다. 마치 컴퓨터에 연결된 전원을 확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지하에 있는 정화조, 맨홀, 피트, 저수조, 하수관거, 관로공사, 폐수처리장과 같은 곳은 어느 순간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온도가 높아 미생물 증식이 활발해져 평소에는 문제가 없다가도 갑자기 산소결핍 장소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멀쩡한 공간에 누출된 가스가 차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독성 가스라도 산소를 밀어내기 때문에 질식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소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병을 도표로 그린 그림이다._경향DB


우리나라는 질식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한 해 수십명에 이르고, 그 중 약 절반이 목숨을 잃는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쁜 사고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나쁜 사고란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반드시 막아야 하는 사고를 말한다. 질식사고는 나쁜 사고다. 막는 방법은 간단하고도 명확하다. 그냥은 절대 못 들어가게 하면 된다. 그러려면 어디가 그런 장소인지 미리 파악해서, 평소엔 잠금장치 등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놔야 한다. 들어갈 일이 있으면 미리 환기를 시키고, 반드시 산소농도를 확인한 후에 들어가든지, 소방관처럼 공기호흡기를 메고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도록 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책임이다. 사고가 났든 나지 않았든, 평소에 이런 안전원칙을 지키지 않는 곳은 사망사고가 난 것처럼 엄하게 책임을 묻고 단속해야 한다. 이제 말로만 하는 홍보나, 뒤늦게 사고 난 곳만 잡는 뒷북행정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예방감독을 좀 했으면 좋겠다.


박두용 | 한성대 교수·한국산업보건학회장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학교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에 출제하는 선행학습은 필연적으로 공교육의 위축과 사교육비 증가를 유발한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초·중·고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교육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리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막는 것도 선행학습의 심각한 부작용이다. 정부가 지난해 초·중·고 선행학습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이나 평가를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을 만든 것도 이런 반교육적 측면을 깊이 인식한 데서 연유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그제 초·중·고의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납득이 안된다. 방과후학교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지만,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공교육정상화법의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 교육부가 특별한 계기도 없이 불과 11개월 만에 정책 방향을 이렇게 번복하면 교육 현장에 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향후 공교육과 사교육이 선행학습을 두고 경쟁하는 볼썽사나운 상황도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제정된 법을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무력화함으로써 앞뒤가 다른 지도자라는 인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과목별 사교육비 규모_경향DB


교육부는 법 개정 추진 배경에 대해 “방과후학교까지 선행교육을 금지하면 사교육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농산어촌 소재 학교의 재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학원의 선행학습을 허용해 발생하는 현상일 뿐, 학교 선행학습 허용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교육소외 계층의 학습 문제도 선행학습이 아니라 보다 교육적인 별도 해결책을 찾는 것이 맞다. 법 제정 당시에도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일었지만 그대로 밀어붙였던 정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회 일각의 선행학습 요구를 받아들인다며 바꾸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교육이 문제라면 사교육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처 방식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고교 과정을 배우는 선행학습의 폐습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마침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회가 공교육 정상화라는 원칙과 실효성에 맞게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 연구는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덕목으로 ‘예의, 정의, 책임, 자기존중, 시민성, 배려·소통, 정직·용기, 지혜, 자기조절, 성실’을 제시했다. 뒤늦게나마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18세 이하 인구는 현재 전 인구의 20% 정도이지만, 이들은 우리 미래의 100%이다. 30~40년 뒤에는 이들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기는 결과는 폭력, 탐욕, 부패, 무례, 중독, 성추행, 왕따, 파렴치 등이다. 우리의 미래가 이런 것들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가 토인비는 ‘21개의 뛰어난 문명 중에서 19개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쇠락으로 멸망했다’고 분석했다. 아이들의 인성을 잘 가꾸지 못하면 우리의 문명도 쇠락하고 말 것이다.

인성교육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인성의 덕목들이 사회 전체에 구현됨으로써 모두가 행복하고 살아갈 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성을 점수화해서 효도 1등급, 2등급 식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의 많은 의대에서 오래전부터 인·적성평가로 학생선발을 하고 있지만, 품성과 적성이 의사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소수를 걸러내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인다.

인성교육이 국민교육헌장처럼 국민의 인성을 국가에 복종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는 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성교육이 예의, 효도, 시민성, 성실 등 온순한 시민으로서의 덕목에 치중할 것에 대한 걱정이다. 바른 인성에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독재에 피로 항거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거나, 업무현장에서의 비리를 드러내고 고치는 용기도 포함된다.


더 중요한 점은 인성교육이 학교 수업 등 정규 교육과정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성교과 시간에 예의와 정의, 책임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인성과 같은 가치관과 태도 교육은 정규 교육과정의 영향보다도 잠재적 교육과정(의도되지 않은 교육)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맹모삼천지교’에서 맹자의 어머니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영향을 잘 알았던 셈이다.


서울 숭례초등학교에서 15일 열린 '인성교육 체험마당'에서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전통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_경향DB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예의와 정의, 책임을 배우지만, 부모와 다른 어른들의 행동, 특히 사회지도층의 행동에서 정반대의 것을 보고 배울 것이다. 의사 양성을 전문으로 하는 의학교육 분야에서 인간행동의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강조할 때 하는 이야기지만, 교실에서 환자 존중, 의료 윤리를 아무리 가르쳐도 결국은 병원 실습 중에 관찰한 선배 의사들의 일탈행동을 따라가게 된다. 교실에서의 가르침이 현장에서의 롤 모델에 의해 일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 정직, 정의, 책임 같은 덕목이 얼마나 부족한지 이미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용기 있는 자가 더 고통받는 세상이라는 것도 안다. 배를 책임지고 있는 어른 선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죽는다는 것도 이미 배웠다. 식민지 지배에 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면 후대에도 계속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자기 기만을 잘해야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교실과 현실의 괴리, 이 냉소주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우리 아이들은 선장과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도망칠 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배로 들어간 선생님들도 기억할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병동을 지키고 피땀을 흘린 의료인들의 모습도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성의 모범을 사회가 어떻게 대접하는가를 보고 아이들은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배운다는 데에 있다. 아이들은 우리 미래이다.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선장이 될 것인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배로 뛰어드는 선생님이 될 것인가? 아이들이 어떤 인성을 갖출지는 우리 어른들에게 달렸다.


신좌섭 | 서울대 의대 교수·의학교육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한국 선수들은 인내력과 투지가 뛰어나지만 창의성이 부족하고 패스를 한 후에는 움직임이 없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한국 축구계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승리하는 법만 배워서 그렇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비단 축구뿐이겠는가?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전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학생들의 일상은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 오랜 시간 많은 내용을 암기하고, 해마다 늘어나는 문제 유형을 반복 연습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과도한 학습 부담과 지루하게 반복되는 시험 대비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도 않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껴볼 기회조차 없으며, 미래에 더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드물다는 게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래 가지고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기를 수 없다.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일선학교 교육현장에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글로벌 창의인재를 지향하면서 시작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현장에 다 착근하기도 전에 또 개정을 하느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개정에 나선 것은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 소양을 균형 있게 갖추도록 하고, 행복한 학습을 통해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게 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더 이상 암기와 문제풀이 학습에 매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러한 개정 취지가 성공하려면 ‘진짜로’ 교과의 학습량을 적정화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적게 가르치는 것이 더 많이 가르치는 것이다(Less is more)” “무엇을 추가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우리도 학생들 각자가 핵심 개념과 원리를 찾아가도록 탐구방법을 결정하고, 한 교과의 학습과 다른 교과의 학습을 연결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과 학습의 문제를 융합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5 교육과정 개정 시안의 주요 쟁점 _경향DB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은 교과 교육과정 개발진과 교과서 개발진의 학습량 적정화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교과 개발진은 자기 교과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과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의미 있게 여러 교과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학생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사명을 다해야 한다.

학생들이 각자 배우는 수많은 교과가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실제 연결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려면, 먼저 교과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 교과가 아닌 다른 교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각 교과 교육과정 개발진이 융합을 실천해 학생들의 학습량을 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필자도 이 부분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각론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교과 간 내용을 조정하고, 모든 교과 개발진이 수차례 함께 모여 중복되는 부분을 점검하고 연결해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교과서 개발 과정에서도 계속돼야 한다.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원칙과 달리 여전히 교과서가 예전처럼 파편화하고 분절된 수많은 지식을 모두 담으려고 한다면 학생들의 학습량 적정화는 한낱 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혁신적인 학습량 적정화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고, 나아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면,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으면서 교육현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경자 | 이화여대 사범대학 명예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강과 바다, 계곡 등지에 가족과 함께하는 피서객이 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휴가도 중요하지만 여름 휴가지에서 무엇보다도 아주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토영삼굴(兎營三窟)’이란 고자성어가 있다.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마련해 놓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리 몇 가지의 술책을 마련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 3년간 7월부터 8월까지 여름철 콘도·펜션 등 여가시설에서 전기기기와 음식물 조리 등 취급부주의로 인해 5661건의 화재가 발생,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지난 3월 22일에는 강화도 캠핑장에서 주말을 맞아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던 중 텐트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의 사상자(사망 5·부상2)가 발생했다. 이렇듯 한 순간의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피서지 야외활동의 증가로 숙박시설 등 여가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안전관리와 관계자의 안전의식 형성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특히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과거의 단순한 여가문화에서 벗어나 수상스키, 래프팅, 자전거, 캠핑 등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 인명사고 발생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콘도, 펜션, 캠핑장 등에서 전열기구와 휴대용 가스렌지 등 화기취급 부주의는 물론 관계자의 안전의식 부족에 따른 초기대응 미숙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조송래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소방총감)


이에 따라 휴양시설에서 화재예방 등 안전사고 예방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누구나 안전하고 즐거운 추억이 함께 할 수 있는 휴가를 원할 것이다. 강과 바다, 산과 계곡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낯선 장소와 새로운 것들 앞에서 흥분하기 쉽다. 하지만 안전이 동반되지 않는 자세로 휴가를 즐기다보면 뜻하지 않는 사고로 인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해수욕장, 계곡 등에서 음주 후에 수영을 한다든지,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서 물놀이를 하는 무모한 사람들을 종종 목격한다. 더구나 구명조끼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는 사람을 도리어 소심한 사람으로까지 몰아세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행동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어린이, 노약자 등 이웃 사람의 안전도 함께 챙겨주는 행복하고 즐거운 여름나기가 될 수 있도록 휴가지에서 국민 모두가 안전수칙을 몸소 실천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토영삼굴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이번 여름 휴가지에서 안전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안전하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시길 바란다.


조송래 |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소방총감)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대학에 갓 입학한 ‘고등학교 4학년’들이 내 수업에서 플라톤의 <국가>를 읽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들의 첫 질문은 과연 그것이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지 여부이고, 내가 궁금한 점은 어떻게 모든 종류의 추천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는 이 책을 읽어본 학생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들이 예의 바르게도 묻지 않는 질문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이게 우리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목적의식이 뚜렷한 세대이며 목적 없는 “쓸모없는 것들”을 가차 없이 퇴출시켜나간 교육시스템이다. 대학은 더 좋은 직장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고, 고등학교는 더 좋은 대학으로의 입학을 준비하는 곳이며, 중학교는 더 좋은 대학에 많이 입학시키는 고등학교로 갈 준비를 하는 곳이며, 초등학교는, 그리고 유치원은…. 아니, 이 앞의 문장은 상식이 되어버려 새삼 지면에 옮기기도 뜬금없다.

그러나 나는, 우리 교육의 황폐화와 우리 현실의 암담함이 이런 목적론적 교육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문화의 시작이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었고, 학술의 근원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는 궁금증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 교육에는 문화도 학술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쓸모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그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것을 서생정신이라 불러도 좋고 아마추어리즘이라 불러도 좋다. 쓸모없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통해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고, 워런 버핏이 ‘풍부한 독서’를 통해서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과는 정반대의 의미이다. 학술과 교육과 문화는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기치 않게 페니실린이 발견되기도 할 것이며 우연찮게 뢴트겐은 X선에 손을 대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과 주식투자와 페니실린과 X선이 - “대박”이 - 학술과 교육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위런 버핏_경향DB



내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혹은 전해주고 싶은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책이, 이 강의실이, 나아가 학교에서의 모든 경험들이 당신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동굴의 우상’이 무엇인지를 외우기 전에, 동굴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던 이가 동굴을 나와서 처음 광명한 햇살을 느꼈을 때의 그 저미는 고통을, 그리고 다시 동굴로 되돌아갔을 때의 뼈를 깎는 격통을 책으로 느낄 수 있다면 당신들은 이미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이것은 시험에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며 당신들이 살아가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면 다시는 읽어볼 수도, 고민해볼 수도, 토론해볼 수도 없을 마지막 기회라는 것. 나는 우리의 대학교와 고등학교와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학생들을 더 나은 사람으로 더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마지막 기회’들을 허비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

계절이 지나 겨울방학을 앞둔 시기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학생들이 또 있다. 취업의 어려운 관문을 뚫은 졸업예정자들인데, 축하의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기말고사를 치를 수 없다는 양해를 구한다. 학점을 받아야 졸업을 할 수 있지만 당장 회사에서 출근 - 무급인턴 - 을 하라고 하니 시험 대신 다른 것으로 학점을 달라는 부탁이다.

우리 교육시스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위치한 ‘회사’들은 이토록 촌스럽기 짝이 없으며 이들에게 묻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 일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교정에서의 마지막 두어 달 기간에 당신들이 학생들을 얼마나 더 잘 성장시킬 자신이 있는지. 세상의 모든 관심과 배려를 받고 초·중·고·대학의 십수년 교육기간 동안의 학생 생활을 마감하는 이들을 두어 달 기다려줄 여유도 없는지. 사회적 배려라는 것이 수능일 아침 앰뷸런스로 고사장에 실어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고 성장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교육환경이 이르는 종착역은 바닥 모를 둔감함이다. 배려받지 못한 학생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으로 자라고, 손톱 밑의 가시가 아니면 고통과 분노는 건망증에 포획된다. 세월호, 국정원, 부패리스트, 메르스 등 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공동체의 사건들이 너무도 쉽사리 잊혀지고, 일상의 아득함만 우리 앞에 벽처럼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아들 딸들에게 어떤 공동체를 물려줄 것인가. 대답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근원적인 곳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대안 없는 쓸모없는 글로 지면을 허비하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든다.


박원호 | 서울대 교수·정치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