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가르치기, 키우기'에 해당되는 글 356건

  1. 2015.05.14 [사설]‘학생인권조례 적법’ 판결은 당연한 귀결이다
  2. 2015.05.13 [기고]직업교육, 기업인이 먼저 나서자
  3. 2015.05.13 [사설]어린이집 보육료 안 맡으면 교육청 예산 줄이겠다니
  4. 2015.05.12 [사설]교육부의 김문기 총장 해임 요구 면피용이었나
  5. 2015.05.11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이름 ‘선생님’
  6. 2015.05.07 [사설]서울외고 사태,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7. 2015.05.05 [진화의 창]아이는 원래 엄마와 함께 잤다
  8. 2015.05.05 [사설]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자
  9. 2015.05.03 [기고]아이들을 키우는 건 답이 아닌 질문
  10. 2015.04.28 [기고]초등교과서 한자 병기는 국어기본법 위반
  11. 2015.04.27 [사설]어린이집 지원 중단,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12. 2015.04.26 [시론]‘돈독 오른 대학’
  13. 2015.04.26 [사설]등록금으로 곳간 채운 사학에 경종 울린 법원
  14. 2015.04.24 [사설]조희연 유죄 판결 불구 교육개혁 후퇴 안된다
  15. 2015.04.22 [사설]역사교육의 기본 뼈대부터 ‘편향’시킬 참인가
  16. 2015.04.22 [사설]우려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폭증
  17. 2015.04.21 [사설]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사퇴, 대학 정상화 계기 돼야
  18. 2015.04.07 [사설]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급식 검문’
  19. 2015.04.01 [사설]수능, 쉽게 출제하는 원칙은 맞지만
  20. 2015.03.25 [기고]무상급식은 의무급식

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금지 등을 규정한 전라북도의 학생인권조례 효력이 유효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는 어제 교육부 장관이 전북 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는 대법원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과 효력이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실체적 판단을 한 첫 사례다. 이로써 2년여 논란 끝에 2013년 공포된 전북 학생인권조례는 유지될 수 있게 됐다. 당연한 귀결이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을 학생인권조례 정책 전환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또한 교육적 사안을 교육의 범위 내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처신도 자제했으면 한다. 전북도의 학생인권조례는 두발과 복장의 자유, 체벌금지, 야간자율학습 금지 등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을 담고 있다. “전북도 인권조례는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학생의 권리를 확인하거나 구체화하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데 불과해 교사나 학생의 권리를 새롭게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시 그대로다. 대법원은 학생인권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 법령에 어긋나지 않고, 체벌금지나 복장·두발 규제를 제한하도록 한 것도 교육부 주장과 달리 초·중등교육법 범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번 소송은 교육부의 억지나 다름없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막지 못하게 되자 학교가 용의복장규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한 뒤 이를 근거로 인권조례가 상위법령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무지개행동 이반스쿨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작년 1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악시도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육부는 헌법과 교육관련 법령이 학생 인권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왜 지자체나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하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담당 부처로서 정책헌법과 법령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입시와 학교의 편의를 위해 부당하게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일제식 교육과 독재 정권의 영향으로 아직도 대다수 학교가 학생들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학교가 학생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학내 제도나 분위기를 민주적으로 바꾸어야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학교와 교사의 교육권 침해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은 근시안적 태도다. 학생 인권은 교권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보장돼야 할 필수적인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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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신록의 푸름을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짐을 느낀다. 여리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나뭇잎을 볼 때마다 중학생들이 떠오른다. 초록이 될 신록을 보듯, 성인이 될 청소년들을 바라보면 그들의 미래가 궁금하고, 가능성과 희망이 느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일상에서 혹은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중학생들의 어두운 얼굴이다. 햇살 좋은 거리를 걸을 때도 무표정한 얼굴에 생기가 없는 중학생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굳이, 유럽과 국내 대학 입시율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엇나갔음을 느낀다. 중학생 시절은 세상을 향해 다양한 관심과 호기심을 품을 때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장르는 무엇인지, 인문학과 공학 중에 어떤 부문이 더 관심이 가는지, 실질적으로 이것저것 배우고 경험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이치와 직업을 체득하고, 자신의 미래를 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책상 앞에서만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 나무줄기에 쌓여 막 얼굴을 내민 여린 잎사귀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돋아나야 함에도, 우리 학생들은 마치 잎사귀를 통 안에 가두어두고 길들여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감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체험해야 할 나이에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배우고 있을 뿐이니 말이다.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도 있다. 2년 전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청소년 직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에게 직접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제조업 공장 혹은 방송국, 신문사, 직업박물관 등에 가서 직업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직업 체험 교육 프로그램인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군을 체험하고 싶어 하며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반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업 세계를 보여줘야 할 기업들의 참여가 부진하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기업인의 한 명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업교육 혹은 체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 직업 체험은 사회적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독일처럼 학생을 직접 키워 채용하는 도제 시스템은 아닐지라도 광의의 차원에서 산업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 수단이 되는 만큼 놓치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다.

직업체험활동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18일 서울 송파 키자니아에서 패션모델로 분장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려는 마음에서 올해부터 필자가 몸 담은 기업에서는 청소년 직업 체험 교육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얼마 전,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 산업 중 3D프린팅과 관련된 직업 체험 교육을 시행한 바 있다. 3D프린팅 교육을 할 때 반짝거리며 관심을 보이던 중학생들의 눈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앞으로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직업교육 및 체험에 좀 더 공을 들이기로 마음 먹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가 머리를 넘어 가슴까지 다가가길 바란다.


김동섭 | 케이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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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부터 3~5세 어린이집 보육료(누리과정)를 시·도 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재정개혁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방에 예산을 내려보낼 때 반드시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한 의무지출경비를 다른 데 사용하면 이듬해 예산 편성 때 그만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 권한을 무기로 어린이집 보육료 부담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시·도 교육청의 반발을 원천봉쇄하겠다는 발상이다. 내용도 방법도 다 문제다. 지방교육청들은 “지방교육재정 파탄을 부르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방침이 명분을 얻으려면 시·도 교육청 예산이 어느 부분이 재정 낭비에 해당하는지 지목하고, 이것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검증을 받는 일이 먼저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가 책임의 누리과정 사업예산을 부당하게 시·도 교육청에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도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를 부담하게 되면 다른 교육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정부의 어린이집 정책 실패로 엉뚱하게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해선 안될 일이다.

누차 지적해왔듯이 어린이집 보육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저출산율 등 국가적 과제와 연결된 만큼 그 비용을 중앙 정부가 떠맡는 게 맞다. 박 대통령도 이를 중시해 어린이 보육의 국가 책임을 대선 공약으로 삼았고 당선 후에도 여러 차례 발언을 확인했다. 이제 와서 시·도 교육청의 몫이라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약속도 저버리는 일이다.

LG복지재단이 친환경·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채택된 어린이집을 만들어 30일 충남 천안시에 기부했다. 이는 여성의 육아부담 경감과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매년 15억원 이상을 들여 진행해온 사회공헌사업으로, 이번이 7번째 건립·기부다. (출처 : 경향DB)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의무지출 정책 추진 시 재원 확보 방안도 함께 제시하는 ‘페이고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 원칙은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기 바란다.

정부가 툭하면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행령은 국회의 검증과 국민 의견 청취 과정을 밟는 법 개정과 달리 국무회의 의결로 바꿀 수 있지만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행령 개정을 남발하면 정책에 대한 정당한 의견 개진을 막으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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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학교법인인 상지학원이 김문기 총장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결정했다고 한다. 교육부가 지난 3월10일 특별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육용 기본재산 부당 관리, 직원 부당 채용, 학생 수업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김 총장 해임을 요구한 처분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사실상 ‘김문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상지대 교수와 학생의 반발은 물론 교육부의 처분마저 무시하고 그런 배짱을 부릴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김 총장이 지난해 8월 복귀한 뒤 상지대가 교육부의 요구를 묵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교 안팎에서 김 총장 퇴진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수차례 사퇴를 압박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터다. 교육부의 대학 정상화 방안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김 총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렀을 때도 두 차례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교육부는 특별종합감사를 실시해 김 총장 해임 요구 처분을 하기에 이르렀고, 상지대 재단은 이마저 무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문기 상지대 총장 (출처 : 경향DB)


문제는 상지대가 교육부의 처분에 콧방귀를 뀔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책임이 바로 교육부에 있다는 점이다. 총장 해임 의결 권한은 재단 이사회에 있는데, 교육부가 김 총장 세력의 이사회 장악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상지대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 통보 다음날인 지난 3월11일 이사회를 열어 김 총장의 장남 김성남씨 등 3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하고 교육부에 승인을 신청했다. 교육부는 김 총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들의 임원 취임을 승인했다. 실질적으로는 사학의 족벌경영체제를 용인해 놓고 겉으로 김 총장 퇴진 요구 등 ‘시늉’만 한 꼴이다.

교육부는 상지대 재단에 김 총장에 대한 징계 재심의를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재단 이사회를 김 총장 세력이 장악한 데다 이제까지 취해온 태도로 봐서 이는 아무 실익이 없는 조치가 될 게 뻔하다. 사립학교법은 교육부의 총장 징계 요구에 불응하는 사학에 대해서는 이사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 이사를 파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로 상지대의 지금과 같은 사태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새 총장과 이사진을 공공성을 갖춘 인물로 구성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시늉만 해서는 곤란하다. 상지대가 족벌체제에서 벗어나 정상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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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김문기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이다. 얼마 전 어느 칼럼에서 ‘학생 28명을 짐으로 여기는 교사들’이라는 기사를 읽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서울 중등학교 현장에서 40여년을 보내고 4년 전 정년퇴임을 한 나로서는 그동안 겪은 여러 상황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갓 졸업할 당시 학급당 학생 수는 70여명, 학년당 16학급이나 되었다. 그런데도 정규교사지만 나 같은 신규교사에게 첫해는 담임 차례가 오지 않았다. 담임을 맡지 않으면 여러 학급 수업은 들어가지만 내 학급이라는 소속감이 없어 온전한 교사로 느껴지지 않던 그때의 우리는 내심 담임을 원했다. 조회·종례를 하며 학생들과 하루의 애환을 나눌 수 있는 내 학급은 1년 동안 가족과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교단 40여년에서 26년간 담임을 했지만 학생들을 짐으로 여겨본 적은 결코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중·고교의 경우, 특히 나이든 교사들 또는 젊은 층에서도 건강 문제, 육아 및 가정사정 등등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담임 맡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략 담임의 10% 정도는 기간제 교사로 대체하는 현실이다. 교사에겐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이 주된 사명이다. 그 외 담임은 학급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생활지도와 관련한 상담 등 매일 수행해야 할 많은 업무로 무척 시달리는데, 이런 어려움을 알고는 있지만 담임교사에게 행정업무나 수업시수 등 다른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상대적으로 과중한 업무와 담임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세태의 변화로 인해 학생들이 교사에게 대들거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경우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예민한 감정적 대응이 힘들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학급 학생 전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져야 하는 담임의 책무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일부 교사들이 가능하면 담임을 기피하게 되는 현실이 선배교사로서 안타깝고 앞으로의 교직생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명지대 교수들이 31일 학생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하고 있다. 사제 간 사랑을 실천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행사는 15년째 치러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초에 첫 부임학교 제자로부터 초대를 받고 나갔는데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의 제자가 덥석 큰절을 했다. 1970년대 우리 반의 추억담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풀어놓으며. 그래 이거야, 교사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해.

교사의 자존감은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서도 진심이 통하는 교사, 감화를 이끌어내는 교사, 세월호 그 죽음의 상황에서도 나보다 학생들을 먼저 챙긴 교사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분들에겐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진정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교사들의 잡무가 조금만 줄었으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어려움을 나눌 줄 아는 교사이기를 바란다.


하순명 | 전 교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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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이 서울외국어고에 대해 특수목적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2010년 관계법령 개정 이후 서울외고가 처음이다. 반면 입시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산 영훈국제중은 2년 뒤 재평가를 조건으로 구제받았다. 서울교육청은 어제 서울외고·영훈국제중 청문 결과를 이같이 발표하고 교육부에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서울외고의 특목고 지정 취소 이유는 운영 평가에서 특목고 지정 취소 기준을 밑도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청문 절차를 3차례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특목고 지정 취소가 확정될 경우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학교 측도 그렇겠지만 학교 운영과 무관한 학생들의 충격과 혼란이 클 것이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서울외고 측이 취한 처사는 이해가 안된다. 특목고 대상의 정례평가에서 기준을 밑도는 평가가 나오자 반발하며 소명 기회를 몇 번이나 거부한 것이 취소 결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평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 청문회에 나와 적극 소명하고, 미흡한 사항에 대한 보완 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처 방식이다. 서울외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강력 반발한 것이 부담이 됐겠지만 필요하다면 설득해서라도 정해진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물론 교육청 결정 후에도 실제 특목고 지정 취소가 되려면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고,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울교육청에 대해 정치적 결정을 했다고 비난할 자격이 없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문대 입시 통로로 전락한 특목고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사교육을 막고 일반고와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서울외국어고등학교 학부모들이 4월 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외고가 특목고 및 특성화 중학교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 청문 대상학교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평가점수 공개, 지정취소 반대 등의 구호을 외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한편 서울교육청이 영훈국제중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학교에서 발생한 수백명의 성적 조작과 금품 수수 등 대형 입시비리와 공금 유용만으로도 마땅히 지정 취소감이다. 그렇잖아도 국제중은 특목고 못지않게 교육에서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이 교육청이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정상화 작업을 하고 있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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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시간이다. 엄마는 불을 끄고 가버렸다. 아이는 홀로 침대에 눕는다. 세상이 온통 암흑이다. 아이가 설핏 잠이 든다. 갑자기, 벽장 문이 쾅 열린다. 청록색 털북숭이 괴물이 튀어나온다. 고함을 내지르며 아이에게 달려든다!

2001년에 개봉한 픽사의 장편 만화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한 장면이다. 서구 문화권에서는 대개 아이를 부모와 따로 재운다. 이렇게 자기 방에서 혼자 자야 하는 아이들은 종종 침대 밑이나 벽장 속에 괴물이 숨어 있다고 호소하며 엄마 방문을 두드린다.

어떨 때는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엄마와 같이 잘 거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딱 오늘만 같이 자겠노라고 세련되게 엄마와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말하는 아이는 그나마 낫다. 말 못하는 아기는 더 딱하다. 어두운 방에서 자다가 깨면, 집이 떠나가라 우는 방도밖에 없다. 엄마를 애타게 찾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육아 지침서의 가르침에 따라 아기가 울다 지쳐 잠들게 하려는 엄마에게 심한 죄책감을 안긴다.

왜 아기들과 어린아이들은 밤에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는가? 엄마와 뽀뽀하기, 놀이터에서 놀기, 어린이날에 장난감 선물 받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말이다. 혹시 아이는 원래부터 엄마와 함께 자게끔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잘 설계해 놓은 게 아닐까?

물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아이가 부모와 같이 잤다. 단칸방에서 여러 자식과 함께 잤던 흥부 부부를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아이를 부모와 따로 재우는 관습은 현대 서구 사회에 들어 나타난 예외적인 현상이다.

서구의 영향을 받아 우리 사회의 젊은 부부들도 이 관습을 많이 따르고 있다(인터넷에서 ‘아이 혼자 재우기’를 검색해 보시라). 어쨌든 예외는 예외일 뿐이다. 지금껏 남아 있는 수렵·채집 사회들을 포함해 90곳의 전통 사회를 비교·조사했더니, 엄마와 아기가 다른 방에서 잠을 자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쿵족 엄마는 잘 때뿐만 아니라 외출할 때도 아기를 데리고 다닌다. 시야를 더 넓혀서 모든 고등 영장류 종의 암컷들도 새끼와 바싹 붙어서 잠을 잔다. 즉 인류가 진화한 수백만년에 걸쳐 아이는 엄마와 같은 침대나 요에서 잠을 잤다.

현대 산업사회의 ‘별스러운’ 양육 지침은 아이가 적어도 세 살부터는 혼자 자는 습관을 들여야 독립심과 자존감이 길러진다고 주장한다. 우는 아이가 애처로워 엄마가 방문을 열어준다면,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식으로 자라게끔 아이를 망칠 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 학자들의 희망 섞인 추측일 뿐이다. 정반대로, 어릴 때 혼자서 잤던 이들은 부모와 함께 잤던 이들보다 덜 행복해하며, 다루기도 더 어렵고, 자존감도 낮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잠을 자는 행동은 어떤 이점을 주게끔 진화적으로 설계되었을까? 진화인류학자 제임스 맥케나는 <아기와 함께 자기>라는 책에서 몇 가지 이점을 든다.

첫째, 아기가 엄마로부터 보살핌을 더 많이 받는다. 바로 옆에 엄마가 누워 있으므로 아기는 엄마가 자고 있을 때라도 원한다면 언제나 젖을 빨 수 있다. 함께 자는 엄마는 따로 자는 엄마보다 두 배나 더 자주 아기에게 젖을 물려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둘째, 엄마와 아기 모두 잠을 푹 잘 수 있다. 아이를 따로 재우는 부모라면 이 대목에서 혀를 끌끌 찰지 모르겠다. “이봐요. 책만 파신 교수님. 따로 재워도 아이가 한밤중에 갑자기 울면 아이 방으로 달려가느라 잠을 설치거든요. 하물며 아기랑 함께 잔다면 나는 아예 한숨도 못 잘 텐데 무슨 소리예요!” 실제 연구에 따르면, 엄마와 함께 자는 아이는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목 놓아 우는 일이 거의 없다. 결국 아이는 편안히 잘 수 있다. 엄마는 바로 옆의 아기를 돌보느라 선잠을 자긴 하지만, 밤중에 난데없이 우는 아이 방으로 건너가느라 잠이 몇 번씩 깨끗이 달아나는 엄마들보다는 더 푹 잘 수 있다.

셋째, 영아가 밤에 잠든 이후에 사망하는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기를 바닥에 엎어 놓고 재우면 아기가 호흡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므로 돌연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돌연사를 방지하는 좋은 대책은 아이가 천장을 보도록 똑바로 눕혀서 재우는 것이다.

강원래씨가 결혼 13년 만에 얻은 아기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엄마와 함께 자는 아기는 자주 엄마 젖을 빨게 된다. 젖을 빨기 위해 아기는 똑바로 누운 자세를 자연스럽게 오래 유지한다. 실제로 맥케나는 아기를 따로 재우는 사회에서는 아기를 함께 재우는 사회보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 10배 이상 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자게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는 말이 반드시 오늘날 모든 가정에서 아이를 따로 재우는 관습을 몰아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진화의 관점은 아이를 따로 혹은 함께 재우는 결정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정은 각자에게 달렸다.


전중환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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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모여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뗐다. ‘어린이 놀이헌장’을 선포한 것이다. 헌장은 ‘어린이는 놀 권리가 있으며, 놀 터와 놀 시간을 누려야 하고, 가정·학교가 놀이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등 5개 항을 담고 있다. 교육감들이 발 벗고 나서 놀이헌장을 만들어 선포식까지 연 까닭이 있다. 어릴 때부터 놀이를 통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사회의 앞날이 어둡다는 인식을 절대적으로 공감한 것이다. 놀이헌장만 선포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놀이시간과 공간을 보장하는 등의 10대 정책까지 발표했다.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사회가 공식 인정하고 지원책까지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코흘리개부터 치열한 입시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학교와 학부모가 ‘놀이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선언적인 의미로 그칠 수밖에 없다. 학부모와 학교가 되레 놀이헌장의 구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도 있다. 서글프고 뼈아픈 지적이다. 지난해 2월부터 약 한 달간 경향신문이 다룬 ‘놀이기획’에서 지적했듯이 요즘 아이들은 훌라후프의 원리는 알지만 정작 그것을 돌리지 못한다. 체스게임의 원리는 알아도 체스를 두지 못한다. 지적 수준은 높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사이보그형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놀이터에 보내지 않고, 돈을 내고 주어진 틀에 짜인 체험교육을 시키고는 ‘다 됐다’고 만족하기 일쑤다. 그렇게 아이들에게서 ‘노는 자율권’을 빼앗으면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을 띠는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회 앞 잔디마당에서 5일 열린 어린이 날 행사에 참여한 가족들이 군 의장대의 시범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아이들은 놀면서 소통하고, 끼리끼리 놀이의 종류와 규칙을 정한다. 자연스레 새로운 상상이 가미된다. 또 어떤 위기나 다툼의 순간에 마주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스스로 키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과 내성을 기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빼앗는 것은 세상을 배우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놀이 전문가는 ‘어릴 적 10년간의 놀이가 평생 쓸 삶의 밑바닥 힘을 다지는 토대’라고 한다. 놀이도 때가 있고, 결코 그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놀이가 밥’이라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부모와 학교가 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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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학생들에게 흔히 받는 질문이다. 학점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가장 연봉이 많은 회사는 어딘가요? 질문의 절박함에 공감을 하면서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 꿈도 없고 개념도 없다고 쉽게들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나의 선입견을 반성했다. 수업시간에 우리는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문학 강의를 함께 봤고, 학생들은 강연에서 작가가 던진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제출했다. 베르베르는 크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처 : 경향DB)


첫 번째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What am I?)’와 구별되는 질문이다. 의사·교사·소설가라는 답변이 아니라, 나는 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이다, 나는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이다 등의 답변을 유도했다.

두 번째 질문인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언제 행복한지 10가지 이상 적어보라고 했다. 다음날 도착한 아이들의 답안지는 내 상상력을 뛰어넘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다. 얽매이는 것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사람,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는 사람,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용기는 없는 사람 등에서는 20대 청춘의 갈등과 한계가 읽힌다. 사회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어떤 흥미로운 기여를 하고 싶은 사람, 할머니가 되어서도 꿈꾸고 뭔가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 나중에 손자보다 게임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 등에서는 미래의 삶에 대한 철학적 깊이까지 느껴진다. 마침내 “신은 안 믿지만 하늘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문장 앞에선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잠들기 전에 엄마에게 인사드리거나 함께 껴안는 것, 가족 4명이 한 식탁에서 밥 먹을 때 등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과 가족 간의 소통을 얼마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좋은 소설을 읽고 한참 동안 그 여운에 잠기는 것, 바람이 선선히 불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 찾아가 바람 맞고 나무 구경하는 것, 날짜 계산해서 보름달 바라보고 있는 것 등을 통해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작고 섬세한 것들을 향해서도 몸과 마음이 열려 있음을 알았다.

아직은 별 생각이 없을 거라 예상했던 마지막 질문에 대해서는 주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혹은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의자에 앉아서 졸면서 죽고 싶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다른 사람에게 대신 해야 할 무언가를 떠넘기지 않고 떠나고 싶다”는 문장에서 두 번째 망치가 머리를 때렸다. 죽음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긴 쉽지만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하긴 어려운 나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부모님보다는 늦게 죽음을 맞고 싶다”는 문장에서는 세월호의 아이들이 겹쳤다. 즘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안정된 직업만을 꿈꾼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정말 다양한 꿈들을 꿨던 세월호의 아이들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질문에 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부모님보다는 늦게 죽음을 맞고 싶었다고.

결국 질문이 문제였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응원하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창의적인 질문들이다. 그런 질문을 던지려면 내가 먼저 창의적으로 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직은 유연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배우기 위해 내려놓고 내려가는 것이다.


김진우 | 건국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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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공청회를 열어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에 대한 찬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한자 병기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이 4월27일자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24일 ‘2015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면서,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학교급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 병기의 확대를 검토한다”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한글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와 건의서를 발표하였다. 초등 교과서에서 한자는 1970년 박정희 정부에서 폐기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아무런 문제가 없이 초등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제 나라말과 제 나라글로 학습 내용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도록 함이 국어정책의 핵심이다. 교육부는 이 정책을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문자생활을 한글로만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기에, 중국글자인 한자를 교과서에 병기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의 시대역행적 교육 방침에 맞서 초등교사들도 여론조사를 통해 교과서의 한자 병기에 반대했다. 시와 도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들도 여기에 대해 반대하였다. 다음의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 교육부에 지적하고자 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교과서의 한자 병기 주장이 상위법인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어와 한글의 소중함을 인식한 국회의원들이 합의해 2005년에 ‘국어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어기본법’은 한글 전용법을 진전시킨 법률이다. 국어기본법 제3조 제1호의 규정(‘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과 제2호의 규정(‘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과 제14조 제1항의 규정(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을 주목해야 한다.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은 현재 교과서 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규정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교과서는 한글로 기술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질의에 교육부 관료가 답변하기가 궁색하리라 여겨진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추진하기에 앞서, 이 규정을 먼저 살펴보았어야 했다. 교육부가 ‘국어기본법’을 지키지 않는 오명을 듣지 않기를 바란다. 오명을 듣지 않는 첩경은 초등 교과서의 한자 병기 검토를 철회하는 데에 있다. 교육부가 ‘국어기본법’을 지키는 모범을 계속 보여주기 바란다. 사마천은 “정치를 가장 못하는 자는 백성과 싸우는 사람이다”라고 말하였다. 국민과 맞서는 교육부가 되지 말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교육부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박용규 |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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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3~5세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중단 사태가 현실화됐다. 강원도와 전북도가 4월분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을 끊은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은 보육료와 운영비로 나뉘는데, 2개 도는 이 가운데 운영비를 지불 시한인 엊그제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다음달 11일이 지불 시한인 보육료는 지급이 어려울 듯싶다. 다른 광역 시·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가 전국적인 보육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것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나라의 현주소다.

2개 도의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중단 사태는 중앙 정부와 지역 교육청 간 물고 물리는 책임 공방 끝에 발생했다. 외견상 해당 지역 교육청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원금을 도청에 보내지 않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이들 교육청은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3개월치만 편성해 지난달까지 모두 소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교육청이 영·유아를 볼모 삼아 몽니를 부리는 형상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어린이집 지원 중단이 중앙 정부가 약속한 국고 지원이 시행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임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대형화면상 분당 어린이집 원아 및 어머니들과 대화를 나눈 뒤 아이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따라 황창규 KT회장, 남경필경기도지사와 함께 머리에 위해 양손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지난달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1조8000억원 가운데 우선 국고 예산 5064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여야가 국고 지원과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재정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특별한 이유 없이 국고 지원을 미루고 있다. 정치적 문제로 영·유아와 학부모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국고 5064억원이 집행된다고 해서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재정법 개정과 지방채 발행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인 데다 다행히 그 관문을 넘는다 해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여전히 4600억원가량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 어린이집 지원은 국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출산율과 여성의 사회참여 유도와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니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순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어린이집 보육 지원 책임론을 여러 차례 약속한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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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갑자기 사퇴했다. 교수에 대한 막말이 직접 원인이었지만 대학이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사건이다. 8년 전 재벌기업이 인수, 한국 대학 개혁을 가장 앞장서 추진한다고 잘 알려져 왔다. 대학이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취임 공언 후 기업식 구조조정을 감행해 왔다. 여러 대학이 선례로 따르고 있다.

선진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대부호들이 평생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로 설립, 운영한다. 재단은 뒤에서 후원만 하고 대학은 철저히 총장과 교수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자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사립대학들은 이사장이 마치 산하 회사처럼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은 물론 학사 운영, 심지어 교수 인사권까지 행사하기도 한다. ‘내 것 내 마음대로’의 땅콩 갑질에 다름 아니다. 한국 교육에서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학교는 개인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적 기구라는 점이 간과된다.

일부 언론이나 재계에서 이번 일로 개혁이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 개혁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대학교수들이 그동안 전공 이기주의에 빠져 세상 변화와 무관하게 지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기업은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명령복종 체계를 갖는데, 대학은 다양한 의견 즉, 반대의견도 얼마든지 제시하는 큰 틀에서 통합되는 다양성 사회이다. 권력자 진시황이 자기 방침에 순종하지 않는 학자들을 땅에 파묻고 책을 불사른 분서갱유의 역사 선례가 있다.

우리는 지금 ‘돈’을 가장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과 대학은 설립 근본 목적이 다르다. 기업은 돈 버는 것이 목적이고,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다. 대학은 자본과는 다른,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복지 같은 무형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대학은 이익을 내는 기구가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이 돈을 낭비하는 구조라면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학생 인구 감소에 따라 백화점식 학과 편성은 고쳐야겠지만, 현재의 취업률이나 인기에 연연하여 구조조정해서는 안될 일이다. 대학이 취업학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대학에서 재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교비를 낭비하고 빼돌리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과 대학 간에 시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기업은 고작 1, 2년의 단기성과를 내야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 최소한 학생들이 나가서 활동할 20년을 본다. 과거 잘나가던 여러 전공이 지금에는 사양산업이 되듯 지금의 우수 기업이 30년 후에도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은 눈앞의 수요에 따라 조직을 수시로 없앴다가 새로 만들 수 있지만, 대학은 한 번 개편한 조직을 또다시 쉽게 바꿀 수 없다. 최소한 학생의 입학-휴학-졸업의 8년간은 같은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재계는 당장 써먹을 인재를 요구하지만 대학은 근본 원리와 정신을 가르치는 곳이다. 순수학문은 응용학문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당장 급하다면 재계에서 산하 기업 취업용 소규모 기능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말리지는 않는다. 종합대학을 그리해서는 안된다.

중앙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대표 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22일 중앙대 교수회관에서 이사장 사퇴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교수들은 박 전 이사장을 모욕죄와 협박죄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DB)


주어진 지표를 잘 따라 가시적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대학 정책을 주관하는 교육부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 일례로 학부제는 십수년 전 안 따르면 큰일 날 듯 윽박질러 모든 대학이 따랐으나 지금은 폐기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학생을 비롯해 대학에 돌아갔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인위적으로 설정한 대학 평가지표에 문제가 많다. 평가 점수에 올인하여 외형적 순위는 올릴 수 있겠지만 대학이 좋아지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근본적으로 대학은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돈 중심, 돈이 지배하는 대학은 천민자본주의의 또 하나의 사례이며, 한국의 장래를 망칠 뿐이다.


이희봉 |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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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중앙대

대학이 등록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일부를 학생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수원대 학생들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적립금을 쌓는 데만 치중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이긴 하나 사학비리 개선과 학생 권리 보호 측면에서 경종을 울린 주목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교육 투자에 인색하고 사학비리와 과도한 적립금 축적 등으로 눈총을 받는 것은 비단 수원대만이 아니다. 사립대학들이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뒤로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156개 사립 4년제 대학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록금 억제 정책이 시행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적립금이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원대는 적립금 총액과 증가분 모두에서 4위를 기록했다.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수원대학교 (출처 : 경향DB)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대는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용처 불명의 막대한 적립금을 축적했다. 2013년 2월28일 기준 적립금이 약 3245억원에 이르렀다.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는 건 당연했다. 2011년과 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각각 46.2%와 54.4%, 교육비 환원율도 74.2%와 72.8%로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 평균인 2.13%와 2.79%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수원대는 이 밖에도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대 사례는 용처 불명의 적립금은 위법일 뿐 아니라 사학비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하고 있다. 이미 제기된 사학비리 의혹을 포함해 검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4년 현재 11조8171억원에 이른다는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의 처리 방향도 분명해진다. 등록금으로 쌓은 막대한 적립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등의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교육부는 적립금과 관련한 사립대의 위법을 해소하고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사 및 행정지도를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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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서울중앙지법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이 지난해 6·4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을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한 것이다. 비록 1심 결과이긴 하지만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인 만큼 교육계에 주는 충격과 파장이 만만찮다. 조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교육개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서울의 두 번째 진보 교육감으로 취임한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등 문제가 많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성화중학교를 지정취소하거나 청문 대상에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뜩이나 학교·학부모의 반발과 교육부의 견제가 심한 정책인 만큼 이번 판결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유아 공교육, 학생인권 등 조 교육감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각종 혁신정책도 마찬가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죄와 함께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항소 뜻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은 지난 6·4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여권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이번 판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 교육감 직선제 제도 자체에 있다고 보고 거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헌청구소송을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 제기해놓은 상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두 차례밖에 시행하지 않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제와 학교운영위원에 의한 간선제의 문제와 폐단을 충분히 경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답이다.

아직 상급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는 만큼 조 교육감의 거취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빌미로 조 교육감이 추진해온 정책의 취지 자체를 흔들어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은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이념 갈등을 확대시키는 소모적인 논란도 자제해야 한다.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서울 교육의 여러 정책들은 굳건히 추진될 것이며 다양한 정책들을 열심히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조 교육감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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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1월8일)에서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는 황 장관의 언급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같이 해명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국가의 책무성과 오류 없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존재하고 새로운 역사·고고학 자료가 등장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 분야이다. 따라서 ‘오류 없는 사실’이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무오류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오만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황 장관이 언급한 역사교과서는 곧 ‘정권의 입맛대로 균형을 잡는 역사교과서’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시각은 엊그제 경향신문이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의 연구진 17명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즉 연구진 가운데 역사교사 및 한국사 전공자 10명 중 8명이 친정부·우편향 인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비호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 수정심의위원 3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국정교과서 도입에 적극 찬동한 교수, EBS 교재에 박정희 유신 관련 문항을 줄이라는 등의 메일을 집필진에게 보낸 이도 있었다. 또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당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인사의 제자도 있었다.

성범영원장 3중국교과서 내용 (출처 : 경향DB)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등의 집필원칙을 정하는 곳이다. 역사교과서의 뼈대를 세우는 곳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감각’을 갖춘 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역사교육의 가치를 다루는 역사교과 전문가들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도입을 고려,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기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회나 교사단체의 추천을 의뢰하던 관례도 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구성이 되고, 고질적인 편향성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역사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목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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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영·유아 사교육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영·유아의 총 사교육비 규모가 3조228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무려 22.2%나 늘어난 것이다.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10만8400원으로 전년보다 3만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다. ‘사교육 광풍’이 초·중·고를 넘어 영·유아 단계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판과 분별력이 부족한 영·유아가 ‘상업적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교육 내용이나 과목의 적절성에 대한 공식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발달의 토대가 형성되는 영·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은 가계 부담 심화뿐 아니라 바람직한 신체 및 정서 발달도 해칠 수 있다. 영·유아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0.3%에 육박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여기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유아 교육을 민간 시장에 내맡긴 채 나몰라라 해온 정부도 책임이 있다.

지역별 1인당 사교육비 차이 (출처 : 경향DB)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자료에는 영·유아 사교육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사교육이 영어에 편중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별활동의 영어 과목 참여율이 유치원은 63%, 어린이집은 84%였다. 조기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몰입교육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 볼 일이다. 사교육 참여가 교육적 필요보다는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겪게 될 불이익 걱정 등 교육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목된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이가 외톨이로 지낼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학습지를 이용한 선행학습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학습지가 창의력과 상상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해당 업계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정부가 영·유아 사교육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경고다.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기왕의 초·중·고 외에 영·유아 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사교육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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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어제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과제 폐지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섬뜩한 막말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하루 만이다. 박 이사장은 이 밖에 두산중공업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중앙대가 학문 자유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박 이사장은 어제 자료를 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동안 중앙대의 정체성을 훼손시킨 과오가 크고 깊다. 이로 인한 교수와 학생 등의 자괴와 절망감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출처 : 경향DB)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의 비즈니스 운영체계를 그대로 도입하는 구조조정을 꾀했다. 효율성을 앞세워 대학에 5개 사업본부를 만든 뒤 교수들을 각 본부에서 일하는 ‘사원’처럼 만든 것이다.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다. 이어 학과제 전면 폐지 방안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일자 학과제를 유지하되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학과제 전면 폐지는 소위 ‘인기 없는’ 인문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다. 박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주겠다”며 협박하는 e메일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보냈다. 검찰이 입수한 e메일에서 박 이사장은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등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재단이사장 발언이라고 믿을 수 없다.

박 이사장이 앞장선 대학의 기업화와 소유물화, 인문학 축소 시도는 비단 중앙대만이 아니라 오늘의 대학 사회 전체가 마주한 위협이다. 기업이 요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 온 대학의 일탈은 학문과 지식인의 양식에 대한 모독이다. 대학은 이제 교양과 지성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제에 재단이사장이 경영권과 운영권 모두를 손에 쥐고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관행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대학 경영은 재단이 하되 운영은 학내 구성원이 주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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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박용성

얼마 전 서울 충암고에서 일어난 ‘급식비 사태’를 보면서 1960~7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 중에는 아마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당시 각급 학교에서는 정부의 혼식 장려 운동에 따라 새마을주임 교사가 점심 때마다 학생들의 도시락을 열어 혼식 여부를 검사하곤 했다. 만약 보리가 일정량에 못 미친 것이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혼이 났다. 극히 일부의 경우겠지만 밥을 먹다 말고 뺨까지 맞았던 쓰라린 기억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부자여서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살기 바빴던 부모가 미처 챙길 수 없어 혼식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도 그런 망신을 당한 것이다.

교감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해 물의를 빚은 충암고는 그런 과거의 망령을 되살렸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 학교 교감은 식당 앞에 서서 급식비 미납 현황표를 꺼내 학생들과 일일이 대조·확인한 뒤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개인별로 몇달치 밀렸는지 알려주며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니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다그쳤다고 한다. 이미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던 학생은 그런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밥을 먹다가 그냥 나왔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미납자를 밝혔다고 했다.

그것이 명색이 교육자의 태도인가. 설령 학교 측의 주장대로 급식비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3일간 학생지도에 나섰다 치자. 그런 경우에도 해당 학생들의 부모에게 얘기를 했어야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망신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1960~70년대에 당했던 도시락 검사의 아픔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남아있듯이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중후반의 학생들에게 그런 비인간적·비교육적인 처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학부모단체들이 6일 식당 앞에서 교감이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는 충암고 교장을 방문해 항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물론 이 시점에서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택급식이라도 최소한 학교 안에서는 차별 없이 밥을 먹고,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학교와 교사의 책무일 것이다. 학교 밥 한번 먹으려고 가난증명서를 떼는 것도 모자라 급식비 납부증까지 ‘검문’당해서야 되겠는가.

당장 4월1일부터 유상급식이 강행된 경남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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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충암고

오는 11월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 같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제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특히 영어와 수학이 쉬워 만점자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변별력 약화에 따른 ‘물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교육 당국 말대로라면 올 수능은 최소한 작년보다 어렵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수능이 초·중·고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쉬운 출제’ 기조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공교육 살리기의 대의에만 골몰해 변별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쉬우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수능, 교육 당국의 묘안을 기대한다.

17일 오후 서울 교육대학교 사향문화관에서 열린"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 " 공청회에서 김신영 수능 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추진 배경 현황 등 문제점에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수능 난이도는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와 연계된다. 쉽게 내면 사교육의 필요성이 줄고 어려우면 늘어난다. 또한 수능이 교육당국의 장담처럼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수렁에 빠진 공교육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1년 예산이 300조원을 조금 넘는 나라에서 사교육에 20조원가량 지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쉬운 수능이 곧바로 사교육 광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물론 수능만 쉽게 낸다고 해서 곧바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공교육 위축 현상은 사교육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단순주입식 암기와 경쟁 원리가 판을 치는 공교육 내부의 모순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과도한 대학서열화 체제와 구태의연한 인재 등용 방식 등 엇나간 사회 제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물수능’ 문제로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수능과 내신을 학생 선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현행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정 수준의 변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들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학생 선발 기준을 마련하도록 교육 당국이 유도해야 한다. 대학들이 설립 취지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대입제도의 모순을 해결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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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상의 범위는 우선은 수업료·학교운영비를 뜻하지만 급식비, 교재비, 기숙사 제공까지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은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후 여당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학교급식을 전면 무상급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까, 야당은 지방예산(지방자치단체+교육청)으로라도 먼저 시행토록 권유해서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부터 추진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중에 국비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이후 여당은 야당에 선점당한 무상급식을 만회라도 하듯 2012년 무상보육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초·중학생에 대한 의무교육과는 달리 영·유아보육은 국가의무가 아닌데도 보육료, 급식비, 교재대, 운영비 등을 총망라하여, 0~2세는 국비 70%, 지방비 30% 비율로 1인당 월평균 70만8000원 정도를, 3~5세는 교육청 예산으로 1인당 월평균 29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학생 급식비 1인당 월 6만~8만원에 비하면 무상보육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다.

학교급식법에서 급식비 중 운영비·시설비는 국가 부담으로 규정했고, 다만 식품비는 보호자 부담 원칙으로 정했지만 이는 원칙일 뿐 국가 부담이 불가하다는 규정은 아니다. 즉, 학교급식은 반드시 유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부잣집 초·중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의무보육 대상이 아닌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논리의 모순이다.

학교급식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 주장한다면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학교급식법에서 학부모 부담 원칙으로 규정한 식품비는 제외하더라도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영·유아 보육도 선별적 복지여야 하고 따라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급식비 등 보육비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밥은 나눠 먹고, 밥 먹을 때는 강아지도 때리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그것은 먹는 밥 가지고 누구도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조상들의 평등사상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들 밥 한끼 먹는 것 가지고 이래도 되는가? 묻고 싶다. 가장 신성해야 할 초·중학생 무상급식이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천덕꾸러기처럼 되어가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이로 인해 마음 깊이 상처받을 학생들이 걱정된다.

무상급식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결자해지라고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국비 지원을 이끌어낼 자신이 없었으면 아예 공약하지 말든지, 공약했으면 사생결단을 걸고 정부여당을 설득해 국비 지원을 받아내든지 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5년째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수수방관하는 인상이다.

지난번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 지사를 찾아가 무상급식을 주장한 충정은 이해되지만 정부를 상대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함께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5일 경남도청 민원실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서를 도청 공무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야당은 의무교육의 일환인 무상급식에 대해 결자해지 자세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설령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최소한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초·중학생들에게만이라도 또는 식품비를 제외한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다. 이는 국가 책임이고 여야의 공동 책임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게 아량을 베풀길 바란다.


이시종 | 충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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