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가르치기, 키우기'에 해당되는 글 346건

  1. 2015.04.27 [사설]어린이집 지원 중단,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2. 2015.04.26 [시론]‘돈독 오른 대학’
  3. 2015.04.26 [사설]등록금으로 곳간 채운 사학에 경종 울린 법원
  4. 2015.04.24 [사설]조희연 유죄 판결 불구 교육개혁 후퇴 안된다
  5. 2015.04.22 [사설]역사교육의 기본 뼈대부터 ‘편향’시킬 참인가
  6. 2015.04.22 [사설]우려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폭증
  7. 2015.04.21 [사설]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사퇴, 대학 정상화 계기 돼야
  8. 2015.04.07 [사설]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급식 검문’
  9. 2015.04.01 [사설]수능, 쉽게 출제하는 원칙은 맞지만
  10. 2015.03.25 [기고]무상급식은 의무급식
  11. 2015.03.19 [기고]3월16일자 ‘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에 답함’을 읽고 - 한자 혼용, 꼭 필요한가 (1)
  12. 2015.03.19 [기고]교육지원도 도·농 양극화
  13. 2015.03.18 [사설]공교육 포기한 ‘방과후 학교’의 선행학습 허용
  14. 2015.03.16 [사설]쉬워지는 수학교육 취지는 좋지만
  15. 2015.03.15 [기고]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에 답함
  16. 2015.03.11 [사설]제주 국제학교를 ‘학교 기업’으로 만들 셈인가
  17. 2015.03.08 [시론]인문·예술 죽이는 중앙대의 대학기업화
  18. 2015.03.08 [사설]코앞으로 다가온 어린이집 보육대란
  19. 2015.02.26 [이이화 특별기고]한국사 국정화, 삐뚤어진 교과서 만들 텐가
  20. 2015.02.26 [기고]어린이놀이터를 안전학습장으로 만들자

처음으로 3~5세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중단 사태가 현실화됐다. 강원도와 전북도가 4월분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을 끊은 것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금은 보육료와 운영비로 나뉘는데, 2개 도는 이 가운데 운영비를 지불 시한인 엊그제까지 지급하지 않았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다음달 11일이 지불 시한인 보육료는 지급이 어려울 듯싶다. 다른 광역 시·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가 전국적인 보육대란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것이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나라의 현주소다.

2개 도의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중단 사태는 중앙 정부와 지역 교육청 간 물고 물리는 책임 공방 끝에 발생했다. 외견상 해당 지역 교육청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원금을 도청에 보내지 않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이들 교육청은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3개월치만 편성해 지난달까지 모두 소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교육청이 영·유아를 볼모 삼아 몽니를 부리는 형상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어린이집 지원 중단이 중앙 정부가 약속한 국고 지원이 시행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임을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 대형화면상 분당 어린이집 원아 및 어머니들과 대화를 나눈 뒤 아이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따라 황창규 KT회장, 남경필경기도지사와 함께 머리에 위해 양손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지난달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1조8000억원 가운데 우선 국고 예산 5064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여야가 국고 지원과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방재정법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특별한 이유 없이 국고 지원을 미루고 있다. 정치적 문제로 영·유아와 학부모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국고 5064억원이 집행된다고 해서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재정법 개정과 지방채 발행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의문인 데다 다행히 그 관문을 넘는다 해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여전히 4600억원가량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 어린이집 지원은 국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출산율과 여성의 사회참여 유도와도 밀접히 연계돼 있다. 국가적 차원의 사업이니 중앙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순리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어린이집 보육 지원 책임론을 여러 차례 약속한 것을 상기하기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갑자기 사퇴했다. 교수에 대한 막말이 직접 원인이었지만 대학이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사건이다. 8년 전 재벌기업이 인수, 한국 대학 개혁을 가장 앞장서 추진한다고 잘 알려져 왔다. 대학이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취임 공언 후 기업식 구조조정을 감행해 왔다. 여러 대학이 선례로 따르고 있다.

선진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대부호들이 평생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취지로 설립, 운영한다. 재단은 뒤에서 후원만 하고 대학은 철저히 총장과 교수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자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사립대학들은 이사장이 마치 산하 회사처럼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은 물론 학사 운영, 심지어 교수 인사권까지 행사하기도 한다. ‘내 것 내 마음대로’의 땅콩 갑질에 다름 아니다. 한국 교육에서 중요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학교는 개인 사유물이 아니라 사회의 공적 기구라는 점이 간과된다.

일부 언론이나 재계에서 이번 일로 개혁이 멈추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 개혁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대학교수들이 그동안 전공 이기주의에 빠져 세상 변화와 무관하게 지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기업은 상명하복의 일사불란한 명령복종 체계를 갖는데, 대학은 다양한 의견 즉, 반대의견도 얼마든지 제시하는 큰 틀에서 통합되는 다양성 사회이다. 권력자 진시황이 자기 방침에 순종하지 않는 학자들을 땅에 파묻고 책을 불사른 분서갱유의 역사 선례가 있다.

우리는 지금 ‘돈’을 가장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과 대학은 설립 근본 목적이 다르다. 기업은 돈 버는 것이 목적이고,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다. 대학은 자본과는 다른,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복지 같은 무형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긴다. 대학은 이익을 내는 기구가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이 돈을 낭비하는 구조라면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학생 인구 감소에 따라 백화점식 학과 편성은 고쳐야겠지만, 현재의 취업률이나 인기에 연연하여 구조조정해서는 안될 일이다. 대학이 취업학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대학에서 재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교비를 낭비하고 빼돌리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과 대학 간에 시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기업은 고작 1, 2년의 단기성과를 내야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 최소한 학생들이 나가서 활동할 20년을 본다. 과거 잘나가던 여러 전공이 지금에는 사양산업이 되듯 지금의 우수 기업이 30년 후에도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은 눈앞의 수요에 따라 조직을 수시로 없앴다가 새로 만들 수 있지만, 대학은 한 번 개편한 조직을 또다시 쉽게 바꿀 수 없다. 최소한 학생의 입학-휴학-졸업의 8년간은 같은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재계는 당장 써먹을 인재를 요구하지만 대학은 근본 원리와 정신을 가르치는 곳이다. 순수학문은 응용학문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당장 급하다면 재계에서 산하 기업 취업용 소규모 기능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말리지는 않는다. 종합대학을 그리해서는 안된다.

중앙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대표 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22일 중앙대 교수회관에서 이사장 사퇴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교수들은 박 전 이사장을 모욕죄와 협박죄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DB)


주어진 지표를 잘 따라 가시적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개혁은 아니다. 대학 정책을 주관하는 교육부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 일례로 학부제는 십수년 전 안 따르면 큰일 날 듯 윽박질러 모든 대학이 따랐으나 지금은 폐기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학생을 비롯해 대학에 돌아갔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인위적으로 설정한 대학 평가지표에 문제가 많다. 평가 점수에 올인하여 외형적 순위는 올릴 수 있겠지만 대학이 좋아지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근본적으로 대학은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돈 중심, 돈이 지배하는 대학은 천민자본주의의 또 하나의 사례이며, 한국의 장래를 망칠 뿐이다.


이희봉 | 중앙대 명예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중앙대

대학이 등록금을 올바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일부를 학생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수원대 학생들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에게 30만원에서 9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기보다 적립금을 쌓는 데만 치중함으로써 학생들에게 기대나 예상에 현저히 미달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이긴 하나 사학비리 개선과 학생 권리 보호 측면에서 경종을 울린 주목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교육 투자에 인색하고 사학비리와 과도한 적립금 축적 등으로 눈총을 받는 것은 비단 수원대만이 아니다. 사립대학들이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으로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뒤로는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156개 사립 4년제 대학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등록금 억제 정책이 시행된 2008년부터 5년 동안 적립금이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수원대는 적립금 총액과 증가분 모두에서 4위를 기록했다.

사학비리와 관련하여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수원대학교 (출처 : 경향DB)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대는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용처 불명의 막대한 적립금을 축적했다. 2013년 2월28일 기준 적립금이 약 3245억원에 이르렀다. 교육환경이 열악해지는 건 당연했다. 2011년과 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이 각각 46.2%와 54.4%, 교육비 환원율도 74.2%와 72.8%로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는 0.88%, 학생지원비는 0.25%로 수도권 소재 종합대 평균인 2.13%와 2.79%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었다. 수원대는 이 밖에도 총장과 이사장의 출장비 부당 지급과 교비회계 전용 등 총 33개 부문에서도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수원대 사례는 용처 불명의 적립금은 위법일 뿐 아니라 사학비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잘 말하고 있다. 이미 제기된 사학비리 의혹을 포함해 검찰이 적극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14년 현재 11조8171억원에 이른다는 전국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의 처리 방향도 분명해진다. 등록금으로 쌓은 막대한 적립금은 교육환경 개선과 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 등의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교육부는 적립금과 관련한 사립대의 위법을 해소하고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사 및 행정지도를 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그제 서울중앙지법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육감이 지난해 6·4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것을 낙선목적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한 것이다. 비록 1심 결과이긴 하지만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인 만큼 교육계에 주는 충격과 파장이 만만찮다. 조 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교육개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을 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서울의 두 번째 진보 교육감으로 취임한 조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일반고 강화 등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정책을 펴고 있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하는 등 문제가 많은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성화중학교를 지정취소하거나 청문 대상에 올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가뜩이나 학교·학부모의 반발과 교육부의 견제가 심한 정책인 만큼 이번 판결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유아 공교육, 학생인권 등 조 교육감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각종 혁신정책도 마찬가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유죄와 함께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항소 뜻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은 지난 6·4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여권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이번 판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 교육감 직선제 제도 자체에 있다고 보고 거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위헌청구소송을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에 제기해놓은 상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두 차례밖에 시행하지 않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제와 학교운영위원에 의한 간선제의 문제와 폐단을 충분히 경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가 합의해 도입한 제도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답이다.

아직 상급심과 최종심이 남아 있는 만큼 조 교육감의 거취를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빌미로 조 교육감이 추진해온 정책의 취지 자체를 흔들어 교육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은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이념 갈등을 확대시키는 소모적인 논란도 자제해야 한다.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서울 교육의 여러 정책들은 굳건히 추진될 것이며 다양한 정책들을 열심히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조 교육감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1월8일)에서 “역사는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는 황 장관의 언급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같이 해명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의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국가의 책무성과 오류 없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존재하고 새로운 역사·고고학 자료가 등장하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 바로 역사 분야이다. 따라서 ‘오류 없는 사실’이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 무오류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오만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황 장관이 언급한 역사교과서는 곧 ‘정권의 입맛대로 균형을 잡는 역사교과서’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교육부의 시각은 엊그제 경향신문이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의 연구진 17명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즉 연구진 가운데 역사교사 및 한국사 전공자 10명 중 8명이 친정부·우편향 인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비호 논란을 일으킨 교과서 수정심의위원 3명이 포함됐다고 한다. 국정교과서 도입에 적극 찬동한 교수, EBS 교재에 박정희 유신 관련 문항을 줄이라는 등의 메일을 집필진에게 보낸 이도 있었다. 또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당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인사의 제자도 있었다.

성범영원장 3중국교과서 내용 (출처 : 경향DB)


역사과 교육과정 각론개발팀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중학교 역사·고교 한국사 등의 집필원칙을 정하는 곳이다. 역사교과서의 뼈대를 세우는 곳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실에 입각한 균형감각’을 갖춘 학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역사교육의 가치를 다루는 역사교과 전문가들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도입을 고려,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기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회나 교사단체의 추천을 의뢰하던 관례도 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구성이 되고, 고질적인 편향성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될 것은 역사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목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1~5세 영·유아 사교육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어제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영·유아의 총 사교육비 규모가 3조2289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무려 22.2%나 늘어난 것이다. 1인당 사교육비도 월평균 10만8400원으로 전년보다 3만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00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다. ‘사교육 광풍’이 초·중·고를 넘어 영·유아 단계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영·유아 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비판과 분별력이 부족한 영·유아가 ‘상업적 교육 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교육 내용이나 과목의 적절성에 대한 공식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 발달의 토대가 형성되는 영·유아기 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은 가계 부담 심화뿐 아니라 바람직한 신체 및 정서 발달도 해칠 수 있다. 영·유아 사교육비가 국내총생산(GDP)의 0.3%에 육박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여기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영·유아 교육을 민간 시장에 내맡긴 채 나몰라라 해온 정부도 책임이 있다.

지역별 1인당 사교육비 차이 (출처 : 경향DB)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공개한 자료에는 영·유아 사교육의 심각성이 잘 드러난다. 사교육이 영어에 편중돼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특별활동의 영어 과목 참여율이 유치원은 63%, 어린이집은 84%였다. 조기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몰입교육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 볼 일이다. 사교육 참여가 교육적 필요보다는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겪게 될 불이익 걱정 등 교육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주목된다.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이가 외톨이로 지낼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학습지를 이용한 선행학습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학습지가 창의력과 상상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해당 업계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정부가 영·유아 사교육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는 경고다. 영·유아 사교육 실태를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기왕의 초·중·고 외에 영·유아 분야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사교육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용성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어제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과제 폐지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섬뜩한 막말을 한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공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하루 만이다. 박 이사장은 이 밖에 두산중공업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중앙대가 학문 자유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

박 이사장은 어제 자료를 내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동안 중앙대의 정체성을 훼손시킨 과오가 크고 깊다. 이로 인한 교수와 학생 등의 자괴와 절망감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출처 : 경향DB)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한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의 비즈니스 운영체계를 그대로 도입하는 구조조정을 꾀했다. 효율성을 앞세워 대학에 5개 사업본부를 만든 뒤 교수들을 각 본부에서 일하는 ‘사원’처럼 만든 것이다.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다. 이어 학과제 전면 폐지 방안을 내놓았다가 반발이 일자 학과제를 유지하되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학과제 전면 폐지는 소위 ‘인기 없는’ 인문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것이 숨은 목적이었다. 박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주겠다”며 협박하는 e메일을 총장과 보직교수들에게 보냈다. 검찰이 입수한 e메일에서 박 이사장은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등 막말을 퍼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재단이사장 발언이라고 믿을 수 없다.

박 이사장이 앞장선 대학의 기업화와 소유물화, 인문학 축소 시도는 비단 중앙대만이 아니라 오늘의 대학 사회 전체가 마주한 위협이다. 기업이 요구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돼 온 대학의 일탈은 학문과 지식인의 양식에 대한 모독이다. 대학은 이제 교양과 지성의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차제에 재단이사장이 경영권과 운영권 모두를 손에 쥐고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관행도 손질해야 할 것이다. 대학 경영은 재단이 하되 운영은 학내 구성원이 주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박용성

얼마 전 서울 충암고에서 일어난 ‘급식비 사태’를 보면서 1960~70년대 학교를 다닌 사람들 중에는 아마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당시 각급 학교에서는 정부의 혼식 장려 운동에 따라 새마을주임 교사가 점심 때마다 학생들의 도시락을 열어 혼식 여부를 검사하곤 했다. 만약 보리가 일정량에 못 미친 것이 적발되면 그 자리에서 혼이 났다. 극히 일부의 경우겠지만 밥을 먹다 말고 뺨까지 맞았던 쓰라린 기억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부자여서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살기 바빴던 부모가 미처 챙길 수 없어 혼식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도 그런 망신을 당한 것이다.

교감이 급식비 미납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해 물의를 빚은 충암고는 그런 과거의 망령을 되살렸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 학교 교감은 식당 앞에 서서 급식비 미납 현황표를 꺼내 학생들과 일일이 대조·확인한 뒤 식당으로 들여보냈다. 개인별로 몇달치 밀렸는지 알려주며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니 오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다그쳤다고 한다. 이미 급식비 지원을 받고 있던 학생은 그런 말을 듣고 “너무 창피해서 밥을 먹다가 그냥 나왔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은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미납자를 밝혔다고 했다.

그것이 명색이 교육자의 태도인가. 설령 학교 측의 주장대로 급식비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2~3일간 학생지도에 나섰다 치자. 그런 경우에도 해당 학생들의 부모에게 얘기를 했어야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망신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1960~70년대에 당했던 도시락 검사의 아픔이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남아있듯이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중후반의 학생들에게 그런 비인간적·비교육적인 처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학부모단체들이 6일 식당 앞에서 교감이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는 충암고 교장을 방문해 항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물론 이 시점에서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것은 비현실적인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선택급식이라도 최소한 학교 안에서는 차별 없이 밥을 먹고, 공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학교와 교사의 책무일 것이다. 학교 밥 한번 먹으려고 가난증명서를 떼는 것도 모자라 급식비 납부증까지 ‘검문’당해서야 되겠는가.

당장 4월1일부터 유상급식이 강행된 경남지역에서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충암고

오는 11월 치러질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 같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그제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작년과 같은 출제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특히 영어와 수학이 쉬워 만점자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변별력 약화에 따른 ‘물수능’ 논란이 벌어졌다. 따라서 교육 당국 말대로라면 올 수능은 최소한 작년보다 어렵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수능이 초·중·고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쉬운 출제’ 기조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다고 공교육 살리기의 대의에만 골몰해 변별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쉬우면서도 변별력을 갖춘 수능, 교육 당국의 묘안을 기대한다.

17일 오후 서울 교육대학교 사향문화관에서 열린"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 " 공청회에서 김신영 수능 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추진 배경 현황 등 문제점에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수능 난이도는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와 연계된다. 쉽게 내면 사교육의 필요성이 줄고 어려우면 늘어난다. 또한 수능이 교육당국의 장담처럼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수렁에 빠진 공교육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1년 예산이 300조원을 조금 넘는 나라에서 사교육에 20조원가량 지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쉬운 수능이 곧바로 사교육 광풍을 잠재우고 공교육을 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출발점은 될 수 있다.

물론 수능만 쉽게 낸다고 해서 곧바로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공교육 위축 현상은 사교육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단순주입식 암기와 경쟁 원리가 판을 치는 공교육 내부의 모순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과도한 대학서열화 체제와 구태의연한 인재 등용 방식 등 엇나간 사회 제도가 이를 부추긴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물수능’ 문제로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는 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수능과 내신을 학생 선발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현행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적정 수준의 변별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들이 다양하고 합리적인 학생 선발 기준을 마련하도록 교육 당국이 유도해야 한다. 대학들이 설립 취지에 맞춰 공교육과 연결되고 사회적 공감도 얻을 수 있는 학생 선발 기준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대입제도의 모순을 해결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이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헌법 제31조, 교육기본법 제8조, 초중등교육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무상의 범위는 우선은 수업료·학교운영비를 뜻하지만 급식비, 교재비, 기숙사 제공까지 확대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야당은 나름대로 효과를 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후 여당은 보편적 복지가 아닌 학교급식을 전면 무상급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까, 야당은 지방예산(지방자치단체+교육청)으로라도 먼저 시행토록 권유해서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부터 추진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중에 국비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 이후 여당은 야당에 선점당한 무상급식을 만회라도 하듯 2012년 무상보육을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초·중학생에 대한 의무교육과는 달리 영·유아보육은 국가의무가 아닌데도 보육료, 급식비, 교재대, 운영비 등을 총망라하여, 0~2세는 국비 70%, 지방비 30% 비율로 1인당 월평균 70만8000원 정도를, 3~5세는 교육청 예산으로 1인당 월평균 29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초·중학생 급식비 1인당 월 6만~8만원에 비하면 무상보육은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다.

학교급식법에서 급식비 중 운영비·시설비는 국가 부담으로 규정했고, 다만 식품비는 보호자 부담 원칙으로 정했지만 이는 원칙일 뿐 국가 부담이 불가하다는 규정은 아니다. 즉, 학교급식은 반드시 유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부잣집 초·중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은 안된다고 하면서 의무보육 대상이 아닌 영·유아들에게는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논리의 모순이다.

학교급식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 주장한다면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학교급식법에서 학부모 부담 원칙으로 규정한 식품비는 제외하더라도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를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영·유아 보육도 선별적 복지여야 하고 따라서 부잣집 영·유아들에게는 급식비 등 보육비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밥은 나눠 먹고, 밥 먹을 때는 강아지도 때리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그것은 먹는 밥 가지고 누구도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조상들의 평등사상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의 아들·딸, 손자·손녀들 밥 한끼 먹는 것 가지고 이래도 되는가? 묻고 싶다. 가장 신성해야 할 초·중학생 무상급식이 정치권의 이해다툼으로 천덕꾸러기처럼 되어가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이로 인해 마음 깊이 상처받을 학생들이 걱정된다.

무상급식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그러나 결자해지라고 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국비 지원을 이끌어낼 자신이 없었으면 아예 공약하지 말든지, 공약했으면 사생결단을 걸고 정부여당을 설득해 국비 지원을 받아내든지 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5년째 지방자치단체에 맡기고 수수방관하는 인상이다.

지난번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경남 지사를 찾아가 무상급식을 주장한 충정은 이해되지만 정부를 상대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함께 보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5일 경남도청 민원실에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서를 도청 공무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야당은 의무교육의 일환인 무상급식에 대해 결자해지 자세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설령 학교급식이 선별적 복지라면, 최소한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어려운 가정의 초·중학생들에게만이라도 또는 식품비를 제외한 인건비, 운영비, 시설비만이라도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다. 이는 국가 책임이고 여야의 공동 책임이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게 아량을 베풀길 바란다.


이시종 | 충북지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전 국립국어원장 심재기 님의 글(3월16일자)을 보고 무척 놀랐다. 그동안 한글만을 쓰는 정책으로 의사소통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했다면서, 해묵은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였다. 한글 전용은 국수주의적 옹고집이며 비문화적이고 비역사적이라는 것이다. 낱낱이 따져 보자.

한자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엄청난 소통 장애를 가져온다고 하였는데 소통 장애는 한글 탓일까. 세종은 ‘훈민정음’ 서문에서 서로 통하게 하려고 새 글자를 만들었다고 하였고 주시경 선생은 ‘독립신문’ 창간사에서 한글로만 써 상하귀천이 다 함께 보게 하려는 뜻을 내세웠다. 한자는 오랫동안 지배 계급이 지식의 폭넓은 유통을 가로막고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쌓아놓은 큰 장벽이었다. 소통에 큰 장애가 된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자였다. 아직도 한글을 ‘언문’으로 알고 한자에는 무슨 조화라도 붙은 양 여길 게 아니다.

한자 병기는 곧 한자 혼용으로 가는 첫걸음이며. 이는 글까막눈을 다시 생겨나게 만들고, 봉건 지배 계급의 상징을 되살리는 것이니 분명 국어 교육의 뒷걸음질이다. 독립문을 헐고 영은문을 다시 세우자는 망발이다. 또 초등 교육에서 복잡하고 수많은 한자를 낱낱이 배우고 하는 것 자체가 사교육을 유발할 것이다.

1980년대에 시작된 급격한 한글 전용 흐름을 ‘출판계, 언론계의 상업주의 논리와 교육계의 편의주의 논의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보는 데서 한글 문화의 대중화를 막아보겠다는 귀족주의적 오만함을 느낄 수 있다. 한글에는 문화가 있을 수 없다는 공연한 편견일 뿐이다. 한자를 ‘진서’라 받들고 우리말을 ‘방언’이라 하고 한글을 ‘언문’이라 불렀던 것이 죄다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한글만을 써서 소통이 불편하다는 건 몇몇 기성세대가 인습을 고집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한국한시협회가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연 ‘제21회 전국한시백일장’에서 응시생들이 ‘한자교육장려’라는 주제로 한시를 쓰고 있다. (출처 : 경향DB)


많은 문자학자들이 한글이 훌륭한 알파벳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자까지 빌려와 우리말을 적어야 한다면 알파벳으로서 한글은 불완전하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우리가 한글을 일본의 가나처럼 음절 글자로 쓰는 것이 된다. 한글이 훌륭하다는 말은 빈말이 된다. 글자살이에는 습관이 큰 구실을 한다. 문자 교육 정책은 긴 눈으로 앞을 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과거의 인습에 매달리거나 여론에 휩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러는 한자를 가르치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한자 문화에서 규범에 순응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 ‘인성 교육’이지 실은 배우는 사람의 자율성과 능동성이 전제되지 않은 일방적 주입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크다. 개인이든 사회든 인습을 과감히 끊는 게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영환 | 한글철학연구소장·부경대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금까지 지원해오던 초·중·고 무상급식 지원비를 4월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더 큰 걸림돌이 농어촌 교육 활성화를 막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의 급식·교육 시설 개선, 학교의 교육정보화 등 관할구역 내 학교 교육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규정’을 제정, 시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규정 제3조에 보조사업 제한의 규정을 두어 ‘당해연도의 일반회계 세입에 계상된 지방세와 세외수입 총액으로 당해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원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문제 제기를 하지 않던 행정자치부가 올해부터 규정을 위반하고 교육지원 사업을 한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자체 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인건비를 줄 수 없는 지자체는 전국 78개이며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이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도시지역에 비해 모든 면에서 교육여건이 열악해 지자체별로 방과후학교, 영어교육, 명문학교 육성, 급식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쳐 학생들의 도시 유출을 막고 있다. 하지만 행자부의 제재 방침으로 이마저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농어촌 교육여건은 더욱 악화될 위기에 있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이러한 교육지원 사업이 중단된다면, 무상급식 중단은 물론 열악한 교육여건 속에서 조금은 호사(?)를 누렸던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지자체에서 소관이 다른 교육 분야를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행자부의 논리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부자 동네는 교육지원 사업을 할 수 있고, 가난한 동네는 그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가난한 지역 학생들에 대한 교육권 침해이고 차별이다.

19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의회 진입로에서 학부모와 시민단체 회원 등 1000여명이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성토하는 ‘경남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_ 연합뉴스


이 규정은 교육부 소관으로 자치단체가 관내 학교의 교육경쟁력 제고를 지원하도록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행자부에서 이 사업을 간섭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도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교육지원 사업을 중단하게 하려면 교육부가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행정자치부 장관은 협조할 것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현황을 파악해 재정 지원이 중단될 지역에 지원을 늘려주든지, 관련 제한규정을 폐지하고 지자체별로 예산의 일정 비율 내에서 상한선을 설정해 모든 지자체가 교육지원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영후 | 전남도청 인재양성과 교육지원담당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해 9월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하자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물론 선행학습 금지를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법의 취지는 옳았다. 하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사교육 분야를 쏙 빼고 초·중·고교, 즉 공교육 분야에서의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만 금지한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금지된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 뻔하다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그제 이 ‘공교육 정상화법’ 일부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방과후 학교’에 복습·심화·예습 과정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불과 6개월 만의 ‘땜질 처방’이다.

교육부는 “법 시행이 사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일선학교의 우려를 반영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결은 다소 다르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이 교육부의 개정안 발표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았다는 것인가. 물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법을 개정하는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선행학습의 욕구를 막기도 쉽지 않다. ‘선행학습이 성적 향상에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2002년)가 있는데도 그렇다. 입시경쟁이라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게 작금의 교육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숙제를 하거나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분명히 ‘역주행’이다. 이미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할 판에 교육부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마저 훼손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허용되면 전교조의 표현대로 ‘해 뜨면 공교육’ ‘해 지면 선행학습’이라는 두 얼굴의 학교가 생길 판이다. 법이 개정되면 ‘적어도 공교육 차원에서는 선행학습이 없다’는 최소한의 원칙까지 허물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교육부가 그리는 바람직한 공교육의 모습인가. 일이 꼬일수록 본질 문제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공교육의 선행학습 금지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면 사교육 시장의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순서이다. 수능의 자격고사화 등 수능혁신안과 학교 교육력 강화안 등 다양한 목소리들도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선행학습이 필요없는’ 입시체제가 교육당국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초·중·고 수학이 쉬워지고 시험보다 수업과정 평가가 강화된다고 한다. 교육부는 그제 이런 내용의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이 계획을 추진해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고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을 일컫는 ‘수포자’가 양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원론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수포자는 대체로 고교 진학 후 급증한다. 중학 과정에 비해 학습량이 늘고 난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의 3분의 1가량만 정상적으로 강의를 듣고 나머지는 ‘외계인 언어’로 강의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한다. 대학 수능 수학 과목에서 원점수 100점 만점에서 30점도 못 받는 인문계 수험생 비율이 40%를 넘나드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수포자가 늘면서 수학은 사실상 교과목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 교육의 일탈 현상은 대학원 수준의 문제를 2~3분에 한 개씩 풀어야 높은 점수가 보장되는 수능 탓이 크다. 수학 교육이 원리와 개념을 배우지 않고 빠른 시간 내 문제를 푸는 능력을 배우는 것으로 변질된 이유다. 이러니 중·하위권 학생들을 배려할 여력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번에 수포자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바꿀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큰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앞으로의 수학 정책은 문제 풀이 중심의 수학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교육이 되게끔 만들어야 한다. (출처 : 경향DB)


문제는 교육 현장이 이런 수업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교육 정책은 민감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평가만 해도 학생의 수업 자세와 내용을 관찰해 성적을 매기는 관찰평가를 도입한다지만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만큼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을 터이다. 모두가 수용 가능한 평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또 다른 사교육 등장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학원가에 당장 내일이라도 ‘관찰평가법 수강생 모집’ 플래카드가 나붙을 수 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교육 개편은커녕 사교육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학 입시와의 연계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들이 바뀐 교육에 합당한 전형 방식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교육현실과 괴리돼 혼란만 부른 ‘입학사정관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해 9월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 400~500자 정도를 병기해 교육할 것이라는 새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그동안 한글전용 정책의 결과로 인한 불완전한 의사소통으로 말미암아 국민 전체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이 부조리한 어문생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에서 온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자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와 단체들이 한자 병기 방침의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나섰다.

우리는 그들의 종래 주장이 얼마나 편협하고 비문화적, 비역사적인가를 누누이 지적하며 그 국수주의적 옹고집을 타일러 왔기에 그들 주장의 불합리성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하는 자식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으로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잘못되고 거짓된 것인가를 짚어보기로 한다.

첫째, 국어의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문제. 국어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국어가 국어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운용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수십년 한글전용을 시행한 결과, 한자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의 언어문자 생활에서도 무지와 오해로 말미암아 엄청난 소통장애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한 어문생활이요, 국어가 국어다운 모습으로 운용되는 것인가? 기초한자를 습득함으로써 그러한 폐단을 씻어내자는 것은 국어를 국어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부활은 국어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하는 것이지 결코 국어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둘째, 국어교육이 뒷걸음질 친다는 문제. 국어교육이 무엇인가? 우리말을 바르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글전용으로 일관한 그동안의 국어교육이 과연 바람직한 어문생활, 곧 바르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는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 파행을 고쳐보고자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지난날의 잘못을 고쳐보자는 것이지 결코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니다.

셋째,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어난다는 문제. 이 주장은 마치 한자 학습만이 학습 부담을 늘어나게 한다는 말처럼 보인다. 먼 옛날은 말할 것도 없고 1950~1960년대에 초등학교 한자 학습의 부담을 이유로 이를 폐지하자는 논의를 한 적이 있는가? 그때의 한글전용 주장은 학습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적 자주성 같은 국수주의적 이론이었지 교육과정상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날 초등학교 영어 학습이 시작될 때, 그것이 학습 부담을 늘린다고 반대되었는가? 오히려 세계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조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한자교육의 부활도 세계화의 흐름과 민족문화의 고유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몇 백자의 학습은 국어교육의 필수항목은 될지언정 학습 부담 운운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한국한시협회가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연 ‘제21회 전국한시백일장’에서 응시생들이 ‘한자교육장려’라는 주제로 한시를 쓰고 있다. (출처 : 경향DB)


한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풍토에서 언제나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1980년대에 급격한 한글전용 현상이 생긴 것은 출판계, 언론계의 상업주의 논리와 교육계의 편의주의 논의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지 그들이 주장하는 국민 주도의 문자혁명으로 보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오늘날 한자혼용의 타당성에 귀기울이며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재개하자는 것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벗어나려는 진정한 의미의 거국적 문자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한글전용이 통용되는 분야에까지 굳이 한자혼용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자를 알아야 한글전용의 문자생활도 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며 필요한 만큼의 한자혼용을 하루빨리 실현시키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손들에게 한자교육의 포기로 말미암아 세계화하는 한국이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죄를 짓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심재기 | 전 국립국어원장·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정부가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 이익금을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과실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그제 이런 내용의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제주 국제학교 학교회계의 법인회계 전출을 허용해 잉여금 배당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가 기업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교육의 본질을 위협하는 반교육적 법개정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학교를 관할하는 제주시교육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토부는 국제학교 이익금 배당 정책이 국제학교 내실화와 유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현재 운영 중인 제주 국제학교는 중도 이탈자가 늘고 외국 학생들의 전입실적이 낮아 존폐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외국 본교가 직접 투자하지 않고 학사 프로그램만 제공하는 ‘무늬만 국제학교’인 탓이 크다. 일종의 정책 실패인 셈이다. 제주도에 국제학교를 유치한 것도 문제가 많은 터에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처사다.

현행 교육법이 학교 운영에서 남은 돈은 교육에 재투자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학교와 기업의 경계선을 철폐하자고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 국제학교의 과실송금 허용은 인천 송도 등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외국교육기관으로 급속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들 학교가 운영난을 들어 과실송금 허용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무슨 명분으로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 국내 학교들도 학생수 급감으로 곤경에 처한 대학들을 중심으로 형평성을 내세워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학교가 본질인 교육보다 이윤추구에 더 신경을 쓰는 ‘학교 기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잖아도 기반이 취약한 공교육은 붕괴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제주 국제학교 (출처 : 경향DB)


정부의 이번 방침은 지난 2013년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마련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1년4개월 가까이 부처간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강조했지만 교육부의 반대 목소리를 묵살한 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는 정책인 것이다.

이번 법개정안은 아직 입법 예고 중이다. 그런 만큼 학교를 주식회사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추진 절차를 중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아울러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제주교육청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위와 취지에 맞게 별도의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도록 하는 게 맞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나는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85학번이다. 중앙대 동문으로서 최근 모교에서 벌어진 학과 구조조정 사태를 지켜보면서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른바 ‘학사 구조 선진화 계획’이란 이름으로 발표된 안은 결국 취업 잘되는 학과만을 남기겠다는 낡고 낮은 수준의 기업주의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대학 측은 이번 구조조정안이 “사회가 요구하는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과의 벽을 허물고 단과대학 단위로 전공을 운영하는 학사 제도”라고 했지만, 궁극의 목표는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는 데 있다. 전공선택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그것은 학문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학점 경쟁을 부추겨 균형 있는 신체를 포기한 채 한쪽만 비대해지는 지식괴물이란 리바이어던을 낳을 것이다. 학문 간 균형과 교육의 상호작용을 전제하지 않는 전공선택제는 학과의 긍정적인 장점도 살리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학생들의 소외감과 전공 역량의 부실함만 낳지 않을까? 국문학과는 없어져도 국문학 전공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융합의 참된 가치는 융합 대상이 각기 든든할 때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융·복합형 인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초 학문 위에서 길러질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리드대학 철학과를 중퇴했고, 경영혁신의 대가 피터 드러커도 학부 전공이 법학이다. 멀티미디어 개념의 창시자인 MIT 미디어랩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도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한국이 낳은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는 대학원을 철학과로 지원했다.

융·복합형 인재를 길러내려면 학점으로 줄 세워 취업 잘되는 학과나 전공에 정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주어진 다양한 전공 안에서 창의적인 사유와 통합적인 지식 습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금 모교에서 추진하려는 구조조정안은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는커녕 대학을 단순 취업의 전쟁터로, 학생들을 학점의 노예로 만들 위험이 농후하다. 다양한 지식과 학문 간의 상호 이해와 통섭적 상상력이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고, 그 출발은 탄탄한 기초학문의 구축에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지난 해 학교 측이 전임교원을 충원하지 않아 수업권을 침해받고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모교의 이번 선진화 계획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안이 어쩌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대학교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18년에 100주년을 맞는 중앙대학교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인문과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국문학, 영문학, 일문학, 심리학, 민속학, 문헌정보학 분야는 탁월한 교수진과 동문 후학을 길러내면서 국내 인문학 분야에 오랫동안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1972년 서라벌예술대학교를 합병한 이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은 연극학과, 영화학과, 문예창작과 등에서 배출된 동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 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대학 본부는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인문대가 취업이 안 되고, 가장 경쟁력 높은 예술대는 경쟁 대학보다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려고 한다. 중앙대학교에서 인문·예술을 빼고 과연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을 논할 수 있을까?

이번 선진화 계획은 대학 정원을 수년 내에 대폭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안과 맞물려 있다. 중앙대학교가 교육부로부터 교육개혁 분야의 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려면 모르긴 몰라도 수백명의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 본부는 아마도 학과제 폐지안을 입학 정원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도 취업 안 되는 인문·예술계 학과가 정원 축소의 목표물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학평가, 취업률에 전적으로 맞추어진 학과제 폐지안이 융합인재 양성의 가장 기본적인 두 축인 ‘지성의 인문학’과 ‘감성의 예술학’의 토대를 뒤흔든다면, 대학은 결국 기업인의 전당, 장사꾼의 요새가 될 것이다. 그것도 인문과 예술을 생명으로 살아온 중앙대학교에서 앞장서서 인문과 예술을 죽이는 대학기업화 전쟁의 전위에 선다면, 학교는 정당성도 명분도 정체성도 모두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제 동문 지식인들과 연예인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둘러싼 ‘보육대란’이 재연될 것 같다. 지난해 보육대란 당시 급조한 ‘2015년 3개월치 예산 편성’ 미봉책의 시한이 이달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내부 재정 문제로 2개월치만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 보육예산은 벌써 바닥났고, 나머지 시·도교육청도 4월 이후 차례로 예산 고갈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긴급 편성한 누리과정 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영·유아 보육을 볼모로 교육청 길들이기를 하자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만 낳아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정부가 앞장서 깨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올 초 어린이집 보육대란이 재발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였다. 지난해 보육료 부담 주체를 놓고 중앙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대립한 끝에 2015년 3개월치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우선 편성키로 하고 봉합했기 때문이다. 대신 누리예산 부족액 1조7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나머지는 정부가 예비비를 편성해 각각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5000여억원의 예비비 집행을 보류함에 따라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영·유아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개정법안이 통과되고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현실화돼야 예비비 지원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목적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전체 부족 보육료의 3개월치에 불과해 근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목적예비비는 국회 입법을 전제 조건으로 편성한 것이 아니다. 국회가 의결한 예비비 집행을 정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보류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거듭 지적하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국책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이는 어린이집 소관 부처가 보건복지부란 점만 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정부는 당장 예비비를 풀어 교육청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치권과 협의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진력해야 한다. 어린이집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그들의 ‘창끝’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올해는 민족사적으로 환희와 비극이 교차한 광복과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들머리부터 이완구 국무총리 인준을 두고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는데 또 일본 총리 아베는 봄을 맞이해 군국주의 부활을 외칠 모양이다. 그런데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 연말, 올 3월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한국사의 국정화를 결정짓겠다고 공언하였다. 이 작업이 지금 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의도와 목적은 무엇일까? 아마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으면서 이질적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시대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 아래 두고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군국 국가나 전제체제적 발상이다. 현재 일본에서도 군국주의적 발상으로 근현대사 중심의 교과서 서술을 왜곡하고 있으나 국정으로 가자는 논의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 교과서 발행제도의 세계적 추세는 검정과 인정, 자유채택제로 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를 겪었거나 사회주의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나라인 북한을 비롯해 베트남, 러시아다. 불행하게도 1970년대 반민주적·반역사적·반동적 유신체제를 겪었던 한국도 한때 한국사 국정교과서 국가에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를 더 돌아보자. 조선왕조 시대에도 사학이든 관학이든 아동교육 교과서로 <천자문> <동몽선습>을 가르쳤으나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채택하였다. 대한제국 시대에 신교육의 보급에 따라 교과서가 발행되었으나 검정 또는 인정 제도를 시행하여 채택의 자율성이 상당히 보장되어 있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조선총독부 당국은 한국어와 한국사 교육을 현장에서 몰아내고 일본어와 일본역사를 필수로 가르치면서도 교과서를 국정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미군정 시기와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1946년 새 학기에 국어와 국사를 편찬하면서부터 교과서에 검·인정 제도를 계속 시행했다. 독재정권의 의도는 접어두고라도 형식논리로만 따져보면 국정을 채택한 적이 없었다.

그 당시의 한국사 교과서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적에 다양했다고 볼 수는 없을지라도 형식에서만은 검·인정을 존중했던 것이다. 최소한도 절차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 곧이은 유신시기, 한국적 민주주의와 한국적 민족주의를 외치면서 국사를 국정으로 지정하여 반역사의 길로 치달았다. 왜? 국정의 이 국사 교과서는 반민주적 유신을 합리화하고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을 극복하는 도구로만 바라본 것이다. 북한의 교과서 국정은, 근현대사를 김일성 중심의 주체사상으로 왜곡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유신시절 국정화의 의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국사 교과서를 비롯해 교과서의 자유로운 표현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일었고 한국사 근현대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동안 관학 교수들의 “역사는 한 세대가 지나가서 평가해야 한다”는 논리를 마치 역사 이론의 정설처럼 받아들이는 척박한 풍토에서 근현대사 교육문제의 제기는 하나의 진전이었다. 그리하여 이승만-박정희의 독재 역사가 현장에서 교육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쪽의 김일성 교조도 단편적으로 포함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명박 정권이 갑자기 좌편향 교과서 내용을 바로잡고 또 근대화와 산업화 논리를 펴자면서 국사 교과서 개편작업에 나섰다. 결국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지침이 되는 국사 교과서를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덜어내면서 누더기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역사에 대한 무지한 무리들이 자신의 무지를 모른 채 주제넘은 짓을 한 셈이다. 다행하게도 국정으로 가자는 논의나 제안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른바 교학사 교과서라는 사생아가 태어났다. 그 집필자들은 기득권 세력과 권력을 쥔 부류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잔머리를 굴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근대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을 적절하게 대비, 마치 가치중립을 포장하여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냈다. 곳곳에 널려 있는 사실의 오류는 제쳐두고라도 그 천박한 논리는 억지로 꿰맞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해 역사학계와 지식인은 물론, 학부모의 세찬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말았다. 이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성찰과 반성의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말을 다시 돌려보자. 이인호라는 서양사를 전공한 원로 역사학자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기,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대통령 옆에 앉아서, 국민통합을 위해서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를 했겠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한 발언일 것이다. 그는 이어 친일파 청산의 지령이 모스크바에서 내려져 국내에서 친일파 청산운동이 일어났다고도 했다.

그런 뒤 국사 교과서 국정 논의는 물살을 탔다. 김무성과 같은 뉴라이트 교과서를 지원하는 정치인을 비롯해 이승만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추어올리는 유영익 국편위원장과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주장을 펴기도 하고 동조를 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힘입어서인지, 아니면 ‘유신의 딸’인 대통령의 눈치를 살살 살펴서인지 담당 부서인 교육부 장관이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정화 작업의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앞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이'한국사 국정화 반대 교사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 경향DB)

 

마지막으로 국정교과서로 지정해서 학생들이 하나의 교과서로 국사를 배우고 시험을 볼 때 오는 폐단을 지적해 보자. 무엇보다 역사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이 획일화되고 다양한 가치관이 하나로만 치달아 창의성이 마비된다. 또 수험생들은 하나의 교과서만 달달 외우려는 풍조도 일어날 것이다. 아니면 독재와 유신이 근대화라는 이름에 묻히고 민족과 민주를 찾으려는 운동과 희생이 역사의 무덤으로 파묻힐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산-독재국가에서 지향하는 국정교과서가 민주국가에서도 시행된다는 선례를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지금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검·인정 교과서 제도를 본받으려는 움직임이 그 보기가 될 것이다.

어찌 두렵지 않은가?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교육부가 이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면 다시 “완구백화점” 사건보다 훨씬 세찬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나아가 사회분열을 조장할 것이며 미래사회에서 전제적 발상이라는 역사의 꾸지람도 따를 것이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의 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즉각 진행을 중단하기 바란다. 평지풍파를 일으켜 역사전쟁을 다시 유발하지 말라.

 

이이화 | 역사학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릇 인간이 생명으로 태어나 비로소 사람이 되는 나이가 세 살이고 그때 잘못된 버릇은 바꾸기 힘들다는 얘기다. 바꾸어 말하면 세 살 때 익힌 좋은 버릇은 평생을 간다.

최근 어린이 놀이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2400여개의 놀이터가 폐쇄되거나 철거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안전문제가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된 내용을 보면서 씁쓸해 짐은 무엇일까?

필자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흙더미 속 동네가 온통 놀이터였기에 다소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만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어느 놀이터운동가의 말처럼 “어디 가서 놀란 말인가?” 라고 묻는 것이 당연하고 심히 걱정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이 뿐일까? 왜 그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대안은 없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의하면 2014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만2135건으로, 이중 25.8%인 1만861건이 주택에서 발생하였고 51%(2만1489건)가 안전부주의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36.2%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노는 시간(오후 1시~7시·맞벌이 증가 등으로 아이들만 집에 있는 시간대)에 발생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전사고는 사전에 대처요령을 조금만 알고 있었더라도 위험을 회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이기에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 27일 사용중지 안내문과 출입을 막는 끈이 설치돼 있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전국 놀이터 1600여곳이 일시 폐쇄됐다. (출처 : 경향DB)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어린이 안전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놀이터의 안전문제가 제기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우리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과 그 구조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부모와 손잡고 뛰어놀면서 자연스럽게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과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번기회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발전적 방향으로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하지 않은 놀이터를 방치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하지만 무작정 없애버리고 보자는 것 또한 문제이다. 이참에 어린이 놀이터를 안전체험학습장으로 만들어보자.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초기에 어떻게 할 줄 모르고 당황해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이 닥쳐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설은 실물이 아니어도 좋다. 예컨대 소화기가 어떤 모양이고 어떻게 사용하는 정도만 인지하고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면 된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흔들 기구 등의 놀이구조물과 바닥면에 안전용품 관련 그림을 넣거나 소화기 모형, 심폐소생술 모형, 교통신호등의 모형설치, 연기탈출, 비상탈출, 매듭 묶기 놀이 등 안전체험 용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 하면 될 것이다.

돈을 많이 들여 안전체험관을 크고 반듯하게 짓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접근성이라든가 유지관리비용등을 감안하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놀이터 안전학습장 시설은 언제든 부모와 손잡고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고 기존 구조물에 그림으로 표시하거나 모형물로 만들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며 시설물의 유지관리도 지역 내 여성 민방위대를 활용하여 엄마의 정성으로 점검하면 된다.

좋은 버릇은 자연스럽게 익히는 최고의 학습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어른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충수 | 국민안전처 서기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TAG 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