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가르치기, 키우기'에 해당되는 글 346건

  1. 2017.08.29 [학교의 안과 밖]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2. 2017.08.25 [사설]수능개편안 미루고, 대입 제도 근본을 손질해야 한다
  3. 2017.08.21 [학교의 안과 밖]입시 흑역사와 실패의 교훈
  4. 2017.08.21 [기고]초·중·고 교원 성폭력 막으려면
  5. 2017.08.16 [학교의 안과 밖]수능 절대평가제가 불편한 이유
  6. 2017.08.11 [사설]수능 개편, 전 과목 절대평가가 답이다
  7. 2017.08.09 [기고]저커버그·체스키·브린의 공통점
  8. 2017.08.08 [학교의 안과 밖]교육계의 풍선효과 막으려면
  9. 2017.08.07 [사설]수능 절대평가 부작용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해야
  10. 2017.08.01 [학교의 안과 밖]회식 폐지, 학교 민주화의 출발
  11. 2017.07.25 [학교의 안과 밖]어떤 여름방학을 보낼 것인가
  12. 2017.07.14 [사설]숭의초 교장·교감이 재벌 손자 폭력 은폐 주도했다니
  13. 2017.07.14 [학교의 안과 밖]‘교원성과급제’ 소모적 논쟁
  14. 2017.07.04 [학교의 안과 밖]함께 가야 할 교실 정상화의 길
  15. 2017.06.29 [사설]질서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절차 마련을
  16. 2017.06.27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교사를 증원하라
  17. 2017.06.23 [사설]공교육 정상화 위해 외고·자사고 폐지 필요하다
  18. 2017.06.20 [학교의 안과 밖]여백이 필요해
  19. 2017.06.15 [사설]전국 학교 줄세우는 학업성취도평가 폐지를 환영한다
  20. 2017.06.14 [학교의 안과 밖]수능보다 ‘수시’인 이유

일상이 다시 시작된 개학 후, 매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서기 전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이번 수업시간엔 학생들과 어떤 대화를 할지, 학생들이 잘 배울지 그리며 잠시 긴장을 늦추는 순간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수업은 학급 분위기와 학생들의 구성에 따라 같은 수업디자인도 학급마다 배움의 몰입의 결이 다르다. 여러 학급을 담당하다 보면 유독 수업이 힘든 학급이 있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이다. 또 한 학급에서도 수업시간에 눈에 띄게 무기력하거나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다. 전자나 후자의 경우 모두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그래서 여러 교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려움을 덜어줄 방법이 한결 쉽게 나온다. 모둠별 협력학습이 잘 되지 않는 학급은 학생들 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학급공동체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인 경우다. 그럼 교과교사는 담임교사와 상의해야 방법이 나온다. 무기력한 학생은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나 일시적 가정불화와 같은 배경적 요인이나 학습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이 경우도 여러 교과수업마다 수업참여 자세가 다르다. 여러 교과교사가 함께 논의하면 학습자의 특성이 좀 더 잘 보이고 학습자에게 맞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적 방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학드라마를 보면 의사들은 한 환자를 치료할 최적의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분야 의료진이 모여 숙의한다. 마찬가지로 교사들은 수업 중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를 함께 논의한다. 이게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이다. 한 달에 한 번 방과후 2시간 동안 학년별 교사들이 모인다. 한 학급의 수업을 1시간 동안 참관하고, 수업시간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관찰한 것을 나눈다. 담임교사에게는 학급아이들의 관계가 잘 보이고 다른 교과교사들의 눈에는 낯선 아이들이 어떻게 배우는지가 보인다. 이런 교사들의 배움이 이후 수업디자인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마음가짐에 시나브로 녹여난다.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벌일 때도 동료성에 바탕을 둔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중등에서 한 주제를 정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는 교과통합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국어, 사회, 영어교과가 민주시민을 주제로 연극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엔 학교예산이 있을 경우 연극강사를 초빙해 수업지원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예산이 없어도 지속가능한 교육과정을 위해 교사가 연극연수를 받고 직접 수업하는 것을 지향한다. 여러 교과가 함께 진도계획을 세우고 국어는 글쓰기, 사회는 민주시민 수업, 영어에서 연극 준비 등을 함께하며 깊이 있고 통합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개혁은 ‘학생교육’을 중심에 두는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교사는 수업을 잘하고 싶다. 수업이 잘되면 행복하다. 교사들이 동료와 함께 교육 전문성을 키우고 나누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살아있기 위해서는 수업과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하는 문화와 학생상담,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가 같이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과 상담하고 수업 및 교육과정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틀의 변화는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과 불필요한 관행 탈피를 시행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주로 무엇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인가. 단적으로 교사들의 대화가 ‘공문 제출 마감’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떻게 잘 배울 것인가’와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가’로 풍성한 학교는 수업이 살아있고 학생들도 잘 배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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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현재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와 한국사를 포함해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 등 4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국어·수학까지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방침이다. 또 특목고 입시 등을 고려할 때 개편안은 오는 31일 확정 발표하기로 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부담완화 등을 위해 수능 절대평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수능 개편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중3 학생들은 내년부터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입 환경에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면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이유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인원을 늘리거나 내신 반영 비중을 높일 수 있다. 그렇잖아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학종이 확대되면 부모 경제력에 의한 교육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내신 비중이 커지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0.1점을 놓고 비인간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4과목 절대평가는 문제가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과도 거리가 멀다. 절대평가에서 제외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중요도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현재의 수능에 만족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수능 개편은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수능의 상위 영역인 대입 제도와 수능의 보완재 성격인 학종의 불공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수능 개편안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입안하고 추진했기 때문이다. 수능 개편은 파급력과 휘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수능은 교육이론상 평가의 한 영역에 불과하지만 초·중·고교 교육과정뿐 아니라 한국 교육의 거의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규정한다. 혼란과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교육부가 2개 안 가운데 하나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압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설익은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것인가. 아니면 1년 미루더라도 국가대계를 바로잡을 대입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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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확정안을 두고 여론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제시한 두 가지 시안을 둘러싼 논쟁 역시 뜨겁다. 입시 개편안을 두고 이렇게 여론이 끓어오르는 나라도 드문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건설적인 논쟁은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 주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데다 입시제도의 반복적인 실패로 기대치도 낮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입시 개편안은 급조된 후 실패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정부는 시험의 교육적 가치와 선발 기능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제도화하기보다 가시적 성과를 향해 밀어붙이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속된 표현으로 ‘약빨’이 통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표류하다 파기되었다. 실패가 거듭되면서 교육제도를 바라보는 시민의 기대치도 낮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한국 현실에 맞는 입시 모델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감과 동시에 정부의 방안에 맞게 교육주체를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큰 비극은 ‘열린교육’이었다. 획일적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고자 도입된 혁신적인 방안이었으나 정작 시민사회에 전달된 설득의 논리는 ‘한 과목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였다. 열린교육을 주도한 장관조차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음에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파급효과는 컸다. 학습 부담을 급감시킬 수 있다는 기대와 한국의 입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우려가 맞서며 여론은 충돌을 거듭했다. 안타깝지만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자율학습 폐지는 학습 부담을 경감시키기는커녕 부모의 사교육비만 늘렸고, 쉽게 내겠다던 수능은 해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불신을 심화시켰다.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와 지역 사이 벽을 허물어 교육기회를 확충함으로써 계층 간 차이를 완화하려 했던 취지 역시 사라졌다. 이런 실패가 일부 언론의 가짜 뉴스에 의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성과에 집착, 영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교육방법을 한국적 배양 기간 없이 들여온 성급함이 원인이었다.

입시 흑역사에서 입학사정관제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고 선발한다는 도입 취지는 고액 캠프 활동, 자기소개서 미화를 위한 대필, 미신적인 입시 컨설팅 제도 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대학입시 모델을 단순 번역하다시피 들여온 이 제도는 아직도 학생부 종합 전형 어딘가에 숨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출범 초기, “미국 갔더니 오렌지(orange)를 ‘아륀지’로 읽더라”는 인수위원장의 발언이 구설에 오른 정권다운 제도였다. 유럽식 글쓰기를 교과 과정과 연계 없이 들여와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논술전형이나, 미국 수능처럼 절대평가를 시도하는 현 정권의 입시 개편 방안 역시 선진국의 제도를 추종하는 퇴행적 사고가 낳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면서 어른들은 외국 제도를 급하게 베껴온 셈이다.

지난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선진국 입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열이 높고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상황에 맞는 입시를 위해 우리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현실은 어렵다. 수능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라는 주장에 국민 70%가 동의한다. 성인교육에서도 성찰의 반례는 존재한다. 의학전문대학원은 이공계 학부의 의전원화라는 부작용으로 폐지되었고, 사법시험 역시 존치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되 뒤에서 머뭇거리는 다수를 기다리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돌아가자는 이들에게 올바른 뜻으로 오라고 설득해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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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연이어 터져 나온 고교 교사들의 학생 성추행 소식. 어느 사안에서는 학내 성폭력 예방업무를 담당했던 자가 가해자였다고도 하니, 이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둔 격이 아닌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더 클지 모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중·고 교원 성폭력을 철저하게 뿌리 뽑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초·중·고 교원에 의해 학생에게 발생하는 성폭력 사안에 관해서는 독특한 점이 있다. 공동체 특성상 그 폐쇄성이 크며, 피해자가 미성년이므로 보호와 조력의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적극적 외부 개입과 관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확립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현행법은 교원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형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유죄로 인정되기만 하면 당연 퇴직 사유가 된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은 형사범죄가 아니지만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는 성범죄로 다루어지므로 규율의 공백도 거의 없다.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말라는 이야기다. 법이 미비해서 학생에 대한 교원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고 등 문제제기가 즉각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적절한 대처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데에 학내 성폭력이 반복되는 원인이 있는 듯하다. 신고 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은폐 시도나 묵살, 회유나 불이익 조치와 같은 2차 피해 가능성을 들 수 있다. 피해자 또는 그 피해를 아는 학생이 2차 피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고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갖추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은 2차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성희롱 은폐 등 2차 피해 발생을 국가인권위원회나 검찰·경찰 등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면 관련자의 징계 등을 관련자 소속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 장관의 요청이 없는 한,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각 기관이 업무와 관련하여 확인한 2차 피해 발생 사실을 여가부 장관에게 꼭 통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 등 과정에서 2차 피해 발생을 인지했다면 반드시 이를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하는 관행을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법은 신고가 이미 접수된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발견한 2차 피해만을 통보 대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를 2차 피해에 대한 예방적 점검이나 사후적 추적조사 등에 전향적으로 활용한다면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더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징계 등 조치 또한 중요하다. 은폐나 묵살, 회유와 불이익 조치 등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2차 피해를 유발한 자에게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 여가부 장관이 관련자 징계를 요청할 수 있으나, 현행 규정상 징계양정 등에 관해서 여가부 장관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적정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도 법은 침묵한다. ‘솜방망이 징계’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개선이 요구된다. 성폭력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죄악이다. 어느 누구도 ‘성추행을 당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찬성 | 변호사·포항공대 상담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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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의 당위를 생각하면 절대평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입시의 현실을 생각하면 상대평가의 손을 들어줘야 할 것 같다. 당위와 현실의 충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논의 구도 자체가 불만스럽다. 어째서 절대평가 논의의 주된 대상이 수능이란 말인가?

대학입시에는 세 개의 중요한 시험이 있다. 학교시험, 수능시험, 대학별시험이다. 현재로선 세 개의 시험이 모두 상대평가다. 세 시험 모두 당위보다 현실을 우선시했다. 균형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당위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절대평가제를 도입한다면 어떤 시험에 먼저 적용해야 할까? 전부 도입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한 개의 시험에만 도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시험이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그것은 대다수 아이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시험이어야 한다.

입시 경쟁 중 어떤 경쟁이 가장 비교육적일까? 학교 친구들 간의 경쟁인 내신 경쟁이다. 그것이 경쟁의 범위가 좁아 가장 고통스럽다. 현재의 상대평가제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어떻게 될까? 경쟁의 범위가 훨씬 더 좁아진다. 동일한 수업을 신청한 더 가까운 친구들이 치열한 경쟁자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교실혁명으로 교육혁명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교실을 열겠다고 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고교학점제 공약을 시행하면 된다. 고등학교의 경우 학점제만이 교실혁명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 혁명적 공약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고교학점제 공약이다. 교육선진국의 보편적 제도라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대단한 공약이다. 그런데 내신 절대평가제의 전면화 없이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해 결국은 시늉만 내다 말 것이다. 그러나 혹시 물정 모르고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교실혁명이 아닌 교실지옥을 이룬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냉혹한 줄세우기는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현실이 그것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다. 어쨌든 현실은 현실이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그 현실에 저항해야 할 자는 누구인가? 수능 출제자인가? 대학별시험 출제자인가? 아니다, 학교의 교사이다. 그것이 교육의 당위이고 거기에 교육의 살 길이 있다.

물론 입시는 현실이다. 내신 절대평가제는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입시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학입시가 특목고, 자사고, 강남권 학교에 현저히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역시 입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현실에 저항하고 교육의 당위를 부여잡아야 할 시험은 다른 시험이 아닌 학교시험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것만이 학교교육을 살려 입시불평등을 완화할 올바른 길이다.

수능과 대학별시험 출제자들은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시험 출제자인 교사는 자신이 출제한 시험으로 경쟁하는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며 그 아이들을 교육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쩌면 수능이 했던 줄세우기 역할까지 넘겨받아 아이들을 더 강력하게 줄세워야 할지 모른다. 나에겐 이것이 현실에 가장 강력히 저항해야 할 존재를 현실에 가장 심하게 굴종하는 존재로 만드는 참혹한 일로만 여겨진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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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0일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시안을 발표했다.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신설된다.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는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줄어든다. 이번 개편시안의 핵심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여부다. 교육부는 ‘일부 과목 절대평가’와 ‘전 과목 절대평가’라는 2개 시안을 제시했다. 1안은 현재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사와 영어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고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제외하는 방안이다. 2안은 7개 과목 모두를 절대평가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31일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입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선을 우려해 ‘일부 과목 절대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10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거리에서 학생이 바삐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하는 '2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줄세우기식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하려면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게 옳다. 4개 과목만 절대평가하면 국어·수학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날 게 뻔하다. 대학들이 입시에서 국어와 수학의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 상대 평가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수업 진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면 앞으로도 여러 차례 수능을 개편해야 한다. 이럴 경우 수능 개편 때마다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대입제도의 안정성도 해치게 된다. 한마디로 게도 잃고, 구럭도 잃게 되는 것이다.

전 과목 절대평가의 단점으로는 변별력 약화로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동점자에 한해 대학에 원점수를 제공하거나 고교 2·3학년 선택과목 중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과목의 내신을 반영하도록 하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이 수시전형에서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늘리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학생부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소논문이나 에세이 작성실적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학종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전 과목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능 개편과는 별개로 공교육 수업의 질을 높이는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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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3년 만에 전 세계 이용자 19억명을 돌파한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공유경제라는 혁신적인 가치를 활용해 세계 최대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검색 엔진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20대에 창업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20대에 창업해 성공한 그들의 스토리는 언젠가부터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절은 끝났다”라는 말이 익숙한 우리에게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전 세계의 청년들은 창의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해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 변변한 자본 없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만을 통해 사회 혁신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 4월 18일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페이스북 개발자회의 기조연설에서 증강현실(AR) 카메라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새너제이 _ AP연합뉴스

저커버그와 체스키, 브린은 대체 어떻게 전 세계를 움직이는 젊은 창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문화, 역사, 사회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교육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미국, 유럽 등의 교육 시스템은 스스로 목표를 결정할 수 있도록 사고하는 방법을 키워주는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 이러한 열린 교육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사회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한 개성과 창의력을 꾸준하게 키워 나가게 되고 결국 이를 바탕으로 도전해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사회 혁신을 주도하는 청년들을 양성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모두에게 대학 입시와 취업 등 동일한 목표를 제시하고 같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열린 교육이 아닌 일방적인 교육은 청년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일반화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에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청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청년 성장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확산되며 다양한 개선 방안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행복나눔재단에서는 청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열린 교육 환경을 지향하며 청년 협업 혁신 프로그램 ‘루키’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겸비하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보다 열린 교육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창의력과 실행력으로 혁신을 일궈내는 청년들을 양성하는 것. 그리고 그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 지금이 바로 청년 사회 혁신가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희선 | 행복나눔재단 청년인재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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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에서는 서울 등 몇몇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지정지역이 아닌 곳의 부동산들이 들썩이고 있다는 뉴스가 급하게 전해졌는데, 이런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이것은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창가의 성매매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주택가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유사성매매 업소들이 늘어난다거나, 파견노동과 기간제 근로를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늘어나는 현상이 대표적인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풍선효과가 자주 나타나는 분야가 교육이다. 이전 정부에서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능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논의되자 사교육의 수요가 수학과목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도 했고,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에서 한창 논의될 때 ‘공교육만 선행학습을 금지하면 풍선효과로 사교육이 더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전교조나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요즘 들어 새로운 풍선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대안으로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등과 같이 일정수준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학습 분위기가 좋았던 학교들이 배정방식의 일반고로 전환되면 대입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걱정에 비평준화 명문고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 서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더구나 중학교 성적을 평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라면 수시 전형 중심이라는 대입 변화의 물결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일반고에서라면 상위권 내신성적의 학생들이나 받을 수 있는 높은 수능 등급을 받은 지역 명문고의 중위권 학생이 막상 그런 수능 성적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기 힘들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상담하다보면 수능 고득점을 위한 선행학습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수능 고득점을 받는 것보다 내신성적을 잘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입시 준비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고의 학습 분위기와 일반고 선생님들이 수시중심의 입시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교육에 희망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과거 같으면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선행학습이라는 학교 밖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가 조금만 더 신뢰를 얻으면 된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학력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 전에는 지금의 과열 입시경쟁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어떤 정책을 동원해봐야 끊임없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우선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이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학교 밖 교육도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까 말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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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10일 발표한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여부다. 교육부는 개편 시안을 발표한 뒤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31일 수능 개편안을 확정한다. 이는 고교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없애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을 배우고, 선택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도록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는 일정 점수만 넘으면 똑같은 등급을 받는 평가방식이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90점 이상 얻은 모든 학생에게 1등급을 주고, 80~89점이면 2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현행 수능은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르고, 나머지는 성적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등급을 정하는 상대평가제를 적용한다.

서울 이화여고 고3 학생들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령시험을 대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줄세우기식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고교 교육을 수능 과목 중심이 아닌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쪽으로 바꾸려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변별력 약화가 우선 꼽힌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동점자 수가 많아져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은 수능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면접이나 대학별 고사를 강화해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시 전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대입제도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주장도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일 수능개편 시안을 보고한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일부 장차관들이 “대입제도는 때론 천천히 가야 한다”며 ‘신중 추진론’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만으로 대입제도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도 새로운 대입정책을 추진했지만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교육현장의 벽을 넘지 못해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 교육부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이 고교 교육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임을 명심하고, 수능 개편안에 부작용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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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음식 평론가가 ‘혼밥’ 문화를 사회적 자폐라고 표현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직장 상사, 거래처와 같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식사하는 고역을 치러야 하고, 혼밥시간이 유일한 삶의 숨구멍인 직장인들의 상처에 소금을 끼얹은 탓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야근이나 승진 압박이 아니라 억지로 함께 먹어야 하는 회식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회식의 취지는 좋다. 함께 술과 밥을 나눔으로써 직장동료 간 단합을 꾀하고, 그동안 맺힌 이런저런 응어리를 풀어준다는 데 누가 나쁘다고 하겠는가? 그런데 오히려 회식이 직장생활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면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직장 문화가 퇴근시간 지나 밤 늦은 시간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을 것이다. 회식뿐 아니라 단합대회, 연수, 워크숍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야유회나 1박2일 이상의 단체여행 역시 회식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교사도 직장인이라 회식과 단체 워크숍 따위의 고역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교사는 여성 비율이 높기 때문에 육아 등의 문제까지 겹쳐 그 고역의 정도가 더 크다. 하지만 일단 회식과 단체 워크숍 따위의 일정이 잡히면 당당하게 불참을 말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이 속해있는 학교라는 기관이 교장을 영주로 삼는 봉건 체제하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장은 회식이나 워크숍에 교직원 대부분이 참석하기 바라며, 빈자리가 많으면 권력누수가 발생한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회식, 워크숍 등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강변하며 참석을 종용하는데, 아무리 자유의지를 보장한다고 해도 이를 거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야근과 회식을 당당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풍토이고 현실 아닌가? 이 문제는 개인의 용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며, 지침과 규정으로 정리해 주어야 할 일이다. 최근 대기업에서는 1차로 끝내고 술을 강요하지 않으며, 문화행사를 권장한다는 등의 회식 규정을 만들어 각 부서에 시달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당국도 이런 일상의 작은 개혁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회식이나 1박2일 행사의 명목은 협의회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서 협의한다는 것, 업무의 연장인 협의회를 근무시간 이후에 길게 가지는 것은 조리에 맞지 않다. 따라서 교육당국이 “협의회비는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내에 지출하고, 부득이한 경우 저녁 7시 이내에 마치며, 술값 지출은 금지”라고 한 줄 써서 내리면 된다. 워크숍 등 1박2일 행사의 경우, “휴일 근무 강요가 되지 않도록 하고, 전체 교직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방식보다는 학습 동아리 등과 연계하여 소규모 테마여행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권장”이라고 지침 한 줄 내려 보내면 된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문화는 학교장의 권력이 공문서와 절차를 넘어 일상생활까지 침투할 때 공고해진다. 그리고 회식과 전체 워크숍 등은 암암리에 이를 재생산하고 일상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학교민주화를 위한 큰 발걸음이 될 수 있는 작은 개혁, 전체 회식과 워크숍 폐지에서 의외로 크게 내디딜 수 있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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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점이 만나면 선이 된다. 점 한 개는 자신만 있는 것이다. 한 점은 자기 위치이고 다른 점은 또 다른 자기 위치이다.

점과 점이 만나면 점들의 관계인 선이 생긴다. 세 개의 점이 만나면 영역이 생긴다.

곧 본격적인 방학이다. 학급담임을 맡으면, 방학 되기 전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방학 한 달 동안이라도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 책 읽기라도 좋고, 영화 보기라도 좋고, 친구와 밤새워 이야기하고 여행하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고,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지내는 것도 좋다. 그 경험이 자신의 새로운 점이 된다. 아이들이 3개의 경험의 점들을 모으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럼 공부는 어떡하냐는 걱정은 참된 학력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계기로 삼아보자. 지식 습득만이 학력의 기준이라는 관점에서 참된 학력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되고 있다. 참된 학력은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 타인과 원만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이전과 지금과 이후의 학습경험을 연결해서 자신의 경험으로 맥락화하는 능력,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자기관리를 하고 권리와 이익의 한계를 알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참된 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경험의 연결을 통한 자신만의 맥락을 형성하고 큰 맥락 속에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흠뻑 빠져들어 몰입하는 경험이라는 점을 많이 만들어 그 점을 연결해서 자신만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광장에 나온 경험도 민주주의를 체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 또한 민주주의에 대해 자녀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하나의 경험이다.

내 아이는 어떤 점을 찍고 있을까? 내 아이가 하나의 점만 갖고 있으면 자기만 홀로 있는 것이다. 방학은 아이가 가질 점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에서 엄마가 없는 세상이 버거웠던 아홉살 소년 마사오는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이 있는 세계를 만나고 헤어짐을 겪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엄마를 찾는 원래 목적보다 여행을 통한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을 통해서 자신의 점을 만든다.

학부모나 교사 입장에서 방학은 학생들이 학기 중 일과가 무너져서, 개학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방학 중 안전사고나 일탈을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방학에 자신만의 계획을 갖고 오롯이 집중해서 보내고 온 학생은 일상으로의 복귀도 빠르다. 몇 해 전, 한 고등학생 친구는 여름 방학 동안 친구 대여섯명이 모여 남도 반무전여행을 일주일 동안 했노라며 빛나는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체육교사를 꿈꾸지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던 그 친구는 작은 성공의 경험에 자신의 도전과 인내의 증거로 여행의 경험을 얘기하는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자신의 진로희망이나 성취동기가 확실한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은 많지 않다. 방학 동안이라도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점을 늘리면 자신만의 사람이나 경험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자신의 세계가 확장될 것이다. 부모님이나 아이가 함께 하나의 점을 찍는 여름이 되길 희망한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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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생들의 폭력 사건은 사회에서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할 교육 공동체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교폭력 사건도 문제지만 그것의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숭의초 교사들의 행태는 과연 이들이 교육자로서 인격과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을 품게 한다. 숭의초는 사건이 불거지자 학생들 사이의 가벼운 장난이라고 했지만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있는 집’ 자녀의 비행을 감추기 위해 담임교사부터 교장까지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 사과는커녕 진술을 강요하고 전학을 권유하는 등 비교육과 몰상식의 극치를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피해 학생 부모는 사건 초기부터 재벌 회장 손자를 가해자로 지목했지만 학교 측은 의도적으로 묵살했다. 담임교사는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도 수련회 때 같은 방을 쓰게 할 정도로 학교폭력에 무신경했다. 교장은 되레 피해 학생에게 전학을 권유하고, 교감은 피해 학생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뒤늦게 경위 설명 등을 강요하며 2차·3차 고통을 안겼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참여한 생활지도부장은 조사 자료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무단으로 제공하고, 피해 학생 부모가 “야구방망이로 맞았다”고 진술했음에도 무슨 이유인지 회의록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학폭위 규정도 숭의초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학부모 4명, 교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 1명 등 총 7명으로 학폭위를 구성해야 하지만 학교전담경찰관은 배제했다. 또 생활지도부장이 위원과 간사를 겸해 애초부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학교폭력은 교사 책임하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중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숭의초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해 학생 징계가 능사도 아니다. 하지만 이것과 사건을 조작·은폐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교육청은 교장 등 관련 교원 4명을 중징계하라고 숭의초 학교법인에 요구하고,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과 부모가 그동안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 어린 학생들이 벌써부터 유전무죄(有錢無罪)의 병폐를 경험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남을 괴롭히고 거짓말을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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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총과 전교조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22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다. 조선일보가 24일 사설에서 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쟁점이 무엇일까? 교원성과급제도다. 교총과 전교조가 폐지를 주장하고 조선일보는 이를 비판했다. 이들이 직접 논쟁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을 굳이 논쟁이라 부른다면 이 논쟁은 가짜다. 허구 위에서 진행된 논쟁이다.

교총과 전교조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교육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조선일보의 논거는 무엇인가? 성과급제도가 교사들로 하여금 더 나은 수업을 하게 만드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이런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에 교총과 전교조가 성과급제도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대단하게 대립한 거 같지만 이들의 대립은 가짜다. 성과급제도로 인해 교사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조금도, 눈곱만큼도 아니다. 진실, 아니 사실은 무엇인가? 그 어떤 경쟁도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경쟁, 즉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경쟁은 더더욱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숫자로 0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과급제도가 불러온 것은 무엇인가? 소모적 갈등이다. 이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고, 저 업무를 맡은 교사의 점수는 몇 점이어야 하나? 부장교사의 점수는? 담임교사의 점수는? 이런 것을 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교사들이 심하게 싸운다는 얘기는 아니다. 교사들의 인격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싸워서 얻는 이익에 비해 갈등은 약한 편이다. 물론 교사도 인간인지라 성과급을 둘러싸고 갈등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적 의미에서의 경쟁이 아니다. 어떤 일을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 그런 경쟁이 아니다.

교총·전교조와 조선일보의 대립은 거짓된 사실 위의 대립이다. 그들은 왜 평범한 교사들이 다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각자의 익숙한 가치관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교총·전교조는 교사들의 경쟁을 무작정 나쁘게 보려 했고, 조선일보는 무작정 좋게만 보려 했다. 그러한 관점으로 현실을 재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진실을 드러내긴 했다. 실제로 교육은 다른 분야와는 달라서 함부로 경쟁을 도입하면 큰 일 난다. 하지만 교육 분야도 사람 사는 곳이다. 경쟁이 없으면 썩는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지나치게 얽매였다. 자신들의 가치관에서 자동적, 연역적으로 도출되는 얘기를 하느라 현실을 있는 대로 보지 못했다. 성과급제도가 그 어떠한 경쟁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 드러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였다.

국민이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똑바로 된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조선일보의 말을 믿으면 어떻게 될까? 교육에 손해만 될 뿐인 최악의 엉터리 제도를 옹호하게 된다. 양쪽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아, 그래도 교총과 전교조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경쟁을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교원성과급제도는 폐지해야 마땅하니 말이다. 아니, 조선일보의 말을 믿는 게 더 낫나? 교육을 위한 경쟁이라는 단서를 단다면 어쨌든 교사들 간 경쟁이 더 심해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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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와 자사고 폐지와 관련하여 교육계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교육을 망치는 주범이 외고와 자사고라는 주장과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을 위한 작은 부분도 용납할 수 없느냐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제34조에는 대학에서 공부할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으로 일반전형이나 특별전형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 시행되는 시험이 수학능력시험이다. 그런데, 제34조의2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성적 외에 국가는 대학의 학생선발이 초·중등교육의 정상적 운영과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의 채용 및 운영을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 안에서 초·중등교육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수능시험을 지목하고 있다. 이렇듯 수능시험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근래 들어 수능 정시전형이 축소되고, 수시에서도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특별전형이었던 특기자전형이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인기는 이미 예전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특목고입시 전문 학원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이다.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재학생들 중에서 일반고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중학교 졸업성적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 ‘특목고나 자사고를 선택해서 수능점수를 잘 받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내신성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반고가 나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의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때 비슷한 성적이었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유형의 학교로 진학했는데 대학진학을 이야기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평범한 학교에 추첨배정을 받은 학생은 높은 내신등급에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도 많아서 학교생활을 너무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자사고와 그 지역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일반고에 배정된 친구는 내신경쟁에 몰두하느라 학생부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이란다. 결국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몇몇 학교에 몰려있다 보니 그 외의 학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내신등급 관리는 물론 각종 교내 활동에도 여유 있게 참여해서 학생부전형에 딱 맞는 준비를 할 수 있었단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와 관련하여 학부모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고, 정부에서는 폐지강행으로 대응할 것 같다. 그러나 폐지강행보다는 입시전형에서 수능과 학생부전형을 보다 조화롭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부 잘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수능의 길을 일부 열어주고, 학생부전형을 통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고등학교 교실이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입시전형의 개혁에 따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해내지 못했던 교실의 정상화가 학생부전형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성적과 학교활동이 입시의 중심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상당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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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기준 미달로 판정했던 서울외고와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자사고 3곳, 영훈국제중이 기준 점수를 넘은 것으로 평가하고 지정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정부가 애초의 취소 기준 점수를 70점에서 60점으로 내려 기본점수만으로도 지정 취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왔던 조 교육감이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교육감 권한으로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법령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로 공을 넘기는 모양새를 취했다. 당장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 단체는 “폐지 주체를 교육부로 넘긴 ‘꼼수’ ”라고 비난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교육단체는 “고교 서열화가 고착되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란 반응을 보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서울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2015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운영성과평가 최종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하지만 조 교육감은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모든 외고와 자사고를 즉각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5년마다 돌아오는 평가 시기에 맞춰 일반고로 전환하는 ‘일몰제’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고·자사고의 우수학생 독점을 막기 위해 특성화고 전형만 먼저 하고, 특목고·자사고·일반고 전형은 한꺼번에 진행하는 고입 전형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일몰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대개 중장기 과제는 ‘없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내년에는 교육감 선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외고·자사고 폐지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공감도가 높은 교육정책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폐지 의견이 52.5%로 유지 의견(27.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학교 선택권 확대와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고, 일반고의 몰락을 가져왔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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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증원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정부들은 늘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미래에 줄어들 학생 수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교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등교사는 사범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 사범대학이 이 과정을 전혀 준비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천만원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교사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낮은 대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어렵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와 교원대 및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지 못하면 아예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교육대학교에 들어가는 일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다. 사교육비도 다른 명문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게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늦어도 중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진로를 정하고 꾸준히 준비하고 자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정도 노력과 자원을 자녀에게 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 이내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저경력 교사(10년 미만 경력) 중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이 30%를 웃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는 교사상은 지난 세기의 모습이고, 지금은 공부로나 경제적으로나 상위 10% 이내의 젊은이들이 젊은 교사의 표준적인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미리 짜여진 계획에 따라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온 엘리트가 아니면 교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은 비슷한 수준, 비슷한 계층의 동료들과 학창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경험한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의 학생들을 마주해야 한다. 이는 젊은 교사나 학생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인 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서로간의 필요 없는 오해를 누적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되도록 다양한 계층의 교사를 만나는 것이 좋으며, 교사 역시 서로 다른 계층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삶과 경험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원만한 교육활동과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

정부가 기왕 교사를 더 많이 선발하는 김에, 그 혜택이 가난한 계층의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교육대학, 사범대학 입학전형에서 기회균등 선발을 확대하고, 장학금 혜택을 크게 늘려 능력과 사명감이 있는 젊은이라면 학비 걱정 없이 교대, 사대를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대, 사대 교육과정과 교수진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도 감행해야 한다. 공교육 종사자인 교사가 되기 위해 사교육비를 퍼들이는 상황은 모순적일 뿐 아니라 부끄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교사라는 직업이 상위 10% 계층이 자기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독점하는 일자리 자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미 상당히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교사 증원 정책 역시 특별한 조치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이 상위 계층 자녀들의 경쟁을 조금 완화해 주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개천에 묻혀 있을지 모르는 페스탈로치들에게 자신만큼 혹은 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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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외국어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추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지역 자사고 관계자들의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가 그제 폐지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어제는 서울지역 학부모연합회가 뒤를 이었다. 전국외국어고 교장협의회도 모임을 갖고 폐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들의 주장과 요구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이들은 외고, 자사고가 입시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고 고교서열화를 조장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자사고, 외고는 일반고교보다 일찍 학생을 선발한다. 이 같은 우선선발제도를 통해 우수학생들을 독점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소위 명문대 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자사고, 외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을 번성하게 만든다. 자사고와 외고가 추첨과 인성 면접 등 학생 선발 절차를 일부 개선했지만 우선선발이라는 특권은 온존한다. 이런 특혜를 받지 못하는 일반고는 ‘슬럼화’되지 않을 수 없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사고, 외고의 폐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자사고는 학비가 일반고의 2배가 넘는 ‘귀족학교’다. 설령 서민 자녀가 사회적 배려 전형을 통해 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다고 해도 졸업 때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야말로 경제적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부조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사교육이 잡히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주장에는 일면의 진실이 있다. 사교육의 원천인 대학입시와 학력사회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외고와 자사고 탓만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 폐지 문제와 대학입시, 학력사회 개선 문제는 선후의 문제가 될 수 없다.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하며 특권 논란을 낳는다면 그것이 제도든 기관이든 개혁해야 할 적폐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외고와 자사고는 설립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통로로 전락했다. 학생 우선선발과 턱없이 비싼 학비, 국·영·수 집중 교육 등의 학교 운영은 바로 이 사회의 특권과 반칙이 바로 여기에서도 뿌리내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학교들은 자기 성찰은커녕 교육당국의 잇단 개선 권고도 외면해왔다. 폐지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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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한 학생을 키우려면 온 학교와 사회가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는 자아발견과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는 적절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배움터다. 즉, 우리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은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고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사 개인의 교실 단위 실천을 넘어서 학교비전과 교육목표를 함께 만들고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는 학교 단위 실천이 이뤄졌다.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에 따르면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교실정에 알맞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다. 학교교육과정은 우리 학교에 맞는 교수·학습, 교과교육과정, 창의적 체험활동 등 전체 교육과정을 말한다.

학교교육과정 만들기는 질문 나누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첫번째 질문은 공교육기관인 학교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격차의 영향을 줄이고 있는가이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정서적 결핍 등 격차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다. 두번째 질문은 학교가 우리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이다. 수업교재나 자료들은 학생들의 삶과 연결돼 좀 더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끌어야 한다. 세번째 질문은 학교가 학생들의 발달과 배움에 맞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이다. 교육적 환경은 쾌적한 교실이나 학습환경과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학교공동체문화와 교육과정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도시 소재 중학교에 이 질문들을 대입해보자. 학생들은 저소득층 가정이 40% 이상이고 낮은 학습의욕과 자존감을 보인다. 기초기본학습 역량과 문화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많고, 학부모들의 학교참여도는 낮으나 돌봄에 대한 학교의존도는 높다. 학생들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둬야 할 교육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긍정적 자기이해와 타인존중을 위한 활동을 우선해서 넣고, 협력적 활동, 활동중심수업, 문화적 경험 제공, 학습습관 형성활동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방안들을 교과수업, 학급활동, 생활지도방안에 어디에 세심하게 넣을지 고민해야 한다.

아래에서부터 함께 세워야 한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이 질문들을 나누고 답하는 과정이 학교교육과정 만들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학생의 발달을 위한 교육에 대해 대화하는 학교조직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백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라고 학교에 요구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알맞은 교육과정을 짜놓아도 늘어나는 범교과 필수이수시간을 맞추기 위해 교과수업 및 창의적 체험활동이 어그러지기 일쑤다. 선생님들도 여백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맞는 텍스트를 고르고, 수업을 연구하고, 동료들과 수업을 나누고,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대화하고, 성찰할 여유가 필요하다.

여백을 교육적 상상력으로 채우자. 학생들이 잘 배우려면 무엇을 같이할까,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 대해 무엇을 도와줘야 할까에 대해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있는 수업이 싹튼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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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일부 학생을 골라서 하는 표본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 오는 20일 치르는 올해 시험부터 적용된다. 일제고사 형식의 성취도평가 개선을 환영한다. 그동안 이 시험은 서울 강남의 부자 동네부터 산간 벽지까지 전국의 학교를 성적순에 따라 한 줄로 세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일선 교육에 각종 파행을 불러왔다. 학생들의 시험 스트레스도 가중시켰다.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국가가 설정한 교육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다. 정부가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전국에서 1~3%의 학생을 뽑아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학교·지역 간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 9년간 시행을 통해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평가는 반교육적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시험 성적으로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령과 거리가 멀다. 교육청이 시험 결과를 학교평가에 반영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성적을 조작하는 일까지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물론 공교육 체제하에서 국가는 기초 학력이 미달하는 학생을 찾아내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기마다 치르는 중간·기말고사로도 충분하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교사들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평가 개선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건의한 것을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받아들여 교육부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앞으로도 초·중등교육 분야는 시·도교육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교육개혁에 미온적인 교육부 관료들을 견인해야 한다. 특히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 등은 관계 법령에 따라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 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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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대통령 비선실세 최서원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은 입시의 공정성 문제를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수시전형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정부는 수시전형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수능절대평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대한다. 수시전형 불신 심화의 방증이다.

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방식은 사용기간이 만료되었다. 객관식 문제는 기본적인 학력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 창의성이나 도덕성 등 다양한 특성을 평가하기에 부족하다. 객관식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서와 실험, 수행평가와 토론, 글쓰기와 과제 제출 등 다양한 지적 활동으로 학생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생과 학부모, 대중이 이에 반대한다. 그들의 외침은 대체로 같다. 수능으로 돌아가라.

수능은 수시보다 공정하지 않다. 응시 기회의 공정성과 점수 취득을 위한 과정의 형평성은 다르다. 1990년대 후반, 이미 ㄷ외고 한 곳에서 일부 광역자치단체 전체보다 서울대를 많이 보내기 시작했고, 수시전형에 대한 고민도 싹텄다. 교육 기회의 현격한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수능 당일 문제를 풀기까지의 과정이 공정하다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수능 전형을 확대하면 그나마 현재 유지하는 명문대 지방 학생 비율조차 지키기 어렵다. 그럼에도 다수가 정시 복원을 외친다. 수시전형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데다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 방향으로 교육부가 국민을 설득해 여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시사 2판4판]삼중창 (출처: 경향신문DB)

첫째, 수시전형의 교육적 우월성이다. 도덕성과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인재는 성실하고 정교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고3 교실에서 교육방송 문제집을 푸는 행위가 국가적 손실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힘써 학생의 수학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여야 한다. 암기와 수용에서 이해와 표현, 참여로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도록 지속적인 학교교육의 질 향상에 매진한다면, 사람들의 교육관도 바뀔 것이다. 수시전형 확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수시전형의 공정성이다. 이는 교사 평가의 공정성과 대학 선발의 공정성 두 측면에서 보면 된다. 교사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 평가의 질적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교사 평가에 대한 학부모나 학생의 이의 제기를 논의할 구조의 형성도 필요하다. 대학의 선발기준도 명료하게 만든다. 수시전형에서 선발 주체는 대학인데, 여기서 의혹은 증폭된다. 정시전형에서 대학은 성적을 승인한 뒤 합·불 여부만 판단한다. 그런데 수시전형의 경우 대학이 선발주체가 되면서 신뢰도는 하락한다. 정유라씨 부정입학 문제와 최근 교육방송 다큐멘터리에서 제기한 특목고 우대 의혹 역시 이런 배경을 지닌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면서도 선발과정 감시를 통한 수시전형의 공정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각 대학의 서류심사 과정과 면접전형의 평가 방식을 지속 감시하고 개선책을 적극 제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미래를 짊어질 인간을 위한 도덕적 고민을 시작하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성과 감성, 덕성으로 인간을 바라볼 공정한 시각을 찾아야 한다. 다수가 수시전형에 합의하는 수준만 되어도 이번 정권은 대한민국 교육사에 큰 업적을 남길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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