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공부를 아예 포기해버린 학생이 얼마나 될까? 우려할 정도로 많다. 정도가 제일 심한 과목이 수학이다. 고등학생은 수학 포기자가 60%나 된다. 수학 포기 학생을 뜻하는 ‘수포자’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포자에게 수학 수업은 어떤 시간일까? 자거나 떠들거나 멍하니 있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교사에게 야단맞는 시간이다. 무의미한 시간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에게 그 시간은 가치 있는 시간일까? 그렇지도 못하다. 그들에게 그 시간은 어수선하거나 느슨해서 지적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시간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과 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수업시수가 동일하다. 시수만 동일한 게 아니다. 교과서가 동일하다. 수업의 내용과 수준이 동일하다. 시험(평가) 또한 똑같다. 수포자는 수포자대로 괴롭고,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대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들을 함께 가르쳐야 하는 교사는 또 교사대로 힘든 상황이다. 왜 수포자여야만 할까? 포기하지 않고 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포기한 상태에서 억지로 수업을 받느니 그 대신 다른 과목을 선택하면 안되는 것일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수포자들의 학교생활은 한결 행복해질 것이다. 지적 역량도 더 향상될 것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더 높은 단계의 수업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의 지적 만족도는 현저히 높아질 것이다. 수학을 잘하지는 않지만 계속 공부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의 학습 단계에 맞는 수업을 받게 하면 될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력을 향상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을 예로 들었지만 이것은 영어, 국어, 사회, 과학, 제2외국어 등 다른 과목에도 해당하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지금의 우리 학교에서는 어렵다. 하지만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선진국 학교에서는 웬만큼 다 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할 수 있을까?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내놓았다.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문재인), ‘학점이수제도’(안철수), ‘수강신청제와 무학년제’(유승민), ‘선택과목 중심의 무학년제’(심상정).

위의 공약은 모두 동일한 것이다. 공교육을 망치는 적폐 중의 적폐인 현 학교내신제도와 그것에 바탕을 둔 획일적 교육과정을 완전히 개혁하는 공약이다. 이 공약은 수포자가 수학을, 영포자가 영어를 버릴 수 있게 하는 공약이다. 아니 수포자와 영포자를 아예 없애 버리는 공약이다. 이 공약이 제대로 실행되면 학생들은 더 이상 포기자가 아니다. 이제부터는 무엇을 포기하는 자가 아니라 더 좋은 선택을 위해 그것을 버리는 자이다. 얼마나 좋은, 아니 얼마나 위대한 공약인가? 이 위대한 공약을 무려 4명의 대선후보가 동시에 내놓았다.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수능 위주 대입전형을 보라. 모든 대학이 수학, 영어, 국어 성적을 전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대학은 오히려 소수다. 대선후보들의 위대한 공약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은 대학입시가 아니다. 우리의 의지 부족일 뿐이다. 선진국이라고 대학입시가 없는 게 아니다. 그들 나름의 대학입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꿈꾸는 것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대선주자들이 교육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가 그 사용법을 사전에 알리는 것이 공약이라면, 교육 분야 역시 밑그림 제시는 당연하다. 그런데 교육정책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부족해 부작용이 우려된다.

첫째, 입시제도의 퇴행적 변화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의 전면 개선과 비중 축소, 정시전형 확대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현장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한계는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이 객관식 평가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수시전형이 복잡한 데다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있다는 데 기인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획일적인 서열화를 조장하는 객관식 평가로 퇴행할 수는 없다. 최근 조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학 수시전형 합격생들은 평균 학점이 높고 학업 중단 비율도 낮았으며 지역 차이도 작았다. 수시는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인성과 개성 등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자 대학과 고교가 동시에 만족하는 합리적인 입시제도이다. 객관식 평가가 공정하다는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정시전형을 확대하면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의 특정 고교나 지역 쏠림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 역시 수시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 수시에서 중요한 학교생활의 성실성이나 가치관, 개성, 표현력, 사회적 리더십은 인간의 포괄적 가치와 잠재력을 진단하는 지표인 데 반해, 객관식 문항은 채점만 객관적일 뿐 이해력과 사고력 중심의 부분적인 평가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객관식 문제를 푸는 과정은 공정해 보이나, 문제 하나를 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격차로 인해 엄청난 결과적 불평등이 현실화될 것이다. 수시전형의 복잡성 문제는 개선 중이며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선발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는 만큼 전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극복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교육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등 자극적인 정책의 남용이다. 외고 등 특목고가 목표를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으나 이들은 상당 기간 공동체 내에서 학생 교육을 담당한 교육주체이다. 해당 학교의 기여도나 재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폐지를 시도한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지출할 것이다. 자사고의 경우 인기가 하락해 현행법상으로도 상당수가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위적인 자극보다 시장 원리에 맡기는 편이 낫다. 외고의 경우 설립 목적에 맞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겠으나,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 졸업생이 명문대에 몰린다고 대안 없이 폐지를 시도한다면 우수 인재를 교육할 방법은 더욱 줄어든다. 특목고 폐지보다 인문계고나 마이스터고 교육의 질 향상이 훨씬 중요한 과제이다.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특목고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불 비용에 상응한 교육 수준에 대한 기대이며 이를 동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충족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대체가 일어날 것이다. 실업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마이스터고에 대한 투자를 향상시켜 취업과 창업의 기지로 만들어 대학 입학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도를 줄이는 것 또한 근본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보편교육의 질 향상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정밀하게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지’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남발한다면, 이후 불어닥칠 갈등과 분열은 모두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정주현 | 논술강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교육농단 사태는 대학 체육특기자 제도가 부정입학의 창구로 악용돼 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도 연세대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한 이후 학사경고를 3번 받고도 제적당하지 않고 졸업해 체육특기생 학사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드러난 바 있다. 한마디로 대학은 체육특기생 학사관리를 방치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할 학칙을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던 셈이다.

교육부가 29일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국체대 등 전국 17개 대학의 체육특기생 학사관리 실태를 조사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로 엉망이다. 체육특기생에 대한 제대로 된 학사관리는 전무하다시피 했고, 학사부정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출처: 경향신문DB)

교육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총장 결재’ ‘학생 이익 우선적용’ 등을 이유로 제적을 당하지 않은 체육특기생이 4개 대학 394명에 달했다. 5개 대학은 군 입대와 대회 출전 등으로 시험을 치르지 않은 체육특기생에게 대리 시험과 대리 과제 제출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줬다. 9개 대학은 체육특기생이 프로구단에 입단해 수업과 시험에 참여하지 못했는데도 출석과 학점 취득을 인정했다. 일부 체육특기생들은 병원 진료 기간과 입원일수를 고쳐 수업에 빠지고도 학점을 따냈다. 6개 대학에서는 체육특기생이 장기간 입원을 했거나 재활치료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는데도 학점을 줬다.

교육부는 학사관리를 제대로 못한 대학에는 행정조치하고, 대리 시험을 치르거나 병원 진료기록을 위조한 혐의가 있는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학점취소는 물론 형사고발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무너진 대학 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허둥대는 ‘뒷북 행정’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체육특기자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학력수준과 출석률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하고, 체육특기자의 학사관리를 전담하는 기구를 둬야 할 것이다. 또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과 더불어 대회 성적이 지상 목표인 엘리트 체육 교육 시스템의 폐해도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은 ‘학업은 뒷전이고 운동만 잘하는 체육특기생’이 아닌 ‘공부하는 체육특기생’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이어야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지금 모습으로선 오래 못 갈 것만 같다. 약점이 너무 많다. 그래도 사라진다면 미련이 클 것 같다. 왜?

예전에 수업준비를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이런 하소연을 올린 적이 있다. “EBS 수능특강, 문제풀이 책이라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수업 준비하는 동안 육두문자를 수십 번 내뱉을 뻔했다. 내가 이렇게 죽도록 재미가 없는데, 도대체 애들은 어쩌란 말이냐!”

EBS 교재가 아니더라도 문제풀이 수업이 재미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교과서를 분석하고 해설하는 수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학종으로 인한 변화는 좀 다르다.

지난해 나는 고3 수업을 했다. 여전히 문제풀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할 수는 없었다. 문제풀이 수업만으로는 학생부의 교과세부능력 특기사항을 풍부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학종을 위한 새로운 수업을 해야만 했다. 대단한 수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이 교과서 해설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 찌든 사람이라 대단히 창의적인 수업을 할 능력이 없었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한 후 감상을 발표하게 하는 단순한 수업에 불과했다. 모든 게 어설펐다.

어설픈 것치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참여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살짝 섭섭한 마음마저 들었다. ‘아 이놈들이 나의 설명보다 친구들의 발표를 훨씬 더 재미있게 듣는구나!’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 나도 경청했다. 무엇보다 학생 한명 한명의 생각과 개성을 잘 알게 되어 좋았다. 나 혼자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세상에 고3 교실에서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다니! 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동안 선각자적으로 수업의 변화를 꾀한 교사들이 왜 학종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는지 절실하게 이해됐다.

내친김에 여름방학 보충수업에서도 새로운 수업을 시도했다. 고3 보충수업임에도 불구하고 문제풀이에서 완전히 벗어난 수업을 시도했다. 그 사실을 미리 학생들에게 분명히 알렸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제법 신청을 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리 학교의 특수성도 작용했겠지만 아무래도 학종이 만들어낸 분위기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 수업은 내가 해본 시(詩) 수업 중 제일 재미난 수업이었다. 무엇보다 내 평생 수업준비에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 적이 없었다. 억지로 그런 게 아니라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그렇게 됐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흐뭇한 수업 중의 일화가 있다. 한 학생이 이대흠 시인의 ‘아름다운 위반’을 낭송하고 감상을 말하다가 그만 울컥해서 눈물을 흘린 일이다. 예전 수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학종으로 인한 변화의 가능성을 과장해서는 곤란하다. 학종의 한계는 뚜렷하다. 무엇보다 학종을 떠받치는 중요한 토대인 현재의 학교내신제도는 수업의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수업에 미치는 학종의 긍정적 힘을 무시하는 것은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이다. 입시로서의 학종은 약점이 많다. 그러나 학종이 사라지더라도 학종이 만들어낸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만은 어떻게든 살려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학종이 아니고서 그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 실무를 배우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학생들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은 고교생을 상대로 노동인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6일 공개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노동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도제학교 학생들의 직업훈련 사업장이 관리·감독 없는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착취에 가까운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유린, ‘열정페이’ 강요 등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특성화고교의 실습현장과 다를 바 없다. 도제학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스위스 베른 상공업직업학교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독일·스위스의 도제교육 시스템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꾼 것으로, 서울 26개 고교를 포함한 전국 198개 고교가 운영 중이다. 특성화고 학생은 3학년 2학기에 기업체 현장실습을 하지만 도제학교 학생은 2학년 1학기부터 직업훈련을 받는다.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 사망 대책회의’ 회원들이 13일 서울 구로동 LB휴넷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양에게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도제학교 학생들은 직업훈련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교육훈련비(시급 6030~6500원 미만)를 받고 있다. ‘직업훈련’이란 명분 아래 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직업훈련 사업장의 재해 비율은 전체 노동자 산재 비율보다 20배 높지만 적절한 안전장비조차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업훈련 사업장 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하고, 청소나 풀 뽑기 등 가욋일 위주로 업무 지시를 내린 사례도 허다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직원들의 통제·감시를 받고, TV나 인터넷 공유기가 없어 휴식과 사적 활동이 보장되지 않았다. 법·제도의 미비로 도제학교 2학년 학생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특성화고교 3학년 현장실습생보다 최대 6시간이나 길다. 특성화고교 실습생들의 노동시간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적용받아 주당 35시간·최대 40시간이지만 도제학교 학생들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 주당 40시간·최대 46시간이다.

도제학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직업훈련 사업장의 법 준수 여부와 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한 뒤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직업훈련 사업장의 노동인권 침해 행위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도제학교와 특성화고교의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게 낫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필자는 EBS 수능 연계 정책이 시행된 2004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년 성과 분석과 개선 방안 연구를 수행해왔다. 2016년 9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고교생과 학부모 1만39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대부분의 고교생들이 EBS 수능 강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의 96.5%가, 최상위권 학생 90.3%가 이용하고 있었다. 둘째, 사교육비가 크게 억제됐다. EBS 수능 강의를 시청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주당 사교육 시간이 적었고, 월평균 사교육비도 낮았다. 셋째, 교육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EBS 수능 강의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수능 연계 정책보다는 경제적 부담이 없어서 수강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읍·면지역 학생들이 타 지역 학생보다 회원 1인당 이용률과 수강률이 높게 나타났다. 넷째, 학생들의 학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EBS 수능 강의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자기주도 학습능력 등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도 통계청 조사를 보면 사교육비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EBS 강의를 열심히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은 애초부터 사교육을 하지 않았던 읍·면지역 또는 저소득층 자녀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사교육비는 처음부터 없거나 많지 않았기 때문에 EBS 강의를 수강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들기는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EBS 수능 연계 정책은 교육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이 넘는 일반고 현황을 고려할 때, 교사 혼자서 학생들의 수준과 적성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수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읍·면지역의 학생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이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나 다름없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EBS 수능 강의의 교육 형평성 제고 효과는 연간 5800억원이 넘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고3 학생들에게 교과서 대신 EBS 수능 강의 교재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 공교육 정상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원인과 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애초에 EBS 수능 연계 정책은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한 ‘해열제’로 투여됐다. 그러나 그동안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치료는 하지 않고, 이제 와서 해열제로 투입된 EBS 수능 강의가 잘못되었다고 트집을 잡고 있다. EBS 수능 연계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고3 교실에서는 교과서보다는 민간 출판사 문제집을 활용했다. 다만 지금은 값비싼 민간 출판사 문제집이 저렴한 EBS 수능 교재로 대체된 것뿐이다. 연계 정책이 처음 시행되었던 시기나 지금이나 사교육 과열은 그대로인데 해열제를 갑자기 끊어버리면, 소외계층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보조 교사를 배치하는 등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제도 개선 없이 EBS 수능 연계 정책을 폐지한다면 소외계층 학생들에게서 우수한 수능 강의 수강 기회를 뺏는 것이다. 이는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비교육적인 행위다.

정영식 | 전주교대 교수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우리나라에서 크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자전거 브랜드가 ‘슈윈(Schwinn)’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브랜드는 코카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산악자전거 수요가 폭발했다. 이때 슈윈은 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산악자전거의 유행은 일시적인 소비자 선호의 변화가 아닌 사회·경제적 변화였다. ‘좋은 자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던 슈윈은 몰락했고 결국 1993년에 파산했다.

이렇듯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변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우리나라 사교육계도 입시교육이라는 콘텐츠 상품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 변신의 귀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사교육계는 일상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IT 기술의 발 빠른 도입 등으로 엄청난 혁신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같으면 사교육계는 발 빠르게 공교육의 변화에 앞서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곤 했는데 요즘은 변화를 앞서 가기는커녕 학교의 변화에 발맞춰 가는 것도 허덕이는 모양새다. 대학입시가 수시 확대와 학생부전형으로 방향을 잡고 영어와 한국사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학원가는 폐업이나 과목 변경, 컨설팅 학원으로 변신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심지어 ‘과외 재벌’이라던 명문대 학생들의 과외 자리조차 크게 줄어들어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동안 대입 사교육업체들이 갖고 있던 경쟁력의 기반은 수능시험이었지만 이제는 학생부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대응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학생부전형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학교 선생님들이 관리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기 때문에 학교 밖의 사교육 선생님들이 입시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컨설팅에서 만든 내용들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기재하는지 여부는 어차피 학교 선생님들의 권한이 아닌가? 대학입시 과정의 상당 부분이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지금 사교육이 겪고 있는 전대미문 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이나 대형 사교육기관들에서 수시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나 학부모 설명회에서는 아직도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 ‘깜깜이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하다’ ‘수능으로 대박’이라는 설명이 넘쳐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랜차이즈화된 대형 사교육기업들은 수능과 같은 대규모 평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교단위의 내신 성적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은 지역단위의 소규모 학원들이 입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에 더 적당해 보인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소규모 학원들과의 경쟁 정도라면 일선 학교에서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서울이나 경기도 등 지역에서는 고등학교의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이 ‘강력한 자율’로 바뀌면서 상당수 학교에서 밤공부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자율적 규제’는 좀 풀어주면 좋겠다. 교육의 변화는 학교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 아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나 선생님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 학교의 건강한 변신을 믿고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미국 전기회사들은 1948년 거의 모든 일간지에 ‘전기 이용이 가능한 농가가 전체 농가의 4분의 3을 넘어섰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농가에서도 전기를 충분하게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기회사들의 신문 광고에는 ‘통계의 술수’가 깔려 있었다. 그 술수는 ‘이용 가능한’이란 단어에 숨겨져 있다. 전기회사들은 농가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전선이 지나가기만 하면 전기를 끌어 쓸 수 있어 농가의 전기보급률이 75%까지  높아졌다고 홍보하려 했던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통계 조작’이었던 셈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013년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3개월간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8만3000여대의 차량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1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어떤 기준으로 파업손실 통계를 작성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계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주장이었지만 선전전에는 상당히 유효했다.

출처: 경향신문DB

통계는 진실을 밝히기도 하지만 ‘거짓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국 통계학자 대럴 허프는 “여성들이 약간의 화장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통계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마법’을 지녔다”고 했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2016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교육비 지출액을 낮추기 위해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시켜 통계를 작성했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면 1인당 사교육비는 37만8000원으로 올라간다. 교육부는 또 EBS 교재 구입비와 방과후학교 비용, 어학연수비 등을 제외해 실제 가정에서 부담하는 사교육비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특히 통계는 숫자에 약한 사람을 잘 속인다. 그러나 숫자에 약하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숫자가 모두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3월은 입학과 개학의 계절이다. 신규 교사는 물론 경력이 꽤 되는 중견교사조차 새 학년, 새 학급을 만나기 전에 꽤 많은 설렘을 느낀다. 경력이 아무리 오래되었어도 첫 만남은 언제나 신선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 첫 만남을 퇴색시키는 괴이한 격언이 있다. “애들은 3월 한달 동안 잘 잡아야 1년이 편하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은 내가 젊은 시절 선배교사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기도 하다. 심지어 “3월 한 달 동안 가능하면 웃지도 말라”고 충고하는 분도 있었다.

의미는 뻔하다. 학생들이 아직 교사의 본색을 파악하기 전에 이른바 ‘군기’를 잡아 놓아야지, 일단 한번 기어오르고 나면 다시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어디 학교뿐일까? 이 ‘3월에 꽉 잡자’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변형되어 널리 퍼져있다. 대학생들은 갓 입학한 신입생들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 대신 온갖 짓궂은 신고식으로 후배들을 괴롭힌다. 직장에서도 ‘사수’ ‘부사수’라고 하면서 신입 사원들을 거의 얼차려에 가까울 정도로 ‘갈군’다.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면 긴장한다. 수업 첫날을 맞이하는 학생들, 출근 첫날을 맞이하는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잔뜩 긴장한 채 새로 만나는 선생님, 직장 선배, 상사를 마주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엄격하고 무리한 요구를 받아도 옳고 그름을 따져볼 여유없이 일단 복종한다. 이게 소위 말하는 군기가 잡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학습도 업무도 할 수 없다.

서로 누군지도 모르고 마음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다짜고짜 엄하게 내리는 지시, 꾸지람, 벌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다. 폭력적인 분위기에서 성장기를 보낸 사람은 그 자신도 폭력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 교육학의 정설이다. 그런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 사회 곳곳에서 신입들을 상대로 초반에 군기를 잡겠다며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3월에 꽉 잡는 교실에서 헬조선의 씨앗이 잉태되고 있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후배 그리고 동료 교사들에게 “1년 내내 눈 부라리고 꽉 잡고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3월에 꽉 잡지 말라”고 제안하고 싶다. 3월은 군기를 잡는 기간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불안을 달래어주는 시기다. 그중 더 불안한 쪽은 학생이다. 그 불안을 이용하여 공포에 빠뜨리는 대신 안심시켜주고, 교사를 믿고 사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간이 3월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교사가 늘 다정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때로 엄히 꾸짖기도 해야 하고, 잘못한 일에 대해 따끔하게 벌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선 학생들을 다정하게 맞이하고, 불안을 풀어주고, 사랑과 공감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사랑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가 이루어져야 꾸지람을 하고 벌을 주더라도 학생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행동을 고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교육이다. 이렇게 사랑과 엄격함이 함께하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 상사나 선배가 되었을 때 신입이나 후배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이렇게 신입들에게 다정하면서도 엄격한 선배나 상사가 하나둘 늘어날 때 불친절하고 차갑고 가혹한 갑질의 사회가 따뜻하게 바뀔 것이다. 의외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사회를 바꾸는 열쇠일 수도 있다. 그 실천을 한마디로 정리해 본다. “3월에 꽉 잡지 말자.”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학생생활기록부를 마감하는 2월이면 학생들은 빈곤한 독서 기록을 채울 문제를 고민한다. 방학 기간 몇 권이라도 읽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교과 학습에 여러 활동, 학원 일정 등을 소화하다 보면 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상당수 학생들은 인터넷을 뒤지거나 몇 페이지 훑은 뒤 감상을 급조한다. 문제는 성실하게 읽는 학생들에게도 나타난다. 책을 읽어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얼마 전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현실 문제를 이해하는 길을 일러준 책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섯 학기 동안 독서 기록을 한 학생들이 세계관이 바뀐 책 하나를 읽지 못한 셈이다. “눈으로 훑은 거죠.” 한 학생의 푸념이었다.

학문 수양에서 독서는 현실 문제를 진단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사고를 함양하는 과정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산업화에 소외된 약자의 고통을 이해하면 한국사회의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간접적으로 체화하게 된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 자기보존과 생식에만 골몰하는 이기적인 생명체가 더 큰 이익을 위해 이타성을 발휘하는 황홀한 지적 쾌감에 이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율적 공동체라는 인류의 이상에 다가갈 단서를 얻는다. 즉, 좋은 책을 읽어 가치를 내면화한다면 학생들은 진리탐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향상할 뿐 아니라 가치관을 정립해 도덕적 수행능력도 강화할 수 있다. 책 읽기는 양보다 질이다. 정밀하게 읽고, 쟁점을 정리한 후 토론이나 의견 교환을 통해 판단한 다음 글을 쓰는 작업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책을 읽는 방법도,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추천도서 목록이나 서평샘플 등이 학생들이 가진 자료의 전부이다. 책 하나를 모여서 읽고 장시간 토론하거나, 교사의 지도하에 서평을 작성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학생들은 객체로 전락한 책만 손에 쥔 채 끙끙 앓게 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대다수 학생들이 읽다 만 책이 되어버렸다. 저자가 제시한 쟁점들을 혼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 읽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지적 관심에 기초한 도서 선정에서 독해 방법, 텍스트에 근거한 토론, 현실인식과 대안을 포괄한 글쓰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수행함으로써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책 몇 권 추천한 뒤 알아서 읽으라는 무책임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맹목적인 자기계발서 등 악서의 남독을 막는 것도 책을 눈으로만 읽는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그 다음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작품 일부를 낭독하고 서평 작성방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맞서 전장으로 뛰어든 러시아 여성의 공포와 슬픔, 전우애, 자긍심, 그리고 고독을 짚어나갔다. 책이 인간과 환경을 둘러싼 현실을 인식시킨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싶었다. 수업이 끝난 뒤 상기된 표정으로 전문을 읽겠다며 저자와 제목을 재확인한 학생도 있었다. 책은 눈으로만 읽어서는 안된다. 내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이해하고 타인의 육성을 통해 울림을 얻은 뒤, 자기 견해와 만난 지점에서 치열하게 싸워나간 흔적을 기록해야 종이 위에 찍힌 잉크가 영혼으로 흘러든다. 이렇게 읽은 책은 마음의 양식이 되어 평생 그 사람을 지탱해줄 것이다.

정주현 | 논술강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종착역에 이르렀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의 원천은 국민 수백만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촛불이다. 촛불혁명은 4월혁명 이후 군사쿠데타 주모자들이 진행한 이승만 정권에 대한 처리와 6월항쟁 이후 야당이 주도한 5공청산을 잇는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특히 과거의 죽은 권력에 대한 심판과 달리 지금은 국정농단을 저지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국정농단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이며 정부는 중립적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군사정권이 조작한 간첩단 사건들, 납북어민을 간첩으로 몰아간 정부, 아직도 묻혀 있는 군 의문사 사건들, 수십년간 계속되는 사학비리, 최근의 세월호 대참사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국민의 편이 아니고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중립적인 기구가 아니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모든 사례를 모으면 정부는 난지도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대학은 진리의 배움터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85%는 사학이다. 여기서 비리가 발생하면 구제받을 길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사학의 천국이자 또한 사학비리의 천국이다. 사학비리가 만연하고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사학비리를 비호하고 저지른 죄까지 사해주니 이만한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이 엄청난 일을 담당하는 정부 기구가 교육부이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2007년 사립학교법 개악으로 발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9년간 60개 학교를 정상화했다. 여기서 정상화란 쫓겨난 비리재단에 학교를 다시 돌려준다는 매우 나쁜 말이다. 더구나 그 정상화의 대부분이 불법이었음이 상지대 대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재단에 학교를 돌려주어 분규를 재연하고 사학을 망치는 것도 부족해서 공공연하게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니 도둑놈에게 곳간을 맡긴 꼴이다.

그런데도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덮기에 급급하다. 상지대가 교육부와 6년간 소송한 끝에 김문기 비리재단을 몰아냈는데 파견된 임시이사는 교육부의 대리인에 불과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또 상지대를 정상화하겠다고 달려든다. 이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비리재단 복귀 공식에 따르면 상지대를 또 김문기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막나가도 되나? 도둑놈 잡아달라고 경찰을 불렀더니 경찰이 도둑놈과 한통속인 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사학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사학비리를 부추겨 사학을 회복불능의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들의 눈에 사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와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알짜배기 수익사업체이자 이사장의 신성한 사유재산일 뿐이다. 여기서 어떤 교육이 가능하고 어떤 창조가 가능하겠는가? 창조경제는 돈 빼먹기, 창조교육은 사학 죽이기에 다름 아니었다.

국정농단을 계기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사학비리, 이화여대 사태, 대학평가 세 가지만 봐도 교육부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의 수명을 연장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국민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개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기구가 발족한 이유를 참고하면 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당연 폐지 대상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인 상지대 정상화가 아니라 교육을 좀먹고 나라를 망치는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시급하게 정상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 기구로서 시효 만료되었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구이므로 교육부 해체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가 답이다. 상지대 정상화는 그 다음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정대화 | 상지대 교수·정치학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문명고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5일째 교내 시위 중이다. 학생들이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은 단 며칠 만에 목표치 1만명을 넘어섰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밀어붙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명고 사태는 여론무시와 꼼수, 편법으로 얼룩진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교장은 학교운영위원 다수가 반대하자 학부모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설득작업을 벌였다. 교사들에게는 찬성 서명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교사는 보직해임했다. 학생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등교하지 못하도록 자율학습 폐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결국 항의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학교 지정 문제를 떠나 재단과 교장의 일방적 학교 운영 자체만으로도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학교 운영은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커녕 혼란과 분열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문명고의 독단적 결정 과정은 박근혜 정권 교육당국의 행태를 빼닮았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교사 다수가 반대하자 연구학교 지정 요건 가운데 ‘교사 80% 동의’ 항목을 삭제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할 길을 터준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1000만원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응하는 곳이 없자 마감 시한을 5일 더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준식 부총리는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 정권은 교육 문제에서도 채찍과 당근이란 비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오류도 수백개가 넘는다. 전국 5000여 중·고교 중 문명고 단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초라한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어제는 고교생 92%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사왜곡 가능성, 편향된 역사의식, 집권당 성향 편중 등이 반대 사유였다. 고교생들도 알고 있는 문제점을 정작 당국자들은 모른다니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애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되지 않았어야 한다. 대체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가 얼마나 되나? 국정화를 중도에 그만둘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정말 많은 국민이 반대했을 때, 정책을 추진한 세력이 탄핵당했을 때, 교육부 스스로 올바른 교과서란 명칭을 포기할 정도로 편향과 부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을 때가 그랬다. 그런데 이게 뭔가? 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갖은 혜택을 준다는데도 채택하는 학교가 없다.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깔아뭉개고 억지로 밀어붙였던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나서 반대한다. 대자보를 쓰고, 집회를 하고, 필리버스터를 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역사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드러났듯이 정권이 국민 편가르기를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려고 진행한 일이다. 주범이 단죄를 받고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목적으로, 같은 시기에 추진된 일이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육부가 국민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국정교과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국·검정 혼용이니, 연구학교니, 보조교재로 보급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교학사 검정 통과부터 3년 반 동안의 일을 교훈 삼아 역사교육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토론을 시작하자. 어떤 역사교육은 안 되는지, 어떤 역사교육을 지향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자. 99.9% 학교가 채택한 교과서가 편향되었고 그 나머지 0.01%가 상식적이고 올바르다는 억지주장일랑 거두고, 헌법정신과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민주시민 형성을 위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토론해보자.

차제에 교과서 형태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선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나열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5지선다형 지식 교육은 이제 끝내자. 토론수업이 가능하도록 풍부한 자료를 싣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완전히 달라진 교과서도 상상해보자.

현재 진행하는 검정 일정은 일단 중지해야 한다. 44억원을 들여 1년 반 동안 만든 책에서 엄청난 오류와 편향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대체 왜 편향되었다는 지금 집필기준을 적용하여 다섯 달 만에 검정교과서를 만들라고 강요하는가. 2017년에는 우선 역사교육의 내용이나 교과서의 형태에 대하여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마련하는 해로 정하자. 검정 방식도 손을 보자. 최소한 지금 교육부가 정해놓은 1년6개월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가 검정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검정 기관의 내용 개입은 최소화하되, 전문가를 충분히 투입하여 오류가 없는 책을 만들자. 국정교과서 개발에 들인 돈의 10분의 1만 들여도 가능한 일이다.

새 교과서가 개발될 때까지는 지금 교과서를 그대로 쓰면 된다. 어차피 지금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용기준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했으며, 그러고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강제수정까지 했다. 그 책을 2020년까지 쓰면 위 일정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역사가 요즘처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역사교육을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활용하고, 그때마다 국민들이 이리저리 편을 갈라 갈등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존엄하다. 우리 헌법 10조의 가치다.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다름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며, 서로 다른 이들이 소통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는 역사교육을 할 수 없을까? 권력이 부당하게 역사를 이용하려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다. 역사교육은 교사와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고, 교육부나 정치권은 다른 일을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학생들은 역사 말고도 여러 교과를 배우며, 교육당국은 교과 공부와 관련된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교육부 장관이 공대 교수 출신인 걸로 안다. 국정교과서 문제로 씨름하지 말고, 잘하실 수 있는 일로 국가에 헌신하길 바란다.

김육훈 | 역사교육연구소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혁신학교가 무척 많았던 것처럼 제목을 붙였지만 실제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일부였다. 그중 성공한 혁신학교는 또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일부의 일부에 불과했던 학교가 준 희망은 대단했다.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들이 실현됐다. 성공한 혁신학교는 주입식·암기식·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고 보았던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을 학교 차원에서 실현했다. 강압적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학생을 존중하는 새로운 생활지도를 학교 차원에서 실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그중의 한 명이 조정래 작가다. 그의 교육소설 <풀꽃도 꽃이다>에는 “여긴 지옥, 거긴 천국”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여기서 지옥은 일반학교, 천국은 혁신학교다. 물론 과장과 일반화가 좀 지나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래의 소설은 어떤 사실 하나를 진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는 그 사실 말이다.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린 2014년 지자체 선거를 기억하는가? 당시 많은 사람들은 혁신학교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혁신학교를 ‘전교조 공작소’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체계를 갖고 있던 보수언론(조선일보 2014년 6월10일자 류근일 칼럼)이 진보교육감 시대를 부정적으로 보았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혁신학교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제목을 붙였지만 지금도 혁신학교는 여전히 존재한다.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가 사라진 것처럼 표현한 것은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별처럼 빛나는 성과를 낸 혁신학교들이 점차 평범한 학교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별들을 대신하여 새로 빛나는 별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혁신학교라는 말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은 다 여기저기 흩어져 버리고 잔해와 잔상만 남았지요.” “여기서 전근 갈 때 또다시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교사들이 없어요.” 혁신학교 교장과 교사들의 말이다.

나는 혁신학교를 높이 평가했지만 그 미래까지 밝게 보지는 않았다. 혁신학교의 성공은 제도와 법령의 혁신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다. 교육의 제도와 법령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혁신학교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이었다. 변화를 열망하는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동시에 투입했기에 혁신학교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오래 지속되거나 다른 학교로 널리 확산된다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 학교를 네모난 바퀴가 달린 수레에 비유하곤 한다. 누가 끌어도 멀리 갈 수 없는 수레다. 혁신학교 교사라고 해서 둥근 바퀴 수레를 끌었던 게 아니다. 그들 또한 네모난 바퀴의 수레를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법 먼 거리를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라지고 있으니 담담하게 생각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 많던 혁신학교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고 있는가?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박근혜·최순실 사태의 근원을 대통령제의 제왕적 권력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지방분권형 개헌론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헌법이 지방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하자면 권한이 지방정부에 있어야 하는데, 헌법이 사사건건 지방정부의 권한 행사를 막고 있다. 그래서 자치 관련 제반 세력들은 ‘지방분권개헌’ 기치 아래 단결하여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주민자치권, 자치경찰권 등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치 관련 세력의 지방분권형 개헌 참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치가 왜 중요한지, 중요하다면 교육자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필요한 일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아직 형성하지 못했다. 교육자치란 당연히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교육자치를 튼튼하게 할 분권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육자치는 미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분권이 왜 중요한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앞으로 교육자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 교육분권이 중요할까? 다양성 때문이다. 교육이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그 다양성은 인간이 터전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역의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돕기 힘들다. 지금은 지방정부에 충분한 교육권한이 없다. 결국 교육개혁의 선결조건은 지방분권이다. 비용측면에서도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재정이나 인력 등 비용 측면에서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방분권이 되면 부여된 권한 행사에 익숙해진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 이야기다. 스위스는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스위스 헌법에 학교교육은 지방정부의 권한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정책과 관련해 법률을 제정할 때는 반드시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완전한 지방분권 체제에서는 모든 사무의 처리 권한이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중에서도 기초정부에 그 권한이 있다. 기초단위에서 어떤 업무의 처리가 불가능할 때 위 단계의 정부에 경비를 주고 그 처리를 맡기는 원리가 지방분권체제에 적용된다. 따라서 교과과정, 교원정책, 재정 등 모든 학교 업무가 지방정부의 소관인 것이다. 우리도 교육분권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면 지방정부의 교육사무에 대한 정책 결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이 새롭게 허용한 교육자치 법률을 제·개정하고 폐지하는 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의 집행에서도 주민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의 제도를 통한 주민통제는 필수적이다.

교육자치 실천을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의 답으로는 교육협치제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자치회연합, 교육전문가, 지방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교육행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물론 교육자치 활동에 교육분권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그 내용을 마련하고 관철을 위해 매진하는 일은 훨씬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개헌 정국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대선 전 개헌,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주장이 난무한다. 개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해서야 쓰겠는가. 개헌은 냉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자연스럽게 대폭 축소된다. 오로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할 뿐이다.

이민원 |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지난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초·중학교의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그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3월15일까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확정, 고시된다. 학습지도요령은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 등을 정한 기준으로 교과서 집필과 검정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후 초·중학교 교과서는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집필되며, 교과서 검정과 채택 등의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는 2020년, 중학교는 2021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각각 사용된다. 이번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은 초·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내용을 다룰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의 경우, ‘학습지도요령’은 물론 그것을 상세히 설명한 ‘학습지도요령 해설’에조차 독도가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이미 독도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고, ‘독도는 일본의 영토’ ‘1905년 시마네(島根)현에 편입’ ‘한국이 불법 점거’ 등으로 약간씩 다르게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집필되는 교과서에는 모두 통일적으로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내용을 기술할 것이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가 아니라는 것은 1877년 일본의 최고 행정기관인 태정관(太政官)의 지령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울릉도 외 1도(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는 태정관 지령은 지금도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잘 보관되어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기하기로 한 내용을 전한 지난 28일자 요미우리신문 1면 기사. 연합뉴스

한편,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은 지리, 역사, 공민 분야로 나누어져 있고, 그 내용은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것에 입각하고 있으나 교과 분야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리 교과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역사 교과는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는 내용을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즉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지리 교과의 내용과,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했다’는 역사 교과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였다면 새롭게 편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은 그 모순을 극복해보고자 궁여지책으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보지만,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조치’는 러일전쟁 중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를 은밀히 탈취한 불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공민 분야는 ‘독도에 관한 문제와 관련하여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학교 공민 교과서에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반영하여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고 한국에 제안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고유영토이며, 국제법적으로도 한국이 계속적으로 영유, 관할해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의도하는 일본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본이 진정으로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더 이상 독도에 대해 부당한 도발이나 거짓된 주장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이번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 개정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고, 그에 앞서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2005년 ‘죽도(竹島)의 날’ 조례 제정 이래 지속적으로 독도를 학습지도요령에 기재할 것을 정부나 교과서 출판사 측에 요청해 왔다. 시마네현의 요청서를 보면,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기술을 요구한 의도를 알 수 있는데,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독도 교육을 시키는 것이 독도에 관한 국민 여론 확산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의 거짓된 주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일본 측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양심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일본의 집요한 영유권 주장에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되겠지만, 조금도 흔들릴 이유는 없다. 독도의 진실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을 한 학교가 전국 중·고교 중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마감 시한을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독려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이로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5429개 중·고교 중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경북 경산의 문명고 등 경북 지역의 2개 사립고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가 교사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국립고 교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며 독려했지만 연구학교를 신청한 국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04%에 그쳤다. 2014년 0%대의 채택률로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27일 ‘국정화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외면당한 이유는 명백하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데다 역사적인 사실 오류만 수백건에 달하는 함량 미달의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학교의 자율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성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건강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왜 사지 않느냐고 어깃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꼼수를 쓰려 하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는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안될 일이다. 보조교재 사용 방침은 국정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주 교재로 의무사용토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자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0.1%도 안되는 채택률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가 담겨 있다.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쏟아붓고도 학교가 거부한 최악의 불량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쌤! 이 기사 좀 보세요.” 한 학생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교육단체의 대학입시 전형 관련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희망 직업이 기자인 그 학생은 종종 언론 기사를 들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마침 그 단체의 보도자료를 갖고 있어서 건네주고 다음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단체의 조사 내용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조사 자체에 더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를 준비하는데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교과 내신 시험과 수능이라고 응답한 것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수능 전형이 아닌 학종을 비판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것은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 같거든요.”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이 아주 중요하고, 또 아직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등급도 적용하거든, 그래서 그렇게 발표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정시 수능전형을 비판해야죠. 이런 방식의 주장은 옆집 아이가 시험을 망쳤으니까 친구인 내가 야단을 맞아야 된다는 논리가 아닌가요?”

“네 말대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네가 지적한 것은 설문조사 연구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문제들이지. 첫째, ‘시각의 오류’. 이것은 조사자는 잘 알고 있지만 응답자들이 잘 모르고 헷갈릴 수 있는 설문 문항의 문제이지. 이 조사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설문 문항 안에 있는 ‘학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종=현행 모든 대입전형요소의 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설문을 했던 것이지. 둘째, ‘욕심과 문맥의 오류’, 한 질문에 두 개 이상의 질문을 섞는다거나, 여러 개 용어의 의미를 섞어서 조사를 한 것이지. 이 조사에서도 학종과 대학입시의 다른 요소들의 의미를 섞어서 질문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단다. 셋째, ‘체면의 오류’, 당연한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질문을 한 경우이지. 우리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그렇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제시된 문항 내에서 대학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잘 모르는 ‘학종’이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것도 그런데요, 이미 학종에서 평가하지 않는 ‘R&E’나 ‘외부 인증 시험’ 같은 것까지도 문제가 되는 학종의 평가 요소라고 왜 강조를 했을까요?”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거든. 학종의 평가 내용에 이미 그런 내용들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교육단체에서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조사와 발표까지 한 것을 보면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지.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의 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문제가 많네요. 이런 내용을 조사해서 개학 후 수업시간에 발표해봐야겠어요. 사회 선생님이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잘 써주시겠죠? 아! 맞다. 교내 교과심화 탐구대회에도 출품하면 되겠네요. 하하하.”

학종을 비판하는 기사를 학종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밝은 웃음이 추운 겨울을 싱그럽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졸업이 끝이자 곧 시작이라는 말은 교사에게 생활기록부와 학교교육계획서라는 말로 다가온다. 교사의 한 해는 생활기록부 마감으로 끝나며, 새 학년 교육계획서로 시작한다. 그래서 2월의 학교는 분주하다. 교육청에서는 장학사들을 학교에 보내 생활기록부와 다음 학년도 교육계획에 대한 점검을 하는데, 올해는 정유라 사건 때문에 유난히 점검이 깐깐하다.

사실 정유라 사건의 본질은 권력자와 그에 결탁한 학교 관리자가 교사에게 행사한 부당한 지시와 압력이지, 교사의 생활기록부 작성 부실이 아니다. 교사가 생활기록부 작성이나 성적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외부압력을 받았는지 여부가 점검의 대상이 되어야지, 문장부호, 날짜 입력방법, 서술방식 따위의 지엽적인 것들까지 하나하나 붙들고 꼬투리 잡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른바 ‘알파고 시대’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면서 쏟아지는 ‘창의 융합 교육’에 대한 요청과 이 사소한 꼬투리들이 부딪쳐 학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쪽에서는 훈령과 지침으로 생활기록부 작성에 사용되는 문장부호, 표기방법을 세세하게 규정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획일적 서술을 지양하고 학생의 역량이 드러나도록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기록을 하라고 한다. 이쪽도 저쪽도 교육부의 지침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다. 교육부의 생활기록부 작성요령은 표기법, 문장부호, 문장 서술방식, 뉘앙스에 이르기까지 200쪽이 넘을 정도로 세세하다. 학생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서술하다 보면 이 200쪽의 규정에 반드시 걸린다. 그럼 고치고 다시 써야 하니 교사들은 다양성, 창의성보다는 이 200쪽의 규정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모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가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창의적이지 못한 획일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한쪽에서는 왜 똑같이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고, 다른 쪽에서는 왜 창의적으로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는 셈인데, 한마디로 둥근 네모를 그리라는 꼴이다.

우리나라 학교는 곳곳에 둥근 네모를 그리라는 요구로 가득하다. 오지선다형 평가를 지양하고 학생의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행평가와 논술의 비중을 늘리라는 공문이 날아오기가 무섭게,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높여 민원의 소지가 없도록 하라는 ‘관리 철저, 감사 및 징계사례’ 따위 공문이 날아온다.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창의성과 동시에 극대화하라니 또 둥근 네모가 된다.

둥근 네모는 그릴 수 없는 도형이다. 그릴 수 없는 도형을 그리라고 요구하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는 척하는 것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문서주의와 형식주의가 싹튼다. 대체로 ‘객관성’에서 문제가 생기면 ‘객관적’인 징계를 받지만 ‘창의성’이 부족하면 그냥 지적만 받고 말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들은 객관성에 집중하고, 창의성은 각종  문서로만 처리하여 열심히 한 척만 하고 넘어간다. 창의성 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네모의 시대가 끝나고 동그라미를 원한다면 도형의 모서리가 조금 뭉툭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모서리의 각을 포기하지 않고 동그라미를 그리라고 하면 결국 남는 것은 네모밖에 없다. 2017년에는 둥근 네모가 아니라 동그라미 하나라도 제대로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 2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고교 <한국사>에서만 역사적 사실 왜곡과 기초적인 오류가 653건에 달하는 ‘부실 교과서’로 판명났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에 이어 최종본마저도 교과서라고 하기에 낯부끄러운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제2의 교학사 교과서’로 불릴 만큼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질 좋은 역사교과서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어제 고교 <한국사>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역사적 사실 오류, 부적절한 서술, 편향적 기술, 비문 등 653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미 폐기된 학설을 썼거나 역사적 선후관계를 잘못 기술한 것은 물론 날짜가 틀리는 등 기초적인 사실 오류도 허다했다. 임시정부에서 외무총장을 지낸 김규식이 전권대사로 임명됐다고 하거나 일제가 조선 귀족에게 준 은사금을 사례금으로 잘못 기술했다. 고려 왕건이 조세 감면을 실시한 것은 건국(918년) 직후였는데도 후삼국 통일 이후라고 서술했다.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주도한 것은 독서회인데도 성진회로 기술하는 오류를 범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줄였다는 점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이승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서술했다. 또 박정희와 관련된 부정적 사실을 감추기 위해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가 관권 동원, 밀가루 대량 살포 등 부정으로 얼룩졌는데도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단순 기술했다.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박근혜표 교과서’를 붙들고 국정화를 강행해온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들여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것도 모자라 역사적 사실 오류로 가득 찬 국정 교과서로 미래세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최종본에서 확인된 오류를 다시 수정해 3월부터 연구학교에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의 혼선을 막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 않게 하려면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는 교문위를 통과한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