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문명고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며 5일째 교내 시위 중이다. 학생들이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은 단 며칠 만에 목표치 1만명을 넘어섰다.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밀어붙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문명고 사태는 여론무시와 꼼수, 편법으로 얼룩진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교장은 학교운영위원 다수가 반대하자 학부모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설득작업을 벌였다. 교사들에게는 찬성 서명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은 교사는 보직해임했다. 학생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등교하지 못하도록 자율학습 폐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학생들은 결국 항의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학교 지정 문제를 떠나 재단과 교장의 일방적 학교 운영 자체만으로도 반교육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학교 운영은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커녕 혼란과 분열만 낳을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문명고의 독단적 결정 과정은 박근혜 정권 교육당국의 행태를 빼닮았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교사 다수가 반대하자 연구학교 지정 요건 가운데 ‘교사 80% 동의’ 항목을 삭제했다. 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지정을 추진할 길을 터준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 승진 가산점과 연구지원비 1000만원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응하는 곳이 없자 마감 시한을 5일 더 연장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준식 부총리는 국정 역사교과서 선택권을 침해하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이 정권은 교육 문제에서도 채찍과 당근이란 비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술 분량이 세종대왕의 7배를 넘을 만큼 편향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오류도 수백개가 넘는다. 전국 5000여 중·고교 중 문명고 단 한 곳만 연구학교로 지정되는 초라한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어제는 고교생 92%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역사왜곡 가능성, 편향된 역사의식, 집권당 성향 편중 등이 반대 사유였다. 고교생들도 알고 있는 문제점을 정작 당국자들은 모른다니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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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되지 않았어야 한다. 대체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가 얼마나 되나? 국정화를 중도에 그만둘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정말 많은 국민이 반대했을 때, 정책을 추진한 세력이 탄핵당했을 때, 교육부 스스로 올바른 교과서란 명칭을 포기할 정도로 편향과 부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을 때가 그랬다. 그런데 이게 뭔가? 교육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온갖 꼼수를 동원하고 갖은 혜택을 준다는데도 채택하는 학교가 없다.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깔아뭉개고 억지로 밀어붙였던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나서 반대한다. 대자보를 쓰고, 집회를 하고, 필리버스터를 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처음부터 역사교육 발전을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업무일지에서 드러났듯이 정권이 국민 편가르기를 통해 권력 기반을 다지려고 진행한 일이다. 주범이 단죄를 받고 있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목적으로, 같은 시기에 추진된 일이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가 학생들에게, 교육부가 국민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국정교과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국·검정 혼용이니, 연구학교니, 보조교재로 보급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교학사 검정 통과부터 3년 반 동안의 일을 교훈 삼아 역사교육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토론을 시작하자. 어떤 역사교육은 안 되는지, 어떤 역사교육을 지향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자. 99.9% 학교가 채택한 교과서가 편향되었고 그 나머지 0.01%가 상식적이고 올바르다는 억지주장일랑 거두고, 헌법정신과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민주시민 형성을 위한 역사교육의 방향을 토론해보자.

차제에 교과서 형태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선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나열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한 5지선다형 지식 교육은 이제 끝내자. 토론수업이 가능하도록 풍부한 자료를 싣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한 완전히 달라진 교과서도 상상해보자.

현재 진행하는 검정 일정은 일단 중지해야 한다. 44억원을 들여 1년 반 동안 만든 책에서 엄청난 오류와 편향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대체 왜 편향되었다는 지금 집필기준을 적용하여 다섯 달 만에 검정교과서를 만들라고 강요하는가. 2017년에는 우선 역사교육의 내용이나 교과서의 형태에 대하여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마련하는 해로 정하자. 검정 방식도 손을 보자. 최소한 지금 교육부가 정해놓은 1년6개월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 교육부가 검정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검정 기관의 내용 개입은 최소화하되, 전문가를 충분히 투입하여 오류가 없는 책을 만들자. 국정교과서 개발에 들인 돈의 10분의 1만 들여도 가능한 일이다.

새 교과서가 개발될 때까지는 지금 교과서를 그대로 쓰면 된다. 어차피 지금 교과서는 이명박 정부가 내용기준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했으며, 그러고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은 강제수정까지 했다. 그 책을 2020년까지 쓰면 위 일정을 확보할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역사가 요즘처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 역사교육을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활용하고, 그때마다 국민들이 이리저리 편을 갈라 갈등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존엄하다. 우리 헌법 10조의 가치다. 차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다름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하며, 서로 다른 이들이 소통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는 역사교육을 할 수 없을까? 권력이 부당하게 역사를 이용하려 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다. 역사교육은 교사와 역사학자들에게 맡기고, 교육부나 정치권은 다른 일을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학생들은 역사 말고도 여러 교과를 배우며, 교육당국은 교과 공부와 관련된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 교육부 장관이 공대 교수 출신인 걸로 안다. 국정교과서 문제로 씨름하지 말고, 잘하실 수 있는 일로 국가에 헌신하길 바란다.

김육훈 | 역사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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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무척 많았던 것처럼 제목을 붙였지만 실제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일부였다. 그중 성공한 혁신학교는 또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일부의 일부에 불과했던 학교가 준 희망은 대단했다.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일들이 실현됐다. 성공한 혁신학교는 주입식·암기식·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고 보았던 토론과 발표 위주의 수업을 학교 차원에서 실현했다. 강압적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학생을 존중하는 새로운 생활지도를 학교 차원에서 실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그중의 한 명이 조정래 작가다. 그의 교육소설 <풀꽃도 꽃이다>에는 “여긴 지옥, 거긴 천국”이란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여기서 지옥은 일반학교, 천국은 혁신학교다. 물론 과장과 일반화가 좀 지나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래의 소설은 어떤 사실 하나를 진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혁신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는 그 사실 말이다.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린 2014년 지자체 선거를 기억하는가? 당시 많은 사람들은 혁신학교가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혁신학교를 ‘전교조 공작소’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체계를 갖고 있던 보수언론(조선일보 2014년 6월10일자 류근일 칼럼)이 진보교육감 시대를 부정적으로 보았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혁신학교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제목을 붙였지만 지금도 혁신학교는 여전히 존재한다.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가 사라진 것처럼 표현한 것은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별처럼 빛나는 성과를 낸 혁신학교들이 점차 평범한 학교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별들을 대신하여 새로 빛나는 별들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혁신학교라는 말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아졌어요.” “사람들은 다 여기저기 흩어져 버리고 잔해와 잔상만 남았지요.” “여기서 전근 갈 때 또다시 혁신학교를 지원하는 교사들이 없어요.” 혁신학교 교장과 교사들의 말이다.

나는 혁신학교를 높이 평가했지만 그 미래까지 밝게 보지는 않았다. 혁신학교의 성공은 제도와 법령의 혁신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다. 교육의 제도와 법령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혁신학교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이었다. 변화를 열망하는 교사들이 혁신학교에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동시에 투입했기에 혁신학교의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오래 지속되거나 다른 학교로 널리 확산된다는 것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다. 나는 우리나라 학교를 네모난 바퀴가 달린 수레에 비유하곤 한다. 누가 끌어도 멀리 갈 수 없는 수레다. 혁신학교 교사라고 해서 둥근 바퀴 수레를 끌었던 게 아니다. 그들 또한 네모난 바퀴의 수레를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제법 먼 거리를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혁신학교다운 혁신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라지고 있으니 담담하게 생각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 많던 혁신학교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고 있는가?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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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사태의 근원을 대통령제의 제왕적 권력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지방분권형 개헌론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헌법이 지방자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하자면 권한이 지방정부에 있어야 하는데, 헌법이 사사건건 지방정부의 권한 행사를 막고 있다. 그래서 자치 관련 제반 세력들은 ‘지방분권개헌’ 기치 아래 단결하여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주민자치권, 자치경찰권 등을 부여하도록 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자치 관련 세력의 지방분권형 개헌 참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치가 왜 중요한지, 중요하다면 교육자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그 필요한 일을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아직 형성하지 못했다. 교육자치란 당연히 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교육자치를 튼튼하게 할 분권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교육자치는 미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분권이 왜 중요한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앞으로 교육자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른다. 왜 교육분권이 중요할까? 다양성 때문이다. 교육이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그 다양성은 인간이 터전을 두고 있는 지역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지역의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돕기 힘들다. 지금은 지방정부에 충분한 교육권한이 없다. 결국 교육개혁의 선결조건은 지방분권이다. 비용측면에서도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재정이나 인력 등 비용 측면에서 다양성에 입각한 교육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방분권이 되면 부여된 권한 행사에 익숙해진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교육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교육자치를 보장할 개헌 이야기다. 스위스는 중앙정부에 교육부가 없다. 스위스 헌법에 학교교육은 지방정부의 권한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교육정책과 관련해 법률을 제정할 때는 반드시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다.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 이유는 완전한 지방분권 체제에서는 모든 사무의 처리 권한이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중에서도 기초정부에 그 권한이 있다. 기초단위에서 어떤 업무의 처리가 불가능할 때 위 단계의 정부에 경비를 주고 그 처리를 맡기는 원리가 지방분권체제에 적용된다. 따라서 교과과정, 교원정책, 재정 등 모든 학교 업무가 지방정부의 소관인 것이다. 우리도 교육분권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면 지방정부의 교육사무에 대한 정책 결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헌법이 새롭게 허용한 교육자치 법률을 제·개정하고 폐지하는 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의 집행에서도 주민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등의 제도를 통한 주민통제는 필수적이다.

교육자치 실천을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의 답으로는 교육협치제도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민자치회연합, 교육전문가, 지방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교육행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물론 교육자치 활동에 교육분권이 선결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그 내용을 마련하고 관철을 위해 매진하는 일은 훨씬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개헌 정국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대선 전 개헌, 이원집정부제 개헌 등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주장이 난무한다. 개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해서야 쓰겠는가. 개헌은 냉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분권형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자연스럽게 대폭 축소된다. 오로지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할 뿐이다.

이민원 | 광주대 교수·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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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초·중학교의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처음으로 명기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그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3월15일까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확정, 고시된다. 학습지도요령은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 등을 정한 기준으로 교과서 집필과 검정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후 초·중학교 교과서는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집필되며, 교과서 검정과 채택 등의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는 2020년, 중학교는 2021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각각 사용된다. 이번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은 초·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내용을 다룰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의 경우, ‘학습지도요령’은 물론 그것을 상세히 설명한 ‘학습지도요령 해설’에조차 독도가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이미 독도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고, ‘독도는 일본의 영토’ ‘1905년 시마네(島根)현에 편입’ ‘한국이 불법 점거’ 등으로 약간씩 다르게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집필되는 교과서에는 모두 통일적으로 ‘독도는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내용을 기술할 것이다. 하지만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가 아니라는 것은 1877년 일본의 최고 행정기관인 태정관(太政官)의 지령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울릉도 외 1도(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이라는 태정관 지령은 지금도 일본 국립공문서관에 잘 보관되어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학교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기하기로 한 내용을 전한 지난 28일자 요미우리신문 1면 기사. 연합뉴스

한편, 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은 지리, 역사, 공민 분야로 나누어져 있고, 그 내용은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것에 입각하고 있으나 교과 분야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리 교과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역사 교과는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순될 수밖에 없는 내용을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즉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는 지리 교과의 내용과,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했다’는 역사 교과의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였다면 새롭게 편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은 그 모순을 극복해보고자 궁여지책으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보지만, 1905년 일본의 ‘독도 편입조치’는 러일전쟁 중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를 은밀히 탈취한 불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그리고 공민 분야는 ‘독도에 관한 문제와 관련하여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학교 공민 교과서에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반영하여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고 한국에 제안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도는 역사적으로 한국의 고유영토이며, 국제법적으로도 한국이 계속적으로 영유, 관할해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독도의 분쟁 지역화를 의도하는 일본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일본이 진정으로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면 더 이상 독도에 대해 부당한 도발이나 거짓된 주장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이번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 개정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되었고, 그에 앞서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2005년 ‘죽도(竹島)의 날’ 조례 제정 이래 지속적으로 독도를 학습지도요령에 기재할 것을 정부나 교과서 출판사 측에 요청해 왔다. 시마네현의 요청서를 보면,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기술을 요구한 의도를 알 수 있는데, 초·중·고등학생들에게 독도 교육을 시키는 것이 독도에 관한 국민 여론 확산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의 거짓된 주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일본 측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양심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일본의 집요한 영유권 주장에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되겠지만, 조금도 흔들릴 이유는 없다. 독도의 진실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홍성근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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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위한 연구학교 신청을 한 학교가 전국 중·고교 중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가 마감 시한을 닷새 연장하면서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독려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이로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5429개 중·고교 중 경북 영주의 경북항공고, 경북 경산의 문명고 등 경북 지역의 2개 사립고교만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연구학교를 신청했다. 경북 구미의 오상고는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가 교사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교육부는 국립고 교장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며 독려했지만 연구학교를 신청한 국립고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04%에 그쳤다. 2014년 0%대의 채택률로 학교 현장에서 퇴출당한 교학사 교과서의 재판이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27일 ‘국정화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정화 역사교과서 반대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전국 중·고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가 외면당한 이유는 명백하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데다 역사적인 사실 오류만 수백건에 달하는 함량 미달의 ‘박근혜표 국정교과서’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학교의 자율 선택을 방해하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협박성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했다. 건강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에게 왜 사지 않느냐고 어깃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꼼수를 쓰려 하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에는 수업 보조교재 형태로 배포하겠다는 것이다. 안될 일이다. 보조교재 사용 방침은 국정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주 교재로 의무사용토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자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 신청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0.1%도 안되는 채택률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가 담겨 있다.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쏟아붓고도 학교가 거부한 최악의 불량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그게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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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이 기사 좀 보세요.” 한 학생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교육단체의 대학입시 전형 관련 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희망 직업이 기자인 그 학생은 종종 언론 기사를 들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마침 그 단체의 보도자료를 갖고 있어서 건네주고 다음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단체의 조사 내용 대부분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조사 자체에 더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지?”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를 준비하는데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이 교과 내신 시험과 수능이라고 응답한 것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수능 전형이 아닌 학종을 비판하는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것은 억지로 끌어다 붙인 것 같거든요.”

“학종에서도 내신 성적이 아주 중요하고, 또 아직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등급도 적용하거든, 그래서 그렇게 발표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학생부 교과전형이나 정시 수능전형을 비판해야죠. 이런 방식의 주장은 옆집 아이가 시험을 망쳤으니까 친구인 내가 야단을 맞아야 된다는 논리가 아닌가요?”

“네 말대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 네가 지적한 것은 설문조사 연구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문제들이지. 첫째, ‘시각의 오류’. 이것은 조사자는 잘 알고 있지만 응답자들이 잘 모르고 헷갈릴 수 있는 설문 문항의 문제이지. 이 조사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설문 문항 안에 있는 ‘학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종=현행 모든 대입전형요소의 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설문을 했던 것이지. 둘째, ‘욕심과 문맥의 오류’, 한 질문에 두 개 이상의 질문을 섞는다거나, 여러 개 용어의 의미를 섞어서 조사를 한 것이지. 이 조사에서도 학종과 대학입시의 다른 요소들의 의미를 섞어서 질문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나타났단다. 셋째, ‘체면의 오류’, 당연한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질문을 한 경우이지. 우리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동의하지. 그렇다보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제시된 문항 내에서 대학입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잘 모르는 ‘학종’이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것도 그런데요, 이미 학종에서 평가하지 않는 ‘R&E’나 ‘외부 인증 시험’ 같은 것까지도 문제가 되는 학종의 평가 요소라고 왜 강조를 했을까요?”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거든. 학종의 평가 내용에 이미 그런 내용들이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교육단체에서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것을 근거로 조사와 발표까지 한 것을 보면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지. 어쩌면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의 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문제가 많네요. 이런 내용을 조사해서 개학 후 수업시간에 발표해봐야겠어요. 사회 선생님이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잘 써주시겠죠? 아! 맞다. 교내 교과심화 탐구대회에도 출품하면 되겠네요. 하하하.”

학종을 비판하는 기사를 학종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들의 놀라운 아이디어와 밝은 웃음이 추운 겨울을 싱그럽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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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 끝이자 곧 시작이라는 말은 교사에게 생활기록부와 학교교육계획서라는 말로 다가온다. 교사의 한 해는 생활기록부 마감으로 끝나며, 새 학년 교육계획서로 시작한다. 그래서 2월의 학교는 분주하다. 교육청에서는 장학사들을 학교에 보내 생활기록부와 다음 학년도 교육계획에 대한 점검을 하는데, 올해는 정유라 사건 때문에 유난히 점검이 깐깐하다.

사실 정유라 사건의 본질은 권력자와 그에 결탁한 학교 관리자가 교사에게 행사한 부당한 지시와 압력이지, 교사의 생활기록부 작성 부실이 아니다. 교사가 생활기록부 작성이나 성적 처리 과정에서 부당한 외부압력을 받았는지 여부가 점검의 대상이 되어야지, 문장부호, 날짜 입력방법, 서술방식 따위의 지엽적인 것들까지 하나하나 붙들고 꼬투리 잡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른바 ‘알파고 시대’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면서 쏟아지는 ‘창의 융합 교육’에 대한 요청과 이 사소한 꼬투리들이 부딪쳐 학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한쪽에서는 훈령과 지침으로 생활기록부 작성에 사용되는 문장부호, 표기방법을 세세하게 규정하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획일적 서술을 지양하고 학생의 역량이 드러나도록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기록을 하라고 한다. 이쪽도 저쪽도 교육부의 지침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다. 교육부의 생활기록부 작성요령은 표기법, 문장부호, 문장 서술방식, 뉘앙스에 이르기까지 200쪽이 넘을 정도로 세세하다. 학생들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서술하다 보면 이 200쪽의 규정에 반드시 걸린다. 그럼 고치고 다시 써야 하니 교사들은 다양성, 창의성보다는 이 200쪽의 규정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모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가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창의적이지 못한 획일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한쪽에서는 왜 똑같이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고, 다른 쪽에서는 왜 창의적으로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는 셈인데, 한마디로 둥근 네모를 그리라는 꼴이다.

우리나라 학교는 곳곳에 둥근 네모를 그리라는 요구로 가득하다. 오지선다형 평가를 지양하고 학생의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수행평가와 논술의 비중을 늘리라는 공문이 날아오기가 무섭게,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높여 민원의 소지가 없도록 하라는 ‘관리 철저, 감사 및 징계사례’ 따위 공문이 날아온다.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창의성과 동시에 극대화하라니 또 둥근 네모가 된다.

둥근 네모는 그릴 수 없는 도형이다. 그릴 수 없는 도형을 그리라고 요구하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는 척하는 것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문서주의와 형식주의가 싹튼다. 대체로 ‘객관성’에서 문제가 생기면 ‘객관적’인 징계를 받지만 ‘창의성’이 부족하면 그냥 지적만 받고 말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들은 객관성에 집중하고, 창의성은 각종  문서로만 처리하여 열심히 한 척만 하고 넘어간다. 창의성 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네모의 시대가 끝나고 동그라미를 원한다면 도형의 모서리가 조금 뭉툭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모서리의 각을 포기하지 않고 동그라미를 그리라고 하면 결국 남는 것은 네모밖에 없다. 2017년에는 둥근 네모가 아니라 동그라미 하나라도 제대로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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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고교 <한국사>에서만 역사적 사실 왜곡과 기초적인 오류가 653건에 달하는 ‘부실 교과서’로 판명났다. 교육부는 현장검토본에 이어 최종본마저도 교과서라고 하기에 낯부끄러운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제2의 교학사 교과서’로 불릴 만큼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질 좋은 역사교과서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어제 고교 <한국사>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역사적 사실 오류, 부적절한 서술, 편향적 기술, 비문 등 653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미 폐기된 학설을 썼거나 역사적 선후관계를 잘못 기술한 것은 물론 날짜가 틀리는 등 기초적인 사실 오류도 허다했다. 임시정부에서 외무총장을 지낸 김규식이 전권대사로 임명됐다고 하거나 일제가 조선 귀족에게 준 은사금을 사례금으로 잘못 기술했다. 고려 왕건이 조세 감면을 실시한 것은 건국(918년) 직후였는데도 후삼국 통일 이후라고 서술했다.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주도한 것은 독서회인데도 성진회로 기술하는 오류를 범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에 대한 부정적 서술을 줄였다는 점이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총지휘한 이승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이승만 정권이 부통령에 자유당 이기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3·15 부정선거를 자행했다”고 서술했다. 또 박정희와 관련된 부정적 사실을 감추기 위해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가 관권 동원, 밀가루 대량 살포 등 부정으로 얼룩졌는데도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가 윤보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고 단순 기술했다.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박근혜표 교과서’를 붙들고 국정화를 강행해온 교육부는 국가예산 44억원을 들여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교과서를 제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친일·독재를 미화한 것도 모자라 역사적 사실 오류로 가득 찬 국정 교과서로 미래세대를 가르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최종본에서 확인된 오류를 다시 수정해 3월부터 연구학교에 보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더 이상의 혼선을 막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 않게 하려면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는 교문위를 통과한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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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중편소설 <소문의 벽>에서 주인공 박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던 기억에 괴로워한다. 한국전쟁 당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자는 어두운 방에서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전짓불을 들이대며 좌익인지 우익인지를 묻는다. 자기 신분도 말하지 않은 채 질문하는 행위는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는 오늘날 한국의 입시전쟁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수시전형이 확대된 요즘 입학의 결정권을 쥔 대학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어두운 곳에 숨어 학생들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물론 대학은 갖가지 입시자료집을 발행하고 설명회도 연다. 문제는 유용성에 있다. 간혹 실질적인 정보를 충실하게 담은 자료집을 내는 학교도 있으나, 대학이 유명해질수록 해설도 불친절해진다. 대학이 주최하는 설명회나 박람회 역시 자교 홍보행사에 가까워 구체성이 떨어진다. 우선 학생부 전형의 경우 1단계에 해당하는 서류전형 합격에 필요한 핵심 내신 기준이나 내신을 뛰어넘는 활동의 기준, 리더십과 봉사활동의 정량적 평가 기준 등은 알기 어렵다. 대학 박람회에서 상담한 학부모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관계자들의 설명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잦다. 자기소개서 관련 자료를 봐도 항목별 질문 의도와 작성 지침을 알려주기보다 합격자들 사례 일부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서류 전형 합격 기준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학은 거의 없으며 면접 문제의 답안 역시 없거나 가이드 제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논술 전형 역시 마찬가지다. 선행학습평가보고서 의무 제출 이후 약간 나아졌지만 아직도 예시답안을 공개하지 않거나 학생우수답안 정도로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부족하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채점 과정과 사례를 원한다. 감점과 가점이 기록된 채점 답안지를 확인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교수가 점수를 매긴 답안지를 공개하는 학교는 매우 적다. 학생들에게만 실력 공개를 요구하는 셈이다.

자료 부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과 대학 주변의 갖가지 주술적 진단에 귀를 기울인다. 신뢰하기 어려운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고, ‘사실은 이렇다’라는 식의 소문이 입시라는 벽 주변을 떠돈다. “○○대학교는 ○○외고 기준으로 내신 4등급 이내면 무조건 뽑아줘. 수능 잘 보면 논술은 채점도 제대로 안 하고 붙여준대. 수시에서 최저 학력 기준이 높으면 정시로 이월시켜 뽑으려는 거야.” 소문의 벽 밖에는 혼란을 방관하는 교육당국이 있다.

대학 입시 관련 보도의 댓글 1위 상당수는 ‘수능(심지어 학력고사)으로 뽑아라’이다. 대중들의 퇴행적인 반응은 입시 공정성 문제에서 수시전형이 취약하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방증한다. 수시는 학생선발 과정에서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선발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철저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학생 혼자 면접이나 논술을 준비해도 어려움이 없도록 좋은 자료들이 넘치도록 공급된다면 교육 기회의 공평성은 강화된다. 대학 입시를 둘러싼 억측 역시 크게 줄어 혼란은 잦아들 것이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의 효율적인 준비와 결과에 대한 승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질문자는 자기 의도를 공개한 뒤 대답을 들어야 한다. 입시 경쟁에서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경쟁의 도덕성은 과정의 정당성을 통해 인정된다는 점, 대학들은 유념하기 바란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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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입시제도를 또 바꿀 모양이다. 지금의 입시제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제해야 한다. 시점도 좋지 않다. 입시 개편은 정권 교체기에 얼렁뚱땅할 일이 아니다. 꼭 바꿔야 한다면 책임 소재라도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새 정권이 들어선 뒤에 해야 한다. 입시는 휘발성과 폭발력이 엄청나다. 잘못 건드리면 이번엔 교육부가 당할 수 있다. 안철수·박원순 같은 대선 주자들은 교육부 폐지론을 얘기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기,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 등으로 교육부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크다.

입시는 기본적으로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한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본다. 냉혹하지만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한다. 1등부터 50만등까지 줄도 세워야 한다. 예비고사든 학력고사든 지금의 수능이든 이 같은 입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시험의 횟수, 방식, 과목, 난이도, 원점수·표준점수 등의 조합을 추가해도 마찬가지이다. 해방 이후 70년간 우리는 입시에 관한 한 모든 시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한 결론은 하나, 입시로는 교육이나 사회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시를 바꾸면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내신 반영 비율을 올리면 학교 교육이 중시되고 교사 권위가 살아날지 모르지만 교실은 대입 전쟁터로 변한다. 수능 비중을 높이면 교내 경쟁은 줄지만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문제가 재발한다. 질량 불변의 법칙처럼 어느 것을 택하든 입시 경쟁과 입시 폐해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수능과 교육방송(EBS) 교재 연계 정책도 마찬가지다. 연계율을 높이면 수험생 부담이 줄지만 일선 학교의 수업이 획일적인 EBS 교재 풀이로 전락한다. 연계율을 낮추면 그 반대다. 결론은 제로섬이다. 수험생들의 부담과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해답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 입시업체 주최로 열린 대입합격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겨울방학 학습법, 대입 전형 등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나 요즘은 입시 개편 논의를 사교육계가 주도한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됐다. 수능으로 먹고사는 대형 학원들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날조된 학생부에 기반을 둔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학종 서비스 전문 소규모 학원들은 수능의 문제점을 강조한다. 입시 개선책을 논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다. 사교육업자들은 언제부턴가 입시 전문가로도 불린다. 학교나 교사보다 늘 한발 앞서고, 입시 당국 머리 위에서 논다. 정부의 입시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는 이미 ‘문·이과 통합 수능’ 마케팅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오는 5월까지 수능 개편 등 입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확정되면 올해 중3이 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바꿨으니 평가도 그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개정 교육과정은 융합형 인재 육성이 목적이다.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학원가는 4년 뒤 수능에서 문·이과생 모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치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학원가 예측이 맞을 것이다.

입시가 바뀌면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수험생들의 부담이나 입시 경쟁은 줄지 않는다. 반면 사교육시장엔 ‘블루 오션’이 열리고 활력이 돈다. 그렇잖아도 낮은 교육부 신뢰도는 더욱 추락한다. 그런데도 정권은 입시 개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왜일까. 전직 교육부 관료는 “잘 고치기만 하면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돈도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시는 사람들의 불만이 늘 많다. 복지 정책은 작은 것에도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지만 입시 정책은 세금을 더 걷을 필요도, 예산 당국을 설득할 필요도 없다.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한데도 대통령이나 장관이 입시 개편의 신기루를 좇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입시의 본령은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게 하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려면 저소득층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정도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에서 교사들이 좀 더 열심히 가르치게 해야 한다. 인재를 양성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입시를 약간 손보는 것으로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교육을 줄이며, 대한민국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이건 사기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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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다. 한국사는 이미 절대평가다. 다른 것들은 안 하나? 이왕 하는 것 내친김에 전부 하면 어떨까 싶다. 교육적으로 생각하면 수능은 절대평가제로 가는 것이 옳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입시는 현실이다. 수능 전체를 절대평가제로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문제가 되는 것은 (최)상위권 대학입시다. 상위권 대학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입시란 결국 줄을 세우는 일이다. 줄을 세워야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릴 수 있다. 입시는 상대평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냉혹한 상대평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수능 전부가 절대평가여서 영역마다 1등급 동점자가 수만명 나오면 어떻게 될까? 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엔 수능을 활용한 학생선발 자체가 곤란해질 것이다. 상위권 대학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학별 본고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먼저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다. 지금도 상위권 대학의 입시는 이미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일한 입시가 아니다. 교과 내신, 비교과 스펙, 수능 최저등급, 심층면접, 인성면접, 자기소개서 등이 종합된 입시다. 고교 간의 학력격차 때문에 교과 내신을 대안으로 삼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도 상위권 대학은 내신 위주의 입시인 학생부교과전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비교과 스펙을 대안으로 삼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으로는 줄을 세우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현재로서도 역량에 비해 과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자칫 무리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수능 최저등급, 인성면접, 자기소개서 등은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심층면접밖에 없다. 상위권 대학은 심층면접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다. 깊은 지식과 사고력을 요하는 심층면접은 지금도 이미 상위권 대학이 선호하는 입시다.

그리고 논술전형이 있다. 논술시험은 본고사가 폐지될 때 홀로 살아남았을 정도로 명분이 있는 시험이다. 자연계 논술시험은 실제로는 수학·과학 본고사라 해야 하지만 논술이란 이름으로 위장했기에 부활하여 존재할 수 있었다.

상위권 대학은 심층면접과 논술시험을 대안으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형태를 달리했을 뿐 모두 대학별고사다. 곧바로 본고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별고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차라리 수능을 지금처럼 철저한 상대평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판단하기 어렵다. 양쪽 다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학별고사의 부작용을 감수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면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 못할 이유가 없다. 사실 시험 그 자체로만 보면 논술고사나 심층면접이 수능보다 더 차원 높은 시험이다.

바둑에서 어떤 한 개의 돌이 악수인가 묘수인가는 그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상당부분 이후에 두어지는 다른 돌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좋은 정책이 될지, 나쁜 정책이 될지는 우리가 다른 입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적 당위가 입시의 현실에 패배하는 것만 보아왔다. 이제는 한번쯤 교육적 당위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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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등교과서에는 27개 한자어 어휘에 한자가 병기돼 있었다. 2016년 초등교과서에는 한자 병기가 대폭 줄어들었다. 13개 한자어 어휘에만 괄호 안에 한자가 병기됐다. 도덕 3학년 교과서에 효(孝), 로(老), 자(子), 도덕 5학년 교과서에 미(美), 양(羊), 대(大), 인(忍), 심(心), 인(刃), 법(法), 선생(先生), 선(先), 생(生) 등이 나왔다. 한자 병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2016년 12월30일 단 한 편의 정책 연구인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에 의거해서 2019년 초등 5~6학년부터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어 외 교과서에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추출된 한자 300자 가운데엔 勤(근), 執(집), 戰(전), 消(소), 端(단), 競(경), 關(관), 題(제), 領(령) 등 중학교용 한자 251자와 介(개), 倍(배), 制(제), 吸(흡), 周(주), 器(기), 域(역), 境(경), 妥(타) 등 고등학교용 한자 49자가 포함됐다. 초등생에게는 어려운 중학교용 한자와 고등학교용 한자가 너무도 많이 들어 있다. 천자문에도 안 나오는 한자도 15자나 포함되어 있다. 邊(변), 驗(험), 濕(습), 緯(위), 態(태), 壓(압), 導(도), 構(구), 劇(극), 管(관), 疏(소), 菌(균), 演(연), 慾(욕), 點(점) 등이 그것이다.

정책 연구자들은 邊자를 알아야 할 이유로 수학에 나오는 평행사변형과 대응변이라는 학습 용어에서 그 근거를 들었다. 이들은 ‘平行四邊形(평행사변형)’과 ‘對應邊(대응변)’이라는 한자와 함께 한자의 음과 훈을 교과서에 제시해야만 이 용어의 개념이 파악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邊자의 음과 훈을 어떻게 풀어야 이 학습 용어의 개념이 파악되는가? ‘가 변’과 ‘가장자리 변’으로 표기하면 풀리는가? 풀리지 않는다. 邊자의 여러 뜻 가운데 ‘변 변’으로 해야 풀린다. <자전>은 ‘변 변’을 “다각형을 둘러싼 선”으로 풀이했다. 결국 수학 용어로 풀이해야만 한다. 학교 선생님이 평행사변형을 쉬운 우리말인 ‘나란히꼴’로, 대응변을 ‘짝진변’으로 풀이하면서 수학 용어로 설명해야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다. 한자와 한자의 음과 훈만을 제시한다고 개념이 설명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선정된 한자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연구자들은 초등학생들이 假(가)자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학에 나오는 ‘가분수’라는 용어를 알려면 한자 ‘假分數’와 음과 뜻을 풀이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거짓 가’, ‘가짜 가’, ‘임시 가’로도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풀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가분수라는 수학 용어는 선생님이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분모보다 분자가 더 큰 수”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교육부는 초등 5∼6학년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학습 이해에 혼란만 더 주는 한자가 많이 선정됐다.

초등학교 수준에 맞지 않는 매우 어려운 중학교용 한자와 고등학교용 한자가 상당수 포함돼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만 더 지울 게 뻔하다. 이번에 선정된 한자 300자는 엉터리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초등용 한자 300자 공표를 뒤로 미루기를 바란다.

박용규 |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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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도발 사례를 대폭 늘린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지 않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판사가 심사본을 제출하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들로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탈락하면 교과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역사교과서 필진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 부정이자 무원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위탁으로 역사 교수와 중·고교 교사 13명이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정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해당 집필기준은 시안으로만 남아있다.

시민에게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려볼 요량으로 꼼수만 쓰고 있는 교육부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 부역해온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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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해도 고등학교의 모습을 전한 언론 기사들 중 상당수는 ‘학교 교육의 위기’를 말했다. 대표적인 학교 위기의 유형이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였다. 학교가 수면실이 된 것은 주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나타났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곳에서도 드물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서 ‘학교 담임이 때리면 ‘동영상’ 난리…그러나 학원 선생님은 ‘OK’?’라는 기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성적 향상이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들은 학원에서의 체벌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성적에 민감한 학생들 역시 학원 체벌에 관대하긴 마찬가지다’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 설명은 학생들의 대학입시는 사교육으로 준비한 수능시험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학교생활은 단지 법적으로 졸업장을 받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내가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입시 관련 팁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띄는 방법’이다. 요즘 대학입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성취를 기록하는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에 하나라도 더 기재되는 것이 중요해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들려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예습과 복습을 잘하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거기에 덧붙여 예습·복습 내용을 청소년들이 잘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준비를 하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인데도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직접 실천해 보고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해온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입시환경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최근 학원 강사가 학생들의 학생부기재를 대필해 주었다고 고백하는 기사가 있었다. ‘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종에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앞서의 사례와 같이 지난 시절의 사교육은 학교의 수업 자체를 붕괴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 학종 대비 교육상품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그럴듯하게 ‘대필’해 주는 정도에 불과해 입학사정관들이 속아주기만을 바라는 수준이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라는 교사들의 업무량 과다도 학급당 인원 감소와 교무행정 지원 인력의 확대 등으로 점차 해결해 나가면 되기 때문에 과거 수능 사교육을 둘러싼 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올해 입시에서도 수능에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을 ‘학종의 기적’이 사교육 청정지역(?)인 변두리, 시골동네의 수많은 학생들에게 일어났다. 사교육계가 학종을 상품화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처럼 학생부 대필이나 각 대학에서 이미 배제해 버린 소논문 지도와 같이 큰 의미 없는 것에 몰두한다면 사교육계의 전반적인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수능을 문제 삼았던 방식으로 학종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사교육계가 학교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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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으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만 20년을 채웠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멕시코, 터키와 더불어 OECD 내의 ‘못난이 3형제’다. 노동시간,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 부정적인 분야에서는 OECD 상위권을, 수면시간, 노동자 근속 기간 등 긍정적인 분야에서는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못난이 3형제’를 면할 뿐 아니라 ‘선배 선진국’마저 압도하는 분야가 바로 공교육이다. 높은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학습 시간 등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도 학교 시설, 교육 인프라, 우수한 교원의 확보, 평등한 교육 기회 등 우리나라 공교육이 OECD 최상위권을 차지한 분야는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자신감, 학교에서의 행복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직무 효능감 등은 ‘못난이 3형제’마저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인 최하위다. 비유하자면 훌륭한 연주자, 좋은 악기, 쾌적한 공연장을 갖췄지만 청중과 연주자 모두 불만에 가득 차 빨리 공연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이는 연주하는 곡 자체가 졸렬하거나,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이 잘못되었거나, 지휘자가 무능한 탓이다. 지난 10년간 교육당국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따라 누더기나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그걸로 모자라 걸레로도 못 쓸 국정교과서까지 들이밀었다. 그 밖에 수많은 낡은 교육제도와 시대착오적 교육법이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가로막았고, 거기 기생하는 관료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교육을 왜곡했다.

2017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다. 개헌 논의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이참에 국가의 100년 기틀이 되는 교육도 개헌 수준으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법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보호하고, 정권이나 기타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내리 먹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교육전문가들의 토론, 교육자와 학생의 만남 속에 생성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통해 충성경쟁을 벌여왔던 교육 관료들의 권력도 저절로 무너지고, 우리나라 100년의 장래가 거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반대로 교육 관련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더라도 낡은 저 교육체제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헌법 공부가 유행이라고 한다. 헌법을 공부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권리다. 그렇다면 교육법을 공부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새해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교육법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손바닥 헌법’처럼 ‘손바닥 교육법’ 같은 책자도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자신들을 개·돼지로 만드는 권위주의적이고 낡은 법 조항들을 샅샅이 밝혀내 폐지를 요구하고, 그 자리를 대신할 조항들을 만들어 제안하고 공론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는 교육의 개헌이며, 결국 우리나라 미래 100년을 책임질 개헌이다. 2017년이 교육주체들에 의한 교육 개헌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꿈꾸어 본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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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교육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사용을 1년 유예하고, 유예 기간이라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는 학교가 있으면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하여 2018년학도부터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품질’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먼저 역사인식의 기초인 사실의 오류가 너무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근현대사 부분의 경우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에 비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 선생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인데, 통합 이전의 직책인 내무총장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니.

더 큰 문제는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특정한 의도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의 독립운동을 유달리 강조하고 노동자·농민 등 대중의 생존권운동을 사회주의운동처럼 취급하며 가벼이 다뤘다. 또 유신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말할 때 흔히들 그 이유를 긴급조치에서 찾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법률이 제9호이다. 그럼에도 1300여명을 구속시킨 제9호보다는 경제문제를 다룬 제3호를 중점 소개하고 있다. 사실을 빙자하여 시대의 이미지를 비틀어 버린 대목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국정교과서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다보니 국정교과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정치적 배경을 빼버렸고, 식민지기 역사를 수탈과 저항의 역사로만 기술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설명한 생활사 부분이 없다. 경제와 사회 영역이 생략·축소된 경우는 고대, 고려, 개항기 서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시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길안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재이다.

이것도 수정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쎄, 필자들이 수정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문장을 수정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분량과 수업 시수를 고려하며 단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감수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수정이 아니라 ‘신판’ 제작이다. 오탈자 수정도 신고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면 ‘재검정’을 해야 한다.

이런 교과서를 현재의 검정교과서와 함께 사용하면 2017년 고교 1학년생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운 학생은 검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의 전체 쪽수가 최소 100쪽 차이가 나는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특히 편차가 크다. 반대로 국정교과서는 특정한 곳에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는데, 검정교과서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국정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2019년의 입시를 준비하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2~3종 더 사서 공부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외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부 장관은 ‘공통 범위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절충이라지만 부담을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2018년 국·검정 혼용을 본격화할 때는 어떻게 될까. 이때 사용할 검정교과서는 1년 만에 인쇄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매우 촉박함도 문제지만,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교재라서 문제다. ‘대한민국 수립’ 문제와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은 정치사 중심이어서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무시하고 있다. 1876년 개항 이전과 그 이후의 서술 비율도 6 대 4를 지향하고 있어 근현대사 교육을 강조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검정을 혼용할 것이 아니라 2019년도부터 적용할 교육과정을 우선 새로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역사교육을 정치화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내년에 대선이 있으니 역사학 대회에 참가하는 학회들이 후보자들에게 역사교육 공약을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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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일등 급우에게 칠판 지우기를 시켰다. 그러자 다들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다들 하고 싶어하는 일로 변했다. 선생님은 교실 바닥 청소는 힘센 아이에게 맡겼다. 대신 그 아이는 좋아하는 창문 옆자리를 차지했다. 지인이 전하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청소 풍경이다. 선생님의 현명한 처신으로 화목한 교실이 되었다고 그는 자랑했다.

학생의 교실 청소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청소도 교육’이라는 의견과 ‘청소를 강제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스스로 청소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는 주장에 반론을 펴기가 마땅치 않다. 학교는 지식만이 아니라 인성과 협동, 봉사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의 장소이며, 교실 청소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반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외부 교육시설은 왜 학생들이 청소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공립도서관이나 각종 교육캠프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그곳은 청소담당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학교든 도서관이든 학생이 쓰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장소에 따라 청소 의무가 달라지면 안될 말이다.

교실 청소 문제는 학부모의 청소봉사 논쟁도 촉발한다. 여성 취업과 직장생활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치맛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검찰이 학생들에게 교실 청소를 시킬 경우 아동 노동착취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해당 도시만 아니라 전국적인 논쟁으로 번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교실 청소를 학교건물 관리직원이나 용역업체가 맡는 게 일반화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의 공립초등학교 1~2학년 2800개 학급을 대상으로 청소용역비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청소하기에는 어리고 서툴러 결국 교사나 학부모가 맡게 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비록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상이 제한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한꺼번에 교실 청소에서 해방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오랜 교육적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도 된다. 청소를 통한 교육적 효과는 얼마든지 대체가능할 터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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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시기를 1년 늦추고, 2018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함량미달의 불량 교과서’로 판명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즉각 폐기를 요구한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교육부의 행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2018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와 함께 검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정화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총리는 또 “2017학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좀비 교과서’를 되살려 보겠다는 기회주의적 행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막판에 국정화 강행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선언해도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할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부를 최악의 선택을 한 교육부는 정권의 시녀 부처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권자인 시민의 3분의 2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전국 교육청 17곳 중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이 내년 2월 말 야당 등의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교육부 의지와 상관없이 국정화 자체가 법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의 오류, 내용의 전문성 결여, 해석의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학교 현장에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 미달로 판명났다. 한마디로 독재자 박정희 정권의 과오는 축소·왜곡하고 업적은 과대평가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정화 정책은 시작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했겠는가. 그럼에도 교육부는 지난 2년 동안 자신들이 심사해 통과시킨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좌편향 운운하며 역사교육을 이념대결로 몰아갔다. 이들의 뇌리에는 오직 박 대통령 한 사람만 있었을 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로 피해를 입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교육부는 더이상 시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빚어질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죄악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촛불민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를 향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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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연세대 재학 중 학점 미달로 학사경고를 3회 받고도 제적되지 않고 졸업하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장시호 관련 연세대 체육특기자 학사운영 특정사안 조사 결과’를 보면 1996~2012년 연세대 체육특기자 685명 가운데 장씨처럼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졸업한 학생은 115명에 달했다.

장씨는 1998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해 2003년 8월 졸업했다. 당시 연세대 학칙에는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제적하도록 돼 있었지만 장씨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장씨가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졸업 취소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대학이 관행처럼 학칙을 위반해 뒤늦게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사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연세대에 모집 정지 등 행정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조치로는 무너진 대학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선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있다. 김창길 기자

체육특기자에 대한 부실한 학사관리는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육에 특별한 소질을 지닌 학생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상급학교 입학 시 특례를 인정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만 잘하면 명문대 졸업까지 가능하다”는 암묵적 합의를 만들어내며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 미국이나 일본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는 국내 대학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미국의 체육특기자는 대학스포츠관리기구가 정하는 매 학기 학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도 대학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업 성적을 가장 중요시하고, 입학 후에도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체육특기자의 입시와 학사관리를 전담할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제2의 정유라·장시호의 출현을 막고, 체육특기자의 입시 및 학사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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