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중편소설 <소문의 벽>에서 주인공 박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질문에 대답해야 했던 기억에 괴로워한다. 한국전쟁 당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자는 어두운 방에서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전짓불을 들이대며 좌익인지 우익인지를 묻는다. 자기 신분도 말하지 않은 채 질문하는 행위는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는 오늘날 한국의 입시전쟁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수시전형이 확대된 요즘 입학의 결정권을 쥔 대학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어두운 곳에 숨어 학생들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물론 대학은 갖가지 입시자료집을 발행하고 설명회도 연다. 문제는 유용성에 있다. 간혹 실질적인 정보를 충실하게 담은 자료집을 내는 학교도 있으나, 대학이 유명해질수록 해설도 불친절해진다. 대학이 주최하는 설명회나 박람회 역시 자교 홍보행사에 가까워 구체성이 떨어진다. 우선 학생부 전형의 경우 1단계에 해당하는 서류전형 합격에 필요한 핵심 내신 기준이나 내신을 뛰어넘는 활동의 기준, 리더십과 봉사활동의 정량적 평가 기준 등은 알기 어렵다. 대학 박람회에서 상담한 학부모들이 전문성이 부족한 관계자들의 설명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잦다. 자기소개서 관련 자료를 봐도 항목별 질문 의도와 작성 지침을 알려주기보다 합격자들 사례 일부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서류 전형 합격 기준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학은 거의 없으며 면접 문제의 답안 역시 없거나 가이드 제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논술 전형 역시 마찬가지다. 선행학습평가보고서 의무 제출 이후 약간 나아졌지만 아직도 예시답안을 공개하지 않거나 학생우수답안 정도로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부족하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채점 과정과 사례를 원한다. 감점과 가점이 기록된 채점 답안지를 확인한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교수가 점수를 매긴 답안지를 공개하는 학교는 매우 적다. 학생들에게만 실력 공개를 요구하는 셈이다.

자료 부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과 대학 주변의 갖가지 주술적 진단에 귀를 기울인다. 신뢰하기 어려운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하고, ‘사실은 이렇다’라는 식의 소문이 입시라는 벽 주변을 떠돈다. “○○대학교는 ○○외고 기준으로 내신 4등급 이내면 무조건 뽑아줘. 수능 잘 보면 논술은 채점도 제대로 안 하고 붙여준대. 수시에서 최저 학력 기준이 높으면 정시로 이월시켜 뽑으려는 거야.” 소문의 벽 밖에는 혼란을 방관하는 교육당국이 있다.

대학 입시 관련 보도의 댓글 1위 상당수는 ‘수능(심지어 학력고사)으로 뽑아라’이다. 대중들의 퇴행적인 반응은 입시 공정성 문제에서 수시전형이 취약하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방증한다. 수시는 학생선발 과정에서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선발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철저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학생 혼자 면접이나 논술을 준비해도 어려움이 없도록 좋은 자료들이 넘치도록 공급된다면 교육 기회의 공평성은 강화된다. 대학 입시를 둘러싼 억측 역시 크게 줄어 혼란은 잦아들 것이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의 효율적인 준비와 결과에 대한 승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질문자는 자기 의도를 공개한 뒤 대답을 들어야 한다. 입시 경쟁에서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경쟁의 도덕성은 과정의 정당성을 통해 인정된다는 점, 대학들은 유념하기 바란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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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입시제도를 또 바꿀 모양이다. 지금의 입시제도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제해야 한다. 시점도 좋지 않다. 입시 개편은 정권 교체기에 얼렁뚱땅할 일이 아니다. 꼭 바꿔야 한다면 책임 소재라도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새 정권이 들어선 뒤에 해야 한다. 입시는 휘발성과 폭발력이 엄청나다. 잘못 건드리면 이번엔 교육부가 당할 수 있다. 안철수·박원순 같은 대선 주자들은 교육부 폐지론을 얘기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기,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개·돼지’ 발언 등으로 교육부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크다.

입시는 기본적으로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한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본다. 냉혹하지만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한다. 1등부터 50만등까지 줄도 세워야 한다. 예비고사든 학력고사든 지금의 수능이든 이 같은 입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기에 시험의 횟수, 방식, 과목, 난이도, 원점수·표준점수 등의 조합을 추가해도 마찬가지이다. 해방 이후 70년간 우리는 입시에 관한 한 모든 시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체득한 결론은 하나, 입시로는 교육이나 사회를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시를 바꾸면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내신 반영 비율을 올리면 학교 교육이 중시되고 교사 권위가 살아날지 모르지만 교실은 대입 전쟁터로 변한다. 수능 비중을 높이면 교내 경쟁은 줄지만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문제가 재발한다. 질량 불변의 법칙처럼 어느 것을 택하든 입시 경쟁과 입시 폐해의 총량은 달라지지 않는다. 수능과 교육방송(EBS) 교재 연계 정책도 마찬가지다. 연계율을 높이면 수험생 부담이 줄지만 일선 학교의 수업이 획일적인 EBS 교재 풀이로 전락한다. 연계율을 낮추면 그 반대다. 결론은 제로섬이다. 수험생들의 부담과 경쟁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 구조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해답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한 입시업체 주최로 열린 대입합격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겨울방학 학습법, 대입 전형 등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나 요즘은 입시 개편 논의를 사교육계가 주도한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됐다. 수능으로 먹고사는 대형 학원들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날조된 학생부에 기반을 둔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학종 서비스 전문 소규모 학원들은 수능의 문제점을 강조한다. 입시 개선책을 논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다. 사교육업자들은 언제부턴가 입시 전문가로도 불린다. 학교나 교사보다 늘 한발 앞서고, 입시 당국 머리 위에서 논다. 정부의 입시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서울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는 이미 ‘문·이과 통합 수능’ 마케팅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오는 5월까지 수능 개편 등 입시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확정되면 올해 중3이 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바꿨으니 평가도 그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개정 교육과정은 융합형 인재 육성이 목적이다. 고교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과목을 공통으로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다. 학원가는 4년 뒤 수능에서 문·이과생 모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치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학원가 예측이 맞을 것이다.

입시가 바뀌면 학생과 학부모는 혼란스럽다. 수험생들의 부담이나 입시 경쟁은 줄지 않는다. 반면 사교육시장엔 ‘블루 오션’이 열리고 활력이 돈다. 그렇잖아도 낮은 교육부 신뢰도는 더욱 추락한다. 그런데도 정권은 입시 개편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왜일까. 전직 교육부 관료는 “잘 고치기만 하면 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돈도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시는 사람들의 불만이 늘 많다. 복지 정책은 작은 것에도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지만 입시 정책은 세금을 더 걷을 필요도, 예산 당국을 설득할 필요도 없다. 말짱 도루묵이 될 게 뻔한데도 대통령이나 장관이 입시 개편의 신기루를 좇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입시의 본령은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게 하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게 하려면 저소득층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정도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학교에서 교사들이 좀 더 열심히 가르치게 해야 한다. 인재를 양성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입시를 약간 손보는 것으로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교육을 줄이며, 대한민국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이건 사기다.

오창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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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가 절대평가다. 한국사는 이미 절대평가다. 다른 것들은 안 하나? 이왕 하는 것 내친김에 전부 하면 어떨까 싶다. 교육적으로 생각하면 수능은 절대평가제로 가는 것이 옳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입시는 현실이다. 수능 전체를 절대평가제로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문제가 되는 것은 (최)상위권 대학입시다. 상위권 대학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입시란 결국 줄을 세우는 일이다. 줄을 세워야 합격자와 탈락자를 가릴 수 있다. 입시는 상대평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냉혹한 상대평가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수능 전부가 절대평가여서 영역마다 1등급 동점자가 수만명 나오면 어떻게 될까? 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엔 수능을 활용한 학생선발 자체가 곤란해질 것이다. 상위권 대학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대학별 본고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있을까?

먼저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다. 지금도 상위권 대학의 입시는 이미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다.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일한 입시가 아니다. 교과 내신, 비교과 스펙, 수능 최저등급, 심층면접, 인성면접, 자기소개서 등이 종합된 입시다. 고교 간의 학력격차 때문에 교과 내신을 대안으로 삼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도 상위권 대학은 내신 위주의 입시인 학생부교과전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비교과 스펙을 대안으로 삼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그것으로는 줄을 세우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현재로서도 역량에 비해 과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자칫 무리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수능 최저등급, 인성면접, 자기소개서 등은 아예 고려 대상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심층면접밖에 없다. 상위권 대학은 심층면접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다. 깊은 지식과 사고력을 요하는 심층면접은 지금도 이미 상위권 대학이 선호하는 입시다.

그리고 논술전형이 있다. 논술시험은 본고사가 폐지될 때 홀로 살아남았을 정도로 명분이 있는 시험이다. 자연계 논술시험은 실제로는 수학·과학 본고사라 해야 하지만 논술이란 이름으로 위장했기에 부활하여 존재할 수 있었다.

상위권 대학은 심층면접과 논술시험을 대안으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형태를 달리했을 뿐 모두 대학별고사다. 곧바로 본고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대학별고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가? 차라리 수능을 지금처럼 철저한 상대평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판단하기 어렵다. 양쪽 다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대학별고사의 부작용을 감수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면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 못할 이유가 없다. 사실 시험 그 자체로만 보면 논술고사나 심층면접이 수능보다 더 차원 높은 시험이다.

바둑에서 어떤 한 개의 돌이 악수인가 묘수인가는 그것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상당부분 이후에 두어지는 다른 돌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다.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좋은 정책이 될지, 나쁜 정책이 될지는 우리가 다른 입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동안 우리는 교육적 당위가 입시의 현실에 패배하는 것만 보아왔다. 이제는 한번쯤 교육적 당위가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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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등교과서에는 27개 한자어 어휘에 한자가 병기돼 있었다. 2016년 초등교과서에는 한자 병기가 대폭 줄어들었다. 13개 한자어 어휘에만 괄호 안에 한자가 병기됐다. 도덕 3학년 교과서에 효(孝), 로(老), 자(子), 도덕 5학년 교과서에 미(美), 양(羊), 대(大), 인(忍), 심(心), 인(刃), 법(法), 선생(先生), 선(先), 생(生) 등이 나왔다. 한자 병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2016년 12월30일 단 한 편의 정책 연구인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방안 연구’에 의거해서 2019년 초등 5~6학년부터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어 외 교과서에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추출된 한자 300자 가운데엔 勤(근), 執(집), 戰(전), 消(소), 端(단), 競(경), 關(관), 題(제), 領(령) 등 중학교용 한자 251자와 介(개), 倍(배), 制(제), 吸(흡), 周(주), 器(기), 域(역), 境(경), 妥(타) 등 고등학교용 한자 49자가 포함됐다. 초등생에게는 어려운 중학교용 한자와 고등학교용 한자가 너무도 많이 들어 있다. 천자문에도 안 나오는 한자도 15자나 포함되어 있다. 邊(변), 驗(험), 濕(습), 緯(위), 態(태), 壓(압), 導(도), 構(구), 劇(극), 管(관), 疏(소), 菌(균), 演(연), 慾(욕), 點(점) 등이 그것이다.

정책 연구자들은 邊자를 알아야 할 이유로 수학에 나오는 평행사변형과 대응변이라는 학습 용어에서 그 근거를 들었다. 이들은 ‘平行四邊形(평행사변형)’과 ‘對應邊(대응변)’이라는 한자와 함께 한자의 음과 훈을 교과서에 제시해야만 이 용어의 개념이 파악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邊자의 음과 훈을 어떻게 풀어야 이 학습 용어의 개념이 파악되는가? ‘가 변’과 ‘가장자리 변’으로 표기하면 풀리는가? 풀리지 않는다. 邊자의 여러 뜻 가운데 ‘변 변’으로 해야 풀린다. <자전>은 ‘변 변’을 “다각형을 둘러싼 선”으로 풀이했다. 결국 수학 용어로 풀이해야만 한다. 학교 선생님이 평행사변형을 쉬운 우리말인 ‘나란히꼴’로, 대응변을 ‘짝진변’으로 풀이하면서 수학 용어로 설명해야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다. 한자와 한자의 음과 훈만을 제시한다고 개념이 설명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선정된 한자의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연구자들은 초등학생들이 假(가)자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학에 나오는 ‘가분수’라는 용어를 알려면 한자 ‘假分數’와 음과 뜻을 풀이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거짓 가’, ‘가짜 가’, ‘임시 가’로도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풀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가분수라는 수학 용어는 선생님이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서 “분모보다 분자가 더 큰 수”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교육부는 초등 5∼6학년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습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학습 이해에 혼란만 더 주는 한자가 많이 선정됐다.

초등학교 수준에 맞지 않는 매우 어려운 중학교용 한자와 고등학교용 한자가 상당수 포함돼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만 더 지울 게 뻔하다. 이번에 선정된 한자 300자는 엉터리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초등용 한자 300자 공표를 뒤로 미루기를 바란다.

박용규 |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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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모든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친일·독재를 미화해 폐기해야 마땅할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제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좌편향 논란을 부른 것은 검정 절차 탓이라는 지적이 있어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국정 역사교과서와 함께 중·고교에서 쓰일 검정 역사교과서가 집필기준에 미달하면 검정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특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의 큰 틀을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도록 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로 만들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하고, 박정희·이승만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도발 사례를 대폭 늘린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르지 않는 검정 역사교과서는 탈락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판사가 심사본을 제출하면 교육부 지침에 따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출판사들로서는 교육부가 제시한 집필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 탈락하면 교과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정 역사교과서 필진이 자기 검열을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따를 개연성이 높다. 검정 역사교과서가 ‘제2의 국정 역사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검정 혼용 방침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 부정이자 무원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은 2015년 8월에 만들어졌다. 당시 교육부 위탁으로 역사 교수와 중·고교 교사 13명이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거쳤다. 하지만 국정화 고시가 발표되면서 해당 집필기준은 시안으로만 남아있다.

시민에게 탄핵당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되살려볼 요량으로 꼼수만 쓰고 있는 교육부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검정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현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고,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 부역해온 잘못을 속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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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만 해도 고등학교의 모습을 전한 언론 기사들 중 상당수는 ‘학교 교육의 위기’를 말했다. 대표적인 학교 위기의 유형이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였다. 학교가 수면실이 된 것은 주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나타났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은 곳에서도 드물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현상의 연장선에서 ‘학교 담임이 때리면 ‘동영상’ 난리…그러나 학원 선생님은 ‘OK’?’라는 기사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부모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성적 향상이 최대 관심사인 학부모들은 학원에서의 체벌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성적에 민감한 학생들 역시 학원 체벌에 관대하긴 마찬가지다’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 설명은 학생들의 대학입시는 사교육으로 준비한 수능시험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학교생활은 단지 법적으로 졸업장을 받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한 것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학교의 안과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내가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입시 관련 팁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띄는 방법’이다. 요즘 대학입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업 태도나 성취를 기록하는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에 하나라도 더 기재되는 것이 중요해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에 들려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예습과 복습을 잘하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거기에 덧붙여 예습·복습 내용을 청소년들이 잘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준비를 하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너무나 당연한 내용인데도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직접 실천해 보고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해온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입시환경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최근 학원 강사가 학생들의 학생부기재를 대필해 주었다고 고백하는 기사가 있었다. ‘학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학종에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앞서의 사례와 같이 지난 시절의 사교육은 학교의 수업 자체를 붕괴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 학종 대비 교육상품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그럴듯하게 ‘대필’해 주는 정도에 불과해 입학사정관들이 속아주기만을 바라는 수준이다. 더구나 가장 큰 문제라는 교사들의 업무량 과다도 학급당 인원 감소와 교무행정 지원 인력의 확대 등으로 점차 해결해 나가면 되기 때문에 과거 수능 사교육을 둘러싼 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올해 입시에서도 수능에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을 ‘학종의 기적’이 사교육 청정지역(?)인 변두리, 시골동네의 수많은 학생들에게 일어났다. 사교육계가 학종을 상품화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처럼 학생부 대필이나 각 대학에서 이미 배제해 버린 소논문 지도와 같이 큰 의미 없는 것에 몰두한다면 사교육계의 전반적인 위기는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수능을 문제 삼았던 방식으로 학종을 견제하는 것보다는 사교육계가 학교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가 왔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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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으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만 20년을 채웠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멕시코, 터키와 더불어 OECD 내의 ‘못난이 3형제’다. 노동시간, 자살률, 노인 빈곤율 등 부정적인 분야에서는 OECD 상위권을, 수면시간, 노동자 근속 기간 등 긍정적인 분야에서는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못난이 3형제’를 면할 뿐 아니라 ‘선배 선진국’마저 압도하는 분야가 바로 공교육이다. 높은 학업 성취도는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학습 시간 등의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도 학교 시설, 교육 인프라, 우수한 교원의 확보, 평등한 교육 기회 등 우리나라 공교육이 OECD 최상위권을 차지한 분야는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자신감, 학교에서의 행복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 교사의 직무 만족도와 직무 효능감 등은 ‘못난이 3형제’마저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인 최하위다. 비유하자면 훌륭한 연주자, 좋은 악기, 쾌적한 공연장을 갖췄지만 청중과 연주자 모두 불만에 가득 차 빨리 공연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이는 연주하는 곡 자체가 졸렬하거나, 오케스트라 운영방식이 잘못되었거나, 지휘자가 무능한 탓이다. 지난 10년간 교육당국은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권 입맛에 따라 누더기나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그걸로 모자라 걸레로도 못 쓸 국정교과서까지 들이밀었다. 그 밖에 수많은 낡은 교육제도와 시대착오적 교육법이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가로막았고, 거기 기생하는 관료들이 변화에 저항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자기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교육을 왜곡했다.

2017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다. 개헌 논의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이참에 국가의 100년 기틀이 되는 교육도 개헌 수준으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교육법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주성을 보호하고, 정권이나 기타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지켜주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내리 먹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교육전문가들의 토론, 교육자와 학생의 만남 속에 생성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통해 충성경쟁을 벌여왔던 교육 관료들의 권력도 저절로 무너지고, 우리나라 100년의 장래가 거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반대로 교육 관련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부 장관이 바뀌더라도 낡은 저 교육체제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헌법 공부가 유행이라고 한다. 헌법을 공부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권리다. 그렇다면 교육법을 공부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새해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교육법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손바닥 헌법’처럼 ‘손바닥 교육법’ 같은 책자도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교사가 자신들을 개·돼지로 만드는 권위주의적이고 낡은 법 조항들을 샅샅이 밝혀내 폐지를 요구하고, 그 자리를 대신할 조항들을 만들어 제안하고 공론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는 교육의 개헌이며, 결국 우리나라 미래 100년을 책임질 개헌이다. 2017년이 교육주체들에 의한 교육 개헌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꿈꾸어 본다.

권재원 |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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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교육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전면 사용을 1년 유예하고, 유예 기간이라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는 학교가 있으면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검정교과서를 개발하여 2018년학도부터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의 ‘품질’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먼저 역사인식의 기초인 사실의 오류가 너무 많다. 필자가 보기에는 근현대사 부분의 경우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에 비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 선생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인데, 통합 이전의 직책인 내무총장을 언급하고 있을 정도이니.

더 큰 문제는 사실과 사실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특정한 의도가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외교론과 실력양성론의 독립운동을 유달리 강조하고 노동자·농민 등 대중의 생존권운동을 사회주의운동처럼 취급하며 가벼이 다뤘다. 또 유신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말할 때 흔히들 그 이유를 긴급조치에서 찾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법률이 제9호이다. 그럼에도 1300여명을 구속시킨 제9호보다는 경제문제를 다룬 제3호를 중점 소개하고 있다. 사실을 빙자하여 시대의 이미지를 비틀어 버린 대목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회원들이 1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국정교과서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조속히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그러다보니 국정교과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정치적 배경을 빼버렸고, 식민지기 역사를 수탈과 저항의 역사로만 기술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설명한 생활사 부분이 없다. 경제와 사회 영역이 생략·축소된 경우는 고대, 고려, 개항기 서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시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길안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교재이다.

이것도 수정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쎄, 필자들이 수정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문장을 수정해서 될 일도 아니다. 분량과 수업 시수를 고려하며 단원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까지 감수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수정이 아니라 ‘신판’ 제작이다. 오탈자 수정도 신고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면 ‘재검정’을 해야 한다.

이런 교과서를 현재의 검정교과서와 함께 사용하면 2017년 고교 1학년생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운 학생은 검정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의 전체 쪽수가 최소 100쪽 차이가 나는데, 근현대사 부분에서 특히 편차가 크다. 반대로 국정교과서는 특정한 곳에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는데, 검정교과서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국정교과서를 배운 학생이 2019년의 입시를 준비하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2~3종 더 사서 공부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외워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부 장관은 ‘공통 범위에서 출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자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절충이라지만 부담을 학생과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2018년 국·검정 혼용을 본격화할 때는 어떻게 될까. 이때 사용할 검정교과서는 1년 만에 인쇄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매우 촉박함도 문제지만,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된 교재라서 문제다. ‘대한민국 수립’ 문제와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국정교과서용 교육과정은 정치사 중심이어서 역사교육의 계열성을 무시하고 있다. 1876년 개항 이전과 그 이후의 서술 비율도 6 대 4를 지향하고 있어 근현대사 교육을 강조하는 지금까지의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검정을 혼용할 것이 아니라 2019년도부터 적용할 교육과정을 우선 새로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역사교육을 정치화로부터 독립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침 내년에 대선이 있으니 역사학 대회에 참가하는 학회들이 후보자들에게 역사교육 공약을 공개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주백 연세대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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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일등 급우에게 칠판 지우기를 시켰다. 그러자 다들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다들 하고 싶어하는 일로 변했다. 선생님은 교실 바닥 청소는 힘센 아이에게 맡겼다. 대신 그 아이는 좋아하는 창문 옆자리를 차지했다. 지인이 전하는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청소 풍경이다. 선생님의 현명한 처신으로 화목한 교실이 되었다고 그는 자랑했다.

학생의 교실 청소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청소도 교육’이라는 의견과 ‘청소를 강제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스스로 청소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는 주장에 반론을 펴기가 마땅치 않다. 학교는 지식만이 아니라 인성과 협동, 봉사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의 장소이며, 교실 청소 역시 이의 일환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반면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교 외부 교육시설은 왜 학생들이 청소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공립도서관이나 각종 교육캠프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만 그곳은 청소담당자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학교든 도서관이든 학생이 쓰는 공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장소에 따라 청소 의무가 달라지면 안될 말이다.

교실 청소 문제는 학부모의 청소봉사 논쟁도 촉발한다. 여성 취업과 직장생활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치맛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검찰이 학생들에게 교실 청소를 시킬 경우 아동 노동착취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해당 도시만 아니라 전국적인 논쟁으로 번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교실 청소를 학교건물 관리직원이나 용역업체가 맡는 게 일반화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의 공립초등학교 1~2학년 2800개 학급을 대상으로 청소용역비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청소하기에는 어리고 서툴러 결국 교사나 학부모가 맡게 되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비록 예산 부족으로 지원 대상이 제한되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한꺼번에 교실 청소에서 해방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오랜 교육적 논란을 해소하는 계기도 된다. 청소를 통한 교육적 효과는 얼마든지 대체가능할 터이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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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시기를 1년 늦추고, 2018년부터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함량미달의 불량 교과서’로 판명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고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즉각 폐기를 요구한 시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긴 교육부의 행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2018학년도부터 국정교과서와 함께 검정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정화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총리는 또 “2017학년도에는 국정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1000만원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국정화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시민들에게 탄핵당한 ‘좀비 교과서’를 되살려 보겠다는 기회주의적 행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당초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적용시기를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새누리당 친박계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막판에 국정화 강행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역사교과서 즉각 폐기를 선언해도 시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할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부를 최악의 선택을 한 교육부는 정권의 시녀 부처로 전락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강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꼼수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국정 역사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권자인 시민의 3분의 2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전국 교육청 17곳 중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이 내년 2월 말 야당 등의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교육부 의지와 상관없이 국정화 자체가 법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수많은 역사적 사실의 오류, 내용의 전문성 결여, 해석의 정치적 편향성 등으로 학교 현장에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수준 미달로 판명났다. 한마디로 독재자 박정희 정권의 과오는 축소·왜곡하고 업적은 과대평가한 ‘박정희를 위한 박근혜의 효도 교과서’에 지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국정화 정책은 시작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했겠는가. 그럼에도 교육부는 지난 2년 동안 자신들이 심사해 통과시킨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좌편향 운운하며 역사교육을 이념대결로 몰아갔다. 이들의 뇌리에는 오직 박 대통령 한 사람만 있었을 뿐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국정 역사교과서로 피해를 입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교육부는 더이상 시민들을 기만하지 말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빚어질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반역사적인 죄악이다.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촛불민심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준식 부총리를 향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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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연세대 재학 중 학점 미달로 학사경고를 3회 받고도 제적되지 않고 졸업하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장시호 관련 연세대 체육특기자 학사운영 특정사안 조사 결과’를 보면 1996~2012년 연세대 체육특기자 685명 가운데 장씨처럼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고도 졸업한 학생은 115명에 달했다.

장씨는 1998년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해 2003년 8월 졸업했다. 당시 연세대 학칙에는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제적하도록 돼 있었지만 장씨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장씨가 학사관리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졸업 취소는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대학이 관행처럼 학칙을 위반해 뒤늦게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사관리를 부실하게 운영한 연세대에 모집 정지 등 행정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조치로는 무너진 대학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선서를 위해 단상에 올라 있다. 김창길 기자

체육특기자에 대한 부실한 학사관리는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체육에 특별한 소질을 지닌 학생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상급학교 입학 시 특례를 인정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는 “운동만 잘하면 명문대 졸업까지 가능하다”는 암묵적 합의를 만들어내며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 미국이나 일본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는 국내 대학에 비해 훨씬 엄격하다. 미국의 체육특기자는 대학스포츠관리기구가 정하는 매 학기 학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본도 대학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업 성적을 가장 중요시하고, 입학 후에도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체육특기자의 입시와 학사관리를 전담할 기구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제2의 정유라·장시호의 출현을 막고, 체육특기자의 입시 및 학사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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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8일 교육부는 끝내 국정교과서를 공개했다.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기정사실화하려는 속셈이다. 이는 국정교과서의 부당성을 규탄하며 국정화 강행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정화는 시작되지 말았어야 했다. 역사 지식의 논쟁성, 해석의 다양성, 비판적 사고를 배운다는 역사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 국정교과서는 그 자체로 ‘반교육적’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전쟁을 불사하면서 국정화에 앞장섰다. 이번에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 현대사 서술이 많이 줄었는데도, 유독 박정희 정부 시기는 분량을 크게 늘렸고, 박정희와 직접 관련된 서술이 매우 많으며 그의 공적을 곳곳에서 기록하였다. 사진까지 신경 써서 5·16 쿠데타 때의 군복을 입은 사진을 뺀 대신 산업현장에 선 그의 모습을 실었다.

이 책은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불릴 소지도 많다. 두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친일 문제에서 많이 다르다. 그러나 건국절 논리를 전면화한 ‘대한민국 수립’이란 용어, 건국 아버지로 이승만의 공적 부각하기, 친재벌 교과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성장일변도의 경제사, 냉전적 시각을 강화한 북한 서술 등은 매우 많이 닮았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과서라면서 정작 학생을 배려한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교과서는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역사책이며, 풍부한 학습자료와 다양한 학습활동을 담은 수업 안내서여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맥락 없이 나열된 수많은 사실, 본문과 연계되지 않은 사진과 자료들, 조악한 편집 등으로 도대체 읽기가 힘들다.

터무니없는 부실 교과서이기도 하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거의 똑같은 문장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류다.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 쓴 터무니없는 잘못을 비롯해 곳곳에서 사실의 오류가 확인된다.

편향과 부실은 예견된 재앙이다. ‘99.9%의 교과서가 편향되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총리의 주장을 기억해보자.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거나, ‘다른 민족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던 대통령의 발언은 또 어떤가? 애초부터 원하는 대로 써줄 필자만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 신원을 철저히 감춰온 ‘복면집필자’ 31명 중 교과서 집필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복면집필자가 실제로 썼는지도 의문이다. 교과서라면 당연히 교육과정이나 편찬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책은 교육부가 법원의 판결을 받고서야 공개했던 편찬기준과 현저히 다르다. 그런데 그 편찬기준조차 애초에 만든 편찬기준과 또 달랐다. 더구나 공개 직전에 황급히 수정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누가 썼는지도 불분명한, 부실투성이 교과서. 은밀하게 되살아난 교학사 교과서이자, 박정희를 위한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선포한 교과서. 아니 교과서란 이름이 아까운 이 책을 전국 모든 학교의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선생님들이 불복종운동을 선언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도 거세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철회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도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요구하면서 교과서 구입 거부 운동을 공언하고, 교육청에서 학부모의 뜻을 존중하여 교과서를 개별구입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학교 현장에서 일어날 일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책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문제까지 감안하면, 국정화를 철회하지 않아 발생하는 혼란은 상상 그 이상이다.

국정화는 오직 한 사람, 박 대통령을 위한 일이었다. 그 한 사람을 위해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이 공론과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며 강행했다는 점은 2016년 가을 온 국민이 아프게 체험하는 사태와 본질적으로 같다. 이미 국정교과서는 국민들로부터 탄핵당했다. 국정교과서를 조건없이 폐기해야 옳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독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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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28일 공개를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초적인 사실 오류가 수백건에 달할 정도로 함량 미달의 부실 교과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라이트 시각을 반영하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편향성은 차치하더라도 엉터리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것이다.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놓고도 이준식 부총리는 “질 좋은 교과서”라고 했으니 교육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서울·광주·전남 교육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역사교육연대 등 역사학회가 그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오류가 한 쪽당 1.5건가량이고 1·2권을 합치면 400~500건에 이른다.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역사적 사실을 틀리게 기술한 것은 물론 최근 연구를 통해 오류로 밝혀지거나 학회에서 쓰지 않는 과거 사료가 들어간 사례도 허다했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순동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인데도 <한국사>엔 청동기로 기재됐다. 중학생용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고, <한국사>엔 통합 임시정부 때 안창호의 직책이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됐다.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 기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란 단어를 20회 이상 사용하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을 대폭 늘린 대신 1987년 6월항쟁 이후 30년간의 역사는 4쪽 안팎에 그쳤다. 친일파의 범위에서 군인, 경찰, 사법관료와 동아일보 김성수, 조선일보 방응모 등 언론 사주를 빼기도 했다. 또 집필진이 초고본에 “유신헌법이 민주화운동의 헌법적 근거가 됐다”거나 “외환위기의 원인은 파업”이라고 서술했다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토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국편은 직원들이 교과서 내용을 수정했다는 논란을 가릴 증거인 초고본과 개고본을 모두 삭제해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교육부는 함량 미달의 불량 국정 역사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는 것은 물론 수십억원의 국가 예산을 낭비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국편이 초고본과 개고본을 삭제한 경위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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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재벌 총수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영훈국제중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학교 재단 임원이 특정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하고 이를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는 등 온갖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마찬가지로 특권층 자녀가 하나고 편입학 전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교육청 감사결과 적발되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은 1년 넘도록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하나고 입시 부정을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우리 사회 특권층의 부정입학은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이어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은 특권층 부정입학에 무관심하다. 특히 검찰 조직은 국민정서를 외면한 채 교육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특권과 반칙에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봉한 <내부자들> <검사외전> 등 검사들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엄청나게 흥행했다. 이 영화들이 왜 폭발적인 흥행을 거뒀는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그러나 영화 속 내용이 현실과 정확하게, 아니 그 이상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현실에서 목격하고야 말았다.

영훈국제중 입시 부정, 하나고 입시 부정, 이화여대 입시 부정 의혹 등은 이른바 특권층의 특권의식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 구조가 얼마나 심각하게 고착화해 있는지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런 현실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공식적인 신분제도는 조선 후기에 철폐되었건만 다른 형태의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사회 혼란을 핑계로 입시 부정을 눈감아주는 검찰 조직이 존재하는 한 특권층 입시 부정과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학업에 전념해야 할 청소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정유라가 있을지 모른다. 중·고생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외침이 터져나오고 있을까. 사법당국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관할 교육당국이 특별감사를 통해 입시 부정, 회계 부정, 채용 비리 등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으나, 서울서부지검은 사건 일체를 관할 경찰서로 이첩하고는 불기소 의견으로 수사지휘를 했다. 검찰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는 동안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터져나왔다.

검찰에 허락된 사정의 칼날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이다. 이를 특권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할 때 어느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출석일수가 모자라도 권력의 힘으로 졸업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자격을 갖추지 못했어도 권력으로 입학 지원 자격 자체를 바꿔버린 일도 밝혀졌다. 이렇게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을 허락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생활도 학점도 졸업도, 심지어 졸업 후 취업과 사회생활에서도 온갖 특혜를 누렸다. 특권층에겐 ‘헬조선’이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 땅의 많은 흙수저들은 극도로 절망스러운 현실과 마주하고 섰다.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전경원 하나고 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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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폭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10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전국 102개 대학 역사·역사교육학과 교수들도 그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지 않으면 ‘불복종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국정화에 찬성했던 보수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하려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은 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법률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 상정했다.

15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전국 대학 역사·역사교육 교수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역사교육 교수 561명이 참여했다. 김창길 기자

그런데도 교육부는 오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가족교과서 발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부야말로 ‘혼이 없는 비정상’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5종 가운데 교사용지도서 2종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정 역사교과서를 공격하면서 정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교사용 지도서로 인해 편향적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던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교사용 지도서를 제외한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보는 책이라 사전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변명을 했다. 교육부는 또 국정 역사교과서의 의견수렴 절차를 공개토론형이 아닌 ‘비공개 접수형’으로 진행하며 반대 여론 형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교육부 장관이 고시만 개정하면 된다. 지금 당장 국정화를 철회해도 내년 3월부터 기존 검정교과서를 쓰면 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것이다. 또 주권자의 3분의 2가 반대하는 국정화 강행은 시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강행한다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주권을 침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과 교육부 관료, 국사편찬위원회와 집필진은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이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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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엄밀성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 입시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받거나, 특혜가 주어져서는 안된다. 수능 문제는 전 영역에서 한 점 흠결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수험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혼란이 크고 입시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게 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딸의 이화여대 입시부정에 수험생들은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학은 실세의 딸을 위해 입시요강을 바꾸고,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 특혜는 입학 이후에도 계속됐다. 교수들은 일개 학생에게 상상할 수 없는 편의를 제공했다. 중학생 수준도 안되는 비문 투성이 리포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줬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또래를 멸시하고 세상을 조롱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 중고생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최순실 모녀의 농단이 없더라도 교육은 이미 불공정한 게임이 됐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공정한 입시니, 교육의 기회균등이니 하는 말은 허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균등이란 서울 강남에서 월 500만원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주경야독하는 학생이 같은 시각 같은 문제를 푼다는 것 하나밖에 없다. 교육은 한때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높고 견고한 벽이 됐다.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다. 명문대 입학생의 부모는 대개 고위 공무원이거나 대기업 임원, 변호사·의사 같은 전문직이다. 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녀의 입시 실패가 곧장 계층 하락으로 이어지므로 허리띠를 졸라매 사교육에 투자하지만 대부분 본전도 못 건진다.

대학 진학은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쏟은 땀방울은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손실이 너무 크다. 수능을 끝으로 수험생들이 그동안 펼쳐온 동료와의 선의의 경쟁도 막을 내린다. 이제는 협동과 연대를 할 차례다. 좁은 교실과 칸막이가 쳐진 독서실에서 나와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관심을 갖자. 전국의 60만여 수험생들이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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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시행 중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법률의 제1조를 보면 특수외국어를 배우려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해 특수외국어 구사 능력자를 양성, 국가 경쟁력을 기르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영어만이 만사’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아는 인재 양성은 교육의 중대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시행령(안)에 중동·아프리카 12개, 유라시아 7개, 인도·아세안 14개, 유럽 18개, 중남미 2개 언어 등 총 53개 언어를 특수외국어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의 경우 대외 지향적인 정책을 펼쳐 인재들을 해외로 보내 국위도 선양하고 이들을 지역전문가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는 정권에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며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특수외국어 구사자가 없어 낭패를 본 적이 많다. 필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국방부는 2004년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견하면서 우리 장병들에게 아랍어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아랍어가 아닌 쿠르드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쿠르드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다만 쿠르드어에 대한 논문을 한 편 냈을 뿐인데, 거의 강제로 국방부에 소환(?)돼 장병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이 법률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려면 주무부서인 교육부와 권한을 위임받은 국립국제교육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수외국어 교육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과 관련,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외국어 교육은 단시간에 전문가로 길러지는 전문가가 아님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입안해야 한다. 서구의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2~3개의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둘째, 일단 국익과 밀접하고 시급한 언어부터 특수외국어로 선정해 정책을 수립하고 점차적으로 그 폭을 하루라도 빨리 넓혀가도록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공기업, 사기업들로부터 필요한 언어별 수요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이 언어를 배운 사람들이 국가공인시험제도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소홀히 한다면 운영이 부실해 이 법률의 목적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재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교재개발 시에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라도 교재와 CD를 가지고 독학을 할 수 있는 초보부터 고급까지 접근이 가능한 교재를 만드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해외동포들 가운데 특수외국어 능통자의 인력풀을 조사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교재개발과 문화교육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특수외국어 분야에서 정년을 한 전직 교수와 교사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특수교육 소외지역도 줄어들 것이다.

김종도 | 명지대 교수·한국중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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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교생이 사용하는 역사부도의 편수용어 가운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꿀 것을 출판사들에 요구했다고 한다. 역사부도는 지도와 그래픽 위주로 만든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말한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이 “저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자 공문을 보내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올해 말 새 역사부도의 검·인정 심사를 받아야 하는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이만한 압박도 드물 터이다.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검정체제인 역사부도의 내용을 국정 체제인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건국 개념과 시점을 송두리째 바꾸려는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으로 규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 법통을 상해임시정부로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3·1운동과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을 나라 없는 개인의 행위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정부가 지난해 다수 시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당시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 이후 집필진은 물론 편수기준마저 일절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집필’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는 집필진과 편수기준을 공개하면 집필에 방해될 것이라고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치공작하듯이 밀실에서 진행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역사적 진실을 담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정 역사교과서에 건국절 왜곡 외에 친일 행각과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비밀 집필은 제대로 된 감수가 어려워 교과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부실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인 내년에 박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보고 싶어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망 때문에 졸속 교과서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역사부도에 대한 반역사적 수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 역시 즉시 철회하는 게 맞다. 다양성이 생명인 역사교과서에 대통령과 뉴라이트의 편향된 역사관을 담는다면 시민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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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분야가 교육 부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정보·기술 분야의 기초인프라는 잘되어 있으나, 교육시스템의 혁신 부분에서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지금 교육은 온라인화, 대중화, 무료화, 빅데이터화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 관련 법제와 교육 분야 종사자들의 보수화, 관료화로 시대의 흐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 K-MOOC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

이제는 기존의 교육시스템으로서는 디지털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교육이 단지 오프라인상의 강의실에 한정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온라인화 및 글로벌화에 맞지 않다. 즉 강의와 토론이 오프라인에만 집착하면 글로벌 강의실화에 장애가 된다. 온라인 강의는 전 세계의 모든 교수와 학생이 참여하고 나아가 현장을 보여주면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MOOC에 대해 관심이 많으나,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미흡하다.

최근에는 MOOC의 비즈니스의 모델이 MOOC를 통해 학점을 취득한 후에 오프라인의 학위과정으로 연계해 정식학위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MOOC와 사이버 대학 혹은 기존의 오프라인 대학 등을 적절하게 융합해 진행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외국 유명 대학과의 온라인과정과 오프라인과정을 국내 대학과 연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수강자가 다소 영어가 미흡하더라도 화면 옆에 영어자막이나 번역자막을 넣으면 되니 학습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교육의 온라인화, 대중화 과정에서 기득권층에서 반발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시대적인 큰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초사회인프라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따라서 관료화된 교육감독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의 혁신이 필요하다. 글로벌시대에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MOOC를 국가차원의 과업으로 두고 진행해야 한다. 특히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제대로 된 방향성의 설정 및 이에 따른 집중투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MOOC 등의 디지털 환경하에서는 기존의 오프라인의 대학교육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될 것이다. MOOC를 활용하면 세계적인 강의와 교육과정을 자신에게 필요한 범위 내에서 온라인으로 접하고 세계 석학의 강의를 듣고, 온라인상으로 현장을 보면서 살아 있는 이론 및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어나 국제 언어로 상호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업을 통해 글로벌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관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 MOOC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MOOC의 장점은 무료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즉 교육 분야의 경제적 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오프라인 교육열의와 집중투자라고 한다면, 디지털시대의 원동력은 온라인상의 대중교육제도의 도입과 이의 한국적인 수용 및 발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교육 관련 법제를 과감하게 혁신해 디지털교육환경에 맞게 바꿔야 한다. 나아가 MOOC시스템을 좀 더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대중화, 온라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범정부적 차원에서의 관심과 집중투자가 절실하다.

김승열 변호사, 카이스트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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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6일 보건복지부가 올 7월1일부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0~2세반 대상 맞춤형 보육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기존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간 종일반 보육서비스를 제공받던 0~2세반 이용 영아들은 일정한 자격심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침 9시부터 하루 6시간 이용하는 맞춤반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경우 월 15시간까지 추가 이용이 가능한 긴급보육 바우처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

무상보육정책이 전면화된 환경에서 누구나 어린이집을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하다 보니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맞벌이가정의 아이를 보육현장에서 오히려 꺼리는 부작용이 문제시되어 왔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즉, 긴 이용시간이 필요한 부모와 짧은 시간만 이용하는 부모 모두에게 ‘맞춤형’ 보육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외에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영·유아기 아동들의 어린이집 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유도할 필요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필자는 보육현장에 퍼져 있는 맞벌이가정에 대한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십분 공감한다. 12시간 보육시설 이용을 기준으로 보육정책을 설계하고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7~8시간만 이용하는 데서 오는 재정 낭비와 비효율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이 맞벌이나 한부모 가족 등 돌봄의 필요를 명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 학업, 가족 기능의 상실, 비정규적인 생업에의 종사 등 다양한 이유로 그만큼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이 있고, 애초에 이들 가족의 보육책임을 공공이 나누어 지겠다는 취지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가 보육현장에서 충분히 관철되지 않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보육현장과의 소통, 행정력의 강화 등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풀어가야 할 일이다. 애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결국 맞벌이 부모와 그 아이들에 대한 현장의 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업부모에 대한 역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어린이집 부모참여 확대, 보육교사 처우개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_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다음으로 만 2세 미만 영·유아는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중요하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이 맞춤형 보육과 관련해 제기되는 배경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기존의 보육정책이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을뿐더러 우려스럽다. 2세 미만 영·유아의 애착관계 형성을 위해 가정양육시간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면 모성휴가와 부성휴가, 유급 육아휴직 제도의 확대 및 강화,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 등을 통해 부모가 가정양육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이번 맞춤형 보육은 보육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서비스 접근성을 악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이들의 양육 스트레스를 고조시키고 결과적으로 건강한 애착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12시간 종일반 이용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의 문제이다. 먼저 행정비용의 증가 문제다. 복지부의 계획에 의하면 앞으로 종일반 이용을 원하는 부모는 부모 취업, 구직 및 취업 준비 등 소위 ‘돌봄 필요상황’을 증빙하기 위한 각종 자료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일선 공무원의 ‘복지깔때기’ 현상에 대한 우려가 깊은 판에 전국적으로 수십만명에 달하는 보육 아동의 자격심사 업무가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에 추가된 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식의 자격기준 강화가 필연적으로 불러올 사각지대의 문제이다. 당장 일부 제도권 밖의 취업준비생이나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같이 ‘돌봄 필요상황’에 대한 증빙이 어려운 부모의 경우 전일제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막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필자는 이번 맞춤형 보육정책이 ‘아이 맞춤형’이 아니라 ‘예산 맞춤형’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부가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


김진석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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